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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rtheen

Thirtheen
Variation
Variation

열세번의 변주
공;간극
Keuk
SpaceKeuk
Space
Table of Contents 목차

Space Introduction 4 공간 소개

Exhibition List 9 전시 목록

Exhibition Index 144 인덱스


Introduction to the Space Keuk 공간 소개

공;간극 : 서울특별시 중구 세운청게상가 다/라열 301호 Mon-Sat AM 9:00 ~ PM 7:00


Introduction to the Space Keuk 공간 소개

세운청계상가 다/라열 301호에 위치한 ‘공;간극’은 젊은 예술가

들이 자신의 세계 선보임에 있어 그 대상을 확대하여, 미술계 안에서

만의 이해가 아닌 대중의 이해를 구하기 위한 실험공간이다.

‘공간’과 ‘간극’을 세미콜론으로 연결한 이름은 최근 열리는 현

대전시를 바라봄에 있어 느껴지는 거리감을 삶의 현장을 마주보고 있

는 전시장 주변의 환경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지난 2018년 3월을 시작으로 총 13명의 예술가가 사진, 영상, 설

치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한 전시를 선보였다. 전시와 프로그램은

작가의 자발적이고 다양한 협업구조로 운영되었으며, 지금 시대에

서 예술이 사회 안에서 함께 기능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실천하는 것

을 목표하였다.

이번 아카이브는 ‘공;간극’에서 3월부터 12월까지 열린 13명의

작가들의 전시를 하나로 엮어 그동안 공;간극의 활동과 젊은 작가

들의 관심사를 볼 수 있는 자료로써 정리하였다. 이번 아카이브를

통해 작가, 공간, 미술이 어떻게 서로 작용되는지 알 수 있는 기회

가 되고자 한다.

향후 다른 어느 곳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낼 ‘공;간극’은 예술사

적으로 발전하여 대중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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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List 전시목록

Heeza Bahc 박희자


Dongjoon Park 박동준
Jungwon Park 박정원
Seungwook Yang 양승욱
Anbuh 안부
Hyunjeong Kimbak 김박현정
Rihae Jeon 전리해
Yohan Choi 최요한
Seungju Lee 이승주
Euirok Lee 이의록
Naree Lim 임나리
Dongseok Han 한동석
Hyongryol Bak 박형렬
박희자 사물이탈
Heeza Bahc Leaving Independent 박희자 사물이탈

쇠퇴와 구원 사이에서

between decay and redemption

미술사가 그려왔던 유구한 궤적을 다시 되돌아보자. 그 기원과 약속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으므로 예술이 처음에

주술이었고 유희였으며 모방의 다른 이름이었다는 말에 관해서는 침묵해야 할 것이다. 대신 이미지가 다시 부흥의 순

간을 맞이했던 16세기의 어느 시기, 그러니까 조르조 바사리(Giorgio Vasari)가 예술가들을 위한 위대한 연대기를 써

내려간 시점부터 미술사는 순수한 계보를 그리는 배제의 내러티브를 작동시켜왔다. “좋은 것에서 더 좋은 것, 그리

고 최고로 좋은 것”을 향한 이 기나긴 여정에서 빈켈만(John J. Winchelmann)은 오직 그리스 소년 상을 끝없이 찬

미했으며, 리글(Alois Riegl)과 뵈플린(Heinrich Woeflin)은 이질적인 것들이 틈입할 수 없는 순수 시각형식으로서 ‘

양식’이 보편적 범주로 수렴되리라 믿었고, 파노프스키(Erwin Panofsky)는 지향(intentio)의 특수성을 담지한 물질

화된 정신들을 엄격히 제한하면서 이를 아이코놀로지(iconology)로 성문화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색채를 강조한 일련

의 미적 판단으로부터 매체의 특권적 속성으로 이어지는 ‘그린버그 에피소드’가 불순한 것들로부터 미술사를 수호

하는 가장 견고한 서사였음은 물론이다.

그러므로 미술사는 무한한 이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관문이나 입구가 될 수 없다. 차라리 그것은 언제나 이미지

와 경합해 왔으며 오직 이미지를 통제하고 제약함으로써만 스스로를 보존해왔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가장 탁월하고

참되고 아름다운 것들이 서로를 참조하고 때로는 극복하면서 아방가르드의 이념을 계승하는 빛나는 역사 뒤편에 수많

은 이미지의 잔해들이 흩어진 황량한 풍경을 우리는 상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처음에는 조각이, 그다음에는 회화가,

그리고 마지막에는 예술의 특정성을 지지하던 거대 서사가 내부로부터 무너졌을 때, 미술사가는 그의 눈에 비친 대상

이 예술과 사물 사이에서 더 이상 지각적인 차원으로는 식별되지 않으며 유효한 비평의 전거들마저 남지 않았다는 사

실을 인정해야 했다. 미적인 것의 인식 불가능성, 역사서술의 파산, 그리고 이제는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모더니즘 미

술(사)의 죽음이 선언된 것이다.

죽음과 종말에 관한 몇 가지 가설이 전해지고 있다. 그중에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죽음이 언제나 또 다른 시작을

예비하고 있으므로 이후 새롭게 출현한 체계 안으로 아직 이름이 없는 것들이 의미와 해석을 통해 흘러들어와 끝없이

확장하는 광활한 영토를 이룬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도와 관습, 담론으로 구성된 ‘예술계(art world)’를 최종심급으

로 상정하는 이 가설은 여전히 권력의 역학이 작동하고 있다는 의심과 함께 경계 없는 투명성이 종국에 예술 자체를 무

화시키리라는 불안을 내재하고 있다. 보다 흥미로운 이야기는 예술의 영역 밖에서 발흥한 새로운 매체의 출현으로부터

시작되었는데, 니엡스(Joseph Nicephore Niepce)로부터 혹은 다게르(Louis-Jacques Mand Daguerre)에게서 태어

난 사진이 미술과 조응하고 또한 반목하면서 빚어낸 이질적인 서사와 관련된다. 렌즈 기반의 예술(Lens based art)에

서 가장 앞에 놓인 사진은 자신의 생일을 기억하는 최초의 장르이자 수공에서 이미지를 해방시킨 계기이며 명징한 지

표성(Index)으로 현실과 가상을 이중-매개하면서 미술사의 순혈주의를 문란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Art Things_tiles, 105x147cm, Archival Pigment Inkjet Print,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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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eza Bahc Leaving Independent 박희자 사물이탈

최초의 사진은 불분명하고 흐릿하며 마치 여명의 순간을 포착한 듯한 이미지로 남아있다. 이것이 새로운 매체의

분기를 알리는 역사적 형상인지, 시간공포증(chronophobia)에서 우리를 지켜 줄 원시적인 토템인지, 아니면 단지 기

술적 성취의 표상이거나 19세기 풍경의 파편인지는 알 수 없다. 대신 백랍에 역청을 섞은 감광판이 장노출(long ex-

posure)에 그을리면서 만들어낸 창밖의 풍광에는 건물 지붕, 탑, 배나무, 비둘기 집만이 어렴풋이 드러나 있을 뿐이다.

우리는 사진이 원본성과 아우라, 저자성과 같은 순수 예술의 유산들을 와해시키고 전통적인 형식주의로 환원되지 않

는 복수의 특수성(differential specificity)으로 분투하면서 종국에 미술사의 일부가 되었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최초

의 사진에 담긴 대상들은 광학적 예술을 위한 첫 번째 피사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하찮은, 차라리 등가교환의 순환 속

에서 이미 가치를 소진한 사물들이라고 불러야 하는 것들이다. 어쩌면 원래부터 사진은 전시가치나 교환가치에서 탈

각되어 이제는 희미해진 존재들을 잊지 않겠다는 소명을 지니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스러져 가는 구식의 사물들이 빛

나는 강줄기를 이루며 이미지의 세계로 유입되는 다성의 미술사를 사진은 최초의 순간부터 열망해 왔던 것은 아닌가.

오랫동안 회화를 욕망해왔고 리얼리즘의 적자였으며 20세기 미술을 보존하는 기억의 대리자로서 공고했던 사

진은 이제 최초의 피사체들처럼 쇠락해가는 매체가 되었다. 디지털로의 전환 이후 사진의 위상이 얼마나 급진적으로

해체되었는지 더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최초의 사진들은 여전히 인화되고 있다. 사물의 운명과 관계

맺으며 그 마술적 가치를 드러내는 사진들이 구성과 배치를 조율하고 조형성을 실험하면서, 수행성이라는 확장된 차

원과 접속하면서, 그리고 미술사로 들어서는 사물들을 빛의 형상으로 주조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이는 사진을 과거의

매체로 확증하지 않으면서 그 지난 시간들을 회고적으로 소환하고 동시에 나아갈 미래를 개방하는 예언적 차원을 예

비하고 있기도 하다. 최초의 사진들로부터 해방된 이미지의 세계로 이행하는 찬란한 노정을 경험한다면 우리는 오직

쇠퇴에 순간에만 구원이 가능하다는 작은 환희로 안착하게 될 것이다.

이양헌(미술비평)

전기콘센트, 40x56cm, Archival Pigment Print,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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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eza Bahc Leaving Independent 박희자 사물이탈

Installation View
Heeza Bahc Leaving Independent 박희자 사물이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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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준 을지디멘션
Dongjoon Park Eulji Dimension 박동준 을지디멘션

을지디멘션: 기술된 기억, 그리고 감각의 번역

디지털이 구축한 데이터 스케이프는 날로 확대되고 있다. ‘스마트’한 풍경 속에서 새로운 인터페이 스는 인간과 물

리적 거리를 좁혀가며 ‘자연스러워져’ 간다. 인간-기계 인터페이스가 신체의 연장으 로 기능하며 감각을 재편하는

시대. 기술은 기억을 어디까지 재현할 수 있을까? 이때 감각은 어 떠한 번역과정을 거치게 될까?

박동준의 <을지디멘션>은 을지로 3, 4가 사이에 위치한 세운청계상가 건물 안 3층 전시장 공간극 으로 향하는

여러 이동 경로에서의 수집물(오브제, 사운드, 풍경, 그리고 감지되는 분위기)을 조사 하여 가상의 공간으로 재구성한

VR(Virtual Reality) 작업이다. 작업의 배경이 된 을지로는 근현대 산업기술과정과 그 연대기가 압축·집약된 공간이

자 도시재생 관련 이슈로 인해 변화와 잦은 유입 이 이루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곳에서는 과거 유행한 통신,

전기·전자, 음향 기기부터 쓰 임새가 명확히 파악되지 않는 설비, 시스템, 부품들 그리고 간간히 섞여 있는 스튜디오,

카페 등 과 거래가 활발한 목공, 철재와 같은 자재파트가 뒤섞여 익숙하고 낯선 풍경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을지로

를 오가며 발굴된 수집물은 반복적 인지를 통해 저장된 기억들로, 서로 미끄러지고 겹치길 반복하며 여러 시대가 겹

진 기억의 방을 이룬다. 이렇듯 <을지디멘션>에서 직조된 가상공 간은 기억을 매개로 한 감각적 전이 지대로, 그 자체

가 을지로에 대한 사회적 기억이 되길 자처 한다.

VR기기를 착용한 관객은 손에 쥔 컨트롤러를 이용하여 가상의 공간을 탐색한다. 컨트롤러는 공간 을 이동하게

하는 트리거이자, 공간에 놓여있는 평면과 입체로 구현된 을지로의 면면을 당겨오고, 비틀어 보고, 확대하여 살펴보기

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감촉성을 촉발한다. 사진으로 기록된 장면 이 공간 내에서 입체적으로 구조화되면서 일부 공간

은 잘린 단면으로 관객을 마주하기도 한다. 기억 내 다른 구도의 기억들을 들추는 이 작업은 인지되지 못한 장면들을

관객의 것으로 재-기억 화하는 과정을 반복하게 한다. 다시 말해 관객은 작가가 재구성한 복도를 지날 때마다, 곳곳에

놓 인 세운청계상가 내 풍경들을 지나며 전시장으로 오기까지 자신이 스쳐온 공간들을 재인식하여 기억해내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평평한 기억이 입체적으로 끌어올려 지는 순간인 셈이다. 이윽 고 복도의 끝에 도달하면 진공상태에 놓

을지디멘션, VR, 가변크기, 2018 여있는 듯한 전시장을 만나게 된다. 전시장으로의 입장은 또 다른 차원의 공간으로 연결되며, 무중력 상태에 놓여 비

행하고 있는 기억 저변의 사물들을 목 격할 수 있다. 전시장 밖 공간이 기억·풍경의 짜임으로 이루어졌다면, 이 공간

에서는 부유하는 기 억의 산물들을 느슨하게 방목한다. 여기서 어떤 대상을 건져 올릴 것인지는 오롯이 관객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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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gjoon Park Eulji Dimension 박동준 을지디멘션

<을지디멘션>에서 기억의 공간과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하는 이러한 접촉은 액션을 통해 필연적 으로 관객을 접

촉 대상과 만나게 함으로써 사회적 관계를 형성한다. 이곳을 방문한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공동의 경험이 될 수 있

는 풍경들은 작가가 재구성한 공간 내에서 이를 경험하는 인 터페이스의 사용 방식을 통해 개인의 감각을 증폭시킨

다. 사용자의 감각을 ‘자연스럽게’ 연동시키는 컨트롤러는 관객에게 능동적인 움직임을 부여하며, 행동하는 주체

로 작업에 등장시킴으로써 개별 관객을 호명하며 을지로에 대한 공동의 기억을 시도한다. 이처럼 인간-기술 인터페

이스의 매 끄러운 결합은 사용자로 하여금 더욱 확장적으로 감각을 활용할 수 있는 존재로 발현시킨다. 신 체적 감각

과 공간과의 관계 맺기가 균형을 맞춰가는 과정에서 감각은 새롭게 인식·전환되고 길들 여지며, 동시에 확장된다.

개인적 기억과 타자의 기억, 나아가 사회적 기억의 경계지점을 포착하고자 시도한 이 작업은 현 재 우리가 감각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미끄러운 기억들 속에서 기억을 구조화하는 시도 는 공감각적 지각 활용을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이 과정에서 감각되는 것들은 이전에 체감하지 못한 방식으로 감각의 지형을 확장시키며 점점 더 우리 안으

로, 들어선다. 언어화되기도 전에 감 각의 번역을 통해 체화되는 것들. 디지털화된-비물질적 기억의 장면들이 더욱 강

한 물질성을 획득 하는 <을지디멘션>은 동시대 우리가 체감하는 공통의 감각에 대한 은유일 것이다.

안성은(미디어미평)

을지디멘션, VR, 가변크기,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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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gjoon Park Eulji Dimension 박동준 을지디멘션

Installation View
Dongjoon Park Eulji Dimension 박동준 을지디멘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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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원 Flat Light
Jeongwon Park Flat Light 박정원 Flat Light

입체적 평면과 평면적 입체의 현상학

온기를 방사하는 할로겐 조명은 삼면이 유리로 된 정방형의 전시 공간 내부를 가로지르고 바깥으로도 조금 새어 나온

다. 불투명한 붉은 아크릴판을 배경으로 한 작품 하나가 전시장 입구 맞은 편 벽에 걸려 있다. 천장에 매달린 투명 아

크릴판에 부착된 네 개의 홀로그램 작업은 이제 막 입장한 관람객을 비스듬히 향해 있다. 아크릴판에 새겨진 기하학적

인 이미지는 실제 건축을 이루는 여러 부분들을 묘사한다. 이는 마치 부착된 홀로그램의 주위에 해체된 건물을 느슨

하게 재구성한 것 같다. 전시된 작품들은 가볍고 신축성 있는 외피처럼 빛을 입고서 벽과 바닥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때때로, 이리저리 걸음을 옮기며 홀로그램 속 가상 공간을 살피던 관람객이 옆이나 뒤에 걸린 다른 작품을 무심코 건

드릴 때도 있는데 그럴 때면 작품을 관통하거나 반사하는 빛이 만든 그림자도 같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고정된 물리

적인 전시 공간이 유령처럼 부유할 수 있는 존재로 느껴지는 것은 바로 그 순간이다.

《Flat Light》 (공;간극, 2018. 4. 23. - 5.5.)는 공간에 관한 반사식 홀로그램 작업들로 이루어진 박정원의 첫

개인전이다. 이 전시에는 상이한 속성들이 빛과 그림자처럼 쌍을 이루고 있다. 즉, 매체 특성상 광선들 사이의 간섭파

장을 이용하여 과거 특정 시공간을 점유했던 대상을 기록하는 홀로그램 작업은 사진과 같은 지속성과 보존성을 띠면

서도, 개별 주체가 그것들을 마주한 시간, 위치, 전시환경 등에 따라서 각기 다르게 인지될 수 있다는 가변성을 띠고

있기도 하다. 또한, 삼차원적 입체감을 평면에 구현하면서도 아크릴의 물성과 홀로그램 필름의 물리적 제약을 통해 그

입체감이 허상이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다른 한편,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조명 및 작품의 배치와 반복적인 사각 프레

임을 이용해 어떤 지향성과 안정적인 구조를 구축하려는 듯 보이지만, 동시에 투명 아크릴판에 새겨진 곡면과 무언가

쏟아져 내리는 듯 그어진 촘촘한 선들, 원 대상과는 다르게 왜곡되는 그림자 등을 통해 그러한 질서를 흐리기도 한다.
이와 같은 서로 다른 속성들은 회화의 원근법, 미니멀리즘 등의 기존의 미술사적 접근과 가상현실로 대변되는 동

시대 환경의 혼재, 그리고 그것들 사이의 간극을 가시화한다. 기록할 때와 동일한 진동수를 가진 파동을 이용하면 저

장된 홀로그램 상을 재생할 수 있는데, 이는 디지털 환경에서의 대상의 복제 가능성과 원본성의 부재를 상기시킨다.

일례로 <Layer_로또가 되어도 일을 해야 한다>는 3차원적으로 공사현장을 담은 데니슈크 타입 홀로그램 바로 아래

에 원근법이 적용된 계단 이미지를 병치하여 대비시킨다. 시선 방향과 평행한 모든 선들이 고정된 소실점으로 수렴하

는 원근법 회화의 경우 재현된 대상을 정확히 감상하기 위한 하나의 고정된 위치가 존재하지만, 넓은 화각 덕분에 여

러 위치에서도 재현된 상의 입체감을 느낄 수 있는 홀로그램은 감상을 위한 보는 이의 고정된 위치를 전제로 하지 않

는다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홀로그램 상을 가장 왜곡없이 보기 위해서는 특정 반경과 눈높이, 기록할 때와 동일한 조

명의 각도와 같은 제한들이 수반된다는 사실, 그리고 원근법과 마찬가지로 광학 홀로그램을 통해 성취하고자 하는 바

가 평면 안에서의 일루전이라는 사실을 고려해보면 홀로그램을 회화와의 관계 속에서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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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ongwon Park Flat Light 박정원 Flat Light

이 전시의 몇몇 측면들은 미니멀리즘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어느 정도 두께가 있는 아크릴판의 물성 자체가 부각

되고, 관람객이 전시 공간을 가로지르며 설치된 대상을 체험하게 하며, 레이저 커팅기 등을 이용한 기계적인 제작과정

을 거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러나 미니멀리즘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공간, 대상, 관객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이

번 전시에서는 공간 외벽과 전시 대상의 투명성으로 인해서 퍽 모호해진다. 빛을 투과하는 특성이 재료의 물성과 중

량감을 휘발시켜 버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단순한 기본 구성단위가 반복되는 미니멀리즘 작업과 달리 이 전시에 선보

인 작업들에는 서로 다른 시각적 요소들이 일정한 규칙 없이 배치되어 율동감을 자아낸다.

즉, 《Flat Light》는 전근대와 근대의 몇몇 미술사적 양식들에 얼마간 기대어 있으면서도 완전히 기대지는 않

고, 또, 서로 모순된 것처럼 보이는 속성들을 함께 드러내 보임으로써 더이상 이전과 같이 고정된 좌표를 그리거나 읽

기가 어려워진 동시대 미술의 현실을 환기시킨다. 손에 잡히지는 않지만 분명히 실재하는, 빛을 매개로 한, 관념과도

같은, 명확한 지시체가 없는 가상의 공간 안에서 우리는 이내 좌표를 상실한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히게 된다. 조감하

는 시선으로 포착된 <Layer_소란한 B>와 <Layer_일상>의 풍경 속에는 소규모 인체 모형들을 이용해 인간 군상을 보

여주는데, 개개의 구체적인 얼굴을 구별할 수 없는 이들은 공간감을 보다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그 상황에 스스로를 투사해 보기란 퍽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우리는 자신이 ‘거기에 없다(<I am not there>)’는 느

낌을 받게 된다. 그러면서도 눈 앞에 놓인 이러 저러한 공간과 대상을 지각하며 얻게 된 현존에 대한 감각은 혼란과 상

실감 속에서도 ‘나’를 분명히 ‘거기에 있’는 것으로 믿게 한다.

요컨대, 이 전시는, 없음과 있음, 차단과 노출, 가벼움과 중량감, 가상과 실제, 지속성과 일시성, 고정과 유동 사

이를 기웃거리며 빛의 동력을 통해 평면 안의 입체와 평면적인 입체를 지각하는 일에 관한 것이자, 그 복잡한 위상차

를 단순하게 환원하지 않고 마주하려는 어떤 의지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손송이

Layer_ 네모만한 곳은 없다, 520 x 640, Reflection hologram, acrylic,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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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ongwon Park Flat Light 박정원 Flat Light

Installation View
Jeongwon Park Flat Light 박정원 Flat 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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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욱 Glass closet
Seungwook Yang Glass closet 양승욱 Glass closet

실패한 기억 위를 미끄러지는 유리 벽장의 쾌락

‘공;간극’은 2017년 12월 대림상가 초입에 문을 열었다. 통유리벽으로 둘러싸인 작은 공간은 전자 · 음향기기

를 파는 상가 한복판에 있다. 전시공간이 들어서기 이전의 장소는 비슷한 성격의 공간이 아니었을까 예상할 수 있으

나 추측만 가능할 뿐, 사방이 트인 공간은 주위 맥락을 닫아둔 채로 문을 열었다. 여기서 작가는 <유리 벽장(Glass

Closet)>(5.7 - 5.26)을 제목으로 붙여 개인전을 진행했다.

유리 벽은 작품이 기댈 공간을 제공하지 않아 평면 작업을 전시하기에 제약으로 작용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설치

를 모색하는 조건이 된다. 작가는 조립식 행거와 옷걸이로 진열대를 가설하여 ‘벽장’의 단어적 의미에 재치를 가한

다. 예의 옷장들처럼 벽면과 벽면, 그 사이 공간에 사진들을 빼곡하게 설치하여 비교적 많은 양의 사진작업들을 압축

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전시 방식은 흡사 <더 스크랩(THE SCRAP)>이나 노상호 작가의 <pic>를 비교대상으로 떠올

릴 법 하다. 다만 <유리 벽장>은 위의 작가들처럼 판매와 전시를 겸하는 용도보다 공간 활용에 제한조건을 압축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편에 가깝다. 예의 배치는 그간 장난감을 강박적으로 모으고 배열하고 셔터를 누른 작업의 연장선으

로 그려진다. 장난감 가득한 납작한 인화지를 펼쳐놓은 듯한 전시장은 레이어들로 집적되어 있다.

<유리 벽장>에 작가는 사후적으로 소환되는 기억을 소재삼기보다 소재와 배치가 엇갈리는 사이-공간에 쾌락과

유머를 적용한다. 발터 벤야민이 논한 사진술이 세계와 인간 사이 소외로 부터 정치적으로 훈련된 시각에 세부 내용들

을 드러내도록 한다면, 작가는 세계와 인간 사이 소외의 자리에 규범을 비트는 욕망과 쾌락을 적극적으로 투여한 셈이

다. 그간 작가의 사진 작업이 기억과 소재 사이 거리를 유지해왔다면, <유리벽장>은 작품을 올곧이 감상하기 어려울
만큼 작품과 관객 사이 물리적 거리를 극단적으로 좁혀 놓는다. 이는 인화된 장면뿐 아니라 사진의 물성을 강조하고 표

면 위에 가한 변형들에 시선을 고정시킨다. 사진 위에 스티커를 붙이거나, 상들을 파편으로 쪼개고 합성하는 등 가공을

거친 이미지들은 기억과의 조우에 실패하는 때늦은 애도로부터 극적으로 전환하는 듯하다. 잡을 수 없는 기억의 표상

에 천착하기보다 사진의 표면에 즉각적인 변형을 가하는 작업은, 비실체적 기억을 반추하기보다 기억이 구성되는 체제

에, 기억이 시각적으로 환기되고 의미부여되는 시도가 필연적으로 실패하는 지점 자체에 주목하고 개입하는 시도이다.

바로 이 어긋남, 변형되고 실패하고 미끄러지는 자리에 작가는 제 욕망의 정체를 드리운다. 남들은 다 알지만 공

식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며 정체성을 감추는 상황을 일컫는 ‘유리 벽장’은, 거꾸로 모든 기운을 뿜어내지만 외부

에서는 온전히 알아보지 못하는 상황으로 변주되어 나타난다. 이는 성별 규범을 비틀고 패러디 하는 작업에 아는 사

람만 알아보는 동성애적 쾌락, 젠더 위반과 전환의 쾌락을 더한다. 선정적으로 연출된 반짝거리는 이미지를 보고 상

인들이 불만을 표출 했다거나 전시장에 찾아와 성인물 영상을 찾은 이가 있었다는 해프닝은 우연만이 아닌 셈이다.

전시는 말장난과 변형, 패러디와 합성으로 가득하다. 한편으로 성경의 바이블을 ‘B’romance ‘I’s ‘B’oys

DragKens, 30x20cm, Digital Print, 2018 ‘L’ov’E’로 풀어내기까지 머리를 싸맸을 작가의 고충을 읽는다. 국민일보에서 출간한 93년판 <만화 성경- 창

세기편>에 영화포스터 100장을 끼워 넣은 작업은 한국영화의 브로맨스 홍수 속에서 마초 남성들이 반라의 만화 캐릭

2. 발터 벤야민,「사진의 작은 역사」,『발터벤야민 선집2』, 최성만 옮김 (도서출판 길, 2007), p.185. 의 내용을 일부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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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ungwook Yang Glass closet 양승욱 Glass closet

터들과 부딪히며 묘한 기류를 만든다. 성경을 엉성하게 비틀어낸 모습은 애매한 내용과 해석을 필요로 하는 지점들에

개입한다.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 혹은 특정 페이지에 틈입하는 남자의 몸과 얼굴에는 진지함이라는 것이 폭발한다.

하지만 만화책과 병치된 극단적 진지함은 외려 그의 얼굴을 우습게 만든다.

동성 성애의 이미지들은 곧이 곧대로 시각화되기보다 일련의 변형과 가공을 거치는데, 그 과정에 작가는 젠더 규

범과 표현을 의도적으로 어긋내고 미끄러지며 골계(滑稽)의 감각을 펼쳐놓는다. 전시장 둘레 통유리에는 메이크업 어

플 로 화장한 남자 모델의 인형을 맨 얼굴 이미지와 앞뒤로 맞대어 놓았다. 온라인 대전 액션게임 ‘코즈믹 브레이크’

의 남성적 캐릭터 ‘드라켄’을 ‘드랙하는 켄(<DragKen>)’으로 둔갑시켜 놓는가 하면, 심각한 표정의 영웅 캐릭

터들을 조작해 성교하는 모습을 연출하거나, 구글링한 이미지들을 확대하고 쪼개어 배치함으로써 성적 상상력을 높인

다. 영웅 시리즈 장난감들은 극대화된 남성성을 표현하지만, 여기서의 남성성은 정전과 표준을 설정하고 따르기 보다

주관적이고 때론 작위적이기까지 하다. 남성 히어로들은 인어와 외계인의 모습이고 강철 인간과 거미 인간, 스머프와

괴수의 모습을 하고 있다. 다양한 캐릭터 속에 남성성의 스펙트럼은 넓어지고 그만큼 인공적인 속성이 부각된다. 더욱

이 대량 복제된 장난감은 원본으로부터 축소되고 열화된 모습을 갖는데, 그 사이 남성성은 우스꽝스러워지고 조작 가

능한 코드로 번역된다. 대량생산된 장난감들의 양적 압도는 <Play Toy>에서 다양한 체위의 합으로 변주된다. 작가는

캐릭터 모형들을 짝지어 굳이 성교 자세를 연출한다. 어둠 속 저마다 플래시 터뜨린 사진은 확대인화되어 수십 장씩

나란히 전시된다. 눈치 빠른 관객들이라면 플래시에 비친 줌인 된 형상으로부터 어둠 속 성교가 들켜버린 듯한 효과를

읽어내며 밤중에 도시의 후미진 장소를 배회하며 크루징하는 풍경 내지 게이사우나의 공간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최초의 인간과 최초의 죄인, 최초의 남성으로부터 시작된 수다한 영웅들에게 남성 동성 성애적 욕망을
강하게 투여한다. 기존 의미 체제를 비틀어 동성애적 쾌락을 이끌어내는 것은 오랜 퀴어 재현의 비생산적 생산, 선적

서사성을 파열시키는 시간성을 관통한다. 동성애를 드러내고자 이성애 중심주의의 성별이분법적 젠더 표현을 소환하

는 방식은 기존 재현의 전형적인 코드를 따른다. 동성애적 욕망은 이성애적 재현 체제에 교란과 전유의 전략들을 통

해 발화되는데, 욕망은 욕망 자체의 이름보다 비켜서고 짜깁고 이접하고 패러디함으로써 표현되는 것이다. 여기에 작

가가 쾌락을 표기하는 대상이 공장제 대량 생산물이고, 그마저 사진을 통해 사물의 무게마저 압축시키는 점은 전통

적 재현 위에 새로운 가지를 친다. 작가에게 쾌락은 일회적이고 변형 가능한 소재들을 통해 발현한다. 이는 동시대 정

신 분산적 쾌락의 일면을 보이는 동시에, 쾌락의 소재가 부재하는 기억에 천착해온 그간의 작업을 반전시킨 결과물

임을 상기시킨다. 사라진 자리를 기록하는 아이러니는 이제 기억을 구성하는 지배 규범으로부터 구멍을 내며 무게 없

는 변형 가능성을 만개한다.

작가는 사진 속 장난감들에 동성애적 함의를 끼얹는 것에 나아가 설치물로서 사진 자체를 관찰자에 밀착시킨

다. 이미지를 읽기 위한 거리가 전시에는 확보되지 않는다. 이는 평면 이미지 자체를 오브제로, 공간을 구성하는 건

축술로 확장하는 작가의 의도 속에 전시 공간이 어떤 함의를 갖는지 묻도록 한다. 관객들은 작품을 전시한 공간의 장 PlayToy, 30x30cm, Digital Print, 2018

소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투명한 유리벽이 둘러싸인 전시공간은 임시 점유지에 가깝다. 사진을 비닐에 넣어 진

열하는 방식은 기본적으로 조립식 행거와 같이 임시방편의 성격을 부여한 사진 보호 차원의 장치이지만, 동시에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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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ungwook Yang Glass closet 양승욱 Glass closet

품과 관객의 스킨십을 열어놓는다. 여기서 사진은 개별 작품인 동시에 사진과 사진이 밀착하고 관객의 몸과 부대끼 장소와 이격된 채 나란히 배치된 풍경, 기억과 별개의 소재들을 배치하는 방식은 공간을 일시적으로 점유한다.

는 일종의 몸으로 해석을 확장한다. 비닐 포장지는 작품을 보호하고 진열하기 위한 용도 외에도 콘돔과 세이프 섹스 그 속에서 낯선 풍경은 이국성과 유흥으로 다시 쓰일 것이며, 다시금 기존의 질서에 의해 밀려날 수 있다. 이름을 부

를 어렵지 않게 연상케 한다. 사진과 관객의 몸이 접촉하는 것은 비닐 포장지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기도 한 셈인데, 여 받지 못했던 쾌락이나 뒤늦게 의미부여 된 기억은 매혹적인 소재로, 타자로 호명되고 착취된다. 쾌락은 탈성애화되

이는 과거 HIV/AIDS위기에 콘돔을 섹시하게 부각한 캠페인의 언어를 환기한다. 동성애적 맥락으로 접근 가능한 독 고, 자본의 관성이 취할 수 있는 모습으로 길들여진다.

해는 앞서 배치의 유사성을 들어 언급한 다른 작가들의 작업들로부터 차별성을 갖도록 한다. 유리벽과 비닐 포장지 하지만 화면을 점하고 장소를 점유하는 에너지들은 한 화면과 장소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개발과 성적 보수주의

는 속을 그대로 노출하지만 동시에 빛을 반사하여 시야를 방해하는데, 이는 유리벽장이 갖는 은유의 연장으로도 읽 정책에 의해 강제로 밀려나고 망각된다 해도 화면 가득 채운 장난감들은 화면에서 화면을 옮겨 다니고, 쾌락의 기표들

음 직 하다. 촘촘하게 작품이 진열된 전시장 안을 관객들이 지나다닌다. 가설된 진열대에 반복적으로 배열된 사진들 은 인화지에 넘쳐날 것이다. 욕망을 투여한 사진 작업으로부터 게토의 공간을 끌어내고 이를 바깥으로 확장 하듯, 착

로부터 간신히 동선을 확보하지만 결국 작품과 부딪히고 피하며 스킨십이 이뤄지는 상황은 게이 클럽 내지 게토의 분 취되고 밀려나고 길들여지길 강요당하는 중에도 이미지들은 어떤 아우성을 치고 있다. 이는 포착에 실패한 개인의 기

위기와 강력하게 연결된다. 억으로부터 집단의 쾌락으로, 공동체의 장소성으로 이어지는 궤적을 그린다.

투명한 벽과 옷장 안에 가득 매달린 사진 작업은 하나의 설치이자 가설 건축이기도 하다. 전시는 전시장 너머 퀴 그런 점에 그의 전시 <유리 벽장>은 멈추지 않고 비빌 자리를 확보해가며 불안정한 쾌락을 지속적으로 남기는 작

어 장소성을 둘러싼 해석의 폭을 넓힌다. 투명하지만 반폐쇄적인 공간, 투명하게 닫힌 전시공간은 수십년 동안 주변 업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기억 불가능성의 표상을 차분히 담아낸 이전의 사진술로부터 합성과 교란을 통한 쾌락으로

음향기기를 파는 상가의 풍경에 부조화를 이루며 다른 풍경을 만든다. 과하게 화장한 남자 인형들의 모습에 상인들은 이동했다면, 사진의 두 극이 한 장소에 교차하고 포개어지는 모습은 보다 다양한 이미지의 층들을 만들 수 있지 않을

불편을 표현할 정도로 전시는 내부공간을 보호하지만, 동시에 외부 시선을 유혹한다. 좁은 공간 겹겹이 매달리고 배열 까. 실패한 기억과 애도가 쾌락에 포개진 모습은 어떤 얼굴을 하게 될 것인가.

된 사진들은 과거 전시공간 근처 을지로와 신당의 오랜 게토로부터 지금의 종로까지 게이 하위문화의 골목에 오버랩

한다. 더불어 전시의 일시적 이벤트는 익선동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제 장소에 이름을 붙이지 못하고 사장될 위기에 처

한 게이들의 공간에 가 닿는다. 사방에 투과되지만 고립된 공간 속에서 이뤄지는 전시는 개발이 번복되고 도시 재생

과 복원으로 거듭되는 장소에 거듭 시민의 이름을 박탈당하고 배제되는 상황 위에 한시적으로 장소를 점하는 최근의

시도들을 환유한다. 임시적으로 들어왔지만 결국 재생의 일환으로 또는 개발의 명목으로 젠트리피케이션에 가담하

고, 의미의 관성 속에 밀려나지만 그럼에도 이름을 남기기 위한 쾌락적인 노출은 이 도시에 어떤 자국을 남길 것인가.

3. 그의 사진술은 기억을 물신화하는 텅 빈 사물을 그대로 담기보다 기억의 부재를 상기하는 효과를 필사적으로

드러냈다. 기록하고 수집하고 배열하는 강박적 수행의 무게는 다시 셔터를 눌러 평면으로 차원변경하는 건조하고 쿨

한 작업이 되기도 한다.

<유리 벽장> 은 기억과 기억 불가능성의 기록으로서 사진술을 바탕으로 작가가 자신의 욕망을 드러낸다. 이번 전

시를 통해 작가는 실패한 기억의 빈자리로서 사진에 쾌락의 징후를 비춘다. 나아가 사진을 바탕으로 유리 벽장의 공

간을 만들고 이를 서울 게이 커뮤니티의 물리적 장소성에 비평적으로 교감한다. 기억과 쾌락의 불안정성을 평면의 작

업으로 남기는 작업은 도시 공간 하위 주체의 장소 해석으로 확장한다. 불안정하고 취약한 상황 속에 작가가 포착하
는 것은 포착 불가능한 기억도, 또는 기억의 향수도 아니다. 오히려 그가 포착하는 것은 장소를 불안정한 쾌락의 얼굴,

또는 불안정하기에 보다 섹시할 수 있는 유리 벽장의 감각이다.

3. 단적으로 종로 익선동은 낙원동은 서울시 주도의 도시재생사업지역으로 꼽힌다. 하지만 창덕궁 앞부터 종로3가 일대를 아우르는 서울시의 역
사인문재생계획을 보면 귀금속, 국악, 익선동 한옥마을 등을 기존 종로3가 구성 요소로 고려하면서 게이 커뮤니티에 대해선 언급이 없다. ‘핫플레
이스’ 된 익선동 일대 가게들이 고민하는 이유, <한겨레>, 2017. 8. 16. 등록. 링크: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
al/807071.html. 한편 익선동 일대에 음식점들을 운영중인 글로우 서울은 종로 3가에 성소수자의 역사와 현재를 기억하기 위한 취지에서 5월 26
일 익선동 일대에 ‘익선동 야간개장’을 진행했다. 행사 취지의 글은 다음의 링크를 참조: https://www.facebook.com/GLOWSEOUL/photos
/a.707237252742707.1073741828.706906612775771/1295408630592230/?typ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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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ungwook Yang Glass closet 양승욱 Glass clos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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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ungwook Yang Glass closet 양승욱 Glass clos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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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 커튼콜
Anbuh Curtain Call 안부 커튼콜

안부는 말이나 글로밖에 할 수 없는 존재 묻기의 방식으로 《현재전시》에 참여했다. 그의 <만나게해주쇼 [아빠편]

〉은 아빠를 나의 아빠가 아닌 독립된 객체 그로 바라보고, 처음 만나는 타인을 알아가듯 아빠에 대한 정보를 탐색

해나가는 작업이다. 작가는 리서치 형태의 설문/지에서 시작하여 이미지, 영상, 사진으로 존재 묻기를 다각화한다.

먼저 안부는 자기 작업의 이유와 의미를 서술하고, 아빠에 관해 묻는 약 100 개에 달하는 문항을 작성했다. 한

인간 존재를 알고 이해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두툼한 문장으로 구체화되었다. 작가 자신이 만든 설문지이지만, 자신

이 답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염두에 두진 않았다. 그렇게 완성한 설문지에 작가가 스스로 답을 적고, 아빠에게 이 설

문지를 건네 오답 체크를 받았다. 작가는 정답을 확인하는 과정을 영상 작품 〈그:대화〉에 담았는데, 이 영상에는

두 부자 사이의 거리감, 어색함, 불편함이 그대로 드러난다. 한 뼘 아래로 가까워지지 않는 부자의 어깨 사이의 거리,

마주 보지 않고 나란히 앉아 서로를 힐끗 보는 어긋난 시선, 습관대로 버럭할 뻔했던 감정을 누르는 잔숨들에서 아들

과 아버지라는 어려운 관계가 감지된다. 작가가 〈만나게해주쇼 [아빠편]〉의 서두에 담담히 밝히는 작업 실행의 이

유가 전해지는 대목이다.

안부는 《현재전시: Speaking Text》에서 일차적으로 직접 작성한 설문지와 영상을 제시하지만, 다른 방식으

로도 그(아빠)에 대한 정보를 수집·전달하고, 소통을 시도한다. 더욱이 이 과정을 자기 혼자만의 시도와 만족으로 남

기지 않고 다른 이들도 참여하게 함으로써 작업의 의미를 확장한다. 이를테면, 그(아빠)가 아빠가 아닌 오롯한 그였던

젊을 적 사진을 진열하고, 동일한 방식으로 설문지를 작성한 작가 지인의 설문지도 액자로 걸었다. 전시장을 찾아오는

관람객에게는 디자이너와 협업하여 그래픽 이미지로 제작한 설문지를 건네 직접 그의 존재 묻기에 참여하기를 권한다.

안부는 본래 본인의 감정에서 출발해 사진을 둘러싼 환경에 대한 고찰을 사진으로 표현해왔다. 그러나 《현재전
시》에서는 압축적일 수밖에 없는 사진을 잠시 내려두고 텍스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다른 참여작가들과 달리 픽

션을 배제했고, 글이라는 매체가 가지는 전달력, 설득력, 그리고 읽고 쓰는 시간을 할애함으로써 발생하는 집중과 참

여에 초점을 두었다. 이렇게 아빠로 대변되는 가깝고도 먼 관계에 다가서 소통을 시도했다.

《현재전시: Speaking Text》도록 중〈지금, 여기에 이어지는 고리들에 대하여〉에서 발췌

임나래(독립큐레이터)

오롯한 당신Before I was born, 가변크기, Archival Pigment Print,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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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buh Curtain Call 안부 커튼콜

그대화The Conversation, 10분 37초, 단채널영상,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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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buh Curtain Call 안부 커튼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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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현정 스케일그레이스케일
Hyunjeong Kimbak Scale Graysacale 김박현정 스케일그레이스케일

콘크리트와 사진 사이

여러 응모작 중 김현정의 사진이 눈에 띈 것은 피사체의 물성에 대한 탐구와 사진이라는 매체에 대한 연구가 서

로 상응하며 하나로 수렴했기 때문이다. <무용지물>(2016-) 연작은 담벼락이나 주차장의 표지석, 계단, 벽과 벽이 만

나는 모퉁이 등 주거 공간 주변의 사소하고 흔한 대상을 섬세한 눈으로 포착한 작업이다.

집에 곰팡이가 슬기 시작한 경험을 계기로, 작가는 사물도 생물과 마찬가지로 생로병사를 겪으며 모종의 신호를

보낸다고 생 각하게 된다. 사물의 신호는 시간이 지나며 세월이 스며든 흔적으로 나타났고, 작가는 이를 응시하기 시

작한다. 작업의 출발 이 집이었기에 포착한 대상은 자연스럽게 일상의 소외된 주변부가 다수였고, 그것들은 대개 콘

크리트로 만들어진 것들이었 다. 콘크리트와 사진의 연결은 이렇게 시작된다. 콘크리트의 흔적을 세심히 담던 작가는

문득 콘크리트와 사진이 닮았음을 인 지하게 된다. 유동체로 시작해 고체로 변하는 콘크리트는 타설된 후 마르는 시

간을 요한다. 이 시간동안 물질에 가해진 외부 의 개입은 고스란히 재료 내부에 각인된다. 작가는 콘크리트의 이러한

속성에서 노출시간이 긴 사진을 떠올렸다. 대상의 흔 적을 담아내는 콘크리트의 특징은 피사체를 전사하는 사진의 지

표적 속성과 본질적으로 유사하다. 다만 재료가 굳는 일정 시 간을 요하는 콘크리트의 경우 대상의 각인에 대개 찰나

의 시간을 요하는 사진과 달리 지속의 시간성을 가진다. 하지만 장노출 사진처럼 연속적 시간을 요하는 사진이라면 콘

크리트의 특징에 훨씬 가까울 것이다.

시간의 흔적이 새겨진 콘크리트를 찍은 사진은 형식과 내용이 합치되는 명료한 쾌를 불러일으킨다. 여기서 대상

은 기능을 지 닌 구체적인 물건이 아니라 물질과 표면으로 다뤄진다. 벽면이라는 표면과 사진이라는 표면 위에서 물

질과 이미지가 어떻게 발현되는지에 대한 형식 실험이라고 할까. 이때 콘크리트 벽이 대부분 페인트가 칠해진 표면이

라는 점은 회화적이라는 작업 의 인상과 묘한 조응을 이룬다. 콘크리트가 갈라진 금을 따라 페인트가 들떠 색감이 달

라지거나 갈라진 곳을 메우려고 덧칠을 해 색이 진해진 벽면의 무늬는 캔버스 위에 그려진 추상 회화를 연상케 한다.

비바람에 바래어 옅어진 중간 톤의 색들이 미묘 하게 변주되는 사진의 담백한 질감은 거의 보정을 하지 않은 스트레

이트 사진임에도 마치 물감이 얇게 덧발려 은은하게 계조 가 생긴 캔버스 표면처럼 보인다.

물질과 매체를 잇는 실험은 최근 열린 두 개인전에서 심화된다. <<공구리를 위한 준비운동>>(2017)은 사진 매체

를 넘어 다 른 표면들로 물성 실험을 확장시킨다. 여기서 콘크리트는 캔버스 위에 실제로 발리기도 하고, 사진으로 찍

히기도 하며, 종이 위에 프로타주되기도 한다. 매체가 다변화되면서 매체에 따른 물성 차이는 훨씬 명확해진다. 캔버

스 위에 발린 콘크리트는 중량을 지닌 물질 그 자체지만, 사진이라는 장치를 거치면 양감이 빠지면서 표면 질감이 두

드러진다. 콘크리트 표면을 프로타 주한 후 스캔과 포토샵을 거친 프린트가 실제보다 훨씬 거칠어지는 것 또한 매체


를 거치며 생긴 변형(선택과 강조에 따른 입 자감의 강화)의 결과다.

<<공구리 프리퀄>>(2018)에서는 <무용지물>에서 출발한 사진과 콘크리트의 연결을 조금 더 진척시킨다. 여기서

작가는 콘 크리트를 갤 때 적정 농도를 찾는 과정을 사진에서 적정 노출을 찾는 그레이 스케일과 접목시킨다. 그레이

스케일에 따라 명 도를 달리하며 인화된 사진, 그레이 카드 자체를 찍은 사진, 사진 한 장이 그레이에 대한 자기 반영

적 모색이기도 하다. 그 진 지한 모색이 길게 넓게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문혜진 (사진이론가)

Postit, 65x90cm, Archival Pigment Print,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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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jeong Kimbak Scale Graysacale 김박현정 스케일그레이스케일

Printed#35, 21cmx29.7cm, Frottage, 2018 Scalegrayscale#5, 50x70cm, Archival Pigment Print,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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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jeong Kimbak Scale Graysacale 김박현정 스케일그레이스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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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jeong Kimbak Scale Graysacale 김박현정 스케일그레이스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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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리해 두려운 밤 시간에 너는 나를
Rihae Jeon 두려운 밤 시간에 너는 나를 전리해 두려운 밤 시간에 너는 나를

모호한 심경을 자아내는 장소에 대한 시선은 작가 전리해의 작업들 속에 일관되게 관통한다. 존재하나 어쩌면 지

금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은 것, 그것은 도시의 섬으로 남겨져 있거나 혹은 오랜 시간을 먼지같이 품고 있는 장소들이

다. 그는 이것을 낡은 벽면에서 찾았고, 개발되지 않은 동네에서 찾았고, 새로울 것 없는 퇴색한 공원에서 찾기도 하였

다. 방치된 듯한 수풀 속에서도 그의 행보는 여전했다. 그의 작업은 주마등처럼 변이되는 도시/개발 속에서 불연속적

인 단층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허물어질 듯하고 낡은 시간을 품고 있는 주변부를 향해 왔다.

이 전시의 모티브가 된 ‘자갈마당’(대구 중구 도원동 소재), 100년을 이어온 대표적인 성매매 집결지다. 장소

성 자체가 도시의 주변부로 다뤄지는 그 이상으로 예민한 의제들을 에워싸고 있음을 알기에, 행여나 소재나 장소를 대

상화한 것으로 섣불리 오해될까 우려된다. 밝혀두건대, 작가는 3년여의 시간 동안 꾸준히 장소를 리서치하며 스스로

에게 다가온 혹은 습윤 되었음 직한 내용들을 수집해왔다. 무엇보다도 그 장소에 대한 역사적 맥락을 파악하면서 현

재의 추이까지 관심을 잇고 있으며, 그가 그렇게 힘주어 움직였던 순간들이 나에게는 깊숙이 각인되어 있다. 이번 작

업들을 통해서 내가 그에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장소를 에워싼 특정한 ‘상황’과 주제를 발견하는 과정에서 그의 태

도였다. 습관적으로 산책을 통해 우연한 마주침/발견은 물론, 사생 활동으로서 그의 관심이 묻어있는 장소들을 적극

적으로 찾아 나서기도 하고, 문득 의문점이 있으면 그 의문을 해결할 때까지 파고드는 집중력이 있었다. 그리하여 그

가 포착하고 생성해온 장면들은 방치, 버려짐 내지는 어두움의 이면을 품고 있었고, 잔잔하면서도 극적이고 안온하면

서도 그로테스크했다. 양가적인 정서로 말미암아 미묘한 생각이 잊히지 않는 것이다. ‘상황’은 대면을 통해 사건이

벌어지는 현재성에 맞닿아 있으며, ‘산책’은 관찰자로서 사건/타자와의 거리를 조율하게 하는 호흡을 내어준다. 그

간 그가 다뤄온 주변부의 이야기들은 ‘산책’을 통해 시선의 머무름을 견지한 것이었다. 더불어 이번 전시에서는 장

소의 이야기들에 개입하는, ‘상황’적 시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갈마당’이라는 긴 서사 속에서 그가 주목한

것은 어쩌면 사람-주변부에 놓여진/성매매 경험 당사자-의 이야기다. 그는 당사자를 주인공으로 하여 만든 픽션작업

(비디오, 소설)을 통해 그것은 마치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았던, 그 장소와 삶을 상기하게끔 하는 구체적인 상황들을

만들어내었다. 또한 자갈마당 내외부를 기록해왔던 사진 이미지들을 통해 그들 삶을 은유하는 듯한 장면을 구성해내

고, 이를 통해 상황을 연상하게 함으로써 장소를 증명해낸다.

이 전시에서 우리는 자갈마당의 서사를 담지한 듯한 누군가의 읊조리는 이야기를 마주하면서 복잡다단한 심경

을 갖게 될 것이고, 동시에 왠지 그 읊조림의 끝에 어떤 대답을 해야만 할 것 같은 불편함을 갖게 될 수도 있다. 그저

환영과도 같았던 무엇이, 어쩌면 그제야 감각에 새겨지는 것일 지도 모른다. 환영이 흔적으로, 흔적은 상황을 통해 현

재에 놓여있음을 증명하면서.

최윤정(독립큐레이터/미술비평)

자갈마당 Ja-gal-ma-dang, 297x210mm, Digital pigment print, 2016-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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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hae Jeon 두려운 밤 시간에 너는 나를 전리해 두려운 밤 시간에 너는 나를

자갈마당 Ja-gal-ma-dang, 297x210mm, Digital pigment print, 2016-2017


태연한 기울기 , 297x420mm, Digital pigment print, 2015-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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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hae Jeon 두려운 밤 시간에 너는 나를 전리해 두려운 밤 시간에 너는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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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hae Jeon 두려운 밤 시간에 너는 나를 전리해 두려운 밤 시간에 너는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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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요한 비선형
Yohan Choi Nonlinear 최요한 비선형

Nonlinear

1. 이유를 알아보겠다고 떠났다. 궁금하기도 했지만 직접 걸으며 이유를 알아 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었다. 아니다,

어쩌면 나의 이유는 변명일 수도 있다. 단순히, 걸으면서 속도로부터 해방되고 싶었다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익숙해진

속도로부터 메말라가는 감정이 나를 비틀어버린다고 느꼈었다.

2. 순례길의 출발지에 도착하자마자 순례자 사무소에서 크레덴시알을 받고 알베르게로 향했다.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알베르게에 짐을 풀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와이어 자물쇠로 단단히 묶어놓았다. 밖으로 나오니 수많은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이 중에 어느 정도가 순례자일까? 출발지의 첫인상은 상업성을 물씬 풍긴다는 것이었다.

3. 이유가 왜 궁금한 것인지에 대해 질문을 해 보았다. 이유를 찾아보겠다고 떠나왔지만, 이유가 왜 궁금한 걸까? 이

상태로 이틀을 걸었다.

4. 커다란 카메라를 메고 걷는 탓일까. 길 위의 사람들이 하나둘씩 다가와 말을 걸기 시작한다. 개중에 나처럼 카메

라를 들고 길을 걷는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은 어떤 이유로 왔을지 궁금해졌고, 나는 그를 몰래 몇 컷 찍어댔다. 함께

몇 시간을 걷고 난 뒤에 길을 걷는 이유를 물었다. 자신의 아내가 시한부의 삶이라고 했다. 아내의 몸이 좋지 않아 이

길을 너무나 걷고 싶은데 걷지 못한다고 그래서 자신이 이 길을 걸으면서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하여 보여주고 싶다고.

극적인 소재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숙소에 도착한 뒤 나는 그의 사진을 지웠다.

5. 굳은살을 뜯어냈는데 내 시간의 일정 부분을 뜯어낸 것 같았다.

6. Arzua가는 길. 어느 시골을 지나가다 음료를 마시면서 길바닥에 앉아 쉬고 있었다. 목발을 사용하시는 할머니가

힘겹게 걸어가시는데 옆에서 함께 걸으시던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번쩍 업고 길을 걸어가셨다. 이 광경을 조용히 지켜

보는 순간이 참 좋았다. 사진을 찍지도 영상을 찍지도 않았다. 참, 좋았다.

7. 긴 길을 걸어서 나의 허물을 벗겨냈다면 얼마나 좋을까? 길을 걸음으로써 많은 것들을 성찰할 것이라는 나의 예상

은 정확하게 빗겨나갔다. 단순히 나는 땅 위의 길을 걸었을 뿐이었고 큰 성장이라거나 성찰은 없었다. 다만 저녁 거리

를 생각하고 다음 날은 어디까지 걸어야 할 것인지를 생각했었고, 꽤 힘든 길임을 자각했을 뿐이었다. 꾀를 부려볼까

하다가도 그저 성실히 묵묵히 걷다 보니 길은 끝났고 난 산티아고에 도착해있었다. 덤덤한 도착이었다.

Nonlinear_Antoine01, 100X150cm, Archival Pigment Print, 2018

84 85
Yohan Choi Nonlinear 최요한 비선형

8. 그래서 내일은? 갑자기 할 일이 사라져버린 기분이었고 부랴부랴 다음 목적지를 생각하기에 바빴다. 한국에 있을

적에도 ‘내일은 무얼 할까’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이 질문은 나를 계속해서 찔러대는데 쉽사리 고쳐지지 않을 것

이라고 짐작한다. 한국에서의 습관이 굳은살처럼 깊게 박혀있었다. 허물을 발견했다.

-채집한 이유와 장면을 살펴보니 애초부터 거대한 맥락에 속하지 않은 것들로 뭔가를 엮어보려는 심상이었던 것 같

다. 이 작업은 내 행위의 도큐멘트임과 동시에 순례길을 걷는 다양한 이유를 가진 인간군상의 도큐멘트이다.

최요한

Nonlinear_Antoine, 30X40cm, Archival Pigment Print,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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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han Choi Nonlinear 최요한 비선형

Installation View
Yohan Choi Nonlinear 최요한 비선형

90 91
이승주 Sewoon Sekai
Seungjoo Lee Sewoon Sekai 이승주 Sewoon Sekai

특정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공간은 일종의 아우라를 지니고 있다. 그런 아우라는 완벽하게 낯설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기억 속의 무언가를 건드리고 자극한다. 거기서 떠오르는 이미지는 현실을 그대로 재현한 것도, 완벽하게 동

떨어진 것도 아닌 연관성 있는 ‘다른 이미지’ 이다. 왜곡되었지만 (혹은 그렇기에) 아름다웠던 지난 기억들이 반영

된 세계는 현실과 망상의 중간쯤 위치하게 된다. 그런 경험을 하고 있는 나는 세계와 이(異)세계의 사이에 존재한다.

본인은 현실세계 안에서 개인이 가질 수 있는 대안적인 세계관을 구축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하고 있으

며, 이는 일종의 파생실재와 관련한 연구이자 실험이다. 전시에서는 pixel과 cell과 layer의 범벅이었던, 왜곡되어 망

가지고 비틀어졌지만 거부할 수 없는 아우라를 지닌 대상이었던 과거의 문화적 경험에 대한 기억을 현재의 세운상가

와 을지로에 투영하는 시도를 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전시가 열리는 세운상가 일대를 관찰하고 기록하고 해체하

고 재조합 하는 것을 시도하며, 과정의 결과물들을 전시를 통해 제시한다.

sewoon sekai, 150x150cm, Inkjet Print,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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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ungjoo Lee Sewoon Sekai 이승주 Sewoon Sekai

sewoon sekai_dungeon, 20분, 단채널 비디오, 2018


sewoon sekai-pixel, 30x30cm, inkjet Print,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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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ungjoo Lee Sewoon Sekai 이승주 Sewoon Sekai

Installation View
Seungjoo Lee Sewoon Sekai 이승주 Sewoon Sek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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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록 텔레 이미지 베타
Euirok Lee Tele Image Beta 이의록 텔레 이미지 베타

안녕하세요?

저는 기계장치가 만들어내는 이미지에 흥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현실을 대상으로 재현된 이미지가 담고 있는 것이 무

엇인지 그리고 이미지를 보게 되었을 때 무엇을 인식하는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근대의 현실 인식 방식은 직접적인 자신의 눈 또는 언어 체계 안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사진과 영상의 발명 이

후, 인간의 경험체계 특히 시각적 인식체계는 전혀 다른 세계에 들어가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눈앞에 있는 것

은 현실 세계이기 이전에 카메라라는 필터를 통과한, 또는 하나의 기계장치를 거친 이미지와 맞닿는 경우가 늘었습

니다. 시각적 감각의 변화는 무엇을 초래할까요? 이미지가 현실을 대체하고 현실 세계는 이미지의 뒤에 숨는 건 아

닐까요? 그렇다면 이미지의 구조나 이미지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면 이미지 뒤에 숨은 현실 세계가 눈앞에 서게 될까

요? 거기서 작업은 시작됩니다.

이미지의 구조와 제작 과정을 연구하던 중, 관측 천문학을 작업의 입구로 삼은 이유는 천문학에서는 이미지나 시각의

시작점인 빛을 좇고 연구하는 데 있습니다. 천문학이 우주를 관측하는 학문이지만 가장 흥미로운 것은 137억 년 전 빅

뱅의 이미지를 볼 수 있게 되면서 연구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우주 탄생 시기의 빛을 관찰한다는 것은 SF영화에서 나

오는 얘기 같지만, 망원경과 광학기술의 발달로 멀어져 가는 과거의 빛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관측 천문학에선 빛과 이미지를 분석하여 인류의 기원과 우주의 시작점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연구합니다. 관측자와

연구자들은 빛(이미지)에서 무엇을 보고 있는지 그들이 근원적 이미지를 좇는 방식을 따라가다 보면 이미지의 본질에

대해 알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습니다. 멀리 있는 이미지를 통해 근원을 탐구하는 방식을 보고 배울 수 있다면 현

재의 이미지에 대해 알게 되지 않을까 하는 가설을 세운 것입니다.

입구만 있고 출구는 어디가 될지는 모릅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Data Image_Wide-field image of NGC 3256 (ground-based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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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irok Lee Tele Image Beta 이의록 텔레 이미지 베타

Tele Image_still image_05, 15min, Two Channel Video, 2018


Euirok Lee Tele Image Beta 이의록 텔레 이미지 베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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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irok Lee Tele Image Beta 이의록 텔레 이미지 베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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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리 Transient
Nari Yim Transient 임나리 Transient

이주와 정주의 사이에서

자신이 속한 세계에 대한 감각은 무의식적으로 몸에 남아 훗날 우리가 다른 세계로 옮겨 간다 해도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임나리의 첫 개인전 《A Sense of Homeland》는 이주를 경험한 사람들의 이러한 잔여감각을 다루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이들은 서로 다른 국가의 ‘사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이주한 국가의 언어, 사고방식, 풍

습 등에 이질감을 느끼면서 어디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하거나 모든 곳에 속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실제로 어린 시절 필리핀으로 이민을 간 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경험이 있는 작가에게 이 같은 자기 정체성의 문제

는 중요한 것이었다. 이에 그녀는 최근 삼 년여간 자신과 마찬가지로 익숙한 공간을 떠나 있는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이를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해왔다.

전시장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보게 되는 작업은 <In Between> 연작이다. 임나리는 자신의 실제 ‘이방인’

친구들을 대상으로 각자가 경험한 서로 다른 두 문화권 간의 차이에 대해 말해줄 것을 요청한 다음 카메라 렌즈를 매

개로 이들과 일대일로 눈을 맞춘다. 프레임 속 인물들은 경직되지 않은 자세로 자연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으며, 세로

축의 십 분의 일 정도 되는 여백 아래에 가득 담긴다. 또한, 네댓 개의 초상 사진이 전시장 벽에 간격 없이 서로 붙어

있어 이들이 직간접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요컨대, 이 작업들에서는 보는 이와 보여지는 이 사

이의 심리적인 거리가 꽤 좁은 편이다.

그런데 작품 제목에 부연 설명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관객들은 이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를 알기 어렵

다. 손과 팔을 중심으로 한 움직임의 궤적들이 화면에 유령처럼 가볍게 남아있기는 하지만 이를 통해 우리가 유의미

한 추론을 이끌어 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배경엔 의도적으로 여타의 요소들이 배제되어 있고 사람들이 입은 옷도
대체로 이렇다할 특징이 없다. 이처럼 발화된 문장의 대부분이 소거된 상태에서 관객들은 많은 수의 이민자들이 겪곤

하는 언어 장벽을 간접적으로 나마 경험하게 된다. 그런 다음 우리가 다시금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는 것은 그들이 구

체적인 개별자로서 거기에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고정되고 단일한 신체로서가 아니라 시간이 흐르면서 이내 휘발

되어 버릴 것 같은 가볍고 유동적인 몸으로 거기에 있다.

Transient_Bret, 73x107cm, Archival Pigment print,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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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i Yim Transient 임나리 Transient

이 전시에 선보인 유일한 영상 작업인 <Your Secret is Safe with Me>는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혹은 이민자들

이 모국어로 어떤 비밀을 말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여기서 언어장벽은 오히려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의 내밀한 이

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게 하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아마도 임나리는 이 작업을 통해, 언어가 통하지 않는 상

황에서도 낯선 이들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관계를 맺는 것이 가능한지를 묻고 싶었던 것 같다. 만에 하나 그들이 전한

말들이 누설될까 염려스러웠던 그녀는 영상 속 사운드를 모두 지워 버림으로써 비밀을 더욱 철저한 비밀로 만든다. 그

리하여 화면에는 기호학적 체계 안에 흡수 되지 않은 잔여들, 즉 개개인의 미묘한 표정 변화와 습관적인 동작 정도가

남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업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오고 가는, 정의되지 않는 무형의 무언가에 대한 탐구라고 할

수 있다. 낯선 이들의 곁에서 주의 깊게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되겠다는 작가의 결심에는 약간의 온기가 남아 있

는데, 이 온기 또한 그 무언가의 일부이다.

마지막으로, 임나리의 외국인 친구들이 소개해 준 다른 외국인 친구들과 그들의 사적인 공간을 촬영한 <Tran-

sient> 연작을 보자. 작가가 촬영대상의 조건을 단기 체류 외국인으로 명확하게 한정하고, 구도, 조도 등을 사전에 계

획하여 사진들 간에 연속성을 주고자 했으며, 공통되는 속성을 가진 피사체들을 객관적인 거리를 두고 기록한 다음

이것들을 한 자리에 모아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작업들은 유형학적 사진의 문법을 따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데 이 시리즈에서는 자세와 표정이 모두 굳어 있는 피사체들의 연출된 무감각이나 주거 공간의 형태적 특징들 보다

그 사이에서 비어져 나오는 그들의 개인적인 습관과 취향, 그리고 생존을 위한 노력의 흔적들이 더 눈길을 끈다. 예를

들면, 왼쪽 어깨가 들리도록 짝다리를 짚고 서거나 다리를 한쪽 방향으로 넘겨 앉는 습관, 또는 조립식 수납장과 같

은 단출한 세간, 에어컨 한 귀퉁이에 걸린 옷걸이, 벽에 걸린 액자 속 그림과 서랍 손잡이에 걸어 놓은 빨간 색 주머

니 같은 것들 말이다. 말하자면, <In Between>에서 작가의 친구들이 들려주는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Transient>에
Transient_Kevin, 107x73cm, Archival Pigment print, 2018
서는 인물의 배경이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이 전시는 완결된 우정의 내러티브를 성급하게 써내려 가지 않으면서도, 특정 국가나 인종의 정형화된 기표들

을 사용하여 차이들을 부자연스럽게 과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임나리의 작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프레

임 속에 고립된 채로 자신의 치부를 고통스럽게 드러내는 일 없이 다소 평온한 얼굴로 프레임 바깥의 누군가와 말과

시선을 교환한다. 이들은 영화 <그래비티> 속 스톤 박사와 아닌강의 교신 장면에서처럼 자신의 언어로 상대에게 무언

가를 전달하려 하지만, 여하한의 조건들로 인해 실질적인 소통은 그 언어 구조의 바깥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이 소통

을 이루는 핵심은, 둘 사이의 거리를 분명히 인지하면서도 그 간극이 때때로 좁혀질 수 있음을 잊지 않는 것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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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i Yim Transient 임나리 Transient

Installation View
Nari Yim Transient 임나리 Transi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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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석 꼭대기의 수줍음
Dongseok Han Crown Shyness 한동석 꼭대기의 수줍음

개인은 어떤 모양의 테두리를 갖고 있을까? 혹은 어떤 그릇에, 포장에 담겨 있을까? 개인은 어떤 말과 몸짓으로 세

상과 스스로를 구별할까? 개인이라는 단위로서의 구별은 세상 과 마주하기 위한 것일까, 아니면 세상 속에 자리하

기 위한 것일까?

이러한 물음을 갖고 최근 1 인 미디어의 상황에 주목하고자 한다. 얼마 전 모니터의 노후 화로 인해 전기 공급

이 중단된 작품, “다다익선”의 사진을 배경으로, 유튜브 채널 속에 홀로 앉아, 거울을 통한 명상 테크닉을 안내하

는 인물의 음성파일에서 비롯된 비디오 작업을 소개하려 한다. 또한 1 인 미디어 현실과의 닮은꼴로서 ‘꼭대기의 수

줍음’ 현상을 떠올려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숲 속 식물들의 언어에 대해, 그들이 갖는 다양한 대화의 채널에 대해,

그리고 이러한 교류를 낳는 근원적인 힘에 대해 상상해 보고 이들이 빚어내는 삶의 얼개에 우리의 미디어 환경을 비

추어보고자 한다.

꼭대기의 수줍음 Crown Shyness, 120x97cm, Archival Pigment Print,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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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gseok Han Crown Shyness 한동석 꼭대기의 수줍음

거울 명상, Mirror Meditation, 9분38초, 단채널영상, 2018


Dongseok Han Crown Shyness 한동석 꼭대기의 수줍음

Installation View
Dongseok Han Crown Shyness 한동석 꼭대기의 수줍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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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렬 The Layers of
Hyongryol Bak The Layers of 박형렬 The Layers of

이번 전시는 다년간 자연공간을 찾아다니며 물리적인 실험과 행위에 대한 사진적인 기록이 아니라 그 안에서 발견하

고 채집한 자연물을 전시 공간안에서 재구성하는 설치작업이다. Figure Project_Earth#55,59시리즈의 자연공간이기

도 한 물리적인 지표 37°11’34.2”N 126°39’37.3”E의 공간은 몇 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땅이며, 개발예

정구역이지만 아직 무언가 만들어지지 않은 땅이다. 간척지로 만들어진 이 땅은 사실 그 속성을 찾아보면, 넓은 땅을

만들기 위해 그만한 양의 돌과 흙을 필요로 하면서 주변의 산을 필요로 한다. 높은 산을 이루고 있던 그들은 땅이 되기

위해 뿔뿔이 흩어진다. 엄청난 힘에 의해 파쇄된 돌들은 파편적이며 날이 선 형태로 곳곳에 존재하며, 어떤 돌들은 무

거운 무엇에 의해 일그러진 형태로도 존재한다.

이번 전시작업인 <Swaying Layers#1>는 전시장 벽면에 간척지를 위해 파헤쳐진 산의 단면을 사진으로 이미지화

시키고, 그 앞에 패턴화 된 흰색의 실이 또 다른 레이어를 만들며 이미지를 지운다. 그리고 관람객들이 실들을 흩트리

면서 물성에 의한 일렁이는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곧 그것에 의해 다시 가려진다. 이런 다층적인 레이어 작업을 은유

적으로 드러내면서 자연과 인간의 구조와 그 힘의 역학적인 관계를 실험하고 있다.

Video Still cut - Swaying#1, 1분41초, Single Channel Video,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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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ongryol Bak The Layers of 박형렬 The Layers of

The Layers of - record of work proc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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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ongryol Bak The Layers of 박형렬 The Layers of

Installation View
Hyongryol Bak The Layers of 박형렬 The Layers 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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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Index 인덱스
Exhibition Index 인덱스

공 간극
서울시 중구 세운 청계상가
다 라열 호

3. 박정원 Flat Light 2018.04.23 - 2018.05.05 4. 양승욱 Glass Closet 2018.05.07 - 2018.05.26
1. 박희자 사물이탈 2018.03.05 - 2018.03.24 2. 박동준 을지디멘션 2018.03.26 - 2018.04.14

SCALE GRAY SCALE

SCALE GRAY SCALE

스케일
그레이
스케일

김박현정 : 스케일그레이스케일 2018.6.19-7.7 공;간극

7. 전리해 두려운 밤 시간에 너는 나를 2018.07.10 - 2018.07.28 8. 최요한 Nonlinear 2018.08.03 - 2018.08.16


5. 안부 Curtain Call 2018.05.31 - 2018.06.16 6. 김박현정 스케일그레이스케일 2018.06.19 - 2018.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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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Index 인덱스

9. 이승주 Sewoon Sekai 2018.08.23 - 2018.09.07 10. 이의록 Tele Image Beta 2018.09.11 - 2018.09.29
11. 임나리 Transient 2018.10.04 - 2018.10.20 12. 한동석 꼭대기의 수줍음 2018.10.23 - 2018.11.09

13. 박형렬 The Layers of 2018.11.15 - 2018.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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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Heeza Bahc 박희자


Dongjoon Park 박동준
Jungwon Park 박정원
Seungwook Yang 양승욱
Anbuh 안부
Hyunjeong Kimbak 김박현정
Rihae Jeon 전리해
Yohan Choi 최요한
Seungju Lee 이승주
Euirok Lee 이의록
Naree Lim 임나리
Dongseok Han 한동석
Hyongryol Bak 박형렬

Director

Heeza Bahc 박희자


Dongjoon Park 박동준

Dseign

Hyunjeong Kimbak 김박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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