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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누벨 건축에서 드러난 실존주의적 특성에 관한 연구

A Study on the Existential Characteristics in Jean Nouvel’s Architecture

This study is as to find an answer on fundamental questions of the architecture. As it were, it is as how philosophical thinking
about the nature of things could be applied for architecture. Architecture is a realm dealing with the space. Moreover, the term of
‘Space’ is what implies a philosophical thinking in essence. These questions about the fundamental nature of the architecture is the
background of this research. Based on these questions, Sartre's existential thoughts are selected as the method and scope of this stu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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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vestigating philosophically on that every existing beings have consciousness, this study researches about Schultz’s existential
theories of architecture, which argues that all space make an interaction and formed an organic relationship. In this regard, Jean
Nouvel is a representative architect who expresses his originality by the epidermis. Thus, this study examines Jean Nouvel’s
architectural features by applying such existential thoughts into his works, and finally, pursues a perception of Jean Nouvel’s unique
works expressing co-interaction with their surroundings.

즉, 공간( )이라 함은 사전적 의미로는 ‘아무것도 없는


빈곳’이라 칭하지만, 불교에서는 열반과 반야로 나아가기 위
한 것이라고 한다.2) 이는 우주의 공간을 말하며, 달리 말하

본 연구의 목적은 건축의 근원적 물음, 즉 사물의 본질에 면 진리를 의미하는 또 다른 용어로 사용되기도 한다. 영어

관한 생각을 바탕으로 철학적 사유가 건축에 어떻게 적용될 로도 스페이스(space)는 우주를 뜻함과 동시에 공간을 뜻한

수 있는가, 혹은 건축적 사유와 철학적 사유와의 불가분성에 다. 한마디로, 건축은 공간을 다루는 학문인데, 이미 이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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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그 어원에서부터 철학적 사고를 내포하고 있음을 알 수
관한 것이다. 건축에 있어 그 표현에는 다양한 방법이 존재
한다. 비록 다양한 방법이 존재하지만, 그 과정을 역으로 가 있다. 이러한 건축의 근원적 본질에 대한 물음의 시작이 이

다보면 결국 그 많은 건축 표현은 한 갈래의 길에 들어서 연구의 배경이다.

있음을 알게 된다. 그 길이란 종교, 철학, 진리라는 이름으로 이러한 물음을 바탕으로 존재에 대한 사유인 실존주의

불린다.1) 그것은 시대가 지난다하여도 어떠한 물리적 충격 (Existentialism)를 중심으로 이 연구를 고찰하고자 하며, 특히

이 있다 하여도 변하지 않는 길이다. 그 근원의 길을 탐구한 장 폴 사르트르(Jean Paul Sartre)3)와 크리스티앙 노베르크-슐

다면 다른 다양한 길 또한 어렵지 않게 이해 할 수 있을 것 츠(Christian Norberg-Schulz)4)를 통하여, 건축가 장 누벨(Jean

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그 무수한 표현법이 나오게 된 근원 Nouvel)의 작품을 고찰하고자 한다. 장 누벨은 프랑스를 대표

적 물음을 통해 건축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히고자 한다. 하는 건축가로 그의 건축은 일견 자유분방한 것처럼 보이지
만, 그의 철학을 살펴보면 실존주의 철학사상과 연결되는 요

* 부경대 대학원 석사과정 2) 공( , 불교), 위키피디아 백과사전 참조.


** 부경대 건축학과 교수 3) 사르트르(1905 1980)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작가인 그는 실존주
(교신저자, E-mail : OZH@pknu.ac.kr) 의 사상을 대표하는 인물로서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무신론적
1)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진리는 불변의 사실, 종교는 궁극의 진 입장에서 실존주의를 역설한다. 자유와 책임을 강조한 그가 역설
실, 철학은 궁극적인 뜻을 향한다는 본질을 추구한다는 세 단어의 적이게도 공산주의를 통한 자유의 쟁취를 부르짖기도 하였다.
정의에서 이 세 가지는 다른 것이 아닌 한 가지임을 나타낸다. 4) 슐츠(1926-2000)는 노르웨이 출신의 건축가이자 이론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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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연·오장환

소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어디서 자유


로운 공간과 이러한 구속을 넘어서는 방법을 발견할 수 있을 존재자의 존재 의미는 그것이 의식에 대해 자기를 드러내
까요?”5)라고 그가 제기 한 것처럼 그는 건축이라는 존재를 보이는 한에서 존재현상이다.10) 사르트르는 존재의미의 출
자유로운 공간을 구성하려는 존재로 파악하려는 의지를 나타 발점을 보이는 것, 있는 그대로의 즉자존재로 표현하고 있
내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사르트르와 슐츠의 실존주 다. 그러나 그 의미는 자기를 드러내 보이는 의식이 있어야
의6) 이론을 적용시켜 건축가 장 누벨의 건축을 고찰의 대상 존재한다고 하면서 대자존재를 언급하고 있다. 여기서 즉자
으로 하여, 그의 물질과 비물질의 관계를 탐구하고, 작품을 존재는 사물, 즉 본질을 말하는데 ‘나타남’에서 출발하여 있
분석하여, 궁극적으로 건축과 공간의 존재론적 의미에 대한 는 그대로는 즉자, 의미를 부여하면 대자로써 나타난다. 즉
이해의 깊이를 더하고자 한다. 자는 있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보이는 모든 것, 나타
나는 것을 즉자존재라 명하고 있다. 하지만 즉자( )존재
는 그 의미를 찾을 수가 없다. 존재하나 보이는 존재만이 있
을 뿐이다. 이 모든 것을 한 마디로 “존재는 자체(soi)이다.”11)
본 연구의 진행은 간략히 다음과 같다. 먼저, 사르트르의
라고 역설하며 그 철학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저서 <존재와 무>7)를 통해 실존주의 철학의 이론적 고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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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이후 크리스티앙 노르베르크 슐츠의 저서 <실존, 공간,


사르트르는 여기서 중요한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건축>8) 바탕으로 실존철학을 공간에 적용시킨 방법에 대해
발견한 두 존재영역 사이의 관계를 확립할 수 없으므로,’12)
탐구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장 누벨의 사상과 관련
존재라는 것이 보이는 객체의 접근으로만 다가간다면 각기
된 문헌들을 분석하여 그의 건축철학과 공간적 특징을 규명
떨어져 있는 둘 사이의 연결 그것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
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본 연구에서는 특히 장 누벨과 장
느냐라는 벽에 부딪친다. 또한 하이데거는 우리가 살고 있는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의 대담을 책으로 엮은 <건축과
이 세계를 세계-속( )-존재(Being-in-the-world)라고 말하고
철학>9)을 중심으로 장 누벨의 철학을 독해하고자 한다. 그
있다. 인간과 세계의 그 특수한 결합을 지닌 ‘세계 속의 인
리고 마지막으로, 앞서 고찰한 이론적, 철학적 사유의 내용
간’이다.13) 그의 철학은 세계와 인간을 구분 짓는 이데아,
을 통해 그의 작품을 분석하고자 한다. 다만, 여기서 그 분
이른바 이원론적 사고방식으로 실존의 체계를 정립하였다.
석의 대상은 그의 작품의 특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아랍문
하지만 사르트르는 다른 질문을 던진다. 즉 초월적 존재와
화원(1988년), 까르띠에 재단(1994년), 케 브랑리 박물관
인간의 관계를 내세우기에는 자신이 역설한 존재의 의미에
(2006년), 세 가지 작품에 국한하여 연구하고자 한다.
대한 설명이 부족하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부정( )
적 질문을 통해 무( )의 의미에 도달한다. 이러한 끊임없는
부정적 질문은 무라는 것이 의미를 지니며 의식을 지닌다고
결론이 난다. 결국 이 무를 통해 즉자존재는 대자존재로써
의미를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무는 의식이 있으므로 그
사르트르의 핵심 사상은 “존재하는 것은 의식을www.earticle.net
갖고 있 객체를 상호작용하며 연결시켜준다. 그러한 의미에서 사르
다”라는 것이다. 이러한 의식을 갖고 있는 인간은 주체적으 트르의 철학은 이원론적 세계관에서 여기에 더해 일원론적
로 자유로운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자유로운 운명이 지어졌 세계관까지 내포하며 유기적 관계까지 다다르고 있다.
으므로, 그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인간은 자신의
모든 행동들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이 그 주요 내용 앞서 부정적 질문을 통해 무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였다.
이다. 사르트르는 의미를 지닌 무를 이렇게 정의한다. 무는 존재의
무이므로 존재 그 자체를 통해서만 존재에 올 수 있다.14) 역
설적 표현을 통해 무에 대해 정의 내렸다. 불교에서는 이러
5) Jean Baudrillard, Jean Nouvel, 배영달 역, 건축과 철학, 초판, 동문
선, 2003, p.17. 한 표현이 있다. ‘색즉시공공즉시색( )’ 형태
6) 실존주의 철학은 키에르케고르, 하이데거, 사르트르를 대표적 인 가 있음은 없음이요, 형태가 없음은 있음이다. 그의 주장과
물로 꼽으나 그 중 사르트르의 실존철학을 선정한 것은 가장 후기
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무( )라는 것을 단순한 공( )의
에 나타난 철학자로서, 키에르케고르 및 하이데거의 실존주의 철
학을 언급하여 새롭게 정립하였기 때문이다. 이에 본 논문에서는
그 범위를 사르트르의 실존주의 철학을 바탕으로 하되 하이데거 10) Jean Paul Sartre, 2009, 위의 책, p. 36.
의 철학도 인용하고자 한다. 11) 위의 글, p. 39.
7) Jean Paul Sartre, 정소성 역, 존재와 무, 2판, 동서문화사, 2009. 12) 위의 글, p. 47.
8) Christian Norberg-Schulz, 1997, 위의 책. 13) 위의 글, p. 48.
9) Jean Baudrillard, Jean Nouvel, 2003, 위의 책. 14) Jean Paul Sartre, 2009, 위의 책, p. 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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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누벨 건축에서 드러난 실존주의적 특성에 관한 연구

의미가 아닌 의미가 있는 존재, 의식이 있는 존재로 보고 있


다. 이러한 의식이 있는 상태의 존재를 대자존재로 설명하고
실존적 공간이란 비교적 안정된 지각적 스키마(Schema)18)
있다. 중요한 것은 위의 내용을 토대로 사르트르는 즉자와
의 체계, 즉 환경의 이미지라고 정의된다.19) 슐츠는 이러한
대자의 관계를 시간성과 연관시켜 설명하고 있다. 과거는 이
실존주의 철학을 바탕으로 실존적 공간에 대한 이론을 제시
미 지나가 버린 것이다. 그것은 즉자이다. 현재는 대자이다.
하였는데, 그 시작은 인지를 통해 스키마로써 세상을 정의
의식하고 있으며 끊임없는 사고의 순간이다. 미래는 즉자와
내리는 것에서 시작하였다. 보이는 모든 것에 대한 환경적
대자의 내용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을
이미지를 머릿속에서 재생산하는 과정, 실존적 공간의 단계
펼치면서도 절대적으로 즉자와 대자의 관계로 정립할 수 없
로써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이 갖고 있는 목표는 직접
음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그는 시간에 대한 결론을 이렇게
적인 지각이 갖는 유동적인 이미지 밑에서 영구적인 대상을
내리고 있다. “시간성은 하나의 분해시키는 힘이지만, 어떤
구성하는 것이다.20) 인간은 끊임없이 사고하는 과정을 통해
통일시키는 행위의 중심이다.”15) 시간을 순간순간으로 나누
이러한 인지적 존재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한다.
면 즉자의 존재가 된다. 하지만 시간은 연결되어졌다. 다수
객체적 존재의 이미지에서 그것은 하나의 결합된 총체로
의 시간은 통일 속에서 하나로 이어질 수가 있다. 그의 내용
구성되며, 이는 전체의 일부분으로써 유기체를 포함하는 것
을 정리하면 시간은 무수히 쪼갤 수 있는 객체에서 통일된
이다.21) 슐츠는 하이데거 실존철학을 바탕으로 이론을 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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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주체로 시간을 설명할 수 있다.


하였다. 그래서 세계-속-존재라는 그의 이론을 바탕으로 전
체 속 일부분으로써 유기체적 관계를 명시하고 있다. 이와
사르트르는 주체적 존재의 의미를 찾은 것에서 나아가 타
같이 공간이란 유기체와 환경의 상호작용의 결과물이며, 이
인에 의해 이루어지는 대타적 존재에 관해서 역설하고 있다.
것은 분리될 수 없다고 슐츠는 그의 저서에서 밝히고 있다.
의식을 지닌 대자적 존재로서의 인간이 의식을 지닌 또 다
즉, 인간은 자기 스스로를 정위( )22)시키기 위해서는 무
른 인간에 의해 관계 맺어질 때의 사고를 살피고 있다.16) 이
엇보다도 이들의 관계를 파악하고, 보다 특별한 목적에 쓰이
러한 대타적 관계는 상극( )의 관계가 될 수도 상생(
게 할 필요가 있다23)는 것이다. 따라서 앞서 살펴본 실존철
)의 관계가 될 수 도 있다. 사르트르는 관계를 증오와 사
학은 결국 존재의 상호관계를 맺는 것이 핵심사상임을 알
랑의 관계로써 설명하고 있다. 두 관계는 상반된 개념처럼
수 있다. 실존적 공간 이론을 정립한 슐츠 또한 이러한 관계
보이나 그는 “당신을 사랑하겠다고 자유롭게 나를 구속했습
맺는 것에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인간과 공간을 연관시켜 공
니다.”17)와 같이 또다시 역설적인 표현으로 상반되는 개념
간을 규명하기 위해 실존공간의 이론을 강조하였던 것이다.
에서 또 다른 하나의 의미를 도출해 내고 있다. 즉 타자와의
그림1은 실존적 공간의 모든 부분을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상극이 아닌 타자와의 공동 속에서 그것은 공동존재, ‘우리’
그림이다. 볼록 솟아나온 곳에 사람이 있으며, 그것을 중심
로서 능동적이고도 수동적인 관계성을 갖고 있다.
으로 동서남북과 영역이 나뉘고 있다. 슐츠는 “고대인들이
요약하자면, ‘존재하는 모든 것은 의식을 가지고 있다.’라
산은 하늘과 대지가 만나는 접점으로 생각한다.”24)라고 언
는 명제 하에 출발한 사르트르의 사상은 결국 그 모든 존재
급하였다. 가운데의 솟아나온 것은 산을 뜻하며, 이는 땅과
는 ‘우리’라는 관계 속에서 서로 상호작용하고 있으며, 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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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맞닿은 곳에 인간이 존재함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한 공동체적 생각 속에 자유를 향한 존재의 책임이 따라야
여기서 인간은 신과도 같은 중심에 자리한다. 이것은 실존적
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의 핵심이다.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
의미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다. 모든 존재는 중심성을 갖는
볼 때 사르트르의 핵심적 사상이란 모든 존재는 상호연관성
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가 있다. 우주라는 공간은 무한한 존
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르트르 철학의 이론적
재이기에 시작점도 끝점도 존재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각각
고찰을 통해 실존적 물음을 탐구하고 이를 통해 그의 사상
이 건축의 실존적 공간에 어떻게 적용되었는지를 파악해야
18) 이미 수립된 이해방식 또는 경험구성의 방식이 새로운 사건을
만 한다.
이해하는데 어떻게 사용되는가를 설명해 주는 데 쓰인다. 말하자
면 새로운 사건은 친숙한 사건의 패턴에 맞추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기대에 맞추기 위해 새로운 정보가 왜곡되는 현상을
15) 위의 글, p.251. 설명해 준다.
16) 예를 들어, 우리는 부끄러움을 느낀다. 부끄러움을 느끼는 주체 19) Christian Norberg-Schulz, 1997, 위의 책, p.30.
는 대자적 존재 의식을 갖고 있는 존재이나 그것을 부끄럽다고 느 20) 위의 글, p.31.
끼게 만드는 존재, 타인은 즉자의 개념도 대자의 개념으로도 접근 21) 위의 글, p.32.
하기가 힘들다. 이 부끄러움은 긍정도 부정도 아니다. 부족한 자 22) 생물이 외계의 상태에 반응하여 그 몸의 위치·방향을 정하는 것
신을 새롭게 정의 내릴 수 있는 존재이다. 이제 이 새로운 대자의 으로 새로운 환경·사상·습관·등에 대한 적응·순응을 나타낸다.
개념은 대타 대자의 존재가 된다. 위의 글, pp. 385-387 참조. 23) 위의 글, p.33. 참조.
17) 위의 글, p.610. 24) 위의 글, p.34.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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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존재들은 그 시작점이 되며, 중심을 형성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실존의 의미를 갖는 것은 시간이다. 사르트
르는 대자존재를 통해 시간에 대해 언급하였다. 공간에서 나
타나는 시간의 의미는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데, 이는 또
한 빛(Light)과 상응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시간은 현재로
서 의미를 지닌다. 과거-현재-미래를 잇는 연속선상에 시간
은 존재한다. 그 시간의 의미는 다각도로 해석될 수 있을 것
이다. 이러한 빛은 시간의 흐름에서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모
습을 보여준다. 그것의 연속선상에 시간의 흐름이 나타나는
것이다. 결국 이들은 분절될 수 없는 하나의 유기체적 관계
를 형성하고 있다.
앞서 살펴본 장소, 통로, 영역 그리고 빛은 실존의 기본적
인 스키마다. 즉 실존적 공간의 구성 요소이다. 이 요소들이
서로 결합할 때 비로소 공간은 인간의 실존을 파악할 수 있
는 하나의 현실적인 차원이 된다.29) 한마디로, 실존적 공간
“모든 중심은 행위의 장소, 즉 특별한 활동이 수행되는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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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인간 안에 있는 내재성(Immanence)을 존중하는 것에서


소이며 사회적인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장소이다.”25) 슐츠가
부터 출발하여 서로의 영역을 연결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말한 것처럼, 중심은 나로부터 시작한다. 그 시작을 바탕으
있겠다. 공간에 있어 존재하는 모든 사물들은 의미를 지니며
로 주변의 세계에 대해서 인지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대자
이것은 서로 상호작용하고 있다.
적 존재로서 주변의 장소는 그 의미를 갖게 된다. 공간에서
의 중심은 결합점의 의미를 지닌다. 그곳은 한 점으로 모이
는 곳이다. 말하자면, 즉자적 존재가 서로 결합하여 새로운
의미를 지니게 되는 곳이 된다. 중심을 갖는 존재는 그것을
장 누벨이 말하기를, “나의 흥미는 역사적인 단순한 참
기준으로 방향성을 형성하게 된다. 2차원적인 수평적 공간에
조가 되는 번역이나 재해석과는 정반대인 방법으로 우리 시
서 3차원의 수직성이 결합하였다. 슐츠는 자신의 저서에서
대의 새로운 것들을 반영하는 건축에 있다”30)라고 말한 것
실존적 공간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수직적인 공간을 나
처럼, 그는 한마디로 끊임없이 새로운 추구를 시도하며 그러
타내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데,26) 이는 앞서 설명한 부분
한 시도를 통해 자신의 개성을 표출하는 건축가이다. 그는
을 통해 이해 할 수 있다.
실존에서 중시하는 “감각을 최대한 수용하여 전체의 세계를
결국 이러한 방향성을 나타내는 존재는 건축에서는 통로
감각할 수 있다.”31)라고 역설하고 있다. 이는 앞서 살펴본
( )로 해석될 수 있다. 슐츠는 “인간이 환경을 소유한다
실존주의 철학과 일맥상통한다. 내재성을 가진 존재는 그 자
는 것은 항상 자기가 거주하는 장소로부터의 출발을 의미하
체가 전체이다. 그리고 이러한 존재는 감각을 통해 전체가
며, 자신의 목적과 환경의 이미지에 의해 방향이 정해지는
된다. 하이데거가 감각을 통한 실존의 의미를 강조한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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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로를 지나는 것을 의미한다.”27)라고 말한 것처럼, 통로는
통해, 장 누벨 또한 이러한 철학적 부분을 고려하였음을 알
한 영역으로 나아가고,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수 있다.
이는 공간에서 통로란 서로를 연결시켜주고, 그 공간(존재)
을 정립시키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밝힌 방향성을 가진 대자존재는 고유의 영역을 형성
하게 되고, 이러한 고유한 영역은 서로 영향을 미치는 대타 장 누벨은 즉각성에 대해 반발해 언제나 사물들을 지연시
존재의 영역으로 존재하게 된다. 슐츠가 말하기를 “영역은 키려 노력했다.32) 그리고 독자적 생각을 통한 사유를 진행
실존적 공간에서 하나의 일정한 통일화의 기능을 갖는다.”28) 하였다. 이리하여 그가 생산하는 개념은 똑같은 개념을 거부
라고 밝힌 것처럼, 장소의 소유는 통로와 장소에 의해 환경 하고 있다. 똑같은 이론에 의해 똑같이 생성되는 결과물에
을 구조화해간다는 것을 뜻한다. 어떤 장소의 특성은 그 장 대해 경고하며, 사고의 범위를 넓혀 개성적으로 생각하게 하
소를 둘러싼 주변과의 상호작용의 결과로 봐야한다.
29) 위의 글, p. 49.
30) A.D.A Edita, GA Document Extra. 7 Jean Nouvel, A.D.A Edita,
25) 위의 글, p. 36. 1996, p.17.
26) 위의 글, p. 42. 31) El Croquis, Jean Nouvel 112/113, 한역본, El Croquis, 2002, 인터뷰
27) 위의 글, p. 42. 내용 참조할 것.
28) 위의 글, p. 46. 32) 위의 글, p.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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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누벨 건축에서 드러난 실존주의적 특성에 관한 연구

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다. 이는 모든 인간이 똑같을 수 없 공간은 비어있다. 그러나 그 비어있음은 가득 차 있다. 지


다는 사고에서 인간의 창조성(Creativity)을 주장하는 것이다. 각되는 물질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공간의
앞서 살펴본 이론에서 존재자체는 내재성을 포함하고 있다. 영역은 정신의 영역을 담는 그릇이 된다. 그는 이러한 비어
실존은 존재자체에서 출발한다. 장 누벨 건축의 시작점은 바 있으나 비어있지 않은 건축의 공간이 본질이라 설명하고 있
로 그 자신이다. 그는 이러한 자신의 철학을 개념의 생산33) 다. 여기서 물질에 대해 한발 더 나아가 빛과 물질 사이의
이란 용어를 써서 표현하였다. 관계와 투명성에 대한 얘기를 더한다.38) 빛과 투명성은 그
여기서 장 누벨은 내재성을 지닌 존재가 개성을 지니는 존재 자체로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물질이다. 자신을 들여
방법으로 감각에 대한 수용을 역설하고 있다. “감성을 지각 다보고자 할 때 거울을 보는 것과 같이 투명성은 존재, 그
하여 물질적인 것이 아닌 비물질적인 것이 되게 하는 이러 자체와 그것을 초월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39)
한 방향 전환은 건축이 자기 것으로 삼아야 할 개념이다.”34)
감각에 의해 창조된 영역은 보이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
다. 즉 건축가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가상공간이나 정신적
공간을 창조하는 방법이 된다. 감각의 수용이 중요한 이유는
장 누벨의 건축철학을 바탕으로 그는 현대 도시에서 프로
이러한 과정을 통해 물질 그 이상의 정신을 인지하게 되고,
그램은 더 이상 획일적인 조닝(zoning)으로 해결되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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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러한 행위를 통해 존재를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며, 서로 상호작용하며 긴밀히 연결하여 중요성이 있다
그는 이러한 정신의 중요성을 무( )를 통해서 밝히고 있
고 주장한다. 이는 기하학적인 수직적 관계가 아닌 그 상위
다. “무( )의 추구는 확실성의 추구 속에서 이루어진다. 사
의 위상기하학적40) 관계들을 선호하고 있다. 개별성을 띄는
람들은 본질을 추구하려고 하는데 이러한 추구는 지각의 한
공간들이 연속성을 유지하면서도 관계성을 띌 수 있도록 맥
계의 영역에 속하고, 가시적인 것에서 벗어나는 영역에 속하
락을 형성하는 건축적 방법을 취하고 있다. 이는 각자의 공
는 한계에 도달한다.”35) 공간의 표현과 관계 속에서 사람들
간의 기능 및 의미는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게
은 다양한 행위를 하게 되고 사건이 일어난다. 그러나 여기
한다. 이러한 개성적 공간은 각자 그 자체의 생산을 기능을
서 일어난 의미 있는 것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여 무가치
담당하고 있다.41) 이는 실존적 공간에서 내재성을 지닌 존
적인 것은 아니다. “비어있음은 가득 차 있다는 것이다.”36)
재들이 각각의 영역에서 그것이 서로 관여하며 연결되어 있
라는 그의 주장처럼, 무의 추구는 물질에 정신이 깃들어 있
다는 건축적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 장 누벨 스스로도 자신
다는 핵심적인 내용을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공간에 있어
의 건축에서 드러나는 관계에 대한 얘기를 지속적으로 끄집
무( )라는 것은 물질이 아닌 정신적인 영역 상태로 그것 자
어내고 있는데, “공간과 우리(인간)는 지속적으로 연속되어
체로 가득 차 있다고 모순된 표현을 사용하였지만, 앞서 살
있으며, 이러한 구축물들은 정신에 입각해서 고려되어야 한
펴본 이론에서 무의 의미를 되새겨보면 이는 그가 말한 내
다.”42)고 역설하였다. 이를 통해 존재의 관계-맺기를 통해
용이 실존적 철학을 내포하고 있음을 파악 할 수 있다.
건축물을 드러내려는 장 누벨의 위상기하학적 특성을 살필
그리고 장 누벨이 말하기를 “나의 건축은 역사적인 참조
수 있다.43)
와의 연속선상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부터 단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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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어 있는 것이다.”37)라는 그의 또 다른 주장은 모순처럼 보
38) Jean Baudrillard, Jean Nouvel, 위의 책, pp. 103-107; 그리고 El
이지만, 자신의 건축이 연속성에서 단절되어있다는 것이 아 Croquis, 위의 책, 2002, pp. 10-11 참조.
닌 존재자로서의 자신의 건축을 드러내기 위함이다. 그리고 39) 장 누벨과 실존주의 연관해서, Taken from “The Invisible in
이러한 과정을 통해 주변 상황에 다른 메시지를 통하여 맥 Architecture”, Academy Editions, London, 1994, editors/authors Ole
Bouman, Roemer van Toorn 와 http://www.molteni.it/ 장 누벨 언급
락을 잇고자 함이다. 자신의 건축을 통해 유토피아(Utopia)를 내용을 참조할 것.
형성하려는 사고방식으로, 따로 떨어져 있는 대상들이 새로 40) 공간의 일 대 일, 연속 그리고 그 역도 연속인 사상에 대하여도
불변인 성질, 즉 위상적 성질을 연구하는 기하학으로 20세기 수학
운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플라
의 특징인 대역적인 성격을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는 의미. 수학
톤의 이데아(Idea)가 형이상학적인 세상 너머의 세상이 아닌 의 추상화에 따라서 그 대상도 구체적인 공간에서 추상적인 공간
이 땅 위에 실현될 수 있다는 실존적 입장에서 그 의미가 에까지 확장되었다. 이와 같이 추상공간을 위상공간이라고 하며,
위상적 방법과 대수적 방법을 병용함으로써 수학해석처리를 하는
크다.
부분이 탄생하게 되었다.
41) 윤현숙, 장누벨 작품 공간의 맥락적 특성에 관한 연구, 국민대
33) El Croquis과 Jean Nouvel, Jean Baudrillard, 위의 책 참조할 것. 석논, 2007, pp. 37-38 참조.
34) Jean Baudrillard, Jean Nouvel, 2003, 위의 책, p. 19. 42) El Croquis, 2002, 위의 책, p. 15, 참조.
35) 위의 글, p. 45. 43) 장 누벨의 위상기하학적 분석은 윤현숙, 위의 논문과 소윤아, 장
36) El Croquis, 2002, 위의 책, p. 10. 누벨의 사라짐의 미학에서 나타나는 건축의 비물질성에 관한 연
37) 위의 글, p. 6. 구-‘이질성의 담론’ 중심으로, 인하대 석논, 2012을 참조할 것.

大韓建築學會聯合論文集 15권5호(통권57호) 2013년 10월 67


송창연·오장환

건축특징을 통해 실존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둘째, 시대


장 누벨은 금속성의 재료 및 유리, 반짝이는 재료에 이르 순으로 장 누벨의 건축적 표현과 건축관의 발전적 양상을
기까지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고 있다. 그의 건축이 표피에 볼 수 있으며, 마지막으로 같은 지역에 있으면서도 그 용도
의한 외향적인 표현에만 치중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가 공공의 건축물로 지역과 기능에 따라 달리 나타날 수 있
그는 재료를 통해 외부와 소통하고 있다. 특히, 그의 건축에 는 이질감과 용도의 차이를 최소한으로 제한할 수 있기 때
서는 유리의 사용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문이다. 분석대상 작품들의 개요는 표1과 같다.
앞선 그의 물질에 관한 철학관을 살펴보면 유리의 투명성
(transparency)을 통해 건축을 드러내기도 또는 수용하기도
함으로써 내·외부를 연결하는 매개체로 사용하고 있다. 장
그림 2.b)를 살펴보면 북쪽으로는 세느강을 접하고 곡선
누벨은 주변과의 관계를 맺는데 적극적으로 대지를 바라보
형태의 도로와 면하고 있다. 도로의 곡선 형태를 거스르지
고, 주변 환경과는 조금 다른 색채나 표피를 통해 자신의 개
않는 건축 배치를 통해 그는 주변에 순응하려는 모습을 보
성을 드러낼 뿐 아니라, 독자적인 존재로서 주변에 영향을
인다. 장 누벨은 이러한 장소적 특성을 살려 북쪽에서는 강
끼치고 있다.44) 이뿐만 아니라 이러한 표피를 통해 앞서 설
의 흐름과 같이 커튼월로 마감을 하였으며,
명한 시간의 흐름. 즉 빛을 건축적으로 나타내고자 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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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말한 투명성이라는 단어는 빛을 통한 존재의 실현임을


유추할 수 있다. “상징은 언제나 의미와 관계를 맺고 있습니
다. 그리고 건축은 의미를 생산하도록 되어 있습니다.”45)라
고 밝힌 것처럼 결국 그는 표피를 단순한 미학적 개념으로
나타내는 것이 아닌 정신적 의미로 표현하고 있다. 이는 앞
서 2장에서 밝힌 존재하는 모든 것은 내재성(Immanence)을
지녔다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똑같은 것을 거부하는 그의 사상은, 자신의 건축물을 드 그림 2.a)를 살펴보면 남쪽으로는 빛을 조절할 수 있는 카메
러내 보임으로써 독자성을 확보하고 있다. 그리고 이와 더불 라 셔터와 같은 조리개 창문을 두어 마치 아랍권의 문양과
어, 장 누벨은 표피를 통해 도드라지는 그의 건축을 그 주변 같은 형상을 취하고 있다. 그림 2.b)평면상으로 코어를 중심
과의 관계에서 하나의 유토피아와 같이 존재시키고 있음을 으로 한 방향이 형성되며, 그 코어는 이슬람교의 사원과 같이
알 수 있다. 즉 앞서 살펴본 위상기하학적인 공간에 표피의 신적인 영역과도 흡사해 보인다. 확실한 방향성 및 공간의 영
물질성까지 더해 기능적이면서도, 독자적인 그의 건축은 타 역을 나눠 위상기하학적 공간의 관계를 맺고 있다. 공간의 규
영역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모 모가 크지 않지만, 그 공간 자체를 더욱 분할하여 천장의 높
습은 궁극적으로 앞선 말한 이 땅위에 실존의 유토피아를 이는 성인 남자 한명이 겨우 설 수 있는 정도이다. 자신을 작
형성하려는 그의 철학 및 건축적 특징을 살필 수 있다. 은 존재로 만들게 하는 공간에서 신을 향한 이슬람교의 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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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나타내 보이고 있다.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남측 입면의
축이 정방향의 남쪽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본 장에서는 장 누벨의 작품분석을 아랍문화원(Arab


Institute, 1998), 까르띠에 재단(Cartier foundation, 1994), 케
브랑리 박물관(Quai Branly Museum, 2006)으로 선정하였다.
다음의 세 작품을 선정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아랍문화원 1988 공공 파리
2 까르띠에 재단 1994 공공 파리
3 케 브랑리 박물관 2006 공공 파리

첫째, 이들 세 작품들은 독특한 표피를 가졌으며, 이러한 그림 2.b)를 보면, 기존 대지축과 정방향의 축이 공존하는 모
습은 실존의 의미로 볼 때, 대지에서의 중심, 지구에서의 중
심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두 가지의 다른 축은 하나의 모
44) 윤현숙, 위의 논문, pp.41-42 참조.
45) El Croquis, 2002, 위의 책, p.4. 습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각기 다른 대자존재가 하나의 중심

68 大韓建築學會聯合論文集 15권5호(통권57호) 2013년 10월


장 누벨 건축에서 드러난 실존주의적 특성에 관한 연구

을 형성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객체는 에 비해 폭이 좁다. 무한의 확장은 결국 타영역을 향해 간다
전체가 전체는 객체가 된다는 뜻으로, 이는 하이데거가 말한 는 것인데, 이는 그가 존재로서 나타냄과 동시에 상호작용을
세계-속-존재와의 개념과도 같다. 장 누벨의 건축에서는 유리 나타내고자 함이다. 까르띠에라는 브랜드가 갖는 고급적인
의 사용이 많이 보이는데, 그림 3을 보면, 이러한 그의 표피 이미지로 인해 영역을 구분지은 것은 건축주의 요구로 보인
는 외부와 내부를 차단시켜주는 역할도 하지만, 그것을 이어 다. 하지만 장 누벨은 이러한 영역의 확장을 통해 이것이 단
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그림3에서 나타나는 카메라 조리개 절되어 있는 것이 아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와 같은 빛 조절장치는 객체로서 또는 주체로서 서로를 받아 이는 건물 자체에서 관계성을 뛰어넘어 주변상황과 연결하고
들이고자 한다. 이런 독특한 파사드는 빛의 양에 따라 시시각 자 하는 고차원적 위상기하학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각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시간의 흐름을 이 건축물 자체 논거를 뒷받침하는 부분으로, 영역을 구분 짓는 재료로 투명
가 나타내고 있다. 이는 앞서 설명한 표피의 정신화와 부합된 성을 지닌 유리를 사용하였다. 장 누벨은 여기서 자신의 존재
다. 장 누벨은 아랍문화원의 카메라 조리개를 통해 벽을 통해 를 드러냄과 동시에 주변상황을 받아들이고자 하였다. 그는
들어오는 햇빛에 의해 아랍 세계 건축의 내부적인 빛을 창조 까르띠에 재단에 대해 상징과 의미를 역설하며, 단순한 물질
하도록 디자인했다는 표현을 하였다.46) 여기서 그는 빛을 통 에 관한 문제가 아닌 건물의 ‘깊이’에 관한 문제이며 그 내적
한 창조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창조란 신의 고유영역으로 인 구성의 문제라며 그것이 드러내고자 함이 결국 정신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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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내재성을 지닌 인간을 통해서 강조하고 있다.47) 유리는 물질적으로 차단을 의미하지만 정
도 창조가 이루어진다는 그의 말속에서 건축물이란 이러한 신적으로는 소통을 통하여 대자적 존재인 자신의 건축을 대
것을 실현시킬 수 있다는 실존의 의미와도 같다. 타적 존재로서 다시 한 번 정립시키려 한 것이다. 유리는 결
국 정신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 건축물은 유리를 통하여 다양한 의미를 나
타낸다. 첫째, 존재 자체를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대지를 구
까르띠에 재단 그림 4.a)를 살펴보면, 최소한의 유리 표피
분 짓는 유리막은 주변과의 경계를 통해 영역을 구분 지으
만을 사용한 건축물이 자연 속에 숨어 있다. 장막은 쳐져 있
며 자신의 존재를 확고히 하고 있다. 둘째, 존재를 비추는
으나 공간을 가리고 돋보이기 위한 장막이 아닌 주변을 담
대타존재로 작용한다. 반사되는 유리는 시시각각 변하는 주
아내며 그 존재를 드러내 보이는 장막으로 역할을 하고 있
변의 경관을 담는 캔버스의 역할을 하며, 주변과 소통하고
다. 이를 통해 자유로운 존재의 대자적 존재로서, 주변을 담
있다. 마지막으로 유리를 통해 실존적 유토피아를 형성하고
는 모습에서는 대타적 존재로서 다르게 존재할 수 있는 그
있다. 앞서 밝힌 이론을 토대로 그는 이 땅위에서 실존하는
공백을 채우고 있다. 그림 4.b) 배치도를 보면. 영역을 구분
유토피아를 드러내고자 함을 알 수 있다.
짓는 대지의 경계선을 통해 개인화, 사유화 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여기에서 그는 개인적 영역 안에서 상호교류가 일어날
수 있는 개구부와 축을 형성하여, 자신의 영역 안에서 존재
를 확인하고자 함을 알 수 있다. 앞서 영역은 중심을 갖는 케 브랑리 박물관 그림 5.a)를 살펴보면 앞서 살펴본 까르
영역이 서로 간섭한다는 설명을 하였다. 건축물은www.earticle.net
마름모에 띠에 재단처럼 자신의 영역을 벽을 통해서 타 영영과 구분
가까운 대지에 도로축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짓고 있다. 그리고 입면을 살펴보면 다양한 색상의 입면을
하지만 건물 배치를 통해 장 누벨이 틀로 이루어진 영역에 사용하였다. 이는 아시아,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등 다양한
서 무한한 확장을 하고자 하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대륙의 물품이 전시되어 있는 박물관에서 그 각각의 존재들
의 결정체를 표현하고자 함이다. 이는 표피를 통해 각각의
존재의 정신을 표현한 것이다. 그림 6을 살펴보면 메인 전시
관 위쪽으로 솟아나온 매스들의 형태를 살필 수 있다. 각기
다른 입면과 평면은 각각의 문명의 존재와 그 정신을 표현
한다. 이는 객체가 모여 전체가 된다는 뜻으로 앞서 4.1장에
서도 밝힌바 있다. 장 누벨은 케 브랑리 박물관에 대해 이런
말을 하였다. “나는 공간이 이 신비스러운 오브제들을 수용
하도록 창조되었으며 그럼으로써 가능한 한 그 살아 있는
그 이유는 왼쪽 건축과 대지 경계선이 닿는 부분이 타 부분 정신을 유지하도록 계획되었음을 주장하는 극단적으로 모호

46) El Croquis, 2002, 위의 책, p.5. 참조. 47) El Croquis, 2002, 위의 책, 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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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연·오장환

한 장소를 디자인하고 싶었습니다.”48) 여기서 그는 정신이 확실한 영역에서 타영역으로 확장을 시도하며, 이를 유리라
란 말을 강조하며 각각의 공간이 유지하며 연계되는 공간을 는 표피를 통해 대타존재로 주변상황을 받아들이고, 위상을
계획한 것을 알 수 있다. 다양한 표피와 공간은 저마다의 영 드러내고자 하였다. 마지막으로 케 브랑리 박물관에서는 길
역을 구분 지으며 서로 연계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공간은 하 과 각각의 존재들을 결합하여 전체로서 하나의 존재를 나타
나의 흐름에 따라 이동하게 만들며 방향성을 제시하며 위상 내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
기하학적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 이러한 의미들은 장 누벨이 “그 존재를 통해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50)이라고 주장했던 것처럼, 존재 자유-의지
속에서 책임을 드러내려는, 즉 사르트르가 밝힌 자유로운 존
재는 책임이 따른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하며, 한마디로, 존재
는 자유로운 존재이나 그 존재는 상호작용하는 것이기에 책
임이 따른다는 그의 사상을 그의 작품 속에서 일견 파악할
수 있다. 달리 말하자면, 그 자유로운 표현방법에 있어서도
궁극적으로 이는 유토피아를 향한 새로운 건축의 추구이자
보다 진일보된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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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보이는 다양한 표피와 그에 따른 건축의 특이성은 다


양한 존재론적 의미에 부합하는 것이고, 새로운 공간을 통한
다채로운 체험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그의 건축적 사
색은 높이 평가할 만한 것이다. 사실, 이러한 이원적 일원론
의 통합이라는 실존주의적 사상은 다른 많은 현대 건축가들
에게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핵심적 내용으로 이에 대한
고찰은 향후의 과제로 남겨두고자 한다.

그림 5.b)는 상설전시관으로 향하는 램프의 모습이다. 여기


1. A.D.A Edita, GA Document Extra. 7 Jean Nouvel, A.D.A
서 길(통로)은 케 브랑리 박물관의 핵심적 요소 중 하나이다.
Edita, 초판, 1996
이 길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지나며, 삶과 죽음을 잇게 된
2. Adam sharr, 장정제·송규만 역, 건축과 철학 하이데거, 초
다.49) 결국 이러한 모든 영역은 길을 통하여 사라지고 나타
판, spacetime, 2010
내게 된다. 이러한 모든 요소들을 종합하여, 장 누벨은 박물
3. Christian Norberg-Schulz, 김광현 역, 실존 공간 건축, 초판,
관을 하나의 유토피아로 형성하였다. 이 실존의 유토피아를
태림문화사, 1997
통해 그가 담고자 했던 것은 내재된 인간의 존엄성을 드러내
4. El Croquis, Jean Nouvel 112/113, 한역본, El Croquis, 2002
www.earticle.net
보이고자 하였다. 그리고 이는 따로 떨어진 객체가 아닌 하나
5. Jean Baudrillard, Jean Nouvel, 배영달 역, 건축과 철학, 초
의 전체로서 이 땅위에 존재하게 된다.
판, 동문선, 2003
6. Jean Paul Sartre, 정소성 역, 존재와 무, 동서문화사, 2009
7. Olivier Boissiére, Jean Nouvel, Terrail,1st ed, 1996
8. 김인호, 장 누벨 건축의 외재적 표현방식에 관한 연구 : 이
본 연구에서는 실존주의 철학을 바탕으로 장 누벨의 건축
형, 병존, 발생 설계 전략을 중심으로, 서울대 석논, 2009
사상과 건축이론을 고찰하였고, 이를 통해 공간의 존재와 본
9. 소윤아, 장 누벨의 사라짐의 미학에서 나타나는 건축의 비
질적 의미에서 개인과 개인, 집단과 집단이 상호작용하는 것
물질성에 관한 연구-‘이질성의 담론’ 중심으로, 인하대 석
이 핵심적 내용임을 파악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사례 분석
논, 2012
아랍문화원을 통해서 객체가 합쳐진 전체를 나타내어 그 중
10. 윤현숙, 장 누벨 작품 공간의 맥락적 특성에 관한 연구,
심성을 나타내었고, 독특한 표피를 사용하여 빛을 통하여 존
국민대 석논, 2007
재를 드러내고자 하였다. 두 번째 작품 까르띠에 재단에서는

48) El Croquis, 2002, 위의 책, p.5.


(투고:2013.08.31., 심사:2013.09.09., 게재(확정):2013.10.02.)
49) 케 브랑리 박물관 길에 대해 공식 홈페이지에서 ‘the ramp’라는
카테고리가 있다. 자세한 내용은 http://www.quaibranly.fr/ 볼 것. 50) El Croquis, 2002, 위의 책, p.11.

70 大韓建築學會聯合論文集 15권5호(통권57호)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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