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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조각사유로서 매 맞는 아내 증후군

연세대학교 대학원
법 학 과
황 윤 정
책임조각사유로서 매 맞는 아내 증후군

지도교수 한 상 훈

이 논문을 석사 학위논문으로 제출함

년 6월 일
2019

연세대학교 대학원
법 학 과
황 윤 정
황운정의 석사 학위논문을 인준함

쩍J 총~ 7\
~ -~.-
‘.

심사위원

심사위원

심사위원 ι

연세대학교 대학원
이근

2018 년 12 월
- 목 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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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서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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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절 문제의 제기와 연구의 목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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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절 연구의 범위와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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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절 용어의 정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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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가정폭력 피학대 여성의 심리상태와 남편살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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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절 서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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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절 가정폭력의 피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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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가정폭력의 현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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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가정폭력의 피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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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가정폭력의 가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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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절 매 맞는 아내 증후군 이론 및 증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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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매 맞는 아내 증후군 이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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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매 맞는 아내 증후군 여성의 심리상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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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트라우마 증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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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두려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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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학습된 무력감(Learned Helplessnes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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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외상성 애착(Traumatic Bond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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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
5. 학습된 희망(Learned Hopefulnes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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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뇌 과학적 측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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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절 남편을 살해하기에 이르기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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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절 소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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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피학대 여성에 의한 남편 살인의 법적 문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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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절 서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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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절 미국에서의 논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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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WS 이론과 정당방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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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BWS 피고인의 남편살해 사건에서 정당방위를 인정한 판례와 법원의


법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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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임박성 요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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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합리적 믿음 요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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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절 기타 외국에서의 논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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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캐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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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영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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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독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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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절 한국에서의 논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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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정당방위의 주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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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정당방위 관련 판례와 법원의 법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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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당방위 관련 판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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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법원의 법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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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긴급피난 및 심신장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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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 학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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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방적 정당방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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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긴급피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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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책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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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절 소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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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초법규적 책임조각사유로서 매 맞는 아내 증후군 검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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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절 서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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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절 초법규적 책임조각사유와 기대불가능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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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책임의 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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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초법규적 책임조각사유로서 기대불가능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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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절 초법규적 책임조각사유로서 매 맞는 아내 증후군 검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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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매 맞는 아내 증후군과 기대불가능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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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매 맞는 아내 증후군에의 초법규적 책임조각사유 적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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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제4절 한국 형법에서의 적용 및 논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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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제5절 소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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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결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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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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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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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ii -
<표 차례>
<표 1> 소방공무원 체력시험 종목 및 평가점수(제23조의2 관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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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2> 경력단절여성 연령계층별 규모(단위: 천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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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3> 기혼여성 중 배우자 폭력 4유형 피해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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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4> 가정폭력 지원기관을 이용한 적이 있는 피해 여성 중 배우자 폭력


피해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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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5> 배우자 폭력의 피해/영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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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6> 2017년 언론에 보도된 친밀한 관계인 남성에 의해 살해된 여성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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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7> 2017년 언론에 보도된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 주변인
피해자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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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8> 2009~2017년 언론에 보도된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


피해자 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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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9> 2017년 언론에 보도된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 범행


동기에 따른 피해자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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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차례>
<그림 1> 결혼생활 경험이 있는 여성들의 성적, 신체적, 그리고 정신적
학대의 중첩적 경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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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2016, 2017년 경력단절 여성 규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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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기혼여성의 경력단절 사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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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살인 범죄자와 피해자의 관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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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폭력의 사이클 각 단계에서 폭력의 위험 정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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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6> 최소규범인과 타행위가능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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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7> 여성폭력을 이해하기 위한 생태학적 모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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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 iv -
국 문 요 약

책임조각사유로서 매 맞는 아내 증후군

간혹 남편에게 가정폭력을 당하다가 남편을 살해한 여성의 사례가 기사나


뉴스에 실리곤 한다. 법원은 남편의 폭력과 학대가 선행되었다는 증거에도 정
당방위나 긴급피난을 인정하지 않고 일반 살인죄와 같게 판결하며 간혹 심신
미약으로 형을 감경하고 있을 뿐이다. 본 논문은 가정폭력을 당하는 여성의
심리·정신 상태를 미국 심리학자 Lenore Walker의 ‘매 맞는 아내 증후군
(Battered Woman Syndrome)’ 이론을 중심으로 검토하여 가정폭력으로 인한
여성의 남편살해가 일반 살인사건과 다름을 증명하고자 했다.
본 논문에서는 먼저 가정폭력으로 인한 남편살해 사건이 일반 살인사건과
다름을 보이기 위해 가정폭력 피학대 여성이 놓인 상황과 주관적 상태에 관하
여 설명한다. 사람들은 피학대 여성이 남편과 헤어지거나 다른 적법한 시도를
할 수 없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거나 비난한다. 피학대 여성에게 문제가 있
어 학대를 당하는 것이 아니냐는 물음을 던지기도 한다. 이와 같은 피학대 여
성에 관한 의문점이나 오해를 풀기 위해서는 일반 폭력과 다른 가정폭력의 특
수성과 피학대 여성의 주관적 상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정폭력은 일반
폭력과는 달리 상습적이고 장기적이며 가해자와 피해자가 한집이라는 좁은 물
리적 공간에서 살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폭력과 학대의 경험, 그리고 그로
인한 심리적·정신적 상태 등은 피학대 여성에게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데, 피학대 경험과 공포감이나 두려움의 심리상태는 단순한 일회적 사건의 합
이 아니라 중첩적이다. 즉 첫 번째의 피학대 경험과 그 이후 반복되는 피학대
경험은 결코 같은 것이 아니며, 피학대 여성이 느끼는 공포감이나 두려움의
감정은 폭력의 기간이 길어질수록, 강도가 강해질수록 더욱 심해진다. 피학대

- v -
여성은 주로 남편의 폭력이 시작되기 전부터 심한 두려움을 느끼며 자신 또는
자녀를 포함한 주변 가족들의 생명이 위험하다는 판단 끝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법원은 위와 같은 사실을 간과하거나 가정폭력이나 가정폭력 피학대자에 대
한 이해의 부족으로 피학대 여성이 남편을 살해한 그 당시 상황만을 고려하여
판단하며 남편에 의한 현재의 침해가 없는 ‘비대결 상황’에서 여성이 남편
을 살해한다는 이유로 정당방위나 긴급피난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피학대 여성이 감당해야 했던 끊임없는 두려움과 남성 대 여성
의 신체적인 힘의 차이로 인해 남편이 잠을 자거나 뒤를 돌아 있는 상황에서
만 공격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고려된다면 기존과는 다른 방향의 판결이
가능할 것이다.
본 논문은 그 해결책을 초법규적 책임조각사유인 기대불가능성에서 찾는다.
살해라는 행위는 분명히 위법하지만, 가정폭력의 특성과 피학대 여성의 상태
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적법행위를 기대할 수 없다면 범죄는 성립할 수 없
다. ‘매 맞는 아내 증후군’은 상황적인 영향을 받는 심리적·정신적 상태이
기 때문에 책임능력 단계가 아닌 책임조각사유에서 논하는 것이 보다 옳다.
법원은 가정폭력 피학대 여성에 의한 남편살해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하고 이
를 책임에서 기대가능성과 관련하여 판결에 반영해야 한다. 그리고 피학대 여
성 사건과 관련한 판결의 변화는 단순한 법 패러다임의 변화에서 나아가 가정
폭력과 피학대 여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우리 사회가
가정폭력 가해자에게 엄격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갖도록 이끌 것이
다.

핵심되는 말: 매 맞는 아내 증후군(Battered Woman Syndrome), 가정폭력, 가정폭력


피학대 여성, 학습된 무력감(Learned Helplessness), 초법규적 책임조
각사유, 기대가능성, 기대불가능성.

- vi -
제1장 서론

제1절 문제의 제기와 연구의 목적

엄마의 휴대전화로 ‘죽여버리겠다, 어디냐’는 메시지가 계속 도


착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은 갑자기 ‘미안해, 아팠지, 내가 그렇게
때린 줄 몰랐어, 사랑해, 아픈 것 치료 잘하고, 다음에 보자’고 용
서를 구했다. 하지만 엄마가 여기에 답변을 안 좋게 하면 곧바로
‘너 죽여버릴거야, 왜 카톡 안 봐, 답장 안 해, 죽여 버릴 거야’라
고 협박을 했다가 또 ‘내가 왜 그랬지, 미안해, 내가 그럴 의도가
아니었는데, 치료 잘 받고 사랑해’라고 용서를 빌었다. 협박과 용서
는 반복됐다. 아빠의 목적은 오로지 하나였다. ‘(엄마를) 내 앞에
데려다 놔야 한다.’1)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아빠를 사형시켜달라’고 글을 올린 것으로 유


명한 “둔촌동 살인사건” 피해자 딸의 인터뷰 내용이다.2) 가해자는 피해자
인 전 아내와의 결혼생활 동안 피해자를 구타하고 다시 ‘미안하다, 사랑한
다’며 용서를 비는 것을 반복하던 전형적인 가정폭력범이었다.3) 경찰에 신
고도 해봤지만, 가해자에게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았다.

1) 황춘화·박윤경, “‘강서구 주차장 살인사건’ 딸 인터뷰 ”아빠는 우릴 통제했다“, 한겨


레, 2018. 10. 30. (https://news.v.daum.net/v/20181030150602926?rcmd=rn&f=m, 최종검색
일: 2019. 1. 18.).
2) 피해자의 딸이 작성한 글은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강서구 아파트 살인사건 피해자의 딸입니다”, 대한민국 청와대, http://www1.president.
go.kr/petitions/417147 (2018. 10. 23.).
3) 황춘화·박윤경, 위의 기사(주1).

- 1 -
‘아빠(가해자)로부터 “좋은 구경을 시켜줄게. 집으로 다들 모여.”
라는 문자를 받고 집에 도착했더니 집에는 큰이모와 막내 이모도 아
빠에게 같은 문자를 받고 도착해 있었다. ‘제주도 여행을 간다던 엄
마는 주름이 다 없어질 정도로 퉁퉁 부은 얼굴로 아빠 옆에 서 있었
다. 아빠는 칼을 들고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했고 경찰에 신고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든 막내 이모에게 “한 번 해봐. 어떻게 되는지 보
자. 끝까지 보복할 거야.”라고 위협을 했다. 이모는 망설였고 공포
속에서 며칠 같은 몇 시간이 지난 뒤 참다못한 내가(둘째 딸) 전화기
를 들어 신고했다. 도착한 경찰은 “다 이해합니다. 어떤 심정인
지 공감해요. 우리 서에서 얘기합시다.”라며 아빠를 달래 경찰서로
데려갔고, 그렇게 끝이 난 줄 알았지만, 아빠는 고작 2시간 만에 집
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미 병원에 입원한 엄마를 당장 데려오라며
난동을 부렸다.’4)

둔촌동 살인사건은 전형적인 가정폭력범과 그 가족들의 피해, 그리고 가정폭


력범을 강하게 처벌하지 못하고 피해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없는 현재
우리 사회 시스템을 잘 반영한다.

남편에게 폭행과 학대를 당하면서도 결혼생활을 계속 유지하는 피학대 여성


에게 우리 사회는 ‘왜 남편과 헤어지지 않느냐’, ‘왜 주변에 도움을 요청
하지 않느냐’ 등의 의문을 던지는 것부터 ‘사실은 폭력을 즐기는 것이 아니
냐’, ‘폭력이 피해 여성이 주장하는 것처럼 심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냐’,
‘피해 여성에게도 남편을 도발한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냐’ 등의 잘못된 편
견을 갖기도 한다.5) 그러나 가정폭력범을 강하게 처벌하지 못하며 피해자에
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는 현행법과 사회 시스템의 실상, 그리고 배우

4) 황춘화·박윤경, 앞의 기사(주1).
5) 조국, “매맞는 여성의 대(對)남성 반격행위에 대한 남성중심적 평가”, 『형사법의 性편향
(전면개정판)』, 박영사, 2018, 235면.

- 2 -
자로부터 지속적인 폭력을 당한 피학대 여성의 심리상태를 알고 나면 사회적
으로 위와 같이 피해 여성에게 불리한 편견이 크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깨
닫게 된다.

언론에서 보도되는 가정폭력 범죄사건 외에도 주변에서 쉽게 크고 작은 가


정폭력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사회는 이를 일상적인 해프닝으
로 여기거나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가정폭력 범죄의 특
성상 한 집이라는 좁은 물리적 공간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이 살고 있고,
장기간에 걸쳐 상습적으로 이루어지며, 피해자가 가정 내의 문제로 참고 견디
거나 가해자의 위협에 두려움을 느껴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 하며, 현행법
상 피해자가 원치 않을 경우, 가해자를 처벌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더 위험하
다고 볼 수 있다.

2016년 기준 전체범죄 수는 2,008,290건이었으며,6) 전국에서 검거된 가정


폭력 사건 수는 45,614건이었다.7) 2014년에 검거된 전체 가정폭력 중 ‘아내
학대’가 가장 많은 70.1%를 차지해, 대부분의 가정폭력이 남편에 의한 아내
학대인 것으로 나타났다.8) 이에 비하여 아내에 의한‘남편 학대’ 비율은
6.7%에 머물렀다.9) 가정폭력 피해자들은 폭력을 견디다 못해 경찰에 신고하
더라도 경찰이 가해자의 말만 듣고는 별다른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가정사의
문제 정도로 정리하고 돌아가기 일쑤라고 말한다.10) 2010년 여성가족부에서
신체적 폭력을 경험한 피해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가정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경찰의 조치 내용 중 ‘집안일이니 서로 잘 해결하라며 돌아간’ 비율이
50.5%로 1위를 차지했으며, ‘집안일이라며 출동조차 하지 않은’ 비율도

6) 박준휘 외 30명, “한국의 범죄현상과 형사정책(2017)”, 한국형사정책연구원, 2018, 6면.


7) 박기용, “가정폭력 5년새 5배 증가…‘아내 학대’가 70% 차지”, 한겨레, 2017. 5. 19.
(http://www.hani.co.kr/arti/PRINT/795423.html, 최종검색일 2018. 12. 15.).
8) 박기용, 위의 기사(주7).
9) 박기용, 위의 기사(주7).
10) 신상희, “가정폭력 여성들이 두 번 신고하지 않는 이유”, 2014. 6. 12. (http://www.ohm
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01552, 최종검색일 2018. 12. 3.).

- 3 -
17.7%에 달했다.11)

가정폭력에 대한 경찰의 미흡하고도 안일한 대처로 가정폭력으로 2번이나


신고된 적이 있던 남편이 결국 아내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하고 마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한다.12) 가정폭력 피해 여성들은 신고해서 온 경찰들이
“가정을 유지하라”는 등의 조언을 하거나 가해자인 남편과 대화를 나눈 후
‘남편이 불쌍하고 착한 분이더라. 왜 이런 일로 경찰까지 부르느냐. 아줌마
가 좀 참고 잘 살라’며 오히려 가해자의 입장을 대변해주고 가기도 한다고
말한다.13) 앞서 언급한 둔촌동 살인사건의 가해자 역시 사건이 있기 이미 3
년 전에 경찰의 ‘재범 위험성 조사표’에서 재범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하는 ‘고위험 가해자’로 분류되었었지만, 그 이후 가해자 격리 또는 피
해자 보호가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아 결국 비극이 일어난 사례 중 하나이
다.14)

가정폭력의 현실과 가정폭력 피학대 여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경찰뿐만이 아니라 사법부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법원은 가정폭력 신고가 들
어오면 피의자와의 격리, 접근금지 등의 임시 조치를 시행하고 있지만,15) 문
제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와 자녀들이 쉼터와 같은 보호시설로 격리된다는
것과 가해자가 접근금지를 어기더라도 300~500만 원 정도의 과태료로 끝나는
등16) 피해자 보호제도의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렇듯 남편의 폭력에 대

11) 여성가족부, “2010 가정폭력 실태조사 보고서(제1부)”, 여성가족부, 2010, 143면.


12) 김재완, “강서구 아내 살해 50대, 가정폭력 신고 2차례 있었다”, 노컷뉴스, 2018. 12.
07.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79&aid=00031
73489, 최종검색일: 2019. 1. 31.).
13) 박민지, ““아줌마가 좀 참고 살아요” 가정폭력 피해자에게 경찰은 왜...”, 국민일보,
2018. 12. 2. (https://m.news.naver.com/read.nhn?oid=005&aid=0001153571&sid1=102&mod
e=LSD, 최종검색일: 2019. 1. 31.).
14) 박민지, 위의 기사(주13).
15) 오은선, “초범이라 집유? 매 맞는 아내들 두 번 울리는 솜방망이法”, 파이낸셜뉴스,
2019. 1. 2. (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014&aid=0004
153851&sid1=001, 최종검색일: 2019. 1. 31.).
16) 박세미·손호영, “부부싸움일 뿐이라며 격리도 안해...국가는 손 놓고 있다”, 조선일보,

- 4 -
한 법적·제도적인 도움이나 보호를 받지 못한 피학대 여성들은 살기 위한
“마지막 자구책”으로 남편을 죽이기도 한다.17) 그러나 가정폭력 피학대 여
성들은 가해 남편과의 신체적인 힘의 차이18)19)나 학대 경험으로 인한 심리적
인 이유20)로 주로 남편의 폭력이 끝난 상태에서 또는 남편이 뒤를 돌거나 잠
을 자는 상태에서 흉기로 남편을 가격하거나 목을 조르는 등의 방법으로 남편
을 살해하는데, 이에 대해 현재 법원의 판례는 ‘현재의 위협’이 없었다거나
‘상당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정당방위나 긴급피난을 인정하
지 않고 있다. 법원은 또한 피학대 여성이 ‘남편을 살해하는 것 외에 주변에
도움을 구하는 등 다른 방법을 찾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거운 형을 선고하기
도 한다.21) 그렇다면 왜 가정폭력 피학대 여성은 남편을 살해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을 하지 못 한 것일까? 법원이 놓치고 있는 피학대 여성의 정신적·

2018. 10. 30.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0/30/2018103000174.ht


ml?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news, 최종검색일: 2019. 1.
31.).
17) 이명숙, “부부간 성폭력과 가정폭력 피해 아내의 남편 살해에 대한 고찰”, 「가족법연
구」, 20(1), 한국가족법학회, 2006, 62면.
18) 캘리포니아 루터란 대학(California Lutheran University) 연구에 의하면 남성과 여성은
상체 힘에서 힘의 차이가 가장 크게 나며, 여성의 상체 힘은 남성의 25~55% 정도밖에 미치
지 못해 저항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How Men and Women Differ in Terms of
Strength and Power”, Cathe, https://cathe.com/men-women-differ-terms-strength-pow
er/ (2019. 2. 8. 확인) 참조; 이정봉·오다슬, “알고나면 진짜 무서운 남녀 힘 차이”,
중앙일보, 2017. 10. 19. (http://news.joins.com/article/22027387, 최종검색일: 2019. 2.
1.).
19) 아래의 소방공무원 체력시험 평가점수를 보아도 남녀의 신체적인 힘 차이를 알 수 있다.
<표 1> 소방공무원 체력시험 종목 및 평가점수(제23조의2 관련)

평가점수
종목 성별
1 2 3 4 5 6 7 8 9 10
45.3~ 48.1~ 50.1~ 51.6~ 52.9~ 54.2~ 55.5~ 56.8~ 58.1~ 60.0

악력 48.0 50.0 51.5 52.8 54.1 55.4 56.7 58.0 59.9 이상
(kg) 27.6~ 29.0~ 30.3~ 31.2~ 32.0~ 33.0~ 33.8~ 34.7~ 35.8~ 37.0

28.9 30.2 31.1 31.9 32.9 33.7 34.6 35.7 36.9 이상
출처: 2019년도 세종특별자치시 지방소방공무원 채용시험 계획 공고
20) 심리적인 이유에는 두려움이나 공포감, 또는 그에 따른 무력감 등이 있다.
21) 심규석, “남편살해 ‘매맞는 여성’ 심신미약 인정 잇따라”, 연합뉴스, 2005. 5. 13.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05&no=175869, 최종검색일: 2019. 1. 13.).

- 5 -
심리적 상태와 구체적인 사정엔 어떤 특성이 있을까? 이와 같은 물음으로 본
논문을 시작하려고 한다.

제2절 연구의 범위와 방법

가정폭력을 감당하다가 남편을 살해하게 되는 여성의 사건을 다루기 위해서


는 가정폭력의 특성과 남편에게 학대당하는 여성의 상태를 먼저 이해해야 한
다. 그러나 법원은 가정폭력 끝에 남편을 살해한 여성의 사건을 일반 살인과
다르지 않게 판결하거나 판결문에서 피고인의 주관적 상태와 남편을 살해하기
에 이르기까지의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되는 표현을 사용
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본 논문은 법원이 놓치고 있는 가정폭
력의 특성과 가정폭력 피해자가 느끼는 상황, 그리고 피학대 여성의 상태에
대해서 알아본 후 이에 대한 해결책을 고찰해보고자 한다.

제1장에서는 피학대 여성에 의한 남편살해 문제를 다루기 전, 그것의 근본


적 원인이 되는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강조하고자 실제 사례의 내용과 피해 가
족의 인터뷰, 그리고 가정폭력에 제대로 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현재
법적·제도적 문제를 언급하며 시작했다.

제2장에서는 먼저 제1장에서 언급한 가정폭력의 현황과 그 특성을 더욱 구


체적으로 다룰 것이다. 가정폭력을 당하는 여성이 보이는 일련의 행동이나 심
리적 증상을 뜻하는 ‘매 맞는 아내 증후군(Battered Woman Syndrome, BWS)’
에 대해 심리학적으로 알아보고, 피학대 여성의 심리적·정신적 상태에 대해
살펴본 후, 피학대 여성의 남편살해 원인을 분석해 보고자 한다.

제3장에서는 미국을 비롯한 기타 외국에서의 피학대 여성에 의한 남편 살인


의 법적 논의와 판례를 살펴보고, 현재 우리나라에서의 판례, 법원의 법리,

- 6 -
그리고 학설과 비교해볼 것이다.

제4장에서는 기존의 논의가 피학대 여성의 남편살해를 위법성조각사유나 책


임능력 부분에서 다루었던 것과 달리 피학대 여성의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불
가능성을 이유로 초법규적 책임조각사유의 적용을 검토할 것이다. 피학대 여
성의 기대불가능성은 제2장에서 살펴본 피학대 여성의 심리적·정신적 상태와
연관하여 알아볼 것이다. 이를 근거로 초법규적 책임조각사유를 적용해야 하
는 이유와 적용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제5장에서는 결론을 도출하며 본 논문에서의 논의를 정리하고


가정폭력과 피학대 여성의 문제에 대해 법원과 우리 사회가 함께 생각하고 해
결해야 할 문제를 언급하며 마무리를 하고자 한다.

제3절 용어의 정리

심리학 용어인 ‘Battered Woman Syndrome’은 가정폭력 피해 여성의 심리


적·정신적 상태를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론의 이름으로 현재 우리나라에
서는 ‘매 맞는 여성 증후군’, ‘매 맞는 아내 증후군’ 또는 ‘피학대 여성
증후군’ 등으로 번역되고 있다. ‘Battered Woman Syndrome’은 ‘Woman’이
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고 여성을 학대하는 가해자는 전·현 배우자나 연인
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 맞는 여성 증후군’ 또는 ‘피학대 여성 증후
군’의 번역이 보다 옳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본 논문에서는 ‘가정폭력’을
당하던 여성의 남편살해라는 법적 문제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어, ‘Battered
Woman Syndrome’ 용어의 사용을 가정폭력 피학대 여성에 한정하고자 ‘매 맞
는 아내 증후군’으로 번역하여 사용하였음을 밝힌다. 또한 ‘Battered Woman
Syndrome’을 간단히 그 약자인 ‘BWS’로 표기했고, 매 맞는 아내 증후군 증
상을 보이는 여성을 ‘BWS 여성’22)으로, 남편을 살해한 BWS 여성의 법적 문

- 7 -
제를 논의할 때는 ‘BWS 피고인’으로 표기했다. 이외에 ‘BWS 이론’이나
‘BWS 증상’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가정폭력 가해자인 남편의 공격이 없는 상태는 조국 교수의 논문 “‘매맞


는 여성 증후군’ 이론의 형법적 함의”를 참고하여 ‘비대결 상황’으로 표
기했으며,23) 영미 국가에서 전·현 배우자나 연인에 의한 폭력과 관련하여
사용하는 용어인 ‘intimate partner’는 ‘친밀한 관계의 남성’, ‘남성 파
트너’, ‘전·현 파트너’, ‘파트너’ 등으로 번역하여 표기했다.

22) BWS 증상을 지닌 여성의 줄임말인 ‘BWS 여성’은 조국 교수의 “‘매맞는 여성 증후군’
이론의 형법적 함의” 논문에서 착안하여 사용했다. 조국, “‘매맞는 여성 증후군’ 이론
의 형법적 함의”, 한국형사법학회, 「형사법연구」, 15, 2001, 37-54면 참조.
23) 조국, 위의 논문(주22), 39면 참조.

- 8 -
제2장 가정폭력 피학대 여성의 심리상태와 남편살해

제1절 서설

“왜 폭력적인 남편과 헤어지지 않고 폭력과 학대를 견디고 살까?” 보통


사람들이 가정폭력 피해 여성에게 가장 많이 의문을 갖는 점이다. 남편을 떠
나지 못하는 피해 여성이 혹시 마조히스트로,24) 그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갖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 사회는 가정폭력을 ‘가정 내의
문제’로 여기며 개입하지 않으려 하는 경향이 강하며, 이는 수사기관이나 법
원에서도 마찬가지이다.25)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가정폭
력처벌법)」 역시 ‘가정폭력’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가정 내의 문제라는 인
식을 심어주기 쉽다. 가정폭력은 주로 신체적이나 힘이 상대적으로 우월한 남
성이 여성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과 그 폭력이 상습적이고 반복적이라는 점에
서 일반 폭력 범죄보다 더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가정폭력처벌
법」은 가해자에게 보호처분을 내리거나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처벌하지 않으며, 접근금지 명령을 어겨도 과태료 500만 원 이하만 물
면 끝이 나는 등 가정폭력 가해자를 일반 폭력 범죄보다 훨씬 관대하게 처벌
하고 있다. 이번 장에서는 가정폭력의 피해 현황과 현재 우리 사회에서 피해
여성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 알아보고, ‘매 맞는 아내 증후군(BWS)’으로 설
명되는 피해 여성들의 심리적·정신적 상태와 남편살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피해 여성들의 상황을 중심으로 서술하고자 한다.

24) Shaffer, M., “The Battered Woman Syndrome Revisited: Some Complicating Thoughts
Five Years after R. v. Lavallee”, The University of Toronto Law Journal, 47(1),
University of Toronto Press, 1997, p. 5.
25) 신상희, 앞의 기사(주10).

- 9 -
제2절 가정폭력의 피해

I. 가정폭력의 현황

2018년 10월 22일 강서구 등촌동에서 4년 전에 이혼한 전 아내를 살해한 살


인사건(일명 ‘등촌동 살인사건’)은 피의자와 피해자 사이의 친딸이 청와대
홈페이지의 국민청원 게시판에 피의자인 아빠에게 사형을 선고해달라는 글을
올린 사건으로 유명하다. 피의자는 이혼 전에도 가정폭력을 일삼아 피해자와
이혼하게 되었고, 이혼 후에도 피해자를 집요하게 따라다녔다.26) 피해자는
보호시설을 포함하여 4년간 총 여섯 번이나 거처를 옮겼지만, 가해자는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피해자를 찾아내고 피해자에게 살해 협박을 했으며 주위 가
족들에게까지 위해를 가하려고 시도했다.27) 가해자는 피해자를 살해하기 두
달 전부터 피해자의 차량에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를 부착해 동선을 파악해
왔으며, 흉기를 미리 준비하고 범행 당일 피해자가 알아보지 못하도록 가발을
쓰고 접근하는 등 범행에 성공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과 준비를 한 것으로 알
려졌다.28) 피의자는 ‘이혼 전에 있었던 전 부인과의 감정 문제 등의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29) 사건 발생 이후 피의자와 피해자의 딸들이
‘엄마는 이혼 전에는 끔찍한 가정폭력에 시달렸고 이혼 후에도 아빠의 살해
위협으로부터 도망 다녀야 했다’며 ‘아빠에게 사형을 선고해달라’는 청원
글을 청와대 홈페이지 청원 게시판에 게시하여 더욱 주목을 받았다.30)

26) 고성민·권오은, ““살인자 아빠의 신상을 공개합니다” 등촌동 세 자매의 분노”, 조선


일보, 2018. 12. 21.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2/21/2018122101
043.html, 최종검색일: 2019. 1. 18.).
27) 고성민·권오은, 위의 기사(주26).
28) 최은진, “딸들에게 미안하다”…‘등촌동 전처 살해사건’ 피의자 검찰 송치“, KBS 뉴
스, 2018. 11. 1.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064105&ref=A, 최종검색일:
2019. 1. 18.).
29) 최은진, 위의 기사(주28).
30) 앞의 게재 글(주2).

- 10 -
가정폭력은 법률상 ‘가정구성원 사이의 신체적, 정신적 또는 재산상 피해
를 수반하는 행위’라고 정의된다.31) 이때의 ‘가정구성원’이란 ① 배우자
또는 배우자였던 사람,32) ② 자기 또는 배우자와 직계존비속관계에 있거나
있었던 사람, ③ 계부모와 자녀의 관계 또는 적모(嫡母)와 서자(庶子) 관계에
있거나 있었던 사람, ④ 동거하는 친족 등을 포함한다.33) 가정폭력은 다른
범죄에 비해 가볍게 치부되거나 상대적으로 낮은 처벌을 받는 등 우리 사회에
서 심각하게 다루어지고 있지 않다. 이는 가정사는 가족끼리 해결해야 하는
그 집안의 문제로 여기는 경향이 우리 사회에 만연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렇지만 사회의 인식과는 달리 가정폭력의 실상은 심각하며 그 피해자는 주로
여성이다. 여성가족부의 가정폭력 실태조사 연구에 따르면, 여성의 62.3%가
결혼 후 5년 내에 처음 폭력을 경험했고,34) 2016년을 기준으로 지난 1년간
기혼여성의 12.1%가 배우자로부터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35) 게다가
가정폭력의 수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이다.36)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가정폭
력 사건은 2015년 1만1천908건, 2016년 1만3천995건, 2017년 1만4천707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37) 경찰청에 따르면 2018년 초부터 2018년 11월 7일 오
전 5시까지 접수된 112 신고 중 가정폭력 신고는 20만2,826건으로 절도(19만
2,649건)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38) 이에 경찰 관계자는 “1년 단위 통계
에서 가정폭력 신고가 절도 신고를 앞지른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밝히
기도 했다.39)

31)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 제1호.


32)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 제2호 규정에 따르면 이때의 배우자는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을 포함한다.
33)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 제2호.
34) 이인선·장미혜·황정임·이미정·주재선·정수연, “2016년 가정폭력 실태조사 연구”,
여성가족부, 2016, 91면.
35) 이인선·장미혜·황정임·이미정·주재선·정수연, 위의 보고서(주34), 72면.
36) 정지오, “가정폭력 현행범 즉시 체포, 올해 ‘절도’보다 많았던 위급상황...”더이상
‘칼로 물베기’ 아냐”, 녹색경제, 2018. 11. 27. (http://www.greened.kr/news/articleVi
ew.html?idxno=84892, 최종검색일 2018. 11. 17.).
37) 정지오, 위의 기사(주36).
38) 정지오, 위의 기사(주36).
39) 정지오, 위의 기사(주36).

- 11 -
WHO의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이 경험한 폭력의 대부분은 연인 또는 전·현
배우자(intimate partner)40)에 의한 폭력이며, 전 세계적으로 여성의 약 3분
의 1(30%)이 연인이나 배우자로부터 신체적 또는 성적인 폭력을 경험한다.41)
신체적 폭력은 주로 정신적 폭력을 동반하며 성적인 폭력의 3분의 1에서 절반
정도가 역시 정신적 폭력을 동반한다.42) 남아메리카 니카라과(Nicaragua)의
도시인 León에서 여성이 겪는 폭력에 대해 조사한 보고서 역시 신체적 폭력과
성적 폭력의 대부분이 정신적 폭력을 동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그림 1>
).43) 이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결혼생활의 경험이 있는 여성 중 71%가 배우
자로부터 정신적인 폭력(emotional aggression)을 경험했고, 이와 같은 정신
적 폭력에는 모욕, 수치심을 겪게 하는 것(humiliations), 그리고 신체적 폭
력의 위협 등이 포함되었다.44) 또한, 위의 연구에서 배우자로부터 폭력을 당
한 여성의 94%가 신체적 폭력과 함께 언어적으로 모욕과 수치심을 당했다고
보고했다.45) 여성이 겪는 폭력의 대부분이 남성인 연인 또는 배우자에 의한
것이며, 이에 반해 남성이 주로 겪는 폭력의 대부분은 연인이나 배우자와 같
은 가까운 관계에 있는 사람보다 낯선 사람 또는 면식 있는 지인인 경우가 많
다.46) WHO 보고서는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해 연인이나 배우자에게 정서적으
로(emotionally)나 경제적으로 종속되어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위와 같이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47) 이처럼 기혼여성이 기혼 남성보다 경제적으로

40) 우리나라에서는 데이트 폭력과 가정폭력 각각 조사하고 통계를 내는 경우가 많지만, 미국


에서는 연인과 배우자에 의한 폭력을 모두 포함하는 단어인 친밀한 파트너 폭력(intimate
partner violence)를 사용하여 같이 통계를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41) WHO, “Violence Against Women”, WHO, https://www.who.int/news-room/fact-sheets/det
ail/violence-against-women (2017. 11. 29.).
42) Krug, E. G., Dahlberg, L. L., Mercy, J. A., Zwi, A. B., & Lozano, R., “World
Report on Violence and Health”, WHO, 2002, p. 89.
43) Ellsberg, M., Peña, R., Herrera, A., Liljestrand, J., & Winkvist, A., “Candies in
Hell: Women's Experiences of Violence in Nicaragua”, Social Science & Medicine, 51,
2000, p. 1601.
44) Ibid., p. 1600.
45) Ibid., p. 1601.
46) Krug, E. G., Dahlberg, L. L., Mercy, J. A., Zwi, A. B., & Lozano, R., supra note
42, p. 89.
47) Ibid.

- 12 -
열악한 처지에 놓여 있다는 것은 통계청 조사 결과로부터도 추론할 수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7년을 기준으로 25세에서 54세 기혼여성 897만8천
명 중 비취업여성이 348만7천 명, 경력단절여성이 179만1천 명이었으며,
25~54세 기혼여성의 19.9%가 경력단절 여성인 것으로 조사되었다.48)

<그림 1> 결혼생활 경험이 있는 여성들의 성적, 신체적, 그리고 정신적


학대의 중첩적 경험
(N=360)

(자료: Ellsberg, M., Peña, R., Herrera, A., Liljestrand, J., & Winkvist, A., “Candies
in Hell: Women's Experiences of Violence in Nicaragua”, Social Science & Medicine, 51,
2000, p.1601; Krug, E. G., Dahlberg, L. L., Mercy, J. A., Zwi, A. B., & Lozano, R.,
“World Report on Violence and Health”, WHO, 2002, p.91.)

48) 통계청, “2017년 상반기 지역별고용조사(부가항목) 경력단절여성 및 사회보험 가입 현


황”, 통계청, 2017, 4면.

- 13 -
<그림 2> 2016, 2017년 경력단절 여성 규모

(자료: 통계청, “2017년 상반기 지역별고용조사(부가항목) 경력단절여성 및 사회보험 가입 현


황”, 통계청, 2017, 4면.)

<표 2> 경력단절여성 연령계층별 규모(단위: 천명, %)

합계 15~29세 30~39세 40~49세 50~59세

수 비율 수 비율 수 비율 수 비율 수 비율
15~54세
기혼여성 9,561 100.0 538 5.6 2,985 31.2 3,967 41.5 2,071 21.7
2014.4.
2015.4. 9,420 100.0 509 5.4 2,905 30.8 3,943 41.9 2,063 21.9

2016.4. 9,273 100.0 485 5.2 2,844 30.7 3,905 42.1 2,038 22.0

2017.4. 9,053 100.0 464 5.1 2,746 30.3 3,836 42.4 2,007 22.2
비취업여성
3,894 100.0 287 7.4 1,496 38.4 1,392 35.8 719 18.5
2014.4.

- 14 -
2015.4. 3,815 100.0 276 7.2 1,464 38.4 1,372 36.0 703 18.4

2016.4. 3,688 100.0 258 7.0 1,387 37.6 1,351 36.6 692 18.8

2017.4. 3,535 100.0 239 6.7 1,288 36.4 1,345 38.0 665 18.8
경력단절여
성 2,139 100.0 191 8.9 1,116 52.2 639 29.9 192 9.0
2014.4.
2015.4. 2,053 100.0 177 8.6 1,090 53.1 611 29.8 174 8.5

2016.4. 1,906 100.0 161 8.5 1,012 53.1 587 30.8 146 7.7

2017.4. 1,812 100.0 147 8.1 928 51.2 590 32.6 147 8.1
(자료: 통계청, “2017년 상반기 지역별고용조사(부가항목) 경력단절여성 및 사회보험 가입 현
황”, 통계청, 2017, 22면.)

기혼여성의 경력단절 사유로는 결혼, 육아, 그리고 임신·출산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그림3>).49) 이와 같이 여성이 결혼과 임신·출산, 그리고 육아를 담
당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경제적 활동에 제한을 받고 남성 배우자에게 의존
하게 되며, 이는 정서적 및 경제적 종속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겠다.

49) 통계청, 앞의 보고서(주48), 9면.

- 15 -
<그림 3> 기혼여성의 경력단절 사유

(자료: 통계청, “2017년 상반기 지역별고용조사(부가항목) 경력단절여성 및 사회보험 가입 현


황”, 통계청, 2017, 9면.)

II. 가정폭력의 피해자

전 세계적인 경향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역시 연인 또는 전·현 배우자에


의한 폭력의 피해자는 주로 여성이다.50) 우리나라의 경우 기혼여성이 배우자
로부터 경험하는 폭력 유형을 신체적, 정서적, 경제적, 그리고 성적 폭력이라
는 네 개의 유형으로 분류했을 때, 2017년을 기준으로 기혼여성51)이 지난 1
년간 배우자로부터 네 개의 폭력 유형 중 하나라도 경험한 피해율은 12.1%였
고, 평생을 기준으로 기혼여성의 23.2%가 적어도 하나 이상의 폭력 유형을 경

50) 2002년 WHO 보고서에 의하면 1989년을 기준으로 지난 1년간 기혼 여성의 38%가 배우자로부
터 신체적 폭력을 당했다. Krug, E. G., Dahlberg, L. L., Mercy, J. A., Zwi, A. B., &
Lozano, R., supra note 42, pp. 89-91.
51) 해당 보고서에서 통계는 사실혼을 포함하는 만 19세 이상의 기혼 여성을 대상으로 하고 있
다. 이인선·황정임·최지현·조윤주, “가정폭력 실태와 과제: 부부폭력과 아동학대를 중
심으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17, 2면.

- 16 -
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표 3>)52).

<표 3> 기혼여성 중 배우자 폭력 4유형 피해율

구분 지난 1년 평생

피해율(4유형) 12.1% 23.2%

피해율(2유형) 4.6% 10.9%

신체적 폭력 3.3% 8.7%

정서적 폭력 10.5% 20.2%

경제적 폭력 2.4% 6.3%

성적 폭력 2.3% 5.8%
* 응답자수: 2,689명
(자료: 이인선·황정임·최지현·조윤주, “가정폭력 실태와 과제: 부부폭력과 아동학대를 중
심으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17, 28면.)

배우자 폭력을 경험한 여성의 경우, 2017년을 기준으로 지난 1년간 피해 여성


의 64.9%가 위의 네 개의 폭력 유형 중 하나의 유형만을 경험했고, 두 가지
이상의 폭력 유형을 중첩적으로 경험한 비율은 35%였으며, 피해 여성 3명 중
1명이 다른 유형의 폭력을 중첩적으로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53) 평생을
기준으로 보면, 피해 여성 중 두 가지 유형 이상의 중복 피해율은 44.7%였으
며, 세 가지 유형 이상을 경험하는 비율은 23.2%였다.54)

이어서 보호시설과 상담소 등 가정폭력 지원기관을 이용했던 적이 있는 만


19세 이상의 가정폭력 피해 여성 중 폭력 유형별 피해율은 정서적 폭력이
98.1%로 가장 높았고, 신체적 폭력(91.6%), 경제적 폭력 (74.9%), 그리고 성
적 폭력(71.3%)의 순으로 피해율이 높았다.55) 이와 같은 통계는 가정폭력 피

52) 이인선·황정임·최지현·조윤주, 앞의 보고서(주51), 28면.


53) 이인선·황정임·최지현·조윤주, 위의 보고서(주51), 28-29면.
54) 이인선·황정임·최지현·조윤주, 위의 보고서(주51),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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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여성들이 신체적 폭력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높은 수준의 폭력을 당하
고 있음을 보여준다(<표 4>)56)

<표 4> 가정폭력 지원기관을 이용한 적이 있는 피해 여성 중 배우자 폭력


피해율

구분 비율

신체적 폭력 91.6%

정서적 폭력 98.1%

경제적 폭력 74.9%

성적 폭력 71.3%
* 응답자수: 278명
(자료: 이인선·황정임·최지현·조윤주, “가정폭력 실태와 과제: 부부폭력과 아동학대를 중
심으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17, 109면.)

실제로 피해 여성이 가정폭력으로 인해 겪는 피해로 정신적 고통이 98.2%로


가장 높았고, 위협과 공포심이 97.1%로 뒤를 이었다.57) 피해 여성이 겪는 피
해는 폭력 그 상황에서 그치지 않고 그 이후로도 정신적인 고통으로 지속되는
것이며, 사회생활 및 대인관계에서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응답이 81.3%인
것으로 보아 많은 피해 여성들이 정신적인 피해로 인해 사회생활과 관련해서
도 문제를 겪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표 5>).58)

55) 이인선·황정임·최지현·조윤주, 앞의 보고서(주51), 233면.


56) 이인선·황정임·최지현·조윤주, 위의 보고서(주51), 109면.
57) 이인선·황정임·최지현·조윤주, 위의 보고서(주51), 127면.
58) 이인선·황정임·최지현·조윤주, 위의 보고서(주51), 1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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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5> 배우자 폭력의 피해/영향
사회생활/
신체적 상처 정신적 고통 위협/공포심 대인관계
구분
어려움
있음 없음 있음 없음 있음 없음 있음 없음

전체 83.8% 16.2% 98.2% 1.8% 97.1% 2.9% 81.3% 18.7%

만연령
87.4% 12.6% 97.9% 2.1% 96.8% 3.2% 80.0% 20.2%
19-39세

40-49세 85.7% 14.3% 99.0% 1.0% 98.1% 1.9% 85.7% 14.3%

50세 이상 77.0% 23.0% 98.4% 1.6 96.7% 3.3% 73.8% 26.2%

(자료: 이인선·황정임·최지현·조윤주, “가정폭력 실태와 과제: 부부폭력과 아동학대를 중


심으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17, 127면.)

배우자에 대한 공포는 피해 여성이 신고를 하는 것과 같은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는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실제로 부부폭력은 폭력 그 자체에서 그
치지 않고 살해에 이르기도 한다. 호주, 캐나다, 이스라엘, 남아프리카 공화
국, 그리고 미국 등에서 이루어진 조사에 따르면, 40%에서 70%에 가까운 여성
들이 그들의 배우자나 연인으로부터 살해당하며, 이들 중 대부분이 살해당하
기 이전부터 배우자나 연인으로부터 지속적으로 학대를 당했었다.59) 한국여
성의전화에서는 2017년 한 해 동안 언론에 보도된 살인사건 중 남편이나 연인
등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당한 여성이 최소 85명이며, 살인미수 등으로 살
아남은 여성은 최소 103명이라고 조사 결과를 밝혔다(<표 6>).60)

59) Krug, E. G., Dahlberg, L. L., Mercy, J. A., Zwi, A. B., & Lozano, R., supra note
42, p. 93.
60) 한국여성의전화, “2017년 분노의 게이지: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게 살해당한 여성 통
계 분석”, 한국여성의전화, 201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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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6> 2017년 언론에 보도된 친밀한 관계인 남성에 의해 살해된 여성
피해자 수

피해자
배우자관계 데이트관계 기타 소계 주변인 총계
범죄유형
살인 41 42 2 85 5 90

살인미수 등 23 76 4 103 50 153

누계(명) 64 118 6 188 55 243


(자료: 한국여성의전화, “2017년 분노의 게이지: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게 살해당한 여
성 통계 분석”, 한국여성의전화, 2018, 1면.)

남성 파트너에 의한 살해 또는 살해 위협은 여성뿐만이 아닌 여성의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가해지기도 하는데, 피해 여성의 가족이나 주변인이 중
상을 입거나 죽음에 이른 경우도 최소 55명에 달했다(<표 7>).61) 이와 같은
분석에 따르면, 최소 1.9일의 간격으로 여성 1명이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해당할 위험에 처해있으며, 피해 여성의 주변인
까지 포함하면 약 1.5일에 1명이 남성 파트너에 의한 폭력으로 살해되거나 살
해될 위험에 처해있음을 추론할 수 있다.62) 또한, 피해 여성과 그 주변인뿐
만 아니라 폭력을 말리거나 도움을 주던 무관한 시민이나 이웃이 폭력에 가담
되어 흉기에 찔리는 등 피해를 입는 경우도 종종 있어(<표 8>),63) 피해자가
도움을 요청하는 것 역시 쉬운 결정이 아닐 것이다.

61) 한국여성의전화, 앞의 보고서(주60), 1면.


62) 한국여성의전화, 위의 보고서(주60), 1면.
63) 한국여성의전화, 위의 보고서(주6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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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7> 2017년 언론에 보도된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 주변인
피해자 수

피해자와의 관계
부모/형제
범죄유형 동료/ 현재 합계
자녀 /자매 등 이웃 기타
친구 배우자/애인
친인척
살인 1 1 0 2 1 0 5

살인미수 등 7 6 6 3 23 5 50

합계 8 7 6 5 24 5 55
(자료: 한국여성의전화, “2017년 분노의 게이지: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게 살해당한 여성
통계 분석”, 한국여성의전화, 2018, 3면.)

<표 8> 2009~2017년 언론에 보도된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


피해자 수

발생연도
범죄
관계 합계
유형 2009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2016 2017

혼인,
살인 70 74 65 120 123 114 91 82 85 824
데이트
관계 등
친밀한 살인
관계에 미수 7 54 19 49 75 95 95 105 103 602
있는 등
여성
소계 77 128 84 169 198 209 186 187 188 1,426

피해자의 살인 16 16 6 16 14 30 23 21 5 147
자녀, 살인
부모 등 미파 미파
미수 10 19 16 27 27 30 50 179
주변인 악 악

소계 16 26 6 35 30 57 50 51 55 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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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계 93 154 90 204 228 266 236 238 243 1,752

(자료: 한국여성의전화, “2017년 분노의 게이지: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게 살해당한 여성


통계 분석”, 한국여성의전화, 2018, 5면.)

위와 같은 사실들은 대부분 사람들이 의문을 갖는 ‘장기간 가정폭력을 당


하면서도 피해 여성은 왜 남편을 떠나거나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가’라는
물음에 답을 해준다. 많은 피해 여성들이‘시도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닌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남편의 폭력으로 신고해
서 경찰이 출동해도 “눈앞에서 칼부림이 나거나 피가 철철 나지 않는 한
‘가정사’라며 개입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폭력의 정도가 심각하더라도
가해자가 상담을 받겠다고 하면 기소가 유예된다.64) 기소되더라도 법원에서
는 「가정폭력처벌법」에 따라 상담·교육·사회봉사와 같은 보호처분을 내리
거나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것이 대부분이다.65) 법원이 피해자의 주거나 직장
등에서 100m 이내 접근금지 명령이나 전화 통화 등의 금지66)와 같은 ‘임시
조치’를 내려도 이를 어겨봤자 과태료 300~500만 원만 물면 끝이다.67) 가정
폭력으로 신고하더라도 독일·호주 등의 외국과 같이 경찰이 가해자를 즉각적
으로 격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피해자를 쉼터와 같은 보호시설로 안내하
도록 규정한 「가정폭력처벌법」68) 역시 피해자 구제가 미흡한 현실을 반영

64) 박세미·손호영, 앞의 기사(주16).


65) 박세미·손호영, 위의 기사(주16).
66)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55조의2(피해자보호명령 등) ① 판사는 피해
자의 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피해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의 청구에 따라
결정으로 가정폭력행위자에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피해자보호명령을 할 수
있다.
1. 피해자 또는 가정구성원의 주거 또는 점유하는 방실로부터의 퇴거 등 격리
2. 피해자 또는 가정구성원의 주거, 직장 등에서 100미터 이내의 접근금지
3. 피해자 또는 가정구성원에 대한 「전기통신사업법」 제2조제1호의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
근금지
(이하 중략)
67) 박세미·손호영, 위의 기사(주16).
68)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5조(가정폭력범죄에 대한 응급조치) 진행 중
인 가정폭력범죄에 대하여 신고를 받은 사법경찰관리는 즉시 현장에 나가서 다음 각 호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

- 22 -
한다.69) 가해자인 남편은 집에 편하게 있고 피해자와 아이들만 불편한 보호
시설로 가야 한다면, 당장 다음날 직장으로 출근을 해야 한다거나 어린 자녀
의 등교 준비를 해야 할 때 집에 그대로 머무르는 선택을 하는 피해 여성이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70)

피해 여성이 이혼 절차를 밟거나 남편으로부터 도망치더라도 남편의 스토킹


에 시달리다 살해당하는 사건도 종종 일어난다. 2017년 11월 26일 한 여성이
남편에 의해 무참히 살해된 사건71)은 피학대 여성들에게는 남편에게서 벗어
나려고 시도를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보여준다. 피해자는 22세
여성이고 가해자는 24세 남성이었으며, 사건 당시 이 둘은 짧은 결혼생활을
마치고 이혼 조정 중에 있었다.72) 결혼생활 동안 가해자는 수시로 피해자의
목을 조르고 폭행을 하며 칼로 협박하는 등 상습적인 폭력을 가했으며, 피해
자가 이를 견디지 못해 집을 나와 이혼 절차를 밟자 가해자는 오히려 자살 협
박과 스토킹을 일삼았던 것으로 밝혀졌다.73) 사건 하루 전 피해자는 어린 딸
을 보러 갔다가 별거 중이었던 가해자로부터 성폭행을 당했고, 이후 현장에서
빠져나와 경찰에 신고했지만, 이 사실을 알고 집으로 쫓아온 남편에게 20여
차례 칼에 찔려 살해당했다.74) 영국 Women’s aid의 페미사이드(femicide)
인구조사는 2009년에서 2015년 사이 전·현 파트너로부터 살해당한 여성의
76%가 헤어진 후 1년 이내에 사망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75) 한

1. 폭력행위의 제지, 가정폭력행위자ㆍ피해자의 분리 및 범죄수사


2. 피해자를 가정폭력 관련 상담소 또는 보호시설로 인도(피해자가 동의한 경우만 해당한
다)
(이하 중략)
69) 김정욱, “가정폭력 피해자가 왜 집을 나가야 하나요”, 여성긴급전화 1366 부산센터,
http://www.busan1366.or.kr/bbs/board.php?bo_table=sub07_04&wr_id=13 (2017. 11. 16.).
70) 김정욱, 위의 게재 글(주69).
71) 박세미·손호영, 앞의 기사(주16).
72) 박세미·손호영, 위의 기사(주16).
73) 박세미·손호영, 위의 기사(주16).
74) 박세미·손호영, 위의 기사(주16).
75) Marwood, S., “The Femicide Census Report”, Women’s aid, https://www.womensaid.or
g.uk/femicide-census-published/ (2016.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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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 역시 2017년을 기준으로 지난 9년간 최소 824명의 여성이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되었으며, 살인미수를 포함하면 약 1,426명이라는 통계76)는
위의 사례와 더불어 피해 여성들이 실제로 경험하고 있는 공포는 생명의 위협
과도 관계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III. 가정폭력의 가해자

대검찰청 “2018 범죄분석”에 따르면, 2017년 총 858건의 살인범죄77)에서


살인 범죄자와 피해자의 관계를 살펴보았을 때 전체의 72.1%가 지인 관계였으
며 나머지 27.9%가 타인이었다.78) 지인 관계 살인범죄를 구체적으로 보면 친
족 관계가 전체의 27.6%로 가장 많았고, 이웃/지인(17.2%), 애인(10.4%), 친
구/직장동료(9.7%) 등이 순서대로 뒤를 이었다(<그림 4>).79) ‘친밀한 파트
너 폭력(intimate partner violence)’이라는 용어로 연인, 동거, 그리고
전·현 배우자 관계에서의 폭력을 모두 아울러 통계를 내고 분석하는 미국·
일본 등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연인 관계의 폭력을 주로 ‘데이트 폭력’으로
분류하며 부부 관계의 폭력은 따로 친족 관계의 폭력으로 분류하여 통계를 내
고 있다.80) 그렇기 때문에 위의 통계들에서도 부부 관계의 살인은 친족 관계
로 분류되어 포함되어 있다. 한국여성의전화에서는 이를 보완하여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를 분석했는데, 주로 남성은 여성이 헤어지자
고 요구하거나(35%) 다툼 과정에서 홧김에(23%) 살해하는 경우가 많았다(<표
9>).81)

76) 한국여성의전화, 앞의 보고서(주60), 4면.


77) 이때의 살인범죄는 살인 기수와 미수, 예비, 음모, 그리고 방조를 포함한다. 대검찰청,
“2018 범죄분석”, 대검찰청, 2018, 41면.
78) 대검찰청, 위의 보고서(주77), 44면.
79) 대검찰청, 위의 보고서(주77), 44면.
80) 박세미·손호영, 앞의 기사(주16).
81) 한국여성의전화, 위의 보고서(주6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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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살인 범죄자와 피해자의 관계

(자료: 대검찰청, “2018 범죄분석”, 대검찰청, 2018, 44면.)

<표 9> 2017년 언론에 보도된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 범행


동기에 따른 피해자 수
이혼·결별 다른
범행
을 홧김에, 남성과의
동기 성관계를
요구하거나 싸우다 관계에 자신을 언급
거부해서 기타 합계
재결합·만 가 대한 의심 무시해서 없음
범죄 (성폭력)
남을 우발적 등 이를
유형
거부해서 문제 삼아
살인 17 28 11 8 0 13 8 85
살인미수
49 15 13 8 3 2 13 103

누계 66 43 24 16 3 15 21 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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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율(%) 35 23 13 9 2 8 11 100

* 주변인 피해 제외
(자료: 한국여성의전화, “2017년 분노의 게이지: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게 살해당한 여성
통계 분석”, 한국여성의전화, 3면.)

2017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가정폭력 가해자의 특성을 분석한 결과, 여


성 피해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남성 가해자에 의한 폭력을 신체적, 정서적,
경제적, 그리고 성적 폭력이라는 네 개의 유형으로 분류했을 때, 기혼 남
성82)이 평생 배우자에게 네 가지 유형의 모든 폭력을 가하는 비율은 15.4%였
고, 신체적 및 성적의 두 유형의 폭력만을 가하는 비율은 6.1%였다.83) 배우
자 폭력 가해자의 특징을 살펴보면, 가해율은 연령이 높을수록,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났으며, 미취업 집단, 아동기에 가정폭력을 경
험한 집단, 그리고 배우자에게 통제 행동을 가한 적이 있는 집단에서 역시 가
해율이 유의미하게 높았다.84) 가정폭력 관련 인식에 따라서는 성 역할 태도
가 가부장적일수록 폭력 가해율이 높았고, 가정폭력에 대해 상대적으로 허용
적인 집단과 가정폭력 신고의향이 낮은 집단에서 역시 폭력 가해율이 높게 나
타났다.85) 2016년 기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가정폭력 관련 의식 수준
조사에 따르면, 모든 연령대와 교육수준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가부장적인 태
도와 가정폭력에 더 허용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86) 연인 간의
폭력에 관한 태도 역시 성별에 따른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되었는데, 남성의
경우 설문 문항에 조건을 달았을 때 폭력이 허용된다고 응답한 비율이 여성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았다.87) 조건에는 ‘여자가 맞을 만한 원인을 제공한 경

82) 만 19세 이상의 사실혼을 포함하는 기성 남성을 의미한다. 이인선·황정임·최지현·조윤


주, 앞의 보고서(주51), 3면.
83) 보고서에 의하면 가해자의 폭력 유형 통계에서 상호폭력 경험 응답자는 제외되었기 때문에
이때 가해자의 폭력 가해율은 축소 보고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인선·황정임·최지현·
조윤주, 위의 보고서(주51), 3면.
84) 이인선·황정임·최지현·조윤주, 위의 보고서(주51), 4면.
85) 이인선·황정임·최지현·조윤주, 위의 보고서(주51), 4면.
86) 이인선·황정임·최지현·조윤주, 위의 보고서(주51), 7면.
87) 홍영오·연성진·주승희, “여성 대상 폭력에 대한 연구: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을 중심
으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2015,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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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여자가 바람을 피운 경우’, ‘여자친구에 대한 남자의 사랑이 깊은
경우’ 등이 제공되었으며, 위와 같이 폭력을 정당화하는 문항에 대해서도 여
성에 비해 남성의 동의 정도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았다.88) 또한 ‘때
때로 남성은 여자친구를 폭행하는 것을 멈출 수 없을 때가 있다’거나 ‘여자
친구가 화가 나게 한다면 때리는 것을 참을 수 없을 때가 있다’ 등 남성의
폭력이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태도 역시 남성의 동의 정도가 여성보다 유의
미하게 더 높았다.89)

폭력을 주로 먼저 시작하는 쪽은 남성이다.90) 여성가족부 조사에 따르면


부부폭력 발생 시 먼저 폭력 행동을 시작하는 쪽이 ‘주로’ 또는 ‘항상’
남편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48.4%, 아내가 먼저 시작했다는 응답이 15.8%로,
많은 경우에서 남성이 먼저 폭력 행동을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가
정에서나 연인에게 폭력적인 남성은 이외의 일상적인 생활에서는 보통 남자들
과 다를 바 없이 평범한 사람들이다.91) 아내와 아이들을 살해한 후 주변 이
웃들을 인터뷰했을 때 ‘남들에게는 아주 친절하고 다정했던 사람이었으며 그
런 일을 저지를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는 답변을 했다는 기사와 뉴스
역시 종종 접해볼 수 있다.92) 다른 범죄유형의 범죄자들과 마찬가지로 가정
폭력 가해자 역시 겉모습이나 평소 행실로는 구별되지 않는다. 폭력적인 남성
이 정신적인 질환이나 장애가 있는 것도 드물기 때문에 오히려 정신적 결함으
로 폭력을 행사하는 남성의 범죄가 언론에서 관심을 받는 경향도 있다.93)
2005년에서 2014년까지 10년 동안의 연인 대상 범죄를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
면, 가해자가 범행을 저지를 당시 정신상태가 정상이었던 경우가 51%로 절반
정도였으며, 48.4%인 절반에 약간 미치지 못하는 비율로 주취 상태였고, 정신

88) 홍영오·연성진·주승희, 앞의 보고서(주87), 16면.


89) 홍영오·연성진·주승희, 위의 보고서(주87), 16면.
90) 이인선·장미혜·황정임·이미정·주재선·정수연, 앞의 보고서(주34), 106-107면.
91) 잭슨 카츠(신동숙 역), 『마초 패러독스: 여성폭력은 결국 남성의 문제다』, 갈마바람,
2017, 59면.
92) 잭슨 카츠(신동숙 역), 위의 책(주91), 59면.
93) 잭슨 카츠(신동숙 역), 위의 책(주91), 6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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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인 경우는 0.3%밖에 되지 않았다.94) 즉 정신질환의 유무로만 본다면 연
인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가해자의 대부분이 정상인 범주에 속하는 사
람들이다. 그리고 지난 10년간 연인 대상 범죄 가해자의 범행 동기는 우발적
인 경우가 54.9%로 가장 높았다는 점까지 종합해보면,95) 연인 대상 범죄 가
해자는 대부분 정상적인 사람들이며 주로 충동적으로 범행을 저지른다는 사실
을 알 수 있다. 이렇듯 가정폭력 가해자는 놀라울 정도로 정상이며96) 가족
내지 우리 사회 체계의 일원이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 여성은 다른 사람들에
게 너그럽고 다정하게 대하면서 자신에게만 가학적으로 대하는 남편을 보며
오히려 본인에게 잘못이 있는지를 찾기도 한다.97)

제3절 매 맞는 아내 증후군 이론 및 증상

I. 매 맞는 아내 증후군 이론

심리학에서 말하는 증후군이란 정신 이상 증상이 2개 이상으로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의미하며, 증후군은 특정한 정신병으로 분류되고 있지는 않
다.98) 증후군을 아는 것은 환자나 환자의 심리상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
다.99) 본 논문에서 다루고 있는 ‘매 맞는 아내 증후군(battered woman
syndrome, BWS)’ 역시 정신병으로 분류되고 있지 않은 하나의 증후군이며,
미국 정신의학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APA)에서 공식적으로 발
간되는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the Diagnostic and Statistical

94) 홍영오·연성진·주승희, 앞의 보고서(주87), 87면.


95) 홍영오·연성진·주승희, 위의 보고서(주87), 88-89면.
96) 잭슨 카츠(신동숙 역), 위의 책(주91), 60면.
97) 런디 밴크로프트(정미우 역), 『그 남자는 도대체 왜 그럴까: 화를 잘 내는 강압적인 남자
들의 내면세계』, 소울메이트, 2013, 111-112면.
98) Walker, L. E. A., & Shapiro, D. L., Introduction to Forensic Psychology, Kluwer
Academic/Plenum Publishers, 2003, p. 81.
99) Ibid., pp. 8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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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ual, DSM IV)”에도 실려있지 않다.100) BWS는 특정한 공포와 연관된 신호
(예컨대 폭행을 시작하기 전 남편의 표정, 눈빛, 또는 말투)에 민감하게 반응
하거나 두려움이 고조된다는 점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의 하위 범주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모든 BWS 여성이
PTSD 기준에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101) 한 연구는 폭력적인 관계에 있기 전과
후에는 피해 여성들의 정신적 건강이나 신체적 건강이 모두 좋아졌음을 보이
기도 했다.102) 피해 여성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은 가해자의 폭력 빈도와 강
도에 비례하여 악화되었으며, 정신적 건강은 특히 폭력에 대한 불안감에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103) 그러므로 BWS를 장기간 또는 영구히 지속되
는 정신병이 아닌 폭력적인 상황과 경험으로 발현되고,104) 그러한 조건이 사
라진 상황에서는 보통의 사람들과 다름이 없는 모습을 보이는 증후군의 일종
으로 보는 것이 맞다.

매 맞는 아내 증후군은 1979년 미국의 심리학자 Lenore Walker가 처음 공식


적으로 소개한 증후군으로, Walker는 BWS를 겪고 있는 여성들을 조사 및 연구
한 결과 다음과 같은 두 주요한 특징이 이 증후군과 연관이 있음을 발견했
다.105) 첫 번째는 ‘학습된 무력감(learned helplessness)’으로, Walker가
피학대 여성의 심리상태를 설명하기 위해 처음 도입한 개념이다.106) 매 맞는

100) Russell, B. L., Battered Woman Syndrome as a Legal Defense: History, Effectiveness
and Implications, McFarland, 2010, p. 6.
101) Walker, L. E., “Battered Woman Syndrome”, Psychiatric Times, http://www.psychiat
rictimes.com/trauma-and-violence/battered-woman-syndrome (2009, 7. 8.).
102) Follingstand, D. R., Brennan, A. F., Hause, E. S., Polek, D. S., & Rutledge, L.
L.. “Factors Moderating Physical and Psychological Symptoms of Battered Women”,
Journal of Family Violence, 6, 1991, p. 91.
103) Follingstand, D. R., Brennan, A. F., Hause, E. S., Polek, D. S., & Rutledge, L.
L.. supra note 102, pp. 91-92.
104) Ellsberg, M. C., Peña, R., Herrera, A., Liljestrand, J., & Winkvist, A., “ Wife
abuse among women of childbearing age in Nicaragua”, American journal of public
health, 89(2), 1999, p. 241.
105) Russell, B. L., supra note 100, p. 18.
106) Ib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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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증후군을 겪는 피학대 여성은 오랜 기간 지속된 폭력의 경험과 이를 벗
어나기 위한 자신의 시도가 좌절되었던 경험 등을 통해 가해자에 의한 폭력
상황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Walker는 자신의 연구에 참여
한 피학대 여성들이 모두 이 증상을 겪고 있음을 발견했는데,107) 이는 ‘왜
피해자가 가해자를 떠나지 않고 폭력을 견디고 있는지’에 대해 일반 사람들
이 갖는 의문을 설명해준다. 학습된 무력감 증세와 관련해서는 아래에서 BWS
여성의 심리상태를 다루며 더 자세히 설명하기로 한다.

두 번째 특징은 반복되는 ‘폭력의 사이클(cycle of violence)’이다.108)


Walker는 BWS 증세의 원인이 되는 가정폭력은 다음과 같은 3단계가 계속 반복
된다는 특징이 있음을 발견했다.109) 첫 번째 단계는 긴장이 고조되는 단계이
다.110) 이 단계에서는 폭력이 시작되기 전 심하지 않은 정도의 신체적·언어
적 폭력이 이루어진다.111) 두 번째 단계는 폭력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지는 단
계이다.112) 첫 번째 단계의 긴장이 점점 고조되며 심한 정도의 폭행이 시작되
며 피해자는 두려움과 위협 등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113) 마지막 단계인 세
번째 단계에서는 가해자가 폭력에 대해 사과를 하거나 뉘우침 또는 피해자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등의 행동이 이어지며,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친절하게
대하며 다시는 폭력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을 하고 선물을 주기도 한
다.114) Walker는 위의 이론을 발표한 이후, 세 번째 단계에서 가해자가 피해
자에게 위와 같이 다정하게 대하거나 사과를 하지 않으며 단지 긴장 또는 폭
력이 없는 경우와 긴장 또는 폭력이 계속 유지되거나 더 높은 정도에 다다르

107) Ibid.
108) Ibid.
109) Ibid.
110) Walker, L. E. A., The Battered Woman Syndrome(4th ed.), Springer Publishing
Company, 2017, p. 94, Available at http://search.ebscohost.com/login.aspx?direct=tru
e&db=e000xww&AN=1398434&lang=ko&site=ehost-live.
111) Ibid., p. 97.
112) Ibid.
113) Ibid.
114) Ibid., p.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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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경우도 있다고 이론을 다소 수정했다.115) 그리고 후자의 경우에는 피해자
의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에 이르기도 한다.116) 이와 같은 폭력의 사이클 각
단계에서의 폭력의 위험 정도는 아래의 그림에서 설명된다.

<그림 5> 폭력의 사이클 각 단계에서 폭력의 위험 정도

(자료: Walker, L. E. A., The Battered Woman Syndrome(4th ed.), Springer Publishing
Company, 2017, p.96, Available at http://search.ebscohost.com/login.aspx?direct=true&db
=e000xww&AN=1398434&lang=ko&site=ehost-live).

<그림 5>는 폭력의 사이클 1단계에서 3단계까지의 폭력에 의한 실제 위험의


정도를 보여준다. <그림 5>를 통해 주로 실질적인 폭력이 이루어지는 두 번째
단계에서 위험의 정도가 가장 높음을 알 수 있으며, 피해자 역시 이때 실질적
으로 가장 큰 위협과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그림 5>에

115) Walker, L. E. A., supra note 110, p. 98.


116) Ib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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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의 B 유형과 같이 폭력의 위험이 전혀 없거나 A와 C 유형과 같이 오히려 가
해자가 피해자에게 잘해주는 행동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D 유형에서처럼
폭력의 위험이나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긴장감이 그대로 남아 있는 형태를
보이기도 한다.117) 높은 비율의 트라우마 증상, 낮은 자존감, 그리고 ‘기이
한 애착(paradoxical attachment)’은 BWS 증세를 보이는 피학대 여성에게 주
로 나타나는 세 가지 특징이다.118) 다음에서 이와 같은 BWS 증세에 따르는 심
리적 특징을 자세히 알아보기로 한다.

II. 매 맞는 아내 증후군 여성의 심리상태

1. 트라우마 증상

BWS 여성은 강한 트라우마 증상을 보이는데, 강한 트라우마 증상은 주로 높


은 불안감, 해리성 증상, 우울감, 그리고 수면 장애 등을 수반한다.119) 배우
자 폭력을 경험한 여성들은 그렇지 않은 여성들에 비해 정신 건강도가 현저히
떨어졌으며, 최근에 폭력을 경험한 여성일수록 PTSD, 우울증, 수면 장애 등과
같이 정신 건강에 더 심각한 이상 증세를 보였다.120) 이러한 피해 여성의 정

117) Walker, L. E. A., supra note 110, p. 98.


118) Dutton, D. G., & Painter, S., “The Battered Woman Syndrome: Effects of Severity
and Intermittency of Abuse”. American Journal of Orthopsychiatry, 63(4), 1993, p.
620.
119) Ibid.
120) Bonomi, A. E., Thompson, R. S., Anderson, M., Reid, R. J., Carrell, D., Dimer, J.
A., & Rivara, F. P., “Intimate Partner Violence and Women’s Physical, Mental, and
Social Functioning”, American Journal of Preventive Medicine, 30(6), 2006, pp.
458-466; Coker, A. L., Smith, P. H., & Fadden, M. K., “Intimate Partner Violence and
Disabilities among Women Attending Family Practice Clinics”, Journal of Women’s
Health, 14(9), 2005, pp. 829-836; Wong, J., & Mellor, D., “Intimate Partner Violence
and Women's Health and Wellbeing: Impacts, Risk Factors and Responses”,
Contemporary Nurse, 46(2), 2014, pp. 170-179; 김영윤. “배우자 폭력을 경험한 여성의
뇌 연구”, 「한국심리학회지: 여성」, 19(4), 2014, 385-4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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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건강 문제는 배우자의 폭력 또는 학대의 강도와 기간에 영향을 받는 것으
로 보고되었다.121)

2. 두려움

피해 여성은 폭력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보다는 소극적인 대응을 하는 비율


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122) 배우자의 폭력에 대한 대응으로 ‘그냥 있었
다’는 응답 비율이 41%로 가장 높았으며, ‘자리를 피하거나 집 밖으로 피했
다’가 33.5%로 그 뒤를 이었고,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대응으로 보이는 ‘함
께 폭력을 행사하거나 주위에 도움을 요청했다’는 응답은 25.5%였다.123) 특
히 배우자가 높은 통제 행동을 보일수록 ‘그냥 있었다’는 소극적인 대응의
비율이 높았다.124) 그렇다면 왜 가정폭력 피학대 여성의 대부분이 남편의 폭
력에 경찰에 신고하거나 남편과 이혼을 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는
것일까? 캐나다에서 진행된 조사에서는 배우자로부터 신체적으로 학대를 당한
여성의 3분의 1이 폭력에 따르는 생명의 위협으로 두려움을 느낀다고 답했
다.125) 보통 사람들은 신체적인 폭력 보다 정신적인 폭력을 가볍게 여기는 경
향이 있지만, 정신적 폭력에 따른 고통은 신체적인 고통보다 결코 덜 하지 않
다. 실제로 여러 나라에서 질적 연구(qualitative studies)를 진행한 결과,
일부 여성은 신체적인 폭력 보다 정신적인 폭력 또는 수모감을 느끼는 것이
더욱 견디기 힘들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126) 또한, “2016년 가정폭력 실

121) Cascardi, M., O’Leary, K. D., & Schlee, K. A., “Co-occurrence and Correlates of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and Major Depression in Physically Abused Women”,
Journal of Family Violence, 14(3), 1999, pp. 227-249; Golding, J. M., “Intimate
Partner Violence as a Risk Factor for Mental Disorders: A Meta-Analysis”, Journal of
Family Violence, 14(2), 1999, pp. 99-132.
122) 이인선·황정임·최지현·조윤주, 앞의 보고서(주51), 5면.
123) 이인선·황정임·최지현·조윤주, 위의 보고서(주51), 5면.
124) 이인선·황정임·최지현·조윤주, 위의 보고서(주51), 5면.
125) Krug, E. G., Dahlberg, L. L., Mercy, J. A., Zwi, A. B., & Lozano, R., supra note
42, p. 93.
126) Ib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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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사 연구”에 따르면, 가정폭력 피해 여성의 45.1%가 배우자의 폭력으로
인한 위협감 또는 공포감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127) 대부분 학대의 경험에는
두려움이 수반되며, 폭력에 수반하는 충격과 두려움은 시간이 지날수록 축적
되고 더욱 커진다.128) 그렇기 때문에 첫 번째 폭력으로 인한 두려움의 크기와
스무 번째의 폭력에 대한 두려움의 크기는 다를 수밖에 없다.129)

3. 학습된 무력감(Learned Helplessness)

배우자 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 여성 응답자의 43.4%가 폭력에 따


른 정신적 고통을 경험했다고 답했고, 남성 응답자는 18.9%가 정신적 고통을
경험했다고 답하여 여성이 남성에 비해 정신적 고통 경험의 비율이 높은 것으
로 나타났다.130) 그리고 정신적 고통을 경험했다는 여성 응답자의 64.5%가
‘자신에 대한 실망, 무력감, 자아상실’등을 경험했다고 답했다.131) ‘학습
된 무력감(learned helplessness)’은 Walker가 BWS 증상의 하나로 소개한 개
념으로, 왜 피해 여성이 가해 남성을 떠나지 못하는가를 설명해준다. 학습된
무력감은 어떠한 괴롭거나 충격적이었던 상황에서 자력으로 벗어나지 못했던
이전의 경험으로 이후의 유사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자신의 힘으로 벗어날 수
없다고 예단하고 벗어날 시도조차 하지 않는 현상을 의미한다.132) 학습된 무
력감은 동물 실험을 포함한 여러 실험에서도 증명된 바 있다. 예컨대, 한 연
구에서 처음의 전기충격에서 자력으로 탈출할 수 있는 조건에 놓였던 개는 이
후의 전기충격에서도 성공적으로 탈출할 수 있었지만, 처음 전기충격에서 탈
출 불가능한 조건에 놓였던 개는 이후 탈출이 가능함에도 불가능하고 시도조

127)이인선·장미혜·황정임·이미정·주재선·정수연, 앞의 보고서(주34), 98면.


128)런디 밴크로프트(정미우 역), 앞의 책(주 97), 391면.
129)런디 밴크로프트(정미우 역), 위의 책(주 97), 391면.
130)이인선·장미혜·황정임·이미정·주재선·정수연, 위의 보고서(주34), 96면.
131)이인선·장미혜·황정임·이미정·주재선·정수연, 위의 보고서(주34), 97면.
132)LaViolette, A. D., & Barnett, O. W., It Could Happen to Anyone: Why Battered Women
stay(2nd ed.), Sage Publications, Inc., 2000, p. 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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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하지 않은 채 그대로 전기충격을 받았다.133) 또한, 처음 시도에서 낱말 퍼
즐을 쉽게 풀 수 있었던 조건의 대학생들은 다음 시도에서 점점 퍼즐을 푸는
속도가 빨라졌지만, 처음 시도에서 낱말 퍼즐을 푸는 것이 어려웠던 조건의
대학생들은 이후 쉬운 퍼즐에서도 해결하기까지의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고
한다.134)

학습된 무력감은 충격적이었고 두려웠던 배우자의 폭력을 기억하고 있는 피


해 여성이 남편과의 관계에서 벗어나는 것을 어렵게 하는 주요 원인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Seligman은 학습된 무력감의 특징을 ① 동기 부여에 문제가 있
고(motivational impairment/passivity), ② 문제 해결 능력 또는 인지 능력
의 부족(poor problem-solving ability/ cognitive deficits), 그리고 ③ 무
력감, 좌절감, 우울감 등과 같은 정서적 트라우마, 이 세 가지로 꼽는다.135)
이러한 학습된 무력감 특징을 Waker가 처음으로 BWS 증상과 연결하여 이론화
했으며, Walker와 Hendricks-Matthews는 학습된 무력감이 피해 여성이 폭력의
귀책을 자신에게 둠으로써 관계를 끝내지 못하게 한다는 점을 소개했다.136)
BWS 여성은 남편의 폭력을 자신이 유발한 것처럼 본인의 귀책으로 돌리는 경
향이 높다는 것이다.137) 이처럼 남편에 의한 폭력의 충격적인 경험과 그때의
무력했던 본인에 대한 기억은 피해자가 이후의 폭력에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하
거나 피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133) Maier, S. F., & Seligman, M. E., “Learned helplessness: Theory and evidence”,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 105(1), 1976, p. 4.
134) Miller, W. R., & Seligman, M. E., “Depression and Learned Helplessness in Man”,
Journal of Abnormal Psychology, 84(3), 1975, pp. 235-236; Maier, S. F., & Seligman,
M. E., supra note 133, p. 4.
135) Miller, W. R., & Seligman, M. E., supra note 134, pp. 228-238; Maier, S. F., &
Seligman, M. E., supra note 133, pp. 3-46.
136) LaViolette, A. D., & Barnett, O. W., supra note 132, p. 129.
137) Ib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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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외상성 애착(Traumatic Bonding)

피학대 여성이 가해 남성을 떠나지 못하는 주요 원인이자 증상 중 하나는


‘외상성 애착(traumatic bonding)’이며, 인질이 납치범에게 공감하고 긍정
적인 감정을 갖다가 심지어 감정적으로 의존까지 하게 되는 ‘스톡홀름 증후
군’ 역시 이러한 외상성 애착의 하나이다.138) 가해 남성이 폭력 후 아내에게
친절하게 대하곤 하는 순환적인 특징 역시 피해 여성이 남편에게 더욱 의존하
고 사랑을 느끼게 한다.139) 이와 같은 ‘기이한 애착(paradoxical
attachment)’에는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종속되어있다는 ‘힘의 불균형(power
imbalance)’과 가해자의 폭력이 간헐적으로 일어난다는 ‘폭력의 간헐성
(intermittency of abuse)’이라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140) 가해자의 힘 또
는 권력이 피해자의 그것보다 강하며 가해자의 폭력이 간헐적일 때 피해자는
가해자의 관점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하는 경향
이 있다.141) 그리고 이러한 경향이 강해질수록 피해자는 모순적으로 자기 자
신을 보호하기 위해 더욱 가해자에게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며 강한 정서적 유
대감을 느끼기도 한다.142) 이러한 애착 현상은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종속되어
있는 정도가 강할수록, 그리고 가해자 또는 가해자의 폭력을 벗어날 수 없다
고 느끼는 무력감이 강할수록 강하게 나타난다.143) 기이한 애착의 형성은 폭
력적인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거나 동물 실험을 통한 연구
결과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144) 가정폭력의 특성상 가해자와 피해자의 힘의
차이를 수반하고 폭력이 가해지는 시기와 비폭력 시기가 순환된다는 점 역시
BWS 여성에게 외상성 애착이 발생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138) 런디 밴크로프트(정미우 역), 앞의 책(주 97), 300면.


139) Dutton, D. G., & Painter, S., “Emotional Attachments in Abusive Relationships: A
Test of Traumatic Bonding Theory”, Violence and Victims, 8(2), 1993, p. 106.
140) Ibid., pp. 106-107.
141) Ibid., p. 107.
142) Ibid.
143) Ibid., p. 106.
144) Ib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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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학습된 희망(Learned Hopefulness)

‘학습된 희망(learned hopefulness)’은 많은 가정폭력 피학대 여성들이


신혼에 다정했던 남편의 태도를 상상하며 지금은 폭력적이지만 다시 친절했던
그 사람으로 변할 것이라는 희망을 갖는 것을 의미하는 용어이다.145) 학습된
희망은 피학대 여성들이 가학적인 남편과 다시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
각으로 관계를 유지하도록 한다.146) ‘아내의 내조’로 표현되는 성공한 남편
뒤에는 아내의 노력이 있었다는 사회적인 통념 역시 여성들에게 자신이 더 잘
한다면 남편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하는 경향이 있다.147) 이
러한 희망은 피학대 여성이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으로부터 도망을 가더라도
다시 남편이 있는 집으로 돌아오게 한다.148) Pagelow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 보호소에 머물렀던 피학대 경험이 있는 여성의 73%가 다시 가해자인 남편
에게 돌아갔는데, 그들은 남편이 바뀔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고 한
다.149) ‘심리적인 덫(psychological entrapment)’이라는 용어는 가정폭력
피학대 여성들이 남편과의 관계와 가정에 시간과 노력 등의 자원을 많이 투자
했을수록 관계를 정리하지 못하고 개선해보려 하는 경향을 설명해준다.150) 기
혼여성이 남편의 폭력에 직면했을 때 남편과의 관계를 이루고 유지 시키기까
지 자신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투자 비용이 당시 시점에서 관계를 끝내버리는
것보다 크다고 느낄 때, 다시 그와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을 한다는 것
이다.151) 이러한 희망에는 피학대 여성이 가해 남성이 정말 변할 것이라고 믿
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가해 남성이, 그리고 그 관계가 변하지 않을

145) LaViolette, A. D., & Barnett, O. W., supra note 132, p. 33.
146) Ibid.
147) Ibid.
148) Dutton, D. G., & Painter, S., supra note 139, p. 109.
149) LaViolette, A. D., & Barnett, O. W., supra note 132, p. 33.
150) Katz, J., Tirone, V., & Schukrafft, M., “Breaking up Is Hard to Do: Psychological
Entrapment and Women's Commitment to Violent Dating Relationships”, Violence and
Victims, 27(4), 2012, p. 455.
151)Ibid., p. 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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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변화를 원하기 때문에 믿으려 하는 심리적 상태도
포함된다.152)

6. 뇌 과학적 측면

양전자 단층촬영(positron emission tomography, PET)은 뇌의 편도체 부위


가 공포 조건화153)와 크게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준다.154) 편도체는 정서적 행
동, 특히 불안과 조건화된 공포와 크게 관련되어 있으며,155) PTSD와 같이 반
복되는 트라우마 증상이나 특정한 자극은 편도체 부분을 변화시키기도 하는
데,156)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자극은 편도체를 과활성화한다.157) 편도체가
과활성화되면 정서 반응이 과도하게 나타나며 인지적으로 정서를 조절하는 것
에 실패하게 된다.158) 그렇기 때문에 트라우마를 불러일으키는 자극에 노출되
었을 때 그 자극을 과도하게 평가함으로써 트라우마로 인한 과잉 반응을 일으

152) LaViolette, A. D., & Barnett, O. W., supra note 132, p. 33.
153) 공포 조건화는 피험자에게 공포감을 일으키지 않았던 중립적인 사물 또는 생물체를 피험
자에게 공포감을 유도하게끔 만드는 고전적 조건화(classical conditioning) 실험의 한 종
류이다. 공포 조건화는 심리학자 Watson의 “어린 알버트 실험(Little Albert
experiment)”로 잘 알려져 있는데, Watson이 이 실험에서 약 9개월이 안 된 알버트에게 그
가 싫어하는 큰 소리와 그가 무서워하지 않는 흰 쥐를 반복적으로 제시한 결과 알버트가 흰
쥐를 무서워하게 되었다. Beck, H. P., Levinson, S., & Irons, G., “Finding Little
Albert: A Journey to John B. Watson’s Infant Laboratory”, American Psychologist,
64(7), 2009, p. 606.
154) LaViolette, A. D., & Barnett, O. W., supra note 132, p. 99.
155) Killcross, S., Robbins, T. W., & Everitt, B. J., “Different Types of
Fear-Conditioned Behaviour Mediated by Separate Nuclei Within Amygdala”, Nature,
388(6640), 1997, p. 377; McKernan, M. G., & Shinnick-Gallagher, P., “Fear
Conditioning Induces a Lasting Potentiation of Synaptic Currents in Vitro”. Nature,
90(6660), 1997, p. 607.
156) Killcross, S., Robbins, T. W., & Everitt, B. J., supra note 155, p. 380.
157) Rauch, S. L., Whalen, P. J., Shin, L. M., McInerney, S. C., Macklin, M. L., Lasko,
N. B., Orr, S. P., & Pitman, R. K., “Exaggerated Amygdala Response to Masked Facial
Stimuli in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A Functional MRI Study”, Biological
Psychiatry, 47(9), 2000, pp. 769-775.
158) Aupperle, R. L., Melrose, A. J., Stein, M. B., & Paulus, M. P., “Executive
Function and PTSD: Disengaging from Trauma”, Neuropharmacology, 62(2), 2012, pp.
689-690.

- 38 -
킨다.159) 이뿐만 아니라 가정폭력 피학대 여성들과 정상 여성들 대조군을 MRI
검사로 비교한 결과, 피학대 여성들의 전두엽의 부피가 더 작아져 있었거
나160) 전두엽의 기능이 손상되어 있었다는161) 연구 결과도 있다. 전두엽은 합
리적인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뇌 부위로 잘 알려져 있다.162) 즉 배우자 폭력의
피해 여성이 장기적이고 반복되는 폭력으로 인한 불안과 공포감으로 편도체와
전두엽 기능에 이상이 생기게 되면 폭력 자극 조건에 심한 고통 반응을 보이
며, 이로 인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어려워지거나 통제능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163) 이와 같은 뇌과학적 연구 결과는 아래의 제4절에서 살펴볼 배우자를
살해하기까지 이르는 피학대 여성의 심리와 행동을 보다 이해하기 쉽게 도와
준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가정폭력 피학대 여성이 보이는 종합적인 증세 또


는 특징을 일컬어 ‘매 맞는 아내 증후군(BWS)’이라고 한다. BWS는 위에서
열거한 모든 증상이 나타나야 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피해 여성에게 일부
증상만 나타날 수도 있다. 물론 모든 피학대 여성들이 위와 같은 심리적 상태
또는 뇌 기능적인 특정 상태로 인하여 배우자의 폭력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혼자서만 감당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피학대 여성의 43%가 가족에게
폭력 사실을 이야기했고 23%가 친구나 이웃에게 이를 이야기했으며, 70%는 경
찰이나, 의학 기관, 또는 상담가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164) 또
한, 폭력을 경험한 후 가해 남성과 이혼을 하는 피해 여성들도 있다. 그러나
피해 여성이 가해 남성에게 경제적으로 종속되어 있거나 자녀가 있거나165) 또

159) Aupperle, R. L., Melrose, A. J., Stein, M. B., & Paulus, M. P., supra note 158, p.
691.
160) 김영윤, 앞의 논문(주120), 391면.
161) Aupperle, R. L., Melrose, A. J., Stein, M. B., & Paulus, M. P., supra note 158, p.
691.
162) 김영윤, 위의 논문(주120), 396면.
163) 김영윤, 위의 논문(주120), 396면.
164) Johnson, M. P., A Typology of Domestic Violence: Intimate Terrorism, Violent
Resistance, and Situational Couple Violence, Northeastern University Press, 2008, p.
51.

- 39 -
는 남성에게 헤어짐에 따른 위협을 받는 경우에는 이혼이 쉽지만은 않다.166)
특히 “안전이별”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난 것처럼 남성과 헤어지려고 할 때
겪게 되는 협박과 생명에 대한 위협은 피해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167)

제4절 남편을 살해하기에 이르기까지

남성과 여성의 살인은 많은 부분에서 다르다. 대부분의 살인범죄는 남성에


의한 것이며, 남성 살인범은 주로 지인이나 낯선 사람을 살인의 대상으로 한
다.168) 그러나 여성 살인범의 비율은 남성 살인범의 비율보다 극히 적으며,
여성에 의한 살인범죄 대부분이 남성 파트너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169), 그리
고 남성의 폭력이 시작되기 직전이거나 진행 중, 또는 끝난 직후 비계획적인
충동에서 이루어진다는 점170)에서 여성의 살인과 남성의 살인에는 차이가 있
다. Straus의 여성 살인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여성의 살인범은 남성 살인범
의 14%에 지나지 않으며171) 여성이 낯선 사람을 살해하는 경우는 남성이 낯선
사람을 살해하는 사례의 20%에 미치지 않는다.172) 그러나 Straus에 의하면,
여성이 남성 파트너를 살해하는 경우는 남성이 파트너를 살해하는 사례의 56%

165) 자녀가 있을 때 이혼을 망설이게 되는 이유에는 주로 양육권이 남편에게 넘어가는 것을


원하지 않거나 경제력이 없어 아이를 키울 수 없을 때, 또는 자녀를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
도록 하고 싶지 않은 경우 등이 있다. Johnson, M. P., supra note 164, p. 54.
166) Johnson, M. P., supra note 164, p. 54.
167) 유선희, “전 배우자·연인의 잔혹살인…‘안전이별’은 어떻게”, 한겨레, 2018. 10.
28. (http://www.hani.co.kr/arti/society/women/867632.html, 최종검색일: 2019. 1.
19.).
168) Browne, A., & Williams, K. R., “Exploring the Effect of Resource Availability and
the Likelihood of Female-Perpetrated Homicides”, Law & Society Review, 23(1), 1989,
pp. 75-76.
169) Browne, A., & Williams, K. R., supra note 168, pp. 75-76.
170) Browne, A., When Battered Women Kill, Free Press, 1987, p. 135.
171) Straus, M. A., “Women’s Violence Toward Men Is a Serious Social Problem”, in
Loseke, D. R., Gelles, R. J., & Cavanaugh, M. M., Current Controversies on Family
Violence(2nd Edition), Sage Publications, 2005, p. 60.
172) Straus, M. A., supra note 171, P.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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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62%까지 된다.173) 미국의 FBI(Federal Bureau of Investigation) 통계
자료에 따르더라도 ‘친밀한 파트너 관계 내에서 발생한 살해사건’에서 남성
이 가해자인 경우가 그 반대의 경우보다 비율이 높다. 2017년 미국에서 일어
난 살인사건 피해자 15,129명을 대상으로 가해자와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부
부 관계에서는 피해자가 아내인 경우가 549건, 남편인 경우가 110건이었으며,
연인 관계에서는 피해자가 여자친구인 경우가 488건, 남자친구인 경우가 181
건이었다.174) 이렇듯 보통 살해 범죄는 물론이고 부부 관계에서나 연인 관계
에서 가해자는 남성의 비율이 훨씬 높으며 여성이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남성
의 경우보다 많다. 그렇다면 왜 그리고 언제 여성은 남성 파트너를 살해하게
되는 걸까?

Straus는 그의 연구에서 여성 살인은 남성 살인에 비해 친밀한 관계에 있는


파트너를 살해하는 비율이 높으며, 피학대 여성은 가정폭력의 수위가 점점 높
아지면서 본인이 느끼는 위험이 죽음에 이를 정도에 다다랐을 때 주로 남편을
살해하게 된다고 밝히고 있다.175) 많은 연구 결과들이 이와 같은 여성의 파트
너 살인이 수년간의 학대로 인한 방어, 보복, 또는 살기 위한 필사적인 행위
(acts of desperation)의 결과임을 보여주고 있다.176) 남편을 살해한 여성의
다수가 남편으로부터 폭력을 당했으며,177) 자신 또는 자식을 지키기 위해 남

173) Ibid.
174) FBI, “Crime in the United States 2017”, FBI, https://ucr.fbi.gov/crime-in-the-u.
s/2017/crime-in-the-u.s.-2017/tables/expanded-homicide-data-table-10.xls (2019. 2.
9. 확인).
175) Straus, M. A., supra note 171, pp.62-64; Russell, B. L., supra note 100, p. 17.
176) Daniel, A. E., & Harris, P. W., “Female Homicide Offenders Referred for Pre-Trial
Psychiatric Examination: A Descriptive Study”, Bulletin of the American Academy of
Psychiatry and the Law, 10(4), 1982, pp. 267-268; Wilbanks, W., “The Female Homicide
Offender in Dade County, Florida”, Criminal Justice Review, 8(2), 1983, pp. 9-14;
Browne, A., & Williams, K. R., supra note 168, p. 76; Jurik, N. C., & Winn, R.,
“Gender and Homicide: A Comparison of Men and Women Who Kill”, Violence and
Victims, 5(4), 1990, pp. 227-242; Maguigan, H., “Battered Women and Self-Defense:
Myths and Misconceptions in Current Reform Proposals”, University of Pennsylvania
Law Review, 140(2), 1991, pp. 379-486; Russell, B. L., supra note 100, p. 17.
177) Browne, A., & Williams, K. R., supra note 168, p.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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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을 살해한 경우가 많았다.178) 또한, 남편을 살해한 여성들은 가정폭력 피해
여성 중에서도 심각한 편에 속하는 구타를 당했고, 도구를 사용한 폭력을 더
많이 당했으며, 그 결과 신체적 상해도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179) 남편
살해라는 결과는 가해 여성보다는 남편의 폭력과 학대와 관련되어 있다는 연
구 결과도 있다. 남편을 살해한 여성 그룹과 그렇지 않은 여성들로 구성된 대
조 그룹을 비교한 결과, 남편살해 가능성은 여성의 개인적·성격적 특징보다
는 남편의 폭력 정도와 비율과 비례하여 높아지는 것이 밝혀졌다.180) 남편을
살해한 여성 그룹은 ‘그대로 있다가는 죽을지도 모르고 남편을 떠난다면 보
복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무력감에 압도된 절박한 상황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었다’고 응답했다.181) 그리고 남편의 폭력을 오랫동안 경험한
결과, 본인뿐만이 아니라 다른 가족들, 특히 자녀의 안전 역시 위험하다고 판
단했기 때문에 그러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응답 역시 다수였다.182) 배
우자를 살해한 피학대 여성은 다른 범죄로 수감된 여성 수형자들과 비교했을
때 전과가 더 적었으며 폭력성이 더 낮았다는 연구 결과도 위의 내용을 지지
한다.183) 이처럼 여성 살인의 특징은 주로 장기간에 걸친 피학대의 결과인 경
우가 대부분이며 주로 죽음의 위협으로부터 자신 또는 다른 가족들을 보호하
기 위한 행동이라는 점에서 남성의 살해 범죄와 상당히 다름을 알 수 있다.

2004년 청주여자교도소에 수감된 수형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531


명의 수형자 중 133명이 남편살해로 수형 생활을 하고 있었으며, 이 중 82.9%

178) Ibid.
179) O’Keefe, M., “Incarcerated Battered Women: A Comparison of Battered Women Who
Killed Their Abusers and Those Incarcerated for Other Offenses”, Journal of Family
Violence, 12(1), 1997, pp. 1-19; O’Keefe, M.,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Among
Incarcerated Battered Women: A Comparison of Battered Women Who Killed Their Abusers
and Those Incarcerated for Other Offenses”, Journal of Traumatic Stress, 11(1),
1998, pp. 71-85; 이수정·서진환, “배우자 살인으로 수감 중인 가정폭력피해 여성의 면책
사유와 관련될 심리특성에 관한 연구”. 「여성연구」, 69, 2005, 96면.
180) Browne, A., supra note 170, p. 127.
181) Ibid.
182) Ibid., p. 135.
183) O’Keefe, M., supra note 179, pp.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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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남편으로부터 피학대 경험이 있다고 보고했으며,184) 44.5%는 범행 동기를
남편의 학대에 응답한 것이라고 답했다.185) 이와 같은 우리나라의 조사 결과
역시 전술한 외국의 연구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186) 피학대 여성은
학습된 무력감 또는 가해자를 사랑한다는 잘못된 믿음으로 인해 가해자를 떠
나지 않고 학대를 장기간 견디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반복된 생명의
위협이 극에 달했을 때 또는 가해자가 자녀 또는 여성의 친정 가족을 해치겠
다는 위협을 했을 때, 그가 실제로 그럴 것이라는 확신에 살기 위해서 그리고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서 가해자를 살해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BWS 증상
이 있는 피학대 여성의 살해 행위는 범행이라는 결과에 앞서 살인이라는 선택
을 할 수밖에 없었던 여성의 심리상태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피학
대 여성이 남편을 살해하기에 이르렀을 때, 이는 순간적인 분노나 가해자에
의한 극심한 자극 또는 도발의 결과인 경우가 많다.187) 이때 피학대 여성은
정신적인 결함에 의한 살인이라기보다는 여성이 처해있던 상황, 즉 장기간의
신체적·정신적 고통과 남편의 폭력으로 인한 생명의 위협 앞에서 느낀 두려
움 등이 극대화되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살인을 선택한 것이다.188) 이
와 같은 이유에서 가정폭력 피학대 여성의 살인은 보통 살인과는 다르다고 보
아야 한다.

배우자 살해사건 판례를 보면 남편이 가해자인 경우 대부분이 ‘폭행치사’


로 판결이 나지만, 아내가 가해자인 경우는 80%가량이 ‘살인’으로 판결이
난다.189) 남편의 아내 살인은 대부분 말다툼 중 격분하여 폭행하다가 살해하
는 경우가 많지만, 아내의 남편 살인은 대부분 힘의 차이로 인하여 폭행을 당
하지 않는 상황에서 당장 눈에 띄거나 미리 준비해둔 흉기로 죽이는 사례가

184) 이수정·서진환, 앞의 논문(주179), 94면.


185) 이수정·서진환, 위의 논문(주179), 94면.
186) 이수정·서진환, 위의 논문(주179), 94면.
187) Russell, B. L., supra note 100, p. 17.
188) Ibid., pp. 128-130.
189) 유선희, 앞의 기사(주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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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기 때문이다.190) 이처럼 가정폭력 피학대 여성의 남편살해는 장기간 반복되
는 가정폭력을 무력하게 견디다가 어떤 순간을 계기로 더는 가정폭력을 당할
수 없다고 생각하거나 두려움에 압도되어 이미 침해가 종료된 상태, 즉 무력
한 상태의 남편을 공격하여 폭력에서 벗어나려 할 때 발생한다는 특징이 있
다. 그러나 이와 같은 특징이 고려되지 않고 아내를 살해한 남편이 주로 폭행
치사로 처벌받는 것에 비하여 남편을 살해한 아내는 대부분 살인죄로 처벌을
받는다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191)

그러나 법원은 이와 같은 특징을 이해하려 하거나 중요하게 검토하지 않고 정


당방위가 ‘현재의 부당한 침해행위에 대한 방위행위’라는 측면에서 범행 당
시를 기준으로 피고인에 대한 침해행위가 있었는지를 살펴 정당방위 성립을
판단하기 때문에 가정폭력 피학대 여성의 남편 살인사건에서 정당방위를 인정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절대적 힘에서부터 차이가 있는 폭력에 장기간 노출
된 피해자에게 과연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방위행위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192)

제5절 소결

전 세계적으로 가정폭력 범죄의 피해자는 대부분이 여성이며,193) 이는 우리


나라에서도 다르지 않다. 가정폭력의 특징은 상습적이고 반복된다는 것인데,
피해 여성 혼자서 반복되는 ‘폭력의 덫’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경찰에
신고해도 ‘가정사’라며 개입하지 않거나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경우
가 대부분이다.194) 폭력의 정도가 심각해도 가해자가 상담을 받겠다고 나서면

190) 유선희, 위의 기사(주167).


191) 박근영, “여성이 죽이면 절반은 남편”, 시사IN, 2008. 1. 28. (https://www.sisain.co.
kr/?mod=news&act=articleView&idxno=1139, 최종검색일: 2019. 1. 19.).
192) 이수정, “검찰 대상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 안내”, 한국여성인권진흥원, 2017, 28면.
193) Krug, E. G., Dahlberg, L. L., Mercy, J. A., Zwi, A. B., & Lozano, R., supra note
42, pp. 8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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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가 유예되고, 기소되더라도 법원은 주로 보호처분이나 집행유예를 선고한
다.195) 가해자가 접근금지 명령을 어기더라도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만 물면
끝난다.196) 보통 사람들은 피해 여성에게 ‘왜 남편과 헤어지지 않았느냐’라
거나 ‘왜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느냐’라고 묻는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
본 2018년 ‘등촌동 살인사건’과 같이 남편이 있는 집을 떠나거나 헤어지려
고 시도하더라도 스토킹을 당하고 폭행을 당하며 심지어 살해까지 당하는 등
폭력적인 남편에게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피해 여성의 가족과 주변
인들 역시 이러한 위험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197)

폭력적인 남편과 헤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위와 같은 상황적인 요인에 더하


여 심리적·정신적 요인과도 관련이 있다. Walker는 ‘매 맞는 아내 증후군
(BWS)’이라는 이름으로 피학대 여성들의 심리적·정신적 상태를 이론화했다.
BWS 여성은 배우자의 반복되는 ‘폭력의 사이클’198)에서 BWS 증상인 ‘학습
된 무력감’이나 두려움 등의 감정으로 남편과 헤어지려는 시도조차 힘든 상
태에 있기도 하다.199) 피학대 여성이 남편을 살해하는 경우는 주로 상습적인
폭력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거나 다른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최후의 수단으
로 살해를 선택하는 경우이다.200) 그렇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왜 다른 방
법을 찾지 않았느냐’고 물으며 피학대 여성의 남편 살인을 보통 살인죄와 다
르지 않게 처벌한다. 이는 가정폭력의 특성과 피해자에 대한 이해의 부족으로
인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194) 박세미·손호영, 앞의 기사(주16).


195) 박세미·손호영, 위의 기사(주16).
196) 박세미·손호영, 위의 기사(주16).
197) 한국여성의전화, 앞의 보고서(주60), 1면.
198) Russell, B. L., supra note 100, p. 18.
199) LaViolette, A. D., & Barnett, O. W., supra note 132, p. 188; 런디 밴크로프트(정미우
역), 앞의 책(주 97), 391면.
200) Straus, M. A., supra note 171, pp. 6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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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피학대 여성에 의한 남편 살인의 법적 문제

제1절 서설

앞의 제2장에서는 매 맞는 아내 증후군(BWS)의 특징과 BWS 여성이 남편을


살해하게 되는 상황을 알아보았다. 제3장에서는 외국에서 이러한 BWS 여성의
남편살해 문제를 어떻게 법적으로 평가하고 판결에 반영하고 있는지 알아본
후 한국에서의 논의와 비교해보고자 한다. 1800년대까지만 해도 영어권 국가
에서 남편이 아내를 신체적으로 학대하는 것은 합법적이었기 때문에 여성은
경찰이나 법원을 의지할 수 없었다. 만약 아내가 남편의 학대로 이혼을 하려
고 하면, 남자는 합법적으로 아이들의 양육권을 차지할 권리가 있었다.201) 마
침내 19세기 후반에 이르러서야 여성에 대한 일부 극심한 구타에 한하여 법적
제재 조치가 입법화되었지만, 1970년대까지도 그런 법들이 시행되는 경우가
아주 드물었고, 1990년대까지도 전혀 일관성 있게 시행되지 않았다.202) 여성
억압이 범죄로 심각하게 취급되기 시작한 것은 여성에 대한 구타와 성적 학대
에 초점을 맞춘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여성운동에서부터다.203)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피학대 여성이 폭력적인 남편을 살해한 경우 전통적인


정당방위 요건이 그들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그대로 적용되어 불평등한
판결을 받게 된다는 문제가 제기되자 매 맞는 아내 증후군(Battered Woman
Syndrome, BWS) 이론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204)205) BWS 이론의 도입으로 영

201) 런디 밴크로프트(정미우 역), 앞의 책(주 97), 429면.


202) 런디 밴크로프트(정미우 역), 위의 책(주 97), 430면.
203) 런디 밴크로프트(정미우 역), 위의 책(주 97), 430면.
204) Sheehy, E. A., Stubbs, J., & Tolmie, J., “Defending Battered Women on Trial: The
Battered Woman Syndrome and its Limitations”, Criminal Law Review, 16, 1992, p. 369.
205) 영미법에서는 ‘긴급피난(necessity)’이 ‘방어적 긴급피난’을 제외한 ‘공격적 긴급피
난’만을 가리키기 때문에 영미에서는 ‘비대결 상황’에서 발생하는 BWS 여성의 반격행위
가 ‘정당방위’의 틀에서 논의되고 있다. 조국, 앞의 논문(주5), 253면, 각주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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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권 정당방위의 법리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이는 전통적인 정당방위 법
리는 남성 대 남성의 대결 상황을 기준으로 하며 정당방위의 요건 역시 남성
의 경험에 국한되어 있다는 비판에서 비롯했다.206) 영미권의 전통적인 정당방
위 이론은 주로 정당방위가 성립하는지를 검토할 때 피고인의 행위의 합리성,
피고인이 직면한 위험의 시간적 근접성, 직면한 위협과 방위행위의 비례성,
그리고 피고인의 회피 의무, 이 4가지 측면에 초점을 맞춘다.207) 이와 같은
전통적 정당방위 이론은 BWS 피고인의 학대 경험이나 주관적인 심리상태를 반
영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비판을 받은 것이다.208) 한국 역시 정당방위 규정
이 BWS 피고인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과 정당방위나 긴급피난의
요건을 완화하여 BWS 피고인의 남편살해 행위의 위법성을 조각해야 한다는 등
의 주장이 있지만, 현재 판례는 기존의 정당방위 규정의 해석을 BWS 피고인에
게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이번 장에서는 미국과 기타 외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BWS 피고인의 정당방위 성립에 관한 논의와 판례를 살펴보고 한국에서의
논의 및 법원의 판결과 비교해보고자 한다.

제2절 미국에서의 논의

I. BWS 이론과 정당방위

미국에서는 피학대 여성의 남편살해 사건에 대하여 1980년대 초부터 전문가


감정 제도가 도입되었다.209) 1984년 State v. Kelly 판결에서 처음 BWS 이론
이 공식적으로 수용된 이후,210) 현재는 미국의 50개 주와 컬럼비아 특별구

206) Maguigan, H., supra note 176, p. 385; 조국, 앞의 논문(주5), 236면.
207) Maguigan, H., supra note 176, p. 385.
208) Ibid.
209) 김현정·이수정, “학대남편을 살해한 피학대 여성의 판결에 관한 연구”, 「한국심리학
회지:여성」, 12(1), 한국심리학회, 2007, 45면.
210) 조국, 위의 논문(주5), 236면; State v. Kelly, 478 A.2d 364, 371 (NJ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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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trict of Columbia, DC)에서 가정폭력 사건에서 전문가의 감정을 허용하
고 있으며,211) BWS와 관련한 심리검사결과를 법적 증거로 인정하여212) 배심원
의 평결에 도움이 되도록 하고 있다.213) 예컨대 캘리포니아 증거법
(California Evidence Code) §1107에서는 친밀한 관계의 파트너(intimate
partner)에 의한 폭력 사건에서 전문가의 감정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규
정하고 있으며, 이는 검찰 측과 피고 측 모두에 해당한다.214) 대개의 전문가
감정에서는 가정폭력 피해 여성의 특징을 BWS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를 통해 설명하고 있고, 나아가 정당방위로
개념화함으로써 피학대 여성을 위한 변론의 논거로 사용하고 있다.215) 또한,
피고인 측에서 제출하는 BWS 관련 감정 의견이 기각되면 이는 원심 파기의 사
유가 된다.216) 가정폭력은 친밀한 관계 파트너에 의한 폭력(intimate partner
violence)의 일부로 조사되고 있으며, 여기에서 ‘친밀한 관계의 파트너’는
전·현 배우자와 데이트 상대, 그리고 이성·동성의 파트너가 모두 포함되는
개념이다.217)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는 가까운 파트너에 의해서 미국 여성의 약 4분의 1이 심한
신체적 폭력을 당한 적이 있고, 미국 여성의 16%가 성적인 폭력을 당한 적이
있으며, 미국 여성의 10%가 스토킹을 당한 적이 있었음을 보고했다.218) 이와

211) Lutz, V. L., “Domestic Violence Expert Witness Testimony: A Guide for the
Judiciary”, Court Review, 53(1), 2017, p.22.
212) 김현정·이수정, 앞의 논문(주209), 45면.
213) 조국, 앞의 논문(주5), 236면.
214) California Evidence Code §1107. Admissibility of expert evidence regarding
intimate partner battering: (a) In a criminal action, expert testimony is admissible
by either the prosecution or the defense regarding intimate partner battering and its
effects, including the nature and effect of physical, emotional, or mental abuse on
the beliefs, perceptions, or behavior of victims of domestic violence, except when
offered against a criminal defendant to prove the occurrence of the act or acts of
abuse which form the basis of the criminal charge.
(이하 중략)
215) 김현정·이수정, 위의 논문(주209), 45면.
216) 조국, 위의 논문(주5), 236면.
217)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Preventing Intimate Partner
Violence”,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2017, p. 1.
218) Ib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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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통계 결과는 미국에서도 파트너에 의한 폭력과 가정폭력의 문제가 심각
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미국에서는 가정폭력 피학대 여성이 남편을 살해한 사건을 주로 정당방위에


서 다루고 있다.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위법하며 유책해야 범죄가 성립하는 이
른바 ‘삼단계론’을 취하고 있는 대륙 형법과 달리 영미 형법은 범죄의 객관
적 요건인 범죄 행위(actus reus)와 주관적 요건인 범행 의도(mens rea)를 범
죄의 성립요건으로 하며, 대륙 형법에서의 위법성조각사유(영미 형법상 정당
화 사유(justification))나 책임조각사유(영미 형법상 면책 사유(excuse))가
항변(defense)의 사유로 작용하여 범죄성립을 조각하는 역할을 한다.219) 미국
「모델 형법(Model Penal Code)」 §3.04에 규정되어 있는 정당방위는 정당화
사유에 속하며 타인으로부터 공격을 받게 된 사람이 불법하고도 위협이 될만
한 공격이 ‘임박(imminence)’했고 이를 피하기 위한 방위행위가 필요하다는
‘합리적인 믿음(reasonable belief)’을 갖고 있었던 경우에 허용된다
.220)221)

구체적으로, 정당방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요건이 갖추어


져야 한다.222) 첫째는 필요성(necessity)으로, 공격자에 대한 유형력이 꼭 필
요한 경우여야 하며, 유형력을 행사하지 않고도 자신의 법익을 보호할 수 있
었다면 그러한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223) 두 번째는 비례성

219) 이경재, “미국형법상 범죄조각사유: 정당화사유를 중심으로”, 「법학연구」, 23(1), 충


남대학교 법학연구소, 2012, 345-346면.
220) LaFave, W. R., Criminal Law, West Academic, 2017, p. 710; 조국, 앞의 논문(주22),
38-39면.
221) Model Penal Code § 3.04. Use of Force in Self-Protection: (1) Use of Force
Justifiable for Protection of the Person. Subject to the provisions of this Section
and of Section 3.09, the use of force upon or toward another person is justifiable
when the actor believes that such force is immediately necessary for the purpose of
protecting himself against the use of unlawful force by such other person on the
present occasion.
(이하 중략)
222) 이경재, 위의 논문(주219), 35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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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portionality)이다.224) 방위행위로서 유형력은 공격자의 위협과 비례해야
하며, 치명적이지 않은 공격(nondeadly force)에 맞서기 위해 치명적인 유형
력(deadly force)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225)226)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합리적
인 믿음(reasonable belief)으로, 행위자는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유형력을
행사하는 것이 긴급히 필요하고, 이 유형력이 가해질 위협에 대하여 비례한다
고 합리적으로 믿고 있어야 한다. 특히 ‘합리적인 믿음’은 행위자 개인의
주관적인 경험이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227) 예컨대 People v.
Humphrey에서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은 1심 법원이 BWS 여성이 남편을 살인한
사건에서 배심원들에게 정당방위의 ‘합리성’ 요건이 피고인의 심리나 정신
상태(sate of mind)와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고 항소심 역시 이에 대한 고려
없이 1심의 판결을 유지했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228) 미국에서
BWS 증거는 주로 정당방위의 주장과 함께 사용되지만, 강압(duress)229)이나
심신장애(insanity)230) 등의 주장에서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피학대 여성
의 남편살해 사건에서는 주로 BWS가 정당방위의 항변에서 많이 논의되는바,
아래에서는 BWS 관련 증거로 정당방위를 인정한 판례들을 위주로 살펴보고자
한다.

223) 이경재, 앞의 논문(주219), 352면.


224) 이경재, 위의 논문(주219), 352면.
225) 이경재, 위의 논문(주219), 352면.
226) ‘치명적인 유형력(deadly force)’이란 ① 행위자가 타인에 대한 살해나 심각한 상해를
의도한 행위이거나 ② 죽음이나 심각한 상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아는 상태에서 가한 행위를
의미한다. LaFave, W. R., supra note 220, p. 713; Model Penal Code §3.11(2).
227) LaFave, W. R., supra note 220, p. 715.
228) People v. Humphrey, 921 P.2d 1, 7 (CA 1996).
229) People v. Chavez, 89 Cal. App. 4th 806 (CA 2001); United States v. Nwoye, 60 F.
Supp. 3d 225 (WA 2014); United States v. Nwoye, 824 F.3d 1129 (WA 2016) 등 참조.
230) Marley v. State, 729 N.E.2d 1011 (IN 2000); State v. Richardson, 2010-Ohio-471 (OH
2010)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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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BWS 피고인의 남편살해 사건에서 정당방위를 인정한 판례
와 법원의 법리

1. 임박성 요건

미국 정당방위의 ‘임박성(imminence)’ 요건 역시 ‘비대결 상황’에서는


충족되지 못하는 것으로 통상 파악되지만,231) 현재의 방위행위가 아니라면 장
래의 위험을 막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 한하여 정당방위를 인정하고
있기도 하다.232) ‘다가오는 위협’의 임박성 보다 ‘최선의 방어가 필요한
순간’이라는 임박성이 검토되어야 할 필요가 있을 수 있고, 방어가 필요한
순간을 지나 공격자의 위협 그 자체가 임박할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은 방위행
위자가 자신을 효과적으로 지킬 수 없게 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233) 이
러한 논리는 주로 가정폭력 피학대 여성의 남편살해 사건에서 논의된다
.234)235) 일부는 피학대 여성이 남편이 자신을 살해할 때까지 기다리거나 자신
이 먼저 남편에 맞서거나의 두 가지 선택 사이의 딜레마에 놓여 있으며 정당
방위의 ‘임박성’ 요건이 그들에게 적용되지 않거나 완화되어야 한다고 주장
한다.236) 앞에서 언급했듯이 처음 공식적으로 BWS 이론을 수용한 State v.
Kelly 판결에서는 전문가의 감정을 증거로 채택함으로써 사건 당시 피고인이
진실로 자신의 생명이 위협받기 직전이라고 믿었는가를 평가할 수 있다고 판

231) State v. Daniels에서 법원은 ‘임박하다는 것(imminent)’은 공격자의 침해가 미치기 직


전임을 의미하는 것이지 방위행위자의 판단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고 판시한 바 있다. State
v. Daniels, 682 P.2d 173, 181 (MO 1984); LaFave, W. R., supra note 220, p. 718.
232) LaFave, W. R., supra note 220, p. 719.
233) Ibid.
234) Ibid.
235) 부모에게 학대를 받던 아이가 부모를 살해한 사건에서 정당방위를 검토할 때 이와 유사한
논의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Smith, C. S., “Abused Children Who Kill Abusive Parents:
Moving Toward an Appropriate Legal Response”, Catholic University Law Review,
42(1), 1992, pp. 141-178 참조; LaFave, W. R., supra note 220, p. 719, footnote 198.
236) LaFave, W. R., supra note 220, pp. 719-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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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했다.237) State v. Leidholm 판결238)과 State v. Allery 판결239)에서는 법
원이 배심원들이 피고인의 신체적·심리적 특수성을 고려하여 임박성 요건을
평가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판단했으며, State v. Gallegos 판결에서는 피고
인이 BWS 여성의 관점에서 자신에게 위협이 임박했다는 믿음으로 한 행위였음
을 인정했다.240) 위의 판결들은 모두 정당방위의 임박성 요건을 BWS 피고인의
특성에 맞게 완화하였으며 피고인에게 정당방위를 인정했다.241)

2. 합리적 믿음 요건

미국에서도 정당방위의 요건이 BWS 여성의 특수한 경험과 상황을 제대로 반


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242) 특히 정당방위의 ‘합리적인 믿
음’ 요건과 관련하여 BWS 여성을 기준으로 합리성이 검토되어야 한다는 주장
이 제기되었다.243) 1977년 State v. Wanrow244)에서 대법원은 합리성의 기준이

237) State v. Kelly, 478 A.2d 364, 375 (NJ 1984); 조국, 앞의 논문(주5), 236면.
238) State v. Leidholm, 334 N.W. 2d 811, 818 (ND 1983).
239) State v. Allery, 682 P. 2d 312, 316 (WA 1984).
240) State v. Gallegos, 719 P. 2d 1268, 1272 (NM 1986).
241) 조국, 위의 논문(주5), 240면.
242) Gillespie, C. K., Justifiable Homicide: Battered Women, Self-Defense, and the Law,
Ohio State University Press, 1989, pp. 123-156 참조; Terrance, C., Matheson, K., &
Spanos, N., “Effects of Judicial Instructions and Case Characteristics in a Mock
Jury Trial of Battered Women Who Kill”, Law and Human Behavior, 24(2), 2000, p. 221.
243) Maguigan, H., supra note 176, p. 442.
244) State v. Wanrow의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Wanrow라는 여성(피고인)의 친구인 Hooper는
그의 딸이 Wesler라는 이웃 남성 Wesler(피해자)에게 성폭행당한 사실을 알고 경찰에 전화
했지만, 경찰에게 주말이 지난 월요일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들었다. 피해자가 무서웠던 그
녀는 친구인 피고인에게 집으로 와달라고 부탁했고, 이들은 다시 피고인의 여형제 부부인
Angie와 Michel을 불렀다(Hooper는 경찰에게 전화하기 일주일 전 밤에 누군가 그녀의 집을
서성이는 것을 보았고 사건이 일어나기 이틀 전에는 누군가 그녀의 침실로 들어오려고 시도
하며 창문을 긁었었다고 증언했으며, 피해자가 그 범인이라고 의심하고 있었다. 또한,
Hooper의 집 주인은 Hooper 이전에 그 집에 살았던 가족의 어린 아들이 피해자에게 성폭행
당할 뻔한 일이 있었다고 그녀에게 알려주었다. 그리고 Hooper는 위와 같은 내용을 피고인
에게 전해주었다). 집 안에는 이 4명과 이들의 아이들 8명이 있었고 어른들은 잠을 자지 않
고 함께 밤을 지새웠다. 그러던 중 오전 5시경 Michel이 피해자의 집으로 가 그를 추궁했
고, 혐의를 부인하며 Hooper의 집으로 가 확실히 밝히자는 피해자를 데리고 돌아왔다.
Hooper의 집에 도착해서 Michel은 밖에 남고 피해자만 집 안으로 들어갔는데, 피해자는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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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의 특성에 맞게 검토되어야 한다고 보았다.245) 피고인이 느끼는 위험의
정도와 방위행위가 합리적이었는가는 객관적인 기준이 아닌 피고인의 주관적
인 기준으로 검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246) 또한, 대법원은 합리성 요건에는
보통 남성 대 남성의 상황이 아닌 피고인과 피해자의 성별에 따른 신체적인
차이가 있음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보았다(피고인인 Wanrow는 약 164~5cm 정도
의 키에 다리가 부러져 목발을 짚고 있던 여성이었으며 피해자인 Wesler는 약
189cm의 큰 키의 당시 술에 취해있던 남성이었다).247) State v. Hundley248)
판결에서 캔자스주 대법원은 1심 법원이 배심원들에게 피고인의 학대 경험을

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술에 취해있었다. 피해자는 나가달라는 요청을 무시했고 잠


에서 깬 Michel 부부의 어린 아들에게 접근을 시도하다가 Angie에 의해 저지되었으며 아이
는 곧 울기 시작했다. Hooper는 격양되어 피해자에게 나가라고 소리치는 등 집 안은 큰 소
리와 혼란으로 가득 찼다. 이때 피고인이 현관으로 가 Michel에게 소리쳐 도움을 요청하고
거실 쪽으로 뒤를 돈 순간 바로 뒤에 서 있던 피해자를 발견하고 크게 놀란 나머지 반사적
으로 그에게 총을 쏘았다. State v. Wanrow, 559 P.2d 548, 550 (WA 1977).
245) Ibid.
246) Ibid., p. 559.
247) Ibid.
248) 피고인 Betty Hundley의 남편이자 피해자 Carl B. Hundley는 10년간의 결혼생활 동안 피
고인의 치아를 몇 차례 부러뜨리고, 최소 5번 이상 코를 부러뜨렸으며, 피고인을 수차례 발
로 차 계단 아래로 구르게 하고 갈비뼈를 부러뜨렸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폭력이 어느 정도
원인이 된 당뇨병을 앓고 있었는데, 이를 안 피해자는 자주 그녀가 처방받은 인슐린을 숨기
거나 물로 희석해두는 등 적정량을 복용하는 것을 방해했다. 그때마다 피고인은 당뇨병성
혼수(diabetic coma)상태에 빠지곤 했다. 사건이 일어나기 6주 전 병원에서 퇴원한 피고인
에게 피해자는 그녀를 넘어뜨리는 등 평소와 다름없는 폭력을 행사했다. 이후 피고인은 피
해자의 폭력을 피하고자 모텔로 도망갔지만, 피해자는 그녀에게 밤낮으로 전화해 그녀와 그
녀의 가족들을 죽이겠다고 협박했고 이에 크게 두려움을 느낀 피고인은 총을 준비해두었다.
사건 당일 피고인은 피해자와 일찍 만났는데, 그는 그녀를 찾아가서 죽여버릴 것이라고 했
다. 그날 밤 피해자는 피고인의 모텔 방을 찾아와 방문의 잠금장치를 부수고 들어왔고 그녀
에게 폭력을 가했다. 피해자는 그녀에게 자신과 샤워를 같이 하게 했고 그녀의 머리를 마구
잘라버렸다. 이후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자신과 성관계를 할 것을 강요하기까지 했다. 겁에
질려 우는 것밖에 할 수 없었던 피고인에게 피해자는 계속해서 위협을 가했고, 맥주병을 침
실용 스탠드에 내려치고 돈을 창문 쪽으로 던지며 담배를 사 오라고 했다. 이전에 그가 자
주 맥주병으로 자신을 때리던 것이 떠오른 피고인은 더욱 겁을 먹었고 지갑 속에 넣어두었
던 총을 꺼내 피해자를 향해 겨누며 그녀의 모텔 방을 나갈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피해자
는 조롱하는 듯 웃으면서 욕을 하며 ‘당장 죽여버리겠다’고 하고 맥주병 쪽으로 향했고,
그 순간 피고인은 눈을 감고 여러 번 방아쇠를 당겨 그를 살해했다. 살해 당시 피해자는 맥
주병이 있던 쪽으로 향하며 피고인에게 등을 돌리고 있었고 피고인이 문 쪽으로 향하는 방
향으로 장애물이나 어떤 방해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State v. Hundley, 693 P.2d 475,
475 (KS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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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하지 않은 채 합리성 요건을 평가하게 했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과실치
사(involuntary manslaughter)로 유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했다.249) 대
법원은 Wanrow 판결의 ‘배심원들이 피고인의 정당방위 주장에서 합리성 요건
을 검토하기 위해서는 사건 당시의 상황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결혼생활 동안
의 경험 모두를 고려하도록 충분한 증거가 제시되어야 한다’는 내용을 인용
하기도 했다.250)

Bechtel v. State에서는 피고인의 BWS 증상이 증거로써 사용되어야 한다고


보았고, 사건 당시 피고인의 상태와 법정에 선 피고인의 상태는 다를 수 있음
을 인정하며 이를 이유로 BWS 증거가 배제될 수는 없다고 보았다.251) 법원은
‘합리성’ 요건 또한 피고인의 사건 당시 상태를 기준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고 판시했다.252) 사건 이전 학대당한 경험이 사건 당시 피고인에게 영향을 미
칠 수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253) People v. Humphrey에서 대법원은 BWS 피고
인의 정당방위를 인정하기에 앞서 ‘필요성’ 요건과 ‘합리성’ 요건 모두
BWS 증거와 관련하여 검토해야 한다고 판시했다.254) 정당방위의 요건에서 BWS
피고인의 주관적 측면이 고려되어야 하며 이와 같은 사항은 배심원들에게 사
전에 공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255) 2000년 State v. Edwards 판결 역시 전문
가의 감정과 BWS 피고인의 경험을 고려하여 합리성 요건을 판단해야 함을 강
조했다.256) 위의 판결들에서 각 법원은 모두 ‘합리적인 BWS 여성이라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했을지’를 검토하기 위해서는 그 여성과 같은 입장과
상황에서 사건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249) Ibid., p. 480.


250) Ibid.
251) Bechtel v. State, 840 P.2d 1, 6 (OK 1992).
252) Ibid., p. 9.
253) Ibid.
254) People v. Humphrey, 921 P.2d 1, 2 (CA 1996).
255) Ibid., p. 8.
256) State v. Edwards, 60 S.W.3d 602, 608 (MO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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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절 기타 외국에서의 논의

I. 캐나다

캐나다에서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BWS 이론이 피학대 여성의 반격행위에 대


한 정당방위 주장을 보강하는 이론으로 사용되고 있다.257) 캐나다 역시 처음
부터 BWS를 정당방위의 증거로 허용한 것은 아니었다. 1911년 캐나다에서 BWS
를 정당방위의 증거로 주장한 사건으로 알려진 Angelina Napolitano라는 여성
사례에서도 법원은 BWS 관련 내용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고 Napolitano에게
유죄를 선고했다.258) ‘남녀 평등주의(feminist)’259) 법학자들은 형법이 남
성 중심으로 규정되어 있어 여성 피고인에게 불리하다는 비판을 제기했고, 이
러한 배경에서 BWS 이론을 법정 증거로 채택하는 것은 보다 피학대 여성을 이
해하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260) 1990년
R. v. Lavallee 판결에서는 결국 처음으로 전문가의 감정으로 BWS 이론이 인
용되었고 이를 증거로 채택하는 것이 허용되었다.261) 해당 사건에서

257) 조국, 앞의 논문(주5), 236-237면.


258) 피고인 Napolitano는 도끼로 자고 있던 남편(피해자)을 죽인 혐의로 기소되었다. 그녀는
피해자로부터 지속적인 학대를 당해왔고 사건 발생 6개월 전에는 피해자의 칼에 찔리기도
했다. 배심원은 보다 관대한 처분을 요청했지만, 법원은 피고인 측의 BWS 관련 증거를 인정
하지 않고 교수형을 선고했다. 당시 이 판결이 유명해지면서 피고인의 감형을 원하는 지지
자들이 생기자 연방 내각(federal cabinet)은 피고인의 형을 종신형으로 감형했다. 11년 이
후 피고인은 가석방을 받고 석방되었다. Gollom, M., “5 Cases Using the Battered Woman
Defence”, CBC News, 2012. 6. 14. (https://www.cbc.ca/news/canada/5-cases-using-the-
battered-woman-defence-1.1221150, 최종검색일: 2019. 1. 3.); Dubinsky, K., &
Iacovetta, F., “Murder, Womanly Virtue, and Motherhood: The Case of Angelina
Napolitano”, The Canadian Historical Review, 72(4), 1991, pp. 505-531.
259) ‘페미니즘(Feminism)’은 여성이 남성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한다는 일부의 오해와는 달리
여성과 남성이 동등함을 주장하는 이론이라는 점에서 본 논문에서는 ‘Feminist’를 ‘페미
니스트’가 아닌 ‘남녀 평등주의(자)’로 번역했다.
260) Panet-Raymond, L., “Toward a reconceptualization of battered women: Appealing to
partial agency”, Master’s thesis, McGill University, 2003, p. 4.
261) 이하 내용은 R. v. Lavallee, [1990] 1 S.C.R. 852을 참조함; 조성현·김상희, “‘매맞
는 여성증후군’ 정당방위 인정될까”, 연합뉴스, 2005. 3. 31. (https://news.naver.com/m
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1&aid=0000959177, 최종검색일: 201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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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vallee(피고인)는 남편(피해자)으로부터 상습적인 폭행을 당해왔고 그로 인
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때마다 다른 이유로 다쳤다는 핑계를 대야만 했다.
사건 당일 역시 피해자는 피고인의 방에서 그녀를 폭행한 뒤 방을 나서며
‘다시 돌아와서 죽여버리겠다’라고 협박했고 피고인은 뒤돌아서 나가는 피
해자를 총으로 쏘아 살해했다. 다음은 피고인이 사건 당일 경찰 조사에서 한
진술을 축약한 내용이다.

“(피고인과 피해자의 집에서 열린 파티가 끝난 후) 저는 남편을


피해 위층에 있는 제 방 벽장에 숨어 있었어요. 곧 남편이 방으로 올
라 오며 저를 찾는 소리가 들렸어요. 남편은 제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불을 켠 후 ‘네 지갑 바닥에 있는 것 다 보인다’며 지갑을 발로 찬
후 벽장에 숨어 있는 저를 발견하고 나오려 하지 않는 저를 벽장 밖
으로 끌어냈고, 저는 (그 상황이) 너무 무서웠어요. 남편은 저에게
소리를 지르며 밀쳤고 저도 같이 그를 밀치자 제 오른쪽 머리를 두
차례 때렸어요. 이전에 그가 저를 폭행한 기억들만 떠올랐고 너무 무
서워서 이전과 마찬가지로 몸이 떨렸어요.”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총을 주고 방을 나서며 피고인이 자신을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파티를 마무리하고 돌아와서) 피고인을 죽일 것이라고 협박했다. 피
고인의 진술에 따르면 그녀는 총구를 자신을 향해 겨누었다가 피해자에게 겁
을 주기 위해 뒤돌아선 그의 머리 위를 향해 총을 쏘았지만, 총알은 피해자를
관통했다. 피해자에 의한 가정폭력의 증거로 피고인이 결혼생활 약 3년 동안
병원에 다녔다는 진료 기록이 제출되었으며, 피고인은 심각한 타박상, 코 골
절, 그리고 눈에 든 멍 등으로 병원을 찾은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또한,
피해자의 친구, 이 둘 부부와 함께 아는 친구, 그리고 지인 등 세 명의 증인
이 그동안의 피해자에 의한 가정폭력을 본 적이 있거나 사건 당일 피해자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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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에게 폭력을 가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감정인으로 출석한 정
신과 의사는 당시 피고인의 행위는 ‘그날 밤 자신이 죽게 될 것이라고 진정
으로 믿은 상태에서 행한 최후의 필사적인 행위(a final desperate act)’이
자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위행위’였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캐나다 형법 역시 제34조 제2항262)에서 정당방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방


위행위자가 생명 또는 극심한 신체의 위협에 직면했다고 합리적으로 믿었는
가’와 ‘그러한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이외의 다른 수단이 없
음을 합리적으로 믿었는가’ 등을 검토해보아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263) 위의
R. v. Lavallee 판결에서 2급 살인죄로 기소된 피고인은 1심에서 배심원들에
의해 무죄가 선고되었지만, 항소심에서 BWS에 대한 전문가의 감정이 증거로
받아들여질 수 없다는 이유로 고살죄(manslaughter)를 선고받게 되었다.264)
또한, 항소심은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방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
했다.265) 피고인에 대한 감정을 한 전문가는 당시 사건 현장에 없었기 때문에

262) Defense of Person §34 (2) In determining whether the act committed is reasonable
in the circumstances, the court shall consider the relevant circumstances of the
person, the other parties and the act, including, but not limited to, the following
factors:
(a) the nature of the force or threat;
(b) the extent to which the use of force was imminent and whether there were other
means available to respond to the potential use of force;
(c) the person’s role in the incident;
(d) whether any party to the incident used or threatened to use a weapon;
(e) the size, age, gender and physical capabilities of the parties to the incident;
(f) the nature, duration and history of any relationship between the parties to the
incident, including any prior use or threat of force and the nature of that force or
threat;
(f.1) any history of interaction or communication between the parties to the
incident;
(g) the nature and proportionality of the person’s response to the use or threat of
force; and
(h) whether the act committed was in response to a use or threat of force that the
person knew was lawful.
263) Shaffer, M., supra note 24, pp. 2-3.
264) Ibid., p. 5.
265) Ib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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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심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지 의심된다는 것이다.266)

대법원은 BWS 피고인에 대한 전문가의 감정은 배심원의 이해를 돕고 ‘매


맞는 여성’에 대한 편견 또는 오해267)를 바로잡아 준다는 점에서 필요하므로
1심 법원이 전문가 감정을 증거로 채택한 것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보아 피고
인에게 다시 무죄를 선고했다.268) 대법원은 정당방위의 ‘합리적 믿음’은 일
반인의 기준이 아닌 가정폭력의 피해자인 피고인의 특성을 고려한 기준이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대법원은 일반인이 침해가 임박했다고 느끼지 않는
상황이더라도 BWS 여성의 경우 반복된 피해 경험으로 두려움과 공포가 극대화
되어 침해가 임박했다고 합리적으로 믿을 수 있다고 보았다. 즉, 사건 당시
피고인의 관점에서 본다면, 그녀는 자신의 생명 또는 신체에 대한 위협이 임
박했고 이로부터 자신을 방위하기 위해서 남편에게 총을 쏘는 행위가 필요하
다고 합리적으로 믿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보통 사람이라면
겪어보지 않은 그 상황에서 자신이 어떤 행동을 했을지 상상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무엇이 합리적인가는 그 상황에 맞게 바뀔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대법원은 피학대 여성이었던 피고인이 남편으로부터의 ‘임
박한 침해(imminent attack)’에 직면하기 직전까지 기다려야 할 필요한 법적
인 요건이 없다고 판단했다.269) R. v. Lavallee 사건에서 대법원 판결은 BWS
여성의 특수성을 인정했고 BWS 이론에 대한 전문가 감정을 허용했다는 점에서
캐나다 형법의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다.270) 그러나 위의 판결로 인하여 피
학대 여성의 남편살해 사건에서 정당방위를 인정한 판결이 늘어난 것은 아니
었으며271) 정당방위 성립요건을 남녀 평등주의 법학자들이 주장한 정도까지

266) Ibid.
267) 피학대 여성에 대한 일반적인 편견 또는 오해로 사람들은 피학대 여성이 마조히스트로서
또는 마조히스트처럼 폭력을 당하는 것을 즐긴다고 생각하거나 배우자에 의한 폭력이 사실
은 피학대 여성이 주장하는 바처럼 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Ibid.
268) Ibid.
269) Roach, K., Criminal Law(6th ed.), Irwin Law, 2015, p. 338.
270) Shaffer, M., supra note 24, p. 5.
271) Ibid., p.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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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화한 것도 아니었다.272)

R. v. Lavallee 판결 이후 R. v. Mallot 판결에서 법원은 남편으로부터 당


한 이전의 위협이나 학대가 피고인이 자신이 위험에 처해있다고 판단함에 영
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273) 가정폭력 피학대 여성은 그동안의 학대 경
험의 영향으로 남편의 태도나 말투 등에서 폭력이 시작될 것을 감지하는데 예
민하므로 그들에게 ‘임박한 위협’은 보통 사람들과 다르게 검토되어야 한다
는 BWS 이론을 인정한 것이다. L’Heureux-Dubé 법관은 위의 판결에서 ‘BWS
증거는 피학대 여성이 정당방위를 주장할 때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BWS 증거가 그 자체로 곧 정당방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274)
덧붙여 그는 BWS 피고인이 BWS 이론에서 말하는 전형적인 피학대 여성의 특성
과 벗어났다고 하더라도 판결에서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며, ‘합리성’
요건을 검토할 때 ‘전형적인 BWS 여성’이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되고 ‘합리
적인 여성(reasonable woman)’의 기준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275) 즉 피
고인이 ‘여성’으로서 경험한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합리성’ 기준이
검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276) 이러한 해석이 가능한 것은 대륙법과 마찬가지
로 영미법에서도 정당방위의 임박성 요건과 합리성 요건과 관련하여 어떤 상
황을 위협이 임박했다고 볼 것인지와 어느 정도의 방위행위가 합리적이라고
할 것인지가 구체적으로 규정에 명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미법
에서도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아무런 제한 없이 요건의 성립
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272) Ibid., p. 33.


273) Roach, K., supra note 271, p. 339.
274) R. v. Malott, [1998] 1 S.C.R. 123.
275) Ibid.
276) Ib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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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영국

영국에서도 가정폭력은 심각한 문제이다. 영국 Women’s aid는 2017년 영국


에서 남성에 의해 살해당한 139명의 여성 중 64명이 전·현 파트너로부터 살
해당했다는 통계 조사를 발표했으며,277) 동 기관의 페미사이드(femicide) 인
구조사에 따르면, 2009년에서 2015년 사이 전·현 파트너로부터 살해당한 여
성의 76%가 헤어진 후 1년 이내에 사망했다.278) 영국에서는 미국과 캐나다보
다 정당방위 요건 중 전통적인 ‘임박성’ 요건과 ‘합리성’ 요건을 엄격하
게 고수하고 있다.279) 그렇기 때문에 현재 대부분의 BWS 피고인 사건이 위법
성 조각 사유가 아닌 책임 부문에서 논해지고 있다. 과거 영국에서는 BWS 이
론이 책임을 감면하는 ‘도발(provocation)’ 항변을 보강하기 위해 사용되었
는데,280) 현재에는 ‘도발’ 항변을 대체한 ‘자제력 상실(loss of
control)’ 부문에서 논해지고 있으며,281) ‘자제력 상실’ 항변으로는 형이
면제되지는 않고 감경될 수 있을 뿐이다. 먼저 전통적인 도발 항변은 1949년
R. v. Duffy 판결에서 설시하였듯이 ‘침해행위자의 침해로 방위행위자가 일
시적이고 갑작스럽게 자제력을 상실한 상태(sudden and temporary loss of
self-control)에서 한 반격행위’일 때 성립한다.282) 그러나 BWS 피고인의 특
성상 침해행위자의 침해 직후가 아닌 피해자의 공격이 없는 ‘비대결 상황’
에서 반격행위가 이루어진다는 점과 피고인의 행위가 자제력을 상실한 상태라
기보다는 ‘목적의식적’으로 이루어진다는 판단에서 도발의 항변 역시 적용

277) Women’s aid, ““Hit 40 times with an axe”, “bludgeoned repeatedly”,


“battered virtually beyond all recognition”: 139 women killed by men in 2017, 40%
of cases featured “overkilling””, Women’s aid, https://www.womensaid.org.uk/hit-
40-times-with-an-axe-bludgeoned-repeatedly-battered-virtually-beyond-all-recognition
-139-women-killed-by-men-in-2017-40-of-cases-featured-overkilling/ (2018. 12. 18.).
278) Marwood, S., supra note 75.
279) 조국, 앞의 논문(주22), 46면, 주43.
280) 조국, 앞의 논문(주5), 237면.
281) Herring, J., Criminal Law: Text, Cases, and Materials(7th ed.), Oxford Univeristy
Press, 2016, p. 250.
282) R. v, Duffy, [1949] 1 All ER 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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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기가 힘들었다.283)

R. v. Ahluwalia 판결은 이러한 영국의 전통적인 도발 항변 요건을 조금이


나마 완화하여 해석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Kiranjit Ahluwalia라
는 여성(피고인)은 결혼생활 동안 남편(피해자)으로부터 폭력과 학대를 당해
왔다.284) 사건 당일 저녁 역시 피해자는 피고인을 폭행하려 위협했고, 피고인
은 그날 밤 피해자에게 휘발유를 붓고 불을 붙였다.285) 피해자는 그로 인한
화상으로 사망했다.286) 1심 법원은 배심원들에게 ‘도발 항변이 적용되려면
피고인이 갑자기, 그리고 일시적으로 자제력을 잃었음이 증명되어야 한다’는
지침을 주었고, 판결 결과 피고인의 도발 항변은 인정되지 않았다.287) 피고인
은 위와 같은 법원의 지침이 잘못되었다며 항소했다.288) 피고인 측의 주장은
BWS 피고인은 주로 배우자의 직접적인 공격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상황
(cooling off period)에서 그동안의 조금씩 억누른 화와 분노, 그리고 두려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상태(slow-burn)에서 반격행위를 한다는 점에서 도발
항변의 요건과는 차이가 있는데, 1심 법원의 지침은 배심원들에게 BWS 피고인
사례에 도발 항변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었
다.289)

그러나 항소심은 위와 같은 지침이 있었다 하더라도 법관에게는 도발 항변


을 지지해줄 관련 증거를 채택하거나 그러한 증거를 배심원들이 고려하도록
할 수 있는 재량이 있고, 1심 법관이 배심원들에게 도발 항변을 고려하지 않
도록 지시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1심에서의 지침에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

283) Kennedy, H., Eve Was Framed: Women and British Justice, Vintage, 1992, pp.
196-233; 조국, 앞의 논문(주22), 46면에서 재인용.
284) Herring, J., supra note 281, p. 250.
285) Ibid.
286) Ibid.
287) Ibid.
288) Ibid.
289) Ibid., p. 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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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290) 또한, 피해자의 직접적인 침해와 피고인의 반격행위에 시간적 간격이
있다 하더라도 단순히 도발 항변 성립을 부정할 것이 아니라 피고인 개개인의
특수성이 고려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덧붙이며, 전문가 감정 증거를 참고하여
장기간 상습적으로 폭력에 노출된 피고인이 갑작스럽게 자제력을 상실하기보
다 상대적으로 천천히 자제력을 잃고 반격행위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
다.291) R. v. Ahluwalia 판결은 이전의 판결들과는 달리 도발과 반격행위의
시간적 길이가 결정적인 요소는 아니며 피학대 피고인의 심리적 특성이 배심
원들에 의해 고려될 수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292)

과거 도발 항변은 여성에게 불리하다는 비판을 받았었는데,293) 현재 영국에


서는 자제력 상실 항변이 가정폭력의 결과로 배우자를 살해한 피고인 측에 의
해 사용된다.294) 자제력 상실 항변이 성공하더라도 위법성이 조각되거나 형이
면제될 수는 없고 형이 감경될 수 있을 뿐이다. 자제력 상실 항변은 살인기수
죄에 한하여 사용되는데, 자제력 상실 항변은 피고인 측이 ① 자제력을 상실
했고, ② 자제력을 상실한 원인이 납득할 만해야 하며(qualifying trigge
r)295), ③ 피고인과 같은 나이와 성별이며 보통 수준의 인내(tolerance)와 자
제력(self-restraint)을 가진 사람이라면 피고인과 같거나 유사한 행위를 했
을 것이라는 점을 입증해 보여야 한다.296)297) 피고인이 행위 당시 자제력을

290) Ibid.
291) Ibid.
292) 조국, 앞의 논문(주22), 47면.
293) Herring, J., supra note 281, p. 303.
294) Ibid., p. 302.
295) ‘납득할 만한 자제력 상실 원인(qualifying trigger)’ 요건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자제
력 상실이 공격자의 침해로 인한 두려움에 기인했어야 하고, 그 침해 정도는 심각한 정도에
이르렀어야 한다. 이외의 요건은 「2009년 검시관 및 사법에 관한 법(Coroners and Justice
Act 2009)」 제55조에 규정되어 있다.
296) 「2009년 검시관 및 사법에 관한 법(Coroners and Justice Act 2009)」 제54조(partial
defence to murder: loss of control) 제1항: 행위자가 침해자를 죽였을 때 다음과 같은 상
황에서는 살인죄가 적용되지 않는다. (a) 행위자의 행위가 자제력을 상실함으로 인한 것이
며, (b) 자제력의 상실이 납득할 만한 원인으로 인한 것이고, (c) 피고인과 같은 나이와 성
별이며 보통 수준의 인내와 자제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피고인과 같거나 유사한 행위를 했을
것으로 추측되어야 한다.

- 62 -
상실했었음을 증명하지 못했다면, 법관은 배심원들에게 피고인의 자제력 상실
항변을 고려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298) 도발 항변에서와 달리 자제력 상실
항변에서는 ‘갑작스러운 자제력 상실(a sudden loss of control)’ 요건을
증명하지 않아도 되고299) ‘폭력이 원인이 된 반격행위(violence trigger)’
라는 주장이 가능하므로 BWS 피고인의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300) 따라
서 과거 도발 항변이 사용될 때보다 자제력 상실 항변이 사용되고 있는 현재
에는 BWS 피고인의 책임 감경 요건이 보다 완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BWS 피고인이 주로 ‘비대결 상황’에서 반격행위를 한다는 점에서 제3자의
관점에서는 상대적으로 사소한 일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쉬
운데, 현재 영국에서는 피고인의 과거 모든 경험과 상황적 정황을 객관적인
검사를 통해 검토하고 있어, 제3자에게는 사소한 일로 보이더라도 피고인에게
는 중대한 침해이며 반격행위가 필요한 상황으로 판단될 수 있다.301) 그러나
영국에서는 BWS 피고인의 살인사건을 책임의 단계에서 논한다면, 아무리 그때
그 상황에서의 일시적인 정신 이상을 주장한다고 할지라도 BWS 여성이 정상인
이 아니라는 편견을 심어줄 수 있다는 비판과 형의 감경만 가능할 뿐 형의 면
제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비판이 있기도 하다.302)

III. 독일

독일에서도 2017년 기준 가정폭력 피해자 수가 138,893명이고, 그중 약 82%


가 여성인 것으로 집계되었다.303) 독일 연방 가족부 장관은 위의 수치는 공식

297) Herring, J., supra note 281, pp. 236-237.


298) Ibid., p. 237.
299) Ibid., p. 304.
300) Ibid., pp. 302-303.
301) Ibid., p. 304.
302) Ibid., p. 739.
303) 주 독일 대사관, “2017년 독일 가정폭력 피해자, 약 14만명”, 주 독일 대한민국 대사
관, http://overseas.mofa.go.kr/de-ko/brd/m_7204/view.do?seq=1347060&srchFr=&amp%3Bsr
chTo=&amp%3BsrchWord=&amp%3BsrchTp=&amp%3Bmulti_itm_seq=0&amp%3Bitm_seq_1=0&amp%3Bit

- 63 -
적인 집계에 불과하며 실제로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피해자 수가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분석했다.304) 독일에서도 1970년대부터 피학대 여성의 반격행
위와 정당방위의 관계, 그리고 이에 대한 법원의 판결 등에 관한 문제가 크게
관심을 받게 되었다.305) 피학대 여성의 남편살해 사건은 ‘보증인 관계 내에
서의 공격에 대한 정당방위’라는 점에서 낯선 사람으로부터의 공격 상황과
마찬가지로 정당방위권의 행사가 가능한지가 문제시되었다.306) 이와 같은 논
의는 보증인 관계와 같이 방위행위자와 침해행위자가 긴밀한 인적 관계에 있
는 경우, 사회윤리적인 견지에서 정당방위권이 제한되며 방위행위자에게 침해
행위자에 대한 일종의 특별한 배려의무가 요구된다는 법리에서 비롯되었고,
이를 이유로 법원은 일관해서 정당방위를 부정했다.307) 예컨대 자신과 자녀들
에게 상습적으로 폭력과 학대를 일삼아 온 남편의 머리를 우산으로 찔러 살해
한 것으로 유명해진 한 사건에서 법원은 부부와 같은 긴밀한 관계에서는 방위
행위의 필요성에 엄격한 기준이 요구된다고 보아 피고인에게 9개월의 자유형
을 선고했다.308) 법원은 부부 관계 내에서의 침해는 수인하는 것이 요구된다
고 본 것이다.309)

다음의 판결은 피고인에게 부부 관계 내에서 침해행위가 발생했을 시 수인


의무가 있는가에 관해서는 확실한 판단을 내리지 않았지만, 이전의 부부간 사
회윤리적 제한을 완화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사건 당일 피고인의 남편
(피해자)은 피고인의 방에서 피고인이 저금해 둔 돈 일부를 몰래 가져간 후
다시 나머지 돈을 챙겨 나가기 위해 집으로 돌아왔다.310) 피고인은 피해자가

m_seq_2=0&amp%3Bcompany_cd=&amp%3Bcompany_nm=&page=3 (2018. 11. 12.).


304) Ibid.
305) 김지영·강우예·김성규, “남편살해 피학대여성의 사회심리적 특성에 따른 형법적 대응
방안”, 한국형사정책연구원, 2010, 260면.
306) 김지영·강우예·김성규, 위의 보고서(주305), 260면.
307) 김지영·강우예·김성규, 위의 보고서(주305), 260면.
308) BGH Urteil vom 26. 02. 1969 - 3 StR 322/68, in: Neue Juristische Wochenschrift
1969, 802, 802; 김지영·강우예·김성규, 위의 보고서(주305), 260-261면.
309) 김지영·강우예·김성규, 위의 보고서(주305), 261면.
310) BGH Urteil vom 11. 01. 1984 - 2 StR 541/83, in: Neue Juristische Wochenschri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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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돈으로 마약을 살 것이라는 생각에 돈이 있던 방문을 잠그고 열쇠를 피해
자에게 주지 않았다.311) 거실에서는 그들의 친구가 TV를 보고 있었다.312) 피
해자는 임신한 피고인을 폭행했고, 피고인이 이를 방어하고자 칼을 들고 위협
하자 ‘너는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못 찌를 것’이라는 말을 반복하며 물러나
지 않았다.313) 결국, 피고인은 칼로 피해자의 심장을 찔러 살해했다.314) 비스
바덴(Wiesbaden) 주 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는 것 외에 거실의 친구
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열쇠를 주는 등 다른 방안이 있었다고 보았고, 피고
인에게 고살(Totschlag)죄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315) 연방대법원
은 피고인이 피해자가 마약을 주사할 것을 우려하여 열쇠를 숨긴 것은 정당한
것이고, 사건 당시 거실에 있던 친구는 이전에도 그 부부의 싸움을 말리는 것
을 실패한 적이 있었으며, 피고인이 그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있었는지 확실치 않다고 하며 주 법원이 이러한 점을 고려하고 있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보아 원심을 파기했다.316) 연방대법원은 또한 피해자가
이전에도 피고인을 학대한 적이 있고 피고인의 행위에 어느 정도 원인을 제공
했다는 점을 근거로 피고인으로부터 긴밀한 관계에 따른 ‘이해심과 배려
(verständnisvolles Eingehen und Rücksichtnehmen)’를 받을 여지가 없다고
보았다.317)

다음은 피학대 여성의 남편살해가 예외적인 상황에 놓인 상태에서 한 행위


이므로 면책적 긴급상황 요건을 검토해보아야 한다고 인정한 판결이다.318) 피
고인은 2001년 남편(피해자)의 권총으로 자고 있던 피해자를 쏘아 살해했는

1984, 986, 986.


311) Ibid.
312) Ibid.
313) Ibid.
314) Ibid.
315) Ibid.
316) Ibid., 986f.; 김지영·강우예·김성규, 앞의 보고서(주305), 264-265면.
317) Ibid., 987; 김지영·강우예·김성규, 위의 보고서(주305), 265면.
318) BGH Urteil vom 25. 03. 2003 - 1 StR 483/02, in: Neue Juristische Wochenschrift
2003, 2464, 2464-2468ff.

- 65 -
데, 피해자는 피고인을 결혼 전부터 시작하여 약 15년의 결혼생활 동안 신체
적·정신적으로 학대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학대의 강도는 세졌다.319) 폭행 과
정에서 피해자는 누워 있는 피고인을 부츠를 신은 채 밟아 신장에 외상을 입
게 하거나 피고인의 머리를 피가 흐를 때까지 벽에 강하게 내리쳐 의식을 잃
고 쓰러지게 하기도 했다.320) 피고인은 폭행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대응하거나
저항할 수 없었는데, 그런 행동이 피해자를 더욱 자극하기만 했기 때문이
다.321) 피해자는 그들의 두 딸에게도 폭력을 행사했다.322) 피고인은 계속 몸
무게가 줄어들었고, 사건이 있기 약 한 달 전 유산을 하기까지 했다.323) 피고
인은 자살도 시도했지만, 자신이 죽은 후에도 딸들은 계속해서 피해자로부터
학대를 당할 것이라는 생각에 자살시도를 그만두었다.324)

피해자와 헤어지는 것 역시 대안이 될 수 없었는데, 피해자는 피고인이 보


호시설에서 돌아온 뒤에도 폭력을 가했으며, 피고인은 자신이 어디에 있든지
피해자가 그녀를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325) 계속된 건강의 악화에도 피해
자의 폭력이 점점 심해지자 결국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하는 것 외에는 그녀
자신과 두 딸을 피해자의 폭력으로부터 지킬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
각하기에 이르렀다.326) 사건 전날 밤에도 피해자는 피고인을 심하게 폭행한
후 잠자리에 들었고, 그 다음 날 정오경 사건이 일어났다.327) 피고인 측은 정
당방위를 주장했고, 헤킹엔(Hechingen) 주 법원은 피고인의 지난 학대 경험을
피고인 측이 제출한 증거로 확인했지만, 위와 같이 ‘악의적인
(heimtückisch)’ 살인 행위에 정당방위가 적용될 수 없다고 보아 중 살인죄

319) Ibid., 2464.


320) Ibid.
321) Ibid., 2465.
322) Ibid.
323) Ibid.
324) Ibid.
325) Ibid.
326) Ibid., 2464f.
327) Ibid., 2465.

- 66 -
(Mord)를 인정했다.328) 그러나 주 법원은 피고인의 행위가 ‘이례적인 상황
(außergewöhnlichen Umständen)’에서 이루어진 점을 참작하여 종신형이 아
닌 9년의 자유형을 선고했다.329) 주 법원은 법규적 정당화사유나 면책사유
(gesetzlicher Rechtfertigungs- oder Entschuldigungsgründe)가 존재하는지
에 관하여는 검토하지 않았다.330)

위 사건에서 연방대법원은 주 법원이 독일 형법 제34조의 정당화적 긴급피


난(Rechtfertigender Notstand)331)과 제35조의 면책적 긴급피난
(Entschuldigender Notstand)332)을 검토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보았다.333) 연
방대법원은 주 법원이 피고인의 학대 경험 사실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고
보았는데, 피해자는 과거에도 잠을 자던 중 깨어나 피고인을 폭행한 적이 있
었기 때문에 피해자가 잠을 자고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위협에 처하지 않
았다고 볼 수 없으며, 더불어 그동안의 학대 경험을 고려한다면 ‘현재의 위
험(aktuellen Notstandslage)’이 존재했고 이에 대처하기 위한 피고인의 방
위행위가 필요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334) 또한, 연방대법원은 피고

328) Ibid.
329) Ibid.
330) Ibid.
331) 독일 「형법(Strafgesetzbuch)」 제34조 [정당화적 긴급피난(Rechtfertigender
Notstand)]: 생명, 신체, 명예, 재산 또는 기타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협에 직면했고, 이를
피할 수 있는 다른 방도가 없는 상황에서 자신 또는 타인을 보호하기 위한 행위는 위협의
정도를 비교하여 보호된 이익이 침해된 이익보다 본질적으로 우월한 경우에는 위법하지 않
다. 다만, 위난을 피하려는 피난 행위가 적절한 수단인 경우에 한한다.
332) 독일 「형법(Strafgesetzbuch)」 제35조 [면책적 긴급피난(Entschuldigender
Notstand)]: (1) 현재의 위험으로부터 자신, 사랑하는 사람, 또는 가까운 지인의 생명, 신
체, 또는 자유를 보전하기 위한 다른 방도가 없는 상황에서 행한 불법한 행위는 책임이 조
각된다. 다만, 방위행위자 본인이 자초한 위난이거나 방위행위자와 침해행위자가 특수하고
긴밀한 관계에 있는 경우, 방위행위자에게 침해를 감수하는 것이 요구될 수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이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방위행위자가 그 위협을 감수할 수 없었던 경우에는
제49조 제1항에 따라 형이 감경될 수 있다.
(2) 방위행위자가 방위행위 시 제1항에 따라 책임이 조각된다고 착오한 경우, 방위행위자가
그러한 착오를 회피할 수 있었던 경우에 한하여 처벌한다. 그 형은 제49조 제1항에 따라 감
경된다.
333) BGH Urteil vom 25. 03. 2003 - 1 StR 483/02, in: Neue Juristische Wochenschrift
2003, 2464, 2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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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이 피해자와 부부라는 긴밀한 관계에 있다는 것 자체로 십 수년간의 학대를
가한 피해자로부터의 침해를 수인해야 하는 것이 요구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
다.335) 덧붙여 연방대법원은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가 면책되는 것이라고 착오
한 경우 그 착오가 회피불가능했다면 제35조 제2항에 따라 처벌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336) 해당 판결 이외에도 독일 연방대법원은 피학대 여성이 배우자를
살해한 사건에서 정당화적 긴급피난은 성립할 수 없고 면책적 긴급피난의 성
립 여부만이 검토될 수 있다고 명시적으로 판시하기도 했다.337)

제4절 한국에서의 논의

I. 정당방위의 주장

한국에서도 가정폭력 피해 여성이 남편을 살해함으로써 피해자에서 가해자


가 되는 사건들이 예전부터 있어 왔지만, 이러한 사건들에 관심을 두고 정당
방위의 주장과 이에 대한 인정 여부를 적극적으로 논하게 된 것은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이다.338) 그러나 수사기관이나 법원은 BWS 이론이나 피학대 여
성의 경험보다 ‘살인’이라는 결과에만 집중하여 ‘사건 당시 그 상황’만을
검토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339) BWS 이론이나 PTSD와 같은 심리적 특수
성과 관련한 주장이 제기되더라도 이를 양형 사유로만 참작할 뿐, 이와 관련
하여 정당방위를 인정한 사건은 찾아보기 힘들다.340) 이는 긴급피난이나 심신

334) Ibid.
335) Ibid.
336) Ibid., 2467.
337) BGHSt 48, 255 (Juristische Zeitung 1/2004, 44ff); 김호기, “비대면상황에서의 피학대
자의 학대자 살해행위와 정당방위의 성립가능성: 미국의 매 맞는 여성 기준의 도입가능성
및 그에 대한 대안의 검토”, 「경찰법연구」, 9(2), 한국경찰법학회, 2011, 149면, 각주
15에서 재인용.
338) 이명숙, 앞의 논문(주17), 59면.
339) 이명숙, 위의 논문(주17), 59면.
340) 이명숙, 위의 논문(주17), 5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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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등과 같은 주장에도 마찬가지이며, BWS 피고인은 평균적으로 9년이 넘는
형량을 받곤 한다.341)

가정폭력을 당하던 여성이 남편을 살해한 경우, 정당방위의 주장이 가장 많


이 제기된다.342) 「형법」 제21조 제1항에 규정되어 있는 정당방위는 법익침
해의 위험에 직면한 자의 자기 보호 및 법질서의 수호를 근거로 하는 위법성
조각사유 중 하나이다.343) 정당방위의 성립을 어렵게 하는 것은 “현재의 부
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이어야 한다는 ‘현재성’ 요건과 그러한
방위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행위이어야 한다는 ‘상당성’ 요건이
다.344) ‘현재성’ 요건은 의붓아버지 살해사건으로 유명한 ‘김보은 양 사
건’에서 인정될 여지를 보인 적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당방위 성립을 어
렵게 하는 요건은 ‘현재성’보다 ‘상당성’임을 알 수 있다.345) ‘상당성’
요건은 학설에 따라 ‘적합성’346), ‘필요성’347), ‘요구성’348), ‘법익균
형성’, 또는 ‘행위균형성 및 방위상황’ 등을 구체적인 내용으로 보고 있으
나,349) 다수 학자들은 상당성 요건이 ‘필요성’과 ‘사회윤리적 제한’의

341) 이명숙, 앞의 논문(주17), 59면.


342) 이명숙, 위의 논문(주17), 64면.
343) 김슬기, “정당방위의 ‘상당성’에 대한 고찰”, 「원광법학」, 33(2), 원광대학교 법학
연구소, 2017, 29면; 박상기·전지연, 『형법학(제4판)』, 집현재, 2018, 110면.
344) 「형법」 제21조(정당방위) ①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
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345) 해당 판결에서 대법원은 ‘피고인이 어릴 적부터 의붓아버지(피해자)로부터 강간당해왔
고, 해당 사건 범행 무렵까지 피해자와의 성관계를 강요받아 왔으며, 그러한 침해가 이후에
도 계속 반복될 염려가 있었다면, 범행 당시 피고인의 신체나 자유 등에 대한 현재의 부당
한 침해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고 판시한 바 있다. 대법원 1992. 12.
22. 선고 92도2540.
346) ‘적합성’ 원칙은 방위행위자는 법익 침해자에 의한 현재의 위법한 침해를 “즉시, 확실
하게 그리고 종국적으로” 방위하여 막을 수 있는 적합한 수단을 선택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배종대, 『형법총론(제13판)』, 홍문사, 2017, 237면; 김슬기, 위의 논문(주
343), 29-30면.
347) ‘필요성’ 원칙은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방위행위가 당시 가능한 여러 수단 중 상대적으
로 위험성이 적은 방법이어야 함을 의미한다. 박상기, 『형법총론(제9판)』, 박영사, 2012,
185면.
348) ‘요구성’ 원칙은 정당방위가 요구된다는 규범적인 판단을 전제로 하며, 방위행위자가
선택한 수단이 요구되는 상황으로 이해된다. 박상기, 위의 책(주347), 185-18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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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 함께 포함된 것으로, ‘필요성’이 ‘사회윤리적 제한’이라는 기준으
로 보정된다고 본다.350)

독일에서는 사회윤리적인 근거로 정당방위를 제한하는데, 이는 19세기 후반


에 제한 없이 정당방위를 인정하면서 생긴 불합리함을 해소하고자 형성된 판
례의 경향이다.351) 독일 “정당방위의 사회윤리적 제한” 이론은 ① 침해가
경미할 경우(Bagatellfälle)352), ② 두 법익 사이의 균형이 큰 경우(grobes
Missverhältnis)353), ③ 위법하지만 책임이 조각되는 공격행위의 경우
(schuldlos Handelnde)354), ④ 긴밀한 관계에 있는 사람 사이인 경우(Personen
mit engen persönlichen Beziehungen)355), 그리고 ⑤ 방위행위자가 공격을 유
발한 경우(bei einem provozierten Angriff)356) 등의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는
방위행위자에게 가능한 한 방위행위보다 공격을 감내하거나 피해야 할 의무가
부과된다는 것이다.357) 전술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사회윤리적
제한이 정당방위의 상당성 요건에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다수설인데,358) 과도

349) 김슬기, 앞의 논문(주343), 29-31면; 오영근, 『형법총론(제4판)』, 박영사, 2018,


196-197면.
350) 한상훈·안성조, 『형법입문』, 피앤씨미디어, 2018, 118-119면; 김태명, “정당방위의
상당성 요건에 대한 해석론”, 「형사법연구」, 14, 한국형사법학회, 2000, 138면; 손동
권·김재윤, 『새로운 형법총론』, 율곡출판사, 2011, 189-191면; 신동운, 『형법총론(제10
판)』, 법문사, 2017, 284-286면; 정성근·박광민, 『형법총론(전정판)』, SKKUP, 2015,
244면.
351) 김성천, “독일·한국·일본의 정당방위 판례의 차이점과 그의 법문화적 배경”, 「중앙
법학」, 15(4), 2013, 241-242면; 오영근, 위의 책(주349), 198면.
352) BGH MDR 1956, 372; BGH StV 1982, 219, 김성천, 위의 논문(주351), 241면에서 재인용.
353) OLG Braunschweig MDR 1947, 205; OLG Stuttgart, DRZ 1949, 42; BayObLG NJW 1963,
824; BayObLG NJW 1965, 163; OLG Saarbrücken VRS 17, 25; OLG Hamm NJW 1972, 1826; BGH
NJW 76, 41; BGH MDR 1956, 372; BGH GA 1968, 183; BGH VRS 30, 281; BGH 1981, 22f, 김성
천, 위의 논문(주351), 241면에서 재인용.
354) BGH 3, 217; BGH GA 1965, 148; BGH MDR/D 1974, 722; BGH 75, 194; OLG Frankfurt VRS
40, 426, 김성천, 위의 논문(주351), 241면에서 재인용.
355) BGH NJW 1969, 802; BGH NJW 1975, 62, 김성천, 위의 논문(주351), 241면에서 재인용.
356) OLG Braunschweig NdsRpfl 1953, 166; OLG Neustadt NJW 1961, 2076; BGH 24, 356; BGH
26, 143; BGH 26, 256, 김성천, 위의 논문(주351), 241면에서 재인용.
357) 김성천, 위의 논문(주351), 241면.
358) 한상훈·안성조, 위의 책(주350), 118-119면; 김태명, 위의 논문(주350), 138면; 손동
권·김재윤, 위의 책(주350), 189-191면; 신동운, 위의 책(주350), 284-286면; 정성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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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정당방위 인정을 방지하기 위한 독일의 사회윤리적 제한은 오히려 정당방
위를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강한 우리 형법에서 더욱 정당방위의 성립을 어렵
게 하는 역효과를 나타내기 쉽다.359) 특히 부부 또는 친족 등 밀접한 개인적
관계에서는 가능한 한 정당방위를 회피해야 하고 정당방위가 필요한 경우에도
공격적 방위보다는 수비적 방위에 그쳐야 한다는 사회윤리적 제한의 내
용360)361)은 피학대 여성의 반격행위에 대한 정당방위 성립을 더욱 어렵게 하
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다음에서는 BWS 피고인에 대한 정당방위 인정 여
부를 고려했던 법원의 판례를 살펴보기로 한다.

II. 정당방위 관련 판례와 법원의 법리

1. 정당방위 관련 판례

1) 대법원 2018. 6. 28. 선고 2018도6304 판결

2018년 7월 법원이 37년간 폭력을 가한 남편을 살해한 61세 여성 김 씨(피


고인)의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은 사건이 있었다.362) 피고인은 사건 당시 연
락도 없이 늦게 귀가했다는 이유로 폭행하던 남편(피해자)을 돌로 내리쳐 살
해했다.363) 피해자는 피고인이 연락도 없이 새벽 1시까지 술을 마시고 늦게

광민, 앞의 책(주350), 244면.


359) 조국, 앞의 논문(주5), 225면.
360) 박상기, 앞의 책(주347), 193면; 오영근, 앞의 책(주349), 198면.
361) 이는 부부를 포함한 친족 간에는 서로를 보호해 줄 보증인적 관계에 있기 때문으로 이해
된다. 박상기, 위의 책(주347), 193-194면; 한상훈·안성조, 앞의 책(주350), 119면.
362) 박사라, “‘37년 가정폭력’ 남편 살해, 法 “정당방위 아니다””, 중앙일보, 2018. 7.
2. (https://news.joins.com/article/22763500, 최종검색일: 2019. 1. 20.)
363) 이세현, “‘37년 가정폭력’ 남편 돌로 내리쳐 살해…대법원 “정당방위 인정 안돼””,
법률신문, 2017. 7. 2. (https://www.lawtimes.co.kr/Legal-News/Legal-News-View?serial=
144462, 최종검색일 2018.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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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했다며 피고인의 머리채를 잡아 넘어뜨리고 유리잔을 집어 던지는 등의
폭력을 가했고, 피고인은 집에 있던 2.5kg가량의 장식용 돌을 집어 들어 피해
자의 머리를 10여 차례 내리쳐 살해했다.364) 피고인 측은 ‘피고인이 사건 당
일 폭행을 당하자 극도의 공포감으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느꼈고, 장기간에
걸친 상습적인 가정폭력에 의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만취 상태였던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저항하려는 방어 차원에서 한 행동’이라고 주장했
다.365) 그러나 이러한 피고인 측의 정당방위 주장은 인정되지 않았고, 원심이
선고한 징역 4년형의 실형은 대법원에서 확정되었다.366)

1심과 2심 법원은 ‘김씨가 방어하기 위해 돌로 남편을 가격한 것을 인정하


더라도 이후 남편이 방어력을 상실한 상태에서도 계속해서 공격한 사실’과
‘김씨가 검찰 조사에서 당시의 분노감만 표현했을 뿐 공포감의 요인을 언급
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여 정당방위 및 과잉방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
단했다.367) 또한, 법원은 ‘김씨가 사건 이전 우울증으로 인한 진단 및 약물
치료를 받은 경력이 없고, 119에 신고 후 손을 씻었으며 범행 도구 등과 같은
사건 당시 상황을 기억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보아 심신미약 상태로도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368) 대법원 역시 이와 같은 원심의 판단을 받아들였
다.369) 이어서 위의 판결과 유사한 가정폭력으로 인한 남편살해 사건에서 정
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은 세 개의 판결을 추가로 살펴보기로 한다.

364) 박사라, 앞의 기사(주362).


365) 이세현, 앞의 기사(주363).
366) 대법원 2018. 6. 28. 선고 2018도6304 판결.
367) 이세현, 위의 기사(주363).
368) 이세현, 위의 기사(주363).
369) 대법원 2018. 6. 28. 선고 2018도6304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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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대법원 2016. 8. 24. 선고 2016도6641 판결370)

2016도6641판결 역시 남편의 폭력에 대응하여 남편을 살해한 피고인의 행위


가 정당방위 요건 중 상당성을 초과했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의 정당방위 주장
을 인정하지 않았다. 사건의 피고인은 결혼생활 동안 남편인 피해자에게 폭력
을 당했으며, 사건의 당일 역시 피해자는 식칼을 피고인의 목에 들이대며 죽
이겠다는 위협을 했지만, 이들의 아들이 칼을 숨겨두어 다른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피해자가 만취하여 바닥에 미끄러져 넘어지자 피고인이 피해자의 몸
위에 올라타 피해자의 머리와 얼굴 등을 절굿공이로 여러 차례 내리쳐 피해자
가 피를 흘리며 의식을 잃었고, 이에 피고인은 피해자가 살아있는 것을 확인
한 뒤 방에서 가져온 넥타이로 피해자의 목을 졸라 질식시켜 살해했다. 사건
당시 피고인의 딸이 피고인을 말릴 때, 피고인은 ‘이렇게 된 상황에서 너희
아빠가 일어나면 우리는 보복을 당하게 되므로 위험하다’는 말을 하며 행위
를 멈추지 않았다.

원심은 피고인이 피해자가 의식을 잃어 공격할 수 없는 상황에서 피해자를


살해한 것은 사회 통념상 상당성이 있는 행위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정당방위
에 해당하지 않으며, 과잉방위에 해당할 여지 역시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에
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371) 대법원 역시 이와 같은 원심의 판단이 피고인이
주장하는 정당방위 또는 과잉방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보아
원심의 판결을 확정했다. 원심은 피고인이 ‘그 어떤 가치보다도 고귀하고 존
엄한 인간의 생명을 앗아’갔고, ‘피고인의 살해 행위가 피해자의 가정폭력
으로부터 자신과 자녀들을 보호하기 위한 행위의 한도를 넘어선 것’이라는
표현 등을 쓰고 있다. 그러나 사건 당시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식칼로 위협
을 받았지만, 아들이 식칼을 숨김으로써 위험했던 순간을 피할 수 있었고, 장

370) 이하 내용은 대법원 2016. 8. 24. 선고 2016도6641 판결 원문을 참고함.


371) 이수정, 앞의 안내서(주192),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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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피해자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했으며, 당시 피고인이 ‘남편이 깨어나면
피고인과 자녀들에게 보복을 할 것’이라는 말을 했다는 사실을 종합하여 살
펴볼 때, 법원이 피고인의 입장과 상황을 좀 더 이해해보려고 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든다. 사건 당시 상황으로만 보면 단지 정당방위를 넘어선
살해사건으로 볼 수 있지만, 피고인과 자녀에게는 당시 상황에서의 안전을 넘
어서 향후 벌어질 폭력에 대한 방위행위였다고 본다면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끝나지 않는 폭력을 멈추려는 노력이었을 것이다.372)

3) 대전지방법원 2006. 10. 18. 선고 2006고합102 판결373)

2006고합102 판결은 정당방위나 긴급피난에서 ‘현재성’ 요건을 엄격히 해


석·적용해야 한다는 판단으로 남편을 살해한 가정폭력 피학대 여성에게 정당
방위 또는 긴급피난을 인정하지 않고 살인죄를 적용했다. 해당 사건 역시 피
고인은 약 31년 동안 피해자와 동거 및 결혼생활을 하며 상당 기간 사소한 정
도의 부부싸움 수준을 넘어 가끔 심한 폭행이나 학대를 당해왔다. 2006년 4월
6일 사건 당시 피해자는 술에 취한 상태로 귀가하여 피고인에게 욕설을 하며
손바닥으로 피고인의 가슴을 밀치고 안방으로 도망가는 피고인을 쫓아가 다시
피고인의 가슴을 밀어 침대에 넘어지게 했고, 현장에 있었던 애완견을 들어
피고인의 얼굴에 집어 던지고, 피해자의 계속되는 폭행을 피하려고 애완견을
안고 안방 화장실로 숨어 들어가 문을 잠근 피고인에게 ‘문 열라’며 소리치
며 화장실 문을 두드리면서 “너 이년아, 너 거기 숨어 있는 거 다 안다. 그
개자식(장인)하고 그 황가년(장모)하고 다리 한 짝 없는 니 오빠, 그 병신새
끼하고 내일 꼭 죽이겠다.”고 하며 “씨부랄 년, 개같은 년, 젖탱이도 한 짝
없는 년, 지 몫도 못 타오는 년, 거머리처럼 붙어서 내 피나 빨아먹는 년”
등의 심한 욕설을 했다.

372) 이수정, 앞의 안내서(주192), 28면.


373) 이하 내용은 대전지방법원 2006. 10. 18. 선고 2006고합102 판결 원문을 참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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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두 시간 뒤 피고인은 집 안이 조용해지자 안방 화장실에서 나와 안방 문
앞에서 거실 쪽으로 고개를 내밀어 거실 소파 위에서 이불을 덮고 누워 잠자
고 있는 피해자를 본 순간 피해자를 향한 그간의 분노나 적대감이 억누를 수
없을 정도로 폭발한 데다가 피해자가 앞서 말한 대로 자신의 친정 식구들마저
도 죽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더 이상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한 채 느닷없
이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소파 옆 마룻바닥에 놓여 있던 철제 아령
1개를 집어 들고 피해자의 머리를 3회가량 힘껏 내려쳤다. 이로 인하여 피해
자는 두개골 함몰 분쇄골절상 등으로 즉시 사망에 이르렀다. 치료감호소의 정
신감정 결과에 따르면, 피고인은 ‘평소 피해자로부터 지속적인 폭행이나 학
대를 당해오면서 형성된 만성적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중등도의 우울증
및 충동조절의 장애 등으로 말미암아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심은 정당방위와 긴급피난의 현재성 요건은 피침해자의 주관적인 사정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결정되어야 하며 정당방위나 긴급피난
이 범죄에 해당하는 행위에서 예외적으로 위법성을 소멸시키는 사유라는 점에
비추어 그 요건으로서의 침해나 위난의 현재성은 엄격히 해석·적용되어야 한
다고 보았다. 또한, 피고인의 변호인 측이나 사회심리학자의 견해에 따라
‘학대나 폭력의 지속적인 재경험’ 등의 심리상태를 수긍한다고 할지라도 이
러한 사정만으로는 사건 당시 ‘피고인 등의 법익 침해나 위난이 현존한다고
객관적으로 보기 어렵다’며 정당방위나 긴급피난이 인정될 수 없고 이에 따
라 과잉방위나 과잉피난이 인정되기도 어렵다고 하면서 그대로 살인죄를 적용
했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인이 초범이고 가정폭력에 따른 중증도의 우울증과
충동조절 장애 등으로 인한 심신미약의 상태에서 한 행위였으며, 피고인에게
적절한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피고인의 두 자녀와 시누이 역시
피고인의 조속한 가정 복귀를 바란다고 피력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
하여 피고인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면서 보호관찰을 받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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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명했다. 위와 같은 이유에서 법원은 피고인이 ‘고귀한 생명을 침해했다’
라는 표현을 쓰며 엄벌이 마땅하지만 매우 이례적으로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약 31년간의 신체적·정신적 학대를 당하고 사건 당일
에도 자신과 가족들의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었던 피고인에게 과연 적법한 행
위를 할 수 있는 기대가능성이 있었는가는 고려하고 있지 않아 아쉬움이 든
다.

4) 대법원 2001. 5. 15. 선고 2001도1089 판결

2001도1089 판결에서도 역시 1심부터 대법원에 이르기까지 모두 정당방위


또는 과잉방위가 모두 인정되지 않았다.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374) 피해자
는 결혼생활 동안 사소한 이유로 평소 피고인에게 잦은 폭행과 협박을 했고
변태적인 성행위를 강요하는 등의 사유로 피고인과 별거하게 되었으며 2000년
1월 10일경부터 피고인과 이혼소송 중에 있었다. 같은 해인 2000년 4월 24일
10:40경에 피해자는 피고인의 월세방으로 찾아왔는데, 이를 안 피고인은 피해
자가 칼로 공격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부엌에 있던 부엌칼 두 자루를 방에
있는 침대 밑에 숨긴 후 문을 열어주었다. 방으로 들어온 피해자는 이혼소송
을 취하하고 재결합할 것을 요구했고, 이를 거절하면서 밖으로 도망가려 하던
피고인을 붙잡아 강제로 방 안으로 데려온 후 부엌에 있던 가위를 가져와 피
고인의 오른쪽 무릎 아랫부분을 그었으며 다시 가위를 피고인의 목에 겨누며
이혼하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했다. 피해자는 계속해서 강제로 피고인의 옷을
벗기고 자신도 옷을 벗은 후 피고인에게 자신의 성기를 빨도록 하는 등의 행
위를 시켰고, 침대에 누워 피고인에게 성교를 요구했다. 피고인이 이에 응하
지 않자 피해자는 피고인의 뺨을 2~3회 때리고 재차 성교할 것을 요구하며
“말을 듣지 않으면 죽여버린다”고 소리치며 상체를 일으켰고, 그 순간 피고
인은 계속되는 침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에 침대 밑에 숨겨두었던

374) 아래의 사실관계 내용은 대법원 2001. 5. 15. 선고 2001도1089 판결 원문을 참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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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 피해자의 복부 명치 부분을 찔렀다. 피해자는 장간막 및 복대동맥 관통
으로 인한 실혈로 그 자리에서 사망에 이르렀다.

1심 법원인 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현 서울동부지방법원, 서울지방법원 동


부지원 2000. 9. 8, 2000고합139 판결)에서는 ‘피해자가 평상시에도 피고인
을 ‘죽여버린다’는 말을 자주 해왔지만, 그동안 그다지 중한 상해를 가한
적이 없었고, 가위 등으로 폭행·협박을 한 피해자를 칼로 찌른 것은 소극적
인 방어의 한도를 넘는 적극적인 반격행위에 해당하며, 피고인의 방위행위에
사회 통념상 허용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거나 그 정도를 초과한 경우에 불과
하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 피고인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375) 그러나
1심 법원은 피고인이 초범이고, 피해자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해왔으며, 사건
당일 역시 이혼소송 중에 찾아온 피해자로부터 폭행과 이혼소송을 취하할 것
등의 협박을 당했고, 부양해야 할 어린 자녀들이 있으며, 그 잘못을 깊이 반
성하고 있다는 점 등을 정상 참작하여 집행유예 5년을 함께 선고했고, 이에
검찰 측은 1심 법원의 집행유예 선고가 지나치게 관대하여 부당함을 이유로
항소했다.376)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2001. 2. 13, 2000노2528 판결)에서는 상대적으로


피고인보다 피해자의 입장을 위주로 고려한 것으로 보이는데, 항소심은 피해
자가 “자신의 무능력에 대한 열등의식, 피고인의 남자관계에 대한 의심 등으
로 괴로워”해왔고 “자녀들을 사랑하고 피고인과의 이혼을 반대하는 입장에
있었던 것”을 강조하며, ‘사건 당일 피해자의 피고인에 대한 폭행과 협박은
이전의 동거 중에도 있었던 정도의 것’이고 사건 당일 피해자가 피고인을 상
대로 강제적으로 성관계를 하려 한 것 역시 ‘성행위를 통한 육체적 욕구의
만족보다는 피해자의 열등의식 등을 어느 정도 해소하고 피고인을 지배하려는

375) 이강민, “가정폭력 판례에서의 과잉방위의 적용문제”, 「이화젠더법학」, 4(1), 이화여


자대학교 젠더법학연구소, 2012, 126면.
376) 이강민, 위의 논문(주375), 1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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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결과일 것’이라고 판단했다.377) 나아가 항소심은
‘피해자가 과거에 칼을 사용하여 폭행한 적은 단 1회뿐이고 그 외에는 증명
이 불가하며, 피고인이 칼을 숨기면서 가위를 숨기지 않았고 칼을 침대 깊숙
이 숨기지 않고 쉽게 꺼낼 수 있는 위치에 숨긴 것으로 보아 피해자로부터 칼
을 숨긴 것이라는 피고인의 진술과 달리 피해자의 가해 행위에 대항하기 위한
목적 등 다른 목적이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으며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정이 떨어진 상태에서 피해자의 언동을 전과 달리 과대하게 받아들였고, 예측
하기 어려운 불의의 가격으로 “10여 년간을 같이 살아온 남편이자 피해자가
그토록 사랑하던 두 자녀의 아버지”의 급소를 찔러 사망하게 했다’며 1심
법원이 정상 참작한 피고인의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1심의 판결은 형의 양정에
있어 크게 형평에 어긋난 것이라는 판단에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378)

이에 피고인 측은 항소심이 정당방위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상고했는데, 대법원 역시 ‘피고인의 행위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위행위
로서의 한도를 넘어선 것으로 상회 통념상 용인될 수 없는 것이며 현재의 부
당한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가 있거나 그 정도를 초과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정당방위나 과잉방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
하며, ‘항소를 제기하지 않은 정당방위 주장을 원심이 직권으로 판단하지 않
았다는 상고이유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보아 상고를 기각했다.379) 1심부터
대법원의 판결까지 종합해볼 때, 법원은 ‘피해자가 가장으로서 무능력함 등
으로 괴로워했고 피해자로부터의 폭력과 학대, 그리고 강압적인 성관계의 요
구 정도가 아내로서 감당할 정도’였으며 ‘피고인이 칼을 침대 밑에 숨긴 것
이 방어의사가 아닌 공격의사로 보여지므로’ 정당방위 및 과잉방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가족과 같은 긴밀한 관계에서는 정

377) 이강민, 앞의 논문(주375), 130-131면.


378) 이강민, 위의 논문(주375), 131면.
379) 대법원 2001. 5. 15. 선고 2001도1089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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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방위가 사회윤리적 근거에서 제한된다는 사고와 피고인에 대한 이해 부족,
그리고 침해자에 대한 배려 등에서 기인한 결과로 보인다.380)

위에서 살펴본 네 개의 판결 외에도 가정폭력 피학대 여성의 남편살해 사건


에서 정당방위를 인정한 사건은 없다.381) 상습적으로 폭력을 행사하고, 바로
앞에서 흉기를 들어 죽이겠다고 협박을 하며, 친정 가족들까지 위협을 해도
법원은 ‘현재의 침해’가 없는 상황이었다거나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없
는 행위’382)라며 정당방위나 과잉방위를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고수하고 있
다. 특히 2001도1089 판결에서 피해자를 “10여 년간을 같이 살아온 남편”,
“두 자녀의 아버지” 등으로 수식하거나 피해자가 평소 ‘자신의 무능력함’
이나 ‘피고인의 남자관계에 대한 의심’ 등으로 괴로워했다는 등의 표현은
오히려 법원이 가정폭력의 가해자였던 피해자에게 더 공감하고 있는 것은 아
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바꿔 생각하면 피해자는 ‘10여 년간을 같이 살
아온 아내’이자 ‘사랑하는 두 자녀의 어머니’인 피고인을 학대해왔고 이를
이유로 헤어지려는 피고인을 일방적으로 쫓아다니며 주거지까지 찾아와 흉기
를 들고 이혼을 반대했다. 이와 같은 위협에 밖으로 도망가려던 피고인을 강
제로 잡아 온 것 역시 피해자였다. 위와 같은 판결은 법원이 피고인의 입장을
좀 더 고려해봤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이 들게 한다. 이어서 아래에서는 가정폭
력 피해 여성이 남편을 살해한 사건에서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법원
의 법리를 살펴보고자 한다.

380) 이강민, 앞의 논문(주375), 144면.


381) 이지훈, “참다못해 상습폭력 남편 살해, 정당방위 인정 1건도 없었다”, 동아일보,
2018. 7. 11. (http://news.donga.com/home/3/all/20180711/90994272/1, 최종검색일: 2019
. 1. 21.).
382)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사회 통념’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분명하게 밝
히지 않고 있어 그 의미가 불분명하고, 이에 따라 판결의 결과 역시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박상기, 앞의 책(주347), 187-188면, 각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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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법원의 법리

앞의 판결에서도 살펴보았듯이 법원은 정당방위가 위법성을 예외적으로 조


각시키는 사유라는 점에서 그 요건의 해석과 적용은 피침해자의 주관적인 사
정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닌 객관적으로 엄격히 결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형법」 제21조 ①항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
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하여 정당방위를 규정하고 있다. 정당방위의 성립요건은 객관적
요건과 주관적 요건으로 나뉜다.383) 객관적 요건이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
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있어야 하고 이를 보호하기 위한 방위행위에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주관적 요건이란 행위자에게 방위의사
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384) 정당방위의 성립을 어렵게 하는 요건은 주로
‘현재성’과 ‘상당성’ 두 가지인데, 법원은 정당방위가 범죄 행위에서 예
외적으로 위법성을 조각시키는 사유라는 점에서 이 두 요건을 엄격하게 해
석·적용하고 있다.385)

피학대 여성의 남편살해 사건에서 정당방위가 인정되기 어려운 것은 정당방


위 요건 중 ‘현재성’ 요건보다 ‘상당성’ 요건의 영향이 크다. 의붓아버지
살해사건이자 ‘김보은 양 사건’으로 잘 알려진 대법원 1992. 12. 22. 선고
92도2540 판결에서도 장기간에 걸친 지속적인 침해행위가 있었다면 ‘현재
성’을 인정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피해자를 살해한 행위
는 방위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행위로 볼 수 없다며 ‘상당성’의
결여를 이유로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은 바 있다.386) 이후로도 법원은 피학
대 여성의 살해 행위가 ‘사회 통념상 상당성을 초과한 행위’라는 견해를 고

383) 오영근, 앞의 책(주349), 190-191면.


384) 오영근, 위의 책(주349), 191면.
385) 대전지방법원 2006. 10. 18. 선고 2006고합102 판결.
386) 대법원 1992. 12. 22. 선고 92도2540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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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하고 있다.387) 이렇듯 현행법상 정당방위에 대한 법원의 논리에 따르면 정
당방위는 당장의 부당한 침해를 막을 정도의 소극적 방위행위에만 인정된다.
그렇기 때문에 오랜 학대 경험에 따른 두려움과 신체적인 차이 등으로 현재의
위협이 없는 상황, 소위 ‘비대결 상황’388)에서 피학대 여성이 남편을 살해
하게 되는 사건에서는 더욱 정당방위가 인정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방위행위에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상당성’ 요건에 대해 대법원


판례는 “침해행위에 의해 침해되는 법익의 종류, 정도, 침해의 방법, 침해행
위의 완급과 방위행위에 의해 침해될 법익의 종류, 정도 등 일체의 구체적 사
정들을 참작하여 방위행위가 사회적으로 상당한 것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일 때 정당방위에서의 상당성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고 있다.389) 이때
“일체의 구체적 사정들을 참작하여” “사회적으로 상당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때 상당성이 인정된다는 점은 그 뜻이 추상적이기 때문에390) 그 사회의
인식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여지가 있어 보인다. 판례의 견해에 따르
면 정당방위는 긴급피난과 같이 다른 피난 방법이 없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며
피고인이 피해자의 공격을 피할 수 없었음을 반드시 필요로 하지도 않는
다.391) 또한, 수비를 위한 소극적인 방위행위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반격의 행
위도 정당방위에 포함된다고 한다.392) 그러나 법원은 위와 같은 견해를 따르
더라도 ‘상당한 이유’의 결여를 이유로 매번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
다. 마찬가지 이유에서 법원은 긴급피난 역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과잉방
위가 인정된 적 역시 단 한 번도 없다. 다만 장기간의 학대를 겪었다는 점이
나 남편살해 피고인이 초범일 경우 이를 양형 사유로 참작하거나393) 드물게

387) 대법원 2016. 8. 24. 선고 2016도6641 판결.


388) 조국, 앞의 논문(주22), 40면.
389) 대법원 1984. 6. 12. 선고 84도683 판결; 대법원 1992. 9. 25. 선고 92도1520 판결; 대법
원 1992. 12. 22. 선고 92도2540 판결; 대법원 2003. 11. 13. 선고 2003도3606 판결; 대법
원 2005. 3. 25. 선고 2004도8668 판결.
390) 박상기, 앞의 책(주347), 187면.
391) 대법원 1966. 3. 5. 선고 66도63 판결; 오영근, 앞의 책(주349), 197면.
392) 대법원 1992. 12. 22. 선고 92도2540 판결; 오영근, 위의 책(주349), 19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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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신미약을 인정하여 감형을 하고 있을 뿐이다.394)

III. 긴급피난 및 심신장애

전술하였듯이 BWS 여성이 남편을 살해한 사건에서 긴급피난이 적용된 판례


역시 단 한 건도 없으며, 현재까지 법원은 BWS 여성의 남편살해 사건에서 정
당방위나 긴급피난을 인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감형 사유로서 「형법」 제10
조 심신장애395)396) 규정에서 심신미약을 인정하는 것으로 그치고 있다.397) 서
울고등법원 2005.5.13. 선고 2005노208 판결에서도 가정폭력을 일삼던 남편
(피해자)이 술에 취해 피고인과 자녀들을 폭행하고 친딸을 성추행한 후 잠이
들자 태권도복 띠로 목을 졸라 피해자를 살해한 피고인에게 서울고등법원은
정당방위나 긴급피난을 인정하지 않았고, 피고인이 가정폭력으로 겪은 중증의
우을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심신미약만을 인정하여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을 선고하는 것에 그쳤다.398) 서울고등법원은 ‘사
건 당일은 물론 그 이전에도 피해자가 가정폭력을 일삼고 딸에 대한 성추행을
반복해왔으며 그러한 침해가 이후 반복될 염려가 있다면 ‘현재의 위난’이
있었다고 볼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재의 위난’이 있었음
은 인정했지만, 피고인이 ‘‘매 맞는 아내 증후군’에 해당’하더라도 피고
인의 행위가 ‘적법절차로 나아갈 가능성이 없었던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한 사람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가는 행위가 최후의 또는 최소한의 행위라

393) 박강우·채희정, “피학대여성의 남편살해행위에 대한 정당화 및 면책법리의 재검토”,


「중앙법학」, 9(4), 중앙법학회, 2007, 161면.
394) 대전지방법원 2006. 10. 18. 선고 2006고합102 판결.
395) 「형법」 제10조(심신장애인) ①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② 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
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 ③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
기한 자의 행위에는 전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396) 「형법」 제10조의 ‘심신장애’의 의미에는 생물학적인 요소와 사물 변별능력이나 의사
결정 능력 등과 같은 심리적인 인 요소가 포함된다. 박상기, 앞의 책(주347), 241면.
397) 이명숙, 앞의 논문(주17), 73면.
398) 심규석, 앞의 기사(주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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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어려우며, 사회통념상 상당성이 있는 행위였음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긴급피난행위 또는 과잉피난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399)

서울고등법원은 또한 피고인의 행위가 긴급피난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피해자와의 이혼이나 상담, 수사요청, 또는 친지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등
의 적극적인 노력을 한 뒤에도 더 이상의 해결 방안이 없어야’ 한다고 보았
는데,400) 위 사건에서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이혼을 요구하기도 했고 친정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지만 이로 인해 피해자로부터 더 심한 학대를 당했으며
피해자는 칼을 가지고 ‘친정 식구들까지 모두 죽이겠다’며 친정을 방문하기
도 했다.401) 그 결과 피고인은 ‘더 이상 피해자에게서 벗어날 수 없고, 유일
한 방법은 피해자나 자신 중 한 사람이 죽는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던 상
태였던 것으로 밝혀졌다.402) 이와 같이 우리 법원은 BWS 피고인이 처한 상황
이나 피고인의 상태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되지 상태에서 긴급피난을 부
정하는 경향을 유지하고 있다.

IV. 학설

BWS 이론은 1996년 한인섭 교수에 의해 최초로 우리 형법 학계에 소개되었


다.403) 가정폭력 피학대 여성의 남편살해 사건에서 BWS 이론을 적용해야 한다
고 보는 학설은 크게 정당방위로 인정하자는 견해, 긴급피난으로 인정하자는
견해, 그리고 책임의 문제로 보자는 견해, 이 세 가지 견해로 나뉜다.

399) 이명숙, 앞의 논문(주17), 71면.


400) 심규석, 앞의 기사(주21).
401) 이명숙, 위의 논문(주17), 71면.
402) 이명숙, 위의 논문(주17), 71면.
403) 조국, 앞의 논문(주22), 37면, 각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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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방적 정당방위

BWS 여성의 남편살해를 정당방위로 인정해야 한다는 견해는 BWS 여성의 남


편살해 행위를 ‘예방적 정당방위’로 보아야 한다고 한다.404) 정당방위의 요
건인 ‘현재성’은 주로 배우자와의 비대결 상황에서 남편을 살해하는 피학대
여성의 정당방위 성립을 어렵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예상되는 장래의 침해를
피할 방법이 없거나 이를 피하지 않을 때 현저히 곤란한 상황에 처할 것으로
예상될 때 취하는 방위행위인 예방적 정당방위는 BWS 여성의 남편살해를 방위
행위로 볼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준다.405) 예방적 정당방위가 반복될 위험이
있는 침해에 대한 방위행위라는 점에서 긴급피난의 일종으로 볼 때, 긴급피난
의 성립요건인 위난의 현재성과 보충성의 원칙406)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
다.407) 긴급피난에서의 ‘현존하는 위난’은 정당방위에서의 현재성보다 넓은
개념으로, 침해가 존재하는 현재는 물론이고 긴급피난행위를 미룰 경우 피해
가 상당히 증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와 지속되는 위협이 언제고 일어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까지 포함하기 때문이다.408) 즉 피학대 여성의 남편살해
사건에 긴급피난의 일종으로 볼 수 있는 예방적 정당방위를 적용한다면 침해
의 현재성을 넓게 인정할 수 있고, 침해가‘그 당시’에 현존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장기간 지속 되어 온 충분히 예상 가능한 침해일 때 ‘현존’이라는
단어가 언어적 의미에 국한되어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409) 가해 남
성과 한집에서 사는 피학대 여성에게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진행 중’
인 침해라는 상황적·심리적인 특수성이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이다.410)

404) 박상기, 앞의 책(주347), 179-181면.


405) 박상기, 위의 책(주347), 179면.
406) 긴급피난에서의 ‘보충성’이란 피난행위 이외에 위난을 피하기 위한 가능한 수단이나 방
법이 없어야 함을 의미한다. 한상훈·안성조, 앞의 책(주350), 125면.
407) 박상기, 위의 책(주347), 180면.
408) 박상기, 위의 책(주347), 206-207면.
409) 박상기, 위의 책(주347), 180-181면.
410) 박상기, 위의 책(주347), 18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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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폭력행위처벌법)」 제8조는 특정범죄에 제
한된 것이기는 하지만 “이 법에 규정된 죄를 범한 사람이 흉기나 그 밖의 위
험한 물건 등으로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가하려 할 때 이를 예방하거나
방위하기 위하여 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며 예방적 방위행위
도 정당방위로 인정하고 있다.411) 그러나 「폭력행위처벌법」 제8조는 정당방
위의 현재성 요건을 명문으로 완화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만, 상당성을 초
과한 방위행위를 여전히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볼 수 있
다.412) 예방적 정당방위에서 법익의 침해가 지속된다는 것만으로는 법익이 침
해되기 직전이라고 볼 수 없다는 부정적인 견해 역시 다수 존재한다.413) 조국
교수는 부부간의 보호와 배려의무를 남편이 먼저 깨뜨리고 아내의 생명 또는
신체 등의 법익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경우에는 아내에게 도망하거나 피해야
할 의무가 없다고 보아야 하며, 남편의 이러한 불법한 공격을 유효하게 막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치명적인 방어수단도 사용할 수 있다고 본다.414) 즉 정상
적인 부부 관계에서 배우자에 대한 경미하고도 일시적인 법익 침해라면 정당
방위를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배우자에 대한 중대하거나 지속적인 법익
침해가 있었던 경우에는 정당방위를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415)

411)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8조(정당방위 등) ① 이 법에 규정된 죄를 범한 사


람이 흉기나 그 밖의 위험한 물건 등으로 사람에게 위해(危害)를 가하거나 가하려 할 때 이
를 예방하거나 방위(防衛)하기 위하여 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② 제1항의 경우에 방위
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때에는 그 형을 감경한다. ③ 제2항의 경우에 그 행위가 야간이나
그 밖의 불안한 상태에서 공포ㆍ경악ㆍ흥분 또는 당황으로 인한 행위인 때에는 벌하지 아니
한다.
412) 박상기·전지연·한상훈, 『형사특별법』, 집현재, 2016, 20면.
413) 김성돈, 『형법총론(제5판)』, SKKUP, 2017, 277면; 김일수·서보학, 『새로쓴 형법총론
(제12판)』, 박영사, 2014, 199면; 배종대, 앞의 책(주346), 234면; 손동권·김재윤, 앞의
책(주350), 180면; 신동운, 앞의 책(주350), 304-305면; 오영근, 앞의 책(주349), 194면;
이재상·장영민·강동범, 『형법총론(제9판)』, 박영사, 2017, 233면; 정성근·정준섭,
『형법강의 총론』, 박영사, 2016, 112면.
414) 조국, 앞의 논문(주5), 229면.
415) 조국, 위의 논문(주5), 2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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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긴급피난

다음은 BWS 피고인 사례에서 긴급피난을 인정하자는 논의이다. 「형법」 제


22조에 규정되어 있는 긴급피난416)의 법적 성질에 관한 견해는 ‘정당화적 긴
급피난’으로만 이해하는 견해(단일설)417)와 ‘정당화적 긴급피난’과 ‘면책
적 긴급피난’을 동시에 규정한 것으로 보는 견해(이분설)418)로 나뉜다.419)
전자인 단일설은 긴급피난을 위법성만을 조각하는 규정으로 이해하며, 후자인
이분설은 보호법익과 침해법익 사이의 이익교량에서 더 우월한 법익을 보호하
기 위한 경우에는 ‘정당화적 긴급피난’으로, 동가치적 이익 충돌이 있는 경
우에는 책임을 조각하는 ‘면책적 긴급피난’으로 해석한다.420) BWS 피고인
사례와 관련해서는 가해자가 위난의 유발자라는 점을 고려하여 긴급피난의 상
당성 요건에서 균형성의 원리가 수정된 ‘정당화적 긴급피난’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견해와 긴급한 위난을 피하기 위한 다른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
이 없다고 보아 ‘면책적 긴급피난’을 적용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421)

먼저 정당화적 긴급피난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는 “형벌을 안 받거나 적

416) 「형법」 제22조(긴급피난) ①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② 위난을 피하지 못할 책임이 있는
자에 대하여는 전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③ 전조 제2항과 제3항의 규정은 본조에
준용한다.
417) 권오걸, 『스마트 형법총론』, 형설출판사, 2011, 191면; 김성천·김형준, 『형법총론(제
7판)』, 소진, 2015, 224-225면; 김신규, 『형법총론(개정판)』, 청목출판사, 2013, 312면;
박상기, 앞의 책(주347), 202-203면; 오영근, 앞의 책(주349), 204면; 이재상·장영민·강
동범, 앞의 책(주413), 250-251면; 임웅, 『형법총론(제10판)』, 법문사, 2018, 261면; 정
성근·박광민, 앞의 책(주350), 258-259면; 정영일, 『형법강의 총론(제3판)』, 학림,
2017, 153면; 정진연·신이철, 『형법총론(제3판)』, 숭실대학교 출판부, 2012, 214면; 조
준현, 『형법총론(5정판)』, 법원사, 2013, 434면.
418) 김일수·서보학, 앞의 책(주413), 210면; 배종대, 앞의 책(주346), 256면; 신동운, 앞의
책(주350), 302면; 진계호, 『형법총론(제7판)』, 대왕사, 2003, 331; 이정원, 『형법총
론』, 신론사, 2012, 168면; 김성돈, 앞의 책(주413), 292면.
419) 정현미, “가정폭력피해자에 의한 가해자 살해: 정당화 및 면책사유의 검토”, 「법학논
집」, 6(2),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연구소, 2001, 53-54면.
420) 정현미, 위의 논문(주419), 54면.
421) 조국, 앞의 논문(주22), 51-5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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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행위 자체의 정당성에 대한 법적 평가가 더욱 중
요”하다고 본다.422) 그렇기 때문에 이 견해는 면책적 긴급피난을 주장하는
쪽이 BWS 여성의 살해 행위를 책임을 조각시키는 것으로 국한하여 여전히 BWS
여성의 반격행위를 정당하지 못하고 위법한 것으로 남겨놓으며, 단지 BWS 여
성의 당시 상황과 심리적·정신적 상태를 고려하여 용서를 해주는 것으로 평
가한다는 점에 문제를 제기한다.423) 즉 피학대 여성의 살해 행위가 도덕적으
로나 법적으로 정당한 것이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424)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긴급피난의 상당성 요건에서 피학대 여성이 경험한 폭
력의 강도와 빈도 및 기간, 피학대 여성의 심리적·육체적 상태, 그리고 피난
행위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425) 또한, 긴급피난의 피해
자가 그 위난을 유발한 ‘방어적 긴급피난’426)의 상황에서는 위난유발자에
대한 피난행위라는 점에서 위난유발자의 이익은 보호가치가 낮아지므로 보호
이익이 침해이익보다 본질적으로 우월하지 않거나 심지어 보호이익이 더 낮은
가치일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있다고 본다.427)

다음으로 면책적 긴급피난을 인정하자는 견해는 ‘아무리 도덕적으로 나쁘


고 위험한 자라도 그의 생명은 그 어떠한 법익보다 귀중하며 대체 불가능한
것’이므로,428) 긴급피난은 타인의 생명을 박탈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정당화
될 수 없고 책임만이 조각될 수 있다고 본다.429) 예컨대 ‘김보은 양 사건’

422) 한인섭,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가해자 살해: 그 정당화와 면책의 논리”, 「서울대학
교 법학」, 37(2),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 1996, 265-266면 참조, 조국, 앞의 논문(주5),
251면에서 재인용.
423) 조국, 위의 논문(주5), 251면.
424) 조국, 위의 논문(주5), 251면.
425) 조국, 위의 논문(주5), 252면.
426) ‘공격적 긴급피난’과 ‘방어적 긴급피난’의 차이는 전자는 피난행위자가 위난과 관계
없는 제3자의 법익을 침해하는 경우에, 후자는 위난유발자의 법익을 침해하는 경우에 인정
된다는 점이다. 손동권·김재윤, 앞의 책(주350), 218면.
427) 조국, 위의 논문(주5), 252-253면.
428) 이용식, “정당방위와 긴급피난의 몇 가지 요건”, 『형사판례연구[3]』, 박영사, 1995,
99면; 조국, 위의 논문(주5), 250면.
429) 조국, 위의 논문(주5), 25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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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도 피고인의 행위는 ‘균형성’430)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며431) ‘비대
결 상황’에서 남편을 살해한 여성의 피난행위는 위법성을 조각하지 못하고
책임이 조각될 뿐이라는 것이다.432) 따라서 이 견해는 전문가의 감정 결과를
토대로 면책적 긴급피난의 성립 여부를 우선적으로 고려한 후, 심신장애 여부
가 감형 사유로서 검토되어야 한다고 본다.433)

이외에도 가정폭력의 특성상 가정 내에서 과거에서부터 장래에까지 이어지


는 폭력이 진행 중이라고 볼 여지가 있고,434) 이에 따라 ‘위난의 현재성’이
인정된다면 피고인의 행위가 과잉긴급피난435)이 될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
긴급피난의 상황이 존재한다고 보더라도 원칙적으로 ‘정(正) 대 정(正)’의
관계라는 긴급피난의 특성상 엄격한 상당성 요건이 충족될 수 없으므로 위법
성이 조각될 수는 없고 형의 감경 등은 가능하다는 것이다.436)

3. 책임

BWS 여성의 남편살해 사건을 책임에서 논해야 한다는 견해는 우리 법원이


가정폭력사건에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처지에 있는 기혼 여성의 입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에 주목하며, 크게 과잉방위와 면책적 긴급피난, 그리고

430) 긴급피난의 상당성에는 ‘보충성’과 ‘균형성’이 포함되는데, ‘보충성’이란 피난행위


이외에는 위난을 피할 수 있는 수단이나 방법이 없어야 한다는 것으로 다른 수단이 없을 경
우에 보충적으로 피난행위를 해야 함을 의미한다. ‘균형성’은 피난행위를 통해 보호하려
는 이익이 그로 인해 침해되는 법익보다 본질적으로 우월해야 함을 의미한다. 한상훈·안성
조, 앞의 책(주350), 125-126면.
431) 김일수, “장기적인 위난과 면책적 긴급피난”, 『판례연구(제7집)』, 1994, 313면 참조;
조국, 앞의 논문(주5), 250면에서 재인용.
432) 조국, 위의 논문(주5), 250면; 이용식, 앞의 논문(주428), 99면.
433) 이명숙, 앞의 논문(주17), 73면.
434) 손동권·김재윤, 앞의 책(주350), 181면.
435) 과잉긴급피난이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이지만
그 정도를 초과하여 상당한 이유가 없는 피난행위를 말한다. 오영근, 앞의 책(주349), 209
면.
436) 손동권·김재윤, 위의 책(주350), 18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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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신장애로 나뉜다. 이 견해는 법원이 피학대 여성이 최후의 수단으로 남편을
살해할 때까지 국가로부터 제대로 된 도움과 구조를 받지 못했음을 고려하지
않고 경찰 등 국가기관에 대한 구조요청이 선행되지 않았음을 이유로 정당방
위를 부인하기만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본다.437) 면책적 긴급피난은 위의 긴
급피난 부분에서 전술한 바와 같고, 과잉방위 및 심신장애와 관련된 견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책임을 감경 또는 면제해주는 과잉방위를 인정해야 한다는 견해는 독


일의 정당방위를 제한하는 사회윤리적 제한 이론을 정당방위의 상당성과 별개
로 보는 것이 아닌 상당성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438) 정
당방위의 사회윤리적 제한이 상당성과 별개 관계라고 본다면 이중적으로 정당
방위권이 제한되는 것이므로 정당방위와 과잉방위 모두 성립할 여지가 없지
만, 상당성에 포함된다고 본다면 상당성을 초과하는 것이 되어 정당방위만 부
정되고 과잉방위는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439) 그러므로 이 견해는 가정폭
력과 관련해서 방위행위자의 신체나 생명 등에 중대한 침해가 있었다면 사회
윤리적 제한 이론이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며, 방위행위자
에게 중대한 침해가 있는 경우에는 사회윤리적 제한이 부정되므로 일반적인
정당방위에 대한 판단 후 상당성 요건을 충족한다면 정당방위가 되고, 중대한
침해가 없었다면 방위행위의 상당성을 초과했는가의 검토에 따라 과잉방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440)

다음으로 심신장애에서 BWS 피고인 사례를 논해야 한다는 견해는 BWS 여성


대부분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정신과적 질환을 갖는다는 점을 근거로

437) 한인섭,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가해자 살해: 그 정당화와 면책의 논리”, 「서울대학
교 법학」, 37(2),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 1996, 285면 이하 참조, 김태명, “정당방위의
상당성요건의 구체적 의미와 판단기준”, 「고시계」, 46(5), 고시계사, 2001, 49-50면에서
재인용.
438) 이강민, 앞의 논문(주375), 127면.
439) 이강민, 위의 논문(주375), 143면.
440) 이강민, 위의 논문(주375), 14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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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의 심신장애 요소를 고려하여 책임의 감면 사유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
장한다.441) 「형법」 제10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심신장애’는 사물변별능력
이나 의사결정능력에 지장이 있는 상태를 의미하며, 심신장애의 사유로 책임
능력이 없는 상태를 ‘심신상실’이라고 한다.442)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는 자
는 책임이 조각되어 형사 처분의 대상이 되지 않으며, 책임능력이 감소된 상
태인 심신미약과 구별된다.443) 학설은 ‘심신장애’의 의미를 정신병리학적
의미의 ‘정신장애’와 동일한 의미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며,444) 판례는 심신
장애의 유무 및 정도의 판단은 “정신질환의 종류와 정도, 범행의 동기, 경
위, 수단과 태양,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행동, 반성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법원이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한다.445) 따라서 이 견해는
가정폭력 피학대 여성의 살해 사례에서 장기적인 폭력과 학대 사실이 확인되
고 피고인이 불안정한 심리 상태에서 한 행위였다고 주장하는 경우, 법원은
전문가의 감정을 의뢰하고 그 감정 결과에 따라 심신장애 여부를 검토하는 것
이 바람직하다고 본다.446)

제5절 소결

BWS 여성의 남편살해 사건과 관련하여 영미법계인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법


정에서 전문가의 감정을 참고함으로써 BWS 피고인의 특수한 심리적·정신적
상태를 고려하여 정당방위의 ‘현재성’ 요건과 ‘합리성’ 요건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정당방위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영미법계인 영국에서는 상
대적으로 정당방위의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하는 방식을 고수하여 BWS 피고인

441) 정현미, 앞의 논문(주419), 55-56면.


442) 신동운, 앞의 책(주350), 377면.
443) 신동운, 위의 책(주350), 377면; 한상훈·안성조, 앞의 책(주350), 169면.
444) 이진국, “형사절차상 정신장애에 대한 감정”. 「법학논총」, 28(4), 한양대학교 법학연
구소, 2011, 355.
445) 대법원 1999. 1. 26. 선고 98도3812 판결; 대법원 1999. 8. 24. 선고 99도1194 판결.
446) 정현미, 위의 논문(주419), 5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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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책임만을 감경하고 있다. 불문법 체계의 영미법에서는 성문법 체계의 국가
보다 상대적으로 요건을 완화하여 적용하기 쉽다는 특징이 있어 BWS 여성의
남편살해 사건에서 정당방위를 인정하는 판결이 나오기도 한다. 그에 비해 성
문법 체계의 대륙법계 국가들에서는 정당방위 요건의 해석이 상대적으로 더
엄격하기 때문에 BWS 피고인 사건에서 정당방위를 인정하는 것이 더 어려운
편이다. 그 예로 독일은 영미법계 국가들보다 BWS 피고인 사례에서 정당방위
성립을 더욱 엄격하게 검토하고 있다. 특히 부부와 같은 긴밀한 관계 내에서
는 상대방의 침해를 어느 정도 수인할 필요가 있다는 사회윤리적 제한은 독일
에서 정당방위 인정을 더욱 어렵게 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한국 역시 BWS 피
고인의 행위가 정당방위 요건의 해석에서 ‘현재의 위협이 있었다고 보기 어
렵다’거나 ‘사회 통념상 상당성이 있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정당방위를 인정한 판결은 단 한 건도 없으며, 이는 긴급피난의 인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한국 형법에서 BWS 여성의 남편살해 행위에서 위법성을
조각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다음 장에서는 남편을 살해한
BWS 피고인의 사례를 책임조각사유 부분에서 논의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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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초법규적 책임조각사유로서 매 맞는 아내 증후
군 검토

제1절 서설

앞의 제3장에서는 외국과 한국에서의 ‘매 맞는 아내 증후군(Battered


Woman Syndrome, BWS)’ 이론에 관한 법적 논의와 판결 경향에 관하여 알아보
았다. 이번 제4장에서는 BWS 피고인 사례가 위법성조각사유나 책임능력 부분
이 아닌 독자적인 면책사유로 논의되어야 하는 이유와 BWS 이론의 초법규적
책임조각사유 적용에 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먼저 책임의 내용에 관하여 알
아본 후 초법규적 책임조각사유의 전제인 기대불가능성의 내용 및 판단 기준
을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이를 남편을 살해한 BWS 피고인 사례와 연관하여
적용해보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 형법에서 이를 적용하기 위한 방안을 알
아보며 이 장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제2절 초법규적 책임조각사유와 기대불가능성

I. 책임의 내용

책임 단계에서는 행위자의 특성에 대한 고려와 책임 유무의 판단이 내려지


는데,447) 행위자의 행위는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위법성이 인정되며 책임 단계
에서 개인적인 책임이 인정되어야 범죄가 성립한다.448) 개인에게 책임이 없다
면 그의 행위에 대해 비난을 할 수 없으며, 이를 비난가능성이 없다고 한다.

447) 배종대, 앞의 책(주346), 290면.


448) 박상기·전지연, 앞의 책(주343), 15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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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책임은 행위자에 대한 비난가능성이며, 책임이 없다고 판단되는 행위자에
게는 비난을 할 수 없으므로 범죄 역시 성립하지 않는다.449) 이는 형벌은 행
위자의 책임을 전제로 하여 부과되어야 하고, 동시에 책임의 정도를 넘어서는
형벌을 과해서는 안 된다는 책임주의 원칙을 반영한 것이다.450) 책임주의 원
칙은 근대 이전에 행위자에 대한 고려 없이 책임과 비례하지 않는 형벌이 자
행되었던 점에 대한 반성으로 생겨난 “책임 없이 형벌 없다(nulla poena
sine culpa)”로 설명되는 근대 형사사법의 기본원리이다.451)

일반적으로 책임은 ① 책임능력, ② 책임형식(책임고의와 책임과실), ③ 위


법성의 인식(가능성), 그리고 ④ 적법행위의 기대가능성, 이 네 가지로 구성
되어 있다고 본다.452) 첫 번째로 책임능력은 행위의 위법성을 인식·통찰하
고, 이에 따라 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능력으로, 책임능력은 책임비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건이기 때문에 책임의 조건이라고 보기도 한다.453) 두 번째
로 책임고의와 책임과실은 구성요건요소에서 고의나 과실을 인정한 후, 이를
책임요소에서 다시 인정하는 것으로 고의와 과실의 이중기능이라고도 한
다.454) 이는 고의나 과실과 같은 심리적 요소를 책임비난에서도 중요한 것으
로 본 결과이다.455) 다음으로 위법성의 인식이란 행위자가 자기 행위의 위법
성을 인식했거나 인식할 수 있었어야 처벌이 가능함을 의미한다.456) 「형법」
제16조(법률의 착오)에서는 “자기의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하
는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449) 오영근, 앞의 책(주349), 249면.


450) 박상기, 앞의 책(주347), 232면.
451) 이재상·장영민·강동범, 앞의 책(주413), 301면.
452) 책임을 이와 같은 네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는 것은 복합적 책임론의 견해이다.
복합적 책임론은 책임의 본질을 고의나 과실과 같이 행위자가 행위 시에 갖고 있던 심리상
태라고 보는 심리적 책임론과 행위자의 심리상태에 추가하여 행위자에게 적법한 행위를 할
것을 기대할 수 있었는가 하는 기대가능성이 책임의 본질로 보는 규범적 책임론을 합친 견
해로 현재의 일반적 견해이다. 한상훈·안성조, 앞의 책(주350), 163면.
453) 한상훈·안성조, 위의 책(주350), 164면.
454) 한상훈·안성조, 위의 책(주350), 163면.
455) 한상훈·안성조, 위의 책(주350), 163면.
456) 한상훈·안성조, 위의 책(주350), 164면; 박상기·전지연, 앞의 책(주343), 15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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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한다”고 하여 행위자가 자신의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금지되어 있다는
위법성을 인식할 수 있었을 때 처벌이 가능함을 밝히고 있다.457) 마지막으로
적법행위의 기대가능성이란 객관적인 외부사정을 고려했을 때 행위자에게 적
법행위를 기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458) 정리하면, 형법상 책임은 행위
자에게 형사책임능력(제9조, 제10조, 제11조 등)이 있고, 행위자가 행위의 불
법성을 인식하고 있었으며(제16조), 그밖에 책임조각사유(제12조, 제21조 제3
항, 제22조 제3항 등)가 없어야 인정이 된다.459)

II. 초법규적 책임조각사유로서 기대불가능성

현재의 일반적 견해는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이라는 규범적 요소를 책


임의 본질로 인정한다.460) 기대가능성이란 행위자에게 위법한 행위가 아닌 적
법한 행위를 기대할 수 있었는가를 묻는 것으로, 비난가능성을 판단하는 단계
이자 책임 판단의 가장 마지막 단계이다.461) 기대불가능성은 현재 초법규적
책임조각사유로 인정하는 견해462)와 실정법으로 규정된 개별적인 책임조각사
유 해석의 제한원리로 인정하는 견해463)로 나뉜다.464) 전자의 견해는 기대불
가능성이 책임조각사유의 기본원리이므로 이를 근거로 일반적인 초법규적 책
임조각사유를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465) 형법에 규정되어 있는 책임조각사유

457) 박상기, 앞의 책(주347), 232면.


458) 한상훈·안성조, 앞의 책(주350), 164면.
459) 박상기, 위의 책(주347), 232면.
460) 한상훈·안성조, 위의 책(주350), 163면.
461) 박상기, 위의 책(주347), 273면; 이재상·장영민·강동범, 앞의 책(주413), 357면.
462) 이재상·장영민·강동범, 위의 책(주413), 361면; 오영근, 앞의 책(주349), 281-282면;
정성근·박광민, 앞의 책(주350), 365면; 임웅, 앞의 책(주417), 364-365면. 김성돈, 앞의
책(주413), 408면.
463) 김일수·서보학, 앞의 책(주413), 291면; 박상기, 위의 책(주347), 273-274면; 배종대,
앞의 책(주346), 332-334면; 신동운, 앞의 책(주350), 445-446면; 이정원, 앞의 책(주418),
258면.
464) 박상기·전지연, 앞의 책(주343), 176면.
465) 이재상·장영민·강동범, 위의 책(주413), 36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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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충분하지 못하며 모든 기대불가능한 사정을 입법화하는 것 역시 불가능하
다는 이유다.466) 후자의 견해는 기대가능성이 독자적인 초법규적 책임조각사
유가 아니라 기대불가능성을 이유로 책임을 조각하는 여러 개별적인 책임조각
사유 규정들에 내재된 공통요소에 해당한다고 보는데,467) 기대가능성이 없다
면 책임이 조각된다고 일반화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해치고 형법의 기능을
약화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468) 형법상 기대불가능성을 이유로 규정된 책임
조각·감경사유로는 강요된 행위(제12조), 과잉방위(제21조 제2, 3항), 과잉
피난(제22조 제3항), 과잉자구행위(제23조 제2항), 친족 간의 범인은닉·증거
인멸죄(제151조 제2항, 제155조 제4항) 등이 있다.469)

생각건대, 기대불가능성을 초법규적 책임조각사유로 보는 견해가 타당하다.


그 이유로는 첫째, 책임조각과 관련해서는 위법성조각에 대한 「형법」 제20
조470)와 같은 포괄적 규정이 없다.471) 그렇기 때문에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지만 행위자에게 적법한 행위를 기대할 수 없는 사례에서는 기대불가능성을
이유로 책임을 조각할 수 있어야 한다. 1953년 처음 공포된 우리 형법전 제정
에 핵심적 역할을 한 효당 엄상섭 역시 그의 형법논설에서 형법 민주화를 위
해서는 「형법」 제12조472)의 규정으로 행위자의 억울한 사정을 참작해야 한
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기대가능성이 없는 행위를 벌하지 않는 하나의 예시로
도 볼 수 있다.473) 엄상섭은 강요된 행위를 벌하지 않는 제12조474)의 규정에
서 ‘행위의 강요’가 ‘비정상적인 부수사정’ 중 하나의 예라고 보며 ‘책

466) 김성돈, 앞의 책(주413), 406면; 정성근·박광민, 앞의 책(주350), 364면.


467) 박상기·전지연, 앞의 책(주343), 176-177면.
468) 김일수·서보학, 앞의 책(주413), 290면; 신동운, 앞의 책(주350), 446면.
469) 박상기·전지연, 위의 책(주343), 177면.
470) 「형법」 제20조(정당행위)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
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471) 오영근, 앞의 책(주349), 281-282면.
472) 「형법」 제12조(강요된 행위)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이나 자기 또는 친족의 생명, 신체에
대한 위해를 방어할 방법이 없는 협박에 의하여 강요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473) 신동운·허일태, 『효당 엄상섭 형법논집』, 서울대학교출판부, 2003, 74면.
474) 형법 초안 제13조. 신동운·허일태, 위의 책(주473), 1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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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조각원유’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며,475) ‘비정상적인 부수사정’을 인
정하고 있는 것 역시 책임조각사유가 예기치 못하거나 특수한 사정에 기인하
는 것으로 이해한 결과로 보인다. 나아가 엄상섭은 책임의 구성을 심리적 요
소인 인식가능성과 규범적 요소인 기대가능성으로 보는 규범적 책임개념이 정
당하다는 관점에서,476)477) 규범적 책임개념에 따른 기대가능성이론이 형법학
계에서 일반적으로 승인된다면 제12조와 같은 조문의 존치 가치가 없어질 것
이라고 말한다.478) 또한 “형법초안 이유설명서”에서는 정부초안이나 형법초
안에는 명시되지 않은 제12조의 제목을 “적법행위의 기대가능성에 대한 규
정”이라고 붙이며 그 입법 배경으로 프랑스, 독일, 스페인, 그리고 브라질
등의 형법 조문을 열거하고 있다.479) 이와 같은 점을 볼 때 우리 형법의 제정
당시 기대가능성이 없는 행위는 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고려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두 번째로, 모든 기대불가능한 사정을 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불


가능하다.480) 형법에 규정이 없더라도 적법행위가 불가능한 경우가 있을 수밖
에 없고, 이 모든 사정을 입법자가 책임조각사유로 입법화할 수는 없다.481)
그러므로 개별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기대불가능성이 인정된다면 책임이 조각
되어야 한다. 기대불가능성을 초법규적 책임조각사유로 인정하면 법관의 자의
적인 해석이나 자유재량판단을 허용하게 된다는 우려가 있지만, 법의 적용에
있어 법관의 해석과 재량이 필요한 것은 불가피한 것이 사실이고, 자의적이거

475) 신동운·허일태, 앞의 책(주473), 128-129면.


476) 신동운·허일태, 위의 책(주473), 146면.
477) 규범적 책임개념은 오늘날의 통설적인 견해로, 책임의 본질을 행위에 대한 비난가능성으
로 보며 책임능력, 위법성인식, 그리고 책임조각사유의 부존재를 구체적인 책임 요소로 든
다. 박상기, 앞의 책(주347), 237면.
478) 신동운·허일태, 위의 책(주473), 129면.
479) 신동운, “형법 제·개정 자료집”, 한국형사정책연구원, 2009, 36면; 배종대, “기대가
능성이론의 발전과 우리 형법 50년”, 「형사법연구」, 18, 한국형사법학회, 2002, 73-74
면.
480) 정성근·박광민, 앞의 책(주350), 364면.
481) 정성근·박광민, 위의 책(주350), 364-36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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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유재량의 정도까지 이르는 것을 금지하되 피고인에게 적법한 행위를 기
대하기 힘들었다는 충분한 증거의 확보하에 기대불가능성을 초법규적 책임조
각사유로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초법규적 책임조각사유로서 기
대불가능성의 이론화가 필요할 것이고, 그 기본은 피고인의 구체적 상태에 대
한 정신과 전문의나 심리 전문가의 감정 등이 증거로 충분히 확보·검토되고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판례에서도 기대불가능성을 독자적인 책임조각사유로 인정하고 있다. 예컨


대 67도1115 판결에서 피고인은 동해 방면에서 어업을 하다가 기관 고장과 풍
랑으로 표류하던 중 북한군 함정에 납치되어 납북되었는데, 피고인은 북한 측
이 시키는 대로 북한의 공장과 학교 등 여러 기관을 관람하고 북한을 찬양하
는 감상문을 작성하여 제출해야만 했고, 우리나라로 송환되는 조건으로 하는
여러 가지 지령을 받아 수락했다.482) 법원은 위와 같이 ‘북한을 찬양, 고무
또는 이에 동조하고 북한의 여러 가지 지령을 받아 수락한’ 피고인의 행위를
“살기 위한 부득이한 행위로서 기대가능성이 없다”고 판시했다.483) 또한,
65도1164 판결에서는 피고인이 우연한 기회에 입학시험에 나올 문제를 알게
되어 암기했고, 실제 입학시험에서 해당 문제가 출제되자 암기한 답을 답안지
에 기재한 행위에 대해 ‘일반 수험생에게 암기한 답을 답안지에 기재하지 않
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업무방해죄의 성립을
부인했다.484) 위와 같은 판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기대불가능성을 기저로
한 제12조 규정485)에 따르더라도 동일한 판단을 할 수 있으므로 판례가 기대
불가능성을 독자적인 책임조각사유로 인정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견해도 있지
만,486) 위의 두 판례에서는 제12조의 구체적인 조문을 언급하지 않았고, 65도

482) 대법원 1967. 10. 4. 선고 67도1115 판결.


483) 대법원 1967. 10. 4. 선고 67도1115 판결; 박상기·전지연, 앞의 책(주343), 177면.
484) 대법원 1966. 3. 22. 선고 65도1164 판결.
485) 「형법」 제12조(강요된 행위)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이나 자기 또는 친족의 생명, 신체에
대한 위해를 방어할 방법이 없는 협박에 의하여 강요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486) 박상기·전지연, 위의 책(주343), 17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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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4 판결에서 우연히 암기한 답을 시험 답안지에 작성한 피고인의 행위는 제
12조에서 규정하는 ‘강요된 행위’487)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판례가 독자적인 책임조각사유의 의미에서 판결을 내린 것으로 보는 것이 타
당하다. 이외에도 피고인이 제초제를 먹은 아내를 구하기 위해 차를 운전하여
급히 병원으로 향하던 중 교통사고를 일으켜 피해자 2명에게 전치 2주의 상해
를 입혔지만 구호조치를 하지 않고 바로 떠난 사례에서 법원은 면책적 긴급피
난의 경우로서 기대불가능성을 이유로 특가법상 도주운전죄 등에 대한 책임이
조각된다고 보았다(대법원 2002. 11. 13. 2002도4481).488)

기대불가능성을 독자적 책임조각사유로 인정하는 견해는 기대가능성 유무의


판단 기준에 따라 국가 표준설, 행위자 표준설, 평균인 표준설, 그리고 최소
규범인 표준설의 입장으로 나뉜다.489) 간단하게, 국가 표준설은 적법행위를
기대하는 주체인 국가가 법질서 내지 국가 이념에 따라 기대가능성 유무를 판
단해야 한다고 본다.490) 행위자 표준설은 행위자가 행위 당시에 처한 구체적
사정하에서 행위자의 능력을 표준으로, 평균인 표준설은 행위자 대신 사회의
평균인을 표준으로 기대가능성 유무를 판단해야 한다고 본다.491) 최소규범인
표준설은 법 공동체의 생활에 요구되는 최소한의 인간상과 기대가능성의 기준
을 규범적으로 설정하고 그 기준에 따라서 기대가능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입
장이다.492) 판례는 “적법행위를 기대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
하여는 행위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하에 행위자 대신 사회적 평균인을 두고 이
평균인의 관점에서 그 기대가능성 유무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여 평균인
표준설을 취하고 있다.493) 기대가능성 유무의 판단 기준은 최소규범인 표준설

487) 판례에 따르면 ‘강요된 행위’는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이나 생명, 신체에 위해를 가하
겠다는 협박 등 다른 사람의 강요행위에 의하여 이루어진 행위를 의미하는 것”이며 “행위
자 스스로의 의사결정이 사실상 강제되는 결과를 낳게 하는 경우까지 의미”하는 것은 아니
다. 대법원 1990. 3. 27. 선고 89도1670 판결.
488) 한상훈·안성조, 앞의 책(주350), 194면.
489) 박상기·전지연, 앞의 책(주343), 190면.
490) 이재상·장영민·강동범, 앞의 책(주413), 362면; 한상훈·안성조, 위의 책(주350), 190
면.
491) 이재상·장영민·강동범, 위의 책(주413), 362면; 한상훈·안성조, 위의 책(주350), 190
면.
492) 한상훈·안성조, 위의 책(주350), 19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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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따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행위자 개개인의 모든 능력을 판단하는
것은 불가하므로 기대가능성의 판단에는 어느 정도 규범적 기준을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그 기준은 사회의 평균인을 기준으로 하여 너무 높은 정도
에 이르러서는 안 되며, 국가이념을 기준으로 하는 것은 너무 모호하고 추상
적이라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494) 예컨대 <그림 6>에서 보듯이 최소규범인
표준설에서 기준이 되는 최소규범인은 사회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정상범위 내의 사람들 중에서는 최하한이지만 행위자보다는 높은 타행위가능
성을 가진 사람을 의미한다.495) 그러므로 최소규범인 표준설에 따라 최소한의
기대가능성 판단 기준을 제시하면서도 모든 행위자에게 과도한 요구를 부과하
지 않는 것이 적절하다.496)

<그림 6> 최소규범인과 타행위가능성

(자료: 한상훈, “진화론적 인지과학을 고려한 책임개념과 책임원칙의 재조명”, 「형사법연


구」, 27(1), 한국형사법학회, 2015, 286면.)

493) 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5도10101 판결; 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3도15616 판
결; 박상기·전지연, 앞의 책(주343), 178면.
494) 한상훈·안성조, 앞의 책(주350), 191면.
495) 한상훈, “진화론적 인지과학을 고려한 책임개념과 책임원칙의 재조명”, 「형사법연
구」, 27(1), 한국형사법학회, 2015, 286면.
496) 한상훈·안성조, 위의 책(주350), 19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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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절 초법규적 책임조각사유로서 매 맞는 아내 증후군 검토

I. 매 맞는 아내 증후군과 기대불가능성

앞의 절에서 전술하였듯이 오늘날 통설인 규범적 책임개념에 따르면 책임의


본질은 행위자가 행위를 할 것을 결정하고 이를 실행한 것에 대한 비난가능성
이며,497) 비난가능성은 행위자에게 적법한 행위를 기대할 수 있다는 기대가능
성을 전제로 한다.498) 우리 형법학의 ‘1세대’(1950-1960년대) 학자이자 가
장 먼저 형법 책을 저술한 김용식은 그의 저서 「신형법총론」에서 비난가능
성의 근거가 ‘타행위가능성’이며, “위법행위 대신에 타의 적법행위를 하도
록 행위자의 의지결정을 종용하는” 기대가능성이 “책임조각원인”이 된다고
주장했다.499) 역시 우리 형법학 1세대인 황산덕은 그의 저서 「형법총론강
의」에서 기대불가능사유에 면책 규정 외의 “기타 기대불가능한 행위”를 추
가하고 “(기대가능성이) 특수한 경우에는 비록 객관적 규준에는 맞지 않을지
라도 행위자의 주관적 상태를 고려하여 책임을 조각시켜도 무방할 때가 있을
것이다”라며500) 처음으로 기대가능성의 초법규적 확장 가능성을 시사했
다.501)502) 그리고 위의 논리와 같이 BWS 여성의 남편살해라는 특수한 사례에
서 피고인이 ‘행위 당시에 적법하고도 살인 이외의 다른 행위를 할 수 없’
었던 주관적 상태가 증명된다면 기대불가능성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497) 박상기, 앞의 책(주347), 237면.


498) 박상기, 위의 책(주347), 273면.
499) 김용식, 『신형법총론』, 보문각, 1953, 53면; 배종대, 앞의 논문(주479), 7면에서 재인
용.
500) 황산덕, 『형법총론강의』, 위성문화사, 1956, 164-170면; 배종대, 위의 논문(주479), 9
면에서 재인용.
501) 배종대, 위의 논문(주479), 9면.
502) ‘기대불가능성이 초법규적 책임조각사유가 된다’는 언급은 1961년 정영석의 『형법총
론』에서 처음 발견된다. 정영석, 『형법총론』, 삼중당, 1961, 238면; 배종대, 위의 논문
(주479), 9면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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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WS 피고인의 기대가능성 여부는 피고인의 특수성을 반영하여 행위자 주관
적 특성과 행위자가 행위 당시 처했던 구체적 상황의 특성을 설명할 수 있는
전문가의 감정을 기반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한 번도 가정폭력을 겪어보지 못
한 배심원이나 법관이 가정폭력 피해자의 특성을 전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어
려우며,503) 이는 영미법계에서 가정폭력 사건의 경우 전문가의 감정을 법적
증거로 사용하고 있는 이유이다.504) 제2장에서 살펴보았듯이 BWS 여성은 상습
적이고 반복적인 학대에 노출되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과 같은 트라우마
증상을 비롯한 불안정한 정신적·심리적 특징을 보이는데, BWS 증상을 보이고
남편을 살해한 여성의 가장 큰 공통점은 폭력 상황에 길들여진 수동성과 무력
감505) 그리고 자신 또는 가족들의 생명과 안전의 위협에 대한 공포심과 불안
감이다.506)

제2장에서 살펴본 ‘학습된 무력감’으로 설명되는 BWS 여성의 폭력에 대한


수동성과 무력감은 BWS 여성이 폭력적인 남편에게 적극적으로 대응하거나 남
편에게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이다.

‘내가 말만 잘 들으면 됐기 때문에 이후 다시 목포로 내려왔다……


내가 암에 걸려 6개월만 산다거나 차에 치여 죽거나 도망갈까 생각해
본 적은 있어도 결혼 자체도 내가 원한 결혼이 아닌 것처럼 이혼을
할 방법도 생각지 못했다……수면제도 먹어봤다.’507)

살해한 여성 재소자의 면담 내용 중 일부이다. 위의 면담 내용에서 ‘남편의

503) Lutz, V. L., supra note 211, pp. 22-23.


504) 현재 미국의 모든 50대 주와 컬럼비아 특별구(District of Columbia, DC), 그리고 캐나다
대법원에서 가정폭력 사건에서 전문가의 감정을 인정하고 있다. Lutz, V. L., supra note
211, p. 22.
505) 이수정, “가정폭력에 기인하여 배우자를 살해한 여성 재소자의 심리특성에 관한 연구”.
「한국심리학회지: 사회 및 성격」, 20(2), 한국심리학회, 2006, 49면.
506) Russell, B. L., supra note 100, p. 17; Browne, A., supra note 170, pp. 128-130.
507) 이수정, 위의 논문(주505), 4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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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이혼보다 자신에게 사고가 나거나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먼저 하
고 심지어 수면제를 먹어 자살을 시도했던 점’ 등은 피학대 여성의 수동성과
무력감을 잘 나타낸다. 이와 같은 심리적 요인 외에도 자녀에 대한 걱정,508)
이별 통보에 뒤따르는 남편의 회유 또는 협박,509) 그리고 가정폭력을 단순히
‘가정사’로 치부해 가정폭력 가해자에 대한 수사나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
지 않고 있다는 점510) 등의 현실적 요인 역시 피학대 여성이 폭력적인 남편과
폭력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든다.

가정폭력의 경험과 두려움은 일회적인 경험과 감정과는 다르다. 반복적인


폭력·학대의 경험과 그로 인하여 수없이 겪어온 두려움의 감정은 단지 일회
적인 경험들의 합이 아닌 그보다 훨씬 이상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아리스토텔
레스의 “전체는 부분의 합 이상”이라는 명언처럼 피학대 여성의 경험과 두
려움의 감정은 중첩적인 것(cummulative)이기 때문이다.511) 특히 두려움의 감
정은 학습되는 것이며512) 두려움을 동반하는 생각을 억제하려고 할수록 오히
려 그것을 유도하게 되는 현상이 일어난다.513) 따라서 남편의 폭력·학대의
경험으로 학습된 공포감과 두려움은 시간이 지날수록 피학대 여성에게 크게
다가오고 작은 공포 유발 요인에도 크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는
제2장에서 살펴보았듯이 가정폭력 피학대 여성들의 MRI 검사 결과, 정상 여성
들 대조군에 비해 합리적인 판단을 주관하는 전두엽의 부피가 더 작아져 있었
거나514) 기능이 손상되어 있었다는515) 연구 결과와 공포감을 느끼면 편도체가

508) 이수정, 앞의 논문(주505), 49면.


509) 런디 밴크로프트(정미우 역), 앞의 책(주 97), 292-294면.
510) 박세미·손호영, 앞의 기사(주16).
511) Kennedy, H., supra note 283, p. 211.
512) Chance, P., Learning and Behavior: Active Learning Edition(6th ed.), Cengage
Learning, 2008, pp. 94-96.
513) 스트레스 사건과 같이 부정적인 경험을 의도적으로 억제하게 되면 오히려 반복적으로 사
고하게 되거나 꿈으로 나타나는 등의 인지적 증상들로 드러나게 된다. 한덕웅·박준호,
“스트레스 사건에 관한 반복생각과 분노경험이 주관안녕과 건강지각에 미치는 영향”,
「한국심리학회지: 건강」, 8(1), 한국심리학회, 2003, 162면.
514) 김영윤, 앞의 논문(주120), 391면.
515) Aupperle, R. L., Melrose, A. J., Stein, M. B., & Paulus, M. P., supra note 158,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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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활성화되어 인지적으로 정서를 조절하는 것에 실패하게 된다는 뇌과학적 연
구 결과516)에서도 증명된 사실이다. 남편을 살해한 여성 재소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91.2%(34명 중 31명)가 범행에 앞서 사전계획이 없었
다고 답했으며,517) BWS 여성이 주로 남편에 의한 폭력·학대의 수위가 높아지
고 BWS 여성이 느끼는 생명의 위협이 죽음에 이를 정도에 다다랐을 때 남편을
살해하게 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518) BWS 여성의 남편살해는 살기 위한 필사
적인 행위와 다름없다고 할 수 있다.519)

‘(남편의) 버릇 중 하나가 칼을 가져오는 것이어서 칼을 눈에 띄지


않도록 숨기면서 살아야 했고, 내가 피하는 바람에 침대에 칼이 꽂혔
던 적이 있는데 그 당시 ‘내가 피해서 살았구나’라는 생각을 강하
게 했다……사고 발생 3일 전 남편은 칼로 질 입구를 긁었다……칼을
숨기면 남편은 칼을 찾아내라며 큰소리를 쳤고, 모르겠다고 하면 가
위를 갖고 나오곤 했다……남편이 다시 칼을 사용하기 시작했을 때,
내가 그 사람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
래서 (남편을) 죽이게 된 것 같다.’520)

위의 남편을 살해한 여성 재소자와의 면담 내용에는 피학대 여성이 느끼는 남


편의 폭력으로 인한 두려움과 생명의 위협으로 인한 공포심, 그리고 그로 인
해 남편을 살해하기에 이를 수밖에 없었던 선택의 과정이 나타나 있다. 위와

691.
516) Rauch, S. L., Whalen, P. J., Shin, L. M., McInerney, S. C., Macklin, M. L., Lasko,
N. B., Orr, S. P., & Pitman, R. K., supra note 157, pp. 769-775; Aupperle, R. L.,
Melrose, A. J., Stein, M. B., & Paulus, M. P., supra note 158, pp. 689-690.
517) 이수정, 앞의 논문(주505), 44-45면.
518) Straus, M. A., supra note 171, p. 17.
519) Daniel, A. E., & Harris, P. W., supra note 176, pp. 267-268; Wilbanks, W., supra
note 176, pp. 9-14; Browne, A., & Williams, K. R., supra note 168, p. 76; Jurik, N.
C., & Winn, R., supra note 176, pp. 227-242; Maguigan, H., supra note 176, pp.
379-486; Russell, B. L., supra note 100, p. 17
520) 이수정, 위의 논문(주505), 4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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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점을 종합하여 볼 때, 피학대의 경험과 그로부터 학습된 두려움 등의 부
정적인 감정은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것이며, 이러한 것이 원인이 되는 행위
에는 적법한 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II. 매 맞는 아내 증후군에의 초법규적 책임조각사유 적용

BWS 여성의 남편살해에서 기대불가능성은 독자적으로 책임을 조각시키는 사


유로 인정되어야 한다. 기대불가능성의 초법규성을 부정하는 견해는 기대불가
능성을 규정한 실정법적 근거가 있을 경우에만 책임조각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521) 형법상 규정된 책임조각사유만으로는 ‘비정상적인 부수사
정’522)인 기대불가능성의 사례를 모두 포함하는 것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현재 형법상 BWS 피고인의 남편살해 행위에서 책임을 조각할 수 있는 면책규
정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예컨대 BWS 피고인의 사례는 ‘타인의 협박이나 폭
력 등에 의한 강요’가 필요한 제12조의 강요된 행위나 “법정절차에 의하여
청구권을 보전하기 불능한 경우”에 성립하는 제23조 제2항의 과잉자구행
위523)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 다른 면책규정인 과잉방위(제21조 제2, 3항)는 법원이 정당방위 요건이


갖추어지는 것을 전제로 검토하며524) BWS 여성의 남편살해가 상당성을 초과하
여525) ‘방위행위로서의 한도를 넘어섰’고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는 정

521) 배종대, 앞의 논문(주479), 5면.


522) 신동운·허일태, 앞의 책(주473), 129면.
523) 「형법」제23조(자구행위) ① 법정절차에 의하여 청구권을 보전하기 불능한 경우에 그 청
구권의 실행불능 또는 현저한 실행곤란을 피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② 전항의 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때에는 정황에 의하여 형을 감경 또
는 면제할 수 있다.
524) 정승환, “정당방위의 성립요건과 과잉방위”, 대한변협신문, 2014. 11. 24.
(http://news.koreanbar.or.kr/news/articleView.html?idxno=11842, 최종검색일: 2019. 1.
28.).
525) 판례의 경향에 따르면 법원은 과잉방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도 “최소한의 상당성”이 충족
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정승환, 위의 기사(주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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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등526) 사실상 과잉방위가 인정되는 것이 힘들
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법원이 86도1862 판결과 같이 ‘방위의사에서 비롯되
었으며 짧은 시간 내 연속된 전후 행위’를 과잉방위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527)은 폭력적인 남편과의 신체적인 힘의 차이나 두려움 등의 요인으로 흉기
등을 사용하여 비대결 상황에서 남편을 살해하게 되는 BWS 피고인의 사례에서
과잉방위의 성립을 더욱 어렵게 한다. 과잉피난(제22조 제3항) 역시 “전조
제2항과 제3항의 규정은 본조에 준용한다”라고 하여 과잉방위의 요건과 해석
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BWS 피고인 사례에서 적용되기가 쉽지 않
다. 이와 같이 BWS 피고인의 사례가 적용되기에 적합한 면책규정이 없는 상황
에서 현재 실정법으로 규정된 면책규정 요건을 완화하여 적용하는 것 또한 성
문법 체계 내에서 쉽지 않고, BWS 피고인의 사례뿐만 아니라 다른 범죄에서도
요건이 완화·적용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있으며, 그렇지
않더라도 다른 범죄와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등과 같은 문제가 있
다.528) 그러므로 BWS 피고인의 사례는 기대불가능성을 근거로 하는 초법규적

526) 대법원 1992. 12. 22. 선고 92도2540 판결; 대법원 2001. 5. 15. 선고 2001도1089 판결;
대법원 2016. 8. 24. 선고 2016도6641 판결; 김성규, “과잉방위의 요건과 한계: 이른바 양
적(量的) 과잉방위의 사안과 관련해서”, 「외법논집」, 40(2),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연구
소, 2016, 80면.
527) 과잉방위를 인정한 예로는 평소 흉포한 성격으로 가족들에게 폭력을 가해왔던 오빠(피해
자)가 사건 당일 어머니를 향해 칼을 휘두르는 것에 놀란 어머니가 기절하고 이를 저지하려
던 남동생의 목을 조르는 등 가족들의 생명·신체를 위협하자 겁에 질려 보고 있던 여동생
(피고인)이 이를 막기 위해 피해자의 목을 졸라 살해한 행위를 법원이 과잉방위로 인정한
사례가 있다. 법원은 피고인이 다른 가족들에 대한 피해자의 위협을 막기 위해 피해자의 목
을 두 손으로 졸랐고 이에 피해자가 뒤로 넘어지자 같이 앞으로 넘어진 피고인이 계속 피해
자의 목을 누르고 있다가 남동생이 “누나, 왜 이래”하고 소리치자 정신을 차리고 손을 놓
았음에도 피해자가 이미 질식사한 상황에서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방위의 상당성 요건을 결
여했지만 ‘짧은 시간 내에 계속된 위의 일련의 방위행위는 전체로서 하나의 행위로 보아야
한다’며 ‘방위의사에서 비롯된 제21조 제2항의 과잉방위에 해당’한다고 보았고, 나아가
동조 제3항을 적용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를 통해 보면 법원은 과잉방위가
‘방위의사’에서 비롯되어야 하며 행위의 결과가 그 방위의사에서 ‘연속된 전후행위’이
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법원 1986. 11. 11. 선고 86도1862 판결; 대법
원은 이 판결 이후에는 대부부의 판례에서 과잉방위가 인정되기 위해서도 정당방위의 요건
을 갖추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정승환, 앞의 기사(주524).
528) 이와 같은 의견은 BWS 피고인의 사례 외에는 면책사유로 인정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
이 아니라 과잉방위와 과잉피난이 정당방위의 요건과 해석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과잉방
위 또는 과잉피난의 요건을 완화하여 적용한다면 이는 정당방위의 인정 범위가 넓어질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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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조각사유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BWS 피고인의 사례에서 초법규적 책임조각사유를 인정하기 위한 전제가 되


는 기대불가능성의 판단은 최소규범인 표준설을 기준으로 하되 사회의 최소규
범인이 BWS 피고인과 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그와 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는 관점에서 BWS 피고인의 상황적·주관적 특수성을 반영하여 판단해야 한다.
최소규범인 표준설에 따르면 기대불가능성의 판단에는 최소규범인이라는 기준
을 행위자의 행위 당시 구체적 상황에 적용하여 행위자 개인의 능력과 객관적
부수사정 등의 현실적 여건이 모두 고려되어야 하는데, 기대가능성이자 비난
가능성의 근거인 ‘타행위가능성’은 행위자가 적법행위에 대한 규범적 요청
을 개인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능력 범위 안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529) 그
러므로 최소한의 규범적 기준으로 기대불가능성의 기준선을 정하고530) BWS 피
고인의 피학대 경험과 그동안의 두려움과 공포감, 그리고 사건 당시 BWS 피고
인이 처한 구체적 상황의 맥락(context)을 고려하는 “맥락추론(contextual
reasoning)”531)을 통해 BWS 피고인에 대한 이해가 선행된 상태에서 기대불가
능성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맥락추론을 하는 것은 맥락을 민감하게 해
석하여 다수에게 소수의 견해를 이해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532) 사람은 자
신과 같은 경험이 있는 상대를 더욱 잘 이해한다는 점533)을 고려하면 맥락추
론은 직접 겪지 않은 경험의 이해를 간접적으로 돕기 때문이다. BWS 피고인의
피학대 경험 역시 마찬가지이다. BWS 피고인의 가정폭력 피학대 경험을 이해
하기 위해서는 영미법계에서처럼 법정에서 BWS 피고인의 상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전문가의 감정이 증거로써 적극적으로 인정되고 활용되어야 하며,
법원은 이를 바탕으로 BWS 피고인의 기대불가능성을 판단하여야 한다.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 것임을 밝힌다.


529) 한상훈, 앞의 논문(495), 285면.
530) 한상훈·안성조, 앞의 책(주350), 191면.
531) 전해정, “맥락추론과 여성의 역량강화”, 「한국여성철학」, 14, 한국여성철학회, 2010,
93면.
532) 전해정, 위의 논문(주531), 94면.
533) 전해정, 위의 논문(주531), 9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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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절 한국 형법에서의 적용 및 논의

이전의 내용에서 남편을 살해한 BWS 여성의 기대불가능성을 근거로 초법규


적 책임조각사유가 인정되어야 함을 알아보았다. 이번 제4절에서는 이와 같은
내용을 한국 형법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와 관련하여 서술하고자 한다.
먼저, 한국은 성문법 체계로 위법성조각사유의 성립요건을 엄격히 하고 있어
정당방위나 긴급피난 규정 등의 요건 완화가 쉽지 않고, 요건을 완화하여 적
용하더라도 정당방위나 긴급피난의 범위를 확장하게 된다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특히 정당방위와 긴급피난은 예외적으로 위법성을 조각시키는 규정이라
는 점에서 그 인정의 범위가 넓어져서는 안 된다. 또한, 심신장애의 규정에서
논하는 것 역시 BWS 여성이 심리적·정신적 장애가 있다는 편견이나 오해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제2장에서 서술했듯이 BWS는 정신질환이 아
니라 ‘최소규범인’ 이상의 능력을 갖춘 자라면 누구든지 BWS 피고인이 처한
상황에서 그와 같거나 유사한 선택을 할 수 있으며 폭력·학대의 경험으로 학
습되는 등 환경적인 요인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는 ‘증상’이다. 그렇기 때문
에 BWS 피고인이 남편을 살해한 사건 그 당시의 상태와 평소 그의 상태는 다
를 수 있는데, 심신장애에서 논하게 된다면 정신질환의 범위 내에서 해석할
수밖에 없으며 BWS 피고인이 그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심신장애 규정이
인정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BWS 여성이 정신적 질환이 있다는 인식을 심어
주게 되어 대중에게 오히려 BWS 여성 본인에게 문제가 있어서 매를 맞는 것이
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거나 그러한 오해 또는 편견을 강화할 수 있으며,
폭력의 원인을 가정폭력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집중시킬 수 있다. 위와
같은 논리에서 BWS 피고인의 사례는 기대불가능성을 전제로 하는 초법규적 책
임조각사유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BWS 피고인의 남편살해 행위를 독자적인 면책 사유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가


정폭력의 경험과 BWS 증상으로 인한 기대불가능성을 전제로 하는 초법규적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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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조각사유 이론의 정립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기대불가능성의 판단 기준
은 BWS 피고인과 같은 상황에 놓여 있음을 전제로 하는 최소규범인을 기준으
로 평가해야 한다. 또한, 법원은 BWS 피고인에 대한 전문가의 감정을 증거로
채택하고 이를 근거로 BWS 피고인의 면책 여부를 검토하여 판단해야 할 것이
다. 그리고 그 판단에는 BWS 여성의 주관적 특성뿐만 아니라 현재 가정폭력
피학대 여성들이 「가정폭력처벌법」과 같은 현행 법체계 내에서 적절한 구조
를 받거나 안전을 보장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534) 등의 사회적인 문제에 대
한 고려 역시 포함되어야 한다. 인간은 상당히 비합리적인 존재이며 의사결정
에 인지적 편향(cognitive bias)과 휴리스틱(heuristics)과 같은 요인의 영향
을 받는데,535) 법관 역시 이와 같은 인지적 편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536) 그
렇기 때문에 법관이 가진 특정한 집단에 대한 편견이 증거의 인정이나 판결을
내리는 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537) 법관들도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의 오류를 범하는지 알아보기 위한 한 실험에서는 법관으로서의 직업 경
험이 확증편향을 감소시키는 것은 아니었으며, 검사 결과에 따라 오히려 법관
집단이 대조군인 일반 대학생들 보다 확증편향의 오류를 더 많이 보이기도 했
다.538) 이와 같이 법관도 인지적 편향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사실은 법정에
서 BWS 피고인의 남편살해 사례를 검토함에 있어 일반 살인범죄와 다르지 않
게 판단하거나 ‘매 맞는 아내’에 대한 일반적인 사회적 편견을 가진 상태에
서 판단하는 등의 오류를 범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피고인의 상태에 관한 전
문가의 감정을 증거로 채택하고 이를 충분히 고려하여야 함을 시사한다.

534) 신상희, 앞의 기사(주10).


535) 한상훈, 앞의 논문(495), 271면.
536) Greene, E., & Heilbrun, K.(최이문·손지영·한상훈 역), 『법심리학(제8판)』, 피앤씨
미디어, 2018, 72면.
537) Greene, E., & Heilbrun, K.(최이문·손지영·한상훈 역), 위의 책(주536), 72면.
538) 확증편향이란 사람들이 빈번히 하게 되는 인지적 편향 중 하나로, 자신이 세운 가설 또는
믿음을 확증하는 증거만을 수집하고 그것을 반증하는 증거는 배제하려 하는 경향을 말한다.
확증편향은 법정상황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며, 법관 역시 확증편향의 오류를 범할 가
능성이 있다. 김청택·최인철, “법정의사결정에서의 판사들의 인지편향”, 「서울대학교
법학」, 51(4),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 2010, 328-3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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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절 소결

남편을 살해한 BWS 피고인의 사례는 살해 행위이기 때문에 불법성에는 변화


가 없다는 점에서 책임의 부분에서 검토되어야 하며, 정신질환이 아니라는 점
에서 책임능력이 아닌 적법행위의 기대가능성이 없었던 피고인의 사건 당시
상태와 그 구체적 상황을 참고하여 책임조각사유로 논의되어야 한다. 그리고
기대불가능성의 판단은 사회의 평균인이 아닌 최소규범인을 기준으로 BWS 피
고인과 관련된 객관적·주관적 요인을 모두 참고하여야 한다. 법관 역시 일반
인과 같이 인지적 편향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자신이 겪어보지
못한 피고인의 경험과 상태에 대한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이를 설명해주는 전
문가의 감정을 증거로 채택하고 판결에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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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결론

본 논문에서는 가정폭력 피학대 여성의 남편살해 문제를 기존의 판례 경향


과 같이 ‘살해’ 사건으로 보기 전에 가정폭력으로부터 벗어 날 수 없었던
BWS 여성의 주관적 상태와 환경적 요인 등 구체적인 상황을 중심으로 알아보
았다. 사람들은 ‘왜 남편과 헤어지지 않고 폭력을 견디고 사는지’ 그리고
‘왜 남편을 살해하기 전에 가정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다른 시도를 하지 않
는지’ 의문을 갖는다. 법원 역시 같은 물음을 던지며 BWS 피고인에게 유죄판
결을 내린다. 그러나 본 논문에서 살펴보았듯이 현재의 가정폭력과 관련한 법
과 제도는 BWS 여성이 안전하게 남편에게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지 못한다.
폭력적인 남편은 피학대 여성이 그와 헤어지려고 하거나 주변에 도움을 구할
수록 더욱 강하게 그녀를 옭아맨다. 장기간 상습적인 폭력과 학대의 경험은
남편에게서 벗어나려는 어떤 시도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무력감을 학습시
키며, 이와 같은 심리적 문제와 더불어 자녀의 양육 문제나 경제적인 문제 등
의 상황적 요인은 BWS 여성이 남편과 헤어지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그
리고 남편의 폭력 강도가 점점 강해지고 BWS 여성 자신이나 자녀를 비롯한 다
른 가족들의 안전이 위협받을 때 다른 선택의 여지 없이 남편을 살해하게 된
다.

한국 법원의 판례는 BWS 여성의 주관적 특성과 남편 살해사건과 관련된 구


체적 정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일반적인 ‘살해사건’과 다르지 않게
판결을 내린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과 캐나다 등 영미법계에서는 BWS 여성
의 심리적·정신적 상태를 정확히 판결에 반영하기 위해 전문가의 감정을 증
거로 채택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영미법계에서
는 BWS 여성의 남편 살해사건에서 정당방위가 인정되기도 하는데, 예외적으로
영국에서는 정당방위의 성립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하여 정당방위가 아닌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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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감경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성문법 체계인 독일과 한국은 영미법계보
다 법조문의 해석이 상대적으로 더 엄격하기 때문에 BWS 여성의 남편 살해사
건에서 정당방위나 긴급피난의 인정이 더욱 어렵고, 한국의 법원은 지금까지
남편을 살해한 피학대 여성에게 정당방위나 긴급피난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장기간의 폭력과 학대의 경험은 BWS 여성이 두려움과 공포에 민감하게 반응


하도록 하며, BWS 여성이 두려움과 공포감이 극대화된 상태에서 ‘살기 위
해’ 또는 ‘다른 가족을 구하기 위해’ 남편을 살해한다는 점에서 BWS 피고
인에게 기대불가능성을 전제로 하는 초법규적 책임조각사유가 인정되어야 한
다. BWS 여성의 남편살해를 초법규적 책임조각사유로 인정한다면 정당방위나
긴급피난의 요건을 완화해야 하는 부담이 없을 뿐만 아니라 심신장애의 적용
으로 피학대 여성의 정신적 결함에 원인을 둠으로써 발생하는 피학대 여성이
정상이 아니라는 오해와 편견도 방지할 수 있다. 본 논문에서 알아보았듯이
피학대 여성이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서 학대를 당하거나 남편을 살해한 것이
아닌 가정폭력의 문제는 가해자에게 있고 누구든지 가정폭력과 같은 장기간의
폭력 상황에 놓인다면 피학대 여성과 같은 상태에서 같은 선택을 할 수 있다
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이는 BWS가 정신질환으로 명시되지 않은 이
유이며, BWS는 질병적 증후군이 아닌 개인적 경험과 상황에 영향을 받는 일련
의 증상이다. 그러므로 BWS 피고인의 기대불가능성은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것
이 가능하다고 생각되는 ‘최소규범인’539) 을 기준으로 판단하되 객관적·주
관적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궁극적으로 BWS 피고인에게 독자적인 책임
조각사유가 인정될 수 있어야 한다.

가정폭력은 가정 내의 문제로, 또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만으로 이해되


어서는 안 된다. 가정폭력은 우리 사회의 젠더 역할에 대한 인식과 편견과도
관련되어 있다. 젠더 역할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편견도 피해 여성들이 남편

539) 한상훈, 앞의 논문(495), 28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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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폭력을 참고 견디며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실제
로 피해 여성들은 가족과 친구, 그리고 심지어 경찰에게까지 “아이의 아버지
이니 참고 가정을 유지하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540) 가부장적인 요인이 가
정폭력의 빈도 및 피해율과 관련이 있듯이541) 가정폭력은 국가 및 우리 사회,
이웃, 가정, 그리고 피해자의 측면에서 이해되어야 올바르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542) <그림 5>에서 표현되듯이 개인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안에서
영향을 받고, 사람 간의 관계는 지역 사회로부터, 그리고 지역 사회는 사회
구조 또는 국가 제도로부터 영향을 받는다.543) 이는 가정폭력 문제가 법원 판
결의 변화로부터 해결되어야 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그림 7> 여성폭력을 이해하기 위한 생태학적 모델

(자료: Ellsberg, M., Peña, R., Herrera, A., Liljestrand, J., & Winkvist, A., “Candies
in Hell: Women's Experiences of Violence in Nicaragua”, Social Science & Medicine, 51,
2000, p.1596.)

540) Ellsberg, M., Peña, R., Herrera, A., Liljestrand, J., & Winkvist, A., supra note
43, p. 1606.
541) 이인선·황정임·최지현·조윤주, 앞의 보고서(주51), 4면.
542) Ellsberg, M., Peña, R., Herrera, A., Liljestrand, J., & Winkvist, A., supra note
43, p. 1596.
543) Ib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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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 인지적 편향과 휴리스틱의 영향을 받기 때문
에 항상 완벽하게 합리적인 사고나 판단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법관 역시
인간이기에 그 판단이 항상 합리적일 수 없다. 그러나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
은 자신이 비합리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거나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
리는 우리의 비합리성을 바로잡기 위한 시도와 노력을 할 수 있다. 가정폭력
피학대 여성과 관련한 사건에서는 영미법계에서처럼 전문인의 감정을 적극적
으로 활용하여 이를 근거로 피고인의 당시 상태와 책임 등의 판단이 이루어져
야 한다. 그리고 피고인의 관점에서 그동안 겪은 학대 경험과 사건 당시 적법
한 행위가 가능했는지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버트런드 러셀은 그의 저서
「자유로 가는 길」에서 ‘사람은 본능에 반하는 사실과 마주하면 그 사실을
꼼꼼히 살피고 증거가 달리 생각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실한 경우가 아니라
면 그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반면에 그의 본능과 일치하는 근거를 접하
면, 증거가 매우 부실하더라도 받아들인다’라는 말을 남겼다.544) 실제로 인
지 심리학에 따르면 사람들이 어떤 말의 진실 여부를 판단할 때 자신의 믿음
또는 선호도와 연관된 말이나 자신이 신뢰하고 좋아하는 출처에서 나온 말에
더욱 인지적으로 편안함을 느낀다고 한다.545) 법원이 BWS 피고인 사건을 일반
적인 ‘남성 대 남성’의 사건으로 바라보거나 가정폭력의 가해자를 이해하는
것만큼 BWS 피고인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역시 우리 사회가 가정폭력과 ‘매
맞는 아내’에 대해 어떠한 인식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사
람은 자신과 같은 경험이 있는 상대를 더욱 잘 이해한다.546) 바꿔 말하면 상
대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와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법원
이 BWS 피고인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판결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감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피고인이 남편살해라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구체적 상황의 맥락을 추론해야 하는 이유이다. 런디 밴크로프트는 ‘법원에

544) 버트런드 러셀(장성주 역), 『버트런드 러셀의 자유로 가는 길』, 함께읽는책, 2012, 196
면.
545) 대니얼 카너먼(이창신 역), 『생각에 관한 생각』, 김영사, 2018, 104면.
546) 전해정, 앞의 논문(주531), 9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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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일하는 사람들이 단 하루라도 자신과 같은 삶을 사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경험하길 바란다’는 말을 하는 피학대 여성들을 수없이 많이 만나보았다고
한다.547) 법원의 판결은 사회체제에 적응하고 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역
할이 아닌 ‘맥락파괴자(context smasher)’548)로서 올바른 방향으로 우리 사
회를 이끌어 나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 법원이 먼저 올바른 가치를 향한 선택
을 할 때 우리 사회 역시 낡은 패러다임 구조에서 진보된 패러다임 구조로 나
아갈 수 있을 것이다.549)

547) 런디 밴크로프트(정미우 역), 앞의 책(주97), 396면.


548) ‘맥락파괴자’란 그가 속한 사회 구조나 체제의 기존 맥락에 얽매이지 않고 이를 재평가
하며 간파한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해 맥락의 타파를 시도하는 선도자의 역할을 하는 자이
다. 로베르토 웅거(김정오 역), 『정치』, 창비, 2015, 680면; Unger, R. M., 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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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9) ‘법 패러다임주의(legal paradigmism)’는 과학에서의 패러다임을 ‘지배적 법리’와 거
의 동일한 것으로 보는데, 이에 따르면 지배적 법리로는 해결할 수 없는 소위 “난해한 사
례(hard case)”로 볼 수 있는 이상사례가 증가하면서 기존의 법리를 밀쳐내고 새로운 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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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판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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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H Urteil vom 11. 01. 1984 - 2 StR 541/83, in: Neue Juristische
Wochenschrift 1984, 986.
BGH Urteil vom 25. 03. 2003 - 1 StR 483/02, in: Neue Juristische
Wochenschrift 2003, 2464.
Marley v. State, 729 N.E.2d 1011 (IN 2000).
People v. Chavez, 89 Cal. App. 4th 806 (CA 2001).
People v. Humphrey, 921 P.2d 1 (CA 1996).
R. v, Duffy, [1949] 1 All ER 932.
R. v. Lavallee, [1990] 1 S.C.R. 852.
R. v. Malott, [1998] 1 S.C.R. 123.

- 128 -
State v. Allery, 682 P. 2d 312 (WA 1984).
State v. Daniels, 682 P.2d 173 (MO 1984).
State v. Edwards, 60 S.W.3d 602 (MO 2000).
State v. Gallegos, 719 P. 2d 1268 (NM 1986).
State v. Hundley, 693 P.2d 475 (KS 1985).
State v. Kelly, 478 A.2d 364 (NJ 1984).
State v. Leidholm, 334 N.W. 2d 811 (ND 1983).
State v. Richardson, 2010-Ohio-471 (OH 2010).
State v. Wanrow, 559 P.2d 548 (WA 1977).
United States v. Nwoye, 60 F. Supp. 3d 225 (WA 2014).
United States v. Nwoye, 824 F.3d 1129 (WA 2016).

5. 기타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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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womensaid.org.uk/hit-40-times-with-an-axe-bludgeoned-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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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cathe.com/men-women-differ-terms-strength-power/ (2019. 2. 8.
확인).

- 130 -
ABSTRACT

Battered Woman Syndrome as an Excuse

Hwang, Yun Jeong


Dept. of Law
The Graduate School
Yonsei University

There are periodically stories in the news about women who murder their
husbands after experiencing domestic violence. Despite evidence that the husband’s
violence and abuse preceded the murders, the courts do not recognize the murders
as self-defense and so adjudicate them as regular homicide. Only occasionally do
they mitigate the penalties these women receive based on their mental states. The
present study examines the psychological and mental condition of women who
experience domestic violence in terms of the battered woman syndrome theory
developed by Lenore Walker in order to show that cases in which women who
have experienced domestic violence and go on to kill their husbands are different
than regular homicides.
The present paper first discusses the situations of abused women and their
subjective conditions in order to show why cases in which these women kill their
husbands are different from regular homicides. People often question whether
abused women have tried other methods of escaping the abuse, such as leaving

- 131 -
their husbands or pursuing other legal means. People question whether these
women are being abused because there is something wrong with them. We need
to take a deeper look at the distinctiveness of domestic violence which is different
than regular violence and the subjective conditions of abused women to resolve
such questions. Unlike regular violence, domestic violence is habitual and
long-term and is unique because the perpetrator and the victim live within the
same physical space of the home. The experience of and mental conditions caused
by violence and abuse influence abused women in complicated ways. The
psychological state and feelings of fear caused by abuse are not caused by single
but rather by repeated incidents over time. The first experience of abuse is not
the same as the ones that follow it and the fear that abused women experience
increases with the duration and intensity of the violence they experience. Abused
women usually feel a great sense of fear before their husbands’ physical abuse
begins. They often arrive at their extreme decisions by concluding that their lives
or the lives of their family members, often their children, are in danger.
Courts typically adjudicate murders based on the immediate situation
surrounding them and so often overlook the influence of domestic violence because
they do not properly understand it or its effects on its victims. As such, courts
typically do not recognize self-defense or necessity based on the reasoning that
these abused women often do not kill their husbands in direct response to abuse
but rather do so during non-confrontational situations. However, courts might
adjudicate differently if they considered the endless fear felt by abused women
and the fact that they can only attack their husbands when they are sleeping or
turned away because of the discrepancy in physical strength.

- 132 -
The present paper locates the solution to this problem in the supralegal
reasoning of Unzumutbarkeit, an unfair demand on the defendant. The distinctive
nature of domestic violence and the condition of the abused women need to be
considered when they are defendants in murder trials. They cannot be found
guilty if it is not possible to expect them to act legally in their situation even
though the act of killing is obviously illegal. Battered woman syndrome is a
psychological condition caused by domestic abuse, so it is more appropriate to
discuss homicides that occur in the context of domestic abuse in the context of
Schụldausschließungsgrund, excuse, rather than Zurechnungsfähigkeit, competency.
Courts must consider the distinct characteristics of homicides committed by female
victims of domestic abuse against their abusers and express Zumutbarkeit,
fairness in expectations about the defendant’s ability to act otherwise in the
situation, in their adjudications. Changes in the way that cases of homicide
committed by abused women are adjudicated will have an influence on the
transition to a new legal paradigm by correcting a systemic misunderstanding of
the situation through our society. Furthermore, this new understanding will also
likely lead to an increased demand for the strict punishment of the perpetrators of
domestic violence.



Keywords: Battered Woman Syndrome, Domestic Violence, Female Victims of


Domestic Violence, Learned Helplessness, Supralegal Excuse
(Schuldausschließungsgrund), Zumutbarkeit, Unzumutbarkeit.

- 1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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