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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에디엠씨네아트센터

THE CRUCIBLE
시련•아서 밀러

[등장인물]

패리스 목사——————
베티 패리스—————— 패리스의 딸(10살 소녀)
티튜바 ———————— 흑인노예 (40대 여인)
아비게일 월리엄즈——— 패리스의 질녀 (17세 소녀)
수잔나 월코트————— 소녀 (10세)
앤 푸트남 부인 ———— 이웃 여인 (45세)
토마스 푸트남————— 앤의 남편 (40대 후반)
머시 루이스—————— 푸트남의 하녀 (18세 소녀)
메어리 워렌 ————— 17세 소녀 (존 프락터의 하인)
존 프락터———————
레베카 너스—————— 백발노파 (72세)
자일즈 코레이————— 노인(83세)
마사 코레이—————— 자일즈 코레이와 부부
존 헤일 목사 —————
엘리자베스 프락터——— 존 프락터와 부부
프랜시스 너스—————
에제키엘 취이버————
헤릭 경찰관——————
하소온 판사——————
댄포스 부지사—————
사라 굿 ———————
호프킨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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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1막

매사추세츠 주의 세일럼에 있는 사무엘 패리스 목사의 이층, 침실 1692년 봄이다. 왼쪽에 좁은 창문


이 하나 있다. 그 유리창을 통해서 아침의 햇살이 스며들어온다. 오른쪽에 침대가 하나 그 가까이에
서 촛불이 아직 타고 있다. 뒷면에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문이 있다. 방은 궁색한 분위기가 뚜렷하다.
서까래가 들어나 있고 나무의 색깔이 아무렇게나 칠해져 보기에 흉하다. 막이 오르면 패리스 목사가
침대 가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리고 있다. 그의 딸 열 살 먹은 베티 패리스가 침대에 힘없이 누워
있다. 패리 목사는 이제 소리를 내어 기도한다. 기도 내용은 들리지 않지만 무언가 무척 당황해하고
있는 느낌이다. 중얼대다가는 우는 것 같기도 하고 울다가는 다시 기도를 한다. 그러나 그의 딸은 침
대 위에서 꼼짝 않고 있다. 문이 열리고 그의 흑인 노예 티튜바가 들어온다. 40대에 접어든 여인이
다. 옛날 패리스가 입교하기 전에 상인으로서 수년간 바바도스에서 지낼 적에 그곳에서 데리고 온 노
예이다. 그녀는 자기가 그렇게도 예뻐해 온 베티의 경과가 궁금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들어온다. 그
러나 그녀는 멈칫 한다. 이 집에서 일어나는 모든 불화는 결국 자기한테 덮쳐온다는 것을 그녀의 노
예적인 감각으로 금방 느꼈기 때문이다.

[티튜바] (이미 한발을 뒤로 빼면서) 우리 베티가 곧 나을까요?


[패리스] 나가!
[티튜바] (문 쪽으로 물러서며) 우리 베티가 설마 죽지는 않겠죠…….
[패리스] (격노에 치받쳐 일어나며) 나가라니까! (그녀는 나간다) 나가란 말이야……. (그는 울음을
터뜨린다. 그는 이를 악물고 울음을 참는다. 문을 닫고 거기에 기댄다. 기진하여)
[패리스] 오! 하느님! 저를 도와주옵소서! (공포에 떨며 울음 속에서 혼잣말을 한다.) (그는 침대로
가서 베티의 손을 쥔다.) 베티, 아가 귀여운 아가야, 이제 그만 일어나지 않을래? 네 눈 좀 떠 보아
라, 응? 베티, 얘야 …….

그가 다시 무릎을 꿇으려고 할 때 그의 질녀 아비게일 월리엄즈가 들어온다. 열일곱 살의 소녀로 굉


장히 아름답다 고아이며 가장하는 데에 있어서 천재적 소질을 갖고 있다. 그녀는 매우 근심스러운 척
하며 깍듯이 예의를 차린다.

[아비게일] 아저씨! (그는 그녀를 쳐다본다) 수잔나 월코트가 그리그즈 의사한테서 돌아왔어요.
[패리스] 오, 들어오라고 해라, 들어오라고 해.
[아비게일] (수잔나를 부르려고 상체를 문밖에 내민다. 수잔나는 두서너 걸음 밑에 있다) 들어와, 수
잔나.

수잔나 월코트는 아비게일 보다 「조금 어리고 신경질적이며 성질이 몹시 급한 소녀이다. 그녀는 들어


온다.

[패리스] (조급하게) 의사께서 뭐라고 하시더냐?


[수잔나] (베티를 보려고 패리스 주위로 목을 길게 빼며) 저보고 가서 이렇게 말씀 드리랬어요, 목사
님. 책을 전부 뒤져봐도 베티의 약에 대해선 나와 있질 않대요.
[패리스] 그렇다면 더 찾아보라고 해.
[수잔나] 네, 목사님. 선생님께서는 목사님과 헤어진 뒤부터 지금까지 줄곧 찾아보셨대요. 저보고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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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님께 베티의 병의 원인을 비자연적인데서 찾아보는 게 좋겠다고 말씀 전하라셨어요.


[패리스] (눈이 점점 커진다) 아냐, 그럴 리가 없어. 비자연적인 원인은 절대로 없어. 다시 가서 내
가 베벌리의 헤일 목사님을 부르러 보냈고 그분이 오시면 이 점을 확인해 주실 거라고 말씀 드려라.
약을 더 찾아보시라고 하고 비자연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더 이상 생각을 마시라고 해, 그런 것은 여
기에 없으니까.
[수잔나] 네, 목사님. 전 말씀만 전했을 뿐예요. (그녀는 나가려고 몸을 돌린다)
[아비게일] 마을에 가서 이 일에 대해서 암 말도 해선 안 돼, 수잔나.
[패리스] 곧장 집으로 가거라. 그리고 비자연적인 원인에 대해선 절대로 입을 열어서는 안 된다.
[수잔나] 네, 목사님. 베티를 위해 기도하겠어요. (그녀는 나간다.)
[아비게일] 아저씨! 마술에 관한 소문이 동네에 자자해요. 제 생각 같어선 아저씨가 직접 내려가셔서
그런게 아니라고 말씀 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응접실에 사람들이 빽빽이 모여들었어요, 목사
님. 여긴 제가 있을게요.
[패리스] (압박감을 느끼며 그녀에게 몸을 돌린다) 그래, 가서 저 사람들에게 뭐라고 말할까? 내 딸
과 내 질녀가 숲속에서 이교도처럼 춤을 추고 있더라고 말하랴?
[아비게일] 그래요, 아저씨. 우리는 춤을 추었어요. 제가 고백한 대로 저 사람들한테 말씀하세요. 제
가 매를 맞아야 한다면 맞겠어요. 그렇지만 지금 저 사람들은 마술이라고 떠들어대고 있어요. 베티는
마술에 홀린 게 아녜요.
[패리스] 아비게일, 네가 나한테 사실을 얘기해 주기 전엔 난 사람들 앞에 나설 수가 없어. 저 얘하
고 숲속에서 무얼 했니?
[아비게일] 우리는 그냥 춤을 추었어요, 아저씨. 춤을 추고 있는데 갑자기 아저씨가 덤불 속에서 나
타나셔서 베티가 놀래 기절한 거예요. 그것 뿐예요.
[패리스] 아가, 앉거라.
[아비게일] (떨면서 앉는다.) 전 베티를 조금도 해치지 않았어요. 전 베티를 정말로 사랑해요.
[패리스] 자, 아가, 내 말을 들어봐. 네가 받을 벌은 때가 되면 받게 되겠지. 하지만 만일에 네가 숲
속에서 유령과 만났다면 난 그걸 지금 알아야겠다. 분명히 내 적들이 그걸 알아내고서 날 파멸 시킬
테니까. 그러기 전에 …….
[아비케일] 그렇지만 우리는 주문을 통해서 유령을 부른 일이 없는걸요.
[패리스] 그렇다면 저 애가 왜 한밤중부터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냐? 이 애는 절망적이야! (아비게일
은 눈을 떨군다.) 사실을 말해. 내 적들이 먼저 밝혀내기 전에 너희들이 거기서 무얼 했는지 좀 알려
다오. 아비게일 내게 적이 많다는 걸 알고 있지?
[아비게일] 그렇다고 들었어요, 아저씨.
[패리스] 날 강단에서 몰아내려는 패들이 있단 말이야 무슨 말인지 알겠니?
[아비게일] 네, 목사님.
[패리스] 그런데 언제라도 파멸할 것 같은 이 험난한 때에 그래, 내 집이 불경한 짓거리의 소굴임
이 들어나고 숲속에서는 추악한 짓들이 벌어진다면…….
[아비게일] 그저 장난이었어요, 아저씨!
[패리스] (베티를 가리키며) 이게 장난이란 말이지? (그녀는 눈을 떨군다. 그는 설득한다.) 아비게
일, 의사한테 도움이 될 만한걸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제발 내게 얘기해다오, 부탁이야. (그녀는
잠자코 있다.) 내가 너희들 앞으로 갔을 때 티튜바는 불덩이 위로 팔을 흔들고 있었다. 왜 그랬니?
그리고 그 여자 입에선 줄곧 외마디 소리와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꼭 무슨 말
못하는 짐승처럼 불덩이 위로 몸을 뒤틀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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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게일] 그 여잔 여느 때처럼 바바도스의 노래를 불렀고 우리는 춤을 추었던 것 뿐예요.


[패리스] 내가 이 눈으로 직접 목적한 것은 묵과할 수는 없다, 아비게일. 왜냐하면 내 적들 역시 그
걸 묵과하지 않을 테니까. 풀밭위에 옷이 하나 놓여 있었다.
[아비게일] (전혀 모른다는 듯이) 옷이요?
[패리스] (몹시 힘들게 말하며) 그래, 옷이었어. 그리고 생각나는데 누군가가 벌거벗고 나무 사이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아비게일] (공포에 질려) 없었어요! 아저씨가 잘못 보셨어요!
[패리스] (화가 나서) 똑똑히 봤어! (그는 그녀로부터 떨어져 나온다. 그리고는 결심한 듯) 자, 이제
진실을 말해다오. 아비게일 네가 지니고 있는 진실의 중요성을 스스로 깨닫기 바란다. 내 목사직은
위태롭다. 내 목사직과 어쩌면 네 사촌의 생명까지도 위험해. 너희들이 어떤 추악한 짓을 했더라도
지금 나한테 모든 걸 얘기해라. 아무것도 모르고서는 저 밑에 있는 사람들한테 갈 수가 없어.
[아비게일] 그 이상은 아무것도 없었어요, 맹세해요, 아저씨.
[패리스] (그녀를 응시한다. 머리를 끄덕인다. 반신반의 하며) 아비게일, 난 삼년간이라는 긴 세월을
이곳의 완고한 사람들을 내편으로 만들기 위해서 열심히 싸워왔다. 그래서 지금 겨우 이 교구에서 평
판이 좋아지기 시작했는데 네가 내 인격에 먹칠을 한 거야. 아가, 난 너에게 집을 주었고 또 옷을 입
혀 주었다. 자 ,똑바로 대답을 해봐, 마을에서 네 이름은 아주 순결하지 그렇지?
[아비게일] (약간 화가 나서) 그래요, 저 자신 확신해요, 목사님. 내 이름에 수치스러운 데는 조금도
없어요.
[패리스] (적절하게) 아비게일 네가 말한 이유 말고 다른 이유는 없었나? 프락터의 가정부로서 해고
당할 때 말이다. 내가 들은 얘기로는 그 여자가 올해에 통 교회엘 나오지 않는데 그 이유가 더러운
것과 가까이 앉기가 싫어서라는 거야, 그게 무슨 뜻이냐?
[아비게일] 그 여잔 날 미워하고 있어요, 아저씨. 그렇겠죠. 내가 그 여자의 노예는 아니니까요. 아주
고약한 여자예요. 거짓말 잘 하고 차갑고 청승맞은 여자예요. 그 따위 여잘 위해서 내가 무엇 때문에
일을 하겠어요!
[패리스] 그렇지도 모르지. 하지만 네가 그 집을 나온 지가 벌써 칠 개월이나 되는데 널 고용하겠다
는 사람이 하나도 없으니 염려되는구나.
[아비게일] 사람들이 노예를 원하기 때문이에요. 바바도스에나 가서 구해보라고 하죠. 난 노예가 아
니니까요.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내 얼굴을 더럽히지 않을래요! (그에 대한 악의를 숨기면서) 아저씬
제가 이 집에서 사는 게 싫으신 모양이죠?
[패리스] 아냐……. 아냐
[아비게일] (성을 내며) 마을에서 내 이름은 순결해요! 내 이름이 더럽혀지는 것은 용서 못해요! 프
락터는 수다쟁이 거짓말쟁이예요!

앤 푸트남 부인이 들어온다. 마흔 다섯의 삐뚤어진 부인이다. 죽음이 얼굴에 서려 있고 꾼에 시달린


여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

[패리스] (문이 열리는 것과 동시에) 안 돼. 안 돼. 아무도 들어오지 마. (그는 그녀를 본다. 일종의
존경심이 그의 마음속에 움튼다. 비록 걱정은 그대로 남아 있지만) 오 푸트남부인 들어오세요.
[푸트남부인] (숨을 크게 들이쉬고 눈은 빛난다) 기적예요, 분명히 당신은 마귀한테 한 대 얻어맞았
어요,
[패리스] 아닙니다, 푸트남부인.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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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트남부인] (베티를 응시하며) 얼마나 높이 날았죠? 얼마나 높이?


[패리스] 아닙니다, 아니라니까요. 저 앤 날지 않았어요.
[푸트남부인] (매우 즐거워서) 분명히 날았어요. 콜린즈 씨가 그러던데 잉거솔의 헛간을 넘어서 새처
럼 사뿐히 내려앉더라던대요.
[패리스] 내 말을 잘 들으셔요, 푸트남 부인. 저 앤 절대로…….

토마스 푸트남이 들어온다. 쉰 살에 가깝고 손이 거친 부유한 지주이다.

[푸트남] 하늘의 뜻이요. 사건은 명백해졌소! 신의 섭리요.

그는 곧장 침대로 간다.

[패리스] 무엇이 명백해졌다는 겁니까? 무엇이?

푸트남 부인이 침대로 간다.

[푸트남] (베티를 내려다보며) 이거 봐, 저 애 눈이 감겨 있는데! 봐요, 앤.


[푸트남부인] 그것 참 이상하네요. (패리스에게) 우리 애 눈은 떠 있는데.
[패리스] (질식할 듯이) 댁의 루스도 아픕니까?
[푸트남부인] (악의에 찬 확신을 갖고) 그걸 아프다고 할 수는 없어요. 악마가 끼치는 영향은 아픔보
다 더 지독한 거예요. 그건 죽음이 죽음의 악령이 걔들 속으로 들어간 거예요.
[패리스] 오 그만두세요! 저, 루스는 어느 정도입니까
[푸트남부인] 알아야 될 만큼 알고 있어요. 오늘 아침 내내 잠에서 깨어나질 않았어요. 헌데 눈은 빠
끔히 뜬 채거든요. 걷기도 해요. 아무것도 듣지도 못하고 먹지도 못해요. 그 애의 영혼은 이미 홀렸
어요, 확실해요. (패리스는 심한 타격을 받은 듯 당황한다.)
[푸트남] (더 자세히 캐물으려는 듯이) 베벌리의 헤일 목사님을 불렀다면서요?
[패리스] (이제는 확신이 거의 없다.) 예방조처일 뿐입니다 그분이 마술 같은 일에 경험이 많으신 분
이라서…….
[푸트남부인] 정말예요. 그분은 작년에 베벌리에서 마귀를 찾아냈어요. 기억하시죠?
[패리스] 앤, 사람들이 그저 그 여자를 마귀라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이곳엔 마술 같은 것은 없다고
난 확신해요.
[푸트남] 마술이 전혀 없다고요! 이봐요, 패리스씨…….
[패리스] 토마스, 토마스, 부탁이요. 그렇게 마술이라고 속단하지 마시오. 적어도 당신은……. 토마스,
당신은 그런 재앙이 내게 떨어지는 것을 바라진 않을 거요. 우리는 마술이라고 속단해선 안 됩니다.
내 집에서 일어난 그 부패를 보고 사람들이 날 세일럼에서 몰아내고 말거요.
[푸트남] (이 순간 그는 의도적으로 패리스를 혼돈의 와중 속으로 몰아세우려 한다. 그는 패리스에게
경멸 이외의 감정을 품어본 적이 없다.) 패리스 씨, 난 이제까지 무슨 일에도 당신 편에서 왔소. 앞
으로도 그럴 거요. 하지만 당신이 이번 일을 은폐하려고 든다면 나의 태도는 달라질 것이오. 이 아이
들에게 손을 얹고 있는 가증스럽고 앙심 깊은 유령들이 있단 말이오.
[패리스] 하지만 토마스, 당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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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트남] 앤! 패리스씨에게 그 얘길 해드려요.


[푸트남부인] 패리스 목사님. 전 이제까지 일곱 아이들을 낳았는데 모두 세례도 받지 못한 채 죽어버
렸습니다. 제 말을 믿으세요. 목사님, 목사님도 아직껏 그렇게 건강한 아이들을 보신 적이 없을 거예
요. 헌데 이 아이들이 모두 태어난 바로 그날 밤에 제 팔에 안긴 채 죽었단 말예요. 말은 안했지만
무언가 가슴속에서 외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헌데 지금 올해에 와서 우리 루스에게, 하나
밖에 없는 우리 루스에게 자꾸만 이상이 생기는 거예요. 누구한테 보일 수도 없는 아이가 돼버렸어
요. 마치 젖을 빨고 있는 입으로 제 생명까지 빨아들이는 듯이 애가 점점 오그라들고 있어요. 그래서
전 댁의 티튜바한테 그 애를 보이려고 생각 했어요…….
[패리스] 티튜바한데요! 티튜바가 무얼?
[푸트남부인] 티튜바는 죽은 사람과 얘기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어요, 패리스씨.
[패리스] 앤, 주문으로 죽은 자를 불러내는 것은 무서운 죄악입니다!
[푸트남부인] 그 벌은 내가 받겠어요. 허지만 누가 내 아이들을 죽였는지 확실하게 말해줄 사람은 티
튜바 밖에 없어요.
[패리스] (몸서리치며) . 부인!
[푸트남부인] 그 애들은 살해당한 거예요. 패리스씨! 증거를 대겠어요! 잘 들으세요! 어제 밤에 우리
루스가 그 어린 망령들과 아주 가까이 있었어요. 확실해요, 목사님. 그거는요, 만일에 어떤 어둠의 힘
이 그 애 입을 막지 않았다면 어떻게 그 애가 갑자기 벙어리가 될 수 있겠어요? 이건 아주 확실한
증거예요, 패리스씨!
[푸트남] 이해가 안가십니까? 우리들 사이에 사람을 죽이는 마귀가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있는 겁
니다. (패리스는 베티에게 돌아선다. 미칠 듯한 공포가 그의 내부에서 솟아오른다.) 당신의 적들이
이것을 제멋대로 생각할겁니다 더 이상 묵과하지 마시오.
[패리스] (아비게일에게) 그럼 넌 어제 밤에 주문으로 유령을 불러내고 있던 게로구나?
[아비게일] (목쉰소리로) 내가 아녜요, 목사님……. 티튜바와 루스가 그랬어요.
[패리스] (새로운 공포가 인다. 그는 베티에게 가서 그녀를 내려다본다. 그리고는 얼굴을 돌리며) 오
아비게일 은혜를 잘도 갚는구나! 난 이제 파멸이다.
[푸트남] 파멸이 아니오! 이곳에 굳게 버티고 서시오. 다른 사람이 당신을 힐책하기 전에 스스로 공
표하시오. 당신은 마술을 발견했소!
[패리스] 내 집에서요? 바로 내 집에서 말입니까, 토마스? 사람들이 이 일로 나를 파멸시킬 거요!
그들은 이것을…….

푸트남의 하녀 머시 루이스가 들어온다. 뚱뚱하고 교활하며 잔인한 성격을 가진 열여덟 살의 소녀이


다.

[머시] 죄송합니다. 베티가 어떠나 보려고 왔어요.


[푸트남] 왜 집을 빠져 나왔니? 루스완 누가 함께 있니?
[머시] 할머니가 오셨어요. 루스가 좀 나아진 것 같아요 조금 아까 재채기를 아주 세게 하던데요.
[푸트남부인] 아, 살아나려나 보지!
[머시] 전 한시름 놨어요, 푸트남 부인. 아주 큰 재채기였다고요. 한번만 더 하면 아마 정신도 차릴
거예요. 틀림없어요.( 그녀는 베티를 보려고 침대에 간다.)
[패리스] 날 혼자 있게 좀 해 주오, 토마스. 혼자서 기도를 좀 드려야겠소.
[아비게일] 아저씨 기도는 한 밤중부터 하셨잖아요. 내려 가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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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리스] 아냐……. 아냐. (푸트남에게) 저 아래 모인 사람에게 난 대답할 말이 없습니다. 헤일 씨가


오실 때까지 기다려봐야겠어요. (푸트남 부인을 보내려고) 죄송합니다만…….
[푸트남] 목사님, 악마와 싸워서 이기십시오. 그러면 온 마을이 당신을 축복할 것입니다! 내려가서
그들에게 말하시오……. 같이 기도를 하세요. 저 사람들은 당신의 말씀을 목마르게 기다리고 있습니
다. 목사님! 함께 기도해 주시겠죠?
[패리스] (동요되어) 함께 찬송 부르겠소. 하지만 마술에 대해선 아무 말씀도 하지 마시오. 난 그것
에 대해 토론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직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어요. 내가 이곳에 부임한 이래로 토론
은 충분히 했으니 더 이상 논쟁은 하지 맙시다.
[푸트남부인] 머시, 집에 루스한테 곧 가야된다. 내 말 알겠니?
[머시] 네, 부인. (푸트남부인 나간다)
[패리스] (아비게일에게) 저 애가 창가로 움직이거든 곧 나를 불러라.
[아비게일] 네, 아저씨.
[패리스] (푸트남에게) 오늘 갑자기 저애의 팔 힘이 어떻게나 세졌던지 전 깜짝 놀랐습니다.(그는 푸
트남과 함께 나간다.)
[아비게일] (공포감을 억누르며) 루스는 좀 어떠냐?
[머시] 가망 없어. 잘은 모르지만……. 어제 밤엔 걷는 것이 꼭 송장 같더라.
[아비게일] (몸을 휙 돌려 베티에게로 간다. 목소리에 두려움이 섞여 있다.) 베티? (베티는 움직이지
않는다. 그녀는 베티를 흔든다.) 장난은 이제 그만해! 베티! 일어나 앉아! (베티는 꼼짝하지 않는다.
머시가 다가온다.)
[머시] 좀 때려보려므나. 내가 루스를 한번 호되게 때려주었더니 잠깐 동안 깨어나더라. 내가 한번
해볼게.
[아비게일] (머시를 뒤로 밀어내며) 안 돼. 아저씨가 곧 올라 올 거야. 내말 잘 들어, 사람들이 우리
보고 묻거든 그냥 춤만 췄다고 해. 거기까진 아저씨한테 얘길 했으니까.
[머시] 알았어, 그 밖엔?
[아비게일] 네가 빨가벗은걸 봤대.
[머시] (놀란 웃음과 함께 손뼉을 친다.) 오 맙소사!

메어리 워렌이 숨을 헐떡이며 들어온다. 열일곱 살의 순진하고 외로운 소녀이다.

[메어리 워렌] 어떻게 하지? 마을이 발칵 뒤집혔어! 농장에서 방금 돌아오는 길인데 온 마을이 마술
에 대해서 수군대고 있어! 사람들이 우릴 보고 마귀라고 부를 거야, 에비!
[머시] (메어리 워렌을 쳐다보고 또 손으로 가리키며) 저 애는 사실을 털어놓겠다는 거야. 난 알아.
[메어리 워렌] 에비, 우린 얘길 해야 돼. 마술 죄는 교수형이야. 2년 전 보스턴에서처럼 목을 잘리는
거야! 사실대로 말을 하자 에비! 춤을 추었다고 몇 대 맞는 것이 더 하겠니!
[아비게일] 오, 우리가 매를 맞다니!
[메어리 워렌] 난 아무상관 없다, 에비, 난 그냥 보기만 했으니까!
[머시] (메어리에게 위협적으로 다가서며) 오, 보기만 했다고? 잘 했구나! 잘 했어! 안 그래, 메어
리 웨렌? 엿보는 용기가 아주 대단하신데!

침대에 누워있는 베티가 훌쩍 훌쩍 울기 시작한다. 아비게일은 즉시 그 애한테 몸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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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게일] 베티? (베티에게로 간다.) 자, 베티, 아가, 그만 일어나, 아비게일이야. (그녀는 베티를
일으켜 앉히고 세차게 흔든다.) 때려 줄 테야, 베티! (베티는 흐느껴 울기 시작한다.) 어머나, 아주
많이 나았네. 아빠한테 다 말씀 드렸어, 그러니까 이젠 아무것도…….
[베티] (침대에서 뛰어 내려와 아비게일을 보고서 놀래 벽에 부딪혀 쓰러진다.) 엄마를 보내줘!
[아비게일] (놀래서 조심스럽게 베티에게 접근하며) 왜 그래 베티? 엄만 벌써 돌아 가셨잖아. 지금
은 무덤 속에 계셔.
[베티] 엄마한테 날아갈 테야. 날 날게 해줘! (마치 날아가려는 것처럼 팔을 든 채 창가로 향한다.
이미 한발을 창밖에 내 놓고 있다.)
[아비게일] (그녀를 창문에서 끌어내며) 아빠한테 다 말씀 드렸어. 아빠도 지금은 전부 아셔! 다 아
신다니까…….
[베티] 너는 피를 마셨어 에비! 아빠한테 그건 말하지 않았지?!
[아비게일] 다시 그런 말 하면 못써! 앞으로 절대로!
[베티] 넌 피를 마셨어! 존 프락터의 아줌마를 죽이려고 주문을 마셨어! 프락터 자매를 죽이려고 주
문을 마셨어!
[아비게일] (그녀의 얼굴을 세게 때린다) 닥쳐! 그만 닥치지 못해!
[베티] (침대 위로 쓰러지며) 어마 엄마! (그녀는 운다.)
[아비게일] 다들 잘 들어. 우리는 춤을 추었다. 그리고 티튜바가 루스 푸트남의 죽은 언니들을 주문
으로 불렀다. 이게 전부야. 그리고 언제나 조심해. 만일 너희들 중에 누가 그 밖의 일에 대해서 한마
디라도 입 밖에 내면, 아니 그런 냄새를 피우기라도 하면, 난 어느 아주 무서운 밤에, 깜깜한 시간에
너희들을 찾아가서 무시무시한 가시 심판을 내릴 테야. 내게 그런 능력이 있다는 건 너희들이 잘 알
지? 인디안 놈들이 바로 내 옆에 누워 계시던 아빠와 엄마의 머리를 도끼로 내려찍는 장면을 보고도
난 끄떡 안했어. 그리고 밤마다 피비린내 나는 무서운 일을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아 왔어. 난 너희
들이 밤이 무서워서 해가 지는 것을 원망하게도 할 수 있어! (그녀는 베티에게로 가서 거칠게 일으
켜 앉힌다.) 이것아! 일어나서 장난은 그만해!

그러나 베티는 그녀의 팔 속에 쓰러지고 힘없이 침대에 눕는다.

[메어리 워렌] (공포로 거의 발작할 것 같다.) 이 애가 어떻게 된 거지? (아비게일은 놀래서 베티를
응시한다.) 아비! 죽으려나 봐! 마술을 부린다는 것은 죄악이야! 그리고 우린…….
[아비게일] (메어리에게 다가가며) 입을 다물어, 메어리 워렌! (존 프락터가 들어온다. 그를 보고 메
어리 워렌은 흠칫 놀랜다. 그의 하녀 메어리 워렌은 당황과 두려움으로 제대로 말을 못한다.)
[메어리 워렌] 오! 지금 막 집에 가려던 참이었어요. 프락터 씨!
[프락터] 네가 그렇게 바보니, 메어리 워렌? 귀머거리야? 이 집을 떠나라고 했잖아? 내가 뭣 때문
에 너한테 월급을 주니? 도망친 소보다 너 찾기가 더 힘이 들어서야 어떻게 해?
[메어리 워렌] 굉장한 일이 있다고 해서 잠깐 보러 왔어요.
[프락터] 며칠 내로 내가 엉덩짝에다가 굉장한 일을 보여주마. 어서 집에 가봐, 아내가 네 일거릴 갖
고 기다리고 있어!

한 조각 위엄이라도 유지하려고 애쓰면서 그녀는 천천히 나간다.

[머시] (한편으로는 그가 무섭고 또 한편으로는 이상한 흥미를 느끼며) 나도 가는 게 좋겠어. 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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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를 돌봐야해. 먼저 가겠습니다, 프락터씨.

머시는 옆걸음질 치며 나간다. 프락터가 나타난 뒤부터 아비게일은 그가 앞에 있다는 사실에 황홀하
여 눈을 크게 뜨고 발끝으로 서있는 듯하다. 그는 그녀를 응시하다가 침대에 누워 있는 베티에게로
간다.

[아비게일] 아 당신의 그 뜨거운 입김을 잊을 뻔 했군요……. 존 프락터!


[프락터] (아비게일을 쳐다보며 무심한 웃음을 짓는다.) 이 집에서 이게 무슨 재앙이야?
[아비게일] (신경질적으로 웃으며) 저 애가 괜히 바보짓을 하고 있는 거예요.
[프락터] 우리 집을 지나는 행길이 아침 내내 세일럼으로 가는 순례자로 들끓더군. 온 읍내가 마술에
대해서 수군대로 있어.
[아비게일] 아주 멋지겠군요! (그녀는 음흉하고 표독스런 자태로 그에게 더 가까이 접근한다. 애교
있게) 어제 밤에 우린 숲속에서 춤을 추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아저씨가 나타나셨어요. 그래서
저 애가 놀래 기절을 했어요. 그것 뿐예요.
[프락터] (입가에 미소를 더 띠며) 넌 아직도 심술쟁이구나, 응!? (그녀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싹 가
신다. 그녀는 대담하게 더 가까이 접근하여 그의 눈을 열정적으로 바라본다.) 넌 스무 살도 못돼서
형틀에 매여 벌을 받을 거야.

그는 나가려고 한 걸음 옮겨 놓는다. 그녀는 재빨리 그의 길을 막는다.

[아비게일] 제게 한 마디만 해주세요, 정다운 말을.

그녀의 욕망이 강렬함을 보고 그의 웃음은 일그러진다.

[프락터] 에비, 이미 끝난 일이야.


[아비게일] (힐책하듯) 그래, 바보 같은 계집애가 나는 것을 보려고 여기까지 5마일이나 걸어왔단
말예요? 당신은 그럴 분이 아녜요.
[프락터] (그녀를 단호하게 제치며) 네 아저씨가 어떤 불행을 겪고 있는지 알고 싶어서 왔다.(마지막
으로 강조한다.) 이제 그런 생각은 버려, 에비.
[아비게일] (그의 손을 움켜쥐며) 존, 전 밤마다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프락터] 에비, 기다리라는 얘길 난 한 적이 없는데.
[아비게일] (분노가 끊어 오르기 시작한다. 그녀는 이 말을 믿을 수가 없다.) 얘기 이상의 것이 있었
다고 생각하는데요!
[프락터] 에비, 곧 잊게 되겠지. 더 이상 널 만나러 오지는 않겠어.
[아비게일] 지금 날 데리고 장난을 하는 거예요?
[프락터] 네가 날 잘 알잖니?
[아비게일] 네, 잘 알아요. 당신은 늘 집 뒤에서 내 등을 끌어 당겼어요. 내가 가까이 갈 때마다 종
마처럼 땀을 흘렸어요! 아닌가요? 내가 그런 꿈을 꾼 건가요? 날 내 쫓은 것은 그 여자예요. 당신
이 그런 것처럼 꾸며 봐도 난 안 속아요. 그 여자가 날 내 쫓을 때 당신의 표정을 봤어요. 당신은
그때 날 지금보다 더 사랑했어요!
[프락터] 에비 그렇게 함부로 얘길 하지 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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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게일] 할 만하니까 하는 거예요. 그 여자가 날 내 쫓은 뒤로 난 당신을 눈여겨봤어요. 밤마다


당신을 지켜봤어요.
[프락터] 이 칠개월 동안 난 농장에 한 발짝도 나와 본 적이 없는데.
[아비게일] 열기를 느낀 거예요, 존. 당신의 뜨거운 열기가 나를 창가로 이끌었어요. 당신은 고독 속
에서 몸을 불태우고 있었고 자주 내 창문을 올려다봤어요. 그런 적이 없었다고 말하시겠어요?
[프락터] 있었겠지.
[아비게일] (부드러워지며) 그럴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당신은 냉정한 남자가 아녜요. 난 당신을 알
아요, 존. 난 당신을 알아요. (그녀는 울고 있다) 꿈 때문에 난 잠을 이룰 수가 없었어요. 일어나서
집 주위를 이리 저리 서성대곤 했어요. 당신이 어느 문을 통해서 나올 것만 같았어요. (그녀는 그에
게 절망적으로 매달린다.)
[프락터] (부드럽게 그녀를 때 놓으며 매우 동정은 가나 단호하게) 어린애로군…….
[아비게일] (불길 같은 화를 내며) 날 어린애라고!
[프락터] 에비, 때때로 내가 네게 그런 마음을 품었었는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앞으로 내 손이 네 몸
에 다시 가닿는다면 난 닿기 전에 스스로 내 손을 잘라버리겠어, 깨끗이 잊어버려ㅡ 우리한텐 아무
관계도 없어.
[아비게일] 있어요.
[프락터] 절대로 없어.
[아비게일] (쓰디쓴 분노가 치민다.) 아, 당신같이 뜨거운 남자가 그런 헐어빠진 여자를 아내라
고…….
[프락터] (화가 나서, 물론 자신에 대한 혐오도 포함돼 있다.) 엘리자베스 얘긴 꺼내지 마!
[아비게일] 그 여자가 온 마을을 쏘다니면서 내 이름을 더럽히고 있는데두요?! 나에 대해서 거짓말
만 늘어놓고 있는데두요? 차갑고 청승맞은 여편네 당신은 그 따위 여자한테 붙들려서 옴짝도 못하고
있는 거예요! 당장에 그 여잘…….
[프락터] (그녀를 흔들면서) 매 맞고 싶어서 이래? (아래층으로부터 찬송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비게일] (눈물을 흘리며) 당신, 존 프락터가 그리워서 이래요. 날 잠에서 깨우고 이 가슴에 지식
을 불어넣어 주신 당신이 그리워서 이래요! 난 세일럼이 어떤 곳인지 몰랐어요. 이 모든 기독교 여
편네들과 신성한 사내들이 가르쳐준 교훈이 모두 거짓이었음을 몰랐어요! 헌데 이젠 당신이 내 눈에
한 가닥 남은 광채마저 지워버리라고 하시는군요. 전 그럴 수 없어요. 절대 못해요! 당신은 날 사랑
하고 있어요. 존 프락터 그것이 죄악이 될진 몰라도 어쨌든 당신은 아직 날 사랑하고 있어요! (그는
나가려고 단호히 몸을 돌린다. 그녀는 그에게 달려간다) 존. 내가 가엽지 않아요? 내가 가엽지 않으
세요?!

찬송 중에 "예수께로 올라가리" 라는 구절이 들린다. 베티가 갑자기 귀를 틀어막고 크게 흐느껴 울기


시작한다.

[아비게일] 베티?

그녀는 황급히 베티에게 달려간다. 베티는 일어나 앉아서 크게 울어대고 있다. 프락터는 베티에게 다
가가고 아비게일은 "베티! "베티!" 하고 부르면서 그녀의 손을 끌어 내리려고 애쓴다.

[프락터] (점점 힘이 없어지며) 이 애가 뭘 하고 있는 거야? 얘, 누가 널 그렇게 괴롭히니?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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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어라! (이러는 중에 찬송 소리는 뚝 멈추고 이내 패리스가 뛰어 들어온다.)


[패리스] 무슨 일이야? 그 애한테 뭘 하고 있소? 베티!

그는 베티 베티! 라고 외치면서 침대로 달려간다. 푸트남 부인이 호기심에 가득차서 들어온다. 이어


서 토마스 푸트남과 머시 루이스가 들어온다. 패리스는 침대 가에서 베티의 얼굴을 가볍게 때린다.
베티는 신음소리를 내며 일어나려고 애쓴다.

[아비게일] 찬송 소리를 듣더니 갑자기 일어나서 울기 시작했어요.


[푸트남부인] 찬송! 찬송이라고! 저 앤 주님의 이름을 듣고 괴로워 견딜 수가 없게 된 거에요!
[패리스] 그래요, 하나님의 뜻이요. 빨리 의사한테 뛰어 가서 지금 일어난 일을 말씀 드려라!

머시는 뛰어 나간다.

[푸트남부인] 저게 신호에요! 잘 보세요!

레베카 너스가 들어온다. 일흔 두 살의 백발의 노파이다 지팡이를 짚고 있다.

[푸트남] (울고 있는 베티를 가리키며) 저게 바로 마술이 있다는 명백한 증겁니다, 너스부인. 확실한
증거예요.
[푸트남부인] 우리 어머니께 저런 얘길 들어본 적이 있어요! 저런 애들이 주님의 이름을 들으면 괴
로워 견디질 못해서…….
[패리스] (떨면서) 레베카, 레베카, 저 애한테 가보세요. 우리는 속수무책입니다. 주님의 이름을 듣고
갑자기…….

자일즈 코레이가 들어온다. 여든 세 살이며 주름살이 가득하고 단정하며 호기심이 많은 노인으로 아


직 건장한 편이다.

[레베카] 중환자가 있어요, 자일즈 코레이. 조용히 하세요.


[자일즈] 난 아직 한 마디도 안했는걸. 여기 있는 사람이 다 알아요. 저 애가 다시 날 것 같나? 하
늘을 난다고 들었는데.
[푸트남] 조용히 하세요! (완전한 침묵이 흐른다. 레베카는 방을 가로질러 침대로 간다. 온화함이 그
녀로부터 스며 나온다. 베티는 눈을 감은 채 조용히 울고 있다. 레베카는 그저 어린 아이 위에서 있
다. 아이는 점점 울음을 그친다.)
[푸트남부인] (놀래서) 어떻게 하신 거예요, 레베카?

레베카는 생각에 잠겨 침대를 떠나 앉는다.

[패리스] (놀랍고도 기뻐서) 아니,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레베카?


[푸트남] (열렬히) 너스, 우리 루스한테도 가셔서 좀 깨워주세요!
[레베카] (앉으면서) 깰 때가 되면 깨겠죠. 진정하세요. 난 자식이 열하나, 손자 손녀가 스물여섯이
에요. 누구나 다 이런 어리석은 시절을 거치는 법예요. 싫증이 나면 깨어날 겁니다. 어린애들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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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정말로 어린애 같아요. 아무리 빨리 달려 봐도 붙잡을 수가 없거든요. 그저 똑바로 자리에 서서


기다리면 사랑으로 해서 곧 돌아오지요.
[프락터] 그렇죠, 옳은 말씀이십니다. 레베카.
[푸트남부인] 이건 어리석은 시절과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 레베카. 우리 루스는 정신이 홀려 있어
요. 레베카, 먹지도 못해요.
[레베카] 배가 고프지 않은가 보죠. (패리스에게) 마귀들을 잡으러 가시겠다는 생각은 하지 마셨으면
해요. 밖에서 들으니 그런 약속을 하시는 것 같던데.
[패리스] 많은 사람들이 우리들 중에 마귀가 끼여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음을 깨우쳐주고 싶어요.
[프락터] 그렇다면 바로 나가셔서 그들의 생각이 잘못됐다고 말씀을 하세요. 당신은 마귀들을 찾아내
달라고 그 목사님을 초청하기 전에 교회 임원들과 일차 상의라도 하셨습니까?
[패리스] 그분은 마귀 때문에 오시는 게 아닙니다!
[프락터] 그럼 뭣 때문에 오는 겁니까?
[푸트남] 마을의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소, 선생!
[프락터] 아무도 죽지 않아요. 당신 위주로만 사회를 생각하지 마세요. 푸트남씨 (패리스에게) 사전
에 협의라도 갖고서 그분을…….
[푸트남] 협의라면 이제 진저리가 나오. 협의를 안 하고선 고개도 돌릴 수 없습니까?
[프락터] 고개야 돌릴 수 있겠죠. 지옥 쪽만 아니라면 말입니다!
[레베카] 자, 자, 존 그만둬요. (사이 그는 그녀의 말에 복종한다) 패리스씨, 내 생각엔 헤일 목사님
을 오는 대로 돌려보내는 게 좋을 듯싶어요. 그러지 않으면 전부가 서로 다투기 만할 거예요. 올핸
좀 평안할거라고들 생각했는데 이 일은 우리 의사한테 맡깁시다. 그리고 우리는 좀 더 진실하게 기도
를 합시다.
[푸트남부인] 레베카, 의사는 벌써부터 손을 들고 말았어요!
[레베카] 그렇다면 하느님께로 가서 그 원인을 여쭤 보도록 하죠. 마귀들을 찾아내겠다는 것은 굉장
히 위험한 일예요. 난 그게 두려워요. 두렵습니다. 차라리 우리 자신을 책망 하도록 합시다. 그리
고…….
[푸트남]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자신을 책망한단 말입니까? 우리 형제는 아홉 명이나 됩니다. 이 지
방은 푸트남의 씨가 번성시켰습니다. 헌데도 난 자식이 겨우 하나 여덟 명 중에서 다 죽고 하나뿐이
안 남았어요. 헌데 그것마저 지금 시들해가고 있단 말이오!
[레베카]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푸트남부인] (점점 더 비꼬며) 하지만 사실인걸요. 할머니 생각엔 할머니가 자식 하나 손주 하나 잃
지 않은 것하고 내 자식들이 다 죽고 하나만 살아남은 것이 모두 하느님의 뜻이라는 거죠?
[푸트남] (패리스에게) 헤일 목사님이 오시면 즉시 이곳에 관련돼 있는 마술의 흔적을 찾는 일에 착
수하시오.
[프락터] (푸트남에게) 당신한텐 패리스 씨에게 명령할 권리가 없습니다. 여기선 이름으로 투표를 하
지, 재산으로 하지 않습니다.
[푸트남] 당신이 언제부터 그렇게 마을 일에 관심이 많았소? 지난번 눈이 온 다음부터 주일 예배 때
에 한 번도 참석 하지 않은 당신이.
[프락터] 내게도 충분한 이유가 있어요. 5마일이나 걸어와서 예배에 참석해 보면 저 양반은 언제나
지옥의 화염과 가혹한 천벌에 관해서만 설교를 하고 있습니다. 그걸 어떻게 견디란 말입니까? 명심
해 두시오, 패리쓰 씨. 당신이 하느님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기 때문에 교회를 멀리하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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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들이 아주 많아요.
[패리스] 흠, 대단한 훈계로군요!
[레베카] 어느 정도 사실입니다. 어린애들을 교회에 보내기를 꺼려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패리스] 난 어린애들을 위해서 설교하지 않아요, 레베카. 교회에 대한 의무를 소홀히 하는 건 어린
애들이 아닙니다.
[레베카] 정말로 소홀히 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패리스]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요. 세일럼 주민의 반 이상이…….
[푸트남] 반이 뭡니까? 훨씬 더 많아요!
[패리스] 내가 가진 게 도대체 뭐가 잇습니까? 땔감조차도 없어요. 계약에 보면 난 모든 땔감을 제
공받기로 돼 있습니다만 11월에 와서도 내겐 지푸라기 하나 없습니다. 11월에도 내 손은 런던의 거
지처럼 퉁퉁 얼어붙어 있단 말이오!
[자일즈] 연료비로 일 년에 6파운드씩 받고 있지 않소, 패리스 씨?
[패리스] 난 그 6파운드를 내 봉급의 일부로 생각합니다, 그걸 연료비료 쓰지 않고 내 봉급에다 포
함시켜도 내 봉급은 너무 적어요,
[프락터] 60파운드의 봉급에다 별도로 6파운드의 연료비를 맡으면서…….
[패리스] 내 봉급은 60파운드요, 프락터 씨! 난 팔 밑에 책을 끼고 다니며 설교를 하는 농사꾼이 아
니오, 난 하버드 대학 출신이란 말이오.
[가알즈] 아, 그래서 그렇게 계산에 밝으시군!
[패리스] 코레이 씨, 일 년에 고작 60파운드를 주면서 나 같은 사람을 찾으려면 모르긴 몰라도 아마
꽤 힘들거요. 난 이런 빈궁한 생활엔 익숙하지 못합니다. 난 주님을 위해 봉사하려고 바바도스에서
그 잘되는 사업도 버린 사람이요. 그걸 후회하는 건 아니지만 도대체 내가 뭣 때문에 여기서 학대를
받아야 합니까? 난 아무 제안도 할 수 없소. 하기만 하면 그저 물어뜯고 싸우기나 하려고 덤빕니다.
그래서 난 자주 이곳 어디엔가 마귀가 숨어있지나 않나 생각하게 됩니다. 난 당신네들을 달리 이해할
수가 없어요.
[프락터] 패리스 씨, 이 집의 소유권을 요구했던 목사는 당신이 처음이요…….
[패리스] 여보시오! 그래 목사는 살 집도 가져서는 안 된단 말이요?
[프락터] 살 집이야 필요하죠. 그렇지만 그 소유권을 주장 하는 것은 교회 자체를 소유하겠다는 게
아닙니까? 내가 지난번에 마지막으로 참석했던 예배 때에 당신은 그 양도 문제하고 헌물에 대해서만
장황하게 설교를 했었소. 교회가 무슨 경매장 같습디다.
[패리스] 난 신임의 표시를 원했던 거요, 그뿐이요! 최근 칠 년 동안에 난 당신의 세 번째 목사입니
다 .난 사람들이 변덕을 부릴 때마다 고양이 새끼처럼 내 팽개쳐지는 목사가 되기 싫어요. 당신네들
은 도대체 목사가 교구 내에서는 유일한 하늘의 사도이고 또 목사를 그렇게 업신여겨서 무시하거나
반박해선 안 된다는 걸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소!
[푸트남] 그래요!
[패리스] 순종을 하든지 아니면 지옥이 불타듯 교회가 불타버릴 것이니 둘 중에 하나를 택하시오!
[프락터] 단 한번만이라도 그 지옥 얘기를 빼놓고 말 할순 없소? 지옥이라면 이제 말만 들어도 구역
질이 납니다!
[패리스] 듣기 좋은 소리가 당신을 위하는 소리는 아니오!
[프락터] 진심을 얘기했을 뿐입니다!
[패리스] (분노에 쌓여) 도대체 뭐요, 우리가 퀘이커 교도란 말이요? 우린 아직 퀘이커 교도도 아니
오. 프락터 씨! 그런 건 당신 추종자들한테나 얘기 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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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락터] 내 추종자들이라고!
[패리스] 이 교회 안에 한 파벌이 있소, 난 장님이 아니오. 분명히 파벌이 있어요!
[프락터] 당신에 대항하는?
[푸트남] 그와 모든 권위에 대항하는!
[프락터] 아 그래요? 그렇다면 나도 찾아가서 합세 해야겠는걸.

다른 사람들 사이에 충격이 인다.

[레베카] 저 사람은 그런 뜻이 아녜요,


[푸트남] 이제야 본심을 드러낸 거요!
[프락터] 내가 말한 대롭니다 난 이 "권위"의 냄새가 싫어요.
[레베카] 존, 목사님과 싸워선 안 돼. 어째 오늘은 좀 이상하네. 목사님의 손을 잡고 화해를 해요.
[프락터] 가서 씨도 뿌리고 재목도 집에 들어놔야겠어요. (그는 화난 걸음걸이로 문 쪽으로 가다가
돌아서서 웃으면서 코레이에게 말한다.) 자일즈, 우리 그 파벌 한번 찾아봅시다. 저 사람이 파벌이
있다는데 말이요.
[자일즈] 난 이 사람을 다시 봤네, 존. 패리스 씨, 용서 하시오. 난 당신이 그렇게 꼭 막힌 사람인줄
을 미처 몰랐었구려.
[패리스] (놀래서) 왜요, 고맙소. 자일즈!
[자일즈] 이번 일로 요즘 몇 년 동안에 우리들이 안고 있던 문제가 무엇이었나를 알 수가 있소. (모
두에게) 이 문제를 잘 생각해 보시오. 뭣 때문에 서로가 으르렁 거리면서 서로를 고소하느냐 말이
오? 생각 해봐요, 이건 아주 심각한 문제요. 올해 들어서 난 여섯 번 법정에 나갔었소.
[프락터] (다정하게) 이젠 너무 늙으셨어요, 자일즈. 전처럼 잘 듣지도 못하시는군요.
[자일즈] 존 프락터, 자네가 공공연히 내가 자네네 지붕을 불태워 날려버렸다고 말해서 지난달에 난
겨우 4파운드 밖에 못 받았었어. 그래서 난…….
[프락터] (웃으면서) 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어요. 그 돈은 수고한 대가로 드린 거예요. 그러니 귀
가 먹었다는 거죠. 자, 갑시다. 자일즈, 재목을 집에 들여 놓아야겠는데, 좀 도와주세요.
[푸트남] 잠깐만, 프락터 씨! 실례입니다만 재목을 들여 논다고 하셨는데 어떤 재목 말씀이신가요?
[프락터] 내 재목이오. 강가의 내 숲에서 나온 내 재목이요.
[푸트남] 이런 올해엔 확실히 우리가 모두 미쳐가나 보군 이게 무슨 일이야? 그건 내 땅입니다. 내
땅이라고요, 프락터 씨.
[프락터] 당신 땅이라고요?(레베카를 가리키며) 5개월 전에 너스 부인 선생님한테서 내가 샀는데요.
[푸트남] 그 사람이 무슨 권리가 있어서 그 땅을 팔았단 말이오? 우리 조부님 유언장에 똑똑히 나와
있습니다. 그 강과 산 사이의 모든 땅이…….
[프락터] 사실을 말씀 드리자면 당신 조부님은 자기 것도 아닌 땅을 터무니없이 자기 땅이라고 곧잘
유언을 합디다.
[자일즈] 그건 사실이야. 하늘이 증명하네. 북쪽에 있는 내 목장도 제 거라고 유언을 한번 했었어.
제 이름 자를 거기다가 새겨 놓다간 나한테 손가락을 부러뜨릴 것을 미리 알았기에 망정이지. 자, 그
만 가세, 가서 재목을 집에 들여 놓자고. 어째 일이 하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해 지는데.
[푸트남] 내 재목 하나라도 가져가다간 재미없어요.
[자일즈] 알았네, 우리도 마찬가지야 푸트남……. 이 바보하고 내가 자네한테 질 것 같나? 자 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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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에디엠씨네아트센터

그는 프락터에게 몸을 돌리며 나가기 시작한다.

[푸트남] 사람을 보낼 테요, 코레이! 당신을 고발하겠소! (베벌리의 존 헤일 목사가 들어온다. 무거


운 책을 잔뜩 들고 있다.)
[헤일] 누구 이 책 좀 받아주시오!
[패리스] (기뻐서) 헤일 씨! 다시 뵙게 되서 반갑습니다! (책을 몇 권 나눠들며) 어이구, 굉장히 무
겁군요!
[헤일] (책을 내려놓으며) 그럴 거요, 권위 있는 책일수록 무겁습니다.
[패리스] (약간 놀랜 듯) 흠, 준비가 아주 철저하십니다!
[헤일] 악마를 추적하려면 끈질긴 연구가 필요합니다. (레베카를 알아보며) 레베카 너스 아니세요?
[레베카] 네, 목사님 맞아요. 저를 아세요?
[헤일] 이상하군요. 내가 어떻게 할머닐 알아볼까요? 할머니가 아마 선한 사람의 표본처럼 보여서
그런가 보죠? 베벨리에선 모두 할머니의 훌륭한 자선 행위를 기억하고 있죠.
[패리스] 이 신사 분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토마스, 푸트남 씨, 그리고 이분은 그의 어진 아내 앤
입니다.
[헤일] 푸트남! 선생 같이 훌륭하신 분을 여기서 만나다니 참 뜻밖이군요.
[푸트남] (흐뭇해서) 그런 말씀을 들어도 오늘은 별로 유쾌하질 않군요. 헤일 씨, 우린 목사님을 기
다리고 있었습니다. 저희 집에 가셔서 우리 애를 좀 살려 주십쇼.
[헤일] 댁의 아이도 아픈가요?
[푸트남부인] 정신이, 정신이 아주 나갔나봐요. 자면서도 걸어 다녀요.
[푸트남] 먹지도 못해요.
[헤일] 먹지를 못한다! (그는 잠시 생각한다. 프락터와 자일즈 코레이에게) 당신들이 애들을 괴롭히
셨소?
[패리스] 아니, 아닙니다. 이 사람들은 농부들입니다. 존 프락터라고…….
[자일즈] 이 친군 마귀를 믿지 않아요.
[프락터] 난 마귀에 대해선 조금도 관심이 없습니다. 안 가실래요, 자일즈?
[자일즈] 음, 안 갈 테야. 생각이 달라졌어. 이 분에게 좀 물어 볼게 있네.
[프락터] 당신은 지각 있는 사람이라고 들었습니다, 헤일 씨. 그 지각을 이 세일럼에도 좀 뿌려주시
기 바랍니다.

프락터는 나간다. 헤일은 잠시 멍청히 서 있는다.

[패리스] (조급하게) 제 딸앨 좀 봐주시겠습니까? 목사님? (헤일을 침대로 데리고 간다) 이 애가


창문을 뛰어 넘으려고 했습니다. 오늘 아침에 우린 이 앨 큰길에서 발견했는데 마치 날기라도 하려는
듯이 팔을 흔들고 있더군요.
[헤일] (눈을 가늘게 뜨고) 날려고 해요?
[푸트남] 주님의 이름을 듣고 고통스러워하는걸 보면, 이 앤 분명히 마술에 걸렸어요. 헤일 씨 확실
합니다.
[헤일] (손을 내저으며) 아니, 아니오. 가르쳐 드리죠. 여기에 미신은 없습니다. 악마의 표적은 돌처
럼 명확해요. 미리 말해 두는데 내가 이 애한테서 악마가 가한 흔적을 찾아낼 수 없다고 해도 당신
들은 내 말을 믿어야합니다. 그러지 않고선 이 일을 진행시킬 수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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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리스] 그럼,요 목사님. 우린 목사님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헤일] 그렇다면 좋소. (그는 침대로 가서 베티를 내려다본다. 패리스에게) 자, 말해보시오. 이 애를
이상하다고 보게 된 첫 번째 동기는 뭡니까?
[패리스] 그건 저……. 난 저 애하고 (아비게일을 가리키며) 내 질녀하고 그 밖에 열두어 명 쯤 되
는 여자 아이들이 어제 밤 숲속에서 춤을 추고 있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헤일] (놀래서) 당신은 춤추는 것을 허용했습니까?
[패리스] 아, 아닙니다. 저 애들이 나 몰래…….
[푸트남부인] (참지 못하고) 패리스씨, 하녀는 주문으로 망령들을 불러냅니다, 목사님.
[패리스] (부트남 부인에게) 아직 확실하지 않아요…….
[푸트남부인] (놀래지만 매우 부드럽게) 전 알아요. 목사님 전 제 아이를 그 여자한테 보냈어요…….
그 애는 분명히 티튜바한테서 누가 제 언니들을 죽였는지 알아 올 거예요.
[레베카] (공포에 질려) 앤! 죽은 애들을 주문으로 불러내려고 그 애를 보냈단 말이우?
[푸트남부인] 하느님이 천벌을 내리신다 해도 내게 내릴 테니 할머닌 염려 말아요, 레베카. 더 이상
내 일에 간섭 말란 말예요! (헤일에게) 일곱이나 되는 아이들이 하루도 살지 못하고 죽는 게 도대체
있을법한 일이예요?
[패리스] 쉿!

레베카는 고통에 못 이겨 고개를 돌린다. 침묵이 못 이겨 고개를 돌린다. 침묵이 흐른다.

[헤일] (부드럽게) 네. (그녀의 목소리는 갈라진다. 그녀는 헤일은 깊은 인상을 받는다. 패리스는 그
를 쳐다본다. 헤일은 책 있는 곳으로 가서 한 책을 집어 들고 펼친다. 여러 페이지를 넘기다가 멈춰
서 어느 한곳을 읽는다. 모두들 숨을 죽이고 기다린다.)
[패리스] (조용히) 무슨 책입니까?
[푸트남부인] 무슨 얘기가 쓰여 있죠, 목사님?
[헤일] (지적 탐구에 대한 지극한 애정을 나타내며) 이 속엔 보이지 않는 모든 세계가 포착되어 있
고 명확하게 설명되어 있고 또 정확하게 계산되어 있습니다. 이 책들 속에서 악마는 그의 해괴한 가
장물들을 모두 빼앗긴 채 벌거벗고 서 있습니다. 이 속엔 이미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악마들이 전부
들어 있소 육지를 돌아다니는 귀신들 공중을 날아다니는 마귀들, 밤 귀신, 낮 귀신 다 들어 있습니
다. 자, 이제 여러분들은 두려움을 거두셔도 됩니다. 악마가 우리들 사이에 있다면 우린 그를 찾아낼
겁니다. 내 말을 그 모습이 나타나는 대로 완전히 박살을 내겠다는 얘깁니다! (그는 침대를 향해 간
다)
[레베타] 애를 다치진 않겠죠. 목사님?
[헤일]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저 애가 정말로 악마에게 붙들려 있다면 우린 있는 힘을 다해서 해방시
켜야 되겠죠.
[레베카] 난 그만 가야겠어요. 너무 늙어서 이 일엔 같이 참여할 수가 없군요. (그녀는 일어선다.)
[패리스] (확신을 얻으려고 발버둥 치며) 왜 가세요, 레베카? 오늘로 우릴 괴롭히던 모든 일이 밝혀
질 텐데!
[레베카] 그렇게 되기를 다 같이 바랍시다. 당신을 위해 기도하겠어요, 목사님.
[패리스] (공포와 분노를 동시에 느끼며) 우리가 사탄의 유혹에 빠져 있다는 말씀은 아니겠죠?(잠시
침묵이 흐른다.)
[레베카]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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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나간다. 그들은 그녀가 자기들 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데에 일종의 적개심을 느낀다.

[푸트남] (갑자기) 자, 헤일 씨. 시작합시다. 여기 앉으세요.


[자일즈] 헤일 씨, 교육을 많이 받으신 분에게 언제나 묻고 싶은 게 있었는데요, 괴상한 책을 읽는데
거기에 무슨 뜻이 있을까요?
[헤일] 무슨 책인데요?
[자일즈] 모르겠어요, 감추니까요.
[헤일] 누가요?
[자일즈] 마사라고, 내 아내올시다. 어쩌다가 밤에 잠이 깨서 일어나 보면 아낸 구석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어요. 아주 여러 번 봤습니다. 그걸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헤일] 그건 뭐 그다지…….
[자일즈] 이상하단 말예요! 어째 밤엔……. 잘 들어 보세요……. 아무리 기도를 하려고 해봐도 기도
가 안 되더란 말씀예요 헌데 아내가 책을 덮고 집 밖으로 나가자 갑자기……. 잘 들어보세요…….
기, 기도가 되더란 말입니다!
[헤일] 아! 기도가 중단되었다……. 거 이상하군. 나중엔 내가 자세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자일즈] 내 얘기는 아내가 악마에게 홀렸다는 뜻이 아니라 도대체 무슨 책을 읽고 있으며 또 왜 그
걸 숨기는지를 알고 싶다는 겁니다. 그 여잔 대답을 안 해 줘요.
[헤일] 알았습니다. 나중에 토론해 보기로 합시다. (모두에게) 이제 내 말을 잘 들으시오. 만일에 악
마가 이 아이 속에 숨어 있다면 여러분들은 이 방안에서 불가사의한 일이 벌어지는 걸 똑똑히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정신 똑바로들 차리고 계시오. 푸트남씨, 이 애가 날아갈 경우에 대비해서 바짝 붙
어서 계시오. 자, 베티, 아가, 일어나 앉아 봐 응? (푸트남이 준비를 하고 더욱 바짝 다가선다. 헤일
은 베티를 일으켜 앉힌다. 그러나 베티는 축 늘어진 채 힘없이 그에 손에 매달려 있을 뿐이다.) 흠
(그는 그녀를 자세히 관찰한다. 다른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이 장면을 지켜본다.) 내말이 들리니?
난 존 헤일이라고 배벌리의 목사님이다. 난 널 도와주러 왔단다. 아가, 베벌리에 있는 내 두 딸애들
이 생각나지?

그녀는 그의 손에서 꼼짝 않고 있다.

[패리스] (놀래서) 어떻게 저걸 보고 악마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까? 악마가 하필이면 왜 목사인 나


의 집을 택했습니까? 마을에는 방탕한 사람들로 들끓고 있는데!
[헤일] 구태여 악마가 이미 타락한 사람들과 싸울 필요가 있겠소? 악마가 원하는 상태는 가장 훌륭
한 사람들입니다. 목사보다 좋은 상대는 없지요.
[자일즈] 꼭 맞는 말씀입니다, 패리스 씨. 틀림없어요!
[패리스] (결심한 듯) 베티! 헤일 씨가 묻는 말에 대답을 해라! 베티!
[헤일] 누가 널 못살게 구는 게 아니냐, 아가? 꼭 사람이 아니라도 괜찮아. 잘 생각해봐. 딴 사람에
게도 보이지도 않은 새가 너한테 날아온다든지. 돼지나 쥐새끼나 아니면 딴 짐승들이 널 쫓아다닌다
든지 그런 일 없었니? 너 보고 날아보라고 하는 놈 없디? (베티는 여전히 그의 손안에서 축 늘어져
있다. 그는 이제 잠자코 그녀의 등을 베개 위에 높인다. 손을 그녀에게 뻗으며 억양을 붙여 말한다.)
[헤일] 인 노미네 도미니 사바오 수위 필리이크 이테아드 인페르노스 (그녀는 꼼짝 않는다. 그는 아
비게일에게 돌아선다. 눈을 가늘게 뜨며) 아비게일 숲 속에서 저 애와 어떤 춤을 추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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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게일] 저……. 그냥 보통 춤예요.


[패리스] 말씀을 드려야 될 것 같군요 저……. 저 애들이 춤추던 풀밭 위에 솥이 하나 있었습니다.
[아비게일] 그 안엔 수프밖에 없었어요.
[헤일] 무슨 수프였지 아비게일?
[아비게일] 콩으로 만든 거였어요. 그리고…….
[헤일] 패리스 씨 혹시 그 솥 안에서 어떤 살아있는 물체를 보시지 않았습니까? 쥐라든지 거미라든
지 또는 개구리라든가…….?
[패리스] (공포에 질려) 글쎄요……. 뭔가 수프 속에서 움직이는 게 있었던 것 같군요.
[아비게일] 제 발로 뛰어 들어온 거지 우리가 집어넣은 게 아니에요!
[헤일] (재빨리) 무엇이 뛰어 들었지?
[아비게일] 저 아주 작은 개구리가…….
[패리스] 개구리라고 에비!
[헤일] (아비게일을 부둥켜 잡으며) 아비게일, 네 사촌 동생이 죽어가고 있다. 너 어제 밤에 악마를
불러냈지?
[아비게일] 전 절대로 그런 것 안 했어요! 티튜바, 티튜바가…….
[패리스] (얼굴이 창백해지며) 그 여자가 악마를 불러냈어?
[하일] 티튜바를 데려 오시오, 할 얘기가 있소.
[패리스] 앤, 좀 불러주시겠습니까? (푸트남부인 나간다)
[헤일] 어떻게 악마를 불러내던?
[아비게일] 전 몰라요……. 바바도스 말로 했으니까요.
[헤일] 그 여자가 악마를 부를 때 넌 뭐 이상한 걸 느끼지 못했니? 가령 갑자기 차가운 바람이 불
어 닥친다거나 땅이 흔들린다거나?
[아비게일] 전 악마를 보지 못했어요! (베티를 흔들면서) 베티, 일어나 베티! 베티!
[헤일] 피하지 말고 내 말에 대답을 해라. 아비게일, 네 사촌 동생이 그 솥의 끓는 국물을 마시더
냐?
[아비게일] 아뇨, 조금도 안 마셨어요!
[헤일] 넌?
[아비게일] 저도요, 목사님!
[헤일] 티튜바가 너보고 마시라고 했지?
[아비게일] 네, 그랬어요. 허지만 전 거절했어요.
[헤일] 왜 거짓말하지? 벌써 자신을 악마에게 팔아 넘겼나?
[아비게일] 결코 그런 일은 없었어요! 난 순결해요! 난 깨끗한 여자에요! (푸트남 부인이 티튜바와
함께 들어온다. 아비게일은 재빨리 티튜바를 가리킨다.)
[아비게일] 저 여자가 내게 그걸 시켰어요! 저 여자가 베티한테도 그걸 시켰어요…….
[티튜바] (충격과 분노로) 에비!
[아비게일] 내게 피를 마시게 했어요!
[패리스] 피를!
[푸트남부인] 내 아이의 피를?
[티튜바] 아녜요, 아닙니다. 닭 피였어요……. 난 저 애에게 닭 피를 주었어요.
[헤일] 이봐요, 당신은 이 애들의 이름을 악마의 장부에 적어 넣었소?
[티튜바] 아녜요, 아녜요, 목사님. 전 악마와 아무거래도 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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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일] 그렇다면 저 애가 왜 잠에서 깨어나질 못해? 당신이 이 앨 침묵시키고 있는 건가?


[티튜바] 전 우리 베티를 사랑해요!
[헤일] 이 아이한테 당신의 유령을 보냈지, 그렇지? 당신은 악마를 위해서 모병하고 있지?
[아비게일] 저 여잔 교회에서도 내게 자기 유령을 보내요. 나보고 기도를 경멸하랬어요!
[패리스] 맞아, 저 여잔 자주 기도를 경멸했어!
[아비게일] 밤마다 날 찾아와서 피를 마시게 해요!
[티튜바] 네가 나보고 부탁했잖아! 저애가 나보고 부적을 만들어 달랬습니다.
[아비게일] 거짓말 말어! (헤일에게) 저 여잔 늘 내가 잘 때 찾아와선 추악한 꿈을 꾸게 만들어요!
[티튜바] 그게 무슨 말이야 에비?
[아비게일] 어떤 땐 자다가 깨어 일어나 보면 글쎄 몸에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치고 벌거벗은 채로 현
관에 서 있는 거예요! 잠결에 언제나 저 여자의 웃음소리가 들립니다. 바바도스의 노랫소리가 들리고
나를 유혹하는…….
[티튜바] 목사님 전 절대로…….
[헤일] (이제 결심한 듯) 티튜바, 이 앨 깨워요.
[티튜바] 제겐 그럴 힘이 없어요. 목사님.
[헤일] 분명히 있어요. 이 앨 당장 풀어놔 줘! 악마와는 언제 만났지?
[티튜바] 전 악마와 한 패가 아녜요!
[패리스] 고백을 해. 아니면 밖으로 끌어내서 죽도록 매질을 할 테야, 티튜바!
[푸트남] 이 여잔 마땅히 교수형에 처해야 됩니다. 끌어내서 죽여야 해요!
[티튜바] (공포에 질려 쓰러지듯 무릎을 꿇는다.) 안 돼요! 안 돼요! 티튜발 죽여선 안 돼요. 전 이
렇게 말했어요, 목사님을 위해선 일하고 싶지 않다고요, 패리스 씨.
[패리스] 악마한테 말했단 말이지?
[헤일] 그렇다면 당신은 악마를 봤구먼! (티튜바는 운다) 타튜바, 난 알아요. 일단 악마에게 붙들리
게 되면 빠져 나오기가 여간 힘들지 않지. 우리가 당신을 비방시켜 주도록 도와 줄 테니…….
[티튜바] (앞으로 닥쳐올 일이 무서워) 목사님 누군가 다른 사람이 이 애들을 홀리고 있어요.
[헤일] 누가?
[티튜바] 모르겠어요, 목사님. 악마한테는 수많은 마귀들이 있으니까요.
[헤일] 그래! (마침내 꼬투리를 잡은 듯이) 티튜바, 내 눈을 봐요. 자, 내 눈을 보라구. (티튜바는
두려운 듯이 그의 눈을 바라본다.) 당신은 독실한 기독교인 그렇죠, 티튜바?
[티튜바] 네, 목사님, 독실한 신자였어요.
[헤일] 그리고 당신은 이 애들을 사랑하죠?
[티튜바] 네, 네, 목사님. 언제나 이 애들이 다치지나 않을까 하고 걱정했어요.
[헤일] 또 당신은 하나님을 사랑하죠, 티튜바?
[티튜바] 네, 온 몸과 마음을 다해서 하나님을 사랑합니다.
[헤일] 자 거룩하신 하나님의 이름 안에서…….
[티튜바] 하나님께 찬양을 하나님께 찬양을.

그녀는 무릎을 몹시 떤다. 무서워서 울고 있다.

[헤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티튜바] 영원한 영광을 위하여 하나님을 찬양 하나이다, 찬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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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일] 자 이제 마음을 여시오 티튜바……. 마음을 열고 하늘의 빛이 당신 가슴에 비치도록 하시오.


[티튜바] 오, 우리 주 여호와를 경배 하나이다!
[헤일] 악마가 당신한테 찾아 올 때 혹시 다른 사람과 함께 오지 않았소? (그녀는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응시한다) 이 마을에 사는 누구와 함께 말이오? 당신이 아는 어떤 사람을 데리고 왔는가 말
이오?
[패리스] 누가 함께 왔지?
[푸트남] 사라 굿인가? 사라 굿이 그와 같이 있는 걸 봤어? 아니면 오스본?
[패리스] 함께 온 사람이 남자였어, 여자였어?
[티튜바] 남자도 있었고 여자도 있었나 봐요. 여, 여자였어요.
[패리스] 어떤 여자야? 여자라고 했지, 어떤 여자였어?
[티튜바] 너무 깜깜해서 잘못 봤어요…….
[패리스] 악마는 봤다면서 그 여잔 왜 못 봤어?
[티튜바] 그들은 언제나 떠들어 대고 있었어요. 언제나 빙빙 뛰어 다니면서 도망치곤…….
[패리스] 세일럼 밖으로 말이지? 세일럼의 마귀들이었나?
[티튜바] 그럴 거예요. 네, 그래요, 목사님.
이윽고 헤일이 그녀의 손을 잡는다. 그녀는 놀랜다.
[헤일] 두려워 말고 그들이 누구였는지 말해 봐요. 알겠소? 우리가 당신을 보호해 주겠소. 악마도
목사한테는 꼼짝 못해요. 그건 알지, 그렇죠?
[티튜바] (헤일의 손에 키스하며) 네 목사님 알고말고요.
[헤일] 당신은 이미 스스로 악마의 유혹에 빠졌음을 고백했고 또 하나님의 편에 서고 싶다는 뜻도
말했어요. 우린 당신을 축복하겠소, 티튜바.
[티튜바] (깊은 위로를 받는다.) 오 목사님께 하나님의 축복이 있기를!
[헤일] (더욱 열기를 띄우며) 당신은 하나님께서 우리들 사이에 숨어있는 악마의 첩자들을 찾아내라
고 보내 주신 하늘의 사자요. 당신은 선택 받은 거요. 티튜바, 우리 마을을 정화시키는 데에 우리를
돕도록 선택 된 거란 얘기요. 그러니 진실을 얘기하시오. 악마에 등을 돌리고 하나님께 얼굴을 향하
시오. 하나님을 똑바로 보시오, 티튜바. 그러면 하나님께서 당신을 보호해 주실 것이오.
[티튜바] (그의 말에 따른다) 오, 하나님, 티튜바를 보호하여 주옵소서!
[헤일] (따뜻하게) 악마와 함께 당신을 찾아온 사람이 누구요? 몇 명이나 같이 왔죠? 둘? 셋? 넷?
몇 명이었소?

티튜바는 숨을 헐떡거리며 앞을 바라보고 다시 몸을 떨기 시작한다.

[티튜바] 네 명, 네 명이었어요.
[패리스] (그녀에게 다가들며) 누구야, 누구? 이름을 대! 이름을 대라구!
[티튜바] (갑자기 부르짖는다.) 오, 그들이 나더러 목사님을 죽이라고 수천 번 얘기했어요. 패리스
씨!
[패리스] 날 죽여?
[티튜바] (분노에 가득 쌓여) 패리스 씨는 죽여야 한다고 말했어요! 패리스 씨는 나쁜 사람이고 비
열한 사람이고 추악한 사람이라면서 날보고 침대에서 어서 일어나 당신의 목을 찌르라고 했어요!
(그들은 놀래서 숨이 막힐 지경이다.) 하지만 난 이렇게 말했어요. "싫어요! 난 그 분을 미워하지 않
아요. 죽이고 싶지 않아요. 그러자 그가 말했어요." 넌 날 위해 일을 하는 거야, 티튜바. 이 일만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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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널 놓아줄게! 예쁜 옷도 주고 공중으로 날아갈 길을 터주고 또 바바도스에 돌아갈 수도 있도록


해줄게! 이 말에 난 이렇게 대답했어요. "이 거짓말쟁이 악마야 거짓말 마!" 그 후에 그는 어느 폭풍
우가 몰아치던 날 밤에 날 찾아와서 말했어요. 봐라 여기 백인이 내게 와 있다." 그래서 봤더니 거기
에 사라 굿이 있었어요.
[패리스] 사라 굿이!
[티튜바] (온 몸을 떨고 울면서) 비 목사님 그리고 오스본도 같이 있었어요.
[푸트남부인] 그래 난 이미 알고 있었어! 오스본이 내 아낼 세 번 조산시켰어요. 토마스, 그래, 내가
뭐랬어요? 난 저 이한테 그 여자가 무서우니 딴 사람한테 가 보랬어요, 안 그래요? 우리 애들은 언
제나 그 여자 손에서 죽어 갔어요.
[헤일] 용기를 내서 모든 사람의 이름을 대요. 이 애가 이렇게 괴로워하는데 아무렇지도 않아요? 저
앨 좀 봐요, 티튜바. (그는 침대에 누워있는 베티를 가리킨다.) 저 천진한 모습을 봐요. 저 애의 영
혼은 말할 수 없이 착해요. 우린 저 앨 보호해야 돼요. 티튜바, 늑대가 천진한 새끼양의 고기를 뜯어
먹듯이 악마가 지금 저 앨 덮치고 있어요. 도와주면 하나님의 축복이 당신께 임할 것이오.

아비게일이 일어선다. 무언가 영감을 받은 듯 한 곳을 응시하며 외친다.

[아비게일] 제가 말하겠어요! (그들은 놀래어 그녀에게 몸을 돌린다. 그녀는 황홀에 빠져 있는 듯하


다. 마치 진주 빛 속에 있는 것 같다.) 전 하나님의 광명을 원해요. 예수님의 자비로우신 사랑을 갈
구합니다! 난 악마를 위해 춤을 추었어요! 그를 봤어요. 그의 책에 내 이름을 써 넣었어요 난 예수
님께 다시 돌아갑니다. 그의 손에 키스를 합니다. 사라 굿이 악마와 함께 있었어요. 오스본도 악마와
함께! 브리짓 비숍도 악마와 함께!

그녀가 말하고 있는 동안 베티가 침대에서 일어난다. 눈에 열기가 있다. 아비게일을 따라서 외친다.

[베티] (역시 한 곳을 응시하며) 조지 쟈코브도 악마와 함께! 하우도 악마와 함께!


[패리스] 저 애가 말을 합니다! (그는 달려가서 베티를 포옹한다.) 이 애가 말을 해요!
[헤일] 하늘의 영광이오! 이젠 됐어, 이 아이들은 이제 해방이요!
[베티] (히스테리컬하게 외친다, 또한 굉장한 기쁨에 쌓여 있는 듯하다.) 마사 벨로우도 악마와 함
께!
[아비게일] 시이버도 악마와 함께!

점점 고조된다.

[푸트남] 경찰을, 경찰을 불러야겠어!

패리스는 감사의 기도를 외친다.

[베리] 엘리스 바로우도? 악마와 함께!

막이 내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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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에디엠씨네아트센터

[헤일] (푸트남이 나갈 때) 경찰 보고 쇠고랑도 가져오라고 하시오?


[아비게일] 허킨즈도 악마와 함께!
[베티] 비버도 악마와 함께!
[아비게일] 부스도 악마와 함께!

이들의 미친 듯한 외침이 계속되는 동안 막이 내린다.

[막] 2막

프락터 네 집의 어느 방. 여드레가 지난 후다.


오른쪽에 밖의 들로 통하는 문이 있다. 왼쪽에 벽난로가 있고 그 뒤로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
다. 그 시대에 비해 천정이 좀 낮고 어두우며 기다란 거실이다. 막이 오르면 방은 텅 비어 있다. 위
층에서 엘리자베스가 아이들에게 다정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 주는 소리가 들려온다. 문이 열리고
존 프락터가 총을 들고 들어온다. 벽난로로 오면서 그는 방을 이리 저리 살펴본다. 총을 벽에 세워
놓는다. 벽난로 위에서 끓고 있는 냄비를 내려다가 냄새를 맡는다. 그리고는 국자를 꺼내서 맛을 본
다. 신통치 않은 모양이다. 그는 찬장에 가서 소금을 조금 꺼내다가 냄비 속에 넣는다. 다시 맛을 볼
때 그녀가 계단을 내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그는 냄비를 제자리에 갖다 놓고 대야로 가서 손과 얼굴
을 닦는다. 엘리자베스가 들어온다.

[엘리자베스] 늦으셨네요. 날이 벌써 저물었는데.


[프락터] 숲 저쪽 끝까지 나무를 심느라고 좀 늦었소.
[엘리자베스] 고단하시겠어요.
[프락터] 음, 이제 농장에 파종은 다 끝났소. 애들은 자나?
[에리자베스] 곧 잠들 거예요. (그녀는 벽난로로 가서 접시에 스튜를 떠 넣는다)
[프락터] 이젠 여름 날씨만 좋으면 되겠는데.
[엘리자베스] 그러게 말예요. (그녀는 접시를 식탁 위에 갖다 놓는다. 음식을 가리키며) 토끼 고기예
요.
[프락터] 오! 그래! 조나단의 덫에 걸린 건가?
[엘리자베스] 아뇨, 오늘 오후에 제 발로 집에 걸어 들어 왔어요. 제 놈이 무슨 손님인양 저 구석에
딱 앉아 있질 않아요.
[프락터] 오, 그것 참 좋은 일인데.
[엘리자베스] 털을 뽑는데 어찌나 가슴이 아프던지 하나님께 용서를 빌었어요. (그녀는 앉아서 그가
맛보는 것을 지켜본다)
[프락터] 간이 딱 맞는데.
[엘리지베스] (기뻐서 얼굴을 붉히며) 얼마나 조심했다고요. 연해요?
[프락터] 음, (그는 먹는다. 그녀는 그를 지켜본다.) 곧 들이 파랗게 될 거야. 땅 밑이 아주 피처럼
뜨끈뜨끈 하더군.
[엘리자베스] 다행이군요.

프락터는 먹는다. 그녀를 올려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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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락터] 농사가 잘만 되면 올해엔 조지 쟈코브네 새끼 암소를 사야겠어. 어때 좋지?


[엘리자베스] 그럼요. 좋고말고요.
[프락터] (싱긋 웃으며) 당신을 기쁘게 해주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엘리자베스 .
[엘리자베스] (몹시 힘들게 말한다) 알아요, 존.

그는 일어나 그녀에게로 가서 키스한다. 그녀는 가만히 있다. 그는 다소 실망을 안고서 다시 식탁으


로 돌아온다.

[프락터] (되도록 부드럽게) 사과주 있어?


[엘리자베스] (잊어버리고 있었음을 스스로 책망하며) 어머나! (그녀는 일어나 찬장으로 가서 잔에
가득히 따른다. 그는 등을 구부린다.)
[프락터] 씨를 뿌리면서 걸어 보면 알겠지만 이 농장은 정말 굉장히 커.
[엘리자베스] (사과주를 갖고 오면서) 그럴 거예요.
[프락터] (한참 동안 들이키고 나서 잔을 내려놓는다) 꽃을 들여다 놓지 않았군.
[엘리자베스] 어머! 잊어버렸어요! 내일은 꼭 할게요.
[프락터] 이곳은 아직 겨울처럼 추워. 여름이 되면 우리같이 한번 농장을 거닐어 봅시다. 그렇게 꽃
이 많이 피어 있을 수가 없어. (흡족한 마음으로 그는 열려 있는 현관으로 가서 하늘을 쳐다본다.)
라일락 향기가 아주 황홀하군. 라일락 냄새는 꼭 황혼녘의 냄새 같아. 매사츄세츠의 봄은 정말 아름
다워!
[엘리자베스] 네, 그래요.

침묵이 흐른다. 그녀는 식탁에 앉아서 그가 문간에 서서 밤의 풍경에 빠져 있는 모습을 지켜 본다.


무슨 말을 하고는 싶으나 차마 얘기를 못하는 것 같다. 대신 그녀는 이제 그가 먹고 남긴 접시와 포
크를 대야로 가져간다. 그와는 등을 맞대고 있다. 그는 돌아서서 그녀를 바라본.다 무언가 서로 격리
되어 있는 듯 한 느낌이 솟는다.

[프락터] 당신 또 무슨 언짢은 일이 생긴 모양이구려?


[엘리자베스] (충돌을 피하고 싶지만 할 수 없이) 너무 늦으시기에 전 당신이 오늘 오후 세일럼에
가셨나 보다 생각했댔어요.
[프락터] 내가 거긴 왜? 세일럼에 무슨 볼 일이 있다고.
[엘리자베스] 이번 주 초에 가시겠다고 말씀하셨잖아요.
[프락터] (그녀가 말하는 뜻을 알아듣고) 뒤에 다시 생각 해봤소.
[엘리자베스] 메어리 워렌이 오늘 거기에 갔어요.
[프락터] 왜 가만 내버려뒀소? 내가 그 앨 보고 다신 그곳에 가지 말라고 이르는 소릴 들었잖아!
[엘리자베스] 막을 수가 없었어요.
[프락터] (그녀에 대한 비난을 억지로 자제하며) 그건 잘못이야, 잘못이야, 엘리자베스. 이 집 주인
은 당신이지 메어리 워렌이 아니란 말이야.
[엘리자베스] 그 애가 날 어찌나 놀라게 했던지 그만 맥이 빠져 버렸어요.
[프락터] 그 쥐새끼 같은 게 당신을 놀라게 했어, 엘리자베스? 당신은…….
[엘리자베스] 이젠 쥐새끼가 아녜요. 물론 제가 말렸죠. 그랬더니 무슨 공주나 되는 것처럼 턱을 치
켜들곤 나한테 하는 말이 “난 세일럼에 꼭 가야 돼요. 프락터, 난 법정의 관리가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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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락터] 법정이라니! 무슨 법정 말이야?


[엘리자베스] 거의 완전한 법정이래요. 보스턴에서 네 명의 판사가 와 있고 입법의회의 권위 있는 치
안판사가 최고 책임자로와 와 있다고 말하더군요.
[프락터] (놀라서) 그럴 리가, 그 애가 미쳤군.
[엘리자베스] 차라리 그러기나 했으면 좋겠어요. 벌써 열네 명이나 투옥시켰대요. (프락터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멍청히 그녀를 바라본다.) 그의 사람들이 전부 재판을 받을 거래요. 이번 법
정은 교수형까지도 선고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고 그 애가 말하더군요.
[프락터] (무시하며 그러나 자신이 없다.) 아, 아직까진 교수형을 선고한 일이 없으니까…….
[엘리자베스] 부지사가 약속하길 사람들이 죄를 고백하지 않는다면 교수형에 처하겠다고 했대요. 존,
마을이 온통 미쳐가나 봐요. 아비게일 얘기도 하던데, 들어보니까 그 애가 꼭 성자라도 된 것 같더군
요. 아비게일이 다른 계집아이들을 데리고 법정에 들어가면 이스라엘을 구해준 바다처럼 사람들이 둘
로 갈라져 길을 내준다는 거예요. 사람들이 그 아이들 앞으로 끌려 나온대요. 그 때 그 애들이 비명
을 지르고 소란을 피우고 마룻바닥에 쓰러지면 그 사람은 그 애들한테 마술을 걸어 정신을 홀린 혐
의로 투옥된대요.
[프락터] (눈이 커진다) 아니 도대체 이게 무슨 재앙인가?
[엘리자베스] 당신이 세일럼에 가보셔야 할 것 같아요. 그 사람들한테 가서 모두 거짓이라고 말씀을
해 주세요.
[프락터] (생각하며) 음, 그렇군, 그래야겠어.
[엘리자베스] 에제키엘 취이버한테로 가세요. 그 사람은 당신을 잘 알아요. 가셔서 그 애가 패리스
씨 집에서 당신한테 한 얘기를 해주세요. 마술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죠, 그렇죠?
[프락터] (생각에 잠겨) 음, 그랬어. (침묵)
[엘리자베스] (나직하게 더 이상 캐물으면 그가 화낼까봐 두려워서) 하나님께서 당신이 법정에 가셔
서 그 사실을 폭로해 줄 것을 원하고 계세요, 얘길 해 줘야 해요.
[프락터] (나직이 자신의 생각과 싸우며) 음, 그래, 그렇지. 그 애 말을 믿다니 놀라운 일이군.
[엘리자베스] 전 지금 세일럼에 가겠어요. 존, 당신은 오늘밤에 오세요.
[프락터] 생각해 보리다.
[엘리자베스] 꼭 밝히셔야 돼요, 존.
[프락터] (화를 내며) 알고 있어, 생각해 보겠다고 했잖아.
[엘리자베스]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 매우 차갑게) 됐어요, 그럼 생각해 보세요. (그녀는 일어나서
방을 나가려고 한다.)
[프락터] 어떻게 그 애가 나한테 한 말을 증명해야 될지 모르겠어. 엘리자베스 그 애가 이미 성자처
럼 되었다면 그 애가 지금 하는 짓이 모두 거짓이며 또 온 마을이 거기에 속아 넘어가고 있다는 사
실을 증명하는 게 힘들 것 같아. 그 애가 그 말을 할 땐 나밖에 없었거든 객관적인 증거가 없단 말
이야.
[엘리자베스] 그 애하고 단둘이서 계셨댔어요?
[프락터] (완강하게) 잠깐 동안이었어, 잠깐 동안,
[엘리자베스] 그럼 제게 말씀하신 것과 틀리잖아요.
[프락터] (화가 치밀어 오른다.) 잠깐 동안이었단 말이야, 다른 사람들이 곧 뒤 따라 들어 왔어요.
[엘리자베스] (낮은 소리로……. 그녀는 갑자기 그에 대한 신뢰감을 잃는다.) 마음대로 하세요. 그럼
(그녀는 돌아서서 나가려고 한다.)
[프락터] 이봐. (그녀는 그에게 몸을 돌린다.) 날 더 이상 의심하면 용서 안 할 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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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약간 거만하게) 전 의심 안 해요.


[프락터] 용서 못 해!
[엘리자베스] 그럼 의심받을 일을 하지 마세요.
[프락터] (거칠게 속삭인다.) 아직도 날 의심하나?
[엘리자베스] (미소를 입가에 띤다. 자존심을 상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존, 만약에 지금 당신이 불
리한 증언을 해주려는 사람이 아비게일이 아니라면 당신이 지금처럼 말을 더듬거리겠어요? 안 그럴
거예요.
[프락터] 이거 봐…….
[엘리자베스] 사실을 얘기했을 뿐예요, 존.
[프락터] (단호하게 경고한다) 날 더 이상 비난하지 마. 엘리자베스, 내가 아비게일이 사람들을 기만
하고 있다고 생각할 땐 내게도 충분한 분별력이 있는 거야. 생각해 본다고 했잖아? 남편을 비난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돌이켜보라고. 난 이미 아비게일을 잊어 버렸어 그리고.……. …….
[엘리자베스] 나도 잊어 버리셨죠.
[프락터] 네, 네 그렇습니다! 당신은 도대체 아무것도 잊어버리지 않고 또 아무것도 용서해 주지를
않아, 좀 관대해져봐. 그 애가 가고 나서 지금까지 칠 개월 동안 난 이 집에서 발끝으로 걸어 다녀야
만 했어. 당신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난 아무데도 가질 않았어. 그런데도 당신의 가슴
속엔 아직도 장송곡이 그치질 않고 있어. 난 말도 못해. 입만 벌리면 의심이나 받아. 한마디 한마디
가 다 거짓말이라고 욕이나 먹지. 집에 돌아오는 것이 꼭 재판을 받으러 법정에 끌려가는 것 같아.
[엘리자베스] 존, 당신은 아직도 내게 숨기는 게 있어요. 여러 사람들이 같이 있는데서 그 앨 만났다
고 하셨지 않았어요? 헌데 지금은…….
[프락터] 더 이상 믿어 달라고 강요하지 않겠어, 엘리자베스.
[엘리자베스] (변명하며) 존, 전 다만…….
[프락터] 그만 해! 당신이 처음 그런 의심을 말했을 때 난 고래고래 소릴 질러서 당신의 입을 틀어
막았어야 했어. 헌데 난 풀이 죽어선 기독교인으로서 고백을 했지, 고백을 했어! 당신을 하나님으로
착각했던 거야. 그렇게 하면 용서해 줄줄 알았지. 그런데 당신은 하나님이 아니었어, 아니었다고. 아
직도 그걸 잊지 못하니 가끔은 내게도 깨끗한 데가 있다고 믿어봐, 비난만 하지 말고,
[엘리자베스] 당신을 비난하는 게 아녜요, 당신의 양심이 당신을 판단해 줄 거예요. 난 언제나 당신
을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해 왔어요 ……. (얼굴에 미소를 띠며) 다만 약간 정신을 잃었을 뿐이죠.
[프락터] (쓴 웃음을 지으며) 오, 엘리자베스, 당신의 비난 앞에선 곰마저 얼어붙겠소! (그는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몸을 휙 돌린다. 그가 문 쪽으로 갈 때 메어리 워렌이 돌아온다. 그는 그녀를 보자
마자 그녀에게 곧 바로 가서 노한 채 그녀의 외투를 움켜잡는다.)
[프락터] 네가 가지 말랬는데 세일럼에는 왜 갔니? 날 놀리는 거야? (그녀를 흔들면서) 집 밖에 한
번만 더 나갔다가는 다리를 부러뜨릴 줄 알아!

이상하게 그녀는 반항을 않는다. 힘없이 그가 붙잡는 대로 가만히 있기만 한다.

[메어리 워렌] 몸이 불편해요, 프락터씨. 제발 날 가만 놔두세요.(그녀의 이상해진 태도가 그를 제압


한다. 그녀는 확실히 얼굴이 창백해 있고 병색이 돌고 있다. 그는 그녀를 놓아준다.) 머리가 어지러
워요. 하루 종일 법정에서 소송을 다루었더니.
[프락터] (화를 누그러뜨리며 ……. 호기심이 화를 억제한다.) 여기의 소동은 어떻게 하고? 도대체
집안일은 언제 할 거야? 일 년에 9파운드씩이나 주는데 아내는 아내대로 고생만 하고 있으니 어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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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된 거야? (마치 손해 배상이라도 하는 것처럼 메어리 워렌은 엘리자베스에게로 가서 자그마한 헝


겊 인형을 준다.)
[메어리 워렌] 오늘 선물을 하나 만들었어요, 프락터. 딱딱한 의자에 앉아서 굉장히 오랫동안 바느질
을 해 만든 거예요.
[엘리자베스] (당황한다. 인형을 쳐다보며) 음, 고마워, 아주 예쁜 인형인데.
[메어리 워렌] (목소리가 떨리고 힘이 없다.) 우린 이제 서로 아껴줘야 돼요, 프락터.
[엘리자베스] (그녀의 이상함에 놀라서) 그래, 정말 그래야지.
[메어리 워렌] (방안을 둘러보며)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집안 청소를 하겠어요. 오늘은 그만 자야
겠어요. (그녀는 돌아서서 나가기 시작한다.)
[프락터] 메어리, (그녀는 제자리에 선다) 그 말이 사실이냐? 열네 명의 여자들이 체포됐다며?
[메어리 워렌] 그것보다 더 돼요. 지금은 서른아홉 명이에요. (그녀는 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울음
을 터뜨리고 만다. 기진해 있다.)
[엘리자베스] 어머, 저 애가 울어요! 왜 그러니, 얘야?
[메어리 워렌] 오스본이……. 처형된대요.

충격적인 침묵이 흐른다. 그녀는 울고 있다.

[프락터] 처형을! (그는 그녀의 얼굴을 바싹 들여다본다) 처형이라고 했지 지금?


[메어리 워렌] (울면서) 네.
[프락터] 부지산 뭐래. 허락한다던?
[메어리 워렌] 그분이 직접 선고한걸요. 정말예요. 하지만 사라 굿은 처형당하는 걸 면했어요. 고백
을 했거든요.
[프락터] 고백을! 뭘?
[메어리 워렌] (생각하기조차 두려운 듯) 악마와 자주 접촉을 가졌고 그의 장부에다가 자기 이름을
자기의 피로 써넣었으며 하나님이 쓰러질 때까지 모든 기독교인들을 괴롭히기로 약속했으며 또 우리
모두가 영원토록 악마를 숭배해야 된다고 생각했었다고요.

침묵이 흐른다.

[프락터] 그렇지만……. 너도 알다시피 그 여잔 허튼 소리 잘하는 수다쟁이가 아니냐? 그들한테 이


얘길 해줬어.
[메어리 워렌] 프락터 씨, 공개심리 중에 우린 그 여자 때문에 거의 죽을 뻔했어요,
[프락토] 왜?
[메어리 워렌] 그 여자가 자기 유령을 풀어놨거든요,
[엘리자베스] 메어리, 너 정말…….
[메어리 워렌] (화를 내며) 그 여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날 죽이려고 했어요, 프락터!
[엘리자베스] 그게 무슨 소리니? 전엔 너 그런 소리 안했잖니?
[메어리 워렌] 그땐 몰랐어요. 전엔 아무것도 몰랐댔어요. 그 여자가 법정 안으로 끌려 들어오자 난
속으로 집도 없는 늙고 불쌍한 여자니까 고발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 여잔 거기 앉아서
묻는 말에 모두 아니라고 부인하기만 했어요. 그런데 그때 내 등위로 소름이 오싹 끼쳐오는 거예요.
머리카락이 곤두서고 꺽쇠가 내 목을 조르는 것 같아 숨도 못 쉴 지경이었어요. 그러자 (미친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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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소리가 어떤 외마디 소리가 들려왔어요. 나중에 들으니 그건 바로 내 목소리였어요. 그 순간 난


그 여자가 이제까지 나한테 한 모든 일이 생각났어요!
[프락터] 그래, 너한테 뭘 했니?
[메어리 워렌] (비밀을 뚫어보는 통찰력을 터득한 사람처럼) 그 여잔 말예요, 프락터 씨. 굉장히 여
러 번 바로 이 문으로 들어와서 빵과 사과주를 달라고 구걸을 했댔어요. 그런데 잘 들어보세요. 내가
돌아서기만 하면 언제나 무슨 소리지 하여간 중얼대는 거예요.
[엘리자베스] 중얼대다니! 배가 고파서 헛소릴 한 거겠지?
[메어리 워렌] 무얼 중얼댔는가가 중요한 거예요. 분명히 기억나실 거예요. 프락터, 지난달에 …….
어느 월요일이었을 거예요……. 그 여자가 가고 나자 그 뒤로 난 이틀 동안이나 계속 속이 뒤집혀
토할 것 같은 병을 앓았어요, 기억나세요?
[엘리자베스] 왜 안 나겠니 ……. 그래 하지만 …….
[메어리 워렌] 그래서 난 그 말을 하소온 판사에게 했어요. 그랬더니 그 분이 질문을 하더군요. "오
스본, 당신이 무슨 저주를 중얼댔기에 저 앤 당신과 헤어지고 나서 병을 앓은 것이요?" 그러자 이렇
게 대답했어요. (노파 흉내를 내며) "각하, 그건 저주가 아니었어요. 전 다만 나의 계명을 외었을 뿐
예요. 계명을 외우는 것은 괜찮겠지요?" 이렇게 말했어요!
[엘리자베스] 얼마나 정직한 대답이니?
[메어리 워렌] 더 들어보세요, 하소온 판사님이 또 말했어요, "당신의 그 계명을 좀 외어보시오!" (호
소하듯) 그랬더니 그 여잔 십계명 중에서 하나도 못 외었어요. 원래 하나도 몰랐던 거예요. 그래서
그게 새빨간 거짓말이었음이 밝혀졌어요.
[프락터] 그래서 유죄판결을 받았나?
[메어리 워렌] (그의 짙은 의혹을 보고 약간 긴장한다.) 그럼요, 스스로 고백했는데 달리 어떻게 하
겠어요?
[프락터] 그렇지만 증거가, 증거가 없잖니?
[메어리 워렌] (더 이상 그의 말을 참지 못하고) 그 증걸 제가 말씀 드렸잖아요? 명백한 증거, 돌처
럼 확실한 증거라고 판사가 말했어요.
[프락터] (잠간 사이를 두고) 법정엔 다시 가지마라, 메어리 워렌.
[메어리 워렌] 분명히 말씀드리겠어요, 전 매일 그곳엘 가야 돼요. 저희들이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모르시다니 이상하군요.
[프락터] 너희들이 하는 일이라고! 이상도 하구나, 기독교 신자인 어린 계집아이가 늙으신 할머니를
처형하고!
[메어리 워렌] 고백하는 사람은 처형하지 않아요. 사라 굿도 얼마 안 있어 풀려날 거예요. 놀래실 일
이 있어요, 굿이 임신했대요.
[엘리자베스] 임신을 해! 아니 모두들 미쳤니? 그 분은 예순이 다 된 할머니야.
[메어리 워렌] 그리그즈 의사가 진찰해봤는데 만삭이래요. 몇 년 동안 줄곧 파이프 담배만 피고 더구
나 남편도 없는 여자가 임신을 했대요! 하지만 무사할 거예요. 하나님의 가호로 그들은 죄 없는 뱃
속의 아이까지 죽이지는 않을 테니까요. 어쨌든 이건 기적 같은 사실이 아녜요? 명심해 두세요. 프
락터 씨, 우린 하나님을 대신해서 일하고 있어요. 그러니 난 앞으로 당분간 매일 나가야 해요.
난……. 난 법정의 관리예요, 또 난…….

그녀는 계속 무대 밖 쪽으로 움직이면서 위의 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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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락터] 난 너의 관리야! (그는 벽난로로 쾅쾅 걸어가서 채찍을 꺼낸다.)


[메어리 워렌] (공포에 질린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권위를 지키려고 온 힘을 다한다. 그녀는 똑
바로 서서 되돌아온다.) 더 이상 매는 안 맞겠어요!
[엘리자베스] (프락터가 다가가자 급히) 메어리, 약속해드려. 다신 집을 나가지 않겠다고…….
[메어리 워렌] (그로부터 뒷걸음질 친다. 몸은 똑바로 선 채) 악마가 세일럼을 휩쓸고 있어요. 프락
터 씨, 우린 그가 숨어 있는 곳을 찾아야만 해요!
[프락터] 우선 네 몸에 숨어 있는 악마부터 때려 없애야겠다!

채찍을 치켜들고 그녀에게 다가간다. 그녀는 재빨리 도망치며 소리친다.

[메어리 워렌] (엘리자베스를 가리키며) 오늘 난 아주머니의 목숨을 구해줬어요!

침묵이 흐른다. 그는 서서히 채찍을 내린다.

[엘리자베스] (부드럽게) 나도 고발되었니?


[메어리 워렌] (떨면서) 조금 말이 있었어요. 내가 아주머닌 유령을 풀어놓고 누구를 해치려고 한 적
이 한 번도 없다고 하니깐 그분들은 내가 아주머니와 함께 사는 걸 알고서 그 고발을 기각해 버렸어
요.
[엘리자베스] 누가 날 고발했지?
[메어리 워렌] 법률상 말할 수 없어요. (프락터에게) 앞으론 날 그렇게 비웃지 말아주셨으면 해요 조
금 아까만 해도 난 네 분의 판사님들과 왕실의 대권자와 함께 식사를 나눴어요. 지금부터 저한테 말
씀을 하실 땐 보다 정중히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프락터] (공포에 떨면서 그녀에 대한 실망으로 중얼거리듯 말한다) 가 자거라.
[메어리 워렌] (발을 한번 꽝 구르면서) 더 이상 저한테 명령하지 마세요. 프락터 씨! 전 이미 열여
덟이나 된 숙녀이고 게다가 처녀예요!
[프락터] 자기 싫어? 그럼 자지 마.
[메어리 워렌] 자겠어요.
[프락터] (분통이 터져) 잘 자 그럼!
[메어리 워렌] 안녕히 주무세요. (실망을 해서 자신에 대한 확신을 못 갖고서 그녀는 나간다. 프락터
와 엘리자베스는 눈이 둥그레 가지고 그녀의 뒤를 쳐다본다.)
[엘리자베스] (나직이) 오, 난 함정에, 함정에 걸렸어요!
[프락터] 빠지지만 않으면 돼.
[엘리자베스] 그 앤 날 죽이고 싶어 해요. 이런 일이 닥쳐올 줄을 전부터 짐작하고 있었어요!
[프락터] (확신을 갖지 못하고) 이미 기각되었다고 하잖아 당신도 들었지?
[엘리자베스] 내일이면 또 바뀔 거예요. 날 잡아갈 때까진 그 애가 계속 탄원할 거예요.
[프락터] 앉아요.
[엘리자베스] 그 앤 날 죽이고 싶어 해요. 존 당신도 그걸 알고 있죠?
[프락터] 앉으라니까! (그는 냉정해지려고 애쓰면서 조용히 말한다.) 우리마저 바보가 돼선 안 돼,
엘리자베스.
[엘리자베스] (좌절감을 느끼면서 비웃듯이) 오, 그렇죠, 그렇고말고요!
[프락터] 아무것도 두려워할 필요 없어. 예제키엘 취이버를 만나겠어. 모든 것이 장난이었다고 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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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에디엠씨네아트센터

애의 말을 전하겠어.
[엘리자베스] 존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투옥됐으니 이젠 취이버의 도움 갖곤 안 돼요. 내 부탁을 들
어주실래요? 아비게일한테 가보세요.
[프락터] (그는 이 말의 의미를 직감적으로 알아차린다. 그는 번민한다) 뭐라고 말하지?
[엘리자베스] (침착하게) 존, 당신은 젊은 여자를 잘못 알고 계세요. 어느 잠자리에서고 일단 이루어
진 약속은…….
[프락터] (자신의 분노와 투쟁하며) 무슨 약속!
[엘리자베스] 말로 됐건 안 됐건 약속이 이루어진 것만은 분명해요……. 그래서 그 앤 지금 거기에만
몰두하고 있는 지도 몰라요……. 틀림없이 그럴 거예요……. 날 죽여 놓고 내 자릴 차지하겠다는 거
예요. (프락터의 분노는 더욱 고조된다. 그는 말을 할 수가 없다.)
[엘리자베스] 그게 바로 그 애의 가장 큰 소망이에요. 존, 난 알아요. 내 이름 말고도 수 없이 많은
이름이 있는데 왜 하필이면 내 이름을 부르겠어요! 거기엔 무언가 위험성이 있어요. 난 집이 없어
떠돌아다니는 굿도 아니고 술주정뱅이 반 숙맥인 오스본도 아녜요. 그 앤 그런 평범한 농부의 아내
이름은 대지도 않아요. 아무런 이익도 없거든요. 무언가 앙큼한 계략이 있어요. 내 자릴 빼앗겠다는
거예요. 존.
[프락터] 그럴 리가 없어! (그는 그녀의 말이 옳음을 안다.)
[엘리자베스] (침착하게) 존, 당신이 언제 그 애한테 서운하게 대해준 적이 있었나요? 교회에서 그
애가 당신 옆을 지나가면 당신은 언제나 얼굴을 붉히더군요.
[프락터] 내가 저지른 죄 때문이었겠지.
[엘리자베스] 내 생각엔 그 애가 당신이 얼굴을 붉히는 걸 달리 생각하는 것 같던데요?
[프락터]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지 엘리자베스?
[엘리자베스] (회피하며) 당신은 내가 옆에 있는 자리에 그 애가 아주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부끄러
워하시는 것 같더군요.
[프락터] 당신은 언제 나를 이해할 수 있을까? 당신 말 대로였다면 내가 바윗덩어리였대도 이 칠 개
월 동안에 산산조각이 나버렸을 게 아냐!
[엘리자베스] 정말로 그러시다면 가서 그 애보고 창녀라고 말을 해줘요. 그 애가 생각하는 약속이 무
엇이던 간에 그 약속을 지워버리세요, 존. 지워버리세요.
[프락터] (이를 갈며) 좋아, 그럼 내가 가지. (그는 총이 있는 곳으로 간다.)
[엘리자베스] (몸을 떨며 두려운 듯이) 오, 내키지 않으신가보죠?
[프락터] (손에 총을 들고서 그녀에게 돌아서며) 내가 그 앨 지옥에서도 제일 오래 닮은 숯덩이보다
더 뜨겁게 저주해주지. 날 비웃는 건 괜찮지만 내 분노는 비웃지 마.
[엘리자베스] 당신의 분노라고요! 전 다만 당신께…….
[프락터] 이봐, 내가 그렇게 비열한 놈이야? 정말로 날 그렇게 까지 비열한 놈이라고 생각해?
[엘리자베스] 당신을 비열하다고 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프락터] 그렇다면 왜 그런 약속 따위로 날 괴롭히는 거야? 그래 난 그 애와 수컷 말이 암컷 말한
테 하는 약속을 했어!
[엘이자베스] 당신 말이 정말이라면 내가 그 약속을 지우라고 했을 때 왜 화를 내셨죠?
[프락터] 그건 거짓말이고 난 정직하기 때문이야! 더 이상 변명은 않겠어! 내 일생의 단 한 번의 실
수를 가지고 당신은 생각이 완전히 삐틀어져 버렸어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난 당신의 의심으로부터 헤
어날 수 없는 거야!
[엘리자베스] (외친다) 당신은 헤어날 수 있어요……. 내가 당신의 유일한 아내인지 또 전혀 남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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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당신이 분간하게 된다면! 당신은 아직도 그 앨 잊지 못하고 있어요. 존 프락터 당신도 그걸 잘


알고 있고요!
(갑자기 누군가가 공중에서 날아오듯 현관에 번쩍 나타난다. 그들은 약간 놀란다. 헤일 씨다. 그는
이제 모습이 달라져 있다 얼굴 표정이 일그러져 있고 자신의 태도에 대해서 만족하는 것 같기도 하
고 또 죄의식을 느끼는 것 같기도 하다)
[헤일] 안녕하시오.
[프락터] (아직도 놀라움으로 얼떨떨한 채) 아니 이거 헤일 씨 아닙니까! 안녕하세요, 목사님 들어오
시죠, 들어오세요.
[헤일] (엘리자베스에게) 저 때문에 놀래시진 않았겠죠?
[엘리자베스] 아녜요 전 그저 말소리도 안 들려서.
[헤일] 당신이 프락터이시죠.
[프락터] 네, 엘리자베스입니다.
[헤일] (머리를 끄덕인다) 혹시 주무시지나 않을까 걱정을 했습니다.
[프락터] (총을 내려놓으며) 네, 아직.

헤일은 방안으로 더 들어온다. 프락터는 자신이 흥분해 있는 이유를 설명하려고 한다.

[프락터] 이렇게 늦게는 찾아오는 손님이 전혀 없었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좀 앉으시죠. 목사님
[헤일] 네, (그는 앉는다) 앉으세요, 프락터. (그녀는 그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앉는다. 헤일이 방
안을 휘둘러보는 동안 침묵이 흐른다.)
[프락터] (침묵을 깨려고) 사과주 한잔 드시겠습니까, 헤일 씨?
[헤일] 괜찮습니다. 그걸 마시면 소화가 안 돼서요. 아직 더 찾아가 볼 데도 있고 앉으시죠, (프락터
는 앉는다) 오래 있진 않겠습니다, 당신께 용무가 있어서 왔습니다,
[프락터] 법정에 관한 용무입니까?
[헤일] 아니, 아녜요. 법정과는 관계없이 내 개인적인 용무로 왔습니다. 말씀드리죠. (그는 입술을 축
인다.) 알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만 부인의 이름이 법정에서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프락터] 알고 있습니다. 목사님 우리 메어리 워렌이 말하더군요. 전혀 뜻밖이었습니다.
[헤일] 아시다시피 난 이곳에 온지가 얼마 안돼서 법정에 고발돼오는 사람에 대해 확실한 판단을 내
릴 수가 없습니다. 그래 오늘 오후엔, 아, 벌써 밤이군요.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지금 레베카
너스의 집에서 오는 길입니다.
[엘리자베스] (충격을 받는다) 레베카가 고발됐군요!
[헤일] 그런 분이 고발되는건 하나님이 용서치 않으실 거요. 그러나 그분도 약간 말이 됐었습니다.
[엘리자베스] (웃으려고 애쓰며) 설마 목사님은 그분이 악마와 접촉을 가졌다고는 믿지 않으시겠죠?
[헤일] 부인, 그럴 가능성은 있습니다.
[프락터] (깜짝 놀라서) 목사님께서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실 리는 없습니다.
[헤일] 지금은 매우 이상한 시기입니다. 선생 악마들이 지금 이 마을에 저주를 퍼붓고 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명백한 증거가 도처에 산재하니 이젠 부정할 도리가 없습니다. 내 말에 동의하십니
까?
[프락터] (회피하며) 전……. 거기에 대해선 아는 게 없습니다. 그렇지만 칠십년 동안이나 그렇게 독
실한 신앙생활을 유지해온 분이 악마와 끈이 매어져 있다는 얘기는 전혀 이해가 안갑니다.
[헤일] 그렇겠죠. 하지만 악마는 원래가 교활합니다. 그건 확실해요. 안심하십쇼. 그분은 아직 고발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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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테니. (사이) 허락하신다면 이 가정의 기독교 신앙생활에 대해 몇 가지 물


어보겠습니다.
[프락터] (냉정하게 분개하듯) 뭐……. 하십쇼. 질문을 두려워 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목사님.
[헤일] 좋습니다.( 그는 좀 더 편안한 자세로 고쳐 않는다.) 패리스 씨의 출석부를 보니까 선생은 주
일에 거의 교회에 나오시질 않았더군요.
[프락터] 그렇지 않습니다, 목사님, 오해이십니다.
[헤일] 십칠개월 동안에 스물여섯 번 출석하셨습니다. 매우 드물게 출석하신 겁니다. 왜 그러셨는지
그 이유를 말씀해 주실까요?
[프락터] 헤일 씨, 내가 그 사람한테 교회에 출석여부를 미리 통지 해줘야 한다는 걸 지금에서야 알
았습니다. 이번 겨울 내내 아내가 병을 앓았습니다.
[헤일] 그렇다는 얘긴 나도 들었소. 하지만 선생 당신 혼자서도 올수 있었잖소?
[프락터] 갈수 있을 땐 꼭 갔습니다. 그리고 가지 못했을 땐 집에서 기도를 드렸고요.
[헤일] 프락터 씨, 선생 집이 교회는 아니요. 그런 건 아실 텐데요.
[프락터] 예, 압니다, 목사님. 또 목사가 제단에 금 촛대를 켜놓지 않고도 하나님께 기도드릴 수 있
다는 것도 압니다.
[헤일] 금 촛대라니 무슨 얘기요?
[프락터] 우리가 그 교회를 지은 이래 제단에는 백랍으로 만든 촛대가 있었습니다. 아시겠지만 프렌
시스너스가 만든 겁니다. 그건 백랍으로 만들긴 했지만 우리는 모두 경건한 마음으로 그걸 대했고 또
함부로 손을 대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패리스가 왔습니다. 그 사람 오자마자 그 때부터 20주일
동안 계속해서 금 촛대에 관해서만 설교를 하는 겁니다. 결국 그걸 차지하고 말았죠. 난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땅에서 피땀을 흘려가며 일을 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내가 하늘을 쳐다보고 또 내가 피
땀흘려 번 돈이 그 팔뚝에서 번쩍 거리는걸 보면……. 난 기도를 할 수가 없었어요. 가끔은 그가 꿈
꾸는 것이 크고 화려한 건물이지 이런 판잣집 같은 교회가 아닐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헤일] (생각하고 나서) 설령 그렇다 해도 선생 기독교 신자라면 주일엔 교회에 나가야죠. (사이) 아
이가 셋이라죠?
[프락터] 예, 전부 사내놈들입니다.
[헤일] 두 아이만 세례를 받았다는데 나머지 한 아인 어떻게 된 겁니까?
[프락터]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문다. 그리고는 더 이상 자제 할 수 없다는 듯이) 패리스 씨 같은
사람이 내 아이의 이마에 손을 대는 것이 싫었습니다. 그에게는 하나님의 빛이 없습니다. 이런 얘길
구태여 숨길 필요는 없겠죠.
[헤일] 실례입니다만 프락터씨, 그건 당신이 결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그 사람은 목사로 임명을 받은
사람입니다 따라서 그에겐 하나님의 빛이 있습니다.
[프락터] (분개하여 얼굴이 금방 붉어지나 웃음을 지어 보이려고 애쓰며) 그래, 목사님은 도대체 무
얼 의심하시는 겁니까?
[헤일] 아니, 아니오. 난 아무거도 의심하지 …….
[프락터] 내가 그 교회의 지붕에 못을 박았고 내가 그 문짝을 달았습니다.
[헤일] 오 그러셨군요! 그렇다면 그건 아주 훌륭한 신앙의 증거인데요.
[프락터] 제가 너무 성급하게 그 사람을 판단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희들이 단 한번이라도 종교
자체를 부정해 본적이 있다고는 생각지 마십쇼. 아마 그런 식의 의혹을 갖고 계신 모양인데 안 그렇
습니까?
[헤일] (전적으로 수궁하지는 않고서) 난……. 저 당신 신앙생활에 무언가 미약한 점이 있단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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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
[엘리자베스] 제 생각엔 저희들이 패리스 씨와 너무 사이가 안 좋았던 같아요. 그렇지만 저희들이 여
기서 악마를 가까이 해본적은 한 번도 없어요, 그건 확실해요.
[헤일] (머리를 끄덕인다. 신중히 생각해 본다. 비밀 심문을 하는듯한 음성으로) 당신은 계명을 아시
오! 엘리자베스?
[엘리자베스] (주저하지 않고 오히려 힘 있게) 물론 알아요. 제 생활에 수치스러운 점은 하나도 없습
니다. 헤일 씨, 난 독실한 기독교 신자예요.
[헤일] (엘리자베스를 한번 보고 다음엔 프락터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한번 외어 보겠습니까?
[프락터] 십계명 말씀이죠?
[헤일] 그렇소.
[프락터] (밖을 내다보며 땀을 흘리기 시작한다) 살인하지 말 것이며.
[헤일] 네.
[프락터]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센다) 도둑질 하지 말 것이며, 이웃의 재물을 탐내지 말 것이며, 우
상을 섬기지 말 것이며, 여호와의 이름을 망령되이 하지 말 것이며, 나 이외의 신을 섬기지 말 것이
며 (약간 주저한다.) 안식일을 기억하여 경건히 지낼 것이며, (잠시 사이를 두고 나서) 어버이를 공
경할 것이며 거짓증언을 하지 말 것이며 (그는 당황한다. 하나가 빠졌음을 알고 손가락으로 다시 더
듬어 세어본다.) 우상을 섬기지 말 것이며.
[헤일] 그건 아까 했소.
[프락터] (어찌할 바를 몰라) 아, 그랬죠. (그는 열심히 기억을 더듬는다.)
[엘리자베스] (슬쩍) 존 간음하지…….
[프락터] (마치 보이지 않는 화살이 그의 심장에 박힌 듯이) 아, 그렇지 (수치감을 벗어나려고 헤일
에게) 확인하신대로 저희들은 십계명을 다 알고 있습니다.

헤일은 오로지 프락터만 쳐다본다. 프락터는 점점 더 불안해한다.

[프락터] 제가 약간 실수를 했군요.


[헤일] 신학이란 하나의 요새입니다 요새에 있어서는 아무리 작은 틈이라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되
는 겁니다. (그는 일어난다. 걱정스런 표정이다. 그는 깊은 생각에 잠겨서 약간 걸어간다.)
[프락터] 저의 집에 악마의 요소는 조금도 없습니다, 선생.
[헤일] 나도 그러길 바라오. 진정으로 그렇길 바랍니다. (그는 두 사람을 바라본다. 그는 얼굴에 웃
음을 지어 보이려 하지만 그의 표정엔 걱정의 빛이 역력하다.)
[헤일] 자, 그러면 ……. 난 그만 가봐야겠습니다.
[엘리자베스] (스스로를 억제할 수가 없어서) 헤일 씨
(그는 돌아선다) 사실 어느 정도 의심하고 계시죠? 그러시죠?
[헤일] (그는 불안해하는 것이 역력하다. 대답을 피하며) 프락터, 난 당신을 심판하러 온 게 아닙니
다. 다만 법정이 올바른 판단을 내리도록 도와주는 것이 내가 할 일입니다. 당신 두 분께 건갈과 행
운이 함께 하길 기도하겠소. 안녕히 계시오. 선생 (그는 나가기 시작한다.)
[엘리자베스] (실망의 빛을 띄우며) 목사님께 말씀하세요, 존.
[헤일] 무슨 얘기요?
[엘리자베스] (솟아오르는 감정을 억제하며) 말씀하세요.
(약간의 침묵이 흐른다. 헤일은 호기심에 찬 눈으로 프락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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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락터] (무척 괴로워한다) 나밖엔 아무 증인이 없으니 그걸 증명할 도리는 없지만 내가 아는 바론


아이들의 병은 마술과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헤일] (제자리에 멈춰 선다. 놀래서) 전혀 관계가 없다?
[프락터] 패리스 씨가 애들이 숲속에서 노는 걸 발견했기 때문에 애들이 놀라 병이 든 것 뿐예요
(사이)
[헤일] 누가 그런 얘길 합디까?
[프락터] (주저하다가) 아비게일 월리엄즈입니다.
[헤일] 아비게일!
[프락터] 네
[헤일] (눈이 커지며) 아비게일 월리엄즈가 당신한테 그것이 마술과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는 말이
죠?
[프락터] 목사님께서 이곳에 오시던 바로 그날 나한테 그렇게 얘기 했습니다.
[헤일]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그렇다면……. 그렇다면 왜 이제까지 그 얘길 안하셨소?
[프락터] 이런 터무니없는 것으로 세상이 미쳐 돌아가고 있음을 오늘 밤에야 겨우 알았습니다.
[헤일] 터무니없다고요! 선생 내가 직접 조사해서 티튜바와 사라 굿 그밖에 수많은 사람들이 악마와
접촉했다는 고백을 받았습니다. 그들은 고백을 했어요.
[프락터] 아니라고 부인하면 죽을게 분명한데 누군들 고백을 안 하겠습니까? 죽기만 안한다면 무슨
맹세인들 못하겠어요? 그렇게는 전혀 생각을 안 해 보셨던 가요?
[헤일] 해봤소, 정말이오. (그의 마음속엔 프락터의 말대로 의혹이 생기나 이내 거부한다. 그는 엘리
자베스를 다음엔 프락터를 응시한다) 당신이……. 당신이 법정에서 이를 증언해 주시겠습니까?
[프락터] 법정에 갈 생각은 없었지만 가야 된다면 가겠습니다.
[헤일] 무얼 주저하십니까?
[프락터] 아무것도 주저하지 않습니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그런 법정에서 내말이 제대로 전달될까하
는 점입니다. 정말로 의심스럽습니다. 당신같이 그렇게 지각 있는 목사까지 이제껏 한 번도 거짓말을
안했고 또 할 줄도 모르고 또 세상이 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는 내 아내마저 의심하
니 말입니다! 내가 어느 정도 주저하고 있는지도 모르죠. 선생 난 바보가 아닙니다.
[헤일] (조용하게……. 그는 프락터의 말에 깊은 인상을 받았음이 틀림없다.) 프락터 내게 솔직히 말
해보시오 좀 언짢은 소문이 들리던데 듣자니 당신은 이 세상에 악마에 존재마저 부정하신다고들 하
던데 사실이요?
[프락터] (그는 이 말에 미묘한 비난의 의미가 들어있음을 알아챈다. 헤일과 자신에 대한 염증으로부
터 벗어나 정확한 대답을 하려고 애쓴다.) 내가 전에 뭐라고 말을 했었는진 기억이 안 나는군요. 아
마 그렇게 얘기 했을지도 모르죠. 세상에 악마가 정말로 존재할까 하고 언제나 의심해 왔으니까요.
비록 지금도 악마가 우리들 사이에 숨어있다는 걸 믿지 못합니다만…….
[헤일] 그렇다면 당신은 분명히 믿질 않으시는 …….
[프락터] 그런 방면엔 아는 바가 전혀 없습니다. 성경에 악마 얘기가 나오니까 부정은 안 하겠습니
다.
[헤일] 당신은 어때요? 부인?
[엘리자베스] 전 ……. 전 그걸 믿을 수가 없어요.
[헤일] (충격을 받아) 믿을 수가 없다!
[프락터] 엘리자베스, 그런 소릴!
[엘리자베스] (헤일에게) 여자가 저처럼 곧은길을 걸으면서 살 땐 헤일 씨, 난 악마가 그 영혼을 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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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아갈 수 없다고 생각해요. 난 선량한 여잡니다. 난 알아요. 내가 세상을 선량하게 살아간다는 걸


인정하시면서도 뒤에서는 내가 악마와 끈이 맺어져 있다고 믿으신다면 목사님 죄송하지만 난 악마를
전혀 믿을 수가 없습니다.
[헤일] 그렇지만 부인, 당신은 어째든 세상에 여러 악마가 존재한다는 걸 믿는 게…….
[엘리자베스] 저보고 그 악마 중의 하나라고 하신다면 제가 어떻게 악마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겠어
요?
[헤일] 당신은 분명히 복음서에 반대하는 건 아니겠지요? 복음서는…….
[프락터] 이 여잔 복음서의 글자 한자 한자 까지도 전부 믿는 사람입니다!
[엘리자베스] 복음서에 대해선 나한테 묻지 말고 아비게일 월리엄즈한테 물어보세요.

헤일은 그녀를 응시한다.

[프락터] 복음서를 의심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목사님 그렇게 오해하진 마십쇼. 이 집은 기독교인의


집입니다. 목사님, 기독교 가정이란 말입니다.
[헤일] 두 분께 하나님의 가호가 있기를 빌겠소. 셋째 아이를 하루속히 세례 받도록 하시오. 그리고
일요일엔 빠짐없이 교회에 나가서 안식기도를 드리도록 하시오. 독실하고 온화한 가정을 누리도록 하
시오 내 생각엔……. (자일즈 코레이가 현관에 나타난다.)
[자일즈] 존!
[프락터] 자일즈! 웬일이세요?
[자일즈] 놈들이 내 마누랄 잡아갔어.
(프레시스 너스가 들어온다)
[자일즈] 그리고 저 사람의 레베카도 데려갔어!
[프락터] (프렌시스에게) 레베카가 투옥 했어요?
[프랜시스] 그래 취이버가 와서 마차로 끌고 갔어. 우리도 방금 감옥에서 쫓겨 오는 길이야, 면횔 안
시켜줘.
[엘리자베스] 사람들이 정말로 미쳐버렸군요, 헤일 씨!
[프랜시스] (헤일에게 다가가며) 헤일 목사님! 부지사에게 말씀 해주쇼 분명히 그는 이 사람들을 오
해하고 있소이다…….
[헤일] 진정하십시오, 너이스씨.
[프랜시스] 내 아낸 교회의 가장 큰 기둥이었고, 헤일 씨, (자일즈를 가리키며) 그리고 마사 코레이
마사보다 하나님 곁에 더 가까이 있던 사람은 없었소.
[헤일] 레베카는 무슨 일로 피소됐습니까, 너스씨?
[프랜시스] (일그러진 웃음을 지으며) 살인죄요, 살인죄로 피소됐소이다! (조롱조로 영장을 인용한
다)
[프랜시스] "기적적이며 초자연적인 방법으로 푸트남의 아이들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한다." 난 어떻게
해야 됩니까, 헤일 씨!
[헤일] (프랜시스로부터 돌아서며 길게 번민을 한다.) 내 말을 믿으시오, 너스씨, 만일에 레베카마저
더럽혀진다면 이 타락한 세계를 화염으로부터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됩니다. 법정의 판결
을 기다려 봅시다. 법정은 곧 그분을 집으로 돌려보낼 겁니다, 틀림없어요.
[프랜시스] 내 아내가 법정에서 심문을 받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오.
[헤일] 너스, 비록 우리의 심장이 찢어지는 아픔이 있더라도 우린 머뭇거려선 안 됩니다. 새로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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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 찾아왔습니다. 매우 음흉한 음모가 도처에서 꾸며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구태의연한


예의범절이나 낡은 우정에 얽매인다 함은 일종의 죄악입니다. 난 법정에서 너무나 많은 증거를 봤습
니다. 세일럼에는 분명히 악마가 살고 있어요. 그러니 우린 우리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쪽으로 따라가
는 걸 주저해서는 안 됩니다!
[프락터] (분개하여) 그런 분이 어떻게 아이들을 살해할 수 있단 말입니까?
[헤일] (무척 괴로워한다.) 이보시오, 명심해두시오. 악마가 떨어지기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하나님
은 그를 천국의 미남이라고 생각 하셨댔소.
[자일즈] 난 내 아내가 마귀라는 말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헤일 씨, 난 다만 그 여자가 책을
읽고 있었다고 말했을 뿐이오!
[헤일] 코레이씨 정확히 부인께선 무슨 혐의입니까?
[자일즈] 월코트라는 더러운 잡종 놈이 내 아낼 고소했소. 4, 5개월 전에 그 놈이 아내한테서 돼지
한 마리를 사갔는데 그 돼지가 곧 죽어버렸어요 그래서 그 놈이 춤을 추며 얼씨구 좋다고 돈을 돌려
달라고 아낼 찾아왔어요. 그래서 아내가 우리 마사가 그 놈한테 따끔하게 한마디 해줬습니다. "월코
트 돼지 한 마리를 제대로 먹이지 못할 만큼 어리석다면 살아생전에 많은 돼질 치기가 힘들 거야."
헌데 지금 그놈이 법정에 와서 탄원하길 그날부터 오늘까지 아무리 애써 봐도 한 달 이상 살아남는
돼지가 없으며 그건 우리 마사가 책으로 그 돼지한테 마술을 걸었기 때문이라는 거예요.

에제키엘 취이버가 들어온다. 일동은 놀라서 숨을 죽인다. 침묵이 흐른다.

[취이버] 잘 있었나, 프락터?


[프락터] 아, 취이버씨 안녕하세요?
[취업] 모두들 안녕하십니까? 아, 안녕하세요, 헤일 씨.
[프락터] 법정의 일로 오시진 않았겠죠?
[취이버] 그 때문에 왔네. 프락터, 알겠지만 나 지금 법정의 서기 일을 맡고 있네.

경찰관 헤릭이 들어온다. 서른에 가까운 남자이다. 약간 부끄러운 듯한 표정이다.

[자일즈] 안됐군, 에제키엘. 천당에 갈 뻔했던 정직한 양복쟁이가 지옥에서 화형을 당해야 되다니.
이 일로 자넨 화형을 받을 거야, 알고 있어?
[취이버] 아시다시피 난 시키는 대로만 할뿐예요. 분명히 그건 아시겠죠? 자일즈, 날 지옥에 보내고
싶어요? 그런 말은 듣기가 거북하군요. 듣기가 좋질 않아요. (그는 프락터가 두렵게 느껴지지만 그의
코트가 닿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선다.)
[취이버] 프락터, 법의 위력은 대단히 무거운 거야. 오늘밤은 내가 그 온 무게를 등에 짊어지고 왔
네. (그는 영장을 꺼낸다.) 자네 부인에 대한 영장일세.
[프락터] (헤일에게) 아낸 피소되지 않았다고 했잖소!
[헤일] 나도 전혀 모르는 일이오. (취이버에게) 언제 그렇게 됐소?
[취이버] 열여섯 장의 영장을 오늘 밤에 받았습니다. 이 부인도 그중의 하납니다, 목사님.
[프락터] 누가 저 사람을 고소했습니까?
[취이버] 아, 아비게일 월리엄즈가 했네.
[프락터] 무슨 혐의로, 무슨 혐의요?
[취이버] (방안을 휘 둘러보며) 프락터 씨, 시간이 없어요. 법정에선 날 보고 자네 집을 수색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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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에디엠씨네아트센터

했지만 난 집 수색이 싫으니 그러니 자네 부인이 갖고 있는 인형을 내게 내 놓게나.


[프락터] 인형이요?
[엘리자베스] 저 소녀 시절 이후부턴 인형이 없었어요.
[취이버] (당황한다. 그는 벽난로 선반을 쳐다본다. 그 위에 메너리 워렌의 인형이 있다.) 인형이 하
나 보이는 데요, 프락터.
[엘리자베스] 오! (인형이 있는 데로 가며) 이건, 이건 메어리꺼예요.
[취이버] (조심스럽게) 그걸 내게 주시겠습니까?
[엘리자베스] (그에게 주면서 헤일에게 묻는다) 이젠 법정이 인형에서 무슨 뜻이라도 찾아낼 모양이
죠?
[취이버] (인형을 조심스럽게 들고 있다) 집안에 다른 인형은 없나?
[프락터] 없어요. 이것도 오늘밤에 생긴 거요. 인형에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취이버] 음, 인형은 말이야, (그는 매우 조심스럽게 인형을 앞뒤로 돌리면서 살핀다.) 인형이 갖고
있는 뜻은 자, 부인 이제 저와 함께 가시죠.
[프락터] 그 여잔 못가요! (엘리자베스에게) 메어리를 이리 끌고 와.
[취이버] (엘리자베스에게 다가가며) 안 돼요, 안 돼요. 내가 볼 수 없는 데로 보내면 안 된다고 했
소.
[프락터] (그의 팔을 밀어내며) 저 여잘 눈뿐만 아니라 마음에서부터도 다 잊어버리시오. 선생, 메어
리를 붙잡아와, 엘리자베스.
(엘리자베스는 이층으로 올라간다.)
[헤일] 인형에 무슨 뜻이 있소, 취이버씨!
[취이버] (인형을 손으로 돌려보면서) 네, 그건 인형이 뜻하는 건 이 여인이……. (그는 인형의 치마
를 들어 올린다 깜짝 놀라며 그의 눈은 두려움으로 둥그레진다.) 아니!
[취이버] 아니, 이건, 이건…….
[프락터] (인형에게 다가가며) 무엇이 들어 있소?
[취이버] 아니……. (그는 인형에서 긴 바늘을 끄집어낸다.) 바늘이야! 헤릭, 헤릭 바늘이야!
(헤릭은 그에게로 간다.)
[프락터] (분노와 당황을 동시에 느끼며) 바늘이 어쨌다는 거요?
[취어버] (그의 손은 떨리고 있다) 맙소사, 자네 부인은 이제 가망이 없게 됐네, 프락터……. 그래도
난 설마 했었어. 프락터, 설마 했었다고. 헌데 이젠 틀렸어 불행한 일이 터져버렸어. (헤일에게 바늘
을 보이며) 보셨죠, 목사님 바늘입니다!
[헤일] 그건 왜? 바늘이 무슨 뜻이 있소?
[취이버] (눈을 크게 뜬 채 부들부들 떨면서) 그 애가, 월리엄즈 아비게일, 월리엄즈가 말입니다, 목
사님 ,그 애가 오늘밤에 패리스 목사님 댁에서 식사를 하다가 아무런 말도 경고도 없이 갑자기 마룻
바닥에 쓰러졌어요. 목사님 말에 따르면 꼭 매 맞은 짐승처럼 황소라도 들으면 눈물을 흘릴 정도로
아주 처절하게 비명을 지르더랍니다. 그때 목사님이 달려 가보니까 배에 약 2인치 가량 깊숙이 바늘
이 찔려 있었답니다. 바늘을 빼주고 나서 어떻게 찔렸냐고 물어봤더니 그 앤 (프락터에게) ……. 자
네부인의 유령이 그걸 찔렀다고 말했다는 거야.
[프락터] 이런, 그건 제 스스로 한 것이요! (헤일에게) 이걸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까, 선생? (헤일
은 그 증거에 타격을 받은 듯 침묵한다.)
[취이버] 이건 명명백백한 증거입니다! (헤일에게) 난 여기서 프락터의 인형을 발견했어요. 찾아냈습
니다. 목사님 그리고 이 인형의 배에는 바늘이 찔려있었습니다. 난 사실을 얘기하는 걸세. 프락터,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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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악마의 증거를 억지로 찾아내려는 게 아니었어. 그러나 내 일을 방해하지 말아 난 …….

엘리자베스가 메어리 워렌을 데리고 들어온다. 프락터는 메어리를 보자 그녀의 팔을 붙들고 헤일에게
끌고 간다.

[프락터] 증거는 여기 있소! 메어리, 저 인형이 어떻게 이집으로 흘러 들어왔는지 말씀드려!


[메어리 워렌] (놀래서 목소리가 매우 작다) 무슨 인형 말씀이세요?
[프락터]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취이버의 손에 있는 인형을 가리키며) 저 인형, 저 인형 말이다.
[메에리워렌] (회피하듯 인형을 보면서) 그건……. 내 것 같은데요.
[프락터] 그렇지? 이건 네 꺼지?
[메어리 워렌] (이 말의 진의를 모르고서) 네 ……. 네
[프락터] 그리고 이게 어떻게 여기에 굴러들어 왔지?
[메어리 워렌] (숨을 죽이고 자기를 쳐다보고 있는 여러 사람의 얼굴을 쳐다보며) 네……. 그건…….
전 그걸 법정에서 만들었어요. 그리고……. 오늘밤에 프락터 씨께 드렸습니다.
[프락타] (헤일에게) 어때요 목사님……. 들으셨죠?
[헤일] 메어리 워렌 그 인형 속엔 바늘이 꽂혀 있었다.
[메어리 워렌] (당황하며) 어머나 악의가 있어서 그런 건 아녜요, 목사님.
[프락터] (재빨리) 네가 바늘을 찔러 넣었니?
[메어리 워렌] 네……. 그럴 거예요. 제가 그랬어요.
[프락터] 자 이제 뭐라고 말씀하시겠습니까?
[헤일] (메어리 워렌을 집요하게 응시하며) 얘야, 지금 한말이 너의 진정한 기억에서 나온 말이냐?
뭐라 할까 ,글쎄 누군가가 네게 그렇게 말을 하도록 마술을 부리고 있는 게 혹시 아닐까?
[메어리 워렌] 제게 마술을요? 아녜요, 목사님 전 지금 정신이 또렷해요. 수잔나 월코트에게 물어보
세요. 그 앤 내가 법정에서 바느질 하는걸 봤어요. 아니면 에비한테 물어보시든가 바로 내 옆에 앉아
있었으니까요.
[프락터] (헤일에게 취이버에 관해 얘기 한다) 저 사람을 돌려보내세요. 이제 모든 것이 확실히 밝혀
졌지 않습니까? 저 사람을 돌려보내세요, 헤일 씨.
[엘리자베스] 바늘의 의미하는 게 뭐죠?
[헤일] 메어리, 넌 지금 아비게일의 가혹하고 잔인한 살인죄를 인정하고 있는 거야.
[메어리 워렌] 살인죄를! 전 아무것도 …….
[헤일] 아비게일이 오늘밤 부상을 당했다, 바늘이 배에 찔려 있었어 …….
[엘리자베스] 그래서 날 고발했나요?
[헤일] 그렇소.
[엘리자베스] (숨이 막혀) 오, 이런! 그 앤 살인자예요! 그 앨 이 세상에서 쫓아내야 돼요!
[취이버] (엘리자베스를 가리키며) 저 소릴 들으셨죠, 목사님! 세상에서 쫓아내야 된다는 소릴! 헤릭
자네도 들었지?
[프락터] (갑자기 취이버의 손에서 영장을 가로채며) 나가시오!
[취이버] 프락터, 그 영장에 함부로 손을 대지마!
[프락터] (영장을 갈기갈기 찢으며) 나가란 말이야!
[취이버] 자네 지금 부지사 각하의 영장을 찢어버렸어?
[프락터] 얼어 죽을 놈의 부지사! 꺼져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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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일] 자, 자 프락터, 프락터.


[프락터] 당신도 저들과 같이 나가요! 당신은 타락한 목사요.
[헤일] 만일에 부인이 죄가 없다면 법정은 …….
[프락터] 만일에 죄가 없다니! 왜 당신은 내 아낸 의심하면서 패리스나 아비게일은 의심하지 않소?
고발 하는 사람은 언제나 신성한 거요? 그들이 오늘 아침에 하나님의 손가락처럼 깨끗하게 태어나기
라도 했단 말이오? 이 세일럼을 나돌아 다니는 건 악마가 아니라 복수입니다. 우린 전과 조금도 다
를 바가 없이 이 세일럼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미치광이 어린애들이 이 광란의 열쇠
를 흔들고 있고 더러운 복수심이 법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 영장은 복수에 지나지 않아요! 내 아낼
그 더러운 복수의 제물이 되게 할 순 없습니다!
[엘리자베스] 전 가겠어요 존 …….
[프락터] 안 돼!
[헤릭] 밖에 아홉 명이 더 있네. 부인을 지킬 순 없을 거야. 난 법에 따라서 행동하는 거야. 존 어서
부인을 내놔.
[프락터] (헤일에게 한 대 후려칠 자세로) 이 여자가 끌려가는 걸 보고만 있겠소?
[헤일] 프락터, 법정은 다만 …….
[프락터] 하나님은 당신의 죄를 용서치 않을 거요. 하나님은 이 일로 당신의 죄악을 용서치 않을 거
요!
[엘리자베스] 존, 전 저 사람들과 같이 가야될 것 같아요. (그는 그녀를 쳐다볼 수가 없다.) 메어리,
내일 아침에 먹을 빵은 넉넉히 있어. 오후에 먹을 건 네가 구워라. 프락터 씨를 친 아버지처럼 잘 모
셔야 돼, 알았지, 응? (그녀는 울음을 참으려고 몸부림친다. 프락터에게) 애들이 깨거들랑 마술에 대
해선 아무 말씀도 마세요……. 애들이 놀랠 거예요 (그녀는 더 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다.)
[프락터] 내가 가서 당신을 집으로 데려오겠소. 곧 데리러 갈게.
[엘리자베스] 오, 존 빨리 오셔야 돼요!
[프락터] 곧 갈 테니 아무 걱정 말아요, 엘리자베스.
[엘리자베스] (극도의 공포에 떨며) 네, 아무것도 두려워 않겠어요.

그녀는 방안을 자세히 둘러본다. 마치 모든 걸 가슴속에 영원히 새겨 두려는 듯하다.

[엘리자베스] 애들한테는 아픈 사람 문병 갔다고 말씀해 주세요.

그녀는 문밖으로 걸어 나간다. 헤릭과 취이버가 그 뒤를 따라 나간다 프락터는 잠시 문간에 서서 그


들을 지켜본다. 쇠고랑을 차는 소리가 들린다.

[프락터] 헤릭! 헤릭! 내 아내한테 쇠고랑을 채우지 마! (그는 문 밖으로 달려 나간다. 밖에서)
[프락터] 이 빌어먹을 놈아, 내 아내에게 쇠고랑을 채우지 말란 말이야! 꺼져버려! 용서 못해! 그
여자한테 쇠고랑을 채우는 건 용서 못해!

이에 대항하는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헤일은 죄의식과 불확실성 속에 휩싸여 밖에서 벌어


지는 장면을 외면하려고 돌아선다. 메어리 워렌이 울음을 터뜨리면서 앉는다. 자일즈 코레이가 헤일
에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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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일즈] 아직도 잠잖고 계시기오? 이건 사기예요 당신도 뻔히 알고 있잖소? 왜 가만히 계시는 거


요?

프락터가 두 대리인과 헤릭한테 어깨를 붙잡힌 채 방으로 떠밀려 들어온다.

[프락터] 이 원순 갚는다. 헤릭, 이 원순 꼭 갚고야 말테야!


[헤릭] (숨을 헐떡거리며) 하나님의 이름을 걸고 말하겠는데 존 나는 어쩔 수가 없네. 누구든지 다
쇠고랑은 채워야 돼 자네 내가 갈 때까지 밖에 나와선 안 되네!

그는 두 대리인과 함께 나간다. 프락터는 그 자리에 숨을 몰아쉬며 서 있다. 여러 말이 마차 끄는 소


리가 들린다.

[헤일] (심한 의혹에 쌓여) 프락터 씨 …….


[프락터] 나가시오!
[헤일] 자, 자, 프락터, 마음을 넓게 가져요 마음을 넓게 가지시오. 내가 들은 대로 법정에 가서 부
인을 위해 증언하겠소. 난 부인이 죄가 있고 없는 것은 판단할 수 없소. 모르니까요……. 하지만 이
것만을 확실한 것 같소. 세상이 미쳐가고 있으니까 당신이 이 착란의 원인을 한 어린계집애의 복수심
이라고 주장한다면 그건 아무런 도움도 안 될 것 같소.
[프락터] 당신은 비겁자요! 비록 당신이 하나님의 눈물 속 에서 목사로 임명됐다 하더라도 당신은
지금 비겁자가 돼버렸소!
[헤일] 프락터, 하나님께서 당신이 말한 그런 사소한 이유로 이렇게까지 노하신거라곤 생각이 안 되
오. 감옥이 죄수들로 가득 합니다 ……. 우리의 위대하신 판사님들이 지금 세일럼에 앉아계시오…….
그리고 교수형도 불사할 것을 약속 하셨습니다. 이보시오, 우린 타당한 이율 찾아내야만 하는거요.
실제로 살인이 자행됐으면서 밝혀지지 않았을지도 모르잖습니까? 입에 담지 못할 추악한 행위가 있
었는지도 모르잖소? 아무도 모르는 불경한 죄악들이 그 악취를 하늘에까지 풍기고 있는지 누가 알겠
소? 그 원인을 생각해 보시고 이렇게 혼란에 빠져있을 때는 당신만이, 당신만이 직감해서 알 수 있
는 것이요. 무언가가 반드시 있는 법이오. (그는 자일즈와 코레이에게 간다.) 서로 잘 상의해 보십시
오. 당신들의 마을을 생각해 보시고 또 무엇이 당신들 전부에게 하늘의 벼락을 내리게 했는지 잘 생
각해 보십시오. 하나님께서 우리의 눈을 뜨게 해주시도록 기도하겠고 (헤일은 나간다.)
[프랜시스] (헤일이 풍긴 분위기에 압도되어) 세일럼에서 이제까지 살인은 없었어.
[프락터] 난 혼자 있고 싶습니다.
[자일즈] (떨면서) 존, 말해봐 무슨 방도가 없을까?
[프락터] 그만 집에 가보세요, 내일 얘기합시다.
[자일즈] 잘 생각해봐. 내일 아침 일찍 올까 응?
[프락터] 그러세요, 이제 가세요. 자일즈.
[자일즈] 그럼 잘 있게. (자일즈 코레이는 나간다. 잠시 후에)
[메어리 워렌] (두려운 목소리로) 프락터 씨 적당한 증거만 있으면 아주머닌 풀려나실 거예요.
[프락터] 넌 나와 함께 법정에 가야돼, 메어리. 법정에 가서 사실을 말해야 돼.
[메어리 워렌] 아비게일한테 살인죄를 씌울 순 없어요.
[프락터] (그녀에게 위협적으로 다가가며) 넌 가서 저 인형이 이 집에 들어오게 된 경위하고 또 인
형에 바늘을 찌른 사람이 누군가를 말해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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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어리 워렌] 그 말을 하면 그 애가 날 죽일 거예요!


(프락터는 계속 다가간다.) 에비가 아저씰 강간죄로 고발한댔어요. 프락터 씨!
[프락터] (멈춰서며) 그 애가 너한테 말했구나!
[메어리 워렌] 전 알고 있었어요. 그 앤 아저씰 파멸시킬 거예요. 꼭 그렇게 할 거예요.
[프락터] (주저한다 자신에 대한 깊은 증오를 나타내며) 좋아, 그렇다면 그 애의 성자 같은 짓거리도
들통이 나겠지. (메어리는 그로부터 물러선다) 우린 똑같이 같은 함정에 빠져 들어갈 거야. 넌 법정
에서 네가 알고 있은 모든 걸 다 얘기해야 돼.
[메에리워렌] (무서워서) 전 못해요 그들은 날…….
(프락터는 성큼성큼 걸어가서 그녀를 붙잡는다. 그녀는 계속해서 "못해요 전 못해요!"라는 말을 되풀
이한다.)
[프락터] 내 아내가 나 때문에 죽어선 안 돼! 만일에 나 때문에 아내가 죽게 되고 그 애가 살아났다
면 난 너의 내장을 뜯어다가 네 입에 쳐 넣고 말테야.
[메어리 워렌] (그로부터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치며) 전 못 해요, 못 해요!
[프락터] (목을 졸라 죽이려는 듯이 그녀의 목을 움켜잡는다) 내말대로 해! 우리 등 뒤에서 지금 지
옥과 천국이 싸우고 있다 우리의 가면은 모두 벗겨지고 있어……. 내 말대로 하란 말이야!

그는 그녀를 마룻바닥에 내동댕이친다. 그녀는 쓰러진 채로 "난 못 해요 못 해요……. " 하고 말하면


서 계속 통곡 한다. 그리고 그는 이제 열려있는 물을 향해 돌아서서 한 점을 응시한 채 거의 혼잣말
처럼 말을 한다.

[프락터] 평화, 그것이 하늘의 뜻이다. 하늘은 혁명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의 모습은 과거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고 다만 지금은 벌거벗고 있을 뿐이다. (그는 마치 공포를 향해 가듯 걸어간다. 하늘을
마주 바라보며)
[프락터] 그대 벌거벗었다! 그리고 바람이 하나님의 차가운 바람이 몰아칠 것이다!

그녀는 통곡하면서 몇 번이고 "난 못 해요, 못 해요."라는 말을 되풀이한다.


막이 내린다.

[막] 3막

세일럼 교회의 제복실, 지금은 법정의 대기실로 쓰이고 있다. 막이 오르면 방은 텅 비어 있다. 뒷벽
에 높은 창문이 둘 있고 거기를 통해서 햇빛 쏟아져 들어온다. 방안의 분위기는 엄숙하다 못해 무서
울 정도이다. 두터운 들보기 튀어나와 있고 벽은 크기가 일정하지 않은 나무판자로 되어 있다. 오른
쪽에 두개의 문이 있다. 이 문은 원래의 예배실로 통했다. 이 예배실에서 지금 법정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왼쪽에 밖으로 나가는 문이 하나 더 있다. 왼쪽과 오른쪽에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벤
치가 하나씩 있다. 중앙에 비교적 기다란 테이블이 하나있고 그 주의에 등받이 없는 걸상이 여러 개
있으며, 매우 아늑해 보이는 안락의자가 하나 있다. 오른쪽에 있는 칸막이벽을 통해서 검찰관의 음
성, 즉 하소온 판사의 질문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이어서 한 여자의 음성, 즉 마사 코레이의 대답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하소온의 음성] 마사 코레이, 당신이 운명에 관한 책을 읽는 데에 몰두해 있었다는 증거는 얼마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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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소. 당신은 그 점을 부인합니까?


[마사 코레이의 음성] 난 마귀완 아무 관련도 없습니다. 난 마귀가 무엇인지도 모릅니다.
[하소온의 음성] 마귀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당신이 마귀가 아니라는 건 어떻게 아오?
[마사 코레이의 음성] 만일에 내가 마귀라면 스스로 마귀라는 걸 알고 있을 테니까요.
[하소온의 음성] 무슨 이유로 이 아이들을 해쳤소?
[마사 코레이의 음성] 난 그런 적이 없어요!
[자일즈의 음성]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여기 법정에 보여줄 증거가 있소!

방청석에 앉아있는 읍내 사람들의 음성이 흥분 속에서 고조된다.

[댄포스의 음성] 자리에 앉으시오.


[자일즈의 음성] 토마스 푸트남은 땅 흑심에 혈안이 돼있습니다!
[댄포스의 음성] 경찰, 저 사람을 퇴장시키시오!
[자일즈의 음성] 당신은 지금 거짓말을, 거짓말을 듣고 있어요!

사람들이 분노하는 소리가 들린다.

[하소온의음성] 저 사람을 체포하십시오, 각하!


[자일즈의 음성] 내게 증거가 있단 말이오, 왜 내 증언은 듣질 않는 거요?

문이 열리고 자일즈가 헤릭한테 반쯤 끌리다시피 제복실로 들어온다.

[자일즈] 이 손 놔, 이 망할 놈아, 날 보내줘!


[헤릭] 자일즈, 자일즈!
[자일즈] 비켜라, 헤릭! 내가 증거를 갖고…….
[헤릭] 가셔선 안 돼요. 자일즈, 저긴 법정이에요.

법정으로부터 헤일이 들어온다.

[헤일] 잠시 진정하고 계세요.


[자일즈] 당신이 헤일씨 당신이 저기 좀 가서 내가 말을 할 수 있도록 청해주시오.
[헤일] 잠깐만 참으세요, 잠깐만!
[자일즈] 잠깐이면 저들이 내 아낼 처형 할 텐데요!

하소온 판사가 들어온다. 육십 대에 접어든 잔인하고 인정이라곤 털끝만치도 없는 세일럼의 판사이


다.

[하소온] 법정에서 감히 고함을 지르다니! 미쳤소, 코레이?


[자일즈] 당신은 아직 보스턴의 판사가 아니오, 하소온, 날 미쳤다고 부르지 마!

부지사 댄포스가 들어오고 뒤따라 에제키엘 취이버와 패리스가 들어온다. 그가 나타나자 일순간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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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흐른다. 댄포스는 육십 대의 근엄한 노인으로 유머와 궤변을 즐기지만 자신의 직무와 논리에는 정
확히 충실한 사람이다. 그는 자일즈에게로 온다. 자일즈는 지글지글 끓는 분노로 인해 곧 터지고 말
것 같은 모습이다.

[댄포스] (댄포스를 정면으로 쳐다보며) 이 사람이 누구요?


[패리스] 자일즈 코레이라고 합니다. 대단히 말썽 많고…….
[자일즈] (패리스에게) 질문 한건 나야. 또 난 대답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나이도 먹었네! (댄포스
에게 자일즈는 그로부터 강한 인상을 받는다. 긴장 속에서도 미소를 지어 보이며) 내 이름은 코레이
입니다. 각하, 자일즈 코레이라고 합니다. 난 육백 에이커의 토지와 숲을 갖고 있습니다. 각하께서 지
금 심문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제 처 올습니다. (그는 법정을 가리킨다.)
[댄포스] 그렇게 소란을 피워가지고 어떻게 부인을 돕겠단 얘기요? 그만 가시오. 나이 대접하느라고
특별히 봐드리는 거요. 다른 사람 같으면 벌써 감옥에 쳐 넣었을 거요.
[자일즈] (탄원한다.) 사람들이 내 아내에 관해서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전.
[댄포스]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건 당신이 아니라 바로 이 법정이오.
[자일즈] 각하 법정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댄포스] 아니긴 뭐가 아니오. 그건 무시하는 태도요! 그건 파괴행위요, 선생. 본 법정은 이 지방 최
고 행정부의 최고 법정이오, 알고 계시오?
[자일즈] (울기 시작한다.) 각하, 전 그저 아내가 책을 읽고 있었다고 말을 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와서 아내를 집밖으로 끌고 나갔습니다. 이유는…….
[댄포스] 책이라! 무슨 책 말이오?
[자일즈] (울음을 그치려고 하나 뜻대로 안 된다.) 저 여잔 세 세 번째 아내입니다. 세 번 결혼하는
동안 저렇게 책을 좋아하는 여잔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전 책에 그렇게 빠져있는 이유를 알고 싶었댔
습니다. 마귀라고 욕한 게 절대로 아니었어요. (그는 엉엉 소리를 내서 운다.) 제가 마누라한테 너무
했습니다, 너무 했어요. (그는 부끄러워서 얼굴을 감싸 쥔다. 댄포스는 정중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헤일] 각하, 이 사람은 지금 자기 아낼 변호할 확실한 증거를 갖고 있다고 탄원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엔 각하께서 정의에 입각하셔서…….
[댄포스] 적당한 선서를 시킨 후에 그 증거를 제출토록 이르시오. 법정의 절차에 대해선 잘 알고 계
실 테니, 헤일 씨, (헤릭에게) 데리고 나가게.
[헤릭] 갑시다, 자일즈. (그는 코레이를 조심스럽게 밀면서 나간다.)
[프랜시스] 저희에겐 희망이 없습니다. 각하, 삼일동안 계속해서 왔습니다만 도무지 말할 기회를 주
지 않습니다.
[댄포스] 이 사람은 또 누구요?
[프랜시스] 프랜시스 너스입니다, 각하.
[헤일] 오늘 아침에 선고받은 레베카의 부군이십니다.
[댄포스] 아 이분이로군! 당신 같은 사람이 그렇게 소란을 피우다니 놀랬소. 당신 아주 인품이 고매
하신 분으로 알고 있었는데요, 너스씨.
[하소온] 두 사람 다 법정모독죄로 구속해야 됩니다, 각하.
[댄포스] (프랜시스에게) 청원서를 쓰시오, 적당한 때에 내가…….
[프랜시스] 각하, 각하의 눈 바로 앞에 증거가 있습니다. 하나님께선 각하가 그 증거를 외면하심을
허락지 않으십니다. 그 여자애들은, 각하, 그 여자 애들은 지금 고의로 위증을 하고 있습니다.
[댄포스] 그게 무슨 얘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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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시스] 증거가 있어요. 그 애들이 각하를 완전히 기만하고 있습니다.

댄포스는 충격을 받는다. 프랜시스를 자세히 살펴본다.

[하소온] 이건 모독입니다, 각하, 모독입니다.


[댄포스] 조용히 하시오, 하소온 판사, 내가 누군지 알고 있소 너스 씨?
[프랜시스] 물론 알고 있습니다. 각하 또한 전 각하께서 현명하신 판사이신 것도 알고 있습니다.
[댄포스] 마블 헤도에서 린까지 약 사백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내 싸인 하나로 감옥에 갇힌 사실도
아시오?
[프랜시스] 전…….
[댄포스] 또 칠십이 명이 내 싸인으로 교수형을 언도 받았음도 알고 계시오?
[프랜시스] 각하, 각하의 존엄하심은 알겠습니다만, 각하 지금 기만을 당하고 계십니다.

왼편에서 자일즈 코레이가 들어온다. 프락터와 함께 있는 메어리 워렌을 손짓으로 부른다. 모두는 몽
을 돌려 그들을 쳐다본다. 메어리 워렌은 눈을 땅에 떨어뜨리고 있다. 프락터는 거의 쓰러질 듯한 그
녀를 팔을 잡아 부축하고 있다.

[패리스] (그녀를 보자 충격을 받는다) 메어리 워렌! (그는 곧 바로 가서 그녀의 얼굴을 바짝 들여


다보며) 네가 여긴 어떻게 왔니?
[프락터] (부드럽지만 강한 동작으로 패리스를 그녀로부터 떼어내며) 부지사님께 드릴 말씀이 있답니
다.
[댄포스] (새로 벌어진 장면에 충격을 받아 헤릭에게 몸을 돌리며) 자네는 메어리 워렌이 앓아 누워
있다고 했잖아?
[헤릭] 분명히 그랬었습니다, 각하. 제가 지난주에 법정에 데려오려고 갔을 때 저 앤 아프다고 말하
더군요.
[자일즈] 그동안 양심과 싸워왔던 겁니다. 각하 오늘은 각하께 진실을 말씀드리고자 왔습니다.
[댄포스] 이 사람은 누구야?
[프락터] 존 프락터입니다. 각하, 엘리자베스 프락터가 제 아냅니다.
[패리스] 주의하십시오, 각하. 이 사람은 모사꾼입니다.
[헤일] (흥분해서) 이제 저 애 말을 들어보시죠. 각하, 그리고서…….
[댄포스] (메어리 워렌에게 강한 흥미를 느끼며 헤일에게는 그저 손만 들어 보일 뿐이다) 조용히. 그
래 무슨 얘기지 메어리 워렌?

프락터는 그녀를 쳐다본다. 그러나 그녀는 말을 못한다.

[프락터] 이 앤 유령을 본 일이 전혀 없답니다, 각하.


[댄포스] (대단히 놀라며 메어리에게) 유령을 본 일이 없다!
[자일즈] (탄원하듯) 전혀 없대요.
[프락터] (저고리 안 주머니를 뒤적이며) 이 앤 이 조서에 서명을 했습니다, 각하.
[댄포스] (즉시) 아니 아냐 조선 받지 않겠어. (그는 신속하게 사태를 계산해본다. 그는 메어리에서
프락터에게로 몸을 돌린다.) 말해보시오, 프락터 씨, 당신은 그 얘길 마을에다 폭로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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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락터] 안 했습니다.
[패리스] 저들은 법정을 파괴하려고 왔습니다. 각하! 이 사람은…….
[댄포스] 아, 아, 가만히 있으라니까, 패리스 씨! 프락터 씨, 당신은 본 소송사건의 핵심적인 논란이
하늘의 음성이 아이들을 통해서 전달되고 있다는 사실에 기인함을 알고 계시오?
[프락터] 압니다.
[댄포스] (프락터를 응시하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이윽고 메어리 워렌에게 몸을 돌리며) 그리고 너,
메어리 워렌 넌 이제까지 사람들이 널 해치려고 유령을 풀어 놨다구 주장하지 않았니?
[메어리 워렌] 거짓이었어요.
[댄포스] 안 들린다, 크게 말해라.
[프락터] 거짓이었다고 합니다.
[댄포스] 아?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냐? 수잔나 월코트라든지 그 밖에 다른 애들도 다 그래? 걔들도
역시 거짓을 꾸며대고 있단 말이냐?
[메어리 워렌] 네.
[댄포스] (눈을 크게 뜨고) 이것 참, (사이 그는 당황한다. 그는 돌아서서 프락터의 얼굴을 자세히
살핀다.)
[패리스] (땀을 흘리며) 각하, 새빨간 거짓말이 올시다. 공개법정에서 이런 거짓말이 허용돼선 안 됩
니다.
[댄포스] 당신 말이 꼭 맞아요. 그러나 저 애가 그런 얘길 하려고 이곳에 감히 올수 있었다는 게 도
무지 놀랍군. 프락터 씨, 당신의 증언을 들을 것인가 안 들을 것인가를 결정하기 전에 먼저 직책 상
몇 말씀 해두겠소. 우린 이곳에서 매우 뜨거운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그건 모든 거짓말을 완전히 녹
여 없애줄 거요.
[프락터] 알고 있습니다.
[댄포스] 내 말을 끊지 마시오. 당신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가오. 남편 된 자로서의 어진 마음이
때로는 나쁜 변호하기 위해서 방종에 까지 이를 수도 있는지요. 양심에 호소해서 선생 당신의 증거가
진실에 입각한 것임을 자신할 수 있소?
[프락터] 자신합니다. 각하께서도 곧 알게 되실 겁니다.
[댄포스] 그리고 당신은 그걸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개 법정에서 폭로하겠다는 생각이오?
[프락터] 그럴 생각입니다. 물론 각하의 허락이 있으신 다음에 말입니다.
[댄포스] (눈을 가늘게 뜨며) 자, 선생 그렇다면 그런 행동을 하려는 당신의 목적은 뭐요?
[프락터] 글쎄요, 그건 내 아낼 구해내자는 겁니다.
[댄포스] 혹시 본 법정을 전복시키겠다는 욕망을 가슴 속에 잠적해두거나 정신 속에 은폐해둔 게 아
니오?
[프락터] (약간 말을 더듬으며) 그럴 리가, 아닙니다.
[취이버] (헛기침을 한다) 전, 각하…….
[댄포스] 취이버 씨.
[취이버] 제가 말씀을 드리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하는데요. (프락터에게 친절한 어조로) 자네도 아마
부정할 순 없을거야, 존. (댄포스에게) 우리가 이 사람의 부인을 데리러 갔을 때 이 사람은 법정을
모독하는 욕을 했고 또 각하의 영장도 찢어버렸습니다.
[패리스] 글쎄 그렇다니까요.
[댄포스] 정말이오, 헤일씨?
[헤일] (한숨을 쉬며) 네,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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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락터] 흥분해서 그런 겁니다. 내가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몰랐습니다.


[댄포스] (그를 자세히 살피며) 프락터 씨.
[프락터] 네.
[댄포스] (그의 눈을 쏘아보며) 악마를 본적이 있소?
[프락터] 없습니다.
[댄포스] 당신은 모든 면에서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고 자처할 수 있소?
[프락터] 있습니다.
[패리스] 그런 신자가 한 달에 한 번도 교회엘 나오질 않는구먼!
[댄포스] (자제하며, 그는 호기심에 가득 차 있다.) 교회엘 나오지 않는다고요?
[프락터] 전, 전 패리스 씨가 싫었습니다. 그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진실로
경배합니다.
[취이버] 저 사람은 일요일에도 쟁기질을 합니다, 각하.
[댄포스] 일요일에도 쟁기질을 해!
[취이버] (사과하듯) 사실이 아닌가, 존, 난 법정의 관리로서 숨길 수가 없네.
[프락터] 한, 한두 번 일요일에 쟁기질을 했습니다. 제겐 자식이 셋이나 있는데 작년까지만 해도 농
사가 잘 안 돼 수확량이 아주 적었어요.
[자일즈] 사실을 따지고 보면 일요일에 쟁기질하는 사람이 이 사람 말고도 얼마든지 있어요.
[헤일] 각하 그런 일로 저 사람을 판단해선 안 될 줄로 압니다.
[댄포스] 난 아무것도 판단하지 않아요. (사이. 그는 프락터를 계속 응시한다. 프락터는 그의 눈을
맞바로 보려고 애쓴다.) 솔직히 말을 하겠소. 선생 - 난 이법정안에서 매우 많은 기적을 실제로 봤
소. 내눈 앞에서 사람들이 유령들에게 질식당하는 것도 봤소. 또 사람들이 바늘에 찔리고 칼에 베이
는 것도 봤소. 당신은 그렇게 말을 하지만 난 지금 바로 이 순간 까지도 아이들이 날 기만하고 있다
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아요. 내말을 이해하시겠소?
[프락터] 각하, 지금까지 피소된 그 많은 여인들은 매우 정직 하다는 평판을 받으면서 여태까지 살아
온 분들입니다. 이점은 전혀 고려하시지 않습니까? 그리고…….
[패리스] 당신은 복음서를 읽으시오, 프락터씨?
[프락터] 네, 읽습니다.
[패리스] 그런 것 같지 않은데요? 읽는다면 마인도 정직한 사람이었고 또 그러면서도 아벨을 죽였다
는 사실을 분명히 알게 아니요?
[프락터] 그렇소, 하나님이 그렇게 말씀해 주십디까? (댄포스에게) 그러나 레베카가 유령을 품어서
일곱 명의 갓난애들을 죽였노라고 말을 하는 게 도대체 누구입니까? 그건 단지 아이들의 얘기일 뿐
입니다. 이 애가 곧 각하께 이제까지 거짓말을 했음을 고백할 겁니다.

댄포스는 생각에 잠긴다. 그는 하소온을 향해 몸을 굽힌다. 그는 귓속말로 뭐라고 한다. 하소온은 머


리를 끄덕인다.

[하소온] 예, 바로 그 여잡니다.
[댄포스] 프락터 씨, 오늘아침에 부인으로부터 임신했다는 내용의 청원서를 받았소.
[프락터] 아내가 임신을!
[댄포스] 몸을 조사해봤더니 그런 낌새는 없었소.
[프락터] 그렇지만 아내가 스스로 임신했다고 말한다면 그건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아낸 절대로 거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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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안 해요, 댄포드씨.
[댄포드] 그럴까?
[프락터] 절대로, 절대로 안 합니다.
[댄포스] 우린 그걸 풀려나려고 일부러 꾸민 얘긴 줄 알았소. 그렇다 해도 내가 제안을 하나 할 테
니 잘 생각해 보시오. 당신 부인을 한 달 동안 더 두고 봐서 몸에 자연히 임신한 티가 나면 일 년
동안을 집에서 살도록 가석방해 주겠소. 어떻소? (존 프락터는 얻어맞은 듯이 침묵한다.) 자, 말해보
시오 아낼 구하는 것만이 당신의 목적이라고 말했죠? 그렇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오. 적어도 일 년
동안은 구원을 받는 거요. 일 년이란 짧은 세월이 아닙니다. 어때요? 이제 문제는 다 해결된 것이오.
(프락터는 번민하며 프랜시스와 자일즈를 쳐다본다.) 이 고소를 취하 하시겠습니까?
[프락터] 전……. 전 못할 것 같습니다.
[댄포스] (무의식중에 목소리가 굳어지며) 그렇다면 당신 목적은 좀 더 큰 데에 있는 거로군.
[패리스] 저 사람은 법정을 전복시키려고 왔습니다. 각하.
[프락터] 이분들은 제 친구입니다. 이분들 부인도 역시 피소 됐어요.
[댄포스] (갑자기 활기를 띄우며) 당신을 비난하는 게 아니오, 선생. 당신의 증언을 들어보도록 합시
다.
[프락터] 법정에 해를 끼치려고 온 게 아닙니다. 전, 다만…….
[댄포스] (그의 말을 끊으며) 경찰 법정에 들어가서 스터우 판사하고 소얼 판사에게 한 시간 동안의
휴정을 선포하라고 해. 그들한테는 원한다면 술집에라도 가서 한 잔 하라고 하고, 모든 증인과 죄수
들은 건물 밖으로 나가선 안 된다고 전해줘.
[헤릭] 알았습니다. (매우 겸손하게) 한마디만 하게 허락해주십시오. 각하. 이 사람은 제가 어릴 때
부터 잘 알고 있습니다. 아주 좋은 사람입니다, 각하.
[댄포스]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지만 어쩐지 불쾌하다.) 나도 그 점은 확신해.(헤릭은 머리를 끄덕이
고 나서 나간다.)그래 무슨 조서를 갖고 오셨소. 프락터 씨, 미리 부탁하는데 하늘처럼 맑고 솔직하
고 정직해야 되오.
[프락터] (여러 장의 서류를 꺼내며) 전 변호사가 아니라서…….
[댄포스] 마음이 깨끗하면 변호사가 필요 없소, 마음대로 진행해 보시오.
[프락터] (댄포스에게 서류 한 장을 주며) 우선 이걸 좀 읽어 보시죠. 일종의 서약서입니다.
여기에 서명한 사람들은 전부 레베카와 제 아내와 또 마사 코레이를 죄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입
니다. (댄포스는 그 서류를 내려다본다.)
[패리스] (댄포스의 마음을 돌리려고) 죄가 없다고 생각을 해! (그러나 댄포스는 읽기를 계속한다.
프락터는 기운을 얻는다.)
[프락터] 이 사람들은 모두 웬만큼 토지를 갖고 있는 농부들이고 또 다 교인들입니다. (자세하게 어
떤 대목을 지적하려고 애쓰며) 보시면 아시겠습니다만 그 사람들은 모두 이 여인들과 오랫동안 사귀
어 왔던 분들로서 이 여인들이 악마와 거래를 했다는 흔적은 조금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패리스는 신경질적으로 댄포스의 뒤를 왔다 갔다 하며 어깨너머로 읽는다.

[댄포스] (긴 리스트를 훑어 내려가며) 몇 명이나 서명했소?


[프랜시스] 아흔 한명입니다, 각하.
[패리스] (안절부절못하며) 이 사람들을 전부 소환해봐야 합니다.
(댄포스는 의아하다는 듯이 그를 올려다본다.) 소환해서 심문을 해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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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시스] (분개하며 몸을 부르르 떨며) 댄포스 씨. 난 이 사람들한테 서명을 해도 조금도 피해를


받지 않는다고 얘길 해줬는데요.
[패리스] 이건 분명히 법정에 대한 도전입니다.
[헤일] (패리스에게 자제하려고 애쓰며) 모든 변호가 다 법정에 대한 도전이란 말이요? 그래, 아무
도?
[패리스] 세일럼에 사는 죄 없고 진실함 기독교인들은 모두 법정에 대해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여기
이 사람들은 반대로 회의적이란 말입니다. (댄포스에게 정면으로) 이 사람들을 하나하나 불러내서 그
들이 무엇 때문에 각하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가를 알아 보셔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소온] 제 생각도 일단 조사는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댄포스] 그게 반드시 도전이라도 생각되지는 않소, 그러나…….
[프랜시스] 이 사람들은 모두 독실한 기독교인들입니다. 각하.
[댄포스] 그렇다면 그들이 두려워할게 아무것도 없지 않소? (취이버에게 서류를 넘겨주며) 취이버
씨. 이 사람들 전부에게 영장을 발부하고……. 증인 심문의 명목으로 구속하시오. (프락터에게) 자,
선생 그 밖의 정보는 없소? (프랜시스는 무서움에 질려 아직도 서있다.) 앉으시오, 너스 씨.
[프랜시스] 결국 내가 그 사람들한테 화를 입힌 셈이 됐군, 내가…….
[댄포스] 걱정 마시오, 노인 어른. 그들이 양심만 깨끗하다면 아무런 해도 입지 않을 것이오. 그러나
이점은 확실합니다.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사람은 법정의 편에 선 사람과 이에 대항하는 사람으로 가
를 수 있습니다. 지금은 명확한 시기입니다. 악이 선한 가면을 쓰고서 세상을 만취시키던 그런 암흑
속에선 우리가 더 이상 살수 없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하나님의 은총을 입어 눈부신 태양이 중천에
떠있습니다. 빛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는 분명히 그 태양을 찬양 할 것이오. 당신도 그 중의 한 사람
이길 바랍니다. (메어리 웨렌이 갑자기 울음을 터뜨린다.) 저 애가 어디 아픈 모양이군.
[프락터] 네, 좀 몸이 불편하답니다. (메어리에게 몸을 굽히며 그녀의 손을 잡고서 조용하게) 자, 기
억해봐. 천사 라파엘이 토비아스 소년한테 한말을 생각해봐.
[메어리 워렌] (겨우 들릴까 말까하는 소리로) 네.
[프락터] "선을 행하라 그러면 그대는 재앙을 면하리니"
[메어리 워렌] 네.
[댄포스] 어서 말을 하시오, 선생, 기다리고 있소.

경찰 헤릭이 들어와서 문가에 선다.

[자일즈] 존, 내 조서를, 내 조서를 드리게.


[프락터] 알았습니다.
(그는 댄포스에게 다른 서류를 준다.) 코레이씨의 조서입니다.
[댄포스] 그래요? (그는 서류를 내려다본다. 하소온이 그의 뒤로 와서 같이 본다.)
[하소온] (의심쩍은 눈초리로) 어떤 변호사가 이걸 썼지? 코레이?
[자일즈] 내 80평생 동안 변호사를 고용한 일이 없는 것은 자네가 잘 알지 않아, 하소온?
[댄포스] (읽기를 마치며) 문장이 아주 좋군요. 훌륭합니다, 패리스 씨. 푸트남씨가 혹시 법정에 계
시면 이리 좀 보내주시오. (하소온은 그 서류를 들고 창가로 간다. 패리스는 법정으로 들어간다.) 법
률에 대한 특별교육을 받은 일도 없으면서 어떻게 이리 잘 쓰셨소? 코레이씨?
[자일즈] (매우 기뻐하며) 최선을 다했습니다. 제 평생에 꼭 서른세 번 법정에 출두했었죠. 언제가
원고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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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포스] 꽤 많이 속으신 모양이군요.


[자일즈] 속은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전 자신의 권리를 알아요. 또 그 권리도 지킬 줄도 압니다.
아시겠지만 각하의 아버님께서 제 소송사건을 하나 처리해 주셨죠. 아마 한 35년 전쯤 될 겁니다.
[댄포스] 그랬었나요?
[자일즈] 아버님께서 말씀 안 해주시던가요?
[댄포스] 예, 전혀 기억이 안 납니다.
[자일즈] 이상하군요. 제게 9파운드의 손해배상을 받게 하셨는데요. 아주 훌륭하신 판사님이었죠. 그
당시 제게 암컷인 흰 말이 하나 있었는데 어떤 친구가 그 말을 빌려달라고 왔습니다. (패리스가 토
마스 푸트남을 데리고 들어온다. 푸트남을 보자 자일즈는 다시 긴장한다. 그는 굳어 있다.) 네, 바로
저 친구입니다.
[댄포스] 푸트남씨 코레이씨로부터 당신에 대한 고소장이 하나 들어왔소. 코레이씨 말에 의하면 당신
이 딸 애로 하여금 지금 감옥에 갇혀 있는 죠지 자코브한테 마술 죄를 덮어씌우라고 했다는데.
[푸트남] 거짓말입니다.
[댄포스] (자일즈에게 몸을 돌리며) 푸트남씨는 당신의 고발이 거짓이라고 하는데요. 여기에 대해선
뭐라고 말씀 하시겠습니까?
[자일즈] (분개하여 주먹을 쥐며) 더러운 자식, 토마스 푸트남, 이게 내 답이요!
[댄포스] 당신의 고발의 증거는 뭡니까?
[자일즈] 증거는 저 안에 있습니다. (서류를 가리키며) 자코브가 마술 죄로 교수형을 당한다면 그의
토지는 전부 몰수당하게 됩니다. 그것이 법률이죠……. 그렇게 되면 그 어마어마한 땅을 살 돈을 갖
고 있는 친구는 토마스 푸트남 밖에 없습니다. 이 사람은 땅 때문에 이웃을 살해하고 있어요.
[댄포스] 증거를, 선생, 증거를 대시오.
[자일즈] (조서를 가리키며) 증거를 저기에 있습니다. 어떤 정직한 사람이 푸트남이 직접 하는 말을
들었답니다. 저 사람 딸아이가 자코브를 고발하던 날 저 사람은 그 애한테 훌륭한 토지를 선물해 줘
서 고맙다고 말을 하더랍니다.
[하소온] 그 사람 이름이 뭐요?
[자일즈] (깜짝 놀라서) 누구 말이오?
[하소온] 당신한테 그 얘길 해준 사람.
[자일즈] (머뭇머뭇 하다가) 난……. 난 그 사람 이름을 밝힐 수 없소.
[하쓰온] 왜요?
[자일즈] (폭발하며, 머뭇머뭇 하다가) 왜 안 되는지는 자네가 더 잘 알잖아. 내가 이름을 대면 그
사람이 감옥에 갇힐게 아닌가?
[하쓰온] 이건 법정에 대한 모독입니다, 댄포스 씨.
[댄포스] (모르는 체 하며) 그 사람 이름을 대셔야 합니다.
[자일즈] 댈 수 없어요. 아내의 이름을 한번 댄 것으로도 난 충분히 지옥에서 타죽을 만한 죄를 저
질렀어요. 댈 수 없소.
[댄포스] 그러시다면 난 어쩔 수 없이 당신을 법정모독죄로 체포할 수밖에 없습니다, 알겠습니까?
[자일즈] 이건 심문이요, 심문에 대해 불평했다고 날 구속 할 권리는 당신한테 없소.
[댄포스] 오, 훌륭한 법률가이시로군. 곧 개정을 선포할까요, 아니면 내게 솔직히 대답을 하시겠소?
[자일즈] (말을 더듬으며) 어떤 이름도 당신한테 알려줄 수 없습니다. 못합니다.
[댄포스] 어리석은 노인이로군. 취이버씨, 기록을 시작하시오. 지금 개정하겠소. 코레이씨 한 번 더
묻겠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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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락터] (말을 끊으며) 각하 - 이 분 얘기는 나중에 비밀리에 들으십시오, 이분은…….


[패리스] 악마는 그런 비밀 속에 존재하는 겁니다. (댄포스에게) 비밀이 없다면 모략도 없었을 겁니
다. 각하!
[하소온] 여기서 그만 얘길 끊는 게 좋겠습니다.
[댄포스] (자일즈에게) 노인 어른, 당신한테 그 얘길 해 준 사람이 정말을 얘기했다면 그 사람보고
정당하게 법정에 나와서 솔직히 증언을 하라고 하십시오. 그러지 않고 끝까지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
면 난 그 이유를 알아야겠소. 자, 선생, 토마스 푸트남을 비열한 살인자라고 보고한 그 사람의 이름
을 정부와 중앙교회의 이름으로 요청하는 바요.
[헤일] 각하!
[댄포스] 헤일 씨.
[헤일] 더 이상 묵과할 순 없습니다. 마을 전체가 본 법정에 대해 극심한 공포를 느끼고 있습니다.
[댄포스] 그렇다면 마을 전체에 극심한 죄악이 퍼져 있는 거죠 당신은 여기서 질문 받는 것이 두렵
소.
[헤일] 난 여호와 하나님 말고는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이 공포에 떨고 있
는 것만은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댄포스] (화가 나서) 마을 사람들이 공포에 떠는 것하고 나하고 무슨 상관이오? 마을에 그리스도를
와해시키려는 음모가 있기 때문에 마을이 공포에 쌓여 있는 것이요.
[헤일] 그렇다고 해서 피소된 사람들이 전부 그 일당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댄포스]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법정을 두려워하지 않아요. 헤일 씨 아무도. (자일즈에게) 당신은 본
법정의 모독죄로 구속된 거요. 앉아서 자기 자신과 잘 상의해 보시오. 어떤 질문에도 대답하겠다는
결심이 서기 전까지는 감옥에서 풀려날 수 없고.

자일즈 크레이는 푸트남에게 달려든다. 프락터가 재빨리 막아 그를 붙잡는다.

[프락터] 이럼 안 돼요, 자일즈.


[자일즈] (프락터의 어깨 너머로 푸트남을 노려보며) 네 목아질 부러뜨려 놓고야 말겠다. 푸트남 죽
여 버리고 말겠어.
[프락터] (그를 의자에 억지로 앉히며) 진정하세요, 자일즈, 진정하세요. (그를 놓아주며) 곧 우리의
진실이 증명 될 거예요, 이제 곧. (그는 댄포스에게 다가선다.)
[자일즈]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마, 존. (댄포스를 가리키며) 저 양반은 그저 자넬 데리고 장난하
고 있을 뿐이야! 우리 전부를 교수형에 처하려는 속셈이라고.

메어리 웨렌이 울음을 터뜨린다.

[댄포스] 여긴 법을 다루는 법정이요, 선생. 그런 방약무도한 소린 용서 못하오!


[프락터] 용서 하세요. 저분의 나이를 봐서래도. 진정해요, 자일즈. 모든 게 곧 사실대로 밝혀질 테
니. (그는 메어리의 턱을 올려든다.) 울지 마, 메어리, 천사를 기억해 봐, 천사가 소년한테 한 말을
생각해 봐, 그 말을 믿어야 돼, 그것이 네가 의지할 반석이야. (메어리는 조용해진다. 그는 또 한 장
의 서류를 꺼내어 댄포스에게로 돌아선다.) 메어리 워렌이 조서입니다 이걸 읽으실 때 저 애는 2주
일 전까지만 해도 다른 애들과 다를 바가 전혀 없는 아이였다는 사실을 상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는 조리 있게 말을 한다. 자신의 공포와 분노 번민을 억제하고 있는 것이다.) 각하께선 몸소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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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가 비명을 지르고 아우성치는 것을 보셨고 또 잘 아는 유령이 자길 질식시켰다고 맹세하는 것도


직접 들으셨습니다. 저 앤 또 악마가 지금 감옥에 갇혀 있는 여인들로 나타나서 제 영혼을 유린하려
했다고까지 증언 했었습니다. 그리고…….
[댄포스] 다 아는 얘기요.
[프락터] 물론 그러실 테죠. 저 앤 지금 악마를 본 일이 전혀 없으며 또 악마가 저를 해치려고 보낸
유령을 또렷하게나 희미하게나 본 일이 전혀 없다고 맹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지금 자기 친구들
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명백히 밝혔습니다.

프락터는 댄포스에게 그 조서를 주려고 걸음을 옮긴다. 이때 헤일은 몸을 떨면서 댄포스에게로 간다.

[헤일] 각하, 잠깐만, 이제 바야흐로 문제의 핵심에 들어가는 것 같군요.


[댄포스] (깊은 걱정을 나타내며) 분명히 그렇소.
[헤일] 저 사람이 얼마나 정직한 사람인지를 전 모릅니다. 저 사람에 대해선 아는 바가 얼마 없어요.
그러나 냉철히 생각해 볼 때 이렇게 막중한 청원이 일개의 농부에 의해서 제기될 순 없을 것 같습니
다. 각하 하나님의 이름으로 여기서 그만 중단 하십시오. 저 사람을 집으로 돌려보내서 변호사를 동
반하고 다시 오도록 하십시오…….
[댄포스] (참을성 있게) 이보시오, 헤일 씨…….
[헤일] 각하, 전 이제까지 일흔 두 장의 사형 영장에 서명을 했습니다. 난 여호와의 목사입니다. 난
언제나 양심의 가책을 추호도 느낄 필요가 없는 완전한 증거를 보기 전에 남의 생명을 뺏는 일을 감
히 하지 못했습니다.
[댄포스] 헤일 씨 내 판단을 의심하는 건 아니겠죠?
[헤일] 난 오늘 아침 레베카 너스가 악마에게 영혼을 빼앗겼다고 서명을 했습니다. 각하, 솔직히 말
씀드려서 내 손은 아직도 상처를 씻지 못한 채 부들부들 떨리고 있습니다. 각하, 간청하오니 이 논쟁
은 변호사로 하여금 각하께 제기 하도록 하십시오.
[댄포스] 헤일 씨, 그토록 학문이 높으신 분께서 가장 당혹해 하시다니 이해가 안 가는 군요. 난 삼
십 이 년간 법조계에서 일해 온 사람입니다. 그런 내가 정신 착란을 일으키지 않고서야 무조건 이들
을 변호할 것 같소? 잘 생각해 보시오. (프락터와 그 밖의 다른 사람들에게) 당신들은 먼저 하던 대
로 계속하시오. 보통 범죄의 경우 피고에 대한 변론을 어떻게 합니까? 거기선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
려고 증인을 내세웁니다. 허나 마술이란 것은 그 용모나 성격이 모두 보이지 않는 것들이고 그러니
누가 그 증인이 될 수 있겠소? 그건 마귀 자신과 그 희생자들뿐입니다. 다른 사람이 아녜요. 헌데
마귀가 스스로를 고발한다는 건 있을 수도 없고 또 바랄 수도 없는 일이오, 안 그래요? 그러므로 우
리가 의존할 수 있는 건 오로지 그 희생자 둘 뿐입니다. 그들은 증언을 합니다……. 그 애들은 지금
분명히 증언을 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우리 모두가 그 애들이 마귀에 대해서 고발해 주길 간절히 바
라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진 못할 것이오. 그렇다면 구태여 변호사가 제기해야 될 문제가 어디에 남
아 있단 말이오? 이 정도면 내 말의 요지는 충분히 전달된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헤일] 그러나 이 애는 다른 아이들의 말이 모두 거짓이라고 탄원하고 있습니다. 이게 만일 사실이라
면…….
[댄포스] 바로 그 점이 내가 알아보려는 바요. 더 질문할 것 있습니까? 혹시 내 결백성을 의심하는
건 아니오?
[헤일] (싸움에 패배하여) 조금도 의심은 안합니다. 각하, 그러시다면 조사해 보시지요.
[댄포스] 당신도 마음을 좀 편안히 갖구려. 그 애의 조서를 이리 주시오. 프락터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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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락터는 그에게 그 서류를 준다. 하소온은 일어나 댄포스의 뒤로 가서 읽기 시작한다. 패리스도 그


옆으로 간다. 댄포스는 존 프락터를 한번 쳐다 본 뒤에 읽기를 시작한다. 헤일은 일어서서 판사 옆으
로 가서 역시 같이 읽는다. 프락터는 자일즈를 주시한다. 프랜시스는 두 손을 모아 입 속으로 기도를
한다. 취이버는 충실하고 의무감 있는 관리답게 조용히 제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다. 메어리 워렌이
한번 운다. 존 프락터는 재확인하듯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이윽고 댄포스는 눈을 들고 일어선
다. 손수건을 꺼내어 코를 푼다. 그가 생각에 잠기어 창가로 가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옆에 그대로
서 있다.

[패리스] (분노와 공포를 더 이상억제 하지 못하고) 한 가지 질문을 하고 싶은 게…….


[댄포스] (처음으로 진정한 의미에서 울화가 치밀어 소리 지른다. 페리스에 대한 경멸이 명백하게 나
타나 있다.) 패리스 씨! 명령이니 조용히 하시오! (그는 말없이 창밖을 내다보며 서 있다 이윽고)
취이버씨 법정에 가서 그 아이들을 데려 오시오. (취이버는 일어나서 무대 뒤쪽으로 나간다. 댄포스
는 메어리에게 몸을 돌린다.) 어떻게 해서 마음이 돌아서게 됐니? 프락터 씨가 이 조서를 쓰라고 협
박이라도 하더냐?
[메어리 워렌] 아뇨 .
[댄포스] 혹시 전에 너한테 협박했던 적이 있었니?
[메어리 워렌] (보다 약하게) 아뇨.
[댄포스] (대답하는 소리가 약해짐을 알아차리고) 그가 널 위협했지?
[메어리 워렌] 아녜요.
[댄포스] 그렇다면 넌 이제까지 내 법정에 앉아서 건방지게 거짓말을 하고 있었구나. 네 진술에 따라
서 사람들이 처형된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말이야.
(그녀는 대답이 없다) 대답해!
[메어리 워렌] (거의 들릴까 말까 하는 소리로) 네, 그랬어요, 각하.
[댄포스] 넌 도대체 어떻게 배워먹은 놈이야? 하나님께 선 모든 거짓말쟁이를 벌하신다는 걸 모르
니? (그녀는 말을 못한다) 혹시 네가 지금 하고 있는 말이 거짓말이 아니냐?
[메어리 워렌] 아녜요……. 전 지금 하나님과 함께 있어요.
[댄포스] 하나님과 함께 있나?
[메어리 워렌] 네.
[댄포스] (자제하며) 너한테 이 점을 내 말해주지……. 넌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든가 아니면 전에
법정에서 거짓말을 했던가, 둘 중에 하나야. 어느 경우이든 넌 위중 죄를 범하게 되고 그 때문에 감
옥에 가야만 한다. 그렇게 가볍게 거짓말을 했다고 말하는 게 아냐, 메어리 내 말 알아듣겠니?
[메어리 워렌] 더 이상 거짓말을 할 수가 없었어요. 전 지금 하나님과 함께 있어요. 하나님과 함께
있어요.

말을 그렇게 하지만 댄포스의 말을 생각해 보자 울음이 터지고 만다. 오른쪽의 문이 열리고 수잔나
월크트 머시 루이스 베티 패리스 그리고 맨 끝으로 아비게일이 들어온다. 취이버는 댄포스에게로 온
다.

[취이버] 루스 푸트남은 법정 안에 없습니다. 각하, 다른 애들도 그렇군요.


[댄포스] 이만하면 충분하네, 앉거라, 얘들아. (그들은 말없이 앉는다.) 너희들의 친구 메어리 워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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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를 제출 했다. 저 얜 잘 아는 유령이나 허깨비 또한 어떤 악마도 본 일이 없다고 맹세하고 있다.


또 너희들도 마찬가지라고 주장을 한다. (약간 사이 두고서) 얘들아 여긴 법을 다루는 법정이다. 법
은 성경에 기초를 둔 법은 또 성격은 전능하신 하나님에 의해 쓰인 성경은 마술의 실행을 금하고 있
으며 그런 행위에 대한 벌로서 사형을 명하고 있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얘들아, 법과 성경은 거짓 증
언을 하는 사람도 또한 벌한다. (약간 사이를 두고서) 그건 그렇고 어쩌면 이 조서가 우릴 속이기
위해 날조된 건지도 모르겠다. 또 메어리 워렌이 악마의 꾐에 빠져서 우리로 하여금 신성한 목적을
저버리게 하기 위해 쓴 건지도 모르겠다. 만약에 그렇다면 저 앤 벌로서 목을 잘릴게다. 그러나 저
애의 말이 사실이라면 너희들은 당장 그 가면을 벗고서 거짓말했음을 솔직하게 고백해야 한다. 고백
은 빨리 하면 할수록 너희들한테 이로운 거니까 (사이) 아비게일 월리엄즈, 일어나거라. (아비게일은
천천히 일어난다.) 여기에 조금이라도 진실한 점이 있는가?
[아비게일] 없습니다. 각하.
[댄포스] (생각한다. 메어리를 쳐다본다. 다시 아비게일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얘들아, 너희들의 정
직성이 증명될 때까진 너희들은 굉장한 고통을 받아야만 한다. 마음을 고쳐서 진실을 고백할 테냐 고
통스런 심문을 받을 테냐? 둘 중에 하나를 택하라.
[아비게일] 저흰 사실 그대로를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저 앤 거짓말을 하고 있어요.
[댄포스] (메어리에게) 아직도 네 주장을 고집할 생각인가?
[메어리 워렌] (힘 없이) 네 각하
[댄포스] (아비게일에게 몸을 돌리며) 프락터 씨 집에서 바늘이 찔려 있는 인형이 발견 됐다. 메어리
워렌은 그걸 법정에서 만들었고 또 네가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었으며 바늘을 안전하게 간수하기 위
해 그 인형에 꽃아 놓는 것도 네가 봤다는 거다. 이에 대해 할 말은 없는가?
[아비게일] (약간 분개한 듯이) 거짓말입니다, 각하.
[댄포스] (약간 사이를 둔 후에) 프락터 씨네 집에서 일할 동안에 인형을 본 적이 있니?
[아비게일] 프락터는 언제나 인형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프락터] 각하, 제 아낸 인형을 지닌 적이 없습니다. 메어리 웨렌은 그 인형이 자기 것이었다고 고백
했습니다.
[취이버] 각하 .
[댄포스] 취이버 씨
[취이버] 제가 프락터와 그 집에서 얘기를 주고받았을 때 그분은 인형을 간직했던 적이 전혀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소녀 시절에는 갖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프락터] 소녀 시절이 끝난 지가 이미 15년이나 됐습니다. 각하.
[하소온] 그렇지만 15년 정도야 인형이 제 모습대로 보존 될 수 있지 않소. 안 그래요?
[프락터] 조심해서 간수 했다면 보존 됐겠죠. 하지만 메어리 워렌이 내 집에서 인형을 본 일이 전혀
없다고 맹세하지 않습니까? 누구라도 그 점에 대해선 마찬가지입니다.
[패리스] 아무도 볼 수 없는 곳에 숨겨 놨을 수도 있잖소?
[프락터] (분개하여) 다리가 다섯 개 달린 용도 내 집에서 살았는지도 모르겠군요. 아무도 보지 못했
기 망정이지.
[패리스] 각하, 우린 지금 이제까지 아무도 발견하지 못 했던걸 찾아내려고 이 자리에 모여 있는 겁
니다.
[프락터] 댄포스 씨. 이 애가 진실을 밝히기로 힘들여 결심한데에 대한 보답이 도대체 뭡니까? 고작
고통스런 심문이나 받고 사실상 자기 처지만 더 악화된 셈이 아닙니까?
[댄포스] 당신은 지금 아비게일 월리엄즈한테 비정한 살인 음모 죄를 적용 하고 있는 거요. 그 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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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소?
[프락터] 압니다. 난 저 애가 지금 살인을 기도하고 있다고 확신 합니다.
[댄포스] (아비게일을 가리키며 미심쩍다는 듯이) 저 아이가 당신 아낼 살해 하려고 한단 말이오?
[프락터] 저 앤 어린애가 아닙니다. 제 말을 들어 보세요 각하, 저 앤 교직자회의에서 기도 중에 웃
은 죄로 두 번이나 교회 밖으로 쫓겨났댔습니다.
[댄포스] (충격을 받는다. 아비게일에게 돌아서며) 이게 무슨 소리야? 기도 중에 웃다니…….
[패리스] 각하, 그땐 저 애가 티튜바한테 홀려 있던 때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주 독실한 신자가
됐습니다.
[마일즈] 그렇지 지금은 독실해서 사람을 죽게 만드는구먼!
[댄포스] 조용히 하시오.
[하소온] 그건 별도의 문젭니다. 저 사람은 지금 살인 혐의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댄포스] 그렇군. (그는 잠시 아비게일을 쳐다본다 그리고 나서) 계속 하시오, 프락터 씨.
[프락터] 메어리, 부지사님께 너희들이 숲 속에서 춤췄던 일을 말씀 드려라.
[패리스] (황급히) 각하, 이 사람은 제가 이 세일럼에 부임해온 이래로 줄곧 제 이름을 모독해 왔습
니다. 이 사람은…….
[댄포스] 잠깐만 기다리시오 (메어리 워렌에게 엄격하게 한편으로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춤을 췄
다니 무슨 얘기냐?
[메어리 워렌] 제가……. (그녀는 아비게일을 쳐다본다. 아비게일은 눈을 프락터에게 호소한다.) 프락
터 씨…….
[프락터]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하며) 아비게일이 다른 여자 애들을 숲으로 데리고 가서 거기서 벌
거벗고 춤을 추었답니다…….
[패리스] 각하, 이건…….
[프락터] (즉시) 패리스 씨가 야밤중에 직접 그 애들을 발견 했습니다. 그 애가 바로 저 앱니다.
[댄포스] (그는 점점 악몽에 빠지는 듯하다. 그는 놀라움에 쌓여 패리스에게 몸을 돌린다.) 패리 스
씨 ?
[패리쓰] 벌거벗은 앤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 사람이…….
[댄포스] 그러나 당신은 저 애들이 숲 속에서 춤추는 걸 봤다며? (패리스에게 눈을 떼지 않은 채 아
비게일을 가리키며) 아비게일?
[헤일] 각하, 제가 베벌리에서 이곳에 오자마자 패리스 씬 나한테 그 얘길 했습니다.
[댄포스] 사실이오, 패리스 씨?
[패리스] 사실입니다, 각하. 그러나 벌거벗은 앤 아무도 없었습니다.
[댄포스] 그렇다 해도 저 애가 춤을 추었다는 건 사실이라면서?
[패리스] (마지못해) 네 각하

댄포스는 전혀 달라진 눈으로 아비게일을 쳐다본다.

[하소온] 각하 제게 시간을 좀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그는 메어리 워렌을 가리킨다.

[댄포스] (매우 근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진행해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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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소온] 넌 어떤 유령도 본 일이 없다고 했다, 메어리. 또 어떤 악마의 계략이나 악마의 첩자들한테


위협을 받은 일도 없다고 했다.
[메어리 워렌] (매우 약하게) 네.
[하소온] (의기양양한 빛을 띄우며) 그런데 넌 마술 죄로 고발되어 온 사람들이 법정에서 네 앞에
나타나자 그 자리에서 기절을 했고 그들의 유령이 뛰쳐나와 널 질식케 했다고 주장했어.
[메어리 워렌] 거짓말이었어요.
[댄포스] 안 들린다, 크게 말해.
[메어리 워렌] 거짓이었습니다.
[패리스] 그렇지만 기절할 때마다 네 몸은 싸늘하게 식어 버렸었는데, 안 그래? 내가 여러 번 널 안
아 일으켰었지만 그때마다 넌 마치 얼음덩이 같았어. 댄포스 …….
[댄포스] 나도 여러 번 목격했소.
[프락터] 기절한 척 했을 뿐입니다, 각하. 이 애들은 모두 연극의 천재들입니다.
[하소온]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기절해 보일 수 있겠네요?
[프락터] 지금요?
[패리스] 안될게 뭐 있소? 마침 지금은 저 앨 공격하는 유령도 없소. 이 방엔 마술 죄로 피소된 사
람이 아무도 없으니 말이오. 잘 됐습니다. 저 애 보고 지금 유령에게 공격을 당한 것처럼 꾸며 보라
고 합시다. 기절해 보라고 합시다. (그는 메어리 워렌에게 돌아선다) 기절 해봐.
[메어리 워렌] 기절을요?
[패리스] 그래, 기절해 봐, 어떻게 네가 그 동안 법정에서 줄곧 꾸며댔었는지 지금 우리한테 증명을
해보여라.
[메어리 워렌] (프락터를 쳐다보며) 전……. 지금 기절을 못하겠어요.
[프락터] (놀래서 낮은 소리로) 전처럼 꾸며보려무나.
[메어리 워렌] 전……. (그녀는 마치 기절할 만한 열정을 찾기라도 하려는 듯이 주위를 둘러본다)
전……. 지금 그럴 기분이 못돼요 전…….
[댄포스] 왜? 무엇이 부족해서?
[메어리 워렌] 전……. 잘 모르겠어요. 전…….
[댄포스] 지금 이 자리에 네게 고통을 주는 유령이 없어서 그러냐? 법정 안에선 그게 있디?
[메어리 워렌] 유령을 본 적이 없어요.
[패리스] 지금도 유령이 없잖아? 그러니 네 마음대로 기절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 보란 말이야, 네
가 말한 대로.
[메어리 워렌] (한 곳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그 감정을 되살리려는 동작이다. 이윽고 그녀는 머리를
흔든다.) 안돼요.
[패리스] 그렇다면 사실을 고백해. 그 악마가 널 이제껏 기절을 시킨 거야!
[메어리 워렌] 아녜요 전 …….
[패리스] 각하, 이건 법정을 기만하려는 모략입니다.
[메어리 워렌] 아녜요! (그녀는 일어선다) 제가 - 제가 기절 했던 건 그건 제가 유령을 봤다고 생각
을 했기 때문예요.
[댄포스] 봤다고 생각을 해!
[메어리 워렌] 그렇지만 정말로 본 적은 한 번도 없어요. 각하.
[하소온] 직접 보지도 않고서 어떻게 봤다는 생각을 할 수 있지?
[메어리 워렌] 어떻게…….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그래요 그렇게 생각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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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예요. 다른 애들이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렸고 또 각하 각하께서도 그 애들을 믿으시는 것 같았


고 그래서 전……. 처음엔 순전히 장난이었어요. 그런데 세상이 온통 유령, 유령하며 아우성을 쳤어
요. 그리고 전……. 약속하겠어요. 댄포스 씨, 전 그저 유령을 본 것처럼 생각 했을 뿐이고 실제론
보지 못했어요.

댄포는 그녀를 응시한다.

[패리스] (미소를 짓는다. 그러나 댄포스가 메어리 워렌의 말에 당황한 것처럼 보이자 그는 초조해진
다.) 각하! 각하께선 분명히 이런 어수룩한 거짓말에 속으시진 않겠죠?
[댄포스] (근심스러운 듯이 아비게일에게 몸을 돌리며) 아비게일, 양심에 입각해서 진실만을 얘기해
다오. 그리고 명심해 두어라. 하나님껜 모든 사람이 똑같이 귀중한 거야. 뚜렷한 이유 없이 살생하는
자에겐 무서운 벌을 내리신다. 네가 봤다는 유령이 그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단 말이냐? 어떤 거짓된
것이 네 마음을 정복해서…….
[아비게일] 좀 속된 질문 같군요.
[댄포스] 얘야, 잘 생각해 보라는 얘기야
[아비게일] 전 고통을 당해왔어요. 댄포스 씨, 내 피가 뚝뚝 떨어지는 걸 내 눈으로 봤어요! 악마의
사자들을 지적해야 되는 저의 의무를 이행했기 때문에 전 거의 매일 살해당할 뻔했어요. 이게 그 보
답인가요? 불신 받고 반박 당하고 심문 받는 것이…….
[댄포스] (악해지며) 얘, 난 널 불신하는 게 아냐.
[아비게일] (공개적으로 위협하며) 조심하세요. 댄포스 씨. 당신이 훌륭한 분이라고 지옥의 힘이 당
신의 이성을 혼란시키지 못할 것 같아요? 조심하세요! 분명히…….

그녀는 갑자기 힐책하던 자세에서 얼굴을 돌려 허공을 올려다본다. 정말로 무언가에 의해 놀란 듯하


다.

[댄포스] (근심의 빛을 띄우며) 왜 그러니 얘야?


[아비게일] (허공을 둘러보며 추운 듯이 팔로 몸을 감싼다.) 모……. 모르겠어요. 바람이 차가운 바
람이 불었어요.

그녀의 시선이 메어리 워렌에게로 떨어진다.

[메어리 워렌] (공포에 질려 애원하며) 에비!


[머시루이스] (몸을 떨면서) 각하! 제 몸이 얼어붙어요.
[프락터] 연극입니다. 연극이에요.
[하소온] (아비게일의 손을 만져보며) 몸이 차가운데요. 각하 만져 보십시오.
[머시루이스] (이를 덜덜 떨면서) 메어리, 네가 이 허깨비를 내게 보냈니?
[메어리 워렌] 오 주님. 절 구해 주세요!
[수잔나 월코트] 제 몸이 얼어요. 얼어붙어요!
[아비게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만큼 몸을 떨면서) 바람이, 바람이 분다.
[메어리 워렌] 에비 그 짓 그만 해!
[댄포스] (아비게일에게 휘말려) 메어리 워렌. 지금 넌 저 애한테 마술을 걸고 있지? 맞지? 대답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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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네 유령을 풀어 놨지?

메어리 워렌은 히스테리컬한 비명을 지르며 뛰어 나가려고 한다. 프락터가 그녀를 잡는다.

[메어리 워렌] (거의 쓰러질 듯이) 절 보내 주세요. 프락터 씨, 전 못하겠어요. 못 하겠어요…….


[아비게일] (하늘에 대고 외치며) 오, 거룩하신 아버지 하나님이시여, 이 어둠을 거둬 주옵소서!

프락터는 와락 아비게일에게 달려들어 머리끄댕이를 잡아끌어 쓰러뜨린다. 그녀는 아픔에 못 이겨 비


명을 지른다. 댄포스는 놀라서 고함을 지른다. "아니 이게 무슨 짓이야?" 하소온과 패리스가 외친다."
그 손 놓지 못해?!" 이 모든 소리 위에 프락터의 노호하는 소리가 들린다.

[프락터] 너 같은 년이 감히 하늘의 이름을 입에 올리다니! 더러운 년! 갈보 같은 년!

헤릭이 프락터를 그녀로부터 떼어 놓는다.

[헤릭] 존!
[댄포스] 이봐! 이봐! 도대체 무슨 짓이야
[프락터] (숨을 몰아쉬며 고통에 못 이겨) 저년은 간통을 저지른 간부요!
[댄포스] (아연실색하며) 당신 지금?
[아비게일] 댄포스 씨, 거짓말입니다.
[프락터] 저 앨 잘 보세요! 이제 저 앤 날 찌르는 비명을 지를 거요, 하지만…….
[댄포스] 당신은 이를 증명해야 되오! 그냥 넘어갈 순 없소.
[프락터] (몸을 부르르 떨며 자신의 생명이 주위에서 쓰러짐을 느낀다) 난 저 앨 전부터 잘 압니다.
잘 알아요.
[댄포스] 당신은, 당신은 호색한이오?
[프랜시스] (무서움에 떨며) 존, 자네가 어떻게 그런 말을?
[프락터] 오, 프랜시스 날 그렇게 좋은 놈으로만 생각하지 마세요! (댄포스에게) 어떤 미친놈이 제
이름을 더럽히면서 살고 싶겠습니까? 당신도 잘 아실 거요
[댄포스] (아연실색하며) 어……. 언제? 어디에서?
[프락터] (그의 목소리는 갈라진다. 그는 또한 강한 수치심을 느낀다.) 아주 적당한 곳이었습니다.
저 앤 자주 집에서 내 시중을 들었어요. (그는 북받쳐 오는 울음을 참기 위해서 턱을 조인다.) 인간
은 가끔 하나님이 잔다고 생각합니다만 언제나 모든 걸 보고 계십니다. 전 이젠 그걸 압니다. 부탁합
니다. 각하, 간청합니다. 저 앨 미화시키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보십시오. 제 아낸 내 사랑하는 선량한
아낸, 그 일이 있은 후 저 앨 해고 했습니다. 저 앤 그때도 지금처럼 허영덩어리였어요. 그래서…….
(그는 굴복한다.) 각하, 절 용서 해주십시오. (자신에 대해서 분개하여 그는 잠시 지사에게서 몸을
돌린다. 이윽고 그는 나머지 얘기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외치는 것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저 앤 내 아내의 무덤 위에서 나와 함께 춤을 추고자 하는 겁니다! 하기야 가능한 일이었죠. 나도
저앨 은근히 마음에 두고 있었으니까요. 하나님 절 도와주옵소서. 난 색정의 포로가 됐었습니다. 땀
내 나는 속에서 저 앤 스스로 약속을 한 겁니다. 그러나 그건 창녀의 복수였어요. 그걸 아셔야 합니
다. 이제 모든 걸 다 털어놨으니 사태를 올바로 판단하시길 빕니다.
[댄포스] (공포에 질려 얼굴이 창백해진다. 아비게일에게 몸을 돌리며) 이 말에 조금이라도 수긍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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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가?
[아비게일] 만일 내가 그런 질문에 대답을 해야 한다면 난 여길 나가서 다신 안 돌아오겠어요!

댄포스는 불안해 보인다.

[프락터] 난 내 명예에 종을 달았습니다! 내 깨끗한 이름에 파멸을 알리는 종마저 쳐버렸습니다. 내


말을 믿으세요. 댄포스 씨! 내 아낸 조금도 죄가 없습니다. 창녀를 만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창녀
와 알게 된 것을 빼놓고는 아무런 죄도 없어요.
[아비게일] (댄포스에게 다가가며) 제가 어떻게 보이세요?
(댄포스는 말을 못한다) 창녀처럼 보이나요? (그녀는 돌아서서 문 쪽으로 간다.)
[댄포스] 그 자리에 서있어! (헤릭이 그녀의 길을 막는다. 그녀는 눈에 불을 켜고 뒤돌아 본다.)
패리스 씨, 법정에 가서 프락터를 데려오시오
[패리스] (반대하며) 각하, 이는 모두…….
[댄포스] (날카롭게) 데려와요! 여기서 있었던 얘긴 한 마디도 하지 마시오. 그리고 들어올 땐 반드
시 노크를 하시오. (패리스는 나간다.) 자, 그러면 우린 이 수렁을 맨 밑바닥부터 차근히 조사해보기
로 합시다. (프락터에게) 당신은 부인을 정직한 여자라고 말했소.
[프락터] 태어나서부터 이제까지 한 번도 거짓말을 한 적이 없는 여잡니다. 노래를 못 부르는 사람이
있고 울지를 못하는 사람이 있듯이 내 아낸 거짓말을 못합니다. 내가 그걸 알기까지는 많을 것을 치
러야 했었습니다.
[댄포스] 부인이 이 앨 해고 할 때는 이 애가 매춘부라는 사실 때문이었소?
[프락터] 네.
[댄포스] 이 앨 매춘부로 생각했단 말이죠?
[프락터] 네, 아낸 이 앨 매춘부로 알고 있었습니다.
[댄포스] 좋소, 그럼 (아비게일에게) 그 여자도 나한테 그게 매춘행위 때문이었다고 말한다면 그땐
하나님의 자비가 네가 임하시기를 빌도록 하지. (노크 소리가 난다. 그는 문에 대고 말한다.) 그대로
계시오! (아비게일에게) 등을 돌려라 등을 돌려 (프락터에게) 당신도 (둘은 등을 돌린다. 아비게일은
화가 나서 매우 천천히 돌아 선다.) 두 사람 다 프락터를 보려고 몸을 돌려선 안 돼요. 이 방에 있
는 사람은 누구라도 말을 해선 안 되고, 제스처를 써서 그렇다 아니다를 얘기해줘도 안됩니다. (그는
문을 향해 말한다) 들어오시오.

문이 열린다. 엘리자베스가 패리스와 함께 들어온다. 패리스는 그녀의 곁을 떠난다. 그녀는 홀로 서


있다. 그녀의 눈은 프락터를 찾고 있다.

[댄포스] 취이버 씨, 본 진술을 조금도 틀림이 없이 정확히 기록하시오 준비되었소?


[취이버] 준비됐습니다. 각하.
[댄포스] 이리 오시오, 부인. (엘리자베스는 프락터의 등을 응시 하면서 그에게로 다가온다.)
나를 쳐다보시오. 당신 남편을 보지 말고 내 눈만을 봐야 하오.
[엘리자베스] (약하게) 알겠습니다.
[댄포스] 듣는 바에 따르면 언젠가 당신이 하녀 아비게일 월리엄즈를 해고 시켰다던데?
[엘리자베스] 사실입니다.
[댄포스] 무슨 이유로 해고시켰소? (약간 사이를 둔다. 엘리자베스는 프락터를 쳐다보려고 한다.)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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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만을 보고 당신 남편은 보지 마시오. 대답은 당신의 기억 속에 있으니까 남편의 도움은 필요 없고,


왜 아비게일을 해고 시켰죠?
[엘리자베스]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를 모른다. 방안에 흐르고 있는 압도적인 공기를 느끼며 잠시나
마 그로부터 회피하기 위해서 입술엔 침을 바른다.) 그 앤……. 전 실망 시켰습니다. (사이) 그리고
제 남편한테도요.
[댄포스] 당신을 어떻게 실망시켰소?
[엘리자베스] 그 앤 ……. (그녀는 무슨 암시라도 받기 위해 프락터를 쳐다본다.)
[댄포스] 부인 날 보시오! (엘리자베스는 그를 쳐다본다.) 그 애가 게으름을 피우던가요? 일을 소홀
히 했나요? 무슨 소동이라도 피웠습니까?
[엘리자베스] 각하, 그 그때 전 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 제 남편을 선량하고 공정한
사람예요. 다른 사람들처럼 술 먹고 취하는 일도 없고 구슬 굴리기대 옆에서 시간을 보내지도 않고
언제나 자기 일에만 충실한 분예요. 헌데 제가 병으로 누워 있을 때……. 막내 아이를 난 후부터 전
심하게 앓았어요. 전 남편이 제게서 조금씩 멀어져가는 것처럼 느꼈어요. 그리고 그 애가……. (그녀
는 아비게일에게 몸을 돌린다.)
[댄포스] 날 보시오.
[엘리자베스] 네, 아비게일 월리엄즈가……. (그녀는 말을 끊는다.)
[댄포스] 아베게일 월리엄즈가 어쨌소?
[엘리자베스] 전 남편이 그 앨 좋아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어느 날 밤에 제가 그만 지각을
잃고 그 앨 내쫓은 거예요.
[댄포스] 당신 남편이……. 그가 정말로 당신에게서 멀어져갔나요?
[엘리자베스] (번민하며) 제 남편은 선량한 사람입니다.
[댄포스] 그렇다면 당신에게서 멀어진 게 아니로군.
[엘리자베스] (프락터를 보려고 하며) 그분은…….
[댄포스] (다가가서 그 녀의 얼굴을 고정시키며) 날 보시오! 당신이 알고 있는 대로만 대답하시오.
존 프락터가 전에 간통죄를 범한 적이 있소? (그녀는 극도로 망설이며 대답을 못한다) 내 질문에 대
답하시오! 당신 남편은 오입쟁이요?
[엘리자베스] 아닙니다.
[댄포스] 경찰, 이 여잘 데리고 가!
[프락터] 엘리자베스 사실대로 얘기해!
[댄포스] 이미 말은 했소, 데리고 가라니까!
[프락터] (외치며) 엘리자베스 내가 그걸 이미 고백했단 말이야!
[엘리자베스] 이럴 수가! (그녀의 뒤로 문이 닫힌다.)
[프락터] 아낸 내 이름을 더럽히지 않으려고 그렇게 대답한 겁니다.
[헤일] 각하, 어쩔 수 없는 거짓이었습니다. 부탁합니다. 또 한 사람이 다른 누명을 쓰기 전에 여기
서 끝내십시오. 더 이상 내 양심을 속일 수가 없습니다. 이 진술 전체엔 사사로운 원한이 흐르고 있
습니다! 이 사람은 처음부터 날 진실로써 당황케 했습니다. 하늘의 편에 서서 난 지금 이 사람을 완
전히 믿습니다. 간청하오니 부디 이 사람의 아낼 다시 소환해서…….
[댄포스] 간통은 없었다고 하지 않았소? 이 사람이 거짓말을 한 거요!
[헤일] 난 이 사람을 믿습니다! (아베게일을 가리키며) 이 앤 언제나 거짓말로 날 현혹시켰습니다.
이 애가……. (아비게일은 천정을 향해 소름끼치는 비명 지른다.)
[아비게일] 안 돼! 가! 가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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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포스] 왜 그러니 얘야? (아비게일은 두려움에 쌓여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그녀는 천정을 향해 놀


라움에 떨고 있는 두 눈과 무서움에 질린 얼굴을 치켜든다. 다른 아이들도 그렇게 한다. 하소온, 헤
일, 푸트남, 취이버, 헤릭 및 댄포스도 따라 한다.) 저기에 무엇이 있냐? (그는 천정으로부터 시선을
내린다. 그는 놀라 있다. 그의 목소리에는 진정한 긴장이 들어있다.) 얘야! (그녀는 꼼짝 않는다. 그
녀는 다른 애들과 함께 천정을 향해 입을 벌린 채 흐느껴 운다) 얘들아, 왜 너희들이……?
[머시 루이스]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들보 위에! 서까래 뒤에.
[댄포스] (올려다보며) 어디?
[아비게일] 왜 ……. (그녀는 침을 꿀꺽 꿀꺽 삼킨다) 왜 왔니, 노랑 새야?
[프락터] 새가 어디 있어? 새는 없어요.
[아비게일] (천정을 향해) 내 얼굴? 내 얼굴 때문에?
[프락터] 헤일 씨 …….
[댄포스] 조용히 하시오 .
[프락터] (헤일에게) 새가 보입니까?
[댄포스] 조용히 하라니까.
[아비게일] (천정을 향해 그 "새"와 정말로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하면서 마치 공격하지 말라고 타이
르는 듯이) 그렇지만 내 얼굴은 하나님께서 만들어 주신거야 내 얼굴을 할퀴어선 안 돼. 질투는 무
서운 죄악이야, 메어리.
[메어리 워렌] (벌떡 일어나서 무서움에 떨며 애원한다.) 에비!
[아베게일] (침착하게 그 "새" 와의 대화를 계속한다) 오, 메어리, 네 모습을 딴 걸로 바꾸는 건, 음
흉한 짓이야, 못 해, 난 못 해, 입을 다물 수가 없어. 난 지금 하나님을 대신해서 일을 하고 있어.
[메어리 워렌] 에비, 난 여기 있어.
[프락터] (미친 듯이) 거짓입니다. 연극입니다. 댄포스 씨!
[아비게일] (뒤로 한 발 물러선다. 마치 그 새가 금방이라도 내려앉을 것 같아 두려운 듯이) 오, 제
발, 메어리 내려오지 마.
[수잔나 월코트] 발톱을, 발톱을 뻗혀요.
[프락터] 거짓말, 거짓말이오.
[아비게일] (더 물러선다. 눈은 아직도 위쪽에 고정되어 있다.) 메어리, 제발 날 해치지 마!
[메어리 워렌] (댄포스에게) 난 지금 저 앨 해치고 있지 않아요.
[댄포스] (메어리 워렌에게) 왜 저 애가 이런 환영을 보는 거지?
[메어리 워렌] 괜히 그러는 거예요. 거짓이에요!
[아비게일] (마치 최면에 걸린 듯이 완전히 정면을 응시하면서 메어리 워렌의 외침을 그대로 흉내
낸다.) 괜히 그러는 거예요. 거짓이에요.
[메어리 워렌] (애원하며) 에비, 그만 해.
[아비게일과 그 밖의 소녀들] (부동자세로) 에비, 그만해!
[메어리 워렌] (모든 소녀들에게) 난 여기 있어, 난 여기에 있어.
[소녀들] 난 여기 있어 난 여기에 있어.
[댄포스] (공포에 질려) 메어리 워렌! 어서 내 유령을 도로 부쳐!
[메어리 워렌] 댄포스 씨.
[소녀들] (그녀의 말을 끊으며) 댄포스 씨.
[댄포스] 넌 악마와 만난 일이 있지? 그렇지?
[메어리 워렌] 없어요, 한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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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들] 없어요, 한번도.


[댄포스] (점점 히스테리컬해지며) 왜 저 애들이 네 말만 되풀이 하는 거냐?
[프락터] 내게 회초리를 주시오. 저 짓을 멈추게 하겠소.
[메어리 워렌] 저 애들은 장난치고 있어요, 저 애들은.
[소녀들] 저 애들은 장난치고 있어요.
[메어리 워렌] (극도의 히스테리로 그들에게 몸을 돌린다. 발을 쾅쾅 구르며) 에비, 그만 해.
[소녀들] (발을 쾅 쾅 구르며) 에비, 그만 해!
[메어리 워렌] 그만 하란 말이야.
[소녀들] 그만 하란 말이야.
[메어리 워렌] (가장 높고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른다. 주먹을 들어 올리며) 그만 해!
[소녀들] (주먹을 들어 올리며) 그만 해! (메어리 워렌은 완전히 혼동에 빠진다. 아비게일과 다른 소
녀들의 완전한 확신을 보매 그에 굴복한다. 그녀는 흐느끼기 시작한다. 힘없이 손을 반쯤 들어 올린
다. 이때 모든 소녀들은 그녀가 하는 대로 똑같이 흐느낌을 시작한다)
[댄포스] 조금 아까만 해도 네가 괴로움을 당하는 쪽이었는데 지금은 네가 저 애들을 괴롭히고 있는
것 같구나. 어디서 그런 힘을 찾아냈지?
[메어리 워렌] (아비게일을 응시하며) 제겐 힘이 없어요.
[소녀들] 제겐 힘이 없어요.
[프락터] 저 애들은 지금 당신을 기만하고 있소, 선생.
[댄포스] 지난 2주일 동안 무엇 때문에 변절을 했나? 넌 악마를 봤지 ? 그렇지?
[헤일] (아비게일과 소녀들을 가리키며) 저 애들을 믿어선 안 됩니다.
[메어리 워렌] 전 …….
[프락터] (그녀가 약해짐을 알아차리고) 메어리, 하나님께선 모든 거짓말 하는 자들을 벌하신다!
[댄포스] (강요 하듯이) 넌 악마를 틀림없이 봤어, 그리고 그와 접촉을 했어, 그렇지?
[프락터] 하나님은 거짓말 하는 자들을 벌하신다, 메어리.

메어리는 줄곧 위에 있는 새를 바라보고 있는 아비게일을 응시하며 무언가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지껄인다.

[댄포스] 무슨 소린지 안 들린다. 뭐라고 했지? (메어리는 다시 얘기하나 역시 알아들을 수 없다)


고백을 해, 안하면 교수형이야! (그는 거칠게 그녀의 몸을 제 앞으로 돌린다.) 내가 누군지 알지?
내게 솔직히 고백하지 않으면 교수형에 처해 버리겠어!
[프락터] 메어리. 천사 라파엘의 말씀을 기억해라. 선을 행하라 그러면 …….
[아비게일] (윗 쪽을 가리키며) 날개예요. 지금 날개를 펴고 있어요. 메어리, 제발 그러지마. 그러지
마.
[헤일] 아무 것도 없습니다, 각하!
[댄포스] 그 힘에 대해 고백을 해! (그녀의 얼굴에 바싹 제 얼굴을 들이대고) 말을 해!
[아비게일] 내려오려고 해요 들보 위를 걸어 다니고 있어요.
[댄포스] 말 안하겠니?!
[메어리 워렌] (무서움에 질린 채 응시하며) 못해요.
[소녀들] 못해요.
[패리스] 악마를 쫓아버려. 그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봐! 그를 밟아 버려라. 우리가 널 구해줄게, 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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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 그와 맞서서 굳세게 싸워봐 …….


[아비게일] (위를 보며) 조심하세요. 지금 내려옵니다. (그녀와 다른 소녀들은 모두 눈을 가린 채 한
쪽 벽으로 달려간다. 그들은 거기서 마치 궁지에 몰린 양 방이 떠나갈 듯한 비명을 지른다. 메어리는
감염된 듯이 입을 벌리고 그들과 함께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 아비게일과 다른 소녀들은 점점 비명
을 그치고 자리를 떠난다. 오로지 메어리만 그대로 남아서 그 "새"를 올려다보며 미친 듯이 비명을
지른다. 방안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이 사건으로 공포에 질려 그녀를 바라본다. 프락터는 그녀에게
세차게 걸어간다.)
[프락터] 메어리, 부지사님께 저 애들이 …….

그가 말을 꺼내자마자 그녀는 공포의 비명을 지르며 그의 손이 닿지 못할 곳으로 도망친다.

[메어리 워렌] 날 건드리지 마세요……. 날 건들지 말아요.

이때 다른 소녀들은 문간에 멈춰 서 있다.

[프락터] (놀라며) 메어리!


[메어리 워렌] (프락터를 가리키며) 당신은 악마의 사람예요.

그는 제자리에 우뚝 선다.

[패리스] 하나님을 찬양하자.


[소녀들] 하나님을 찬양하자.
[프락터] (감각이 마비된 듯이) 메어리, 어떻게 네가 ……. ?
[메어리 워렌] 난 당신과 같이 처형당하기 싫어요. 난 하나님을 사랑해요, 하나님을 사랑해요.
[댄포스] (메어리에게) 저 사람이 너보고 악마의 일을 하라고 강요하데?
[메어리 워렌] (히스테리컬하게 프락터를 가리키며) 밤이고 낮이고 매일 절 찾아와서 서명을, 서명을
하랬어요, 서명을 …….
[댄포스] 어디에 서명을?
[패리스] 악마의 책이던? 그가 책을 갖고 왔어?
[메어리 워렌] (히스테리컬하게 프락터를 가리키며, 사실은 그가 두렵다.) 내 이름을, 내 이름을 원
했어요. "죽여 버릴 테야, 내 아내가 교수형을 당하기만 하면. 우린 가서 법정을 뒤엎어 버려야 돼."
라고 말을 했어요. (댄포스는 머리를 휙 돌려 프락터를 쳐다본다. 충격과 공포가 그의 얼굴에 서려
있다.)
[프락터] (돌아서서 헤일에게 호소한다.) 헤일 씨!
[메어리 워렌] (울기 시작한다.) 밤마다 날 깨웠어요. 눈은 꼭 석탄 같았어요. 손으로 내 목을 졸랐
어요. 그래서 난 서명을, 서명을 …….
[헤일] 각하! 이 앤 미쳤습니다!
[프락터] (댄포스가 커진 눈으로 자기를 쏘아보자) 메어리, 메어리!
[메어리 워렌] (그를 보고 소리를 지른다.) 싫어요, 난 하나님을 사랑해요. 더 이상 당신 편을 들지
않겠어요, 난 하나님을 사랑해요. 하나님을 찬양해요. (그녀는 울면서 아비게일에게 달려간다.) 에비,
에비, 앞으로 다신 널 괴롭히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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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게일은 무한한 자비심으로 손을 내밀어 울고 있는 메어리를 제게 끌어 들인다. 모두는 이 모습을


지켜본다. 아비게일은 댄포스를 올려다본다.)
[댄포스] (프락터에게) 당신의 정체는 뭐요?(프락터는 분노에 휩싸여 언어를 상실한다.) 당신은 반
기독교인들과 결탁이 돼 있소, 그렇죠? 난 당신의 힘을 목격했소. 당신도 부정은 못할 거요, 무슨 말
씀 좀 하시지, 선생?
[헤일] 각하!
[댄포스] 당신 얘긴 듣고 싶지 않아요, 헤일씨! (프락터에게) 스스로 악마에 의해 더럽혀져 있다고
고백을 할 테요, 아니면 지옥에 대한 충절을 지킬 테요? 대답 좀 하시오!
[프락터] (그의 마음은 거칠어진다. 숨을 몰아쉬며) 내가 할 말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하
나님은 죽었다는 것뿐이오.
[패리스] 저 소릴, 저 소릴 들으셨죠?
[프락터] (미친 듯이 웃는다) 불덩이가, 불덩이가 훨훨 타오르고 있습니다. 악마의 장화소리가 들립
니다. 그의 추악한 얼굴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의 얼굴은 바로 나의 얼굴이오. 또 당신의 얼굴이오.
댄포스, 이 모든 게 거짓임을 알면서도 마음이 음흉하여 사람들을 무지로부터 깨우쳐 주는 걸 주저
한 죄로 하나님께선 당신들과 나한테 큰 벌을 내리실 것이오. 우린 불에 타 죽을 겁니다. 우린 다 같
이 불에 타 죽고 말거요!
[댄포스] 경찰! 이 자와 코레이를 같이 가두오!
[헤일] (방을 가로 질러 문 쪽으로 가며) 난 이 모든 행위를 탄핵합니다.
[프락터] 당신은 지금 하늘을 끌어내리고 대신 창녀를 치켜세우고 있소
[헤일] 이 모든 행위를 탄핵합니다. 난 이 법정을 떠나겠습니다! (그는 문을 쾅 닫고 나간다.)
[댄포스] (분개하여 그를 부른다) 헤일 씨! 헤일 씨!

막이 내린다.

[막] 4막

세일럼 형무소의 한 감방, 같은 해 가을이다 후면에 철창으로 된 창문이 높이 달려있다. 그 가까이에


육중하고 커다란 문이 있고 벽을 따라서 벤치가 둘 있다. 철창 사이로 달빛이 스며들어 올 뿐 방안
은 컴컴하다. 텅 비어있는 듯하다. 잠시 후 벽 너머로 복도를 따라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가 열린다.
경찰 헤릭이 각등을 들고 들어온다. 그는 거의 취해 있어서 발걸음이 무거워 보인다. 그는 벤치로 가
서 그 위에 있는 담요 덩어리로 천천히 다가선다.

[헤릭] 사라, 일어나, 사라 굿.

그는 다음 벤치로 간다.

[사라 굿] (담요를 몸에 감은 채 일어나서) 오 폐하! 어서 오소서! 어서 오소서! 티튜바, 오셨어, 폐


하께서 오셨어.
[헤릭] 북쪽 감방으로 가! 이방은 다른 손님이 오게 돼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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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각등을 벽에 건다. 티튜바가 자리에서 일어나 앉는다.

[티튜바] 폐하 같지가 않은데, 내겐 경찰 나리 같아.


[헤릭] (술병을 꺼내며) 나가, 여길 나가라구.

그는 마신다. 사라 굿이 다가와서 그의 얼굴을 빠끔히 쳐다본다.

[사라 굿] 오, 당신이군, 경찰! 난 또 악마님께서 오시는 줄 알았지. 떠나가는 나에게 그 사과주 한


모금 줄 수 없어?
[헤릭] (병을 건네주며) 어디로 가는데 사라?
[티튜바] (사라가 마실 때) 바바도스로 갈 거야. 곧 악마님께서 깃과 날개를 갖고 여기에 오실거야.
[헤릭] 그래? 즐거운 여행이 되길.
[사라 굿] 파랑새 한 쌍이 남쪽으로 날아가는 거야. 우리 둘이 달이야! 아주 멋진 비행이 될 거야.
경찰!

그녀는 다시 마시려고 병을 치켜든다.

[헤릭] (그녀의 입술로부터 술병을 빼어들고) 내놔, 안 내 놓으면 땅바닥에서 다신 일어나지 못하게
만들어 줄 테다. 이제 따라와.
[티튜바] 그분께 당신 얘길 해주지. 같이 가고 싶다면.
[헤릭] 거절하지 않겠어. 티튜바. 지옥으로 날아가기에 아주 적당한 아침이기도 하니.
[티튜바] 오, 바바도스엔 지옥이 없어요. 악마님은 바바도스에서 환락을 즐기셔. 거기선 그분이 춤도
추고 노래도 해. 여긴 당신들이 그분을 성가시게 굴어서 안 되고 또 날씨가 너무 추어 매사츄세츠에
선 그분의 영혼이 얼어붙고 말지만 바바도스에선 그저 즐겁고 ……. (소가 우는 소리가 들린다. 티튜
바는 벌떡 일어난다, 창가를 향해.) 바로 저 분이야 사라!
[사라 굿] 제가 여기 있습니다, 폐하.

이들이 급히 담요를 집어 올릴 때 위병인 호프킨즈가 들어온다.

[호프킨즈] 부지사께서 도착하셨습니다.


[헤릭] (티튜바를 붙들고) 따라와, 따라와
[티튜바] (반항하며) 안 돼, 그분이 우리한데 오셨어 난 집에 가야돼!
[헤릭] (그녀를 문 있는 데로 끌고 가며) 저건 악마가 아니라 우유 짜는 불쌍한 늙은 암소야, 이제
그만 따라와. 나가란 말이야.
[티튜바] (창가를 향해) 날 집으로 보내줘요 악마님. 집으로 보내줘요!
[사라 굿] (소리를 지르고 있는 티튜바를 따라 나가면서) 나도 간다고 말씀드려 티튜바! 사라 굿도
같이 갈 거라고 말씀을 드려!

밖의 복도로부터 티튜바가 "날 집으로 보내 줘요. 악마님, 악마님, 날 집으로 보내줘요." 하는 소리와
호프킨즈가 그녀한테 움직이라고 명령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헤릭이 돌아와서 헌 담요와 밀짚을 구석
으로 밀어 놓는다. 발자국소리가 나자 그는 몸을 돌린다. 댄포스와 하소온 판사가 들어온다. 날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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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시 추워서 그들은 두텁고 큰 외투를 입고 있고 모자를 썼다. 그들 뒤로 취이버가 들어온다. 그는


속달상자와 또 필기도구가 들어있는 나무 상자를 들고 있다.

[헤릭] 안녕하셨습니까? 각하.


[댄포스] 패리스 씬 어디 있나?
[헤릭] 제가 데려오죠. (그는 문 쪽으로 간다.)
[댄포스] 경찰 (헤릭은 제자리에 선다.) 헤일 목사가 언제 왔지?
[헤릭] 밤 늦게 쯤 입니다.
[댄포스] (수상쩍은 듯이) 여기서 뭘 하고 있던가?
[헤릭] 교수형 받을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함께 기도를 드리고 있습니다. 지금은 너스와 함
께 있어요. 그리고 패리스 씨도 그분을 따라 다닙니다.
[댄포스] 정말로 그 사람은 여길 들어올 자격이 없어요. 경찰 왜 들여보냈나?
[헤릭] 패리스 씨가 제게 명령을 했습니다. 그분 말씀을 제가 거역할 수 있나요?
[댄포스] 자네 술 취했군.
[헤릭] 아닙니다, 각하. 날씬 빌어먹게 추운데 불은 없고 해서.
[댄포스] (화를 누르며) 패리스 씨를 데려오게.
[헤릭] 알았습니다.
[댄포스] 방의 악취가 고약하군.
[헤릭] 겨우 지금에서야 죄수들을 쫓아 보냈습니다. 각하께서 오신다고 해서.
[댄포스] 술 너무 먹지 말게.
[헤릭] 네, 각하.

그는 혹시 다른 명령은 없나하고 잠시 기다린다. 댄포스는 불만스러워서 그에게 등을 돌린다. 헤릭은


나간다. 침묵이 흐른다. 댄포스는 생각에 잠겨 서 있다.

[하소온] 헤일에게 물어 보십시오 각하 놀랍게도 그가 최근에 안도우버에서 설교를 하고 있었습니다.


[댄포스] 곧 알게 되겠지. 안도우버에 대해선 일체 말을 마시오. 패리스가 그 사람과 같이 기도를 한
다, 거 참 이상하군. (그는 입으로 손을 분다. 창가로 가서 밖을 내다본다)
[하소온] 각하, 패리스 씨를 이대로 계속 죄수들과 함께 있게 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처사인지 의심
스럽습니다. (댄포스는 흥미를 느끼며 그에게 돌아선다.) 전 가끔 그 사람이 요즘 미치지나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댄포스] 미쳐요.
[하소온] 제가 어저께 막 집에서 나오는 그를 만났기에 인사를 했더니 그 사람은 울면서 그냥 지나
가더군요. 마을 사람들이 그 사람이 그렇게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는 게 별로 좋을 것 같지가 않습니
다.
[댄포스] 아아, 무슨 슬픈 일이 있는가 보죠.
[취이버] (추워서 발을 동동 구르며) 소 때문에 그럴 거예요, 아마.
[댄포스] 소?
[취이버] 요즘 많은 소들이 행길에서 길을 잃어 헤매고 있는데 주인들은 전부 감옥에 갇혀있고 해서
그 소들이 도대체 누구의 소유인가 하는 문제로 여기저기서 언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패리스 씨도
어저께 소 때문에 농부들과 대판 싸웠죠. 그 때문에 울 거예요. 언제나 언쟁으로 우는 사람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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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요.

누군가가 복도를 따라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자 그는 돌아선다. 하소온과 댄포스도 돌아선다. 패리스
가 들어오자 댄포스는 머리를 든다. 패리스는 수척해 있다. 그는 깜짝 놀란다. 두터운 외투를 입고
땀을 흘린다.

[패리스] (댄포스에게 즉시) 오, 안녕하십니까. 각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일찍 잠을 깨워드


려 죄송합니다. 안녕하세요, 하소온 판사님.
[댄포스] 헤일 목사는 이곳에 들어올 자격이 없는데…….
[패리스] 각하, 잠깐만 (그는 황급히 돌아가서 문을 닫는다.)
[하소온] 그 사람 혼자서 죄수와 함께 있도록 놔두고 왔나?
[댄포스] 무슨 용무로 여길 왔다나?
[패리스] (기도하듯 두 손을 모으며) 각하 하늘의 뜻으로 헤일 목사는 레베카를 하나님께 인도하려
고 돌아 왔습니다.
[댄포스] (놀래서) 그 사람이 레베카 보고 고백 하라던가?
[패리스] (앉으며) 제 말씀을 들어보세요. 레베카는 여기에 온 뒤로 나하곤 한 마디도 안했습니다.
헌데 지금 그녀는 그와 함께 앉아 있습니다. 그 자리엔 그녀의 동생과 마사 코레이, 그 밖에 두세 명
이 같이 앉아 있는데 그분은 그들에게 죄를 고백해서 생명을 구하라고 설득하고 계십니다.
[댄포스] 흠 그건 정말 하늘의 뜻이로군 그래 좀 누그러지던가? 사람들이 좀 누그러져?
[패리스] 아직, 아직은 안 그래요. 각하를 오시라고 한건 판단을 좀 해 주십사하고. (그는 두려워 말
을 잇지 못한다.) 각하께 여쭤 볼게 하나 있습니다. 부디 각하께선…….
[댄포스] 패리스 씨, 마음을 터놓고 얘길 해봐요. 그래 고민이 뭐예요?
[패리스] 새로운 사건이 생겼습니다. 각하, 법정에서 반드시 재고해야 될 사건입니다. 제 조카가 각
하 제 조카가 ……. 어디론가 자취를 감춰버렸습니다.
[댄포스] 자취를 감춰!
[패리스] 좀 더 일찍 전해 드리려고 했습니다만…….
[댄포스] 무엇 때문에? 떠난 지 며칠이나 됐나?
[패리스] 오늘로 삼일 쨉니다. 그 애가 제게 머시 루이스와 하룻밤 같이 자고 오겠다고 해서 그러라
고 했죠. 헌데 이튿날이 되도 돌아오질 않는거에요. 그래서 루이스 씨네 집으로 사람을 보내 알아봤
더니 머시도 그 사람한테 제 집에서 하루 자고 오겠다고 말하고 나갔다는 겁니다.
[댄포스] 둘 다 없어졌나?
[패리스] (그를 두려워하며) 그렇습니다, 각하.
[댄포스] (놀래서) 사람을 보내서 좀 알아보지. 어디로 갔는지 혹시 짐작 가는 데라도 없나?
[패리스] 각하, 제 생각엔 배를 탄 것 같아요. (댄포스는 입을 벌린 채 멍하니 서있다.) 제 딸애가
그 애들이 지난주에 배 얘길 하는 걸 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늘 밤에 살펴보니까 제……. 제 금
고가 부서져 있었습니다. (그는 흐르는 눈물을 막으려고 손으로 눈가를 누른다.)
[하소온] (놀래서) 도둑질을 했단 말인가?
[패리스] 31파운드나 없어졌어요. 전 이제 무일푼입니다. (그는 얼굴을 감싸 쥐며 운다.)
[댄포스] 패리스 씨, 당신 아주 어리석은 사람이로군. (그는 깊은 걱정에 싸여 걷는다.)
[패리스] 각하 절 욕하셔도 이제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 애들은 더 이상 세일럼에서 사는 게 무
서웠던 모양입니다. 그러지 않고는 도망갈 까닭이 없어요. (그는 간청하고 있다.) 잘 생각해 보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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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에디엠씨네아트센터

오. 각하, 아비게일은 읍내의 일을 훤히 알고 있었어요. 또 안도우버의 소식이 여기까지 미쳤으


니…….
[댄포스] 안도우버는 이제 괜찮아. 금요일에 법정이 돌아가서 조사를 시작할거야.
[패리스] 저도 그러리라고 확신합니다만, 여기 소문엔 안도우버에서 반란이 있었다더군요, 또…….
[댄포스] 그런 일은 없었어.
[패리스] 소문이 그렇다는 겁니다. 각하, 안도우버 사람들이 법정을 짓밟고서 마술의 존재를 부정한
다 합니다. 여기서도 그 소식을 듣고 간땡이가 부어 어떤 놈들이 한 도당을 작당했습니다. 솔직히 말
씀드려서 각하. 전 이곳에서 폭동이 일어날까봐 두렵습니다.
[하소온] 폭동이라니! 마을 사람들이 법정의 집행을 언제나 만족해하고 있는데, 폭동은 무슨 폭동이
야.
[패리스] 하소온 판사님……. 지금까지 처형된 사람들은 부류가 다른 사람들이었습니다. 레베카 너스
는 결혼하기 전에 삼년동안 비숍과 동거했던 브리짓트가 아녜요. 존 프락터는 술로 집안을 파멸시킨
아이작 워드가 아니란 말입니다. (댄포스에게) 사실이 아니길 바랍니다만, 각하, 이 사람들은 읍내에
서 굉장한 존경을 받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레베카가 교수대에 올라가서 신성한 기도를 하늘에 올릴
경우 혹시 각하께 복수를 일게 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하소온] 각하, 그 여잔 이미 마귀하고 선고 받은 사람입니다. 법정은 그 여잘 …….
[댄포스] (깊은 관심을 표명하며 하소온에게 손을 들어 보인다.) 가만히 계시오. (패리스에게) 그렇
다면 자네 제안은 무언가?
[패어스] 각하, 이번 형 집행을 잠시 연기했으면 합니다.
[댄포스] 그건 안 돼.
[패리스] 이제 헤일씨도 돌아왔으니 희망이 있습니다. 만일에 그분이 단 한 사람만이라도 하나님께
인도를 해서 고백을 얻어낸다면 그 고백은 분명히 공중이 보는 앞에서 다른 사람을 파멸시켜 줄게고
따라서 그들이 지옥과 연루됐다는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이 완전히 없어질 겁니다. 지금과 같이 고백
을 하지도 않고 게다가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상태에선 의혹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것이
며 많은 정직한 사람들이 그들을 위해 눈물을 흘릴 것이고 그러면 우리의 숭고한 목적은 그들의 눈
물 속에서 녹아 없어질 것이 뻔합니다.
[댄포스] (잠시 생각을 하고나서 취이버에게 가며) 그 리스트를 이리 줘 봐.

취이버는 속달상자를 열고 찾는다.

[패리스] 각하 아직 잊지 않으셨겠죠? 제가 존 프락터를 파문하기 위한 집회를 소집했을 때 참석한


사람이 불과 30명도 안됐었습니다. 그건 분명히 그들의 불만을 표시한 겁니다. 또 …….
[댄포스] (리스트를 자세히 살피며) 어쨌든 연기 할 순 없네.
[패리스] 각하 …….
[댄포스] 자 선생 자네생각엔 그들 중에 어느 사람이 하나님께로 인도될 수 있을 것 같나? 내가 직
접 새벽동이 틀 때까지 싸워 보겠네. (그는 리스트를 패리스에게 준다. 패리스는 그저 쳐다보기만 할
뿐이다.)
[패리스] 새벽까진 시간이 부족합니다.
[댄포스] 최선을 다 해보겠네. 누가 희망이 있을 것 같나?
[패리스] (리스트를 보지도 않는다. 떨리는 목소리로) 각하, 단검이……. (그는 숨이 막힌다.)
[댄포스] 뭐라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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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에디엠씨네아트센터

[패리스] 오늘밤 제가 집을 나서려고 문을 열자 어디선가 단검이 날아와 땅에 꽂혔습니다. (침묵이


흐른다. 댄포스는 그의 말을 열중하여 듣는다. 패리스는 이제 외친다.)
[패리스] 이 사람을 처형해선 안 됩니다. 제 생명이 위험합니다. 전 밤만 되면 한 발자국도 밖에 내
디딜 수가 없어요.

헤일목사가 들어온다. 그들은 잠시 말없이 그를 쳐다본다. 그는 슬픔에 젖어있고 맥이 빠져있으며 전


보다 행동이 더 직접적이다.

[댄포스] 축하하오. 헤일목사 당신이 성스러운 일로 돌아오신걸 보니 정말 기쁩니다.


[헤일] (댄포스에게 가며) 각하께선 저들을 사면하셔야 합니다. 저들은 굴복하지 않을 겁니다.

헤릭이 들어와 기다린다.

[댄포스] (회유하듯) 당신은 오해를 하고 계시오. 동일한 죄목으로 이미 열두 명이나 처형했는데 어


떻게 이들만 사면하겠소? 공평하지 못해요.
[패리스] (낙망하며) 레베카가 고백하지 않던가요?
[헤일] 곧 해가 뜰 것입니다. 각하 제겐 시간이 더 필요 합니다.
[댄포스] 자, 내말을 듣고 더 이상 자신을 기만하지 마시오. 저들에 대한 사면이나 형 집행의 연기에
대해선 어떤 청원도 거절하겠소. 고백하지 않는 자들은 처형될 것이오. 열두 명이 이미 처형됐고 여
기 일곱 사람의 이름이 공표됐으며 마을 사람들은 오늘 아침 그들의 처형을 기다리고 있소. 연기한다
는 건 내 쪽에 과실을 시인하는 게 됩니다. 또 사면조치를 하면 이제까지 죽어간 사람들의 범죄까지
도 의심을 받게 되오. 하나님의 법을 얘기할 때 여자같이 훌쩍훌쩍 울면서 그 의미를 왜곡시켜선 안
됩니다. 당신이 두려워하는 게 보복이라면 이점을 알아 두시오. 감히 법에 반항하는 자는 그 숫자가
수만 명에 달한 다해도 해도 난 그들을 처형할 것이고 피 눈물이 바다처럼 흘러내려도 법의 확고부
동성은 녹이지 못할 것이오. 자 대장부답게 마음을 굳게 먹고 당신이 하늘에 의해 할 일을 명령받은
것과 같이 날 좀 도와주시오. 저 사람들 전부하고 다 얘길 해 봤소. 헤일 씨?
[헤일] 프락터만 제외하곤 다 해봤습니다. 그 사람은 지하실 감방에 수감되어 있더군요.
[댄포스] (헤릭에게) 프락터는 요즘 어떤가?
[헤릭] 그냥 커다란 새처럼 웅크리고 앉아 있습니다. 가끔씩 음식을 먹을 때 빼놓고는 죽었는지 살았
는지를 모를 정도입니다.
[댄포스] (잠시 생각하고 나서) 그 사람 아내……. 그 사람 아낸 요즘 임신경과가 괜찮은가?
[헤릭] 그렇습니다, 각하.
[댄포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요 패리스 씨? 그 사람은 당신이 잘 알고 있으니까 그 여자가 있으면
마음이 좀 누그러질 것 같은가?
[패리스] 아마 그럴 겁니다. 각하 최근 삼개월동안 한번 도 아낼 보지 못했으니까요 제가 그 여잘
데려오죠.
[댄포스] (헤릭에게) 그 사람 아직도 그렇게 사나운가? 자넬 또 때리던가?
[헤릭] 이젠 그 짓도 못하게 됐습니다. 각하, 벽에다가 쇠사슬로 묶어 놨으니까요.
[댄포스] (생각하고 나서) 부인을 데려오게, 그 뒤에 프락터를 데려오고.
[헤릭] 알았습니다, 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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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에디엠씨네아트센터

헤릭은 나간다. 침묵이 흐른다.

[헤일] 각하 일주일만 연기하시고 사람들한테는 각하께서 이들의 고백을 받으려고 최선을 다하고 계
시다고 공표하십시오. 그럼 그건 각하의 자비심을 주저함이 아닌 자비심을 보여주는 게 됩니다.
[댄포스] 헤일 씨, 불행히도 하나님께선 내게 여호수아한테처럼 태양이 떠오르는 걸 멈추게 할 능력
을 주지 않으셨소. 그러니 형 집행을 막을 길이 없소.
[헤일] (더 간곡히) 만일에 각하로 인해서 반란이 일어난다면 그건 하나님의 뜻이 절대 아님을 명심
해 두시오. 댄포스 씨!
[댄포스] (재빨리) 읍내에서 사람들이 반란에 관해 하는 얘길 들었소?
[헤일] 각하. 수많은 고아들이 지금 이집 저집을 방황하고 있습니다. 버림받은 가축들이 저 아래 행
길을 메우고 있고 식량 썩은 악취가 온 마을을 뒤덮고 있으며 언제 그 매춘부들의 아우성이 끝날지
아무도 모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각하는 마을에서 반란에 대한 얘기가 있는가 하고 묻고 있군요.
사람들이 각하의 저택을 불살라 버리지 않은 것만도 크게 다행으로 생각하시오.
[댄포스] 헤일 씨, 당신은 이번 달에 안도우버에서 실고를 했었소?
[헤일] 다행히도 그들은 날 필요로 하지 않았습니다.
[댄포스] 당신은 날 당황하게 만드는군. 이곳엔 무슨 일로 돌아 오셨소?
[헤일] 이유야 간단하죠. 악마의 과업을 수행하려고 왔습니다. 기독교인들에게 하나님을 믿지 말고
자기 자신을 믿으라고 말해주려고 왔습니다. (그는 풍자를 그친다.)
[헤일] 내 머리엔 피가 묻어 있습니다. 내 머리에 얼룩진 핏자국이 안보이십니까?!!
[패리스] 쉿!

그는 발자국소리를 들은 것이다. 그들은 모두 문 쪽을 응시한다. 헤릭은 엘리자베스와 함께 들어온


다. 그녀의 허리는 무거운 쇠사슬로 매어져 있다. 헤릭은 이제 그 쇠사슬을 풀어준다. 그녀의 옷은
더럽다 얼굴을 창백하고 여위었다. 헤릭은 나간다.

[댄포스] (매우 정중하게) 프락터, (그녀는 말이 없다.) 몸은 좀 괜찮으시오?


[엘리자베스] (경고하듯 상기시켜주며) 출산까진 아직도 6개월 남았습니다.
[댄포스] 안심하시오. 우린 당신의 목숨을 끊으려고 온 게 아니오. 우린……. (그는 어떻게 설득해야
좋을지를 모른다. 원래가 그는 설득하는 일에 익숙하지가 못하다.) 헤일 씨, 당신이 좀 이분과 얘길
해주시겠소.
[헤일] 프락터. 남편께서 오늘 아침에 처형되기로 돼 있습니다.

사이.

[엘리자베스] (조용히)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헤일] 제가 법정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임을 부인은 아십니까, 모르십니까? (그녀는 의심하는
듯하다) 전 제 발로 온 겁니다. 프락터 부군의 생명을 건져주고 싶습니다. 내가 그분을 죽인 거나 다
름이 없으니까요. 내 말 아시겠어요?
[엘리자베스] 제게 원하시는 게 뭐죠?
[헤일] 프락터. 난 최근 3개월 동안 우리의 여호와처럼 황무지를 돌아다녔어요. 기독교인들이 걸아야
할 길을 찾아 헤맸습니다. 제가 그렇게 한 까닭은 사람들로 하여금 거짓말을 하게끔 인도한 목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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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에디엠씨네아트센터

두 배로 하나님의 저주를 받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소온] 그건 거짓말이 아니였소. 그런 말은 삼가시오.
[헤일] 거짓말이었어요. 저들은 죄가 없습니다.
[댄포스] 그 말은 그만 하시오
[헤일] (계속해서 엘리자베스에게) 난 내 의무를 곡해 했습니다만 부인은 부인의 의무를 곡해하지
마십시오. 난 신랑이 신부를 찾아가듯이 이 마을을 찾아 왔습니다. 고매한 종교상의 선물을 한 아름
안고서 거룩한 법의 진정한 영관을 갖고 왔습니다. 그런데 내가 확신을 갖고 만지는 건 모두 죽어
버리고 강한 신념을 갖고 눈을 돌리는 곳엔 언제나 피가 범람합니다. 주의하세요. 프락터…….신념이
피를 부를 때는 그 신념에 매달리지 마시오. 당신을 희생으로 유도하는 법은 곡해된 법입니다. 생명
은 부인, 생명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최대의 선물이오. 아무리 훌륭한 법이라 해도 생명을 찬탈
함은 변명되지 않습니다. 부인 간절히 부탁합니다. 부군을 설득해서 고백을 시키세요. 그 사람보고
이번 한번만 거짓말을 하라고 하세요. 여기선 하나님의 심판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선 자존심 때문에 제 생명을 내던진 자 보다는 차라리 거짓말을 해서라도 생명을 구한 자를
덜 벌하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부군을 설득해 보시겠습니까? 제 생각엔 부군께서 다른 사람의 말은
듣지를 않을 것 같아서 이럽니다.
[엘리자베스] (나직이) 목사님 말씀하신 내용이 악마의 주장과 같을 것 같군요.
[헤일] (큰 실망을 느끼며) 부인, 하나님의 법 앞에선 우린 모두 돼지 새끼들이나 마찬가집니다. 우
린 하나님의 뜻을 헤아릴 수 없어요.
[엘리자베스] 당신과 토론할 만큼 제가 교육을 받진 못했어요.
[댄포스] 프락터. 논쟁을 하자고 이곳에 부른 게 아닙니다. 당신한테는 아내 된 사람으로서의 따뜻한
정이 조금도 없습니까? 부군은 새벽 동이 트면 죽습니다. 당신 남편이 말이오, 알고 있소? (그녀는
그저 그이 얼굴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어떻게 하시려오? 그와 다투겠소? (그녀는 말이 없다) 당
신은 돌덩어리요? 솔직히 말하는데 부인 당신의 비자연적인 생활에 대해서 다른 증거가 전혀 없었다
해도 지금 고 메마른 눈초리로도 충분히 당신의 영혼이 지옥에 헌납됐다는 증거를 삼을 수 있었을
거요. 일개의 원숭이라도 그런 재앙 앞에선 눈물을 흘릴 거요. 악마가 당신 속에 있는 모든 연민의
눈물을 마르게 했소? (그녀는 계속 말이 없다.) 이 여잘 데리고 가시오. 이 여자가 그 사람한테 말
을 한다 해도 도움이 될게 전혀 없어.
[엘리자베스] (조용히) 그분과 얘기를 나누고 싶어요, 각하.
[패리스] (희망을 갖고) 설득해 보시겠소?

그녀는 머뭇머뭇한다.

[댄포스] 고백을 하도록 설득해 볼래요, 안할래요?


[엘리자베스] 아무 것도 약속하지 않겠어요. 다만 그분과 얘길 나누고 싶을 뿐입니다.

돌 위로 발 끄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들은 문은 향해 몸을 돌린다. 잠시 후 헤릭이 존 프락터를 데리


고 들어온다. 그의 허리는 쇠사슬로 묶여있다. 그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 수염이 텁수룩하고
몸은 더러우며 눈은 거미줄이 잔뜩 쳐진 것처럼 흐릿하다. 그는 엘리자베스를 보자 문가에서 주춤한
다. 둘 사이를 흐르는 감정에 억압되어 잠시 압박적인 침묵이 흐른다. 이윽고 헤일이 눈에 뜨일 만큼
감격하여 댄포스에게 다가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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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일] 우린 나가는 게 좋겠습니다. 각하


[댄포스] (신경질적으로 헤일을 제치며) 프락터 씨, 통보받았겠죠? (프락터는 엘리자베스를 뚫어져라
응시한 채 말이 없다.) 하늘이 밝아 오기 시작합니다. 선생 부인과 잘 상의해 보시오. 하나님께서 당
신으로 하여금 지옥에 등을 돌리도록 해 주시길 빌겠소.

프락터는 여전히 엘리자베스를 응시한 채 말이 없다.

[헤일] (나직이) 각하.

댄포스는 빠른 걸음으로 헤일의 앞을 지나 밖으로 나간다. 헤일이 그 뒤를 따른다. 취이버도 일어서


서 나가고 하소온이 그 뒤를 따른다. 헤릭 역시 나간다. 패리스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서 제의를
한다.

[패리스] 사과주를 들고 싶다면 프락터 씨, 제가 ……. (프락터는 돌아서서 차갑게 그를 노려본다.


그는 시선을 피한다. 그는 프락터를 향해 손을 들어 올리며.) 하나님의 가호가 있기를.

패리스는 나간다.
이제 둘뿐이다. 프락터는 그녀에게로 걸어간다. 멈춰 선다. 그들은 슬픔을 초월해 있다. 그는 어떤 비
현실적인 형체를 향해서인 것처럼 손을 뻗힌다. 손이 그녀에게 닿자 그의 목구멍에서 반쯤은 놀라움
을 나타내주는 이상한 부드러운 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는 그녀의 손을 가볍게 두드린다. 그녀는 자기
의 손으로 그의 손을 덮는다. 이윽고 그는 힘없이 주저앉는다. 그녀도 그를 응시한 채로 따라 앉는
다.

[프락터] 애기는?
[엘리자베스] 잘 자라고 있어요.
[프락터] 아이들 소식은 들었소?
[엘리자베스] 잘들 있대요. 레베카의 사뮤엘이 돌봐주고 있어요.
[프락터] 당신도 애들을 못 봤군?
[엘리자베스] 네.

그녀는 자신의 마음이 약해짐을 느낀다. 그녀는 이를 악문다.

[프락터] 당신은 정말……. 놀라운 여자야, 엘리자베스.


[엘리자베스] 고……. 고문을 당하셨죠?
[프락터] 응. (사이. 그녀는 자기를 위협하고 있는 바다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프락터] 사람들이 곧 내 목숨을 끊으려고 올 거야.
[엘리자베스] 알고 있어요. (사이)
[프락터] 아무도……. 아직 고백 안했어?
[엘리자베스] 고백한 사람이 많아요.
[프락터] 누가?
[엘리자베스] 백 명이 넘는대요. 발타드도 그 중의 하나예요. 이사이아 굿카인드도 그래요. 아주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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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에디엠씨네아트센터

아요.
[프락터] 레베카는?
[엘리자베스] 레베카는 안 하셨어요. 그 분은 이미 한 발을 하늘에 올려 놓으셨어요. 아무 것도 그분
을 더 이상 해치지 못할 거예요.
[프락터] 그리고 자일즈는?
[엘리자베스] 소식 듣지 못하셨어요?
[프락터] 내가 갇혀 있는 데선 아무 소식도 들을 수가 없어.
[엘리자베스] 돌아 가셨어요.

프락터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그녀를 쳐다본다.

[프락터] 언제 처형됐지?
[엘리자베스] (나직이) 처형된 게 아녜요. 그 분은 자기의 기소장에 대해서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
어요. 고발 내용을 부인하면 처형당한다는 것과 자기의 토지가 경매에 부쳐진다는 걸 미리 알았기 때
문이죠. 일체 입을 다문 채 법을 따르는 기독교인으로서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그 자식들이 농장을
상속받을 수 있게 됐어요. 그게 법이예요, 기소 사실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안하고 침묵을 지켜서 법
정이 그 분을 마술사로 판결할 수 없었던 거예요.
[프락터] 그래서 어떻게 돌아가셨어?
[엘리자베스] (부드럽게) 압사 당했어요, 존.
[프락터] 압사를 당해?
[엘리자베스] 저 사람들이 그분 가슴 위에 커다란 바위 덩어리를 대답할 때까지 얹어 놓았대요. (노
인을 회상하여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그 분은 딱 두 마디만 말씀 하셨다더군요. "더 무겁게"라고 하
면서 돌아가셨대요.
[프락터] (감각을 잃은 듯이……. 그는 더 깊은 번민에 사로잡힌다) " 더 무겁게"
[엘리자베스] 네, 자일즈 코레이는 무서운 분이었어요.

사이.

[프락터] (강한 의지를 나타내며 그러나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 채) 고백을 할까 하고 생각해
봤어, 엘리자베스. (그녀는 반응이 없다.) 당신은 뭐라고 하겠소, 내가 고백을 한다면?
[엘리자베스] 전 당신을 심판할 자격이 없어요, 존.

사이.

[프락터] (단순하게……. 순수한 질문이다.) 당신은 내가 어떻게 하길 바라?


[엘리자베스] 당신의 뜻이 곧 제 뜻이에요.
(약간의 사이를 두고서) 전 당신이 살아남기를 원해요. 존, 그건 확실해요.
[프락터] (잠간 사이를 둔다. 일루의 희망을 걸고) 자일즈의 부인은 어때? 고백했어?
[엘리자베스] 아뇨.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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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에디엠씨네아트센터

[프락터] 이건 위선이야, 엘리자베스.


[엘리자베스] 뭐가요?
[프락터] 난 성자처럼 태연히 교수대에 올라설 수가 없어. 그건 위선이야, 난 그럴 사람이 못해. (그
녀는 말이 없다) 내 정직은 이미 부서져 버렸어. 엘리자베스 난 순결한 사람이 아니야. 그런 거짓 고
백을 한다 해도 이젠 더럽혀질게 남아 있질 않아.
[엘리자베스] 당신은 아직까지 그 고백을 안 하셨어요. 그런 당신의 고결함을 얘기해 주는 거예요.
[프락터] 내가 침묵하고 있는 건 순전히 고집에 지나지 않아. 개자식들한테 거짓말허기가 힘이 들거
든. (사이 그는 처음으로 그녀를 정면으로 쳐다본다.) 당신의 용서를 받고 싶어, 엘리자베스.
[엘리자베스] 용서할 사람은 제가 아녜요, 전 …….
[프락터] 당신만은 내 생각이 어느 정도 솔직한 것임을 알아 줬으면 좋겠어. 이제껏 거짓을 모르고
살아온 사람들은 제 영혼을 지키기 위해서 죽으라고 내버려 둬. 그러나 그게 나한텐 위선이야. 하나
님께서 빤히 들여다보실 수 있는 허영에 지나지 않아. 그 허영 때문에 내 자식들을 찬바람 맞으며
집 없이 헤매게 할 순 없어. (사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
[엘리자베스] (언제라도 터질 것 같은 울음을 억지로 참으며) 존, 당신이 당신 자신을 용서하지 않을
때 제가 당신을 용서한다는 건 무의미해요. (그는 격심한 번민에 쌓여 그녀로부터 약간 몸을 돌린
다.)그건 내 영혼이 아녜요. 존 당신 거예요. (그는 육체적인 고통을 느끼는 듯 일어선다. 해답을 찾
으려는 간절한 욕망과 함께 천천히 일어선다. 그녀는 말하기가 몹시 힘들다. 눈엔 눈물이 글썽해 있
다.)단 이것만은 확실히 알아두세요. 전 지금 그걸 알아요. 당신이 무슨 일을 하시든 당신은 고결하
신 분예요. (그는 의아해서 확인하려는 듯 그녀를 쳐다본다.) 이삼 개월 동안에 제 마음을 자세히 읽
어봤어요. (사이) 전 돌이킬 수 없는 죄악을 여러 번 저질렀어요. 냉정한 여자가 아니고서 어떻게 남
편의 간통죄를 시인할 수 있겠어요.
[프락터] (괴로워하며) 됐어 그만 해…….
[엘리자베스] (진정을 쏟으며) 당신은 날 더 잘 아셔야 해요.
[프락터] 듣지 않겠어. 난 당신을 알고 있어.
[엘리자베스] 당신은 지금 내 죄까지도 짊어지고 계신 거예요. 존…….
[프락터] (번민하며) 아냐, 난 내 죄를 내 죄만을 지고 있어.
[엘리자베스] 존, 전 언제나 자신을 못생긴 여자라고, 너무나 못생긴 여자라고 생각을 해서 진정한
사랑이 저완 아무 관계도 없는 건줄 알았어요. 당신과 키스 할 때도 언제나 의심이 따랐어요. 전 언
제나 당신에 대한 사랑을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를 몰랐었어요. 우리 집을 냉랭한 집으로 만든 건 저
예요.

하소온이 들어오자 그녀는 깜짝 놀라 자리를 벗어난다.

[하소온] 어떻게 하겠나, 프락터? 해가 곧 뜰 텐데.

프락터는 가슴이 답답함을 느끼며 엘리자베스에게로 몸을 돌려 그녀를 응시 한다. 그녀는 그에게 애


원하듯 다가온다. 그녀의 목소리는 떨린다.

[엘리자베스] 당신 뜻대로 하세요. 그렇지만 아무도 당신을 심판하지 못하게 하세요. 이 하늘 아래에
서 프락터를 심판할 자는 한 사람도 없어요. 절 용서해 주세요. 절 용서해 주세요, 존……. 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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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당신 같이 고결 하신 분은 아무도 없어요.

그녀는 울면서 얼굴을 감싸 쥔다.


프락터는 그녀로부터 하소온에게 몸을 돌린다. 그는 땅을 딛고 서 있는 것 같지가 않다. 그의 목소리
는 공허하게 들린다.

[프락터] 살고 싶소.
[하소온] (전기가 오른 듯이 깜짝 놀라며) 고백을 하시겠단 말이오?
[프락터] 생명을 택하겠습니다.
[하소온] (신비한 어조로) 오 거룩하신 하나님 이건 하늘의 뜻이오. (그는 문 밖으로 뛰어 나간다.
복도를 뛰어 가면서 그가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하소온] 고백을 한답니다. 프락터가 고백을 한대요.
[프락터] (문가로 뛰어가듯 걸어가서 외친다) 왜 소린 지르시오? (극도의 고통을 느끼며 그는 그녀
에게 돌아선다.)
[프락터] 이건 죄악이야 안 그래? 죄악이야.
[엘리자베스] (공포를 느끼며 울면서) 전 당신을 심판할 수 없어요, 존 전 못해요.
[프락터] 그럼 누가 날 심판해주지? (갑자기 두 손을 움켜쥐며) 하늘에 계신 하나님이시여 존 프락
터가 누굽니까? 존 프락터가 어떤 사람입니까?(그는 짐승처럼 움직이고 그의 내부에는 분노가 지글
글 끓으며 그는 간절하게 해답을 찾는다.) 이렇게 하는 것이 정직한 일 같아. 그런 생각이 들어. 난
성자가 아니니까. (마치 엘리자베스가 아니라고 말이라도 한 것처럼 그는 성난 듯이 그녀를 쳐다본
다.) 레베카 보곤 성자처럼 가라고 해, 나한텐 그게 위선이야.

홀에서 흥분을 억제하며 서로 얘기를 나누고 있는 소리가 들려온다.

[엘리자베스] 전 당신의 심판자가 아녜요. (그를 해방시키려는 듯이)


[엘리자베스] 당신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당신 뜻대로만 하시면 돼요.
[프락터] 당신이라면 이 경우에 거짓말을 하겠소? 말해봐 저들한테 거짓말을 할 것 같아? (그녀는
대답을 못한다)
[프락터] 안할 걸. 불덩이가 태워 죽인대도 당신은 거짓말을 안 할거야. 그래, 그건 옳지 못해. 옳지
않아……. 그건 죄악이야, 그래도 난 하겠어.

하소온이 댄포스를 데리고 들어온다. 이어서 취이버 패리스 헤일이 들어온다. 마치 얼음이라도 깨진
듯 사무적이고 민첩한 걸음들이다.

[댄포스] (깊은 위안과 감사를 동시에 느끼며) 하나님을 찬양, 찬양합시다. 당신은 이제 하늘의 축복
을 받은게요. (취이버는 펜과 잉크와 종이를 갖고 급히 벤치로 간다. 프락터는 그를 바라본다.) 자,
그럼 시작합시다. 준비됐소, 취이버씨?
[프락터] (그들의 능률성에 냉랭한 두려움을 느끼며) 꼭 기록해야 되는 이유는 뭡니까?
[댄포스] 마을에 좋은 교훈이 될 것이기 때문이오. 선생, 우린 그 기록을 교회 정문에 게시할 겁니
다. (패리스에게 급한 듯이) 경찰은 어디 있소?
[패리스] (문으로 뛰어 가서 복도에다 대고 부른다.) 경찰, 빨리 오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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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포스] 자, 그럼 선생 취이버 씨를 생각해서 좀 천천히 그리고 정확하게 말씀해 주시겠소? (그는


이제 공무로 들어간다. 기록하고 있는 취이버에게 한마디 한마디 정확하게 불러 준다.) 프락터 씨,
이제까지 살아온 동안에 악마를 본 일이 있소? (프락터의 턱은 자물쇠로 잠긴 듯 움직이지 않는다.)
자, 어서 대답하시오. 하늘이 벌써 밝아오고 사람들이 교수대 밑에서 기다리고 있소. 난 이 소식을
공표 할 거요. 당신은 악마를 본 일이 있소?
[프락터] 있습니다.
[패리스] 오 감사하신 하나님.
[댄포스] 그러면 악마가 언제 당신을 찾아 왔던가요? 또 그의 요구는 무엇이었소? (프락터는 말이
없다. 댄포스가 도와준다.) 당신더러 이 지상에서 자기의 일을 행하라고 명령하던가요?
[프락터] 그랬습니다.
[댄포스] 그리고 당신은 그에게 충성을 맹세했소? (레베카 너스가 헤릭의 부축을 받으며 들어오자
댄포스는 몸을 돌린다. 그녀는 겨우 걸을 수 있을 정도이다.) 어서 오시오, 어서 오시오, 부인.
[레베카] (프락터를 보자 마음이 기뻐져) 오 존 아직 무사하군, 응?

프락터는 얼굴을 벽에 돌린다.

[댄포스] 용기를, 용기를 내시오……. 당신이 훌륭한 본보기를 보여 줘서 이분도 하나님께 돌아 올수


있도록 해 줍시다. 너스 잘 들으시오. 계속해요. 프락터 씨, 당신은 악마에게 충성을 맹세했소?
[레베카] (놀래서) 아니 존
[프락터] (이를 악물고서 그의 얼굴은 레베카를 피하고 있다.) 그랬소.
[댄포스] 자 부인, 이 음모를 더 이상 숨기는 게 조금도 이로울 게 없다는 걸 확실히 아셨죠? 부인
도 저 사람과 같이 고백을 하시겠소?
[레베카] 오 존……. 하나님의 은총이 같이 하기를
[댄포스] 고백을 하시겠느냐 말이오, 너스?
[레베카] 이건 거짓말예요, 거짓말입니다. 내가 어떻게 나 자신을 더럽힐 수 있겠어요. 난 못해요. 못
합니다.
[댄포스] 프락터 씨, 악마가 왔을 때 레베카 너스도 그 중에 같이 있던가요? (프락터는 대답이 없
다.) 자, 자, 용기를 내서 말해 보시오……. 저 분이 악마와 함께 있는 걸 봤소?
[프락터] (거의 들릴까 말까 하는 소리로) 못 봤습니다.

댄포스는 일이 용의하지 않음을 느끼면서 프락터를 응시한다. 테이블로 가서 서류를 집어 든다. 피소


자의 명단이 적혀 있는 서류이다.

[댄포스] 저 분의 동생인 메어리 이스터가 악마와 함께 있는 걸 본 일이 있소?


[프락터] 없습니다.
[댄포스] (눈을 가늘게 뜨고 프락터를 쳐다본다) 마사 코레이가 악마와 함께 있는 걸 본 일이 있소?
[프락터] 없습니다.
[댄포스] (사태를 깨달으며 천천히 서류를 내려놓는다.) 그럼 누구라도 악마와 함께 있는 걸 본 일이
있소?
[프락터] 없습니다.
[댄포스] 프락터 당신은 날 오해하고 있소 난 당신의 거짓말을 사들이는 장사꾼이 아니오. 당신은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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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히 누군가가 악마와 함께 있는 걸 본 일이 있을 거요. (프락터는 말이 없다.) 프락터 씨, 많은 사


람들이 이미 이 분이 악마와 함께 있는 걸 봤다고 증언을 했습니다.
[프락터] 그렇다면 이미 증명된 셈이 아닙니까, 왜 내가 또 말해야 되는 겁니까?
[댄포스] 왜 당신이 또 얘길 해야 되느냐고? 당신의 영혼이 정말로 악마에 대한 사랑을 완전히 씻었
다면 당신은 기쁜 마음으로 그 얘길 해야 될 거요.
[프락터] 저 분들은 성자의 길을 걸으려는 겁니다. 난 그들의 이름을 대고 싶지가 않아요.
[댄포스] (수상쩍은 듯이) 프락터 씨 당신은 저들이 성자의 길을 걷는다고 생각하시오?
[프락터] (대답을 회피하며) 이 분은 스스로 악마의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전혀 없습니
다.
[댄포스] 여보시오. 선생 당신은 여기서의 당신의 의무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소. 저분의 생각
같은 건 하등의 문젯거리도 안 되오. 이미 아이들을 비자연적인 방법으로 살해했음이 드러난 여자요.
또 당신은 메어리 웨렌에게 당신의 유령을 풀어놨음이 증명됐소. 여기선 당신의 영혼만이 문제가 되
는 거요. 선생, 그러니 당신 영혼의 순결함을 보이시오. 그러지 않으면 당신은 기독교 국가에선 더
살 수가 없게 되오. 자 그럼 내게 누가 당신과 함께 악마를 수행했는지 말해 보시겠소? (프락터는
대답이 없다,) 당신이 알기에 레베카 너스가 전에…….
[프락터] 난 나 자신의 죄에 대해서만 얘기합니다. 다른 사람을 심판할 순 없습니다. (증오심을 갖고
외친다) 내겐 그런 말을 할 혓바닥이 없어요.
{헤일] (재빨리 댄포스에게) 각하, 자기를 고백한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이제 서명하게 하세요. 서
명을 시키세요.
[패리스] (열병에 걸린 듯이) 굉장한 도움이 될 겁니다. 각하 저 사람의 이름은 아주 유효합니다. 프
락터가 고백을 했다면 온 마을이 술렁댈 겁니다. 간청합니다. 서명을 시키세요. 해가 떴습니다. 각하!
[댄포스] (잠시 생각한다. 이윽고 불만스럽게나마) 자, 그럼 당신의 진술서에 서명을 하시고 (취이버
에게) 그걸 저 사람에게 주시오. (취이버는 진술서와 펜을 손에 들고 프락터에게로 간다. 프락터는
진술서를 외면한다.) 자, 선생 서명하시오.
[프락터] (진술서를 쳐다보고 나서) 당신들 모두가 나의 고백을 들었습니다. 그걸로 충분해요.
[댄포스] 서명하지 않겠소?
[프락터] 당신들이 직접 목격한 증인이 아니오?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하단 말입니까?
[댄포스] 날 놀리는 거요? 당신의 이름이 없으면 이건 고백이라고 간주할 수가 없어요. 선생

그는 화가 나서 숨을 들이킬 때마다 가슴이 뛴다. 프락터는 서류를 내려놓고 서명을 한다.

[패리스] 오 감사하신 하나님!

프락터가 서명을 끝내자마자 댄포스가 그 서류를 받으려고 손을 내민다. 프락터는 황급히 서류를 낚
아챈다. 그의 내부에서는 거친 공포와 끝없는 분노가 인다.

[댄포스] (당황했지만 정중하게 손을 내밀며) 자, 선생.


[프락터] 안됩니다.
[댄포스] (프락터가 이해를 못했다는 듯이) 프락터 씨 난 반드시 그걸…….
[프락터] 안 돼요, 안 됩니다. 난 서명을 했어요. 당신도 내가 서명하는 걸 봤습니다. 그걸로 끝난
거요. 이걸 가져갈 필요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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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리스] 프락터 마을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증거를…….


[프락터] 제기랄 놈의 마을 사람들! 난 하나님께 고백을 했고 또 하나님은 내가 이 위에 서명하는걸
보셨오! 그걸로 족해요.
[댄포스] 아니요, 선생 그건 ….
[프락터] 당신은 내 영혼을 구해주러 온 것 아니오? 여길 보세요! 난 고백을 했단 말입니다. 그걸로
충분해요!
[댄포스] 당신은 아직 고…….
[프락터] 난 고백했어요. 진실한 참회는 반드시 많은 사람들 앞에서만 해야 됩니까? 하나님께선 교
회에 못 박힌 내 이름을 필요로 하지 않으십니다. 하나님은 내 이름을 보십니다. 하나님은 내 죄가
얼마나 비열한가를 알고 계십니다. 그걸로 충분해요.
[댄포스] 프락터 씨!
[프락터] 날 이용하지 마시오! 난 사라 굿도 아니고 티튜바도 아니오. 난 존 프락터요! 날 이용하진
못할 거요. 당산이 날 이용한다는 것은 구원과 조금도 닮은 데가 없어요.
[댄포스] 난 그런 걸 바라는 게 아니라.
[프락터] 내겐 자식이 셋 있습니다. 친구를 팔아먹은 에비가 무슨 낯으로 그 애들한테 올바로 살라는
말을 할 수 있겠소?
[댄포스] 친구를 파는 게 아니고…….
[프락터] 날 기만하지 마시오? 침묵을 지킨 죄로 저들이 처형되는 바로 그날 이게 교회에 못 박혀
계시되면 난 저들 전부의 이름을 모독하는 게 됩니다.
[댄포스] 프락터 씨, 난 완전한 법적 증거를 확보해야만 하오. 당신이…….
[프락터] 당신은 법정의 최고 책임자니까 당신의 말이면 충분해요! 사람들한테 내가 고백을 했다고
얘기 하세요. 프락터가 무릎을 꿇고 여자처럼 찔찔 울더라고 말을 하세요. 당신 마음대로 말을 하세
요 .그렇지만 내 이름만은…….
[댄포스] (수상쩍다는 듯이) 결국 같은 게 아니오? 안 그렇소? 내가 얘길 하는 거나 당신이 서명을
하는 거나?
[프락터] 아뇨 절대로 같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이 말하는 거하고 내가 서명하는 것은 전혀 같지가
않아요!
[댄포스] 어째서? 그렇다면 당신은 풀려나는 대로 이 고백을 부인하실 참이요?
[프락터] 아무것도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댄포스] 그렇다면 내게 설명 좀 해 주시오. 프락터 씨 왜 당신이…….
[프락터] (온 정성과 육체를 다해 소리 지른다.) 그건 내 이름이니까요! 내 평생에 다른 이름을 가
질 수 없기 때문이오. 내가 거짓말을 했고 또 그 거짓말에 서명을 했기 때문이요! 내가 처형될 사람
들의 발끝의 먼지만도 못한 존재이기 때문이오! 이름도 없이 나보고 어떻게 살란 말씀이오? 내 영혼
을 당신께 넘겼으니 내 이름만은 남겨 놓으시오!
[댄포스] (프락터가 손에 들고 있는 진술서를 가리키며) 그 고백이 거짓이요? 그게 거짓이라면 받아
들일 수 없소! 어떻게 말씀하시겠소? 난 거짓말을 다루는 게 아니오. 선생. (프락터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않는다.) 내 손에 당신의 진실한 고백을 쥐어 주시오. 그러지 않으면 난 당신을 처형으로부터
보호할 수가 없습니다. (프락터는 대답을 않는다.) 어느 길을 택하시려오, 선생?

가슴은 부풀어 오르고 눈은 한 곳을 응시한 채 프락터는 그 서류를 갈기갈기 찢어 구겨 버린다. 그


리고 그는 분노에 못 이겨 울음을 터뜨린다. 그러나 그는 똑바로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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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포스] 경찰!
[패리스] (히스테리컬하게, 마치 그 서류가 자기의 생명이었던 것처럼) 프락터, 프락터!
[헤일] 여보, 당신은 교수형이야, 당신은 못해.
[프락터] (눈에 눈물이 가득하다) 난 할 수 있어요. 내가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당신의 첫 번째 놀라
움이 있을 거요. 당신은 지금 기적을 행하셨소. 이 존 프락터 속에 한 조각이나마 남아있는 고결한
점을 스스로 볼 수 있으니 말이오. 그건 깃발을 휘날릴 만큼 충분하진 않지만 저런 개자식들한테 더
럽혀지지 않을 만큼은 순결합니다. (엘리자베스는 일시에 두려움이 터져 나와 그에게 달려가서 그의
손에 대고 울음을 터뜨린다.) 저들에게 눈물을 보지 말아요! 눈물은 저들을 즐겁게 해주니! 이젠 긍
지를 보여줘! 굳은 마음을 보여주고 그걸로 저들을 침잠시켜버려! (그는 그녀를 일으켜 세운다. 그리
고는 뜨겁게, 뜨겁게 그녀에게 키스한다.
[레베카]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말어! 다른 심판이 우리 모두를 기다리고 있어요.
[댄포스] 하늘높이 저들을 처형하라! 이들을 위해 눈물을 흘리는 자는 부패를 위해 눈물을 흘리는
자들이다.

그는 그들 앞으로 휙 나가 버린다. 헤릭이 레베카를 데리고 가려한다. 레베카는 거의 쓰러질 것 같


다. 프락터가 그녀를 부축해 준다. 그녀는 사과하듯 그를 쳐다본다.

[레베카] 아침을 못 먹었어.


[헤릭] 자 갑시다.

헤릭이 그들을 호위하고 나간다. 하소온과 취이버가 그 뒤를 따른다. 엘리자베스는 텅 비어있는 문


쪽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서있다.

[패리스] (죽음 같은 공포를 느끼며 엘리자베스에게) 따라 가세요, 프락터! 아직 시간이 있어요!

밖에서부터 허공을 때리는 북소리가 들려온다. 패리스는 깜짝 놀란다. 엘리자베스는 창가로 비틀 거


리며 걸어간다.

[패리스] 따라 가요! (그는 문 밖으로 뛰어 나간다. 마치 그의 운명을 거두어들이려는 듯하다) 프락


터, 프락터!

북소리가 짧게 다시 울린다.

[헤일] 부인, 그에게 애원해 보세요. (그는 문 쪽으로 달려 나가다가 다시 그녀에게 돌아온다.) 부
인! 이건 자존심이요, 이건 허영심입니다. (그녀는 그의 시선을 피하며 창가로 간다. 그는 무릎을 꿇
는다.) 가서 도와주세요. 피를 흘려 무슨 이익이 있습니까? 누가 그의 진실을 알아주겠습니까? 가세
요, 가서 그의 수치심을 벗겨주세요!
[엘리자베스] (쓰러지려는 몸을 창문의 창살을 잡아 부축하며 울음 섞인 소리로) 저이는 이제 자기
의 고결성을 되찾으셨어요. 하나님께선 제가 그걸 다시 빼앗는 걸 용서하지 않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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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에디엠씨네아트센터

마지막 북소리가 요란하게 터지며 격렬하게 고조된다. 헤일은 울면서 미친 듯이 기도한다. 새로 떠오


른 태양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고 북소리는 아침의 공기 속에서 뼈가 부딪치는 파열음을 낸다.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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