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fessional Documents
Culture Documents
체육교사 전문성
체육교사 전문성
학 교 체 육
체육교사 전문성,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여정권
신체활동 디자이너로서의 체육교사
신탄진고등학교 체육교사,
대전 MBC 프로야구 해설위원
스포츠사회학 전공
프로스포츠, 스포츠미디어,
학교체육, 사회자본에 관심
cosyeo@cnu.ac.kr
남상우 묻고, 여정권 답하다
들어가는 글
남상우
는 여정권 선생이다. 현재 대전에서 체육교사로 생활한다. 야구 지
한국스포츠개발원 도자의 리더십으로 스포츠사회학 분야 박사학위를 받았고, 대전
정책개발실 연구위원
스포츠사회학 전공 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으로 13년 째 일한다. 체육교사는 벌써(!)
사회이론에 관심
sangwoo@kspo.or.kr 15년차다. 학교스포츠클럽을 지도하면서 배구에서 2년, 탁구 분야
에서 4년 연속 전국대회에 출전했다. 즉, 6년을 대전에서 1등을 했
단 뜻이다. 쉬운 일 아니다. 현장과 이론을 잘 안다는 차원에서 사
실 이만한 인터뷰이가 있을까, 싶은 생각에 기획자가 요청했고, 흔
쾌히 받아줬다. 워낙 달변이어서 쏟아내는 주옥같은 정보를 요약하
고 정리하는데 힘들었다. 또한 인터뷰 흐름과 질문을 구성하는데
있어서는 중앙대학교 학교체육연구소 진연경 박사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지면을 빌려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80 SPORT SCIENCE
전문가는 전문성을 지닌 자
Q: 어
느 글에서 읽은 기억이 있는데, 전문가란 “첫째, 갑자기 강연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 대상이 누
구든 눈높이에 맞춰 바로 한 시간짜리 강연이 가능해야 하고, 둘째, 어떤 질문에도 논리적으로 설득
시키며 답변할 수 있어야 한다”라네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A: 그거, 탈(脫)원전 관련한 현 정부 정책을 비판한 글로 기억하는데, 맞나요? 물론 저도 그 의견에 동의
합니다. (탈원전 정책을요?) 아뇨, 전문가 기준이요(웃음). 자기 분야의 내용을 모두 알고 남에게 쉽게
전달해줄 수 있어야 전문가 소릴 들을 수 있겠죠. 그런데 저는 거기에 하나 덧붙이고 싶은 게, 그 분
야를 전혀 모르는 사람도 설명을 듣고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는 자질이 있어야 하지 않을
까 싶어요. 그건 자기 분야에 대한 지식을 완벽하게 숙지하고, 그걸 자기 언어로도 표현할 수 있어야
만 가능하겠죠.
SPORT IT
A: (웃음) 애매하긴 하네요. 일전에 지도교수님께서 제게 그런 말씀을 하시던데. “넌 아는 것도 없고,
모르는 것도 없다고.” 적어도 앞서 말했던 두 가지 기준(한 시간 강연과 설득)에 맞추어보자면, 전문
가가 아니라고 보긴 어렵다고 봅니다. (말을 애매하게 하시는 거 보니 전문가 맞네요) 그렇죠?(웃음)
그래도, 체육과 관련한 내용을 학생들이나 일반인들에게 쉽게 가르칠 역량이 없다고 보진 않으니
까, 나름은 전문가라고 해도 되겠죠?
출처: shutterstock
82 SPORT SCIENCE
Q: 옛날 기억이 나네요. 수업 시간에 학생 하나가 농구 림(rim) 직경이 어떻게 되냐고 묻길래, 네가 재봐
라, 그러고 넘어갔던 기억(웃음). 축구장 규격이나 운동 규칙을 체육교사가 모두 숙지하고 있어야만 한
다고 이해해도 될까요?
A: 제가 약간 편집증적으로 그런 거에 민감해요. 물론 제 말이 정답은 아니겠지만, 요즘 들어오는 친구들
(후배 체육교사)에게 살짝 불만인 게, 축구장이나 농구장 규격을 물어보면 몰라요. 잠깐만요, 그러더니
네이버 검색을 해요. 그럴 수도 있죠. 워낙 내용이 많을 테니까. 그런데 영어 교사가 영어 단어로 학생
들과 대화하듯, 우리도 그런 내용지식을 가지고 대화를 해야 하지 않나요? 어떤 종목을 가르치더라도
일단은 기본적인 규격과 규칙으로 밑단을 짜고, 여기에 역사, 문화, 에티켓으로 재단하고, 기본기술과
경기 룰, 노하우를 알려주면서 핏을 내잖아요. 기본이 중요한데, 많은 친구들이 그걸 무시해요. 만약 체
육교사가 전문가 대접을 받지 못한다면, 가장 큰 이유는 일단 그 기본이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SPORT IT
(directing)’가 중요한 것처럼.
A: 그럴 수 있죠. 그런데 그런 가리키기를 하려 해도 기본을 모르면 응용이 어렵죠. 예를 들어 요즘 많이
들 하는 풋살장을 볼까요. 규격이 가로, 세로 38m와 20m죠. (최소 규격이죠.) 맞아요. 정식 축구장이
105m×68m라고요. 거의 세 배 축소된 것이 풋살장이에요. 그렇다면 그 전체 규격의 축소 규모를 알
려줬을 때, 일반 축구장에서의 움직임과 풋살장에서의 움직임이 어떻게 달라야 하는지, 왜 일반 축구
장에서의 축구 기술과 풋살장에서의 기술이 다른지, 공과 축구화도 다른지를 응용해서 이해할 수 있
어요. (그렇겠네요.) 더 나가볼까요? 왜 풋살장이 요즘 대세가 되었을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규
모나 지역사회에서의 공간 크기 같은 사회문화적 요소가 과거에 비해 ‘세 배 축소’ 되었기 때문은 아
닐까? 그런 상상도 가능해지겠죠. 거기서부터 연구가 시작될 수도 있고. 응용력이 중요하다는 점, 저
도 동의해요. 그런데 그게 모두 기본에서 온다는 전제에 저는 더 동감합니다.
Q:‘수업 조직역량’은 모든 가르치는 자들에겐 숙제가 아닐까 합니다. 그런데, 방금 학생들 욕구 충족을 위
해 체육 수업을 이용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와 관련하여 경험하신 점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A: 학생들이 체육수업에 대해 가지는 욕구는 ‘그냥 노는 거’에요. 그게 지배적이죠. 그래서 체육수업
을 ‘노는 시간’으로 생각하곤 하죠. (자율체육 달라고 하면서.) 그렇죠. 교사들이 여기에 자꾸 말리
는데요, 저는 그런 방임적인 욕구 충족이 아니라 체육수업이 학생들에게 진짜 해줘야 할 일이 있
다고 믿습니다. 나름 정리해서 철학으로 세웠는데, ABC로 요약됩니다. 모두 참여해야 하고(all-
participated), 탈진에 도달할 때까지 쉬지 않고 움직여야 하며(burnout-oriented), 경쟁을 중심으로
하는 학습(competition-based learning)이 그겁니다. 항상은 아니지만, 이 세 가지 원칙이 반드시 수
업에 반영되게끔 수업을 구성하죠.
Q: 흥미로운 원칙이네요.
A: 농구 수업을 한 적이 있어요. 한 반에 40명이었고. 그런데 그 때 학교에 림 달린 농구 골대가 단 세 개
밖에 없었어요. 모두 참여해서 쉬지 않고 뛰고, 경쟁하며 기술까지 습득하려고 수업을 조직했죠. 한
팀을 네 명으로 구성해서, 3대 3 농구 시합을 시켰죠. 그러면 한 번에 24명이 코트에서 움직여요. 한
골 넣은 팀은 반드시 팀원 교체. 잘하는 한 명의 독점을 막기 위해 공격은 공격수 세 명이 한 번씩 패
스를 거친 후 가능. 3점 먼저 내면 승리. 대충 5분이면 한 게임이 끝납니다. 그럼 다음 조 시합을 위해
그 골대 옆에서 다른 팀과 함께 기다려요. 바로 시합이 돌아갑니다. 원칙은 하나에요. 자신들과 시합
하지 않은 조와 무조건 붙어라. 게임이 끝나면 준비된 화이트보드에 자신들이 기록을 합니다. 아이들
이 50분 수업에 평균 일곱 여덟 게임을 뜁니다. 거의 탈진하죠. 학기 말에 가면 농구 기술도 늘어요.
경쟁하니 재밌고, 자기 팀에 보탬이 되려고 자기 스스로 연습하기도 하니까요.
84 SPORT SCIENCE
다가 기록도 해야 하고, 바쁘죠. 요지는 그거에요. “교사가 처한 상황에서 가장 이상적인 체육수업 목
적을 추구하기 위해 어떤 실천을 할 것인가?” 저는 체육교사가 지녀야 할 전문성에 이런 것도 포함되
어야 한다고 봐요. “자기가 지닌 내용지식을 주어진 환경에 어떻게 적용시킬 것인가?”하는 것이요.
참 어려운 문제이긴 합니다.
Q: 문제는 그러한 전문성을 대학에서 배양시켜주지 못한다는 게 아닐까요? 대학이 그런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수업을 회상해 봐도 그런 수업 현장에서 필요한 내용지식과 응용력을 배운 기억이 없어요. 다
현장에 나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배워야 하지 않습니까?
A: 대학 내 체육교육과 교육과정이 많이 바뀌어야 하겠죠.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90년대 중반에
만 해도 기초 종목에 대한 수업이 많았다고요. 육상이나 체조 같은. 대학 4년 내내 한 학기에 한 종
목씩 배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랬죠.) 그런데 사실 요즘 육상이나 체조 같은 수업을 현장에서 많
SPORT IT
이 하지 않죠. 요즘 아이들은 여덟 살이나 아홉 살 때부터 인라인스케이트나 야구, 축구, 이런 걸 먼
저 접합니다. 아이들이 신체활동을 향해 요구하는 눈높이가 높아졌다는 거죠. 아쉽게도 대학에선 여
전히 이걸 따라가지 못해요. 그러니 거기서 양성된 학생들이 시험만 통과해 현장에 와서는 버벅대
죠. (마치 대학 졸업생들이 회사 입사해서 버벅대듯 말이죠.) 그렇죠. 가르치는 내용이 다양해져야
하고, 나아가 현장에서 수업을 조직하는 역량을 많이 가르쳐야 합니다. 그래야 실제로 교사가 되었
을 때 경험이 붙으면서 더 큰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되겠죠. 그런데 그런 교육과정이 쉽게 안 바
뀌어요. 이미 ‘정치’가 되어 버려서.
86 SPORT SCIENCE
나가는 글
SPORT IT
출처: 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