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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밀러 시련
아서밀러 시련
THE CRUCIBLE
시련•아서 밀러
[등장인물]
패리스 목사——————
베티 패리스—————— 패리스의 딸(10살 소녀)
티튜바 ———————— 흑인노예 (40대 여인)
아비게일 월리엄즈——— 패리스의 질녀 (17세 소녀)
수잔나 월코트————— 소녀 (10세)
앤 푸트남 부인 ———— 이웃 여인 (45세)
토마스 푸트남————— 앤의 남편 (40대 후반)
머시 루이스—————— 푸트남의 하녀 (18세 소녀)
메어리 워렌 ————— 17세 소녀 (존 프락터의 하인)
존 프락터———————
레베카 너스—————— 백발노파 (72세)
자일즈 코레이————— 노인(83세)
마사 코레이—————— 자일즈 코레이와 부부
존 헤일 목사 —————
엘리자베스 프락터——— 존 프락터와 부부
프랜시스 너스—————
에제키엘 취이버————
헤릭 경찰관——————
하소온 판사——————
댄포스 부지사—————
사라 굿 ———————
호프킨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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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1막
[아비게일] 아저씨! (그는 그녀를 쳐다본다) 수잔나 월코트가 그리그즈 의사한테서 돌아왔어요.
[패리스] 오, 들어오라고 해라, 들어오라고 해.
[아비게일] (수잔나를 부르려고 상체를 문밖에 내민다. 수잔나는 두서너 걸음 밑에 있다) 들어와, 수
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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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리스] (문이 열리는 것과 동시에) 안 돼. 안 돼. 아무도 들어오지 마. (그는 그녀를 본다. 일종의
존경심이 그의 마음속에 움튼다. 비록 걱정은 그대로 남아 있지만) 오 푸트남부인 들어오세요.
[푸트남부인] (숨을 크게 들이쉬고 눈은 빛난다) 기적예요, 분명히 당신은 마귀한테 한 대 얻어맞았
어요,
[패리스] 아닙니다, 푸트남부인.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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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곧장 침대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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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어리 워렌] 어떻게 하지? 마을이 발칵 뒤집혔어! 농장에서 방금 돌아오는 길인데 온 마을이 마술
에 대해서 수군대고 있어! 사람들이 우릴 보고 마귀라고 부를 거야, 에비!
[머시] (메어리 워렌을 쳐다보고 또 손으로 가리키며) 저 애는 사실을 털어놓겠다는 거야. 난 알아.
[메어리 워렌] 에비, 우린 얘길 해야 돼. 마술 죄는 교수형이야. 2년 전 보스턴에서처럼 목을 잘리는
거야! 사실대로 말을 하자 에비! 춤을 추었다고 몇 대 맞는 것이 더 하겠니!
[아비게일] 오, 우리가 매를 맞다니!
[메어리 워렌] 난 아무상관 없다, 에비, 난 그냥 보기만 했으니까!
[머시] (메어리에게 위협적으로 다가서며) 오, 보기만 했다고? 잘 했구나! 잘 했어! 안 그래, 메어
리 웨렌? 엿보는 용기가 아주 대단하신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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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게일] 베티? (베티에게로 간다.) 자, 베티, 아가, 그만 일어나, 아비게일이야. (그녀는 베티를
일으켜 앉히고 세차게 흔든다.) 때려 줄 테야, 베티! (베티는 흐느껴 울기 시작한다.) 어머나, 아주
많이 나았네. 아빠한테 다 말씀 드렸어, 그러니까 이젠 아무것도…….
[베티] (침대에서 뛰어 내려와 아비게일을 보고서 놀래 벽에 부딪혀 쓰러진다.) 엄마를 보내줘!
[아비게일] (놀래서 조심스럽게 베티에게 접근하며) 왜 그래 베티? 엄만 벌써 돌아 가셨잖아. 지금
은 무덤 속에 계셔.
[베티] 엄마한테 날아갈 테야. 날 날게 해줘! (마치 날아가려는 것처럼 팔을 든 채 창가로 향한다.
이미 한발을 창밖에 내 놓고 있다.)
[아비게일] (그녀를 창문에서 끌어내며) 아빠한테 다 말씀 드렸어. 아빠도 지금은 전부 아셔! 다 아
신다니까…….
[베티] 너는 피를 마셨어 에비! 아빠한테 그건 말하지 않았지?!
[아비게일] 다시 그런 말 하면 못써! 앞으로 절대로!
[베티] 넌 피를 마셨어! 존 프락터의 아줌마를 죽이려고 주문을 마셨어! 프락터 자매를 죽이려고 주
문을 마셨어!
[아비게일] (그녀의 얼굴을 세게 때린다) 닥쳐! 그만 닥치지 못해!
[베티] (침대 위로 쓰러지며) 어마 엄마! (그녀는 운다.)
[아비게일] 다들 잘 들어. 우리는 춤을 추었다. 그리고 티튜바가 루스 푸트남의 죽은 언니들을 주문
으로 불렀다. 이게 전부야. 그리고 언제나 조심해. 만일 너희들 중에 누가 그 밖의 일에 대해서 한마
디라도 입 밖에 내면, 아니 그런 냄새를 피우기라도 하면, 난 어느 아주 무서운 밤에, 깜깜한 시간에
너희들을 찾아가서 무시무시한 가시 심판을 내릴 테야. 내게 그런 능력이 있다는 건 너희들이 잘 알
지? 인디안 놈들이 바로 내 옆에 누워 계시던 아빠와 엄마의 머리를 도끼로 내려찍는 장면을 보고도
난 끄떡 안했어. 그리고 밤마다 피비린내 나는 무서운 일을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아 왔어. 난 너희
들이 밤이 무서워서 해가 지는 것을 원망하게도 할 수 있어! (그녀는 베티에게로 가서 거칠게 일으
켜 앉힌다.) 이것아! 일어나서 장난은 그만해!
[메어리 워렌] (공포로 거의 발작할 것 같다.) 이 애가 어떻게 된 거지? (아비게일은 놀래서 베티를
응시한다.) 아비! 죽으려나 봐! 마술을 부린다는 것은 죄악이야! 그리고 우린…….
[아비게일] (메어리에게 다가가며) 입을 다물어, 메어리 워렌! (존 프락터가 들어온다. 그를 보고 메
어리 워렌은 흠칫 놀랜다. 그의 하녀 메어리 워렌은 당황과 두려움으로 제대로 말을 못한다.)
[메어리 워렌] 오! 지금 막 집에 가려던 참이었어요. 프락터 씨!
[프락터] 네가 그렇게 바보니, 메어리 워렌? 귀머거리야? 이 집을 떠나라고 했잖아? 내가 뭣 때문
에 너한테 월급을 주니? 도망친 소보다 너 찾기가 더 힘이 들어서야 어떻게 해?
[메어리 워렌] 굉장한 일이 있다고 해서 잠깐 보러 왔어요.
[프락터] 며칠 내로 내가 엉덩짝에다가 굉장한 일을 보여주마. 어서 집에 가봐, 아내가 네 일거릴 갖
고 기다리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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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시는 옆걸음질 치며 나간다. 프락터가 나타난 뒤부터 아비게일은 그가 앞에 있다는 사실에 황홀하
여 눈을 크게 뜨고 발끝으로 서있는 듯하다. 그는 그녀를 응시하다가 침대에 누워 있는 베티에게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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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게일] 베티?
그녀는 황급히 베티에게 달려간다. 베티는 일어나 앉아서 크게 울어대고 있다. 프락터는 베티에게 다
가가고 아비게일은 "베티! "베티!" 하고 부르면서 그녀의 손을 끌어 내리려고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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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시는 뛰어 나간다.
[푸트남] (울고 있는 베티를 가리키며) 저게 바로 마술이 있다는 명백한 증겁니다, 너스부인. 확실한
증거예요.
[푸트남부인] 우리 어머니께 저런 얘길 들어본 적이 있어요! 저런 애들이 주님의 이름을 들으면 괴
로워 견디질 못해서…….
[패리스] (떨면서) 레베카, 레베카, 저 애한테 가보세요. 우리는 속수무책입니다. 주님의 이름을 듣고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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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들이 아주 많아요.
[패리스] 흠, 대단한 훈계로군요!
[레베카] 어느 정도 사실입니다. 어린애들을 교회에 보내기를 꺼려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패리스] 난 어린애들을 위해서 설교하지 않아요, 레베카. 교회에 대한 의무를 소홀히 하는 건 어린
애들이 아닙니다.
[레베카] 정말로 소홀히 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패리스]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요. 세일럼 주민의 반 이상이…….
[푸트남] 반이 뭡니까? 훨씬 더 많아요!
[패리스] 내가 가진 게 도대체 뭐가 잇습니까? 땔감조차도 없어요. 계약에 보면 난 모든 땔감을 제
공받기로 돼 있습니다만 11월에 와서도 내겐 지푸라기 하나 없습니다. 11월에도 내 손은 런던의 거
지처럼 퉁퉁 얼어붙어 있단 말이오!
[자일즈] 연료비로 일 년에 6파운드씩 받고 있지 않소, 패리스 씨?
[패리스] 난 그 6파운드를 내 봉급의 일부로 생각합니다, 그걸 연료비료 쓰지 않고 내 봉급에다 포
함시켜도 내 봉급은 너무 적어요,
[프락터] 60파운드의 봉급에다 별도로 6파운드의 연료비를 맡으면서…….
[패리스] 내 봉급은 60파운드요, 프락터 씨! 난 팔 밑에 책을 끼고 다니며 설교를 하는 농사꾼이 아
니오, 난 하버드 대학 출신이란 말이오.
[가알즈] 아, 그래서 그렇게 계산에 밝으시군!
[패리스] 코레이 씨, 일 년에 고작 60파운드를 주면서 나 같은 사람을 찾으려면 모르긴 몰라도 아마
꽤 힘들거요. 난 이런 빈궁한 생활엔 익숙하지 못합니다. 난 주님을 위해 봉사하려고 바바도스에서
그 잘되는 사업도 버린 사람이요. 그걸 후회하는 건 아니지만 도대체 내가 뭣 때문에 여기서 학대를
받아야 합니까? 난 아무 제안도 할 수 없소. 하기만 하면 그저 물어뜯고 싸우기나 하려고 덤빕니다.
그래서 난 자주 이곳 어디엔가 마귀가 숨어있지나 않나 생각하게 됩니다. 난 당신네들을 달리 이해할
수가 없어요.
[프락터] 패리스 씨, 이 집의 소유권을 요구했던 목사는 당신이 처음이요…….
[패리스] 여보시오! 그래 목사는 살 집도 가져서는 안 된단 말이요?
[프락터] 살 집이야 필요하죠. 그렇지만 그 소유권을 주장 하는 것은 교회 자체를 소유하겠다는 게
아닙니까? 내가 지난번에 마지막으로 참석했던 예배 때에 당신은 그 양도 문제하고 헌물에 대해서만
장황하게 설교를 했었소. 교회가 무슨 경매장 같습디다.
[패리스] 난 신임의 표시를 원했던 거요, 그뿐이요! 최근 칠 년 동안에 난 당신의 세 번째 목사입니
다 .난 사람들이 변덕을 부릴 때마다 고양이 새끼처럼 내 팽개쳐지는 목사가 되기 싫어요. 당신네들
은 도대체 목사가 교구 내에서는 유일한 하늘의 사도이고 또 목사를 그렇게 업신여겨서 무시하거나
반박해선 안 된다는 걸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소!
[푸트남] 그래요!
[패리스] 순종을 하든지 아니면 지옥이 불타듯 교회가 불타버릴 것이니 둘 중에 하나를 택하시오!
[프락터] 단 한번만이라도 그 지옥 얘기를 빼놓고 말 할순 없소? 지옥이라면 이제 말만 들어도 구역
질이 납니다!
[패리스] 듣기 좋은 소리가 당신을 위하는 소리는 아니오!
[프락터] 진심을 얘기했을 뿐입니다!
[패리스] (분노에 쌓여) 도대체 뭐요, 우리가 퀘이커 교도란 말이요? 우린 아직 퀘이커 교도도 아니
오. 프락터 씨! 그런 건 당신 추종자들한테나 얘기 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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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락터] 내 추종자들이라고!
[패리스] 이 교회 안에 한 파벌이 있소, 난 장님이 아니오. 분명히 파벌이 있어요!
[프락터] 당신에 대항하는?
[푸트남] 그와 모든 권위에 대항하는!
[프락터] 아 그래요? 그렇다면 나도 찾아가서 합세 해야겠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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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일] (부드럽게) 네. (그녀의 목소리는 갈라진다. 그녀는 헤일은 깊은 인상을 받는다. 패리스는 그
를 쳐다본다. 헤일은 책 있는 곳으로 가서 한 책을 집어 들고 펼친다. 여러 페이지를 넘기다가 멈춰
서 어느 한곳을 읽는다. 모두들 숨을 죽이고 기다린다.)
[패리스] (조용히) 무슨 책입니까?
[푸트남부인] 무슨 얘기가 쓰여 있죠, 목사님?
[헤일] (지적 탐구에 대한 지극한 애정을 나타내며) 이 속엔 보이지 않는 모든 세계가 포착되어 있
고 명확하게 설명되어 있고 또 정확하게 계산되어 있습니다. 이 책들 속에서 악마는 그의 해괴한 가
장물들을 모두 빼앗긴 채 벌거벗고 서 있습니다. 이 속엔 이미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악마들이 전부
들어 있소 육지를 돌아다니는 귀신들 공중을 날아다니는 마귀들, 밤 귀신, 낮 귀신 다 들어 있습니
다. 자, 이제 여러분들은 두려움을 거두셔도 됩니다. 악마가 우리들 사이에 있다면 우린 그를 찾아낼
겁니다. 내 말을 그 모습이 나타나는 대로 완전히 박살을 내겠다는 얘깁니다! (그는 침대를 향해 간
다)
[레베타] 애를 다치진 않겠죠. 목사님?
[헤일]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저 애가 정말로 악마에게 붙들려 있다면 우린 있는 힘을 다해서 해방시
켜야 되겠죠.
[레베카] 난 그만 가야겠어요. 너무 늙어서 이 일엔 같이 참여할 수가 없군요. (그녀는 일어선다.)
[패리스] (확신을 얻으려고 발버둥 치며) 왜 가세요, 레베카? 오늘로 우릴 괴롭히던 모든 일이 밝혀
질 텐데!
[레베카] 그렇게 되기를 다 같이 바랍시다. 당신을 위해 기도하겠어요, 목사님.
[패리스] (공포와 분노를 동시에 느끼며) 우리가 사탄의 유혹에 빠져 있다는 말씀은 아니겠죠?(잠시
침묵이 흐른다.)
[레베카]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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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나간다. 그들은 그녀가 자기들 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데에 일종의 적개심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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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튜바] 네 명, 네 명이었어요.
[패리스] (그녀에게 다가들며) 누구야, 누구? 이름을 대! 이름을 대라구!
[티튜바] (갑자기 부르짖는다.) 오, 그들이 나더러 목사님을 죽이라고 수천 번 얘기했어요. 패리스
씨!
[패리스] 날 죽여?
[티튜바] (분노에 가득 쌓여) 패리스 씨는 죽여야 한다고 말했어요! 패리스 씨는 나쁜 사람이고 비
열한 사람이고 추악한 사람이라면서 날보고 침대에서 어서 일어나 당신의 목을 찌르라고 했어요!
(그들은 놀래서 숨이 막힐 지경이다.) 하지만 난 이렇게 말했어요. "싫어요! 난 그 분을 미워하지 않
아요. 죽이고 싶지 않아요. 그러자 그가 말했어요." 넌 날 위해 일을 하는 거야, 티튜바. 이 일만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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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말하고 있는 동안 베티가 침대에서 일어난다. 눈에 열기가 있다. 아비게일을 따라서 외친다.
점점 고조된다.
막이 내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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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2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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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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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의 말을 전하겠어.
[엘리자베스] 존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투옥됐으니 이젠 취이버의 도움 갖곤 안 돼요. 내 부탁을 들
어주실래요? 아비게일한테 가보세요.
[프락터] (그는 이 말의 의미를 직감적으로 알아차린다. 그는 번민한다) 뭐라고 말하지?
[엘리자베스] (침착하게) 존, 당신은 젊은 여자를 잘못 알고 계세요. 어느 잠자리에서고 일단 이루어
진 약속은…….
[프락터] (자신의 분노와 투쟁하며) 무슨 약속!
[엘리자베스] 말로 됐건 안 됐건 약속이 이루어진 것만은 분명해요……. 그래서 그 앤 지금 거기에만
몰두하고 있는 지도 몰라요……. 틀림없이 그럴 거예요……. 날 죽여 놓고 내 자릴 차지하겠다는 거
예요. (프락터의 분노는 더욱 고조된다. 그는 말을 할 수가 없다.)
[엘리자베스] 그게 바로 그 애의 가장 큰 소망이에요. 존, 난 알아요. 내 이름 말고도 수 없이 많은
이름이 있는데 왜 하필이면 내 이름을 부르겠어요! 거기엔 무언가 위험성이 있어요. 난 집이 없어
떠돌아다니는 굿도 아니고 술주정뱅이 반 숙맥인 오스본도 아녜요. 그 앤 그런 평범한 농부의 아내
이름은 대지도 않아요. 아무런 이익도 없거든요. 무언가 앙큼한 계략이 있어요. 내 자릴 빼앗겠다는
거예요. 존.
[프락터] 그럴 리가 없어! (그는 그녀의 말이 옳음을 안다.)
[엘리자베스] (침착하게) 존, 당신이 언제 그 애한테 서운하게 대해준 적이 있었나요? 교회에서 그
애가 당신 옆을 지나가면 당신은 언제나 얼굴을 붉히더군요.
[프락터] 내가 저지른 죄 때문이었겠지.
[엘리자베스] 내 생각엔 그 애가 당신이 얼굴을 붉히는 걸 달리 생각하는 것 같던데요?
[프락터]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지 엘리자베스?
[엘리자베스] (회피하며) 당신은 내가 옆에 있는 자리에 그 애가 아주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부끄러
워하시는 것 같더군요.
[프락터] 당신은 언제 나를 이해할 수 있을까? 당신 말 대로였다면 내가 바윗덩어리였대도 이 칠 개
월 동안에 산산조각이 나버렸을 게 아냐!
[엘리자베스] 정말로 그러시다면 가서 그 애보고 창녀라고 말을 해줘요. 그 애가 생각하는 약속이 무
엇이던 간에 그 약속을 지워버리세요, 존. 지워버리세요.
[프락터] (이를 갈며) 좋아, 그럼 내가 가지. (그는 총이 있는 곳으로 간다.)
[엘리자베스] (몸을 떨며 두려운 듯이) 오, 내키지 않으신가보죠?
[프락터] (손에 총을 들고서 그녀에게 돌아서며) 내가 그 앨 지옥에서도 제일 오래 닮은 숯덩이보다
더 뜨겁게 저주해주지. 날 비웃는 건 괜찮지만 내 분노는 비웃지 마.
[엘리자베스] 당신의 분노라고요! 전 다만 당신께…….
[프락터] 이봐, 내가 그렇게 비열한 놈이야? 정말로 날 그렇게 까지 비열한 놈이라고 생각해?
[엘리자베스] 당신을 비열하다고 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프락터] 그렇다면 왜 그런 약속 따위로 날 괴롭히는 거야? 그래 난 그 애와 수컷 말이 암컷 말한
테 하는 약속을 했어!
[엘이자베스] 당신 말이 정말이라면 내가 그 약속을 지우라고 했을 때 왜 화를 내셨죠?
[프락터] 그건 거짓말이고 난 정직하기 때문이야! 더 이상 변명은 않겠어! 내 일생의 단 한 번의 실
수를 가지고 당신은 생각이 완전히 삐틀어져 버렸어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난 당신의 의심으로부터 헤
어날 수 없는 거야!
[엘리자베스] (외친다) 당신은 헤어날 수 있어요……. 내가 당신의 유일한 아내인지 또 전혀 남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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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락터] 이렇게 늦게는 찾아오는 손님이 전혀 없었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좀 앉으시죠. 목사님
[헤일] 네, (그는 앉는다) 앉으세요, 프락터. (그녀는 그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앉는다. 헤일이 방
안을 휘둘러보는 동안 침묵이 흐른다.)
[프락터] (침묵을 깨려고) 사과주 한잔 드시겠습니까, 헤일 씨?
[헤일] 괜찮습니다. 그걸 마시면 소화가 안 돼서요. 아직 더 찾아가 볼 데도 있고 앉으시죠, (프락터
는 앉는다) 오래 있진 않겠습니다, 당신께 용무가 있어서 왔습니다,
[프락터] 법정에 관한 용무입니까?
[헤일] 아니, 아녜요. 법정과는 관계없이 내 개인적인 용무로 왔습니다. 말씀드리죠. (그는 입술을 축
인다.) 알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만 부인의 이름이 법정에서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프락터] 알고 있습니다. 목사님 우리 메어리 워렌이 말하더군요. 전혀 뜻밖이었습니다.
[헤일] 아시다시피 난 이곳에 온지가 얼마 안돼서 법정에 고발돼오는 사람에 대해 확실한 판단을 내
릴 수가 없습니다. 그래 오늘 오후엔, 아, 벌써 밤이군요.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지금 레베카
너스의 집에서 오는 길입니다.
[엘리자베스] (충격을 받는다) 레베카가 고발됐군요!
[헤일] 그런 분이 고발되는건 하나님이 용서치 않으실 거요. 그러나 그분도 약간 말이 됐었습니다.
[엘리자베스] (웃으려고 애쓰며) 설마 목사님은 그분이 악마와 접촉을 가졌다고는 믿지 않으시겠죠?
[헤일] 부인, 그럴 가능성은 있습니다.
[프락터] (깜짝 놀라서) 목사님께서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실 리는 없습니다.
[헤일] 지금은 매우 이상한 시기입니다. 선생 악마들이 지금 이 마을에 저주를 퍼붓고 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명백한 증거가 도처에 산재하니 이젠 부정할 도리가 없습니다. 내 말에 동의하십니
까?
[프락터] (회피하며) 전……. 거기에 대해선 아는 게 없습니다. 그렇지만 칠십년 동안이나 그렇게 독
실한 신앙생활을 유지해온 분이 악마와 끈이 매어져 있다는 얘기는 전혀 이해가 안갑니다.
[헤일] 그렇겠죠. 하지만 악마는 원래가 교활합니다. 그건 확실해요. 안심하십쇼. 그분은 아직 고발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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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
[엘리자베스] 제 생각엔 저희들이 패리스 씨와 너무 사이가 안 좋았던 같아요. 그렇지만 저희들이 여
기서 악마를 가까이 해본적은 한 번도 없어요, 그건 확실해요.
[헤일] (머리를 끄덕인다. 신중히 생각해 본다. 비밀 심문을 하는듯한 음성으로) 당신은 계명을 아시
오! 엘리자베스?
[엘리자베스] (주저하지 않고 오히려 힘 있게) 물론 알아요. 제 생활에 수치스러운 점은 하나도 없습
니다. 헤일 씨, 난 독실한 기독교 신자예요.
[헤일] (엘리자베스를 한번 보고 다음엔 프락터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한번 외어 보겠습니까?
[프락터] 십계명 말씀이죠?
[헤일] 그렇소.
[프락터] (밖을 내다보며 땀을 흘리기 시작한다) 살인하지 말 것이며.
[헤일] 네.
[프락터]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센다) 도둑질 하지 말 것이며, 이웃의 재물을 탐내지 말 것이며, 우
상을 섬기지 말 것이며, 여호와의 이름을 망령되이 하지 말 것이며, 나 이외의 신을 섬기지 말 것이
며 (약간 주저한다.) 안식일을 기억하여 경건히 지낼 것이며, (잠시 사이를 두고 나서) 어버이를 공
경할 것이며 거짓증언을 하지 말 것이며 (그는 당황한다. 하나가 빠졌음을 알고 손가락으로 다시 더
듬어 세어본다.) 우상을 섬기지 말 것이며.
[헤일] 그건 아까 했소.
[프락터] (어찌할 바를 몰라) 아, 그랬죠. (그는 열심히 기억을 더듬는다.)
[엘리자베스] (슬쩍) 존 간음하지…….
[프락터] (마치 보이지 않는 화살이 그의 심장에 박힌 듯이) 아, 그렇지 (수치감을 벗어나려고 헤일
에게) 확인하신대로 저희들은 십계명을 다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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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일즈] 안됐군, 에제키엘. 천당에 갈 뻔했던 정직한 양복쟁이가 지옥에서 화형을 당해야 되다니.
이 일로 자넨 화형을 받을 거야, 알고 있어?
[취이버] 아시다시피 난 시키는 대로만 할뿐예요. 분명히 그건 아시겠죠? 자일즈, 날 지옥에 보내고
싶어요? 그런 말은 듣기가 거북하군요. 듣기가 좋질 않아요. (그는 프락터가 두렵게 느껴지지만 그의
코트가 닿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선다.)
[취이버] 프락터, 법의 위력은 대단히 무거운 거야. 오늘밤은 내가 그 온 무게를 등에 짊어지고 왔
네. (그는 영장을 꺼낸다.) 자네 부인에 대한 영장일세.
[프락터] (헤일에게) 아낸 피소되지 않았다고 했잖소!
[헤일] 나도 전혀 모르는 일이오. (취이버에게) 언제 그렇게 됐소?
[취이버] 열여섯 장의 영장을 오늘 밤에 받았습니다. 이 부인도 그중의 하납니다, 목사님.
[프락터] 누가 저 사람을 고소했습니까?
[취이버] 아, 아비게일 월리엄즈가 했네.
[프락터] 무슨 혐의로, 무슨 혐의요?
[취이버] (방안을 휘 둘러보며) 프락터 씨, 시간이 없어요. 법정에선 날 보고 자네 집을 수색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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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가 메어리 워렌을 데리고 들어온다. 프락터는 메어리를 보자 그녀의 팔을 붙들고 헤일에게
끌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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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락터] 헤릭! 헤릭! 내 아내한테 쇠고랑을 채우지 마! (그는 문 밖으로 달려 나간다. 밖에서)
[프락터] 이 빌어먹을 놈아, 내 아내에게 쇠고랑을 채우지 말란 말이야! 꺼져버려! 용서 못해! 그
여자한테 쇠고랑을 채우는 건 용서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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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락터] 평화, 그것이 하늘의 뜻이다. 하늘은 혁명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의 모습은 과거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고 다만 지금은 벌거벗고 있을 뿐이다. (그는 마치 공포를 향해 가듯 걸어간다. 하늘을
마주 바라보며)
[프락터] 그대 벌거벗었다! 그리고 바람이 하나님의 차가운 바람이 몰아칠 것이다!
[막] 3막
세일럼 교회의 제복실, 지금은 법정의 대기실로 쓰이고 있다. 막이 오르면 방은 텅 비어 있다. 뒷벽
에 높은 창문이 둘 있고 거기를 통해서 햇빛 쏟아져 들어온다. 방안의 분위기는 엄숙하다 못해 무서
울 정도이다. 두터운 들보기 튀어나와 있고 벽은 크기가 일정하지 않은 나무판자로 되어 있다. 오른
쪽에 두개의 문이 있다. 이 문은 원래의 예배실로 통했다. 이 예배실에서 지금 법정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왼쪽에 밖으로 나가는 문이 하나 더 있다. 왼쪽과 오른쪽에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벤
치가 하나씩 있다. 중앙에 비교적 기다란 테이블이 하나있고 그 주의에 등받이 없는 걸상이 여러 개
있으며, 매우 아늑해 보이는 안락의자가 하나 있다. 오른쪽에 있는 칸막이벽을 통해서 검찰관의 음
성, 즉 하소온 판사의 질문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이어서 한 여자의 음성, 즉 마사 코레이의 대답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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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사 댄포스가 들어오고 뒤따라 에제키엘 취이버와 패리스가 들어온다. 그가 나타나자 일순간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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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흐른다. 댄포스는 육십 대의 근엄한 노인으로 유머와 궤변을 즐기지만 자신의 직무와 논리에는 정
확히 충실한 사람이다. 그는 자일즈에게로 온다. 자일즈는 지글지글 끓는 분노로 인해 곧 터지고 말
것 같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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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편에서 자일즈 코레이가 들어온다. 프락터와 함께 있는 메어리 워렌을 손짓으로 부른다. 모두는 몽
을 돌려 그들을 쳐다본다. 메어리 워렌은 눈을 땅에 떨어뜨리고 있다. 프락터는 거의 쓰러질 듯한 그
녀를 팔을 잡아 부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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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락터] 안 했습니다.
[패리스] 저들은 법정을 파괴하려고 왔습니다. 각하! 이 사람은…….
[댄포스] 아, 아, 가만히 있으라니까, 패리스 씨! 프락터 씨, 당신은 본 소송사건의 핵심적인 논란이
하늘의 음성이 아이들을 통해서 전달되고 있다는 사실에 기인함을 알고 계시오?
[프락터] 압니다.
[댄포스] (프락터를 응시하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이윽고 메어리 워렌에게 몸을 돌리며) 그리고 너,
메어리 워렌 넌 이제까지 사람들이 널 해치려고 유령을 풀어 놨다구 주장하지 않았니?
[메어리 워렌] 거짓이었어요.
[댄포스] 안 들린다, 크게 말해라.
[프락터] 거짓이었다고 합니다.
[댄포스] 아?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냐? 수잔나 월코트라든지 그 밖에 다른 애들도 다 그래? 걔들도
역시 거짓을 꾸며대고 있단 말이냐?
[메어리 워렌] 네.
[댄포스] (눈을 크게 뜨고) 이것 참, (사이 그는 당황한다. 그는 돌아서서 프락터의 얼굴을 자세히
살핀다.)
[패리스] (땀을 흘리며) 각하, 새빨간 거짓말이 올시다. 공개법정에서 이런 거짓말이 허용돼선 안 됩
니다.
[댄포스] 당신 말이 꼭 맞아요. 그러나 저 애가 그런 얘길 하려고 이곳에 감히 올수 있었다는 게 도
무지 놀랍군. 프락터 씨, 당신의 증언을 들을 것인가 안 들을 것인가를 결정하기 전에 먼저 직책 상
몇 말씀 해두겠소. 우린 이곳에서 매우 뜨거운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그건 모든 거짓말을 완전히 녹
여 없애줄 거요.
[프락터] 알고 있습니다.
[댄포스] 내 말을 끊지 마시오. 당신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가오. 남편 된 자로서의 어진 마음이
때로는 나쁜 변호하기 위해서 방종에 까지 이를 수도 있는지요. 양심에 호소해서 선생 당신의 증거가
진실에 입각한 것임을 자신할 수 있소?
[프락터] 자신합니다. 각하께서도 곧 알게 되실 겁니다.
[댄포스] 그리고 당신은 그걸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개 법정에서 폭로하겠다는 생각이오?
[프락터] 그럴 생각입니다. 물론 각하의 허락이 있으신 다음에 말입니다.
[댄포스] (눈을 가늘게 뜨며) 자, 선생 그렇다면 그런 행동을 하려는 당신의 목적은 뭐요?
[프락터] 글쎄요, 그건 내 아낼 구해내자는 겁니다.
[댄포스] 혹시 본 법정을 전복시키겠다는 욕망을 가슴 속에 잠적해두거나 정신 속에 은폐해둔 게 아
니오?
[프락터] (약간 말을 더듬으며) 그럴 리가, 아닙니다.
[취이버] (헛기침을 한다) 전, 각하…….
[댄포스] 취이버 씨.
[취이버] 제가 말씀을 드리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하는데요. (프락터에게 친절한 어조로) 자네도 아마
부정할 순 없을거야, 존. (댄포스에게) 우리가 이 사람의 부인을 데리러 갔을 때 이 사람은 법정을
모독하는 욕을 했고 또 각하의 영장도 찢어버렸습니다.
[패리스] 글쎄 그렇다니까요.
[댄포스] 정말이오, 헤일씨?
[헤일] (한숨을 쉬며) 네,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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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소온] 예, 바로 그 여잡니다.
[댄포스] 프락터 씨, 오늘아침에 부인으로부터 임신했다는 내용의 청원서를 받았소.
[프락터] 아내가 임신을!
[댄포스] 몸을 조사해봤더니 그런 낌새는 없었소.
[프락터] 그렇지만 아내가 스스로 임신했다고 말한다면 그건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아낸 절대로 거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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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안 해요, 댄포드씨.
[댄포드] 그럴까?
[프락터] 절대로, 절대로 안 합니다.
[댄포스] 우린 그걸 풀려나려고 일부러 꾸민 얘긴 줄 알았소. 그렇다 해도 내가 제안을 하나 할 테
니 잘 생각해 보시오. 당신 부인을 한 달 동안 더 두고 봐서 몸에 자연히 임신한 티가 나면 일 년
동안을 집에서 살도록 가석방해 주겠소. 어떻소? (존 프락터는 얻어맞은 듯이 침묵한다.) 자, 말해보
시오 아낼 구하는 것만이 당신의 목적이라고 말했죠? 그렇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오. 적어도 일 년
동안은 구원을 받는 거요. 일 년이란 짧은 세월이 아닙니다. 어때요? 이제 문제는 다 해결된 것이오.
(프락터는 번민하며 프랜시스와 자일즈를 쳐다본다.) 이 고소를 취하 하시겠습니까?
[프락터] 전……. 전 못할 것 같습니다.
[댄포스] (무의식중에 목소리가 굳어지며) 그렇다면 당신 목적은 좀 더 큰 데에 있는 거로군.
[패리스] 저 사람은 법정을 전복시키려고 왔습니다. 각하.
[프락터] 이분들은 제 친구입니다. 이분들 부인도 역시 피소 됐어요.
[댄포스] (갑자기 활기를 띄우며) 당신을 비난하는 게 아니오, 선생. 당신의 증언을 들어보도록 합시
다.
[프락터] 법정에 해를 끼치려고 온 게 아닙니다. 전, 다만…….
[댄포스] (그의 말을 끊으며) 경찰 법정에 들어가서 스터우 판사하고 소얼 판사에게 한 시간 동안의
휴정을 선포하라고 해. 그들한테는 원한다면 술집에라도 가서 한 잔 하라고 하고, 모든 증인과 죄수
들은 건물 밖으로 나가선 안 된다고 전해줘.
[헤릭] 알았습니다. (매우 겸손하게) 한마디만 하게 허락해주십시오. 각하. 이 사람은 제가 어릴 때
부터 잘 알고 있습니다. 아주 좋은 사람입니다, 각하.
[댄포스]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지만 어쩐지 불쾌하다.) 나도 그 점은 확신해.(헤릭은 머리를 끄덕이
고 나서 나간다.)그래 무슨 조서를 갖고 오셨소. 프락터 씨, 미리 부탁하는데 하늘처럼 맑고 솔직하
고 정직해야 되오.
[프락터] (여러 장의 서류를 꺼내며) 전 변호사가 아니라서…….
[댄포스] 마음이 깨끗하면 변호사가 필요 없소, 마음대로 진행해 보시오.
[프락터] (댄포스에게 서류 한 장을 주며) 우선 이걸 좀 읽어 보시죠. 일종의 서약서입니다.
여기에 서명한 사람들은 전부 레베카와 제 아내와 또 마사 코레이를 죄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입
니다. (댄포스는 그 서류를 내려다본다.)
[패리스] (댄포스의 마음을 돌리려고) 죄가 없다고 생각을 해! (그러나 댄포스는 읽기를 계속한다.
프락터는 기운을 얻는다.)
[프락터] 이 사람들은 모두 웬만큼 토지를 갖고 있는 농부들이고 또 다 교인들입니다. (자세하게 어
떤 대목을 지적하려고 애쓰며) 보시면 아시겠습니다만 그 사람들은 모두 이 여인들과 오랫동안 사귀
어 왔던 분들로서 이 여인들이 악마와 거래를 했다는 흔적은 조금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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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락터는 댄포스에게 그 조서를 주려고 걸음을 옮긴다. 이때 헤일은 몸을 떨면서 댄포스에게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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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그렇게 하지만 댄포스의 말을 생각해 보자 울음이 터지고 만다. 오른쪽의 문이 열리고 수잔나
월크트 머시 루이스 베티 패리스 그리고 맨 끝으로 아비게일이 들어온다. 취이버는 댄포스에게로 온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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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소?
[프락터] 압니다. 난 저 애가 지금 살인을 기도하고 있다고 확신 합니다.
[댄포스] (아비게일을 가리키며 미심쩍다는 듯이) 저 아이가 당신 아낼 살해 하려고 한단 말이오?
[프락터] 저 앤 어린애가 아닙니다. 제 말을 들어 보세요 각하, 저 앤 교직자회의에서 기도 중에 웃
은 죄로 두 번이나 교회 밖으로 쫓겨났댔습니다.
[댄포스] (충격을 받는다. 아비게일에게 돌아서며) 이게 무슨 소리야? 기도 중에 웃다니…….
[패리스] 각하, 그땐 저 애가 티튜바한테 홀려 있던 때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주 독실한 신자가
됐습니다.
[마일즈] 그렇지 지금은 독실해서 사람을 죽게 만드는구먼!
[댄포스] 조용히 하시오.
[하소온] 그건 별도의 문젭니다. 저 사람은 지금 살인 혐의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댄포스] 그렇군. (그는 잠시 아비게일을 쳐다본다 그리고 나서) 계속 하시오, 프락터 씨.
[프락터] 메어리, 부지사님께 너희들이 숲 속에서 춤췄던 일을 말씀 드려라.
[패리스] (황급히) 각하, 이 사람은 제가 이 세일럼에 부임해온 이래로 줄곧 제 이름을 모독해 왔습
니다. 이 사람은…….
[댄포스] 잠깐만 기다리시오 (메어리 워렌에게 엄격하게 한편으로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춤을 췄
다니 무슨 얘기냐?
[메어리 워렌] 제가……. (그녀는 아비게일을 쳐다본다. 아비게일은 눈을 프락터에게 호소한다.) 프락
터 씨…….
[프락터]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하며) 아비게일이 다른 여자 애들을 숲으로 데리고 가서 거기서 벌
거벗고 춤을 추었답니다…….
[패리스] 각하, 이건…….
[프락터] (즉시) 패리스 씨가 야밤중에 직접 그 애들을 발견 했습니다. 그 애가 바로 저 앱니다.
[댄포스] (그는 점점 악몽에 빠지는 듯하다. 그는 놀라움에 쌓여 패리스에게 몸을 돌린다.) 패리 스
씨 ?
[패리쓰] 벌거벗은 앤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 사람이…….
[댄포스] 그러나 당신은 저 애들이 숲 속에서 춤추는 걸 봤다며? (패리스에게 눈을 떼지 않은 채 아
비게일을 가리키며) 아비게일?
[헤일] 각하, 제가 베벌리에서 이곳에 오자마자 패리스 씬 나한테 그 얘길 했습니다.
[댄포스] 사실이오, 패리스 씨?
[패리스] 사실입니다, 각하. 그러나 벌거벗은 앤 아무도 없었습니다.
[댄포스] 그렇다 해도 저 애가 춤을 추었다는 건 사실이라면서?
[패리스] (마지못해) 네 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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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리스] (미소를 짓는다. 그러나 댄포스가 메어리 워렌의 말에 당황한 것처럼 보이자 그는 초조해진
다.) 각하! 각하께선 분명히 이런 어수룩한 거짓말에 속으시진 않겠죠?
[댄포스] (근심스러운 듯이 아비게일에게 몸을 돌리며) 아비게일, 양심에 입각해서 진실만을 얘기해
다오. 그리고 명심해 두어라. 하나님껜 모든 사람이 똑같이 귀중한 거야. 뚜렷한 이유 없이 살생하는
자에겐 무서운 벌을 내리신다. 네가 봤다는 유령이 그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단 말이냐? 어떤 거짓된
것이 네 마음을 정복해서…….
[아비게일] 좀 속된 질문 같군요.
[댄포스] 얘야, 잘 생각해 보라는 얘기야
[아비게일] 전 고통을 당해왔어요. 댄포스 씨, 내 피가 뚝뚝 떨어지는 걸 내 눈으로 봤어요! 악마의
사자들을 지적해야 되는 저의 의무를 이행했기 때문에 전 거의 매일 살해당할 뻔했어요. 이게 그 보
답인가요? 불신 받고 반박 당하고 심문 받는 것이…….
[댄포스] (악해지며) 얘, 난 널 불신하는 게 아냐.
[아비게일] (공개적으로 위협하며) 조심하세요. 댄포스 씨. 당신이 훌륭한 분이라고 지옥의 힘이 당
신의 이성을 혼란시키지 못할 것 같아요? 조심하세요! 분명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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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네 유령을 풀어 놨지?
메어리 워렌은 히스테리컬한 비명을 지르며 뛰어 나가려고 한다. 프락터가 그녀를 잡는다.
[헤릭] 존!
[댄포스] 이봐! 이봐! 도대체 무슨 짓이야
[프락터] (숨을 몰아쉬며 고통에 못 이겨) 저년은 간통을 저지른 간부요!
[댄포스] (아연실색하며) 당신 지금?
[아비게일] 댄포스 씨, 거짓말입니다.
[프락터] 저 앨 잘 보세요! 이제 저 앤 날 찌르는 비명을 지를 거요, 하지만…….
[댄포스] 당신은 이를 증명해야 되오! 그냥 넘어갈 순 없소.
[프락터] (몸을 부르르 떨며 자신의 생명이 주위에서 쓰러짐을 느낀다) 난 저 앨 전부터 잘 압니다.
잘 알아요.
[댄포스] 당신은, 당신은 호색한이오?
[프랜시스] (무서움에 떨며) 존, 자네가 어떻게 그런 말을?
[프락터] 오, 프랜시스 날 그렇게 좋은 놈으로만 생각하지 마세요! (댄포스에게) 어떤 미친놈이 제
이름을 더럽히면서 살고 싶겠습니까? 당신도 잘 아실 거요
[댄포스] (아연실색하며) 어……. 언제? 어디에서?
[프락터] (그의 목소리는 갈라진다. 그는 또한 강한 수치심을 느낀다.) 아주 적당한 곳이었습니다.
저 앤 자주 집에서 내 시중을 들었어요. (그는 북받쳐 오는 울음을 참기 위해서 턱을 조인다.) 인간
은 가끔 하나님이 잔다고 생각합니다만 언제나 모든 걸 보고 계십니다. 전 이젠 그걸 압니다. 부탁합
니다. 각하, 간청합니다. 저 앨 미화시키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보십시오. 제 아낸 내 사랑하는 선량한
아낸, 그 일이 있은 후 저 앨 해고 했습니다. 저 앤 그때도 지금처럼 허영덩어리였어요. 그래서…….
(그는 굴복한다.) 각하, 절 용서 해주십시오. (자신에 대해서 분개하여 그는 잠시 지사에게서 몸을
돌린다. 이윽고 그는 나머지 얘기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외치는 것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저 앤 내 아내의 무덤 위에서 나와 함께 춤을 추고자 하는 겁니다! 하기야 가능한 일이었죠. 나도
저앨 은근히 마음에 두고 있었으니까요. 하나님 절 도와주옵소서. 난 색정의 포로가 됐었습니다. 땀
내 나는 속에서 저 앤 스스로 약속을 한 겁니다. 그러나 그건 창녀의 복수였어요. 그걸 아셔야 합니
다. 이제 모든 걸 다 털어놨으니 사태를 올바로 판단하시길 빕니다.
[댄포스] (공포에 질려 얼굴이 창백해진다. 아비게일에게 몸을 돌리며) 이 말에 조금이라도 수긍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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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가?
[아비게일] 만일 내가 그런 질문에 대답을 해야 한다면 난 여길 나가서 다신 안 돌아오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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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제자리에 우뚝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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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이 내린다.
[막] 4막
그는 다음 벤치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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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릭] (그녀의 입술로부터 술병을 빼어들고) 내놔, 안 내 놓으면 땅바닥에서 다신 일어나지 못하게
만들어 줄 테다. 이제 따라와.
[티튜바] 그분께 당신 얘길 해주지. 같이 가고 싶다면.
[헤릭] 거절하지 않겠어. 티튜바. 지옥으로 날아가기에 아주 적당한 아침이기도 하니.
[티튜바] 오, 바바도스엔 지옥이 없어요. 악마님은 바바도스에서 환락을 즐기셔. 거기선 그분이 춤도
추고 노래도 해. 여긴 당신들이 그분을 성가시게 굴어서 안 되고 또 날씨가 너무 추어 매사츄세츠에
선 그분의 영혼이 얼어붙고 말지만 바바도스에선 그저 즐겁고 ……. (소가 우는 소리가 들린다. 티튜
바는 벌떡 일어난다, 창가를 향해.) 바로 저 분이야 사라!
[사라 굿] 제가 여기 있습니다, 폐하.
밖의 복도로부터 티튜바가 "날 집으로 보내 줘요. 악마님, 악마님, 날 집으로 보내줘요." 하는 소리와
호프킨즈가 그녀한테 움직이라고 명령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헤릭이 돌아와서 헌 담요와 밀짚을 구석
으로 밀어 놓는다. 발자국소리가 나자 그는 몸을 돌린다. 댄포스와 하소온 판사가 들어온다. 날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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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요.
누군가가 복도를 따라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자 그는 돌아선다. 하소온과 댄포스도 돌아선다. 패리스
가 들어오자 댄포스는 머리를 든다. 패리스는 수척해 있다. 그는 깜짝 놀란다. 두터운 외투를 입고
땀을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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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일] 각하 일주일만 연기하시고 사람들한테는 각하께서 이들의 고백을 받으려고 최선을 다하고 계
시다고 공표하십시오. 그럼 그건 각하의 자비심을 주저함이 아닌 자비심을 보여주는 게 됩니다.
[댄포스] 헤일 씨, 불행히도 하나님께선 내게 여호수아한테처럼 태양이 떠오르는 걸 멈추게 할 능력
을 주지 않으셨소. 그러니 형 집행을 막을 길이 없소.
[헤일] (더 간곡히) 만일에 각하로 인해서 반란이 일어난다면 그건 하나님의 뜻이 절대 아님을 명심
해 두시오. 댄포스 씨!
[댄포스] (재빨리) 읍내에서 사람들이 반란에 관해 하는 얘길 들었소?
[헤일] 각하. 수많은 고아들이 지금 이집 저집을 방황하고 있습니다. 버림받은 가축들이 저 아래 행
길을 메우고 있고 식량 썩은 악취가 온 마을을 뒤덮고 있으며 언제 그 매춘부들의 아우성이 끝날지
아무도 모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각하는 마을에서 반란에 대한 얘기가 있는가 하고 묻고 있군요.
사람들이 각하의 저택을 불살라 버리지 않은 것만도 크게 다행으로 생각하시오.
[댄포스] 헤일 씨, 당신은 이번 달에 안도우버에서 실고를 했었소?
[헤일] 다행히도 그들은 날 필요로 하지 않았습니다.
[댄포스] 당신은 날 당황하게 만드는군. 이곳엔 무슨 일로 돌아 오셨소?
[헤일] 이유야 간단하죠. 악마의 과업을 수행하려고 왔습니다. 기독교인들에게 하나님을 믿지 말고
자기 자신을 믿으라고 말해주려고 왔습니다. (그는 풍자를 그친다.)
[헤일] 내 머리엔 피가 묻어 있습니다. 내 머리에 얼룩진 핏자국이 안보이십니까?!!
[패리스] 쉿!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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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머뭇머뭇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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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리스는 나간다.
이제 둘뿐이다. 프락터는 그녀에게로 걸어간다. 멈춰 선다. 그들은 슬픔을 초월해 있다. 그는 어떤 비
현실적인 형체를 향해서인 것처럼 손을 뻗힌다. 손이 그녀에게 닿자 그의 목구멍에서 반쯤은 놀라움
을 나타내주는 이상한 부드러운 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는 그녀의 손을 가볍게 두드린다. 그녀는 자기
의 손으로 그의 손을 덮는다. 이윽고 그는 힘없이 주저앉는다. 그녀도 그를 응시한 채로 따라 앉는
다.
[프락터] 애기는?
[엘리자베스] 잘 자라고 있어요.
[프락터] 아이들 소식은 들었소?
[엘리자베스] 잘들 있대요. 레베카의 사뮤엘이 돌봐주고 있어요.
[프락터] 당신도 애들을 못 봤군?
[엘리자베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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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요.
[프락터] 레베카는?
[엘리자베스] 레베카는 안 하셨어요. 그 분은 이미 한 발을 하늘에 올려 놓으셨어요. 아무 것도 그분
을 더 이상 해치지 못할 거예요.
[프락터] 그리고 자일즈는?
[엘리자베스] 소식 듣지 못하셨어요?
[프락터] 내가 갇혀 있는 데선 아무 소식도 들을 수가 없어.
[엘리자베스] 돌아 가셨어요.
[프락터] 언제 처형됐지?
[엘리자베스] (나직이) 처형된 게 아녜요. 그 분은 자기의 기소장에 대해서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
어요. 고발 내용을 부인하면 처형당한다는 것과 자기의 토지가 경매에 부쳐진다는 걸 미리 알았기 때
문이죠. 일체 입을 다문 채 법을 따르는 기독교인으로서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그 자식들이 농장을
상속받을 수 있게 됐어요. 그게 법이예요, 기소 사실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안하고 침묵을 지켜서 법
정이 그 분을 마술사로 판결할 수 없었던 거예요.
[프락터] 그래서 어떻게 돌아가셨어?
[엘리자베스] (부드럽게) 압사 당했어요, 존.
[프락터] 압사를 당해?
[엘리자베스] 저 사람들이 그분 가슴 위에 커다란 바위 덩어리를 대답할 때까지 얹어 놓았대요. (노
인을 회상하여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그 분은 딱 두 마디만 말씀 하셨다더군요. "더 무겁게"라고 하
면서 돌아가셨대요.
[프락터] (감각을 잃은 듯이……. 그는 더 깊은 번민에 사로잡힌다) " 더 무겁게"
[엘리자베스] 네, 자일즈 코레이는 무서운 분이었어요.
사이.
[프락터] (강한 의지를 나타내며 그러나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 채) 고백을 할까 하고 생각해
봤어, 엘리자베스. (그녀는 반응이 없다.) 당신은 뭐라고 하겠소, 내가 고백을 한다면?
[엘리자베스] 전 당신을 심판할 자격이 없어요, 존.
사이.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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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당신 뜻대로 하세요. 그렇지만 아무도 당신을 심판하지 못하게 하세요. 이 하늘 아래에
서 프락터를 심판할 자는 한 사람도 없어요. 절 용서해 주세요. 절 용서해 주세요, 존……. 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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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당신 같이 고결 하신 분은 아무도 없어요.
[프락터] 살고 싶소.
[하소온] (전기가 오른 듯이 깜짝 놀라며) 고백을 하시겠단 말이오?
[프락터] 생명을 택하겠습니다.
[하소온] (신비한 어조로) 오 거룩하신 하나님 이건 하늘의 뜻이오. (그는 문 밖으로 뛰어 나간다.
복도를 뛰어 가면서 그가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하소온] 고백을 한답니다. 프락터가 고백을 한대요.
[프락터] (문가로 뛰어가듯 걸어가서 외친다) 왜 소린 지르시오? (극도의 고통을 느끼며 그는 그녀
에게 돌아선다.)
[프락터] 이건 죄악이야 안 그래? 죄악이야.
[엘리자베스] (공포를 느끼며 울면서) 전 당신을 심판할 수 없어요, 존 전 못해요.
[프락터] 그럼 누가 날 심판해주지? (갑자기 두 손을 움켜쥐며) 하늘에 계신 하나님이시여 존 프락
터가 누굽니까? 존 프락터가 어떤 사람입니까?(그는 짐승처럼 움직이고 그의 내부에는 분노가 지글
글 끓으며 그는 간절하게 해답을 찾는다.) 이렇게 하는 것이 정직한 일 같아. 그런 생각이 들어. 난
성자가 아니니까. (마치 엘리자베스가 아니라고 말이라도 한 것처럼 그는 성난 듯이 그녀를 쳐다본
다.) 레베카 보곤 성자처럼 가라고 해, 나한텐 그게 위선이야.
하소온이 댄포스를 데리고 들어온다. 이어서 취이버 패리스 헤일이 들어온다. 마치 얼음이라도 깨진
듯 사무적이고 민첩한 걸음들이다.
[댄포스] (깊은 위안과 감사를 동시에 느끼며) 하나님을 찬양, 찬양합시다. 당신은 이제 하늘의 축복
을 받은게요. (취이버는 펜과 잉크와 종이를 갖고 급히 벤치로 간다. 프락터는 그를 바라본다.) 자,
그럼 시작합시다. 준비됐소, 취이버씨?
[프락터] (그들의 능률성에 냉랭한 두려움을 느끼며) 꼭 기록해야 되는 이유는 뭡니까?
[댄포스] 마을에 좋은 교훈이 될 것이기 때문이오. 선생, 우린 그 기록을 교회 정문에 게시할 겁니
다. (패리스에게 급한 듯이) 경찰은 어디 있소?
[패리스] (문으로 뛰어 가서 복도에다 대고 부른다.) 경찰, 빨리 오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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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락터가 서명을 끝내자마자 댄포스가 그 서류를 받으려고 손을 내민다. 프락터는 황급히 서류를 낚
아챈다. 그의 내부에서는 거친 공포와 끝없는 분노가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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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포스] 경찰!
[패리스] (히스테리컬하게, 마치 그 서류가 자기의 생명이었던 것처럼) 프락터, 프락터!
[헤일] 여보, 당신은 교수형이야, 당신은 못해.
[프락터] (눈에 눈물이 가득하다) 난 할 수 있어요. 내가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당신의 첫 번째 놀라
움이 있을 거요. 당신은 지금 기적을 행하셨소. 이 존 프락터 속에 한 조각이나마 남아있는 고결한
점을 스스로 볼 수 있으니 말이오. 그건 깃발을 휘날릴 만큼 충분하진 않지만 저런 개자식들한테 더
럽혀지지 않을 만큼은 순결합니다. (엘리자베스는 일시에 두려움이 터져 나와 그에게 달려가서 그의
손에 대고 울음을 터뜨린다.) 저들에게 눈물을 보지 말아요! 눈물은 저들을 즐겁게 해주니! 이젠 긍
지를 보여줘! 굳은 마음을 보여주고 그걸로 저들을 침잠시켜버려! (그는 그녀를 일으켜 세운다. 그리
고는 뜨겁게, 뜨겁게 그녀에게 키스한다.
[레베카]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말어! 다른 심판이 우리 모두를 기다리고 있어요.
[댄포스] 하늘높이 저들을 처형하라! 이들을 위해 눈물을 흘리는 자는 부패를 위해 눈물을 흘리는
자들이다.
북소리가 짧게 다시 울린다.
[헤일] 부인, 그에게 애원해 보세요. (그는 문 쪽으로 달려 나가다가 다시 그녀에게 돌아온다.) 부
인! 이건 자존심이요, 이건 허영심입니다. (그녀는 그의 시선을 피하며 창가로 간다. 그는 무릎을 꿇
는다.) 가서 도와주세요. 피를 흘려 무슨 이익이 있습니까? 누가 그의 진실을 알아주겠습니까? 가세
요, 가서 그의 수치심을 벗겨주세요!
[엘리자베스] (쓰러지려는 몸을 창문의 창살을 잡아 부축하며 울음 섞인 소리로) 저이는 이제 자기
의 고결성을 되찾으셨어요. 하나님께선 제가 그걸 다시 빼앗는 걸 용서하지 않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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