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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안 돼…6250억년 노출돼야 기준치 수준"

[인터뷰] 강건욱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대한핵의학회 회장 "방류 오염수 국내에 미칠 영향 사실상 제로"
2023.07.05. 07:50 박민식 기자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강건욱 교수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4일 최종보고서를 통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에 대해 국제적 기준에 부합


한다는 결론을 내놨지만, 국내에 미칠 영향을 둘러싼 논란은 가라앉기는커녕 정치권을 중심으로 더욱 격화
하는 모습이다.

일본은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에 폭발 사고가 발생한 이후, 원전에서 나오는 방
사능 오염수를 알프스(ALPS∙다핵종제거설비)로 정화해 원전 부지 내 1000여개의 탱크에 저장해왔다. 하
지만 탱크의 만재 시기가 다가오면서 올 여름부터 2051년까지 28년간 약 130만톤의 방사선 오염처리수를
바다에 방류한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 국민들 대다수는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고 있다. 한국일보가 지난 5월 말 진행한 대국민 여론조
사에 따르면 84%의 응답자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반대했다. 지난달 30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
사에서도 오염수 방류가 걱정된다는 의견이 78%에 달했다. 다만 진보층은 걱정된다는 의견이 98%, 보수
층은 57%로 정치적 성향에 따른 온도차는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은 극명하게 양분됐다. 야당 의원들은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며 무기한 ‘단식’을 진행 중이고,
IAEA의 보고서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야당이 근거없는 선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국민들의 불안을 불식하기 위해 수산물 ‘먹방’을 이어가고 있다.

자연스레 국민들의 이목은 전문가들에게 쏠린다.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강건욱 교수(대한핵의학회 회장)
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우려할 일이 아니라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는 대표적 인물이다.

강 교수는 지난 2015년 오염수 문제와 관련해 직접 일본으로 시찰을 다녀오기도 했으며, 2013년부터 8
년간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 의료분과 위원으로 국제 방사선안전기준 및 가이드라인 제정에 참여한
해당 분야 전문가다. 지난 2021년에는 최근 우리나라를 찾아 “정화한 후쿠시마 오염수라면 1리터라도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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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겠다”고 말해 주목받은 웨이드 앨리슨 옥스퍼드대 명예교수의 저서 ‘공포가 과학을 집어삼켰다’를 번역
해 국내 독자들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메디게이트뉴스와 만난 강 교수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영향으로) 연간 선량 기준치인 1


밀리시버트가 되려면 우리 해역에선 6250억년 노출이 돼야 하고, 알프스로 방사성 물질이 걸러지지 않는
다고 하더라도 6억년은 노출돼야 한다”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일상에서도 이미 각종 방사성 물질 노출…알프스가 제 기능 못해도 문제 없어

Q.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오염수가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을 놓고 논쟁이 뜨겁다. 오염수를
방류해도 국내에 영향이 없을 거라고 보는 이유는 뭔가.

일본이 알프스를 통해 오염수를 처리하면 남는 물질은 삼중수소인데, 지금도 서울시민 소변을 검사하면
1~2베크렐 정도의 삼중수소가 나온다. 평소에도 삼중수소가 물이나 음식물 섭취를 통해 우리 몸에 들어온
다. 지금 오염수 정도의 수준을 갖고 인체에 위해하다고 하면 우리는 물도 못 먹는다. 게다가 오염수의 방
사성 물질 농도는 바닷물에 희석되고 나면 우리가 마시는 물에 들어가 있는 농도의 100만분의 1 수준이
된다. 결론적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면 우리 해역에서 국민들이 1밀리시버트 정도를 받으려면 6250억년
동안 노출이 돼야한다. 생선을 섭취하고, 해수욕을 하면서 바닷물을 삼키는 등의 상황을 모두 감안해 계산
한 수치다.

Q. 1밀리시버트가 인체 유해성을 판단하는 기준치인가.


사실 1밀리시버트는 유해한 수준도 아니다. 100밀리시버트는 돼야 인체에 유해한데,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기준치를 100분의 1수준으로 낮춰서 잡아놨다. 그렇게 보면 실제 우리가 위험할 수준의 유해한 영향
을 받기까지는 6250억년의 100배, 즉 62조년이 지나야 한다. 우리가 받는 영향은 사실상 '제로'라고 보면
된다.

Q. 알프스가 방사성 물질을 걸러내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알프스로 거르지 않더라도 우리 해역에는 문제가 없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가 있었던 2011년부터
2년간은 알프스도 없는 상태에서 삼중수소는 물론이고 플루토늄, 스트론튬 등이 바다로 쏟아져 나왔다. 그
래서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잡는 생선 중 일부는 방사성 물질 농도가 높은 것도 있었다. 하지만 지구의 3분
의 1을 차지하는 거대한 태평양을 돌고 우리 해역에 올때 쯤이면 희석된다.
이미 우리나라는 1994년부터 매년 방사성 물질 농도를 측정하고 있다. 동해, 서해, 남해의 여러 지역에
서 측정한 수치를 홈페이지를 통해 모두 공개하는데,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도 변화가 없다. 특별히
동해에서 더 높은 수치가 나오지도 않는다. 그리고 사실 전 세계 해역 어디를 측정하더라도 플루토늄은 검
출된다. 100만 분의 1베크렐 수준으로 나오는데, 과거 미국과 소련의 핵실험 영향이다.

2015년 일본 시찰 시에도 상호 검증…기준치 '180배' 세슘 우럭은 제한 구역서 나온 것

Q. 2015년에 직접 일본 시찰도 다녀온 것으로 안다.


시찰단이 두 차례에 걸쳐 일본을 방문했다. 후쿠시마에 직접 다녀온 이들도 있었고, 나는 2차팀에 소속
돼 아오모리, 홋카이도 등을 방문했다. 당시 해당 지역에서 잡은 생선을 어항에서 내리자마자 시찰단이 절
반을 가져왔고, 나머지 절반을 일본 수산청에서 가져가 방사성 물질을 상호 검증했다. 2015년만 해도 이미
방사성 물질 기준치를 초과하는 생선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Q. 최근에 후쿠시마 인근 바다에서 기준치의 180배인 1만8000베크렐의 세슘이 검출된 ‘세슘 우럭’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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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럭을 잡은 곳은 원전 구역의 내항으로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 지역이다. 거기는 지금도 오염돼 있고 오
염이 진행 중이다. 다만 오염된 고기들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그물을 통해 막아놓은 상태다. 그 정도
피폭된 것으로는 큰 문제가 없기도 하다. 우리가 선량 기준치를 워낙 낮춰서 잡아놨다. 기준치를 180배 초
과했다고 우럭 등의 생물이 죽거나 돌연변이가 생기거나 하지도 않는다. 나는 방사선 핵물질로 환자를 치
료하는 핵의학자라 환자들에게 100억베크렐씩 주면서 치료한다. 그래도 다들 완치돼서 문제없이 생활한다.

Q. 후쿠시마 앞바다의 물을 평형수로 사용한 선박이 우리나라 해역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후쿠시마 원전의 10km 이내의 경우 다른 곳보다 방사성 물질이 10배 정도 더 높은 곳이 있다. 그런데
그런 지역은 통제 구역이고 거기를 벗어나면 희석이 되면서 일반 바다 수준과 같아진다. 배들이 평형수를
넣고 빼는 곳은 후쿠시마 원전의 영향권 밖이라 문제가 없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둘러싸고 정치권은 극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민주당 우원식 의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SNS
막연한 공포 대신 과학 믿어야…정치권의 무책임한 쟁점화 '비윤리적'

Q. 국민들은 여전히 불안해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80% 정도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공포 때문에 자기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원시시대에는 그런 공포가 외부의 위협
으로부터 사람을 살렸을 수 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과학을 믿어야 한다. 미신과 같은 공포를 믿으
면 오히려 더 해롭다. 바닷물이 위험하니까 해산물은 안 먹고 육류만 먹겠다고 하는데, 붉은색 육류는 알
려졌다시피 발암 물질이다. 암이 무서워서 발암물질을 먹는 셈이다.
특히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그런 식단을 강요하는 건 큰 문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학교 급식에서
생선이 빠졌다. 일부 학부모들이 반발했기 때문인데, 자기 아이들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의 아이들까지 생
선을 못 먹게 만들었다.
물론 내가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사람들은 당분간 수산물을 먹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그것도 아
이러니한 부분이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는 6~7년 지난 뒤에 우리 해역으로 오는 게 대부분인데, 아마 그
때쯤에는 사람들이 지금의 논란은 다 잊어버릴 거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그랬다. 그해
수산업이 1년간 엄청나게 타격을 받았지만, 그 다음 해가 되자 회복됐다. 6~7년 지났을 때 쯤에는 다들 아
무 생각 없이 수산물을 먹었다. 사람들이 합리적이지만은 않다.

Q. 일본이나 IAEA가 아닌 우리 정부가 직접 후쿠시마 오염수를 검증할 수 있다면 국민들이 더 신뢰할 수


있지 않을까.
이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국제 검증단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김홍석 박사가 포함돼 있다. 그래서
IAEA 보고서 안에는 우리 데이터도 포함된다. 우리나라 외에도 교차 검증을 위해 여러 나라의 전문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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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측정한 데이터가 최종 보고서에 들어간다. 그런데 그 결과가 나오더라도 어차피 반대할 사람들은 반대
할 것이라고 본다. 거기에는 IAEA와 별도로 중국 측 사람도 포함돼 있다. 일본과 정치적으로 거의 적국인
중국도 포함됐는데 이를 믿지 못하겠다면 더 이상 어떻게 하겠나.

Q.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놓고 정치권의 공방이 뜨겁다.


국민의 건강 문제를 정치 쟁점화시켜서 이익을 보려하는 건 비윤리적이다. 국민들에게 피해가 없는 문제
라면 모르겠지만 이번 건은 정치 쟁점화로 실제 피해를 입는 국민들이 있다. 어민, 농수산물 유통업자, 식
당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경제적 피해가 엄청날 수밖에 없다. 또 피폭 우려 때문에 생선을 안 먹고 육류를
더 먹게 되는 사람들에게도 건강상 악영향을 줄 거다. 국민들이 자신들에게 더 나쁜 선택을 하도록 정치권
이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과거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났을 때 독일, 그리스 등에서 의사들이 낙태 시술을 많이 했다. 사고 지역에
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실제로는 영향권이 아닌 지역들인데도 그랬다. 당시 의사들이 방사능에 무지한 탓
도 있었다. 산모들이 병원을 찾아서 태아가 피폭된 것이 아닌지 물으면 의사들은 낙태를 해줬다. 이런 식
으로 이뤄진 낙태가 10만~20만건 정도 된다. 과도한 공포에 사로잡힌 지금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모든 사안은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정답이 나온다. 정치인들도 ‘다음에 내가 당선될 수 있을까’ ‘우리 당
이 집권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만 하면 정답이 없어진다. 그러면 이쪽 당에 있을 땐 이 얘기했다가, 저쪽
당에 있을 땐 또 다른 얘기를 해야 한다. 국민 입장에서 어떤 게 유해하고 무해한지만 놓고 보면 정답은
무조건 나온다. 지금 오염수 문제도 정답은 있다.

사회 바꾸고 싶어 민감한 사안에 목소리…"앞으로도 수산물 열심히 먹을 것"

Q. 의료계는 이번 사안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의사 집단이 원래 '샤이'하기도 하고 나와 상관 없는 일에는 끼어들지 않겠다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
광우병 때도 비슷했다. 전문가인 의사들은 거짓인 줄 알면서도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다. 환자 진료나 하
면 되지, 굳이 과학적으로 올바른 얘기를 하겠다고 나섰다가 몰매를 맞을 필요가 있냐는 게 주변에 일반적
인 의사들의 생각이다. 나는 사회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서 목소리를 내는 거다. 그래도 10년 정도 노력
하면 사회가 조금씩 바뀌더라. 지금도 쉬지 않고 언론에 나가서 얘기하는 게 그런 기대 때문이다.

Q. 민감한 사안이라 항의 전화나 메일을 많이 받을 것 같다.


기사에 댓글이 많이 달리는데 잘 안 본다. 최근에 라디오 생방송에 나갔을 때는 병원으로 항의 전화가
오기도 했다고 하더라. 나는 방류 자체에는 반대하는 편이라서 그런지 항의를 그렇게 많이 받는 편은 아니
다. 물론 반대하는 이유는 오염수가 실제로 위험해서가 아니다. 국민들이 방류로 인해 심리적으로 타격을
입고, 어민들도 피해를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달라.


요즘 어민들과 농수산물 유통업자, 수산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많이 하고 있다. 거기서 ‘여러분
들이 반대하면 안 된다. 여러분들이 반대하는 순간에 오염수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친다는 뉘앙스를 준
다. 오히려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문제가 없다는 얘기를 끊임없이 얘기를 해야하고, 가짜 뉴스에 저
항해야 된다’고 얘기했다. 어차피 정치적으로 양극단에 있는 사람은 어떤 말을 해도 믿지 않는다. 다만 중
도층마저 너무 엉뚱한 방향으로 가서 건강을 해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우리 가족은 앞으로도 건강을 위
해 수산물을 적극적으로 먹을 거라는 걸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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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IN]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국가의 역할을 묻다
2023.07.05. 07:03 824호 김은지 기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정쟁의 이슈가 아니다. 국가의 역할과 시민의 권리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괴담에 엄포를 놓는 동안, 시민들은 제각각 대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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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기자명김은지 호
824
07:03
2023.07.05
입력

6월8일 시민단체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 공동행동’이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일본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시사IN 신선영

적어도 2053년까지 후쿠시마 오염수가 바다로 방류된다. 일본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그렇다. 최소치로
추정되는 시간이 30년이다. 올여름부터 우리가 한 세대 이상에 걸쳐 마주할 현실이다. 국제원자력기구
(IAEA) 최종 보고서에서 별 문제점이 지적되지 않으면, 일본은 방류를 강행할 예정이다. IAEA는 7월4일 후
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도쿄전력, 일본 정부의 활동 등이 관련 국제 안전 표준에 부합하다고 결론지
었다”라고 밝혔다.

이미 6월12일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설비 시운전에 들어갔다. 현지 어민들은 계속해서 반대


의사를 전하고 있다. 방류 외에 콘크리트 용기 설치 후 보관이나 증발 등 다른 대책을 요구하는 일본 내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시간과 비용 등을 핑계 삼아 일본 정부는 ‘방류’라는 목표 지점을 향해 정해진 스
케줄을 따라가고 있다.

대응을 두고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쪽은 한국이다. 지난 3월부터 일본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직접 후


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언급했다. NHK 보도에 따르면, 3월17일 윤 대통령 방일 당시 일·한 의원연맹 쪽과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이해”를 구했다. 윤 대통령은 “과학적 분석이
필요하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부터 한국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대응 기조에는 ‘과학’이라는 말이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5월7일


서울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현장 시찰단 파견이 발표됐다. 이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과학에 기반한 객관적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우리 국민의 요구를 고려한 의미 있는
조치가 이뤄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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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1일부터 5박6일간 시찰단 파견이 있었다. 6월15일부터는 정부의 일일 브리핑이 시작됐다.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정보가 부족하거나
잘못된 정보로 우려가 커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정보를 자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
다고 판단했다.”

한국인 83.8%, 오염수 방출 반대


그럼에도 시민들의 반응은 좋지 않다. 6월15일 공개된 〈한국일보〉와 일본 〈요미우리신문〉 공동 여론조
사에서 한국인 83.8%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에 반대했다. 압도적 응답이다. 연령별로 30대의 반대
(94.4%)가 가장 높았지만, 윤석열 정부의 주 지지층인 60세 이상도 73.3%나 반대했다.

5월7일 서울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공동 기자회견을 가진 다음 악수를 했다.
ⓒ연합뉴스

왜 그럴까. 정부·여당은 ‘괴담 선동’을 이유로 꼽는다. 정치적 이득을 위해 야당이 반일 감정을 부추기며
공포를 조장한다는 논리다. 사실을 과장해 어민들에게 피해를 준다고도 공격한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이 국내 수산업을 파탄 내려고 어민들의 삶을 위협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과학적 근거도 없이 퍼뜨리는 괴담 선동을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허위
사실 유포 등으로 수산업 종사자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는 경우가 발생하면, 사법 당국이 적절한 조치를 취
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지금 우리 당이 그렇게 유능하거나 국민들께 신뢰받고


있지 못하다”라며 자조 섞인 말을 했다. “사실 요즘 우리 당은 악재가 많고 지지율도 안 좋지 않나. 민주
당이 주최하는 후쿠시마 오염수 반대 집회에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안 모인다. 그런데 반대 여론이 만만
치 않아 보인다. 반대 서명을 받은 지역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들 조용하게 사인하고 간다고 하더
라.” 현재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여론은 민주당이 만든 게 아니라는 뜻이다.

무엇보다 수십 년에 걸쳐 이뤄지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현재로서는 명확히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례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의 영역이 존재할 때 불안감은 커진다.
다핵종 제거 설비(ALPS·알프스)가 걸러주지 못하는 방사성 물질에 대한 안전성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6월15일 정부가 처음 실시한 일일 브리핑에서 “오염수 방출로 배출되는 삼중수소가 건강에 영향을 미치
지 않을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지만 동시에 다른 문제점을 인정했다. “도쿄전력이 공개하고 있는 저장탱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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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오염수의 핵종별 방사능 농도 자료 중에서 스트론튬 농도의 최댓값이 1L당 43만3000베크렐이 검출되
었다.” 일본 배출 기준으로도 1만 배가 넘고, 한국 배출 기준으로는 2만 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정부는 "일
본이 오염수가 기준치를 만족할 때까지 알프스를 활용해 정화하고 희석한 후 방출하겠다고 밝혔다"라고 덧
붙였다.

그렇다 보니 지금까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대응에 대해서는 ‘사전주의 원칙(precautionary principle)’


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컸다. “과학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환경보호를 위한 조치가 지연되어서는 안
되며, 거꾸로 환경보호를 위한 조치와 관련해 완벽한 과학적 증거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최지현 제주대 법학
전문대학원 교수, 6월5일 '후쿠시마 사고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국제법적 쟁점과 대응과제 긴급토론회')”
라는 의미다.

김영석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논문 ‘일본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한 런던의
정서의 적용 검토(2022년 9월 〈이화여대 법학논집〉)’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런던협약·런던의정서는 해양
보호를 위해 폐기물 투기를 금지하고 각 나라의 이행을 점검·논의하는 국제협약이다. 김 교수는 런던의정
서 준수그룹 부의장으로 관련 분야 전문가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 방류가 런던의정서 제2조 ‘모든 오염원으로부터 해
양 환경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것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런던협약·런던의정서 당사국
총회 등에서 제기했고,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가 가져올 환경에 대한 영향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사전
주의’ 접근에 따라 오염수의 해양 방류 전에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전주의 원칙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한국의 대응 무기이기도 했다. 한국은 2013년 9월부터
일본 후쿠시마 등 8개 현 수산물을 전면 수입 금지했다. 일본은 반발하며 세계무역기구(WTO)에 한국을 제
소했다. 2018년 1심은 일본의 승리였지만, 이듬해 최종심인 2심에서는 한국이 이겼다.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가 운영하는 ‘국제법 판례·통상법 해설 포털’에는 다음과 같은 분석이 올라왔다.


한국의 승소 이유다. 일본은 개별 수산물의 안전성을 주장했고, 한국은 개별 수산물을 둘러싼 환경(해양)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패널(1심)이 식품에 현존하는 위해성에 집중한 반면, 상소기구(2심)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환경


적 요인이 식품에 잠재적으로 미칠 수 있는 위해성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우리나라의 주장을 사실상 인
정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제기준에 근거한 정량적인 보호 수준 이외에도 개별 국가가 설정한 정성적
인 보호 수준(가능한 한 낮은 정도의 방사능 노출, 사고 이전 수준 정도의 노출)도 존중하는 모습을 보
여줬다(〈Japan vs. Korea-Radionuclides 사건(일본산 수입식품 분쟁) DS 495, 2019.4.26.–상소기구〉).”

윤석열 정부 전까지는 후쿠시마 오염수 대응이 지금과 같은 정쟁 소재가 아니었다. 2021년 6월29일 국
회는 ‘일본 정부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 방출 결정 규탄 및 오염수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대책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투표 의원 191명 중 188명이 찬성했다. 국민의힘 의원 대부분이 찬성표
를 던졌다. 반대표는 없었다. 국민의힘 박수영·안병길·한기호 의원 3명만 기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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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는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사법 당국의 적절한 조치”를 언급했다.ⓒ시사IN 신선영

현재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인 조태용 당시 국민의힘 의원도 적극적이었다. 해당 결의안 통과 두 달 전


인 2021년 4월29일 별도 결의안을 냈다. 당시 조태용 의원은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결정 규탄 및 원전 오염수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대한민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촉구 결의안’을 대표 발
의했다.

김기현 현 국민의힘 대표와 박진 현 외교부 장관 등 15명 의원(강대식·김기현·김석기·김성원·김태호·박대


수·박진·이태규·전봉민·정진석·정찬민·지성호·최형두·태영호·한무경)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해당 결
의안에는 “후쿠시마 오염수에는 인체에 치명적인 삼중수소를 비롯해 60여 종의 방사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는데 완전한 제거가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2021년엔 여야가 합심해 국회 결의안 통과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면서부터 한국의 후쿠시마 오염수 대응에 균열 조짐
이 나타났다. 여당 인사들은 ‘후쿠시마 오염수’라는 단어를 문제 삼기도 했다. 지금까지 한국은 ‘후쿠시마
오염수’라는 표현을 써왔다. 2021년 통과된 국회 결의안에는 한발 더 나아가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라
는 표현이 공식 표기됐다.

반면 일본은 ‘처리수’라는 표현을 고집한다. 2011년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핵연료를
식히기 위해 사용된 물이 고농도 방사성 물질에 노출되긴 했지만, 알프스로 처리했기에 ‘오염수
(Contaminated Water)’가 아닌 ‘처리수(Treated Water)’라는 논리다.

4월6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후쿠시마 오염수가 맞냐,
오염 처리수가 맞냐?”라고 물었다. 이 장관은 “오염 처리수가 정확한 표현이라고 본다”라고 답했다. 그러
자 신 의원은 “오염수 운운은 (북한의) 용어혼란 전술”이라는 주장도 펼쳤다. 국민의힘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TF’ 단장 성일종 의원 또한 5월2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오염 처리수라고 쓰는 게 맞지 않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방정부에서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결의안을 두고 갈등이 일었다. 2021년 결의안(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 철회 촉구)을 통과시켰던 충주시의회는 지난 6월12일에도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철회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나흘 후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이 결의안을 정치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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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용하고 있다며 입장을 철회했다. 울산 남구의회, 부산 해운대구·부산진구·북구·수영구 의회도 국민의힘
반대로 결의안이 채택되지 않았다.

한국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대응을 일본이 주도해가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시찰단 또한 일
본이 먼저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스가 전 총리는 일본의 한 방송에 출연해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
방일 당시 자신이 시찰을 제안했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시찰단조차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지속되자, 외교부는 5월9일 “실제 검증에 가까운 활동을 할
것(장호진 외교부 1차관)”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일본은 한국 시찰단의 역할에 대해 공개적으로 선을 그
었다. “오염수의 안전성을 평가하거나 확인하지는 않을 것이다(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장관).”

상황이 이렇다 보니 후쿠시마 수산물도 국내에 들어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과학적’ ‘객관적’인 이유로 용인하게 된다면, 후쿠시마 수산물 등을 수입 금지한 한국 측 논리가
깨진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국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시찰단이 방일을 한 첫날 일본은 수산물 수입 재
개에 대해 입을 열었다. 5월23일 노무라 데쓰로 일본 농림수산장관은 “한국은 후쿠시마 등 8개 현의 수산
물 수입을 중단하고 있다. 수산물 수입 제한 해제를 부탁한다”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그럴 일이 없다고 강조한다. 송상근 해양수산부(해수부) 차관은 6월16일 “후쿠시마 인근에


서 기준치 이상의 방사능에 오염된 수산물이 지금과 같이 발생하는 한, 절대 후쿠시마 포함 인근 8개 현
수산물의 수입은 없다. 수입 금지 조치는 오염수 방류와는 전혀 다른 문제다”라고 말했다.

6월12일 서울 국회 앞에서 열린 전국어민대회에서 어민들이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시사IN 신선영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본이 다시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다는 점은 산자부도 인정한다.
이재정 민주당 의원실의 질의에 산자부는 “일본 정부가 우리 정부의 수산물 수입 규제에 관해 새로운 쟁
점을 제기하며 제소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음”이라고 답했다.

시민들은 각자도생에 나섰다. 윤석열 정부가 과학을 강조하고 ‘괴담’에 엄포를 놓는 동안, 시민들은 제각
각 대비를 갖추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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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쟁여둘 수 있는 소금 등을 비축하는 이들이 늘면서 소금값이 올랐다. 한 국산 천일염 판매 온
라인 사이트에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전에 소금을 구입해 두려고 샀어요. (…) 소금을 쟁여놓고 나니 한
숨이 놓이네요” “김치 사 먹는 입장에서는 소금 많이 필요하진 않지만 오염수 방출 때문에 구입했어요. 몇
년은 먹을 것 같네요”와 같은 리뷰가 달렸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전남 신안군 7개 농협·수협에서 파는 2021~2022년산 천일염의 개인 구매가 늘었


다. 6월 중순까지 파악된 직거래 물량이 5월에 비해 2~5배 증가했다. 일부 판매처에서는 가격이 5월보다
20%가량 올랐다.

해수부는 “거래량과 가격이 그래도 오른다면 '정부 수매 후 할인 방출'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오염수 방류로 피해가 발생하는 어민에 대한 지원을 논의할 시점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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