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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지식상자

페미니즘 읽어주는 남자

쿨하지 못해 미안 통계
2018. 4. 23. 14:57 ・ 이웃

주철진

[페미니즘 읽어주는 남자1] 성 대결이 아닌 성 연대를 위하여 


<스텝포드 와이프>

페미니즘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하지만 페미니즘에 대해


따로 공부하거나 알아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페미니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작품들을 소개하고 생각을 더해 읽어주려고 합니다. 페미니즘에 관
심이 있지만 어려운 사람들, 페미니즘에 대한 몰이해를 가진 사람들에게 추
천하고 싶은 영화, 드라마, 책, 방송 등을 보고 읽으며 전달하겠습니다. 아직
페미니즘이 어색한 당신, 페미니즘에 대해 더 알고 싶은 저와 함께하지 않으
실래요? - 기자 말
 

 
의 한 장면이다." style="letter-spacing: -0.025em; word

-break: break-all; margin: 0px; padding: 0px; border: 0px; outline: 0px; verti
cal-align: baseline; background: transparent; max-width: 100%;">
▲금발머리에 화려한 원피스, 친절한 미소를 한 여성들이 비슷한 동작으로
춤을 추고 있다. 허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깔깔 웃어댄다. 2004년 개봉한 영화
<스텝포드 와이프>의 한 장면이다.ⓒ CJ 엔터테인먼트

금발머리에 화려한 원피스, 친절한 미소를 한 여성들이 비슷한 동작으로 춤


을 추고 있다. 허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깔깔 웃어댄다. 2004년 개봉한 영화 <
스텝포드 와이프>의 한 장면이다. 프랭크 오즈 감독의 이 작품은 여성들을
마음대로
0 좌지우지 하고 싶어 하는
story 고정관념에
by style 대해
- in solitude life 통렬하게 비웃는 블랙코
미디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 애니메이션 '심슨가족' 속 한 에피소드에 대해


말해보자. 오랫동안 소녀들의 인기를 독차지해온 인형 '말리부 스테이시'에
대한 에피소드다. 심슨의 딸인 리사 심슨은 고대하던 말리부 스테이시 인형
을 구매하게 된다. 녹음된 내용이 흘러나오는 이 인형에서는 이런 말들이 나
온다. 

"남자들을 위해 쿠키를 굽자."


"남자들이 우리를 좋아하게 화장품을 사자."

이 소리를 듣고 리사 심슨은 크게 실망하게 된다. 소녀들을 외모에 집착하고


돈 많은 남편을 잡는 것에만 몰두하는 골빈 여자들로 만들려는 인형이 마음
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리사는 말리부 스테이시 같은 인형은 만들어져서
는 안 된다고 대책을 세우자고 가족들에게 말하지만 리사의 엄마는 인형은
문제가 없다며 이렇게 말한다. "딸기 아이스크림이나 먹으면서 골치 아픈 것
은 잊자." 말리부 스테이시가 계속 외치던 말과 똑같이.

<스텝포드 와이프>을 관통하는 흐름도 심슨의 이 에피소드와 비슷하다. 금


발머리, 큰 가슴에 마른 몸매, 집안일과 요리를 잘하고 멍청하고 순종적인 여
자. 남성협회를 중심으로 한 남편들의 가스라이팅(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조
작하여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를 말함)이 만들어낸 고정관념과 그것을 몸으
로 통째로 옮겨 놓은 것 같은 부인들의 모습으로.

영화에 등장하는 인간상들


 
에서는 조안나, 보비, 로저 세 사람이 이에 맞선다. 강인

하고 주체적인 능력있는 여성, 그동안 강요되던 전형적인 여성적인 역할과는


거리가 먼 여성, 성소수자로서 남성적이지 못하고 여성적인 남성. 서로 많이
도 다른 이들의 연대는 조용하던 스텝포드 마을에 큰 돌멩이를 던져 파장을
일으킨다." style="letter-spacing: -0.025em; word-break: break-all; margin: 0
px; padding: 0px; border: 0px; outline: 0px; vertical-align: baseline; backg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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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포드 와이프>에서는 조안나, 보비, 로저 세 사람이 이에 맞선다. 강인
하고 주체적인 능력있는 여성, 그동안 강요되던 전형적인 여성적인 역할과는
거리가 먼 여성, 성소수자로서 남성적이지 못하고 여성적인 남성. 서로 많이
story by style - in solitude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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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다른 이들의 연대는 조용하던 스텝포드 마을에 큰 돌멩이를 던져 파장을
일으킨다.ⓒ CJ 엔터테인먼트

주인공 조안나 에버트(니콜 키드먼)는 잘 나가는 방송국 CEO로 등장한다. 기


획하는 프로그램마다 성공을 거두는 그녀는 많은 이들의 선망의 대상이 된
다. 프로그램의 내용은 주로 남성과 여성이 대립하는 구도. 여성들이 통쾌하
게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 주를 이룬다. 그러다보니 프로그램에서 상처를 받
은 한 남성으로부터 총격 테러를 당한다. 이 파장으로 인해 그녀는 결국 회사
로부터 해고당하고 충격으로 신경쇠약까지 겪는다.

남편인 월터는 조안나에게 새로운 시작을 권유하며 스텝포드로 이사할 것을


제안한다. 그렇게 부부는 스텝포드로 이사를 가게 되고 그 곳에서의 삶이 시
작된다. 비록, 회사로부터 해고를 당했지만 조안나는 여전히 주체적이고 똑
똑하다. 같은 여성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앞장서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그녀는 능력 있고 강인한 주체적 여성의 상을 대변한다. 도움만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적극적으로 발언을 할 줄 안다. 남자 앞
이라고, 강자 앞이라고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해고를 당했을지언정 떳
떳한 모습을 잃지 않고 오히려 행운을 빌어주며 걸어 나오던 그녀다. 비록 이
후에 신경쇠약까지 걸렸다고 해도. 똑똑하고 능력 있으며 운동에 사교 능력
까지. 그녀는 우월한 여성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조안나와 친하게 지내는 작가인 보비 마코위즈(베트 미들러)는 또 다른 여성


의 상을 보인다. 여러 관계로부터 얽매이기보다는 자유롭기를 소망하며 집안
일은 관심 밖이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그녀는 자신을 꾸미는 데에
도 관심이 없다. 그녀에게 자신의 모습은 외모가 아니라 진심이 담긴 자신의
책이니까.

성소수자인 로저  바니스터(로저 바트)도 있다. 게이인 그는 화려한 셔츠를


즐겨 입고 높은 톤으로 말하기를 좋아한다. 그는 남성성보다는 여성성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 개인이다.(사회에 퍼져 있는 고정적인 성 관념에 따른다면)
한마디로 그는 남자답지 않은 남자다.

조안나, 보비, 로저 세 사람은 스텝포드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이상함을 느


낀다. 그들은 각자 다른 인간상들을 보이고 있으나 마을 안의 다른 이들에게
서는 개성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마을 안 대다수 여성들은 남
편의 말에 순종적이고, 지나치게 예의를 차리며 금발에 날씬한 몸매로 비슷
하게 예쁘다. 세 사람은 똑같은 조화들 사이에 놓인 다른 종의 생화을 보는
것처럼 눈에 띈다.
story by style - in solitude life
성 0고정관념에 맞서는 개인들의 연대
잠시 심슨의 에피소드를 다시 이야기 해보자. 리사 심슨은 어떻게 행동했을
까. 그녀는 이상함을 느끼고 가만히 있지 않았다. 고정관념의 화신 같은 인형
이 소녀들을 멍청하게 세뇌하는 것을 지켜볼 수만은 없었기 때문에. 그래서
직접 말리부 스테이시의 창작자를 찾았고 새로운 인형을 만들었다. 바로 리
사 라이온하트. 밝은 미래를 이야기하고 자신의 주체성을 밝히는 이 인형은
화제가 되지만 결국 새로운 모자를 쓴 말리부 스테이시에게 밀려난다. 그래
도 단 한 명의 아이가 리사 라이온하트를 구매한다. 그리고 리사는 말한다. 

"저 아이 한명이라도 깨닫는다면 이 모든 것이 가치 있는 일이 될 거예요."

수십 년 이상을 자리 잡아 온 성 고정관념을 깨는 일은 쉽지 않다. 남성들에


게는 지배하고 싸우기에 적합한 모습을, 여성에게는 순종적이고 아름답기를
강요해 온 시간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길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작은 반동
에도 변화는 제 자리로 돌아가 버릴 수 있다. 그럼에도 페미니즘은 사람들을
조금씩 변화시켜 왔다. 

여성 참정권에 관한 내용을 다룬 영화 <서프러제트>는 세탁 노동자인 모드


와츠(캐리 멀리건)가 참정권 운동에 조금씩 참여하는 내용을 그린다. 당초 그
녀는 돌을 던지고 불을 지르는 등 과격한 여성들의 참정권 운동 서프러제트
를 이해하지 못했으며 아무것도 변화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이후 계속되는 여성 인권 유린의 현장을 목도하고 경험하게 되면서 함께하게
된다. 페미니즘은 이렇게 한 명, 한 명의 동지를 만들어가며 불사의 성 고정
관념과 지독하게도 싸워왔다.

<스텝포드 와이프>에서는 조안나, 보비, 로저 세 사람이 이에 맞선다. 강인하


고 주체적인 능력있는 여성부터 그동안 강요되던 전형적인 여성의 역할과는
거리가 먼 여성, 그리고 성소수자로서 남성적이지 못한 남성까지. 서로 많이
다른 이들의 연대는 조용하고 잔잔하던 스텝포드란 마을에 큰 파장을 일으킨
다.

이후 이들은 강력한 남성들의 조합을 조금씩 파헤쳐간다. 그리고 깨닫는다.


남성 개개인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그들은 능력 있는 부인들에게
남성성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던 사람들이었다. 여성들은 능력 있었고 강했고
언제나 남편들을 앞섰다. 대단한 부인들이 자신들의 위치를 빼앗을 것이라
여긴 남편들은 모였고 부인들을 세뇌했다. 자신들을 남자로 만들어 줄 부인
이 되기를 원하며.

그렇게 남편을 믿었던 부인들은 조금씩 공장에서 찍어낸 로봇처럼 똑같아졌


고 개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스텝포드 마을이 완성됐다. 끊임없는 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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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팅 세례는 결국 3인의 연대도 무너트리기 시작한다. 로저에게는 강인한
남성의 모습을, 보비에게는 아이들을 챙기고 집안일을 열심히 하는 주부의
모습을... 다시금 이들에게 성 고정관념이 자리 잡을 것처럼 보인다. 여기에서
핵심은 그것이었다. 바로 남편의 연대. 남성조합을 깨기 위해서는 남편의 연
대가 필요했다. 조안나의 남편 월터, 남성 조합과 어울리면서 금발의 순종적
인 아내에게 점점 더 호기심을 갖는 그가 어떻게 행동할지가 중요했다.

성 대결이 아닌 성 연대가 만들어낼 변화


 

▲영화의 의도적 장치였다. 남편 월터에게 키를 쥐어준 것은. 이것은 페미니


즘의 나아가는 방향이 결코 남성과 여성의 성 대결이 아님을 시사한다.ⓒ CJ
엔터테인먼트

남편 월터에게 키를 쥐어준 것은 영화의 의도적 장치였다. 이것은 페미니즘


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결코 남성과 여성의 성 대결이 아님을 시사한다. 영화
초반 조안나에게 인기를 가져다줬던 프로그램들을 보자.

'더 잘할 수 있어요'에서는 부부를 한 섬에 데려다 놓는다. 그리고 각각 성매


매여성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남편은 유혹을 참아내고 부인만을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부인은 그렇지 않다. 그동안 한 명의 남편만을 바라보
며 스스로를 절제해왔을 그녀는 몸 좋은 여러 명의 남성에게 마음을 뺏긴다.
그리고 외친다. "나는 더 잘할 수 있어요."

다른 프로그램은 대놓고 성 대결이다. "누가 돈을 더 많이 법니까", "누가 철


인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습니까" 등의 질문에 여성이 승리한다. 여성 > 남성
의 논리다. 이렇듯 조안나는 여성과 남성의 대결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을 주
로 제작하며 인기를 얻었다. 조안나는 여성들에게 억지로 성 역할을 강요하
는 사회에 맞서 남성과의 대결을 해왔던 것이다.

여기에 영화는 다른 방향을 제시한다. 조안나에게 연대가 깨지는 경험 등 '막


다른 골목'을 제공한 뒤 이를 해결할 열쇠를 남편인 월터에게 쥐여주는 것이
다. 결국 남자와 연대할 수밖에 없도록 말이다. 하지만 이는 결국 여성이 남
성 없이 살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페미니즘은 성 대결이 아닌 성 연대로 나아간다는 의미다. 물론, 여기에는 자


신의 남성성을 잘난 여성들에게 뺏겼다고 생각하는 남성들이 현실을 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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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시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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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을 얻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완벽한 남성, 여성이라
는 것은 없고 그저 잘못된 고정관념일 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각 개인은 특별
한 역할을 강요받을 필요 없이 있는 그대로 살아가면 된다는 것을. 그렇기에
월터가 열쇠를 제시 받은 후 어떻게 행동할지가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
라고 볼 수 있다. 월터가 깨달음을 얻고 고정관념의 문을 열 것인지, 아니면
로봇 같은 아내를 끼고 자신의 남성성을 과시할 것인지...

2004년에 개봉한 영화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 제시하는 바가 많다고 생각한


다. 여전히 페미니즘을 '여성들의 인권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비
하하는 사람들에게, 페미니즘에 대한 몰이해로 변화를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영화 <스텝포드 와이프>다.

[페미니즘 읽어주는 남자 2] 영화 < B급 며느리> 고부갈등의 진짜 문제는

의 포스터." style="letter-spacing: -0.025em; word-b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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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B급 며느리>의 포스터.ⓒ 에스와이코마드 , 글뫼(주)

페미니즘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하지만 페미니즘에 대해


따로 공부하거나 알아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페미니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작품들을 소개하고 생각을 더해 읽어주려고 합니다. 페미니즘에 관
심이 있지만 어려운 사람들, 페미니즘에 대한 몰이해를 가진 사람들에게 추
천하고 싶은 영화, 드라마, 책, 방송 등을 보고 읽으며 전달하겠습니다. 아직
페미니즘이 어색한 당신, 페미니즘에 대해 더 알고 싶은 저와 함께하지 않으
실래요? - 기자 말

어렸을 적, 나는 엄마를 보며 의아하던 적이 많았다. 그 당시 이유는 정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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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지만 할머니 댁에 다녀오는 날이면 몹시 피곤해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빠와 자주 싸우기도 했다. 그러다 결국 우리 집은 할머니 집에 가지 않기로
선언했다. 할머니의 푸대접에 엄마와 아빠 모두 나름의 화가 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족 간의 연을 끊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간다


거나 엄마를 제외하고 나와 아빠 정도만 간 적도 있었다. 이에 대해 부모님은
내게 여러 번 설명했다. 연을 끊기로 마음먹었던 이유에 대한 설명이었다. 엄
마는 시댁에 가면 최하위 일꾼처럼 부려지는 게 힘들었다.

의 한 장면." style="letter-spacing: -0.025em; word-b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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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gn: baseline; background: transparent; max-width: 100%;">
▲영화 < B급 며느리>의 한 장면.ⓒ 에스와이코마드 , 글뫼(주)

가족 간의 연을 끊게 만든 고부갈등, 이처럼 복잡한 일이 또 있을까. 흔히 고


부갈등을 설명하며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들 말한다. 그런데 이 말 어딘가 불
편하다. 지난해 방송된 tvN 드라마 <비밀의 숲>에서 한여진 형사(배두나 분)
는 이렇게 말했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에 맞장구치는 사람들은 자기가 지금까지 다른 여


자들을 적으로 대해온 게 아닐까요?"

고부갈등을 바라보며 '여성 vs. 여성'의 편협한 시각으로 프레임을 씌우는 것


은 쉽다. 그러나 선호빈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 B급 며느리>는 달랐다.
고부갈등을 솔직한 시선으로 바라보려고 한다.

생생한 날 것의 고부갈등

선호빈 감독은 직접 본인 가족의 고부갈등을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했다.


날 것 그대로의 생생한 영상이 담겨 있는 이 영화는 선호빈 감독의 부인 진영
씨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분명 진실은 하나인데, 끝없이 이어지는 진실공방
에 지친 남편 선호빈씨에게 증거로 영상을 찍어보라고 했던 것이다. 그 영상
을 시작으로 영화 < B급 며느리>가 제작됐다. 

영화는 계속해서 진영과 시어머니의 모습을 교차시키며 갈등을 다룬다. 여기


서 감독 선호빈씨는 관찰자와 출연자의 역할을 겸한다. 때로는 영상 속으로
직접 들어가 중재를 시도해보기도 하고 질문으로 대화를 이끌기도 한다. 하
지만 주 역할은 관찰자다. 영상을 촬영하기 시작한 시점, 고부갈등은 극에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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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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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빈씨는 심리치료까지 받을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했다. 그에게 고부갈
등은 원인을 파헤치고 싶은 과제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생활 밀착형 다큐멘
터리를 통해 고부갈등을 알기 위해 관찰자로 나선다. 

의 한 장면." style="letter-spacing: -0.025em; word-b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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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gn: baseline; background: transparent; max-width: 100%;">
▲영화 < B급 며느리>의 한 장면.ⓒ 에스와이코마드 , 글뫼(주)

진영씨는 시댁에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시어머니는 명절에 손주도 보지


못하는 것이 자존심이 상하고 주변에 거짓말을 해야 한다니 눈물이 난다. 명
절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도 두 사람은 많이 다르다. 

분명 행복하게 시작했던 결혼이었다. 진영씨는 "시댁 식구들은 정이 많다"며


"남편의 성격과 비슷해서 좋았다"고 했다. 그런데 출산 이후 많은 것들이 바
뀌기 시작했다. 아들 해준이의 옷 문제만 해도 그랬다. 진영씨가 옷을 입혀서
보내면 시어머니는 옷을 바꿔 입혔다. 그게 진영씨는 싫었다. 마치 싸움을 거
는 것처럼 느껴졌다.

진영씨는 할 말은 해야 하는 성격이었다. 그런 그에게 며느리로서 어른의 말


이라면 "네"라고 대답하며 오직 따르기만을 바라는 상황은 이해하기 힘들었
다. 그는 스스로 생각하고 납득해야 하는 성격이었으니까. 며느리는 "손님이
아니라 시집 온 하인"이라는 시댁 식구들과 말이 통할 리 없었다. 

싸움의 반복이다. 시어머니는 진영씨에게 며느리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역할


이라며 온갖 집안의 대소사를 모두 준비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진영씨
는 "며느리니까 당연한 것은 없다"며 부딪친다. 심지어는 이렇게 외친다.

 "제가 싫으시면 제 아들도 못 보신다구요."

영화는 시원하게 해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시댁 식구들이 정이 많고 좋다


던 그녀와 시어머니가 어째서 이렇게 싸우게 됐는지, 사소하게 해준의 옷을
시어머니는 왜 자꾸 갈아입히는 것인지 같은 것도 말이다 이 영화는 관객에
게 고부갈등의 원인과 해답을 제시하는 영화라기보다는 관계를 풀어나가기
위한 과정 그 자체인 영화다. 호빈씨는 고부갈등에 대해서 조금 더 고민해 보
고 자신의 역할을 찾아가게 됐고 진영씨는 자신이 관계를 맺는 방식에 대
해 돌아보는 시간이 됐다. 더불어 시어머니도 가족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생
각해보는 시간이 됐을 것이다.story by style - in solitude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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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페미니즘 영화'로 소개하고 싶은 이유

의 한 장면." style="letter-spacing: -0.025em; word-b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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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gn: baseline; background: transparent; max-width: 100%;">
▲영화 < B급 며느리>의 한 장면.ⓒ 에스와이코마드 , 글뫼(주)

결혼을 통해 '며느리'로서의 역할을 강요받는 여성의 문제, 그에 따라 함께 생


겨나는 고부갈등을 다루는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었다. 물론 < B급 며느리>
라는 영화 자체가 고부갈등에 대해 깊은 고찰을 하고 있다거나 원인 및 해답
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영화를 통해 여러 가지 고민할 수
있는 지점들이 많다. 

진영씨는 "며느리도 손님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시댁 사람들


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시집 온 며느리는 남편 집안의 구성원이고 제일 밑
하인의 위치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가부장제 속에서 '며느리'는 남편의 집안
에 소속되어 가사 및 육아 노동을 하는 사람처럼 여겨진다. 며느리의 위치는
당연히 그렇다는 것처럼. 이 영화는 분명, 고부갈등에 대해 그리고 가부장제
의 차별 문제에 대해 사유해볼 수 있는 지점을 제공하고 있다. 그렇기에 < B
급 며느리>를 추천한다.

[페미니즘 읽어주는 남자 3] 1960년대 NASA 흑인 여성들의 이야기, 영화 '히


든 피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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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스틸 컷." style="letter-spacing: -0.025em; word-b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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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gn: baseline; background: transparent; max-width: 100%;">
▲영화 <히든 피겨스>의 스틸 컷.ⓒ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페미니즘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하지만 페미니즘에 대해


따로 공부하거나 알아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페미니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작품들을 소개하고 생각을 더해 읽어주려고 합니다. 페미니즘에 관
심이 있지만 어려운 사람들, 페미니즘에 대한 몰이해를 가진 사람들에게 추
천하고 싶은 영화, 드라마, 책, 방송 등을 보고 읽으며 전달하겠습니다. 아직
페미니즘이 어색한 당신, 페미니즘에 대해 더 알고 싶은 저와 함께하지 않으
실래요? - 기자 말.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1960년대, 미국과 소련의 경쟁은 치열했다. 1957년 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성공시키면서 미국은 엄청난 압박을 받았고 인간을 우주
로 보내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그것이 바로 '머큐리 계획'이다. 

데오도르 멜피 감독의 영화 <히든 피겨스>는 이 머큐리 계획의 숨겨진 공신


인 3명의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것도 바로 흑인 여성들의 이야기. 천
재적인 수학능력을 가진 캐서린 존슨, 변혁을 꿰뚫어보고 변화를 이끌었던
도로시 본, 흑인 여성 최초의 엔지니어를 꿈꾸는 메리 잭슨이다.

흑인과 여성, 이중의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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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스틸 컷. 상사의 지독한 방해와 직장 동료들의 차별

에도 꺾이기보다는 당당히 자신의 능력을 믿고 사랑했던 그녀니까. 참고만


있지 않고 본부장에게도 소리치며 자신의 부당함을 외쳤던 그녀니까 가능했
다." style="letter-spacing: -0.025em; word-break: break-all; margin: 0px; pa
dding: 0px; border: 0px; outline: 0px; vertical-align: baseline; background: t
ransparent; max-width: 100%;">
▲영화 <히든 피겨스>의 스틸 컷. 상사의 지독한 방해와 직장 동료들의 차별
에도 꺾이기보다는 당당히 자신의 능력을 믿고 사랑했던 그녀니까. 참고만
있지 않고 본부장에게도 소리치며 자신의 부당함을 외쳤던 그녀니까 가능했
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히든 피겨스>의 주인공은 흑인 여성이다. 영화의 배경인 1960년대의 미국


은 인종차별도, 남녀차별도 극심했다. 기술의 발전을 이끌어나간다는 변혁의
주체 NASA도 마찬가지였다. 많은 중요한 일들과 기밀들은 남성들의 전유물
이었고 여성들은 보조를 하는 정도의 역할에 그치고 있었다. 

게다가 흑인 여성이라면 더했다. 누구보다 빠른 계산 능력을 가진 캐서린이


지만 그녀가 맡아야 했던 일은 전산원이였다. 그것도 임시직을 오가는. 그녀
가 가진 능력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한 일이었다. 

그러던 중 기회가 생겼다. 우주선을 보내고 안전하게 복귀시키기 위해서는


막대한 수학 계산이 필요했는데 마땅히 이를 맡을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그
래서 NASA 소속 전산원이였던 캐서린은 머큐리 계획의 핵심적인 일을 담당
하고 있는 부서의 임시직으로 발령받는다. 캐서린은 꿈꿔왔던 일을 맡게 돼
매우 기대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제대로 일을 맡겨주지 않았다. 그녀
가 흑인 전산원이라는 이유로.

NASA에는 기밀인 업무가 많았다. 국방부 브리핑 자리에는 여성이 참여할 수


있는 규칙이 없어 들어갈 수 없었고 해석해야할 숫자들에는 온통 검은색 칠
이 칠해져있었다. 마치 '넌 흑인 여성이니까 안돼'라고 외치듯이 말이다. 설상
가상으로 본부에는 흑인 여성들이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마저도 없었다. 그
래서 그녀는 매번 800m를 오가야 했다.

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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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여성들에 대한 차별은 단지style사회적
- in solitude
지위나 life 명예에만 있지 않았던
것이다. 아주 기본적인 것부터, 화장실을 사용하는 문제, 정수기를 사용하는
일, 커피를 마시는 일까지. 의식주 아주 밑의 기본적인 것들부터 차별이 존재
했다. 자신의 능력을 믿고 사랑하는 그녀들이었지만 심각한 차별을 깨트릴
수 있을까 싶었다. 

매번 그녀들에게 흑인이고 여성이라는 억압이 계속 쏟아졌기 때문이다. 캐서


린에게는 능력을 인정해주지 않고 지독한 편견이 따라붙고 엔지니어를 꿈꾸
는 메리 잭슨에게는 헛된 꿈이라는 말과 어려운 조건들이 계속 붙는다. 도로
시는 뛰어난 관리자로서의 능력을 지녔지만 백인 여성의 견제를 받으며 올라
가지 못한다. 

차별 아래 발전은 없다 

스틸 컷. 능력 있는 캐서린에겐 지독한 편견이 따라붙

고 엔지니어를 꿈꾸는 메리 잭슨에게는 헛된 꿈이라는 말만 붙는다. 도로시


는 뛰어난 관리자로서의 능력을 지녔지만 백인 여성의 견제를 받으며 올라가
지 못한다." style="letter-spacing: -0.025em; word-break: break-all; margin:
0px; padding: 0px; border: 0px; outline: 0px; vertical-align: baseline; backgr
ound: transparent; max-width: 100%;">
▲영화 <히든 피겨스> 스틸 컷. 능력 있는 캐서린에겐 지독한 편견이 따라붙
고 엔지니어를 꿈꾸는 메리 잭슨에게는 헛된 꿈이라는 말만 붙는다. 도로시
는 뛰어난 관리자로서의 능력을 지녔지만 백인 여성의 견제를 받으며 올라가
지 못한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일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최초로 사람을 우주로 보내는 일이었다. 게다가


상대는 먼저 인공위성을 성공시킨 소련이다. 모두가 주목하는 상황에서도 차
별이라는 딱지가 계속 붙었다. NASA 안의 수많은 백인 남성들이 전혀 해내
지 못했던 계산으로 해답을 찾아내는 캐서린이지만 흑인이라서, 여자라서. 

화장실이 없어서 800m를 오가는 시간 동안 그녀의 능력이 발휘될 수 있는


시간은 사라졌고 검은색 마킹이 도배된 문서를 알아볼 수 없는 것처럼 그녀
의 능력을 제대로 알아볼 수 있는 이도 없었다. 최초로 유인 우주선을 보내는
일, 그런 변혁의 중심인 NASA가 화장실이나 커피포트 같은 작은 것조차도
변화시키지 못했다는 것은 차별과 편견이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보여준
다. 
0 story by style - in solitude life
그래도 다행인 것은 차별과 편견보다도 숫자 너머를 보는 일, 사람을 우주로
보내는 일을 가장 최우선으로 생각했던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많은
백인 남성들을 거느리고 있는 우주그룹의 우두머리 본부장 알 해리슨이었다
는 것이다. 그는 조명에 비친 검은색 마킹에서 캐서린이 '아틀라스'라는 용어
를 발견하고 방해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일을 해냈던 것처럼 흑인 여성이라는
편견의 틈에서 그녀의 능력을 발견해낸다. 그가 남긴 명대사는 인상 깊다.

"이제부터 NASA에서는 모두 같은 오줌을 눈다."

단순히 백인 남성이었던 그가 있었기 때문에 캐서린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조차도 처음에는 전혀 그녀를 보지 못하고 있었
다. 상사의 지독한 방해와 직장 동료들의 차별에도 꺾이기 보다는 당당히 자
신의 능력을 믿고 사랑했던 그녀니까. 참고만 있지 않고 본부장에게도 소리
치며 자신의 부당함을 외쳤던 그녀니까 가능했다. 

비록 특별하지 않다 해도

스틸 컷. 본부장 알 해리슨은 캐서린의 재능을 알아보

고 차별적인 화장실 제도를 폐지한다." style="letter-spacing: -0.025em; w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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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히든 피겨스> 스틸 컷. 본부장 알 해리슨은 캐서린의 재능을 알아보
고 차별적인 화장실 제도를 폐지한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혹자는 흑인이자 여성이었던 그녀들이 자신의 꿈을 이뤄나갈 수 있었던 이유


는 훌륭했기 때문이라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정말로 그녀들의 능력은 평범
하지는 않았으니까. 하지만, 중요하게 봐야할 것은 흑인이라는 이유로, 여성
이라는 이유로 동등하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어렸을 적부터 천재적인 수학 능력을 보여줬던 캐서린은 어땠나. 백인이었다


면 남성이었다면 사회의 정상에서 내려다보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그녀였지
만 흑인이기 때문에 흑인 학교를 다녀야했고 여성이기에 중요한 직책보다는
전산원,
0
비서 등의 업무밖에story
맡을by수style
없었다. 
- in solitude life
그녀의 친구들은 도로시나 메리 잭슨 역시 마찬가지. 같은 흑인 남성으로부
터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편견의 시선을 받는 그녀들이기에 자신들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은 더욱 어려웠다. 그래서 그녀들의 성공이 더욱 의미 있는 일이
아니었나 싶다. 

그녀들은 스스로 명확한 사실들을 증명했다. 흑인이라서, 여성이기 때문에


부족하지 않다는 것. 백인들이, 남성들만이 큰일을 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흑인이라도 여자라도 할 수 있다는 것. 검은색 마킹으로 도배된 문서를 해석
할 수 없는 것처럼 편견과 차별로 도배된 사회는 발전할 수 없다는 것. 그녀
들은 이를 증명했다. 

그래서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자기도 모르게 차별과 편견의 시선을 가지


고 있을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블랙 페미니즘 영화 <히든 피겨스>를 추천한
다.  

[페미니즘 읽어주는 남자 4] 국회의원에 도전한 윤락 여성, 영화 <대한민국


헌법 제 1조>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오던 윤락녀가 3명의 남자에게 강간을 당했다. 경찰


은 증인도 증거도 없다며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경찰 서장은 윤락녀가
무슨 강간이냐며 증거 불충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성기가 찢어지고 폭행으
로 전치 7주가 나왔음에도 그랬다. 윤락녀라는 이유로.
  
그래서 동료 윤락녀가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보궐선거에 출마했다. 윤락녀라
는 이유로 강간 피해도 인정받지 못하는 더러운 현실을 깨보기 위해서. 송경
식 감독의 <대한민국 헌법 제 1조>의 내용이다. 밑바닥 중에 밑바닥이라는
편견의 시선이 잔뜩 깔려있는 윤락녀가 국회의원이라니. 영화가 개봉됐던 시
기(2003년)를 생각하면 매우 파격적인 소재임이 분명했다. 
  
높은 곳을 꿈 꿨다는 이유로 그녀들에게 쏟아지는 혐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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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락녀에 대한 인식을 바꿔보기 위해 국회의원에 출마한 은비(예지원 분).
하지만 동료들은 더욱 무시당했고 여전히 그녀는 남자들에게 돈으로 살 수
있는 성적인 대상이었다.ⓒ 시네마서비스

은비(예지원 분)의 기세는 대단했다. 후보 토론회에서 오만봉 후보(김용건


분)의 빈부격차와 세금 문제를 심층적이고 다각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두루뭉
술한 공약을 날카롭게 비판하기도 하고 그럼 복안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세금
을 안 낸다며 재치 넘치게 넘기기도 하면서 인기를 얻어가기 시작했다. 
  
게다가 정치를 전혀 모르는 은비의 옆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세영(임성민
분)와 앵두(최은주 분)를 필두로 한 윤락업소 동료들의 힘으로 매우 파격적으
로 선거운동을 진행해 나가기 시작한다. 한 쪽에서는 정혜(장세윤 분)와 함께
했던 신부님이 정성으로 양로원 어르신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노력하기
도 했다. 
  
수락시 보궐선거는 여당과 야당에게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똑같은 의석을
지니고 있는 여당과 야당에 있어서는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
다. 그래서 여당의 오만봉 후보는 은비가 야당의 표를 깎아먹기를 원했고 야
당의 허영진(원상연 분)은 은비가 눈엣가시였다. 
  
다른 사람들도 은비를 곱게 보지 않았다. 영진의 사주를 받은 주부들은 윤락
녀가 설치면 사회가 망한다며 사퇴하라고 집회와 행진을 했고 은비를 도와주
다가 방송에 출연한 동료들의 부모들은 폭력을 행하며 망신이라고 구박했
다. 
  
출마를 통해 세상에 얼굴을 알린 은비를 그저 성적 대상화 하는 남자들도 많
았다. 온라인 선거운동을 도와줬다는 이유로 하룻밤을 허락받은 남성은 그녀
와의 동영상을 찍으면 대박일 거라며 웃었고 그저 한번 해보고 싶어 은비네
업소를 찾는 이들도 많았다. 윤락녀에 대한 인식을 바꿔보기 위해 나섰던 그
녀였는데 동료들은 더욱 무시당했고 여전히 그녀는 남자들에게 돈으로 살 수
있는 성적인 대상이었다. 
  
성적 대상화와 편견에 강한 일격을 날리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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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네마서비스

선거는 정말 더러웠다. 투표를 방해한다거나 돈으로 매수한다거나 하는 등


선거에 있을 법한 온갖 편법들이 난무했고 더러운 일들도 많았다. 국회의원
자격이 없는 더러운 윤락녀라며 무시당하던 그녀들이 오히려 더 깨끗하게 선
거운동을 진행했다. 비록 자극적인 방법이었을지라도 진심으로 다가가기 위
해 노력했다. 
  
결과를 떠나 영화를 보는 내내 은비에게 몰입이 됐다. 진정으로 그녀를 응원
하게 됐다. 현실에서 진짜로 윤락녀가 국회의원 선거에 나온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아마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윤락
녀에 대한 내 인식은 영화에 나오는 부정적인 묘사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
이다. 나 역시 그녀들을 부정적으로 깨끗하지 못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마치 그래도 되는 것처럼. 윤락녀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신고를 하는 것은 '꽃
뱀'일지 모르겠다고 의심을 하고 진정 동의가 없었는지 확인을 해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했다. 겉으로는 '꽃뱀'이라고 속단하여 기사를 내보내거나 비난해
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도 확인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윤락녀니까. 그녀들
은 성을 팔고 있었다는 이유로.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 뒤통수를 강하게 맞은 기분이었다. 아니라고 하면서도
얼마나 윤락녀라는 이유로 그녀들을 성적 대상화 했던 것인지. 그녀들이 겪
는 혐오를 당연시했던 것인지. 영화는 보여줬다. 윤락녀가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출마하는 장면이 영화니까 가능한 허구라고 말하게 되는 현실. 그것 자
체가 이미 얼마나 많은 혐오와 편견으로 그녀들을 보고 있는지 말해주는 것
은 아닐까. 
  
영화의 마지막 엔딩장면에 얽힌 사연은 더욱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은비
는 어째서 국회의사당에 문을 통해 들어가지 않고 담을 넘은 것일까. 사연은
이렇다. 영화 제작사 측에서는 국회 측에 협조공문을 계속 보냈지만 허가가
떨어지지 않았다. 윤락녀가 국회에 도전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일까? 결국 담
을 넘어 촬영을 진행하고 나서도 문을 열어주지 않아 다시 담을 넘어 나와야
했다는 이야기는 윤락녀라는 여성들에게 사회가 어떤 시선을 보내고 있는지
다시금 알려준다. 영화가 아니라 현실로.
0 story by style - in solitude life
 

쿨하지 못해 미안
사회·정치

몸 크고 얼굴 크고 마음도 큰 지구인 남자를 기다리는 외계인 남자.. 게이이며 모솔인 생명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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