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치퍼필드의 건축에서 드러난 수직과 수평의 의미

Meaning of the Verticality and the Horizontality in David Chipperfield’s Architecture

임 성 훈* 송 형 규** 박 창 배***
Lim, Sung-Hun Song, Hyeong-Gyu Park, Chang-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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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Chipperfield's architecture seems to be typical minimalism architecture. Simple architecture-oriented attitude and design
method also seems to be minimal. However, his architecture is not simple, it is also not minimal. The architecture is rather
light than simple, rather expressive than minimal. His proposals seem to be naive, but it is full of paradox.
Chipperfield adjustment of the vertical and horizontal flip through the building, creates a mask. The mask, a blank symbol, is
a kind of place many other symbols as a place to sit down to. So, regional symbols, even different cultural characteristics,
could be captured with the mask. That is the way Chipperfield’s architecture makes un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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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 수직, 수평, 미니멀리즘, 데이비드 치퍼필드
Keywords : Verticality, Horizontality, Minimalism, David Chipperfi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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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 론1) 디자인을 눈에 띄지 않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언급
만으로 치퍼필드의 건축 경향을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명
데이비드 치퍼필드(Sir David Alan Chipperfield, 1953 료한 표현을 지향하는 미니멀리즘과는 차이가 있음은 확
∼)의 건축은 미니멀리즘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미니멀리 인할 수 있다.
즘이 단순화를 통해 군더더기를 없애고 본질적인 표현을 한편 치퍼필드의 의도가 미니멀리즘과는 차이가 있으
추구하는 것이라 한다면, 치퍼필드의 건축은 전형적인 미 나, 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은 분명한 표현이므로 미니멀
니멀리즘과는 차이가 있다. 왜냐하면 치퍼필드의 건축에 리즘으로 보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3) 하지만 섬세한 건
서는 어떤 면에서 군더더기를 매우 중시하기 때문이다. 축이 결과적으로 분명하고 강한 표현으로 나타난다고 해
그는 한 인터뷰에서 “‘특별한 프로젝트’로 강력한 인상 서, 그리고 외견상 미니멀리즘에 가깝다고 해서 곧 미니
을 주고 건축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나는 섬 멀리즘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또한 미니멀리즘과 같이
세한 건축(fine architecture)이 평범한 것들과 관계를 맺 치퍼필드의 건축이 순수한 표현을 지향한다고 말하기도
는 것에 관심이 많다.”1)고 하였다. 여기서 ‘fine’이란 여러 어렵다.4) 따라서 치퍼필드의 건축이 외면적 이미지와는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평범한 것들과의 관계’ 달리 풍부하고 강한 건축으로 나타난다면, 어떠한 이유에
라는 말을 염두에 둔다면 중요하지 않게 생각될 수도 있 서 그런지 그 섬세함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는 세부를 고려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일 치퍼필드는 자신의 건축을 설명하면서 열주(colonade)
상적이고 소박한 것들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심지 의 사용을 강조하며, 이를 통해서 얻어지는 섬세한 측면
어 그는 자신의 작품 설명 중 “기둥을 강조하여 다른 건 을 강조한다.5) 그런데 그의 건축에서는 단순히 열주를 사
축에 배경을 제공한다”2)는 언급을 하기도 한다. 자신의 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수직적인 요소 자
체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러한 수직적 요소
* 일신설계 부설 연구소 소장, 공학박사 를 수평적인 요소를 통해 조정하고 있다. 기둥을 통해 건
** 일신설계 이사, 공학석사 축을 배경으로 만든다는 그의 언급에서 볼 때 이러한 수
*** 부산대학교 건축학과 부교수, 건축사 직적 요소들은 섬세함과 어느 정도 연관관계가 있다고
(Corresponding Author, E-mail : changbae@pusan.ac.kr) 생각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 논문에서는 치퍼필드의 수
“이 논문은 부산대학교 자유과제 학술연구비(2년)에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 3) Aaron Betsky, ‘Dense Minimalism’, El croquis , 120호,
1) 파격은 짧고 절제는 길다…50년 후에 더 빛나야 좋은 건축 , 2004, 29쪽.
중앙일보 인터뷰 기사, 2011년 3월 4일 4) 순수한 공간보다는 복합적인 공간을 추구한다는 평가도 있다.
2) “...providing a subtle backdrop for the neighbouring 임석재, 미니멀리즘과 상대주의 공간, 시공사, 1999, 110-111쪽
architecture.” 여기서 ‘기둥’은 post beam으로, 이를 강조한다는 참조.
것은 기둥의 돌출을 통해 벽을 후퇴시켜 건축 전체를 배경으로 5) 2011년 11월 15일 하바드 디자인 대학원 강연 참조.
만든다는 의미이다.(http:// www.davidchipperfield.co.uk 참조) (http://www.gsd.harvard.edu)

大韓建築學會論文集 計劃系 제29권 제2호(통권292호) 2013년 2월 139

임성훈․송형규․박창배
직과 수평의 활용이 섬세함과 풍
부한 표현이라는 특색과 어떤 관
련성이 있는지 고찰해 보고자 한
다.
그림1. Neues Museum, 2. 수직과 수평
Museum Island, Berlin,
Germany, 1997-2009 2.1 치퍼필드의 디자인 경향
치퍼필드가 세계적인 건축가로
알려지게 된 것은 노이에스 박물
관(Neues Museum, 1997-2009)
을 통해서이다. 2차 대전 중 손
상된 박물관을 복원하는 이 프로
젝트에서 치퍼필드는 간결하고
단순한 요소들을 사용해 기존의
건물을 복원해내었다. 치퍼필드
그림2. Neues Museum 는 반복되는 수직적 요소와 수평
적 요소, 그리고 이들이 만들어
내는 격자를 통해 기존의 건물을
있는 그대로 두면서도 현대적인
공간의 성격을 부여하며 성공적
으로 박물관을 복원했다. 여기서
그림3. Museum of Modern 수직적 요소들과 수평적 요소들
Literature, Marbach am 은 주로 개구부의 규칙적인 반복
Neckar, Germany, 이나 기둥의 반복 또는 창의 멀
2002-2006 리온 등이 이루어내는 것들로서,
대부분 손상되고, 일부분이 파괴
되기도 한 기존의 박물관에 규칙
성을 부여하고 통일성을 준다(그
림1,2). 손상된 부분이 그대로 남
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의 건
축공간으로 정돈되어 있다.
하지만 여기서 수직적 요소와
수평적 요소들은 단순한 반복적
인 요소들이 아니며, 매우 엄밀
그림4. The Hepworth 하게 조정되어 있다. 기존의 건
Wakefield, Wakefield, West 물을 압도하지 않도록 부재의 두
Yorkshire, UK, 2003～2011 께나 색상, 간격이 미묘하게 조
정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측
면은 근대문학 박물관(Museum
of Modern Literature,
2002-2006)에서도 나타난다(그림
3). 이 건물은 매우 고전적인 열
주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만, 이 열주는 오더(order)와는
다르다. 왜냐하면 기둥은 반복되
면서도 그 두께가 지붕의 수평부
재보다 가늘기 때문에 건물을 받
그림5. The Hepworth 치고 있기 보다는 오히려 지붕에
Wakefield, 각각의 벽체는
13〫를 기준으로 균등 매달린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분포의 각을 가진다. 수평적 요소와 수직적 요소의 조
140 大韓建築學會論文集 計劃系 제29권 제2호(통권292호) 2013년 2월
정을 통해 강한 반복이나 엄밀한
격자를 이루지 않도록, 그래서
강한 건축이 아니라 섬세한 건축
이 되도록 조정되어 있다.
햅워스 미술관(The Hepworth
Wakefield, 2003～2011)의 평면을
보면 각 실이 하나의 선을 중심
으로 불규칙하게 배열되어 있다.
이것은 주변 환경과의 연계를 고
려한 것이다. 하지만 그 건물의
주변을 둘러보면 어떤 규칙성이 그림6. Kaufhaus Tyrol
느껴지는데, 그것은 각각의 벽이 Department Store,
균일하고, 또한 각 실의 폭도 엄 Innsbruck, Austria,
밀하게 조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2007-2010
(그림4,5). 평면의 불규칙성이 입
면에서 드러나는 벽의 수직선에
의해 조절되는 것이다. 또한 카
우프하우스 티롤(Kaufhaus
Tyrol Department Store,
2007-2010)에서는 기둥이 미묘하 그림7. America’s Cup
게 조절되어 열주이면서도 수평 Building ‘Veles e Vents’,
의 부재에 의해 조정되어 주변의 Valencia, Spain,
환경과 어울리도록 조정되어 있 2005-2006
다(그림6).6)
말하자면 수평적 요소를 쌓았
다기보다는, 얇은 매스를 중첩한
것이다. 아메리칸 컵 빌딩 그림8. America’s Cup
(America’s Cup Building, Building
2005-2006)에서는 수평적 요소가
수직적 요소를 압도하고, 계단
등 건물의 사선까지도 수평적 요
소에 통합되어 있다. 그래서 입
면을 보면 치퍼필드의 작품이라 그림9. Salerno Palace of
고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강렬한 Justice, Salerno, Italy,
이미지를 드러낸다(그림7). 하지 1999-2011
만 스케치를 보면 단순히 수평적
요소가 아니라 분절된 얇은 매스
를 통해 주변과 조화를 이루고자
하는 의도가 분명히 보인다(그림
8). 결국 수직과 수평을 조정하여
매스를 분절한 것이라 할 수 있
다. 이러한 성격은 살레르모 법
무청사와도 비교된다(그림9). 내
부에서도 이러한 방법이 사용되
기도 하는데, BBC 스코틀랜드
(BBC Scotland, 2001-2006)에서 그림10. BBC Scotland at
는 각 층이 이루는 수평성과 홀 Pacific Quay, Glasgow,
및 계단이 이루는 수평과 사선의 UK, 2001-2006
6) 치퍼필드 웹사이트의 작품설명에서는 콜로네이드(colonnade)
라고 언급되어 있다.(http://www.davidchipperfield.co.uk)

그림11. Turner Contemporary, Margate, Kent, UK, 2006-2011
종합, 그리고 천정의 선적 요소가 어우러져 있다. 매우
단순한 요소들이 종합되어 규칙성을 이루면서도 자유로
운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넓은 공간이 수직과 수
평의 종합으로 인해 분절되면서 각 공간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여유로운 장소를 만들어내고 있다(그림10).
앞서 언급했듯이 치퍼필드는 열주의 사용을 강조하는
데, 내․외부공간의 자연스러운 연결 등 일반적인 성격
외에도 건물의 강한 매스를 분절하거나, 혹은 주변의 환
경과 조화되도록 하는데 상용된다. 이러한 점을 볼 때 전
반적으로 치퍼필드의 건축에서는 수직이 중심이 되며, 수
평이 이를 보조한다고 할 수 있다. 수평적 요소는 그 자
체로 주변의 환경과 연계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수직적 요소가 너무 강조되는 것을 막는 등 조정
의 요소로 쓰이는 경우도 많다.7)
이러한 여러 가지 예를 살펴볼 때 치퍼필드의 건축에
서 수직과 수평은 시각적인 요소이지만 건물을 강조하기
보다는 감추기 위해서 사용된다. 어떤 면에서는 건물에서
수직과 수평이 강조된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나, 그러한
강조는 상대적인 것이다. 즉 건물의 다른 부분을 수평과
수직으로 축약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노이에스
박물관의 경우 수직과 수평은 그 자체가 강한 격자를 이
루지 않도록 그 두께나 물성이 조정되어 있기 때문에, 새
로 만들어진 부분은 기존 건물의 배경으로 작동한다. 마
치 박물관 자체가 전시물인 것처럼 배경을 제공하는 것
이다.
2.2 수직과 수평의 의미
치퍼필드의 건축에서는 수직과 수평이 두드러지게 나
타난다. 만약 이것이 건축을 수직과 수평으로 축약하는
것이라면, 수직과 수평이 건물을 대표할 수 있는 가능성
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의 언급을 통해 살펴보자.
바다와 하늘의 경계는 단순한 선입니다. 드넓은 수면
이 나를 향해 펼쳐졌습니다. (…) 내 눈과 수평선 사이
에서 깜짝 놀랄 만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화강암으로
된 수직 바위가 선돌처럼 그곳에 서 있습니다. 바위의
수직성은 수평선과 직각을 이룹니다. (…) 수직선이 수
평선의 의미를 확실하게 합니다. 하나가 다른 것을 계기
로 살아납니다. (…) 넓이와 높이! 여기서 나는 더욱 위
7) 쿠퍼가벤(Am Kupfergraben 10, 2007)이나 빌라 베르데
(Housing Villaverde, 2005)의 경우 수직과 수평은 매스가 강조
되지 않도록 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大韓建築學會論文集 計劃系 제29권 제2호(통권292호) 2013년 2월 141
데이비드 치퍼필드의 건축에서 드러난 수직과 수평의 의미
대한 건축의 진리를 찾습니다. 칸막이 벽들, 바닥들, 천
장들이 주위 환경의 구성요소임을, 브르타뉴 지방의 바
위 앞에서 나를 딱 멈추게 한 조화가 언제 어디서나 늘
존재함을 깨닫습니다.8)
넓이와 높이라 하지만 이 글은 선에 대한 언급에서부
터 시작된다. 넓이와 높이는 수직과 수평이 3차원 공간에
서 연장된 것이며, 선의 다른 표현이다. 르 코르뷔지에는
해변에서 느낀 감동이 수직과 수평의 조화로 나타날 수
있으며, 건축 속에서 표현될 수 있다고 믿는다. 특히 여
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건물의 각 부분이 ‘주위 환경의
구성요소’라고 말하는 대목이다. 그는 자연 속에서 느낀
조화의 감흥이 인공적인 건축에서도, 더 나아가 바닥과
천장, 벽 등 수직과 수평의 추상적인 요소들 속에서도 나
타날 수 있다고 믿는다.
단순성은 빈곤이 아니라 선택이자 구별이며, 순수성을
목표로 한 결정체입니다. 단순성은 일종의 집중입니다.9)
르 코르뷔지에는 추상적인 수직과 수평으로 표현하는
것이 자연의 모습 속에서 무언가를 빼내고 축소시킨 것
이 아니라, ‘집중’이킨 것이라 한다. 하지만 이것을 달성하
기 위해서는 단지 수직과 수평이 있는 것이 아니라, 수직
이 수평을 위해서 있으며, 수평이 수직을 위해서 있어야
한다.
르 코르뷔지에는 이러한 생각에서 비례와 조화를 주제
로 하는 모뒬로르(Modulor)로 나아간다. 수직과 수평의
연관을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치퍼필드는 수직과 수평
의 연관보다는 수직과 수평 그 자체에 주목한다. 수직과
수평의 연관이 비례나 그 밖의 다른 의미로 종합되지 않
도록 부재의 길이, 간격, 두께, 재료, 색채 등 모든 측면을
면밀히 고려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치퍼필드의
건축에서는 수직과 수평이 종합되기보다는 오히려 수직
과 수평이 서로의 의미를 확실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두 건축가의 생각은 차이가 있지만, 수직과 수평
이라는 추상적인 요소가 환경의 구성요소가 되도록 한다
는 점에서는 같다고 생각된다.
환경과의 조화라는 주제로 가장 분명하게 치퍼필드의
생각을 드러내는 것은 터너 미술관이라고 생각된다. 이
건물은 해변에 위치하고 있다. 수평이 매우 강조된 장소
8) 르 코르뷔지에, 프레시지옹, 정진국․이관석 역, 동녘, 2004,
94쪽.
9) 앞의 책, 99쪽.
임성훈․송형규․박창배
표1. 수직적 요소의 활용 예
기둥 열주 스크린

James Simon Gallery, Museum Island, Berlin, Ninetree Village, Hangzhou, China, 2004-2008
Germany, 2007～2016

Neues Museum, Museum Island, Berlin, Germany,

1997-2009

Museum of Modern Literature,

Marbach am Neckar, Germany, 2002-2006
Amorepacific Headquarters, Seoul, South Korea,
Museum Folkwang, Essen, Germany, 2007-2010 2012-2016

수직부재 방사형 배치 방법에 따른 입면의 수직적 구성

Kaufhaus Tyrol Department Store,

Innsbruck, Austria, 2007-2010 The Hepworth Wakefield, Wakefield, West Yorkshire, UK, 2003～2011

Am Kupfergraben 10, Berlin,

Germany, 2003-2007

Barcelona City of Justice, Barcelona,

Spain, 2002-2009
Ninetree Village, Hangzhou, China, 2004-2008

Housing Villaverde, Madrid, Spain,

2000-2005

Turner Contemporary, Margate, Kent,

UK, 2006-2011 Barcelona City of Justice, Barcelona, Spain, 2002-2009

142 大韓建築學會論文集 計劃系 제29권 제2호(통권292호) 2013년 2월

 데이비드 치퍼필드의 건축에서 드러난 수직과 수평의 의미
표2. 수평적 요소의 활용 예
사선을 통합한 바닥의 수평적 구성 평면자체의 수직/수평 구성 수직과 수평에 의한 공간의 한정

BBC Scotland at Pacific Quay, Glasgow, UK,

2001-2006

Liangzhu Museum, Liangzhu Cultural Village,

China, 2003-2007 Neues Museum, Museum Island, Berlin, Germany,
1997-2009
America’s Cup Building ‘Veles e Vents’,
Valencia, Spain, 2005-2006

Neues Museum, Museum Island, Berlin, Germany,

1997-2009 Ninetree Village, Hangzhou, China, 2004-2008 Museum Folkwang, Essen, Germany, 2007-2010

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건물은 분절된 매스와 사선으로 이처럼 치퍼필드의 건축에서 수직은 항상 수평과 함께
이루어진 지붕을 가지고 있다. 낮고 긴 매스로 인해 원래 고려되고, 수평은 항상 수직과 함께 고려된다. 그래서 그
는 수평성이 강한 건물이 되어야 하지만, 분절된 매스와 수직과 수평은 격자와 같은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격
사선으로 수평성이 최소한으로 조절되어 있다. 특히 측면 자가 아니다. 또한 수직과 수평의 비례를 의도하는 것도
에서 보았을 때 이 건물은 사선까지 수직적 요소에 통합 아니다. 수직과 수평의 조합이 아니라, 수직과 수평이 각
되어, 강한 수직성을 보이고 있다. 이로써 해변과 방파제 각 서로를 이룰 수 있게 도와주며 공존하는 것이다. 이처
가 이루는 강한 수평성과 조화되는 하나의 수직적 요소 럼 수직과 수평이 각각의 역할을 하면서 공존하는 것은
로 주변의 환경과 조화되고 있다(그림11).10) 주변의 환경을 매개하기 위해서이다. 그 단순한 매스는
물론 여기서 사선의 지붕이 단순히 수평성을 조정하는 주변의 건축물 또는 환경과 닳았다고 할 수 없지만, 수직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실내로의 빛의 유입 등 내부 과 수평적 요소들이 주변의 환경을 매개하여 결과적으로
공간과 연계되어 있다. 그럼에도 이 사선은 실내공간만을 건축이 그 속에 함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위해 만들어진 우연의 산물은 아니며, 건물이 주변의 환 매개성은 치퍼필드의 건축에서 여러 가지 방식으로 나
경과의 관계를 가지도록 고려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 타난다. 앞서 언급했던 노이에스 박물관에서 수직과 수평
고 그 환경과의 관계는 위에 하나가 다른 것을 계기로 은 기존의 건물과의 매개를, 근대문학 박물관에서는 열주
살아난다는 르 코르뷔지에의 언급으로 설명할 수 있다. 는 분명 오더와는 다르지만, 우리에게 오더를 연상하게
건물이 환경이 만들어낸 수평을 받아들이며 서로 조화되 만든다는 점에서 고전을, 그리고 그것이 고전적인 것과는
는 것이다. 만약 이 건물의 수평성이 조율되지 못했다면 다른 현대적인 이미지라는 점에서 고전적인 성격과 현대
단순한 매스가 환경과 관계를 맺기 어려웠을 것이다. 적인 성격을 동시에 매개한다고 할 수 있다. 햅워스 미술
관에서 건축의 형태는 주변의 환경과의 연계를 위해 불
10) 이 건물은 해변의 수평에 대한 하나의 초점(focal point)으로 규칙하게 되어 있으나, 수직적 요소가 그 자체의 반복을
계획되었으며, 침수에 대비하기 위해 단을 두어 지면과 분리되어 통해 건축의 형태를 인지하게 한다. 즉 수직이 건축의 형
있다고 한다.(http://www.davidchipperfield.co.uk/) 태를 매개하는 것이다. 아메리칸 컵 빌딩에서는 수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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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성훈․송형규․박창배
수변 공간을 매개하며, BBC 스코틀랜드에서는 건물의 다
른 부분에 비해 이질적인 성격을 지닌 홀을 통합한다는
측면에서 내부공간을 통합하는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나인트리 빌리지(Ninetree Village, 2004-2008)와 아모레
파시픽 본사(Amorepacific Headquarters, 2012-2016)에서
는 수직과 수평 부재가 스크린을 형성하여 동양적인 이
미지를 드러내기도 한다.
하지만 수직과 수평이 만들어내는 효과가 과연 시각적
인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장식적인 요소인지, 혹은 덧대어
진 부수적 요소에 불과한지, 그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건
축의 공간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치퍼필드의 건축에서 수직과 수평은 항상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등장한다. 하지만 그것이 공간의 배치를 결정
하는 중요한 요소인 경우도 있는 반면, 외피를 형성하거
나 혹은 장식적인 요소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 수직과 수평을 어떻게 파악해야 할지 고찰해 볼 필
요가 있다.
3. 수직과 수평의 상징성
3.1 기호성과 상징성
치퍼필드의 수직과 수평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앞서 살
펴보았던 르 코르뷔지에와 치퍼필드의 차이, 즉 수직과
수평의 기호성과 상징성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
수직과 수평은 기본적으로 땅과 건축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이 가장 일반적인 수직과 수평에 대한 생각
일 것이다. 하지만 르 코르뷔지에는 수직과 수평을 상징
으로 보지 않았다. 그것은 그가 수직과 수평을 어떤 단순
화로 생각했다는 것, 그리고 수직과 수평의 관계를 생각
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만약 르 코르뷔지에가 수직과
수평을 상징적인 것으로 보았다면 이들의 상관관계 보다
는 수직과 수평 그 각각의 의미를 찾으려 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상징은 어떤 사물이나 이미지가 일상적인
뜻 외에 부가적인 의미를 드러내는 것을 말한다. 이에 비
해 기호는 분명한 의미를 지시하는 것을 뜻한다. 상징이
여러 의미를 드러내는 것이라면, 기호는 그 자체가 의미
를 가지기 보다는 기호들의 관계에 따라 의미를 지시하
게 된다.
이러한 기호적 경향을 대표하는 예로 피터 아이젠만
(Peter Eisenman, 1932-)의 주택 연작을 들 수 있다. 그
는 한때 순수한 기호로서의 건축을 주장하였고, 이를 바
탕으로 주택 연작을 제시했다. 이 건물에서는 수직적 요
소와 수평적 요소가 많이 관찰되지만, 그것은 치퍼필드의
건축과는 전혀 다르다. 아이젠만의 작품에서는 수직과 수
평은 서로 이어져서
관계됨으로서 그 부
재가 의미를 얻게 된
다. 이 건물의 중심부
에 걸쳐있는 수평의
그림12. Peter Eisenman, House II, 1970 요소는 그 자체로는
(출처: Tracing Eisenman) 의미가 없으며, 수직
144 大韓建築學會論文集 計劃系 제29권 제2호(통권292호) 2013년 2월
부재와 만나 영역을 형성함으로서 비로소 의미를 지닌다
는 것이다. 이처럼 기호를 지향하는 것은 추상성을 통해
부가적인 의미를 제거하며, 요소들의 상호 관계 속에서
내부적인 논리를 이끌어 낸다(그림12).
하지만 치퍼필드의 건축에서 드러난 성격은 이와는 다
르다. 그의 건축에서 나타난 수직과 수평은 순수한 기호와
는 차이가 있다. 그의 건축이 단순한 형태를 지향하므로
미니멀리즘적 성격이라 파악하는 것은 치퍼필드의 건축을
기호적인 것으로 보았을 때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단순화
는 추상적이거나 기호적이 아닐 수도 있다. 치퍼필드의 수
직과 수평은 상징적이며, 그러한 면에서 어떤 다른 의미를
포함하는, 즉 어떤 의미를 매개하는 요소라는 것이다.
3.2 피복의 매개성
근대의 예술운동에서는 실세계를 인간의 이성을 통해
추상적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다양한
현실과 역사적 유산은 근대의 새로운 문명 속에서 추상성
을 통하여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나타나게 되었
다.11) 이것은 근대라는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양식을 추구
하는 과정의 일환이기도 하였으며, 또한 근대문명이 몰고
온 변화를 새로운 현실로서 받아들이고자 하는 경향이기
도 했다. 특히 건축에서는 표현주의와 기능주의의 대립이
기능주의의 승리로 끝남으로서, 추상성을 추구하는 경향은
건축에서 일반적인 경향이 되었다. 상징적인 예술에서 추
상적이고 기호적인 예술로 전환이 일어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추상성으로 인해 근대건축은 여러 문제
를 낳게 되었고, 그로 인해 신합리주의나 포스트모더니즘
과 같이 역설적으로 상징성을 지향하는 건축이 나타나게
되었다. 근대건축이 한편이라면, 이와는 정반대되는 다른
편의 건축이 나타났던 것이다. 오늘날에는 이 둘 사이에
서 여러 건축의 경향이 시도되고 있다.
치퍼필드의 건축도 이러한 두 측면으로 살펴볼 수 있
다. 그의 건축은 간결함으로 인해 추상적인 성격을 가지
지만, 수직과 수평이 가지고 있는 성격은 아이젠만의 건
축에서 드러나는 수직과 수평과는 다르다. 따라서 상징적
인 면모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상징성
은 포스트 건축에서 드러나는 직접적인 상징적 요소의
활용과는 또 다르다. 이러한 측면은 건축에 대한 그의 관
점과도 일치한다. 치퍼필드는 스스로를 근대건축에 뿌리
를 둔 건축가임을 자인하면서도 전통과 맥락을 무시하고
새로움만을 지향하는 근대근축의 한계를 지적한다. 그는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 새롭지만 여전히 “친숙함
(familiarity)”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건축적 언어의 필요
성을 강조한다.12) 그는 그의 건축에서 전통적 형태와 재
료를 상징적이면서도 추상적인 새로운 건축언어로 친숙
함을 표현하고 있다.
11) 이러한 문제는 만프레도 타푸리, 건축의 이론과 역사(김일
현 옮김, 동녘, 2009)의 1장 ‘근대건축과 역사의 쇠퇴’에서 역사
에 대한 모더니스트의 입장을 통해 상세히 논의되고 있다.
12) 2011년 11월 15일 하바드 디자인 대학원 강연 참조.
(http://www.gsd.harvard.edu)

이렇듯 치퍼필드의 건축은 추상적인 어휘를 사용하면
서도 상징적인 의미를 수직과 수평의 요소들에 담고 있
다. 이것이 그의 건축이 드러내는 가장 큰 특징일 것이
다. 치퍼필드는 굳이 한 가지 방향을 지향하기 보다는 모
두가 함께 모여 있을 수 있는 매개(媒介)의 건축을 만들
어내는 것이다.13) 그리고 그 매개는 젬퍼(Gottfried
Semper, 1803-1879)말하는 가면의 매개와 유사하다.
나는 피복과 가면은 인간의 문화가 시작되었던 때부
터 이어져 온 것이라 생각한다. (…) 모든 예술적 창작
과 모든 예술적 감흥은 사람들이 피복을 갖추고 가면을
써서 제 모습을 감추므로 시작되는 유희에서 온 것이다.
(…) 예술이 처음으로 시작되는 시기, 초기 인류의 선입
견 없는 순수한 감각은 사실성의 부정으로 이어졌다. 모
든 예술의 분야에서 진정 위대한 대가들은 이러한 순수
한 감각을 회복했다. (…) 이러한 대가들만이 가면의 재
료를 감추었다. (…) 그러나 가면 뒤에 있는 것이 거짓
이거나, 가면이 효과적이지 못한 경우에는 가면 씌우기
가 도움이 되지 못한다. 물질이 예술적 창조에서 완벽하
게 부정되기 위해서는 그 물질, 즉 재료에 완벽하게 정
통해야 한다는 것이 필수적인 조건이다.14)
젬퍼는 가면 또는 피복이라는, 일종의 거짓된 껍데기를
제안한다. 그는 이러한 거짓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추상화
라고 하는데, 여기서 추상의 의미는 일반적인 쓰임새처럼
구체적인 것에서 독립되어 있다는 뜻이 아니며 단지 사
실성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물질 자체는 잃어버리지만,
물질을 매개하고 지시하는 성격은 남아있는 것이다.
즉 피복은 거짓인데, 그 거짓은 단순하고 쓸모없는 거
짓이 아니라, 구체적인 목적을 가지는 거짓이다. 특히 이
거짓은 무언가 빠져있다는 의미에서 다른 무엇을 호출하
고 매개하는 거짓이다. 젬퍼적 의미에서 순수한 감각이란
이처럼 물질을 지향하지만, 그 물질로 인한 한계에서 벗
어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나무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
해 돌을 사용하지만, 나무의 특성을 지향하며, 돌의 한계
를 벗어나기 위해 콘크리트를 사용하지만 돌을 지향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치퍼필드의 수직과 수평은 어떤 면에서 거짓
이다. 그것은 건축이 가져야하는 매스를 대신하며, 건축
이 분명히 드러내어야 하는 영역을 모호하게 만들고, 불
투명한 것을 투명하게 만든다. 치퍼필드는 스스로 전이공
간을 만든다고 하지만,15) 동시에 불확실한 성격의 건축을
13) “전면의 열주들(pillars)은 이 건물의 가장 핵심적인 건축적
특성이다. 층높이의 창호 개구부는 모든 층을 덮으며 카우프하우
스 티롤(Kaufhaus Tyrol)과 역사적 주변환경을 매개하고 있
다.”(http://www.davidchipperfield.com) 이러한 치퍼필드의 설명
에서 현대와 전통을 매개하는 그의 건축언어의 특성을 확인할
수 있다.
14) Gottfried Semper, 「Style: The Textile Art」, The four
elements of architecture and other writings,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89, 257쪽.
大韓建築學會論文集 計劃系 제29권 제2호(통권292호) 2013년 2월 145
데이비드 치퍼필드의 건축에서 드러난 수직과 수평의 의미
만드는 것이다. 수직과 수평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종합하
는 방법을 제공한다. 그러면서 건물의 다른 부분을 대표
하게된다. 즉 수직과 수평은 건물의 다른 부분에 대한 젬
퍼적 의미의 가면이며 매개인 것이다.
치퍼필드가 나인트리 빌리지(Ninetree Village,
Hangzhou, China, 2004-2008)에서 중국적인 이미지를 드
러내고 있으며, 아모레퍼시픽 본사 현상설계에서는 한국
적인 전통을 표현했다고 평가되고 있지만, 그가 중국의
건축가보다 혹은 한국의 건축가보다 동양적 전통을 잘
표현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단지 다른 것들에게 자리를
내어줄 수 있는 거짓된 표면을 만들었을 뿐이다. 엄밀히
말하면 그의 건축은 서구적으로도 ‘보이며’, 한국적인 것
으로도 ‘보이며’, 중국의 전통을 담은 것으로도 ‘보인다’.
서구인은 거기에 서구의 상징을 넣을 수 있고, 동양인은
거기에 동양의 상징을 넣을 수 있는 장소를 만든 것이다.
그리고 이 장소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며, 일부러 주변
의 환경 속에 숨어버림으로서, 그리고 그 숨어버림을 통
해 그곳에 다른 것들이 자리할 수 있게 함으로서 작동하
는 것이다.
결국 그는 진짜 보다 더 유용한 가짜를 아주 가볍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기둥과 열주, 스크린의 구별은 거
의 필요가 없다. 애초에 모두 가면이기 때문이다. 물론
구체적인 건축에서 그 모두는 돌을 대신하는 콘크리트처
럼 적합한 자리를 가진다. 하지만 모든 면에서 진짜 보다
는 ‘가볍게’ 처리된다. 수직은 항상 튼튼한 수평에 매달려
있다. 수평은 가능한 수직을 통해 대지와 떨어져 있게 된
다. 수평은 육중한 스케일을 가질 때라도, ‘Veles e
Vents(Sails and Winds)’라는 이름에 걸맞은 가벼운 느낌
을 드러낸다. 심지어 주변의 환경이 여의치 않을 때 그가
양파껍질이라 부르는, 유동적인 가상의 표면을 만들어 내
기도 한다(그림13). 치퍼필드는 가짜를 만드는데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가짜는 진짜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며, 그의
건축에서 놀라움을 느끼게 되는 원천이다. 그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예술성의 원천이며, 맥락에 순응하는 방법이다.
기호를 추종하는 극단적인 형식주의도 아니며, 그렇다고
환상을 만들려고 하는 이상주의자도 아니다. 그는 담담하
게 가벼운 건축을 만든다. 그 가벼움은 사각형으로 나타
나기도 하고, 사선을 담기도 하고, 심지어는 곡선도 포함
하지만, 여전히 수직과 수평이다. 왜냐하면 치퍼필드는
수직선과 수평선을
만들기 보다는 주변
의 환경과 조건에 맞
추어서 필요한 축약
된 수직과 수평을 만
들기 때문이다. 대부
분 주변 환경에 적응 그림13. Ansaldo City of Cultures, Milan,
하기 위하 단순한 수 Italy, 2000-2011
15) 2011년 11월 15일 하바드 디자인 대학원 강연 참조.
(http://www.gsd.harvard.edu)
임성훈․송형규․박창배
직선과 수평선을 사용하지만, 아스날도 문화도시(Ansaldo
City of Cultures, 2000-2011)의 경우 주변의 수직선과 수
평선에 대해 유동적인 곡선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도 그 주변에 적응하기 위한 단순화가 이루어지고
있고, 시각적으로는 수직과 수평을 만들어내고 있다.
3.3 수직과 수평의 공간적 의미
이 논문에서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치퍼필드가 젬퍼적
의미의 추상적인 피복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피복은 건축 자체에 대한 피복이 치퍼필드는 건축이 당
연히 가지고 있어야 할 여러 요소를 수직과 수평을 통해
교란한다. 수직과 수평의 조정은 필연적으로 기둥과 보가
가지는 구조적인 속성을 왜곡한다. 공고한 매스가 가지는
무게감을 사라지게 하고, 두께를 없앤다. 건축이 석조로
된 조각이라면, 치퍼필드는 그것을 부조(浮彫)로 만들거
나 또는 가면으로 만든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그는 건축에 피복을 씌운 것이며, 동시에 건축을 가면으
로 감싼 것이다. 그 결과 나타난 것은 무거운 입체감이
사라진 가벼운 건축이며, 주변 환경을 다양한 요소를 매
개하는 건축이다.
치퍼필드는 아모레퍼시픽 본사 사옥에 대한 설명이나
인터뷰에서 건물이 대지에서 떨어져 살짝 떠 있다는 점
을 강조한다.16) 사실 건물에 대한 인상은 매스에서 잘려
나간 듯 보이는, 나무가 있는 중정이 강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치퍼필드는 이 건물의 매스가 땅에서 떨어져 가
볍게 만들어졌다는 것을 강조한다. 기능적으로도, 건물이
주는 이미지에서도 대지와 건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건물과 대지와의 사이에 수평이 없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 건물의 곳곳에 수평이 나타나지만, 대지와의
사이에서는 수평이 없는 것이다. 수평 대신 수직이 나타
나는데, 이 수직은 단순히 들어 올린다는 점을 넘어서 건
물 전체를 가볍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점은 터너
미술관(2006-2011)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시기적으로 보면 그의 수직과 수평은 매스를 교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빌라베르데(Housing Villaverde,
2000-2005)에서는 수직적인 개구부가 엇갈림으로 인해 가
상적인 수평을 만들고 있다. 즉 수평은 숨겨져 있고 수직
은 분할되어 나타난다. 이러한 효과로 가로로 긴 육중한
매스를 분절하면서도 통일된 이미지를 준다. 쿠퍼가벤
(Am Kupfergraben 10, 2003-2007)에서는 수직이 개구부
와 함께 건물의 곳곳에 사용되었다. 이것은 개구부에 깊
이를 주어 전체의 매스가 관통된 듯 한 느낌을 준다.
헵워스 미술관(The Hepworth Wakefield, 2003-2011)과
바르셀로나 법조단지(Barceloa City of Justice, 2002-2009)
에서는 각각의 면들이 서로 일정한 거리와 각을 가지고 원
래의 매스와는 다른 조정된 구성을 보여준다. 전자의 경우
는 약 13〫, 후자의 경우는 약 10〫정도의 분포를 보인다.17)
16) 「공간」, 527호, 2011년 10월호 참조.
17) 각 면의 너비나 높이 등 각각의 조건에 따라 ±1～2〫정도의
편차로 조정되어 있다.
146 大韓建築學會論文集 計劃系 제29권 제2호(통권292호) 2013년 2월
노이에스 박물관(1997-2009)의 경우에는 원 건물의 상
황에 따라 각각 다른 방법이 사용되어 있기 때문에 방법
의 통일성을 찾기는 어렵다. 하지만 노이에스 박물관의
내부와 BBC 스코틀랜드(2001-2006)의 홀을 비교해 볼 때
동질적인 부분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것은 대단히 육중
해 보일 수 있는 구성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유연하고 자
유로운 공간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이것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매스가 만들어내는 구성을 교란한 결과이다.
그 밖의 스크린으로 만들어진 수직과 수평의 구성요소
나, 그의 건축에서 자주 등장하는 열주는 모두 미묘하게
조정되어 가볍고 자연스럽게 공간을 연결해주는 치퍼필
드만의 특징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4. 결론
치퍼필드의 건축에서는 수직과 수평의 조정, 교란, 대
치 등에 의해 건물의 성격을 조정하고 있으며, 특정한 이
미지를 부과하기 보다는 오히려 일반적인 건축물이 가지
는 기본적인 무게감마저도 조절하여 표현함으로써 그가
주장하는 소박함을 드러나고 있다. 이것은 그의 건축이
드러내는 이미지이기도 하지만, 주변의 환경과 매개를 이
루는 중요한 공간적인 특징을 드러낸다.
구체적으로 그는 수직과 수평을 사용하여 건물의 매스
가 가지는 무게감을 없애기도 하며, 열주를 사용하여 솔
리드한 면을 없애기도 한다. 또한 수직과 수평이 이루는
구조적 관계를 이탈시켜 각각의 면이 또 다른 방식으로
조합되는 듯한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수직과 수평의 사용은 대체로 입체보다는 면의
성격을 더욱 강조하여, 어떤 면에서는 외피의 장식적 요
소이거나 혹은 내부와 외부의 관계를 조정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치퍼필드에게 있어서 수직과 수평
은 공간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디자인 방법이며, 얇음 보
다는 가벼움을 만들어내기 위한 전략이다.
이러한 전략은 근대건축을 오늘의 환경에서 실현하고
자 했던 그의 의도에서 나타난 것이기도 하며, 또한 환경
속에서 두드러지지 않는 소박하고 세심한 건축을 만들어
나가려는 그의 의도가 빚어낸 것이기도 하다.
참고문헌
1. Chipperfield, David, David Chipperfield: Architectural
Works 1990-2002, Birkhäuser, 2003.
2. Chipperfield, David / Siza, Alvaro / Frampton, Kenneth, /
Rykwert, Joseph, Neues Museum, Berlin, Walther Konig,
2010.
3. Semper, Gottfried, 『The Four Elements of Architecture
and Other Writings』, tr. Harry Francis Mallgrave and
Wolfgang Herrmann,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89.
4. 공간 , 527호, 2011년 10월.
5. El Croquis , No. 87, 1997.
6. El Croquis , No. 120, 2004.
(接受: 2012. 6.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