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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한철학

제71집

ISSN : 1225-1410(Print) 2713-9344(Online)

니체의 완전주의적 요청에 대한 이해 : ‘동물-인간


-위버멘쉬’ 이행을 중심으로

김주휘

To cite this article : 김주휘 (2013) 니체의 완전주의적 요청에 대한 이해 : ‘동물


-인간-위버멘쉬’ 이행을 중심으로 , 범한철학, 71, 10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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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 한 철 학 회 논 문 집
범한철학 제71집 2013년 겨울

니체의 완전주의적 요청에 대한 이해:


동물-인간-위버멘쉬’이행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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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김 주 휘*

【주제분류 】근대독일철학 ,철학적 윤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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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요 어 】인간화 ,위버멘쉬 ,주권적 개인 ,자연과의 화해 ,윤리적 개인주의
【요 약 문 】
이 글은 니체의 완전주의적 사유를 문화적 속물주의와는 거리가 먼 도덕적 완전주의의
일종으로 해석한다 .특히 그것의 의미가 동물에서 인간 ,그리고 다시 위버멘쉬로의 이행이
라는 사유에 응축되어 있다고 보고 ,후자의 이행의 의미를 밝히기 위해 전자의 이행의 의미
를 검토할 것을 제안한다 .동물에서 인간으로의 이행에 대한 니체의 사유의 궤적을 따라간
결과 ,우리는 니체가 여타의 동물과 다른 인간의 특징을 가치판단을 통한 윤리적 삶의 영위
여부에서 (차라투스트라 ),더 나아가 인간 존재를 동물적 존재와 다르게 예측가능하며 일
관되고 책임 있는 자로 만들어줄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의지의 기억과 약속의 능력에서
찾고 있음 (도덕의 계보 )을 발견한다 .니체는 동물에서 인간으로의 이행 ,즉 인간화가 공
동체 안에서 ,공동체의 규범에 의한 교육과 훈련에 의해 ,자연의 부정을 강요당하면서 일어
난다고 보았다 .그 결과 인간은 우선 자연을 부정하는 금욕주의자가 되고 공동체의 규범에
순응하는 무리동물이 된다 .인간의 정신은 가장 먼저 낙타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로
부터 우리는 인간의 위버멘쉬로의 이행이 자연과의 화해 및 윤리적 개인주의에 대한 요구를
표현한다고 주장한다 .

*한국교원대학교 윤리교육과 부교수


102 김 주 휘

I. 들어가며

니체의 철학이 일종의 완전주의적 사유를 포함한다는 데에는 크게 이견


이 없을 것이다.문제는 그것이 어떤 종류의 완전주의이며,도덕적으로 그리
고 정치적으로 어떤 함의를 갖는가 하는 것이다.2
0세기 후반에 큰 영향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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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했던 저서 정의론 에서 존 롤즈J


ohnRawl
s가 니체의 완전주의를 다루
는 방식은 하나의 전형적인 입장을 보여준다.그는 완전주의의 원리를 다루
는 절에서 몇 줄을 할애해 니체의 입장을 정리하고 있는데,우선 니체를 염
두에 두고 완전주의의 한 유형은 “예술과 과학,그리고 문화에서 인간의 탁
월성의 성취를 극대화하기 위해”제도를 마련하고 개인의 의무를 규정한다
고 말한다.그리고 “인류는 위대한 개인을 생산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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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하며,우리의 삶은 “최고의 표본들(specimen)의 선을 위해 일”함으로써
1) 롤즈가 보기에 니체의 완전주의는
가치를 갖는다는 니체의 말을 전한다.
공리주의적 견해와 마찬가지로 목적론적이고 결과주의적이다.다른 점은 니
체의 경우 목적은 인류가 ‘
예술과 과학,그리고 문화’
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
기는 것이라는 데 있다.그것은 이러한 목적의 실현을 위해 탁월한 능력을
가진 소수를 우대하는 제도를 요구한다.즉,니체의 완전주의는 엘리트주의
적이며,반평등주의적이고 귀족주의적인 사회 제도를 요구한다.토마스 허
르카ThomasHur
ka도 롤즈를 따라 그것이 정의론 의 맥시민maxi
min원
리와 달리 맥시맥스maxi 2)
max의 원리를 요구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해석에 대해 제임스 코난J
ame
sCo
nant
은 롤즈가 주장의 근거로
삼았던 「
교육자로서의 쇼펜하우어」의 해당 구절을 자세하게 분석하면서,니
체의 완전주의는 ‘
도덕적 완전주의’
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코난은 롤즈가 니체의 완전주의의 목적으로 간주하는 것 -소위 예술과 과

1)JohnRawl s,A The oryo fJ


ust
ice,Revis
edEdi t
ion(Oxfor
dUni ve
rsit
yPress
,
1999),285-286쪽.
2)Tho masHur ka,"
Ni et
zsche
:Perf
ecti
oni
st
"inNi et
zsc
heandMo r
ali
ty,ed.byBr
ian
LeiterandNei lSinhababu(Oxfor
dUni vers
it
yPr es
s,2007)
,14쪽.
니체의 완전주의적 요청에 대한 이해 103

학,그리고 문화에서의 탁월성-은 오히려 니체가 그토록 경멸했던 “속물들


의 문화”에 가깝다고 지적한다.니체는 문화를 장식적 개념으로 이해하는
데 반대했으며,‘
진정한 문화’
를 아름다운 것들로 삶을 장식하는 것이 아니
라 우리가 동물성의 지평에서 벗어나 인간성을 획득하는 것의 문제로 이해
했다.그래서 그는 우리가 위대한 인간(천재)을 접할 때 자각하는 열망,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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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성을 극복하고 자신 안에 있는 인간성(천재성)을 일깨우고 싶어 하는


3) 이러한 이유에서 코난은
열망이야말로 “모든 문화의 뿌리”라고 말한다.
롤즈가 니체의 Exe
mpl
ar를s
pec
ime
n(표본)으로 번역한 것은 잘못이며 그
것을 e
xampl
ar(모범)로 번역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롤즈는 ‘
최고의 표본들’
로 애초에 보통의 인간들보다 더 우월한 특질이나 능력을 가진 개인들을 의
미하는데,니체는 바로 그런 의미로 이해된 ‘
천재’
를 숭배하는 현상을 경멸
하고 개탄했었다.코난은 www.earticle.net
e
xempl
ar/e
xempl
ari
sh라는 단어가 헤르더 이후 독
일 철학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던 용어임을 보여주면서 니체의 ‘
모범’
은우
리가 갖지 못한 천재적 재능의 소유자가 아니라,맹아를 갖고 있으되 우리가
아직 구현하지 못하고 있는 인간성에로 우리를 인도하는 자라고 주장한
4)이로부터 그는 니체의 완전주의에서 롤즈가 주장한 것과 상이한 정치
다.
적 함의를 이끌어낸다.코난은 니체의 도덕적 완전주의가 정치적 엘리트주
의와 귀족주의적 사회제도를 정당화하기보다는,오히려 민주주의를 상시적

3) Jame sCo nant,“Nietz


sche’
sPe rfect
ionis
m:A Re adi
ng of‘Schopenhaueras
Educ ator
’”i n Nietz
sche’
s Po stmo r
ali
sm: Es says on Niet
zsche’
s Prelude t
o
Philoso
phy’sFut ur
e,ed.byRi chardSc hacht(Cambr i
dgeUniversi
tyPress,20
01),
222-225쪽.Fr i
edri
chNi et
zsche,Kr i
ti
scheSt udi
enausgabein15Bände n (이하
KSA),hg.vo nGi or
gioCo l
l
iundMaz zi
noMo nti
nar
i( DeGruyte
r,1999),2,258쪽
참조.
4)Co nant,“Nietz
sche’
sPe rf
ecti
onism”,209 -216쪽.코난에 따르면 이는 니체의 완전
주의적 요청이 보편적 성격을 갖는다는 것,즉 그 요청이 단지 소수의 천재적 재능
을 가진 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님을 의미한다.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
게 말했다 는 그 부제—Ei nBuc hf ürAlleundKe i
nen--가 말해 주듯 ‘ 모두를 위한’
책이다.하지만 모두에게 열려 있는 인간성에로의 길이 가장 어려운 길이기도 하기
때문에 니체는 그것을 ‘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책이라고도 말했던 것이다.
104 김 주 휘

으로 위협하는 ‘
하향평준화’
의 위험에서 벗어나게 하여 진정한 민주주의의
5)
구현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필자는 롤즈의 해석에 대한 코난의 비판 및 코난의 전체적인 논지,즉 니
체의 완전주의는 ‘
도덕적 완전주의’
이며 그것은 궁극적으로 민주주의에 기
여할 수 있다는 데에 동의하면서,하지만 우리가 니체의 완전주의를 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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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삶에의 자극’
이라고 말하는 것은 매우 불충분하다는 생각에서 이 글
을 구상하였다.코난이 지적하는 것처럼 니체에게서 완전주의는 더 많은 예
술가를 배출한다거나 더 많은 예술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우리가
어떤 인간이 될 것인가,그리고 어떤 삶을 영위할 것인가의 문제에 관여한
다.니체는 코난이 주목했던 「교육자로서의 쇼펜하우어」이후에도 계속해서
이 문제를 숙고하였고,우리는 그 결과가 ‘
동물-인간-위버멘쉬’
로의 이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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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관념에 집약되어 있다고 여기며 그 이행의 의미를 추적해볼 것이다.
이로부터 니체에게서 인간성이 의미하는 바,‘
위버멘쉬(Übe
rme
nsc
h)’
를통
해 그가 의도한 것,그리고 완전주의의 구체적 요청에 대하여 보다 분명한
6)
이해를 얻게 될 것이다.

5)Conant
,“Niet
zsche’
sPerfe
cti
oni
sm”,226-
232쪽 참조.
6)국내 연구자들은 대체로 니체에게서 ‘ 위버멘쉬’ 가 일종의 이상적 인간형을 나타낸
다는 데 동의한다.다만 연구자에 따라 위버멘쉬와 다른 인간들을 구별짓는 특징이
무엇인가에서 강조점의 차이를 보인다.이를테면 박찬국은 니체의 이상적 인간과
초인에게서 힘에의 의지의 건강하고 기품 있는 실현,강건한 정신력과 영원회귀를
긍정하는 창조적 유희를 강조한다.( 박찬국, 니체와 불교 (씨아이알,2 013),
72-
77,210
-218
쪽 참조. )백승영은 위버멘쉬가 허무주의 극복의 주체라는데 주목하
는데,이상적 인간 유형이자 개개인의 실존적 목적으로서의 위버멘쉬에게서 영원회
귀의 긍정,자기극복적인 삶 등의 특징들을 지적하고,특히 니체가 위버멘쉬를 가치
의 새로운 설정자로 이해했음을 강조한다.( 백승영, 니체,디오니소스적 긍정의 철
학 ( 책세상,20 05
) ,2
13-2
64쪽 참조. )이상엽은 니체의 초인,곧 위버멘쉬를 ' 최고의
인간' 으로 간주하면서,자기극복과 예술적 자기형성,종합의 추구,자기지배와 의지,
책임 등등의 특징과 과제를 열거하고 문화적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강조한다.( 이상
엽,「니체의 이상적 인간상 연구」(니체연구 제11 집,한국니체학회,20
07)
,4-5절
참조. )이 글에서 우리는 이미 많이 논의된 바 있는 위버멘쉬의 특징들을 단순히
나열하기보다는,동물에서 인간으로의 이행의 의미에 견주어 위버멘쉬로의 이행이
요구하는 바를 보다 적확하게 지적해 보고자 한다.이로부터 위버멘쉬의 여러 특징
니체의 완전주의적 요청에 대한 이해 105

II. ‘
동물에서 인간으로’
의 이행의 의미

니체는 차라투스트라의 입을 통해 인간에게 위버멘쉬를 가르치면서,그


것을 동물에서 인간,그리고 다시 인간에서 위버멘쉬로 이르는 일종의 진화
론적 도정으로 소개했다.위버멘쉬의 이러한 도입은 매우 의미심장한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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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우리가 ‘
인간에서 위버멘쉬’
로의 이행의 성격과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
기 위해서는 먼저 ‘
동물에서 인간’
으로의 이행의 성격과 내용을 정확하게 이
해할 필요가 있음을 말해주기 때문이다.인간은 왜 위버멘쉬가 되어야 하는
지,그것은 어떻게 가능한지 등의 문제에 답하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동물
과 인간의 차이는 무엇이며 동물에서 인간으로의 진화는 어떻게 일어나는
지를 묻고 답해야 한다.니체가 인간을 ‘
탈자연화’
해온 서양 형이상학의 전
통에 맞서 인간을 다시금 www.earticle.net

자연화’할 것을 주장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기 때
문에 의외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사실 니체는 그의 출판된 저서들 가운데서
도 여러 곳에서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이 절에서는 동물과 인간의 차이에
주목하는 니체의 사유를 추적하여 ‘
동물에서 인간’
으로의 이행이 과연 무엇
을 의미하는지 명확하게 해 보고자 한다.

(1) 반시대적 고찰

1884년에 출판된 반시대적 고찰 은 동물과 인간의 차이에 대한 니체의


생각을 엿보게 하는 흥미로운 구절들을 포함하고 있다.먼저 근대의 역사
과잉을 비판하는 것으로 유명한 두 번째 고찰,「삶에 대한 역사의 공과」(이
하,「역사」)에서 니체는 한가롭게 풀을 뜯는 소들의 행복과 인간의 불행을
비교하는 것으로 글을 시작한다.그에 따르면 소들은 “순간과 순간의 즐거
움과 고통에 묶여”있고 그래서 우울함도 지루함도 알지 못한다.반면 인간
은 소들이 누리는 저 행복과 고통스럽지도 지루하지도 않은 삶을 갈구하지

들이 보다 체계적으로 이해될 수 있고 또한 기존의 연구들에서 다소 경시되어온


측면이 부각될 것이다.
106 김 주 휘

만 결코 그것을 가질 수 없다.왜냐하면 “인간은 동물처럼 되기를 거부하기


7)소들의 행복은 그들이 오직 순간만을 산다는 것,즉 ‘
때문”이다. 비역사적
으로’산다는 것에 달려 있는데,인간은 과거를 잊을 수 없고 끊임없이 과거
에 매달리기 때문이다.
이 글의 요지는 사실 근대인들에게 있어서 역사의 과잉을 비판하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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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다.니체는 ‘
비역사적인 것’
이야말로 행복과 삶과 행위에 필수적이며,따
라서 건강한 삶에는 역사적인 것과 비역사적인 것이 똑같이 중요하다는 주
장을 펼친다.이를 위해서는 ‘
지평’
이 필요하며,적당한 때에 망각하고 적당
한 때에 기억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이러한 요지에도 불구하고 이 글이 근본적으로 당연한 것으로 전제하는
것은,동물과 달리 인간은 기억을 갖는 존재라는 것이며,인간이 동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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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수는 없다는 것이다.매 순간만을 사는 동물의 삶이 행복해 보이더라도,
인간은 결코 그렇게 살 수 없는 존재이다.인간은 기억의 능력을 갖기 때문
이다.곧 보겠지만 나중에 니체는 도덕의 계보학 에서 동물과 달리 인간이
갖는 기억의 능력에 주목하여 중요한 결론들을 도출해낸다.
반시대적 고찰 의 세 번째 고찰,「교육자로서의 쇼펜하우어」(이하,「교
육자」)는 서론에서 언급했던 롤즈와 코난이 자신들의 주장의 근거로 삼았
던 텍스트이기도 하다.이 글에서 니체는 삶의 진실과 고통을 깊게 인식하고
그것을 영웅적으로 감내할 수 있는 자를 ‘
쇼펜하우어적 인간’
으로 제시하고
나서,이로부터 실천 가능한 새로운 의무들을 도출하는 일에 착수한다.그리
고 이를 위해,이번에는 「역사」에서와 달리,동물적 삶의 비참함과 무의미
함에 대해 길게 역설한다.

“보다 심오한 사람들은 언제나 동물들에 대한 동정심을 가져왔다.왜냐하면


그것들은 삶으로 인해 고통 받으면서도 고통의 뿔을 자신에게로 돌려 실존을
형이상학적으로 이해할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진정 우리는 무의미

7)KSA 1,2
48쪽.
니체의 완전주의적 요청에 대한 이해 107

”8)
한 고통의 광경에 깊이 분개한다.

“참으로,배고픔과 욕망에 좇기며 이러한 삶의 본성에 대해 어떠한 반성의


능력도 갖지 못한 동물로 살아가는 것은 무거운 형벌이다.[
……]미친 듯이 그
리고 맹목적으로,어떠한 더 큰 보상도 알지 못한 채 삶에 매달리는 것,자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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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벌을 받고 있다는 사실도 그리고 왜 형벌을 받는지도 알지 못하면서 무서운


욕망의 어리석음으로 마치 행복을 갈구하듯 바로 이 형벌을 갈구하는 것 -이것
”9)
이 동물이라 불리는 것이다.

「역사」의 행복한 소는 여기에서는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그것을 깨닫지


못한 채 무조건적으로 삶에 매달리는 저주받은 존재로 그려진다.그리고 니
체에 따르면 누구라도 행복을 욕망하듯이 삶을 욕망하는 자들은 아직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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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지평 안에 머물러 있다.그들은 동물이 맹목적 충동을 가지고 추구하는
것을 보다 의식적으로 욕망할 뿐이다.그런데 우리들 가운데 대다수는 이러
한 동물적 삶을 영위한다:“우리는 좀 더 섬세한 야수들을 보고 있으며 그
”10) 대다수 인간의 삶은 단지 ‘
들 한 가운데에 우리가 있다. 동물성의 연장’
으로 영위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저 저주받은 동물적 삶을 구원할 수 있는 길이 있다.그것은 바로
진정한 인간의 출현이다.니체에 따르면 “철학자,예술가,그리고 성인들”이
자연과 동물성에 구원을 가져오는 “
진정한 인간,더 이상 동물이 아닌 자들”
11)아직 쇼펜하우어적인 형이상학적 용어들을 유지하고 있는 이 글에
이다.
서 니체는 자연이 구원을 위해 ‘
인간’
의 등장을 갈구해 왔다고 말하며,이들
에게서 자연이 기쁨의 도약을 하고,그것의 목적에 도달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글에서 니체가 ‘
구원적 인간’
이라고 말하는 철학자와 예술가,

8)KSA 1,3
77쪽.
9)KSA 1,3
78쪽.
10)KSA 1,3
78쪽.
11)KSA 1,3
80쪽.
108 김 주 휘

성인을 대다수의 인간 및 동물과 구별시켜 주는 근본적 특징은 바로 삶의


”12)동
본성에 대한 반성적 인식이다.즉,“실존의 성격에 대한 위대한 계몽.
물적 삶의 비참함과 저주는 그들이 삶의 본성에 대해 반성하지 못한 채 맹
목적으로 그것에 매달린다는 데에 있다.반면 삶의 본성에 대한 인식이 저
구원적 인간들을 특징짓는다.자연은 이 구원적 인간들에게서 비로소 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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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에 도달한다.
이처럼 삶의 본성에 대한 인식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사실 비극의 탄
생 부터 니체가 보여준 입장과 상통한다.니체는 쇼펜하우어로부터 삶의 비
극적 성격에 대한 테제를 받아들이고 비극의 탄생 에서는 이것을 ‘
디오니
소스적 인식’
으로,이후에는 ‘
비극적 인식’
으로 명명했다.하지만 비극의 탄
생 에서 니체가 디오니소스적 인식과 아폴론적 창조의 종합으로서 고전 그
리스 비극을 최고의 예술www.earticle.net
형식이라 칭송한 데서도 입증되는 것처럼,그는
쇼펜하우어와 달리 삶의 고통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그 고통을 구원하는 예
술적 창조로 나아갈 것을 제안한다.니체가 교육자 에서 ‘
쇼펜하우어적 인
간’
이라고 부르는 자는 사실은 쇼펜하우어가 아니라 니체의 실천철학을 구
현하는 자이다.
삶의 본성에 대한 인식 및 그것에 따른 능동적 구원행위의 여부로 동물적
상태와 진정한 인간을 구분 짓고 나서,니체는 동물적 맹목성을 극복하고
인간성을 발전시키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의무라고 주장한다.“우리의 내부
에서 그리고 바깥에서 철학자와 예술가,성인의 생산을 촉진하기,그것을 통
”13)니체는 분명히 우리가 우리의 ‘
해 자연의 완성을 위해 일하기. 내부에서’
자연의 완성을 위해 일해야 한다고 말한다.즉 우리는 먼저 스스로 진정한
인간이 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그리고 또한 우리의 ‘
바깥에서’동일한
노력을,진정한 인간성을 고양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이처럼 니체
는 먼저 자각한 개인의 변화와 실천을 강조했는데,이를 일종의 ‘
원자적’‘

12)KSA 1,3
80쪽.
13)KSA 1,3
82쪽.
니체의 완전주의적 요청에 대한 이해 109

14) 그는 이것이 “
명’같은 것으로 여겼다. 처음에는 분명히 단지 너 자신을
15)심
위한 것,하지만 너를 통해 결국 모두를 위한 것”이 될 거라고 말한다.
각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쉬운 주장들,이를테면 인류가 “위대한 개인의
생산을 위해 끊임없이 일해야”한다거나,롤즈가 인용한 것처럼 “가장 귀하
고 가장 가치 있는 표본의 선을 위해”일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런 맥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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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이미 코난이 지적했듯이,


제기되었다. 그것은 대다수 인간들이 머물러 있
는 동물적 상태에 대한 비판과 그것의 극복에 대한 요청이며,우리가 ‘
내부
에서 그리고 바깥에서’동시에 기울여야 하는 노력을 의미한다.
니체가 말하는 진정한 인간성 고양의 의무는,우리의 해석에 따르자면,
인식과 행위,즉 삶의 본성에 대한 비극적 인식과 구원적인 창조적 행위의
의무이다.니체는 이러한 요구가 ‘
최대다수의 최대행복’
을 추구하는 공리주
의와도 다르고,‘
국가’ www.earticle.net
를 역사의 목적으로 제시하는 헤겔주의와도 다름을 분
17) 그것은 현재의 대다수 인간이 머물러 있는 상태를 동물적인
명히 한다.
것으로 규정하고 그것에 대한 비판에서 시작하여 극복을 요청한다는 점에
서 공리주의와 확연히 다르다.또 니체에게서 삶의 구원은 헤겔에서처럼 역
사적 변증법을 통해 궁극적으로 국가에서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니체에 따
르면 구원의 순간들은 저 비극적 인식 속에서 행위하는 개인들 및 그들의
실천 속에서 주어진다.
하지만 우리는 니체가 스스로 자신의 입장에 대한 오해를 초래했다고 볼
수도 있는데,왜냐하면 그는 현재의 상태와 도달해야 할 상태의 차이,즉 무
반성적 삶을 영위하는 대다수 인간들과 그가 ‘
진정한 인간’
이라고 칭송하는
철학자와 예술가,성인의 차이를,진화론적으로 더 높은 종으로의 이행인 것
18)니체가 말하는 대다
처럼 묘사함으로써 혼동을 유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14)KSA 1,3
68쪽.
15)KSA 1,3
57쪽.
16)KSA 1,3
84쪽.
17)KSA 1,3
84쪽.
18)KSA 1,3
84쪽
110 김 주 휘

수 인간들의 동물적 상태와 진정한 인간의 차이는 삶의 본성에 대한 인식과


구원적 창조행위에 있었다.그렇다면 동물적 상태에서 인간으로의 이행은,
니체 자신도 말하듯이,고독을 견디는 것부터 시작되는 일련의 실천들에 달
려 있다.알라스데어 매킨타이어Al
asdai
rMc
Int
yre
는 전통적인 도덕의 체계
가 현재의 인간 상태에 대한 진단과 인간이 지향하고 도달해야 할 목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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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의 상태,그리고 그것에 이르게 하는 과정으로서의 윤리학이라는 세 개의


19)사실 니체는 근대에 이러한 윤리적 삶의
항을 갖는다고 말한 바 있는데,
구조가 사라지는 것을 개탄하면서 그것을 유지할 길을 모색했던 사상가이
다.하지만 그는 진화론적 메타포를 통해 저 이행을 표현함으로써 자신의
사유가 갖는 윤리적 의미를 퇴색시켜 버렸다.니체의 사유에 대한 적절한
이해는 저 진화론적 수사 뒤에 놓여 있는 윤리적 문제의식의 회복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www.earticle.net

(2)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니체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이하, 차라투스트라 )의 서곡


에서 ‘
동물에서 인간,그리고 위버멘쉬’
로의 이행을 말했을 때 우리는 동물
과 인간에 관한 그의 앞선 사유를 염두에 두고 이 구절을 읽어야 하지 않을
까?우선 여기에서 니체 사유의 진화는 분명해 보인다.그는 더 이상 ‘
동물-
인간’
의 이원적 대당이 아니라 ‘
동물-인간-위버멘쉬’
의 삼원적 대당으로 사
유하기 시작했다.그는 한편으로 동물적 삶에서 인간으로의 하나의 도약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다른 한편으로 그것의 불충분성 혹은 문제를
발견하고 다시 한 번 새로운 도약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필자는 니체의

위버멘쉬’
에 대한 요구가 정확하게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고 주
장한다.이 문제는 다음 절에서 논의될 것이다.
차라투스트라의 연설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그는 서곡 3에서 “모든

19)Al
asdai
rMac
Int
yr,Af
e terVi
rt
ue,Se
condEdi
ti
on(Duc
kwo
rth,1985)
,52-
53쪽.
니체의 완전주의적 요청에 대한 이해 111

존재는 지금까지 자신의 너머에 무언가를 창조해왔다”고 말하고,현재의 인


간은 어느 정도 동물성을 극복한 상태임을 인정한다.그는 동물로 “돌아가”
는 것에 대해 말하고,“너희는 벌레에서 인간으로 너의 길을 만들어왔다”고
말한다.그러나 문제는 이 이행과 이 극복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데 있다.
“너희는 벌레에서 인간으로 너의 길을 만들어왔다.그러나 네 안의 많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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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아직 벌레이다.
”“한때 너희는 원숭이였다.그런데 지금도 인간은 어떤
원숭이보다 더 원숭이같다.
”“너희 중 가장 현명한 자조차도 식물과 유령
사이의 갈등과 교차점일 뿐이다.
”그래서 그는 서곡 4에서 “인간은 동물과
위버멘쉬 사이에 놓은 하나의 줄,심연 위의 줄”이라고 말한다.“인간의 위
대한 점은 그가 다리이며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동물에서 인간으로의
이행은 거기에서 멈추어서는 안되며,인간의 위버멘쉬로의 이행으로까지 나
아가야만 한다.니체는 이www.earticle.net
이행이 쉽지 않은 일임을 경고한다.
우리는 이 구절들에서 동물에서 인간,그리고 인간에서 위버멘쉬로의 이
행이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추측할 수는 있지만,이것만으로는 저
이행들의 정확한 의미를 찾아내기 어렵다.하지만 서곡에는 앞의 「교육자」
와의 연속성을 드러내는 구절이 나오는데,그것은 바로 ‘
최후의 인간’혹은

인간 말종’
에 관한 것이다.
니체는 ‘
가장 경멸한 만한 것’
으로서 ‘
최후의 인간’ 20)이들은
을 제시한다.
안락함과 욕망의 충족을 추구하는 근대인을 가리킨다.그리고 이들은 「교육
자」의 ‘
보다 섬세한 동물들,
’인간이지만 아직 동물적 삶의 지평에 머물러 있
는 자들을 연상시킨다.우리는 「교육자」에서 인간이 문화를 발전시키는 자,
즉 현재의 상태에 대한 불만으로부터 더 고귀한 것에 대한 열망을 갖는 자
임을 보았었다. 차라투스트라 에서 그의 대극으로 등장하는 ‘
최후의 인간’
은 더 이상 열망을 갖지 않는 자,스스로를 경멸할 줄 모르기 때문에 그 자
21) 이들은 진정
신이 가장 경멸받을 만한 자가 되어 버린 이들로 소개된다.

20)KSA 4,1
9쪽.
21)KSA 4,1
9쪽.
112 김 주 휘

한 의미의 문화를 갖지 못한 자들이다.비록 행복을 발명하고 교육을 발명했


다 할지라도 말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의 다른 구절에서 니체는 명시적으로 가
치지향적 삶의 여부를 동물과 인간을 가르는 핵심적 차이로 규정한다.1부

천 개와 하나의 목표’
에서 니체는 출판된 글에서는 처음으로 ‘
힘에의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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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을 도입하는데,여기에서 ‘
힘에의 의지’
는 무엇보다도 먼저 가치체계를
형성하고 윤리적 삶을 영위하게 만드는 힘으로 등장한다.중요한 것은 니체
가 이것을 동물과 달리 인간만이 갖는 특징이라고 본다는 사실이다.

“오직 인간만이 자신을 보존하기 위해 사물들에 가치를 두었다 --그만이 사


물들을 위해 의미를 창조했다,인간적 의미를!그래서 그는 ‘
인간Me
nsc
h’이라
고 불린다.그것은 ‘ www.earticle.net
평가하는 자de
rSc
hät
zende
’ ”22)
를 의미한다.

오직 인간만이 가치평가를 하고,그에 따른 윤리적 삶을 영위한다.이것이


인간과 동물을 구분 짓는 차이점이다.그런데 이것,즉 가치평가를 하고 가치
들의 체계를 갖고 그것에 따라 사는 것 자체가 다른 어떤 것보다 더 가치 있
는 것이다.왜냐하면 바로 이것을 통해 실존이 의미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가치평가한다는 것은 창조한다는 것이다:들어라,너희 창조하는 자들이여!


가치평가한다는 것 자체야말로 모든 가치평가되는 것들 가운데 가장 가치롭고
귀중한 것이다.가치평가를 통해서만 가치가 존재한다.그리고 가치평가 없이
23)
는,실존은 공허해질 것이다.들어라,너희 창조하는 자들이여!”

비극의 탄생 에서부터 니체는 자연 안에 존재하는 예술적 충동들에 주


목해 왔고 그런 한에서 인간과 다른 자연세계 사이의 연속성을 인지해 왔다.
이것은 사실 쇼펜하우어로부터 계승되고 변형된 사유이다.쇼펜하우어를 따

22)KSA 4,7
5쪽.
23)KSA 4,7
5쪽.
니체의 완전주의적 요청에 대한 이해 113

라 그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 속에서 의지를 발견한다.다만 그는 이


의지가 단지 ‘
삶에의’의지가 아니라 ‘
힘에의’의지라고 말하는 것이다.그는
심지어 아메바에게서조차 창조적 형성력을 발견하며,마치 인간이 예외적
존재인 듯 인간과 자연을 별개로 말하는 것을 비아냥거리고,인간을 다시
자연화할 것을 주장한다.하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니체는 분명 ‘
힘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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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
가 인간에게서 고유하게 발현되는 형태가 있음을 인정한다.그것은 바
로‘
힘에의 의지’
가 도덕과 문화와 종교와 예술 등의 형태로 발현되는 것이
다.니체는 이것들을 만들어내는 힘이 초자연적이고 초월적인 기원을 갖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연세계 안에서 발견되는 ‘
힘에의 의지’
라고 말하며,그
런 한에서 그는 인간을 자연화한다.하지만,이것이 ‘
힘에의 의지’
의 고유한
인간적인 발현 형태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차라투스트라 의 내
러티브를 구성하는 하나의www.earticle.net
축은,가치공동체들의 자리에 들어선 근대국가와

최후의 인간’
에 대한 비판이 말해주듯,근대적 인간의 삶이 동물적 삶으로
24)
퇴락하는데 대한 비판이다.

(3) 도덕의 계보

니체는 도덕의 계보 에서 인간을 동물과 달리 ‘


(가치)평가하는 자’
로규
정했던 생각을 좀 더 세심하게 가다듬는다.이제 인간은 동물과 달리 ‘
약속
할’능력과 권리를 갖는 자로 규정된다. 도덕의 계보 2부는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시작한다.

“약속할 권리를 갖는 동물을 기르는 것 – 이것이 바로 자연이 인간에 대해


스스로 부과한 역설적 과제가 아닌가?이것이 인간의 진짜 문제가 아닌가?”25)

여기서 ‘
자연이 인간에 대해 스스로 부과한 과제’
는 「교육자」에서 자연이

24)KSA 4,6
1-64쪽 참조.
25)KSA 5,2
91쪽.
114 김 주 휘

구원을 위해 진정한 인간을 필요로 한다는 구절을 연상시킨다.그리고 기억


과 망각의 주제는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니체는 「역사」에서 오직 순간만
을 사는 동물들과 과거에 매달리는 인간을 대조시킨 바 있다.그는 도덕의
계보 2부의 도입에서 망각이 결코 단지 수동적인 상태가 아니라 능동적인
하나의 능력임을 환기시키는데,이러한 주장은 「역사」에서 그가 역사 과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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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근대인들에게 의식적으로 비역사적이 될 것을 요청했던 것에 부합한다.


하지만 「역사」에서 니체가 인간의 역사성을 당연한 것으로 전제하고 비역
사성의 필요를 주장했다면, 도덕의 계보 2부에서는 어떻게 인간이 역사성
을,그러니까 동물과 달리 기억을 갖는 존재가 되었는지의 문제를 주제적으
로 다룬다.니체에 따르면 망각이 능동적인 성격을 갖는 것처럼,기억 역시,
수동적인 무능력이 아니라 ‘
능동적인 욕망’
이다.기억은 단지 우리 안에 만
들어진 인상을 제거할 수 www.earticle.net
없는 수동적 무능력이 아니다.그것은 “다시 놓치
지 않겠다는 능동적인 욕망,한 번 욕망되었던 것을 계속해서 욕망하겠다는
26)그렇게 해서 수많은 새로운 상황들과 의
욕망,진정한 의지의 기억”이다.
지들에 맞닥뜨리게 되더라도 원래의 ‘
나는 하겠다’혹은 ‘
나는 할 것이다’

27)
그것의 실제적인 표현인 행위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을 동물과 근본적으로 구별시키는 이 기억의 능력이 니체에
게서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우선,기억은 무엇보다도 자신의 ‘
의지’
를 기억
할 수 있음이며,그래서 인간이 자신의 의지대로 미래를 만들어나갈 수 있음
을 의미하게 된다.즉,기억을 갖는 자는 (단지 과거를 갖고 과거에 매달리
는 것이 아니라)적극적인 의미에서 미래를 가질 수 있다.인간은 미래를
향해 열리고,미래를 조형할 수 있게 되며,그런 한에서 창조의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된다.또한 이는 인간이 “감정과 욕망의 순간적 노예들”인 동물들과
28)
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갖는 존재로 변모하는 것을 전제하고 수반한다.

26)KSA 5,2
92쪽.
27)KSA 5,2
92쪽 참조.
28)KSA 5,2
96쪽.
니체의 완전주의적 요청에 대한 이해 115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얼마나 많은 것을 전제로 하는가!미래에 대한 저러


한 정도의 통제력을 갖기 위해,인간은 먼저 반드시 일어날 일을 우연적인 사건
들과 구별하고,인과적으로 사유하고,먼 일을 현재처럼 보고 예측하며,목적이
무엇인지,그것을 위한 수단이 무엇인지를 정하고 계산하고 평가하는 것을 얼마
나 많이 배워야 했던가.그리고 이를 위해 얼마나 많이 인간 자신이 먼저,그
자신이 보기에도,예측가능하며,한결같고,필연적으로 되어야 하는가.결국,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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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속하는 자가 그러하듯이,미래를 보증할 수 있기 위해서 말이다!

“약속할 권리를 갖는 동물을 기르는 저 과제는,우리가 이미 파악한 것처럼,


전제조건과 준비로서,먼저 인간을 어느 정도 필연적이고 일관되며 동일한 것들
가운데 동일한 것,한결같고 그리하여 예측가능한 자로 만드는 보다 임박한 과
”30)
제를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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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기억의 능력은,그 능력을 갖추고 발전시키기 위해 그리고 그 능력으
로 인하여,인간을 동물과는 전혀 다른 존재로 탈바꿈시키게 된다.인간은
더 이상 ‘
감정과 욕망의 순간적 노예’
가 아니게 되며,자신의 미래를 책임지
는 신뢰할 수 있는 자가 된다.그리고 니체는 역사적으로 존재해온 관습법들
과 금욕적 실천들이 바로 이러한 인간의 형성에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
관습법’
이라고 명명한 것 (아침놀 I
,9,14,16을 보라)의 끔찍한 작
업,인간 역사의 가장 오랜 시기동안 인간이 자기 자신에게 가한 저 본래적인
작업,인간의 전-역사적인 작업 전체는,비록 그것이 많은 가혹함과 전제,어리
석음과 우둔함을 포함했음에도 불구하고,여기에서 그 의미와 크나큰 정당화 근
거를 갖는다:관습법과 사회적 속박에 힘입어 인간은 진정으로 예측가능하게
”31)
만들어졌다.

29)KSA 5,2
92쪽.
30)KSA 5,2
93쪽.
31)KSA 5,2
93쪽.
116 김 주 휘

이 점에서 우리는 니체에 관한 매우 흔한 오해 가운데 하나를 교정해야


하는데,그것은 바로 니체를 매우 단순하게 사회적 규범 일반을 부정하고
파괴하는 자로 간주하는 것이다.사실 니체는 누구보다도 공동체의 규범이
동물적 상태로 태어나는 인간을 인간화하는 역할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그
가치를 인정했다.그래서 그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에서 정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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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의 첫째 단계를 ‘
낙타’
라고 보았던 것이다.인간은 누구라도 공동체 안
에서 태어나 공동체의 규범을 통해 규범성 자체를 배움으로써 인간으로 만
들어져야 한다.그러므로 정신은 그 최초의 삶을 ‘
낙타’
로서 시작하지 않을
32)정신은 먼저 낙타가 되어야 하며,
수 없다. 처음부터 사자나 아이가 될 수
없다.기꺼이 의무를 짊어지는 낙타가 표상하는 것은 동물에서 인간으로의
변형이라는 중요하고 필수적인 단계의 결과물이다.공동체의 규범이 이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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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화의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니체는 가치공동체를
파괴하며 등장한 근대국가를 ‘
죽음충동’ 33)
으로 비판했었던 것이다.
우리는 도덕의 계보 2부의 ‘
자신에 대한 나쁜 감정’
을 이러한 인간화의
과정과 결부시켜 생각해 볼 수 있다.니체는 자연 상태에서 동물적 삶을 영
위하던 자들이 인간의 사회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외부로 분출되지 못한 공
34)이는 공격적/
격적/창조적 본능들의 “내면화”가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창
조적 본능들이 주체 자신을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을 의미하는데,이로 인해
능동적인 자기부정과 자기형성의 작업이 일어나게 된다.그 부산물이 바로

영혼 안의 거리’
이자 ‘
자신에 대한 나쁜 감정’
이다.그런데 니체는 「교육자」

32)차라투스트라에게서 ‘ 낙타-사자-아이’
로 이어지는 정신의 세 가지 변화에 대한 기
존의 해석에 대해서는 정낙림이 진화론적,역사철학적,변증법적 해석으로 각각 범
주화하여 잘 설명한 바 있다.정낙림,「 차라투스트라의 ‘세 가지 변화’
에 대한 몇
가지 해석」(철학연구 제106 집,대한철학회,2008)참조.본고에서는 이 변화를
동물에서 인간,그리고 위버멘쉬로의 성장과 연관지어,낙타의 단계를 공동체의 규
범을 습득하여 인간이 되는 과정으로,그리고 아이로의 변화를 공동체의 지배적
규범에 대해 상대적 거리를 갖는 독립적 개인으로의 성장으로 해석한다.
33)KSA 4,6
1-64쪽 참조.
34)KSA 5,3
22쪽.
니체의 완전주의적 요청에 대한 이해 117

에서부터 이 ‘
거리의 감각,
’즉 현재의 자신에 대한 불만과 보다 고귀한 자아
에 대한 열망이야말로 문화의 뿌리라고 말해 왔었다.이 감정을 통해 인간은

진정한 인간’
으로 거듭나게 된다. 도덕의 계보 에서 니체의 설명은 자연상
태에서 사회상태로의 전환기를 대상으로 삼고 있지만,우리는 동물적 상태
로 인간의 사회 안에 태어나는 모든 이들이 이와 동일한 과정을 겪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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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잘 알고 있다.아마도 우리는 니체와 함께 모든 ‘


인간화’
,즉 동물에서 인
간으로의 변형에는 ‘
자신에 대한 나쁜 감정’
이 수반되지 않을 수 없다고 말
35)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인간과 동물의 차이점에 대한 니체의 견해를,이를테면 칼
맑스Kar
lMar
x의 그것과 비교해 본다면 그의 입장이 갖는 특징을 더욱 잘
파악할 수 있다.맑스는 인간의 형성 과정에서 노동의 역할에 주목한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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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져 있다.그는 노동이야말로 인간과 동물을 구별짓는 특징이며,인간
은 노동을 통해 자연에 형상을 부과할 뿐만 아니라 자연 자체를 재창조하고
36)그래서 맑스에게서는 ‘
인간 자신을 형성해 나간다고 주장했다. 노동의 소
외’
가곧‘
인간의 소외’
가 된다.반면 우리가 보다시피 니체는 노동을 통한
주체의 형성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니체는 한나 아렌트HannahAr
endt

마찬가지로 고대 그리스인들의 노동관을 받아들이고 있는데,그것에 따르면
노동은 인간의 창조력과 자유의 능력을 구현한다기보다는,오히려 자연의
37)니체는 맑스와 마찬가지로 인간을 다른 동
필연성에의 예속을 보여준다.
물과 구별시키는 것이 의식적으로 미래를 창조하는 자유의 능력에 있다고
보지만,그와 달리 이 능력이 노동을 통해 구현된다고 여기기보다,이 능력

35)‘
자신에 대한 나쁜 감정’ 과 인간화의 관계를 둘러싼 도덕의 계보 2부의 다양한
독해에 대해서는 김주휘,「인간학적 문제로서의 삶의 부정」(니체연구 제18집,
한국니체학회,2010 ),21-2
5쪽을 참조하라.
36)이를테면 Kar lMar x,Wr i
ti
ngsoftheyo ungMar konPhi
l
osophyandSo ci
ety,
ed.andt r
ans.byLoydD.Eas t
onandKur tH.Guddat(A Do uble
dayAnc hor
Book,1967),287-301쪽 참조.
37)KSA 1 ,764-777쪽 참조.또한 HannahAr endt,TheHumanCo ndi
ti
on,Se
cond
Edit
ion(Unive r
sit
yofChi cagoPre
ss,1998),79-93쪽 참조.
118 김 주 휘

의 근본적 원천으로서 ‘
의지의 기억’
과 약속의 능력에 주목한다.니체는 바
로 이 약속의 능력으로부터 가장 근본적인 자기-지배,자기-조직화와 여타
38)
의 미래를 창조하는 활동이 비로소 가능해진다고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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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
인간에서 위버멘쉬로’
의 이행의 의미

(1) ‘
인간에서 위버멘쉬로’
와 자연과의 화해

우리는 니체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에서 동물에서 인간,그


리고 다시 위버멘쉬로의 이행을 제안할 때 그가 한편으로는 동물에서 인간
으로의 이행의 실재와 그것의 긍정성을 인정하면서,다른 한편으로는 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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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의 불충분성 혹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극복을 제안한 것이라고 가정했
었다.만약 이 해석이 옳다면,니체는 ‘
동물에서 인간’
으로의 이행에서 어떤
문제를 발견한 것일까?무엇이 니체로 하여금 “네 안의 많은 것은 아직 벌
레”라거나 혹은 “지금도 인간은 어떤 원숭이보다 더 원숭이같다”고 말하게
하는 것일까?
우리는 제2부의 「숭고한 자들에 대하여」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흥미로운
도식을 발견한다.여기서 니체는 자연을 극복하고 부정하는 데 성공한 금욕
주의자에 대해 말한다.니체는 그를 자연이라는 야수와 맞서 싸워 승리한
영웅으로 치켜세우면서도 또한 마뜩찮아 하는데,그가 야수와 같은 자연과
맞서 싸우면서 스스로 하나의 야수처럼 되어버렸다는 것이다.니체는 이 영
웅이 자연-야수와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갖게 된 이 야수성을 극복해야 한
다고 조언한다.그렇게 함으로써만 그는 ‘
아름다움’
을 얻게 될 것이다.그런

38)한나 아렌트 역시 인간이 가진 ‘


약속’ 의 능력을 중요시하는데,그에 앞서 이 능력에
주목한 니체를 언급하고 있다.Ar e
ndt,TheHumanCo
ndi
ti
on,2
45쪽 참조.아렌트
에게서는 약속이 말과 행위의 세계를 안정화시키는 역할을 하는데,여기서 약속은
니체의 경우와 달리 타인의 현존을 반드시 필요로 한다.
니체의 완전주의적 요청에 대한 이해 119

데 이 마지막 단계야말로 가장 어렵고,또한 가장 큰 힘을 필요로 한다.니체


가 이 절에서 제시하고 있는 자연-야수와 반자연-야수,그리고 그것보다 더
높은 힘의 단계로서의 아름다움이라는 도식은 실러가 두 종류의 야만,즉,
감정이 이성적 원리를 지배하는 상태의 야만(Wi
l
der
)과 이성적 원리가 감
정을 지배하는 상태의 야만(Bar
bar
)을 구분하면서 그것들 사이에 문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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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그런데 이것은 또한 그가 서곡
위치시킬 때의 문제의식과 매우 유사하다.
에서 제시했던 ‘
동물과 인간 그리고 위버멘쉬’
의 도식에도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모든 인간화된 인간들은 자신의 동물성과 자연성을 부정해야 하기
때문에 금욕주의자와 같은 처지에 있고,니체는 이 단계를 넘어설 것을 주문
한다.
우리는 다시 도덕의 계보 2부에서 이와 유사한 문제의식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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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동물로부터 인간으로의 이행을 설명할 때 우리는 모든 ‘
인간화’
의과
정에는 필연적으로 ‘
자신에 대한 나쁜 감정’
이 수반됨을 확인했다.니체는
사회에 편입되는 모든 인간들이 자연의 부정에 수반되는 저 감정을 겪어야
하고 그것은 일종의 질병이라고 인정하면서도,이 질병이 일종의 임신과 같
40) 우선 인간
은 것,그러니까 새로운 존재를 잉태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화와 관련된 이 대목에서 니체가 차라투스트라 에서 본인이 제시했던 ‘

물-인간-위버멘쉬’
의 이행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암시하는 구절을 읽어보기
로 한다.

“참으로,그 때 시작되었지만 그것의 끝은 아직 보이지 않는 광경의 가치를


음미하기 위해서는 신적인 청중이 필요했다.-
-어느 웃기는 별에서 무의미하게
전혀 관심을 끌지도 못한 채 일어나기에는 너무나 섬세하고,너무나 놀랍고,너

39)Fri
edri
chSc hi
ll
er,Ont heAest
heti
cEduc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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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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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El isab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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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oughby(Oxf ordUnivers
it
y
Pre
ss,1967),16-23,78-93
쪽 (제4,12,13편지)참조.또한 김주휘,「니체의 ‘ 자연’
사유에 대한 소고 (니체연구 제19집,한국니체학회,201 1),107-108쪽 참조.
40)KSA 5,3 27쪽 참조.
120 김 주 휘

무나 역설적인 광경!이때부터 인간은,제우스라 부르든 우연이라 부르든,헤라


클레이토스의 ‘
위대한 아이’
가 던진 가장 예기치 않은 그리고 가장 흥미로운 행
운의 주사위놀이 가운데 하나로 포함되었다.-그는 그에 대해 어떤 관심,어떤
긴장,어떤 희망,거의 어떤 확신을 불러일으켰다.마치 그로써 무언가가 예고
되고 무언가가 준비되는 것처럼,마치 인간이 결코 목적이 아니라 단지 하
나의 길,하나의 에피소드,하나의 다리,하나의 위대한 약속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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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니체는 동물에서 인간으로의 변화가 질병과 같은 감정을 수반하지만,그


럼에도 그것이 위대한 하나의 사건임을 인정한다.이 사건이 위대한 이유는
이 변화가 결코 여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다른 변화를 기대하고
요청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자신에 대한 나쁜 감정’
을 동반했던 동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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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인간으로의 변화는,거기에 머물러 있지 않고 다시 어떤 변화를 요청하고
약속한다.그리고 이 추가적인 변화는 바로 차라투스트라 에서 니체가 인
간에서 위버멘쉬로의 변화라고 말했던 것에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니체
는 여기서 위버멘쉬에 대해 처음 말했을 때와 거의 유사한 메타포를 사용하
여 말하고 있다.
하지만 도덕의 계보 에서 니체는 더 이상 위버멘쉬라는 개념을 사용하
지 않고 대신 그에 상응하는 다른 존재를 제시한다.그것은 바로 ‘
주권적 개
인’
과 그의 ‘
좋은 양심’
이다.‘
주권적 개인’
은 도덕의 계보 2절에서 이미 등
장했는데,여기서 그는 이미 인간화 과정의 최종 산물로 제시되었었다.앞
절에서 인용했던,오랜 관습법과 금욕적 실천들을 통해 동물에서 인간으로
의 존재 변형이 일어났다고 말한 구절 다음에,니체는 다음과 같이 ‘
주권적
개인’
을 소개한다.

“다른 한편 우리를 나무가 결국 그의 열매를 산출하는,그리고 사회와 그것


의 관습법이 결국 자신들이 그것을 위한 수단에 불과했던 목적을 드러내는,이

41)KSA 5,3
23-324
쪽.(밑줄-강조는 역자의 것이다.
)
니체의 완전주의적 요청에 대한 이해 121

끔찍한 과정의 마지막에 위치시켜 보자.거기서 우리는 나무의 가장 잘 익은


열매로서 주권적 개인을 발견한다.오직 자신에게만 동일한,관습법으로부터 다
시 벗어난,자율적이고 초-윤리적인 개인 (
왜냐하면 ‘
자율적’
이라는 것과 ‘
윤리
적’
이라는 것은 상호 배타적이므로),즉,약속할 권리를 갖는,고유하고 독립적
이며 지속적인 의지를 갖는 인간을.그리고 그에게서,마침내 도달하고 그에게
서 현실화된 것에 대한 자랑스러운,모든 근육에서 경련하는 의식,어떤 고유한
[Provider:earticle] Download by IP 202.30.38.87 at Monday, February 19, 2024 4:44 PM

”42)
힘의,그리고 자유의 의식,인간 일반이 완성에 이르렀다는 어떤 느낌을.

이처럼 ‘
주권적 개인’
이 소개되는 맥락을 고려할 때,우리는 니체가 염두
에 둔 동물에서 인간으로의 이행 그리고 또 한 번의 이행의 종착점,차라투
스트라 에서 ‘
위버멘쉬’
의 자리에 상응하는 것이 바로 ‘
주권적 개인’
임을 확
신할 수 있다.니체는 ‘
주권적 개인’
에게서 ‘
인간 일반이 완성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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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한다.실러의 용어를 빌자면,그는 인간의 ‘
이념’
을 구현하는 자이다.
그리고 이처럼 위버멘쉬와 ‘
주권적 개인’
을 특징짓는 것은 무엇보다도 그
의‘
좋은 양심’
,즉 ‘
자신에 대한 좋은 감정’
이다.니체는 동물에서 인간으로
변형되는 과정에 형성되었던 ‘
자신에 대한 나쁜 감정’
이 인간에서 위버멘쉬,
즉‘
주권적 개인’
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
자신에 대한 좋은 감정’
으로 전환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그렇다면 이 마지막 이행을 특징짓는 것은
무엇인가?이 이행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자신에 대한 좋은 감정’
은 어떻
게 획득되는가?
여기에는 적어도 중요한 두 가지 요소가 개입되어 있는 것 같다.우선,만
약 인간으로부터 위버멘쉬 혹은 ‘
주권적 개인’
으로의 이행이, 차라투스트라
에서 금욕적 영웅이 반-자연의 야수성을 떨쳐내고 아름다움을 배워가는 과
정과 같은 것이라면,그것은 무엇보다도 인간과 자연의 화해를 포함해야 한
다.이러한 해석은 니체가 도덕의 계보 2
부에서 ‘
자신에 대한 나쁜 감정’

극단으로 발전시킨 기독교를 비판하면서 고대 그리스인들을 칭송한 것과도

42)KSA 5,2
93쪽.(
밑줄-강조는 역자의 것이다.
)
122 김 주 휘

43) 니체는 그에 앞선 신고전주의자들 및 낭만주의자들과 마찬가


부합한다.
지로 고대 그리스인들에게서 자연과의 통일성과 화해의 모델을 발견했다.
특히 실러는 그리스인들의 원초적인 자연과의 통일성,근대에서 자연과의
분열,그리고 다시 자연과의 통일성의 의식적인 회복이라는 삼 단계의 역사
모델을 제시했었는데,이는 헤겔과 맑스 뿐만 아니라 확실히 니체에게도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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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니체에게서 ‘
향을 미친 듯하다. 자연과의 화해’
가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
는지는 명백하지 않지만,우리가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는 몇 가지 분명한
점들이 있다.
이를테면 니체에게서 자연은 모든 창조적 힘들의 원천이다.그래서 니체
에게서는 자연을 부정하고 대상화하는 힘조차도 자연에서 나온다.즉,인간
의 이성도,도덕과 문화를 창조하는 힘도 자연으로부터 설명되어야 하는 것
45)
이다. www.earticle.net
또한 니체의 사유에서는 자연이 하나의 규범적 원천으로 작용한다.니체
는‘
자연에 따라’
라는 스토아주의의 교설을 비판했지만,그 자신이 자연에
46)이 점에
대한 하나의 해석을 제공하면서 그것에 규범적 지위를 부여했다.
서 니체는 칸트 및 독일 관념론 철학과 확연히 대립하며,단순히 포스트모더
니즘계열의 사상가로 분류될 수도 없다.니체에 대한 포스트모더니즘적 해
석은 니체의 자연 사유를 크게 간과해 왔다.니체가 요구한 자연과의 화해와
아름다움의 정확한 상,그리고 이 요구가 함의하는 윤리적,미학적,정치적
의미들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야 하겠지만,적어도 현
재의 단계에서 우리는 그의 ‘
자기창조’
가 흔히 오해되는 것처럼 순전히 자의
47) 니체는 인간화의 과정에서 일어나
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43)KSA 5,3 33-337


쪽 참조.
44)Schi
l
ler,Ont heAes t
heti
cEducat
ionofMan,30-43쪽 (제6편지)참조.
45)김주휘,「니체의 ‘ 자연’사유에 대한 소고 ,9 2-102참조.
46)KSA 5,2 1-22쪽 참조.
47)이러한 오해의 예로 찰스 테일러Char lesTayl
or가 현대 문화의 ‘ 주관주의로의 침몰’
을 비판하면서 니체와 그의 영향을 지목하는 것을 보라.Cha rl
esTayl
o,TheEt
r hic
s
ofAuthenti
cit
y( Har
vardUni
ver
sit
yPr es
s,19
91),Ch.6참조.매킨타이어가 니체
니체의 완전주의적 요청에 대한 이해 123

는,거의 필수적이라 할 수 있는 자연 부정의 현상에 주목했고,이에 대한


반성과 화해를 인간성의 더 높은 발전 단계로 요구했다.니체의 위버멘쉬
혹은 그에 상응하는 ‘
주권적 개인’
은 저 반성을 통해 자연과의 긴밀하고 끊
임없는 대화 속에서 긍정과 부정의 매우 섬세한 놀이를 전개해야 한다.그는
폭력적으로 자연을 지배하는 자가 아니라,폭력성의 단계를 넘어 자연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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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이 점에 주목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니체의 윤리


화해를 구현하는 자이다.
적 사유를 온전히 이해한 것이 아니다.니체는 이편이 자연을 일방적으로
부정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고 더 큰 힘을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이렇게
해서 니체의 윤리적 사유는 힘의 칭송과 맞닿는다.동물과 인간과 위버멘쉬
는 각각 서로 다른 수준의 힘을 내포하며,인간에서 위버멘쉬로 나아가는
데에는 더 큰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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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인간에서 위버멘쉬로’와 사회와의 거리

인간에서 위버멘쉬 혹은 ‘
주권적 개인’
으로의 이행이 포함하는 또 다른 요
소는 바로 그를 동물에서 인간으로 변화시켜준 공동체와의 적극적인 거리
두기이다.위에 인용한 구절에서 니체는 ‘
주권적 개인’
이 “자신을 관습법으로
부터 해방시킨,자율적이고 초-윤리적인 개인”이라고 말했다.그의 개인은

초-윤리적’
이다.즉 그는 공동체의 관습과 규범으로부터 자유로운 자이다.
이러한 요구는 우리가 사회의 지배적 규범과 관점으로부터 상대적으로
거리를 취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그리고 니체는 일찍부터
이러한 거리 취하기의 가능성을 인정해 왔다.그렇지 않다면 「교육자」의 포
문을 여는 순응주의자의 게으름에 대한 비판,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의‘
자유정신’
에 대한 요구,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의 사자와 아이

를 아리스토텔레스와 대립시킬 때 그도 마찬가지의 생각을 보여준다.MacI nt


yre
,
Aft
erVi
rt
ue,Ch.9참조.
48)이 점에서 우리는 잘 알려진 하이데거의 니체 해석,‘
힘에의 의지’사유를 근대 주체
형이상학의 정점으로 보는 입장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
124 김 주 휘

에 대한 요청,단지 ‘
선한 자’
가 아니라 ‘
고귀한 자’
가 될 것에 대한 요구,그
리고 특히 도덕의 계보 에서 가치들의 기원에 대한 계보학적 통찰은 결코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니체에 따르면 삶은 필연적으로 ‘
가상’
을 요구하고 ‘
힘에의 의지’
는 바로
그러한 가상들을 만들어내는 힘이지만,다른 한편으로 우리는 저 ‘
힘에의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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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가 어떠한 조건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작동하여 특정한 가상들을 만들어
49) 그의 계보학은 우리가 어떻
내는지에 대해 계보학적 탐구를 할 수 있다.
게 현재의 우리 자신이 되었는지에 대한 반성적 고찰이며,우리 자신을 구성
하게 된 지배적 규범들의 생성에 관한 학이다.니체는 이러한 비판적 반성을
가능하게 하는 계몽의 시대로서 근대를 환영했으며,그가 주창하는 ‘
능동적
니힐리즘’
은 초월적인 것으로 여겨져 온 가치들의 자연적 기원을 해명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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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동적인 탈주술화와 해방의 작업을 의미한다. 50)니체는 이러한 고찰이,우

리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존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생각했다.


고대 그리스인들에게서 디오니소스적 인식이 아폴론적 창조와 결합했듯이,
근대의 새로운 계몽은 더 고급한 문화 창조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를 염두에 두고 다시 우리의 맥락으로 돌아오면,우리는 ‘
자신을 관습법
으로부터 해방시킨’‘
주권적 개인’
을,자신을 인간으로 형성시켜준 공동체의
지배적 규범에 대하여 반성적 거리를 취할 수 있게 된,비판적 계몽의 주체
이자 자유정신으로 이해하게 된다.공동체의 규범에 의한 교육과 훈련을 통
해 사회화되고 인간화됨으로써,인간은 기본적으로 무리동물의 성격을 갖게
된다.니체는 위버멘쉬로의 이행을 통해 인간에게 이 무리동물적 성격을 극
복하고 독립적 개인이 될 것을 요구한다.이 요구는 우리가 결코 개인으로

태어나지’않음을 함축한다.근대의 사회계약론자들의 가정과 달리,개인은
전제되고 먼저 오는 것이 아니라,결과이며 나중에 오고 획득되어야 하는

49)이는 니체가 칸트를 ‘자연화’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우리를 구성하는 관점들은


바로 이 세계 안에서 자연적,역사적,사회적으로 존재하는 ‘힘에의 의지’의 산물이다.
50)김주휘,「니체와 야누스적 근대」(니체연구 제20 집,한국니체학회,201
1),1
02-
112
참조.
니체의 완전주의적 요청에 대한 이해 125

것이다—공동체의 무르익은 과일로서.획득되어야 할 것으로서의 개인의 관


념은 니체의 개인이 생래적 권리의 주체도 욕망의 주체도 아님을 말해준다.
그것은 근대 유럽사에 등장하는 부르주아적 개인이나 현대 사회사에 등장
하는 원자화되고 고립된 개인들이 아니다.니체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바,
우리가 그렇게 되어야 할 바로서의,윤리적 관념으로서의 개인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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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우리가 공동체의 규범과 훈련을 통해 동물적 존재에서 '


예측가능하
며 한결같고 필연적인'인간으로 이행했다면,니체는 개인에게 이제 공동체
의 외적 규범 없이도 스스로 정한 규율을 통해 그러한 인간이 될 것을 요구
한다.앞에서 자연과의 화해가 금욕적 영웅에게 더 큰 힘을 요구했듯이,자
기규율은 더 큰 힘을 요구한다.그래서 니체는 공동체의 ‘
선한 자’
가 아니라

고귀한 자’ 51)위버멘쉬가 되려
가 되려는 이들의 타락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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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 자가 결국 동물보다 못한 상태로 떨어질 수도 있다.인간에서 위버멘쉬로
52) 비판적 계몽을 통해 열린 자유의 공간
의 이행은 심연 위의 줄타기이다.
위에서 개인은 더 나은 창조의 힘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우리는 니체의
위버멘쉬와 '
주권적 개인'
이 한편으로 고대적인 자기수양의 전통과,다른 한
편으로 초기낭만주의의 개인주의--칸트와 피히테의 보편적 이성주의와 달
리 고유한 개성의 실현을 강조했던—의 결합물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
너의 선과 악을 창조'
하라는 요구는 고대적 자기수양의 전통이 일반적으로
요구해온 강력한 자기실천,자기지배의 덕에 대한 요구와,초기낭만주의가
53)
요청한 각자의 고유한 개성의 실현에 대한 요구를 하나로 결합하고 있다.

51)KSA 4,5
3-54쪽 참조.
52)KSA 4,1
6쪽 참조.
53)여기서 고대적 자기수양의 전통에 대해서는 미셸 푸코의 주체의 해석학 ,그리고
독일 초기낭만주의의 개인주의에 대해서는 프레더릭 바이저의 낭만주의의 명령
6장으로부터 각각 기본적인 이해를 얻었음을 밝혀둔다.근래에 니체의 삶의 예술
혹은 실존의 미학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국내에서도 관련 연구들이 나오고
있는데,이 글을 통해 우리는 니체의 실존 미학에서 자율적 자기지배와 개성의 구
현,그리고 자연과의 화해가,서로간의 긴밀한 상호관계 하에서,그 핵심 요소에
속함을 알게 되었다고 여긴다.특히 니체의 실존 미학에서 고대적 요소와 근대적
요소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의 결합이 매우 흥미롭게 여겨진다.Cf
.이와 관련된 현재
126 김 주 휘

그런데 이처럼 근본적으로 윤리적 성격을 갖는 니체의 개인주의를,근대


이후 오늘날까지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현상으로 나타난 자유주의적 개인
주의와 혼동하게 되면 그것을 극단적인 ‘
주관주의’
와‘사적’개인주의로 오
해하는 일이 일어난다.우리는 단순히 수사에 매달리지 않고,니체가 누구보
다도 강력하게 근대의 자유방임주의와 무정부주의를 비판했으며,근대의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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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의 실종을 개탄하면서 윤리적 실천의 지향점으로서 위버멘쉬를 제안했다


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그리고 중요한 것은,위에서도 언급했듯이,니체
에게서 자연과 삶과 힘이 사실상 동의어로서 하나의 규범적 역할을 하고 있
다는 사실이다.계보학적 고찰을 통해 가치평가의 행위 자체를 가치평가하
면서 니체는 이를테면 건강한 가치평가와 건강하지 못한 가치평가를 구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여겼고,그러한 판단의 척도를 자연에 대한 해석을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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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제공했다.니체의 개인주의는 결코 가치주관주의나 상대주의와 결합하지
않는다.
또한 니체의 개인을 단순히 ‘
사적’존재로 보는 것도 매우 큰 오해이다.
니체에게서 개인은 자신이 그 안에서 하나의 인간으로 성장했던 사회에 대
하여 거리를 두고 비판적으로 반성할 수 있는 자이다.개인은 언제나 그의
사회와의 ‘
관계’하에서 그렇게 규정되며,비판과 부정의 관계라 할지라도
여전히 ‘
관계’하에 있고,결코 단지 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뿐만 아니라
니체는 명시적으로 개인에게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역할을 요구하기도 했다.
니체는 개인이 모든 사회적 문화적 변화의 씨앗이라고 보았고,그래서 ‘
원자
적’‘
혁명’ 54)니체가 즐겼던 ‘
을 운운하기도 했던 것이다. 열매’
와‘씨앗’
의메
55)개인은 기존의 공동체의 무
타포가 개인과 공동체의 관계를 잘 말해준다.

의 국내 연구로는,‘삶의 예술’
로서의 윤리학에 대한 국제학계의 연구들을 자세하게
소개하면서 니체 연구의 새로운 주제를 여는 이상엽의 「니체의 삶의 예술철학 –
탈근대시대의 새로운 윤리학의 시도」( 「니체연구 제1 7집,2010
)와,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푸코와 니체의 ‘
실존의 미학’을 비교하는 시도를 한 백승영의 「 ‘
실존의
미학’으로서의 삶의 윤리」(니체연구 제23집,한국니체학회,2013) 를 참고하라.
54)각주 15참조.
55) 즐거운 학문 23절에서 니체는 개인을 민족dasVo
lk이라는 나무의 열매 중의 열매
니체의 완전주의적 요청에 대한 이해 127

르익은 열매이지만,또한 새로운 공동체의 씨앗이기도 하다:“그들은 미래


의 씨앗을 품고 다니는 자들이며,정신의 식민지를 창설하고 국가와 사회를
”56)플라톤의 철학자가 영원한 진리인 이데아를
새로이 건설하는 자들이다.
보고 동굴로 돌아와 대중을 계몽한다면,니체의 개인은 공동체를 그것의 타
자인 다른 관점들에 열리게 함으로써 공동체의 지평을 확장하고 자기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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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기여한다.그러므로 고대적인 공동체의 영웅적 개인과 근대적인 내향적


57)또한
개인의 대당으로는 니체적 개인의 이러한 측면을 포착하지 못한다.
니체의 자기창조에 대한 포스트모더니즘의 해석을 제공하는 네하마스
Ne
hamas
의 문학적 자기창조나 로티Ro
rty의 사적 아이러니스트 역시 니체
58) 이러한 오해를 염두에 두고
적 개인의 이러한 측면에 대해 눈감고 있다.
니체는 도덕의 계보 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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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그의 고독을 마치 현실 앞에서의 도피인 것처럼 오해할 것
이다.사실 그것은 현실 안에 몰입하고 묻히며 침잠하는 그의 방식이며,그것을
통해 그는 언젠가 다시 빛으로 나올 때에 자신으로부터 이러한 현실을 구원하
는 것을 가지고 돌아올 수 있는데 말이다.
”59)

차라투스트라가 십 년간의 은둔을 끝내고 ‘


위버멘쉬’
라는 새로운 이상을
가지고 인간세계에 돌아온 것처럼,사막으로 간 낙타는 거기에 영원히 머무

이자 목적으로,그리고 새로운 공동체의 씨앗으로 제시했다.그리고 우리가 보았듯


이 도덕의 계보 2 부에서도 개인은 공동체라는 나무의 가장 무르익은 열매로 나타
난다.
56)KSA 3,3 98쪽.
57)이는 틸리Thi el
e가 제시하고 있는 대당이다.Le sl
iePaulTh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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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icsoftheSoul : A Study ofHeroicIndi
vidual
ism (Pri
nceton
Universi
tyPr es
s,1990
),48쪽.
58)AlexanderNehamas ,Niet
zsche:Lif
easLi te
ratur
e(HarvardUni ver
si
tyPr ess
,
1985),PartII참조.Ri char
dRo ry,Co
t nti
nge
ncy,iro
ny,andsoli
dar
ity(Cambridge
Universi
tyPr es
s,1989
),98-108쪽 참조.
59)KSA 5,3 36쪽.
128 김 주 휘

르지 않는다.그것은 아이가 되어 새로운 이상과 가치를 가지고 도시로 돌아


온다.니체적 개인의 이러한 역할 때문에 우리는 코난과 더불어 니체의 완전
60)니체의 개인은 사회
주의가 민주주의의 확장에 기여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의 지배적 규범에 새롭고 낯선 목소리를 도입하며 공동체의 목적t
elos
을재
설정하는 데 기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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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 나가며

우리는 이 글에서 니체의 완전주의적 사유를 문화적 속물주의와는 매우


거리가 먼 도덕적 완전주의의 일종으로 해석하고자 했다.특히 그것이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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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인간,그리고 다시 위버멘쉬로의 이행이라는 사유에 응축되어 있다고
보고,후자의 이행의 의미를 명확하게 밝히기 위해 전자의 이행의 의미를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동물에서 인간으로의 이행에 대한 니체의 사유의 궤

60)우리는 니체가 민주주의의 하향평준화하는 경향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음을 잘


알고 있다.니체의 민주주의 비판에 대해서는 정낙림,「 니체의 민주주의 비판」(철
학연구 제10 1집,대한철학회,2 007)과 이상엽,「니체와 ‘ 위대한 정치’ 」(니체연구
제14집,한국니체학회,2 008)를 참조하라.이 글에서는 니체가 대중의 독재로서의
민주주의를 비판하면서 제시했던 ‘ 주권적 개인’ 이 사실상 진정한 민주주의의 구현,
즉 단순히 다수의 지배가 아니라,언제나 타자적 목소리에 열려 있는 민주주의를
구현하는데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제안한다.정낙림과 이상엽은
니체의 ‘주권적 개인’ 의 정신적이고 문화적인 엘리트로서의 역할을 강조한다.이
점에 동의하지만,만약 Co nway처럼 ‘미시적’수준과 ‘ 거시적’수준의 정치의 구분을
받아들인다면 -- D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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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쪽 참조.‘
거시적’수준의 정치가 뿌리를 두고 있는 ‘ 미시적’수준의 정치는 공동체
의 윤리적 삶의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관습들과 구체적인 삶의 방식들을 포함한다
--,우리는 저 역할을 미시적 수준에서의 정치적 역할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니체의 개인을 일부 포스트모던 해석가들처럼 철저하게 사적 영역 안에 고
립된 개인으로 보는 것은 잘못이며,이 글은 사회의 지배적 규범에 대한 비판적
반성의 능력( 반-순응주의)과 다른 관점들에 열려 있는 태도가 민주주의의 올바른
구현을 위해 오늘날 우리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덕목임을 고려할 때,니체의 ‘ 개인-
되기’ 야말로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 필요한 것이며,이런 점에서 니체의 도덕적
완전주의가 민주주의에 기여할 수 있으리라고 말한다.
니체의 완전주의적 요청에 대한 이해 129

적을 따라간 결과,우리는 니체가 여타의 동물과 다른 인간의 특징을 가치판


단을 통한 윤리적 삶의 영위 여부에서(차라투스트라 ),더 나아가 인간 존
재를 동물적 존재와 다르게 예측가능하며 일관되고 책임 있는 자로 만들어
줄 수 있는,보다 근본적인,의지의 기억과 약속의 능력에서 찾고 있음(도
덕의 계보 )
을 발견했다.니체는 동물에서 인간으로의 이행,즉 인간화가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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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체 안에서,공동체의 규범에 의한 교육과 훈련에 의해,자연의 부정을 강


요당하면서 일어난다고 보았다.그 결과 인간은 우선 자연을 부정하는 금욕
주의자가 되고 공동체의 규범에 순응하는 무리동물이 된다.인간의 정신은
가장 먼저 낙타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이로부터 우리는 인간의 위버멘
쉬로의 이행이 자연과의 화해 및 윤리적 개인주의에 대한 요구를 표현한다
고 주장했다.
코난은 차라투스트라 www.earticle.net
가‘모두를 위해’쓰인 책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니체의 완전주의적 요구의 보편적 성격을 강조하지만,사실 니체 자신은 그
요구가 결코 모두에 의해 충족되지 못할 것임을 강조했다.니체의 윤리적
이상은,비록 그만의 독특한 용어로 표현되기는 했지만,그에 앞서 낭만주의
자들과 맑스가 공유했던 인간과 자연의 조화,자기실현,자유롭고 독립적인
개인성의 구현 등의 이상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을 수 있다.하지만 분명하
게 다른 점은,니체는 결코 모든 인간이 그러한 상태에 도달하는 일은 없으
리라고 보았다는 것이다.이처럼 접근이 아니라 결과에서 드러나는 니체의
완전주의의 엘리트적 성격은,오히려 그의 완전주의가 엄격하게 윤리적인
성격을 갖는 것임을 우리에게 확인시켜준다.그것은 이를테면 어떤 물질적
조건을 만족시킴으로써 자동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그런 성격의 것이 아니
며,언제나 오로지 개개인의 엄격한 자기실천을 통해서만 구현될 수 있는
윤리적인 성격의 것이다.
130 김 주 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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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김 주 휘

Abstract

An Understanding of Nietzschean Perfectionism


in relation to the transition from animal to man,
and from man to over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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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완전주의적 요청에 대한 이해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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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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