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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낫 애니모어(Not Anymore)
지은이|테하누
펴낸곳|이클립스
ⓒ테하누, 2020
“올 때가 됐는데.”
강세헌이다.
다만.
똑똑.
“왜 그걸 저한테…….”
티가 많이 났나?
“얘기해.”
“아직 많이 바쁘세요?”
“급한 건 정리됐고, 그렇다고 한가하진 않고. 얘기 길어질 거 같으
면 사무실로 들어와.”
“지금?”
“얘기해 봐.”
서로 간에 말은 없었다.
“흣, 으…….”
“선배 거 섰어.”
“계속 잠을 못 자서 그래.”
“하, 젠장.”
“빌어먹을.”
퍽!
“아흑!”
“우리?”
퍼억!
“아……!”
“씨발, 우리?”
“자, 잘못했어요…….”
“뭘 해? 아니, 뭘 하지 마?”
“건설적인 데 쓰라면서요.”
일순 몹시 기막혀하는 기색이 그의 미끈한 얼굴에 스쳤다. 하나를
하라고 판을 깔아 줬더니 둘을 한다는 듯 어이없어했다.
그의 말은 정답이었다.
“수락하실 거죠?”
“강세헌, 하아…….”
“웁, 흐읏!”
“이 씹, 읏.”
“선배 기분 좋아요?”
턱이 빠질 것 같다.
바로 그때였다.
그 순간.
“알아들었으니까 빨아.”
“흣…….”
한 달이나 관계가 없었는데, 그런 것치곤 매우 손쉽게 안으로 박혀
들었다. 게다가 아주 가까운 어느 시점에 무언가로 내부를 넓혔다는
걸 증명하듯 내벽이 미세하게 부어 있었다. 세헌은 이 감각을 모르지
않았다.
“도윤신 너…….”
“그, 그만 말해요.”
“……흐으, 읏!”
“그런 말도 하지…….”
“하으, 흐, 이제 그, 그만.”
“허억, 흡.”
“…….”
“쑤셔 줘.”
“어떻게.”
“거칠게…….”
퍽!
“흐으, 흣. 읍!”
“아……! 아! 아!”
“으응! 흣! 좋, 너무 좋아.”
퍽, 퍽!
세헌의 하반신이 마치 윤신의 안으로 모두 파고들 기세로 극렬하게
틀어박혔다. 상하 운동에 열중하는 그의 매끈한 이마에 핏줄이 돋아
올랐다.
그때였다.
안 된다고 해도 할 거면서!
“천천히, 천천히 해요. 후으.”
“아프면 이걸 물어.”
“상처 내. 괜찮아.”
“읍, 읍! 으읍!”
“흐으, 후, 웁.”
“들으면서 싸고 싶어.”
“사랑해요, 읏.”
“더 큰 자극을 위해 한 번 더?”
“그러게 콘돔 두 개 갖다 누구 코에 붙여.”
“수석님, 저…….”
“씻겨도 줘요.”
들어주겠다는 대답 대신 제 뺨에 뽀뽀하는 세헌이 밉지 않아서, 결
국 팔꿈치로 그를 툭 치며 웃음을 터트렸다.
02.
- 예, 지난주 월요일입니다.
- 그러면 제가 뭘 하면 될까요? 카드 사용 내역 같은 건 뽑아 뒀어
요.
- 잘 좀 부탁드릴게요.
“네, 들어가세요.”
“그러게요.”
“아무튼 네, 알겠습니다.”
너일 줄 알았다.
아니나 다를까.
“저 첫 번째 소원 오늘 쓸게요. 이따 같이 퇴근하시죠.”
“참는 거지.”
“죄송해요.”
“왜 참는 거 같은데.”
“그거야…… 절 너무 사랑해서?”
“…….”
“윤신아.”
“돌았군.”
* **
“안 돼.”
물론 이럴 줄 알았다.
봐 둔 매물?
“그건 이미 반은 하고 있잖아.”
“도…….”
“결렬. 내려요.”
“…….”
줄곧 이런 게 너무 하고 싶었다.
“가능할까요?”
“……안 되나요?”
“전 자신 있어요.”
“샴푸 두 개 붙어 있는 거 가격 비교해서 장만하려고 하는데 수석
님이 이게 향이 더 좋다면서 바꿔서 넣기. 쌀 살 때 무거울 테니까
들어 주겠다고 대신…… 더는 못 읽겠다.”
“도윤신 너 과일 볼 줄 모르지.”
“난 실수 안 해. 내려놔.”
“네…….”
“우리 이제 위로 올라가요.”
“여기선 다 골랐어?”
“제가 원래 가끔 쓰는 건 이건데요.”
“갑자기 왜요.”
“넌 이런 향이 더 어울려.”
“그렇게 해.”
오늘, 지금 이 순간처럼.
꼭 신기루 같아서일까.
혹시 나도 이 사람 좀 더 구속해도 되나?
“얘기해.”
“……예? 아, 라, 라면 드셔 본 적 있어요?”
“오늘은 여기.”
“역시 그렇겠지?”
“왜 입에 뽀뽀하는 건 안 돼?”
강세헌 닮아 가나.
“…….”
“너 결혼할 때 됐나 보다.”
“결혼하면 무뎌져?”
“글쎄다. 말 나온 김에 걔 좀 내가 보면 안 돼? 너희 무슨 국정원이
야? 몇 년을 둘이서만 숨어서 연애하게. 그렇게 몰래 하니까 둘이서
만 더 애틋하지.”
신중하게 연애하고 있다고만 전했을 뿐 계속 구체적인 것들을 숨겨
왔던 터라 누나로부터 이런 반응이 나오는 건 당연했다.
“내가 한번 보채 볼까 싶은데.”
“소송 때문이야?”
〈주얼리 디자이너〉
* **
“흐응, 흐…….”
“두 번째 소원 지금 여기에서 쓸래요.”
“자위하는 거 보여 주세요.”
“…….”
“넌 뻔해.”
“도윤신 변호사.”
“선배 어디 가는데?”
“침실로 와.”
“여기서 해요.”
“하…….”
“끌어 내려.”
“그건 맞는데.”
“그럼 핥아.”
“읏…….”
“선배, 웁…….”
망할. 미칠 것 같다.
“컥, 흡, 흣.”
“눈 떠.”
“흐으, 읏.”
“아윽!”
“내 거잖아.”
“빌어.”
“빨고 싶어요.”
“더.”
“웁……!”
사정감이 차올랐을 때의 세헌은 평소보다 조금 더 강압적이다. 난
폭하게 삽입한 성기를 목구멍까지 찔러 넣는 그의 얼굴에 죄책감은
없었다. 윤신은 그런 그를 올려다보며 파들거리는 턱을 겨우 다물고
볼이 터져라 성기를 입에 담았다. 이 갑갑하고 구역한 느낌만큼, 제
게 박은 채로 황홀경에 빠진 강세헌의 얼굴이 짜릿해서 돌 지경이었
다.
퍽, 퍽!
“후우, 입 열어.”
앞뒤로 기둥을 상하 운동 하듯 쓸면서, 벌린 입 안에 남은 정액들을
쏟아 내니 윤신이 착하게 그걸 받아 삼켰다.
먼저 입을 연 건 세헌이었다.
“소원에서 까.”
“1년 무료 애프터서비스.”
“난 ‘무’로 시작하는 말 대체로 싫어해. 무상, 무지, 무료.”
“감상문 쓰라면서요.”
“힘없어. 나 안아 줘.”
‘수석님 클라이언트인가.’
“딸요?”
“진짜였어요? 왜 전 처음 듣죠?”
아마 둘 다일 터다.
제약 회사 주식 인수 자문 건은 이미 몇 달이 지난 사건이었다. 한
데 그사이 세헌에게 그런 얘긴 전혀 들은 바가 없었다. 물론 원래도
시시콜콜하게 업무에 대해 이야기하는 편은 아니긴 했다. 하지만 업
무에서 벗어나 저 여자 쪽에서 개인적으로 접촉을 시도했다면 그건
단순한 일 얘기가 아닌 셈이니 제게 말을 했어야 옳았다.
그건 말도 안 된다.
‘저 사디스트가.’
“강 수석님.”
“강세헌 수석님!”
“살펴 가요.”
“질문해. 5분 줄게.”
“믿음을 너무 줬군.”
“자업자득이십니다.”
“삐졌어, 귀엽게.”
그래도, 싫은 건 싫은 거였다.
- 네, 말씀하세요.
* **
“오실 때 차량은…….”
“이게 뭐죠?”
너무 어리다.
“그럴게요.”
“아뇨, 커플링요.”
“아…….”
* **
“10분이나 말씀입니까?”
“수석님?”
“누구야.”
“김정아 디자이너.”
“저 복도 지나면서 무슨 얘기 했지?”
“그냥, 소송 얘기.”
“아니, 너 다른 얘기 했어.”
그는 가끔, 꼭 귀신같다.
“알아요.”
“…….”
“네가 아는 걸 내가 모를까?”
“알겠어. 가 봐.”
공손하게 묵례한 윤신이 세헌을 지나쳤다. 차분히 몇 걸음 걷다가
괜히 아쉬운 마음에 뒤를 돌아보았다. 언제 어느 때고 근사한 그의
연인은 같은 자리에 여전히 서 있었다.
“5분.”
“4분 지났다.”
“끝까지 해야지.”
“제가 현명하게 말을 아끼겠습니다.”
“더 있다 가면 안 돼요? 딱 1분만요.”
“사랑해. 가끔 개새끼지만.”
“돈 많이 벌어 와, 자기야.”
후우, 정체를 알 수 없는 한숨을 몰아쉰 세헌이 놀랍게도 이렇게 대
꾸했다.
“……그래.”
탁. 여지없이 문은 닫혔다.
방금 이거 뭐지.
그래?
그으래?
“도윤신?”
“너 지금 나한테 할 말 있는데.”
“진짜 그런 건 아니라는데도요.”
결국은 못 이긴 척 입을 떼게 됐다.
“팀원인 이상 팀장님 방식 따르는 게 맞는다는 건 알아요. 하지만
그게 틀렸다면요? 제 사건, 언론이 물기 좋은 사건이라면서 자꾸 신
문사에 뿌리고 싶어 하세요.”
“맞아요.”
“2시가 넘은 것도 아니잖아.”
“어디부터 알려 줄 거예요?”
“어디부터 알고 싶은데.”
“후으, 여기요.”
“혀 넣어. 빨아 줄게.”
“흐응, 흐, 으읏.”
“읏……!”
“으응, 좋아해요.”
“그래? 얼마나.”
“웁, 읏!”
지잉. 지잉.
“펌?”
“아마도…… 어? 아니에요.”
“또 그 여자야?”
며칠 전 복도에서 함께 걸으며 웃는 걸 봤을 때도, 조금 전 그 여자
의 사건을 빌미로 제게 부탁을 해 왔을 때도 그는 모두 참아 넘겼다.
그러나 이런 야심한 시각에까지 거슬리는 일이 반복되자 신경질이
이는 듯했다.
“네, 도윤신입니다.”
* **
타닥. 타닥.
“퇴근?”
“육하원칙부터 다시 가르쳐야겠다.”
- 네, 변호사님. 탁 비입니다.
“도윤신 또 어디 갔어.”
또다.
“담배.”
“잔소리할 거면 끊어.”
“들어와.”
“남의 팀 일에 신경 끄고.”
“나.”
“다시 짜.”
“쥐어짜. 그게 대표 능력이지.”
“차라리 세헌이 네가 금융 팀 일도 좀 봐 줄래?”
“선밴 나랑 파이 나눠 먹는 거 상관없어?”
“가사 팀장 교체 건.”
“우리.”
“……웬 우리?”
“…….”
“재밌지?”
“좌천?”
“내 마음에 들어.”
못 들을 얘길 들었다는 양, 미희의 얼굴에 이상한 표정이 달처럼 떠
올랐다. 세헌의 입을 가르고 나온 말이라곤 믿을 수가 없다는 기색이
었다. 실제로 가사 팀 부팀장은 그의 밑에서 한 번도 일해 본 적이
없어 접점이 전무했던 터였다.
‘공동 대표라…….’
* **
같은 시각.
“정말요?”
“네, 선배.”
- 어디야.
- 또?
왠지 상대방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더 깊게 잠긴 것 같았다. 잠시간
해저의 한가운데 빠져들었다 나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한동안 계속
제대로 같이 시간을 보내지 못해서, 그의 불만이 쌓여 가고 있다는
건 눈치챘다. 솔직히 자신도 슬슬 곤란하던 참이었다. 얼른 세헌의
얼굴을 보고 싶은 마음에 속도를 조금 높이게 됐다.
- 응, 댁에 계셔. 데리러 가?
- 윤신아.
“네?”
‘잘 자네.’
‘오늘까지만 바쁠게요.’
강세헌은 무슨 꿈을 꿀까.
“내 꿈 꿔요?”
삐릭.
“옆에나 잘 붙어 있을 것이지.”
2주째 이게 뭐 하는 짓인지.
* **
이게 보자 보자 하니까.
말없이 불 꺼진 공간을 쳐다보는 세헌에게, 탁 비서가 넌지시 물었
다.
이래서 일찍 나간 거였군.
애정의 밀도 차이인가?
아니면 내 쪽이 강박 상태인가?
따각. 따각.
“왜 여기 나와 계세요?”
“너 뭐 하는 새끼야.”
“선배 왜 화났어요?”
질문과 동시에 윤신은 품에 안은 작은 서류 봉투를 신줏단지라도
다루듯 정성스럽게 만지작거렸다. 달싹이는 손가락 끝에는 밴드가
하나 붙어 있었다. 하얀색 배경에 토이스토리 캐릭터들이 돌아다니
는 모양새였다.
타악.
“할 얘기 있는 거면 조용한 데로 가요.”
“윽……!”
확, 난폭하게 끌어 올린 검지에는 밴드가 말려 있었다. 그걸 본 윤
신이 커다란 눈만 깜빡거렸다. 반지를 받으러 공방에 갔다가 열을 식
히고 있는 기다란 플래티넘 막대에 손을 대 데어 버린 상처였다. 그
걸 자세히 설명하려면 시간이 좀 소요될 듯해 말을 고르고 있는데,
마침 승강기의 문이 열리는 기척이 들렸다.
“좆질, 허……!”
그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계속 건방 떨 건가?”
“…….”
“우리 얘기 먼저 끝내고요.”
“너 이 새끼, 어딜 가.”
“읏……!”
“이건 또 뭐야!”
“허억, 감사합니다…….”
그런데 질 좋은 천에 착 감싸인 기다란 다리와 구두코가 익숙했다.
마침내 다시 얼굴을 들어 상대를 마주 보았을 때, 정면에 보이는 게
지나치게 낯익은 외양이어서 당황했다.
“수석님?”
“신선하군.”
“뭐라는 거야, 이 자식이! 안 놔?”
“이거 놓, 욱, 웁…….”
“……씨발, 가지가지.”
“더 짜증 나게 만들지 마.”
‘CCTV 영상?’
헉. 안 돼.
“세헌 선배.”
“건방지게 어디서 파트너 변호사 이름을 함부로 불러. 잘리고 싶
어?”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다.
“고맙습니다, 대표님.”
“도 변, 방금 거 강 수석 진심 아닌 거 알지? 쟤는 원래 말이 미운
애잖아.”
그 말 역시 전적으로 동의했다.
끼익.
‘있다.’
다행히 멀리 난간에 팔을 걸치고 담배를 피우고 있는 길쭉한 뒷모
습이 보였다. 제 연인임을 확실히 확인하자마자 문부터 걸어 잠갔다.
“세헌 선배.”
“언제 여긴 또 올라왔어요?”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다시 한번 크게 숨을 뱉어 낸 세헌이 담배를
비벼 껐다. 그러고는 난간에 올려 둔 담배를 한 개비 더 꺼내 불을
붙이고, 입에 물었다. 그가 새 담배를 태우는 동안 잠시 이야기를 멈
춘 윤신이 아까 일이 어떻게 진척될 건지 이어서 상황 보고 하려 말
문을 뗐다. 그런데 돌연 세헌이 제 깍지 낀 손을 풀어내는 바람에 좌
절됐다.
“눈 매워요.”
“저도 해도 돼요?”
“…….”
“나 공동 대표직 제안받았어.”
“정말 있었어?”
“……그래서요?”
“그거 말고.”
“그럼…….”
“내 인생이 자꾸 어디에 뿌리를 내리는 거 말이야. 그동안 다른 사
람 눈에 눈물 내는 짓을 많이 해서, 난 그런 게 있으면 안 된다고 생
각했거든.”
“아마도.”
“그건 확실히.”
“못 해 주는 게 뭔지는 잘 알고 있으니까 이제 해 줄 수 있는 걸 말
해 보세요.”
“널 발견한 거 후회 안 할게.”
그는 보다 분명하게 덧붙였다.
“네가 날 선택한 걸 후회하게 만들지도 않을 거야.”
“넌 건방지게 계속 나를 채점하고.”
“안 깬 적도 있지…… 않았나?”
“왜요?”
“내가 잠든 줄 알고 네가 귀여운 짓 하니까.”
“바로 깬다면서.”
“너도 그냥 하고 다녀.”
“…….”
세헌은 바로 반문했다.
“입 벌려, 자기야.”
“읏, 으응…….”
풍덩.
부끄러워하던 윤신은 제 얼굴을 투명한 물속에 담근 채 물 안에서
눈을 깜빡였다.
“저 음식 아니거든요.”
“흐으, 흐…….”
“그만 쳐다봐요.”
“중학생도 안 그래요.”
“흐, 아흑!”
“이제 눈치챘어?”
“잘 생각했어.”
“입 열어야지.”
오늘 밤 그는 도구를 활용할 생각이 그다지 많지 않은 모양이다.
“읏……. 흐읏.”
싫지 않다.
“맛있어?”
“싫, 아…….”
한쪽 유실을 동그랗게 말아 올리는 것처럼 지분대던 세헌이, 곧 반
대편 유두에도 같은 행위를 했다. 꼿꼿해진 젖꼭지를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문지르자, 윤신이 허리를 떨어 댔다.
“읏, 젠장.”
“아직이야.”
“나 자위하고 싶어.”
“아직 쌀 때가 아니라니까.”
“선배가 만져 줘.”
“보채지 마. 이건 다 먹고 시작해야지.”
“흐읏, 읏! 아!”
회음 위로 혀를 내밀어 핥아 대던 세헌이 길쭉한 손끝을 세웠다. 그
러고는 크림을 한데 모으듯이 밀부의 입구 주변을 지분거렸다. 명백
한 의도를 갖고 하는 행동이라는 걸 알면서도 저항하지 못했다. 어떤
말이라도 꺼냈다가 세헌의 삽입이라는 후속 행동을 늦출까 불안했
다.
“아아, 빼 줘?”
“읏, 실수 안 한다면서요.”
“어흑, 흣!”
“진짜 이럴 거예요?”
싫고, 좋았다.
“강세헌, 이 개새끼야…….”
아니나 다를까.
“윽……!”
“도망치지 마.”
“가지 마, 윤신아.”
“하아…… 전 선배 거예요.”
“그럼 보여 줘. 내가 불안해하지 않게.”
“기분 좋아?”
바로 그때였다.
이젠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가끔 진짜 변태 같은 거 아세요?”
“맛있어, 윤신아.”
“그래도 안 돼. 오늘은 부드럽게 해야 돼요……. 중요한 날이니까.”
“듣고 있어요?”
“사랑해, 윤신아.”
“…….”
“사랑해.”
“…….”
“넣는다.”
“아! 아! 아!”
“씨발! 윽!”
“이대로 있어.”
콰악!
“제기랄, 하아.”
마침내 끈적이는 액체가 내부에 쏟아졌다. 은밀한 내부에 느릿하게
토정액이 퍼져 나갔다.
아직 그의 것은 윤신의 안에 있었다.
“아랜 쫀쫀한데.”
“읏, 잠깐만…….”
“위는 헐겁군.”
* **
“알겠습니다.”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봤어요, 도 변호사님?”
“뭘요?”
“강 변호사님 손에 반지 있었잖아요!”
“그래요?”
“사무장님이 잘못 보신 거 아니에요? 그런 거 끼고 다닐 분 같지 않
은데.”
그냥 목걸이로 한다 그럴걸.
* **
“기억 안 나.”
“진짜 기억 안 나.”
강세헌이 먼저 좋아했다.
“……진짜요?”
“네가 가고 싶은 데로.”
“진짜?”
헉.
〈Not Anymore〉 마침
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