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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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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기 발표 수업자료

정오의 악령 : 아케디아(ἀκηδία)

채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지원자

Ⅰ. 아케디아(akedia) 란?
그리스어 kedos(계약)에 부정을 뜻하는 어두 a가 결합. 즉, 하느님과의 계약이
끊어진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는 하느님께 대한 인간의 갈망이 소멸된, 나태하고
무기력한 상태를 뜻하므로 아케디아는 ‘영적 무기력’, ‘영적 태만’으로 번역될 수 있
습니다. 이는 단순히 느리게 행동한다는 뜻의 영어단어 Sloth(나태, 나무늘보), 나
태의 의미 보다는 훨씬 더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즉, 영혼이 하느님 외에
다른 것을 추구하느라 방심하여 하느님과의 연결이 끊긴 상태입니다. 이 상태에 빠
지면 하느님은 더 이상 영혼에게 기쁨을 주시지 않고, 영혼은 슬픔에 빠지게 됩니
다.

“‘정오의 악령’이라고도 부르는 아케디아의 악령은 모든 악령 가운데 가장 사악


한 놈이다.” - 에바그리우스 폰티쿠스, 『프락티코스』, 12장

“이놈은 모든 공격자 가운데 가장 고약하며, 무엇보다도 영혼을 가장 괴롭힌다.”


- 에바그리우스 폰티쿠스, 『프락티코스』, 28장

에바그리우스는 저서 ‘프락티코스’에서 아케디아의 악령을 가장 사악하다고 이야


기 합니다. 직역으로는 ‘가장 무거운 놈’이라는 표현인데, 에바그리우스 이래 이 표
현은 아케디아를 지칭합니다. 또, 정오의 악령이라는 표현은 “한낮에 창궐하는 괴
질”(시편 91,6)에서 유래합니다.
어원에서 볼 때, 나태함이 계약이 끊어진 상태라는 것이 연결이 잘 되지 않았으
나, 아케디아로 인해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천상 상급에 대한 기억을 잊게된다는 점
에서 계약이 끊어진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성 토마스 아퀴나스
에 따르면, 아케디아는 엄밀한 의미로 ‘하느님의 선하심에 대한 비관, 하느님에 대
한 싫증, 가장 심한 불손’이라고 말합니다.(『신학대전』Ⅱ-Ⅱ,35 참조)

Ⅱ. 아케디아(akedia)의 증상
‘영적 무기력’을 의미하는 아케디아의 종류에는 먼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
습니다. ‘하나는 동요하는 수도승을 잠자게 하는 것이고, 하나는 방을 나가도록 자
극하는 것입니다.’(『담화집』 제5담화, 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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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기 발표 수업자료

“아케디아는 제4시경 수도승을 공격하여 제8시까지 수도승의 영혼을 포위한다.


태양이 더디게 움직이거나 멈추어 버린 것처럼, 마치 하루가 50시간인 것처럼
느끼게 한다.” - 에바그리우스 폰티쿠스, 『프락티코스』, 12장

아케디아에 빠진 수도승의 시간은 매우 더디게 간다고 합니다. 고대 수도승은 하


루에 한끼 식사했는데, 그 시간이 제9시(오후 3시)였다고 합니다. 식사시간이 되어
누군가가 다가오는지, 그리하여 수도승들을 독방에서 뛰쳐나가게 만드는 것이 아케
디아가 주로 사용하는 유혹입니다.

“수도승에게 그의 거처와 단조로운 일상, 그리고 손노동에 대한 혐오를 불러 일


으킨다.” - 에바그리우스 폰티쿠스, 『프락티코스』, 12장

아케디아의 또 다른 증상중 하나는 단순한 일상과 손노동에 대한 혐오입니다. 이


러한 혐오는 작은 노력으로 더 큰 수익을 남기는 다른 일터에 대한 갈망을 불러일
으킵니다. 아케디아는 손노동을 포기하게 하고 태만하게 몸을 벽에 기대게 하며,
벽에 기대어 있는 영혼에게는 앉으라고 권유하고, 앉아있는 수도승에게는 누워서
쉬도록 부추깁니다. 손노동을 혐오할 때, 아케디아는 게으름으로 나타납니다.

“그는 수도승의 머릿속에 인생은 길고 영적 수행은 수고스럽다는 생각을 불어넣


는다. … 악령은 수도승이 독방을 떠나 이른바 경기장에서 달아나게 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 - 에바그리우스 폰티쿠스, 『프락티코스』, 12장

아케디아로 영혼이 마비된 수도승은 수행을 소홀히하고, 마침내 자신의 성소와


하느님에 대한 갈망마저 혐오스럽게 느끼게 됩니다. 아케디아에 빠진 영혼은 하느
님 중심의 삶에서 떠나 세속으로 뛰어 들고 싶어합니다. 하느님의 위대하심을 더
이상 갈망하지 않고, 금욕생활로부터 도망치며, 위대한 하느님 앞에서 염증과 권태
를 느끼게 되어 내면 깊숙한 곳에서부터 불순종을 채워나갑니다.

Ⅲ. 아케디아(akedia)의 치료법
아케디아의 악령과의 싸움에서 에바그리우스는 독방 안에서의 항구함을 강조합니
다. 아케디아는 여러 가지 구실들로 수도승이 독방을 떠나가도록 부추기므로, 독방
을 떠나는 것은 아케디아의 유혹에 빠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유혹의 순간에 그럴듯한 변명으로 독방을 떠나서는 안 된다. 오히려 항구하게


독방에 앉아 있으면서 … 악령을 용감히 맞아들여 대적해야 한다. … 싸움을 멀리
하고 도피하는 것은 정신을 무능하고 비겁한 겁쟁이로 만든다.”
- 에바그리우스 폰티쿠스, 『프락티코스』, 28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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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그리우스는 우리 삶이 오래도록 고달플 것이라 유혹하는 아케디아의 악령에


맞서 “사람이란 그 세월 풀과 같아 들의 꽃처럼 피어난다.”(시편 103,15)라는 시편
구절을 낭송하라고 권고합니다. 시편 낭송은 아케디아를 묶는 사슬이며, 끊임 없는
기도는 독방을 떠나라는 악령의 유혹을 물리치고 우리를 그 자리에서 앉아 고요히
머물게(καθη̂σθαι) 만들 수 있습니다. 유혹을 무릅쓰고 독방에 항구하게(ὑπομένει
ν) 머물러 아케디아의 악령과의 싸움에서 물러나지 말아야 합니다.

“수도승은 마치 내일 죽을 것처럼 늘 준비되어 있어야 하지만, 마치 오랜 세월


육체와 함께 살아야 하는 것처럼 육체를 사용해야한다.”
- 에바그리우스 폰티쿠스, 『프락티코스』, 29장

아케디아의 또 다른 치료법은 죽음에 대한 생각(기억)입니다. 우리가 날마다 죽음


을 마주하고 산다면 죄를 짓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날마다 죽음을 마주하고 있습
니다.”(1코린 15,31)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묵상하며 매일 죽음을 기억해야합니
다. 죽음에 대한 생각은 아케디아의 생각을 뿌리뽑고, 수도승을 더욱 열심하게 만
듭니다. 요한 클리마쿠스는 “이 폭군 역시 자기 죄에 대한 기억으로 묶여야 하고,
손노동으로 억제되어야 하며 내세의 축복에 관한 생각으로 고발되어야 합니다.”(『천
국의 사다리』 담화 13, 아케디아 92항)라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또, 그레고리우스
대 교황은 이처럼 말합니다.

“영적 나태의 죄, 영혼의 기쁨 없음은 하늘의 보화를 끊임없이 생각함으로 극복


될 수 있다. 그렇게 기쁜 사물을 기대하는 행복으로 밝아지기를 택하는 영혼은 낙
담할 수가 없다.” - 그레고리우스 대교황

노동은 수도승의 완전한 독립을 보장해주며, 노동을 통해 수도승은 누구 앞에서


라도 당당하게 진리를 말할 수 있게 됩니다. 기도와 함께 이루어지는 손노동은 아
케디아를 고치는 훌륭한 치료약입니다. 에바그리우스는 손노동을 포기하게 하고 태
만하게 몸을 벽에게 기대게 하는 아케디아의 악령에 맞서 “너 게으름뱅이야, 언제
까지 누워만 있으려느나? 언제나 잠에서 깨어나려느나?”(잠언 6,9)라고 기도할 것
을 권고합니다. 사부 성 베네딕도 규칙서 48장(매일의 육체노동에 대하여)에서도 수
도승들이 아케디아에 빠지지 않도록 육체노동과 성독에 대해 언급합니다.

“한가함은 영혼의 원수이다. 그러므로 형제들은 정해진 시간에 육체노동을 하고


또 정해진 시간에 성독(聲獨)을 할 것이다.” - 『베네딕도 수도 규칙』, 제48장

사부 성 베네딕도는 한가함, 즉 아케디아가 수도생활에 가장 큰 적이 된다는 것


을 알고 계셨습니다. 이에, 베네딕도 성인은 성독에 전념하지 못하는 수도승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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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노동을 통해 아케디아에 빠지지 않게 하도록 규칙서에 명시하였다.

“만일 누가 너무나 무관심하고 게을러서 공부나 독서를 하려고 하지 않거나 할


수 없거든, 그런 사람에게는 할 일을 맡겨 놀지 못하게 할 것이다.”
- 『베네딕도 수도 규칙』, 제48장

아케디아의 악령은 게으른 수도승들을 불순종의 늪에 빠뜨립니다. 참으로 순종하


는 사람은 아케디아에 빠지지 않으며, 규칙과 아빠스 밑에서 순종하는 수도원의 회
수도승들은 아케디아의 적입니다. 그레고리우스는 끊임없이 기도하기 위해 “하느님,
저를 구하소서. 주님, 어서 오사 저를 도우소서”(시편 69,2)의 시편을 기도할 것을
권고하였습니다. 이는 매일의 시간전례의 시작에 바치는 기도입니다. 전례의 충실히
참여하며, 수도원과 규칙서 아래 순종하는 회수도승들은 조금 더 쉽게 아케디아의
악령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아케디아는 “이곳저곳으로 옮겨다니는 것, 사부에게 불순종 하는 것, 심판을 망
각하는 것, 때때로 성소를 저버리는 것”(『천국의 사다리』 담화 13, 아케디아 92항)
으로 수도승들을 유혹합니다. 이러한 아케디아의 악령에 맞서 승리한 영혼 안에는
평화와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이 생겨나고, 온갖 종류의 덕을 갖게 됩니다. 수도원
안에서 정주하며 항구하는 영혼, 죽음을 끊임없이 묵상하는 영혼, 육체노동에 충실
하며 사부와 수도원에 순종하는 영혼은 아케디아와의 싸움에서 결코 패배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로 하여금
아케디아의 악령과 싸워 승리하게 하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는 찬미받으소서!

Ⅳ. 참고문헌
1. 『수행생활에 관한 가르침, 프락티코스』, 에바그리우스 폰티쿠스 지음, 허성석 역
주·해제, 분도출판사
2. 『안티레티코스, 악한 생각과의 싸움』, 에바그리우스 폰티쿠스 지음, 허성석 옮김,
분도출판사
3. 『교부 문헌 총서 5 – 베네딕도 수도 규칙』, 이형우 역주, 분도출판사
4. 『코이노이아 선집 6-1 ‘교부’』 텍스트 담화집 제5담화 ‘여덟 가지 주된 악습’, 한
국 베네딕도회 협의회 엮음, 들숨날숨
5. 『천국의 사다리』, 요한 클리마쿠스 지음, 허성석 번역·해제, 분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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