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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돈이 있으면 살기 좋은 나라다. 돈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다.


한성 그룹 창업주의 손자로 태어난 최민재는 비교적 어린 나이에 그 사실을 깨달았다. 민재는 자신이 딱히
남들보다 특별히 잘났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단지 집안에 자신의 돈이 아닌 돈이 많을 뿐이었다. 사람
위에 사람이 없으나, 돈 위에 사람이 있었다.
세상은 돈으로 살 수 있었다. 그것이 눈에 보이는 물건이든 아니든 그런 건 관계가 없었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고, 유에서 무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돈이었다. 너무나 어린 나이에 그 사실을 깨달은 민재의
삶은 지루함의 연속이었다.
남들은 두 다리로 걷고, 뛰다 지치기를 반복할 때 민재의 발밑에는 자신이 만들어 놓은 게 아닌
무빙워크가 존재했다. 호기심 삼아 조금 걷는 것으로도 누구보다도 빠르게 나아갈 수 있었다.
다만 인생이 마냥 순탄한 건 아니었다. 한성 그룹 창업주의 손자라고는 하나, 첫 번째가 아닌 세
번째였다.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형들에게 부릴 욕심은 없었다. 오히려 첫째나 둘째가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언젠가 회장이 될 아버지가 건재하시니 자신은 아버지의 밑에서 즐길 만큼 즐기다가 형들이 한자리하게 될
때 즈음 형들의 밑으로 들어가면 됐다. 경쟁자를 한 명이라도 줄여야 하는 두 형으로서는 조용히, 순순히
자신의 말을 따르겠다는 동생을 싫어할 리가 없었다.
분명 그렇게 되어야 할 터였던 인생이 틀어지기 시작한 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난 뒤에서부터였다.
한성 그룹에는 한 가지 묘한 소문이 있다. 창업주인 최씨 일가에게는 특수한 능력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능력으로 인해 최 회장이 지금의 한성 그룹을 세웠다는 속설이었다. 항간에서는 초능력이라는 말도
있고, 유전병이라는 소문도 있으며, 일종의 저주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러나 그 진위를 자세하게 아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일종의 인터넷 밈 정도로 취급이 되어 있는 흔하디흔한 도시 전설이었다.
소문과 누구보다도 가까이 있는 민재 또한 그것은 그냥 그런 소문의 일종인 줄 알았다. 여느 때처럼
노트북 앞에 앉아 아무 의미 없는 인터넷 서핑을 하던 중 코피가 나는 줄 알고 닦았던 피가, 코에서 나는
게 아니라 눈에서 나는 피라는 걸 깨닫기 전까지는 말이다.
눈을 비빌수록 흘러내리는 피를 감당할 수가 없었던 민재는 비틀거리며 방을 나왔다. 마침 거실에서
집안일을 하고 있던 가정부 아주머니 두 명이 민재를 발견하자마자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아악!”
“세상에, 작은 도련님! 괜찮으세요?”
집안은 난리가 났고,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사람들이 하나둘씩 뛰어 왔다. 호들갑을 떠는 고용인들
사이에서 마침 집에 있었던 큰 형이 나왔다.
민재는 손에 쥔 손수건으로 눈가에 흐르는 피를 닦았다. 희미하게 돌아오는 시야 속에서 벽에 기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형과 눈이 마주쳤다. 형의 그 눈빛을 도무지 잊을 수가 없었다.
“씨발, 하필이면 왜 네가.”
호들갑을 떠는소리에 묻혀 그 소리가 귀까지 전해지지는 않았으나 민재는 큰 형이 자신을 향해 내뱉은 게
욕설이라는 걸 어렴풋이 눈치챘다. 그건 형제끼리 편하게 하는 욕과는 전혀 다른 뉘앙스였다. 자신의
자리를 빼앗길 것이라는 불안감, 질투, 두려움, 경멸을 포함한 오만가지 감정이 섞인 눈빛이었다.
민재는 수도꼭지처럼 흘러내리는 피를 닦아냈다. 한 실장은 아버지인 부회장이 아니라, 최 회장과 통화를
했다. 병원에 가는 대신 방에 있으면 금방 안과 주치의가 올 거라고 했다.
주치의 선생님이 올 때까지 30 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감고 있던 눈 너머로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천천히 눈 떠보실래요? 괜찮아요.”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살살 달래는 남자는 한 실장님이 불러온 주치의 선생님이었다. 민재는 그의 말을
따라 천천히 눈을 떴다. 아프지는 않았으나, 눈에서 피를 얼마나 흘렸는지 한순간 세상이 빨갛게 보였다.
영영 이대로 빨간색만 보고 살아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들었다. 다행히 눈에 있는 피를 전부
세척해 낸 뒤 시간이 좀 지나자 원래대로 돌아왔다.
피 냄새가 민재의 코를 찔렀다. 감은 눈 너머로 괜찮다며 안심을 시켜 줬던 주치의 선생님의 흰 셔츠는
원래 빨간색이었다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도대체 뭘 하면 눈에서 피를 이렇게 흘릴 수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태연하게 주변을 정리하는 주치의 선생님 옆에서 한 실장이 통화하고 있었다.
“예, 피는 멈춘 모양입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예. 부회장님.”
전화를 끊은 한 실장이 주치의 선생님에게 다가와 귓가에 뭔가를 속삭였다. 한 실장의 전언이자 아버지인
부회장의 명령을 전달받은 그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는 민재를 최대한 안심시키며 자신이 맡은 바에
최선을 다했다.
뒤처리가 끝난 뒤 거실로 나온 그는 한 실장이 준비한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오자 한 실장이 입막음의 대가로 미리 준비한 흰 봉투를 건넸다. 그는 내용물도 확인하지 않은 채 두
손으로 봉투를 받았다. 한성에서 준비한 봉투다. 섭섭잖은 금액이 들어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저는 오늘 아무것도 보지 않았습니다.”
“조심해서 돌아가십시오.”
두 남자가 어색할 정도로 입 꼬리를 올리며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이별했다.

* * *

「뭐? 외출 금지? 왜?」


「몰라 ㅅㅂ 내가 아냐? 아빠가 나가지 말래.」
「ㅋㅋㅋㅋㅋㅋㅋ걍 쌩까고 나와ㅋㅋㅋ」
「닥쳐 개새끼야」
말이 안 통하네.
민재는 커다란 침대에 휴대폰을 거칠게 내던졌다. 민재가 던진 휴대폰이 침대 사이로 푹 빠져들어 갔다.
피눈물 사건이 있고 난 뒤, 민재는 한 실장으로부터 외출을 자제해 달라는 말을 들었다. 대학에 합격하고,
한참 놀아야 할 겨울 방학에 이 주나 넘게 집에 있는 것은 고문이나 다름없었다. 덕분에 집안에서는 한껏
예민해진 민재의 눈치를 살피느라 여념이 없었다.
“아오, 씨발.”
침대에 대자로 누운 민재는 눈을 비볐다. 처음에는 자신이 무슨 불치병에라도 걸린 줄 알았다. 그러나 그
뒤에 특별히 몸에 이상한 증세는 없었다. 집안에서도 딱히 뭔가 심각하게 숨기는 것으로 보이지도 않았다.
똑똑, 방문 너머로 소리가 났다. 민재는 침대에 누운 채 문 쪽으로 몸만 살짝 돌렸다. 문 너머로 한
실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가도 됩니까?”
“왜요?”
민재가 예민하게 반응하자 문고리를 쥔 한 실장이 짧게 한숨을 내 쉬었다.
“부회장님이 귀국하셨습니다. 호텔에서 뵙자고 하시니 옷 입고 준비해 주세요. 30 분 뒤에 다시
오겠습니다.”
짜증이 날 대로 난 민재는 대답하지 않았다. 민재가 일부러 그러고 있다는 걸 눈치챈 한 실장은 조용히
아래로 내려갔다. 오후 4 시 30 분,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지나 있었다. 침대에서 뒹굴뒹굴하던 민재는 붕
뜬 머리를 긁적이며 마지못해 일어났다.
민재와 아버지의 식사는 평범했다. 꽤 오래 해외 순방을 다녀온지라 얼굴을 본지는 오래됐으나 여전히
얼굴 하나는 나이에 맞지 않게 번드러워졌다. 잘 지냈니, 별일 없었니, 얼핏 보기에는 평범한 부자의
대화였으나 속을 아는 민재는 헛웃음만 나왔다.
자신이 어떻게 지냈는지 아버지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한 실장은 아버지에게 집 안에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보고서를 올렸다. 한성 그룹의 집사는 그런 일을 하라고 고용된 거니 당연한
책무였다.
민재는 아버지에게 왜 자신의 외출을 금지했냐 같은 질문은 하지 않았다. 그들은 식사를 마치고 호텔의
스위트룸으로 들어갔다. 유일하게 따라 들어온 한 실장과 비서를 물린 뒤 아버지는 서울의 야경이 한눈에
보이는 스위트룸의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민재는 아버지가 불편하지는 않았다. 다만 어색할 뿐이다.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형들만큼이나 아버지는
먼 존재였다. 쭈뼛거리며 아버지의 건너편에 있는 소파에 엉덩이를 살짝 걸쳤다. 넥타이를 살짝 푼
아버지가 민재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정확하게는 민재의 눈이었다.
“눈은 괜찮나?”
“그럭저럭요.”
아무리 집안사람들이 아무렇지 않은 척 굴어도, 민재의 불안감을 이기기란 역부족이었다. 민재는 차마
자신이 ‘불치병이나 희귀병’이냐는 질문을 하지 못했다. 아버지는 입을 꾹 다물고 있는 민재를 보더니
크게 한숨을 내 쉬었다. 식당에 있을 때만 해도 나이에 비교해 동안이라고 생각했던 얼굴이 처음으로 늙게
보였다. 고개를 들어 유리창 너머로 비추는 야경을 보며 입을 열었다.
민재는 아버지를 통해 한 번도 듣지 못했던 한성 그룹, 최씨 일가의 비밀을 들을 수 있었다. 그것은 도시
전설이니 소문이니 하는 것이 아니었다.
“마인드 컨트롤이요?”
“그래.”
한 실장을 시켜 와인을 가지고 온 아버지가 와인잔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민재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아버지를 바라봤다. 지금 장난을 치는 건가? 아니, 그럴 리 없다. 한성 그룹의 부회장이나 되는 자가
아들에게 이런 거짓말을 할 리가 없었다. 민재의 머릿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던 그날 큰형이 보였던 반응이
스치듯 지나갔다. 아버지는 그런 민재에게 한 마디를 덧붙였다.
“너는 선택받은 거야.”
“저한테는 필요 없는 능력 같아요.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진짜인지 아닌지도 모르겠지만. 차라리
형들한테 갔으면 좋았을걸.”
민재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자신은 돈만 있으면 족했다. 지금의 생활, 앞으로의 생활만
보장된다면 형들의 밑에서 조용히 지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 능력은 최씨 일가가 대대로 물려받아 온 능력이지.”
아버지는 그 힘을 ‘왕의 자질’이라고 불렀다. 현대 사회에서 왕이라니, 웃기기 그지없는 말이었다.
대화가 길어지자 긴장이 풀린 민재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무슨 애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사람의 마음을 돈으로 사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가능하죠.”
민재는 한 치의 고민도 하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당신들이 눈앞에서 보여줬던 게 그거지 않는가.
“아니, 돈으로 사람의 마음을 살 수는 없어.”
뜻밖의 대답에 민재가 입을 벌렸다. 다른 사람도 아닌 당신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거라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다.
민재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반박하긴 해야 할 것 같은데 정작 떠오르는 단어가
없었다. 아버지가 어찌할 줄 몰라 하며 방황하는 민재를 손가락질했다.
“그러나 네 힘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다.”
“……”
“조만간 알게 될 거야.”
민재는 끝내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 * *

강선우. 그는 세현 그룹 강 부회장과 여배우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였다. 원래라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해외에 있는 대학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하필이면 출국 직전 그 집 아들이 사고를 쳤다.
강남 한복판에서 스포츠카를 타고 고속질주를 해 택시와 부딪혀 사망한 멍청한 장남은 처음부터 강
부회장의 피를 이은 자식이 아니었다. 아들의 죽음을 계기로 강 부회장은 이혼 소송을 냈다.
원체 몸이 약했던 어머니는 선우가 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병으로 사망했다. 세간의 시선을 의식한 강
부회장은 선우를 직접 찾아오는 대신 부하 직원을 보내 간간이 생활비며 용돈을 지원했다.
이혼 소송이 길어질 걸 눈치챈 그가 처음으로 선우를 찾아 왔다. 빌어먹을 이혼 소송이 끝나는 대로
선우를 양자로 삼아 주겠다는 제안이었다. 설령 혼외자라고 해도 피 한 방울 이어지지 않았던 죽은
아들놈에 비교해 선우에게는 부회장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게다가 자신을 닮아서 멍청하지도 않았다.
“대신 한국에 남아 있게 해 주세요.”
선우의 말에 당연히 해외로 나갈 줄 알았던 부회장의 미간이 구겨졌다. 강 부회장이 허락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지 선우의 시선이 바닥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안절부절못하지 못하는 선우를 본 강 회장이
한참의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우려했던 것과 다르게 그의 제안은 단순했다.
“사고 치지 마라.”
그 말에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는 걸 모를 정도로 멍청하지 않았다. 강 부회장은 대포폰으로 추측되는
휴대폰을 건넨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선우는 반 개월가량을 공부한 뒤 수능을 다시 봐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했다. 지방에서 올라와, 혼자
자취를 하고 있다는 선우의 말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해, 가을 최민재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강선우는 자신의 인생이 그렇게 불행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 * *

강의가 한참 진행 중인 강의실. 민재는 커다란 강의실 구석에 앉아 있었다. 기다란 책상에 팔을 괸 채


멍하니 아래에 있는 빔프로젝터 화면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노트북이든, 필기든 어떤 식으로든 교수님의
말을 하나라도 받아 적으려는 다른 학생들과 달리 민재는 드문드문 PPT 화면을 한 번씩 흘끗거리는 게
다였다. 필기하기 귀찮아 노트북을 가지고 왔는데, 막상 펼쳐놓고 보니 노트북의 키보드를 누르는 것조차
귀찮았다.
뭘 하고 싶은 것인지 알 수가 없어 반쯤 포기한 채 교수님의 목소리만 라디오처럼 듣고 있던 민재의
옆구리를 낯선 누군가 쿡쿡 찔렀다.
“야, 야.”
“……”
“최민재!”
“씨발, 뭐?”
“야이, 미친 새끼야. 욕을 하면 어떻게 해!”
친구가 언성을 높이자 한순간 강의실로 침묵이 돌았다. 교수님의 말이 끊기며, 앞쪽에 있던 몇몇
학생들이 뒤를 돌아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필기는 안 하고 있었으나 나름 열심히 교수님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던 민재 또한 흐름이 끊기기는 마찬가지였다.
다행히 침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고 다시 강의가 진행됐다. 옆에 앉은 친구가 민재의 책상 위에 엎어진
휴대폰을 보라며 눈치를 줬으나, 민재는 끝내 휴대폰을 열어 보지 않았다.
쉬는 시간이 됐다. 목이 말랐던 민재는 복도에 있는 정수기의 종이컵에 물을 따라 목을 축였다. 민재의
옆으로 친구가 다가왔다.
“와, 최민재. 끝까지 고개 한번 안 돌리냐.”
“강의 중이었잖아.”
“제대로 안 듣고 있었잖아.”
“듣고 있었거든? 진짜 너 어떻게 우리 학교 들어왔냐?”
“야, 나도 신기하다, 나도. 됐고, 오늘 강의 끝나고 뭐해?”
친구의 질문에 민재가 혀를 찼다. 뭐하냐고 물어보는 순간 그다음에 무슨 말이 나올지는 안 봐도 뻔했다.
술자리였다.
“자고로 술은 다다익선. 많이 마시면 많이 마실수록 좋은 거란다.”
“지랄.”
“아, 그러지 말고. 후배들도 온대. 너 말야, 후배들이랑도 좀 친해지고 그래라.”
친구는 끈질기게 달라붙으며 민재를 유혹했다. 꼭 누군가의 사주를 받아 자신을 데리고 오라고 명령을
받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당연히 그런 일은 없었다. 친구는 여느 대학생처럼 술과 사람이 좋을
뿐이었다.
“몰라. 안 가.”
민재는 친구를 뿌리치며 강의실로 돌아와 자리에 앉았다. 비어 있던 아래쪽 자리에 가방이 놓여 있었다.
어딘가 익숙한 회색 가방에 눈이 갔다. 자신과 같은 브랜드의 같은 색상 가방이었다. 별것이 다 겹쳤다.
옆에서 후배가, 거기 술집이 어쩌고 떠들던 친구가 등을 돌리며 단상 쪽을 보고 있는 학생을 향해 말을
걸었다.
“선우야. 선우야!”
친구의 목소리에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던 선우가 고개를 살짝 돌렸다. 뚜렷한 이목구비에 흰 얼굴,
깔끔한 헤어 스타일에 단정한 옷차림을 한 선우는 얼굴을 아는 선배를 보고 고개를 살짝 숙였다.
“안녕하세요.”
“너도 오늘 술자리 올 거지?”
“아, 네.”
선우가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표정이 딱 봐도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1 교시 때와 마찬가지로
필기를 포기한 민재는 책상에 팔을 살짝 괬다. 1 교시에는 바로 아래에 아무도 없었어서 그런가? 아래에
사람이 있는 게 왜인지 모르게 거슬렸다. 옆에 앉은 민재의 친구는 물어보지도 않은 말을 했다.
“쟤 귀엽지 않냐?”
“닥치고 강의나 들으세요.”
교수님이 마이크를 잡자 민재가 고개를 살짝 돌리며 친구를 바라봤다.
이 새끼 진짜 어떻게 우리 학교 들어온 거야?

* * *
이른 저녁, 술집에 앉아 있는 선우는 속으로 한숨을 내 쉬었다. 어쩔 수 없이 나오긴 했지만 앉은 자리가
가시방석 같았다. 이게 다 얼떨결에 과대 같은 걸 맡아 버린 탓이었다.
과대 한 지 일주일 만에 자퇴를 하는 건 인간적으로 아니잖아. 씨발. 그럴 거면 과대를 하질 말든가.
하필이면 선우의 학번이 자퇴한 놈의 앞 번이라 졸지에 그가 과대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적당히 마시다 가야지.’
술이 약하면 모를까, 선우의 주량은 세다 못해 알코올이 아예 안 드는 체질이었다. 그런 게 알려졌다가는
드럼통으로 술을 마시게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던 선우는 일부러 선배들이 따라주는 술만 최소한으로
마셨다.
술이 무르익어 갈 즈음 가게 안으로 낯선 남자가 들어왔다. 올 사람은 다 온 줄 알았는데 아직도 올
사람이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가장 말이 많은 선배 하나가 손을 번쩍 들며 마구 흔들었다.
“야! 최민재! 너 인마, 이제 오면 어떻게 해!”
“하, 씨발. 안 오려고 했는데.”
“야야, 자리 좀 만들어라. 귀하신 분 오셨다.”
“귀하신 분은 무슨.”
이쪽으로 앉으라는 말을 무시한 민재는 적당히 비어 있는 자리에 앉았다. 하필이면 그 자리가 선우의
옆이었다. 자리가 좁았던 선우가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면서 의자를 옆으로 밀어 공간을 만들었다.
“미안하다.”
“아뇨. 괜찮아요.”
민재는 다 식은 고기를 입에 넣는 선우를 위아래로 훑었다. 강의실에서는 살짝 돌린 옆모습만 봐서 잘
몰랐는데, 선우는 같은 남자가 봐도 꽤 반반하게 생긴 얼굴이었다. 테이블 위에 엄청나게 깔린 술병을
보지 못한 민재가 말했다.
“술 별로 안 마셨나 보네.”
“아……”
“야야, 안 마시긴 뭘 안 마셔! 술병 안 보이냐? 올 거면 일찍 좀 오지 이게 뭐냐?”
술에 취한 민재의 친구가 테이블을 두드리며 언성을 높였다. 다른 사람들이 진정하라며 그를 달랬지만,
그들 역시 술에 취해 제정신이 아니어서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친구가 민재에게 술을 따르기 위해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선우가 재빨리 일어나 그의 소주병을 가져왔다. 민재도 위험하다고 생각했던
모양인지 한순간 두 사람의 손이 부딪혔다.
“아. 따라 드릴게요.”
“그래.”
술에 취한 친구에게서 고개를 돌린 민재가 소주잔을 살짝 들었다. 소주잔이 넘치지 않을 정도로만 술을
따랐다. 그 모습을 본 친구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와, 서운하다. 내 술은 안 받아주냐?”
“진상 새끼. 따라라, 따라.”
민재가 순식간에 잔을 비우며 빈 소주잔을 내밀었다. 친구가 민재의 소주잔이 넘치게 술을 따랐다.
가볍게 잔을 부딪친 뒤, 술자리가 계속 이어졌다. 다행히 민재 다음으로 더 이상 술자리에 참석하는
사람은 없었다. 선우는 자신의 옆에 앉아 있는 민재를 흘끔흘끔 쳐다봤다.
‘최민재.’
한성 그룹 부회장의 막내아들. 첫째나 둘째도 아닌 셋째 아들이라 얼굴이나 정체를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실제로 같은 과 동기나 선배 중에서도 민재가 한성 그룹 사람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몇 없었다.
선우가 그 사실을 알게 된 건 얼마 전 아버지로부터의 통화 때문이었다.
― 너네 학교에 최민재라고 있지? 그 녀석 조심해.
조심해라. 그게 다였다. 무엇을, 어떻게 조심하라는 건지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 민재와 마주칠 일이
많았던 건 아니지만, 조용히 학교에 다니며 들어 온 민재의 소문은 의외로 평범했다. 술을 먹고 강남
한복판에서 스포츠카를 끌고 다니며 사고를 쳐 사망한 이복형이나 소위 말하는 다른 재벌 집 자식들에
비교하면 최민재는 무서울 정도로 깨끗했다.
‘친해지지만 않으면 되겠지.’
친해질 일도 없을 것 같고. 실제로 1 차에서 3 차로 넘어가는 내내 옆자리에 앉았으나 한 마디 대화조차
하질 않았다.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건 3 차로 들어온 룸 술집이었다. 늦게 왔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술을 받아먹기 시작한 민재가 술에 취하기 시작했으며, 술기운이 잔뜩 오른 사람들이 한데 뒤엉켜
오만가지 술 게임을 했다. 몇 번인가 요령 좋게 빠져나가려 했으나, 하필이면 또 선배 하나가 술에 취한
와중에도 그건 귀신같이 잡아내 울며 겨자 먹기로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나도 술 게임의 열기는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아니나 다를까 점점 수위가 올라갔다.
술에 취한 민재가 자신이 걸린 걸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아, 또 졌어.”
“미친, 게임 존나 못하네.”
“마실래? 아니면 벌칙 콜?”
“벌칙, 나 토할 거 같다.”
“기다려라. 이 형님이 또 사다리게임은 기가 막히게 할지.”
그가 술에 취한 손으로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잠시 후, 그는 어플로 조잡하게 만든 사다리게임 화면을
민재에게 내밀었다. 화면을 대충 본 민재가 가장 왼쪽에 있는 사다리를 선택했다. 사다리가 내려가고
그의 옆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스마트폰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오오오오!”
“뭔데?”
“옆에 사람이랑 키스하기!”
“벽이랑 키스하면 되냐?”
“왼쪽에 있잖아. 사람이랑 키스하라고, 개새끼야.”
민재가 사다리를 고를 때 별생각 없이 휴대폰을 만지고 있던 선우가 고개를 들었다. 선우는 그제야 민재의
벌칙 키스 대상이 자신이라는 걸 깨달았다.
“저기, 이건 좀…….”
“야! 사내새끼들끼리 뭘 그래! 민재 살리는 셈 치고 눈 한 번만 딱 감아!”
“차라리 제가 대신 마실… 으읍….”
술에 취한 민재가 선우의 턱을 잡아 돌려 입술을 덮쳤다. 여기저기서 오오, 하는 환호성이 흘러나왔다.
놀란 선우가 급하게 민재의 몸을 밀어냈다.
“오, 역시 최민재. 야야, 됐다. 사내끼리 뽀뽀하는 거 오래 봐서 뭐 해.”
당황하는 선우와 달리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은 척 게임을 지속했다. 비교적 안쪽 자리였던 선우의
얼굴이 처음으로 빨갛게 붉어졌다. 다들 선우가 술에 취했다고만 생각했다. 유일하게 키스를 했던
민재만이 선우가 술에 취해 얼굴이 붉어진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미, 미안하다.”
“……”
이를 악문 선우는 그냥 괜찮다며 적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좆같은 술자리.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다.
몇 게임이 더 지나니 금세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여력이 있는 사람들끼리 조금씩 술을 마시며 대화를 하고
있었다. 술기운에 한 것일 뿐 악의는 없었던 민재는 괜히 미안한 마음에 선우를 흘끗흘끗 바라봤다.
어지간히 충격이었던 모양인지 키스 이후로 선우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그게 괜히 자신의 책임 같았다.
앞에 놓인 감자튀김을 오물거리는 선우를 본 민재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귀엽긴 하네.’
키스했을 때도 순간적으로 커진 눈동자와 얼굴이 무척이나 볼만했다. 술에 취하긴 취한 모양인지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선우와 눈이 마주친 민재는 들고 있던 소주잔을 툭, 하고 떨어트렸다. 짧은 순간
소란이 있었으나 빈 잔인 데다가 깨지지도 않아 금방 묻혔다. 엎어진 소주잔을 바로 한 민재가 선우의
얄쌍한 팔을 붙잡았다.
“너, 눈 괜찮냐?”
“……네?”
“눈 빨갛잖아.”
손목을 붙잡힌 선우는 무슨 미친 소리를 하는 건지 몰라 눈을 깜박였다. 바로 앞에서 민재의 대화를 들은
친구도 어이가 없는지 웃음을 터트리며 민재를 손가락질했다.
“큭큭, 하하하! 야, 냅둬라. 저거 술 취해서 그런다!”
누가 봐도 술 취한 사람은 저쪽이었다. 선우가 붙잡힌 손목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선배, 들어가시는 게 좋을 거 같은데요.”
“너 진짜 눈 빨갛다니까?”
민재가 믿을 수 없다며 언성을 높였다. 약간 거리가 떨어진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들도 민재를 이상하게
생각했다.
“빨갛긴 무슨 존나 까맣거든?”
“야, 택시 불러라. 쟤 집에 보내야겠다.”
“키스하고 난 다음에 맛이 갔나?”
“야! ‘내가 키스 한 거 잊으라고.’ 했잖아!”
아무래도 다른 사람의 눈에는 저게 안 보이는 모양이었다. 사람의 눈동자가 저렇게 빨갈 수 있는 건가?
술기운에 답답함을 이기지 못한 민재가 테이블을 치며 소리를 질렀다. 술에 취한 그들은 선우의 눈이
빨갛게 보인다는 민재의 말을 술주정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갔다. 진짜 술에 취한 건가? 반쯤 포기한
민재가 머리를 긁적이며 소파에 등을 기댔다.
“됐다, 진짜로 술 취한 모양이다.”
“괜찮아요. 잊을게요.”
“큭큭, 얘도 드디어 술에 취했구나.”
앞쪽에 앉은 남자가 민재와 선우의 행동을 보며 술주정이라고 흘려 넘겼다. 붉은 눈 사건은 한순간의
해프닝처럼 금방 잊혔으나, 정작 민재는 그 이후 술이 확 달아났다. 선우의 눈동자는 여전히 빨갛게 변해
있었다. 술 대신 물을 홀짝이며 술기운을 조금씩 날린 민재가 머리를 굴렸다.
붉은 눈동자. 눈. 붉은색. 민재의 머릿속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흘렸던 피눈물
사건이 떠올랐다. 그 뒤 민재와 아버지는 조금 더 대화를 나눴다.
‘그래서 그 마인드 컨트롤이라는 건 어떻게 하는 건데요?’
‘그 능력도, 방법도 오직 능력을 전수받은 사람만 안다. 언제가 될지, 어떤 방법이 될지는 모르는
거야.’
다만 눈에서 흐른 그 피가 증거라고, 아버지는 분명 그렇게 말했다.
왜 하필 강선우만 저럴까. 만약 술에 취해서 헛것이 보이는 게 아니라면? 아버지가 말한 대로 집안
대대로 몰려고 온 마인드 컨트롤 능력이 발현된 거라면.
“씨발, 존나 뜬금없네.”
이유를 깨달은 민재가 혼자 욕설을 지껄였다. 다들 한창 떠드는 중이라 민재의 욕설을 대수롭지 않게 흘려
넘겼다. 키스 때문이라고 생각은 해도, 확신은 없었다. 선우에게 키스한 뒤 있었던 일을 조금씩 되짚어
보던 민재는 또 다른 위화감과 마주했다.
‘네, 잊을게요.’
분명 선우는 그렇게 말했다. 뭘 잊는다고 했던 거지? 술기운에 머리가 영 돌아가질 않았다. 한참 만에
선우가 아닌 친구에게 했던 대화가 떠올랐다.
“설마.”
확인할 필요성이 있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민재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자신의 옆에 앉아 있던
선우가 없었다. 놀란 민재가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얼마나 거칠게 일어났는지 순간적으로 테이블에
있는 식기들이 흔들렸다. 한참 즐겁게 대화를 하고 있던 친구가 깜짝 놀라 말했다.
“뭐, 뭐야? 너 진짜 왜 그래?”
“강선우는?”
“어, 걔. 화장실.”
대각선에 앉은 여자가 룸 너머를 손가락질했다. 민재는 비틀거리며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찬물로 세수를 하는 선우가 있었다. 민재의 시선에 선우의 눈동자는 여전히 빨갰다.
‘다짜고짜 키스할 수도 없고 이거.’
게다가 바로 옆에는 볼일을 보고 있는 남자고 있었다. 헛기침한 민재는 최대한 태연한 척 굴었다. 물을
좀 마신 덕에 술이 아주 조금 깬 것도 한몫했다. 휴지로 손을 닦은 선우는 민재를 이상하게 생각했다.
볼일을 보러 온 사람치고는 유독 저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다. 솔직히 선우는 민재가 자신에게 눈이
붉고 어쩌고 할 때부터 조금 소름이 돋은 상황이었다. 좆같은데, 차마 그렇게 말을 할 수는 없었던
선우는 최대한 성격을 죽이며 친절하게 말했다.
“선배, 무슨 일이에요?”
“우리 아까 무슨 일 있지 않았냐?”
“저한테 눈 빨갛다고 한 거요?”
“아니, 그거 말고.”
“그럼 뭐요?”
“술 게임 할 때 있잖아. 너랑 나랑.”
민재는 술이 좀 깼다고 생각하지만, 선우가 보기에 민재는 여전히 술에 취한 사람 같았다. 민재가
손가락으로 자신의 몸과 선우의 몸을 한 번씩 가리켰다. 그런 민재의 태도가 답답한 선우가 인상을
찌푸렸다.
“술 게임 할 때 대체 뭐요?”
“아무 일도 없었어?”
“선배랑 무슨 일이 있었는데요?”
“키스했잖아.”
“미쳤어요?”
예상하지 못한 민재의 말에 선우가 저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었다. 이내 말실수했다는 걸 깨닫고 급하게
사과를 했다.
“죄송해요. 너무 놀라서.”
“아니다. 그러니까 어,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거지? 너랑 나 사이에?”
“네. 이제 그만 하세요.”
옆에서 볼일을 보던 남자가 두 사람의 코미디 같은 대화를 들으며 이상하게 생각했다. 선우가 남자를
노려보자 지퍼를 올린 그가 급하게 손을 씻고 화장실을 나갔다. 선우는 멍하니 서 있는 민재를 미친놈
취급했다. 조심하긴 무슨, 그냥 또라이잖아. 민재가 화장실을 나가려던 선우의 앞을 가로막았다.
“너 술은 언제 취하냐?”
민재는 선우가 술이 센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게 1 차 거의 막바지에 들어온 자신이 술에
취할 정도로 술을 마셨는데 그보다 한참 일찍 들어온 선우가 술에 취하지 않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심지어 선우는 선배들이 주는 술을 단 한 번도 빼지 않았다.
“선배님, 뜬금없이 그런 소리가 나오세요? 술주정은 자리 가서 하시고 비키세요.”
“술 센가 보다?”
“좀 세요. 이제 됐죠?”
“무슨 소리야? 너 ‘술 약하잖아.’”
“그러니까 대체 무슨 소리……”
민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선우의 시야가 흔들리며 온몸에 힘이 빠졌다. 머리가 띵하며 한순간에 눈이
반쯤 풀렸다. 민재가 쓰러지는 선우의 몸을 간신히 받아 냈다.
“야, 야. 괜찮냐?”
민재의 손이 선우의 뺨을 툭툭 건드렸다. 선우의 모습은 반쯤 술에 꼴아 필름이 끊긴 사람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조금 전까지 멀쩡했던 선우가 이 꼴이 되다니, 민재도 도무지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하필이면 술 처먹고 이 사달이 나냐.”
이렇게 될 줄 알았냐고. 민재는 선우를 깨우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말을 꺼내려던 그 순간 화장실 문
너머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놔, 어딜 간 거야?”
“화장실에서 꼴은 거 아냐?”
“씨발.”
당장 사태를 수습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던 민재는 선우를 바로 뒤쪽에 있는 변기에 올려놓은 뒤 문을
살짝 닫은 뒤 볼일을 보는 척을 했다.
“뭐야?”
“뭐냐, 볼일 보고 있었냐? 하도 안 오길래.”
“선우는?”
“걜 왜 나한테 물어? 못 봤어.”
민재는 아슬아슬한 간격으로 닫혀 있는 문을 흘끗거리며 시치미를 뗐다. 지퍼를 올리고 물을 틀어 손을
닦는 척을 했다.
“그래? 이 자식 어디 갔지? 어쨌든 얼른 나와라.”
친구가 철문을 닫으며 밖으로 나갔다. 친구가 나가기 무섭게 민재는 재빨리 화장실의 문을 열었다. 변기
위에 정말로 술에 취한 사람처럼 온몸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 있는 선우가 있었다.
선우를 깨우기 위해 다가간 민재의 손이 멈췄다. 선우에게 키스했을 때의 얼굴이 떠올랐다.
순화해서 귀엽다는 생각을 한 거지, 솔직하게 말하자면 꼴렸다. 한 번도 남자 취향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호기심이라도 선우라면 가능할 것만 같았다.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이라는 걸 알면서도 정신을
차렸을 때는 손이 먼저 나간 뒤였다. 민재는 반쯤 벌어진 선우의 입술 근처로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넌 술 취하면 사탕이 먹고 싶어져.”
“……”
“‘그리고 이게 사탕이야. 먹고 싶지?’”
흐린 눈을 뜬 선우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민재가 손가락을 선우의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선우는
입안으로 들어간 민재의 손가락을 핥았다. 마치 진짜 사탕을 먹듯이 혀로 손가락을 녹일 것처럼 빨아댔다.
손끝의 감각이 혈관을 타고 아래까지 내려갔다.
“씨발.”
욕설을 내뱉은 민재가 급하게 손가락을 빼냈다. 먹던 사탕을 빼앗긴 선우가 민재의 손가락을 향해 손을
뻗었다.
“선배님, 사탕 가져가면 어떻게 해요.”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킨 선우가 멋대로 민재의 손가락을 가져와 핥았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민재가
급하게 선우를 화장실 가운데로 데리고 나왔다. 선우의 눈동자는 여전히 붉었다.
“‘넌 술기운이 조금 올라올 뿐이고, 우리 지금 처음 만난 거야. 그리고……’”
민재와 눈을 마주친 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신을 차린 선우는 난데없이 어깨에 손을 올린 민재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저기, 손 좀……”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있던 선우는 다짜고짜 들어와 어깨에 손을 올리는 민재를 이상하게 생각했다.
“미안해.”
민재가 자연스럽게 선우의 어깨에 올린 손을 뗐다. 휴지를 뜯어 손을 마저 닦은 선우는 민재를 이상하게
생각하며 밖으로 나왔다. 룸으로 돌아는 복도에서 담배를 피우고 나온 선배들과 마주쳤다.
“강선우 너 어디 갔다 온 거야?”
“화장실요.”
“아까 화장실 갔을 때 너 없었는데? 다른 데로 샌 줄 알았다.”
“저 계속 화장실에 있었는데…….”
선배들이 왔다 가긴 했나? 선우는 선배를 본 기억이 없었다. 선배 하나가 자연스럽게 선우의 등을 밀었다.
“안 사라졌으니까 됐다! 뭘 그리 어렵게 생각하냐!”
“하하, 네.”
아, 집에 가고 싶다.
다행히 술자리는 3 차로 끝이었다. 계산한 뒤 아래층으로 나오자 하나둘씩 택시를 타고 집에 들어가는
분위기였다. 술에 취한 사람들이 하나둘씩 택시를 타고 떠나기 시작했다. 선우는 민재와 둘만 남은 게
어딘가 불편했다. 처음 봤을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같이 있으면 있을수록 꺼림칙했다.
“선배님은 안 들어가세요?”
“나 집 이 근처야.”
마침 택시 한 대가 다가왔다. 선우는 예의상 인사를 한 뒤 택시의 뒷좌석에 탔다. 차창 너머로 손을
흔드는 민재의 모습을 괜히 외면했다. 집 주소를 부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휴대폰을 바라봤다. 톡 하나가
와 있었다.
「집 잘 들어갔어?」
민재에게서 온 개인톡이었다. 아마도 단톡방을 타고 친구 추가를 한 거겠지. 이래서 단톡이 싫다. 단톡방
친구 추가 거부 같은 기능 좀 안 만들어 주나 몰라. 선우는 민재의 묘한 톡을 보며 미간을 구겼다.
“아직 집에 들어가려면 한참 남았는데 무슨.”
집에 잘 들어갔냐니. 멀쩡한 척 굴어도 술에 취한 거겠지. 그래도 답장은 해 주는 게 좋겠다고 판단한
선우는 민재의 채팅방으로 들어갔다. 채팅을 읽던 선우가 별안간 고개를 들었다.
“저기요.”
“예?”
“저 되돌아가 주세요.”
“아까 거기로 말입니까?”
“네.”
뜬금없는 선우의 말에 택시기사가 미터기를 살짝 바라봤다. 아무렴 자신이야 돈만 받으면 되니까 상관은
없었다. 고개를 끄덕인 기사가 유턴해 처음에 택시를 탔던 도로로 돌아왔다. 택시가 멈추자 선우가
카드를 꺼내 계산을 했다.
담배를 피우고 있던 민재가 자연스럽게 택시에서 내린 선우의 옆으로 다가갔다. 화장실에서 민재가
선우에게 한 말은 다음과 같았다.
‘내 카톡을 보는 순간, 집으로 가기 위해 처음 택시를 탔던 곳으로 돌아와. 그리고 술에 취한 너는 나랑
같이 집에 가는 거야.’
이건 일종의 실험이었다. 선우가 택시를 타고 떠나자, 민재는 초조한 마음으로 담배를 피웠다. 술에
취해서 하는 미친 짓이라고. 그러면서도 내심 눈은 택시를 내리는 사람들을 확인하기에 바빴다.
민재의 마인드 컨트롤에 의해 스스로 술에 취했다고 느낀 선우가 비틀거렸다. 민재는 아무렇지 않게 그런
선우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남들이 보기에는 술에 취한 사람 두 명이 걸어가는 풍경에 지나지 않았다.
“죄송해요. 원래 이렇게 안 취하는데…….”
“괜찮아.”
민재는 선우가 택시를 타고 간 사이 근처에 있는 모텔을 적당히 수소문해 예약했다. 안으로 들어간 민재가
휴대폰을 내밀었다. 예약을 확인한 직원이 민재에게 모텔의 카드키를 건넸다. 모텔은 602 호실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모텔의 방으로 들어갔다.
집에 도착한 선우는 익숙하게 입고 있던 겉옷을 벗어 장롱으로 향했다. 당연히 있어야 할 드레스룸으로
가는 길이 없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벽을 더듬는 선우를 본 민재가 재빨리 선우의 겉옷을 낚아챘다.
“이건 내가 걸어 줄게.”
“네. 드레스룸은 안쪽 방에 있어요.”
“방에 들어가. ‘방은 저기야.’”
민재가 모텔 방구석에 있는 침대를 손가락질했다. 침대를 본 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것도 잠시, 선우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저 방에 들어가서 잘 건데, 선배도 집에 들어가셔야죠.”
“어, 응.”
“데려다주셔서 감사해요.”
모텔방을 진짜 집이라고 착각한 선우가 민재의 등을 떠밀었다. 술에 취한 자신을 집에 데려다준 것까지는
좋은데, 선우는 민재를 집에 머무르게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쫓겨날 것 같은 상황에 처한 민재가
선우를 향해 손가락을 내밀었다.
“선우야, 사탕 먹고 싶지 않아?”
너무 급한 나머지 저도 모르게 이름을 부르고 말았다. 선우는 친하지도 않은데 자신의 이름을 부른 민재를
거북해하면서도 사탕이라는 단어에 괜히 군침이 돌았다. 원래 이렇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
오늘따라 사탕이 당겼다. 결국, 민재를 쫓아내야 한다는 사실보다 사탕을 먹고 싶다는 마음이 앞섰다.
“있긴 있어요?”
“여기 있잖아.”
민재가 선우에게 사탕을 내밀었다. 뭐야, 언제 사 온 거야? 손을 뻗은 선우는 사탕을 입에 넣으며 쪽쪽
빨았다. 그제야 입안의 울렁임이 조금 가셨다. 화장실에서 봤던 그 풍경 그대로였다. 차이가 있다면
여기서는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점이었다.
민재는 계속해서 술 핑계를 댔다. 자신은 아직 술에 취했고, 우연히 술 게임을 해 옆에서 키스를 당한
선우가 재수가 없었던 거라고.
“방에 들어가서 먹는 게 좋지 않겠어?”
민재의 말에 사탕을 입에 문 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방으로 들어간 선우는 사탕을 핥았다. 꽤 오래
핥은 것 같은데 무슨 사탕이 이리도 단단한지 녹을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손가락을 미친 듯이 핥는
선우를 보자 아래가 욱신거려 미칠 것 같았다. 민재가 손가락의 개수를 늘리자 선우가 인상을 찌푸렸다.
“선배, 사탕은 하나면 돼요.”
왜 두 개씩 밀어 넣는 거야? 선우가 짜증을 내자 민재가 급하게 손가락 하나를 빼냈다. 선우의 혀가
민재의 손가락을 정신없이 핥았다. 이빨 끝으로 사탕을 입에 문 선우가 민재를 바라봤다.
“집에 언제 가세요?”
사탕을 챙겨 와 준 것까지는 고마운데, 인제 그만 집에 갔으면 좋겠다. 당황한 민재가 변명했다.
“사탕 다 먹으면 갈게.”
“……”
“진짜야.”
“알았어요.”
“대신에 이거 말고 다른 거 먹으면 갈 테니까.”
“다른 거요?”
“더 큰 사탕 먹고 싶지 않아?”
더 큰 거라는 말에 선우가 잠시 고민을 했다. 굳이 더 큰 거 먹고 싶지는 않은데.
“그것만 먹으면 갈게. 그리고……”
민재가 선우의 귓가에 뭔가를 속삭였다. 말을 하고도 미친 소리라는 걸 알았다. 과연 선우가 이걸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여 줄까? 민재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알았어요. 대신에 사탕 다 먹으면 진짜 집에 가세요?”
왜 이렇게 끈질긴지는 모르겠지만, 다 먹으면 다 준다고 하니까. 선우의 말에 민재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민재가 말한 커다란 사탕은 어디 있다는 거지? 선우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민재가
자신의 바지 벨트를 풀었다.
“어디 봐, ‘큰 사탕 여기 있잖아.’”
선우의 눈앞으로 커다란 사탕이 다가왔다. 도대체 이런 사탕은 어디서 사 온 거야? 딱 봐도 엄청난
크기의 사탕을 본 선우가 부담스러운지 한동안 입을 다물었다.
“이건 좀……. 밤새워서 먹어도 못 먹을 것 같은데요.”
“알았어, 그러면 ‘설탕물 나올 때까지만 먹으면 갈게.’”
“사탕에서 설탕물이 어떻게 나와요?”
선우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보다 사탕 자체가 설탕이잖아. 민재가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자 민재가 역으로 그런 선우를 나무랐다.
“너야말로 무슨 소리야. ‘사탕에선 원래 설탕물이 나왔었어.’”
“……어, 그랬었죠.”
왜 당연한 얘길 했지? 당황한 선우가 민재가 꺼낸 커다란 사탕을 만지작거렸다. 막상 보니 너무 커서
먹을 수 있을지 의심이 될 정도였다. 그런데도 입안에 감도는 사탕의 맛이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고개를
숙인 선우가 민재의 다리 사이로 얼굴을 묻었다.
“읏, 미친.”
“왜 욕을 하고 그러세요?”
“어, 미안. 빨리 먹어.”
민재의 재촉에 선우는 마지못해 사탕을 입에 물었다. 코끝에서 썩 좋지 못한 냄새가 났다. 맛도 전에
먹었던 작은 사탕에 비교해 영 제 취향이 아니었다. 혀로 사탕의 끝부분을 핥던 선우가 고개를 살짝
들었다.
“별로 제 취향이 아닌데.”
“무슨 말이야? ‘너 저번에 나한테 이 맛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잖아.’”
“어, 그랬던 것 같기도 하네요.”
선우가 다시 고개를 숙여 민재의 사탕을 입에 물었다. 다시 입에 넣으니 조금 전에 느꼈던 향들은
사라지고 없었다. 왜 이렇게 맛있는 걸, 맛없다고 했을까? 어쨌든 얼른 설탕물이 나올 때까지만 먹고
민재를 집에 돌려보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윽…….”
민재는 자신의 성기를 진짜 사탕이라고 착각하며 빨아대는 선우에 미칠 것 같았다. 아무리 봐도 선우가
연기를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이건 진짜라고밖에 믿을 수가 없었다. 사탕을 빨던 선우가 눈을 살짝
치켜들었다. 민재는 그제야 자신이 선우를 귀엽다고 생각한 게 아니라 야하다고 생각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개를 숙인 선우는 민재가 준 사탕을 열심히 핥았다. 묘하게 핥으면 핥을수록 커져서 이제는 한입에
넣기가 부담스러울 지경이었다. 못 먹을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사탕이 혀에 닿을 때마다 느껴지는
달콤한 맛은 선우를 미치게 했다.
“힘들어?”
“먹기가 좀, 읏, 힘들어요.”
“그럼 입만 벌리고 있어.”
“우읍….”
민재가 선우의 머리채를 잡은 뒤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목 끝까지 들어오는 사탕에 선우의 정신이
혼미했다. 아무리 그래도 사탕을 이렇게까지 먹고 싶지는 않단 말야! 목 끝까지 들어오는 사탕에 선우가
욱욱거리자 민재가 당황하며 사탕을 살짝 빼냈다.
“그냥 제가 먹을게요.”
“어, 그래.”
혀를 내민 선우는 페니스 끝에서 나오는 쿠퍼 액을 설탕물이라고 착각하며 열심히 핥았다. 사탕이라고
생각해서 그런가 펠라의 솜씨는 어설펐지만, 그건 그거대로 꼴리는 포인트가 있었다. 사탕 끝에서
생겨나는 설탕물을 먹으면 먹을수록 선우의 다른 입도 근질거렸다.
‘사탕 먹기 시작하면 흥분해서 아래로도 먹고 싶어지잖아.’
민재의 페니스를 핥던 선우가 흥분했는지 엉덩이를 살짝 들며 허리를 움직였다. 어찌할 줄을 몰라 하는
선우를 본 민재가 바지 위 엉덩이에 손을 살짝 올렸다. 민재는 일부러 사정 직전에 선우의 입에서
페니스를 빼냈다. 조금만 더 하면 설탕물이 나올 것 같았던 선우가 무슨 짓이냐며 짜증을 냈다.
설탕물만 나오면 집에 간다면서, 계속 이렇게 빼내면 사탕을 못 먹지 않는가.
“설탕물 먹으려면 입 벌려야지.”
통할까? 민재가 두근거리는 표정으로 선우를 내려다봤다. 침대의 시트에 엉덩이를 살짝 비비던 선우가
입고 있던 바지와 속옷을 완전히 벗은 뒤 침대에 누워 엉덩이를 벌렸다. 선우의 머릿속에 이 행위는 그냥
사탕을 먹기 위해 입을 벌리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내가 남자를 상대로 이럴 줄은 몰랐는데.’
어쩌면 제 쥐향은 여자보다는 남자였는지도 모르겠다. 민재는 침을 꼴깍 삼켰다. 펠라까지는
호기심이었는지 몰라도 여기서 더 넘어가면 호기심의 범위를 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고민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아직도 술기운이 남아 있기도 했고, 까짓거 기억을 지워버리면 그만이지 않는가?
술집에서 자신과 키스를 했던 걸 기억하지 못하게 한 것처럼. 오늘 있었던 일 자체를 없애버리면
그만이었다. 민재는 서랍에 있는 로션을 가지고 침대 위로 올라왔다.
“입이 안 보이잖아. 벌려 봐.”
“선배, 진짜 요구하는 거 많네요.”
민재의 재촉에 선우는 짜증을 내면서도 허벅지에 손을 올려 다리를 벌렸다. 민재는 손에 로션을 묻힌 뒤
한껏 벌어진 선우의 엉덩이 구멍에 사탕을 밀어 넣었다. 로션 때문인지 구멍 안으로 들어가는 사탕에서
시원한 느낌이 났다.
“으, 아, 하아, 이거 무슨…….”
“‘박하 맛 사탕이야.’.”
“하, 응. 조금 그래요.”
영 좋지 않은 느낌에 선우가 입술 끝을 살짝 깨물었다. 다행히 박하 특유의 향은 금방 날아가고 없었다.
민재는 손가락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처음인 건가? 안쪽의 조임이 장난 없었다.
“좋……. 아니, 맛있어?”
“읏, 응, 선배. 사, 사탕 맛있어요.”
도대체 무슨 사탕인지는 모르겠지만 사탕이 조금씩 녹아내릴 때마다 느껴지는 설탕 맛은 선우를 미치게
했다. 더 먹고 싶다. 이런 작은 사탕이 아닌, 설탕물이 흘러나오는 큰 사탕을 먹고 싶었다.
“하, 응,”
“무슨 맛이야?”
“그냥 다, 달아요. 이렇게… 하앙, 단 거 처음이에요.”
생전 느껴보지 못한 맛에 선우의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민재가 손가락의 개수를 늘리자 선우는 싫어하긴
거녕 더욱 열심히 구멍을 조이며 엉덩이를 흔들었다. 그 모습을 본 민재가 별안간 손가락의 움직임을
멈췄다. 구멍 안을 달게 적시던 사탕이 가운데서 멈췄다.
“먹고 싶으면 직접 빨아 먹어.”
“으앙, 으. 읏! 으응……”
민재의 말에 선우는 사탕을 먹기 위해 있는 힘껏 엉덩이를 움직였다. 사탕이 깊숙한 곳을 찌를 때마다
선우의 몸이 조금씩 떨렸다. 이내 선우의 핑크빛 페니스가 조금씩 서기 시작했다.
“입에 사탕 물고 느껴?”
“아니, 어……”
갑작스러운 상황에 선우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세상에 사탕을 입에 물고 발기를 하다니 미친 게
틀림없었다. 부끄러운 모양인지 눈물을 글썽거리는 선우를 본 민재가 걱정하지 말라며 웃었다.
“뭘, ‘사탕 빨면서 느끼는 건 당연하잖아.’”
“마, 맞아요. 이건 당연한 거예요.”
전혀 부끄러워할 게 아니지. 왜 그렇게 부끄러워했는지 모르겠다. 선우는 더욱 열심히 엉덩이를 움직여
사탕을 빨아 먹었다. 선우의 움직임이 더욱 거칠어지며 헉헉거리는 소리가 났다. 도무지 사탕 물이 나올
생각을 하지 않자 슬슬 지치기 시작했다. 느려지는 선우의 움직임을 본 민재가 마른 입술을 뗐다. 왠지
이 능력이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좆 먹고 싶지 않아?”
“네? 선배 미, 미쳤어요?”
“아니, ‘좆 말야. 사탕 이름이잖아.’”
선우의 눈동자가 다시 한번 붉게 빛나더니 순식간에 이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깜짝아, 그냥 좆을 먹고 싶냐고 물어본 거였잖아.’
선우는 민재가 자신에게 이상한 말을 한 줄 알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손가락을 빼낸 민재는 잔뜩
벌어진 선우의 구멍 끝에 자신의 페니스를 살짝 가져다 댔다. 구멍 끝이 살짝 벌어져 벌름거리긴 했으나
솔직히 선우가 이걸 진짜로 다 먹을지는 알 수가 없었다.
“‘좆에서 나오는 설탕물이 좆물이었지?’”
“네, 맞아요. 좆물.”
“’너 좆물에 환장하잖아.‘”
“맞아요. 저 좆물에 환장하는 거 어떻게 알았어요? 좆물 먹고 나면 선배 가기로 했잖아요. 이제, 하아,
좀 가세요. 피곤해요.”
선우가 진심인지 손으로 눈을 비비며 하품했다. 정말이지 남의 집까지 쫓아와서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좆물 먹으려면 네가 입을 잘 벌려야지.”
“하으, 최대한 벌리고 있어요.”
“더 벌려.”
“끅, 알았어요.”
입이 작은 걸 어쩌라는 거야. 선우는 어쩔 수 없이 손으로 허벅지를 꽉 붙잡아 벌렸다. 페니스를 살짝
쭈물거린 민재는 선반에 놓여 있는 콘돔을 흘끗 바라봤다. 아, 모르겠다. 어차피 이 녀석 내일 기억도 못
할 텐데. 민재는 별생각 없이 자신의 페니스 끝을 벌어진 선우의 구멍에 가져다 댔다. 페니스를 살살
문지르자 선우가 엉덩이를 정신없이 흔들며 애원했다. 민재가 가지고 온 좆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맛이었다.
“‘좆 먹고 싶을 때는 먹여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해야지.’”
그런 거야? 머릿속으로 민재의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흘러들어왔다. 그럴 때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상식이
하나씩 뒤바뀌는 기분이 들었다.
‘아, 좆을 먹고 싶으면 부탁을 해야 하는구나.’
좆물이 나와야 민재가 집에 갈 테고, 자신은 좆이 무척 먹고 싶었다. 선우는 민재의 달콤한 좆을 보며
애원했다.
“서, 선배의 좆 먹게 해 주세요. 하응! 제발.”
“후, 씨발. 존나 꼴리네.”
민재가 학교에서 봤던 강선우라면 절대 이런 말을 입에 담지 않을 것이었다. 더 참을 수 없었던 민재는
선우의 구멍 안으로 자신의 페니스 끝을 밀어 넣었다. 살짝 넣은 것만으로도 조임이 장난 아니었다.
“하, 응, 으응, 읏…!”
“맛있냐?”
“하읏, 맛있어요. 하으, 선배가 준 좆. 허윽, 너무 맛있어요……”
마약을 바른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맛있었다. 선우는 생전 이런 좆은 먹어 본 적이 없었다. 여기서
나오는 좆물은 대체 무슨 맛일지 궁금했다. 애가 탄 선우가 좆물을 먹기 위해 애원했다.
“선배 좆물, 먹게 해 주세요. 흐으, 읏!”
민재의 움직임이 점점 거칠어졌다. 선우의 안에 피스톤 질을 하면 할수록 머릿속이 희게 질렸다. 선우의
구멍은 자신이 경험했던 그 어떤 섹스보다도 환상적이었다. 민재가 선우의 안에 울컥, 사정했다. 배
안쪽이 뜨거워지며 선우의 허리와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배 속에 있던 뜨거운 좆물이 몸 안으로
녹아내리자 선우가 교성을 내질렀다.
“허으으읏, 아응, 응……”
선우는 물 위로 올라온 물고기처럼 팔딱거렸다. 벌어진 구멍 사이로 좆물이 흘러나왔다.
“좆물 먹고 싶다고 할 때는 언제고 질질 싸네.”
“아, 아니에요.”
놀란 선우가 재빨리 엉덩이를 손으로 가져다 대며 흘러 내리는 정액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지금쯤 선우는
자신의 입에서 흘러내리는 설탕물을 넘기기 위해 입을 틀어막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 틀림없었다.
“한 번 더 먹을래?”
“집에 간다면서요.”
“뭐 어때? 우리가 이상한 짓 하는 것도 아니고 좆 먹는 건데. 그게 이상해? 내가 너 건드렸어? 어?”
선우가 진지하게 고민을 했다. 민재는 술에 취한 자신을 집에 데려다주고, 사탕을 줬을 뿐이었다.
섹스하는 것도 아니고 좆만 먹는 게 무슨 문제란 말인가. 게다가 지금 시간은 새벽 세 시가 넘어 있었다.
집에 들어가는 것보다 차라리 자고 가는 게 더 나을지도 몰랐다. 무엇보다 선우는 민재가 가져온 좆이
마음에 무척 들었다. 고민을 마친 선우는 민재의 앞에 자신의 입을 벌렸다.
“문제 될 거 없는 것 같아요.”
“좆물 먹고 싶으면 직접 빨아 먹어.”
선우가 천천히 민재의 위로 올라왔다. 다리를 벌린 뒤 자신의 입안에 좆을 맞췄다. 꼿꼿하게 선 민재의
좆이 거침없이 선재의 구멍 안으로 들어왔다. 안 그래도 욱신거렸던 구멍이 순식간에 벌어지며 좆을
받아먹었다. 좆이 내벽에 쓸릴 때마다 설탕 맛이 나며 입안에 저절로 침이 고였다. 민재의 가슴에 손을
올린 선우는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좆물을 먹기 위해 엉덩이를 움직였다.
“평소에도 이렇게 좆 먹고 질질 싸냐? 어? 아주 맛있어서 죽으려 그러네.”
“싸, 싸다니요?”
“‘너 좆 먹으면서 질질 싸는 거 좋아하잖아.’”
민재가 선우의 페니스를 한 손으로 쥐었다.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페니스에 손이 닿자 선우가 경련했다.
구멍과 함께 아래쪽도 사정해야 할 것만 같았다. 선우는 자신이 좆을 받아먹으면서 싸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좆 머, 먹으면서 싸는 거 너, 너무 좋아요…”
“그럼 그렇지. 넌 이제 ‘다른 새끼 좆으로는 만족도 못 할 거다.’”
“으, 아, 읏, 더…! 아응, 더!!”
“좆에 환장한 년아. 나 말고 다른 좆 먹어 본 적 있어? 어?”
“이, 어흑… 이렇게 큰 건 처음이에요… 선배 거, 달아요. 흐으윽…”
대체 어디서 사 온 좆이길래 이렇게 달 수가 있는 걸까? 민재가 앞을 괴롭힐 때마다 선우가 더욱 엉덩이를
위아래로 움직였다. 모텔의 침대가 삐거덕거리면서 두 사람이 거칠게 뒤엉켰다. 민재의 손에 의해 선우가
사정했다. 민재는 자신의 손을 활짝 폈다. 손바닥으로 선우가 토해낸 정액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뭐 해? 핥아. 니가 좋아하는 좆물이잖아.”
“아…… 맞아. 좆물.”
민재의 손을 가지고 온 선우가 손바닥에 있는 정액을 정성껏 핥았다. 선우의 엉덩이를 주물럭거린 민재가
허리를 거칠게 움직였다. 민재가 다시 선우의 안에 사정했다. 남자와의 섹스는 처음임에도 불구하고
욕망은 도무지 가라앉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페니스를 빼내자 엉덩이 사이로 남아 있던 정액이 튀었다.
“앗, 읏, 아!”
민재가 손바닥으로 선우의 엉덩이를 툭툭 쳤다. 뺨을 건드린다고 생각한 선우가 구멍을 벌리기 위해 힘을
줬다. 구멍 사이로 민재가 싸지른 정액이 뚝뚝 떨어졌다.
“입 똑바로 벌려. 밤새도록 처먹여 줄 테니까.”
“네. 선배. 선배 좆물, 먹여주세요.”
엉덩이를 치켜든 선우가 입 꼬리를 올렸다. 민재는 거의 아침 해가 뜰 때까지 선우를 범하고 또 범했다.

* * *

선우는 익숙한 침대에서 눈을 떴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선반에 놓인 디지털 시계가 오전 11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대체 얼마나 잔 거야? 침대 위에 있는 휴대폰을 열어 습관처럼 톡을 들어가니 오만가지
톡이 쌓여있었다. 답장하지 않은 채 톡을 훑던 중 선우의 눈에 민재에게서 온 톡이 눈에 들어왔다.
「잘 들어갔어?」
하필이면 톡을 해도 최민재랑 하다니!
술기운에 읽었다고 생각한 선우는 굳이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멍하니 톡을 본 선우는 이마를 짚으며
어젯밤 일을 떠올리려 애를 썼다.
분위기에 휩쓸려서 3 차까지 술자리에 가고, 3 차가 끝난 뒤 조금씩 취기가 올랐다.
“내가 술에 취하긴 취하는구나.”
하긴 다들 많이 마시긴 했지. 선배들이 준 술도 한 번도 빼지 않았고. 선우는 오히려 자신이 술에 취하는
타입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집에 잘 오기도 했고 말이다.
‘그래서 그 뒤에 어떻게 됐더라?’
선우는 차근차근 기억을 더듬었다. 민재가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자신에게 괜찮냐고 물었고,
결국 민재에게 집 주소를 불러 줘 함께 택시를 타고 집에 들어왔다.
“사탕?”
선우가 손가락을 입에 넣으며 중얼거렸다. 그래, 맞다. 자신은 술에 취하면 사탕을 먹고 싶어 하는
술버릇이 있었다. 그런 자신에게 민재가 사탕을 줬고, 민재와 함께 잠이 들었다. 그래서 민재는 어디
있지? 이불을 걷은 선우는 침대에서 내려와 바닥에 발을 디뎠다.
“하윽!”
순간적으로 몸이 고꾸라진 선우가 급하게 바닥을 짚었다. 바닥에 뭐가 있나? 왜 이렇게 미끄러워? 선우는
벽을 짚으며 천천히 거실로 나왔다. 거실의 탁자 위에는 흰색 포스트잇이 놓여 있었다.
<재워줘서 고마워.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 다음에 또 술 마시자>
단정한 글씨로 적혀 있는 포스트잇을 구겨 쓰레기통에 집어넣었다. 어제 그 많고 많은 사람 중에서 왜
하필 최민재와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앞으로 다시 볼 일은 없을 테니까.”
선우는 비틀거리며 욕실 안으로 들어갔다. 벽에 걸린 샤워기에서 따듯한 물이 떨어지며 온몸을 적셨다.
한참 샤워를 하던 선우가 별안간 벽에 손을 짚으며 엉덩이 안쪽으로 손가락을 넣었다.
“사탕, 후, 먹은 뒤에는 구멍 잘 씻어야지.”
그러고 나면 꼼꼼하게 약도 발라야 한다. 선우는 그러한 행위를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 * *

민재는 평소보다 조금 일찍 강의실에 도착했다. 민재의 뒤를 이어 도착한 친구가 가방을 내려놓으며 옆에


앉았다. 강의실은 아직 절반도 채 차지 않았다.
“너 웬일이냐?”
민재는 매번 강의 시작 직전, 아슬아슬할 때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 민재가 이런 아침부터 강의실에
있다니 해가 서쪽에서 뜬 게 아니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고개를 살짝 놀린 민재는 친구를
보자마자 혀를 찼다.
“뭐.”
“아오, 최민재. 뭘 잘못 먹었나 생각했던 내가 병신이지.”
“차가 덜 막혀서 일찍 온 것뿐이야.”
아침에 일찍 눈을 뜬 것도 있지만, 굳이 그 사실을 설명해야 할 필요는 없었다. 학생들이 하나둘씩
강의실로 들어왔다. 민재는 괜히 주변을 둘러보며 선우를 찾았다. 깔끔하게 뒤처리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과연 원하는 대로 됐을지 의문이 들었다.
바로 앞자리를 다른 학생이 앉자 민재는 한순간 실망했다. 처음부터 정해진 좌석이 아닐 텐데, 왜 당연히
저 자리에 선우가 앉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학생들이 속속들이 도착하고 있음에도 선우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저번에도 2 교시에 왔었지.’
왜 2 교시에 온 걸까? 오늘도 2 교시에 올 생각인 건가?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민재는 손끝으로
자신의 입술을 살짝 만졌다. 그건 사고였다. 우연히 자신의 힘을 알게 됐다고는 해도 술을 많이 마신
상태였기 때문에 사고가 흐려졌을 뿐이었다.
어쨌든 민재는 선우를 보고 싶어 미칠 것 같았다. 선우를 찾아낸 건 다름 아닌 옆에 앉은 친구였다.
안쪽에 있는 민재와 다르게 책상 바깥쪽에 앉은 그가 지나가던 선우의 엉덩이를 가볍게 툭 건드렸다.
“아, 뭐예요?”
“뭐예요? 너 이 자식. 많이 편해졌다?”
“엉덩이 때리는 거 성희롱이거든요?”
“형 봤으면 인사를 해야 할 거 아냐.”
“아, 예. 안녕하세요.”
언제 친해진 건지 선우가 그를 보며 건성으로 인사를 했다. 덕분에 원래 앉으려던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고 만 선우가 짜증을 내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친구가 바로 앞자리를 손가락질했다.
“야야, 요기 앞에 자리 있네.”
친구의 말에 옆에 가방을 놓았던 남자가 급하게 가방을 치웠다. 또 누가 자리를 빼앗을까 선우는 급하게
가방부터 내려놓았다. 이번 주의 선우는 앞자리는 앞자리인데 약간 틀어진 대각선 자리였다. 친구가
자신의 앞에 앉은 선우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고 보니 너 저번 주에 잘 들어갔냐? 술 꽤 많이 마신 것 같던데.”
“네.”
몸을 살짝 돌린 선우가 친구의 옆에 앉은 민재를 흘끔 바라봤다. 턱을 괴며 칠판을 보는 척하고 있던
민재가 살짝 내리깔았던 눈을 다시 치켜들었다. 마음 같아서는 아는 척을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민재가 자신을 집까지 데려다준 건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최 선배가 집까지 잘 데려다주셨어요.”
“오, 이 녀석이? 웬일이냐? 혹시 큭큭, 이상한 짓 당한 건 아니고?”
“야! 너 나를 뭘로 보고 그래? 아니라고.”
“진짜냐?”
“하하. 그냥 사탕 주고 간 게 다예요.”
“웬 사탕?”
“저 술 취하면 사탕 땡기거든요. 술버릇이라.”
선우가 굉장히 자연스럽게 술버릇이라며 말을 하자 민재가 깜짝 놀랐다. 거의 일주일 만에 보는 선우의
눈동자는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저리 말하는 걸 봤을 때 최면의 효과는 남아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나쁘지 않은데?’
민재는 왜 아버지가 자신의 능력을 두고 ‘마음을 얻는 능력’이라고 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교수님이 들어 오고, 여느 때처럼 평범하게 강의가 진행됐다. 중간에 몇 번 졸긴 했지만, 그럭저럭
무난하게 버틸 수 있었다. 쉬는 시간이 되자 선우가 가장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엉덩이가 무거워 잘
움직이지 않던 민재는 선우가 어딜 가는지 궁금했다. 강의실을 나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계단 사이에
놓인 자판기에서 캔 커피 두 개를 뽑아 품에 안고 오는 선우와 마주쳤다. 갑자기 앞을 가로막은 민재에
놀란 선우가 들고 있던 캔 커피를 떨어트렸다. 그러고 보니 강의시간에 자신보다 더 졸던데, 잠을 깨려고
급하게 커피를 사러 나간 모양이었다.
‘이건 진짜 귀엽네.’
민재가 떨어진 캔 커피를 주워 건넸다. 붉은 눈동자도 나쁘지 않았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검은 눈동자도
그럭저럭 볼만은 했다. 솔직히 이쪽이 정상이라면 정상적인 모습이었다.
머뭇거리던 선우는 민재가 내민 캔 커피를 받았다. 손끝이 닿자 괜히 손끝이 움찔거리는 게 꽤 볼만했다.
“맞다. 선우야.”
“……네?”
뒤에서 부르는 자신의 이름에 선우가 마지못해 등을 살짝 돌렸다.
민재의 말을 들은 선우는 캔 커피를 뜯으며 한숨을 쉬었다. 술 취해서 집에 데려다주고, 사탕을 먹고
싶다는 말도 안 되는 술주정 들어준 것까지는 좋은데 왜 이렇게 친하게 구는지 모르겠다. 마시고 있는
커피 맛이 느껴지질 않았다. 선우는 여전히 민재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고작 한번 집에 데려다주셨다고 해서 친한 척 굴지 마세요.”
“어, 응.”
선우는 민재를 지나쳐 강의실로 돌아왔다. 혹시라도 더 건드리면 어쩌나 우려했던 것과 다르게 민재는 더
이상 말을 걸지 않았다. 강의가 끝나자 선우는 누구보다도 빠르게 짐을 챙겨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 * *

주말에 반강제로 회사 행사에 뜬금없이 동원된 민재는 10 시가 넘어서야 집에 들어올 수 있었다. 고 3,


방학 때 있었던 사건 이후로 형들과는 거의 남처럼 지냈다. 그전에는 집에 있는 사람 취급 정도는
받았다면, 이젠 거의 유령 취급이었다.
아니, 어쩌면 유령도 이것보다는 더 나을지도 몰랐다. 민재는 그런 형들을 탓하지 않았다. 형들은 집안
대대로 넘어오는 ‘마인드 컨트롤’능력에 대해 알고 있었을 것이엇다.
거추장스러운 자켓과 넥타이를 벗어 던진 뒤 침대에 털썩 누웠다. 손끝으로 입술을 만지작거리자 눈앞으로
선우의 얼굴이 스치듯 지나갔다. 첫 마인드 컨트롤을 걸린 사람이 선우라 그런가? 그날 이후로 묘하게
선우가 신경 쓰여 미칠 것 같았다.
“하필이면 키스가 뭐야.”
민재는 엄지로 입술 끝을 살짝 닦았다. 선우에게 첫 마인드 컨트롤이 먹힌 이후 몇 가지 실험을 해 봤다.
그로 인해 알게 된 것이 있었다. 키스를 하고 10 초가 안 되서 눈이 붉어진다. 마인드 컨트롤이 유지되는
시간은 하루 정도, 그사이에 다시 키스하면 마인드 컨트롤이 풀린다. 최면을 걸어 둔 내용은 24 시간이
지나도 유지가 된다. 다른 사람에게 말한다면 믿기 힘들 내용이지만 엄연히 사실이었다.
문제는 그러려면 다른 사람과 혀를 섞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딱히 결벽증은 없지만, 아무 감정 없는 놈을
붙잡고 키스를 하고 싶은 기분이 들 정도로 미친놈은 아니었다.
침대에 누운 민재는 휴대폰을 열었다. 확인하지 못한 톡이 주르륵 싸여 있었다. 의미 없이 쌓여 있는
톡들을 읽던 중 새 톡이 올라왔다. 지난번 술자리에 있었던 멤버들끼리 만든 단톡이었다. 술자리가 끝난
이후 일주일 정도는 톡이 올라오다가 최근에는 거의 죽은 방이었을 텐데, 오늘따라 유독 톡이 많이 쌓여
있었다.
“사진?”
민재는 아무 생각 없이 사진을 확인했다. 뒤이어 사진이 주르륵 올라왔다. 술, 곱창, 그리고 몇몇
사람들의 셀카 사진이었다. 주르륵 올라오는 사진을 넘기던 중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민재는 재빨리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 너 어디냐?
― 우리 민재, 형 술 마시고 이찌! 왜?
― 강선우랑 같이 있지?
― 아, 사진 봤구나. 왜? 바꿔줘?
휴대폰 너머가 소란스러웠다. 친구가 선우에게 휴대폰을 내밀었으나, 전화 상대가 민재라는 걸 눈치챈
선우가 대놓고 거절을 했다. 침대에서 일어난 민재는 곧바로 나갈 준비를 했다.
― 야, 선우가 너 싫은가보다.
― 개소리하지 말고. 어디야?
― 개소리라니 너무해, 왜?
― 어디냐고, 술 어디서 마셔? 내가 강선우랑 술 마시면 알려 달라 그랬잖아.
― 씨발, 너나 강선우나 맨날 술 마시자 그러면 빼잖아. 올 거면 와라. 주소 보내준다.
기분이 상한 친구가 먼저 전화를 끊었다.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사이 친구에게 술집의 주소가 왔다. 학교
근처에서 별로 멀지 않은 거리에 있었다. 근처에 차를 대놓은 뒤, 2 층 술집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다른 동기와 마주쳤다. 상황을 보아하니 다들 일어나는 분위기였다. 화장실을 갖다 나온 친구와 민재가
마주쳤다.
“뭐야? 너 진짜 왔냐?”
“온다고 그랬잖아.”
“그렇긴 한데…….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지. 야, 어쩌냐? 이제 쫑인데.”
가볍게 만나기로 한 거라서 더 이상의 술자리는 없었다. 둘이서라도 마시자는 친구를 무시한 민재가 가게
안으로 들어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우고 있는 무리를 둘러 봐도 선우는 보이질
않았다.
“선우는?”
“응?”
“강선우 걔 어디 갔냐고.”
“아, 걔? 너 오기 10 분 전쯤에 이수호랑 나갔어.”
“이수호?”
예상하지 못한 이름에 당황한 건 다름 아닌 민재였다. 민재가 아는 이수호는 단 한 명밖에 없었다. 혹시
자신이 아는 그 이수호가 맞냐는 민재의 물음에 친구가 대답했다.
“그래, 그 이수호. 자기 장학금 못 탔는데 양보해달라고 지랄했던 음침한 애 있잖아.”
“아……”
대충 누군지 알 것 같았다. 이수호는 다른 동기들과 어울리지도 않고, 학과 행서에도 참여하지 않는
녀석이었다. 있는 듯 없는 듯 지내는 녀석이라 그 녀석이 장학금을 양보해 달라고 난리를 쳤을 때 다들
놀랐던 기억이 있었다.
“그래, 그 이수호. 여학생한테 가서 자기 장학금 못 탔는데 양보해 달라고 지랄했던 이수호.”
민재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편은 아니지만, 이수호의 경우에는 그 정도가 조금 더 심했다. 학교
행사에는 얼굴을 비춘 적도 없고, 누군가와 같이 다니지도 않았다.
그런 학생들은 과 내에서도 이수호 말고도 여러 명이 있으니 별문제가 되질 않았다.

민재는 이수호와 강선우의 조합이 약간 의외였다. 맨정신에 아무리 머리를 써도 접점이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이 어떻게 친해졌는지 알 수가 없었다.
“걔가 강선우랑 나갔다고?”
“술집에 찾아 왔어, 강선우 말로는 선약이 있다고 하던데? 둘이 나가는 걸 뭐라고 할 수는 없잖아.”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운 친구는 불가항력이었다며 어깨를 들썩였다. 강선우와 이수호에 관한 이야기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관심도 없을뿐더러, 술자리가 끝난 마당에 그 이야기는 하등 의미가 없기
때문이었다. 친구는 오히려 모처럼 여기까지 와 줬는데 오자마자 집에 가겠다고 하는 민재의 기분을
달래기에 정신이 없었다.
“내가 미안하다. 정말로 올 줄 몰랐다. 다음에는 이야기해 줄게.”
“됐어. 멋대로 온 건데.”
“야, 나도 마음 같아서는 너랑 이라도 술 마시고 싶은데. 여자친구가 일찍 들어가라고 아주 난리도
아니다. 난리도.”
“괜히 거짓말해서 걸려서 싸우지 말고 들어가라.”
민재가 신경 쓰지 말라며 친구의 등을 툭툭 건드렸다. 마침 주황색 택시 한 대가 다가왔다. 친구를 태운
택시가 멀어지고, 홀로 남겨진 선우는 네온사인이 가득한 번화가의 풍경을 보며 욕을 내뱉었다.
“씨발.”
그냥 집에 있을걸. 한 시간이나 걸려 와서 이게 무슨 짓인지 모르겠다. 한숨을 푹푹 내쉬며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빌어먹을, 담배도 없었다. 민재는 인근 편의점에서 담배를 산 뒤 밖으로 나왔다. 건물
안쪽으로 모텔 가가 보였다.
“좋긴 좋았지.”
불이 붙지 않은 담배를 입에 문 채 무언가에 홀리듯 모텔가 쪽으로 들어갔다. 사실은 여자가 아니라
남자를 좋아했던 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선우와의 섹스는 기분이 좋았다. 특히 눈물을 뚝뚝 흘리는 그
얼굴이 여러 가지 의미로 꼴렸다. 민재는 맛이 간 가로등에 등을 기댄 채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때 이후로 도무지 선우와 엮일 일이 생기지 않았다. 어떻게든 건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봤지만, 마치
작정이라도 한 듯 선우는 자신을 피해 다녔다.
“내가 뭘 했다고.”
섹스야 그렇다 쳐도, 성적인 것 외에 선우를 괴롭힌 적은 없었다. 애당초 민재와 선우는 괴롭히고
잘해주고를 논할 수 있을 만큼 친한 사이도 아니었다. 담배를 끈 민재는 습관처럼 입술을 만지작거렸다.
생긴 것도 도도하게 생긴 주제에 하는 짓도 앙칼진 게 참 마음에 들었다.
민재는 키스만 하면 그다음부터는 선우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흥분이 됐다. 그 기회가 오면
이번엔 지난번처럼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가지고 놀 만큼 놀다 보면 질리지 않겠는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민재는 연신 줄담배를 피웠다. 모텔 바로 건너편에도 작은 편의점이 있었다.
딸랑, 종소리와 함께 편의점 문이 열리며 남자 두 명이 계단을 내려왔다.
툭, 민재가 피우고 있던 담배가 아래로 떨어졌다. 놀란 민재가 얼른 몸을 숙여 담배를 주웠다.
“선우야, 왜 그래?”
선우의 옆에 있던 이수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전봇대 쪽으로 등을 돌린 채 담배를 줍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은 느낌의 위화감이 들었다. 다만 뒷모습에 주변이 어두워
누구인지까지는 알 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아냐.”
선우는 술과 안주가 담긴 봉투를 쥔 채 등을 돌려 수호와 모텔 쪽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이 모텔 안으로
들어가는 걸 본 민재는 기가 찼다.
“…….”
다른 사람이라면 모를까 존재감도 없고, 다들 은연중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던 저런 녀석과 강선우가
모텔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하.”
실소를 내뱉은 민재는 담배 하나를 입에 더 물었다. 두 사람의 분위기는 아무리 봐도 3 차로 술을 마시러
들어가는 느낌은 아니었다. 어쩐지 섹스를 할 때 예쁘장하게 굴더니, 처음이 아닌 모양이었다.
담배를 끈 뒤 주먹을 꽉 쥐었다. 무난한 인생이었다. 가지고 싶은 건 전부 가지고, 원하는 건 전부
이뤘다. 그런 민재에게 강선우라는 존재는 처음 만난 시험대와도 같았다. 마음 한구석에서 참을 수 없는
소유욕이 일었다.

* * *

여느 때와 같은 평범한 날이었다. 선우는 평소처럼 공부하고 있었다. 선우의 옆으로 누군가가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 민재였다. 일부러 그러는 건가 싶어 주변을 둘러보니, 도서관이 꽉 차 있었다. 시험
기간이니 어쩔 수 없었다. 하필이면 비어 있어도 자신의 옆자리만 비어 있다니 재수가 없었다.
이어폰을 낀 선우는 애써 몸을 옆으로 틀며 민재를 모르는 척했다. 아는 척을 하면 어쩌나 걱정했던 것과
다르게 민재는 선우를 신경 쓰지 않았다. 덕분에 고개를 숙이고 다시 집중할 수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호기심에 옆을 바라봤을 때 민재는 사라지고 없었다.
‘갔나 보네.’
텀블러에 남아 있는 물을 홀짝인 선우는 민재에 대한 생각을 지웠다. 민재의 자리에 전공 책이 남겨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건 그로부터 한 시간이 더 지난 후였다.
텀블러를 챙겨 복도로 나온 선우는 텀블러에 물을 채우며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이수호, 선우는 얼마 전부터 그와 사귀기 시작했다. 구설수가 있긴 했어도 열심히 사는 모습이 좋기도
하고 이래저래 자신에게 잘 해주는 수호가 꽤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좋아하는 것과 별개로, 얼마 전부터
수호와 섹스를 할 때마다 이상하게 만족이 되질 않았다. 일부러 만족한 척하긴 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것도 슬슬 한계에 달하는 기분이 달하고 있었다.
‘제길.’
덕분에 선우는 요 근래 기분이 좋지 않았다. 물을 채운 뒤 휴대폰을 열어 보자 선배에게 톡이 와 있었다.
「선우야, 선우야.」
「네?」
10 분 전에 온 톡에 짧게 답장을 보내자, 의외로 선배에게서 금방 답장이 왔다.
「너 옆자리에 민재 앉지 않았어? 걔가 책 두고 갔다고 동방에 좀 놔 달래.」
「그걸 왜 선배가 말해요?」
「민재가 너랑 안 친하다고 말하기 껄끄럽다고 해서 대신 전해주는 거야. 혹시 기분 상했니 ㅠㅠ?」
「아뇨.」
그냥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아무렴 민재가 자신을 피한다면 그건 그거대로 잘된 일이었다. 왜인지는
몰라도 선우는 술자리 사건 이후로 민재가 영 불편했다. 아버지의 말 때문일 수도 있지만, 단순히 그런
문제 같지는 않았다. 그냥 불편했다. 그 눈을 보고 있자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선우가 멍때리는 사이, 선배에게서 답장이 왔다.
「그럼 좀 부탁할게. ㅠㅠ 동방에 두면 민재가 내일 아침에 찾으러 간대.」
선우는 한동안 선배의 톡을 응시했다. 그냥 싫다고 말하거나 모른다고 말할걸, 하필이면 머릿속에 옆에
있던 전공 책이 떠오르는 바람에 싫다는 말을 하지 못한 게 한이었다. 당사자도 아닌데 이렇게 부탁하는
선배가 안쓰러웠던 선우가 마지못해 대답했다.
「동방에 두고만 오면 되죠?」
「ㅇㅇ 아무 데나 두고 오래」
「네.」
짧은 답장을 보낸 뒤 텀블러를 챙겨 자리로 돌아왔다. 가방을 멘 남자가 선우의 옆자리를 서성거렸다.
선우는 민재가 앉아 있던 자리에 놓인 책을 제 쪽으로 끌어온 뒤 조용히 말했다.
“자리 없으니까 앉아도 돼요.”
가방을 내려놓은 남자가 고맙다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졸지에 민재의 전공 책을 가져온 선우는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복도로 나와 휴대폰을 확인하니 선배에게 동아리방 위치와 비밀번호가 적힌 톡이 와
있었다. 도서관을 나와 바로 건너편에 있는 건물이었다.
책을 동방에 두는 것 정도는 괜찮겠지? 얼굴을 보는 것도 아니니까. 얼른 빌어먹을 전공 책을 던져 놓은
뒤 돌아와 공부하고 싶었다. 선우는 건너편 건물로 들어갔다. 시간이 시간이라 그런지 건물이 좀
어두웠다.
“존나 구석에 있네.”
그 많고 많은 동아리 방 중에서 민재의 동아리는 엄청나게 구석에 있었다. 선우는 주변에 불이 들어오지
않아 휴대폰 플래시까지 켜 가며 간신히 동아리 방을 찾을 수 있었다.
선배가 알려준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른 뒤 안으로 들어왔다. 창문은 굳게 닫혀 있었으며 불을 켜는 버튼은
찾으려야 찾을 수가 없었다. 휴대폰 플래시로 주변을 비추자 안쪽에 작은 책상이 보였다. 동아리 방으로
들어온 선우는 대충 민재의 전공 책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부스럭, 발소리가 들렸다. 놀란 선우가 문
쪽으로 휴대폰 플래시를 돌렸다. 동시에 탁, 하고 동아리 방의 불이 들어왔다.
“뭐야. 선배, 여기서 뭐 해요?”
집에 간 거 아니었어? 이 전공 책은 뭔데? 휴대폰 플래시를 끈 선우는 인상을 찌푸렸다. 봐, 최민재는
제정신이 아니라니까. 학교에 있었으면서 왜 굳이 다른 사람 시켜서 책을 가지고 오게 하냐고.
“저 갈게요.”
선우가 동아리 방을 나가려 하자 민재가 급하게 선우의 팔을 붙잡았다. 순간 반항할 틈도 없이 민재가
그의 입술을 덮쳤고, 입안으로 혀가 들어왔다. 놀란 선우가 두 손으로 민재를 밀어냈다.
“선배 미, 미쳤어요?”
민재가 문 쪽을 막고 있었던 터라 나갈 수 없었던 선우가 동아리방 안쪽으로 뒷걸음질 쳤다. 도대체 뭐야,
왜 나한테 키스하는 거야? 술을 마신 것도 아니면서. 문득 선우의 머릿속으로 벌칙으로 키스를 했던 때가
떠올랐다. 설마 그때 민재가 자신에게 반했나? 아무리 그래도 자신은 사귀는 사람이 있었다.
“어, 없었던 일로 해 줄 테니까 내보내 주세요.”
선우는 천천히 머리를 굴렸다. 여기서 민재를 흥분하게 해서 좋을 건 없다는 판단이 섰다. 민재가 선우의
앞으로 한 걸음 다가왔다.
‘먹혔다.’
마인드 컨트롤의 조건은 다름 아닌 키스가 분명했다. 거기에 선우는 자신의 눈이 빨갛게 변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민재는 선우가 가지고 온 책 위로 손을 올리며 나긋하게 입을 열었다.
“’너 나 만나러 온 거 아니었어?’”
“…….”
“’나한테 할 말 있다면서.’”
민재의 목소리가 마치 종처럼 선우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한순간에 민재를 보고 놀란 감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러게, 민재를 보러 왔으면서 민재를 보고 놀랄 건 뭐람. 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은
민재에게 할 말이 있어 이 동아리방으로 찾아 왔다. 그런데……. 할 말이 뭐였지?
“’나 피해 다니는 거 사과하고 싶다고 했잖아.’”
또다시 들리는 민재의 목소리에 그제야 선우의 뇌가 굴러갔다. 자신은 그날 술자리 이후로 민재를 피해
다녔다. 왜 피해 다녔는지는 기억이 안 나긴 하지만, 사과하기 위해 민재가 있는 동아리 방으로 찾아온
것이었다. 민재가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
“일단 앉아서 이야기하자.”
“네.”
선우는 민재의 앞에 다소곳이 앉았다. 자신은 민재를 피해 다녔던 걸 사과해야만 했다.
“선배 그……. 죄송해요.”
“뭐가?”
“제가 선배 피해 다닌 거요. 저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정말 죄송해요. 피하려고 피해 다닌 건
아니었어요.”
선우가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했다. 다시 생각해 봐도 민재를 피해 다닌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풀이
죽은 선우의 말에 민재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지. 그래도 이제라도 찾아와서 사과해주니까 고맙다야. 근데 너 ‘나 좋아하지?’”
민재와 선우의 눈이 맞았다. 선우의 붉은 눈동자가 잠시 흔들리더니 이내 긴 침묵이 이어졌다. 침묵이
길어지자 민재는 괜히 목이 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선우의 얼굴이 빨갛게 익었다. 흰 피부에 붉게 물든
홍조를 본 민재가 깜짝 놀랐다.
“너 괜찮아?”
민재가 손을 내밀자 선우가 몸을 살짝 틀어 피했다. 싫어서 피한다고 하기보다는 부끄러워서 피하는 것
같았다.
“아, 아니. 그…….”
고개를 숙인 선우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그제야 자신이 민재를 피했던 이유가 조금씩 떠올랐다.
민재를 볼 때마다 제 감정을 들킬 것만 같았다. 자리에서 일어난 민재가 동아리 방 안쪽에 있는 작은
냉장고에서 캔 커피 두 개를 꺼냈다. 커피 하나를 선우 쪽으로 민 뒤 다리를 살짝 꼬며 앉았다.
“알려고 안 건 아니니까 못 들은 척해도 돼. 너 사귀는 사람도 있잖아.”
“수호형……. 아, 알고 계셨군요.”
선우는 당장이라도 도망가고 싶었다. 분명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연인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민재에게
마음이 가는 스스로가 싫었다. 문제는 어느 한쪽도 포기할 수가 없었다. 그것이 자신이 민재를 피해 온
이유였다.
“불편했다면 죄송해요. 수호 형한테는 비밀로 해 주실 수 있어요? 저, 정말로 수호 형 많이 좋아해요.”
이수호를 좋아한다는 선우의 말에 캔 커피를 쥔 민재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제가
이수호보다 못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민재는 애써 다정한 척 연기를 했다.
“그럴 수 있지. 아, 그 커피 마셔.”
민재가 선우의 앞에 놓인 커피를 손가락질했다.
“전 괜찮아요.”
“그러지 말고 마셔. 독 든 것도 아닌데 왜 그래?”
민재가 먼저 앞에 놓인 캔 커피를 홀짝였다. 머뭇거리던 선우가 캔 커피를 뜯어 입에 넣었다. 독이라니,
아무리 농담이라고 해도 너무 간 것 같은 느낌이 없잖아 있었다. 선우는 반쯤 남은 캔 커피를 두 손으로
쥐었다.
“커피 맛있지? 내가 좋아하는 커피야. 시험 기간마다 엄청 마시는데, 커피에 있는 알코올 때문에 아주
죽을 것 같다니까.”
“네? 선배, 카페인이겠죠.”
“너야말로 무슨 소리야? ‘커피에 알코올 들어있잖아.’ 왜 그래?”
“아, 잠깐 다른 거랑 착각했나 봐요.”
선우가 목덜미를 긁적이며 커피를 홀짝였다. 하긴 요즘 커피에는 정말 알코올이 많이 들어있지. 과한
알코올 성분 때문에 문제가 된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있었다.
“적당히 마셔. ‘너 커피에 들어간 알코올에는 약해서 금방 취하잖아.’”
“걱정해주셔서 감사해요.”
좋아하는 마음에 걸리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오히려 걱정해주는 민재에 선우는 아주 조금 마음이 놓였다.
선우는 습관처럼 손에 쥔 커피를 홀짝였다. 커피 한 캔을 순식간에 비우자 알코올 기운이 올라오며
현기증이 났다. 민재가 선우의 앞에 손을 흔들었다. 멍하니 앉아 있던 선우가 흠칫, 정신을 차렸다.
“괜찮아?”
“아, 네. 그냥……. 좀 취해서 그래요.”
선우가 테이블에 팔꿈치를 올리며 이마를 꾹꾹 눌렀다.
“미안하다. 너 커피 알코올에 약한 거 알았으면 안 주는 거였는데.”
“아니에요. 정말 괜찮아요. 그냥 좀 진정이 안 돼서 그런 거여요.”
알코올 기운이 올라와서 그런가 묘하게 입안이 근질거리며 애가 탔다. 그런 선우를 본 민재가 자신의
손가락을 살짝 내밀었다.
“맞다. 사탕 있는데, 사탕이라도 먹을래?”
민재의 손가락을 본 선우가 저도 모르게 입을 살짝 벌렸다. 사탕을 먹고 싶다는 생각에 입안으로 침이
고였다. 눈치를 본 선우가 마른 입술을 뗐다.
“사탕까지 얻어먹으면 좀…….”
“괜찮아, 동방에 사탕 많아. 아, 좆도 있는데 먹을래?”
“좆이 있어요?”
좆이라는 단어에 선우의 눈이 반짝였다. 취한 자신의 주정을 들어 주는 것도 고마운데 좆까지 받는 건
너무 미안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냥 사탕만 먹을게요.”
“괜찮아, 너 좆 좋아하잖아. 어차피 한두 개 먹는다고 해서 뭐라 그럴 애들 없어.”
민재가 근처에 있는 소파에 앉아 자신의 벨트를 푼 뒤 바지를 내렸다. 다리 사이로 툭 튀어나와 있는
검붉은 좆을 본 선우가 침을 삼켰다.
수호도 좆을 먹는 것 정도는 뭐라고 하지 않을 것이었다. 선우가 무릎을 뚫으며 민재의 좆을 입에 넣었다.
입안으로 퍼지는 알싸한 박하 향에 저도 모르게 만족감이 일었다.
“으브… 읍….”
선우는 꽤 필사적으로 좆을 빨았다. 두 손으로 좆을 움켜쥐며 정성스럽게 핥았다. 다리를 벌린 민재가
선우의 머리채를 붙잡았다.
“’좆은 혀로 핥는 게 아니라 쪽쪽 빠는 거야.’”
아, 그랬지. 선우는 잘못 먹고 있었다면서 좆을 입안 가득 넣은 뒤 정성스럽게 빨았다. 그런 선우를
내려다본 민재는 입술 끝을 살짝 깨물었다.
“’우리는 지금 커피 마시고 있는 거지? 이상한 짓 하는 거 아니잖아.’”
좆을 입에서 살짝 뺀 선우가 민재를 보며 눈을 깜박였다. 이상한 짓이라니, 선배도 참 별것이 다
걱정이구나 싶었다. 고개를 숙인 선우는 민재가 준 좆을 입에 물었다. 좆을 끝에서 정액이 나올 때마다
마치 꿀이라도 발라 놓은 것처럼 핥았다. 뒤가 간지럽기 시작한 선우가 엉덩이를 흔들었다.
“선배, 하응.”
좆을 빨고 나니 자연스럽게 안쪽 구멍이 달아올랐다. 너무나 당연한 현상이라 별다른 위화감이 들지
않았다. 애가 탄 선우가 두 손으로 잔뜩 발기한 좆을 쥐며 애원했다.
“머, 먹게 해주세요.”
“’둘만 있을 때는 형이라고 부르기로 했잖아.’ 아니야?”
“으앙, 응… 마, 맞아요. 형. 제발…… 좆물 주세요.”
선우가 커다란 좆을 입안 가득 밀어 넣었다. 드문드문 구역질이 나긴 했지만 그럴 때마다 선우는 더욱
흥분했다.
현재의 선우는 민재와 함께 커피를 마시는 중이었다. 그러다 사탕을 먹을 거냐는 민재의 말에 커피와 함께
사탕을 입에 넣고 있을 뿐이었다.
“윽!”
민재가 끝내 선우의 입안으로 사정을 했다. 선우는 목을 타고 넘어가는 정액에 잔뜩 흥분했다. 맛이 있어
미칠 것만 같았다. 바닥에 주저앉은 선우가 뺨에 묻은 정액을 손가락으로 닦아 입에 넣었다. 민재가
선우의 팔을 잡아 소파 위로 올렸다.
대충 상황을 보아하니 선우와 수호는 사귀는 사이가 틀림없었다.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수호와
헤어지게 할 수 있었으나, 민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선우 스스로 수호에게서 조금씩 거리감이 생기게
만들면 그만이었다.
고개를 숙인 선우가 다시금 민재의 좆을 입에 넣었다. 한 번만으로는 도무지 만족이 되질 않았다. 선우가
좆을 빨며 흥분하기 시작한 다리 사이를 소파의 시트에 비볐다. 한순간 그 모습이 발정한 개와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 개잖아. 그치? 좆만 빨면 개 되잖아.’”
“어, 어떻게 알았어요?”
“뭘 어떻게 알아? ‘좆 빨면 개처럼 발정하는 주제에.’”
민재의 말은 전부 사실이었다. 자신은 좆을 입에 물면 개처럼 발정하는 사람이었다. 민재가 좆을 입에
물고 있는 선우의 입을 벌려 엄지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좆 하나도 큰데 거기에 사탕까지 들어오니 입이
찢어질 것 같았다.
“혀, 형… 크게.”
“’다른 새끼 좆으로는 흥분도 안 되지.’”
“그럼요. 전 선배 좆으로만 흥분해요.”
제가 어떻게 감히 다른 사람의 좆을 빨면서 흥분할 수 있겠는가? 이런 자극을 줄 수 있는 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민재 한 사람뿐이었다. 고개를 살짝 숙인 선우가 다시 좆을 입에 물었다. 이젠 간지러운 뒤를
도무지 주체할 수가 없었다. 한번 입으로 먹기 시작하니 뒤쪽으로도 먹어야 할 것만 같았다. 입술을 뗀
선우가 민재에게 애원했다.
“형 좆, 아래로 먹어도 돼요?”
“좆이 그렇게 좋은 개새끼가 나 말고 다른 새끼 좆을 먹어?”
“형 마, 말고 다른 사람 좆 먹은 적 없어요.”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자신이 아는 좆은 민재가 준 좆뿐이었다. 선우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민재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런 예쁜 얼굴로 그런 면상을 한 이수호에게 안겼다고 생각하니 토악질이 났다.
선우는 오해라며 고개를 저었다. 제가 어떻게 감히 다른 좆을 먹겠는가. 민재가 무슨 말을 하는지, 그
좆이 어떤 좆인지 감조차 오질 않았다.
“후우, 알았어. 믿어 줄게.”
“형……. 진짜예요.”
“그래?”
자리에서 일어난 민재가 구석에 엉망으로 담겨 있는 상자를 열었다. 쓰레기더미처럼 들어있는 상자
안쪽에서 진동 에그가 나온 적이 있었다. 아마도 졸업한 선배의 짓이겠지. 가져갈 사람? 하고 장난을
치다가 구석에 처박아 뒀던 에그였다. 민재는 핑크색 진동 에그를 가지고 왔다. 다행히 배터리가 있는
모양인지 금방 작동됐다.
“’이거 알사탕인데.’ 먹으면 다른 사람 좆 안 먹었다는 거 믿어 줄게.”
민재의 제안에 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사탕은 아래로 먹는 거야.’ 하나부터 열까지 알려 줘야 해?”
“아, 아뇨.”
민재의 핀잔에 선우가 입술을 살짝 내밀었다. 그 정도는 저도 알고 있었는데 말이다. 소파 아래로 내려간
선우는 민재의 앞에서 아랫도리를 완전히 벗었다. 민재가 소파 옆으로 손을 툭툭 치자, 소파에 올라와
자신의 허벅지를 넓게 벌렸다.
“으읏….”
알사탕치고는 크기가 커서 그런지 입안으로 쉽게 들어가지 않았다. 어쩔 줄을 몰라 하는 선우를 본 민재가
피식 입꼬리를 올렸다.
“도와줄까?”
잡동사니가 가득한 상자를 뒤지니 거의 새거나 다름없는 로션이 나왔다. 민재가 선우의 엉덩이 구멍에
로션을 뚝뚝 떨어트렸다.
“’너 이거 닿을 때마다 또 흥분하잖아.’”
“흐아, 응, 아응… 혀, 형 뜨거워요…….”
로션이 떨어진 부분을 중심으로 온몸이 달아올랐다. 알사탕을 먹어야 하는데, 그래야 선배가 좆을 먹여
주는데. 로션이 묻은 손이 허벅지를 쓸자 선우의 몸이 자지러지듯 휘었다. 이래서야 도무지 알사탕을
먹을 수가 없었다.
“정말이지, 그것도 못 먹고.”
민재가 선우의 손에 있는 진동 에그를 빼앗아 가지고 왔다. 에그를 넣으려 하자 선우가 아래에 힘을
강하게 줬다. 보다 못한 민재가 옆으로 선우의 엉덩이를 손으로 찰싹찰싹 때렸다.
“’아픈 거 좋아하지?’”
“아, 아니요.”
세상에 아픈 걸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아무리 민재라고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에 선우가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런 선우를 본 민재가 혀를 찼다.
“지랄하지 말고. ‘너 아픈 거 좋아하잖아. 엉덩이 때리면 좆 벌떡벌떡 세우고.’어? 아니야?”
“마. 맞는 거 같아요. 흐앙, 읏, 아응….”
민재가 다시 선우의 엉덩이를 때렸다. 아프지는 않았으나 이상하게 민재에게 엉덩이를 맞을 때마다 좆이
움찔거리며 아려왔다.
“엉덩이만 맞고도 갈 수 있겠다. 아주?”
“흐, 아, 으응… 응, 아읏….”
“기다려봐. 형이 금방 알사탕 먹게 해 줄게.”
에그에 로션을 묻힌 민재가 구멍 안으로 알사탕을 완전히 밀어 넣었다. 동그란 크기의 알사탕이 쑥 하고
아래 입으로 들어왔다. 익숙하지 않은 감촉에 저도 모르게 힘을 주려 하자 민재가 다시 선우의 엉덩이를
때렸다.
“하읏!”
“하, 새끼 존나 느끼네. ‘내가 빼라고 할 때까지 알사탕 빼지 마.’”
“하앙, 응… 아으응…”
그냥 알사탕을 넣었을 뿐인데 좋아 미칠 것 같았다. 낡은 소파에 누운 선우는 정신없이 허리를 움직였다.
민재가 천천히 진동 버튼을 눌렀다.
“하으아, 으아… 어으으…….”
에그가 안쪽을 긁어대자 선우의 입이 잔뜩 벌어졌다. 감당할 수 없는 자극에 신음조차 똑바로 나오지
않았다. 민재가 조금씩 진동을 올리자 선우의 몸이 자지러지며 흔들렸다.
“맛있어?”
“흐앙, 응, 아…… 마, 맛있어요. 흐윽, 너무 맛있어요.”
“무슨 맛인데?”
“끅, 흐으, 달아요. 머, 머리가 하얘질 만큼 달아요!”
이성조차 마비될 것 같았다. 스스로 말을 하고도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감조차 오지 않았다. 분명 안 한
건 이러고도 제 몸은 아직도 더 많은 좆과 원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선우의 허벅지를 벌린 민재가 자신의
두꺼운 성기를 가져다 댔다. 민재는 당장이라도 엉엉 우는 선우의 안에 처박고 싶어 미칠 것 같았다.
커다란 손이 한치의 자비도 없이 거칠게 허벅지를 잡아 벌렸다. 너무 아파서 이대로 다리가 찢어지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까지 들었다. 민재의 커다란 좆을 본 선우는 입맛을 다셨다.
“하으, 아응… 응… 먹고 싶어요.”
선우는 민재의 암시대로 좆을 받아먹기 위해 애원했다. 예쁘장한 얼굴로 듣기 싫은 소리를 하는 선우를 볼
때마다 몸 안쪽에서부터 감히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정복감이 일었다. 민재 또한 조금씩 능력이 주는
자극에 침식이 되어 가고 있었다.
“먹고 싶으면 똑바로 애원해.”
“어, 어떻게…… 하으읏… 응…”
“유두라도 만지든가. ‘너 유두도 잘 느끼잖아.’”
유두를 만지라는 민재의 말에 선우가 얼굴을 붉혔다. 다리를 벌린 채 좆을 달라며 애원을 하는 녀석치고는
어울리지 않은 부끄러움이었다. 정작 선우는 아래 입에 좆이 들어오는 것보다 민재에게 가슴을 보여주며
유두를 만지는 게 더욱 수치스러웠다. 그러나 그렇게라도 해서 좆을 받아먹을 수 있다면 그건 그거대로
그럴 가치가 있었다. 선우는 입고 있던 셔츠를 들어 올렸다. 셔츠 사이로 붉은빛이 감도는 유두가 모습을
드러냈다.
“유, 유두 만지면 줄 거죠?”
“만지기나 해.”
소름이 돋을 정도로 싸늘한 민재의 말에 선우는 이를 악물며 두 손으로 자신의 유두를 살살 지분거렸다.
손끝이 닿을 때마다 유두가 조금씩 움찔거리며 딱딱해졌다.
‘아, 이거야.’
선우를 처음 봤을 때 시선이 갔던 이유가 있었다. 이 얼굴은 울리고 남자를 흥분하게 만드는 얼굴이었다.
선우는 알사탕을 안쪽에 넣은 채 열심히 유두를 만졌다.
“제발, 하 으읏, 조… 그거… 넣어주세요.”
“뭘?”
“형의 좆이요! 흐아, 으아… 응….”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민재가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자신의 좆을 선우의 구멍 안으로 밀어 넣었다.
보기만 해도 커다란 좆이 아래를 뚫고 들어 왔다.
“허으으… 으읏… 하으….”
민재의 좆과 함께 안쪽에 있던 에그가 밀려 들어갔다. 민재가 에그의 스위치를 올렸다. 전립선 근처에
닿았던 에그가 진동하자 선우의 몸이 벌벌 떨렸다. 이런 자극은 여태껏 경험한 적도, 느껴본 적도 없었다.
수호와 섹스를 했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온몸의 근육이 빳빳하게 서며 선우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포착했다. 뱃가죽이 멋대로 흔들리며 본인이 사정했다는 것도 눈치를 채지 못했다. 민재가 그르렁거리며
허리를 한번 움직이자 가라앉았던 선우의 페니스가 다시금 움찔거리며 발딱 섰다.
“씨발, 좆 존나 좋아하네.”
“흐, 아, 으응… 좋아요. 흐으윽… 형, 좆 너무 좋아요… 끄윽…… 안에, 제발 싸주세요…….”
팔을 뻗으며 애원하는 선우의 위로 올라탔다. 정신없이 박음질하던 민재는 벌어진 입안에 입술을 댔다.
민재가 아무 생각 없이 키스한 순간 선우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신은 분명 선배의 부탁을 받고 민재의
동아리 방에 들어왔다. 불이 꺼진 동아리방이 섬뜩해 전공 책만 두고 나가려던 순간, 민재가 덮쳐 왔다.
그 뒤로 기억이 없었다. 커피? 민재가 준 커피를 마셨던 것 같은데. 설마 약을 탔나? 선우는 이상하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점점 시야가 돌아오며 제 몸 위에서 짐승처럼 헉헉거리고 있는 민재의 모습이
뚜렷하게 보였다.
“서, 선배? 이게…! 아으읏… 이게… 어으… 흐아, 빼! 빼라고 씨… 으읍….”
“이런, 실수……”
당황한 민재가 급하게 선우의 목을 붙잡았다.
“놔, 아악! 읍… 으읍….”
아래가 욱신거리며 온몸이 아팠다. 입을 벌리면 안 된다고 본능이 말을 하고 있었다. 민재의 손이 선우의
목을 더욱 강하게 조르자 반강제로 입이 벌어졌다. 민재는 급하게 벌어진 입으로 혀를 밀어 넣었다. 원래
색으로 돌아왔던 검은 눈동자가 조금씩 붉어지며 선우의 몸이 축 늘어졌다.
“흐아, 으… 아….”
“’방금 전 일은 잊……’”
뭔가 말을 하려던 민재가 선우의 안에 좆을 박은 채 가쁜 숨을 내쉬었다. 섹스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선우는 자신과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민재가 눈이 붉어진 선우의 귓가에 뭔가를
속삭였다.
“알아들었어?”
“네. 그럼요.”
반쯤 넋이 나간 선우가 눈이 풀린 상태로 고개를 끄덕였다. 반쯤 넋이 나간 선우가 눈이 풀린 상태로
고개를 끄덕였다. 민재가 다시 허리를 움직였다. 선우의 구멍은 이제 완전히 선재의 페니스에 길들어
있었다. 이런 입으로 다른 새끼의 좆을 받는다는 생각은 감히 할 수조차 없었다. 울컥, 민재가 선우의
안에 사정했다. 구석에서부터 밀려 들어오는 좆에 선우가 헉헉거리며 숨을 내쉬었다. 민재가 페니스를
빼내자 구멍 안쪽이 벌름거렸다.
“알사탕은 이제 빼도 돼.”
민재의 명령 아닌 명령이 떨어지자 선우가 아랫배에 힘을 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액이 뒤섞인 에그가
구멍에서 떨어져 나왔다.
“올라와.”
“흐, 응… 아, 으아…….”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선우는 좆이 빠져나간 구멍이 다시 얼얼해지고 있음을 느꼈다. 비틀거리며 일어나
민재의 허벅지 위로 올라가 구멍에 좆을 맞췄다. 커다란 좆이 거침없이 몸 안으로 뚫고 들어오자 알 수
없는 만족감에 희열을 느꼈다. 민재의 목에 팔을 두른 선우가 정신없이 엉덩이를 위아래로 찧었다. 그럴
때마다 민재의 좆이 느끼는 곳을 쿡쿡 찌르며 선우를 미치게 했다.
“하응, 응, 형… 좆… 으아, 너무 좋아요. 하으…….”
민재가 선우의 목 근처를 부드럽게 만졌다. 아주 잠깐 암시가 깼을 때, 목을 조른 탓에 목 근처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내일 목에 파스 붙이는 거 잊지 말고.’”
“으앙, 으… 아, 안 잊을게요.”
허리를 비튼 선우가 민재의 말에 걱정하지 말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한 마음에 선우의 목에 난
붉은 자국을 혀로 핥았다.
“…….”
정신없이 몸을 섞던 민재는 문틈 너머로 인기척을 느꼈다. 나름 인적이 드문 동아리 방으로 선우를
불렀는데, 아무래도 사람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찰나 선우가 민재의
좆을 받으며 사정을 했다.
“앙, 응… 아!”
지칠 대로 지친 선우가 민재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좆이 좋긴 해도 이제는 더 이상 못 먹을 것 같았다.
선우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눈을 마주쳤다. 키스하는 척 입술을 가져다 대며 문 쪽을 조심스럽게
응시했다.
남자, 그리고 문 사이로 카메라의 렌즈가 보였다. 몰래 도촬이라도 하는 모양이었다. 선우의 몸으로
시야를 살짝 가린 민재는 소파에 있는 휴대폰을 들었다. 자신의 휴대폰으로 선우의 휴대폰에 전화를 걸어
받은 뒤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밑에 깔아 넣었다.
“하, 읏….”
“이런, 전화가 왔네.”
“형, 하… 저 이제 더…….”
성기를 빼낸 민재가 바지를 올렸다. 녹초가 된 선우는 본인이 어떤 상태로 쓰러져 있는지도 모른 채
소파에 늘어져 있었다. 바닥으로 에그를 휴지로 닦았다. 선우의 허벅지를 잡아 벌린 뒤 구멍 안으로
에그를 밀어 넣었다.
“으, 아응. 으아… 응…….”
“’돌아올 때까지 다리 잘 벌리고 있어야 해.’ 그러기로 약속했잖아.”
“하, 네. 금방 오세요.”
맞아. 그런 약속이었지. 선우는 민재와의 대화가 생각보다 길어졌음을 깨달았다. 오늘 공부는 어쩔 수
없지만 포기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무슨 이야기를 이렇게 많이 한 거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민재가
일어나자 선우는 손으로 허벅지를 붙잡아 보란 듯이 벌렸다. 안쪽에 있는 알사탕이 진동하며 또다시
선우를 조금씩 애타게 했다.
“금방 통화만 하고 올게.”
민재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통화하는 척 휴대폰을 귀에 댔다. 바로 건너편 동아리 방에서 인기척이
느껴졌으나 모르는 척하며 계단으로 내려갔다.

* * *

늦은 저녁, 술을 마시고 동방에 들어와 쪽잠을 청하고 있던 남자는 어디선가 들리는 신음에 잠이 깼다.
처음에는 잘못 들은 줄 알았던 그는 바로 건너편 동아리방에서 들리는 신음에 귀를 의심했다.
“하응. 으아, 으읏!”
“…….”
“흐, 아으… 좋아. 흐앙, 맛있어요.”
처음에는 웬 미친놈이 떡을 치나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여자의 목소리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정신을 차렸을 무렵 그는 불이 꺼진 복도로 나와 있었고, 신음이 들리는 문틈 사이로 귀를 귀 기울이고
있었다.
‘씨발, 존나 야하네.’
이건, 술에 취해서 일어난 일뿐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문틈 사이가 벌어지며 더욱 노골적으로 신음이
새어 나왔다. 뭐 저런 변태 새끼가 다 있나 싶으면서도 정신을 차릴 무렵 벽에 기대 그를 반찬 삼아
자위를 하고 있었다.
“흐….”
남자는 더욱 대담해졌다. 휴대폰 카메라를 켠 뒤 문틈 사이로 밀어 넣었다. 마음 같아서는 촬영을 하고
싶었으나 그랬다가는 소리가 새어 나갈 것 같았다. 카메라를 당기자 민재와 선우의 섹스 장면이
노골적으로 보였다. 선우의 옆 모습을 알아본 남자가 당황했다.
‘미친.’
어떤 좆같은 새끼가 학교에서 떡을 치나 했는데, 설마 그게 같은 과 동기일 줄 생각도 못 했다. 심지어
그 녀석이 강선우라니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원래부터 같은 과 동기들 사이에서 이쁘장하게 생겼다는
말을 종종 듣긴 했는데 저 정도로 노골적인 짓을 저지르는 게이일 줄 생각지도 못했다.
선우와 섹스를 하던 민재의 고개가 살짝 돌아갔다. 놀란 그가 뒷걸음질 쳤다.
‘씨발, 봤나?’
급하게 휴대폰을 숨기며 바지를 올리며 건너편 동아리방으로 숨었다.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복도를
주시했다. 잠시 후, 휴대폰을 귀에 댄 민재가 아래로 사라졌다.
“후우.”
그는 한참 동안 복도를 응시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금방 돌아올 줄 알았던 민재는 10 분이 넘게
자리를 비웠다.
“하응, 응… 아응….”
민재는 없는데, 묘하게 안쪽에서 신음이 들렸다. 게다가 귀를 귀 기울일 때마다 뭔가의 진동 소리가
들렸다. 아무리 봐도 기구 같은 거로 자위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게 뭔 좆같은 일이야.”
한참을 서성거리던 그는 결국 조심스럽게 반대편 동아리방의 문을 열었다.
“미친.”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건 소파 쪽에 다리를 벌린 채 앉아 있는 선우의 모습이었다. 그는 혹시 몰라라 복도
쪽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다행히 별다른 인기척은 없었다. 후다닥 문을 닫은 그가 안쪽으로 들어왔다.
“야, 너…… 괜찮냐?”
“흐아, 응….”
민재의 최면에 걸린 선우는 눈앞에 있는 동기가 보이지 않았다. 금방 전화를 하고 온다던 선우는 한동안
오질 않았다. 선우의 기억은 피곤에 절어 멍하니 눈을 껌벅이고 있었던 것이 다였다. 그가 선우의 앞으로
손을 흔들었다. 약을 한 건 아닌 것 같은데, 묘하게 눈이 풀려 있는 선우가 조금은 무서웠다.
그의 머릿속으로 전화를 받으러 나간 남자와 선우가 떡을 치던 것이 떠올랐다. 다른 건 몰라도 그는 두
사람의 섹스를 보고 흥분을 했다. 우웅, 아래쪽에서 귀에 거슬리는 진동 소리가 들렸다.
무릎을 살짝 꿇은 그가 벌어진 구멍 쪽으로 눈을 돌렸다. 선우는 알사탕을 빼내지 않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고, 밀리고 밀린 알사탕이 구멍 근처에 애매하게 걸린 채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변태 새끼.”
이렇게 안 봤는데, 솔직히 좀 충격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도망가고 싶은데. 구멍 안으로
핑크색 바이브가 왔다 갔다 하는 걸 볼 때마다 침이 고였다.
‘버리고 간 거 아냐?’
상식적으로 전화를 아무리 오래 해도 이렇게 바이브를 처박아 놓고 나가는 건 말이 되질 않았다. 버렸거나,
혹은 강선우가 남자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개 변태라는 것밖에 없었다. 그쯤 되니 남자는 선우가
일부로 자신에게 박히고 싶어 이런 행동을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까지 들었다.
손을 뻗은 그가 입구 근처에 왔다 갔다 하는 바이브를 쿡쿡 찔렀다. 손가락이 닿자 구멍에 걸려 있던
핑크색 바이브가 걸려 안으로 쑤욱 밀려 들어갔다.
“흐아아, 으앗… 읏….”
만약 민재가 나간 뒤부터 계속 이 상태였다면? 딱 봐도 흐물흐물해진 구멍이 바이브를 밀어 넣고도
벌름거리고 있었다. 선우의 색색거리는 신음에 남자의 좆이 조금씩 서기 시작했다. 이 지경이 됐는데도
안 오는 걸 보면 역시 버리고 갔거나, 혹은 둘 다 또라이 변태 새끼인 게 분명했다.
“분명히 말하는데 난 잘못 없다.”
“머, 먹여 줘…….”
“뭘? 좆을?”
“좆, 좋아… 흐아….”
“미친 새끼, 박아 달라고 애원이라도 하지 그래?”
바지의 버클을 내린 그가 자신의 페니스를 내밀었다. 선우는 민재가 오지 않자 동아리 방의 선반에서
새로운 사탕을 꺼냈다고 생각했다. 눈앞에 보이는 좆을 먹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구멍에, 아, 넣어줘요.”
“이거 완전 상 변태 새끼 아냐? 너 동기 애들이 이러는 거 아냐?”
“아, 응… 제발, 싸주세요….”
“오냐, 원하는 대로 형님 좆 실컷 먹여 주마!”
이미 두 사람의 섹스를 보고 잔뜩 흥분한 그는 선우의 안에 박혀 있던 에그의 선을 잡아당겼다. 바이브가
빠진 자리에 곧바로 남자의 좆이 들어왔다.
“으, 읏….”
그도 섹스해 보지 않은 건 아니나, 선우의 안은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구멍과는 차원이 달랐다. 선우는
남자의 좆을 끊어 먹을 듯이 잡아 물었다. 힘을 이기지 못한 남자가 반사적으로 선우의 엉덩이를 때렸다.
“흐앙, 응… 어, 엉덩이 좋아….”
“뭐야? 맞는 것도 좋아하냐? 힘 안 빼?”
남자가 계속해서 선우의 엉덩이를 때렸으나 그럴 때마다 선우는 더욱 흥분하며 허리를 흔들었다. 결국,
반쯤 포기한 남자가 선우의 허리를 잡으며 좆을 흔들었다. 이미 앞선 사람이 잔뜩 박아 놔서 그런지
안쪽이 무척이나 매끈거렸다. 제 밑에서 우는 선우도 섹시해 미치겠거니와 아랫도리에서 느껴지는 자극도
정상이 아니었다.
“하, 이거 중독될 거 같은데.”
“아으… 아…으읏….”
울컥, 남자가 선우의 안쪽에 사정했다. 남자가 사정하자 선우의 허리가 뒤틀렸다가 풀썩 내려앉았다.
“흐…….”
어딘가 이상했다. 분명 자신은 좆을 좋아하고, 좆에 환장한 놈일 텐데 이 좆으로는 이상하게 만족이 되질
않았다. 좆이라고 해서 다 똑같은 좆이 아닌가? 분명 가야 할 텐데 사정을 할 수가 없었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선우가 남자에게 애원했다.
“더, 더… 부족해…….”
“쳐 우는 것도 존나 이쁘게 우네.”
이건 자신의 잘못이 아니었다. 굳이 따지자면 강선우가 개 쌍 변태 개새끼였던 거고, 자신은 거기에
속았을 뿐이었다. 이렇게 다 차려진 밥상을 못 처먹을 정도로 한심한 새끼는 아니었다. 그가 거칠게
허리를 흔들며 선우의 안에 두번째 사정을 했다. 좆을 빼내자 구멍 안으로 쌓여 있던 정액이 줄줄
흘러내렸다.
“씹, 완전 살아 있는 오나홀이네. 좆같은 새끼.”
남자가 선우의 엉덩이를 툭툭 때리자 선우가 경련했다. 슬슬 너무 오래 있었다는 생각에 도망을
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지를 올린 그가 휴대폰을 꺼냈다. 뭘 어떻게 하면 이렇게 되는 건지는
모르나 어쩌면 좋은 약점을 잡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다행히 선우는 남자가 자신을 촬영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가 킬킬거리며 동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동영상은 아니지.”
“뭐, 뭐야? 어…… 선배?”
문을 닫고 들어온 민재가 선우 동기의 휴대폰을 빼앗아 저장된 동영상을 삭제했다. 민재는 선우에게
전화를 건 휴대폰으로 그가 선우를 범하는 소리를 전부 듣고 있었다. 역시 최민재가 맞았다. 남자는
최대한 태연한 척 굴었다.
“하하, 이거 완전 개 변태 새끼 아니에요? 설마 화, 내실 건 아니죠?”
“화? 내가 왜?”
“그렇죠? 선배 담에 이 새끼랑 떡칠 때 저도 불러 주심이…… 으읍! 미친!”
민재가 남자의 팔을 잡아당겨 키스했다. 그도 놀란 모양인지 급하게 민재의 팔을 밀어내며 인상을
찌푸렸다. 퉤, 선우와 하는 키스가 아닌 낯선 남자와의 키스는 민재의 기분을 좆같게 만들기 충분했다.
“선배, 이 좆창새끼랑 둘이 섹스를 하든 떡을 치든 아무리 그래도 나한테 키스하는 건 아니지 않…….”
“’닥쳐.’”
민재의 말에 남자가 입을 뻐금거렸다. 분명 말을 하고 있을 텐데 소리가 나가지 않았다. 누군가가 억지로
목소리를 빼앗은 듯한 느낌이었다. 성큼성큼 다가간 민재가 남자의 머리채를 붙잡았다.
“좋았냐?”
“…….”
“아, 말 못 하지.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
그가 욕을 하는 듯 다시 입을 뻐끔거렸으나 여전히 말이 나오지 않았다. 싸늘한 시선으로 남자를
내려다보던 민재가 손등으로 남자의 뺨을 툭툭 건드렸다.
“너 같은 새끼한테 키스해야 하는 이쪽 입장도 생각해 보라고. ‘오늘 일은 잊어.’ 알아들었으면 고개
끄덕이고.”
남자의 눈동자가 붉게 변하더니 이내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민재는 남자의 턱을 들어 올리며 뭔가를
속삭였다.
“꺼져.”
민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남자는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밖으로 나갔다.
마인드 컨트롤이 제대로 기능을 한다면 남자는 평생 남자 구실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남자가 문을 닫고
나가자 민재가 소파에 앉아 다리를 벌리고 있는 선우에게 다가갔다.
“끅, 흑…….”
“왜 울어?”
민재가 다가가자 선우가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민재가 하도 오질 않아 멋대로 좆을 먹었는데,
이상할 정도로 맛이 없었다. 같은 좆인데 이렇게 맛이 없을 수도 있나 하는 생각이 들자 괜히 울음이
나왔다. 시간이 꽤 지났다는 걸 깨달은 민재가 선우의 옆에 앉았다. 그러자 선우가 민재의 바지 위를
만지작거렸다.
“선배 조, 좆 먹게 해주세요. 아래에…….”
“아래에?”
민재가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자 애가 닳은 선우가 먼저 아래로 내려갔다. 바지를 내리자 잔뜩 흥분한
민재의 페니스가 뺨에 닿았다. 입안에 넣자 엄청난 충족감이 몰려 왔다.
“아, 으… 읏….”
입안이 메워지자 이제는 아래쪽이 간지러웠다. 암시가 잘 든 모양인지 선우는 입안 가득 좆을 밀어 넣었다.
한 손으로 민재의 좆을 문 선우는 다른 손으로 자신의 구멍을 벌렸다. 손가락이 들어간 자리가 얼얼하고
쓰렸으나 이제는 그 아픔마저도 쾌락처럼 느껴졌다. 선우의 머릿속으로 민재가 없었을 때 먹었던 좆이
떠올랐다. 그렇게 맛이 없는 건 처음이었다.
“형, 머… 먹어도 돼요?”
“뭘?”
입술을 뗀 선우가 두 손으로 민재의 좆을 만졌다. 잔뜩 핏줄이 선 좆이 뺨을 때리고 있었다. 선우는
조금이라도 빨리 민재의 좆을 먹기 위해 정신없이 엉덩이를 흔들었다. 민재가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먹고 싶어?”
바닥에 무릎을 꿇은 선우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예쁘장하게 생긴 얼굴로 좋아 죽겠다는 표정을 짓는 그
모습이 너무나 자극적이었다. 민재가 동아리 방 가운데 있는 테이블을 손가락질했다.
“올라가. 먹고 싶으면 구멍 잘 보이게 벌려야지.”
머뭇거리던 선우가 비틀거리며 커다란 테이블 위로 올라갔다. 등을 기댄 뒤 허벅지를 잡아 다리를 벌렸다.
허벅지를 손으로 쓸자 조금 전 그 남자가 싸고 간 것 같은 정액이 묻어났다.
“다른 사람 거, 좋았어?”
“아, 아뇨. 맛이 없었어요.”
선우는 그렇게 맛없는 좆은 처음이었다며 울먹였다. 민재가 손가락 두 개를 밀어 넣었다. 굵은 손가락이
안을 긁을 때마다 배 아래가 저릿하며 온몸이 다시 뜨거워졌다.
찰싹, 민재가 손으로 엉덩이를 때리자 잔뜩 흥분한 선우가 교성을 내질렀다. 아, 이래도 부족하다. 제
몸이 어떻게 되어 버린 것만 같았다. 손가락의 개수가 늘어나자 선우는 책상에 팔을 짚으며 엉덩이를
정신없이 움직였다.
“하, 아응, 아… 으아….”
“좋아 죽으려고 그러네.”
“조, 좆 부탁이에요… 으, 아응….”
뭔가가 꽉 막혀 있는 것 같았다. 이렇게 허리를 움직여도 여전히 부족했다. 민재는 빼낸 손가락을 선우의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선우는 조금 전까지 자신의 안에 있었다는 사실조차 잊은 채 꿀이라도 발라 놓은
그것처럼 정신없이 핥았다. 허벅지를 잡아당겨 좆을 밀어 넣었다. 공기가 꽉 차 있는 주사기 안으로
피스톤 질을 하는 것 같은 압박감에 민재가 입 밖으로 신음을 토해냈다.
“하, 으아, 으… 아앙, 응…”
“후, 하. 씨발, 진짜 좆 좋아하네.”
“맞아요. 아, 으아… 좆, 읏…… 너무 좋아요!”
“선우야. 야, 강선우. 우리 지금 뭐 하고 있다고?”
“하, 으, 커피요.”
“그래 씨발, 커피 마시고 있는 거야.”
민재는 허공에 맴도는 선우의 가느다란 손목을 잡아 제 쪽으로 당겼다. 몸이 앞으로 올라옴과 동시에
페니스가 이상한 곳을 쿡쿡 찔렀다. 민재가 허리를 살짝씩 치켜들 때마다 선우의 몸이 경련했다.
그만하고 싶은데, 끊임없이 이어지는 자극이 선우를 미치게 했다.
“아, 으… 아응… 읏…….”
선우의 안에 사정한 민재의 페니스가 움찔거렸다. 민재가 사정하고 얼마 되지 않아 테이블 위에 쓰러진
선우도 정액을 토해냈다. 연이은 정사에 반쯤 맛이 간 선우의 눈이 반쯤 풀렸다.
엉망이 된 동아리방 주변을 정리하고, 교재를 챙긴 민재가 테이블 위에 쓰러진 선우의 위로 올라왔다.
“흐, 아…….”
좆의 단맛이 아직도 빠지지 않은 것 같았다. 선우의 붉은 눈동자를 본 민재가 무어라 속삭였다.
02

선우는 휴대폰의 알람에 정신을 차렸다. 확, 눈이 떠지자 재빨리 주변을 둘러봤다. 낯이 익은 동아리방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허리 아래의 감각이 끊긴 것처럼 아려 왔다. 소파에서 내려와 발을 디디기 무섭게
바닥에 주저앉았다.
여긴 자신의 동아리방이 아니었다. 누군가 가위로 기억을 잘라 억지로 붙여 놓은 것처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가슴에 손을 얹은 뒤 천천히 숨을 내쉬며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선배에게 연락을 받고, 동아리 방에 있는 민재에게 전공 책을 가져다주러 갔다. 민재와 커피를 마셨고
대화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길어졌다. 중간에 민재는 일이 있다며 전화를 하러 나갔다. 선우는 급하게
휴대폰을 열었다. 새벽에 민재에게서 온 톡이 하나 있었다.
「미안, 나 집안일 때문에 먼저 가야 할 것 같아. 동아리방 정리하고 들어가.」
통화하러 간 민재는 급한 일이 있다며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동아리 방을 정리하고 나가려던 찰나,
건너편 동아리방에서 술에 취한 낯선 남자가 들어 왔다.
“우윽!”
바닥에 주저앉은 선우가 헛구역질했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희미하게 남자가 입에 담기 힘든 말을 하며
자신을 강간했던 것이 떠올랐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온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려왔다. 어떻게 해야
하지? 수호 형에게 말해야 하나? 아니면 민재에게?
한참 동안 헛구역질한 선우는 이내 정신을 가다듬고 동아리방을 빠져나왔다. 복도의 창문 너머로 새벽
햇살이 올라오고 있었다. 군데군데 빈 자리가 있긴 했으나 도서관에는 여전히 자리를 지키는 학생들이
있었다. 선우의 자리가 일어났을 때 그 모습 그대로 남아 있었다.
가방 안에 책과 필기구, 텀블러 등을 정신없이 쏟아 넣었다. 학교 내에 지나가는 택시를 붙잡아 집으로
돌아왔다. 어떻게 집까지 왔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주저앉은 선우는 동아리방에서 다 못한 헛구역질했다. 학교에서 집까지 택시를 타고 오는 시간이어서
그런지 완전히 아침 해가 떴다.
“윽, 우윽…… 후….”
부엌으로 간 선우는 유리컵에 얼음을 넣어 고인 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여전히 엉덩이 안쪽이
쓰라렸다. 자신을 강간한 낯선 학생의 얼굴을 떠올리려 해도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중간에 뭔가를
받아먹었나? 거기에 뭔가가 들어 있었나 하는 의심까지 들었다.
선우는 집안의 커튼이란 커튼은 전부 친 뒤 소파에 주저앉아 머리를 싸맸다. 당장은 너무 정보가 없었다.
온몸이 너무 찝찝했다. 남아 있는 물을 비운 선우는 욕실로 들어갔다. 머리 위로 샤워기의 뜨거운 물이
떨어지며 온 피부를 적셨다. 물과 함께 몸에 있던 불쾌한 감촉도 사라지는 것 같았다. 머리를 감고,
샤워를 마친 선우는 거울을 바라봤다.
“아, 맞다.”
거울 속 자신을 본 선우는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욕조에 배를 살짝 걸치며 엉덩이를 벌렸다. 벽에 걸린
샤워 호스에서 벌어진 엉덩이 위로 정신없이 물이 떨어졌다. 마치 당연한 과정인 양 선우가 두 손가락을
안으로 밀어 넣었다.
“아, 으, 하……”
자기 손가락을 넣었을 뿐인데 벌써 부끄러운 목소리가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손가락의 개수를 늘린
선우는 안쪽에 있는 정액을 살살 긁어냈다. 손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뱃가죽이 살짝씩 들렸다. 달뜬
숨소리가 욕실 가득 울렸다.
구멍이 약간 찢어지고 벌어져 아팠다. 그럴 때마다 붉은 손자국이 남은 부분과 페니스가 간지러웠다.
안에 있는 정액을 모두 긁어낸 선우는 아무렇지 않게 주변을 정리했다. 선우에게 있어서 샤워할 때 구멍에
있는 정액을 청소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수건으로 몸을 닦은 선우는 침대에 앉아 휴대폰의 카메라를 켰다.
‘구멍 청소하고 나한테 검사받는 거 알지?’
샤워한 뒤, 안을 청소했으면 민재에게 검사를 받아야 했다. 동영상을 켠 선우는 다리를 벌린 뒤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샤워하고 난 뒤라 그런지 안이 뻑뻑해 잘 들어가지 않았다. 한참 끙끙 앓던 중, 어쩔 수
없이 로션을 손에 묻혀 손가락을 넣은 뒤 구멍을 벌렸다. 그 사이를 카메라로 찍은 뒤 동영상을 종료한
다음 아무렇지 않게 해당 영상을 민재에게 보냈다.
확인했다는 답장을 본 뒤 선우는 기절하듯 침대 위에서 쓰러졌다.
우웅, 웅. 계속되는 진동 소리가 선우의 머리맡을 때렸다. 이불을 덮으며 침대 위를 한참 뒹굴뒹굴하던
선우가 휴대폰을 열었다. 잠결에 알람인 줄 알고 끄려 하자 수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 선우야? 강선우, 너 어디야?
─ 윽, 형?
─ 전화 안 받아서 걱정했잖아. 오고 있는 거 맞지?
─ 어, 어?
선우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침대에서 일어나 급하게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1 시가 좀 넘어
있었다. 당황하는 선우의 목소리에 수호가 별일이라는 듯 대답했다.
─ 지금 일어났어?
─ 으, 응.
─ 별일이네.
─ 그게 어…….
붕 뜬 머리를 긁적이던 선우의 손이 한순간 멈췄다. 동아리 방에서 있었던 일 때문이었다. 그래도 같이
있었던 게 민재이니 수호에게는 말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어색하게 웃은 선우가 휴대폰을
어깨에 걸친 채 침대를 내려왔다.
─ 도서관에서 공부하느라 날 샜어.
─ 많이 피곤했나 보네.
─ 응. 미안해.
─ 됐어, 나도 좀 늦을 것 같다고 연락했는데 답장이 없어서 연락한 거야. 천천히 나와.
휴대폰 달력을 확인하니 영화 예매가 되어 있다고 나와 있었다. 도저히 시간을 맞출 수 없을 것 같았다.
─ 영화 늦을 거 같은데.
─ 영화가 그거 하나만 있냐? 조금 있다가 다른 시간에 보면 돼. 괜찮으니까 천천히 와.
거듭 미안하다는 말을 한 뒤 전화를 끊은 선우는 나갈 준비를 했다. 엘리베이터를 탄 뒤 수호에게 금방
간다는 톡을 보낸 뒤 뺨을 긁적였다.
‘하아.’
아무리 정신이 없었다고 해도 수호와의 데이트 약속을 잊어버리다니. 최악이었다.

* * *

선우가 수호와 만난 건 대학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지금이야 어지간한 술자리는 끼고 싶지


않다며 거절을 하지만, 당시만 해도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여느 대학생들이 그렇듯 선우 또한 선후배와의 술자리를 가지며 신입생 생활을 만끽했다. 그때는 자신이
이렇게 술이 센 줄 몰랐다. 술에 취하지 않아도 다 같이 술을 마시는 분위기가 좋았다.
술이 센 탓에 매번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선우는 유독 남자 선배들과 진중한 이야기를 할 기회가 많았다.
같이 술을 마시는 여자들보다 남자에게 눈이 가기 시작한 건 그 무렵이었다.
한 달 정도 사귄 여자와 섹스에 실패하고 난 뒤에야 자신이 남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었다.
늘 관심은 있었으나 그렇다고 아무나 사귀어 보기에는 겁이 났다. 그러던 중 선배 한 명과 단둘만 남아
있게 된 적이 있었다.
술에 취한 선배를 따라 꽤 지하에 있는 바를 들어갔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곳이 게이바였다는 건 선배도,
당시의 선우도 알지 못했다. 술 취한 선배는 그냥 남자가 좀 많구나 하고 웃어넘길 뿐이었다.
선우는 본인만 모를 뿐 남자들에게 꽤 취향을 타는 얼굴이었다. 선배가 잠시 화장실을 간다며 자리를
비우는 사이 몇몇 남자들이 찝쩍거렸다. 남자와 만나 보고 싶다는 생각은 늘 했으나, 노골적으로 몸부터
내주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곤란해하는 선우를 구해 준 사람이 뜻밖의 이수호였다.
얼떨결에 남자친구라는 핑계를 댄 뒤에서야 사내들을 쫓아낼 수 있었다. 뒤늦게 비틀거리며 나온 선배는
술을 더 못 마시겠다며 택시를 타고 가 버렸고, 해가 조금씩 뜨기 시작하는 푸르스름한 새벽에 선우와
수호는 인근에 있는 24 시간 국밥집에서 이른 아침을 먹었다.
선우가 기억하는 이수호라는 인물은 선배 중에서도 유독 존재감이 없는 사람이었다. 몇 번인가 스치듯
지나갔을 때 옆에 있던 동기가 아마도 같은 과 선배라며 말을 해 줬던 게 전부였다.
수호는 종종 그곳에서 술을 마신다고 했다. 게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군가를 사귀어 보거나 꼬셔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다가오는 사람 몇 명을 거절하고 나니 금세 조용히 술만 마시고 가는 녀석으로
소문이 나서 아무도 자신을 건드리지 않았다.
선우는 그 순간 자신과 수호를 누군가를, 사람을 만나 보고 싶었으나 그럴 용기와 자신이 없는 자라고
생각했다. 술기운이 올라오는 척 거짓말을 하며 사귀어 보자고 말을 꺼냈다.
좋아하는지, 사랑하는지까지는 알 수가 없으나 적어도 선우가 느끼는 수호는 그에게 친절하게 대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16,400 원입니다.”
택시 기사에게 빨리 달려 달라고 부탁을 했다. 영화 시작 10 분 전인 걸 확인한 선우는 급하게 계산을 한
뒤 택시에서 내렸다. 커다란 영화관 가운데 팝콘을 시키고 기다리고 있던 수호가 손을 흔들었다.
“형! 미안해요. 많이 늦었죠?”
“괜찮아.”
수호가 민재에게 사이다를 건넸다. 자리에 앉기 무섭게 광고가 끝나고 영화가 시작했다.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눌 틈도 없이 영화를 봤다.

* * *

영화는 재미있었다. 인근 카페에 들어가 대화를 나누고, 적당히 괜찮은 식당에서 저녁을 먹은 뒤 술을 좀
마셨다.
“어……”
“왜 그래? 안색이 별론데?”
“아, 하하하. 아니에요.”
평소 습관처럼 소주를 벌컥 마신 선우는 한순간 띵한 기분이 들었다. 시야가 약간 흔들리며 주변 소리가
붕 뜨게 들렸다. 급기야 고개를 흔들거리기 시작하자 수호가 선우의 앞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너 술 취했어?”
“어, 음. 어.”
“술 세지 않아?”
“그러게요. 오, 오늘 왜 이럴까요?”
테이블에 팔을 올린 뒤 손등으로 턱을 괸 선우가 괜히 실실거리며 웃었다. 민재의 최면 때문에 술이
약하다고 착각을 하게 된 선우는 누가 봐도 술에 취한 사람처럼 보였다. 무엇보다 선우 자체가 술에
취했다는 사실을 즐거워하고 있었다.
“좋은 게 좋은 거죠. 안 그래요?”
선우가 비틀거리며 소주 컵에 소주를 가득 따라 수호와 부딪혔다. 오랜만의 데이트, 그리고 오늘따라
유독 잘 올라오는 술기운에 기분이 좋았다. 단순히 술기운이 잘 올라오는 날일 뿐인가? 이런 식으로 술에
취해 본 적은 처음이었다. 수호와 함께 소주 한 병을 더 마신 선우는 완전히 취한 사람처럼 행동했다.
“아, 으, 아으…….”
선우는 조금씩 정신이 들었다. 허벅지 쪽으로 따듯한 감촉이 느껴졌다. 수호와 술을 마신 뒤, 계산하는
수호의 뒷모습을 본 것까지 기억이 났다. 잠시 필름이 끊긴 모양이었다. 선우가 비틀거리며 눈을 뜨자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었던 수호가 고개를 살짝 들었다.
“일어났어?”
“아, 읏. 윽, 네.”
이게 또 이상한 게. 한번 필름이 끊겼다가 정신을 차리고 나니 거짓말처럼 술기운이 싹 사라졌다. 모텔에
섹스 중이라는 걸 감안하면 술에 취한지 여섯 시간도 채 되지 않았을 것이었다. 술기운이라는 게 원래
이렇게 빨리 사라지는 것이었나?
“으, 아…….”
선우의 그런 고민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수호가 페니스를 혀로 핥을 때마다 몸이 조금씩 저리기
시작했다. 모텔 안으로 한동안 질척거리는 소리가 났다. 선우의 페니스를 정신없이 핥던 수호가 고개를
들었다.
분명 발기는 하고 있는데 평소보다 유독 사정을 안 하는 느낌이었다. 페니스에서 입술을 뗀 수호가
엉덩이를 살짝 벌렸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수호도 술에 취해 선우의 상태를 정확히 살피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수호가 엉덩이 사이로 젤을 떨어트렸다. 차가운 젤이 닿자 선우가 허벅지를 살짝 떨며
움찔거렸다.
“읏, 하…….”
머리 위에서 달뜬 숨소리가 났다. 엉덩이를 타고 젤이 흘러내렸다. 수호는 떨어지는 젤을 잡아 올리며
손끝으로 선우의 엉덩이를 살짝 때렸다.
“아, 아응!”
“선우야?”
난데없이 느끼는 선우에 놀란 수호가 고개를 살짝 들었다. 입 밖에서 흘러나온 신음이 자신의 신음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은 선우 또한 얼굴을 붉혔다. 선우는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수호와의
섹스가 기분이 좋긴 해도, 아직 넣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느낄 정도로 민감한 편은 아니었다. 역시
술기운이 남아 있었던 걸까. 선우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며 어색하게 웃었다.
“괜찮아?”
“읏, 괜찮아요.”
이상하다. 수호가 쥐고 있는 엉덩이 쪽이 얼얼했다. 분명 수호의 손가락은 자신의 안으로 들어와 있는데
정작 선우는 수호가 엉덩이를 살짝 때렸을 때의 그 감촉을 떠올리고 있었다. 평소보다 야한 신음을 흘리는
선우를 본 수호는 입고 있던 옷을 전부 벗었다. 다시금 손가락이 천천히 선우의 엉덩이 구멍을 넓혔다.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안쪽 역시 평소보다 더 너른 것 같았다. 숨을 고른 수호는 자신의 페니스를 선우의
구멍 안에 가져다 댔다.
“읏…….”
“아, 아파?”
“아뇨. 하, 괜찮아요.”
약간 인상을 찌푸린 선우가 팔을 살짝 벌렸다. 얼굴을 맞댄 수호와 키스를 했다. 아래로 페니스가
들어왔다 나가는 느낌이 났다. 그러나 어딘가 바람 빠진 고무가 출렁이는 것 같았다. 배 위로 손을
올렸다. 엉덩이가 간지러웠으나 딱 그게 다였다.
‘이상해…….’
자신의 위에서 헉헉거리며 정신없이 섹스하는 수호가 오늘따라 너무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흥분은커녕
만족조차 되지 않았다. 단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선우의 머릿속으로 수호와 얼굴을 알 수 없는
남자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선우는 수호가 사정하기 직전 있는 힘껏 두 손으로 수호의 몸을 밀어냈다.
“윽, 우윽….”
“선우야? 선우…….”
비틀거리며 침대에서 일어난 선우는 욕실 바닥에서 연신 헛구역질했다. 조심스럽게 다가온 수호가 선우의
등을 토닥였다. 내심 말은 안 했으나 수호는 오늘 선우가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아무리 도서관에서
밤샘했다고 해도 선우는 데이트에서 한 번도 늦은 적이 없었다. 설령 늦는다고 해도 점심이 다 될 때까지
정신없이 잘 성격이 아니었다. 답지 않게 술에 취한 것도 그렇고, 섹스 내내 이상하게 집중을 하지
못하는 것도 그랬다. 섹스를 잘하는 편은 아니어도 선우와 궁합이 맞지 않았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욕실 바닥에 주저앉은 선우가 막힌 울음을 터트렸다.
“끅, 끄윽… 형 죄송해요…….”
“아냐, 아냐.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괜찮아.”
수호는 눈물을 터트리는 선우를 살살 토닥였다. 분명 누구보다도 친절하게 자신을 대해주고 있음에도
선우의 머릿속 한켠에는 계속해서 민재의 얼굴이 맴돌았다.
그날을 기점으로, 선우는 수호와 아무리 섹스를 하려 해도 끝까지 할 수가 없었다.

* * *

수호와 연락은 계속하지만 서로 시험 기간이라는 핑계를 대며 만나지 못한지 이주가 넘었다. 시험에
목숨을 걸 정도는 아니지만, 성적에 대한 욕심은 있었다. 선우는 매일 샤워를 할 때마다 당연하게 구멍을
씻으며, 씻고 난 이후에는 민재에게 동영상을 찍어 연락을 보냈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평소보다 더
열심히 공부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나온 성적은 오히려 저번 학기보다 떨어져 있었다. 시험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고 했는데 왜 이런 성적이 나온 것인지 솔직히 잘 이해가 되질 않았다. 강의를 마친 선우는
학교 커피숍에서 커피를 산 뒤 생각 없이 교내 캠퍼스를 걸었다. 건너편 건널목에서 민재가 보였다.
동아리방 사건 이후로 선우는 노골적으로 민재를 피했다. 수호와 거리가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민재의
얼굴이 떠올랐다.
민재가 전화를 받으러 나간 뒤 자신이 낯선 남자에게 강간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괜히 민재가
죄책감을 가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선우가 등을 돌리자 민재가 무리해서 횡단보도를 건너왔다.
“선우야!”
노골적으로 부르는 이름에 모르는 척할 수는 없었던 선우가 커피를 쥔 채 몸을 살짝 돌렸다. 민재가
순식간에 선우의 한발 앞으로 다가왔다. 평소와 같은 얼굴을 한 민재를 보자 묘하게 마음이 평온해졌다.
분명 처음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만나면 만날수록 아버지의 조언 따위는 무색하게 변할 정도로 민재가
좋아졌다. 그 설렘에 이유는 없었다.
선우는 자신이 민재에게 극도의 호감을 느끼는 것이 민재의 최면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시험 잘 봤어?”
“아, 그…….”
다짜고짜 시험부터 묻는 민재에 선우는 들고 있던 커피 컵을 꽉 쥐며 말을 흐렸다. 민재는 선우가 시험
성적이 만족할 만큼 나오지 못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한 과목 정도는 괜찮아.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너무 시험에 목숨 걸 필요는 없어.”
“그렇죠, 뭐……. 그럴 수 있죠. 그냥 열심히 공부한 과목이었는데 성적이 안 나와서 아쉬웠던
거뿐이에요. 요즘 들어 좀 우울하기도 하고 그래요.”
“그래? 아, 혹시 뒤에 강의 있어?”
“집에 가는 중이에요.”
“커피 한잔할까?”
민재가 선우의 눈을 보며 똑바로 말했다. 민재와 눈이 마주친 선우는 몇 초 동안 사태 파악이 되질 않았다.
제 손에 커피가 있는 걸 모르고 한 말일까? 아니면 그냥 카페 가서 대화를 좀 하자는 걸까? 이내 선우는
자신의 오른손에 들린 아메리카노를 살짝 들어 보였다.
“저 커피 있는데요.”
“그냥 대화나 하자는 거야.”
가볍게 어깨를 들썩이는 민재에 선우는 괜히 안심했다. 시험도 끝났다. 평소 같았으면 수호와 데이트를
했을 테지만, 오늘은 딱히 연락이 없었다. 이쪽에서도 먼저 연락하고 싶지 않았다. 조용히 대화를 나눌
만한 카페가 있다는 민재의 말에 선우는 마음대로 하라며 뒤를 따랐다.
대체 어떤 카페길래 택시까지 타고 가야 하는지 모르겠으나, 시간이 많았던 선우는 민재의 행동을 크게
개의치 않아 했다. 민재는 선우를 데리고 대학가에서 조금 떨어진 모텔로 데리고 갔다. 호텔만큼은
아니더라도 요즘 모텔 스위트룸도 꽤 빠져 있는 편이었다. 민재에게 마인드 컨트롤이 걸린 선우는 이곳이
모텔이 아니라 민재가 추천한 카페라고 생각했다.
민재는 거실에 있는 소파에 앉아 본인이 가져온 커피를 홀짝이는 선우에게 다가갔다. 갑자기 다가온
선우가 고개를 살짝 들었다. 손을 뻗어 선우의 턱을 들어 올린 민재가 이제는 익숙하게 입안으로 혀를
밀어 넣으며 키스를 했다.
“선배, 뭐 하는…….”
“’키스한 거 잊어.’”
민재의 말 한마디에 눈이 붉어진 선우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금 커피를 홀짝였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선우가 알면서 모르는 척 연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현실감이 없었다.
민재는 동아리 방에서 섹스 때 이미 자신의 섹스 행위가 단지 커피를 마시는 것뿐이라며 최면을 걸어 놓은
상태였다. 그래도 카페에 왔으니 커피 정도는 새로 시키는 게 좋겠다고 판단한 선우가 마시던 커피를
내려놓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선배, 저 먼저 커피 시키고 올게요.”
“알았어.”
자연스럽게 모텔의 소파에서 일어난 선우는 욕실로 향했다. 닫힌 욕실 문 너머로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잠시 후, 물기만 닦은 선우가 샤워를 마치고 모텔 방으로 나왔다. 수건으로 머리를 말린 선우는
휴대폰을 하는 민재에게 말을 걸었다.
“선배는 주문 안 하세요?”
“어, 응. 금방 하고 올게.”
휴대폰을 엎은 민재가 욕실로 들어갔다. 잠시 뒤, 민재도 샤워하고 나왔다. 안쪽으로 커다란 원형
물침대가 있었다. 민재가 침대 쪽을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자리 이쪽으로 옮길까?”
“어, 상관없어요.”
선우가 성큼성큼 물침대 위로 올라왔다. 성인 세 명은 족히 누워도 될 정도로 터다는 물침대는 눕자마자
질척거리는 소리가 났다. 침대에서 내려온 민재는 가방에서 뭔가를 꺼냈다. 파란색 구슬 형태로 되어
있는 엠보싱 실리콘 딜도였다. 민재가 새거나 다름없는 딜도를 선우에게 내밀었다.
“어, 먹어도 돼요?”
“먹으라고 시킨 거야.”
선우는 딜도를 내미는 민재의 모습을 카페에 케이크를 시킨 걸로 생각했다. 침대 위에서 다리를 벌린
선우가 구멍을 벌리기 위해 애를 썼다.
“약간 먹기 힘든 것 같아요.”
민재가 사 온 케이크는 맛있어 보이는 것 치고는 먹기가 영 불편했다. 민재는 러브젤을 선우의 허벅지
위에 떨어트렸다. 뚝뚝 끊기며 떨어진 젤이 선우의 허벅지를 적셨다.
“이거랑 찍어 먹으면 먹을 만할 거야.”
허벅지에 묻어 있는 러브젤을 딜도의 끝에 문질렀다. 좁은 구멍 안으로 원형의 실리콘 딜도가 뽁 하고
들어갔다.
“으, 읏…….”
배를 조이자 아래쪽이 저릿하며 이물감이 느껴졌다. 민재가 선우의 옆으로 다가왔다. 어깨가 닿자 선우가
괜히 움찔거리며 약간 옆으로 물러섰다. 수호와 섹스를 할 수 없게 된 뒤로부터 이상하리만큼 민재가
생각이 났다.
솔직히 처음 최면을 걸었을 때만 해도 민재는 선우가 금방 수호를 버리고 자신에게 넘어올 거라고
생각했다, 당장 사귀는 사이라고 착각하게 만들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야 꼭 이수호에게 강선우를 빼앗아 오는 것 같지 않은가. 민재는 선우가 수호를 버리고, 맨정신에
울면서 자신에게 사귀자며 매달리길 원했다. 사귄다고 착각을 하는 건 이른바 최후의 수단이었다. 민재는
거의 이틀에 한 번꼴로 선우에게서 구멍 청소를 하는 영상을 받고 있었다.
“그래서? 무슨 일인데?”
“읏, 응… 잠시만요. 흐, 이거마저 먹고.”
다리를 맘껏 벌린 선우가 딜도를 천천히 밀어 넣었다. 민재가 가지고 온 케이크는 처음에는 먹기가 좀
불편했는데, 적응되니 그럭저럭 먹을 만했다. 무엇보다 맛이 있었다. 평소 케이크를 별로 안 좋아하는
자신이 부담 없이 먹을 정도니 확실히 택시를 타고 올 만한 가치가 있는 카페였다. 두 번째, 세 번째
구슬이 선우의 구멍 안으로 들어갔다. 처음에 있었던 구슬에 안쪽 구슬들은 넣기에 크기가 너무 컸다.
“아, 으… 흣….”
이어지는 자극에 선우의 피부가 얕게 떨렸다. 아직 마지막 구슬이 남아 있었으나, 더는 못 먹을 것
같았다.
“천천히 먹어도 돼.”
“네.”
선우도 본인이 꽤 정신없이 케이크를 먹어 치웠다는 걸 인정했다. 평소 케이크를 이렇게 좋아하는 편도
아닌데 말이다. 선우는 침대 위에서 다리를 벌려 딜도를 꼽은 채로 민재와 대화를 나눴다. 현재 선우의
머릿속은 모텔이 아닌 민재가 데리고 온 카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 모든 일이
선우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하아, 하여튼. 읏, 그래요. 나름으로 열심히 공부했다고 생각했는데.”
시험 전에 수호랑 그런 일이 있어서 더 그랬는지는 몰라도 솔직히 좀 서운했다. 성적에 관해 하소연하는
선우의 대화를 끝까지 들은 수호가 말했다.
“그러면 내가 좀 알려 줄까?”
“네?”
“나 그래도 공부 꽤 잘해. 족보나 이런 것도 좀 가지고 있거든.”
“선배도 공부하셔야죠. 하, 으, 읏, 마음만 받을게요.”
민재의 제안을 조심스럽게 거절한 선우가 남아 있는 딜도를 조금씩 밀어 넣었다. 커다란 실리콘 볼이
구멍에 딱 물려 있었다. 선우의 다리를 잡아당긴 민재가 손가락으로 실리콘 볼을 밀어 넣었다.
“아, 읏… 이거 많이…… 하, 아응, 많이 달아요.”
“맞아. 그래도 맛있지 않아?”
“네, 계속 먹게 돼요.”
긴 딜도를 끝까지 밀어 넣은 선우가 배 위로 손을 올렸다. 너무 많이 먹어서 포만감까지 느껴졌다.
“그래서?”
“뭐가 그래서예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공부 알려주는 건 괜찮잖아.”
“그건…….”
“이상한 짓 하는 것도 아니고.”
“그, 그렇죠.”
계속되는 민재의 속삭임에 선우가 넘어갔다. 선우가 느끼는 민재는 참 좋은 사람이었다. 자신의 마음을
알면서도 수호와 사귀고 있다는 걸 배려해 모르는 척 넘어서 있다는 걸 선우도 모를 리 없었다. 민재가
자연스럽게 선우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이 정도 스킨쉽은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 선우는 민재의 행동을
조심스럽게 받아들였다. 선우의 붉은 눈동자를 본 민재가 말했다.
“‘나한테 형이라 부르기로 한 거 있었어?’”
“아뇨. 그, 깜박했어요. 형.”
최면이 먹힌 선우가 재빨리 말을 바꿨다. 민재는 선우가 ‘선배’라는 단어로 자신과 거리를 벌리려 하는
게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수호는 형이면서 왜 자신은 선배란 말인가. 선우의 위로 올라탄 민재가
다리를 벌리며 딜도를 살살 움직였다. 배 안에서 다양한 크기의 실리콘 볼이 흔들리며 선우의 안쪽을
자극했다. 며칠 동안 약을 바르고, 꾸준히 관리한 탓인지 내벽이 더욱 쫀득하게 딜도를 조였다.
“흐, 아, 읏….”
“선우야.”
“하, 네. 형.”
“우리 지금 뭐 하고 있지?”
“흐, 앗. 커, 커피 마시고 있잖아요.”
달뜬 숨을 내뱉은 선우가 배에 힘을 주며 말했다. 굳이 이걸 왜 물어보는 거지? 우려했던 선우의 걱정과
다르게 수호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딜도를 흔드는 민재의 손이 점점 빨라 졌다. 애액과 딜도에
묻어 있는 러브젤이 섞여 질척거리는 소리가 났다. 온몸에 있는 신경들이 빳빳하게 서며 허리가 들렸다.
입을 벌린 채 헉헉거리며 짐승처럼 숨을 내뱉었다. 가장 작고 안쪽에 있는 실리콘 볼이 한 번도 닿지 않은
곳까지 들어왔다. 그곳을 누르자 선우의 머리 위로 별이 튀었다.
“흐, 아, 으아앗!”
들렸던 허리가 풀썩, 하고 침대 위로 떨어졌다. 이 자극은 뭐지? 이게 뭘까? 최면이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민재가 색색거리며 숨을 내쉬는 선우에게 다가갔다.
“안색이 파란데, 괜찮아?”
“아, 어…… 흐아, 그냥 괜찮아요.”
“아프면 말해. 데려다줄게.”
“네, 그냥 좀 요즘 한 번씩 기분이 붕 뜰 때가 있어서 그래요.”
선우는 예민해서 그런 거라며 괜찮다고 했다. 고개를 숙인 민재는 선우의 정액이 쏟아져 나온 배 위를
바라봤다. 뒤만으로도 사정하는 선우가 무척이나 사랑스럽게 보였다. 당연히 이 정도로 끝낼 생각은
없었다. 민재는 가져온 가방에서 뭔가를 꺼냈다.
“다른 거 먹을래?”
“어, 읏, 응….”
“괜찮아. 내가 사는 거니까.”
“그, 그러면 좀 덜 배부른 걸로요.”
오늘따라 유독 디저트가 당겼다. 민재는 선우의 앞에 종류별로 사 온 콘돔의 포장지를 늘어놓았다.
선우의 눈에 그것은 쇼케이스에 담겨 있는 각양각색의 미니 디저트들로밖에 안 보였다. 선우가 노란색
콘돔을 집어 들었다.
“이걸로 할래요.”
“그래.”
민재가 콘돔을 뜯었다. 며칠 전, 선우를 위해 성인용품점에서 사 온 돌기형 콘돔이었다. 여기저기 돌기가
나 있는 게 상당히 위협적인 느낌마저 들었다. 다리를 벌린 민재는 자신의 성기에 돌기형 콘돔을 끼웠다.
“먹여 줄게.”
“안 그래도 되는데.”
“쉿, 선우야.”
주변을 둘러본 민재가 선우의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 워낙 안쪽에 있는 데다가 소파도 깊어서 누가 볼
염려는 없어 보였다. 여전히 수호에 대한 찝찝한 기분이 남아 있었던 선우는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커다란 것에 돌기까지 달려 있으니 보고 있으니 마치 흉기와도 같았다. 질척거리는 물침대의
시트에 등을 기댄 선우가 무릎을 꿇은 채 다리를 벌렸다. 민재가 벌어진 선우의 구멍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선우의 구멍이 벌름거리며 손가락의 끝을 잡아먹었다.
“흐, 아…”
구멍 끝에 걸친 손가락에 선우가 입을 벌리며 신음을 흘렸다. 고작해야 손끝이 들어 왔을 뿐인데 딜도가
자리하고 있던 내벽이 다 저릿거렸다. 선우는 움직이지 않는 손가락을 조금 더 먹기 위해 엉덩이와 허리를
흔들었다. 한번 시작된 자극에 머리가 녹아 버릴 것만 같았다.
“아, 으, 형…….”
선우가 빨리 케이크를 먹여 달라며 애원을 했다. 그 설탕 맛이 아직도 입안에서 사라지질 않았다.
손가락을 빼낸 민재가 엉덩이를 때렸다. 찰싹거리는 소리와 함께 선우의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다.
“흐아앙, 앗….”
침대에 머리를 박은 선우가 눈물을 찔끔 흘렸다. 엉덩이를 맞을 때마다 왜 이렇게 기분이 좋은지 모르겠다.
손이 떨어진 부분이 홧홧하며 아려 왔다. 민재의 손이 선우의 엉덩이를 연신 때렸다. 엉덩이가 흔들릴
때마다 선우는 감동에 젖은 신음을 내뱉었다.
“흐아, 으…….”
엎드린 채로 샐 수 없을 정도로 엉덩이를 맞은 선우가 입을 벌렸다. 입 밖으로 차마 삼키지 못한 침이
흘러나왔다. 시트 위로 정액이 질질 흘러내렸다. 러브젤을 구멍 주변에 바른 뒤 돌기가 잔뜩 페니스를
구멍에 가져다 댔다. 끝이 살짝 들어 왔다. 돌기로 인해 내벽이 강제로 벌어지는 거 같았다.
“아, 으아, 읏….”
찰싹, 민재가 엉덩이를 때리자 선우의 구멍이 살짝 느슨해졌다. 그 틈을 타 민재가 선우의 안으로 완전히
들어왔다. 주먹을 꽉 쥔 채 연신 가쁜 숨을 내뱉었다. 안 그래도 큰 좆이 콘돔에 있는 돌기 때문에 더욱
크게 느껴졌다. 그 가득 찬 느낌과 만족감에 선우는 정신없이 헐떡였다. 허리를 붙잡은 민재가 선우를
자신의 위로 올렸다. 일직선으로 파고드는 좆에 선우는 미칠 것만 같았다.
“맛있어?”
“흐앙, 응… 맛있어요.”
“많이 먹어.”
한 손으로 선우의 허리를 안은 민재가 유두를 혀로 살살 핥았다. 선우는 돌기가 달린 좆을 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선우의 허리가 휘며 목 끝에서 야한 신음이 나왔다. 선우는 열심히 민재의 좆을 조였다. 점점
흥분하기 시작한 민재가 선우의 몸을 돌린 뒤 허벅지를 벌렸다. 젖은 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며 발목을
잡아 올린 뒤 정신없이 좆을 밀어 넣었다. 민재가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거칠게 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그렇게 엉덩이와 허벅지 살이 닿을 때마다 선우는 또다시 이어지는 자극에 눈물을 흘렸다.
“아까 먹은 딜도랑 이거 중에 뭐가 더 맛있어?”
“흐앙, 응… 이, 하, 이게 더 맛있어요!”
민재는 돌기 콘돔을 끼운 채로 민재의 안에 사정했다. 피임용이 아닌지라 찢어진 부분으로 민재의 정액이
새어 나와 내벽을 적셨다. 내벽에 닿는 정액의 감촉에 선우는 괜히 입맛을 다셨다. 돌기들이 선우의 배
아래쪽을 꽉 잡은 채 놓아주지 않고 있었다. 민재는 선우의 뺨을 부드럽게 쓸어 넘기며 손끝으로 턱을
들어 올렸다. 아무래도 상황을 바꿀 필요가 있어 보였다.
“‘우린 지금 자리를 옮겨서 술을 마시고 있는 거야. 넌 술에 취한 거고.’”
“어, 읏. 네.”
붉은 눈에서 잠시 초점이 사라졌다가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 천천히 정신이 돌아온 선우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카페에 갔다가, 술 한잔하자는 민재의 말에 못 이겨 민재가 아는 술집으로 들어갔다.
‘또 술에 취한 건가.’
선우는 요즘 들어 자신이 너무 금방 술에 취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만간 병원에라도 가 봐야 할 것
같았다. 민재는 선우의 안에서 성기를 빼냈다. 엉망이 된 돌기 콘돔 사이로 정액이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다. 콘돔을 빼내 쓰레기통에 버렸다.
“전화 좀 할게.”
“네.”
휴대폰을 꺼낸 민재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통화하던 민재가 선우의 눈을 보며 말을 걸었다.
“‘아는 친구 불러도 괜찮아?’”
“친구요?”
“근처라고 하네, 오고 싶다는데. 안 될까?”
“아뇨, 그…… 오라고 하세요. 괜찮아요.”
여기서 더 술에 취해 단둘이 있으면 뭔가 사고를 저지를 것만 같았다. 오히려 민재의 친구들이 있는 편이
더 안전할지도 몰랐다. 선우는 친구를 불러도 되냐는 민재의 제안을 순순히 승낙했다.
“고마워.”
민재가 보답의 의미로 선우의 엉덩이를 떼렷다.
“으응….”
이미 빨갛게 달아오른 엉덩이를 맞은 선우가 몸을 부르르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선우는 그런 자극 또한
자신이 술에 취해 그런 거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잠시 후, 안쪽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일어나려는 선우를 말린 민재가 문을 열었다. 선우


또래의 남자가 민재를 향해 꾸벅 고개를 숙인 뒤 모텔방 안으로 들어왔다. 지난번에 동아리방에서 선우를
범했던 동기였다. 그날 이후, 선우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조력자를 만들기로 했다. 눈 감고
키스 한 번만 하면 되는 일이니 문제는 없었다.
사실 민재는 선우를 우연히 만난 게 아니었다. 선우와 같은 과 동기들로부터 꾸준히 선우의 동선에 대한
제보를 휴대폰으로 받고 있었다. 마인드 컨트롤을 당한 선우의 눈에는 모텔 안으로 들어온 그가 그저
민재가 아는 선배로 보였다. 침대 위로 올라간 민재가 다시금 선우의 구멍 안으로 자신의 좆을 밀어
넣었다.
“흐, 아, 으, 읏….”
이 모든 상황이 선우에게는 그저 술을 마시고 있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카페도 그렇고, 술집도
그렇고 민재는 왜 이렇게 자신의 취향에 잘 맞는 곳만 데리고 오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정신없이 허리를
흔든 선우가 입을 열었다.
“마, 맛있어요….”
“넌 좆을 물릴 때마다 맛있다고 그러냐?”
“흐아, 읏… 아읏….”
민재는 선우를 무릎 위에 올린 뒤 다리를 벌렸다. 노골적으로 남자의 앞에 두 사람의 연결 부위가
드러났다. 선우는 술에 취한 자신의 모습을 쳐다보고 있는 민재의 친구가 약간 불쾌했다. 허리를 꽉 안은
민재가 손가락을 튕겼다. 밖으로 나간 그가 잠시 뒤 다른 사람들과 함께 들어 왔다. 그들은 차례로 옷을
벗으며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했다. 선우의 눈에는 그저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거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민재가 남자들을 친구로 소개했다. 한두 명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온 친구들에 선우는 약간
당황했다.
“착한 애들이야.”
“아, 네. 하, 응…….”
민재가 노골적으로 허리를 움직였다. 질퍽거리는 소리와 함께 선우의 몸이 정신없이 흔들렸다. 벌어진
구멍 틈 사이로 민재가 싸 놓은 정액이 흘러내렸다. 반쯤 넋이 나간 선우의 몸이 약간 늘어졌다. 민재가
옷을 입고 있는 선우의 동기를 향해 손짓하자 그가 별안간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흐, 잠깐 저거… 뭐 하는 거예요?”
“라이브 방송이래.”
“방송이요?”
“얼굴 안 나오게 한대. 저 자식 술 취하면 매번 저래.”
민재가 다시 선우의 안에 사정했다. 깊숙이 들어오는 정액의 느낌에 선우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실제로
남자의 카메라는 교묘하게 선우와 민재의 아래쪽을 찍고 있었다.
[뭐냐, 이 방송?]
[게이 방송임?]
[첨보는 앤데? ㅋㅋ이미 박고 있는 거?]
[그런 것 같은데? 질질 싸고 있는 듯 ㅋㅋㅋ]
[아무 생각 없이 들어 왔다가 여기 박고 갑니다]
해당 방송이 성인용 인터넷 방송이라는 걸 선우는 알 리가 없었다. 민재가 선우를 안은 채 테이블 쪽으로
향했다. 두 손을 테이블에 짚기 무섭게 민재의 좆이 선우의 안을 거칠게 박혔다.
“흐아, 응, 아응… 아앙….”
선우가 교성을 내지르며 엉덩이를 흔들었다. 민재가 주는 술을 받아먹고 있긴 한데, 그것과 별개로
민재의 주변에 있는 선배들의 시선이 어딘가 불쾌했다. 특히 동기의 손에 있는 카메라는 선우를 더욱
불편하게 만들었다. 선우가 계속해서 카메라를 응시하는 걸 눈치챈 민재가 선우의 붉은 눈을 보며 말했다.
“‘라이브 방송하는 친구는 집에 갔어.’”
“아, 으앗! 네.”
정신없이 몸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자신을 향하는 카메라 시선은 느껴지지
않았다. 민재가 방안으로 부른 남자들은 거의 본능만 남아 있었다. 두 사람이 하는 섹스를 본 남자들이
흥분해 자신의 좆을 흔들어댔다. 그 사이 남자의 휴대폰 너머로는 정신없이 채팅이 올라왔다.
[미친 ㅋㅋㅋ 존나 야하네ㅋㅋ]
[한두 명이 아닌데?]
[ㄹㅇ 시작하자마자 박고 시작하는 거 쌉변태 ㅇㅈ?]
[야동인 줄 ㅋㅋㅋ]
다시 침대로 돌아온 민재가 노골적으로 선우의 다리를 벌렸다. 다시금 채팅방에는 온갖 환호가 올라왔다.
선우의 목덜미를 살살 핥은 민재가 속삭였다.
“선우야. 형 친구들이 너한테 술 한 잔씩 돌리고 싶다는데. 괜찮을까?”
“어, 으, 아응, 읏… 저 술은 좀 취한 거 같아서…….”
취했다는 말에 민재가 잠시 당황했다. 이내 선우에게 ‘술이 약하다.’라는 최면을 걸었던 것을 떠올렸다.
“‘무슨 소리야, 너 술 세잖아.’”
민재가 속삭이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럼 그렇지. 역시 자신이 술이 약할 리가 없었다. 민재가 천천히
허리를 들었다. 민재의 좆이 깊숙한 곳을 찌를 때마다 선우의 몸이 경련하듯 떨렸다.
“흐악! 아읏…….”
“술 한 잔씩 돌려도 괜찮지?”
“흐, 으아, 읏! 네.”
어차피 술에 취하지도 않는데. 까짓거 선우는 상관없다는 식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민재가 손을 까닥이자
남자 한 명이 다가왔다. 입을 벌린 선우가 남자의 좆을 입에 물었다. 영상은 교묘하게 선우의 얼굴
아래쪽을 향하고 있었다.
“좆 어때?”
“흐아, 으… 좋아요… 으앙, 읏. 너무, 하으, 좋아요.”
선우는 민재가 사탕을 준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마지막으로 사탕을 먹고 난 이후 꽤
시간이 지났다. 오랜만에 먹는 좆에 선우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선우의 뺨 위로 남자의 정액이 튀었다.
민재의 좆이 선우의 구멍 안을 꽉꽉 메우고 있었다. 동영상은 노골적으로 두 사람의 연결 부위를
촬영했다.
“흐, 앗, 앗 으앙! 으….”
[워후 ㅋㅋㅋ 크다 괜찮나? ㅋㅋ]
[피부 졸라 하얘 ㅋㅋㅋ]
[이쁘게 우네]
[느끼는 거 봐]
선우의 신음에 오만가지 채팅이 다 한꺼번에 올라왔다. 술을 마시면 마실수록 배 아래쪽이 뜨거웠다.
그만 마시고 싶은데, 도무지 그만할 수가 없었다.
“거기, 으아, 으… 아으응!”
선우의 몸이 앞으로 고꾸라지며 사정을 했다. 민재는 막 사정을 한 선우를 거침없이 몰아붙였다. 제대로
숨을 쉴 수가 없었던 선우가 허공으로 손을 뻗었다. 여기서 더 마시면 이번에는 정말로 의식을 잃을 것만
같았다. 울컥, 또다시 사정했다. 배 위로 정액 대신 처음 보는 흰 액체가 정신없이 튀어 올랐다.
“흐아, 으, 으아으…….”
몸이 부르르 떨리며 선우의 몸이 침대에 풀썩 쓰러졌다.
[끝?]
[시발 한참 딸치던 중인데]
[건물주님(이) 50,000 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주변에는 고자냐 한번 쌀 때마다 후원해줌]
[ㅅㅂ 여기서 끊으면 진짜 노 양심]
민재가 좆을 빼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선우의 안에 갇혀 있던 정액이 뚝뚝 떨어졌다. 이대로 의식을
잃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피로와 나른함이 몰려 왔다. 선우의 위로 올라간 민재가 뺨을 가볍게
건드렸다. 흔들거리는 시야 속에서 민재의 얼굴이 보였다.
“선우야.”
“흐아, 읏… 네?”
“나 어떻게 생각해?”
선우는 민재가 자신과 취했다고 생각했다. 마음은 민재에게 넘어갔으나, 뭔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뭔가가
자신과 민재 사이를 가로막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게 수호인지, 아니면 다른 문제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마른 입술을 오물거린 선우가 한참 만에 대답했다.
“아, 하하. 취하신 거 같… 읏, 네요.”
“……”
“모, 못 들은 걸로 할게요.”
선우를 머뭇거리게 한 건 다름 아닌 아버지의 경고였다. 최민재를 조심하라는 그 짧은 한마디가 마음
한구석에 거리감을 만들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아버지가 곤란하게 할 수는 없었다. 선우의 대답에
민재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래, 알았어.”
“죄… 읏, 죄송해요.”
“괜찮아, 나도 좀 취했으니까. 못 들은 걸로 해 줘.”
선우가 일어나려는 민재의 팔을 붙잡았다.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민재를 도무지 놓고 싶지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이 너무 혼란스러웠다
만약에 그래도 된다면.
“그, 그래도 연락은 계속하고. 공부 알려줄 거죠?”
잔뜩 움츠리며 긴장을 하는 선우를 본 민재가 걱정하지 말라며 젖은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야! 그 정도로 쪼잔하진 않아. 나 잠깐 화장실 갔다 올게.”
“알았어요.”
민재가 침대에서 일어나는 걸 자리에서 일어나는 거라고 본 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빠르게 샤워를 하고
나온 민재는 옷을 챙겨 입은 뒤 가방을 뒤적거렸다. 가방 안에서 수갑과 진동 딜도, 그리고 안대가
나왔다. 민재가 침대 위로 올라오자 선우가 반겼다.
“형, 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
“미안. 앞에 사람이 안 나가더라. 아, 맞다. 선우야. 선물 줄까?”
“네?”
“별건 아니고, 요 앞 카운터에서 사 온 건데.”
마인드 컨트롤은 눈이 마주친 상태에서 명령조로 말하면 거의 먹히는 구조였다. 민재가 선우의 눈을
마주치며 자연스럽게 말했다.
“‘내가 됐다고 말할 때까지 그대로 있어.’”
“아, 네.”
카운터에서 대체 뭘 사 온 거지? 문 쪽을 두리번거리던 선우는 가만히 있으라는 민재의 말에 정말 가만히
있었다. 여전히 두 사람의 아래쪽이 개인 방송으로 나가고 있었다. 선우의 몸이 축 늘어졌다. 민재는
바람 빠진 인형처럼 멍하니 있는 선우의 몸을 눕혔다. 팔과 다리에 수갑을 채우고, 눈을 가린 뒤 다리를
벌렸다.
[ㅋㅋㅋ워후ㅋㅋ]
[오늘 계 탔네 ㅋㅋ]
[쟤 약간 눈 풀려 있던데 괜찮음?]
[술 먹은 듯 ㅇㅇ?]
[알 바냐 ㅅㅂ 다시 세우는 중]
이런저런 채팅이 정신없이 올라왔다. 생각보다 준비가 오래 걸리자 선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형? 도대체 뭐길래 이렇게 머뭇거려요?”
“다 됐어.”
몸을 숙인 민재가 선우의 안대를 살짝 내린 뒤 귓가에 뭔가를 열심히 속삭였다. 선우는 오늘 자신과 술을
마시고 택시를 타고 헤어진 것으로 기억을 할 것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일어질 일은 어디까지나 자신과
상관없는 일로 남게 된다. 할 말을 다 한 뒤 안대를 올린 민재가 침대에서 일어났다.
강선우에게 죄가 있다면 그건 그날, 술자리에 나온 것. 그리고 자신의 옆에 앉았다는 것과 벌칙이라고는
하나 자신과 키스를 했다는 것뿐이었다. 능력에 대해 거부감을 완전히 잃어버린 민재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선우를 제 품에 떨어트려 놓기로 다짐했다.
선우는 스스로도 눈치를 채지 못할 정도로 느리게 가라앉을 것이다. 모든 걸 깨달았을 때 선우의 선택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민재가 모텔 방이 시끄럽게 울릴 정도로 크게 손뼉을 쳤다. 그러자 마치 잘 짜인 연극처럼 배우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악… 아으… 아악!”
눈을 가리고, 온몸이 묶인 채 정신이 든 선우를 향해 낯선 남자들이 짐승처럼 달려들었다. 이미 쉴 대로
쉰 선우의 목이 비명에 가까운 신음을 내뱉었다. 갈 곳 없는 팔이 닿지 않는 하늘을 헤집었다. 최면이
풀리자마자 본 선우의 세상은 지옥이었다.
* * *

선우는 침대 위에서 정신을 차렸다.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팠다. 요즘 들어 술을 마시고 나면 꼭 머리가


아팠다.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병원에 가 봐야 하는 게 아닌가 괜한 걱정이 들었다. 베게 밑에
있는 휴대폰을 가지고 왔다. 휴대폰의 불빛이 눈이 부셨다. 인상을 찌푸리며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은
휴대폰을 확인했다. 쌓여 있는 연락 중 눈에 띄는 건 단연 민재에게서 온 톡이었다.
「어제 잘 들어갔어?」
「술 많이 마신 것 같던데.」
자신을 걱정하는 듯한 민재의 말투에 안심이 됐다. 민재의 친구들이 갑자기 합석 한 건 좀 불편했으나,
다행히 그 뒤에 별일은 없었다. 이후 술집을 나와 헤어졌다. 택시를 타고 집에 들어온 것까지는 기억이
있었다. 답장은 조금 있다 보내도 괜찮겠지? 선우는 바닥에 발을 내디뎠다. 발바닥이 땅에 닿는 순간
휘청거리며 몸이 앞으로 쓰러졌다. 몸 아래의 신경이 전부 끊긴 듯한 고통에 저도 모르게 얕은 비명을
질렀다.
“어?”
침대의 매트 위에 손을 올린 선우는 뒤늦게 자신의 몸 상태를 깨달았다. 알몸에 엉덩이는 아려 왔으며
허벅지 사이로는 마른 정액이 그대로 묻어 있었다. 몸에서는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만 같았다. 동시에
머릿속으로 낯선 남자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남자들? 남자인가? 잘 기억은 나지 않았다. 아무리 떠올리려
해도 남자의 얼굴은 떠오르지 않았다. 마치 얼굴만 검은색 크레파스로 색칠을 해 놓은 것 같은 이물감이
들었다.
“우윽!”
두 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헛구역질했다. 택시에서 자신의 옆에 누군가 있었다. 마찬가지로 그 누군가가
누구인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누군가 있었음은 분명했다. 처음 보는 모텔의 천장, 그리고 자신의
시야를 가리며 짐승처럼 저를 범하는 남자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속 울림이 멈추질 않았다. 무릎으로 바닥을 기다시피 해 침대 위로 올라왔다. 어떻게 이런 일이 두
번이나 일어날 수 있는 거지? 설마 민재의 친구들이 자신을 범한 건가? 그러면 민재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거지? 그 사람들이 민재의 친구들이라는 확증은? 장문으로 톡을 쓰던 선우가 내용을 지운 뒤 짧은
답장 하나를 보냈다.
「형」
「어제 저 별일 없었죠?」
순간 저도 모르게 ‘선배’라고 쓸 뻔했던 선우가 급하게 글자를 지우고 형이라는 단어로 바꿨다. 민재를
선배라 부르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우웅, 손 전체를 울리는 진동과 함께 민재에게
답장이 왔다.
「무슨 일 있어?」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한 민재의 답장에 한동안 휴대폰을 쥐고 어떻게 답장을 보내야 할지 고민했다.
한참의 고민 끝에 선우가 다시 답장을 보냈다.
「별일 아니에요 ㅎㅎ」
휴대폰을 침대 위로 던진 선우는 비틀거리며 바닥에서 일어났다. 자신을 범한 사람이 민재의 친구일
거라는 보장도 없고, 혹은 술에 취해 민재의 친구랑 했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선우가 이렇게 생각을
하며 일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것 또한 마인드 컨트롤 때문이라는 걸 선우는 알지 못했다.
욕실로 들어와 물을 틀었다. 샤워기에서 떨어지는 물이 온몸을 적셨다. 뭉게뭉게 희뿌연 연기가 올라오며
이내 욕실이 뿌옇게 매웠다. 허벅지에 묻은 정액이며 낯선 남자들의 흔적들을 닦아 냈다. 이후 아무렇지
않게 한 손으로 벽을 짚은 뒤 엉덩이를 벌렸다. 구멍 안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어 살살 긁었다.
“하, 읏, 아…….”
손가락이 들어오자 배 끝이 저렸다. 입안에서 옅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늘 하는 구멍청소일 텐데
오늘따라 온몸이 뜨거웠다. 선우는 샤워기에서 몸 위로 떨어지는 뜨거운 물 만큼이나 뜨거운 신음을
토해냈다.
“흐, 앙, 으아….”
남 듣기 부끄러운 소리를 한껏 내뱉으며 손가락으로 남아 있는 정액을 전부 긁어낸 뒤 욕실을 나왔다.
물기를 닦은 후, 소파에 앉았다. 테이블 앞에 휴대폰을 세워 놓은 뒤 다리를 벌렸다. 카메라 쪽으로
허벅지를 벌린 뒤 젖은 손가락을 넣었다. 손가락이 내벽을 긁을 때마다 선우의 핑크빛 페니스에 조금씩
색이 올라왔다. 안이 깨끗한지만 보여주면 되지만, 오늘따라 유독 흥분을 해 버린 탓인지 저도 모르게
촬영 시간이 길어지고 말았다. 3 분 남짓한 영상을 본 선우는 다시 찍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
“모르겠다.”
어차피 검사니까 상관없겠지? 전송 버튼을 누르고, 동영상이 올라가기 무섭게 민재가 영상을 확인했다.
답장이 오는 걸 기다리는 사이 선우는 구급상자를 가지고 왔다. 그런 일을 당했으니 약을 발라 놔야 할 것
같았다. 약을 한 움큼 짜 꼼꼼하게 바르고 나니 민재에게 답장이 왔다. 비틀거리며 민재의 답장을
확인했다.
「평소보다 기네」
「죄송해요.」
차마 흥분해서 그랬다고는 말할 수 없었던 선우가 사과를 했다.
「검사관이 찾아갈 거야. 준비하고 있어.」
검사관이라는 글씨에 선우가 눈을 껌벅이며 달력을 확인했다. 토요일 오전, 아. 오늘이 그 날이었나?
요즘 이상한 일이 하도 많이 일어나는 탓에 날짜 감각이 사라지고 없었다.
「네.」
아, 공부해야 하는데. 선우는 빨리 검시관이 찾아와 일을 마치고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휴대폰을 충전기에 꽂은 후 안쪽 방으로 들어갔다. 방구석에 놓여 있는 검은 상자를 열자 온갖
성인용품들이 나왔다.
‘이런 게 언제부터 여기 있었지? 원래 있었나?’
약간의 인지 부조화가 있었으나, 선우는 그곳에 장난감이 담겨 있는 게 당연하다는 걸 금방 당연하게
생각했다. 안쪽에서 살색의 딜도를 꺼냈다. 실제 좆과 똑같이 생긴 진동형 딜도였다. 책상에 있는 디지털
시계가 11 시를 향하고 있었다. 거실로 간 선우는 문의 잠금을 풀어 놓은 후, 침대 위로 올라갔다.
“흐, 아, 으…….”
딜도가 생각보다 커 안으로 들어가질 않았다. 허벅지를 벌린 선우는 딜도의 끝을 간신히 구멍 안으로 밀어
넣었다. 배 안쪽이 가득 차는 느낌에 만족감이 들었다. 숨을 내쉴 때마다 커다란 딜도의 감촉이 느껴졌다.
끼익,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자 선우는 급하게 안대를 썼다.

* * *

‘이게 뭔 일이지?’
대기업 회사원이었던 그는 게이 동영상을 보는 취미가 있었다. 여느 때처럼 볼 만한 방송이 없나
뒤적거리고 있던 찰나 처음 보는 라이브 방송 하나가 올라왔다.
‘존나 꼴렸지.’
그런 방송은 꽤 오랜만이었다. 월급이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홧김에 후원했더니, 새벽 즈음에
매니저라는 사람에게 연락이 왔다. 영상 속 청년과 떡을 치게 해 준다나 뭐라나. 까짓거 늦은 밤도
아니니 속는 셈 치고 남자가 알려 준 주소로 찾아갔다. 도어락의 문은 열려 있었고, 넓은 거실은
조용했다. 그는 휴대폰을 보며 몇 번이나 주소를 확인했다. 이곳이 틀림없었다. 문을 완전히 닫은 뒤 집
안으로 들어왔다. 저벅저벅, 비교적 깨끗한 집 안을 두리번거리던 그는 방 안쪽에서 묘한 소리가 나는 걸
확인했다.
“아, 읏….”
문을 열고 들어가자 침대 위에 선우가 다리를 벌린 채 누워 있었다. 엉덩이에는 커다란 좆의 형태를 한
딜도가 꽂혀 있었다.
“씨발.”
설마 했는데 진짜잖아? 침을 삼킨 그가 침대에 있는 선우의 앞으로 다가갔다. 남자의 인기척을 느낀
선우가 안대 너머로 말했다.
“응, 아, 읏. 검사하러 오신 사람이에요?”
검사?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는 본능적으로 선우가 무슨 플레이 같은 걸 한다고 생각했다.
매니저라고 연락한 사람도 대충 하고 오면 된다고 말했으니 상관없을 것이었다. 가까이 다가간 남자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영상 밖 선우는 영상 속 선우보다 훨씬 더 꼴리면 꼴렸지 결코 덜 하지는 않았다.
침대에 한쪽 무릎을 살짝 올린 뒤 남자가 선우의 구멍 안에 박혀 있는 딜도의 세기를 키웠다.
“이거 완전 개 변태 새끼잖아?”
우웅, 커다란 좆이 위아래로 흔들리며 선우의 엉덩이 안쪽을 정신없이 헤집었다.
“흐, 앗… 으… 빨리…….”
“빨리 뭐?”
“검사해주세요. 하, 읏….”
안 그래도 주말에 할 일이 많아서 빨리 끝내고 싶었던 선우가 남자를 재촉했다. 짜증을 내는 듯한 선우의
말투에 남자가 영상 속에서 본 것처럼 선우의 엉덩이를 손끝으로 때렸다.
“아앗!”
소리만 요란할 뿐 그저 가볍게 두드렸을 뿐인데도 선우의 몸이 경련하며 떨렸다. 느끼고 있음이 분명했다.
벌어진 구멍 사이로 딜도가 이리저리 흔들렸다. 입안에 고여 있던 침이 흘러내리며 선우의 몸을 정신없이
자극했다. 요즘 들어 자신의 몸이 이상해지고 있는 것 같았다. 견딜 수 없는 자극에 빨리 좆의 감촉을
느끼고 싶었다.
다리를 벌린 채 애원하는 젊은 청년을 본 남자가 입고 있던 바지의 버클을 풀어 내렸다. 절그럭거리는
소리에 선우가 다시 긴장했다. 남자는 선우의 팔을 앞으로 잡아당겼다. 남자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박은
선우는 검은 안대를 쓴 채 고개를 살짝 들었다. 입안으로 남자의 좆이 파고들어 왔다.
“우윽…, 윽… 검사…….”
“검사받고 싶으면 똑바로 쳐 빨아.”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사자의 목소리에 선우는 작은 입을 벌리며 혀로 남자의 것을 열심히 핥았다.
입안에서 커지기 시작하는 남자의 좆에 어느 순간 숨이 턱, 하고 막혀 왔다. 허벅지를 벌린 선우가 다른
손으로 딜도를 붙잡아 흔들었다. 딜도가 정신없이 진동하며 내벽을 이리저리 흔들어 놓았다.
“흐앙, 읏… 읍…….”
“좋냐?”
“모르게…… 아, 으, 좋아요.”
혀끝으로 남자의 쿠퍼액이 닿자 알싸한 향이 퍼졌다. 민재의 좆만큼이나 맛있는 좆은 아니었으나 먹을
만은 했다. 남자가 선우의 입에서 자신의 좆을 빼냈다. 붉은 입술에 약간의 액이 묻어났다.
“이거 완전 씹 걸레잖아? 다리 벌려.”
“흐, 아, 으읏….”
선우는 남자가 시키는 대로 허벅지를 잡아 벌렸다.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뒤로 넘긴 남자가 손으로 딜도를
빼냈다. 딜도가 빠져나간 구멍이 남자의 좆을 받기 위해 벌름거렸다. 그는 잔뜩 흥분한 자신의 좆을
가져다 댔다. 퉁퉁 부은 구멍 근처에 귀두가 쓸리자 애가 탄 선우가 정신없이 허리를 흔들었다.
“흐, 아. 빨리 검사…….”
“씨발, 그놈의 검사. 그렇게 좆구멍 검사받고 싶냐?”
“하응, 네. 으…….”
“좆에 환장한 새끼가. 윽. 나쁜 년아, 더 벌려.”
남자가 선우의 엉덩이를 때리자 선우가 교성을 내질렀다. 변태도 이런 변태가 따로 없었다. 남자의 좆이
선우의 구멍 안으로 완전히 비집고 들어갔다. 부족한 숨을 내쉬며 배에 힘을 줄 때마다 제 안에 들어와
있는 좆이 그대로 느껴졌다. 남자가 선우의 두 팔을 앞으로 잡아당겼다. 몸이 앞으로 당겨지며 좆이
안으로 한꺼번에 들어왔다.
“으, 아응… 응….”
“후, 이 새끼 이거 봐라.”
“더, 으읏… 더 해 주세요. 좋아…….”
계속되는 자극에 뇌가 녹아 버릴 것 같았다. 남자의 좆이 들어 온 순간 구멍 검사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게 되어 버렸다. 허리가 정신없이 흔들리며 남자의 좆만으로도 선우가 사정을 했다. 선우의 위에
완전히 올라탄 남자가 짐승처럼 선우를 탐했다. 울컥, 남자가 사정한 정액이 다시금 내벽을 촉촉하게
적셨다.
“씨발, 존나 좋아.”
선우의 안에 좆을 박은 남자가 중얼거렸다. 한번 만으로는 도무지 만족할 수가 없었다. 허벅지를
잡아당겨 좆을 깊숙이 찔러 넣자 선우의 페니스가 움찔거렸다. 남자는 안대를 하는 선우의 모습을 살폈다.
아무리 봐도 20 대 초반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청년이었다. 침대 어딘가에서 벨소리가 들렸다.
“전화?”
“바, 받아도 돼요?”
당연히 무시할 줄 알았던 남자의 예상과 다르게 선우가 전화를 받겠다며 안대를 살짝 내렸다. 섹스하면서
반반하게 생겼을 거라는 건 짐작했으나 막상 본 선우의 얼굴은 생각 이상으로 남자의 취향이었다. 남자의
좆을 넣은 채 몸을 돌린 선우가 휴대폰을 가지고 왔다. 민재에게서 온 전화였다.
─ 후, 으……. 여보세요?
─ 톡이 없길래. 괜찮은가 해서 연락했어.
─ 아, 으. 네, 으아, 앗! 구, 구멍 검사받고 있어요…….
검사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걸 본 남자는 선우에게 전화를 건 사람이 자신과 연락했던 매니저인가 하는
사람이라고 확신했다. 좆을 살짝 빼낸 남자가 선우의 위에 완전히 올라타 한꺼번에 집어넣었다. 거칠게
살이 닿는 소리가 날 때마다 선우의 몸이 침대 위에서 정신없이 흔들렸다.
─ 으앙, 응, 아… 혀, 형. 조금만 있다가 전화, 흐, 하면 안 될까요?
─ 검사는 어때?
─ 괘, 괜찮아요. 으앗… 응… 흐아, 나중에… 끄, 끝나면…… 전화할게요.
전화를 끊은 선우가 침대의 시트를 꽉 쥐었다. 남자의 좆이 움찔거리며 선우의 안에 정액을 토해냈다.
정액이 깊숙한 곳에 닿을 때마다 선우의 몸은 갓 물에서 건져 올린 물고기처럼 정신없이 허리를 흔들었다.
그 질척거리는 느낌이 선우를 더욱 미치게 했다. 남자가 좆을 빼내자 선우가 거친 숨을 토해냈다.

* * *

평소와 같은 날이었다. 강의실 중간 즈음에 앉은 선우는 강의를 들었다. 쉬는 시간이 되자 물을 마시러


자연스럽게 복도로 나왔다. 텀블러에 물을 담은 뒤 등을 돌리자 동기 하나가 서 있었다. 그가 선우의
뒤에 있는 정수기를 손가락질했다.
“물 마실 건데.”
“아, 미안.”
텀블러를 챙긴 선우가 사과를 하며 자리로 돌아왔다. 요즘 들어 묘하게 신경이 쓰이는 사람들이 몇 명인가
생기고 있었다. 방금 지나갔던 동기도 그중에 한 명이었다. 선우의 옆으로 동기 하나가 앉았다. 그의
시선이 물을 마시고 있는 선우에게 닿았다. 동기의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살짝 돌렸다.
“왜?”
“아무것도 아냐.”
“뭐야? 왜 그래?”
얼굴에 뭐가 묻었나. 빤히 쳐다보기나 하고. 텀블러를 한쪽으로 치운 선우가 귀 아래로 내려온
머리카락을 살짝 넘겼다. 그 모습을 지켜본 동기가 더욱 못해 말했다.
“너 요즘 뭔가 달라진 거 같아서.”
“내가?”
“아니, 그냥 분위기가 그렇다고……. 좀…….”
야해졌다고 해야 하나. 같은 남자끼리 이런 말 하는 것도 웃긴다고 생각했던 그는 뒷말하지 않은 채 말을
흐렸다. 강의가 끝나고, 무슨 점심을 먹을까 고민하던 찰나 수호에게 전화가 왔다. 중간고사 이후
수호와의 연락은 거의 형식적으로 변하고 말았다. 평소라면 자신이 먼저 다가가 사과를 했을지도 몰랐다.
선우는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감당하는 것도 너무 벅차 사과해야 한다는 사실도 잊어버리고 있었다. 벽에
기댄 선우는 수호와 통화를 했다. 뜻밖에도 수호 쪽에서 먼저 미안하게 됐다는 말이 돌아왔다.
“금요일에 괜찮아, 나야말로 미안해. 응. 아니야.”
휴대폰을 귀에 댄 선우가 담담하게 통화를 했다. 수호가 먼저 사과를 해 줘서 좋긴 한데, 여전히 마음속
한구석에 응어리가 남아 있었다. 수호에 대한 응어리라고 하기보다는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억지로
당했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죄책감 때문이었다.
“알았어, 나 일단 점심 먹어야 하니까 끊을게.”
톡으로 연락하겠다고 대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 고개를 들자 눈앞에 민재가 서 있었다. 이 근처에서
강의를 들은 모양이었다.
“아, 안녕하세요.”
선우는 민재를 보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인기척이 없어서 다가온 줄도 몰랐다. 꽤 구석에 숨었는데
발견한 게 신기했다. 학생들이 빠져나간 복도는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저기, 저 이제 가 볼…… 으읍… 잠깐, 뭐 하는…….”
선우의 팔을 잡아당긴 민재가 별안간 입안으로 혀를 밀어 넣었다. 선우의 눈이 빨갛게 변하자 민재가
재빨리 입을 열었다.
“‘키스한 거 잊어.’”
눈이 반쯤 풀린 선우가 입을 다문 채 고개를 끄덕였다. 선우는 민재가 자신의 앞길을 막는 걸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형? 저 밥 먹으러 가야 하는데요.”
“금방 끝내줄게. 그러니까 ‘묻는 말에 대답 좀 해.’”
민재와 눈을 마주친 선우는 민재의 질문에 자연스럽게 대답을 했다. 강의를 마치고, 복도 끝에서 선우를
발견했다. 통화를 하는 선우의 표정이 묘하게 수상해 달려와 봤더니 역시 아니었다.
“그래서?”
“금요일 날 저녁에 데이트하기로 했어요.”
선우의 대답에 민재가 귓가에 뭔가를 속삭였다. 할 말을 다 한 민재는 태연하게 선우의 어깨를 두드렸다.
“붙잡아서 미안해. 가봐도 돼.”
“네.”
“다음 주 강의 때 봐.”
선우는 민재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인 뒤 건물을 빠져나왔다. 걸음을 멈춘 선우가 몸을 틀어 건물을
바라봤다.
“그런데 무슨 대화를 했더라?”
아무렴 상관이 없나? 배가 고팠던 선우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등을 돌렸다.

* * *

오랜만에 수호를 만났다. 섹스에 실패했을 때 이후로 시험이다 뭐다 핑계를 대며 얼굴 보기를 꺼렸으니
거의 한 달 만이었다. 연락도 계속하고, 학교에서 스치듯 지나가며 얼굴도 봤으나 그게 다였다.
“점심 먹었어?”
“아직이요.”
“밥부터 먹으러 갈까?”
수호의 제안에 선우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색함은 잠시뿐, 식사한 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 불편함은 눈 녹듯 사라졌다. 여태껏 어색하게 지낸 서로가 바보 같을 정도였다.
비교적 한가한 바에 들어가 술을 좀 마시고, 수호와 함께 모텔로 들어왔다.
선우는 호텔 방 못지않은 모텔의 거실을 둘러 봤다. 어딘가, 이상하게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방으로
들어온 수호가 선우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흠칫, 놀란 선우가 몸을 뒤로 돌렸다.
“왜 그래?”
“아, 그냥…….”
안절부절못하는 선우를 본 수호가 짧은 한숨을 쉬었다. 수호는 선우가 지난번 일을 신경 쓰고 있다고
생각했다. 소파에 앉은 수호가 앉으라는 듯 옆자리로 손을 올렸다. 머뭇거리던 선우가 수호의 옆에
앉았다. 자연스럽게 어깨 위로 손이 올라왔다.
“저번에는 미안해.”
오늘만 해도 이 말을 몇 번째 듣는 건지 모르겠다. 괜찮다며 수호를 달랜 뒤 볼에 살짝 키스했다. 선우의
입술이 닿은 수호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런 수호의 모습이 오늘따라 유달리 사랑스러웠다.
수호의 손이 선우의 옷 안으로 들어왔다. 점점 올라온 손가락이 유두를 살짝 스치고 지나가자 선우가 거친
숨을 내쉬었다. 원래 가슴은 잘 느끼는 편이 아닌데, 오랜만에 섹스해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이상하게
유두 끝이 간질거리며 저릿했다. 선우가 평소보다 느낀다는 걸 안 수호가 더욱 집요하게 괴롭혔다.
아래쪽으로 흥분하기 시작했다는 걸 눈치챈 선우는 고개를 저으며 수호를 살짝 밀어냈다. 둘 사이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목덜미를 살짝 긁적인 수호가 말했다.
“같이 씻을까?”
“어…….”
모텔 방 안을 이리저리 둘러 보던 선우가 휴대폰을 꺼냈다.
“형, 먼저 씻으면 안 돼요? 해야 할 일이 생각나서.”
선우의 손에 있는 휴대폰을 본 수호는 해야 할 일이란 게 누군가와의 연락 정도라고 생각했다. 오늘은
최대한 기분을 맞춰 주는 게 좋겠다고 판단한 수호는 소파에서 일어났다.
“알았어. 금방 씻고 올게.”
“네.”
수호가 욕실 안으로 들어갔다. 닫혀 있는 유리창에서 물소리와 함께 뿌연 안개가 올라왔다. 휴대폰을 두
손에 쥔 선우가 소파에서 일어나 모텔 방을 이리저리 둘러 봤다. 마침 침대 너머 선반 사이에 공간이
있었다. 선우는 휴대폰을 들고 선반으로 다가갔다.

* * *
수호가 나오고, 선우 또한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했다. 몸에 있는 물기를 꼼꼼하게 닦은 뒤 수건으로
물안개가 낀 거울을 닦았다. 거울 너머에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본 선우는 마르지 않은 머리카락을 살짝
만졌다. 분명 평소와 똑같이 씻었을 뿐인데,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 같은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특히 안쪽이 이상할 정도로 근질거렸다. 선우의 손이 점점 내려가 엉덩이를
주물럭거렸다. 다리를 살짝 벌리고 손가락 끝으로 구멍 안쪽을 살짝 건드렸다. 손끝이 벌름거리는 입구
끝에 닿자 발밑에서부터 정체를 알 수 없는 자극이 올라왔다.
‘미쳤어!’
아무리 한동안 섹스를 못 해도 그렇지, 욕실에서 혼자 손가락을 넣을 생각을 하다니 미친 게 틀림없었다.
입술 끝을 깨문 선우가 낮은 숨을 내뱉었다. 밝히는 타입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해서 성욕이 전혀 없는
편도 아니었다. 선우는 오늘 무척 섹스하고 싶었다. 똑똑, 유리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놀란 선우가 몸을
살짝 돌렸다.
“선우야?”
“아, 네.”
“안에 무슨 일 있어?”
“아뇨. 없어요.”
안쪽에서 문을 연 선우가 얼굴을 내밀었다. 물이 꺼진 뒤에도 한동안 나오지 않아 와 본 것이었다.
발밑에 있는 물기를 마져 닦은 뒤 욕실 밖으로 나왔다. 수호의 뜨거운 시선이 선우의 몸을 훑었다.
“혀, 형 부끄러워요.”
“뭘. 이제 와서 그래?”
“그거야 그렇지만……. 침대에서 해요.”
“너 오늘따라 좀 귀엽다?”
피식, 가볍게 웃은 수호가 선우의 팔을 잡아당겼다. 침대의 매트 위에 등을 기댔다. 푹, 하고 등이
꺼지며 몸이 가라앉았다. 수호가 자연스럽게 선우의 위로 올라탔다. 이제 막 욕실에서 나온 선우의
몸에서는 뜨거운 열기가 뭉게뭉게 올라오고 있었다. 선우의 몸을 이리저리 만지던 수호가 깜짝 놀랐다.
“왜 이렇게 뜨거운 물로 샤워를 했어? 한겨울도 아닌데.”
“어, 음……. 그러게요?”
“피부 익겠다.”
수호가 선우의 팔을 살짝 들었다. 물 때문에 피부가 약간 빨갛게 그을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랬다. 선우에게 딱히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는 버릇은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찬물로 샤워를
하거나 하지도 않았다. 무슨 물로 샤워를 하든 씻기만 하면 되는 거니 아무렴 상관은 없었다. 수호의
손이 선우의 다리 사이로 들어왔다. 커다란 손이 허벅지를 잡아 옆으로 벌렸다. 다리 사이로 선우의
페니스가 톡 튀어나와 있었다.
“잠깐, 형…….”
“괜찮아.”
답지 않은 일을 한다고 생각했다.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은 수호가 선우의 페니스를 입에 물었다. 피부에
타액이 닿고 혀가 쓸릴 때마다 선우의 몸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아래쪽으로 피가 쏠리며 점점 몸이
뜨거워지고 있었다.
“하, 아… 읏….”
벌리고 있는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페니스를 입에 문 채 숨을 내쉴 때마다 온몸이 저릿거렸다. 특히
엉덩이 안쪽 구멍이 간질거렸다. 펠라로 인한 흥분보다는 누군가 펠라와 함께 아래를 같이 쑤셔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니 더 흥분됐다. 분명 지난번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수호와 섹스를 하지 못하는 사이
욕구 불만이라도 된 것일까? 오만가지 생각들이 다 들었다. 페니스가 딱딱하게 부풀며 수호의 입안을
쿡쿡 찔렀다. 이걸로는 부족했다. 욕실 안에서 손끝에 닿았던 구멍의 감촉이 잊히질 않았다. 차마
그렇게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던 선우는 제 손을 가슴 근처로 올렸다.
“흐, 앙, 으…….”
자신의 두 손으로 유두를 살살 문질렀다. 아래 구멍만큼이나 가슴도 간지러워 미칠 것 같았다. 이렇게
하면 만족이 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역효과였다. 딱딱하게 솟아오른 유두를 만질 때마다 입이며,
아래쪽이 더욱 간지러웠다. 수호 한 명으로는 만족이 되지 않을 것 같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욕구 불만이었나보다. 울컥, 쌓여 있던 정액이 수호의 입에 살짝 흘러나왔다. 아무리 그래도 삼키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 수호가 선우의 페니스에서 입술을 뗐다.
“선우야, 괜찮아?”
“하아, 응?”
“너 평소보다 많이 느끼는 것 같지 않아?”
“형…… 흐, 오랜만이잖아.”
선우가 팔을 뻗자 수호가 몸을 살짝 숙였다. 목에 팔을 건 선우가 수호의 무릎 위로 올라왔다. 가슴을
살짝 내밀며 온몸을 수호에게 정신없이 비볐다. 마치 발정이 난 동물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지난번의
선우가 너무 이상해서, 이번에도 못 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하고 있었던 수호는 너무나 적극적인
선우에 살짝 당황하고 있었다.
“나, 으… 읏… 어떻게 될 거 같아…….”
“형이랑 못 해서 이렇게 된 거야?”
“그럴 수도…… 빨리, 아… 읏, 형 걸로 채워줘.”
평소라면 잘 하지 않을 말까지 하며 애원하는 선우에 수호는 미칠 것 같았다. 수호의 혀가 벌어진 선우의
입술을 탐했다. 선우는 입안으로 들어온 수호의 혀를 정신없이 탐했다. 마치 꿀이라도 발라 놓은
그것처럼 빨아 먹기 바빴다. 정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부쩍 늘어 버린 선우의 키스 실력에 수호는
괜한 위화감까지 들었다. 입술을 뗀 수호가 선우를 거칠게 침대에 눕혔다.
“너 뭐야?”
“흐, 응…….”
“나랑 못 한 사이에 뭐 한 거야?”
선우의 허벅지를 잡아 누른 수호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선우를 떠봤다. 머뭇거리던 선우가 자진해서
다리를 더 벌렸다. 선우의 이런 행동은 어느 정도는 죄책감에서 기인한 것이기도 했다. 동아리방에서
있었던 일과 민재와 술을 마신 뒤 낯선 남자에게 당했던 일들이 선우를 더욱 불편하게 만들었다.
수호의 좆이 자신의 안에 들어온다면 조금은 괜찮아질 것 같았다. 선우는 민재의 최면 때문에 집 안에서
성인용품을 가지고 놀았던 게 전부 수호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호, 혼자 좀…… 했어.”
“혼자? 어딜? 여길?”
수호의 손가락이 선우의 구멍 근처를 툭툭 건드렸다. 손가락에 구멍이 닿을 때마다 입에 침이 고였다.
선우가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이라도 빨리 저 손가락이 자신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길 바랐다.
“너 못 본 사이에 많이 귀여워졌네.”
“흐, 형. 마, 마음대로 해 줘.”
투툭, 엉덩이 위로 로션이 떨어졌다. 로션이 닿은 부분만 불에 덴 것처럼 뜨거웠다. 뭐든 빨리 넣지
않으면 정말 미쳐 버릴 것 같았다. 민재의 젖은 손가락이 선우의 구멍 안으로 들어왔다. 살짝 들어 왔을
뿐임에도 아래에 힘이 들어갔다. 선우는 민재의 손가락을 끊어 먹을 듯 조였다.
“아, 응…….”
고작해야 손가락 하나 들어 왔을 뿐인데 만족감에 몸이 떨렸다. 욕구 불만이라는 게 이런 식으로도 왔던가?
수호가 손가락을 위아래로 살살 움직였다. 손끝에 입구가 쓸릴 때마다 머리가 붕 뜨는 게 날아갈 것만
같았다. 위로 올라탄 수호가 선우의 입술을 맞추며 귓가에 속삭였다. 지난번처럼 그런 일이 일어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럴 염려는 없어 보였다. 애인이 적극적으로 굴어서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수호는 적극적인 선우가 마냥 싫지 않았다. 입술을 뗀 수호가 조금씩 선우를 애태웠다.
“형이 어떻게 해 주길 원해?”
“형 거…… 넣어 주세요.”
“그런 건 대체 어디서 배운 거야?”
수호의 질문에 선우가 잠깐 눈을 껌벅였다. 어디서 본 건 아닌데, 그렇다고 경험한 것 또한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수호는 선우가 말하기 부끄러워 그런 줄 알았다. 손가락의 개수가 늘어났다. 두 개의
손가락들이 벌어지며 각자 다른 움직임으로 구멍 안을 헤집었다. 다시 이어지는 자극에 선우는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말해 봐. 영상 보면서 내 생각했어?”
“아, 응…….”
“여기에 이렇게 손가락도 넣는 상상도 하고?”
“직접… 하으, 읏…… 다, 다음에 만났을 때 못하면 안 되니까…….”
“선우야.”
“하, 으… 거기, 이상해!”
수호의 손가락이 안쪽을 꾹꾹 누르자 선우의 허리가 튀며 경련을 했다. 숨이 멎을 것 같은 자극에 머리가
하얗게 질렸다. 오늘따라 선우가 무척 야하다고 느낀 수호는 거침없이 전립선을 눌렀다. 그럴 때마다
멋대로 허리가 움직이며, 페니스 쪽으로 피가 쏠렸다. 울컥, 선우가 배 위로 사정을 했다. 묽은 정액이
배 위로 떨어졌다. 세상이 빙빙 도는데도 불구하고 왜인지 아직 멀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엉덩이와
하반신이 천장 쪽으로 올라갔다. 위쪽으로 올라탄 수호가 잔뜩 발기한 페니스를 문질렀다. 구멍 근처로
둔탁한 살이 쓸렸다.
“흐, 으. 형 거…… 원해…….”
“얼마나?”
“마, 많이… 험하게 해도 괜찮아….”
“씨발, 미치겠네. 기다려봐. 콘돔 낄게.”
“괘, 괜찮아…… 그냥 흐, 그냥 하자.”
수호의 팔을 잡아당긴 선우가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이 원하는 건 그런 게 아니었다. 있는 그 자체의
좆을 원했다. 답지 않은 선우의 행동에도 불구하고 수호는 선우가 단지 지난번의 일을 만회하기 위해서
그런 거라 착각했다.
수호가 벌어진 선우의 구멍에 자신의 좆을 밀어 넣었다. 끝이 살짝 걸리는가 싶더니 이내 주룩, 하고
밀려 들어왔다. 허전했던 아래를 메우는 감촉에 선우는 자지러지듯 신음을 흘렸다.
“흐, 아, 으, 좋아…….”
“얼마나 좋아?”
“형, 아, 많이. 으흐, 더…….”
선우의 위에 있는 민재가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몸이 정신없이 흔들렸다. 선우의 안이 마치 수호의
모양대로 꽉 조여지고 있었다. 분명 만족스러운데, 결정적인 게 부족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
손으로 꼿꼿하게 선 유두를 긁으며, 다른 손은 입에 넣으며 쪽쪽 빨았다.
“미친. 읏, 선우야….”
“아응, 아… 으읏! 그냥, 흐, 안에 해 줘.”
“흐, 괜찮겠어?”
“아응, 응… 앙….”
수호의 거듭된 움직임에 선우는 이미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이를 악문 수호가 선우의 엉덩이를 꽉 쥐었다.
살이 닿을 때마다 질척거리는 소리가 났다. 끝나지 않는 자극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선우의 머릿속에는
뭐가 됐든 좋으니 수호의 좆물을 먹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대체 언제부터 이런 야한 생각을 하게 됐는지
스스로 생각해도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검붉은 좆이 위아래로 흔들리며 선우의 안에 사정했다. 엉덩이가 들린 탓이라 그런지 평소보다 깊게 들어
오는 것 같았다. 숨을 고른 민재가 자신의 페니스를 빼냈다. 풀썩, 두 다리가 침대 위로 쓰러지며 잠시
숨을 골랐다. 비틀거리며 일어난 선우가 수호의 위로 올라갔다. 살짝 가라앉은 좆을 입에 물었다. 좆이
입에 물리자 입안에 남아 있는 가시 감이 사라졌다. 아랫배에 힘을 주자 엉덩이 사이로 수호가 싸 놨던
정액이 흘러내렸다.
“이럴 필요는…….”
“으브… 읍….”
수호가 말릴 틈도 없이 선우는 두 손으로 정성스럽게 수호의 좆을 핥았다. 코끝에서 나는 시큼한 향이며
좆의 냄새가 선우를 미치게 했다. 엉덩이 뒤쪽으로 손을 뻗어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저도 모르게 좆이
하나 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읍….”
안 좋은 일을 당하고 난 뒤부터 제 몸이 이상해지고 있는 것 같았다. 선우는 그날의 일을 잊기 위해서라도
더욱 수호에게 매달렸다. 선우의 펠라에 남아 있던 정액이 입안으로 튀었다. 아무렇지 않게 정액을 넘긴
선우가 수호의 위로 올라탔다.
“너 오늘 좀, 이상한데.”
“읏, 형…… 그러지 말고. 넣게 해줘.”
“왜? 좋았어?”
“응, 읏… 흐, 당연하지. 부족해. 으악!”
몸을 일으킨 수호가 다시 선우의 위에 올라탔다. 덕지덕지 정액이 묻어 있는 엉덩이를 조몰락거린 수호가
입꼬리를 올렸다. 수호도 남자였다. 이런 류의 판타지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애원해봐.”
“으, 아, 형의 커다란 걸 제, 제 안에… 읏, 넣어 주세요…… 아응….”
선우의 애원에 수호의 아래쪽에서 다시 피가 끓었다. 구멍 안으로 다시금 수호의 좆이 미끄덩거리며 들어
왔다. 안쪽에 남아 있던 정액이 벽에 덕지덕지 발리는 것 같았다. 숨을 내쉴 때마다 아랫배가 아려 왔다.
위쪽으로 헉헉거리는 숨소리가 들렸다. 수호에게 정신없이 매달리던 선우는 누군가가 자신을 쳐다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기분 탓인가? 침대 밖을 둘러 봤으나 아무것도 없는 걸 확인한 선우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선우는 찜찜한 느낌을 벗어나기 위해 평소보다 더 과할 정도로 수호에게 매달렸다.
03

아파트 앞에 선 선우는 휴대폰으로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끊기고, 잠시 후 츄리닝복 차림의
민재가 마중을 나왔다. 의외로 자신의 집과 선우의 집은 별로 멀지 않았다.
“주말 아침부터 오느라 고생했어.”
“아니에요.”
수호에게는 집에서 종일 공부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다만 화해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런 일로 싸우고 싶지 않았다. 공부를 가르쳐 준다고
해도 민재가 어느 정도 수준으로 알려 줄지도 의문이었다. 대학생씩이나 돼서 이러는 것도 웃겼다.
오늘은 이미 오기로 했으니 어쩔 수 없고, 다음부터는 적당히 혼자 한다고 말할 계획이었다.
최근 들어 드문드문 민재의 얼굴이 떠오르곤 했다. 떨쳐내고 싶어도 떨어낼 수가 없었다. 민재와 같이
있어 본다면 이 감정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을지도 몰랐다.
정신을 차린 선우는 거실을 두리번거렸다. 민재의 집은 평범했다. 혼자 살기에는 넓은 편이었으나 그건
선우의 집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현관 복도를 지나 들어가자 확 트인 거실이 나왔다. 앞서가던 민재가
선우를 불렀다.
“맞다, 선우야.”
“네? 왜 그러는… 으읍….”
선우의 팔을 잡아당긴 민재가 입술을 덮쳤다. 당혹스러워한 것도 잠시뿐, 선우의 눈이 빨갛게 변한 걸
확인한 민재가 선수를 쳤다.
“형, 뭐 하는…….”
“‘과외 준비한 거야.’”
“아, 네.”
“‘다음번에는 직접 해야 해.’”
“알았어요.”
뭔가 했는데. 그냥 과외 준비였지 않아. 민재의 최면에 걸린 선우의 표정이 점점 풀렸다.
“참, 공부할 건 가지고 왔어?”
“네. 그럼요.”
소파에 앉은 선우는 메고 온 가방을 내려놓았다. 가방 안에서는 민재가 선물로 보내 줬던 성인용품들이
나왔다. 지난번 수호와 데이트를 간다는 말을 들었을 때 걸어 놨던 마인드 컨트롤이 제대로 먹힌
모양이었다. 선우는 그저 자신이 가지고 온 전공 책들과 필기도구를 꺼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민재는
그중 보라색 진동형 애널 플래그를 손에 들었다.
“이거 좋아?”
“몇 번 안 써보긴 했어요. 나쁘지는 않은데 저한테는 좀 작더라구요.”
“그렇구나.”
최면이 제대로 먹혔는지 확인을 한 뒤, 민재가 태연하게 소파에서 일어났다.
“나도 금방 공부할 거 챙겨 올게. ‘준비하고 있어.’”
“네, 알았어요.”
민재가 방으로 들어가자 홀로 남겨진 선우는 한동안 다소곳이 소파에 앉아 있었다. 남의 집이라 그런지
확실히 어색하긴 했다.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 수 없다고 판단한 선우가 소파에서 일어났다.
“준비하긴 해야지.”
혼잣말로 중얼거린 선우는 입고 있던 옷을 하나씩 벗었다. 소파에 등을 기대고 앉은 채 다리를 벌렸다.
테이블에 가지런히 놓인 성인용품들을 둘러 봤다. 선우의 눈에는 그것들이 전부 학용품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괜히 쓸데없이 많이 가져온 게 아닌가 싶은 기분이 들었다. 머뭇거리던 선우는 결국 민재가
들었다 놨던 보라색 애널 플래그를 들었다. 깨끗하게 정리된 구멍 안쪽으로 동그랗게 생긴 애널 플래그를
밀어 넣었다. 아직은 구멍이 빽빽해 그런가? 좀처럼 잘 되질 않았다. 민재가 밖으로 나왔다.
“뭐 하고 있어?”
“준비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잘 안 되네요.”
“도와줄까?”
“혼자 할 수 있어요.”
“힘들어 보이는데, 괜찮아.”
가까이 다가간 민재가 선우의 손에 있는 애널 플러그를 가지고 왔다. 허벅지를 벌린 뒤 손가락을 이용해
구멍을 살짝 넓혔다. 그 사이로 애널 플래그를 밀어 넣으니 어렵지 않게 쑥 들어갔다. 정말이지, 이런
것도 못 해서 민재의 손을 빌리다니. 선우는 괜히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흐, 아…….”
숨을 내쉰 선우가 천천히 플러그 한쪽에 있는 버튼을 눌렀다. 아래쪽이 윙윙거리며 간지러웠다.
“아, 나 전화 왔다. 잠깐 갔다 와도 될까?”
“그럼요.”
“미안해. 금방 받고 올게.”
민재가 휴대폰을 보여주며 잠시 자리를 떴다. 선우는 두 다리를 모은 채 소파에 앉았다. 소파의 매트에
엉덩이가 눌려 애널 플래그가 더욱 깊숙이 들어갔다. 통화가 길어진 모양인지 민재는 좀처럼 방에서 나올
생각을 하질 않았다. 언제 끝나냐고 물어보기도 모호했던 선우는 민재의 통화가 끝나길 기다리는 동안
공부라도 하고 있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선우는 실제 좆과 비슷하게 생긴 딜도를 들었다. 흡착식으로 벽이나 바닥에 붙일 수 있는 수동 딜도였다.
딜도를 유리 테이블 위에 붙였다. 막상 붙여 놓고 보니 확실히 크기가 크긴 컸다. 두 손으로 딜도를
감싸며 천천히 딜도를 입에 넣었다.
“으브, 읍…….”
새것이라 그런가 입안에서 옅은 고무 맛이 났다. 딜도는 금세 선우의 침으로 범벅이 되었다. 아랫배가
계속 윙윙거렸다. 엉덩이에 힘을 주자, 애널 플러그가 뽁 하고 떨어져 나왔다. 벌써 세 번째였다.
“후, 읏, 불편하네.”
진동을 끈 선우는 이 학용품은 집에 가서 버리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디자인만 이쁠 뿐 실용성이 별로
없었다. 선우는 늘 그런 다음 마지막 구슬까지 꼼꼼하게 밀어 넣었다. 딱 맞는 안정적인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아쉬운 게 있다면 역시나 진동 기능이 없다는 것뿐이었다.
몸을 숙인 선우는 유리 테이블 위에 붙어 있는 딜도로 입을 가져다 댔다. 얼마나 했을까? 휴대폰을
내려놓은 민재가 밖으로 나왔다.
“미안해, 전화가 생각보다 길어져서. 많이 기다렸지?”
“괜찮아요. 저도 공부하고 있었던 참이에요.”
“미안, 미안. 금방 시작할게. 진짜 잠깐만.”
현관 쪽으로 간 민재가 문을 살짝 열었다. 미리 섭외해둔 남자 셋이 안으로 들어왔다. 선우의 방송을 본
남자 중 몇 명을 꼬신 것뿐이었다. 그들 또한 선우와 마찬가지로 민재의 최면에 걸린 상황이었다. 남자
하나가 선우에게 카메라를 들이밀었다. 카메라의 시선을 본 선우가 꾸벅 남자를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잘… 읏, 부탁드립니다.”
엉덩이에 있는 딜도 때문에 선우는 소파에 살짝 걸터앉아 있었다. 소파에 앉은 민재가 선우의 엉덩이를
살짝 때렸다.
“흐앗!”
안 그래도 엉덩이가 간지러웠던 선우가 곧바로 반응을 보였다. 선우의 몸이 앞으로 고꾸라지며 테이블
위로 손을 짚었다. 남자가 연결된 스마트폰으로 방송을 켜자 순식간에 시청자 수가 늘어났다.
[ㅋㅋㅋ 시청자 수 늘어나는 거 실화냐?]
[주말 월요일에 할 짓이 그렇게도 없냐]
[지난번에 후원했더니 떡 치고 왔다던 놈 누구냐?]
[시발 일주일을 기다렸다ㅋㅋㅋ]
[방제 실화냐? ㅈㄴ 꼴리네]
[벌써부터 좆 물고 있는 거 봐라]
[엉덩이에도 있는 듯?]
거액의 후원과 함께 거의 실시간으로 채팅이 올라왔다. 민재는 선우의 구멍 안에 있는 딜도를 빼냈다.
“벌써 혼자 이렇게 열심히 하면 어떻게 해?”
“읏, 죄송해요.”
“너무 서두르지 말고, 내가 천천히 알려 줄게.”
“네.”
소파에 앉은 민재가 선우를 무릎 위로 앉혔다. 선우는 이 모든 상황이 민재와 공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남자의 카메라가 노골적으로 선우의 아래를 찍었다. 카메라 너머의 그 시선이 선우를
미치게 했다. 민재가 선우의 턱을 잡아 돌렸다. 눈을 마주치며 굳게 닫힌 입을 열었다.
“‘따라 해.’ 나는 좆을 좋아해요.”
“나는 좆을 좋아해요.”
“좆에 환장한 음란한 암캐예요.”
“좆에 환장한…….”
선우가 머뭇거리자 민재가 손으로 선우의 허벅지를 살짝 때렸다. 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나자 선우가 괜히
움찔거리며 몸을 떨었다. 민재는 카메라를 손가락질했다.
“나 보지 말고 저쪽 보고.”
“으읏, 네.”
몸을 약간 튼 선우가 카메라를 바라봤다. 카메라의 렌즈는 아래를 향하고 있었으나 카메라 너머로 선우의
목소리는 분명하게 전달이 됐다.
“좆에 환장한 으, 음란한 암캐예요.”
“잘했어. 이제 어떻게 해야 해?”
“네?”
“이다음에, 어떻게 해야 해?”
민재의 질문에 선우의 머리가 하얗게 굳었다. 찰싹, 손이 다시 엉덩이를 떼렷다. 피부에서 느껴지는
자극에 선우가 저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이다음에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생전 받아 본 적 없는
질문에 선우가 눈을 깜박였다.
“그게 어, 으읏…… 모, 모르겠어요.”
“좆 달라고 해야지.”
“아…… 그런 거예요?”
“왜 그 쉬운 걸 몰라.”
“그, 그러게요.”
공부를 가르쳐 준다는 민재는 선우의 생각보다 훨씬 엄한 타입이었다. 민재의 다그침에 선우가 다시
카메라로 고개를 돌렸다.
“조, 좆 주세요. 먹게 해 주세요.”
“그래, 그렇게 하는 거야.”
민재의 칭찬에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선우의 말에 잔뜩 흥분한 남자 하나가 옷을 벗었다. 남자의
커다란 좆이 선우의 뺨 근처에 다가왔다. 엉덩이를 주물럭거리던 민재가 선우의 몸을 살짝 밀었다.
남자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은 선우가 고개를 들었다.
“아까 공부한 거 그대로 해 봐.”
“으, 읏, 네…….”
고개를 살짝 든 선우는 딜도를 빨았던 때를 기억하며 남자의 좆을 입에 물었다. 확실히 진짜라 그런지
가짜와 다르게 느낌이 달랐다.
“으브… 읍….”
“읏, 개 꼴리네. 똑바로 빨아.”
“하, 읏….”
“그 입으로 몇 명이나 먹어 봤어? 윽….”
점점 커지기 시작한 남자의 좆이 선우의 목구멍을 찔렀다. 숨이 막힌 듯 괴로워하자 남자가 선우의
머리채를 잡아 눌렀다. 잔뜩 벌어진 입안으로 남자의 검 붉은 좆이 정신없이 움직였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민재가 선우의 엉덩이를 잡아 올렸다. 민재는 테이블 위에 있던 성인용품 중 비교적 작은 크기의
진동 에그를 들었다. 잔뜩 젖은 구멍 사이로 에그가 밀려 들어갔다. 민재가 선우의 엉덩이를 때리며
말했다.
“왜? 좆 넣어 줄 거라고 생각했어?”
“으브, 으읍….”
내심 기대를 하고 있었던 선우는 정신없이 남자의 좆을 빨았다. 민재가 버튼을 누르자 배 아래쪽이
요동치며 정신없이 흔들렸다.
“아, 응, 아으, 으…….”
“어떻게 하면…… 아응, 넣어 줄 거예요?”
“엉덩이 들어.”
“이봐, 이쪽도 신경 쓰라고!”
남자가 선우의 입안으로 다시 좆을 밀어 넣었다. 혀끝으로 남자의 정액이 묻었다. 남자가 더욱 거칠게
허리를 움직였다. 민재가 구멍 안으로 손가락을 넣었다. 안쪽으로 들어간 에그가 선우의 전립선 근처에
닿았다. 머리 위로 별이 튀자 선우의 허리가 정신없이 흔들렸다. 울컥, 남자의 좆을 입에 문 채 사정을
했다.
“흐앙, 응… 더, 으아… 으앗!”
유흰 유리 위로 정액이 툭툭 떨어졌다. 엎드릴 틈도 없이 민재가 선우의 허리를 들어 올렸다.
“누가 멋대로 질질 싸도 좋다고 그랬어?”
“으, 아으….”
“벌을 받아야겠네.”
“흐아… 으, 아읏!”
민재가 선우의 엉덩이를 떼렷다. 찰싹거리는 소리가 날 때마다 선우의 몸이 앞뒤로 흔들렸다. 옆에 있던
다른 남자가 급하게 옷을 벗었다. 채팅창은 순식간에 난리가 났다. 민재가 손을 들자 선우가 눈을 질끔
감았다.
“으, 으읏! 아응….”
거실에 남자들의 거친 숨소리와 선우의 살을 때리는 소리만이 맴돌았다. 모두 열대쯤 맞은 선우의
엉덩이가 빨갛게 부풀어 올랐다. 배에 힘을 주자 입구에 걸쳐 있던 진동 에그가 빠져나왔다. 다리에 힘이
풀린 선우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선우의 주변으로 남자들이 몰려들었다.
“‘내가 사정하라고 할 때까지 참아.’”
“으, 읏… 아으….”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는 와중에 마인드 컨트롤에 걸린 선우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손을 뻗은
민재가 선우의 뺨을 부드럽게 쓸었다.
“선우야. 좆 먹고 싶으면 스스로 움직여야지?”
“아, 읏….”
“싫어?”
“아뇨, 먹고 싶어요. 저…… 저는 좆에 환장한 음란한 암캐니까요.”
계속되는 최면에 선우는 조금씩 본능에 충실해지고 있었다. 모든 게 한순간 스쳐 지나가는 것 꿈같았다.
상황은 알겠는데, 머리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민재의 앞으로 기어간 선우가 바지를 내렸다.
여태껏 먹었던 좆과는 달랐다. 보는 순간 군침이 돌았다.
“좆, 먹어도 돼요?”
민재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선우가 민재의 위로 올라왔다. 멋대로 다리를 벌리며 벌름거리는 구멍
끝에 민재의 좆을 가져다 댔다. 살짝 쓸렸을 뿐인데도 불구하고 벌써 안쪽이 간지러웠다. 한시라도 빨리
민재의 좆이 가라앉지 않은 열기를 내려 주길 바랐다. 숨을 헐떡인 선우가 간신히 민재의 좆을 전부
넣었다. 허리를 붙잡자 좆이 완전히 파고들었다.
“몸 돌려.”
“으, 으아앗….”
“잘 보이게 해야지.”
대체 누구한테 잘 보여야 한다는 걸까? 알 수는 없었으나, 마치 꼭두각시 인형처럼 민재가 시키는 대로
몸을 돌렸다. 카메라 안쪽으로 선우와 민재의 좆이 연결된 분위가 찍혔다. 민재가 크게 허리를 움직이자
선우의 몸이 들썩였다.
“흐, 아… 으아….”
“이다음에 어떻게 해야 해?”
“그게 어… 으, 좆 먹여 주셔서 흐아, 감사합니다!”
“착하네. 읏….”
민재가 선우의 몸을 앞으로 밀었다. 유리 테이블 위로 몸이 고정되며 뒤에서 민재의 좆이 선우의 엉덩이를
정신없이 찔렀다. 고개를 살짝 들자 다른 남자의 좆이 보였다. 시야가 흔들거리는 와중에도 선우는
남자의 좆을 입에 물었다. 수호와 섹스를 하면서 느꼈던 부족함이 채워지는 것 같았다. 선우는 더욱
격렬하게 허리를 움직였다. 안쪽에서 뜨거운 열기가 올라왔다. 민재가 선우의 안에 사정한 것이었다.
“아, 으아….”
빳빳하게 굳었던 선우의 몸이 축 늘어졌다. 분명 갔는데, 사정할 수가 없었다. 아래가 터질 듯이
뜨거웠다. 선우는 아직 빠져나가지 않은 민재의 좆을 물고 있었다. 아무리 최면이라고 해도 선우의 몸은
무척이나 야했다. 그 목소리가, 움직임 하나하나가 남자를 미치게 했다. 들뜬 숨을 내뱉은 민재가 선우의
머리채를 잡아 올렸다. 방금 문제를 하나 해결했는데 연속으로 풀어 보자는 민재의 제안은 약간 하드한
느낌이 없잖아 있었다.
“괜찮아, 두 번째는 안 어려워.”
“으, 아으, 응…….”
선우의 몸이 쉴 새 없이 흔들렸다. 빠져나가지 못한 정액이 배 안에서 꿀렁거리고 있는 것 같았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벌어진 입으로 남자들의 좆이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
와중에 분명 한 건 기분이 날아 갈듯 좋다는 점이었다.
“아, 좆… 하응… 좆 너무 좋아요…….”
“씨발, 흐느끼는 거 봐.”
“야, 다음엔 나야. 좀 비켜!”
선우의 입을 탐하기 위해 남자들이 경쟁했다. 그사이 민재가 선우의 안에 두 번째 사정을 했다. 생전
느껴보지 못한 쾌락에 선우의 몸이 정신없이 떨렸다.
[오우야 ㅋㅋㅋ]
[나 방금 두 번 뺌]
[박고 있는 새끼 누구냐 개 부럽네]
[드라이로 갔냐?]
[전에 인증 올린 새끼 얼마 후원했다고?]
채팅방이 마비될 정도로 빠르게 채팅이 올라왔다. 민재가 좆을 빼내자 벌어진 구멍 사이로 정액이 뚝뚝
떨어졌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민재는 선우의 손에 이끌려 침대 위로 던져졌다. 남자 두 명이
달라붙어 순식간에 선우의 발목에 족갑을 채웠다. 벌려진 엉덩이 사이로 뭔가가 닿았다.
민재는 선우의 옆에 걸터앉아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민재는 선우를 조금씩 개발할 생각이었다.
모든 걸 깨닫고, 마지막에 의자 할 사람이라고는 오직 자신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그 표정은
가히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겠지?”
“네? 흐, 읏… 저기…… 으….”
입을 다물고 있는 민재의 모습에 잔뜩 긴장한 선우가 눈을 돌렸다. 침대 위로 낯선 남자의 좆이 올라와
있었다. 안 그래도 벌어진 다리를 더욱 벌리며 애원을 했다.
“저는 그 좆에 환장한 음란한 아, 암캐예요…….”
“오오, 이거 봐라?”
“괜찮으시면 아으, 제 안에…… 조, 좆 먹여 주세요.”
선우의 애원에 남자 하나가 침대 위로 올라왔다. 선우의 구멍이 남자를 받기 위해 벌름거리고 있었다.
시선이 닿는 것만으로도 아래가 간지러웠다. 고개를 살짝 잡아 돌린 민재가 선우를 보며 말했다.
“이럴 때는 ‘주인님들이라고 해야지.’”
“주, 주인님들. 음란한 제 구, 구멍에 마음껏 싸 주세요! 아응, 아!”
잔뜩 흥분한 남자가 거칠게 선우의 위에 올라탔다. 커다란 좆이 한치의 배려도 없이 선우의 안을 찌르고
들어 왔다.
“흐, 아으… 으읍….”
몸을 숙인 남자가 선우의 입안으로 좆을 밀어 넣었다. 짐승처럼 달라붙은 사내들이 선우의 몸을 정신없이
짓밟았다. 분명 민재와 같이 공부를 하는 것일 뿐인데 왜 이렇게 기분이 좋은지 모르겠다. 선우의 안에
박아 대던 남자가 진동 딜도를 가지고 왔다. 딜도를 페니스 위에 올리자 몸이 경련하듯 떨렸다.
“흐, 아, 으…….”
“좋냐? 이거 완전 개 변태 새끼잖아?”
“더, 하, 주인님 더 제발, 제안에 더…… 잔뜩 싸 주세요.”
이젠 앞으로 가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가 없었다. 열기들이 가라앉을 만하면 또다시 다른 좆이 들어와
선우의 머리를 뜨겁게 달궜다. 얼마나 섹스를 했을까? 지칠 대로 지친 선우가 마른 수건마냥 침대에
널브러져 있었다.
남자들이 떠나고 민재가 침대 위로 올라왔다. 물수건으로 땀에 젖은 선우의 몸을 닦은 뒤 귓가에 말했다.
“좀 쉬고 점심 먹을까?”
“어, 으… 읏, 그럴까요?”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선우는 예상과 다르게 민재와 있는 시간이 즐거워 시간이 흐르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저, 우선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그래. 시켜 먹을 건데 괜찮지?”
“네. 상관없어요.”
침대에서 일어난 선우가 비틀거리며 안쪽에 있는 샤워실로 들어갔다. 이 상태로 밥을 먹을 수는 없지.
샤워하고 나온 뒤 몸에 있는 물기를 닦았다. 민재의 마인드 컨트롤 때문에 ‘샤워를 하는’ 것은 이제
아무렇지 않은 일처럼 변해 있었다.
거실로 나온 선우는 거실에 널브러져 있는 성인용품들을 정리해 가방에 넣었다. 뼈 해장국과 설렁탕을
시켰다. 배달이 오는 데까지 50 분 정도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 민재는 TV 를 켰다. 커다란 화면에
남자와 선우의 섹스 영상이 그대로 떠 있었다. 민재의 옆에 앉은 선우는 아무렇지 않게 영상을 봤다.
담담하게 영상을 본 선우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역시 읏, 좆은 형 게 제일 좋은 거 같아요.”
“그래?”
“저기, 형, 그…….”
민재의 옆에 살짝 붙은 선우가 머뭇거렸다. 자신이 아무래도 안 좋은 일을 당한 것 같다는 얘길 하긴 해야
할 것 같았다. 딩동, 벨 소리가 들렸다. 민재는 일어나려는 선우를 말렸다.
“내가 가지고 올게.”
“아, 네.”
잠시 후, 민재가 배달된 음식을 가지고 왔다. 테이블 위에 포장된 용기들을 늘어놓았다. 민재의 부름에
선우는 흡착 딜도를 챙겼다. 의자에 딜도를 붙인 뒤 엉덩이를 살짝 들었다. 벌어진 구멍 사이로
조심스럽게 딜도가 완전히 들어 왔다. 의자를 당긴 선우는 민재와 식사를 하기 위해 수저를 들었다.
“공부는 할 만했어?”
“읏, 나쁘지 않아요.”
선우가 불편한지 의자를 잡아당겼다.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했던 터라 생각보다 점심이 술술 넘어갔다.
민재가 알려준 공부는 생각보다 훨씬 더 도움이 됐다. 다소 엄하긴 했으나 그래도 충분히 도움은 됐다.
확실히 선배가 이런 건가 싶은 것도 한몫했다. 딜도가 들어간 탓인지 엉덩이 안쪽이 유달리 간질거렸다.
주말이라 그런지 확실히 시간은 많았다.
“‘이제 다시 시작해 볼까?’”
“네. 그럼요.”
선우는 민재를 따라 욕실로 들어갔다. 커다란 욕실 한쪽에는 핑크색 의자가 있었다. 민재가 앉으라는 듯
손짓을 했다. 의자 위에는 꽤 큼지막한 딜도가 달려 있었다.
“앉아.”
“아, 네.”
선우는 민재가 시키는 대로 다리를 벌렸다. 밥을 먹는 내내 구멍에 딜도를 박고 있었던 터라 의자 밑에
있는 딜도를 넣는 데에는 큰 부담이 없었다. 딜도가 완전히 들어오자 민재가 아래쪽에 있는 버튼을 눌렀다.
“앙, 응… 읏… 읍….”
흰색의 딜도가 위아래로 움직이며 정신없이 안을 박았다. 계속되는 자극에 금방이라도 엉덩이를 들고
싶었다. 선우가 엉덩이를 들려 하자 민재가 말했다.
“‘참아, 어려워도 익숙해지면 할 만해.’”
“으, 아, 응… 네….”
욕실 바닥에 발을 붙인 선우는 의자를 꽉 붙잡았다. 처음에는 조금 아팠으나 확실히 익숙해지려고 하니
그런대로 참을 만했다. 몸을 숙인 민재가 선우의 다리 위로 물을 뿌렸다. 다리 사이로 흰 면도 크림이
닿았다.
“잠깐… 으, 앗….”
“가만히 있어야 해.”
“흐, 으읏… 형…… 빨리…….”
민재가 면도칼을 들고 오자 선우의 엉덩이에 힘이 들어갔다. 아래에 힘을 쥐면 쥘수록 진동 딜도가 꽉
닫힌 구멍을 뚫기 위해 피스톤 질을 했다. 목이 뒤로 꺾여 나가며 숨이 찼다. 고개를 숙인 민재가 천천히
선우의 페니스 주변에 있는 크림들을 긁어냈다. 얼마 없는 체모가 크림과 함께 쓸려나갈 때마다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아, 으앙….”
“이걸로 느끼는 거야?”
“아, 아니에요. 괜찮… 으아… 괜찮으니까…….”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빨리 끝이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민재는 일부러 더욱 느긋하게 선우의
음모에 있는 털을 깎아 냈다. 물과 함께 면도칼에 있는 크림을 흘러내린 민재가 잊고 있었다는 듯 한마디
했다.
“이제 가도 좋아.”
“아으읏!”
자신이 말하기 전까지 사정을 참으라고 했었던 탓에 선우는 영문도 모른 채 사정을 할 수 없는 몸이 되어
버렸다. 민재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선우는 두 손으로 자신의 페니스를 거칠게 흔들었다. 두둑, 욕실
바닥에 한 움큼 쌓여 있던 정액이 떨어졌다. 의자 위에 축 늘어진 선우의 위로 여전히 딜도가 흔들리고
있었다. 이제는 한 두번 사정하거나, 아래 입만으로는 부족했다. 민재가 뒷정리하는 사이 선우의
엉덩이가 살살 움직였다.
“좋아?”
“아응, 네…… 저는 좆을 좋아하는 암캐니까요….”
“더 좋게 해 줄게.”
오늘 하루, 민재는 선우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민재는 선우를 데리고 침실로 돌아왔다. 민재가 침대에
앉기 무섭게 선우가 민재의 위에 올라탔다. 오전 동안 쌓여 있던 휴대폰을 만졌다. 그 사이 선우는
민재의 위에서 정신없이 허리를 흔들었다. 연락이라고 해 봤자 내용이 없었다. 휴대폰을 옆으로 던진
민재가 선우의 몸을 앞으로 눕힌 뒤 엉덩이를 가볍게 두드렸다.
“흐아, 으…… 응…….”
“어때? 내 좆은?”
“아, 으앙… 맛있어요…….”
다른 사람들의 좆도 좋았지만, 선우는 민재의 좆이 가장 좋았다. 선우는 아침에 배운 대로 정신없이
허리를 움직였다. 울컥, 또다시 선우가 안쪽으로만 사정했다. 침대 위로 떨어진 정액을 본 민재가 표정을
구겼다.
“누가 싸도 좋다고 그랬어?”
“아까 괜찮다고…….”
“그건 아까 이야기고.”
“아…… 자, 잘못했어요.”
싸늘한 시선을 느낀 선우가 재빨리 사과했다. 민재는 금방 표정을 풀며 선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농담이야.”
“혀, 형…… 진짜 읏, 놀랐어요. 그러지 마세요.”
“그래도 말을 안 들은 후배한테는 벌을 주지 않으면 안 되겠네.”
민재는 서랍에서 잘 포장된 요도 스틱을 꺼냈다. 벌이라 말 한 민재의 말을 장난 취급했던 선우는 뭔가
잘못 됐음을 깨달았다.
“어, 이건 아니지 않…… 으읏….”
“괜찮아.”
침대 위로 올라온 민재가 선우를 살살 달랬다. 참 이상했다. 분명 안 된다는 걸 아는데도, 괜찮다. 별일
없을 거라는 민재의 말 한마디에 모든 게 편해졌다. 그래, 민재가 있으니 괜찮겠지. 선우는 별생각을
하지 않으며 시키는 대로 다리를 벌렸다. 꽉 막힌 이물감에 허벅지가 절로 꼬였다. 이윽고 선우의
페니스에 얇은 쇠사슬 모양의 요도 스틱이 완전히 들어갔다.
“흐, 으….”
“어때?”
“조, 조금 이상하긴 한데…… 아직 잘 모르겠어요.”
이런 짓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으니까. 민재는 안절부절못하는 선우의 등을 토닥였다.
“다리 벌려.”
“으, 아….”
무릎을 꿇은 선우가 허벅지를 옆으로 벌렸다. 다리 사이에 있는 페니스가 아슬아슬하게 덜렁거렸다.
여기서 엎드리면 요도 스틱이 더욱 안으로 들어갈 것만 같았다. 민재의 손이 붉게 물든 엉덩이를
주물럭거렸다.
“형이 어떻게 하라 그랬지?”
“흐아, 으… 저는 음란한 아, 암캐예요… 형의 좆… 흐으읏! 먹고 싶어요….”
“잘하네.”
선우의 허리를 잡아당긴 민재가 구멍 안으로 자신의 좆을 밀어 넣었다. 안쪽 구멍을 메우는 좆도
좆이었는지만, 앞쪽이 꽉 막혀 미칠 것 같았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자극이었다. 한 번도 느껴 본 적
없는 자극에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울 만큼 좋나 보네? 아냐?”
“싫… 읍, 좋아요… 흐응… 응….”
“나 하나로는 만족이 안 돼?”
“아뇨, 흐으… 형 좆이… 흐으 가장 좋아요!”
뒤에서 자극이 이어질 때마다 요도에 박힌 막대기가 정신없이 흔들렸다. 선우의 위에 올라탄 민재가 요도
입구를 살짝 건드렸다. 살짝 스쳤을 뿐인데도 불구하고 숨이 넘어갈 것처럼 헐떡거렸다. 생전 느껴본
적이 없는 감각에 온몸의 신경이 곤두섰다.
“흐아, 응… 형…….”
“이런 몸으로 어떻게 살 거야? 응? 내가 어떻게 해 줄까?”
“아, 안에… 으어, 음란한 제 구멍에 자, 잔뜩 싸 주세요!”
침대의 시트를 꽉 쥔 선우가 잔뜩 애원했다. 아무리 마인드 컨트롤에 걸렸다고 해도 좆을 원하는 선우의
모습이 가짜 같지는 않았다. 민재는 보란 듯이 선우의 엉덩이가 아닌 바깥에 사정했다.
“흐, 제발, 아으, 형… 좆물…….”
“왜?”
“먹고 싶어요, 제발… 어읏….”
한순간 좆물이 제 안을 적시는 상상을 했던 선우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애원했다. 여기서 선배의 좆물을
받지 않은 채 돌아가면 안 될 것 같았다. 요도 플러그를 꽂은 채 몸을 돌린 선우가 다리를 벌리며
애원했다.
“아, 읏, 좆…… 좆물 먹게 해 주세요….”
“그렇게 내 좆이 먹고 싶어?”
“네, 흐앙, 형 좆 너무 좋아요.”
선우의 애원에 민재가 못 이기겠다는 식으로 자신의 좆을 가져다 댔다. 아직 넣지도 않았는데 선우가
엉덩이를 정신없이 흔들었다. 지금의 선우는 정말로 본인이 좆에 환장한 암캐라고 착각을 하고 있었다.
민재가 구멍에 자신의 좆을 밀어 넣자 선우의 입이 벌어지며 만족스러운 듯 교성을 내질렀다.
“으, 으… 아….”
“좆 주면 어떻게 하라 그랬어?”
“가, 으읏… 감사합니다. 으흐, 으, 이번에는 안에 싸 주세요!”
이번에도 좆물을 받지 못한다면 정말 울 것만 같았다. 선우의 애원에 민재가 다시 좆을 살살 흔들었다.
선우는 완전히 넣는 것 보다 약간 부족하게 넣어 살살 움직이는 걸 더 좋아했다.
“흐, 으아, 으… 아앙….”
민재는 이제 선우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구멍 끝에 걸린 자극에 선우가 정신없이 헐떡거렸다. 선우는
이 모든 게 섹스 때문이 아니라 그냥 민재와 만나 기분이 좋은 정도로 착각하고 있었다. 더, 더. 끊을 수
없는 쾌락에 선우가 손을 내 뻗었다.

* * *

“벌써 저녁이네요.”
뭘 한 것인지 창문 너머로 어둑어둑 해가 져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민재의 집에 찾아온 걸 고려하면 믿을
수 없는 속도였다. 그래도 마냥 소득이 없다고는 할 수 없어서 싫지는 않았다.
‘결국, 그 얘긴 못했지만.’
선우는 자신이 아무래도 안 좋은 일을 당한 것 같다는 얘기를 끝내 하지 못했다. 어떻게든 집에 가기 전에
도움을 요청하긴 해야 할 것 같았다. 소파에 앉은 선우의 엉덩이가 저릿거렸다. 힘을 줄 때마다 안쪽에
있는 바이브의 감촉이 느껴졌다. 진동은 하지 않았으나 확실히 다른 이물감이었다. 통화하고 온 민재가
거실로 나왔다.
“선우야, 미안한데 심부름 좀 해 줄 수 있어?”
“심부름이요? 뭔데요?”
“어, 별건 아니고. 아파트 나가면 골목에 편의점이 하나 있거든?”
“잠시만요.”
선우가 휴대폰을 열어 지도를 확인했다. 아파트 단지를 바로 나가자마자 편의점 하나가 보였다.
“여기예요?”
“맞아.”
“심부름이 뭔데요?”
“그냥 담배랑 이것저것. 너 먹고 싶은 거 사와도 돼. 맥주도 괜찮고, 오늘 고생했잖아.”
“저 술은 좀…….”
“야, 맥주가 무슨 술이냐? 꼭 술 안 사와도 돼.”
민재가 선우에게 카드를 넘겼다. 선우는 민재의 카드를 들고 아파트를 나왔다. 이 주변은 아직 재개발
중이라 단지 밖을 나가면 확 어두워지는 감이 없잖아 있었다.
안쪽 골목으로 들어가자 새로 지어진 상가 건물 1 층에 편의점이 보였다. 새 건물로 완공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들어 와 있는 가게라고는 편의점과 식당 몇 개가 다였다. 심지어 위쪽의 가게들은 대부분 다
공사 중이었다. 오래된 건물만큼이나 을씨년스럽기 그지없는 건물이었다.
편의점에 들어간 선우는 빼곡하게 진열된 편의점 코너를 둘러 봤다. 담배야 뭘 사 오라고 지정을 해
줬으니 상관없지만, 그 외에 나머지는 아무거나 괜찮다고 아니 뭘 골라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결정
장애는 없는 편인데 오늘따라 유독 고르기가 어려웠다.
선우가 편의점 진열대를 두리번거리고 있을 무렵 모자를 눌러 쓴 낯선 남자 두 명이 들어 왔다. 인근
공사장에서 일하던 사람인가? 선우는 크게 개의치 않은 채 품에 음료수며 과자, 그리고 삼각김밥과
민재가 말 한 담배를 샀다.
“17,400 원입니다.”
휴대폰을 만지고 있던 남자 알바생의 말에 선우는 민재가 준 노란색 카드를 내밀었다. 요즘은 신용카드도
캐릭터를 박아 나오고는 했다. 선우의 신용카드를 본 남자가 눈을 손가락질했다.
“어, 저거.”
“저거 아냐?”
무슨 일이지? 선우가 고개를 돌리자 남자들이 재빨리 모르는 척 등을 돌렸다. 기분 탓인가? 영수증을
챙긴 선우는 편의점 밖으로 나왔다. 선우가 나오자 모자를 쓴 남자가 선우에게 다가왔다. 조금 전
편의점에 있었던 청년 중 한 명이었다.
“왜 그러세요?”
선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기분 나쁘게. 선우가 길을 지나쳐 가려 하자 검은 마스크를 쓴 사내가
말했다. 그는 오늘 오전 선우가 방송했던 영상을 보던 남자 중 한 명이었다. 후원을 많이 하는 순서대로
연락이 올 가능성이 크다는 말에 호기심 삼아 돈을 썼다. 이후 점심이 좀 지나서 [매니저]라는 사람에게
연락이 왔다. 시간과 편의점, 그리고 키워드였다. 속는 셈 치고 건물 근처에 도착하니 딱 봐도 수상하게
생긴 사람 몇 명이 돌아다녔다. 편의점으로 젊은 청년 하나가 들어 왔고, 매니저의 말대로 노란색
신용카드를 내밀었다. 그는 매니저가 알려 준 키워드가 암시라고 하기보다는 그냥 일종의 암호라고
생각했다.
“사탕 좋아해?”
“네.”
봉투를 쥔 선우가 대답했다. 마스크 너머로 남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영상에서는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지만, 자세히 보니 체형이 닮은 것 같기도 했다. 남자는 선우가 변태가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매니저의 말에 의하면 다음 질문은.
“형이 사탕 줄까?”
눈앞에 있는 두 사람 말고도 두 명의 남자들이 주변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들은 선우와 남자의 대화
속에서 사탕이라는 키워드를 발견하자 눈치를 살폈다. 선우는 사탕이라는 단어에 한동안 머뭇거렸다.
왜인지는 몰라도 그 단어를 듣자마자 입에 군침이 고였다. 배 아래에 힘이 들었다. 구멍에서
빠져나오려던 에그가 아슬아슬하게 걸려 선우를 미치게 했다. 그렇지만 민재의 집에 돌아가 봐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지?
“얼마나 걸리는데요?”
“얼마 안 걸려.”
“좋아요.”
두 사람이 눈을 마주치며 어색하게 웃었다. 두 사람은 건물 안쪽으로 선우를 이끌었다. 2~3 층까지는
어느 정도 상가들이 들어차 있었으나 위로 올라갈수록 텅 빈 건물들뿐이었다. 곧 들어 올 상가들이 사용할
공용 창고 뒤쪽으로 화장실 간판이 붙어 있었다. 두 사람의 뒤를 이어 또다시 두 명이 들어왔다.
마지막으로 들어온 남자가 망을 보더니 문을 잠갔다. 안쪽으로 들어간 선우는 설치만 끝난 변기 위에
앉았다.
“씨발, 진짜 대박이잖아?”
“아침에 몇 발을 뺐는지 모른다.”
“거 순서 좀 지킵시다. 내가 발견했는데.”
“야, 됐고. 얼른 아래 벗어라.”
꽤 껄렁하게 생긴 남자가 멍하니 앉아 있는 선우를 발끝으로 툭툭 건드렸다. 선우는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입고 있던 바지를 벗었다. 아래까지 완전히 벗은 뒤 변기 위에 앉아 다리를 벌렸다.
“오, 이 새끼 이거 봐라?”
“이미 처넣고 있었는데?”
“아까부터 느꼈냐? 미치겠네.”
“아침에 봤을 때는 털 없던데. 민 거냐? 흐, 존나 개 꼴리네.”
남자 하나가 선우의 허벅지에 붙어 있는 리모컨의 버튼을 눌렀다. 구멍 근처에 걸린 에그가 윙윙거리며
입구를 자극했다.
“흐아, 아, 으앙…….”
“와, 씨발.”
“목소리 봐라.”
선우의 목소리는 영상으로 들었을 때보다 훨씬 꼴리면 꼴렸지 결코 덜하지는 않았다. 남자의 손가락이
선우의 진동 에그를 쿡쿡 찔렀다. 구멍에 걸려 있던 에그가 쏙 안으로 들어갔다. 사탕을 준다면서 왜
이렇게 뜸을 들이는지 모르겠다.
“흐, 빨리 줘요.”
“알았다고.”
남자들끼리 서로 눈치를 봤다. 선우에게 가장 먼저 말을 건 남자가 처음으로 결정이 났다. 마침 세면대
쪽으로 물이 나왔다. 대충 손을 씻은 남자는 리모컨을 잡아당겼다. 리모컨의 줄에 달려 있던 에그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남자의 손이 선우의 허벅지를 잡아 벌렸다. 에그가 나간 구멍이 정신없이 벌름거리고
있었다. 남자가 선우의 엉덩이를 때리자 선우가 신음을 흘렸다.
“엉덩이 존나 느끼네.”
“아, 으, 흐아….”
그가 입고 있던 츄리닝복을 내렸다. 다리 사이로 잔뜩 흥분한 남자의 좆이 보였다. 보다 못한 다른
남자도 자신의 바지를 내렸다.
“야, 내가 먼저라니까?”
“빨리 처박아.”
다른 남자의 재촉에 그가 선우의 구멍 근처로 자신의 좆을 가져다 댔다. 변기 위에 앉은 선우가 엉덩이를
움직였다. 선우가 엉덩이를 움직일 때마다 변기의 뚜껑이 덜그럭거리며 흔들렸다.
“이 새끼 이거 빨리 달라고 끼 부리는 거 봐라.”
“흐아, 으…….”
빨리 사탕을 먹고, 민재에게 돌아가야 하는데. 뜸을 들이는 남자들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선우의
허리를 붙잡은 남자가 자신의 좆을 구멍 안으로 밀어 넣었다. 중간중간 쉬긴 했으나 반나절 가까이 남자의
좆을 넣었던 구멍은 남자의 생각보다 훨씬 쉽게 좆을 받아들였다. 허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남자의
좆이 선우의 내벽을 정신없이 긁었다. 허리를 쥐던 그의 손이 선우의 가슴 위로 올라와 유두를 간지럽혔다.
그 모습을 보고 꼴린 다른 남자가 재빨리 선우의 입안으로 자신의 좆을 밀어 넣었다.
“우윽… 읏… 으아….”
남자의 좆이 선우의 목 끝까지 들어왔다가 빠져나갔다. 망을 보고 있던 남자들도 흘끗흘끗 안쪽을
기웃거렸다.
“이거 완전 남창 새끼 아냐?”
“으아… 으브….”
“좋냐? 좋아 뒈지려고 그러는데.”
“조, 으읍… 좆, 좋아…….”
“생긴 거랑 다르게 개새끼네 아주. 으읏, 적당히 조여라. 끊어 먹겠다.”
또 다른 남자가 기어들어 와 선우의 페니스를 잡았다. 좁은 화장실 안이 덜컹거리며 사내들이 정신없이
선우를 범했다. 이미 민재의 마인드 컨트롤에 의해 자신이 좆에 환장한 놈이라는 착각을 하게 된 선우는
정신없이 남자들의 좆을 탐했다. 좆이 들어와 내벽을 채우는 쾌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남자 하나가 선우의 안에 사정했다. 입안으로 좆질을 하던 사내가 선우의 뺨에 정액을 뿌렸다. 뒤에서
보고 있던 다른 남자가 선우의 앞으로 다가왔다. 조금 전 사내와 다르게 체구가 꽤 있는 그의 좆은 꽤
굵었다. 굳이 표현하자면 옆으로 굵었다. 남자는 바닥에 떨어진 에그를 주워 옷으로 대충 닦은 뒤 선우의
입에 넣었다.
“으으읍….”
남자가 버튼을 누르자 입안에서 에그가 진동을 하며 움직였다.
“물고 있어. 딱 어울리네.”
두툼한 남자의 손이 선우의 손목을 잡아당기며 두꺼운 좆이 들어 왔다. 몸이 옆으로 늘어날 것만 같았다.
입구의 느낌은 무척 좋으나 남자의 좆은 선우가 느끼는 곳까지 닿기에는 조금 짧은 감이 없잖아 있었다.
애가 닳은 선우는 미칠 것 같았다. 입에 물려 있던 에그가 바닥으로 떨어지며 침이 흘러내렸다.
“흐아, 더 싸 주세요….”
“이 새끼 봐라?”
“제발, 으, 으읏… 주인님들….”
“후, 매니저라는 새끼 얼굴 보고 싶어 죽겠네. 어디서 이런 변태 새끼를 주워온 거야?”
“흐아, 으응… 으읏!”
남자가 선우의 팔을 잡아당겼다. 몸이 앞으로 당겨지며 좆이 안으로 들어왔다. 안쪽을 찌르는 감촉에
뜨거운 숨이 올라왔다. 앉아 있는 변기 위가 거칠게 흔들렸다. 좁은 구석으로 남자 셋이 선우에게
달라붙었다. 남자의 좆이 안을 찌를 때마다 내벽이 간질거렸다. 이 남자의 좆으로는 부족했다. 더욱 깊은
곳을 원했다. 건물 위로 아무도 올라오지 않는다는 걸 눈치챈 남자 하나가 선우를 칸막이 밖으로
끌어당겼다.
“아, 으앙…….”
“누가 이 새끼 입 좀 틀어막아라. 후, 변태 새끼 더럽게 잘 느끼잖아?”
“후, 으, 조… 좆 좋아요….”
좆이 들어올 때마다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남자가 선우의 안에 사정했다. 꽤 많은 양의 정액이었으나
선우가 원하는 곳까지 도달하기에는 결정적인 뭔가가 부족했다. 선우의 몸이 세면대 위로 축 늘어졌다.
닦이지 않은 유리 위로 선우의 얼굴이 보였다. 그 뒤로 다른 남자가 다가와 머리채를 잡아당겼다. 몸이
뒤로 꺾이며 다른 남자의 좆이 선우의 구멍 안으로 들어왔다. 먼저 싸 놓고 간 사람들 때문인지 좆이
움직일 때마다 찌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참다못한 남자가 선우의 몸을 돌렸다.
“아, 으앙… 응…”
“어때? 여기 있는 아저씨 좆보다 낫지?”그부분
“씨발 새끼가 뭐래?”
“흐아, 으… 네… 흐으, 맛있어요!”
운동하는 모양인지 근육질의 남자가 선우의 몸을 들어 올렸다. 몸이 반으로 갈라질 것만 같았다. 벌어진
구멍 사이로 정액이 뚝뚝 떨어졌다. 새 건물이라 그런지 선우의 신음이 유독 울려서 들렸다.

* * *

벨 소리에 민재는 문을 열었다. 선우는 심부름을 나간 지 거의 세 시간 만에 돌아왔다. 선우가 테이블


위에 편의점 봉투를 내려놓았다.
“죄송해요. 그, 도중에 사탕 좀 먹고 오느라.”
금방 끝이 날 줄 알았는데, 어디서 나타난 건지 모를 다른 남자들이 정신없이 자신의 구멍에 좆을 쑤셔
넣었다. 전부 끝나고 나니 시간이 확 지나 있었다.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이해해 줘서 감사해요. 형, 저 화장실 좀 다녀와도 돼요?”
“그래. 갔다 와.”
민재는 선우가 사 온 편의점 봉투 안에서 담배를 꺼내 주머니에 챙겼다. 욕실로 들어간 선우는 엉망이 된
몸을 닦았다. 옷을 갈아입고 나오니 민재가 소파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다 식어 버린 맥주지만
딱히 상관은 없었다. 소파에 앉은 선우는 민재와 맥주를 마시며 대화를 했다.
“오늘 공부는 어땠어?”
“나쁘지 않았어요.”
“다음 주에도 올래?”
“그, 그건 생각 좀 해 볼게요.”
확실히 선배란 게 틀리긴 한 모양인지 민재의 공부법은 선우가 생각하지 못하는 허를 찌르는 구석이
없잖아 있었다. 그러나 역시 처음 생각한 것처럼 두 번 오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선우의 대답에 민재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남아 있는 맥주캔을 비웠다.
“나중에라도 오고 싶으면 말해.”
“알았어요. 그…….”
고개를 든 선우가 문득 민재를 응시했다.
민재의 어머니는 어렸을 때부터 배우 생활을 했다. 어렸을 때부터 국민적인 인기를 누렸던 터라 미래가
기대되는 배우였으나 정작 어머니에게 연예인이라는 건 그저 일종의 취미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촉망받는
배우임과 동시에 재벌 집 손녀였던 그녀는 주변 친구들이 으레 그렇듯 정략결혼을 통해 결혼했다. 그녀
또한 그런 걸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누구보다도 어머니를 닮은 탓인지 민재의 외모는 확실히 달랐다. 선우는 그제야 자신이 한 번도 민재를
정면으로 응시한 적이 없었음을 깨달았다. 민재와 이렇게 단둘이 있을 때면 계속해서 수호와 헤어지는 게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무엇이 자신과 민재 사이에 벽을 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
얇은 벽이 마치 거대한 장벽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종종 있었다.
‘도움을 요청하는 게 좋겠지?’
그래도 이건 아니었다. 최민재, 그는 한성 그룹의 삼남이었다. 위로 나이 차이가 나는 형들이 있어
회장이 되는 건 무리일지라도 태생부터가 이쪽 바닥에 발을 담근 사람이라는 데에는 변함이 없었다. 당장
아버지의 이혼 소송의 결과만을 두고 보고 있는 자신과 다르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 무슨 일이야?”
“동아리 방 때 기억하세요? 전공 책 두고 갔을 때요.”
“어, 그거. 다음날 오전에 바로 강의였는데 덕분에 살았어.”
민재의 마인드 컨트롤에 걸린 선우는 그날 그 자리에서 민재를 본 기억 자체가 없었다. 선우는 민재가
자신이 두고 간 전공 책을 다음 날 가지고 간 걸로 기억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민재의 표정에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한참을 머뭇거렸다. 민재는 그런 선우를 살살 달랬다.
“무슨 일인데 그래?”
“제가 사실 그때 안 좋은 일을 당한 것 같거든요. 그 형이랑 술 마셨을 때도 그렇구요.”
“안 좋은 일?”
“강간을 당한 것 같아서요……. 하아.”
“괜찮으니까 천천히 말해 봐.”
민재의 말에 선우는 심호흡한 뒤 있었던 일들을 차분하게 떠올렸다. 민재의 마인드 컨트롤로 인해 선우의
머릿속은 엉망이었다. 동아리 방과 어딘지 모를 모텔에서 강간을 당했다는 것만 기억이 날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았다. 선우는 그게 충격을 받아 기억이 흐릿해졌다고만 생각했다. 선우의
두서없는 이야기를 들은 민재의 표정이 굳어졌다.
“누군지 전혀 기억도 안 나?”
“네. 어디인지도 잘 모르겠어요.”
“그쪽 동아리 방에는 CCTV 가 없어서……. 후, 왜 이런 이야기를 지금 하는 거야? 아니, 됐다. 이제라도
말해 줘서 고맙다.”
“형…….”
“그래서 그 녀석은 알아? 네 남자친구.”
“수호 형은 몰라요. 형한테만 말 한 거예요. 그……. 변호사라든지 좀 도움받을 만한 사람이 없나
해서요.”
선우는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이 일을 조용히 마무리 짓고 싶었다. 그 말에 소파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던
민재가 선우 쪽으로 몸을 살짝 기울였다.
“변호사 이전에, 병원은 가 봤어?”
“그게……. 좀 그래서요.”
“야! 그게 말이 되냐? 우선 병원부터 가. 내가 아는 병원 있으니까 거기 병원장님한테 조용히 말해
줄게.”
“정말요?”
“그래. 난 정말 그런 일이 있었던 줄도 몰랐다. 하아, 그랬으면 나한테 말을 해야 했을 거 아냐. 사람
마음 아프게.”
민재가 선우를 살살 달랬다. 자신을 진심으로 위해주는 민재의 모습에 선우는 마시던 맥주캔을 내려놓은
뒤 눈물을 흘렸다. 단순히 강간을 당했던 일이라면 참을 수 있었다. 속은 썩어 문드러지겠지만, 사람
사는 거 다들 그렇게 사니까 상관은 없었다. 그러나 그것보다 끔찍한 건 따로 있었다.
“흐윽, 그냥… 끅… 제 몸이 요즘 들어 좀 이상한 것 같아서……”
그 외에도 기억에 공백이 너무 많았다. 시간이라는 필름에 누군가 가위질을 해 억지로 붙여 놓은 것 같은
기분을 받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지금만 해도 그렇다. 분명 민재의 집을 나올 때만 해도 이 정도로
어둡진 않았는데 벌써 12 시가 다 되어 갔다. 자신이 한 일이라고는 아파트 건너편에 있는 편의점에 가서
담배와 맥주, 술안주 등을 사고 중간에 사탕을 먹은 게 전부였다. 그게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릴 만한
일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내려지지 않았다. 민재는 자연스럽게 선우가 앉아 있는 소파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괜찮아, 울지 말고. 우선 병원부터 가. 알겠지?”
“흐윽, 알았어요.”
선우는 소매로 눈물을 닦았다. 민재가 있어서 천만 다행이었다.

* * *

「형 어디?」
「미안 나 강의 아직 안 끝남」
「ㅠㅠ?」
「뭘 울고 그래?」
「교수님이 잘못했네.」
「ㅋㅋㅋ이양반 제시간에 끝내준 적 없으면 너도 내년에 경험할걸ㅋㅋ 그래도 10 분 정도면 끝날 거
같은데」
「기다릴까요?」
「ㄴㄴ 점심시간 다 돼가는데 먼저 들어가 있어.」
학교 벤치에 앉아 있던 선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무사히 섹스한 뒤부터 수호와 이전처럼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어색했던 벽이 사라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했다.
학교 밖을 나온 선우는 지도를 보며 좁은 골목으로 들어갔다. 얼마 전부터 선우가 먹고 싶다며 졸랐던
파스타 집이었다. 2 층에 있는 파스타 집은 벌써 사람들로 붐볐다.
“몇 분이세요?”
“두 명인데요. 한 명 더 올 거예요.”
혹시라도 자리가 없으면 어떻게 하지? 뒤이어 들어오는 사람들에 선우가 꽉 찬가게 안을 두리번거렸다.
알바생이 카운터에서 메뉴판을 챙긴 뒤 안쪽 구석으로 선우를 안내했다. 주방과 가까워 별로 좋은 자리는
아니었으나 들어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했다. 조금만 있다가 주문을 한다며 알바생을 물린 뒤
휴대폰을 만졌다. 마침 수호에게 톡이 와 있었다.
「나 강의 끝남. 가게야?」
「방금 들어 왔어.」
「금방 감. 주문해놓고 있어」
「형 뭐 먹을 건데?」
「네가 먹고 싶은 거 먹어 다 좋아.」
「뭐야 그게 ㅡㅡ 」
「추가시키면 되잖아 일단 시켜」
「ㅇ」
휴대폰을 엎은 선우가 손을 들었다. 알바생이 다가오자, SNS 에서 가장 핫한 메뉴 3 개를 시켰다. 수호는
음식이 나오기 직전에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수호가 도착할 때 즈음에 가게는 이미 만석으로 대기 줄까지
길게 늘어져 있었다. 수호가 가방을 내려놓은 뒤 물을 벌컥 마셨다.
“와, 일찍 와서 자리 잡길 잘했네.”
“그치?”
“무슨 파스타집이 이렇게 인기가 많아?”
“여자애들이 여기 맛있대.”
“여자애들?”
수호가 묘한 표정을 짓자 포크를 든 선우가 그런게 아니라며 대답했다.
“그냥 과 동기야.”
“알아, 농담 좀 해 본 거야. 귀엽긴.”
“이런 데서 그런 말 좀 하지 마. 얼른 먹어.”
수호와 선우 둘 다 오후에는 강의가 있었다. 식사하고, 적어도 커피 한잔이라도 마시려면 빠듯했다.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가게를 나왔다. 평일 오후의 햇살은 무척이나 눈이 부셨다. 머리 위로 비추는
따듯한 햇살에 온몸이 나른했다. 이제는 익숙해진, 평소와 같은 일상이었다.
“선우야?”
수호가 횡단보도의 신호가 바뀌었음에도 멍하니 있는 선우를 불렀다.
“아, 미안해.”
선우가 후다닥 뛰어가 수호의 옆에 달라붙었다. 연인이라고는 해도 수호나 선우나 남들 있는 데서 그렇게
티를 내고 다니는 편은 아니라 눈치를 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카페 안이 만석인 걸 본 두 사람은 결국
테이크아웃으로 커피를 시켜 밖으로 나왔다. 다행히 날이 선선해 밖에서 커피를 마셔도 별 무리가 없었다.
건물 근처의 벽에 기대 커피를 마셨다.
“주말에 시간 안 되는 거야?”
“뺄 수가 없는 약속이라.”
“뺄 수 없는 약속?”
“아버지랑 점심 먹기로 했거든.”
“아버지?”
커피를 홀짝인 수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선우는 집안에 대해 말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었다. 수호가
선우의 집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어렸을 때 지방에 살았다는 것과 아버지라는 사람에게 금전적
지원을 받는다는 것, 그 두 개가 전부였다. 아버지를 만난다는 말은 처음 듣는 것 같았다. 뭐라 둘러대야
할지 몰랐던 선우가 어색하게 웃었다.
“아, 그게……. 아버지가 좀 바쁜 사람이라.”
“무슨 일 하시는데?”
“그냥 작은 사업하세요.”
“사업하시면 그럴 수 있지.”
수호는 처음 선우의 집에 갔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는 정말 깜짝 놀랐다. 한강이 훤히 보이는
재개발지역의 아파트 고층에 대학생 혼자 사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지만, 아버지가 사업을 한다면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물어보고 싶은 게 산더미였으나, 아버지에 대해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 선우의
표정에 말을 바꿨다.
“아버지 잘 만나고 와. 얼굴 보는 거야 언제든 할 수 있으니까.”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남았다. 카페는 여전히 사람이 많아 다시 들어갈 수조차 없었다. 커피를 손에 쥔
수호가 골목 쪽을 흘끗 바라봤다. 천천히 돌아서 들어가자는 신호였다. 선우는 수호를 따라 골목길을
걸었다. 인근에 대학이 밀집해 있어서 그런지 군데군데 다른 대학 학생들도 보였다. 민재가 편의점을
손가락질했다.
“아, 나 편의점 좀 다녀올게.”
“난 여기 있을게.”
“알았어.”
수호가 안쪽에 있는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선우는 다 마신 커피를 근처의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때
구석에 있던 남자 하나가 선우의 주변에 기웃거렸다. 츄리닝복의 남자는 인근에 붙어 있는 다른 대학교
학생 같았다. 그가 노골적으로 선우를 바라봤다.
“아, 너.”
“누구세요?”
“여기서 뭐 하냐? 떡칠 사람 낚는 거야?”
“네?”
“에이, 우리 얼굴 봤잖아. 모르는 척하기야? 너 맞잖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는데, 사람 잘못 찾은 것 같아요.”
“그러지 말고. 응? 지난번엔 좋아서 앙앙 울더니. 아니면 뭐, 낮이라 그런 건가? 밤에 연락할까?”
남자가 노골적으로 선우에게 달라붙었다. 그는 화장실에서 선우와 했던 섹스를 도무지 잊을 수가 없었다.
그 뒤에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동원해 검색했으나, 나오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지 말고. 맞잖아. 너.”
“그러니까 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구요!”
남자의 손이 다리 사이로 들어오자 소름이 돋았다. 동아리방 학생은 아닌 것 같고, 술집에서 만난 건가?
도대체 어디서 본 거지? 손발이 떨린 선우가 입을 벌린 채 얼어붙었다. 그 사이 편의점에서 담배를 사 온
수호가 뛰어 왔다.
“무슨 일이야?”
“아, 형!!”
“씨발, 뭐야? 다른 남자야?”
“뭐? 너 뭐야?”
수호가 남자와 선우 사이에 끼어들었다. 앙상하게 생긴 남자에 비교해 수호는 제법 체격이 있는 편이었다.
선우를 끼고 두 사람 사이로 정적이 흘렀다.
“뭐 하는 사람인지는 모르겠는데, 여기서 더 하시면 경찰 부르겠습니다.”
잔뜩 졸은 선우가 수호의 뒤로 숨었다. 기억하지 못하는 남자, 어쩌면 자신을 강간했던 사내 중 한 명일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선우를 더욱 미치게 했다.
선우가 수호의 옷 끝을 붙잡자 남자가 혀를 찼다. 남자와 수호 사이로 긴장감이 흘렀다. 한적한
골목이라고는 해도 사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세 사람을 흘끗흘끗 쳐다봤다.
그중에서는 수호가 경찰을 부르겠다는 말을 한 걸 들은 사람도 있었다. 남자라고 해서 대낮부터 사고를
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결국, 그가 두 손을 들었다.
“그래, 가면 되잖아. 가면.”
“얼른 꺼지시죠.”
“씨발, 지금 뭐라…… 제길.”
선우를 본 그는 화를 참으며 등을 돌렸다. 왔던 길을 돌아가는 내내 그는 선우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수호의 뒤에 숨어 덜덜 떨고 있는 저 녀석이 과연 자신이 만났던 그 변태 놈과 동일 인물이 맞긴
하는가 싶었다.
남자가 멀어지자 선우가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긴장이 풀린 건지 한순간 현기증이나 휘청거렸다.
“괜찮아?”
“응, 그럭저럭.”
이마를 짚은 선우는 한 손으로 휴대폰을 꺼냈다. 슬슬 돌아가지 않으면 오후 강의에 지각할 것이었다.
남자가 완전히 사라진 언덕 골목 쪽을 본 선우는 찜찜한 마음에 등을 돌렸다. 학교로 돌아가던 중 건물
복도에서 민재를 만났다.
“형, 안녕하세요.”
“응, 그래.”
선우는 아무렇지 않게 민재에게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했다. 친구와 대화를 하던 민재는 가볍게 손을
흔드는 거로 인사를 대신했다. 민재와 친구가 대형 강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형, 나도 이제 들어가 볼게.”
“잠깐만. 너 최민재랑 아는 사이야?”
“우리 과 선배잖아.”
“그야 그렇긴 한데…….”
“지난번에 술자리에서 몇 번 봤어. 왜?”
“좀 친해 보여서.”
“그냥, 가끔 연락하는 게 다예요.”
선우는 민재에 관해 별로 말 하고 싶지 않았다. 왜 하필 수호가 신경 쓰는 사람이 최민재인가, 싶었으나
학교에서 괜한 일로 언쟁을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수호가 얼른 들어가 보라며 선우를 손짓했다.
“그래, 알았어. 강의 얼른 들어가. 지각하겠다.”
“연락할게.”
등을 돌린 선우가 후다닥 계단을 올라갔다. 멀어지는 선우의 뒷모습을 본 수호는 뺨을 긁적였다.

* * *

점심 식사였던 약속이 저녁이 됐다. 급하게 회의가 잡혔던 모양이었다. 저녁 즈음 아버지가 알려 준


강남의 호텔로 들어갔다. 양식당 안으로 들어가 이름을 대니 직원이 조심스럽게 가장 안쪽 룸으로 안내를
해 줬다.
아버지가 있는 룸은 가장 안쪽이었으나,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양옆에 있는 룸까지 전부 빌려 버렸다.
덕분에 가장 바쁜 저녁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안쪽으로는 드나드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문이 열리자
선우는 넓은 룸 안으로 들어갔다.
선우의 아버지, 강 부회장이 입을 다문 채 고개를 살짝 까닥였다. 문 쪽에서 대기하고 부회장의 비서가
문을 닫았다. 선우는 부회장의 앞에 앉았다. 강 부회장은 도저히 20 대 초반의 아들을 둔 사람 같지
않았다. 그는 그만큼 나이에 비교해서 젊어 보였다.
“아들, 오랜만이다.”
“네.”
선우가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했다. 부회장의 말투는 딱딱하기 그지없었으나 그는 누구보다도 선우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자신을 낳고, 사실상 연예계를 은퇴한 어머니와의 결혼이 무산됐음에도
불구하고 강 부회장은 어머니가 죽기 전까지 매달 꼬박꼬박 생활비를 대 줬다. 그 조건으로 선우와
어머니는 지방에서 쥐 죽은 듯 살아야 했으나 강 부회장이 보내준 돈은 두 사람이 인간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
강 부회장에게 있어서 사랑하는 여자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것은 한평생의 한이었다. 그에게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형제들을 밀어내고 앉은 이 자리와 명예, 그리고 돈뿐이었다. 아들인 선우에게 모든 걸
물려줄 수 있다면 할 수 있는 수단은 전부 동원할 생각이었다. 선우 또한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모르지
않았다. 과연 제가 그만한 그릇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제 인생은 언제나 그렇다면 그런 인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잠시 후, 직원이 들어와 애피타이저를 가지고 왔다. 두 사람은 순서대로 식사를 마쳤다. 식사 내내
별다른 말은 오가지 않았다. 아침을 우유로 때운 뒤 한 끼도 먹지 못해 배가 고팠던 것도 한몫했다. 강
부회장 또한 선우와 마찬가지로 먹은 건 아침이 전부였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깜박하고 식사를 거르는 두
사람의 모습은 확실히 닮아 있었다. 강 부회장과 선우 사이에 제대로 된 대화가 오간 것은 디저트를 먹을
때 즈음부터였다.
“그동안 잘 지냈고?”
“그럭저럭요.”
“좀 마른 것 같은데. 오 실장한테 말해서 한약이라도 보내 놓을 테니 먹어라.”
“괜찮아요.”
“선우야, 그러지 말고. 못 해준 거 받는다 생각해.”
강 부회장의 간곡한 부탁에 선우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강 부회장의 이미지가 어떤지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 이 모습에 충격을 받을지도 몰랐다. 선우의 앞에 선 그는 한 그룹의 차기 회장 후보가
아닌 그저 사랑하는 여자에게, 그리고 자신의 피를 이은 자식에게 몹쓸 짓을 한 한 명의 아버지에 지나지
않았다.
주름 하나 없이 깔끔하게 다려진 셔츠를 입고 있는 강 부회장의 모습은 그가 얼마나 살얼음판 같은 세상을
살아왔는지 알 수 있게 만들었다. 선우는 숨 쉬는 것조차 눈치가 보이고 신경을 써야 하는 꽉 막힌 삶에서
자신과의 식사가 조금이나마 아버지에게 위안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추가로 디저트를 조금 더
먹으며 그들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 * *

민재는 나이프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민재의 접시에는 새거나 다름없는 스테이크가 그대로 놓여
있었다. 민재의 앞에는 낯선 여자가 앉아 있었다. 민재의 사촌 누나였다. 메인 대신 와인을 한 모금 마신
민재가 한숨을 쉬었다.
“남자가 맘에 안 들었으면 얼른 집에 기어들어 갈 것이지 왜 나한테 지랄이야?”
“어머, 얘는. 공짜로 밥 사 주잖아.”
“누나가 사? 어차피 고모 돈이면서.”
“고모 돈이 네 돈은 아니잖아? 그럼 어떻게 하니? 이번에는 저녁까지는 꼭 먹으라면서 신신당부하는데.
모처럼 예약한 거 먹어야지.”
“선 보는 상대랑 먹으라는 뜻이지, 나랑 먹으라는 뜻은 아닐 거 아냐.”
민재가 질린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민재보다 네 살 많은 사촌 누나는 최근 들어 남자를 만나라며 집안의
압박을 받고 있었다. 이미 해외에 남자친구를 두고 있는 그녀는 다양한 방법으로 선을 보러 온 남자를 엿
먹이였다. 고모가 이번에는 못해도 저녁까지는 먹으라며 식당을 예약했으나 그조차도 무용지물이었다.
“질린다, 질려. 이번엔 뭐라 그랬는데?”
“뭘? 뭐라 그래? 별말 안 했어.”
“아, 뭘 별말 안 해. 누나가 별말 안 할 사람이야?”
“걔랑 떡친 새끼들 이름 읊어준 게 다야. 아, 김윤성인가 걔 알아? 배우? 걔랑도 잤더라? 무슨 드라마
나오는 애.”
“걔 남자잖아.”
“내 말이, 남자가 그렇게 좋으면 해외 나가서 결혼이나 하면 되지 왜 나한테 지랄이람?”
“화낼 포인트 거기 아니거든?”
메인 메뉴를 물린 민재는 바로 디저트와 커피를 달라고 했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민재는 연신 한숨을 내
쉬었다.
“야, 넌 장례식 왔냐? 사람 밥 먹는데 면전에서 한숨을 쉬고 그래? 확 나이프로 입술을 확 그냥 찢어
버릴까보다 웃어. 안 웃어?”
“미친년.”
“가랑이에 달린 거 흔드는 일 말고 할 줄 아는 것도 없는 게 어딜 까불어?”
“누나야말로 밥 먹는데 꼭 이런 말을 해야 해? 미치겠네.”
민재는 사촌 누나에게 전화가 왔을 때부터 이런 일이 생길 줄 알고 있었다. 안 받으면 안 받는 대로
지랄이라 어쩔 수 없이 받았으나 역시 괜히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테이크를 전부 먹은 사촌 누나가
리넨 모서리로 입술을 닦은 후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맞다. 민재 너, 강선우라고 알아?”
“뭐?”
“뭐가 뭐야. 강선우 아냐니까?”
민재의 표정이 일그러지자 사촌 누나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못 물어볼 거 물어본 것도
아니고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 민재는 사촌 누나가 말하는 강선우가 자신이 아는 강선우인지 아닌지
확인할 필요성을 느꼈다.
“강선우가 한둘이야? 어디 강선우?”
“누가 보면 전국에 있는 강선우 이야기하는 줄 알겠다. 야, H 대 경영학과 강선우! 됐냐? 몰라?”
모를 리가. 민재는 도대체 생판 관계도 없는 누나에게서 강선우라는 이름이 나오는 이유가 궁금했다.
“누난 걜 어떻게 알아?”
“물어보는 거 보니까 알긴 아나 보다. 친해?”
“왜. 그러니까.”
“아씨, 왜긴 왜야? 너 통해서 소개 좀 받아보려고 그런다.”
사촌 누나가 손가락으로 잘 손질된 머리카락을 비비 꼬며 대답했다. 민재는 그녀의 말을 좀처럼 따라갈
수가 없었다. 사촌 누나가 오늘 찬 남자는 한국에서 손에 꼽힌 신문사 사장의 아들이었다. 그 외에도
누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찬 남자만 해도 한국 해외 포함해서 한 트럭이 넘는데, 도대체 왜 연고도
없는 강선우를 원하는지 모르겠다. 강선우를 어떻게 알았는지도 문제일뿐더러 애당초 강선우가 그녀에게
어울리는 급이기나 한단 말인가. 민재가 계속 눈을 깜박이며 대답을 미루자 사촌 누나가 뒤늦게 사태를
파악했다.
“뭐야, 너 몰라?”
“뭘 몰라?”
“강선우.”
“아니, 강선우는 알아.”
“모르는 거 맞네.”
“씨발, 안다니까?”
이게 무슨 시트콤 같은 상황인지 모르겠다. 강선우를 안다니까 뭘 계속 모른다고 말한단 말인가. 그녀는
디저트로 올라온 케이크를 한입 떠먹었다. 포크를 내려놓은 그녀의 시선이 앉아 있는 룸의 벽 쪽을 향했다.
“우리 방 빼고 안쪽 전부 세현에게서 빌린 거 알아?”
“빌릴 수도 있지.”
행사라거나, 혹은 중요한 식사 자리가 있으면 빌릴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대수롭지 않은 민재의 대답에
그녀가 웃음을 터트렸다.
“강우진 부회장 알지?”
“뭐, 대충.”
현재 한국은 한성 그룹과 세현 그룹이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과거에는 한성이었다면
세현이 치고 올라오기 시작한 건 비교적 최근이었다. 세현의 중심에 강우진 부회장이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만큼 그가 경영에 직접 개입하고 난 뒤부터 세현은 달라졌다. 현재 한성과 세현은 서로의
영역을 최대한 지키며 직접적인 마찰은 최대한 피하고 있었다.
“강 부회장님이 아들 만나려고 룸 전세 냈단다. 다른 룸은 다 강제로 예약 취소까지 시켰는데, 차마
우리는 못 건드린 거지.”
“잠깐, 강 부회장 아들 죽지 않았어?”
“그 정신병자 말고. 나도 민혁 오빠한테 들었거든? 강 부회장님이 과거에 무슨 젊은 배우랑 결혼할
뻔했다가 집안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었는데. 그 배우랑 강 부회장님 사이에 있는 혼외자를 강 부회장님이
엄청 좋아한대. 하기야, 술 처먹고 허구한 날 사고 치는 멍청한 아들보다야 훨씬 낫지.”
추가로 커피를 더 시킨 민재가 더 말하라며 사촌 누나를 재촉했다. 한꺼번에 들어간 커피의 카페인
만큼이나 민재의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사촌 누나는 평소 이런 이야기에 관심이 없는 민재가
진지하게 들어 주자 신이 난 듯 말을 이어갔다.
“아들 사고치고, 바로 이혼 소송 걸었잖아. 곧 있으면 회장 자리 꿰찰 거라는 소문도 있고. 그게 다 그
혼외자한테 물려 주기 위해서 그런 거래.”
“재혼하는 거야?”
“재혼은 무슨. 배우, 아, 누구였지. 이름이 기억이 안 나네. 하여튼 그 여자 암으로 죽었어. 한 삼 년
됐나 그럴걸. 어쨌든 이제라도 아들내미 제대로 키우고 싶다 이거지. 그 아들이 바로 강선우야. 표정을
보니까 진짜 몰랐나 보네?”
“그래서?”
“뭘 그래서야? 기왕 정략결혼 할 거면 난 연하가 좋다고. 세현이랑 우리랑 엮인 사람 없으니 내가 최초가
되는 거지.”
“지랄하네. 아무것도 모르는 애 구워삶아서 편하게 지내려고 하는 건 아니고?”
“어머, 그것도 있고. 기왕이면 맞선보다는 자연스럽게 소개받는 게 좋지 않겠어? 세현이랑 연애결혼 이런
거, 그림 좋잖아.”
노골적인 사촌 누나의 태도에 민재는 입술을 깨물었다. 설마 강선우가 세현 부회장의 혼외자식일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민재가 꼬았던 다리를 풀었다.
“그럼 뭐야? 지금 안쪽에서 밥 먹고 있는 게 강 부회장이랑 강선우야?”
“아마도? 야, 말 돌리지 말고 소개해 줄 거야 말 거야?”
“생각 좀 하게 해 줘.”
“우리 예쁜 민재. 필요한 거 있으면 누나한테 말해. 알겠지?”
“누나 고모가 방 잡아 주지 않았어?”
“응, 스위트룸. 안 자고 갈 거지만.”
“그거 나 줘. 상관없으면.”
“가져가라?”
어차피 안 잘 텐데. 누나는 별다른 질문을 하지 않은 채 흔쾌히 수락했다. 그 방에 민재가 여자를 데리고
오든, 친구와 술판을 벌이든 그녀의 알 바 아니었다. 어차피 오늘 자신이 소개받은 남자가 아닌 민재와
식사를 한 것도, 방을 민재에게 넘긴 것도 전부 어머님의 귀에 들어갈 거라는 걸 모르지 않았다.
두 사람의 식사 또한 그렇게 끝이 났다.

* * *

아버지와의 저녁 식사는 순조로웠다. 밖으로 나오니 식당에 거의 사람들이 없었다. 한가한 복도로 나온
선우는 화장실이 있는 방향을 손가락질했다.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그래.”
선우는 남자 화장실 안으로 들어왔다. 볼일을 보고, 손을 닦으며 습관처럼 휴대폰을 확인했다. 쌓여 있는
연락들 사이에서 낯선 톡 하나가 눈에 띄었다. 해외계정이라 그런지 미국 국기가 그려져 있는 독방이었다.
스펨 메일인가? 불을 끈 선우는 아무렇지 않게 톡을 들어갔다.
“이게 뭐야?”
검은색 배경 화면에 동영상 하나가 덩그러니 와 있었다. 클릭해, 말아? 그러나 선우의 손가락은 고민할
틈도 없이 재생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약 10 초간 검은 화면이 이어졌다. 장난 동영상인가? 선우가 영상을 중간으로 당겼다.
「으앗!」
난데없이 들리는 신음에 놀란 선우가 재빨리 휴대폰의 볼륨을 줄였다. 다행히 소리가 별로 크지 않은
데다가 혼자라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밖에서 야동이라니.
“씨발, 어떤 새끼야.”
선우는 영상을 제대로 보지도 않은 채 톡을 나가려 했다. 그 순간 자신에게 동영상을 보낸 S.H 라는
사람이 추가로 사진을 올렸다. 한꺼번에 올라오는 십수 장의 사진들, 그 사진을 본 선우의 얼굴이 희게
질렸다.
“어…….”
그것은 자신의 얼굴, 알몸인 채로 누워 있는 사진이었다.
가까이서 찍은 허벅지 사진에는 남자의 정액이라 추측되는 게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최초로 올린 사진은
자신이 누군지 모를 남자의 좆을 물고 있는 사진이었다.
설마, 설마. 손가락으로 화면을 빠르게 올려 최초로 보낸 영상을 빠르게 넘겨봤다. 활짝 벌어진 허벅지와
엉덩이 사이로 남자의 굵은 검 붉은 좆이 움직였다. 저 엉덩이가, 몸이 자신의 것이라는 생각이 드니
밑에서부터 속이 뒤집힐 것 같았다.
“아들?”
“어, 아. 네.”
깜짝 놀란 선우가 급하게 영상을 종료하며 고개를 들었다. 화장실로 들어간다던 선우가 한동안 나오지
않아 걱정돼 들어 온 것이었다.
“무슨 일 있어?”
“아뇨, 아무……. 아무 일도 없어요.”
“…….”
“그냥 좀, 그냥…….”
머리가 하얗게 질렸다. 선우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조차 깨닫지 못할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휴대폰을 쥐고 있는 손이 벌벌 떨렸다. 땀에 젖은 휴대폰이 미끄러지듯 바닥으로 떨어졌다. 흠칫,
진심으로 놀란 선우가 어깨를 떨었다. 몸을 숙인 아버지가 선우의 휴대폰을 주워 건넸다.
“가, 감사합니다.”
“괜찮으면 방 잡아 줄 테니까 쉬고 가라. 병원은?”
“그냥 좀 긴장이 풀려서 그, 그래요.”
“내가 무리하게 한 게 맞구나.”
“아뇨, 그런 거 아니에요!”
선우가 아무리 설명을 해도 강 부회장의 얼굴에 진 그늘을 없애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선우 또한 자신의
휴대폰에 온 사진과 영상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대체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찍은 거란
말인가. 대체 이제 와서 무슨 용도로 자신에게 연락을 보냈는지 모르겠다. 천천히 심호흡한 선우는 우선
강 부회장을 달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자기 일은 둘째 치고, 오랜만에 만나는 그를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방 잡아 주실래요? 자고 갈게요.”
“그럴래?”
선우의 대답에 강 부회장의 표정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내일 주말이잖나. 좀 쉬고, 사람 붙여줄 테니까 편하게 쇼핑도 하고 그래.”
“그럴게요.”
“잠시만 기다려라.”
선우를 화장실 밖으로 데리고 나온 강 부회장이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비서에게 말을 걸었다. 그가 먼저
아래로 내려가고,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천천히 로비로 내려왔다. 로비로 내려오자 비서와 함께
꽤 직급이 높아 보이는 호텔 관계자가 다가왔다. 강 부회장의 시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선우를 향하고
있었다. 다가오는 사내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꺼낸 그의 말은 간단했다.
“원하는 대로 다 해 줘.”
“네.”
비서가 직원을 옆으로 밀어냈다. 강 부회장이 선우의 어깨에 묻은 먼지를 툴툴 털었다.
“머물고 싶으면 더 머물러도 돼. 사고 싶은 거 있으면 사고, 이 실장 번호 보내줄 테니 필요한 거 있으면
그쪽으로 연락해.”
“알겠어요.”
마음 같아서는 괜찮다고 하고 싶었으나 선우는 순순히 강 부회장의 말을 들었다. 강 부회장은 선우에게
조금이라도 해 줄 수 있는 일이 생겼다는 생각에 잔뜩 들뜬 것 같았다. 선우는 아버지인 강 부회장의
선의를 봐서라도 조금이라도 쇼핑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장은 그런 사실보다 휴대폰 속에 있는 영상이
더욱 신경 쓰였다.
“아버지는 바빠서 이만 가보마.”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그래, 아들. 늦게 와서 미안하다.”
강 부회장이 선우를 살짝 안은 뒤 어깨를 두드렸다. 선우는 강 부회장에게 남아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이제라도 아버지 노릇을 해 보겠다며 노력을 해 보지만 마음처럼 쉽지는 않았다.
강 부회장이 자리를 뜨고, 선우의 옆으로 호텔 관계자가 다가왔다.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던 선우는 입을 다문 채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다소 무례할 수도 있는 태도였으나
다행히 직원은 그런 선우의 태도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남자를 통해 호텔 스위트룸으로 안내를 받았다.
혼자 쓰기에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넓고, 비싼 가구들이 잔뜩 있었다.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을 하라며
그가 명함을 두고 갔다. 직원에게서 받은 명함을 한쪽에 올려 둔 뒤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
휴대폰을 열어볼 엄두가 나질 않았다. 숨을 고른 선우는 한참 만에 톡방을 들어갔다.
「야, 너 누구……」
「뭐하는 새끼……」
「씨발 지금 장난하자는……」
뭐라고 보내 몇 번이나 채팅을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고 있는 사이 남자에게 추가로 톡이 왔다.
「K 호텔 로열 스위트룸 3302, 10 시.」
톡을 본 순간 선우의 등 뒤로 소름이 돋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쿵쿵거리며 방을 돌아다녔다.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선우는 한쪽에 비치된 전화기로 프런트에 연결했다.
― 네, 프런트입니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 제가 머무는 방 이름이 뭐예요?
말도 안 되는 질문이라는 걸 알면서도 수화기 너머로 친절한 대답이 들려왔다.
― 잠시만요. 고객님. 프레지덴셜 스위트로 나오시는데, 어딘가 불편하신 게 있으신가요?
― 아뇨, 괜찮아요.
방을 확인한 선우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자신의 방과 톡에 있었던 방은 다른
방이었다. 벽에 기댄 선우는 떨리는 손으로 답장을 보냈다.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는데, 이러시면 고소할 겁니다.」
톡을 보내고 난 뒤 1 분이 1 초같이 길게 느껴졌다. 진동이 울리자 선우는 기다렸다는 듯 S.H 라는
사람에게서 온 답장을 확인했다.
(영상)
(영상)
떨리는 손으로 영상 중 하나를 열었다. 정신없이 흔들리는 화면, 숨을 참은 선우는 영상의 소리를 살짝
키웠다.
「씨발, 이 새끼 느끼는 거 보라. 완전 흐, 발정 난 개새끼인데?」
「아, 으… 으앙…」
「주인님의 좆은 무슨 맛이냐? 어?」
「더, 더 안에 읏, 잔뜩 싸주세요!」
선우는 급하게 영상을 껐다. 영상 속 목소리는 틀림없는 자신의 목소리였다. 당연한 말이지만, 자신은
저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다 못해 터질 것처럼 아프며,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휴대폰을 쥔 손이 덜덜 떨렸다. 두
번을 더 떨어트리고 난 뒤에야 두 손으로 간신히 휴대폰을 쥘 수 있었다. 그가 누구인지, 뭐 하는
사람인지는 모르겠으나 문제는 영상 속에 등장하는 남자가 한두 명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휴대폰 속
남자는 마치 선우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답을 보냈다.
「아직 안 뿌렸어.」
선우는 눈치를 채지 못했을지 몰라도, 민재는 보기와 다르게 철저한 편이었다. 선우와 몸을 섞었던
남자들은 전부 민재의 최면에 걸렸던 사내들이었다. 그러한 사실을 알 리 없는 선우는 남자의 말을 신뢰할
수 없었다.
「‘사탕’만 받고 오면 돼.」
「전부 지워 줄게.」
휴대폰을 보고 있던 선우의 눈이 별안간 멍하니 풀렸다. 정신을 차린 선우가 다시금 톡을 읽었다. 사탕만
받고 오면 된다고? 정말 그걸로 나머지 영상을 지워 준단 말인가?
「‘내 말 믿어.’」
민재의 마인드 컨트롤은 굳이 얼굴을 보고 있지 않아도, 특정 텍스트를 통해서도 전달이 됐다. 선우는
톡을 보자마자 불안했던 마음이 싹 가라앉았다. 10 시까지 아직 한 시간 정도 시간이 남아 있었다.
휴대폰을 쥔 채 비틀거리며 욕실로 들어갔다. 사탕을 가지러 가기 위한 준비를 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시간이었다.
구멍을 깨끗하게 닦은 선우는 민재에게 톡을 보냈다. 잠시 후, 민재에게 답장이 왔다.
「검사관이 갈 거야.」
검사관이 온다고? 밖인데?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면서도 선우는 그냥 온다는 말에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은 채 답장을 보냈다. 목욕 가운을 걸친 채 소파에 앉아 있자, 안쪽에서 벨 소리가 들렸다. 검사관인
모양이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던 터라 별다른 의심도 하지 않은 채 문을 열어 줬다.
“어, 형?”
문을 열자 민재가 자연스럽게 룸 안으로 들어왔다. 검사관이 온다고 그러지 않았나? 어째서 민재가 온
거지? 민재는 혼란스러워하는 선우의 앞으로 다가가 아무렇지 않게 키스를 했다. 매번 키스한 기억을
지우기 귀찮았던 민재는 아예 선우에게 ‘자신과 키스하는 건 인사다.’ 정도로 못을 박았다. 때문에
선우는 민재의 키스를 별다른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최근 들어서는 키스를 하면 흥분하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입가를 닦은 선우가 아무렇지 않은 듯 물었다.
“형이 왜 여기 있어요?”
“나? 검사하러 왔지.”
“아, 오늘 검사관이 형이에요?”
“그래.”
“조금 부끄러운데.”
하필이면 검사관이 민재라니, 이건 좀 아니지 않은가. 선우가 가운을 여미며 쭈뼛거리자 민재의 손이
선우의 가운 끈을 잡아 풀었다.
“뭘, 그냥 검사만 하는 건데. 이상한 짓 하는 것도 아니잖아?”
“그, 그건 그렇죠? 제가 이 뒤에 사탕을 먹으러 가야 해서 금방 끝내줄 수 있어요?”
“오래 안 걸려. 식탁 위로 올라가서 다리 벌려.”
“식탁요?”
“어디든 상관없잖아.”
“그쵸.”
검사만 받으면 되니까. 장소가 무슨 상관이겠는가. 민재가 시키는 대로 식탁 위로 올라간 선우가 다리를
넓게 벌렸다.
고개를 숙인 민재는 아무렇지 않게 선우의 구멍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민재에게 검사를 받다니, 별거
아닐 거로 생각했는데 막상 검사를 받으니 약간 부끄러운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손가락의 개수를 늘린
민재가 위아래로 살살 피스톤 질을 했다. 손가락을 넣은 채 선우의 위로 올라온 민재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선우야, ‘내가 묻는 말에 대답해’.”
“네. 궁금한 게 뭔데요?”
뭐가 이렇게 궁금한 거지? 선우는 갑자기 민재의 질문에 대답해 줘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생겼다.
선우의 구멍에서 손가락을 빼낸 민재는 의자를 끌고 와 선우의 앞에 앉았다.
“손가락으로 직접 쑤시면서 대답해.”
“아, 네.”
“너 아버지가 누구야?”
“흐, 아. 가, 강우진 부회장님이요. 으읏…”
“아버지에 관해 이야기해 봐.”
“그냥, 아… 응… 좋은 분이세요.”
선우는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자신이 아버지, 강우진과 느낌 감정을 전부 이야기했다. 업무를 할 때
그의 모습은 모르겠으나 적어도 자신에게 있어서는 좋은 아버지가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선우 또한
이혼이 무사히 끝나면 도와줄 수 있는 한 아버지를 도와주고 싶었다. 순수하게 그뿐인 관계였다.
재벌이라 해서 모두가 모두를 잘 아는 건 아니었다. 한성이나 세현에 속한 자식들만 수십이고,
혼외자까지 포함하면 민재가 얼굴을 본 사람 보다 못 본 사람이 더 많을지도 몰랐다. 그 아래쪽 회사들은
말할 가치도 없었다. 대한민국에는 돈 많은 사람이 정말 많았다.
사촌 누나에게 선우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민재는 놀라기보다 흥분이 됐다. 마인드 컨트롤 능력을 얻기
전에는 돈이면 뭐든 된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돈으로 할 수 없는 재미를 느끼는 중이지만, 이 이후에
어떻게 될지는 민재도 알 수가 없었다.
세현 그룹의 제 2 전성기를 만든 강민우 부회장이 진심으로 키우고 싶어 하는 후계자라면 처음부터 돈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상대는 아니었다. 민재는 그제야 자신이 선우에게서 느꼈던 위화감의 정체를 깨달았다.
그건 동족의 냄새였다. 단순히 돈이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었다. 마인드 컨트롤 능력을 얻기 전 민재의
인생을 지배하는 것은 돈이었다. 돈이 있으면 뭐든 할 수 있으며 때문에 돈은 제 인생에 있어서 아무런
자극이 되질 않았다.
선우 또한 민재와 비슷했다. 비록 정식으로 인정받지 못한 혼외자일지언정 아버지에게 받은 돈 덕분에
돈에 궁한 삶을 살아 본 적은 없었다. 어머니가 죽고 나타난 아버지는 뒤늦게나마 사랑했던 여자에게
그리고 자식에게 부모 노릇을 하기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걸 선우에게 주고 싶어 했다. 그
과정에서 선우는 삶의 이유를, 자극을 잃어버렸다. 선우를 처음 만났을 때 느낀건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사는 무료함에 지친 사람의 눈빛이었다.
“아으읏….”
손가락이 들어간 선우의 허리가 정신없이 흔들렸다. 보다 못한 민재가 손가락을 가져다 대자 선우가
자신의 엉덩이를 들이밀었다. 선우는 정신없이 민재의 손가락을 먹기 바빴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는지
아예 자신의 손가락까지 넣어가며 내벽을 긁었다. 선우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이렇게 해도 안쪽의
쑤심이 가시질 않았다. 뭔가 더 큰, 더욱더 온몸을 녹여 버릴만한 자극이 필요했다.
“그만해.”
“으, 아으….”
선우의 몸이 테이블 위로 축 늘어졌다. 아직도 아래쪽이 간질거렸다. 조금 진정이 된 선우가 테이블 위로
내려왔다.
“통과인가요?”
“그럼. 당연하지. 슬슬 시간 다 됐겠다.”
“아, 그러네요.”
선우는 안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민재는 나가려는 선우를 불렀다.
“이리 와봐.”
“네.”
선우와 눈을 마주친 민재가 선우에게 뭔가를 속삭였다.

* * *

후, 숨을 고른 뒤 조심스럽게 벨을 눌렀다. 잠시 후 문 안쪽에서 낯선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문을


살짝 열고 얼굴을 빼꼼 내민 그는 선우를 위아래로 훑었다.
“뭐야?”
“사탕 받으러 왔는데요.”
선우의 말에 남자가 방 안쪽을 둘러 보더니 빨리 들어오라며 선우를 재촉했다. 선우는 남자를 따라 방
안으로 들어갔다. 자신이 머무는 스위트룸보다 조금 큰 방이었다. 거실의 소파에는 또 다른 남자들이
앉아 있었다. 그들 모두 선우가 정말로 왔다는 사실에 신기해하고 있었다.
“오, 진짜잖아?”
“뭐라고 하라 그랬지?”
“야야, 니가 말해 봐.”
꽤 반반하게 생긴 남자 하나가 선우의 앞으로 다가갔다. 몸을 살짝 숙인 그는 선우의 [매니저]라는
사람에게 받은 키워드를 말했다.
“준비는 하고 왔어?”
“아, 네. 그럼요.”
“보여 줘봐.”
그의 말에 선우는 아무렇지 않게 입고 있던 옷을 하나씩 벗었다. 남자 하나가 말끔하게 정리된 선우의
다리 사이를 노골적으로 바라봤다. 그가 선우의 성기 부분을 손으로 쥐며 말했다.
“여기는 스스로 정리한 거냐? 응?”
“흐, 네. 매일, 읏… 관리하고 있어요.”
톡을 받고, 방에 들어온 순간부터 선우는 남자들에게 사탕을 받는 것 말고는 머릿속에 없었다. 빨리 받고,
그 빌어먹을 사진과 영상을 지우고 싶었다. 방 안에 있는 남자들의 시선에 선우는 흥분할 것만 같았다.
“사탕, 읏… 주세요.”
“기다려봐. 야, 침대?”
“좆까세요. 침대는 무슨. 여기 누워서 다리 벌리라 그래.”
남자 하나가 소파 앞에 있는 테이블을 손가락질했다. 선우는 그가 시키는 대로 순순히 테이블 위에 올라가
다리를 벌렸다. 모든 남자의 시선이 선우의 분홍색 구멍에 닿았다. 입구부터 내벽 안쪽이 간질거렸다.
빨리 사탕을 먹고 싶었다. 남자의 손이 선우의 허벅지를 더욱 넓게 벌렸다. 손가락이 쿡쿡 찌르고
들어오자 선우의 입안으로 침이 고였다.
“오, 쫀득하니 잘 들어가는데?”
“아, 으아… 읏….”
“씨발, 벌써 느낀 거냐?”
“야, 손가락 하나 더 넣어봐.”
“오, 나도 넣을래.”
남자 하나가 손가락 두 개를 넣어 구멍을 벌렸다, 그 사이로 다른 사내의 손가락이 들어 왔다. 두 사람의
손가락이 각자 다른 타이밍으로 움직이며 입구를 살살 긁었다. 슬슬 숨이 차기 시작했다. 보고 있던
남자가 바지를 내리며 선우의 입 근처로 좆을 가져다 댔다.
“흐, 으아, 응…… 좆, 원해요….”
“발정 난 새끼, 이거. 아직 시작도 안 했어.”
남자의 손이 선우의 엉덩이를 내리찍었다. 짝, 하는 소리와 함께 손바닥이 닿은 살 부분이 지끈거렸다.
아프기보다는 맞은 곳이 간지러워 또 다른 자극이 됐다. 테이블에 손을 짚은 선우가 엉덩이를 정신없이
흔들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던 사내들이 흥분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찌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두 남자의 손가락이 정신없이 움직였다. 손가락을 조이는 느낌만으로도 벌써
흥분이 됐다.
“구멍 더 벌려, 씨발년아.”
“흐, 으아… 응… 아읏….”
허벅지 위로 다른 남자의 손이 올라왔다. 남자 하나가 손가락을 빼며 급하게 바지를 내렸다. 그는 아직
덜 흥분한 좆을 선우의 구멍에 가져다 댔다. 구멍 근처로 좆의 끝이 살짝 쓸리자 선우가 교성을 내질렀다.
약간의 자극극만으로도 다음 일이 상상되어 미칠 것 같았다. 빨리 사탕을 먹고 나가야 하는데, 자신은
사탕을 보면 흥분하는 암캐라 도무지 주체할 수가 없었다. 선우가 정신없이 엉덩이를 흔들기 시작하자
구멍 끝으로 좆이 들어왔다.
“흐, 조임이 장난 아니네.”
“으아, 응…….”
“맛있냐? 어?”
“마, 맛있어요… 흐, 아직…….”
“개 변태 새끼가 밝히기는.”
그의 좆이 선우의 안에서 조금씩 커졌다. 빡빡하게 들어찬 구멍 안쪽이 남자의 좆에 의해 강제로 벌어지고
있었다. 테이블에 누운 선우가 정신없이 헐떡이자 또 다른 좆이 입안으로 들어왔다.
“똑바로 쳐 물라고!”
“으읍, 으… 으아….”
혀와 입천장에 딱딱하게 굳은 남자의 좆이 닿았다. 현기증이 나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선우가 목을
뒤로 젖힌 채 두 손으로 좆을 붙잡고 빨기 시작하자 구멍에 좆을 넣은 사내가 인상을 찌푸렸다.
“이쪽도 집중하라고!”
“아, 아, 으앙….”
살살 흔들리던 좆이 순식간에 내벽 끝까지 밀고 들어왔다. 선우의 허리를 붙잡은 남자가 좆을 뒤로 뺐다가
깊숙이 찔러 넣었다. 한번 움직일 때마다 온몸이 반으로 잘려 나갈듯한 쾌감이 머리를 강타했다.
구멍이 점점 벌어지며 질퍽이는 소리가 났다. 몸이 위로 올라가면 입에 있는 좆이 쑤시고 들어 왔고,
그러면 다시 몸이 아래로 당겨지며 아래쪽 좆이 구멍 가득 들어 왔다. 못 참을 것 같다는 생각에 선우가
자신의 좆을 잡았다. 그러자 보고 있던 남자 하나가 선우의 손을 치워 냈다.
“개새끼가 어디서 주인님 허락도 없이 좆을 흔들어?”
“흐, 아, 으아… 응… 아읏… 뜨, 뜨거워서…… 가게 해 주세요.”
“안 만지고 갈 수 있잖아. 너.”
“흐, 제발…….”
선우의 허리를 들어 올린 남자가 꽤 깊숙한 곳을 찌르고 들어 왔다. 선우의 몸은 이미 개발이 된 상태라
굳이 느끼는 곳을 찾아낼 필요조차 없었다. 테이블 끝을 손으로 쥔 선우가 정말 개처럼 헐떡였다. 울컥,
남자가 선우의 안에 첫 번째 사정을 했다.
“으, 으아…….”
테이블을 쥐고 있는 선우의 손이 벌벌 떨렸다. 구멍 아래로 정액이 흘러내렸다. 선우가 다시 자신의
페니스를 쥐려 하자 남자가 선우의 팔을 잡아 올렸다. 몸을 돌린 사내가 선우의 팔을 뒤로 꺾어 수갑을
채웠다.
“말을 안 듣는 노예한테는 벌을 줘야지.”
“흐, 으아… 응… 으읍….”
선우의 입안에 남자가 사정했다. 뱉어낼 틈도 없이 정액이 목을 타고 흘러들어왔다. 빠져나갔던 구멍
사이로 뭔가가 들어왔다. 노란색 진동 에그였다. 곧바로 에그가 선우의 안에서 쉴 새 없이 흔들렸다.
“빼는 거 아니다.”
“으, 으아… 네….”
누군가가 선우의 팔을 우악스럽게 잡아당겼다. 남자는 선우를 커다란 전신 거울 앞으로 데리고 갔다.
“팔 짚고 다리 벌려.”
그가 시키는 대로 두 손을 거울에 집었다. 다리를 벌릴 때마다 구멍에 있는 에그가 흘러나올 것만 같았다.
엉덩이에 힘을 잔뜩 준 선우가 머뭇거리자 그가 선우의 엉덩이를 거침없이 때렸다.
“흐앙, 응… 아응…!”
“야, 더 벌리라고. 좋냐? 좋으면 벌리라는 말 못 들어?”
“흐, 네네. 흐으… 벌릴게요.”
선우는 남자가 시키는 대로 허벅지를 벌렸다. 안쪽에 넣어 뒀던 에그가 밖으로 나올 듯 말듯 아슬아슬하게
걸려 진동을 계속하고 있었다. 남자가 자신의 좆으로 에그를 밀어 넣었다. 밀려 들어오는 에그와 함께
좆이 같이 들어왔다. 좆에 밀린 에그가 한 번도 닿지 않은 곳까지 들어왔다. 배 아래가 정신없이
꿀렁거렸다. 남자 또한 에그가 귀두 끝을 자극해 미칠 것 같았다. 그가 선우의 머리카락을 잡아 뒤로
꺾었다. 나체인 채로 남자의 좆을 받는 자신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이거 완전 명기네, 명기야.”
“흐, 으아… 읏….”
“움직인다. 안에 싸 줄 테니까 흘리지 말고 잘 받아라.”
“흐아, 으아… 으, 아응….”
선우의 치골을 붙잡은 남자가 거칠게 허리를 움직였다. 몸이 앞으로 당겨지며 거울과 하나가 될 것처럼
달라붙었다.
남자의 힘을 이기지 못한 선우가 무릎을 꿇었다. 남자는 아무렇지 않게 그런 선우의 위에 짐승처럼
올라탔다. 손을 뻗자, 거울 속 자신도 똑같이 손을 뻗었다. 고개를 들자 엉덩이 사이로 남자의 커다란
좆이 올라가는 게 보였다.
“으아아, 으앗!”
남자의 좆이 선우의 예상보다 훨씬 깊이 들어왔다. 요즘 들어 정말 제 몸이 제 몸이 아닌 것 같았다. 아,
정말로 변태가 되어 버린 건가.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 남자가 선우의 몸을 들어 올렸다. 선우는
남자의 위에 올라간 채 다리를 벌리고 있었다. 거울 사이로 남자와 선우의 구멍이 연결된 게 보였다.
“거울 똑바로 쳐 봐, 이게 너야.”
“흐, 으아… 으….”
“존나게 야하네. 흐, 읏….”
그가 허리를 거칠게 흔들자 선우의 몸이 위아래로 흔들렸다. 거울 속, 예쁘장하게 생긴 자신이 땀에 젖은
채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남자에게 안겨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분명 섹스를 하고 있는데 모든 게 너무
비현실적이라 와 닿는 게 하나도 없었다.
남자가 선우의 구멍에 사정했다. 팔이 묶인 채로 선우의 몸이 앞으로 쓰러졌다. 남자가 좆을 빼냄과
동시에 앞쪽에서 시원한 기분이 들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가 선우의 몸을 돌리더니 발끝으로 다리
사이에 있는 좆을 툭툭 건드렸다.
“좋았냐? 어?”
선우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사정해 버렸다. 배와 거울 근처로 정액이 뚝뚝 떨어졌다. 엉덩이에 힘을
주자 정액이 뒤엉킨 에그가 툭, 하고 떨어졌다. 다른 남자가 선우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는 선우의 팔을
잡아당겨 어딘가로 이끌었다.
남자의 손에 끌려 도착한 곳은 욕실이었다. 흰색의 대리석으로 되어 있는 넓은 욕실 한가운데에는 커다란
원형 욕조가 있었다. 남자는 물이 반쯤 담겨 있는 욕조로 선우를 내 던졌다. 남자가 욕조의 끝에 살짝
걸터앉은 뒤 다리를 벌렸다. 다리 사이로 보이는 커다란 좆이 선우의 구멍을 원한다고 껄떡이고 있었다.
“먹고 싶냐?”
“흐아, 네.”
“빨아.”
“감사합니다. 으, 으응….”
고개를 든 선우가 남자의 좆을 입에 물었다. 팔이 묶여 완전히 먹기는 힘들었으나 그래도 좆은 좆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다른 사내가 선우의 뒤로 올라타 엉덩이를 잡아 올렸다. 몸 위로 근처로 물을 흘린
뒤 손으로 허리와 아래쪽을 때렸다. 물이 묻은 몸이라 그런지 소리가 더욱 요란하게 났다.
“흐아, 응… 아읍….”
“씨발, 똑바로 안 무냐?”
앞에서 들리는 남자의 말에 선우가 급하게 남자의 좆을 입에 물었다. 선우의 뒤를 가지고 놀던 사내가
자신의 좆을 구멍 근처에 살살 문질렀다. 펠라도 펠라였으나 들어올 듯 말 듯 간지럽히는 좆에 선우는
머리가 하얗게 굳었다. 그의 좆이 구멍에 밀려 들어오기 무섭게 다시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렇게 서너
번쯤 반복하니 정말 미칠 것 같았다. 남자의 허벅지 위에 머리를 기댄 선우가 고개를 살짝 틀어 남자에게
애원했다.
“바, 발정 난 제 구멍에 조, 좆 제발… 넣어 주세요… 우읍!”
그 말에 앞에 있던 남자가 몸을 일으켜 입안으로 좆을 밀어 넣었다. 선우의 애원에 구멍을 간지럽히던
사내 또한 좆을 깊숙이 밀어 넣었다. 구멍에 흘러 들어갔던 물이 빠져나오지 못해 배 안에서 같이
출렁거렸다. 남자의 좆이 선우 몸을 정신없이 긁어댔다. 계속되는 자극에 선우는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냥 자신을 미치게 만드는 남자의 좆이, 섹스,가 너무 좋아 미칠 것 같았다.
“흐아, 응… 아응… 아… 으… 조, 좆… 으아… 너무 좋아서 미칠 것 같아요!”
이제 한 번이나 두 번만으로는 도무지 만족할 수가 없었다. 팔이 묶인 탓에 페니스를 만질 수 없어 더욱
애가 탔다.
첫 번째 남자가 안에 사정하고, 곧바로 두 번째 남자가 선우의 구멍 안으로 좆을 밀어 넣었다. 정액이
빠져나올 틈도 없이 좆이 들어와 선우의 안을 정신없이 긁어댔다. 선우는 정신없이 헐떡거렸다. 숨만
쉬다가 죽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미칠듯한 자극이 정신을 조금씩 갉아먹었다. 섹스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는지, 왜 이렇게 됐는지 떠오르는 게 전혀 없었다.
“아, 응… 아으… 으응… 맛있어요. 아직 부족해요!”
돌아가면서 한 번씩 사정하고 나니 구멍 안으로 끊임없이 정액이 흘러나왔다. 아랫배에 힘을 줄 때마다
정액이 밀려 나가면서 또다시 자극을 만들어 냈다. 욕조 위에 주저앉은 선우의 머리 위로 샤워기의 물이
떨어졌다. 엉덩이 사이로 흘러나온 정액이 순식간에 닦여 나갔다. 물기를 말릴 틈도 없이 선우는 세면에
쪽으로 끌려갔다. 정확하게는 세면대 뒤쪽에 있는 나무 벽장이었다. 옷을 걸어 두는 공간으로 남자
하나가 들어갈 정도의 공간이 있었다. 선우의 몸이 벽장 안에 구겨지듯 밀려 들어갔다. 몸을 숙인 남자가
거칠게 선우의 구멍 안을 헤집었다.
“흐, 으아, 으응… 주인님 소, 손가락 너무 좋아요.”
“넌 벽장이야. 알지?”
“아, 응… 네, 그럼요… 흐아….”
몸을 살짝 숙인 남자가 벽장에 들어찬 선우의 엉덩이 안으로 좆을 밀어 넣었다. 아무리 남자가 들어갈 수
있을 만한 공간이라고 해도, 다리를 벌리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선우의 구멍은 평소보다 더 좁았다.
남자가 좁은 구멍 사이를 억지로 비집고 들어오자 피부가 정신없이 떨렸다. 남자가 피스톤 질을 할 때마다
몸이 점점 더 끼며 정말 벽장이 된 것만 같았다. 남자의 흉측한 좆이 선우의 전립선을 계속해서 자극했다.
남자는 좆 근처에 체모가 많았는데. 남자의 몸이 다가올 때마다 그의 체모와 살이 쓸려 간지러웠다. 그건
그거대로 묘한 자극이 됐다.
남자는 일부러 사정 직전에 좆을 빼냈다. 그의 정액이 선우의 배와 얼굴 근처로 튀었다. 정액이 묻은 살
부분이 불에 덴 것처럼 뜨거웠다.
“조, 좆물… 흐아… 주세요…… 노예 구멍에 주인님의 좆물 잔뜩 원해요!”
선우의 애원에 다른 사내가 다가와 좆을 문질렀다. 누군가가 선우의 눈에 안대를 씌웠다. 눈이 가려지자
모든 감각이 피부에 집중이 됐다. 아랫배에 힘을 줄 때마다 구멍이 벌름거리며 안쪽이 욱신거렸다. 분명
좆을 잔뜩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열기는 가라앉을 줄을 몰랐다.
“이거 완전 개구멍이네.”
“흐, 으… 주인님의 좆… 좋아요….”
“엉덩이 똑바로 들어.”
“이거 하자고 말한 새끼 누구냐? 씨발, 천재네.”
그들이 눈을 감은 선우를 두고 태연하게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살짝 들려진 엉덩이 사이로 어디서
났는지 모를 방석이 들어왔다. 누군가가 선우의 좆에 자위기구를 끼웠다. 안쪽으로 돌기가 달린 실리콘이
선우의 페니스를 자극했다. 버튼을 누르자 윙윙거리며 진동과 함께 위아래로 움직였다.
“아, 으아….”
“좋냐? 개새끼 주제에 이런 거면 충분하지.”
“흣, 존나 조여. 이거 좋은데?”
페니스와 아래쪽의 자극에 선우의 허리가 미친 듯이 흔들렸다. 그 와중에 누군가 입 근처에 좆을 가져다
댔다. 본능적으로 좆이라는 걸 눈치챈 선우가 고개를 들어 남자의 좆을 빨았다. 남자가 선우의 안에
사정하고 나자 이번에는 입에 재갈을 물렸다. 이번에야말로 정말 본능만을 원하는 짐승이 된 것 같았다.
말을 할 수 없는 선우는 헉헉거리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기분이 너무 좋아 몇 번이고 섹스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선우가 스위트룸에 들어온 지 정확히 두 시간이 지났다.

* * *

울컥, 남자가 선우의 안에 사정했다. 남자가 좆을 빼내기 무섭게 쌓여 있던 정액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선우의 몸이 펄떡이며 좆이 흔들렸다. 유두에는 작은 진동 에그가 붙어 있었다. 바로 옆
샤워실에서 몸을 대충 닦은 남자가 다른 일행이 있는 바깥쪽으로 나갔다.
“으… 으읏….”
선우는 조금씩 정신이 들었다. 분명 동영상으로 협박을 받고, 10 시쯤에 바로 옆 스위트룸으로 오라는
톡을 받았다. 그래도 얼굴 정도는 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 찾아간 것까지는 기억이 났다.
“흐으, 으으브….”
입이 불편했다. 목이 따가웠으며 앞이 하나도 보이질 않았다. 팔은 뭔가에 묶인 듯 움직일 수가 없었고,
몸은 어딘가에 꽉 낀 것처럼 조여왔다. 설마 갇힌 건가? 여기가 어디지?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았다.
생각하면 할수록 머릿속이 검은 안개로 가득 찼다.
“흐으… 으….”
입에 물린 재갈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몸이 뜨거워 가라앉지를 않았다. 유두 쪽이 쓰라리며 아팠는데,
감각을 집중하니 계속해서 진동이 느껴졌다. 유두에 뭐가 있다는 걸 눈치채자 선우의 숨소리가 빨라졌다.
이번에는 다리였다. 꽉 낀 곳에 들어가 있는데 그 사이로 자신은 다리를 벌리고 있으며 아무런 옷도 입지
않고 있음을 알게 됐다. 구멍 안쪽이 간지러웠다. 아랫배에 힘을 주자 뭔가 딱딱한 게 느껴졌다.
“흐, 아, 으아….”
저벅저벅, 안쪽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쿵쿵, 발소리가 가까워질 때마다 선우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바깥에서 떠들던 남자가 벽장에 있는 선우에게 다가와 무릎을 살짝 꿇었다. 허벅지 사이로 뭔가가
만져졌다. 불안에 휩싸인 선우가 정신없이 몸을 비틀었다.
“오, 팔팔해졌네.”
“으아, 읍… 으브으읏….”
“암캐같이 굴기는. 이걸로는 부족한 거냐 어?”
“으으읏!”
남자가 구멍 안에 박혀 있던 딜도를 위아래로 움직였다. 남자의 손에 의해 딜도가 찌걱거리며 움직였다.
보이지는 않아도 감각으로 크기가 작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의식을 잃은 동안 얼마나 한 건지,
딜도를 움직일 때마다 안쪽에 머물러 있던 정액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으읍, 읍! 윽!”
아무리 반항을 해도 남자의 눈에는 그저 선우가 흥분한 거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남자가 딜도를 빼냈다.
배에 힘을 주자 질척거리는 느낌이 그대로 느껴졌다. 정액이 전부 새어 나가기도 전에 남자가 자신의
두꺼운 좆을 밀어 넣었다.
“좆이 그렇게 좋냐? 으읏, 더 조이라고!”
“흐으, 아으읏!”
허리를 튕길 때마다 유두에 바이브가 닿아 선우를 더욱 미치게 했다. 안대 사이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남자의 좆이 선우의 내벽을 미친 듯이 헤집었다. 여기서 더 하면 정말 몸이 구멍 날 것만 같았다. 그런데
왜지? 좆이 들어올 때마다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 낯선 남자가 욕을 내뱉으며 선우의 안에 사정했다. 몸이 축 늘어지는가 싶더니 이내 또 다른
사람의 말이 들렸다.
“나도 한 발 빼자.”
“그러든가.”
“으아, 으읏… 읍….”
도대체 여긴 어디고, 자신을 범하는 남자들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페니스가 잔뜩 부푼 채로 꿈적도 하질
않았다. 이번에는 기다란 좆이 선우의 구멍 안으로 들어왔다. 벌어질 대로 벌어진 구멍이 기뻐하듯
움찔거리며 남자의 좆을 반겼다. 또다. 좆이 들어 오자 머리가 녹을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우웅, 낯선
진동음이 들렸다.
“오, 그거 좋아 보인다. 이리 줘봐.”
“흐, 으아… 으….”
“재갈 그냥 풀까?”
“내버려 둬, 꼴리는데. 주인님의 좆으로는 만족을 못 하지? 선물이다!”
“아으, 아응…….”
남자가 자신의 좆을 넣은 상태로 선우의 구멍을 살짝 벌렸다 손가락이 들어 오는가 싶더니 이내 딱딱한
뭔가가 안으로 들어왔다. 남자가 버튼을 누르자 막대기가 정신없이 진동했다.
“윽, 존나 조여.”
온몸의 감각이 자신의 안에 있는 남자의 좆과 막대기에 향했다. 선우는 하반신이 끊어질 것처럼 헐떡이며
경련을 했다. 남자가 허리를 움직이자 좆과 함께 막대기가 선우의 내벽을 미친 듯이 찔러 댔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된 걸까? 자신은 왜 이런 일을 당해야만 하는 거지? 오만가지 생각과 함께
남자의 좆물이 구멍 안으로 들어왔다. 선우는 반쯤 실신을 한 상태로 정신을 잃었다.
그것은 선우의 악몽에 있어서 시작에 지나지 않았다.
04

“…우, 강선우. 야, 강의 시작했어.”


“아, 응. 하암. 미안.”
옆에 앉아 있던 친구가 몸을 흔들자 선우가 하품하며 정신을 차렸다. 요즘 들어 아침에 부쩍 잠이 많아진
것 같았다. 커피를 전부 비워도 마치 무언가에 취한 사람처럼 몰려드는 졸음을 피할 수는 없었다. 오전
강의시간을 어떻게 버틴 선우는 하품을 했다. 같이 강의를 듣던 친구도 선우의 상태가 예전 같지 못하다는
걸 눈치챘다.
“너 요즘 밤에 뭐하냐? 공부하냐?”
“나도 잘 모르겠는데.”
선우가 또다시 하품했다. 날 밤을 꼬박 새웠을 때도 이것보다 피곤하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지나가던
학생과 부딪힐 뻔한 걸 간신히 피했다. 수호와는 시간이 맞지 않아 친구와 학식을 먹기로 했다.
잠만큼이나 오른 게 있으니, 그건 다름 아닌 식욕이었다. 정말 뭘 하는 것인지 요즘 들어 이상하게
아침이랑 점심만 되면 배가 고팠다. 그에 비교해 살은 찌긴커녕 오히려 빠지고 있었으니 참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친구가 정신없이 식사하는 선우를 보며 말했다.
“근데 말야, 너 뭔가 달라졌다?”
“요즘 피곤하긴 하지.”
“아니, 피곤한 거 말고. 분위기라든지 그, 옷이나 이런 것도 좀?”
굳이 말하자면 야해진 느낌인데. 친구는 아무리 그래도 남자에게 그런 말은 안 하는 게 좋겠다며 말을
삼갔다. 어쨌든 그 외에도 예전 같지 않은 부분은 많았다. 강선우, 그는 과 친구들과 사이가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굳이 말하자면 그냥 편하게 지낼 수 있는 대학 친구들 수준이었고, 대부분의 동기도
선우를 그렇게 생각했다. 어디에 있어도 딱히 별다른 위화감이 없는 선우지만 최근에는 알게 모르게
조금씩 눈에 띄고 있었다. 단적인 예를 꼽자면 옷차림이었다.
예전부터 몇몇 동기들끼리 강선우는 어딘가 부티가 난다는 얘기를 종종 하긴 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아주
노골적으로 티가 났다. 눈치 빠른 학생들은 선우의 옷이나 바뀐 가방들의 금액대를 빠르게 찾아냈다.
“아, 그냥.”
“그냥?”
“쇼핑 좀 했어.”
물을 마신 선우의 담담한 대답에 친구가 입을 벌렸다. 정말 모르는 건가? 예전부터 주변의 시선에 둔한
타입이긴 했으나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선우의 눈치를 본 친구가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물었다.
“야, 1 억이 그냥 쇼핑은 아니지 않냐?”
친구 또한 아버지가 중소기업 사장으로, 대학에 들어오기 전까지 돈으로 꿇려 본 적은 없었다. 대학에
들어오면서 날고 기는 집 애들을 너무 많이 만나 이제는 그냥저냥 돈이 많은 수준의 평범한 학생 정도로
몰락하긴 했으나, 적어도 필요한 거 사고 쓰고 하는 정도는 됐다. 그런 그라도 억 단위 쇼핑을 그냥
쇼핑이라고 표현을 하지는 않았다. 볶음밥에 있는 밥을 긁어먹은 선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뜬금없이 웬 1 억이야?”
선우는 다음 날 아침, 호텔 자신의 방에서 정신을 차렸다. 민재의 최면 때문에 본인이 어딜 갔다 왔는지
그는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다만 어딘가에 묶여 낯선 남자들에게 유린을 당했다는 사실 만큼은 분명하게
머릿속에 있었다.
CCTV 를 확인해 볼 수도 있었으나 자신이 감금당했던 곳이 어디인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소란을 일으키고 싶지는 않았다.
‘이상하지.’
자신은 분명 어딘가에 갇혀 마치 섹스 인형 취급을 받으며 남자들의 좆을 받았다. 남자들이 자신의
엉덩이를 마구 때리며 욕설을 내뱉고, 벌어질 대로 벌어진 구멍에 좆을 쑤셔 넣고 정액을 싸지르던 감촉과
기억은 남아 있는데, 정작 침대 위에서 깨어났을 때는 모든 게 멀쩡했다. 꿈을 꾼 건가 싶기도 했으나
여전히 꿈이라고 하기에는 자신의 몸 외에 나머지가 너무 선명했다.
스위트룸에서 정신을 차린 선우는 룸에서 조식을 먹었다. 점심이 좀 지나기 직전에 아버지의 비서라는
사람이 찾아 왔다. 어쩔 수 없이 백화점을 들어갔다. 종종 옷을 사러 백화점에 들어가긴 해도, 선우의
씀씀이는 VIP 가 되기에는 한참 역부족이었다. 아버지가 손을 써 둔 건지 생전 들어가 본 적 없는
라운지에 들어가 편하게 쇼핑을 할 수 있었다. 뭐라도 써야 아버지가 좋아할 거라는 생각에 아무렇게나
구매를 했다.
정확히 얼마의 금액이 나왔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음 날, 아버지에게 전화가 왔다. 혼이 나는 줄 알았던
선우의 예상과 다르게 아버지는 선우가 쇼핑했다는 사실에 꽤 만족해하고 있었다. 그 뒤 선우는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종종 백화점이니 이곳저곳 들러 쇼핑을 했다.
가구니 사치품을 살 수는 없었던 터라 주로 옷이나 가방, 신발 같은 걸 구매했고. 사긴 샀으니 입어야
해서 입고 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티가 난 모양이었다. 다만 시계에 관해서는 선우도 할 말이 있었다.
“이건 그냥 아버지가 선물해 준 거야.”
“아, 그래? 생일선물?”
“생일은 아니고……. 나도 잘 모르겠다.”
주는데 안 받을 수도 없고, 막상 받아 보니 디자인이 단순한 게 마음에 들어 차고 다녔던 것뿐이었다.
설마 동기들이 그걸 알아볼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남아 있는 반찬을 입에 넣고 오물거린 선우는
그제야 자신이 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다고 해서 이미 사 버린 것들을 반품할 수도 없고, 안
입자니 그건 그거대로 아까웠다.
“나 많이 튀냐?”
“뭐……. 튀진 않는데. 그런 거 있잖아. 안 하던 애가 그런 짓 하고 다니면 괜히 더 눈길이 가는 거.”
“아…….”
“금방 괜찮아질걸? 아, 소개팅 생각 있으면 말해라. 너랑 만나고 싶어 하는 애들 있더라.”
“고민 좀 해 볼게.”
선우는 친구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변에서 아무리 칭찬을 하고, 시선을 줘도 정작 선우의 마음은
이전 같지 않았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선우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 * *

주룩, 선우의 내벽으로 정액이 묻어났다. 수호의 아래 깔려 숨을 내쉬던 선우가 눈을 껌벅였다. 몇


번인가 정액을 짜낸 수호가 자신의 성기를 빼냈다. 아랫배에 힘을 주자 들어갔던 정액이 엉덩이를 타고
흘러내렸다.
“괜찮아?”
“아, 응. 그냥…….”
침대에서 일어난 수호가 선우에게 휴지를 건넸다. 휴지로 허벅지와 엉덩이 근처에 흘러내린 정액을 닦았다.
손가락이 구멍 근처를 스치자 괜히 주름 근처가 욱신거렸다. 휴지를 쓰레기통에 버린 선우가 눈을
껌벅이며 수호를 바라봤다.
‘이상해.’
그래, 이상하다. 분명 평소와 같은 섹스인데. 이상하게 만족이 되질 않았다. 한번 사정을 했으나 제가
원하는 것과는 어딘가 거리가 있었다. 모텔 선우는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시고 있는 수호를 불렀다.
“형.”
“왜?”
“한 번 더 할까?”
입가에 흐르는 물을 손등으로 닦은 수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수호는 요즘 들어 선우의 성욕이 유독
왕성해졌다는 생각을 종종 했다. 적극적인 건 좋은데, 가끔 너무 과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었다.
침대에 걸터앉은 수호는 물이 남아 있는 페트병을 건넸다. 반쯤 남아 있는 물을 입안에 넣은 채 수호와
키스를 했다. 혀가 섞일 때마다 물과 타액이 섞여 질척거렸다. 목 아래로 삼키지 못한 물이 뚝뚝
떨어졌다. 선우는 한 손으로 수호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애원했다.
“형, 한 번만 더 싸주라.”
“너 안에 싸는 거 안 좋아했잖아.”
“취향이 바뀔 수도 있는 거지.”
선우가 입 꼬리를 올리며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스스로 생각해도 이런 부분은 좀 달라지긴 한 것
같았다. 다만 이 정도는 아직 허용 범위였다. 페트병을 쓰레기통에 버린 수호는 화장대 한쪽에 놓인
시계를 들어 올렸다.
선우의 시계는 명품이나 시계에 문외한인 수호도 알아볼 정도로 비싼 브랜드의 시계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수호는 최근 스쳐 지나가듯 몇몇 학생들이 선우에 대해 떠드는 것을 들은 기억이 있었다. 주변
사람들도 느낄 정도로 선우는 뭔가 달라져 있었다. 외적으로도 그렇고, 내적으로도 예전과는 미묘하게
뭔가가 달라진 것이 느껴졌다. 다만 그게 콕 집어서 문제라거나 싫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었다.
이게 대체 어딜 봐서 아버지가 ‘평범한 사업’을 하는 것인지 솔직히 이해가 잘 안 되었다. 공무원
어머니에 평범한 회사에 다니는 아버지, 지방에 있는 대학을 졸업하고 전공과 전혀 관련 없는 사무직에서
일하는 누나가 있는 수호는 요즘 들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 자신이 할 줄 아는 거라고는 공부밖에 없어 죽어라 공부해 서울에 있는 대학에 들어왔으나,
결국은 그게 다였다.
딱히 대학 동기들이 싫은 건 아니지만, 같은 대학에 있음에도 다른 세상에 사는 것 같은 기분을 받을 때가
종종 있었다. 게이인 것과 별개로 수호가 선우를 마음에 들어서 했던 이유는 선우 또한 자신과 동류라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분명 같은 대학에 속해 있으면서도 어딘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이 꼭 저와
닮아 있었다. 그런 선우가 최근 들어서는 좀 달라지고 있는 것 같아 대하기가 껄끄러울 때가 종종 있었다.
“그건 아버지가 선물한 거야.”
“어, 그래.”
생일도 한참 멀었는데, 1 억이 넘는 시계를 아무렇지 않게 선물할 아버지가 대한민국에서 몇 명이나
존재할까 싶은 기분도 들었다. 저런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하는 선우를 볼 때면 자신이 아는 강선우가 맞나
하는 생각을 도무지 지울 수가 없었다.
침대에 편하게 앉은 선우는 멍하니 자신의 손목을 바라봤다. 요즘 들어 수호와 섹스를 하면 할수록 기분이
좋기는커녕 오히려 공허했다. 성욕이 없거나, 몸이 둔해진 건 아니었다. 오히려 느끼기는 전보다 더 잘
느끼고 있었다. 그럼 대체 뭐가 문제일까? 선우의 머릿속으로 눈이 감긴 채 낯선 남자들에게 당했던
그때의 자극이 떠올랐다. 아, 그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수호와는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형, 있지. 손 묶고 한번 해 볼래?”
“뭐?”
“아니, 그냥 한번 해 보자고. 관심 없으면 말고.”
선우도 굳이 강요할 생각은 없었다. 수호는 손목을 만지작거리는 선우를 가만히 바라봤다. 선우가 최근
들어 자신과의 섹스에서 별로 만족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모를 리 없었다.
“너 정말 괜찮냐?”
“사디스트는 아니지만, 묶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형이 이상한 짓을 할 사람은 아니잖아.”
“당연하지, 인마.”
“살살 묶어 줘.”
선우가 손목을 붙여 민재에게 내밀었다. 그 모습이 또 순진하면서도 귀여워서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주변을 두리번거린 수호는 자신의 셔츠를 돌돌 말아 선우의 팔을 묶었다. 살살 묶어 달라더니, 정말
엉성해서 조금만 하면 풀릴 것 같았다. 아무렴 묶이는 느낌만 나면 되니까 크게 상관은 없었다. 수호가
선우의 가슴에 손을 놀리며 위로 올라탔다. 팔이 묶여 있다고 생각하니 괜히 또 흥분됐다.
“읏, 형. 이거 좀 괜찮은 거 같아.”
“너 말야, 내가 정신이 없어서 못 물어본 게 있는데. 여기 털은 왜 미는 거야?”
수호가 깔끔하게 제모가 된 부분을 손으로 쓸었다. 원래부터 털이 없는 편이긴 했는데, 확 밀어버리니
확실히 느낌이 다르긴 했다. 수호의 질문에 선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 소리야?”
“뭐가?”
“나 원래 밀었잖아. 그걸 이제 와서 물어보면 어떻게 해?”
“아니, 너 전에 안 밀었잖아.”
“나 원래 계속 밀었어.”
제모를 한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선우는 오히려 수호가 이상한 소리를 한다고 생각했다. 선우가 끝까지
원래부터 제모했다고 하자 수호는 알겠다며 한발 물러났다. 아무렴 거기에 털을 밀든 말든 그런 게 뭐가
중요하겠는가. 게다가 굳이 말하자면 수호도 남자라 오히려 미는 쪽이 훨씬 취향이었다. 팔이 묶인
선우가 허리를 비틀며 수호를 꾀었다.
“형, 으… 빨리…….”
“아까도 두 번이나 한 주제에.”
“그러지 말고 으읏, 넣어 줘.”
“싫어.”
“아, 왜! 잠깐 뭐 하는 거야?”
자리에서 일어난 수호가 바닥에 떨어진 목욕 가운을 들고 왔다. 가운 끈을 잡아당기니 쭉 앞으로 빠졌다.
엉성하게 묶인 옷이 아닌 제대로 된 끈을 본 선우가 괜히 침을 삼켰다. 셔츠를 풀고, 선우의 팔을 묶었다.
팔을 묶고 끝일 줄 알았던 선우의 예상과 다르게 수호는 남아 있는 부분을 침대의 헤드에 연결했다.
덕분에 선우는 침대에서 벗어날 수 없는 몸이 됐다. 당황하는 선우를 본 수호가 손가락으로 유두를 살살
긁었다.
“읏….”
“좋으면서. 넣어 줄까?”
“으, 응….”
“그것도 싫어.”
“아, 또 뭔데?”
침대에서 일어난 수호가 선우의 가방을 뒤졌다. 도서관에 있다가 온 뒤라 그런지 가방에는 선우의 필통이
있었다. 수호가 하나에 수만 원짜리 고가의 필기구를 멋대로 꺼내더니 볼펜 하나를 앞에 내밀었다.
“넣어 줄까?”
“아니, 나 볼펜은 좀……. 다시 못 쓰잖아.”
“사면 되잖아. 돈 많으면서.”
“그게 무슨…… 으읏….”
수호가 선우의 구멍 안에 볼펜을 밀어 넣었다. 하나, 두 개, 점점 개수가 늘어나자 선우의 입에서 싫다는
소리가 점차 사그라졌다. 크기가 다른 필기구가 선우의 구멍 안을 어지럽혔다.
“흐아, 으….”
이건 이거대로 좋긴 한데. 필기구 자체가 짧아서 그런지 구멍 안쪽이 간지러워 미칠 것 같았다.
“형, 이제 그만 하고…….”
“담배 피우고 올게.”
“뭐?”
“이런 플레이 하고 싶었던 거잖아.”
“아니, 형… 으앗! 진짜 나가? 형?”
몸을 일으키려 해도 팔을 묶은 끈이 침대 헤드에 묶여 있어 뺄 수가 없었다. 금세 옷을 챙겨 입은 수호가
담배와 라이터를 들고 도망치듯 모텔 밖으로 나갔다.
‘아, 씨발.’
좆됐네. 장난이라도 이렇게 하자고는 하지 말걸. 설마 수호가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은 선우도 생각지
못했다.
홀로 남겨진 모텔 방 안으로 정적이 흘렀다. 담배 한 대만 피우고 올 줄 알았는데, 휴대폰이며 시간을 볼
수 있는 것들은 저 멀리 떨어져 있어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학용품이 박힌 구멍이 간질거렸다.
선우는 저도 모르게 엉덩이를 움직였다. 그럴 때마다 절그럭거리는 소리가 나 내벽을 긁어주긴 했으나 이
정도로는 부족해도 너무 부족했다.
“흐으, 아, 으….”
나는 정말 변태인 건가? 눈을 질끔 감은 선우는 숨을 골랐다. 그날의 기억들이 감촉들이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찌르고 들어오는 학용품이 아닌 안 좋았다. 엉덩이에 힘이 들어가며 애가
타 미칠 것 같았다. 누군가 제발, 자신의 구멍의 간지럼을 가라앉혀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게
수호든 아니든 상관이 없을 것만 같았다.
“아, 으앙, 응… 으아….”
침을 흘린 선우는 엉덩이를 정신없이 흔들었다. 벌컥, 문이 열리며 수호가 모텔 방 안으로 들어왔다.
“흐, 형…… 제발, 나 미칠 것 같아.”
“좋아 죽으려 그러는 주제에.”
수호가 선우의 뺨에 손을 올렸다. 10 분만 있다가 나온다고 했것과 달리 실제로 수호가 밖에 있었던
시간은 30 분을 훨씬 넘었다. 정신없이 허리를 흔든 선우가 헉헉거리며 애원을 했다. 수호가 꼽아 줬던
학용품들은 이미 전부 빠져나와 엉망진창으로 흩어져 있었다. 수호는 이대로 선우와 자신의 사이가 멀어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그럴 수는 없었다. 선우와 자신은 같은 동류의 사람이어야만 했다. 수호는
이런 식으로라도 선우를 손에 넣을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었다. 이런 성격은 아니었으나 자신을
이렇게 만든 건 다름 아닌 선우였다.
“다리 벌려.”
“흐아, 으….”
선우는 수호가 시키는 대로 다리를 활짝 벌렸다. 잔뜩 흥분한 선우의 페니스 끝으로 피가 쏠려 빨갛게
부풀어 있었다.
“더.”
“형, 으아….”
“선우야. 더 벌려.”
“으, 응….”
활짝 벌어진 구멍 사이로 수호의 손가락이 들어왔다. 고작해야 손가락일 뿐인데 그것만으로도 머릿속이
희게 질렸다. 수호가 움직이지도 않았음에도 선우는 엉덩이를 아래로 내리며 수호의 손가락을 전부 먹었다.
“우리 선우, 형 손가락 잘 씹어먹네.”
“형, 제발. 형 거 넣어 줘.”
“어디에?”
“내, 내 구멍에……. 조, 좆 넣어 줘 제발. 나 이제 미칠 것 같아.”
“그러니까 이런 거 왜 하자고 그랬어.”
“흐앙, 다시는 안 할 테니까, 제발.”
침대가 흔들릴 정도로 정신없이 허리를 흔들었다. 손가락만으로는 만족할 수가 없었다. 수호는 입고 있던
옷을 벗었다. 쫙 벌어진 엉덩이 사이로 아직 덜 부푼 좆을 가져다 댔다.
“직접 넣어.”
“아, 으아….”
수호의 좆을 본 순간 다시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선우는 허리를 움직여 구멍에 좆을 밀어 넣었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 수호는 눈 하나 끔벅도 하지 않았다. 고개를 숙이자 자신의 구멍에 수호의 좆이
들어가 있는 게 노골적으로 보였다. 선우는 그 상태로 정신없이 허리를 움직였다. 이내 선우를 묶고 있던
끈이 풀렸다. 수호가 선우의 팔을 누른 뒤 엉덩이를 들어 올렸다. 커다란 좆이 밖으로 나가는가 싶더니
구멍을 거칠게 뚫고 들어왔다.
“흐, 으아!”
“선우야. 좋아?”
“형, 으으… 너무 좋아. 흐아, 으…….”
한 시간을 넘게 방치를 당했던 탓인지 수호의 좆이 닿는 자리마다 간질거리며 머릿속을 환희가 일었다.
사실은 입 구멍으로도 쑤셔주길 원했으나 수호의 좆은 하나였음으로 그건 불가능했다. 선우는 입을 벌리며
키스를 해 달라고 애원했다. 수호의 혀가 들어오고, 아래쪽으로 좆이 파고들자 선우는 정신없이 엉덩이를
흔들며 좆의 감촉을 만끽했다.
“아, 으, 아응… 좋아. 너무, 흐으… 좋아. 그대로…….”
“너 진짜 오늘따라 개 꼴린다.”
솔직한 말로, 수호는 점점 야해지는 선우가 마냥 싫지만은 않았다. 선우의 몸을 돌린 수호가 거칠게
허리를 움직였다. 수호가 울컥, 선우의 안에 사정했다. 좆을 빼내려 하자 선우가 재빨리 수호의 팔을
잡았다.
“혀, 형… 빼지 마. 그, 그대로 한 번만 더 해 줘.”
“음란한 새끼.”
“흐아, 응….”
평소라면 차마 입 밖에 내지 않을 말을 내뱉은 수호가 좆을 더욱 깊숙이 찔러 넣었다. 수호가 좆을 움직일
때마다 안에 있는 정액이 같이 흔들렸다. 찌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커다란 좆이 선우의 안쪽을 이곳저곳
긁어댔다.
얼마 뒤 수호가 선우의 안에 두 번째 사정을 했다. 이번에는 좀 체력이 달렸던 모양인지 민재가 좆을
빼냈다.
“허으, 윽….”
허리가 뒤틀리며 구멍 안으로 쌓여 있던 정액이 뚝뚝 떨어졌다. 선우의 위로 올라탄 수호가 키스하며 땀에
젖은 이마를 맞댔다.
“좋았어?”
“어, 응. 당연하지.”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때의 감각에 비교하면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여기서 더 하자고
그러는 건 아니라 판단한 선우는 옆에 눕는 수호를 보며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 * *

7 월 21 일
남자는 최근 들어 이상한 게시글을 접했다. 그가 종종 들어가는 익명 게이 커뮤니티 사이트였다. 여느
커뮤니티처럼 쓸데없는 글들이 올라오는 게시판이었지만, 유독 조회수와 댓글 수가 많은 게시글이 하나
눈에 띄었다.
[공원에서 떡친 거 인증함 ㅋㅋㅋ (+99)]
처음에는 욕밖에 안 나왔으나, 이내 옆에 붙어 있는 댓글 개수와 조회수를 보고 저도 모르게 클릭을
버튼을 누를 수밖에 없었다. 사진은 꽤 여러 장이었다. 늦은 시간, 정말 공원에서 섹스하는 듯한
인증사진들이었다. 사진의 맨 밑에는 짤막하게 후기가 남겨져 있었다.
[신도시 근처에 공사 중인 공원 있음
잘은 모르지만, 내부 사정으로 공사가 중단되긴 했는데 그래도 공원 느낌은 남
일주일 전부터 발정 나서 돌아다니는 새끼가 있다는 말을 듣고 호기심에 가봄
시발ㅋㅋ근데 나만 아는 거 아니었는지 몇 명 있더라 ㅋㅋㅋ어쨌든 사이좋게 나눠 먹음 수고]
˪ 아니 시발놈아 그래서 맛있었냐?
˪ 개 부럽네 ㅋㅋㅋㅋ
˪ (작성자) 좆같았으면 내가 글을 올렸겠냐? 뇌 없음?
˪ 우리 집 근처 같은데 또 언제 함?
˪ 얼굴 찍은 거 33 팔생각있으면 쪽지
˪ (작성자) 분명 얼굴 찍었는데 ㅅㅂ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사진이 지워짐. 그리고 주말? 금요일
저녁쯤에 가면 있다고 듣긴 했는데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음

처음에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음 주에도 비슷한 인증 글이 올라왔다. 게이라고는 하나


섹스 한번 해 본 적이 없었던 그는 호기심에 해당 공원을 찾았다. 공원 입구에는 앞으로 2 주 후에 공사가
재게 될 예정이라고 적혀 있는 커다란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드문드문 흙이 쌓여 있는
것을 제외하면 평범한 공원이었다. 가로등 공사가 드문드문 되어 있어 어둡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었다.
남자는 스마트폰으로 손전등을 켜며 점점 공원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아직 물이 채워지지 않은 호수와
함께 커다란 정자가 나왔다. 들어가지 말라며 감아 놓은 흰 테이프가 주변에 덕지덕지 뜯어져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정자에 걸터앉아 다시 커뮤니티에 접속했다. 휴대폰을 만지고 있던 그의 발밑으로 뭔가가
보였다.
“씨발, 이게 뭐야?”
발로 흙을 털어내자 고무 같은 게 딸려 나왔다. 찢어진 콘돔 사이로 정액이 뚝뚝 떨어졌다. 사용한 지
며칠이 되지 않은 것 같았다. 와, 이런 데서 떡 치는 또라이 새끼가 정말 있긴 있구나. 남자는 급하게
콘돔을 바닥에 내던졌다. 손끝으로 집어 올렸는데, 그 손끝도 더러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게시글 작성자의 말에 의하면 짜고 한 게 절대 아니라고 하는데 아무리 봐도 짠 게 틀림없다고 확신했다.
그럼 그렇지. 이런 곳에 들어와서 이유 없이 떡을 치고 싶어 하는 변태 새끼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호기심이라고는 해도 별 이상한 짓을 다 하는구나 싶었다. 집에 들어가서 게임이나 해야겠다며 고개를
들자 눈앞으로 낯선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뭐, 뭐야?”
“거기서 뭐 해요?”
“아, 놀라라. 공원 관계자인 줄 알았네. 신경 꺼요.”
후드에 모자를 눌러 쓴 청년이었다. 마스크까지 쓴 걸 보니 저 사람 또한 자신과 비슷하게 호기심을
가지고 온 사람인 모양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마스크라도 쓰고 올 걸 그랬나. 남자가 저리
가라며 손을 휘저었음에도 청년은 계속해서 주변을 기웃거렸다. 저 새끼 왜 저래? 한마디 하려던 찰나,
남자의 머릿속으로 댓글 하나가 스치듯 지나갔다.
˪ (작성자) 키워드가 사탕? 인가 그렇긴 했음. 근데 그게 진짜였는진 잘 모름 ㅇㅇ 내가 갔을 땐 이미
시작해 있었음
사탕? 손전등을 끈 남자가 선우의 앞으로 다가갔다. 자세히 보니 확실히 벗겨 놓으면 사진 속 남자와
체격이 비슷할 것 같기도 했다. 실제로 계속 뭐 마려운 사람처럼 이쪽을 보고 흘끔거리는 것도 수상했다.
“야. 너 그, 사탕 먹을래?”
변태들끼리는 암묵적으로 키워드를 정해 놓는다고 하는데, 이게 정말 될지 안 될지는 남자도 알 수가
없었다. 남자의 말에 선우가 고개를 숙이며 머뭇거렸다. 혹시 욕을 하면 어쩌나 선우의 침묵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남자 또한 긴장했다.
“여기서요?”
“어, 응.”
그럼 어디 다른 데가 있나? 얼굴을 붉힌 선우는 남자의 대답에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선우는
조심스럽게 정자 위로 올라갔다. 남자가 정자에 살짝 걸터앉자 바닥을 기며 그 위로 올라와 바지 사이로
손을 집어넣었다. 자위는 많이 해 봤어도 남이 자신의 것을 만진 적은 처음이었던 그가 깜짝 놀랐다.
“읏, 잠깐…….”
“사탕 주시는 거 아니었어요?”
“아냐, 계속해.”
그는 그제야 선우가 말하는 사탕이라는 게 좆이라는 걸 깨달았다. 숨을 고른 선우는 남자의 속옷을 내린
뒤 두 손으로 좆을 만졌다. 선우의 따뜻한 손이 남자의 좆을 감쌌다. 좆이 입안으로 들어오자 녹아내릴
것처럼 뜨거웠다. 주먹을 꽉 쥔 남자는 말 없이 선우의 펠라를 받아줬다. 남자는 그제야 선우의 엉덩이가
흔들거리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남자가 선우의 입 근처에 사정했다. 정액이 묻자 당황하는 남자와 다르게 선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정액을
손등으로 닦아 냈다. 정자에 등을 기대 누운 선우가 다리를 살짝 벌렸다. 남자는 조심스럽게 선우의 위로
올라갔다. 입고 있는 츄리닝 바지 위로 부풀어 오른 좆이 닿았다. 남자가 엉덩이 근처로 손을 댔다.
“아, 으앙… 읏….”
“너 안에 뭐 있냐?”
아래쪽에 뭔가 딱딱한 게 잡혔다. 아무리 봐도 딜도 같았다. 끝쪽에 뭔가 버튼이 있었다. 남자가 버튼을
누르다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선우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하, 맞네. 최근에 돌아다닌다는 개 변태 새끼가.”
“으아, 읏….”
선우는 엉덩이를 살짝 들어 딜도를 바닥에 기울인 채 허리를 움직였다. 아랫배에 힘을 줘도 옷 때문에
걸려 빠져나가지 못한 딜도가 선우의 내벽을 긁었다. 딜도가 진동을 하며 움직일 때마다 구멍 안이
질척거리며 배 안쪽이 아렸으나 이걸로는 부족했다. 남자가 선우의 앞에 자신의 좆을 들이밀었다.
“먹고 싶냐?”
“읏, 네. 먹고 싶어요! 가짜 말고 지, 진짜 좆을 원해요. 넣어 주세요!”
남자가 선우의 바지와 속옷을 벗겼다. 젖은 구멍 안쪽으로 흰색의 짧은 딜도가 들어가 있었다. 버튼을
끄고, 진동이 멈추자 몸이 축 늘어졌다. 그는 선우의 안에 있는 딜도를 빼냈다. 얼마나 처박고 있었던
건지 딜도 주변이 액으로 엉망이 되어 있었다. 멀리 도로가 있는 모양인지 차가 지나갔다. 남자는 딜도를
선우의 입에 쑤셔 넣었다.
“으브… 읍…”
“잘 쳐 물고 있어, 그거 빼면 좆도 없는 거야.”
“흐앙, 응… 아응….”
남자의 말에 선우는 딜도를 마치 좆 대하듯 두 손으로 쥐며 정신없이 핥았다. 고개를 숙인 남자가 선우의
엉덩이 쪽으로 눈을 돌렸다. 도로 쪽으로 차가 지나가며 번쩍일 때마다 등 뒤에서 소름이 돋았다. 물론,
뭐가 보일 만한 거리는 절대 아니었다. 남자는 손가락을 살짝 밀어 넣었다. 벌름거리는 구멍 안으로
손가락이 쑤욱 들어갔다. 손가락을 조이는 느낌이 장난이 아니었다.
“흐, 으, 주인님의 소, 손가락 좋아요.”
“내가 말하지 말고 닥치라 그랬지?”
“읍… 아으, 죄송해요….”
“닥치라고!”
누가 보면 어쩔까 초조한 마음에 남자가 선우의 엉덩이를 때렸다. 엉덩이를 맞은 선우가 손가락을 더욱 꽉
조였다. 보아하니 완전 제대로 된 변태인 것 같았다. 남자가 손가락의 개수를 늘리며 손을 위아래로
움직였다. 손끝이 전립선 부근을 스칠 때마다 딜도를 물고 있는 선우의 머릿속에 별이 튀었다. 선우가
입고 있는 옷을 잡아 올렸다. 어둠에 익숙해지기 시작하자 흰 피부가 눈에 들어왔다. 봉긋하게 솟아오른
붉은 유두는 사진에서 본 것보다 훨씬 더 꼴렸다.
“완전 개구멍이네, 이거.”
“아, 으… 으앗….”
이제는 손가락만으로는 만족이 되질 않았다. 선우가 다리를 더 벌리며 남자의 좆을 받기 위해 허리를
흔들었다. 요즘 들어 이런 변태가 존재할까 싶기도 했지만, 아무렴 자신이 알 바는 아니었다.
손가락을 빼낸 남자는 자신의 좆을 선우의 구멍 안에 집어넣었다. 살짝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좆을 꽉
조이는 게 확실히 예사롭지가 않았다. 선우의 위로 올라탄 남자가 손에서 딜도를 빼앗았다. 진동 버튼을
켠 뒤 선우의 좆 근처에 살짝 가져다 댔다. 약간 발기를 했던 좆이 껄떡거리며 꼿꼿하게 섰다.
“미친, 개 변태 새끼가 좋냐? 어?”
“아, 으하… 좋아요! 바, 발정 난 구멍에 주인님의 좆 원해요….”
선우의 애원에 남자는 침을 삼켰다. 완전히 커진 남자의 좆이 선우의 구멍을 가득 메웠다. 커다란 좆이
내벽을 정신없이 긁을 때마다 선우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생전 느껴보지 못한 자극이 선우를 더욱
미치게 했다. 남자는 더욱 격렬하게 허리를 움직였다. 곧 오픈할 공원에서 이런 짓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가 선우의 안에 사정했다. 선우의 구멍이 경련하며 기쁜 듯 남자의 좆물을 정신없이 받아먹었다.
남자가 좆을 빼자 선우는 좆물이 흘러나오지 않기 위해 애를 썼다. 정액이 들어 있을 때의 그 감촉이
무척이나 좋았다. 선우의 옷으로 좆을 살짝 닦은 그는 축 늘어진 선우를 흘끗 내려다봤다. 한 번 더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정자에 누워 숨을 고르고 있는 선우의 모습에 괜히 아랫도리가 다시 후끈거렸다.
“윽, 뭐야?”
휴대폰 불빛이 남자와 선우를 비췄다. 설마 경비가 온 건가? 남자가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아, 뭐야. 이미 하고 있잖아?”
낯선 남자 두 명이 익숙하게 달라붙었다. 그는 선우의 밑에 있는 남자를 보고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듯했다. 하물며 껴도 되냐고 묻는 말에 허무한 기분까지 들었다. 선우의 허리를 돌린 그가 자신의 바지를
내렸다.
“흐, 아으…….”
“좆이다. 먹고 싶었을 거 아냐?”
바닥을 짚으며 일어난 선우가 남자의 좆을 빨았다. 쪽쪽 거리며 야한 소리가 나는 걸 보니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닌 것 같았다. 그건 그거대로 무척 꼴렸다. 보고 있던 사내가 몸을 앞으로 당기며 선우의
구멍에 좆을 밀어 넣었다. 좆이 들어오자 허리가 움찔거리며 몸이 살짝 들렸다. 멀리 차가 지나갈 때마다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짜릿한 감각이 남자를 더욱 미치게 했다.
“흐, 으아… 으… 조, 좆 너무 좋아요….”
섹스로 정신이 없는 와중에 남자 둘이 어딘가로 선우를 데리고 들어갔다. 아직 공사가 덜 된 광장 가운데
작은 조각상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남자들은 U 자 형식으로 되어 있는 조각상 사이에 선우의 몸을
끼워 넣었다. 선우의 엉덩이를 잡아 벌린 뒤, 그들이 그 안으로 딜도를 밀어 넣었다. 버튼을 누르자
윙윙거리는 소리와 함께 딜도가 구멍 안에서 흔들렸다.
“이거 완전 명물이네! 명물.”
“씨발, 누구냐 대가리에서 이런 생각 한 새끼.”
누군가가 선우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가 선우의 입 구멍으로 좆을 밀어 넣었다. 입안 가득 들어오는 좆에
뒤쪽이 간지러워 미칠 것 같았다. 툭, 딜도가 빠지자 다른 사내가 선우의 엉덩이를 쉴 새 없이 때렸다.
좆 대신 남자에게 맞은 엉덩이가 정신없이 아렸다. 고개가 뒤로 꺾여 나갔다. 검은 하늘 사이로 달빛을
가린 회빛의 구름이 지나갔다.
엉덩이가 빨갛게 변할 때까지 때리던 남자가 그제야 선우에게 좆을 넣었다. 이미 정액으로 푹 젖은 탓에
남자를 받아들이는 데에 거부감이 전혀 없었다. 구멍이 아려왔으며 동시에 남자에게 맞은 엉덩이 부분이
따가웠다. 선우는 정신없이 엉덩이를 흔들었다. 보다 못한 남자가 허리를 흔들면서 엉덩이를 정신없이
때렸다. 아래로 내려간 누군가가 선우의 페니스를 입에 물었다. 온몸에 있는 열이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다.
“아, 응… 좆, 주세요… 부족해요. 더….”
“개 변태 새끼. 좆물에 아주 환장하는 거 봐라.”
“많이, 으아, 으… 좋아요.”
석상에 박힌 채 남자의 좆이 들어오는 순간, 선우는 정신이 들었다.
요즘 들어 종종 이런 꿈을 꿨다. 어딘가의 건물, 화장실, 그리고 이번에는 공원이었다. 어딘지 모를
남자들과 섹스를 하는 꿈이었다. 깨어났을 때는 이미 남자의 좆이 자신의 몸을 짓밟고 있을 때였는데,
아무리 반항을 해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정신없이 남자들의 좆물을 받고, 깨어나 보면 늘 언제
그랬냐는 듯 침대 위에 있었다. 남자들의 험한 말과 감당할 수 없는 좆이 자신을 범하는 그 쾌감이 너무
좋아 이내 곧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마지막 사내가 사정을 한 뒤, 정액이 빠져나오기 전 구멍에 떨어진 딜도를 쑤셔 넣었다. 딜도가 벌어진
구멍 사이로 쌓여 있던 정액이 뚝뚝 떨어졌다. 반쯤 넋이 나간 선우는 멍하니 손을 뻗었다. 하늘을
가리던 손이 떨어지자 달을 가리고 있던 구름이 사라졌다. 은은하게 빛나는 달빛이 공원 한가운데 있는
선우와 남자들을 비췄다.
오늘의 꿈은 평소보다 긴 것 같았다. 어차피 꿈이니까. 선우는 남자들을 향해 다리를 활짝 벌렸다.
“더, 흐… 더 주세요.”
잔뜩 흥분한 남자들이 또다시 달려들었다. 석상의 바로 뒤에 있는 나무에 기댄 민재는 선우를 담담하게
바라봤다.
강민우는 세현 그룹의 회장이 될 것이었다. 그리고 강민우의 아들인 선우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아버지의 뒤를 이을 것이다.
민재는 알고 있었다. 지루하기 짝이 없는 잘 만들어진 무빙워크를 걷는 선우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민재 또한 마찬가지였다.
성큼성큼 다가간 민재가 선우의 뺨에 손을 올렸다. 남자 하나가 선우의 입에서 좆을 빼냈다. 울컥하며,
입에 있던 정액이 뚝뚝 흘러내렸다. 뒤에 있는 사내가 여전히 선우의 구멍을 범하고 있었다. 몸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이쯤 되니 이게 정말 꿈인지 진짜 쾌락인지 알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흐릿한 시야
속에서 민재가 보였다.
지금 이 순간, 이성이 마비된 선우가 의지할 사람이라고는 눈앞에 보이는 최민재가 다였다.
“혀, 형…… 저….”
“…….”
“살려 주세요.”
선우는 그렇게 의식을 잃었다.
05.

이사를 했다. 정확하게는 아버지가 살던 집으로 들어오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아버지의 등쌀에
떠밀려 산 물건이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 짐 정리를 하려면 고생을 하겠구나 싶었던 예상과는 다르게
선우가 해야 할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버지의 비서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돌아온 답장이라고는 며칠부터 집으로 오면 된다는 짤막한 문장
하나가 다였다. 풀강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니 자신의 짐 정리가 전부 끝나 있었다. 이건 이사라기보다는
그냥 몸을 이동한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선우는 그 집에서 처음 젊은 여자를 만났다. 이혼을 준비 중인 아버지에게 또 다른 내연녀가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어 당황스러웠다. 어리둥절해하는 선우와 다르게 그 집에 살고 있는 여자는 이미 모든 걸
알고 있는 눈치였다.
여자는 사촌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젊었다. 물어보지는 않았으나 아버지와 나이 차이가 크게 날 거라는
건 두말 할 필요도 없었다. 스무 살의 아들을 둘만 한 나이 또한 절대 아니었다. 집안의 안 주인처럼
행동하는 여자는 집에서 일하는 가사 도우미를 시켜 커피를 타 오게 했다. 여자는 처음 보는 선우를
굉장히 어려워했다.
“이야기 들었습니다.”
“말 편하게 하셔도 괜찮은데…….”
“지금처럼만 지낼 수 있게 해 주시면 됩니다. 부회장님이 이야기는 아드님이랑 하라고 하셨거든요.”
커피 대신 홍차를 마신 그녀가 차분히 말을 했다. 그녀의 이야기를 다 들은 선우는 그제야 왜 아버지가
자신에게 집안의 여자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았는지 알 것도 같았다.
그녀는 어느 재벌 집 회장님이 실수로 낳은 혼외자였다. 선우와 차이가 있다면, 그녀의 아버지라 불리는
회장은 그녀와 어머니에게 애정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녀의 아버지에게 있어서 그날 밤은 술에 취해
저지른 하룻밤의 실수에 지나지 않았다.
집안에서 시키는 대로 결혼을 하며 조용히 살고 있던 어느 날 교통사고를 당해 죽다 살아난 그녀는
남편으로부터, 집안으로부터 버림을 받았다. 그녀의 죽음을 사주한 사람은 아버지이자 회장님이었다.
해외에서 남은 생 조용히 사는 게 어떻겠냐며 진실을 알려준 사촌 여동생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서
자신의 남편과 재혼했다.
선우의 아버지는 그런 여자에게 손을 내밀었다.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동으로 막 옮겨와 남자 의사에게
아무렇지 않다는 듯 여자의 기능을 할 수 없다는 말을 들은 지 두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일어난 일이었다.
“복수할 마음이 없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아는 거라고는 이름과 몇 번의 행사에서 얼굴을 마주친 게 전부에 최근 들어 부인과의 이혼 소송으로
시끄러운 남자가 찾아와 꺼낸 첫마디였다. 남자를 잘 알고 있었던 여자는 고민도 하지 않은 채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자식을 낳거나 세현의 뒤를 이을 생각은 없었다. 선우로부터 좋은 대우를 받지 않을
거라는 것도 각오한 바였다.
“그러니 마음대로 편하게 하세요. 그게 제가 하고 싶은 말 전부예요.”
여자는 커피 컵을 내려놓은 선우에게 고개를 숙였다. 선우는 그런 여자에게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여자의 눈에서는 살고자 하는 복수를 하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아버지는 어머니에 대한 속죄로, 아들인
자신에게 뒤를 이어줄 만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 하루하루를 산다.
‘사는 게 대체 뭘까?’
그럼 자신은 대체 왜 여기 앉아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 * *

평소와 같은 나날이었다. 처음에는 피곤하긴 했으나 이제 그것도 참을 만했다. 참기보다는 카페인으로


극복을 했다. 이제는 아침, 점심으로 커피를 마시는 게 일상이 되었다.
시험 기간이 되자 도서관이 평소보다 붐볐다. 선우는 구석에 있는 자리에 앉아 텀블러에 있는 커피를
홀짝였다. 한 시간 정도 지나자 강의를 마친 수호가 자연스럽게 옆에 앉았다.
“먹을래?”
“아, 응.”
수호가 선우에게 편의점에서 사 온 초콜릿을 건넸다. 포장지를 뜯어 초콜릿을 입에 넣었다. 안 그래도
커피만 계속 마셔 입안이 텁텁했던 터였다. 초콜릿을 먹은 선우는 휴대폰을 만졌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공부가 안 되는지 모르겠다. 아니, 최근 들어서 좀 그런 감이 없잖아 있었다. 마지막으로 공부를 한 게
언제인지조차 기억이 나질 않았다.
최근 들어 무료했다. 분명 시험 기간인데 공부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치열하게 공부를 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혼자 동떨어진 것 같았다. 도서관의 조용한 분위기가, 미칠듯한 경쟁이 좋았던 때가
분명 있었다. 있긴 있었다. 어떻게 저 무리에 끼었는지 기억이 흐릿했다. 나 혼자 다른 세상에 살기
시작한 것 같아 불안했다.
도서관의 공기를 이기지 못한 선우가 벌떡 일어났다. 이어폰을 귀마개 대신에 끼고 공부를 하고 있던
수호가 고개를 살짝 돌려 조용히 물었다.
“왜 그래?”
“바람 좀 쐬고 올게.”
“알았어.”
선우가 공부에 집중하지 못했다는 걸 알고 있었던 수호는 의외로 쉽게 수긍을 했다. 아마도 본인이 그런
대답을 했는지도 깨닫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자리에서 일어난 선우는 가방을 열어 뭔가를 꺼냈다.
밖으로 나왔다. 밤 11 시, 지금 출발하면 아슬아슬하게 막차로 집에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선우는 이전처럼 대중교통의 시간에 별로 목을 매지 않았다. 윤 비서라는 사람한테 말하면 누군가는
데리러 올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탁탁, 라이터에 불을 붙인 뒤 담배를 입에 댔다. 담배 연기를 입 밖으로 내뱉었다. 언제부터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더라.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분명한 건 담배를 입에 대기 시작한 게 비교적 최근
일이라는 것뿐이었다. 선우가 도서관을 나올 때 수호 몰래 담배를 챙겨 나온 것도 그 때문이었다. 담배
연기를 내뱉을 때 아주 잠깐 느껴지는 혼미한 시야만이 현재 선우의 유일한 삶의 낙이었다. 지나가던 같은
과 동기 몇 명들이 선우를 알아봤다.
“어! 강선우! 너 담배 피우냐?”
“그런데?”
“올, 이 자식. 그전에는 그렇게 피우기 싫다더니. 대박. 달라졌다?”
“그래? 잘 모르겠는데.”
“에이, 모르긴 뭘 몰라. 알면서. 요즘 애들이 너 좀 데리고 오라고 난리도 아니다. 형도 담배 하나만
줘봐.”
“싫어. 사서 피워.”
“매정하네. 형, 마음이 아프다.”
“지랄하지 말고.”
선우는 동기가 보는 앞에서 노골적으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었다. 새거나 다름없어서 한 개비 줄
수도 있었으나, 도통 그럴 마음이 들지 않았다. 담배 케이스를 주머니에 구겨 넣자 동기가 아쉽다는 듯
자신의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냈다.
‘있으면서 왜 달라고 그러는 거야.’
떠본 건가? 한순간 욱, 하고 짜증이 일었다. 후, 다시 담배 연기를 내뱉었다. 달라졌다. 최근 선우가
아침 인사보다 더 많이 듣는 이야기였다. 오죽 많이 들었으면 달라졌다는 말만 들어도 인상부터 찌푸릴
정도가 되겠는가. 하기야 뭐가 달라져도 달라지긴 했다. 그전에는 거의 남남처럼 살기 시작했던 아버지의
집에 들어가기 시작하고, 조금씩이나마 아버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알기 시작했으니까. 그걸
달라졌다고 표현할 수 있다면 달라진 것이 맞았다.
겉으로 보이는 것 외에 또 달라진 게 있다면, 그건 예전처럼 눈치를 보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누군가에게 잘 보여야겠다라는 마음 자체가 마치 증발하듯 없어졌다.
아마도 이전의 선우였다면 그 자리에서 머뭇거리며 담배를 건넸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지금, 담배가
있으면서도 담배를 달라고 하는 동기에게 선우가 느끼는 감정은 역겨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먼저 담배를 끈 선우는 달을 가리고 있는 구름을 바라봤다. 문득 지난번에 꿨던 꿈이 떠올랐다. 꿈이라고
하기에는 미친 듯이 생생했던 그 섹스가 아직도 머릿속에서 잊히질 않았다. 처음에는 그런 꿈을 꿨다는
충격에 제 자신이 역겨웠으나, 어느 지점을 넘어서자 즐기기 시작했다. 어차피 꿈인데 뭐 어떻냐며.
담배를 또 피우긴 그렇고, 다시 독서실에 들어간다 해도 공부가 될 것 같지 않았다.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다른 사람들이 피우고 있는 담배 향을 위안 삼으며 휴대폰을 만졌다. 선우는 정말 아무 의도 없이
민재에게 톡을 보냈다.
「형」
「학교예요?」
도서관에 수호가 있는데,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민재에게 연락을 보내 버린 뒤였다.
차라리 안 읽으면 좋았을 텐데, 민재에게서 바로 답장이 왔다.
「왜?」
단순한 답장에 선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학교냐고 물었는데.
「학교이신 거예요?」
「학교야. 왜?」
처음부터 학교라고 대답하면 될걸. 왜 계속 왜냐고 물어대는지 알 수가 없었다. 선우는 여전히 ‘왜’
연락을 했냐는 민재의 질문에 마땅한 답을 고르지 못하고 있었다. 그사이 민재에게서 먼저 연락이 왔다.
「너도 학교야?」
「도서관요. 공부하기 싫어요ㅠㅠ」
「커피 한잔할까?」
커피라니, 지금 이 시각에? 선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답장을 보냈다.
「너무 늦지 않아요?」
「싫으면 말고.」
「ㅡㅡ 누가 싫댔냐구요.」
답장을 보내기 무섭게 웬 강의실 주소 하나가 날아왔다. 금방 가겠다며 톡을 보낸 뒤 수호에게 따로 톡을
남겼다.
「형 저 일이 좀 있어서. 한 시간 안으로 갈게요.」
커피를 마시는 거니까 한 시간이면 충분하겠지? 톡을 금방 본 민재와 다르게 수호에게서 답장은 없었다.
언젠가 읽겠거니 하고 중얼거린 선우는 도서관과는 정반대의 건물로 향했다.
동아리방이 있는 구관의 위층에는 오래된 강의실이 즐비했다. 강의가 없는 편은 아니나, 밤이 되면
스산해서 학생들이 잘 찾지 않는 편이었다. 휴대폰 손전등을 켠 뒤 강의실 문을 열었다. 무슨 이런 데서
커피를 마시자고 하는 건지 취향 한번 독특했다.
“형? 민재 형?”
“여기 있어.”
“아, 놀랬잖아요.”
문 뒤에서 휴대폰을 만지고 있던 민재가 손을 흔들었다. 들어오라는 손짓에 강의실 안으로 완전히
들어왔다. 여기에 대형 강의실이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은 있으나 와 본 건 처음이었다. 마지막으로
강의를 한 게 1 년 전 즈음이라고 하니, 확실히 오래된 강의실다운 느낌이 났다.
민재가 불을 켜자 강의실 안으로 환하게 불이 들어왔다. 선우는 민재를 따라 연단 쪽으로 내려갔다.
연단에 선 민재는 아무렇지 않게 선우와 혀를 섞었다. 키스는 기껏해야 인사에 지나지 않았다.
선우는태연하게 선우와 대화를 했다.
“너 요즘 달라진 것 같다?”
“아, 형. 그 말 하지 마세요. 노이로제 걸릴 것 같아요.”
선우가 최면에 걸린 게 아니라 진심인듯한 짜증을 냈다. 달라지면 뭐? 자기들이 달라진 거에 보태준 거
있나? 평소에는 관심도 안 가지던 애들이 요즘 따라 왜 이렇게 극성인지 모르겠다.
선우는 주변을 둘러봤다. 이 시간에 문이 연 카페가 있나 싶었는데, 용케 조용한 곳을 잘 찾았구나
싶었다. 덕분에 스스럼없이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버지의 집에 들어갔는데 언제까지 전에 일로
발목을 잡히고 싶지는 않았다.
“커피는 뭘로 마실래?”
“그냥, 진한 거면 돼요. 요즘 피곤하거든요.”
그렇게 말을 한 선우는 자신이 입고 있는 바지의 벨트를 풀어 단상 쪽으로 올려놓았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선우를 본 민재가 단상을 손가락질했다. 바지를 내린 뒤 두 손을 단상에 짚었다. 민재는
선우의 엉덩이를 살살 주물럭거렸다.
“맞다, 지난번에 병원 말야. 이번 주말에 갈래?”
“주말에 병원 문을 열어요?”
“아는 원장님이라, 부탁 좀 했어.”
“그런 거라면 가야죠.”
“요즘 피곤한 건 그때 일 때문에 그래?”
“그런 것도 있고……. 악몽을 좀 꿔요.”
선우가 엉덩이를 쭉 빼며 민재의 다리 사이에 비볐다. 이놈의 커피는 왜 이렇게 안 나오는지. 슬슬
짜증이 날 것 같았다. 엉덩이를 가볍게 두드린 민재가 선우를 살살 달랬다.
“금방 나올 거야. 너무 그러지 마.”
“읏, 알았어요.”
엉덩이를 맞은 선우가 침을 살짝 삼키며 조금 더 기다리기로 했다. 선우는 민재의 구멍을 손가락으로 쿡쿡
찔렀다. 매일 약을 바르고 깨끗하게 관리를 하라 시킨 덕분에 아직 심한 상처는 없었다. 벌름거리는
구멍이 익숙하게 손가락을 받아먹었다.
“으, 읏….”
“구멍 관리는 똑바로 하고 있고?”
“네, 으… 매일 하고 있어요.”
선우는 호텔에서 민재가 감시관으로 왔던 것을 기억하고는 얼굴을 붉혔다. 이사를 하기 전에는 이삼 일에
한 번씩 감시관이 왔는데, 이사한 탓인지 마지막으로 검사를 받은 게 언제인지 확실하지가 않았다. 왠지
검사를 받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형이 거, 검사해주실래요?”
“어딜?”
“구, 구멍 검사요.”
선우의 대답에 손가락으로 구멍을 헤집던 민재의 손가락이 한순간 움찔거리며 멈췄다. 한 번씩 좆으로
구멍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암시를 넣긴 했으나 이런 식의 암시는 넣은 적이 없었다. 바꿔 말하면 암시
때문이 아니라 선우 스스로가 민재에게 구멍 검사를 받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손가락의
개수를 늘린 민재가 선우의 위로 올라탔다.
“너 나한테 검사받고 싶어?”
“흐, 형이라면 괜찮을 것 같아서요.”
예상하지 못한 변화에 처음으로 웃음이 나왔다. 민재는 선우가 밤마다 나가서 모르는 사람들과 섹스를
했던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최근 들어 선우는 그 모든 게 꿈이라고 생각하며 즐기기까지 하고 있었다.
그런 사실을 민재가 모를 리 없었다.
“그러니까 좆 먹고 싶다는 말이네?”
“아, 응… 네. 음란한 제 구멍에, 흐… 형의 커다란 좆을 원해요.”
“이쁜 말도 할 수 있게 되고.”
민재의 커다란 손이 선우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었다. 바지를 내린 민재가 천천히 자신의 좆을 비볐다.
들어 올 듯 말듯 구멍 근처로 쓸리는 좆에 선우는 애가 탔다. 한참 만에 민재가 선우의 구멍 안으로 좆을
살짝 넣었다. 걸쳤음에도 불구하고 깊숙한 곳이 저려 미칠 것 같았다. 민재는 좆을 넣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애가 탄 선우가 고개를 살짝 돌렸다.
“직접 해.”
단상을 붙잡은 선우가 엉덩이를 조금씩 뒤로 밀며 민재의 좆을 밀어 넣었다. 그동안 많은 좆을 먹었지만,
솔직한 감상으로 민재의 좆이 가장 기분 좋았다. 딱딱한 좆이 구멍을 가득 메웠다. 아랫배에 힘을 줄
때마다 딱딱한 좆의 감촉이 그대로 느껴졌다. 할 수만 있다면 평생 이 좆을 물고 있고 싶었다. 허벅지를
붙잡은 민재가 살살 허리를 움직였다.
“으, 으앙, 응… 맛있어요… 형….”
“그래? 형이랑 더 좋은 거 할까?”
“흐, 네?”
민재가 선우의 머리채를 잡아 뒤로 꺾었다. 반강제로 눈을 마주친 민재가 선우의 귀에 뭔가를 속삭였다.
선우를 이런 곳까지 불러낸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민재의 마인드 컨트롤이 끝나기 무섭게 비어 있던 강의실 안으로 학생들이 차기 시작했다.
“흐, 으아, 형… 잠깐…….”
머리가 어떻게 될 것만 같았다. 그것은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강의실의 풍경이었다. 학생들은 아무렇지
않게 강의를 들었다. 선우가 민재를 단상 밖으로 끌고 왔다.
“다리 벌려.”
“형, 으아, 안 돼….”
“뭘 안 돼? 너 다른 사람들한테 보이는 거 좋아하잖아.”
“그, 그래도 다른 사람 앞에서 검사받는 건…… 으읏….”
“그래?”
민재가 선우의 구멍에서 좆을 빼냈다. 다리에 힘이 풀린 선우가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고개를 들자
민재의 커다란 좆이 보였다. 뒤쪽으로 뜨거운 시선들이 느껴졌다. 그러나 누구 하나 그런 두 사람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검사받기 싫다는 거지?”
“아, 아…….”
벌어진 구멍이 아려왔다. 빨리, 조금이라도 빨리 다시 제 안이 좆으로 가득 찼으면 좋겠다. 기왕이면
좆물도 원했다.
바닥을 긴 선우가 민재의 다리에 매달렸다. 고개를 들어 민재의 좆을 정신없이 빨았다. 누가 보고 있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요즘 들어 인생이 무료했다. 그나마 유일하게 공부가 자신의 낙이었는데, 이제
그것도 사라진 것 같았다.
“흐읍, 읍… 형, 잘못했어요. 제발, 흐… 좆 넣어 주세요.”
“엎드려.”
“흐, 네.”
바닥에 엎드린 선우가 고개를 들었다. 눈앞으로 다양한 학생들의 모습이 보였다. 민재가 발끝으로 선우의
무릎을 툭툭 건드렸다. 괜히 긴장한 선우가 허벅지를 더 넓게 벌렸다. 무릎을 살짝 꿇은 민재는 선우의
구멍에 자신의 좆을 밀어 넣었다.
“아, 으앗… 읏, 좆… 가, 감사합니다.”
“줄 때 잘 해.”
민재가 허리를 살살 움직였다. 일부러 그러는지는 알 수 없으나 민재의 좆은 선우가 느끼는 지점을
피해가고 있었다. 민재가 선우를 일으켰다. 손목이 뒤로 넘어가며 몸이 정신없이 흔들렸다.
“우리 선우,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똑바로 해야지?”
“으, 앙, 으아…… 네.”
단상 위로 둔덕 한 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그러고 보니 꿈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던 것 같았다.
모르는 사람들의 시선이 닿을 때마다 흥분이 됐다. 기왕이면 모든 사람이 자신의 구멍을 한 번씩 범해
줬으면 좋겠다. 울컥, 선우의 페니스가 흔들리며 사정을 했다.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짜악, 민재의
손이 선우의 엉덩이를 강하게 때렸다.
“아, 으앗!”
“누가 감히 검사관보다 먼저 가도 좋다고 그랬어?”
“죄, 죄송합니다. 으윽, 읏… 죄송해요.”
“버릇이 덜 들었네. 열 대 때릴 테니 똑바로 세. 알겠어?”
“으읏! 네! 하, 하나…….”
민재가 엉덩이를 때릴 때마다 선우가 이를 악물며 개수를 셌다. 일곱이 넘어갈 즈음에는 아프기보다 빨리
손이 엉덩이에 닿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민재가 벌겋게 부어오른 엉덩이 위로 손을
내리쳤다.
“흐아, 으… 아홉…….”
“맞은 걸로 사정한 거야? 음란한 것도 정도가 있지.”
“응, 아으… 저는 으, 음란한 거 마, 맞아요!”
“사람들 잘 보이게 벌려.”
민재가 고개를 앞으로 까닥였다. 무심한 듯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학생 중 한 명과 눈이 맞았다. 민재는
어디서 났는지 모를 마이크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엎드린 선우가 바닥으로 기어가 마이크를 좆처럼 핥았다.
마이크를 핥을 때마다 야릇한 소리가 스피커를 큰 소리로 들렸다. 그것이 사실은 마이크가 아닌 부착형
딜도라는 사실을 선우는 알지 못했다.
단상 위에서 다리를 벌린 채 몸이 위아래로 붕붕 떴다. 민재의 좆이 노골적으로 선우의 구멍을 찢어 놓을
듯 범했다. 기분이 좋아서 날아가 버릴 것 같았다. 최근에 있었던 스트레스들이 아무런 저항없이
사라졌다. 민재는 끝내 선우의 안에 사정했다.
“흐, 으아… 으….”
무릎을 꿇은 선우가 손가락으로 구멍을 벌렸다. 벌어진 구멍 사이로 좆물이 흘러내렸다. 민재가 엉덩이를
때리자 구멍이 쫙 오므라들었다.
“아깝게 누가 흘리래?”
“죄송합니다. 아, 으아… 죄송합니다.”
“하던 이야기 계속해야지.”
“으, 응.”
선우는 마이크를 자신의 구멍에 집어넣었다.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귓가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처음 카페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새벽이 되자 사람이 확 늘어났다.
선우는 신경을 쓰지 않은 채 민재와 대화를 계속했다.
“커피는 어때?”
“진해서 좋아요.”
지난번에 카페도 그렇고, 민재는 자신의 취향을 꽤 잘 맞췄다. 요즘 들어 선우는 수호와 있는 시간이
지루했다. 시험 기간이라 더 그런 걸 수도 있었으나 수호와 하는 일이라고는 같이 점심을 먹고, 저녁에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는 게 전부였다. 드물게 섹스를 하긴 했으나 그것도 언제의 이야기인지, 방치를
당했을 때 이후로 섹스를 하면 할수록 질리는 것 같았다. 분명 수호와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설렐
때가 있었는데 요즘은 아니었다.
‘차라리 민재 형이…….’
더 낫지 않을까? 게다가 민재는 한성 그룹의 아들이라 들었다. 수호에게는 아버지의 사업이 잘 돼서
그렇다며 적당히 둘러댔으나, 민재에게는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선우는 민재와 대화를 하는 내내 열심히 바닥에 박혀 있는 마이크를 향해 엉덩이를 움직였다. 커피가
맛있긴 한데, 어딘가 2% 부족했다.

* * *

“…….”
책을 덮은 수호는 옆을 돌아봤다. 선우가 없었다. 집중하고 있었던 터라 언제 사라졌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분명한 건 자리를 비운 지 꽤 시간이 흘렀다는 점이었다.
밖으로 나온 민재는 휴대폰을 열었다. 휴대폰에 선우에게 문자가 와 있었다. 일이 있어서 한 시간 정도
자리를 비운다는 연락이었다.
“한 시간이 넘었는데?”
문제는 연락을 보낸 지 한 시간 반이 훌쩍 넘었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무슨 일인지는 말도 해주지 않았다.
수호가 아는 선우는 시험 기간에 이런 식으로 자리를 뜰 사람이 절대 아니었다. 전화를 걸어도 연락이
없었다.
바람도 쐴 겸 밖으로 나온 수호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사실상 흡연 구역이나 다름없는 공간에 수호와
얼굴을 아는 후배 둘이 담배와 커피를 마시며 떠들고 있었다. 수호가 후배 앞으로 다가갔다.
“너 강선우 알지?”
“아, 누구야?”
“우리 과 선배잖아.”
“아아, 맞네. 안녕하세요.”
“됐고, 혹시 주변에서 강선우 봤어?”
“선우요? 어……. 걔 시험 기간마다 도서관에서 밤샘하지 않나요?”
“잠깐만 과 톡에 물어봐야겠다.”
두 사람이 휴대폰을 꺼내 여기저기 톡을 보냈다. 잠시 후, 한 학생이 고개를 들었다. 여학생 하나가
민재와 선우가 동아리 방이 있는 구관으로 들어가는 걸 봤다고 했다.
“그렇다는데요?”
“근데 동방에 왜 가?”
“난들 아냐? 둘이 뭐, 할 말 있어서 간 거겠지. 근데 선우는 왜요?”
“몰라도 돼. 알려 줘서 고맙다.”
수호가 신경 쓰지 말라며 태연하게 등을 돌렸다. 두 사람은 멀어지는 수호를 보며 뻘쭘하게 담배를 입에
물었다. 구관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수호는 선우와 민재가 친하게 지내는 게 썩 불편했다.
형이라니. 선우가 자신 외에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친근한 목소리로 형이라는 단어를 쓴 걸 본 적이
없었다. 몇 번인가 민재에 관해 물어보긴 했으나 선우는 민재의 이야기를 할 때마다 아무것도 아니라며
화를 냈다.
“망할.”
동아리 방 주변을 돌아다녔으나 그렇다 할 만한 흔적은 없었다. 민재가 동아리에 들긴 들었던가? 선우도
딱히 늦은 시간에 동아리 방에 머물 정도로 동아리에 열정적인 학생은 아니었다. 돌아가서 연락해 보려던
순간 위로 위쪽 계단이 눈에 띄었다. 1 층과 지하에는 동아리 방이, 그리고 그 위층에는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강의실들이 있었다.
수호는 뭔가에 올린 듯 위층으로 올라갔다. 마치 폐 학교에 들어온 것처럼 복도는 조용했다. 괜히 들어
왔다는 생각에 등을 돌리려던 찰나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잘못 들은 건가? 주변을 둘러봤으나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휴대폰 손전등을 켜 더욱 안쪽으로 들어갔다. 이 안쪽에는 중형 강의실이
있었다. 강의실 문틈 사이로 불빛이 보였다.
“흐, 아읏….”
아주 짧은 순간, 여자인지 남자인지 알 수 없는 사람의 신음이 들렸다. 수호는 인상을 찌푸리며 강의실
문을 열었다. 단상 위로 휴대폰을 만지고 있던 민재가 고개를 들었다.
“뭐야?”
“너 이 시간에 여기서 뭐 해?”
“내가 뭘 하든 상관없지 않냐?”
휴대폰을 엎은 민재가 혀를 찼다. 안쪽 방에서 동기 하나가 얼굴을 내밀었다. 창고 쪽을 보고 온
모양이었다.
“어? 뭐야? 쟤도 불렀냐?”
“아닌데?”
“그보다 장비 확인했는데 쓸만하겠더라. 고맙다. 늦은 시간에 도와줘서.”
민재의 최면에 걸린 그가 아무렇지 않게 민재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혹시 몰라 망 좀 봐 달라며 최면을
걸어 놓은 게 정답이었다. 단상 밑으로 들어간 선우는 민재의 좆을 빠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래쪽에는
여전히 마이크가 들어가 있었다. 민재의 최면에 걸린 친구는 갑작스럽게 정해진 행사 때문에 쓸만한
강의실의 방송 상태를 체크하는 걸로 착각하고 있었다.
“혹시 강선우 못 봤어?”
“못 봤는데?”
“어, 그래. 늦은 시간에 고생한다.”
자신이 들었던 신음은 뭐지? 그렇다고 해서 대학생이나 됐는데 몰래 떡 쳤냐고 물어보는 것도 웃겼던
수호는 한숨을 쉬며 강의실을 나갔다. 다만, 어째서인지 수호는 강의실을 나가기 전까지 단상 위에
떨어진 시계에서 눈이 떨어지지 않았다. 거리가 멀어 똑바로 볼 수 없는 게 흠이었다.
수호가 나가자 민재가 친구를 보며 말했다.
“‘너도 5 분 있다가 집에 가.’”
민재의 말에 친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가 나간 뒤, 민재가 선우의 입에 사정했다. 선우는 민재의
좆물을 한 방울도 남김없이 빨아 먹었다.
몸을 살짝 숙인 민재가 선우의 턱을 들어 올렸다. 처음 봤을 때는 말 안 듣는 길고양이 같았는데, 지금은
그냥 집에 두고 키우는 고양이 같아 사랑스러웠다. 민재의 손가락이 입안으로 들어왔다. 선우는
엄지손가락을 좆 빨듯 열심히 빨았다. 민재는 그제야 왜 이렇게 형들이 이 능력을 갖추고 싶어 했는지,
그리고 자신을 두려워했는지 알 것 같았다.
“주인이 개새끼보다 못하면 되겠어?”
세현의 주인은 강선우가 될 것이 뻔했다. 이쪽은 지긋지긋한 형제와 사촌들을 쓰러트려야 왕좌에 앉을 수
있다면 그에 비교해 선우는 손에 피를 묻혀준 아버지의 뒤를 얌전히 따라오기만 하면 됐다. 부럽다면
부러울 수 있는 인생이었으나, 재미라고는 조금도 없는 삶이었다. 민재는 처음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손에 넣은 기분이 들었다. 세현의 차기 회장이 될 사람이 이름도 모르는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좆을 탐하는
신세라니. 생각만 했을 뿐인데 가라앉았던 좆이 다시 섰다.
단상 밖으로 나온 선우가 바닥에 누워 다리를 벌린 채 마이크로 자신의 구멍을 이리저리 탐했다. 마이크를
타고 울리는 야한 소리가 멈추질 않았다. 그러나 이걸로는 부족했다. 민재의 발이 선우의 구멍에 박힌
마이크를 꾹꾹 눌렀다.
“아응, 응… 으아….”
“우리 선우, 이수호가 많이 걱정하는 것 같은데. 연락 안 해 봐도 돼?”
망할. 이수호라는 말에 선우는 미간을 구겼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나? 선우가 비틀거리며 휴대폰을
찾자 민재가 대신 선우의 휴대폰을 던졌다. 바닥에 엎드린 채 휴대폰을 확인했다. 그 사이 수호에게 꽤
많은 전화와 톡이 와 있었다. 수호에게 답장을 보내자
“형, 읏… 저 통화 좀 할게요.”
“알았어.”
민재는 선우의 허리를 잡아당겨 구멍에 자신의 좆을 넣었다. 몸이 흔들리며 몸이 조금씩 달아올랐다.
가쁜 숨을 내뱉은 선우가 수호의 전화를 받았다.
― 야, 너 어디야?
― 형. 으. 미안해. 나 읏, 생각보다 대화가 길어져서.
― 어딘데?
― 하, 학교 밖인데. 금방 갈게.
― 목소리가 좀 안 좋은데?
― 피곤해서 그래. 10 분 안에 으읍… 가, 갈게!
― 알았어. 빨리 와.
수호와 전화를 끊은 선우가 바닥에 이마를 댔다. 아래가 근질거렸다. 선우는 바닥에 떨어진 마이크를
주워 입에 넣었다. 요즘 마이크가 이렇게 나오는지는 모르겠으나 꼭 모양이 딜도 같았다. 윗 입과 아랫
입이 적절하게 자극이 되면서 선우를 달아오르게 했다.
“아, 으앙… 좋아요. 좆, 너무 좋아요… 흐아….”
고개를 들자 테이블에는 학생이 아닌 남자들이 잔뜩 서 있었다. 알아볼 수 없는 얼굴의 사내들에게는
커다란 좆이 달려 있었다. 그들이 전부 자신을 범해준다고 생각하니 발끝에서부터 온몸이 저렸다.
단상 위에서 선우는 민재의 좆을 받으며 정신없이 허리를 흔들었다. 민재가 선우의 안에 사정했다. 마치
흔적을 남기듯 한 방울도 남김없이 짜내 넣었다. 살짝 들린 엉덩이를 내리치자 감동에 젖은 선우가 몸을
경련했다. 민재는 몸을 일으켜 단상 밑에 쑤셔 박았던 선우의 옷가지들을 던졌다.
“선우야, 이제 가야지.”
“아, 네.”
선우가 시간을 확인했다. 아, 10 분만 있다가 간다고 그랬는데. 민재와 커피를 마시며 떠들다 보니 또 10
분을 넘겼다. 선우는 수호를 만날 생각을 하니 벌써 숨이 턱 막혔다. 복도로 나온 민재가 선우에게
당부하듯 말했다.
“‘다음 주 일요일, 형이랑 병원 가는 거 잊지 마.’”
“네. 그럼요.”
“가봐. 난 조금 있다 나갈게.”
“일요일에 봐요.”
꾸벅 인사를 한 선우가 비틀거리며 강의실 밖을 나왔다. 단상에 팔을 괸 민재는 선우가 나간 문을 가만히
응시했다. 정확히는 수호가 들어올 때의 장면을 떠올렸다.
민재는 달라진 선우의 모습이 꽤 마음에 들었다. 정말 강 부회장의 뒤를 이으려고 준비를 하는 것 같은,
이쪽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될수록 선우는 더욱 고독한 길을 걷게 될
것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느껴 왔던 그 감정을 민재도 모르지 않았다. 슬슬 달라붙어 있는 거머리를 떼긴
해야 할 것 같았다.

* * *

선우는 도서관으로 돌아왔다. 앉아서 공부하고 있던 수호가 고개를 살짝 들며 한숨을 쉬었다. 시계를
보니 선우가 말한 10 분은 훌쩍 지나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수호는 나가서 이야기하자며 손을 까닥였다.
아무 생각 없이 의자에 앉으려던 순간 엉덩이가 아렸다. 도저히 의자에 앉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던 선우는
수호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온 수호가 벽에 팔짱을 끼며 선우를 위아래로 훑었다. 선우의
손목에 있어야 할 시계가 없었다.
“너 시계는?”
“어, 손목에 있……어라?”
시계가 사라진 줄도 모르고 있었다. 어디 갔지. 붕 뜬 머리를 긁적인 선우가 한숨을 내 쉬었다. 도무지 1
억짜리 시계를 잃어버린 사람의 얼굴이 아니었다. 민재와 커피를 마실 때 시계가 무거워 잠깐 풀어 놓은
게 떠올랐다. 선우는 민재에게 톡을 보냈다.
「형 혹시 아까 커피 마실 때 제 시계 못 봤어요?」
「(사진)」
「이거?」
「일요일날 만나면 줄게 괜찮지?」
「yes.」
친히 이모티콘까지 보내 가며 답장을 보내자 민재에게 ‘귀엽네.’ 하는 대답이 왔다. 수호는 자신의
앞에서 큭큭거리며 톡을 하는 선우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손을 잡으려 하자 선우가 재빨리 뒷걸음질
쳤다.
“뭐야? 누군데?”
“아, 형. 왜 그래? 왜 남의 폰을 보려고 그래!”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은 선우가 노골적으로 짜증을 냈다. 괜히 민망해진 수호가 급하게 사과했다. 평소
먼저 휴대폰을 보여 줬던 선우와는 확실히 다른 태도였다. 함부로 보려 했던 것에는 변함이 없었다.
“미안하다.”
“아, 아냐. 나도 너무 예민하게 반응한 것 같아. 미안해.”
“그래서 이 시간에 누군데?”
“…….”
“뭐야? 왜 대답을 못 해?”
“미, 민재 형이야.”
“야, 강선우.”
최민재라는 단어에 수호가 짜증을 냈다. 이럴 줄 알았다. 선우도 민재와 수호가 같은 과지만 친하지
않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다. 팔짱을 낀 채 한숨을 푹 쉬는 수호에 선우는 어쩔 줄 몰라
눈치를 살폈다. 너무 눈치를 줬다고 생각한 수호가 표정을 좀 풀었다.
“뭔 톡을 한 건데?”
“시계……. 민재 형이 가지고 있대.”
“그걸 왜 걔가? 너 설마 최민재랑 같이 있었냐?”
“카페에서 만난 거야.”
“무슨 카페?”
“학교 밖에 카페라고 그랬잖아. 금방 들어간다고.”
수호는 선우의 말에 위화감을 느꼈다. 이런 위화감은 전에도 한 번 느껴 본 적이 있었다. 카페? 선우는
몰라도, 최민재는 구관의 강의실에 있었다. 그 뒤 10 분도 채 되지 않아서 선우에게 전화를 받았으니
시간상으로 말이 되지 않았다.
둘 중 누군가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당연히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선우가 분명했다. 최민재가
초능력자라도 되지 않는 이상 그 짧은 시간 안에 학교 밖에 있는 카페를 갈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수호는 그래도 선우를 믿고 싶었다. 그래, 자신이 민재를 발견하기 전에 선우와 수호가 만났을 수도
있었다.
“어디 카페인데? 그래서 왜 간 건데?”
“학교 밖에 있는 카페지 뭐야.”
“야, 학교 밖에 카페 어디?”
학교 밖에는 분명 24 시간 카페들도 있긴 있었다. 수호가 원하는 대답은 정확한 카페의 위치였다. 위치를
알아내면 정말로 선우가 그곳에 있었는지 확인해 볼 생각이었다. 수호의 질문에 선우가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어, 그…… 어디였지.”
“너 지금 나랑 장난해?”
“아니, 형. 그…….”
선우는 말을 흐렸다. 나한테 치매가 왔나? 분명 민재를 만나고, 학교 밖에 있는 카페를 갔다. 그
사실에는 변함이 없는데 어디 카페인지, 왜 갔는지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뭔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됐다. 떠올리면 안 될 것을 떠올려야만 할 것 같았다. 선우가 지끈거리는 머리를 움켜쥐었다. 수호는
그런 선우가 자신을 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너 지금 이상한 거 알지? 도대체 최민재랑 무슨 사이야?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냐?”
“…….”
“강선우, 씨발 누구랑 있었냐고! 너 대체 왜 이러는 거야!”
“형, 으윽… 나 머리가 너무 아파.”
“지금 너 나랑 장난해? 야, 잠깐만. 강선우? 선우야!!”
선우의 몸이 힘없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흐려지는 시야 속에서 보이는 거라고는 급하게 119 에 전화를
거는 민재의 모습뿐이었다. 손에 힘이 풀리며 완전히 의식이 끊어졌다.

* * *

“…….”
흰 천장이 보였다. 윙윙거리는 기계음과 함께 사람들의 발소리가 들렸다. 정신이 든 선우가 몸을 살짝
일으켰다. 마침 상황을 보러 온 간호사가 선우에게 다가왔다.
“학생, 일어났어요?”
잠이 덜 깬 선우는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수호의 말에 대한 질문을 생각하려던 찰나 머리가 미친 듯이
아팠다. 뭐 때문에 일이 이 지경이 됐는지 알 수가 없었다. 선우는 학교에 붙어 있는 대학병원 응급실로
실려 왔다. 약 두 시간 정도를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났다. 선우가 자신의 상태를 체크하고 있는 간호사를
힘겹게 불렀다.
“저기 그…….”
“네?”
“속이 안 좋아요, 그…… 우윽!”
침대 옆으로 고개를 돌린 선우가 헛구역질을 시작했다. 어디서 났는지 모를 파란 통에 미친 듯이 속을
게워 냈다. 뭔가에 눌린 것처럼 토가 멈추질 않았다. 멀리 보고 있던 교수 하나가 뛰어왔다. 그가 선우의
등을 토닥이며 어디가 아프냐고 물었으나 선우는 그 질문에 도무지 대답할 수가 없었다. 선우가
쓰러졌다는 말을 듣고 급하게 응급실에 도착한 강 회장은 정신없이 토를 하는 선우에게 뛰어갔다.
“선우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다시 두통이 도질 것 같았다. 물러나 달라는 의료진들 사이에 서 있는 아버지의
모습이 보였다. 사무실에서 졸고 있던 찰나 쓰러졌다는 말을 듣고 급하게 달려온 강 부회장의 차림은
선우가 봐 왔던 완벽한 모습과는 너무 달랐다.
영문을 알 수 없이 계속되는 구토에 다시 두통이 도졌다. 눈물인지 콧물인지 모를 게 정신없이 흘렀다.
멈추지 않는 속 울림에 선우는 미칠 것만 같았다. 결국, 아버지를 향해 손을 뻗었다. 보다 못한 강
부회장이 앞으로 나아가 선우의 손을 붙잡았다. 진심으로 걱정을 하는 듯 눈물을 흘리는 강 부회장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선우는 다시 한번 의식을 잃었다.

* * *

선우의 보호자가 들어 왔다는 말에 밖으로 쫓겨난 수호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선우의 아버지가
누구인지는 곧바로 알 수 있었다. 수호가 그에게 인사를 했으나, 그는 그런 수호를 본 척도 하지 않은 채
무작정 선우가 있는 침대를 찾았다.
깨어난 선우가 토를 하며 의식을 잃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을 때는 머릿속이 하얗게 질렸다. 바깥에 있는
의자에서 얼마나 앉아 있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선우에게 지병이 있는 건가? 갑자기 왜 이러는
거지? 선우는 괜찮은 건가? 오만 가지 의문이 교차하던 찰나, 응급실 문이 열리며 강 부회장이 밖으로
나왔다.
주변을 두리번거린 강 부회장은 수호의 앞에 섰다. 수호가 급하게 일어나 고개를 살짝 숙였다. 흘끗 본
강 부회장은 수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젊었다. 그리고 뭔가 함부로 대할 수 없는 포스 같은 게
느껴졌다. 선우는 아버지가 작은 사업을 한다고 말했지만, 시간에 쫓겨 급하게 달려오면서 무전기를 찬
보디가드를 대동하고 올 만한 사람이 도무지 작은 사업을 하는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강 부회장이 응급실 외벽을 보며 고개를 까닥였다. 나가서 이야기를 좀 하자는 뜻이었다. 수호는 강
부회장을 따라 응급실 밖으로 나왔다. 희미하게나마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강 부회장은 수호를
데리고 장례식장 입구 근처에 비치된 흡연 구역으로 들어갔다. 병원에서 흡연할 수 있는 구역은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강 부회장이 담배를 입에 물자 옆에 있던 남자가 불을 붙였다.
“하아.”
강 부회장은 수호를 앞에 두고도 마치 없는 사람인 양 한숨을 내 쉬었다. 수호는 투명 인간 취급을 당해
기분이 좋지 않았으나, 옆에 있는 사람들은 수호가 있어 한숨 정도로 끝이 났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담배
하나를 다 피울 때까지도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 강 부회장은 결국 말없이 두 번째 담배를 입에 물었다.
두 번째 담배를 입에 물 때 즈음 생각이 정리됐다. 선우의 이상은 눈앞에 있는 이수호라는 녀석이
신고했고, 신고 당시의 상황이나 일은 전부 차에서 보고를 받았기에 굳이 이놈에게 물어볼 가치조차
없었다. 문제가 있다면 그건 선우가 기절하듯 쓰러진 이후 당직의였던 신경외과 교수와 주고받은 대화였다.
‘내일 정밀 검사를 받아 봐야 알겠지만, 제 소견으로는 괜찮을 겁니다. CT 상 큰 이견도 없고요.
스트레스성일 가능성이 큰데. 최선을 다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다만…….’
평소 알고 지냈던 교수인 그는 강선우가 강민우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조용한 곳으로 민우를
데려 긴 그는 선우의 상태에 대해 다른 이야기를 해 줬다.
‘거기도 큰 문제는 아닙니다. 일단은 알고 계셔야 할 것 같아서.’
어차피 내일 누군가가 강 부회장에게 전달해야 할 말이었다.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면 자신이 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그의 말에 강 부회장은 가볍게 어깨를 들썩였다.
‘입단속 가능합니까?’
‘단속할 게 없는데 뭘 해요.’
하품한 그가 다시 연락하겠다며 자리를 떴다. 자신이 누군지 알면서도 저런 태도를 보이는 사람은 싫지
않았다. 그 사이 강 부회장의 머릿속에 한 사람이 스치듯 떠올랐다. 응급실에 들어오자마자 자신을
알아보고 보호자용 명찰을 건네려 했던 청년이었다. 강 부회장은 모래에 남아 있는 담배를 껐다.
남자를 좋아하는 선우를 책망할 마음은 없었다. 사랑에 성별이 중요하겠는가. 다만 사랑도 분수가 있는
법이었다. 아무리 열렬히 사랑해도 이 지경인데, 동성의 관계는 두말할 필요조차 없었다. 짧은 시간이긴
하나, 최수호에 대해 간단하게 조사를 했다.
“난 긴말 안 해.”
“…….”
“그만 만나.”
가운을 입은 젊은 의사 하나가 강 부회장 쪽으로 다가왔다. 말을 하지 않아도 선우가 깨어났음을 알 수
있었다. 강 부회장이 응급실 방향으로 자리를 뜰 때까지 수호는 얼어붙은 채 아무런 말도,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강 부회장이 시야에서 사라진 뒤야 숨통이 트인 수호가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과 선우 사이에 처음으로 커다란 벽이 생긴 기분이었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학교에 다니는 내내 늘
학생들 사이에서 느껴 왔던 벽이 이제는 선우와 자신 사이에 세워졌다.

* * *

점심을 먹은 뒤 약속 장소로 나왔다. 역 근처를 두리번거리고 있자 외제차 한대가 다가왔다. 유리창을


내려 얼굴을 드러낸민재가 타라고 손짓을 했다. 선우는 조수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맸다.
“차 뽑았어요?”
“원래 있던 거야.”
거의 안 타고 다니긴 했지만. 시간에 여유가 있었던 민재는 안전속도를 지키며 운전을 했다. 집 앞
카페에서 사 온 커피를 한 모금 홀짝였다. 차 안으로 묘한 정적이 흘렀다. 민재는 그날 밤, 자신과
헤어진 뒤 선우가 병원에 실려 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선우는 건강 검진을 받아 보는 게 좋지 않겠냐는 강
부회장의 말에 괜찮아졌다며 적당히 거절했다. 다행히 강 부회장은 그런 선우에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선우야, 그…….”
“네?”
“아니다. 나중에 이야기해 줄게.”
신호가 바뀌자 민재가 다시 속도를 높였다. 달리 할 말이 없었던 선우는 의자에 머리를 기댔다. 피곤했던
터라 눈을 감기 무섭게 잠이 들었다.
“…야, 선우야.”
“아, 응. 네.”
민재가 몸을 흔들자 선우가 정신을 차렸다. 쓰러지듯 기절을 했다는 사실조차 눈치를 채지 못할 정도로
피곤했던 것 같았다. 하품한 선우가 비틀거리며 차에서 나왔다. 이른 오후의 햇살이 머리 위를 강하게
쬈다.
“아침 먹었어?”
“아, 아뇨.”
“간단하게 먹고 갈래? 별건 아니고, 이 근처에 괜찮은 샐러드 집 있어.”
“갈래요.”
사실 선우는 아침을 먹었다. 전에 살던 아파트야, 자신이 학교에 간 사이 아주머니가 청소하러 들어오긴
해도 혼자 살고 있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어 주말에는 밥을 굶기 일쑤였다. 혹은 집 근처의 식당이나
편의점에서 대충 때웠다. 아버지의 집에 들어가니 확실히 이런 부분에서는 편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그런데도 선우는 아침을 먹지 않았다며 거짓말을 했다. 그날, 새벽에 수호와 있었던 일도 있었지만, 최근
들어 수호에게 마음이 조금씩 떴다.
민재와 병원이 있다고 말해 준 건물 바로 건너편에 있는 샐러드 집으로 들어갔다. 주말임에도 일찍부터
영업을 하고 있었다. 샐러드라 그런지 아침을 먹고 왔어도 더 먹는 데 부담은 없었다. 선우는 샐러드에
있는 토마토를 포크로 찍었다. 토마토가 찌그러지며 포크에 있는 구멍 사이로 물들이 튀어 올라왔다. 그
모습이 꼭 자신의 처지 같았다.
“선우야, 너 아직도 이수호랑 만나?”
“만나긴 하는데, 요즘 그냥 그래요. 왜요?”
“후, 내가 이런 말 하긴 좀 그런데 안 만나는 게 좋겠다.”
“……네? 어, 왜요?”
민재가 휴대폰을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민재의 휴대폰에는 사진이 하나 있었다. 자신이 낯선 남자의 좆을
물고 있는 사진이었다. 포크를 쥐고 있던 선우의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서, 선배 이거 어떻게…….”
“일단 내가 아는 분한테 부탁해서 지울 수 있으면 지워 달라 그랬어.”
“지우다뇨? 설마 퍼진 거예요?”
“많이는 아니야.”
“그, 그거랑 수호 형이랑 무슨 상관이에요?”
“확실하진 않으니까 티는 내지 말고, 우선 검사받고 이야기해 보자.”
“알았어요. 후.”
선우는 앞에 놓인 아이스티를 한 모금 마셨다. 아이스티의 단맛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샐러드를 전부 먹은 뒤, 민재와 함께 병원으로 들어갔다. 한 층 전체를 사용하고 있는 병원으로 내부
또한 작지는 않았다. 주말이라 그런지 확실히 조용한 감이 없잖아 있긴 했다. 선우는 자신 때문에 출근을
한 의사 선생님에게 괜히 미안해졌다. 원장실로 들어가기 직전 민재가 선우의 팔을 붙잡았다.
“형? 왜 그러는… 으읍….”
민재가 자연스럽게 선우와 혀를 섞었다. 선우의 눈이 빨갛게 변하자 민재는 붙잡았던 팔을 내려놓았다.
민재와의 키스가 어색하지 않았던 선우는 아무렇지 않게 문을 두드렸다. 안쪽에서 들어 오라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널찍한 진료실이 나왔다. 이런 넓은 병원을 쓰는 의사는 어떤
사람인가 궁금했는데, 의외로 평범한 의사였다. 민재와 아는 사이는 맞으나 민재는 이미 그에게 마인드
컨트롤을 시켜 놓은 뒤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선우가 의자에 앉았다.
“이야기 들었습니다. 어디서 말은 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아, 감사합니다.”
“안쪽에 탈의실 있으니 아래만 갈아입고 오세요.”
“네.”
선우는 의사가 시키는 대로 안쪽에 있는 탈의실로 들어갔다. 탈의실의 선반 위에 비닐로 포장이 된 바지가
있었다. 옷을 벗은 뒤 바지를 입었다.
“어, 음…….”
원래 이런 건가? 바지의 앞과 뒤에 동그란 구멍이 나 있었다. 구멍 사이로 성기를 집어넣으니 엉덩이
쪽이 훤히 드러났다. 맞게 입은 거겠지. 옷을 챙겨 입은 선우는 진료실 밖으로 나왔다. 의사야 그렇다
쳐도 민재 앞에서 이런 옷을 입은 게 살짝 부끄러웠다. 쭈뼛거리며 두 손으로 다리 사이를 가렸다.
의사를 따라 안쪽으로 들어갔다.
“편하게 있으시면 됩니다. 금방 끝나요.”
“네.”
의자에 누운 선우는 의사가 시키는 대로 다리를 벌려 위로 올렸다. 민재는 벽에 기대 이 모든 상황을
담담하게 보고 있었다. 선우는 의사와 민재가 아는 사이라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엉덩이 구멍 사이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젤이 떨어졌다. 이내 구멍 안으로 장갑을 낀 듯한 손가락이 들어
왔다.
“살짝 부은 것 같은데. 관리는 매일 하고 있는 거 맞아요?”
“흐, 읏… 네. 매일, 그, 씻고 난 후에.”
의사라 그런지 손가락이 익숙하게 선우의 전립선 근처를 쿡쿡 찔렀다. 아래를 내려다보기가 부끄러웠던
선우는 천장을 보며 올라오는 신음을 참았다. 그때 이후로 계속해서 꿈을 꾸긴 했지만, 정말로 자신이
그런 일을 당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시간도 좀 흐른지라 아직 뭐가 남아 있을 거라는 생각은 별로 안
들었다.
의사의 손이 노골적으로 움직였다. 손가락이 앞뒤로 움직일 때마다 찌걱거리며 듣기 힘든 소리가 났다.
발을 올린 부분이 더욱 넓게 벌어졌다. 목 뒤로 넘어간 시야로 벽에 있는 민재가 보였다. 선우와 눈을
마주친 민재가 의사 선생님의 뒤로 자리를 옮겼다. 민재의 시선이 닿자 선우는 더욱 부끄러워졌다.
“아, 으응… 응….”
“괜찮아요. 소리 내는 거 이상한 게 아니니까.”
민재의 마인드 컨트롤에 걸린 선우는 의사의 말이라면 무조건 신뢰를 했다. 선우가 노골적으로 신음을
흘렸다. 아랫배가 묵직하며 뜨거운 게 훅, 하고 올라왔다. 선우는 뒤늦게 자신이 구멍에 손가락을
휘저어진 그것만으로 사정했다는 걸 깨달았다. 남자는 전립선으로 사정을 할 수 있긴 해도, 그게 이렇게
쉽게 되는 거였나? 당황하는 선우와 다르게 의사나 민재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함이 없었다. 선우는 이
상황이 무척 혼란스러웠다. 자신의 상식이 잘못된 건가? 손가락을 빼낸 의사가 장갑을 버렸다.
“사정을 한 걸 보니 큰 이상은 없네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다른 검사도 해 볼게요.”
“아, 네.”
사정해야 정상이었던 건가 보다. 선우가 납득을 하기 무섭게 의사가 민재를 바라봤다.
“민재 씨, 좀 도와주시겠어요? 선우 씨, 같이 오신 민재 씨가 남아 있는 검사 도와줄 건데 괜찮죠?
오늘은 간호사가 없어서.”
“괜찮아요. 그런데 무슨 검사예요?”
“늘 하시던 구멍 검사요.”
“그런 거라면 뭐.”
이미 민재에게 검사받은 적도 있었으니까. 오히려 의사에게 받는 그것보다야 거부감이 덜했다.
민재가 입고 있던 바지를 내렸다. 벌어진 다리 사이로 민재의 커다란 좆이 보였다. 고작해야 검사인데,
민재의 좆을 본 순간 선우는 괜히 침이 넘어갔다. 이게 다 그 이상한 꿈 때문이었다. 민재의 좆이 선우의
구멍 근처로 다가왔다. 귀두가 살짝 닿았을 뿐인데도 벌써 구멍 근처가 화끈거렸다. 민재의 좆이 구멍
안으로 미끄러지듯 들어 왔다. 구멍이 내벽을 긁자 선우의 입 안으로 침이 고였다. 의사가 선우의 머리
쪽으로 올라왔다.
“느낌이 어때요?”
“아, 으아, 커… 커요. 그리고 흐, 맛있어요.”
아랫배에 힘을 준 선우는 민재의 좆을 끊어 먹을 듯 잘근잘근 씹었다. 민재가 선우의 구멍에 좆을 끝까지
밀어 넣었다. 좆이 완전히 들어오자 선우의 머리 위로 별이 튀었다. 의자에 누운 채 선우가 엉덩이를
정신없이 흔들었다.
“좆 넣기 무섭게 발정 난 거 보니까 아직은 괜찮네요. 그러면 안에다가 한번 싸 보실래요?”
“아응, 읏, 그럴게요.”
민재가 선우의 허벅지를 잡아당겨 좆을 깊숙이 찔러 넣었다. 질퍽거리는 소리와 함께 커다란 좆이 몸 안을
거칠게 헤집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입안이 벌어지며 혀가 간지러웠다. 혀뿐이 아니었다.
몸이 흔들릴 때마다 셔츠에 유두가 조금씩 쓸렸다. 고개가 뒤로 넘어간 선우는 노골적으로 의사의 다리
사이를 바라봤다. 저 바지 안쪽에는 또 다른 좆이 있을 것이었다. 그 좆이 자신의 입을 범해준다면 남아
있는 욱신거림이 좀 사라질 것만 같았다.
“하, 으앙, 으… 아응….”
“선우 씨, 벌써 이렇게 잘 느껴서 검사 어떻게 받으려고 그래요. 제 좆 물고 싶은 듯이 쳐다 보고
계시는데.”
그가 선우의 입술 근처로 손가락을 올렸다. 입을 벌린 선우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남자의 손가락을
정신없이 빨았다. 그 사이 민재가 선우의 안에 사정했다. 쏟아져 나온 정액이 선우의 내벽에 골고루
스며들었다. 민재가 좆을 빼내자 구멍 사이로 흰 물이 뚝뚝 떨어졌다. 의사가 선우의 구멍을 찬찬히
살폈다. 이제 된 건가? 좆이 빠진 구멍과 허벅지 살이 미세하게 떨렸다.
“좆물 잘 받으시네요.”
“흐, 아… 네.”
“이제 앞이랑 뒤랑 동시에 검사할 건데, 힘들면 말해요. 좀 쉬고 할 수도 있어요,”
“아뇨, 괜찮아요.”
기왕 하는 검사 빨리 끝을 내고 싶었다. 선우의 말에 민재가 다시 구멍을 좆에 넣었다. 좆이 빠져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큰 거부감은 없었다. 몸이 아래쪽으로 훅 당겨지며 좆이 전립선 근처를 쿡쿡 찔렀다.
“민재 씨, 선우 씨 몸 좀 돌려주시겠어요?”
의사의 말에 민재가 선우의 발을 내린 뒤 몸을 돌렸다. 의자 위에 엎드린 선우가 고개를 들었다. 바지를
내린 의사가 자신의 좆을 두 손으로 쥔 채 다가왔다. 몸이 크게 흔들리며 앞으로 쏠렸다. 다리 사이로
얼굴을 묻은 선우는 입을 벌려 의사의 좆을 물었다. 텁텁했던 입안에 살덩이가 들어왔다. 의사가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선우의 구멍이 민재의 좆을 꽉 물었다. 보다 못한 민재가 선우의 엉덩이를 떼렷다.
“흐아, 응….”
“선우야, 좀만 힘 빼.”
“아, 네… 읏… 저도 모르게 그랬어요. 으읍….”
엉덩이에 힘을 풀자 민재의 좆이 다시 피스톤 질을 시작했다. 블라인드 창문 너머로 오후의 햇살이 들어와
세 사람을 비췄다. 의사가 허리를 움직여 선우의 입안을 쿡쿡 찔렀다. 입안으로 조금씩 흰 액채가 묻어
나왔다. 선우가 기침하려 하자 위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좆물 다 마셔야 하는 거 알죠?”
“으응, 읍… 읏….”
목이 타들어 갈 것 같았다. 의사의 커다란 좆이 움찔거리더니 선우의 안에 사정했다. 좆이 정액을 뱉어낼
때까지의 울렁임이 너무나 생생하게 느껴졌다. 목 끝이 칼칼했다. 좆이 빠져나오기 무섭게 민재가 선우의
팔을 잡아당겼다. 몸이 위아래로 흔들리며 딱딱한 좆이 몸 안을 구석구석 헤 짚었다. 몸이 축 늘어지자
민재가 선우의 안에 사정했다. 미끈거리는 좆물의 감촉에 선우의 머리 위로 별이 튀었다. 선우는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좆물을 오래 머금고 있고자 엉덩이를 살짝 들었다.
“좆물을 받는데도 문제가 없는 것 같네요. 다음은 좆이 잘 느끼는지 확인할 거예요. 다시 다리
벌리세요.”
“으, 네.”
민재의 마인드 컨트롤에 걸린 선우는 지금 하는 모든 일이 순전히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로
알고 있었다. 몸을 돌린 뒤 다시 다리를 벌렸다. 의사가 잔뜩 흥분한 선우의 좆을 쥐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막대기 같은 게 요도로 들어왔다.
“아응, 자… 잠깐… 이렇게까지 읏, 할 필요 있어요?”
“하는 김에 전부 봐 드릴게요.”
“으, 읏… 네….”
자신 때문에 주말에 쉬지도 못하고 출근한 의사를 생각한 선우는 마지못해 검사하기로 했다. 막대기가
다른 구멍을 꽉 막고 있는 느낌이 어딘가 좀 이상했다. 의사가 손끝으로 막대기를 툭툭 건드렸다.
“다 들어간 것 같네요.”
“아, 으앙… 응…….”
막힌 건 요도인데 이상하게 다른 구멍이 간지러웠다. 의사가 또 다른 뭔가를 가지고 왔다. 진동형 자동
딜도였다. 선우의 눈에는 그저 평범한 의료 기구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의사가 선우의 구멍 근처로
핑크빛 딜도를 밀어 넣었다. 뜨거운 좆과는 다르게 차가운 느낌이 사실상 썩 마음에 드는 감촉은 아니었다.
그가 버튼을 누르자 딜도가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며 피스톤 질을 시작했다.
“아, 으….”
딜도의 움직임은 참을 만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꽉 막힌 요도 입구와 좆이 간지러웠다. 의사는 선우의
옆에 디지털 타이머를 올려놓았다. 딜도의 움직임이 점점 빨라지는 것 같았다.
“민재 씨, 옷 좀 벗겨 줄래요?”
“아응, 응… 네?”
“유두 검사도 같이 해야죠.”
“선우야, 하는 김에 전부 하자. 응?”
“흐앙, 응… 아, 으… 알겠어요.”
민재의 설득에 선우는 팔을 위로 넘겼다. 입고 있던 셔츠를 벗자 붉은빛이 감도는 유두가 드러났다. 머리
위로 올라온 의사가 두 손가락으로 유두를 문질렀다. 요도가 꽉 막인 데다가 딜도가 박는 속도마저 점점
빨라지니 봉긋하게 솟은 유두만으로도 미칠 것 같았다.
어느 지점에 다다르자 온몸이 축 하고 늘어지며 엄청난 자극이 몰려 왔다. 드라이 오르가즘에 제대로 된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딜도는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고, 막혀 있는 요도구 근처로 묽은 액채가
조금씩 새어 나왔다. 의사가 선우의 유두에 뭔가를 집었다.
“읏, 으… 악!”
살이 집히는 고통에 선우가 신음을 흘리자 의사가 선우를 달랬다.
“처음에만 좀 아파요. 참을 수 있죠?”
“하, 으…… 아응… 네….”
이제 와서 못 하겠다고 할 수도 없었던 선우는 눈물을 머금으며 고통을 참았다. 양쪽 유두에 똑같이
갈색의 집게를 달았다.
“10 분 있다가 올 건데, 검사받는 동안 움직이면 안 되니까 손이랑 묶어 놓을게요. 밖에 있을 테니 무슨
일 있으면 불러요.”
“네, 으아… 아응….”
의사의 손이 선우의 좆을 부드럽게 만졌다. 안 그래도 사정을 할 수 없었던 선우의 좆은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빨갛게 부풀어 올랐다. 온몸의 피부가 강제로 당겨진 느낌이었다. 의사가 요도
막대기에 있는 버튼을 눌렀다. 막대기가 안쪽에서부터 진동하고 있었다.
“잠… 으아, 읏….”
“10 분 뒤에 올게요.”
“선우야, 이따 봐.”
그만하고 싶다는 말이 나오기도 전에 민재와 의사가 밖으로 나갔다. 홀로 남겨진 선우는 숨을 헐떡였다.
10 분이 도무지 10 분 같지 않았다. 윙윙거리는 소리와 거칠어지는 숨소리가 교묘하게 섞였다. 선우는
뒤늦게 유리창 너머로 자신의 모습이 전부 보인다는 걸 깨달았다. 일요일이라 사람이 없긴 하겠지만,
건물 너머가 신경 쓰여 미칠 것 같았다.
“흐아. 으아… 응….”
시간이 지날수록 엉덩이가 아팠다. 이런 딜도가 아닌 진짜가 쑤셔 주길 원했다.
선우는 입을 벌리며 정신없이 헉헉거렸다. 점점 자신의 내벽을 긁는 게 딜도가 아닌 낯선 남자의 좆으로
느껴졌다. 몸이 약간 틀어진 탓에 딜도가 영 이상한 곳을 찌르기 시작했다. 애가 탄 선우는 손이 묶인
채로 엉덩이를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럴 때마다 유두가 욱신거리며 좆이 정신없이 흔들렸다.
“으, 아, 으앙… 응….”
넓은 진료실 안이 후끈 달아올랐다. 삐삐, 삐빅, 삐삐. 10 분이 지났다는 알림이 정신없이 울렸다.
선우는 자신이 어떻게 10 분을 버텼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돌아온 의사가 선우의 요도에 박혀 있는 스틱의 진동을 껐다. 요도 스틱을 빼내기 무섭게 쌓여 있던
정액이 배 위로 쏟아져 나왔다. 집게가 떨어져 나간 유두가 얼얼했다. 딜도까지 사라지자 몸이 막 사정한
좆처럼 축 늘어졌다. 숨을 쉬는 것 외에는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고개를 살짝 들자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민재가 보였다. 이 구도, 언젠가 한 번 경험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검사 결과 나올 때까지 한 20 분 정도 걸려요.”
“그러면 선우 뒷정리는 제가 할게요. 선우야, 괜찮지?”
“읏, 네.”
고개를 숙인 선우는 자신의 차림을 살펴봤다. 엉덩이에 덕지덕지 발라진 젤 하며, 배 위로는 쏟아낸
정액이 잔뜩 묻어 있었다. 의사가 안쪽 방으로 들어갔다. 선우의 몸 위로 수건이 닿았다.
“고생했어.”
민재의 커다란 손이 땀에 젖은 선우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었다. 무슨 검사를 어떻게 했는지는 하나도
기억이 안 나는데, 고생했다는 말 한마디와 함께 이마를 만지는 손이 무척 기분이 좋다는 것만큼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수건이 선우의 몸을 구석구석 닦았다. 손이 닿기 시작하자 다시 아래쪽이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이젠 딜도만으로는 갈 수 없는 몸이 되어 버린 것 같았다. 선우는 머뭇거리며
민재를 불렀다.
“혀, 형….”
“응?”
“읏, 저, 그… 제 구멍 아, 안쪽도 형의 좆으로 쑤셔 주세요.”
“구멍검사는 아까 했잖아.”
“안쪽이 으, 간질거려서 미칠 것 같아요. 제발. 좆물 넣어 주, 주시면 안 돼요?”
“우리 선우는 좆을 좋아하는구나.”
“저는, 응, 발정 난 암캐니까요.”
선우의 애원에 민재가 마지못해 입고 있던 바지의 버클을 풀었다. 절그럭거리는 소리 하나가 선우를
미치게 했다.
“다리 이쁘게 벌려.”
“아응, 읏!”
민재의 좆이 구멍 안으로 빨려 들어가듯 들어 왔다. 벌어진 내벽을 가득 메우는 좆에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도대체 언제부터 자신이 좆에 환장한 사람이 되어 버렸는지 알 수가 없었다. 고개를 숙이자
엉덩이 사이로 민재의 좆이 내벽을 긁는 게 보였다. 진료실 안에서 맨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 * *

“윽….”
선우는 눈을 떴다. 고개를 돌리자 휴대폰을 하는 민재가 보였다. 멍하니 일어나 주변을 둘러봤다. 검사가
끝난 뒤 이상하게 피곤해 잠이 들었던 것 같았다. 눈을 비비며 하품을 했다.
“저 얼마나 잠들었어요?”
“한 십 분 정도.”
“아, 그래요? 형, 미안해요. 계속 신세만 지는 것 같아서.”
“됐어, 그럴 수도 있지. 아, 저기 부른다.”
문을 열고 얼굴을 내미는 의사에 두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료실 안으로 들어간 선우는 차분히
의사의 이야기를 들었다. 검사 결과 큰 문제는 없다고 했다. 의사의 말 한마디에 마음 한구석이 조금
편해졌다. 의사는 선우에게 새거나 다름없는 진동형 에그를 건넸다.
“대신에 앞으로 잘 때는 꼭 이거 넣고 주무세요. 진동은 너무 세게 하실 필요는 없어요.”
“알겠습니다. 감사해요.”
선우는 두 손으로 진동 에그를 챙겨 나왔다. 병원을 나오니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아침에
샐러드까지 먹어서 그렇게 배가 고프지는 않았다. 선우는 지하 주차장에 있는 민재의 차에 탔다. 병원에
나오니 또다시 샐러드를 먹기 전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형, 그……. 아까 수호 형이요. 무슨 이야기예요? 게다가 그 사진……”
“그게, 아직 확실하진 않은데. 우선 이거부터 볼래?”
“네?”
민재가 선우에게 다시 휴대폰을 내밀었다. 검은색 화면에 재생 버튼, 호텔 방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게
만들기에는 더없이 충분했다. 속 울렁임을 참은 선우는 소리를 끈 뒤 버튼을 눌렀다. 예상대로 그것은
섹스 동영상이었다. 어디서 본듯한 모텔방, 그리고 낯선 남자가 아닌 수호와 섹스를 하는 자신의 모습이
찍힌 동영상이었다. 그날, 모텔 방에는 자신과 수호 둘밖에 없었다. 선우는 영상을 찍은 기억이 없었으니
영상을 찍은 사람은 안 봐도 뻔했다. 선우의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이수호는
이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럼 대체 누가 이 영상을 찍었단 말인가.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몰라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민재는 영상을 어디서 찾은 거지?
“혀, 형. 이거……”
“선우야, 사실은 말하지 않은 게 있는데. 사실은 나도 게이야. 그러니까 그……. 너 좋아했는데, 네가
수호랑 사귀고 있어서 티를 안 낸 것뿐이야.”
파랗게 질린 입술이 떨렸다. 선우도 어느 정도 예상을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민재의 친절은 평범한
선배의 친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과했다. 선우는 민재의 고백보다 이 영상의 출처를 알고 싶었다.
“내가 가끔 들르는 커뮤니티에서 찾은 거야.”
“아, 커뮤니티요?”
“응. 나도 처음에는 잘못 본 줄 알았어. 아직 많이 퍼진 건 아닌 것 같은데. 나도 이수호가 그런 사람인
줄 몰랐다. 이건 내가 어떻게든 할게. 그리고 너 지난번에 말 한 강의실이랑 나랑 술 마시고 돌아갔을
때.”
“그때가 왜요?”
“그때 정말 아무 일도 없었어?”
“그, 안 좋은 일…….”
“그거 말고 또 기억나는 거 없었는지 묻는 거야. ‘이수호 만났잖아.’”
민재와 눈을 마주친 선우가 멍하니 머리를 굴렸다. 민재의 얘기를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했다. 그
뒤에 분명 이수호와 만났다. 선우는 손등으로 이마를 짚었다. 아, 왜 여태껏 그걸 기억하지 못했을까?
머릿속이 엉킨 듯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어쨌든 만나긴 만난 것 같았다.
“그 뒤에 무슨 일이 있었어? 정말 아무 일도 없었어?”
민재의 추궁에 선우의 머리가 다시 혼란스러워졌다. 제가 뭔가를 놓치고 있었나?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하니 조금씩 기억이 선명했다. 민재가 말 한 동아리방에 전공 책을 두고, 거기서 수호를 났다.
그다음에 그런 일을 당했던 것 같았다. 민재와 술을 마셨을 때도 비슷했다. 별일이 없다며 수호와 통화를
하고, 술에 취한 것 같다며 얼굴을 보자고 했다. 정확하게는 기억이 안 나지만, 수호의 짓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수호가 이런 영상을 유포했을 리가 없었다. 선우가 혼란스러운 듯 머리를 싸맸다.
“서, 설마… 수호 형이 그랬을 리가 없어요.”
“나도 처음에는 못 믿었어.”
“아무리 그래도…… 형. 이건 아니잖아요!”
자신이 이수호는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스스로가 게이라는 걸 알고 게이바에 들어갈 용기는 있었으나,
정작 그곳에서 누군가와 하룻밤을 할만한 배짱은 없어 칵테일만 홀짝이는 그냥 그런 대학생이었다. 그
때문에 더 끌렸던 걸지도 모른다. 사랑은 아니었을지언정 수호가 불편하거나 싫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누군가와 하룻밤을 보낼 만한 자신도 없는 남자가 어떻게 애인의 동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뿌리고,
모르는 사람에게 자신을 범하게 만든단 말인가.
“설마, 그…… 호텔에서도…….”
“호텔? 무슨 호텔?”
“아. 그게…….”
“뭔데? 빨리 말해 봐.”
민재의 재촉에 머뭇거리던 선우는 호텔 방에서 낯선 남자에게 협박을 당했던 때의 이야기를 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다른 방에 들어간 뒤에도 안 좋은 일을 당했던 것 같았다. 선우의 말을 들은 민재가
한숨을 내 쉬었다. 유리창 문을 살짝 내린 뒤, 담배를 입에 물었다.
“저, 저도 피워도 돼요?”
“줄까?”
선우가 원래 담배를 피웠던가? 그런 걸 마인드 컨트롤을 한 적은 없었다. 민재가 담배 케이스를 살짝
내밀재 선우는 손을 저었다.
“제 거 피울게요.”
선우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냈다. 담배를 입에 무는 걸 보니 한두 번 피운 솜씨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담배를 끈 민재가 차량의 시동을 켜고 에어컨을 틀었다.
담배 연기가 조금 가시자 민재가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둘 사이로 불편한 침묵이 이어졌다. 중간중간
뭔가 비어 있는 듯한 느낌이 있긴 해도, 정황상 자신에게 해코지할 사람은 수호밖에 없었다.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던 중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호텔 일이야 그렇다 쳐도, 민재는 마치 자신이 수호를 만난
걸 알고 있는 사람처럼 추궁했다.
“형은 제가 그, 동아리방이랑 술 마시고 수호 형 만난 거 어떻게 알았어요?”
당황스러워하는 선우의 말투에 민재가 가볍게 웃으며 어깨를 들썩였다. 민재는 강의실에서 선우와 처음
만났을 때를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강 부회장이든 누군가에게 자신이 누군지, 어떤 사람인지 언질을
받았을 것이 틀림없었다. 그건 어색함이 아니라 두려움이었다.
“너 내가 누군지 알잖아.”
“아, 어……. 네.”
한성 그룹의 삼남, 최민재. 선우는 강 부회장이 왜 첫째와 둘째도 아닌 셋째를 경계하는지까지는 알 수가
없었다. 고개를 살짝 숙여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선우의 태도는 딱 봐도 더 할 말이 있어 보이는 사람의
태도였다.
“형, 사실은 저도 할 말이 있는데.”
“알아. 너 세현그룹 강 부회장의 혼외자지? 이혼 소송 끝나면 그 집으로 들어갈 거고. 이미 이사했다고
들었는데?”
“맞아요. 다 알고 계시네요.”
“너도 나중에 다 경험하겠지만, 이 바닥 소문 도는 거 순식간이야. 그리고 대한민국은 네 생각보다 훨씬
좁고.”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알 거라는 건 어느 정도 짐작을 했기 때문에 크게 놀랍지는 않았다. 문제는
영상이었다. 아직 이혼 소송도 채 끝나지 않았는데 이런 식으로 강 부회장의 이름에 먹칠을 할 수는
없었다.
“영상 어, 어떻게 하죠? 형 도와주세요. 정말 아버지 귀에 들어가면 안 돼요.”
아버지가 이런 일로 화를 낼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게 아버지에게 걸리고 싶다는 이야기 또한 아니었다.
선우는 꽤 필사적으로 민재에게 매달렸다. 왜인지는 몰라도 민재라면 일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호기심에라도 남자를 만나는 게 아니었나? 다 자신이 잘못 같았다.
“선우야, 진정해. 영상은 내가 사람 시켜서 내릴 수 있는 한 내려 달라고 부탁했어.”
“아, 형. 진짜… 끅, 진짜 감사해요.”
“집에 데려다줄게. 시험 기간이잖아.”
시험 기간이라는 말에 다시 숨이 턱 막혀 왔다. 공부하긴 해야 하는데, 이 상황에서는 집에 간다 해도
공부가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무엇보다 맨 얼굴로 집에 들어갈 자신이 없었었다. 민재가 차의
시동을 걸었다. 차량이 지하 주차장에서 지상으로 올라오자 선우가 재빨리 입을 열었다.
“형 그……. 형 집에 가도 돼요?”
당장은 집에 가고 싶지 않았다. 굳이 말하자면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선우가 운전석에 있는
민재의 옷자락을 꽉 붙잡았다. 다른 사람도 아닌 수호가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칠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다.
“그래, 알았어.”
민재가 자신의 집 방향으로 차를 돌렸다. 그 사이 선우는 휴대폰을 열었다. 수호에게 연락해 봐야 하냐?
톡을 보내야 하나? 그런데 당장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차량이
신호에 걸리자 민재가 선우의 휴대폰 위로 손을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우선은 가만히 있어.”
“아, 알았어요.”
선우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구겨 넣었다. 차량에 짐짝처럼 실려 민재의 집에 도착했다. 불과 한 달이 좀
넘은 사이 선우는 민재의 집에 완전히 익숙해졌다. 매주는 아니더라도 이주에 한 번 정도 시간이 될
때마다 민재의 집에 와서 과외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과외가 성적에
도움이 됐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선우는 민재와 과외를 하는 그 시간이 무척 즐거웠다는 것밖에 기억에
남았다. 민재는 다소곳이 소파에 앉아 있는 선우에게 말을 걸었다.
“마실 것 좀 줄까?”
“네, 좋아요.”
“잠시만 기다려.”
잠시 후, 부엌으로 들어간 민재가 얼음이 담긴 아이스티를 가지고 왔다. 목이 탔던 선우는 그 자리에서
아이스티를 절반 넘게 비웠다. 목을 축이고, 이후 일을 생각하니 앞길이 캄캄했다. 그래도 뭐, 분명 한
건 있었다.
“수호 형이랑 헤어질게요.”
“그래, 그러는 게 좋을 것 같다. 동영상이랑 그런 건 나한테 맡겨. 최대한 도와줄 수 있는 데까지
도와줄게.”
“형, 진짜 저……. 저한테 왜,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어요.”
선우는 두 손으로 머리를 싸맸다. 확실히 몸이 예전 같지 않았다. 환경 변화에 의한 스트레스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일이 터지니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았다. 선우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보다
못한 민재가 자리를 옮겨 선우의 어깨를 토닥였다. 민재의 손길이 닿기 무섭게 참아 왔던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한참을 울던 선우는 민재가 주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빨갛게
퉁퉁 부어 쓰라렸다.
“다 울었어?”
“네, 흑… 형.”
“선우야, 이런 상황에서 이런 말 하는 거 좀 그렇다는 거 알고 있는데. 나는 어때?”
민재의 커다란 손이 선우의 손목을 붙잡았다. 이상했다. 처음 봤을 때는 이유 없이 민재가 불편했는데,
수호에게 마음이 멀어진 지금은 누구보다도 민재가 좋았다. 종일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시험 기간만 되면
예민해지는 수호보다 차라리 이쪽이 나을지도 몰랐다. 아직 수호와 헤어진 것도 아니라 쉽사리 확답이
나오지 않았다. 선우는 남아 있는 아이스티를 전부 비웠다. 소파에 앉아 있는 엉덩이가, 몸이 간질거렸다.
아침부터 했던 병원 검사 때문이었다.
“형, 그러면 저랑 잘래요?”
“어. 응? 뭐라고?”
“저랑 자요.”
차라리 민재와 저질러 버린다면, 조금은 수호에 대한 마음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몸을 숙인
선우는 민재의 다리 사이에 손을 올렸다.
“너 괜찮겠어?”
“어, 어차피 형도 저 좋아한다면서요.”
그럼 못 할 건 없었다. 민재가 선우의 팔을 잡아당겨 침대 위로 내동댕이쳤다. 왜인지는 몰라도 아래로
푹 꺼지는 침대가 이상할 정도로 익숙했다. 윗옷을 벗은 민재가 선우의 위로 올라탔다. 커튼 너머로
오후의 햇살이 그대로 들어오고 있었다. 수호와는 다른 몸이 선우를 흥분하게 만들었다. 민재의 어깨에
팔을 두른 선우가 먼저 키스를 했다.
“으읍… 잠깐… 너….”
“응, 아… 형….”
선우의 눈이 원래대로 돌아오자 민재가 다급하게 선우의 입안으로 혀를 넣었다. 민재는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길게 키스를 했다. 마인드 컨트롤은 키스를 하는 행위 자체에 의미를 두기 때문에 키스를 길게 하는
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민재의 손이 선우의 옷 안으로 들어와 유두를 만졌다. 안 그래도 검사를 받고 난 뒤부터 옷에 퉁퉁 부은
유두가 쓸려 아팠던 선우는 금방 반응을 보였다. 넘어올 듯 말듯 허리를 움찔거리며 신음을 흘리는 선우를
본 민재가 속으로 웃음을 터트렸다.
“너, 귀엽네.”
“흐, 뭐야. 안 귀여우면 뭐에 반한 건데?”
“다른 거에 반했을 수도 있지.”
숨을 고른 선우는 침대의 시트를 꽉 쥐었다. 수호와 민재는 확실히 달랐다. 익숙하지 않은 남자와의
섹스에 괜히 흥분됐다. 헤어지는 거야 언제든 할 수 있는 거고, 법적으로 결혼을 한 것도 아닌데 까짓거
섹스쯤 무슨 대수겠는가.
선우는 침대의 시트에 엉덩이를 정신없이 비볐다. 병원을 나온 뒤부터 엉덩이가 간지러운 건 바이브
때문이었다. 휴대폰을 꺼낸 민재가 어플 하나를 클릭했다. 요즘은 성인용품도 참 좋은 것들이 많았다.
민재가 어플을 들어가 하트 모양의 버튼을 눌렀다. 휴대폰 속 하트가 흔들리자 동시에 선우의 몸이
움찔거렸다.
“흐, 아… 으앙….”
난데없이 엉덩이 안쪽이 아려왔다. 선우는 영문도 모른 채 느껴지는 울렁임에 몸을 뒤척였다. 그러면
그럴수록 제멋대로 울리는 진동이 선우를 미치게 했다. 마인드 컨트롤로 인해 자신의 안에 바이브 에그가
들어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선우는 이 진동이 그저 잔뜩 흥분한 자신의 과민
반응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라면 정말 제가 미친 거거나. 몸을 뒤척일 때마다 바이브가 이리저리
흔들리며 선우의 내벽을 헤집었다. 조금이라도 진동을 줄여보고 싶었던 선우는 엎드린 채 숨을 헐떡였다.
휴대폰을 옆으로 엎은 민재는 모르는 척 일관했다.
“선우야? 너 왜 그래?”
“혀, 형. 뒤, 뒷구멍 간지러워서 미칠 것 같아요.”
“그래서?”
간신히 몸을 돌린 허벅지를 잡아 엉덩이를 들었다. 수호와 섹스를 할 때는 이런 짓을 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선우도 이런 부끄러운 짓을 하는 타입이 아니었다. 그런데 왜지? 마치 한두 번 해 본 것
같지가 않았다. 안 좋은 일을 당한 것과는 별개로 허벅지를 잡아 다리를 벌리는 게 굉장히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흥분하기 시작한 선우가 거친 숨을 내뱉으며 민재에게 애원했다. 어차피 우리는 섹스를 하고
있으니까. 이 정도는 괜찮을지도 몰랐다.
“너 혹시 발정 났어?”
“으아, 으… 그런 것 같아요.”
“내가 어떻게 해 줄까?”
민재가 옷 위로 손을 올렸다. 밖으로 나올 뻔했던 바이브가 꽉 막혀 다시 안쪽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진동의 패턴이 바뀌자 선우가 또다시 숨을 헐떡였다. 간지러움을 참을 수 없었던 선우는 반쯤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침대 위에서 모든 옷을 벗었다. 개처럼 몸을 앞으로 숙인 선우가 엉덩이를 높이 들며 허리를
흔들었다.
“아… 으앙… 제 음란한 구멍 안에 으, 형의 커다란 좆 넣어 주세요!”
“검사받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괜찮겠어?”
“그래도… 안이, 간지러워 미칠 것 같아요.”
“우선 다리 벌려.”
선우는 시키는 대로 다리를 넓게 벌렸다. 젤 대신 로션을 손가락에 묻힌 뒤 선우의 구멍 근처로 가져다
댔다. 손끝에 있는 차가운 로션이 닿자 선우가 몸을 움찔거렸다. 민재의 손가락이 내벽으로 들어와
바이브를 툭툭 건드렸다.
“흐, 아으… 으앙….”
“의사 선생님이 몇 시간 정도는 바이브 넣고 있으라 그랬잖아.”
“그, 끅… 그러면 그냥 너, 넣어 주세요.”
“괜찮겠어?”
“네네, 괜찮아요.”
바이브가 전립선을 건드리자 선우의 좆이 껄떡거리기 시작했다. 손가락을 빼낸 민재가 남아 있는 옷을
벗었다. 민재의 좆을 본 순간 선우의 머릿속은 오직 좆으로 가득 찼다. 이미 당할 대로 당한 선우는 이런
섹스가 마치 당연하다고 인식을 하고 있었다. 민재는 자신의 좆을 선우의 엉덩이 근처로 흔들었다.
귀두가 엉덩이를 스치고 지나가면서 조금씩 부풀어 올랐다.
“형 그, 그냥 넣어 주세요.”
“나 아직 안 섰어.”
“괜찮아요. 아응… 조, 좆 원해요. 으흐… 읏….”
간지러움을 참지 못한 선우가 답답함에 흐느꼈다. 보다 못한 민재가 구멍 근처로 좆을 밀어 넣었다.
선우의 좆이 순식간에 바이브가 있는 근처까지 닿았다. 선우의 허리가 흔들리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자극에 입이 벌어졌다.
“선우야, 좆 물었으면 말을 해야 할 거 아냐.”
“조, 좆… 좋아. 으앙… 넣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 기왕이면 좆물도… 넣어 주세요.”
“너 하는 거 봐서? 좆같이 조이는데 내가 쌀 마음이 들어?”
“자, 잘할게요.”
선우가 엉덩이에 힘을 주며 민재의 좆을 강하게 조였다. 내벽이 확 줄어들며 민재의 좆에 딱 달라붙었다.
민재는 선우의 허리를 붙잡은 뒤 엉덩이를 살짝 움직였다. 그동안 열심히 조교를 시켜 놓은 게 효과가
있긴 한 모양인지 움직일 때마다 쫀득하게 달라붙는 게 민재를 미치게 했다.
“아, 으앙… 저는 좆에 환장한 아, 암캐니까요!”
민재가 굳이 움직이지 않아도 선우가 멋대로 민재의 좆을 탐했다. 민재의 위에 올라탄 선우는 미친 듯이
허리를 움직였다. 엉덩이를 흔들 때마다 좆이 위에서 아래로 박히는 느낌이 무척 좋았다. 얼마 가지 않아
안쪽에서 뜨거운 느낌이 나며 민재의 검붉은 좆이 꺼덕거렸다. 민재는 선우의 안에 사정했으나 좆을 빼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내벽에 흩뿌려지는 정액의 감촉에 선우는 다시금 흥분했다.
“아직 안 끝났으니까 똑바로 엎드려.”
“앙, 응… 네…… 으아….”
두 손을 침대 위에 짚자 민재가 거칠게 허리를 움직였다. 좆이 빠져나가자 안쪽에 있던 에그가 정신없이
진동했다. 퍼억, 엉덩이 살이 흔들릴 정도로 거칠게 뒤로 밀려났던 좆이 선우의 안으로 치고 들어왔다.
빠져나가지 못한 정액이 좆과 함께 미끄러지듯 들어와 출렁거렸다. 민재의 좆이 선우의 뱃가죽을 뚫고
들어 올 것처럼 거칠게 움직였다. 좆과 함께 좆물이 출렁거렸다. 허벅지 사이로 선우의 좆이 금방이라도
사정을 할 것처럼 움찔거렸다. 이제 단순한 자위나 섹스만으로는 도무지 사정할 수가 없었다. 선우가
자신의 좆을 쥐자 민재가 손을 들어 엉덩이를 때렸다.
“하, 아! 으, 아응….”
“개새끼 주제에 어디서 감히 앞으로 사정하려고 그래? 주제 파악 못 해?”
“끅, 으아… 죄, 죄송해요!”
엉덩이에 손이 닿을 때마다 선우가 정신없이 민재의 좆을 조였다. 놀란 선우가 급하게 자신의 페니스에서
손을 뗐다. 좆이 사정하고 싶어 근질거렸다. 애가 닳은 선우는 눈을 질끔 감으며 온몸으로 민재의 좆을
느꼈다. 이러고 있으니 정말 자신이 섹스를 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발정 난 짐승 새끼인지 알 수가
없었다.
민재가 사정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배 아래쪽이 시원해졌다. 사정한 선우의 몸이 침대 쪽으로 축
늘어졌다. 민재가 선우의 구멍에서 좆을 빼냈다. 좆과 함께 잔뜩 싸 질러 놓은 하얀 정액이 질질
흘러나왔다. 배 아래쪽은 여전히 진동하고 있었다. 좆물을 받으면 진동이 멈출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모양이다. 민재가 선우의 구멍 근처로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엉덩이를 때리자 구멍이 벌름거리며
손가락을 삼켰다. 민재는 선우의 안에 있던 에그를 빼냈다. 보라색 에그는 이미 좆물에 젖어 있었다.
“아, 으, 으앗….”
몸을 부르르 떤 선우는 숨을 고르며 자연스럽게 다리를 벌렸다. 민재와 자신은 속궁합이 잘 맞는 건가.
수호와의 섹스보다 기분이 좋으면 좋았지 절대 덜하지는 않았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으나,
선우는 이미 자신이 평범한 섹스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몸이 되어 버렸다는 걸 알고 있었다.
“형, 더 해 주세요. 제안에 형의 좆으로 제 안에 잔뜩 싸 주세요.”
“그러면 우리 좀 있다가 바람 쐬러 나갈까?”
“흐, 으앙… 좋아요.”
선우의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민재의 좆이 구멍 안으로 들어왔다. 커다란 좆이 내벽을 정신없이 긁었다.
할 수만 있다면 평생 좆을 물고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재의 위에 올라탄
선우는 반쯤 넋이 나간 채 정신없이 허리를 흔들었다.

* * *

「한강에서 카섹스할 사람 구함ㅋ」


처음에는 단순히 섹스 파트너를 구한다는 게시글인 줄 알았다. 남자가 가는 커뮤니티는 드물게 하룻밤을
할 사람을 찾는 글이 종종 올라왔다. 마침 여의도 근처의 금융가에서 회사에 다니고 있었던 그는 아무
생각 없이 덧글을 남겼다. 비교적 늦게 덧글을 단 탓에 연락이 올 거라는 기대는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퇴근 직전에 남자에게 연락이 왔다.
한강 구석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대면 자기가 그쪽으로 넘어가겠다고 했다. 팔짱을 낀 남자는 초조하게
시계를 바라봤다. 약속을 한 8 시가 되자 시커먼 차 한 대가 옆으로 다가왔다. 차량 문이 살짝 열리며
누군가가 유리창을 두드렸다. 답장할 필요도 없이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연락을 보냈던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우웅, 남자의 휴대폰으로 진동이 왔다. 자신에게 연락했던 [매니저]라는 남자에게서 온 연락이었다.
「30 분, 보낼 테니까 맘대로」
「ㅇㅋ」
답장을 보내기 무섭게 옆에 있던 차량의 문이 열렸다. 흰색 프리사이즈 반팔티를 입고 있었으며, 바지는
없었다. 허벅지 사이로 흰 액체가 진득하니 묻어 있었다. 이미 좀 한 모양인지 안색이 하얗게 질려있었다.
앳돼 보이는 얼굴이 꽤 귀여웠다.
남자가 문을 열자 운전석에 앉아 있던 민재가 선우의 몸을 옆으로 밀었다. 선우가 재빨리 남자의 차량으로
넘어갔다. 차 문을 닫자 차 안으로 어색한 공기가 맴돌았다. 남자가 조수석에 앉은 선우의 허벅지 위로
손을 올렸다.
“흐, 읏…….”
잔뜩 흥분한 선우는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입고 있던 셔츠의 소매를 잡아 올린 남자가 선우의 위로
올라탔다. 등을 기대고 있던 조수석이 180 도에 가깝게 기울어졌다. 허벅지를 만지던 남자의 손이 아래로
내려와 선우의 페니스를 쥐었다. 남자는 꽤 오랜만에 횡재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의 차량 옆으로
낯선 커플이 지나갔다. 선우가 고개를 돌리자 그가 선우의 턱을 잡아 돌렸다.
“으아, 응…….”
“다리 벌려.”
“으, 네.”
긴 말을 할 필요도 없었다. 절그럭거리는 소리에 선우는 침을 삼켰다. 입고 있던 바지를 내린 남자가
선우의 다리를 잡아 올렸다. 발이 위로 올라가 천장에 닿을 듯 말듯 아슬아슬하게 떠 있었다. 먹기 좋게
부푼 구멍이 좆을 기대하며 벌름거리고 있었다. 좆 대신 손가락을 넣자 애가 탄 선우가 입술 끝을 살짝
깨물었다. 손가락만으로는 부족했다. 남자는 손가락을 하나 더 집어넣었다. 손끝에 걸려 있던 에그가
밖으로 튀어나왔다. 에그가 나오자 선우의 허리가 뒤틀렸다.
“흐, 으앙… 응… 좆 넣어 주세요.”
“완전 제대로 된 개새끼네.”
가끔 이런 것도 나쁘지 않았다. 남자가 손으로 다리 사이에 있는 좆을 열심히 문질렀다. 살이 쓸리는
소리와 함께 남자의 좆이 조금씩 딱딱해졌다. 선우는 두 손으로 엉덩이를 잡아 벌렸다. 잔뜩 젖은 구멍
안으로 잔뜩 흥분한 남자의 좆이 파고 들어왔다.
“아, 으앙… 응… 으읍….”
남자가 한 손으로 선우의 입을 틀어막았다. 지나가던 여자가 차량 쪽을 흘끗 쳐다보고는 자리를 떴다.
선탠이 되어 있어 보일 염려는 없으나 어쩌면 신음을 들었을지도 몰랐다. 철퍽 하고, 좆이 위에서 아래로
치고 들어왔다. 낮은 차량의 천장이 정신없이 흔들렸다. 남자가 선우의 안에 사정했다. 좆물이 들어올
때의 그 감촉이 선우를 더욱 흥분하게 만들었다.
“아직 안 끝났어.”
“아, 으앙, 응….”
“모르는 남자 좆 넣고 흥분하니까 좋냐?”
“조, 좋아요… 으아… 응….”
“내가 어떻게 해 줄까?”
“거기, 으읏… 더 쑤셔 주세요. 잔뜩, 으….”
선우의 몸이 뒤로 돌아갔다. 남자가 선우의 팔을 뒤로 꺾었다. 벌어진 구멍 사이로 다시 좆이 밀고 들어
왔다. 차 안에서 몸이 거칠게 흔들렸다. 그가 선우의 머리채를 잡아 뒤로 꺾었다. 차 안으로 두 사람의
거친 숨소리가 섞였다.
남자는 정신없이 선우를 범했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휴대폰에서 벨 소리가 들렸다. 전화를 받은 그는 옆
차량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창문을 살짝 내린 민재가 남자를 향해 두 손가락을 까닥였다. 시계를
확인하니 약속한 30 분이 좀 지나 있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남자는 차창 너머로 보이는 민재의
차량을 훑어봤다. 신형 외제차, 게다가 젊은 나이. 딱 봐도 돈 좀 있어 보이는 티가 났다.
선우의 안에 사정한 남자가 주섬주섬 바지를 입었다. 고개를 숙이자 엉망이 되어 있는 선우가 보였다. 좀
너무했나 싶은 마음에 손수건으로 배와 얼굴에 묻은 정액을 닦아준 뒤, 남자는 바닥에 떨어진 진동 에그를
선우의 구멍에 집어넣었다. 이렇게 하는 건가? 에그의 끝에 있는 작은 리모컨의 버튼을 누르자 에그가
안쪽에서 진동했다. 진동을 최대로 올리자 선우가 다시 허벅지를 살살 떨었다. 허벅지에는 처음 차에
넘어왔을 때보다 많은 양의 정액이 묻어 있었다. 남자는 엎드리고 있는 선우의 엉덩이를 손으로 때렸다.
“야, 일어나. 넘어가야지.”
“으, 읏… 네.”
의자를 올린 선우가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아래쪽이 진동 때문에 간지러웠던 선우는 엉덩이를 살짝 들고
있었다. 그 모습이 또 꽤 야해서 가라앉았던 좆이 다시 서는 것 같았다. 이런 녀석을 잘도 주워 왔구나
싶었다.
남자가 차량 문을 열자 반대편에서도 차의 문을 열었다. 운전석을 통해 선우가 재빨리 민재의 차 쪽으로
넘어갔다. 어느새 한강 주변이 완전히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남자가 차량 문을 닫기 전 민재에게 말을
걸었다.
“이봐.”
선우의 팔을 잡아당긴 민재가 무슨 일인 듯 고개를 살짝 들었다. 대답 한마디 정도는 할 수 있을 텐데,
눈만 껌벅이는 걸 보니 대화를 나눠 보지 않아도 성격을 알 수 있었다. 하긴 통화나 문자에서도 꽤
단답형이었고.
“나중에 한 번 더 어때? 뭐하면 셋이서 해도 괜찮고.”
“생각해볼게.”
“연락해라.”
선우가 마음에 들었다고 해서 구질구질하게 매달릴 생각은 없었던 남자는 차 문을 닫은 뒤 먼저 자리를
피했다. 남자의 차량이 완전히 사라지자 민재가 선우의 허벅지를 살살 쓰다듬었다.
“흐, 으아… 응….”
“좋았어? 모르는 사람한테 차 안에서 뒤 뚫리는 기분은 어때?”
“아, 응… 좋았어요.”
민재가 선우의 휴대폰을 가지고 왔다. 휴대폰을 이리저리 만진 뒤 버튼을 눌렀다. 볼륨을 최대로 키우기
무섭게 민망할 정도로 부끄러운 소리가 차 안을 가득 메웠다.
「아응, 응, 아… 으, 좋아요. 더 제 안에 더 싸주세요!」
「이거 아주 좆에 미친 놈이구먼? 씨발, 누가 질질 싸래? 똑바로 안 조여?」
「흐,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다리 제대로 벌려. 이 구멍에 대체 좆을 얼마나 먹은 거야! 어?」
남자가 선우의 엉덩이를 정신없이 때리는 소리가 났다. 녹음을 끈 민재는 휴대폰을 차량 뒷좌석으로 내
던졌다.
“몇 명째였지?”
“흐, 읏… 세 명째요.”
에그가 들어간 엉덩이가 다시 아렸다. 민재는 선우의 셔츠 아래로 손을 넣었다. 민재의 손이 닿은 좆이
움찔거렸다. 이미 사정 할 대로 사정해서 나올 것도 없는 데다가 팽팽하게 부풀어 쓰라리건만, 이제는
그것조차 쾌락으로 다가왔다. 이게 아픈 건지 좋은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그럼 내 좆은 필요 없겠네?”
“혀, 형… 왜 그래요.”
“열심히 다른 새끼들 좆 물었으면 이제 내 건 필요 없잖아.”
“하, 읏… 그래도…… 혀, 형 좆 원해요.”
의자에 등을 기댄 선우가 다리를 벌리며 자신의 구멍에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내벽을 긁는 에그의
진동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민재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차를 출발시켰다.
“하던 거 계속해.”
“하지만, 읏… 형….”
“도착하면 실컷 물게 해 줄 테니까.”
의자를 살짝 뒤로 젖힌 선우는 자신의 손가락을 살살 움직였다. 늘어진 구멍 안으로 손가락이 왔다 갔다
하며 안쪽에 있는 에그를 쿡쿡 찔렀다. 눈을 질끔 감은 선우는 손가락을 좆이라 상상하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몸을 살짝 돌리니 운전 중인 민재의 바지 위가 툭 튀어나와 있는걸 알 수가 있었다. 손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찌걱거리는 소리가 허벅지와 차량 시트 아래로 고여 있던 좆물이 뚝뚝 떨어졌다.
‘흐, 좋아… 너무 좋아.’
제 몸이 어떻게 된 것만 같았다. 민재의 마인드 컨트롤 때문에 선우는 이 모든 상황이 단순한
드라이브라고 생각했다.
옆으로 차량이 지나가거나 신호가 걸릴 때마다 스치듯 지나가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선우의 안에서 또
다른 무언가가 울렁거렸다. 선탠 때문에 볼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모든 사람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
같은 수치스러움이 느껴졌다. 몸을 돌린 선우는 차량 시트에 자신의 좆을 비비며 정신없이 허리를
움직였다. 그 모습이 차에 탄 한 마리의 개새끼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얼마나 자위를 했을까? 차량이 멈추자, 뒤늦게 선우가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봤다. 빛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캄캄한 도로, 인근의 수풀, 근처에는 문을 닫은 공장들이 들어 서 있었다.
“내려.”
안전 벨트를 푼 민재는 아무렇지 않게 차에서 내렸다. 머뭇거리던 선우가 민재를 따라 밖으로 내렸다.
바깥은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차 뒷좌석으로 간 민재는 어디서 났는지 모를 휴대폰용 삼각대를
가지고 왔다. 휴대폰의 각도를 조절한 뒤 멋대로 버튼을 눌렀다. 삼각대를 차량 앞에 세운 뒤 휴대폰의
손전등 플래시를 켰다.
[오 ㅋㅋㅋ 뭐야? 오랜만에 방송?]
[저건 또 어디냐?]
[야외플?]
[ㅅㅂ 정기 방송 좀 해라. 볼 때마다 개꼴이네]
정신없이 올라오는 채팅을 무시한 민재가 선우의 엉덩이를 떼렷다. 밖이라 그런지 평소보다 소리가 더
퍼져 나가는 것 같았다. 선우의 엉덩이를 주물럭거린 민재가 고개를 잡아 선우를 살짝 내려다봤다.
“’인사해’.”
“아, 네.”
누구에게 인사를 한다는 거지? 민재의 마인드 컨트롤로 인해 인사를 해야 한다는 뿐, 정확한 대상은 알
수가 없었다. 선우는 민재와 같이 영상 같은 걸 찍는다고만 생각을 했다.
“아, 으응… 안녕하세요.”
[오 ㅋㅋ목소리 좋은데?]
[아래 안 입은 거 실화냐 ㅋㅋ]
[어디야 저기?]
[이새끼 또 이미 떡 쳤네. 허벅지에 정액 묻은 거 봐라.]
[좆 없으면 하루도 못 살듯 ㅇㅈ?]
[매니저라는 새끼 존나 부럽네.]
선우의 말 한마디에 이런저런 채팅들이 정신없이 올라왔다. 민재가 다시 선우의 귓가에 속삭였다.
“’지금부터 뭐할 건지 설명해야지.’”
“어, 저희가 지금부터 야외에서 섹스할 거예요.”
“엎드려.”
“흐아, 읏… 네….”
두 팔을 차의 보닛 위에 짚었다. 엉덩이를 몇 번 두드리는가 싶던 민재는 자신의 바지를 아래로 내렸다.
차 안에서 자위를 하는 선우를 보고 몇 번이나 박고 싶다고 생각했던가. 섹스가 이토록 절실했던 건 꽤
오랜만이었다. 민재는 선우의 엉덩이 안으로 잔뜩 흥분한 자신의 좆을 밀어 넣었다.
“흐, 아응, 응… 조, 좆… 물게 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알았으면 앞을 봐. 이쪽 보지 말고.”
“네, 으… 주인님. 조, 좆물도 주세요…….”
“앞을 보라고.”
민재의 짜증에 선우가 고개를 돌려 카메라 쪽을 응시했다. 민재가 좆을 밀어 넣을 때마다 선우의 몸이
앞뒤로 흔들렸다. 다리 사이로 선우의 좆이 정신없이 흔들렸다.
[아오 ㅋㅋ ㅅㅂ 저 셔츠 어떻게 안 돼냐?]
[존나 보일락말락 ㅋㅋ]
[제발 셔츠 벗으면 후원감 ㄱㄱ]
좆을 살짝 뒤로 뺀 민재가 선우의 엉덩이를 두 손으로 주물럭거렸다.
“셔츠 입에 물어.”
“아응, 응… 네…”
선우가 셔츠를 입에 물어 올라자 채팅방이 난리가 났다. 카메라에는 노골적으로 선우의 좆과 유두가
찍혔다. 눈을 질끈 감은 선우는 정신없이 민재의 좆을 느꼈다. 수많은 좆을 먹어봤지만, 역시 민재만 한
좆은 없었다. 좆을 꽉 조이면 조일수록 점점 숨이 거칠어졌다. 바깥이라 그런지 마치 누군가가 멀리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으앙, 응… 형, 좆… 실컷 넣어 주세요.”
“음란한 변태 새끼가. 너 이제 내 좆 없으면 어떻게 살려고?”
“흐, 형. 저 버리지 마세요. 아, 으앗!”
공중에 정신없이 흔들리던 좆의 끝에서 정액이 쏟아져 나왔다. 선우는 본인이 사정했다는 사실조차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었다.
[씨발, 카메라 ㅋㅋㅋ]
[시야 가리는가 정액이냐?]
[손도 안 대고 싸는 거 개발하네]
[아오, 나도 방금 한번 뺐다.]
[니뺀거 안물안궁ㅗ]
민재는 카메라에 정액이 튄 걸 보며 혀를 찼다.
“핥아.”
“네? 응, 아응….”
“좆물 흘린 거 핥으라고. 누가 멋대로 싸도 좋다고 그랬어?”
“으, 아앙… 네. 핥을게요. 흐아, 읏….”
몸을 숙인 선우는 휴대폰 카메라에 묻어 있는 정액을 혀로 핥은 뒤 셔츠로 살살 닦았다. 흐려졌던 시야가
다시 원래 대로 돌아왔다.
손을 뻗은 민재가 휴대폰을 쥐었다. 휴대폰이 잠깐 바닥을 찍는가 싶더니 이내 선우를 차량 위에 올렸다.
선우는 민재가 시키지도 않았음에도 자신의 손으로 다리를 잡아 벌렸다. 이상하지, 그냥 민재의 손에
있는 휴대폰일 뿐인데. 마치 저 너머로 수십 명이 넘는 사람들이 자신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 으읏… 제, 음란한 구멍에 혀, 형의 커다란 좆 물게 해주세요.”
“한 번 더.”
“발정 난 음란한 구멍에 좆물을 잔뜩… 아응, 싸주세요! 으읏, 엉덩이 때리는 거 으, 응… 너무
좋아요!”
선우의 애원에 민재의 좆이 다시 구멍 안으로 쑥 들어왔다. 벌름거리던 내벽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 좆의
모양으로 조여졌다. 카메라가 노골적으로 두 사람이 연결된 영상 부분을 찍고 있었다. 슬슬 사정할 것
같았던 민재는 선우에게 휴대폰을 쥐게 했다. 선우의 허벅지를 붙잡은 민재가 거칠게 허리를 흔들었다.
몸만큼이나 쥐고 있는 카메라도 정신없이 흔들렸다. 이제는 익숙한 정액이 내벽에 퍼지자 선우는 만족감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흐아, 응… 으아, 응… 감사합니다. 흐….”
“뭘 감사해, 이걸로는 턱도 없는 주제에.”
다시 카메라를 삼각대에 고정한 민재가 선우의 팔을 잡아당겼다. 정액이 질질 새는 구멍 사이로 좆을 밀어
넣은 뒤 두 다리를 잡아 올렸다.
“넌 이런 데서 뒷구멍에 정액을 질질 싸면서 흥분하는 새끼라고! 어? 알아들었어?”
“흐, 읏… 형, 더… 하으, 너무 좋아요.”
몸이 번쩍 들리자 놀란 선우가 급하게 민재에게 매달렸다. 몸이 아래로 내려가는가 싶으면 정신없이 좆이
위로 찌르고 들어 왔다. 선우는 쉴 새 없이 민재에게 매달리며 섹스를 했다.
06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영문을 알 수는 없으나 오늘따라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팠다. 가벼운
편두통이라 생각한 선우는 옆에 있던 동기를 살짝 건드렸다.
“너 혹시 두통약 있냐?”
“있긴 있는데, 너 정말 괜찮냐?”
동기 또한 선우가 새벽에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 갔다는 이야기를 한 다리 건너 들었다. 안 그래도 요즘
몸이 안 좋아 보이더니. 동기의 걱정에 선우는 텀블러에 있는 물을 홀짝였다. 언제 마신 건지 물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난 선우가 한숨을 쉬었다.
“그냥 편두통이야. 그보다 약 있냐고. 왜 계속 다른 소리를 해? 있어? 없어?”
“있다고. 거참, 약 맡겨 놓은 사람인 줄 알겠네.”
친구가 가방 안쪽을 뒤적거렸다. 가방 안에서 두통약이 나왔다. 약을 받은 선우는 강의실 밖으로 나왔다.
텀블러 한가득 물을 받은 뒤, 커다란 알약을 입에 넣었다. 언제나 그렇듯 약을 넘기면, 넘기기 무섭게
약효가 드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손등으로 입가를 닦은 뒤 숨을 골랐다.
“읏.”
오늘따라 이상하게 엉덩이가 아렸다. 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으나 솔직하게 말하자면 앉아 있기 힘들
지경이었다. 민재와 섹스한 것 때문에 그런가? 그렇게 따지자면 수호와 섹스를 했을 때도 아팠어야 했다.
그런 문제가 아닌 듯한 기분이 들었다. 조금 더, 차마 말하기 힘든 부분이 가려웠다. 정말 욕구 불만인가?
오만가지 생각을 하며 복도에서 물을 홀짝였다. 그사이 친구에게 교수님이 돌아오셨다며 톡이 왔다. 또
언제 들어오신 것인지. 교수라는 사람들은 정말 귀신이 틀림없었다.
자리에 앉은 선우는 엉덩이의 간지럼 때문에 도통 강의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강의 시간 내내 어떻게
버텼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점심 약속이 있다는 말을 한 뒤 동기와 헤어졌다.
강의실이 있는 건물을 나와 구석으로 들어가자 수호가 있었다. 선우는 어제 수호에게 할 말이 있다며
연락을 보냈다. 헤어지자고 말을 할까, 말까 고민했는데. 최소한 헤어지자는 말 정도는 얼굴을 보면서
하는 게 맞을 것 같았다.
쓰러지고 난 뒤, 거의 일주일 만에 보는 수호는 어딘가 어색했다. 어색이라고 해야 하나 이제 마음이 뜬
것 같아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무슨 일인데?”
“형, 우리 헤어져.”
“뭐?”
“헤, 헤어지자고.”
“야, 너……. 갑자기 왜 그래?”
할 말이 있다는 연락을 받은 시점에서부터 이런 말이 나올 거라는 걸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 다만
선우의 입에서 직접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머리가 얼얼했다. 최소한, 이유라도 알아야 할 것 같았다.
“왜 헤어지자고 하는 건데?”
“형, 그냥 좋게 헤어지자. 어? 이래서 좋을 거 하나도 없잖아. 형 생각해서 이러는 거야.”
“날 생각하면 최소한 이유는 말해 줘야 할 거 아냐? 너야말로 요즘 이상한 거 알아?”
“이상해? 뭐가 이상한데? 난 원래 이랬어!! 형이, 그런 쓰레기인 줄 알았으면 안 사귀었을 거야.”
빨라지는 호흡을 가라앉히며 숨을 골랐다. 어떻게 그런 영상을 올리고, 그걸로 다른 사람인 척 자신을
협박할 생각을 한단 말인가. 선우는 수호가 자신에게 정체를 알 수 없는 약을 사용했음이 틀림없다고
확신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자신이 그날의 일을 기억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너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연기하지 마. 형, 내가 모를 줄 알아?”
“대체 뭘 몰라?”
“우리 그날 모텔 갔던 영상, 찍어서 인터넷에 올렸잖아. 그걸로 나 협박한 것도 있고.”
“씨발, 뭔 소리야? 내가 동영상을 왜 찍어? 너 진짜 제정신인 거 맞아? 야, 강선우. 너 왜 이래?”
“형이야말로 왜 그러려는 건데! 그, 그래도 그건 아니잖아.”
계속되는 선우의 말에 수호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선우의 아버지라는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그만
만나라는 이야기를 듣긴 했으나, 선우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게다가 섹스 동영상이라니? 누가 그걸
인터넷에 뿌린다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수호는 선우와 자신 사이에 알지 못하는 오해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선우를 달래려던 수호에게 선우가 기름을 부었다.
“민재 형이 아니었으면 끝까지 모를 뻔했으니까.”
“씨발, 뭐? 누구?”
“왜 욕을 하고 그러는데.”
“최민재냐? 설마 최민재 만난 거야? 야, 그건 아니지. 내가 너한테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잖아. 그리고
네 애인은 나야. 그런데 왜 그딴 녀석을…….”
“애인인데 그런 짓을 해?”
“내가 아니라고 했잖아! 너 나보다 그 녀석의 말을 믿는 거야? 야, 강선우 너 진짜 이상하다고!!”
선우의 어깨를 붙잡은 수호가 언성을 높였다. 그래, 이 모든 게 최민재 때문이었다. 눈앞에 있는
강선우는 그 게이바에서 하룻밤을 할만한 용기조차 없을 정도로 수줍었던 그때의 선우가 아니었다. 도서관,
카페, 인근의 식당에 가끔 모텔이나 영화관밖에 가지 않는 소소한 데이트만으로도 수줍어했던 선우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수호는 선우가 달라진 게 전부 최민재와 만나기 시작한 뒤부터라고 확신했다. 민재를 대하는 태도가
변하면서 선우 또한 점점 민재처럼 변했다. 동영상이니 뭐니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만 하고 말이다.
수호가 올라오는 화를 참으며 말했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는데 영상 같은 건 절대 안 찍었어.”
“형, 진짜 끝까지 치졸하다. 이거 고소감인 거 알지?”
“안 한 걸 안 했다고 하지 뭐라 그래? 너야말로 최민재 그 자식의 말만 듣고 그러는 건 아니지!”
“뭐가 아니야!”
두 사람은 꽤 오랫동안 말싸움했다. 대화하면 할수록 수호는 자신을 몰아가는 선우에 화가 났다. 20 분을
넘게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자니 미쳐 버릴 것 같았다.
“씨발, 아니라고 했잖아!! 너 진짜 미친 것 같다고!!”
수호가 손을 높이 들었다. 선우는 남자치고는 여린 편이었다. 최근에는 살이 빠진 탓에 몰골이 더 흉해
보였다. 올라간 손에 놀란 선우가 몸을 움찔거렸다. 한순간 선우 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랐던 수호는
급하게 손을 내려놓았다.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 시간에 보디가드를
데리고 오고, 아들의 성적 취향을 알면서도 별말을 하지 않을 정도로 부성애가 깊은 남자가 자기 아들이
맞았다는 사실을 알면 그냥 넘어갈 것 같지는 않았다. 수호는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대화가
생각보다 길어져 점심시간이 끝나 갔다. 이 뒤에 바로 연강이라 강의를 들어가 봐야 했다.
“너, 제길. 나중에 다시 이야기해.”
“난 할 말 없어.”
“내가 할 말이 있다고! 연락받아, 강선우.”
하필이면 시험 기간에 왜 이런 악재가 터지는지 모르겠다. 수호는 선우에게 강의가 끝나면 보자며
신신당부를 한 뒤 자리를 떴다.

* * *

「형, 저 헤어진다고 말했어요.」


선우는 민재에게 몰래 톡을 보냈다. 수호는 나중에 보자고 말을 하긴 했으나 솔직히 더 이상 수호의
얼굴을 보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진동에 놀란 선우가 재빨리 무음 상태로 전환을 했다. 요즘 들어
민재와 톡을 하는 게 무척 설렜다.
「잘했어.」
짤막한 답장임에도 불구하고 선우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왜 이렇게 민재가 좋은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강의는 뒷전이고, 뭐라 답장을 보내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다. 그러던 중 또다시 엉덩이 안쪽이
저릿거렸다. 혹시 그때 검사를 하던 중 뭔가 잘못된 건가? 괜한 걱정이 들었다.
「형, 저, 그, 안쪽이 이상해요.」
「안쪽?」
「엉덩이요 ㅠㅠ 말하기 부끄러운데」
「그래? 어떻게 이상한데?」
어떻게 이상하냐니, 흐음. 선우는 휴대폰을 보고 또다시 고민에 빠졌다. 엉덩이에 힘을 주며 안쪽에서
느껴지는 감촉을 느꼈다. 저도 모르게 신음이 나올 뻔했던 선우가 재빨리 입을 틀어막았다. 다행히 옆에
있는 친구는 강의를 듣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뭔가 간지러운데요. 쑤셔지고 싶어요.」
톡을 보낸 선우는 본인이 무슨 채팅을 하고 있는지도 깨닫지도 못하고 있었다.
「쑤셔지고 싶어? 어딜」
「구멍요.」
「우리 선우 음란하네. 강의 언제 끝나?」
「7 시쯤요.」
일찍 끝나면 여섯 시 사십 분쯤 될 테니, 어림잡아서 일곱이시면 넉넉했다. 아예 노골적으로 휴대폰을
꺼낸 선우는 민재와 시시덕거리며 톡을 주고받았다.
「그럼 강의 끝나고 연락해. 형이 구멍 검사해주면서 겸사겸사 뒤도 쑤셔 줄 테니까.」
「알았어요.」
「강의 중에 딴짓하지 말고 얼른 공부해.」
「넵.」
답장을 보낸 선우는 급하게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강의가 끝나고 보자는 민재의 말 때문인지 더 이상
휴대폰에 손이 가지는 않았다.

* * *

“나 먼저 갈게.”
강의가 끝나기 직전부터 짐을 챙기고 있었던 선우는 교수님이 나가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의 중간에
휴대폰을 했던 걸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친구는 먼저 가겠다는 선우를 딱히 말리거나 하지 않았다.
날이 날이라 그런지 벌써 어두워지고 있었다. 휴대폰을 확인한 선우는 민재가 알려준 구관 4 층으로
올라갔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불이 켜진 화장실이 있었다.
“흐, 아응….”
민재가 쑤셔 준다고 말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흥분을 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선우는 강의 시간
내내 이어지는 뒤쪽의 욱신거림을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가방을 한쪽에 내 던져 놓은 뒤 급하게 옷을
내렸다.
“아, 으앙… 응….”
세면대 한쪽에 손을 짚은 선우는 손가락을 엉덩이 안쪽에 집어넣었다. 엉덩이 구멍이 잔뜩 젖어 있어
손가락이 쉽게 들어갔다. 손가락을 넣으면 좀 나아질 줄 알았는데 역으로 애가 탔다. 바지를 완전히 내린
선우는 자신의 페니스를 정신없이 쥐고 들었다. 이게 아니었다. 아직 부족했다.
누군가가 자신을 정신없이 범해 줬으면 좋겠다. 제가 성욕이 이렇게 왕성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요즘 들어
머릿속에서 섹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었다. 고개를 들자 마지막으로 청소를 한 게
언제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뿌연 유리 너머로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늦은 시간, 사람이 오지 않을 것
같은 오래된 건물의 화장실에서 혼자 엉덩이에 손가락을 넣고 자위를 하는 자신은 누가 봐도 섹스에
환장한 변태였다.
“읏, 으앙… 응….”
선우의 페니스가 움찔거리며 정액을 토해냈다. 사정하고 나니 아주 짧은 순간 현 타가 왔다. 비틀거리며
벽에 등을 기대기 무섭게 문이 열렸다. 모르는 사람이 들어 온 줄 알았던 선우는 민재의 얼굴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7 시에 온다고 하지 않았어? 일찍 왔네.”
“강의가 일찍 끝났어요.”
“그래?”
화장실 안으로 들어온 민재는 세면대 쪽을 바라봤다. 세면대와 그 근처에 선우가 싸질러 놓은 정액이
흩뿌려져 있었다. 민재가 선우에게 손을 내밀었다. 손을 잡고 일어난 선우가 민재에게 안겼다. 고개를
살짝 든 민재는 턱을 살짝 들어 올려 혀를 섞었다. 이제 민재와 선우에게 정도 키스는 어색하지 않았다.
민재는 살짝 내려간 선우의 엉덩이를 주물럭거렸다.
“쑤셔 준다니까 왜 혼자 하고 있어?”
“으, 읏… 이걸로는 부족해요.”
민재에게 딱 달라붙은 선우가 자신의 몸을 정신없이 비볐다. 그 모습이 정말 발정이 난 개와 별로 다를 게
없었다. 민재는 선우의 팔을 잡아당겼다. 칸막이 문을 열고 몸을 내 던졌다. 변기통 위에 앉은 선우의
위로 민재가 올라탔다. 허벅지를 잡아 올린 뒤 구멍 안쪽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진동과 함께 내벽이
긁히며 에그가 민재의 손바닥 위로 떨어졌다. 선우는 마인드 컨트롤에 의해 본인의 안에 이런 물건이
들어가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민재의 손가락이 빠져나가자 내벽을 진동하던 울림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아, 응, 읏, 아응….”
내벽의 울림은 사라졌으나 남아 있는 열기가 선우의 안에 정신없이 맴돌았다. 선우는 노골적으로 민재의
다리 사이를 보며 침을 흘렸다.
“형, 으아… 응… 제 구멍에 마음껏 싸 주세요. 아니 흐아, 응… 쑤셔 주세요.”
“흐음, 어떻게 할까?”
“흐, 제발, 넣어 주세요. 좆 먹고 싶어 미칠 것 같아요!”
“우리 선우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어쩔 수 없지.”
민재는 못 이기는 척 자신의 바지를 내렸다. 커다란 좆을 본 선우는 아랫배에 힘을 꽉 주었다. 구멍이
금방이라도 좆을 물기 위해 정신없이 벌름거렸다. 민재가 선우의 엉덩이를 살살 때리자 거짓말처럼 몸에
힘이 풀렸다. 피가 돌면서 점점 붉게 변한 좆이 선우의 구멍 안으로 들어왔다.
“아, 응… 좆, 감사합니다. 읏… 형, 기분 너무 좋아요.”
“똑바로 조여. 이래서 좆물 받아먹겠어?”
“아응! 네네, 아… 끝까지 해주세요!”
벽에 손을 짚은 선우가 구멍에 힘을 줬다. 민재의 좆이 자신의 내벽을 쑤실 때마다 만족감이 올라왔다.
오늘 아침부터 온종일 쌓여 있던 찝찝함이 한순간에 없어지고 있었다. 기왕이면 조금 더 오래, 길게
자신의 내벽을 커다란 좆으로 쑤셔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움직임을 멈춘 민재가 자신의 좆을
물고 있는 민재의 구멍 안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안 그래도 커다랗게 벌어졌던 구멍이 더욱 벌어지자
선우가 깜짝 놀랐다.
“아, 으읏… 아파요…!”
“좋으면서.”
“흐, 맞아요. 좋아요. 아응, 응… 아앙….”
손가락과 좆이 동시에 들어와 서로 다른 타이밍으로 움직였다. 안 그래도 좁은 내벽이 민재의 좆을 먹기
위해 정신없이 움직였다. 계속되는 자극에 아래쪽이 끊어질 것처럼 아팠다. 그러나 이조차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또 하나의 자극으로 느껴졌다. 손을 뻗은 선우는 민재의 목에 매달린 채 허리를 흔들었다.
“아응, 응… 형. 사, 사랑해요….”
예상치 못한 선우의 고백에 민재가 잠이 움직임을 멈췄다. 민재의 밑에 깔린 선우가 거친 숨을 내뱉었다.
처음 강의실에서 봤을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민재가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선우가 기쁨에 젖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민재는 선우의 고백에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민재가 선우의 안에 사정했다. 남김없이 정액을 짜내 구멍 안에 쑤셔 박았다. 좆을 빼내기 무섭게 몸을
숙인 선우가 민재의 좆을 입에 물었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런 짓을 하는 선우의 모습에 민재가 피식
웃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어째서 자신에게 이런 일이 생겼는가, 그리고 마인드 컨트롤이
정말 되는구나 싶은 정도였다.
“너 진짜 귀엽네.”
“으브, 읍… 형….”
고개를 숙인 민재가 두 손으로 자신의 좆을 빠는 선우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 넘겼다. 단순한
호기심이었다면 처음 한 두번으로 끝이 나야 할 것이었다. 지금은 호기심이 아닌 소유욕이었다. 이걸
애정이나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면 그렇게 말해도 상관은 없었다. 자신의 손을 타기 시작하면서 점점
남자가 없으면 안 되는 인형으로 변하는 선우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선우야, 형이랑 앞으로 더 좋은 거 하자?”
“흐, 아응… 네. 형.”
민재의 좆을 두 손으로 쥔 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좆물을 받았을 텐데 아직도 엉덩이가 간질거렸다.

* * *

저녁까지 이어지는 강의가 끝난 뒤, 수호의 휴대폰으로 선우에게 톡이 왔다.


「강의 끝나고 구관 4 층 화장실에서 봐.」
「기다리고 있을게.」
연락을 안 받으면 어쩌나 걱정했던 것과 달리 선우 쪽에서 먼저 보자며 톡을 했다. 하긴, 저쪽도 양심이
있으면 할 말이 있을 것이었다. 장소가 동아리방이 있는 구관이라는 게 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 말이다.
수호는 급하게 가방을 챙겨 강의실을 나왔다. 내일이 주말이라 그런지 확실히 건물 전체가 싸늘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빠른 걸음으로 4 층에 올라왔다. 화장실보다 먼저 눈에 들어 온 건 구석에 있는 대형 강의실이었다.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빛이 들어와 있었다.
“뭐지?”
지난번 저곳에서 민재를 본 적이 있었던 수호는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강의실 문을 열었다.
“…….”
불이 켜진 강의실은 조용했다. 혹시나 하고 안쪽에 있는 창고로 들어갔으나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사용하지 않는 강의실이지만, 아래층에 동아리 방이 있으므로 가끔 동아리 학생들이 와서 이용하고는 했다.
강의실에 아무것도 없다는 걸 깨달은 수호는 헛걸음했다며 단상 위로 올라가 문을 닫았다.
수호는 선우에게 연락하기 위해 휴대폰을 들었다. 휴대폰 불빛이 어둑어둑한 복도를 비췄다.
“아, 으읏…앙….”
“…….”
선우에게 연락을 보내려던 수호의 손이 멈췄다.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졌다. 어떤 미친놈이 섹스하는가
싶었는데, 자세히 듣다 보니 그 신음이 어딘가 익숙했다.
“혀, 형… 으아… 응… 좋아….”
선우의 목소리였다. 선우의 목소리가 틀림없었다.
휴대폰을 쥔 수호의 손이 떨렷다. 다시금 선우에게서 온 연락을 확인했다. 4 층 화장실, 수호는
강의실과는 정 반대 방향에 있는 화장실로 갔다. 화장실의 불이 켜져 있었다. 노골적인 신음은 잠시
가라앉았으나 그렇다고 해서 인기척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민재가 혹시나 하고 유리문을 열었다. 문틈
사이로 더욱 거친 신음이 들렸다.
“아응, 읏… 으읏… 좋아요….”
“씨발, 이게 뭐야.”
수호는 칸막이 안쪽의 문을 열었다. 변기 위에 앉아 정신없이 섹스를 하는 선우와 민재가 있었다. 울컥,
민재가 선우의 안에 사정하자 선우의 몸이 민재 쪽으로 쓰러졌다. 놀란 수호는 그제야 선우에게서 온
연락을 확인했다. 아무리 싸웠다고 해도, 말투가 이상하다 느꼈는데 역시 아니었다.
“어, 왔어?”
“야, 너 미쳤어? 뭐… 뭐 하는 거야?”
머리가 혼란스럽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모르겠다. 민재가 선우의 안에서
좆을 빼냈다. 얼마나 한 건지 구멍 안쪽으로 정액이 가득했다. 민재는 바지를 올린 뒤 등을 돌렸다.
“너!! 이, 이건 아니잖아!”
선우 쪽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입을 다문 민재가 고개를 옆으로 살짝 까닥였다. 칸막이를 나온
민재가 팔짱을 낀 채 수호를 바라봤다. 둘 사이로 침묵이 흘렀다.
수호는 최민재가 싫었다. 사람이란 건 꼭 진지한 대화를 해야만 서로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평범한 소시민의 집안에서 태어난 수호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공부밖에 없었다.
수호가 느끼기에 공부는 공평했다. 부모님임 얼마나 잘 살든, 집에 돈이 얼마나 많든 상관없었다.
유일하게 승부를 봐서 실력으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구간이었다. 적어도 대학교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개천에서 용은 나지 않는다. 수호는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좁은 세상에서 살았는지를 절실히 깨달았다.
요즘은 돈이 많은 애가 공부도 잘하고, 놀기도 잘 놀았다. 대학에 입학했으니 적당히 학점만 따서
부모님의 회사를 물려받는다거나, 부모의 돈으로 해외 유학을 준비 중인 애들이 수두룩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리감이 들었다. 오면 안 되는 곳을 온 건가, 자신이 이상한 건가.
그러던 중 선우를 만났다. 게이바에 앉아 칵테일을 시키며, 머뭇거리는 선우를 봤을 때는 눈을 의심했다.
수호는 그 전부터 선우를 알고 있었다. 후배다 보니 아무리 그래도 얼굴을 볼 수밖에 없었다.
민재는 담배를 입에 물었다. 후, 고개를 돌려 담배 연기를 내뱉었다. 뭉게뭉게 피어오른 연기가 좁은
화장실 안을 가득 메웠다. 몇 모금 피우지 않은 담배를 바닥에 내던진 민재가 장초를 발끝으로 지졌다.
마인드 컨트롤을 이용하면 선우와 수호 사이를 갈라놓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민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단순히 마인드 컨트롤을 하기 위해 수호에게 키스를 하기 싫다 정도의 문제가 아니었다.
“세현 그룹 강우진 부회장.”
“뭐?”
“휴대폰은 폼이냐?”
민재의 힌트에 수호가 급하게 휴대폰을 꺼내 검색을 했다. ‘세현 그룹 강우진’이라고 검색을 하기 무섭게
잘 찍은 프로필 사진이 상단에 올라왔다. 수호는 이미지란을 들어가 자세히 얼굴을 확인했다. 훤칠한
키와 체격, 시원스러워 보이는 동안. 그는 그날, 수호가 병원에서 봤던 남자와 똑 닮아 있었다. 아니,
그 남자였다.
수호는 화장실 변기 위에 앉아 기절하듯 쓰러진 선우를 흘끗 바라봤다. 남자를 보고 선우를 보니 확실히
닮은 구석이 없잖아 있었다. 어디서 많이 봤다는 생각이 들긴 했는데, 설마 세현 그룹 부회장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선우가 너랑 동급인 줄 알았어?”
“씨발, 아아아악!”
수호가 주먹을 뻗었다. 수호의 주먹은 민재가 아닌 민재의 벽을 향했다. 민재는 그런 수호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제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수호는 자신의 몸에 손가락 하나 까닥할 수 없었다. 두 번째
담배를 문 민재가 입을 열었다.
“1 억.”
“뭐라고?”
“거래 하나 하자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하면 1 억 줄게.”
“씨발, 사람을 뭘로 보고……!”
“3 억.”
억이라는 단위에, 거기에 손쉽게 치솟는 숫자에 수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저게 대학생들 사이에서
아무렇지 않게 오고 갈 수 있는 돈인가 싶었으나, 말을 하는 민재는 별로 대수롭지 않아 보였다. 민재가
내뱉은 담배 연기가 다시금 코를 찔렀다. 민재는 머뭇거리는 수호를 안심시키기 위해 말을 이어갔다.
“감방에 가라거나, 자해하라거나 이런 거 아니니까 안심해.”
“원하는 게 뭐야?”
“강선우랑 헤어져. 단,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뒷일은 내가 책임져 줄게. 어때? 너는 돈을 받고, 난
원하는 대로 선우를 얻고. 서로한테 좋은 일이잖아?”
말 같지도 않은 설득이라는 걸 알면서도 숨이 막혔다. 담배를 끈 민재가 수호의 앞으로 다가갔다. 뻗은
손이 머리채를 붙잡았다.
한국에는 두 개의 그룹이 있다. 한국 재벌은 그 두 개의 그룹에 속하냐 속하지 않느냐로 나뉘었다.
그리고 최민재는 그 한성 그룹의 피가 이어진 아들이었다. 대놓고 티를 내지 않았으나, 이미 알 만한
사람들끼리는 전부 알려진 일이었다.
민재는 다른 녀석들처럼 집안에 돈이 많다느니, 해외여행이 유학이 어쩌고 하고 티를 내는 부류가
아니었다. 겸손과는 다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과시의 근본에는 결국 열등감이 존재했다.
최민재에게는 그조차도 없었다. 과시할 이유조차, 남들에게 보여 줄 필요조차 없다. 그 자체로 본인이
이미 특별한 인간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누구보다도 본질을 깨닫고 있었던 수호는 그래서 더욱
최민재가 싫었다. 그러나 당장은 자신의 머리채를 잡은 민재에게 놔 달라는 말을 할 용기조차 없었다.
“너 어차피 강선우랑 결혼할 것도 아니잖아.”
수호의 손을 놓은 민재가 태연하게 어깨를 들썩였다. 길든 짧든 두 사람은 헤어질 것이었다. 선우와
수호는 닮은꼴이 아니라 처음부터 이어질 수 없는 인연이었다. 강 부회장을 직접 보고, 민재에게 그가
세현 그룹의 강민우 부회장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뒤 확신이 섰다.
“하하, 하하하!”
수호는 미친 사람처럼 웃음을 터트렸다. 쫓고 쫓았던 결말이 이런 거라니. 참으로 기가 막혔다. 웃음을
그친 수호가 눈가에 있는 눈물을 닦았다. 두 사람 사이에 어색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먼저 말을 꺼낸 건
수호였다.
“3 억, 주는 거지?”
“난 돈에 관해 지키지 않을 말은 안 해. 우리 집 가훈이거든.”
“아, 그러셔.”
민재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기절한 건지, 자신의 대화를 듣고 있는 건지는 모르나 그건
자신의 알 바가 아니었다. 저건 같은 사람이 아닌 짐승의 눈빛이었다.
민재는 수호가 담배를 전부 피우길 기다렸다. 그래, 수호 같은 타입은 굳이 마인드 컨트롤을 할 이유가
없었다. 그보다 더 쉬운 방법이 있으니까.
‘돈이면 뭐든 된다고.’
마인드 컨트롤 능력이 있든 없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 * *

시험이 끝났다. 중간고사를 망친 뒤, 이번 학기는 사실상 반쯤 포기하고 있었던 터라 홀가분한 마음으로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해코지라도 줄 알았던 선우의 예상과 달리 수호는 의뢰로 조용했다. 몇 번인가 얼굴을 마주치긴 했으나
스치듯 지나갈 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연인이 맞긴 했나 싶을 정도로 쌀쌀한 태도였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수호의 행동에 선우 또한 점점 무뎌졌다.
시험이 끝나고, 학교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민재의 차에 탔다. 선우는 익숙하게 조수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맸다. 선우가 수호를 신경 쓰지 않게 된 이유에는 수호 대신 민재와 사귀기 시작한 것도
한몫했다.
다행히 섹스 동영상은 많이 퍼지지 않았고, 민재가 아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영상을 거의 다 내릴 수
있었다. 아버지가 알기 전에 일을 수습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고소는 하지 않기로 했다.
민재가 말리기 이전에 선우 또한 이미 고소에 대한 마음은 접은 후였다.
수호를 진심으로 사랑했냐고 묻는다면 약간 의문이 들긴 했으나, 그래도 연인이었던 사이는 맞았기에 이
이상 수호와 갈등을 빚고 싶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고소하게 되면 아버지인 강 부회장의 귀에 어떤
식으로든 들어갈 게 분명했다. 솔직한 심정을 말하자면 전자보다 후자의 두려움이 더욱 컸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그 속죄를 위해 자신에게 모든 것을 넘겨주려고 하는 강 부회장만큼이나 선우 또한 강
부회장이 중요했다. 아니, 제 인생에 남아 있는 거라고는 아버지가 전부였다.
차가 다시 출발하고, 선우의 집 근처에서 멈췄다. 커다란 아파트가 아닌 담벼락이 쌓인 전원주택이
이제는 익숙해지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오늘은 일찍 들어가.”
“아, 맞다. 형 시험 남아 있었지.”
휴대폰을 뒷주머니에 집어넣은 선우는 안전띠를 풀며 진심으로 아쉬워했다. 민재는 차에서 내리려는
선우의 팔을 잡아 입술을 맞췄다. 난데없는 기습 키스에 선우의 얼굴이 사과처럼 빨갛게 달아올랐다.
“연락할게. 조심해서 들어가.”
“으, 응.”
붉어진 뺨에 손을 올린 선우가 도망치듯 차에서 내렸다. 좆에 환장한 선우도 꽤 볼만하지만, 아무것도
모른 채 순진하게 구는 선우도 나쁘지는 않았다. 빠진 게 어느 쪽인지. 집 안으로 들어가는 선우를 본
민재는 조용히 차를 돌렸다.

* * *

수호에게 연락이 온 건 저녁을 먹고 얼마 되지 않은 뒤였다. 2 층에 있는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눕기


무섭게 벨 소리가 울렸다. 딱히 스팸 처리는 하지 않았기 때문에 번호를 보고 수호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선우는 전화가 오는 휴대폰을 쥔 채 커다란 침대 위를 뒹굴뒹굴했다. 받아? 말아? 한참을 고민하던 끝에
전화를 받았다.
─ 선우야.
휴대폰 너머로 수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얼마 만에 듣는 목소리인지 모른다. 그러나 감흥은 없었다. 숨을
크게 들이쉰 선우는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담담하게 대답했다.
─ 무슨 일이야?
─ 톡 보냈는데 답장이 없어서, 전화했어.
─ 무슨 일인데?
─ 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
이야기라니. 선우는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그렇게 늦은 시간은 아니었다.
─ 알았어.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하기도 하고 말이다. 수호는 고맙다는 말과 함께 역 앞에서 보자는 말을 남겼다.
정확하게 집 근처에 있는 역을 말하는 수호에 선우는 자신이 이사한 집의 위치를 말한 적이 있나,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휴대폰 지도로 위치를 검색하니 역은 역인데 역에서 살짝 떨어진 곳에 있었다. 그
근처에 있었나 보지 뭐. 선우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안쪽 방에 있는 드레스룸으로 들어갔다.
전에 혼자 살 때는 옷을 하도 많이 사서 포장도 못 뜯은 채로 박스에 처박아 둬야 했는데, 이 집은
드레스룸이며 옷장이 많은 탓에 선우가 가져온 옷쯤은 충분히 보관하고도 자리가 남았다. 대충 겉옷을
걸친 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거실로 내려오니 거실을 청소하고 있는 가정부 아주머니와 마주쳤다. 이
집에는 몇 명인가 상주 가정부와 경비원이 살고 있었다.
집안의 사정을 대충 아는 가정부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10 년을 넘게 이 집에서 일했다고 들었다.
선우는 거실을 두리번거렸다.
“어머님은요?”
선우가 지칭하는 사람이 누군지 모를 리가 없었다. 죽은 어머니가 아닌 다른 여자를 어머니라 부르는 건
어색하긴 했으나, 달리 부를 호칭이 떠오르지 않는 것도 한몫했다. 진심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으나
그녀는 미안할 정도로 이 집의 안주인 역할을 잘 해냈다. 강 부회장과 둘 사이에 연애감정이 있는지
없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다른 사모님들과 저녁 약속이 있으시다고 나가셨습니다. 멀리는 안 가셨고요.”
“아, 네. 저 잠깐 나갔다 올 건데. 비밀로 해 주시겠어요?”
계단을 완전히 내려온 선우가 조용히 부탁했다.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부터 대문까지 사각 없이 CCTV 가
쫙 깔린 이 집을 몰래 나가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자신이 나가든 말든 크게 신경을 쓸 사람은
아니었으나, 괜한 걱정을 시키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알겠습니다.”
“감사해요.”
선우가 꾸벅 고개를 살짝 숙였다. 원래라면 강 부회장이 이혼했을 때, 여자 또한 일을 그만뒀어야 했다.
오랫동안 일 한 그녀를 붙잡은 건 다름 아닌 강 부회장이었다. 가정부인 그녀가 보기에 강 부회장은
확실히 사람 보는 능력이 뛰어난 편이었다.
사고를 쳐 죽은 망나니 같은 아들을 상대하던 가정부는 차분한 성격의 선우가 약간은 어색했다. 그래도
어느 쪽이 낫냐고 묻는다면 고등학교 때부터 집으로 여자 여럿을 데리고 와 섹스를 하고 뒷정리도 하지
않은 채 나가버리던 녀석보다야 얌전한 선우가 훨씬 더 나았다.
가정부를 지나친 선우는 조용히 집을 나왔다. CCTV 를 보고 정원으로 나온 보안요원이 운전이 필요하냐고
물어 왔다. 원한다면 약속 장소까지 운전해 주겠다고 할 것 같은 기세에 선우는 짧은 한숨을 내 쉬었다.
“괜찮아요. 혼자 나갔다 올게요.”
선우는 최대한 바르게 거절을 했다. 그가 먼저 현관 쪽 문을 열어 줬다. 조심해서 다녀오라는 말까지
남기는 보안요원을 본 선우는 왜인지 모르게 피곤함을 느꼈다. 문이 완전히 닫혔다. 안에서 봤을 때는
마치 그림과도 같은 집이었으나 외부에서 보면 내부를 거의 엿 볼 수 없는 철옹성이나 다름없었다. 이
주변에는 이런 집들이 꽤 많이 있었다.
“에휴.”
익숙해져야지 어쩌겠는가. 인근 도로로 나온 선우는 지나가는 택시를 붙잡았다. 역에 도착하기 전부터
수호에게 톡을 보냈으나 영 답장이 없었다.
“뭐야? 자기가 보자 그랬으면서.”
선우는 역에서 내렸다. 그사이 완전히 캄캄한 밤이 되어 있었다. 지도를 보고 번화가에서 비교적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 근처의 가게에서 보자 그랬는데, 가게는 무슨 모텔들밖에 없는 모텔촌이었다.
안쪽 골목에 츄리닝 복 차림의 수호가 서 있었다.
“선우야.”
수호가 선우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너무 안으로 들어왔나? 꺼림칙한 느낌이 들었다. 빨리 이야기하고
집에 가든지 해야지. 선우는 성큼성큼 수호에게 다가갔다.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미안하다. 최소한 사과는 얼굴 보고 해야 할 것 같았어. 너도 헤어지잔 말은 얼굴 보고 했으니까.”
“그거야……. 하, 됐어. 경고하는데 영상 더 나돌거나 있었던 일 말하고 다니면 나도 가만히 안 있어.”
선우의 경고는 진심이었다. 민재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정말 일이 커졌을지도 몰랐다. 선우도 아버지인 강
부회장을 알아 가는 중이이었다. 확실한 건 그는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하고 있었고, 자기 일에 관해서는
무서울 정도로 집착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래. 정말 미안해.”
“할 말 다 했으면 이제 갈게.”
“나도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건 아니거든.”
“그게 무슨…….”
선우의 뒤로 낯선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다가왔다. 몸을 돌릴 틈도 없이 등 뒤로 뭔가 저릿한 게
느껴졌다. 테이저건이었다. 온몸이 마비된 듯 손 하나 까닥할 수가 없었다.
“씨발, 뭐 하는…… 뭐 하는 거…….”
머리가 윙윙거리며 속이 뒤집힐 것 같았다. 이내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게 되었다. 남자에게 붙잡힌
선우는 고개를 들었다.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수호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선우는 의식을 잃었다.

* * *

“으윽.”
머리가 아팠다. 새벽에 쓰러졌을 때 만큼이나 심한 두통이었다. 눈을 떴음에도 불구하고 앞이 보이질
않았다. 선우는 그제야 자신의 눈에 뭔가가 씌워져 있음을 깨달았다. 발소리와 인기척이 느껴졌으나
말소리는 없었다.
“읏, 으읏….”
입 사이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입안에 뭔가가 물려 있는 것 같았다.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선우는
기억을 조금씩 더듬었다. 수호와 만난 것까지 생각이 나자 거꾸로 화가 치밀었다. 역시 이수호는 변태
새끼가 맞았다. 선우가 정신없이 몸을 비틀었다.
“으읍…, 읏!”
등과 엉덩이의 감촉으로 인해 자신이 침대나 매트 위에 누워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게
다였다. 침대 위라는 것을 제외하면 눈에 안대가 쓰인 선우가 알 수 있는 정보는 없었다. 선우는 감각을
집중했다. 팔다리가 움직이질 않았다. 어느 정도는 움직일 수 있으나 일정 범위를 넘으면 뭔가에 탁,
하고 걸렸다. 다리는 활짝 벌려져 있었으며 옷을 입고 있는 듯한 느낌은 없었다.
“오, 일어났는데? 발버둥 치는 거 봐.”
“기절한 녀석한테 박는 것도 슬슬 질렸는데 잘됐네.”
“일어나자마자 좆 발딱 세우는 거 봐.”
“음란한 새끼. 좆이 그렇게 좋아요?”
“흐, 읍… 아, 으아… 응….”
인기척에서 발소리, 그리고 굵직한 남자의 목소리로 바뀌었다. 침대가 푹 꺼지며 남자 하나가 선우의
위로 올라왔다. 낯선 남자의 손이 닿자 몸이 움찔거렸다. 허벅지를 강제로 벌린 그가 선우의 다리 사이에
박혀 있는 딜도를 꾹 밀어 넣었다. 엉덩이 안쪽에 뭔가 걸려 있다는 건 알고 있었으나 난데없이 들어온
딜도에 선우의 몸이 정신없이 흔들렸다. 힘을 꽉 주자 딜도의 커다란 모양이 그대로 느껴졌다. 평범한
딜도는 결코 아니었다. 딜도를 쥔 남자가 손을 움직여 피스톤 질을 했다. 딜도에 붙어 있는 돌기들이
선우의 내벽을 미친 듯이 헤집었다.
“브, 으아… 으앙… 응…!”
입안에 있는 마개 사이로 정신없이 신음이 흘러나왔다. 남자가 버튼을 누르자 윙 거리는 소리와 함께
딜도가 양옆으로 움직이며 진동을 했다. 다리 아래에서 느껴지는 진동과 쾌락이 타고 올라와 온몸을
지배했다. 온몸의 신경이 빳빳하게 서며 숨이 콱 막혀 왔다.
“확실히 반응이 좋네.”
“얼굴도 모르는 남자들한테 둘러싸여서 섹스하는 기분은 어떤 기분이냐? 어?”
“씨발, 나 다시 설 것 같아.”
“내가 먼저야. 넌 두번 했잖아.”
“으아, 으앙… 응….”
수호의 짓이 틀림없다. 벗어나야 하는데, 여기서 나가야 하는데 뭔가가 잘못됐다. 남자가 진동을 켠 채
딜도로 선우의 구멍을 꼼꼼하게 쑤셨다. 선우의 좆이 껄떡거리며 사정을 했다.
“이 새끼 이거 느끼는 거 보통이 아니라니까.”
“흐앙, 응… 아응….”
남자가 딜도를 빼냈다. 딜도가 빠져나간 구멍이 좆을 받기 위해 정신없이 벌름거렸다. 자신을 납치한
수호에 대한 화보다 당장 허벅지 사이로 비벼지는 좆에 머리가 하얗게 질렸다. 아랫배에 힘을 주자 남아
있던 정액이 뚝뚝 떨어졌다. 이미 선우가 기절한 사이에 남자들이 잔뜩 가지고 논 뒤였다.
“자, 네가 좋아하는 좆이다. 어떻게 해 줄까? 어?”
“흐브, 읍… 으읏… 으….”
입에 재갈이 물려 있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엉덩이 근처로 좆을 비비자 남아 있던 이성의 끈이 완전히
끊겼다. 허리를 든 선우는 남자의 좆에 자신의 엉덩이를 비볐다.
“으아… 읏!”
남자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물건으로 선우의 엉덩이를 떼렷다. 가죽 채찍 같은 거라고 짐작만 뿐이었다.
엉덩이의 쓰라림이 가시기도 전에 커다란 좆이 선우의 안으로 들어왔다. 커다란 좆이 뱃가죽을 뚫고 들어
올 그것처럼 거칠게 선우의 안을 쑤셔댔다.
“흐아, 응…, 으아… 아앙….”
“이 변태 새끼. 얼마나 느끼는 거야?”
선우의 구멍이 남자의 좆을 강하게 물었다. 남자가 그르렁거리며 허리를 움직였다. 좆이 내벽을 찌를
때마다 선우의 몸이 위아래로 흔들렸다. 한두 명이 아니다. 누군지도 모르겠고, 알 수조차 없었다.
붙박이 벽장에서 정신을 차렸을 때 만큼이나 충격이었다. 다만 이번에는 자신을 납치한 수호의 얼굴을
똑똑히 봤다는 게 차이라면 차이었다. 선우의 뺨으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야, 이 새끼 우는데?”
“내버려 둬.”
“아, 으, 하응… 앙……!”
모르겠다. 당장은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굳이 말하자면 자신의 간지러운 구석을 긁어주는 남자의
좆이 더욱 제 몸을 흔들어 줬으면 좋겠다는 원초적인 쾌감뿐이었다. 인정하기 시작하니 괜히 흥분됐다.
도대체 어떤 남자들일까? 이 남자들은 자신을 뭐로 보고 있을까? 가라앉았던 열기가 다시금 올라와
선우를 미치게 했다. 선우가 정신없이 허리를 흔들자 보다 못한 남자 하나가 선우의 입에 물린 재갈을
내렸다. 말릴 틈도 없이 남자의 좆이 입 구멍 안으로 파고 들어왔다.
“커흑, 으읍… 아으….”
“오, 잘 받아먹는데? 아래쪽도 쉬지 말라고!”
남자가 다시 허리를 움직였다. 팔다리는 묶인 채, 누가 자신을 범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입과
엉덩이로 남자들의 좆을 먹었다. 헉헉거리며 짐승처럼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흐아, 응… 아응… 조, 좋아요… 좆, 너무 흐으, 너무 좋아요. 주인님들의 좆 더 주세요. 잔뜩
주세요!”
남자 두 명이 동시에 입과 엉덩이에 사정했다. 선우의 몸이 침대에 풀썩 쓰러졌다. 앞이 보이지 않았기에
더욱 신경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을 범하던 남자 말고 또 다른 남자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침대
위로 올라온 남자는 구멍 근처에 흐르는 좆을 닦았다. 얌전하게 구는가 싶던 그는 타이밍도 알려주지 않은
채 좆을 밀어 넣었다. 또 다른 남자가 양옆으로 다가와 선우의 유두를 정신없이 빨았다.
“흐, 앙… 으앙… 으, 감사합니다!”
벌어진 다리 사이로 들어오는 좆의 마찰도 기분이 좋았으나 유두 양쪽에 닿은 혀도 그 못지않게 선우를
흥분하게 만들었다. 두 개의 혀가 각자 다른 타이밍으로 선우의 유두를 정신없이 빨아댔다. 봉긋하게
솟은 유두 끝에서 느껴지는 자극에 머리가 어떻게 될 것 같았다. 개처럼 헉헉거리는 입안으로 남자의 좆이
들어 왔다. 그사이 사정을 한 또 다른 사내가 자신의 좆을 밀어 넣었다. 몇 번째 좆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하도 많이 받다 보니 엉덩이의 조임만으로 좆의 크기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흐, 으아… 응… 형?”
아래에 힘을 주자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크고 길쭉한 게 꼭 민재의 좆 같았다. 민재가 여기
있다고? 설마 그럴 리가. 선우는 설마 싶은 마음에 몇 번인가 민재를 불렀으나 답은 없었다.
“읍…!”
또다시 남자의 좆이 입안으로 들어왔다. 민재가 있는 건가? 없는 건가? 남자들은 대체 누군가? 아니,
어쩌면 수호가 보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런저런 생각을 하니 또다시 흥분됐다. 몇 명째인지 모를 남자가
사정하고 나갔다. 엉덩이와 그 주변이 허연 정액투성이였다.
“주, 주인님의 정액 더 주세요. 더 흐아, 응….”
남자가 좆을 빼내기 무섭게 선우가 허리를 움직이며 좆을 달라 애원했다. 선우의 팔과 다리에 차인 수갑이
풀렸다. 눈을 가리고 있던 안대가 벗겨졌다.
선우는 천천히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건 흰 천장에 자신의 얼굴 위에 떠 있는 커다란 좆이었다.
선우의 허리를 들어 올린 남자가 뒤에서 좆을 밀어 넣었다. 찌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좆 사이로 고여 있던
정액이 뚝뚝 떨어졌다.
“아응, 아, 으아, 응…….”
아직 빛에 적응이 되지 않아 상황 파악이 되질 않았다. 선우는 조금씩 눈을 떴다. 그제야 조금씩 주변이
눈에 들어왔다. 커다란 원룸, 자신의 위에 올라탄 남자는 엉덩이에 커다란 좆을 넣은 채 거칠게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벽 쪽에 놓인 전신 유리가 선우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었다. 다섯 여섯 명의
가면을 쓴 남자들이 커다란 좆만을 드러낸 채 선우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남자 하나가 개처럼 엎드린 선우의 턱을 잡아 올렸다. 그의 손가락이 입에 들어오자 선우는 본능적으로
손가락을 열심히 빨았다. 이렇게 하면 좆이라도 먹여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뒤쪽에 있던
남자가 선우의 엉덩이 근처에 사정했다. 숨을 고를 틈도 없이 또 다른 남자의 좆이 들어 왔다. 몇
번째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남자는 손가락의 개수를 늘려 선우의 입을 헤집었다. 몸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선우의 시선은 시커멓게 털이 난 사이로 보이는 남자의 좆밖에 보이지 않았다.
“좆 먹고 싶으면 어떻게 하라 그랬지?”
남자는 아니었으나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었던 것 같았다. 애가 닳았던 선우는 남자를 향해
애원했다. 정확하게는 남자들을 향해 애원했다.
“발정 난 흐앙, 노예의 구멍에 좆 잔뜩 쑤셔 주세요! 아응… 앙…!”
선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손가락이 빠져나가며 커다란 좆이 들어왔다. 선우는 정신없이 눈앞에 보이는
좆에 매달렸다. 몇 번째인지 모를 남자의 좆이 빠져나가고 철컥, 원룸의 방문이 열렸다. 계속되는 쾌락에
머리가 정신없이 흔들렸다. 쿵쿵거리는 발소리가 어딘가 익숙했다. 선우의 입에 좆을 막고 있는 사내를
밀어낸 수호가 선우와 눈을 마주쳤다.
“씨… 으읏… 아응….”
“모르는 녀석들한테 눈 가리고 좆 물리는 기분은 어땠어?”
“흐앙, 응… 아으… 혀, 형… 너….”
“심심할 것 같아서 이것저것 사 왔어.”
수호가 검은 비닐봉지를 바닥에 엎었다. 원룸 바닥 위로 오만가지 성인용품들이 떨어졌다. 뒤에 있던
남자가 선우의 엉덩이를 쉴 새 없이 때리며 허리를 움직였다. 엉덩이와 내벽의 자극에 선우는 수호에게
화를 낼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남자가 선우의 안에 또다시 좆물을 싸 지르고 갔다. 남자가 때린
엉덩이가 벌겋게 부어 쓰라렸다. 수호가 선우의 입에 새로 산 재갈을 물렸다.
“읍, 아으… 으읏!”
“그러니까 아무것도 몰랐으면 좋았잖아. 씨발, 왜 사람을 힘들게 해?”
“으, 아응… 응….”
“내가 너한테 얼마나 공을 들였던 줄 알아? 후, 그런데 최민재 그 자식이나 만나고.”
“흐아, 응….”
“좆 없으면 살 수도 없는 몸이 된 주제에. 넌 내 거야. 내가 만든 거라고!”
수호의 눈동자에 광기가 서렸다. 선우는 깜짝 놀랐다. 이게 자신이 알던 이수호가 맞는 걸까. 마치 다른
사람, 그래 악마가 씌인 것만 같았다. 그동안 꿔왔던 꿈들이 설마 사실인가? 뒤쪽에 있던 남자가 선우의
다리를 잡아 좆을 밀어 넣었다. 선우의 안색이 점점 하얗게 질렸다. 그동안 느꼈던 게 모두 꿈이 아니라
사실이라면. 자신은 대체 어떻게 된 거란 말인가. 선우의 몸이 벌벌 떨렸다. 머리와 몸이 따로 노는 것만
같았다.
커다란 좆이 내벽을 긁어 줄 때마다 입에서는 기쁘다는 듯 신음을 흘리나 머리에서는 이건 아니라며
소리를 질렀다. 이게 뭐지? 왜 저한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지? 모든 게 혼란스러웠다. 머릿속에 있던
뭔가가 뚝, 하고 끊기는 것만 같았다. 민재가 입에 물렸던 재갈이 길이를 잘못 재 흘러내렸다.
“싫어, 아악! 흐윽, 아응… 으아… 싫어! 흐윽…!”
“조금 전까지 맛있게 좆 물었으면서 뭔 개소리야?”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남자가 선우의 엉덩이를 거칠게 때렸다. 아팠다. 맞은 엉덩이뿐만이 아니라
온몸이 아팠다. 좆이고 뭐고 이 자리를 뜨고 싶었다. 내가 무슨 잘못이 있다고? 대체 뭘 했다고 이런
꼴을 당해야 한단 말인가? 선우의 눈에서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남자들은 살려 달라는 선우의
외침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형, 으윽… 흐, 형 제발…… 살려줘… 아악!”
사정으로 좆이 느슨해진 사이 선우가 침대 위를 기었다. 몸이 한 바퀴 굴러 바닥으로 떨어졌다.
일어나려고 했으나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바닥을 기다시피 한 선우는 고개를 들었다. 커다란 전신
거울 앞으로 자신의 모습과 올라타는 정체불명의 남자가 보였다. 허벅지를 잡아 벌린 남자가 흉측한 좆을
선우의 구멍 안에 쑤셔 넣었다.
“아아악! 싫어… 흐윽…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두 팔로 얼굴을 가린 선우는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도 모른 채 사과를 했다. 단지 잘못했다며 울고 비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었다. 그들은 마치 선우를 범하기 위해 존재하는 인형 같았다. 다른 남자가
선우의 팔을 잡아 위로 올렸다. 얼굴을 가리던 손이 사라지고 몸이 강제로 들리며 고개가 숙어졌다. 눈을
뜨자 남자의 좆이 자신의 구멍을 쑤시는 게 보였다. 좆 사이로 이미 싸지른 정액이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이 와중에도 쾌락을 느끼고 있는 스스로에게 자괴감이 들었다. 이건, 더 이상 꿈이 아니었다.
수호는 남자들에게 범해지며 반쯤 넋을 잃은 선우의 뺨에 손을 올렸다. 선우의 고개가 뒤로 꺾여 나가며
희미해지는 의식 속에서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선우의 뺨에 손을 올린 사람은 수호가 아니었다. 이수호는 없었다.
그날, 민재가 수호에게 제안한 것은 돈뿐만이 아니었다. 민재의 예상대로라면 수호는 아마도 지금쯤
미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에 들어갔을 것이었다.
진정한 사랑은 없다. 아무리 진실한 사랑이라 할지라도 결국 돈이 없으면, 돈 앞에 무너지고 갈라서는 게
현실이었다. 대학생들의 장난에 가까운 사랑이 그리 대단한 가치가 있을 리가 없었다.
선우에게 연락을 한 사람도, 선우의 눈에 보이는 사람도 수호가 아닌 민재였다.
눈동자가 흐려진 채 오직 남자들의 좆을 받는 선우의 벌어진 입술을 향해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선우의
눈에는 민재가 아닌 수호로 보일 것이었다. 선우는 끝까지 모를 것이다. 왜 자신이 이런 일을 당해야만
하는지. 그러나 민재는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왜.”
“흐, 아응… 응… 으아… 읏….”
“나한테 키스했어.”
“으흑, 으… 아아아악!”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에 선우는 더욱 발버둥을 쳤다. 하늘로 손을 뻗으면 뻗을수록 닿는 것이라고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들의 몸뿐이었다. 그곳은 지옥이었다.

* * *

얼마나 섹스를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조금씩 선우의 정신이 돌아왔다. 여전히 퀴퀴한 냄새가
나는 원룸 방이었다. 발은 침대에 묶여 있었다.
“흐, 으앙… 응….”
자신의 목소리가 아닌 신음을 흘렸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남자가 왔다 갔다 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몇 번인가 빠져나가려고 해 봤으나 소용이 없었다. 남자들은 선우에게 억지로 식사를 먹였다. 그 식사도
먹는 족족 절반 이상을 다 토해냈다. 살이 몇 킬로가 빠졌는지 모르겠다.
남자가 선우의 안에 사정했다. 아래의 감각이 마비된 것 같아서 아무런 감촉이 없었다. 남자들은 선우를
마치 성욕을 배출하는 오나 홀 정도로 취급했다. 살려 달라고, 제발 집에 보내 달라고 우는 것도 하루
이틀이었다. 죽고 싶은데 떠오르는 얼굴이 있어서 도무지 죽을 수가 없었다. 아버지, 그리고 민재였다.
민재라면 이렇게 더러워진 자신을 사랑해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냥,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또 다른 남자가 입안에 좆을 쑤셔 넣었다. 선우는 두 개의 좆을 받으며
그저 시키는 대로 섹스를 했다. 어쩌면 저는 사람이 아니라 인형이었는지도 모른다. 정말 섹스 인형이 된
것만 같았다.
“씨발, 뭔 소리야?”
“야, 뭔가 이상한데?”
처음에는 벨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쿵쿵거리는 소음으로 바뀌었다. 남자들이 급하게 좆을 빼냈다.
바람이 빠진 풍선처럼 선우의 몸이 옆으로 쓰러졌다.
“경찰이다!”
“아, 누구야!”
“좆됐다…….”
거칠게 열린 문 너머로 처음 보는 남자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집안으로 쳐들어온 형사들 사이로 민재가
뛰어 들어왔다. 민재는 선우가 실종됐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누구보다도 열심히 선우를 찾아다녔다.
물론, 그런 척만 한 것일 뿐이었다. 이 모든 일은 민재의 자작극이었다. 민재가 눈물을 흘리는 선우의
몸을 꽉 안으며 우는 척 연기를 했다. 남들이 봤을 때는 진심으로 선우를 걱정 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선우야!! 강선우, 선우야 너 괜찮아?”
“혀… 형……”
“선우야, 이제 다 끝났어. 울지 마. 세상에 이게 뭐야……”
“흐윽… 끄윽… 형, 흐윽… 민재 형…….”
긴장이 풀리자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는 와중에 선우는 기절하듯 정신을 잃었다.
에필로그

드륵, VIP 병실의 문이 열리며 민재가 안으로 들어왔다. 창밖을 보고 있던 선우가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형!!”
“일어나지 마. 괜찮아.”
민재는 침대 옆에 있는 선반에 과일이 든 바구니 상자를 올려놓았다. 민재가 오자 선우의 옆에 앉아 있던
여자가 일어나 고개를 살짝 숙였다.
“저기, 그…….”
“괜찮아요.”
손을 살짝 든 민재가 신경 쓰지 말라며 여자의 말을 잘랐다. 두 사람은 서로 통성명을 한 적이 없으나,
서로가 서로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여자는 같은 과 선배인 한성 그룹 부회장의 셋째 아들인 최민재가 선우와 친하게 지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최근 들어 친해지기 시작한 거지만. 강 부회장에게 병원에서 있었던 일을 들었던
터라 두 사람 사이를 추측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민재는 선우가 사라진 일주일 동안
누구보다도 열심히 선우를 찾아다녔다. 마지막에 형사와 함께 선우가 납치당했다는 오피스텔로 들이닥친
것도 민재였다.
그녀는 민재를 향해 고개를 살짝 숙였다. 자신의 적은 한성이 아니었기 때문에 굳이 민재와 척을 져서
좋을 이유는 없었다. 강 부회장에게 이미 선우와 민재 사이에 신경을 쓰지 말라는 언질을 받은 뒤였다.
“전화 좀 하고 올게. 선우야, 이야기하고 있으렴.”
용무는 없었다. 여자가 두 사람을 위해 자리를 비켜주려 핑계를 댄다는 걸 선우도, 민재도 모르지 않았다.
민재는 조금 전까지 여자가 앉아 있던 간이 의자에 앉았다.
“몸은 좀 어때?”
“그냥, 괜찮아.”
선우는 무릎까지 덮고 있던 이불 위로 손을 꺼내 민재의 팔을 붙잡았다.
“형, 침대에 올라오면 안 돼?”
“사모님 금방 오실 텐데.”
사실상 거절에 가까운 민재의 대답에 선우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오든 말든 뭔 상관인가. 그녀가
자신과 민재의 사이를 눈치챘다는 걸 모를 정도로 눈치가 없진 않았다. 무엇보다 그녀는 이번 일에 있어서
철저하게 외부인이었다. 아니, 한번도 내부인이었던 적이 없었다.
민재가 침대 위로 올라와 앉았다. 선우는 기다렸다는 듯 민재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이틀 전에 형사라는 사람이 왔다 갔어.”
원래는 더 일찍 왔어야 했는데 강 부회장이 선우의 몸 상태를 핑계 삼아 접근을 금지한 것도 한몫했다. 약
일주일간의 감금. 선우는 민재와 있었던 일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했다. 그러나 정작 선우가 지목한
사람은 수호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
민재의 마인드 컨트롤에 걸린 선우는 이 모든 일의 주모자가 이수호라고 생각함과 동시에 주변
사람들에게는 전혀 다른 소리를 하고 있었다. 선우의 납치 사건은 선우를 스토킹하던 남자가 저지른 일
정도로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가 됐다.
선우의 손이 점점 내려가 민재의 허벅지를 부드럽게 쓸었다. 고개를 살짝 들어 민재를 올려다봤다.
“형, 형은 나 안 버릴 거지?”
수호가 그런 사람인 줄은 몰랐다. 한동안 자살 기도를 할 정도로 정신이 불안정했던 선우가 제정신을 찾을
수 있었던 건 민재 덕분이었다. 아니, 민재밖에 없었다. 민재가 구하러 와 주지 않았더라면 자신은
얼마나 더 그 지옥에 갇혀 있어야 할지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민재의 엄지손가락이 선우의 입술을
부드럽게 쓸어 넘겼다. 선우는 두 팔로 민재의 허리를 꽉 안았다.
“선우야.”
“…….”
“사랑해.”
선우의 턱을 들어 올린 민재가 키스했다. 술집에서 했던 키스 이후로 타인과 혀를 섞는 게 이렇게 달게
느껴진 적은 처음이었다. 붉어지는 눈동자를 무시한 채 민재가 입 꼬리를 올렸다.
지옥을 나온다고 해서 천국이 되리라는 법은 없었다. 지옥을 나온 선우를 반기는 건 지옥도, 천국도
아니었다.

- 연옥의 늪 본편 완결
외전 1.

VR 가상 현실 게임 ‘세이비아 월드’
전 세계에서 수억 명의 사용자들을 보유한 엄청난 히트 게임이었다. 세이비아 월드의 순위는 단순한
순위가 아니라 부와 명예 그 자체였다. 일각에서는 이미 세이비아 신드롬이라 불리며 가상 현실에서의
영향력이 현실에서도 그대로 적용이 되고 있음을 논하는 학자들도 존재했다.
세이비아 월드의 세계 랭킹 1 위, 강선우. 세현 그룹 재벌 3 세라고도 알려진 그는 이미 그 존재 자체로도
범 스타 적인 인물이었다. 그러나 정작 게임을 좋아했던 그는 그런 부가적인 일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커다란 대리석 방에 커다란 기계가 놓여 있었다. 일명 캡슐이라 불리는 기계였다. VR 산업의 발달로 VR
게임을 즐기는 데에는 간단한 고글이면 충분했다. 현세대에서 불리는 캡슐이란 말 그대로 VR 게임을 더욱
쾌적하게 즐기기 위한 공간에 지나지 않았다.
전 세계에 10 대밖에 없는 최신형으로 캡슐 내부는 무척 쾌적했다. 등을 기댄 선우는 천장에서 내려오는
고글을 썼다. 버튼을 누르기 무섭게 시야가 바뀌며 눈앞으로 세이비아 월드를 상징하는 로고가 떴다.
[사용자를 인식합니다.]
현실의 인간과 거의 구분이 없는 AI 의 목소리와 함께 붉은 선이 나타났다. 붉은 선이 흰 공간에 서 있는
선우의 몸을 위아래로 스캔했다.
[사용자 정보 ‘리안’을 확인했습니다.]
[세이비아 온라인에 접속합니다.]
선우는 천천히 눈을 떴다. 붉은색으로 도배가 된 커다란 길드 회랑이 눈에 보였다. 한 달 전 즈음에
공성전으로 먹은 성이었다. 아, 여기서 로그아웃했었지. 선우가 나타나자 용무가 있어 길드에 방문한
플레이어들이 흘끔흘끔 선우를 쳐다봤다.
“대박, 진짜 리안이야?”
“아이템 봐. 개 쩌네.”
“어제 이 근처에서 로그아웃했다더니 정말이네.”
몇몇 플레이어들은 노골적으로 선우의 캐릭터를 스크린샷으로 남겼다. 선우는 그런 사람들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성 내부로 들어갔다. 성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사람들은 오직 성 주인의 길드 소속
길드원들뿐이었다.
길드 관련 업무를 처리해주는 NPC 가 성 내부 근처에 있으므로 플레이어들은 자연스럽게 성 근처를 왔다
갔다 할 수밖에 없었다. 성안으로 들어가니 [라온 제나] 소속 길드원들이 선우를 보고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외부에서 선우를 연예인 보듯 보는 것과 달리 내부에 있는 길드원들은 길드 마스터인 선우의 존재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왕의 의자에 앉은 선우는 커다란 팔걸이에 팔을 괸 뒤 상태 창을 열었다.
수많은 메일들과 쌓여 있는 귓속말, 알림 등을 확인하던 중 낯선 자에게서 온 메일이 눈에 들어왔다.
[길드 없음] 1 인용 인스턴트 SSS 급 던전 의뢰합니다.
“이게 뭐야?”
제목이야 그렇다 쳐도, 길드 없음이라니? 세이비아 월드에서 메일이나 귓속말을 보내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있었다. 둘 중 한 가지가 성립돼야 상대에 연락을 보낼 수 있었다.
첫 번째는 프랜드 추가가 되어 있는 상대일 경우이고, 두번째는 플레이어 코드를 알고 있을 것이었다.
전자의 경우에는 상단에 빨간색으로 [친구]라는 표시가 났다. 표시가 없는 걸 봤을 때 플레이어 코드를
알고 접근한 것 같은데, 누가 자신의 플레이어 코드를 함부로 알려 줬는지는 알 수 없었다. 드물긴 해도
유명인의 플레이어 코드를 개인정보 거래하듯 거래해 팔아넘기는 브로커들도 종종 있었다. 팬이라고
하기에는 악질에 가까운 팬이었다.
그런데도 선우는 계속해서 제목에 눈이 갔다. 1 인용 SSS 급 인스턴트 던전이라니.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메일을 열었다.
[리베아의 숲에 1 인용 SSS 급 던전이 있습니다. 배분은 안 바랄 테니 클리어만 해 주세요. 언제든 좋으니
연락 바랍니다.
- MJ ]
“리베아의 숲이라고?”
거긴 50~60 대의 저 레벨 구간이지 않은가. 수도를 먹은 길드만 사용할 수 있는 성안의 ‘월드 텔레포
트’를 사용하면 금방 다녀올 수 있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수상했다.
소위 SSS 급이라 불리는 던전의 레벨 대는 평균 280~300 정도였다. 선우의 레벨이 현재 순위 1 위인 298
인걸 감안하면 보통 하드한 던전이 아닐 수 없었다. 심지어 1 인 던전이라면 이미 그 자체로도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선우는 할 수 있는 한 연락을 동원해 리베아의 숲 던전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응? 거기에 SSS 급 던전이 있다고? 사기 아냐?”
“처음 듣는데.”
“있어요? 형, 저도 갈래요!!”
“사기 아냐? 스팸 같은 거. 어쨌든 들은 거 없음.”
“밑져야 본전인데 가보지 그래?”
내놓으라 하는 인맥을 동원해 수소문했으나 나오는 정보는 없었다. 몇몇 플레이어들이 알아봐 주겠다고
했으나 그걸 기다릴 바에는 차라리 MJ 라는 사람에게 연락을 하는 게 더 빠를 것 같았다. 선우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답장을 보냈다.
[정말입니까? - 리안]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밖에 모르는 히든 던전입니다. 꼭 클리어 부탁드릴게요. -MJ]
생각보다 훨씬 답장이 빨리 왔다. 머뭇거리던 선우가 다시 메일을 썼다. 세이비아 월드의 규모가
범세계적으로 커짐에 따라 일부 기능들은 게임에 접속하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었다. 메일도 그 기능 중
하나였다.
[혹시 접속해 계십니까? 지금 당장이라도 가고 싶은데. - 리안]
곧 있으면 공성전이며 대규모 던전 원정 일정이 있으므로 바빠질 예정이었다. 다소 난이도가 높긴 해도 1
인용 던전이라면 비어 있는 시간에 충분히 시도해 볼 만했다.
[가능합니다. -MJ]
[아이템 세팅하고 30 분 안으로 갈게요. - 리안]
[유렌 마을 서쪽 출구에서 기다리겠습니다. -MJ]
답장을 확인한 선우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볼일을 보러 나간다는 말을 남긴 뒤, 아이템 세팅했다.
“이 정도면 되겠지?”
1 인용 던전인 데다가 어려우니까. 물약을 풀로 챙긴 후 뒤 <성스러운 실프의 망토(+21)>를 걸쳤다.
고레벨 사용자들이 은닉을 위해서 흔하게 사용하는 망토였다. 녹색의 망토 끝에 금색으로 화려하게 수가
놓여 있었다.
아이템을 챙긴 선우는 성 가장 안쪽에 있는 월드 텔레포트를 이용해 유렌 마을에 도착했다.
“오랜만이네.”
수도를 제외하면 저레벨 구간에는 올 일이 별로 없었던 선우는 평범한 중세 도시 같은 느낌의 마을이
어딘가 낯설었다. 몇몇 사용자들이 선우의 망토를 흘끔흘끔 쳐다보긴 했으나, 대놓고 말을 거는 사람은
딱히 없었다.
사냥터로 이동하는 워프가 있는 서쪽 출구에 도착했다. 커다란 보드판을 앞에 두고 플레이어들이 파티를
구하거나 공고를 살펴보고 있는 풍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어디 있는 거야?’
선우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MJ 라는 플레이어를 찾았다. VR 게임은 온라인 게임과 달리 프랜드 추가가
되어 있지 않은 이상 다른 사용자의 닉네임을 알 수 있는 정보는 따로 존재하지 않았다.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던 선우의 옆으로 낯선 남자가 다가왔다. 남자는 선우와 마찬가지로 갈색 후드를
눌러 쓴 채 정체를 숨기고 있었다. 선우는 남자의 망토를 위아래로 훑었다. 눈대중으로 짐작을 할 때 100
대 초반의 아이템 같았다. 망토만으로는 남자의 레벨이나 수준을 짐작하는 건 불가능했다.
‘내가 아는 랭커 중에서 MJ 라는 닉네임을 가진 사람은 없어.’
선우가 경계하자 그가 망토의 모자를 벗었다. 20 대 초반의 준수하에 생긴 동양인 캐릭터였다.
“안녕하세요. 민재라고 합니다.”
“아, 네.”
MJ 가 그 뜻이었나. 민재라니.
“한국인?”
“맞아요. 만나 봬서 영광입니다.”
“하하, 네.”
민재가 선우에게 손을 내밀었다. 선우가 한국의 세현 그룹 강 부회장의 아들이라는 걸 모르는
플레이어들은 없었다. 세이비아 월드 이전에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라면 당연히 한성 그룹이었으나,
선우가 랭킹 1 위가 된 지금은 한국 그룹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세현 그룹이었다. 고작해야
게임이라 불리는 게 현실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 이상으로 훨씬 더 컸다.
상대가 닉네임을 밝혔으면 같이 말해 주는 게 예의지만, 선우는 따로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괜히 자신이
이곳에 왔다는 게 알려져 커뮤니티에 게시글이 올라가는 일은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바로 이동하죠.”
“저, 그런데……. 던전이 밤에만 생성이 돼서 조금만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아요.”
“아, 이런.”
“괜찮으면 밤이 될 때까지 던전에 관해 이야기를 하는 건 어떠세요?”
“그렇게 해요.”
급한 나머지 SSS 급 던전이라는 말만 들었을 뿐 인스턴트 던전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민재와 함께 마을 중간에 있는 플레이어 전용 여관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은 던전에 대해 귓속말로 대화를 나눴다. 긴장한 것과 다르게 던전의 난이도는 그렇게 높아 보이지
않았다. 선우의 실력이라면 두세 시간 정도면 클리어할 수 있는 던전이었다.
[뭐, 평범하네.]
[하실 수 있겠습니까?]
[너 나를 뭘로 보는 거야?]
선우의 짜증에 민재가 재빨리 사과했다. 민재가 찾아온 던전은 아무래도 이레귤러 던전 같았다. 세이비아
월드가 다른 게임보다 극찬을 받는 이유는 이 월드가 진화하는 세계관이기 때문이었다. 개발자들은
세계관을 창조할 때를 제외하고 일절 어떠한 간섭도 하지 않았다. AI 가 기존에 설정된 알고리즘에 의해
자체적으로 변화를 이뤄왔다. 그 때문에 종종 개발자들도 모르는 히든 던전이나 특별한 이벤트 같은 게
생기고는 했다. 이번 인스턴트 던전도 그런 일환 같아 보였다.
[죄송해요. 던전을 클리어해주신다는 그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데. 아, 사과의 의미로 이거
드릴게요.]
민재가 아이템 창에서 뭔가를 꺼냈다. 병 위로 손을 올리자 아이템의 정보가 떴다.
“어, 이거.”
너무 놀란 선우가 귓속말하는 걸 까먹은 채 입을 벌렸다. VR 게임이다 보니 플레이어들은 제대로 된
식욕을 느낄 수는 없었다. 아직도 식욕에 관한 부분에서는 개발이 한참 진행 중이었다. 그러나 일부
아이템에 한에서는 현실처럼 맛을 느끼는 게 가능했다. 그중 하나가 음료였다.
발매하자마자 초 히트했던 [라니엘의 맥주]는 10 만 개 한정으로 현재는 거의 재고가 남아 있지 않은 초
희귀 맥주였다. 현실에서 라니엘의 맥주의 맛을 흉내 낸 맥주가 나오긴 했으나, 세이비아 월드에서 한
입이라도 라니엘의 맥주를 먹어 본 사람들은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맥주라며 VR 속의 맥주를 칭찬했다.
선우도 수도 공성전에 성공한 뒤 딱 한 번 길드원들과 한 잔씩 나눠 마셨던 게 다였다.
“진품이야?”
“그럼요.”
민재가 잔을 꺼내 선우의 앞에 맥주를 따랐다. 은은하게 퍼지는 벌꿀 향과 톡 쏘는 탄산은 맥주라고
하기보다는 마치 잘 만들어진 샴페인 같은 맛이었다. 선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가상 현실이라는 걸 잊을
정도로 입안에 침이 고였다.
“마셔도 돼?”
“마시라고 준 건데요.”
“그럼 거절하지 않고.”
줄 때 먹어야 한다. 선우는 라니엘의 맥주를 따라 입에 넘겼다. 공성전 이후에는 정신이 없어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먹었는데, 다시 먹으니 정말 환상적인 맛이었다. 순식간에 두 잔을 비우고 나니 슬슬
눈치가 보였다. 노을이 지더니 밤이 됐다.
“이동해요.”
“그래.”
아쉽지만 라니엘의 맥주는 여기까지인 걸로. 선우는 입맛을 다시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리베아의 숲은
커다란 밀림이었다. 트롤과 오우거들이 주로 서식했다. 대검을 꺼내 든 선우는 다가오는 오우거들을 한
번에 베어냈다.
생각보다 더 깊숙이 들어간다는 느낌을 받은 선우는 지도를 확인했다. 세이비아 월드는 상당히 자유도가
높은 게임이었다. 따라서 게임 지도나 이런 것도 기본 탑재가 아니라 플레이어들이 직접 만든 것이었다.
다만 신규 지형이 아닌 이상에야 지형 대부분은 소위 말하는 탐험가라는 자들에 의해 전부 밝혀진
상황이었다.
“여깁니다.”
민재가 선우를 데리고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고목 앞이었다. 다른 울창한 나무와 다르게 그 근처에 있는
나무들만 썩어 문드러져 있었다. 그중 가장 상태가 심각해 보이는 나무 앞으로 시공의 일그러짐이 보였다.
“이거야?”
“네.”
“아, 응. 고마워.”
민재는 던전만 클리어해 주면 된다고 했지만, 라니엘의 맥주 건도 있었던 선우는 던전을 클리어하면
민재에게 어느 정도의 보상을 할 예정이었다. 선우가 인스턴트 던전 앞으로 손을 내밀었다.
[999 년 먹은 썩은 나무]
적정 레벨 : ???
등급 : ???
보상 : ???
인원 : 0/1
“심하네, 정말.”
이 정도로 물음표가 많은 던전은 오랜만이었다. 심지어 1 인용 던전인데 이 정도라니. 혹시 몰라 물약을
잔뜩 챙겨오길 잘한 것 같았다. 선우는 한숨을 쉬며 던전 안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던전에 발을 들이면 클리어 혹은 사망 시까지 퇴장할 수 없습니다.]
귓가로 들리는 알림음을 무시한 선우는 시공의 일그러짐이 보이는 던전 안으로 발을 들였다.
“좁아.”
눈을 뜬 선우는 한숨을 푹 쉬었다. 썩은 나무 던전이라 그런지 무슨 동굴 같은 데서 정신을 차렸다. 성인
남자가 하나가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길이 쭉 만들어져 있었다. 동굴 벽에는 썩은 나무줄기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길이 좀 넓어지자 몬스터가 나오긴 했으나 전부 선우의 적수는 되지 못했다. 저주를 받은
모양인지 눈이 빨갛고 피부가 까만 거 말고는 크게 달라진 점을 느끼지 못했다.
“윽, 그보다 냄새 한번 고약하네.”
1 인용 던전이다 보니 지원가의 보조를 받을 수 없었던 선우는 버프용 물약을 넉넉하게 챙겨 왔다. 혹시
모를 기습에 대비해 일정 시간 동안 회복률을 올려 주고 즉사 스킬을 1 회 막아 주는 <천사의 물약>을
먹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설마, 미로 던전?”
인스턴트 던전 같은 경우에는 따로 지도가 존재하지 않았다. 왠지 지나온 길을 또 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자 선우가 걸음을 멈췄다. 그 순간 뭔가가 꿀렁거리며 선우의 발목을 조였다. 갑옷 때문에 별다른
아픔은 없었으나 발이 걸리는 느낌은 있었다.
“아씨.”
던전 안에 나무뿌리가 가득 있을 때부터 불안하긴 했는데, 역시 이것도 몬스터였다. 선우는 대검으로
발밑에 있는 나무뿌리를 베어냈다. 나무인 줄 알았는데 잘린 부분에서 녹색의 핏물이 나왔다. 벽을
동그랗게 매운 뿌리들이 꿀렁거리며 움직였다. 마치 살아 있는 것 같았다. 무기를 든 선우가 방어 태세를
취했다.
“뭔가 답답해.”
현실과 거의 똑같은 VR 게임의 특성상 일부 개인의 심리적인 요인이 VR 에서 적용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세이비아 월드의 모든 사용자들은 수영을 기본으로 할 수 있게끔 설정이 되어 있으나 현실의
플레이어가 수영을 못 한다고 발버둥을 치면 정말로 뜨지 못하고 가라앉는 것과 마찬가지인 이치였다.
다만, 랭킹 1 위인 선우는 폐쇄공포증도, 미로에 대한 불안함 같은 것도 없었다. 그런데도 가슴 한 켠이
숨을 쉬기 힘들 정도로 아려왔다.
얼마 뒤에 있을 공성전과 원정을 대비해 선우는 최근 컨디션을 조절하는 중이었다. 때문에 오늘 게임에
들어온 선우의 컨디션은 평소보다 훨씬 더 좋았다. 그렇다면 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 혹시나 하고 심박
수를 확인해 봤으나 심박 수 자체에도 큰 변화는 없었다.
벽을 기던 나무뿌리의 색이 점점 진해졌다. 불에 탄 검은색에서 갈색으로, 이내 살아 있는 살처럼 흉측한
붉은색으로 변했다. 동굴 전체를 감싸고 있던 게 나무뿌리가 아니라 촉수형 몬스터였던 모양이다. 선우는
스킬을 사용해 동굴에 있는 촉수 몬스터를 베어내며 앞으로 나아갔다.
“아악! 묻었잖아!”
천장에 있던 촉수가 떨어지며 안에 있던 녹색의 핏물이 선우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선우는 급하게 스킬을
사용했다. 녹색 물이 전부 사라지긴 했으나 찝찝한 느낌은 가시질 않았다. 선우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얼마나 나아갔을까? 몬스터 대신 벽에 붙어 있던 촉수들이 계속 공격을 했다. 녹색 물을 몇 번
뒤집어쓰고 난 뒤부터는 이상하게 앞이 흐릿했다. 혹시나 하고 상태 이상에 걸린 게 없나 찾아봤으나
별다른 효과는 걸리지 않았다. 촉수들이 바닥과 벽에 기어 다니는 던전은 동굴이라고 하기보다는 마치
몬스터의 내장 같은 느낌이 들었다. 멀리 바람 소리가 들렸다. 지긋지긋한 동굴의 끝 같았다.
아래쪽으로 바닥이 보였다. 뒤를 돌아보자 입구가 촉수들로 막혀 있었다. 이래서야 돌아 갈래야 돌아갈
수가 없었다. 선우는 바닥으로 뛰어 내렸다.
돌바닥인 줄 알았는데 마치 젖은 스펀지처럼 바닥이 물컹거렸다. 아니나 다를까 몇 걸음 못가 또다시
촉수가 발을 붙잡았다.
“아악! 지긋지긋…… 어?”
한순간 몸이 흔들리지 않았나? 대검을 바닥에 꽂자 검 사이로 녹색의 피가 흘러나왔다. 여기 전체가
몬스터로 점철된 공간이었다.
[상태 이상(흥분)에 걸렸습니다.]
[상태 이상(초민감)에 걸렸습니다.]
어어, 이게 뭐야?
어지간한 몬스터의 스킬은 전부 알고 있었던 선우는 흥분이랑 예민이라는 단어에 눈을 의심했다. 이런
스킬이 있었어?
“흐, 으…!”
상태 이상 효과 때문인지 검을 쥔 선우의 손이 떨렸다. 점점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이를 악문
선우는 자신의 주변에 달려드는 촉수를 정신없이 베어냈다.
“하아, 하아.”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선우의 주변에 녹색의 피들과 촉수들이 둥둥 떠다녔다. 과연 세이비아 월드
랭킹 1 위 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었다. 쾅, 요란한 소리와 함께 벽 한쪽에서 촉수 더미들이 날아왔다.
대검으로 방어를 한 뒤 고개를 살짝 들었다. 커다란 눈과 함께 벽면 전체가 촉수로 되어 있는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 던전 자체가 이 몬스터의 공간이었던 것이었다. 저놈이 보스라는 건 분명해 보였다.
몬스터가 컸던 터라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실수…….”
스킬 쿨 타임을 놓친 선우가 빈틈을 보였다. 벽 쪽에서 나타난 촉수가 선우의 발을 옭아맸다. 상태
이상이 풀리지 않은 탓인지 손에 쥐고 있던 대검이 아래로 떨어졌다. 급하게 허리에 있는 단검으로 촉수를
끊어 냈으나 또 다른 촉수가 선우의 팔다리를 붙잡았다. 붉게 충혈된 눈과 선우의 눈이 마주쳤다.
꼬물거리던 촉수 하나가 입 안으로 파고 들어왔다.
“으, 아으… 으읍!”
가상 현실이라는 걸 알면서도 숨이 턱, 하고 막혀 왔다. 세이비아 월드처럼 VR 게임에는 ‘적응도’라는
개념이 존재했다. 적응도는 일종의 재능과도 같았다. 현재의 가상 현실 기술은 거의 현실과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발전이 되었다. 그러나 가상 현실 기술이 아무리 발전을 해도 가상 현실에 적응하는 적응도가
낮은 사람에게는 받아들일 수 있는 오감의 한계가 존재했다.
일반인의 적응도는 120~130 이었으나, 선우의 VR 적응도는 360 을 초과하는 수준으로 이는 전
세계에서도 0.001% 안에 들 정도로 엄청난 재능이었다.
적응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플레이어는 현실과 똑같이 움직이고 부드럽게 반응을 할 수 있었다. 선우가
후발 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세이비아 월드 랭킹 1 위 플레이어가 된 이유이기도 했다. 입안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흰 액체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으, 아읏….”
[상태 이상 (발정)이 발동됩니다.]
적응도가 높다고 해서 마냥 좋은 건 아니었다. 적응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플레이어는 가상 현실 속에서
현실과 같은 감각을 느꼈다. 세이비아 월드를 가장 이상적으로 즐길 수 있는 적응도는 최대 150 정도였다.
적응도가 150 을 넘은 대부분 플레이어는 150 에 맞춰 놓고 플레이를 한다. 그러나 선우를 포함해 상위
플레이어들은 남들보다 조금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 위험을 감수했다.
적응도가 높은 플레이어들은 저 레벨 플레이어와 비교하면 죽는 걸 극도로 두려워했다. 저명한 가상 현실
학자의 논문에 의하면 적응도가 300 을 넘기면 가상 현실 속에서의 섹스도 거의 현실과 구분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선우는 이를 악물고 여분의 단검으로 촉수를 끊어 냈다. 몸이 바닥에 추락했으나 몬스터의 피부로 되어
있던 터라 크게 아프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몰캉거리는 감촉이 소름이 돋기까지 했다. 어서 무기를
가지고 와야 했다.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가던 순간 바닥이 훅 꺼졌다.
“뭐, 뭐야? 설마…….”
커다란 구멍이 선우를 삼키며 아래로 떨어트렸다. 빛이 보였던 천장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거야말로
정말 몬스터의 뱃속이었다.
“잠깐, 뭐 하는…….”
발밑에서 움찔거리던 촉수가 올라와 선우의 팔과 다리를 붙잡았다. 이게 무슨 일이지? 검 붉은색의
촉수가 선우의 손에 있는 단검을 빼앗아 던졌다. 이래서야 아이템을 꺼낼 수조차 없었다. 실 같은 촉수가
선우의 몸을 감싸며 올라왔다.
“흐, 아응… 으… 이게….”
가느다란 실 더미가 갑옷의 틈 사이를 파고 들어왔다. 발정에 흥분, 예민까지 오만가지 성적 상태 이상이
걸린 선우가 발버둥을 쳤다. 그러면 그럴수록 팔다리를 옭아매는 촉수가 더욱 굵어졌다. 몸을 더듬던
촉수가 이상하게 아래쪽으로 들어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 안 돼! 아, 으앙…!”
도저히 자신의 입에서 나올 수 없는 신음이 흘러나왔다. 철컥, 뭔가 이상한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입고
있던 갑옷이 해체되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망토며 신발들이 아래로 떨어지며 안쪽에 입었던 속옷만이
드러났다. 세이비아 월드는 기본적으로 19 세 이용가였다. 홍채 인식과 얼굴 인식까지 마쳐야 접속할 수
있으므로 미성년자가 이용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변화하는 게임, 자유도를 중시한다는 철칙에 맞게 게임 내에서는 섹스 또한 가능했다. 세간의 우려와
다르게 막상 VR 게임 내에서 발생하는 성적인 문제의 횟수는 적은 편이었다.
간혹 현실에서는 할 수 없는 노출이라든지, 악취미 같은 코스프레를 즐기는 변태들도 있으나 아무래도
적응도 문제 때문에 실제로 하는 것에 비교해서는 자극이 되지 않았다. VR 섹스를 해 본 사람들의 표현에
의하면 사람이나 넣어지는 사람이나 흥분되지 않는 야동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흐아, 응… 으읏….”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적응도가 낮은 일반 플레이어들의 이야기였다. 선우의 적응도는 전 세계 3 억
플레이어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VR 에 특화된 체질이었다. 때문에 선우는 정말로 촉수에
당하는 것 같은 감각을 느끼고 있었다.
길쭉하게 생긴 촉수 하나가 선우의 검은색 드로우즈 안으로 들어왔다.
“안돼, 으아… 응… 하지 마! 읏!”
드로우즈가 찢겨 나가며 선우의 좆이 툭, 하고 튀어나왔다. 촉수의 입이 벌어지며 좆을 물었다. 좆
근처가 따뜻하게 감싸이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제발, 흐아… 살려줘! 으아, 읏… 아….”
선우는 급하게 로그아웃 버튼을 눌렀다.
─ 인스턴트 던전에서는 로그아웃하실 수 없습니다.
“아응, 응, 아으… 싫어… 흐아앗!”
좆을 감싼 촉수가 위아래로 살살 움직였다. 실제로 발기는 하는 것 같은 느낌에 정신없이 몸을 뒤틀었다.
선우의 좆이 꿀렁거리며 촉수의 안에 사정했다. 좆을 문 촉수는 정액을 한 방울도 남김없이 빨아들였다.
정액을 흡수하자 벽 쪽으로 보이는 몬스터의 체력 바가 올라가는 게 보였다. 세상에 가상 현실에서 촉수에
좆이 빨려 사정을 하다니. 이건 아니지 않은가. 선우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발버둥을 쳤다. 그 사이 좆에
붙어 있던 촉수가 안쪽에서부터 꿀렁거렸다. 촉수가 움찔거리더니 좆 주변으로 뭔가 울긋불긋한 게 닿았다.
“흐, 으아, 살려줘…… 아응….”
촉수 안쪽으로 커다란 돌기가 생겨났다. 좆을 문 촉수가 움직이자 선우의 몸이 촉수를 중심으로 살살
흔들렸다. 그 사이 허벅지를 붙잡았던 촉수가 움직이며 선우의 다리를 강제로 벌렸다.
“뭐, 뭐야! 으아… 으, 하지 마… 으앙…으….”
반강제로 벌어진 다리 사이로 뭔가가 올라왔다. 또 다른 촉수였다. 설마, 아니지. 선우가 정신없이
고개를 흔들었으나 촉수는 그런 선우의 몸 상태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길쭉하게 생긴 촉수가 구멍
근처로 다가왔다. 그 감촉이 정말 진짜 같아서 선우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흐아, 응… 아으… 으읍…!”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또 다른 촉수가 입안으로 들어왔다. 단순히 입에 들어오는 수준이면 또
모르겠으나 움찔거린 촉수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액을 뱉어냈다.
“쿨럭, 아응… 으읏….”
액이 목 아래로 넘어가자 이상하게 몸이 달아올랐다. 간신히 손을 까닥인 선우는 내부에서 외부의 몸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헬스 케어 창을 열었다. 심박 수가 일정 이상을 넘으면 플레이어의 위치와
상관없이 강제로 로그아웃이 된다.
“으아, 으앙… 응… 어, 어째서……!”
몸이 흔들리면서 상태 창도 같이 흔들렸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다는 걸 분명히 느끼고 있는데, 헬스
케어에서 자신의 심박 수는 의외로 정상이었다. 이래서야 할 강제로 로그아웃을 하는 건 불가능했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파악을 할 수가 없는 와중에 몸이 더욱더 달아올랐다. 촉수가 선우의 엉덩이를 잡아
올렸다. 아플 정도로 다리를 벌린 뒤 그 사이로 막대기처럼 생긴 길쭉한 촉수가 구멍 근처를 쿡쿡 찔렀다.
“그만, 으아, 응… ,아, 으아앗… 싫어, 읏!”
세 갈래로 벌어진 촉수 중 양옆에 있는 촉수가 선우의 구멍을 잡아 벌렸다. 가운데 있는 검은 촉수가
벌어진 구멍 안으로 들어왔다.
“아악! 으아, 응… 아읏…!”
20 살이 된 이후 사실상 게임과 운동에만 투자해 왔던 선우는 섹스 경험이 없었다. 남자라고 해서 다
성욕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선우는 원래부터 성욕이 없는 편이었다. 여자와 섹스를 해 본
적도 없는 자신이 VR 게임 속 몬스터에게 좆이 빨려 사정을 하고, 구멍으로 보기만 해도 흉측한 촉수를
받게 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흐아, 으아앗… 으, 으… 아응… 제발, 그… 그만 흐….”
선우의 좆에 붙어 있는 촉수가 천천히 움직이자 선우의 허리가 또다시 흔들렸다. 그 사이 촉수가 완전히
구멍 안으로 들어왔다. 아랫배에 힘을 줄 때마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이물감이 느껴졌다. 숨을 똑바로 쉴
수가 없었다.
“으앙, 응… 아응… 으….”
선우의 구멍이 촉수를 물고 꽉 쥐었다. 아래쪽으로 뭘 받아 본 적이 없으니 어디서 힘을 주고 빼야 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촉수는 그런 선우의 내벽을 반강제로 뚫고 들어갔다. 그 순간 촉수의 끝이 전립선
근처에 닿았다.
“으으읏!”
생전 느껴 본 적 없는 미친듯한 자극과 함께 선우가 사정했다. 이게 뭐야? 뭐냐고! 전립선 근처에 도달한
촉수가 조금씩 진동을 시작했다. 좆에 붙어 있는 딜도는 정신없이 움직이며 선우의 정액을 조금이라도 더
빨아 먹기 위해 쉴 새 없이 좆을 흔들었다. 발끝에서부터 온몸의 신경이 저릿거렸다. 빨리 강제로
로그아웃을 시켜 줬으면 좋겠는데, 여전히 자신의 심박 수는 정상을 가리키고 있었다.
“흐아, 응… 아으, 으읏… 아, 으, 아앙….”
벌어진 입에서 자신의 목소리가 아닌 듯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선우의 구멍 근처로 또 다른 촉수가
다가왔다. 지금 들어와 있는 촉수와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크기였다. 촉수가 꿀렁거리더니
앞쪽으로 뭔가가 가득 찼다. 촉수의 끝쪽이 무서울 정도로 커다랗게 부풀었다. 검 붉은색의 핏발이 가든
선 그것은 촉수라고 하기보다는 커다란 남자의 성기 같았다.
“싫어, 으아, 으… 저런 거… 으읏, 넣으면 죽을 거야! 아악! 으아, 읏!”
전립선 근처에 있던 촉수가 더욱 거칠게 흔들리며 선우의 몸을 자극했다. 커다란 좆이 벌어진 선우의 구멍
안으로 들어왔다. 끝에 살짝 닿았을 뿐인데도 불구하고 구멍이 찢어질 것처럼 아팠다. 이게 게임 속인 지
현실인지 도무지 구분되질 않았다. 좆이 밀고 들어오자 엉엉 우는 선우의 입으로 다시 촉수가 들어왔다.
촉수가 선우의 목 안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액체를 한 번 더 쑤셔 넣었다.
“흐아, 으… 으아….”
액체가 들어옴과 동시에 촉수가 요동을 치며 선우의 뱃가죽을 뚫을 기세로 푸욱, 쑤시고 들어왔다.
한꺼번에 벌어지는 구멍에 선우의 몸이 힘없이 흔들렸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입안으로 들어온 촉수가
위아래로 움직였다.
“흐아, 으아앗! 흐앙, 응….”
촉수가 선우의 안에 쏟아낸 것은 흥분제였다. 처음에는 아팠는데 흥분제의 효과 때문인지 점점 내벽이
간지러웠다. 팔다리를 붙잡은 촉수가 선우의 몸을 허공 위로 들어 올렸다.
공중에 붙잡힌 채 몸이 정신없이 흔들렸다. 촉수들은 선우의 구멍이란 구멍은 전부 범했다. 사정하자
촉수 사이로 내 뿜은 정액이 아래쪽으로 떨어졌다. 선우의 정액이 떨어진 부분으로 또 다른 촉수가
올라왔다.
“아아, 으아… 으앙… 그만…….”
얇은 촉수가 갈라지며 선우의 유두 근처에 착 달라붙었다. 혀처럼 생긴 촉수에서 돌기가 돋아났다.
촉수가 선우의 유두를 핥을 때마다 몸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타액이 묻어났다. 허공에서 촉수가 선우의
허벅지를 잡아 벌렸다. 마치 인간의 좆처럼 생긴 촉수가 철퍽거리며 선우의 구멍을 범했다.
커다란 촉수에 맞춰 선우의 내벽이 쫙 달라붙었다. 절 퍽 거리는 소리와 함께 선우의 몸이 허공에서
정신없이 흔들렸다. 입안에 있던 촉수에 몇 번인가 흥분제를 맞고 나니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를
악물고 헬스케어를 확인해도 선우의 심박수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흐아, 으앙… 아, 으앙… 응… 조, 좋아. 으아, 이거… 좋아….”
이젠 자신의 몸을 범하는 촉수에 흥분이 됐다. 선우의 구멍을 범하던 촉수가 움찔거리며 선우의 안에
사정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흰 액체가 선우의 안을 가득 채우다 못해 질질 새어 나왔다.
부풀어 올랐던 액체를 전부 쏴낸 촉수가 쪼그라들며 선우의 구멍에서 빠져나왔다. 촉수가 빠져나간 자리로
흰 액체가 정신없이 뚝뚝 흘러내렸다.
팔다리를 묶었던 촉수가 내려가자 선우의 몸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바닥이 물컹해 아프지는 않았으나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자신이 왜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고개를 들자 벽 쪽으로 커다란 눈이 보였다.
여전히 눈은 자신을 보고 있었다. 바닥과 벽 쪽으로 또 다른 촉수들이 짐승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선우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조금 전 자신을 범한 촉수는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선우가 바닥을 기며 눈앞에 있는 단검을 줍기 위해 나아갔다. 단검을 주우면 적어도 자살은 할 수 있었다.
더럽게 아프겠지만, 조금 전 일을 또 당하는 것보다야 훨씬 나았다. 선우가 단검을 줍기도 전에 낯선
손이 다가와 선우의 단검을 낚아챘다.
이곳은 1 인 던전이었다. 다른 플레이어가 있을 리 없다. 어딘가 익숙한 손에 선우가 고개를 들었다.
“너, 너!”
남자-민재가 망토에 붙어 있는 모자를 벗었다. 민재의 레벨은 200 대로 세이비아 월드에서는 중상위
사용자 정도쯤 됐다. 이 던전은 우연히 연계 퀘스트 때문에 들렀다 발견했다. 중간중간 아이템의 흔적이
있는 걸 봤을 때 누군가 실험을 하다 간 것 같았다. 자유도가 워낙 높은 게임이다 보니 현실 뺨치게 말도
안 되는 사건 사고들이 일어나는 곳이었기에 딱히 놀랍지는 않았다.
민재는 고목 안쪽을 [사유지]로 등록했다. 지도에 없는 지형인 데다가 내부가 상당히 넓어 의외로 어렵지
않게 사유지 등록이 됐다. 던전의 정보야 민재의 주특기인 환각 마법을 대체할 수 있었다. 레벨 200 쯤
되면 최소한 한 클래스에서는 상위권 유저였다. 랭킹 1 위라고 해도 딜러 직군인 선우는 마법 지식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편이었다.
높은 레벨 중 랭커쯤 되는 플레이어들은 VR 적응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게임 현실 속에서의 죽음을
게임 속 죽음이라 받아들이지 못해 실제로 사망하는 사건 사고들도 종종 일어난다. 어쨌든 현실과 게임
감각의 구분이 거의 없는 위험을 안고 플레이를 하는 자들인 탓에 그들의 목에는 늘 현상금이 걸려 있었다.
다른 사용자들에게는 늘 있는 죽음이, 그들에게는 생에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최악의 죽음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었다. 선우는 민재의 행동도 이런 랭커 암살의 일환이라고 생각했다.
“아흐, 윽… 죽여 버릴거야! 너!!”
“방금 전까지 단검으로 자살을 하려 했던 사람 치고는 반응이 너무 격한걸?”
몸을 돌린 민재가 선우의 주먹을 아슬아슬한 간격으로 피했다. 다른 플레이어들이라면 이 상황에서 저런
말을 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과연 세계 최고의 적응도를 가지고 있는 플레이어답게 멘탈 또한 보통이
아니었다. 선우의 단검을 쥔 민재가 손을 살짝 까닥였다. 발밑으로 커다란 기둥 같은 촉수가 올라와
선우의 발차기를 막았다.
“제길……!”
아이템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그래, 포션. 1 인 던전이라는 말에 선우는 체력과 마력뿐만 아니라
오만가지 버프 스킬이 담긴 포션을 챙겨 왔다. 포션을 먹자 발밑으로 검은 마법 진이 생겨났다.
[상태 이상(회복금지)에 걸렸습니다.]
“아아아악!”
민재의 클래스는 흑마법사로 저주와 디 버프 스킬이 주특기였다. 상태창 한쪽에 민재가 걸어 둔 것으로
확인되는 디버프 스킬들이 잔뜩 있었다. 게임이라는 걸 알면서도 아래가 아팠다. 딜러 클래스인 선우에게
이 정도는 부상도 아니라서 캐릭터 체력은 여전히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그것과 이건 별개의 문제였다.
아랫배에 힘을 줄 때마다 벌어진 구멍 사이로 불쾌한 액체가 뚝뚝 떨어졌다.
주변에 있던 촉수들이 다가와 선우의 팔다리를 묶었다. 민재는 선우의 앞으로 다가가 뺨에 손을 올렸다.
혹시나 하고 심박 수를 확인했으나 여전히 정상이었다. 오류인가?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남이 주는 거 함부로 먹으면 못써.”
“너, 서… 설마 그거…….”
라니엘의 맥주. 특수한 음식에 바이러스를 심어 해킹을 시도하는 사례는 종종 있었다. 다만 선우의
최신형 VR 기계로는 어지간한 바이러스는 전부 검출이 되어야 정상이었다. 그걸 뚫을 정도의 VR 용
바이러스라면 보통 바이러스가 아님은 분명했다. 선우가 발버둥을 치다 촉수가 더욱 팔다리를 꽉 조였다.
“죽여, 죽이라고!! 어차피 죽이는 게 목적일 거 아냐!”
미칠 듯이 괴롭긴 하겠지만, 선우는 자신을 건드린 걸 후회하게 해주리라 다짐했다. 눈에 독기를 품은
선우를 본 민재가 웃음을 터트렸다.
“죽여? 내가 왜?”
“흐, 뭐? 으읏, 죽이라고!”
“뭔가 착각하고 있는데, 난 랭커 암살자가 아니야.”
처음부터 촉수가 이렇게 커지지는 않았다. 이곳에 있는 촉수들은 정액을 먹고 자라는 몬스터였다.
정확하게는 정액과 함께 마력을 빨아들였다. 선우의 엉덩이 근처로 다시 길쭉한 촉수가 다가왔다. 커다란
촉수 하나가 선우의 구멍을 벌리고 들어 왔다.
“아, 안돼… 하지마! 으아, 아읏! 아악! 아파, 흐아… 으앗!”
엉덩이 안쪽이 반 토막이 날 것만 같았다. 아픔과 자극이 동시에 올라와 숨을 내쉴 수가 없었다.
바닥에서 올라온 촉수가 선우의 좆에 달라붙었다. 질퍽거리는 소리와 함께 촉수가 선우의 앞과 뒤를
동시에 범했다. 이런 몬스터에게 범해진다는 것도 수치스러운데, 그 모습을 누군지 모르는 플레이어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미칠 것 같았다.
“너, 흐아… 응! 죽여 버릴 거야!! 가만 안 둬!!”
“역시 랭킹 1 위라 그런지 확실히 틀리네.”
촉수가 내뱉은 타액에는 흥분제 성분이 들어 있었다. 보통의 플레이어라면 한두 번만으로도 제정신을 못
차려야 정상이었다. 흥분과 관련된 상태 이상까지 걸려 있음에도 저리 소리를 지르는 걸 보면 확실히 괜히
1 위가 된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민재가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천장 위에 붙어 있던 검은색
촉수가 내려와 선우의 입안으로 들어왔다.
“으브, 으읍… 아으….”
입안으로 또다시 흰 액체가 들어갔다. 반강제로 액체를 한 움큼 마신 선우가 헛구역질했다.
“흐아! 으… 아읏!!”
돌기가 달린 촉수가 선우의 전립선 근처로 들어와 진동했다. 검은 촉수가 다시 입안으로 들어와 피스톤
질을 했다. 선우가 울컥, 사정하자 앞쪽에 붙어 있던 촉수가 선우의 정액을 빨아들였다. 정액을 먹자 그
주변으로 촉수 몇 개가 더 솟아났다. 길쭉한 촉수 하나가 선우의 안에 들어오더니 점점 크기를 키워나갔다.
“아, 으앙, 응… 아응….”
촉수가 먹인 액체 때문인지 슬슬 정신을 붙잡기가 힘들어졌다. 구멍 안에 들어간 커다란 촉수가 선우의
내벽을 이리저리 헤집었다. 머리가 점점 하얗게 질리며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촉수가 움직일
때마다 선우의 질퍽한 소리가 났다. 잠시 후, 배 아래쪽이 조금씩 뜨거워지고 있는 게 느껴졌다.
“아, 안돼! 아악! 하지 마, 제발, 흐아… 으으읍… 제발 안돼!! 그것만큼은 흐아, 으아앙…!”
민재가 다시 손을 튕기자 촉수가 더욱 거칠게 선우의 몸을 이리저리 범했다. 촉수의 움직임에 맞춰 몸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선우가 흘린 눈물이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울컥, 촉수가 움찔거리며 선우의 안에
사정했다. 촉수는 자신의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내벽에 쏟아냈다. 동시에 안쪽으로 뭔가 동그란 게 쏙쏙
들어갔다.
“흐앙, 응… 으아… 읏….”
선우가 말캉거리는 바닥에 손을 짚었다. 바닥에 있던 촉수가 선우의 팔과 다리를 묶었다. 개처럼 엎드린
채 벌어진 구멍 사이로 흰 액체가 뚝뚝 떨어졌다. 단순히 액체만 떨어지면 상관이 없었다. 배 아래쪽이
움찔거리더니 액체와 함께 정체를 알 수 없는 동그란 알이 뚝뚝 떨어졌다.
“흐아, 으…….”
“기분이 어때?”
“흐, 아응… 읏….”
“더 좋게 해 줄게.”
민재가 손을 까닥이자 선우의 몸이 바로 서며 아래쪽으로 좆의 형태를 한 촉수가 올라왔다.
“아악! 이제, 으하… 그만, 그만! 죽여줘 제발!”
“좋아를 잘못 말한 거겠지.”
“으읏… 하으…뭐든지 할게. 제발! 아아악!”
“네가 할 일은 열심히 봉사하는 거야.”
“흐아, 응, 아으으읏!”
바닥에 있던 좆이 선우의 구멍 안으로 치고 들어왔다. 엉덩이를 들려 하자 다른 촉수들이 선우의 몸을
좆이 있는 쪽으로 잡아당겼다. 현실이라면 절대 들어갈 수 없는 크기지만, 가상 현실 속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했다. 민재가 다시 손을 튕기자 선우의 좆에 붙어 있던 촉수가 떨어졌다. 선우도 모르는 사이에
사정한 탓인지 촉수가 빠져나간 자리로 정액이 뚝뚝 떨어졌다. 다리 사이로 올라온 얇은 촉수가 선우의 좆
주변을 감쌌다. 아래쪽에 있는 촉수가 선우의 엉덩이를 정신없이 헤집었다. 자신의 구멍이 마치 촉수의
모양처럼 변해 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좆을 감싸던 촉수가 별안간 요도 근처를 쿡쿡
찔렀다.
“잠깐, 아아… 으아아! 그러면 사, 사정할 수 없어… 으으읏….”
얇고 길쭉한 촉수가 선우의 요도 안으로 들어왔다. 약 효과가 돌자 머리가 띵해졌다.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가 않았다. 아픈데, 몸이 끊어질 것처럼 아픈데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커다란 촉수가 선우의
안에서 진동을 했다. 벌어진 구멍 틈 사이로 촉수가 싸지른 좆물이 뚝뚝 떨어졌다. 사정하고 싶은데 앞이
꽉 막혀 사정할 수가 없었다. 고개가 뒤로 꺾여 넘어가며 숨이 턱턱 막혔다. 흐려져 가는 의식 속에서
민재가 자신의 바지를 내렸다.
“으아… 읍… 뭐, 뭐 하는….”
“빨아.”
“씨발, 미쳤… 으으읍…!”
“똑바로 빨아.”
민재가 다시 손을 튕기자 옆에 있던 다른 촉수가 선우의 엉덩이를 강하게 때렸다. 철퍽 하는 소리와 함께
상당한 고통이 선우를 덮쳤다. 체력이 워낙 많은 탓에 데미지조차 되지 않았으나 아픔은 그대로 선우에게
느껴졌다. 남자의 좆, 가상 현실이라고는 해도 입안을 헤집는 좆이 너무나 현실 같아서 소름이 끼쳤다.
선우 만큼은 아닐지라도 민재 또한 적응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흐아, 으앙, 으… 으아… 응…!”
사정은 할 수 없고, 아래쪽에서는 막 사정한 촉수가 또다시 움직였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민재가
선우의 머리를 잡아당기며 허리를 움직였다. 커다란 좆이 선우의 입 안으로 거칠게 들어왔다. 민재와
촉수가 거의 동시에 사정했다. 요도 입구를 막고 있던 촉수가 선우가 싸지른 정액을 꿀꺽꿀꺽 받아넘겼다.
민재의 좆과 몸을 감싸던 촉수가 한순간 떨어져 나갔다. 반항을 할 기운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잠깐, 제발… 흐아, 제발 그만!”
촉수가 선우의 두 팔을 꽉 잡아당겼다. 밑에서 올라온 촉수들이 선우의 몸을 감쌌다. 민재가 그런 선우의
앞으로 다가왔다. 촉수들에 몸이 반쯤 박힌 채 낯선 플레이어에게 엉덩이를 내밀고 있다니, 이건 악몽이
틀림없었다. 선우가 엉덩이에 힘을 주자 안쪽에 있던 알들이 계속해서 뚝뚝 떨어졌다. 알이 완전히
빠져나오자 민재는 자신의 좆을 선우의 구멍에 밀어 넣었다. 무슨 영문인지는 몰라도 촉수들은 민재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리고 민재는 NPC 가 아닌 플레이어였다.
“흐아, 으앙… 응… 아읏…, 아파… 으… 끅, 살려줘…….”
“처음으로 애원하는군. 방법이 틀려먹었지만.”
허리를 움직인 민재가 위에서 아래로 좆을 끝까지 밀어 넣었다. 촉수와는 다른 진짜에 가까운 좆이
들어오자 선우가 숨을 거칠게 내 쉬었다.
“흐, 아응… 살려… 끅 살려주세요! 아악! 제발, 살려주세요!”
“그래, 그렇게, 읏. 하는 거야.”
민재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동안 수많은 플레이어를 조교 했지만, 이 정도로 자신에게 딱 맞는
구멍은 꽤 오래간만이었다. 확실히 적응도가 남다르니 구멍의 조임도 남다른 구석이 있었다. 두 사람의
섹스에 주변에 있던 촉수가 관심을 보였다.
“아, 으앙… 응… 으아… 안 돼! 아악!”
촉수 하나가 민재의 좆을 물고 있는 선우의 구멍을 억지로 벌렸다. 그 안으로 또 다른 촉수가 들어와
조금씩 영역을 넓혔다. 플레이어의 흉측한 좆과 촉수가 각기 다른 순서로 움직이며 선우의 구멍을 범했다.
민재가 먼저 사정을 하고 빠져나가자 그 뒤를 촉구가 범했다.
구멍을 나온 촉수는 바닥에 뚝뚝 떨어지는 정액들을 정신없이 핥아먹었다. 아랫배가 정액으로 가득 찬 것
같았다. 이미 선우는 사정을 하지 않은 채로도 몇 번인가 간 뒤였다. 이제 다 끝난 건가 싶었던 순간
촉수 하나가 선우의 엉덩이를 떼렷다.
“하윽, 으… 아… 제발, 제발 살려줘! 아악! 잘못했어요. 흑,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100 번이야. 네 체력에 이 정도 데미지는 끄떡도 없겠지.”
민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또다시 촉수가 선우의 엉덩이를 떼렷다. 선우는 패시브 스킬로 <자가 치유>는
30 초에 한 번씩 일정량의 체력을 자동으로 회복하는 스킬을 하고 있었다. 촉수의 데미지 보다 선우의
치유 능력이 높으므로, 이론상으로는 촉수의 기본 공격에 맞아 사망하는 일은 절대 없었다. 실제로
촉수가 선우의 엉덩이를 때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패시브 스킬이 발동해 선우의 엉덩이에 난 상처를
자동으로 치료했다. 죽지 않는 것과 아픈 것은 별개였다. 실제로 상처가 치료됐음에도 불구하고 선우의
엉덩이는 여전히 아렸다.
“뭐, 뭐라는… 아윽!! 씨발, 그만, 그만…… 아윽!”
“버릇없는 짐승은 맞아야 길들인다고 하지. 한번 맞을 때마다 감사한다고 말하는 거야. 연습 삼아 그래,
한 100 번 정도 해 보자.”
“아으읏! 너, 너 진짜 미쳤냐고! 제정신이 아닌… 으악!”
“그럼 조금 있다 오지. 내가 없다고 해서 똑바로 하지 않을 생각은 집어치우는 게 좋아.”
선우의 앞으로 커다란 촉수가 올라왔다. 촉수의 한쪽이 벌어지더니 그 사이로 눈이 솟아났다. 촉수에
생긴 눈이 선우 쪽을 향했다. 민재는 키만큼 올라온 촉수를 부드럽게 쓸었다.
“지켜 보고 있을 거니까. 이건 두고 가지.”
발밑으로 모래시계를 뒤집어 놓았다.
“잠깐, 아악! 살려줘, 으아! 잘못했어! 으으읏!”
촉수에 박혔던 선우의 몸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선우가 뛰어가 민재의 발에 매달렸다. 민재의 시선이
바닥에 닿자 뒤에 있던 촉수가 선우의 발목을 질질 잡아당겼다. 찰싹, 커다란 크기의 촉수가 선우의
엉덩이를 때렸다.
감사합니다는커녕 욕 밖에 안 나왔다. 이미 선우의 머릿속에는 자신이 왜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은 사라지고 없었다. 단지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다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생각뿐이었다. 민재는
그런 선우의 생각 또한 짓밟았다. 벽이 벌어지며 그 사이로 검은 형체의 물체가 나타났다. 검은색 피부의
몬스터들이었다.
“그럼, 좋은 시간 보내.”
민재가 완전히 사라지자 선우의 팔다리에 달라붙은 촉수가 선우의 엉덩이를 강제로 벌렸다. 몬스터들
앞에서 대체 뭘 하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몬스터들이 가까이 다가오자 선우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그 와중에도 촉수는 30 초에 한 번씩 선우의 엉덩이를 때렸다. 인간과 비슷한 크기에 우락부락한 몬스터의
다리 사이에는 촉수로 만들어진 좆만큼이나 커다란 좆이 달려 있었다. 커다란 몬스터들이 선우의 주변을
둘러쌌다.
“으아, 으앗… 으아아…아악!”
검은색에 가까울 정도로 진한 갈색 피부를 가진 몬스터 하나가 선우의 허벅지를 잡아당겼다. 다리 사이에
있는 커다란 좆이 선우의 구멍을 억지로 벌리고 들어갔다. 형용할 수 없는 고통에 선우의 몸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몬스터의 성기가 선우의 몸 안에 들어와 피스톤 질을 했다.
고개가 뒤로 꺾여 나가자 입 안으로 또다시 촉수의 액이 쏟아졌다. 찌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몬스터가
선우의 안에 사정했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뿐이었다.
그들은 돌아가면서 선우를 정신없이 범했다. 기절하고 싶어도 워낙 정신력이 좋은 탓에 쉽게 기절을 할
수가 없었다. 촉수에서 튀어나온 눈이 선우를 보고 있었다. 바닥 있는 모래시계로 눈이 갔다.
찰싹, 흰 피부 위로 촉구가 지나갔다. 이를 악문 선우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가, 으… 감사합니다… 으아, 응….”
선우의 말에 그르렁거리며 몬스터가 좆을 찔러 넣었다. 울컥, 동시에 선우의 좆이 껄떡이며 사정을 했다.
촉수들이 정신없이 선우의 정액을 받아 마셨다.
“흐아, 으… 감사합니다!”
이번엔 몬스터가 아닌 촉수였다. 촉수가 들어옴과 동시에 엉덩이를 후려쳤다. 한번, 두번 하다 보니 정말
자신이 구멍을 범해지고 싶어 환장하는 변태같이 느껴졌다. 머리가 띵하며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엉덩이를 맞을 때마다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감사한다고 복창하며 좆을 물었다.
“흐, 아으… 으앙, 으아… 좋아, 으앙…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조, 좆 너무 좋아… 큰 거… 아읏!”
온몸이 찢어질 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마치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허리를 움직였다. 누구보다도 VR 을
열심히 한 선우였으나 이런 자극은 처음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내벽에 닿은 좆이 간지럽기 시작하더니
선우를 애타게 했다. 머릿속에는 좆이 너무 좋아 죽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얼마나 범해졌을까?
선우는 민재가 왔다는 사실조차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었다.
검은 짐승처럼 생긴 몬스터가 엎드린 채 다리를 벌리고 있는 선우의 구멍을 정신없이 범했다. 구멍 안으로
흉측한 좆이 왔다 갔다 하는 게 보였다. 울컥, 몬스터가 사정하고 나간 사이로 정액이 쉴 새 없이 튀었다.
“으아, 으… 살려줘요….”
“다시 말해 봐.”
살려 달라는 선우의 말을 들은 민재가 미간을 찌푸리자 선우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말을 바꿨다.
“아악, 조, 좋아요…… 조, 좆… 흐앙, 너무 좋아요. 감사합니다. 제발 아응, 더 주세요….”
“너는 누구지?”
“저, 으아… 저는 좆에 환장한 변태예요… 흐아….”
“누워서 다리 벌려.”
선우는 촉수가 몸을 구속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바닥에 누워 허벅지를 벌렸다. 민재가 선우의 몸
위에 뭔가를 들이부었다. 액체가 스며들며 몸에 있던 정액들이 순식간에 날아가 없어졌다. 깔끔해진
민재는 자신의 좆을 선우의 구멍 안에 밀어 넣었다.
“흐아, 응… 아읏….”
그냥 좆을 넣었을 뿐인데도 불구하고 기분이 좋았다. 이게 정말 가상 현실 속의 섹스인지 현실의 섹스인지
감을 잡을 수조차 없었다.
“움직여.”
“네, 으하… 감사합니다. 좆 물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두 손으로 허벅지를 붙잡은 선우가 정신없이 허리를 흔들었다. VR 적응도가 300 이 넘으면 현실에서 하는
섹스와 가상 현실 속 섹스의 자극이 거의 똑같다고 들었다. 그러나 300 이 넘는 사용자는 전 세계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적었다. 선우는 가상 현실 속 섹스를 즐길 수 있는 자격을 타고 난 사람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가상 현실은 어디까지나 가상 현실, 계속되는 자극에 선우는 현실의 섹스에도 호기심이 생겼다.
그사이 민재가 선우의 안에 사정했다.
“아응, 으… 아, 감사합니다. 하으….”
민재의 좆이 빠져나가기 무섭게 선우의 구멍 안으로 다른 촉수들이 들어 왔다. 이젠 한시라도 구멍 안에
뭔가를 물고 있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개처럼 엎드린 채 촉수를 물고 있는 선우를 본 민재가 고개를
살짝 숙여 뭔가를 속삭였다.

* * *

그 후, 선우가 정신을 차린 곳은 필드의 한 가운데였다. 나무에 기대 잠들고 있는 선우의 주변을


플레이어들이 기웃거리며 정신을 차렸다.
선우의 고레벨 망토를 알아보지 못한 파티가 멍청하게 PK 를 시도하려고 덤벼들었다. 파티 하나를
전멸시킨 뒤 곧바로 월드 텔레포트를 이용해 수도에 있는 성으로 돌아왔다.
“어, 1 인 던전 들어간다더니 금방 왔네요?”
“으, 응.”
“어땠어요?”
“그냥 그랬어. 아이템도 뭐, 별 볼 일 없었고.”
“역시, 그럴 줄 알았어요. 형도 그런 이상한 거 일일이 상대해주지 마세요.”
“그래, 그보다 나 컨디션 조절해야 해서 오늘은 일찍 로그아웃해 볼게.”
선우는 길드 내에 있는 플레이어를 지나쳐 개인 룸으로 들어 왔다. 누군가를 초대하지 않으면 오직
혼자밖에 들어올 수 없는 공간에 도착하자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갑옷을 입었음에도 엉덩이와 입안이
간지러웠다. 입고 있던 갑옷을 벗은 선우는 방 한쪽에 있는 침대 위로 올라갔다. 캐릭터라 그런지 그렇게
당하고도 몸은 무서울 정도로 깨끗했다. 엎드린 채 엉덩이 근처로 손가락을 넣자 구멍이 움찔거리며
반응을 했다.
“아, 아니야….”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이렇지는 않았다. 설마 게임 내에서 자위할 생각을 하다니, 선우는 급하게
손가락을 뺀 뒤 침대에 주저앉았다. 우선은 로그아웃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후우.”
숨을 고른 선우는 VR 기기를 벗었다. 방음 처리가 완벽하게 되어 있는 VR 기기 전용 캡슐에서 정신을
차렸다. 현실로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엉덩이가 간지러웠다.
기기 밖을 나가려던 순간 민재에게 메일이 왔다. 선우는 침을 삼키며 메일을 열었다. 민재에게서 온
메일에는 동영상이 들어 있었다. 촉수와 몬스터들에게 당하는 자신의 동영상과 사진들이 잔뜩 있었다.
고소를 하는 게 좋겠다며 터치를 해 메일을 끝까지 내리자 주소와 글씨가 쓰여 있었다.
그것을 본 선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 * *

길드원들에게는 곧 있을 공성전과 레이드를 위해 하루 정도 더 게임을 쉰다고 말을 해 놓았다. 적응도가


높은 플레이어일수록 현실의 컨디션이 게임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대규모 전투를 앞두고 하루 이틀 정도
요양을 하는 건 흔한 일이었다.
저녁노을이 질 즈음 서울을 벗어나 강원도 쪽에 도착했다. 펜션 주소로 되어 있는 그곳은 입구부터 경비가
삼엄했다. 선우의 차를 멈춘 개인 보안요원이 차 문을 두드렸다. 선글라스를 쓴 채 차량을 살짝 내린
선우는 민재에게서 온 또 다른 메일을 보여 줬다. 메일에 있는 것은 초대장이었다. 초대장을 본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어 줬다. 길을 따라 5 분 정도 운전을 해 들어가자 저택 같은 건물이 나왔다.
안내대로 차량을 주차한 뒤 안으로 들어갔다.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가 다시 다가오자 선우는 똑같이
초대장을 보여 줬다.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고개를 숙인 남자가 선우를 건물 안으로 안내했다. 세이비아 월드의 랭킹은 절대적이었다. 선우가
벌어들이는 금액은 이미 걸어 다니는 기업이라고 할 정도로 엄청났다. 그런 선우에게 이 정도 사치는
아무런 유흥거리조차 되지 않았다. 로비를 지나 화려하게 생긴 응접실 안으로 들어갔다.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남자가 문을 닫고 나갔다. 소파에 선우와 비슷한 또래의 청년이 앉아 있었다. 게임과 얼굴은 다르지만,
체형이나 전체적인 분위기는 선우가 아는 민재와 비슷했다. 선우는 눈앞에 있는 청년이 민재가 틀림없다고
확신했다. 커피가 담긴 잔을 내려놓은 민재는 고개를 들어 선우를 바라봤다.
“무슨 용건이지?”
“그…….”
선우는 침을 삼켰다. 이건 가상 현실이 아니었다.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그때 이후로 자신의 몸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현실에서 손가락이며 성인용품을 이용해 자신의 구멍을 쑤셨으나 도통 간지러움이 가시질
않았다. 이래서야 며칠 뒤에 있는 대규모 레이드에도 지장을 줄 것만 같았다.
말로 설명을 할 수가 없었던 선우는 민재의 앞에서 입고 있던 옷을 벗었다. 남의 앞에서 알몸을 보인 적은
처음이었으나 지금은 그런 체면을 가릴 때가 아니었다. 엉덩이 구멍 사이로 집에서 올 때부터 꼽아 놨던
딜도가 진동을 하고 있었다.
한쪽 자리를 벌린 선우는 자신의 구멍에 있는 딜도를 흔들며 애원을 했다.
“좆 물게 해주세요. 제발…….”
더 이상 이전으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 * *

늦은 저녁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가 저택에 방문했다. 의자에 앉아 카탈로그를 보던 남자가 처음 보는


얼굴을 손가락질했다.
“이건?”
“오늘 새로 들어온 신입입니다.”
“그래? 그럼 이 녀석으로 하지.”
“알겠습니다.”
남자가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2 층 방으로 올라갔다. 입구 한쪽에 마련된 탈의실에서 옷을 벗은 뒤 문을
통과했다. 배가 불뚝 튀어나온 남자의 몸이 순식간에 젊은 청년의 몸으로 바뀌었다. 그곳은 가상
현실이라고 하기보다는 증강현실에 가까운 공간이었다. 침대 위로 올라가니 선우의 캐릭터가 엎드린 채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엉덩이에는 실제 좆과 거의 비슷하게 생긴 딜도가 피스톤 질을 하고 있었다.
남자가 침대 쪽으로 다가갔다.
“흐아, 으…….”
“이건 또 새로운 녀석이군.”
“대표님이 직접 캐스팅한 녀석으로 최상품이라고 합니다.”
“나가 봐.”
그가 귀찮다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 직원이 나가기 무섭게 선우는 남자의 좆을 입에 물었다. 선우는 두
손으로 남자의 좆을 정신없이 빨았다. 현실과 구분이 없는 가상 현실이라고 해도, 현실의 좆은 확실히
달랐다. 선우의 펠라를 본 남자가 머리채를 잡아 침대에 내 던졌다. 위로 올라탄 남자가 선우의 구멍에
박혀 있는 딜도를 빼냈다.
“그래? 내가 어떻게 해 줄까?”
“흐아, 응… 발정 난 암캐 구멍에 주인님의 좆 넣어 주세요!”
“이거 원. 가르칠 게 없군.”
아아, 드디어. 허벅지 위로 가짜가 아닌 진짜 손이 올라왔다. 남자는 자신의 좆을 선우의 구멍 근처로
가져다 댔다. 살짝 댔음에도 불구하고 구멍이 벌름거리며 좆을 먹기 위해 애를 썼다. 남자의 커다란 좆이
선우의 구멍 안으로 들어왔다. 이게 섹스라니. 낯선 자극에 선우가 눈물을 흘리며 허리를 흔들었다.
“흐아, 응… 아응… 좆 너무, 하으… 좋아요! 미칠 것 같아요. 아응, 으아….”
선우가 정신없이 남자의 좆을 조였다. 가상 현실 세계에서의 아픔은 조금만 참으면 금방 사라지지만,
현실의 아픔은 잔상처럼 남아 선우를 괴롭혔다. 고개를 살짝 숙이자 자신의 엉덩이 사이를 움직이는
남자의 흉측한 좆이 보였다. 저 커다란 게 정말 자신의 안에 들어오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남자와
선우의 허벅지가 거칠게 부딪혔다. 정액이 구멍 안으로 울컥 쏟아져 나왔다. 가짜가 아닌 진짜
정액이었다.
“흐아, 으… 기분… 으아, 너무 좋아…….”
“윽, 후… 어디서 이런 녀석을 데려왔는지. 이거 맛 들리겠군. 일어나.”
“흐아, 응… 아응… 좋아. 좋아요. 아아, 으앗!”
그가 선우의 팔을 잡아당겨 자신의 위로 올렸다. 다리를 벌린 선우는 시키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남자의 좆을 자신의 구멍에 쑤셔 넣었다. 푸욱, 커다란 좆이 선우의 내벽으로 파고 들어왔다. 더, 더.
선우는 엉덩이를 움직이며 온몸으로 남자의 좆을 느꼈다.
* * *

공성전과 대규모 레이드는 무사히 끝이 났다. 두 개의 큰 행사는 인터넷 방송을 탔고, 역시 라온제나
길드 마스터이자 세계 랭킹 1 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압도적인 힘을 보여줬다.
이번 일로 2 위 길드는 물론 2 위 유저와 격차까지 벌리면서 게임 내에서 선우의 위치는 더욱 견고해졌다.
선우는 넓은 저택의 정원에서 기자와 인터뷰를 마치고 VR 룸으로 돌아왔다.
최근 선우는 캡슐을 새로 바꿨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개조였다. 비밀번호를 누르자 최첨단 캡슐이 열렸다.
외부에서 내부를 보는 건 절대적으로 불가능했다. 한층 더 쾌적해진 캡슐 안에서 옷을 벗은 뒤 빨간
버튼을 눌렀다.
[자극 모드로 전환합니다.]
다리를 대고 있던 의자가 옆으로 벌어지며 발밑으로 족쇄가 채워졌다. 의자가 살짝 들려지며 엉덩이
구멍이 노골적으로 보였다. 그 사이로 커다란 좆 모양의 딜도가 다가왔다. 이 딜도는 세이비아
월드에서도 조종할 수 있는 최첨단이었다. 선우가 버튼을 누르자 실제 좆과 차이가 거의 없는 딜도가
선우의 구멍 안으로 들어왔다.
“흐아, 응… 아응… 좋아….”
내벽을 쫀득쫀득하게 조이는 딜도에 선우는 달뜬 숨을 내쉬었다. 철벅거리며 딜도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선우의 가슴 위로 흡착기가 내려왔다. 성기 부분에는 핑크색 오나홀이 씌워지며 선우의 좆을 꽉 붙잡았다.
선우는 그 상태로 VR 게임에 접속하기 위한 고글을 썼다.
“흐, 아응….”
신음과 함께 선우는 마이룸에서 정신을 차렸다. 가상 현실 속에서 옷을 입었음에도 외부 세계에 있는
딜도가 선우의 구멍을 정신없이 범했다. 미팅하고 온 사이 친하게 지내는 부 길드 마스터에게 귓속말이
왔다.
[형, 접속했으면 잠깐 볼 수 있어요?]
[알았어. 어디로 갈까?]
[제 방 괜찮아요? 할 말이 있는데.]
[알았어.]
잠시 후, 마이룸으로 가는 초대장이 날아왔다. 버튼을 누르자 선우의 방보다는 조금 작은 방으로
이동됐다.
“무슨 일이야?”
“형, 놀라지 말고 들어 줬으면 좋겠는데.”
그가 선우의 앞에 영상 하나를 보여 줬다. 그것은 선우가 촉수와 섹스를 하는 영상이었다. 우연이 얻게
된 이 영상은 마니아들 사이에서 알게 모르게 선우와 닮았다며 돌고 있었다. 워낙 가상 현실 기술이
발달하다 보니 유명인이나 캐릭터의 얼굴을 합성해 이런 짓을 벌이는 일이 종종 일어나고는 했다. 따라서
이걸 즐기는 사람들 또한 다들 합성일 거라는 걸 감안하고 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달랐다. 선우보다 두 살 정도로 어린 그는 소위 천재라 불리는 가상 현실 영상 전문가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영상 코드를 분석해 본 결과 합성이 아니라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찍은 영상이라는 걸
알아낼 수 있었다. 몰래 찍은 거야 둘째 치고, 그 말인즉슨 영상 속 캐릭터와 연출이 정말 게임 속에서
실제로 일어났다는 뜻이었다.
“합성이어도 토 나올 것 같은데, 이거 고소하는 게 낫지 않겠어?”
나이에 비교해 어려 보이는 캐릭터를 택했던 그 또한 몇 번인가 이런 일을 당한 적이 있었다. 작정하면
캐릭터로 연출된 상황을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니, 어떤 정신 나간 변태가 선우의 캐릭터로 변장을
하고 VR 섹스 동영상을 직은 게 분명해 보였다. 영상을 보던 선우의 표정이 굳어졌다. 말을 꺼낸 그 또한
그럴 줄 알았다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내가 이쪽 방면으로 저명한 변호사 알아봐 줄게. 이건 아무리 그래도 도가 지나쳤잖아.”
“알았어.”
“길드 법무팀에도 이야기할게.”
그가 선우의 몸을 위아래로 훑었다. 선우의 옷은 딱히 노출이 있는 편은 아니지만, 요즘 들어 몇 명
길드원들 사이에서 선우에게 관심을 보이거나 노골적으로 추파를 던지는 플레이어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영상을 보고 나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그는 선우를 향한 그런 시선들이 무척 불쾌했다. 선우가 몸을
살짝 숙이며 그에게 말했다.
“신경 써 줘서 고마워.”
“형, 진짜 이건 아냐.”
“그 전에, 내일 시간 돼?’
“어?”
“고소하는 건 좋은데, 내가 일이 좀 있어서 그런데. 내일 다시 이야기하자. 만나는 장소는 내가
알려줄게.”
“아, 알았어. 인터뷰 길어졌다고 들었는데 쉬어.”
그는 찜찜한 기분을 뒤로하고 선우를 보냈다.
그날 저녁 즈음, 선우에게서 다음 날 약속 장소에 관련된 메일이 왔다. 이른 새벽부터 게임에 접속한
그는 선우가 말 한 고목 근처로 도착했다. 여기에 이런 나무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기괴한 나무였다.
“특수한 이벤트 지역인가?”
나무 안쪽의 공간이 일렁거렸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 이벤트 포탈 같았다. 버프를 풀로 건
그가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윽, 이게 뭐야?”
들어가자마자 바닥이 푹, 아래로 꺼졌다. 나무의 안이라고 하기보다는 무슨 몬스터의 위장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런 건 쥐약인데. 그보다 선우는 어디 있는 거야? 잔뜩 경계한 그가 무기를 꺼내며 앞으로
나아갔다.
“흐아, 응… 아응….”
“무슨 소리…… 어.”
정 가운데 촉수에 팔다리가 붙잡혀 있는 사람이 있었다. 플레이어인가? 엔피씨인가? 가까이 다가가자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가운데 있는 플레이어는 틀림없는 선우의 캐릭터 명이었다. 놀란 그가
급하게 달려가 선우의 주변에 있는 촉수들을 잘라냈다.
“형, 괜찮아? 이게, 대체 무슨…….”
“흐, 으앗… 응… 왔구나?”
“뭐, 뭐라고? 형, 대체 뭐 하는 거야!”
선우가 뒤로 물러나자 발밑에 있는 촉수들이 선우의 몸을 잡아 올렸다. 선우의 캐릭터 스탯이라면 이 정도
촉수를 잘라내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러나 선우는 일말의 반항조차 하지 않았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 촉수들이 선우의 엉덩이를 잡아 벌렸다.
“자, 흐아… 여기에 흐읏, 좆 넣어 줘.”
선우의 구멍 사이로 남아 있던 알이 뚝뚝 떨어졌다. 며칠 밤을 꼬박 새워 선우의 영상을 분석한 그는 영상
속 캐릭터가 연출이 아니라 진짜 선우의 캐릭터가 분명하다는 결론을 내린 뒤였다. 다만 설마 선우가
진짜로 이런 짓을 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입술을 꽉 깨문 그가 가죽 장갑을 낀 손으로 선우의
엉덩이를 강하게 후려쳤다.
“흐앙, 응… 아응… 좋아….”
“하, 변태 새끼. 그렇게 좆이 물고 싶어서 환장했냐?”
선우를 위하는 척했지만, 그 또한 몇몇 사람들 사이에서 돌고 있는 선우의 촉수 영상을 가지고 수도 없이
자위했었다. 선우만큼은 아닐지라도 월드 순위 100 위에 드는 그 또한 적응도가 꽤 높은 편이었다. 그가
바지를 내리며 자신의 좆을 선우의 구멍에 가져다 댔다.
“흐아, 으응…!”
“랭킹 1 위 플레이어가, 어? 이렇게 음란해도 되는 거야?”
“흐, 아… 감사합니다. 더, 흐앙… 좆 잔뜩 넣어 주세요.”
선우의 애원에 그가 침을 꿀꺽 삼켰다. 그에게 선우는 일종의 우상과도 같은 존재였다. 감히 넘볼 수
없다고 판단한 선우가 음란한 암캐가 되어서 자신의 좆을 물고 환장을 한다는 이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정복감에 그는 정신없이 선우를 범했다. 선우 또한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와
하는 건 처음이라 그런지 더욱 흥분됐다. 선우의 입 안으로 촉수가 들어왔다. 선우의 허리를 붙잡은
촉수가 가만히 있는 그의 좆에 선우의 몸을 가져다 박았다. 질척거리는 소리와 함께 구멍 안으로 좆이
들어왔다. 벽 쪽에 있는 구멍에서 짐승 같은 몬스터들이 눈을 번쩍이며 선우를 보고 있었다.
“아, 좋아. 좋아. 흐아, 으아앙… 너무 좋아.”
선우는 이제 더 이상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외전 2.

방학이 됐다. 퇴원하고 일주일 넘게 집에서 나가지 않았다. 이 전에는 편의점이나 밥을 먹기 위해서라도
억지로 집 밖으로 나갔는데 이젠 그럴 필요조차 없었다. 차이가 있다면 집이라는 것의 범위가 전보다 훨씬
넓어졌다는 점이었다. 방, 식사, 그리고 드문드문 정원에 나가거나 지하에 있는 트레이닝룸을 이용하는
게 전부였다.
집 안에 있는 사람들은 암암리에 선우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 대충 알고 있었다. 입단속은 시켰기 때문에
티를 내지는 않았으나 선우는 그 사람들이 자신이 당한 일을 모를 리가 없다고 확신했다. 그러한 이유로
집에서 나가지 않는 선우를 건드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도 슬슬 눈치가 보여,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지하에 개인 트레이닝룸이 생긴
뒤부터 선우는 헬스와 PT 에 관심을 가졌다. 저녁 식사를 마친 선우는 침대에 누워 민재와 카톡을 했다.
「PT? 갑자기?」
「갑자기는 아닌데. 원하면 PT 선생님 불러 준다는데 어떻게 생각해?」
「약간 걱정되는데.」
「설마 집에서 별일이야 있겠어.」
「그러면 나 아는 사람 추천해줄까?」
「형도 PT 해?」
「좀 됐어.」
민재가 일이 있어 나중에 연락하겠다며 톡을 종료했다. 다음 날 오전에 민재에게 전화가 왔다. 이런저런
사적인 대화를 하던 중 어제 이야기하다 말았던 헬스 주제가 다시 나왔다.
─ 형 그, PT 는 선생님 추천해주면 안 돼?
─ 아, 그거 말하는 거 깜박하고 있었는데. 바로 집에 부르는 건 좀 그러니까 한번 와서 PT 받아 보고
결정하는 건 어때? 서로 맞는지 안 맞는지도 봐야 하잖아.
─ 그런가?
왠지 민재의 말도 맞는 것 같았다. 민재가 선우를 계속해서 설득했다.
─ 내일 저녁에 시간 된다는데 어떻게 할래? 너네 집에서 별로 안 멀어.
─ 형도 갈 거야?
어차피 남아도는 게 시간이라 일정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개인 PT 같은 건 받아 본 적이 없어서 혼자
가기는 어딘가 좀 그랬다.
─ 당연하지. 내가 소개해주는 건데.
─ 그러면 갈래!
선우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전화를 받았다. 졸업을 앞둔 민재가 회사 일을 시작하면서 얼굴을 볼 수
있는 날이 줄어들고 있었다. PT 보다는 민재와 만날 수 있다는 게 선우를 더욱 기쁘게 했다.
─ 그러면 내일 오전에 PT 하고 데이트할까?
─ 아주 좋아. 사랑해!
─ 형 이제 회의 들어가 봐야 하니까 끝나고 전화할게.
─ 알았어.
전화를 끊은 선우는 오랜만에 있는 데이트에 휴대폰을 들고 소리를 질렀다.

* * *

다음 날, 민재가 왔다는 말에 선우는 곧바로 밖에 나갔다. 주차장에 가니 민재의 검은 차량이 있었다.


선우는 쪼르르 조수석에 앉았다.
“왜 이렇게 신났어?”
“나 일주일 만에 나가는 거거든.”
“너 진짜……. 집에만 있는구나.”
“요즘 들어 좀 그래.”
그 일도 있었고. 그러다 보니 뭔가 의욕이 생기질 않았다. 강 부회장의 집은 선우가 할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도 한몫했다. 안전벨트를 매기 전 선우가 민재의 팔을 잡아당겼다.
“왜 그래?”
“형, 그…… 키스해 줄래?”
수줍은 듯 얼굴을 붉히는 선우를 본 민재가 피식, 입꼬리를 올렸다. 몸을 돌린 민재가 선우의 턱을 잡아
오려 혀를 섞었다. 눈 만큼이나 얼굴도 익은 사과처럼 빨갛게 달아올랐다. 민재는 한 손으로 선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머지는 나중에 해 줄게.”
“어, 응.”
그 말은 저녁에 민재와 기대할 만하다는 건가? 안전벨트를 맨 선우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아참, 이거 마셔 사 왔어.”
민재가 근처 카페에서 사 온 더치 커피를 선우에게 내밀었다. 고개를 끄덕인 선우는 빨대에 입을 대며
커피를 마셨다. 민재가 사 온 커피라 그런지 더 달게 느껴졌다.
유명한 강사라길래 엄청난 걸 기대했던 건가. 민재가 데리고 간 곳은 오래된 건물에 있는 평범한
헬스장이었다. 선우의 실망 어린 시선을 눈치챈 민재가 재빨리 말했다.
“이렇게 보여도 여기 오는 사람들만 오는 곳으로 유명해. 그리고 선우야. ‘PT 선생님이 시키는 말은 다
들어. 알겠지?’”
“어, 응. 알았어.”
8 층에서 내리자 바로 카운터가 보였다. 내부 또한 평범하기 그지없는 헬스장이었다. 애매한 시간대라
그런지 드문드문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다였다. 민재가 카운터로가 직원에게 말을 걸었다.
“오늘 오기로 한 사람인데요.”
“아, 네네. 금방 선생님 불러드릴게요.”
직원이 안쪽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운동복을 입은 30 대 초반 남자가 밖으로 나왔다.
“민재 씨한테 말씀 들었습니다. PT 받으러 오셨다고요?”
“네. 그냥 시범 삼아서 한번 해 보려고요.”
“잘 해 드릴게요. 우선 그, 선우 씨라고 그랬나요? 먼저 할 건데 라커룸 쪽에서 옷 벗고, 샤워하고
오세요. 아, 혹시 그동안 구멍 검사는 받으셨어요?”
“어, 아뇨.”
그의 질문에 선우가 뺨을 긁적였다. 샤워할 때마다 구멍을 깨끗하게 청소하긴 해도 이전처럼 검사를
받지는 않았다. 마지막으로 검사를 받은 게 언제인지도 흐릿했다. PT 하는데 이런 이야기를 왜 하고
있는지 약간 의문이 들었으나, 선우는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대답을 하고 말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면 하는 김에 구멍 검사도 같이 해 드릴게요.”
남자의 말에 선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라커룸 안으로 들어갔다. 락커에 옷을 벗은 뒤 샤워를 했다.
꼼꼼하게 구멍을 닦은 뒤 밖으로 나왔다. 일단 시키는 대로 하긴 했는데 알몸으로 걸어 나오니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형, 근데 원래 PT 받을 때 이렇게 하던가요?”
“’이상한 거 아니야.’”
민재가 선우의 눈을 보고 말했다. 선우는 주변을 둘러봤다. 헬스장 안으로 알몸인 남자들이 돌아다녔다.
헬스장에 있는 그 누구도 선우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선우는 민재와 함께 PT 실로 들어왔다.
“우선은 여기 누워 보실래요?”
선우는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웠다. 그가 선우의 위에 올라타 다리를 벌렸다.
“안 쓴지 좀 됐다고 하니까, 우선은 구멍 검사부터 할게요. 긴장 푸시고.”
“흐, 네.”
엉덩이 근처로 차가운 젤이 뚝뚝 떨어졌다. 그가 젤을 묻힌 손가락으로 구멍을 벌렸다. 뻐끔거리던
구멍이 남자의 손가락을 물었다.
“아, 으아….”
오랜만에 들어오는 손가락에 선우가 신음을 흘렸다. 괜히 부끄러운 마음에 몸을 꼬았으나, 다행히 두
사람은 신음을 흘리는 선우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남자의 손가락이 선우의 구멍에 완전히 들어왔다.
내벽이 손가락을 조였으나 어딘가 부족했다.
“움직일게요.”
“흐, 아응… 아, 으앙….”
바닥에 손을 짚은 선우의 엉덩이가 들썩거리며 흔들렸다. 뭐지, PT 가 이렇게 기분이 좋은 거였나? 그가
선우의 전립선 부근을 꾹 눌렀다. 앞쪽으로 피가 쏠리더니 발기한 선우의 페니스가 껄떡거렸다. 선우의
상태를 보던 남자가 손가락을 빼냈다. 손가락이 빠져나가자 몸이 매트 위로 축하하고 늘어졌다. 페니스와
손가락이 나간 구멍이 조금씩 간질거렸다.
“아, 으앙…….”
“이거 넣어 드릴 테니까, 느낀 그대로 말해 주시면 돼요.”
“으, 네.”
벌어진 구멍 안으로 길쭉하게 생긴 막대기 같은 게 쑥 들어왔다. 버튼을 누르자 막대기가 진동을 하며
움직였다. 선우는 그가 시키는 대로 의자에 앉았다. 길쭉한 막대기가 세로로 들어가 꽂혀 있는 게 그대로
느껴졌다.
“느낌이 어떠세요?”
“흐아, 응… 그게 그…… 엉덩이가 간지러워요. 내벽이…….”
“내벽이?”
“누가 막, 흐앗! 쑤셔 줬으면 좋겠고…… 이걸로는 부족해서 미, 미칠 것 같아요.”
의자에 앉은 선우가 정신없이 엉덩이를 움직였다. 그가 일어나 자신의 옷을 벗었다. 잘 다져진 근육
허벅지 사이로 흉측하게 생긴 좆이 서 있었다. 남자의 좆을 본 선우는 입맛을 다셨다.
“그러면 제 좆 물어보실래요?”
남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선우는 두 손으로 커다란 좆을 입에 물었다. 뒤로 돌아간 민재가 선우의
허리를 잡아 들어 올렸다. 엉덩이 근처로 보라색 막대기가 꽂혀 있었다. 민재는 막대기 끝에 있는
손잡이를 붙잡아 움직였다.
“흐, 아응… 아, 으아, 으읍….”
“선우야, 좆 똑바로 물어야지.”
“네네, 흐, 죄송해요….”
남자의 허벅지를 붙잡은 선우가 정신없이 좆을 빨았다. 뒤쪽으로 찌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막대기가
움직일 때마다 선우의 좆이 흔들렸다.
“흐, 아으읏!”
울컥, 선우가 바닥으로 좆을 쏟아냈다. 보다 못한 남자가 선우의 머리채를 잡고 거칠게 흔들었다.
입안으로 잔뜩 흥분한 좆이 거칠게 들어 왔다. 사정 직전이 되자 남자가 선우의 얼굴에 정액을 싸질렀다.
“하, 으앙… 응….”
뺨과 정액이 묻은 입 근처가 뜨거웠다. 선우의 팔을 잡아당긴 민재가 손수건으로 얼굴에 묻은 정액을 닦아
줬다.
“너 운동에 소질 있는 거 아냐?”
“그, 그래? 난 잘 모르겠는데.”
“다음은 이쪽입니다. 하나씩 해 보고 결정해요.”
선우는 남자를 따라 거울 앞으로 다가갔다. 그는 바닥에 커다란 흡착형 딜도를 붙였다. 선우의 뒤로
돌아간 그가 몸을 어깨를 붙잡았다.
“여기에 맞춰서 넣고, 천천히 올라오면 돼요.”
“제가 그, 할 수 있을까요?”
“충분히 할 수 있어요.”
다리를 벌린 선우는 그가 시키는 대로 딜도에 자신의 구멍을 밀어 넣었다. 몸이 점점 아래로 내려가며
딜도가 천천히 들어 왔다.
“흐, 읏….”
딜도가 들어 온 상태로 버티는 일은 쉽지가 않았다. 숨을 헐떡이며 간신히 세 번을 끝마쳤다.
“딱 열 번만 더 해요.”
“아, 으아… 네….”
선우는 그가 시키는 대로 총 10 번을 더 움직였다. 애매하게 들어간 딜도 때문에 애가 타 미칠 것 같았다.
다음은 윗몸일으키기였다.
“민재 씨가 좀 잡아 주실래요?”
“그럴까요?”
민재가 잡아 준다는 말에 선우는 괜히 가슴이 뛰었다. 바지를 내린 민재가 선우의 구멍에 좆을 넣었다.
꽉 끼는 좆에 선우가 달뜬 숨을 내쉬었다. 그 상태로 민재는 선우의 발을 꽉 잡았다. 윗몸일으키기가
원래 이렇게 하는 거였나? 살짝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흐, 아으… 응….”
민재의 좆을 꽉 문 선우는 PT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윗몸일으키기를 했다. 몸을 일으킬 때마다 커다란
좆이 구멍을 이리저리 흔들어 놓았다.
그다음에는 기구를 사용해 하는 운동을 알려 준다고 했다. PT 선생님을 따라 밖으로 나왔다. 뭐부터 할
거냐는 말에 머뭇거리던 선우는 벤치 프레스를 손가락질했다. 예전부터 한번 해 보고 싶었던 것이었다.
“좋아요. 누워 보세요.”
“네네.”
“다리 쫙 벌리고, 엉덩이 잘 보이게 하고. 자세는 이렇게. 이번에는 제가 도와 드릴게요.”
그가 자신의 좆을 선우의 구멍에 밀어 넣었다. 쑤욱, 커다란 좆이 선우의 구멍에 파고 들어왔다. 배에
힘을 줄 때마다 아래가 지끈거렸다. 그 와중에도 선생님은 차분하게 역도 드는 법을 알려 줬다. 엉덩이
쪽의 간지러움 때문인지 선우는 역도에 도무지 집중할 수가 없었다.
“위에는 괜찮으니 아래에 힘을 더 주세요.”
“흐아, 응… 아읏….”
선우는 남자가 시키는 대로 아랫배에 힘을 꽉 쥐었다. 그러면 그럴수록 좆의 감촉이 너무나 선명하게
느껴졌다. 내벽을 가득 채우는 좆이 무척이나 따뜻했다. 선우의 숨소리가 조금씩 가팔라졌다.
“저기 그, 으앙, 응… 안에 싸 주세요.”
“괜찮겠어요?”
“흐, 네네. 괜찮아요.”
그가 선우의 팔을 잡아당기며 거칠게 허리를 움직였다. 몸이 위아래로 흔들리며 구멍이 전체적으로
욱신거렸다. 다리를 활짝 벌린 선우가 정신없이 남자의 좆을 탐했다. 그가 선우의 구멍에 사정했다. 좆이
빠져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구멍 안으로 흰 정액이 뚝뚝 떨어졌다. 운동이라는 거, 힘들구나. 선우는
갑자기 확 피로감이 몰려 왔다. 그렇지만 기왕 온 김에 다른 기구들도 써 보고 싶었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한테 좀 도와 달라 할까요?”
“상관은 없어요.”
이미 선우의 주변으로 낯선 남자들이 다가왔다. 또 다른 벤치에 앉았다. 이번에는 눕지 말고 엎드리라고
했다. 고양이처럼 엎드리자 다른 남자가 선우의 구멍을 보더니 자신의 커다란 좆을 밀어 넣었다.
“흐, 으아, 응… 흐아….”
“앞에도 써야 운동이 되죠.”
“그, 그렇죠? 으읍….”
입안으로 또 다른 좆이 들어왔다. 대체 무슨 운동인지는 모르겠는데 땀이 나고 숨이 찬다는 건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근육질의 남자 두 명이 앞뒤로 선우의 몸을 정신없이 범했다. 운동하는 사람답게 힘이 보통이
아녔다. 선우는 구멍에 들어온 좆을 조이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흐아, 으앙, 앗! 좋아… 흐, 아응….”
남자 하나가 선우의 구멍 안에 사정했다. 멈추지 않는 자극에 선우의 허리와 엉덩이부터 온몸이 벌벌
떨렸다. 드라이 오르가즘을 느낀 선우의 몸이 경련했다. 그러나 남자는 그런 선우의 사정을 봐 주지
않았다. 사정했던 남자의 좆이 커지며 선우의 구멍을 꽉 메웠다. 좆이 흔들릴 때마다 빠져나가지 못한
정액도 같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선우는 왜 이렇게 민재와 같이 나오면 기분이 좋은지 알 수가 없었다.
민재의 마인드 컨트롤에 걸린 선우에게 이건 단순한 PT 에 지나지 않았다.
“혀, 형… 흐앙….”
남자들의 좆을 먹으며 헐떡이던 선우가 손을 뻗었다. 구석에서 휴대폰을 하고 있던 민재가 선우의 손을
붙잡았다. 아무것도 모른 채 저에게 매달리는 선우도 좋았지만, 역시 가장 좋은 건 영문도 모른 채 낯선
남자들에게 범해지는 선우였다. 고개를 살짝 숙인 민재가 입술 대신 이마에 키스했다.
“선우야. 사랑해.”
아, 나의 아름다운 인형.
외전 3.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가을 태풍 때문인지 며칠 동안 비가 그치질 않았다. 어제처럼 천둥 번개가 치고,


바람이 불진 않았으나 비는 계속해서 내렸다. 신이 수도꼭지를 틀어 놓고 잊어버린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K 대학교 병원 응급실은 연이어 이어지는 비 소식에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의사 하나가 소파 하나를 차지하고 누워 있었다. 소파의 한쪽에 다리를 올린 뒤 얼굴에는 가운을
뒤집어썼다. 이제 막 들어온 인턴 하나가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다가갔다.
“저기, 여기서 이렇게 주무시면…….”
“내버려 둬.”
“예?”
“교수님이시잖아. 괜히 깨워서 혼나고 싶으면 깨우든가.”
얼굴을 덮고 있는 가운 끝에 아슬아슬하게 신분증이 붙어 있었다. 응급의학과 교수 최민재. 이름을 본
인턴이 소스라치게 놀라 손을 뗐다.
“그래도 빈 침대 많은데.”
“너 진짜 쓸데없다. 그런 거 신경 쓸 시간에 너나 잘해.”
인턴의 중얼거림을 들은 3 년 차 레지던트 선생님이 핀잔했다. 그의 말에 인턴은 더 민재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꽤 고참의 수 간호사가 의국 안으로 들어왔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간호사가 민재의 앞으로 다가갔다.
“어, 교수님. 주무시게 내버려 둬도…….”
“A2 에 있는 환자 데머롤(마약성 진통제) 더 줘도 돼요?”
“몇 번이요?”
“A2 요. 일 있으면 직접 물어보라 그러셨잖아요.”
“아, 어. 그랬지. 50mg, 한 번 더 주사해주세요.”
“주무세요.”
“네. 고생해요.”
민재는 가운 밖으로 손이 튀어나온 손을 건성으로 흔들었다. 간호사가 밖으로 나가고, 더 이상의 소란은
없었다. 민재가 정신을 차린 건 그로부터 두 시간이 더 지난 무렵이었다. 멍하니 일어난 민재는 붕 뜬
머리를 긁적이며 하품을 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다른 펠로우 선생님이 민재의 앞으로 뭔가를 내밀었다.
“자요. 시계 찾는 거 아니에요?”
“하암, 어디 있었어?”
“바닥에 떨어져 있었어요. 나 원 참, 비싼 거라면서 그렇게 막 굴려도 돼요?”
“별로 비싼 거 아니라니까 그러네. 고마워.”
잠결에 풀어 놓았던 시계를 바로 찬 뒤 시간을 확인했다. 새벽 네 시 오십 분을 막 지나고 있었다.
가운을 대충 걸친 뒤 밖으로 나왔다. 자러 들어 왔을 때랑 들어갔을 때랑 별로 다를 게 없었다. 비는
그쳤으나 날이 흐렸다. 일기예보를 확인하니 더 비가 올 것 같지 않았다. 비가 그치면 또 환자들이 물
밀듯 들어 올 것이었다. 의사가 된 뒤부터는 비가 참 좋았다. 그렇다고 해서 기우제를 지낼 수는 또
없었다.
“세수 좀 하고 올게.”
누구에게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근처에 있는 누군가는 민재의 말을 들었을 것이었다. 이를 닦고
세수를 한 후, 물로 붕 뜬 머리를 가라앉혔다. 밖으로 나온 민재의 옆으로 펠로우 선생님 한 명이
다가왔다. 그가 커피 추출기로 내린 커피가 담긴 유리컵을 민재에게 내밀었다. 비싸긴 해도, 큰돈 들여서
산 보람은 있는 커피 추출기였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민재가 고개를 들었다.
“교수 된 거 축하한다.”
“아직 안 됐거든요?”
“그럼 미리 축하.”
“뭐예요. 그게. 축하하면 쉬게 해 주든가, 술이나 사주세요.”
“퇴근길에 편의점 맥주나 마셔.”
“너무해요.”
그는 민재의 말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계약 만료 직전이었던 그를 교수로 추천해 준 사람이
최민재였기 때문이었다. 그에게는 홀로 다른 병원에서 온 자신을 이렇게까지 챙겨 주는 민재가 고마울
따름이었다. 정작 이런 말을 하면 민재는 교수가 돼야 할 사람이 교수가 된 것뿐이라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참, 새 펠로우 온다고 하지 않았어요? 어때요?”
“어. 나도 잘 몰라. 나 그때 수술하고 있었거든. 경력은 화려하던데.”
“전 병원에서 최연소 부교수까지 달은 녀석이 왜 우리 병원 펠로우로 지원했을까요?”
H 대 부 교수쯤 되면 엘리트 코스 확정인데 도대체 뭐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그만뒀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K 대학교도 나쁜 편은 아니지만.
“난들 알아? 그놈 전 병원에서 별명이 불닭이었대.”
“불닭이요? 시끄러운 사람 별로 안 좋은데.”
그의 한숨에 커피를 홀짝인 민재가 뺨을 긁적였다. 아침으로 먹으려고 아껴둔 편의점 빵을 뜯어 커피와 한
모금 마셨다. 식당이 열기까지 시간이 좀 있으니, 그전까지는 이걸로 버텨야 했다.
“시끄럽다고 하기보다는. 찌르면 불 뿜는다고 해서 불닭이라던데? 최 교수가 추천한 사람이라 나도 잘
몰라. 아, 얼굴은 이쁘게 생겼더라.”
“의사가 어리게 생겨서 좋아질 게 뭐가 있다고 그래요?”
“그거, 네가 할 말은 아니잖아.”
“교수님이 할 말은 더더욱 아니죠.”
두 사람이 서로의 얼굴을 보며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안쪽에 있던 응급 구조사가 전화를 받았다.
“네? 아, 네. 괜찮습니다. 저기, 그런데…….”
그가 민재와 펠로우 선생님이 있는 쪽을 바라봤다. 민재가 손을 까닥이자 그가 대신 뛰어가 전화를 받았다.
민재는 남아 있는 치즈 케이크와 함께 커피를 넘겼다. 별일 아닐 거라고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그의
표정이 구겨졌다. 보다 못한 민재가 달려갔다.
“뭔데?”
“공사 중이던 건물이 붕괴했답니다. 며칠 내내 내린 비 때문에 그런 모양이에요.”
“아무리 건설 중이라 그래도 비 좀 내렸다고 무너지는 게 말이 되냐? 이놈의 대한민국. 전화 바꿔. 예.
책임잡니다. 네, 알겠습니다.”
민재가 전화를 끊었다. 이미 눈치 빠른 몇몇 의료진들은 사람들을 찾으러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강 선생, 사람들 모아 와. 바로 움직이게. 윤 선생은 다른 과 당직 선생들한테 콜 해 놓고. 지금 오는
애들 최대한 빨리 오라 그래! 수술방 잡아 놓고, 외상팀 콜하고! 부상 12 명에 6 명 중상. 4 명. ETA
(도착 예정시간) 10 분이니까 빨리 움직여!”
망할.
민재는 빵이 담겼던 빈 쓰레기 봉지를 쓰레기통에 버린 뒤 남아 있는 커피를 전부 비웠다. 응급실 안으로
의료진과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첫 환자가 들어온 이후부터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환자를 보던
중 민재의 머리 위로 피가 튀었다. 출혈을 잡아야 하는데 혼자서는 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여기 누가 손 좀 빌려줘!”
“손 남는 사람 없어요!”
“망할, 이걸 어떻게 혼자 하라고…….”
“도와줄게요.”
짜증을 내는 민재의 앞으로 처음 보는 청년 하나가 끼어들었다. 장갑을 찾는 듯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그를
본 민재가 다른 간호사를 향해 고개를 살짝 까닥였다. 간호사가 글러브가 있는 위치를 알려 줬다.
“잘 좀 붙잡아.”
“알고 있어요.”
선우의 도움으로 출혈을 잡은 민재는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수술팀에게 환자를 넘기기 무섭게 다른
의사가 뛰어 왔다. 민재가 발끝으로 그의 무릎을 살짝 찼다.
“야, 끝났어! 늦었다고!”
“아윽. 벌써 끝났다구요?”
“그래. 이 친구가 도와줬다.”
“네? 누군데요?”
“나도 몰라.”
민재와 그가 눈을 깜박였다. 주변을 둘러보니 어느 정도 정리가 된 모양이었다. 셔츠의 소매를 살짝 접은
선우가 두 사람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강선우인데요. 오늘 새로 오기로 한 의사. 최민재 과장님이시죠? 잘 부탁드립니다.”
선우가 민재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멍하니 있던 민재가 선우의 손을 붙잡았다.

* * *

후, 입 밖으로 내뱉은 담배 연기가 허공을 맴돌았다. 민재가 다가가자 조교수가 된 그가 인상을 확


찌푸렸다.
“아, 저 불닭 새끼. 확 훈제시켜 버릴까 보다. 왜 전에 병원에서 불닭이라 불렸는지 알 거 같은데
어쩌죠?.”
“너무 그러지 마라.”
“예민한 것도 정도가 있지. 저건 예민이 아니라 그냥 시한폭탄이에요.”
그의 푸념에 민재는 한숨을 푹 내쉬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화려한 등장과는 다르게 강선우에 대한 불만은
날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었다. 그 와중에 다른 고참 교수들에 대한 평은 이상할 정도로 좋았다. 어딘가
예민한 구석이 있긴 해도 민재 또한 선우가 싫지는 않았다. 다만 그는 응급실 책임자로서 선우 외에 다른
의료진들도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었다. 응급실에서 일하는 의료진들은 선우 한 명이 아니었다.
선우만큼이나 다른 의료진들의 사기 또한 중요했다.
“알았어, 내가 어떻게 할게.”
“제발! 제발 부탁드립니다. 교수님. 저 쟤 때문에 스트레스로 죽을 것 같아요.
“알았다고.”
담배를 끈 민재가 먼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의국 앞으로 다가가자마자 간호사 하나와 민재가 몸을
부딪쳤다.
“미안.”
“아, 과장님!”
“뭐, 뭐야? 왜?”
평소 민재와 친하게 지냈던 간호사는 민재를 보자마자 한숨을 푹 쉬었다. 무슨 문제인지 말을 하지 않아도
알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불닭 저거 어떻게 좀 해주세요.”
“알았어, 안 그래도 그거 때문에 내려온 거야. 또 뭐 때문에 싸운 건데?”
“커피요.”
“무슨 커피?”
“우리가 커피 다 마셨다고 지랄이잖아요. 자기는 커피 안 마셔? 지만 입이야, 아주.”
“하아, 그래. 알았어. 내가 알아서 할게.”
알아서. 선우가 오고 난 뒤 저 말만 몇 번을 했는지 모르겠다. 간호사를 달랜 뒤 의국 안으로 들어갔다.
민재는 선우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무슨 일이야?”
“커피가 없어요.”
“더 사면 되잖아.”
“36 시간 연속 근무에, 18 시간 오프로 주당 90 시간씩 52 주를 일하는 의사가 커피까지 자기 손으로 사야
합니까?”
“인턴 시킬게. 김 선생, 가서 커피…….”
“인턴은 의사 아니에요?”
“아아, 선우야. 강선우. 너 진짜 왜 그래? 좀 나와.”
답답함을 이기지 못한 민재가 선우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본관과 이어지는 복도에 선 두 사람은 한동안
언성을 높였다. 처음에는 커피 이야기로 시작했다가 오만가지 말이 다 나왔다. 선우의 성격이 안 좋다는
말을 듣긴 들었는데, 이 정도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 자식……. 교수를 아주 뭘로 알고…….”
짜증이 난 민재가 선우의 팔을 잡아당겼다. 쓰고 있던 안경을 벗은 뒤, 선우의 입술을 덮쳤다. 민재의
혀가 선우의 입안으로 들어왔다. 난데없이 당한 키스에 선우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지, 지금 뭐 하신 거예요?”
“’내가 키스 한 거 잊어버려.’”
“네.”
민재는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겼다. 어지간해서 이 능력은 안 쓰려고 했는데, 이 녀석은 정말 답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휴대폰으로 아래쪽에 있는 의사에게 톡을 보냈다.
「바쁘냐?」
「괜찮아요.」
「바쁘면 전화해. 나 강 선생이랑 이야기 길어질 것 같으니까.」
「이번 기회에 그 불닭 혼 좀 내주세요. 제발」
그가 답지 않은 이모티콘까지 써 가며 사정을 했다. 따로 답장을 보내지 않은 민재가 휴대폰을 가운
주머니에 넣으며 고개를 들었다.
“너 인마,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뭘요?”
“뭐긴 뭐야? 왜 이렇게 다른 선생님들이랑 싸우냐고. 애야? 내가 이런 거까지 챙겨줘야 해? ‘사실대로
말해.’”
민재가 눈을 마주치며 선우를 추궁했다. 머뭇거리는 선우를 무시한 민재는 근처에 있는 자판기에서 캔
커피를 뽑았다. 탁, 캔 커피의 뚜껑을 뜯기 무섭게 선우가 대답했다.
“안 그러면 교수님이 안 보잖아요.”
“푸웁, 뭐?”
“교수님 저 정말 기억 안 나세요? 왜 기억 못 하세요? 기억 못 하는 척하는 거예요. 아니면 정말 기억 안
나시는 거예요?”
“잠깐, 잠깐만. 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아, 아아아! 너……!”
입가에 묻은 커피를 닦은 민재가 입을 벌렸다. 의대생 시절 민재는 아는 사람의 추천으로 과외를 한 적이
있었다. 호기심이 왕성할 나이었던 민재는 호기심에 남자 학생 하나를 건드린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장난이었는데 반응이 너무 재미있어 분위기에 휩쓸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 버리고 말았다.
그 일로 마인드 컨트롤 능력이 발현됐었다. 남학생의 기억을 지운 뒤, 자신 또한 그 사실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게 몇 년 전 일인지 모른다. 민재의 기억 속 순수하게 생긴
남학생과 눈앞에 있는 선우는 전체적인 분위기만 비슷할 뿐이었다.
민재는 왜 강선우라는 이름을 듣고도 자신이 그 일을 기억하지 못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민재가 다 마신
캔 커피를 자판기 안쪽 쓰레기통에 버렸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너 이제 와서 그 일 고소 할 생각은 아니지?”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사실대로 말하라고 마인드 컨트롤을 걸어 둔 덕분에 거짓말할 리는 없었다.
정말 고소가 목적이라면 민재는 선우의 기억을 한 번 더 지울 생각이었다. 미안하지만 이런 일로 자신의
커리어에 오점이 남고 싶진 않다. 잔뜩 긴장한 민재와 다르게 선우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저는…… 그때 이후로 선생님을 한 번도 잊어본 적이 없는데요.”
“어, 어어? 뭐라고?”
“그러니까요. 선생님을 잊어 본 적이 없다고요. 기억 안 나세요?”
선우가 성큼성큼 앞으로 다가왔다. 민재가 유리 벽 뒤에 몸을 기댔다. 선우가 민재의 두 손을 붙잡으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저는 다 기억하고 있어요! 에어컨이 고장 난 여름날, 제 방에서 제 안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으며 구멍을
헤짚던 그 감촉을 전부 기억… 으읍…!”
“야! 미, 미쳤냐고! 도대체 언제 기억이 나, 난 거야!”
“얼마 전에 교통사고 당했거든요. 그때부터 기억이 났어요. 이걸 왜 여태까지 기억하지 못했는지! 아,
교수님!!”
민재는 게이였으나 마지막으로 연애랑 섹스를 한 게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사랑이라는 행위
자체에 무뎌져 있었다. 마인드 컨트롤 능력이 있다고 해서 만사가 다 내 좋을 대로 해결되리라는 법은
없었다. 젊은 나이에 응급실 책임자쯤 되려면 연애 같은 거는 생각 할 틈조차 없었다.
“너 이 자식. 설마 나로 했냐?”
“뭘요?”
“자위 같은 거.”
“어제도 하고 왔는데요? 아, 교수님. 사랑해요! 교수님이 이 병원에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애인 있으세요? 아뇨, 있어도 괜찮아요! 세컨이어도 괜찮아요! 그날처럼 저를
범해주세요! 그냥 오나홀처럼 생각해주세요!”
“콜록, 뭐? 야야, ‘입 다물어.’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그래?”
민재의 말에 선우가 입을 다물었다. 급 조용해진 선우를 보며 민재는 지끈거리는 이마를 꾹꾹 눌렀다.
멀쩡하게 생겨서 이상한 소리나 하고 앉아 있고. 민재는 선우의 몸을 위아래로 훑었다. 늘어진 수술복
사이로 보이는 살이 오늘따라 야하게 느껴졌다.
“너 나랑 섹스하고 싶냐?”
“교수님이랑요? 당연한 말씀을 하세요?”
“윽. 따라서 와.”
민재는 선우의 팔을 끌고 수술실 쪽으로 들어갔다. 날이 날이다 보니 중환자도 거의 없었다. 이 방은
수술실 리모델링 전부터 존재하던 곳으로 사각이 있어 그냥 지나가는 거로는 내부에 사람이 있는지 알기
힘들었다. 이 늦은 시간에 구석에 있는 수술방을 들어 올 사람은 없었다.
민재는 선우의 팔을 잡아당겨 키스했다. 눈 색이 원래대로 돌이 온 선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민재와 구름다리에서 싸우고 있었던 것까지는 기억이 났다. 그 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민재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전부 털어놓았다. 그 순간 정체를 알 수 없는 부끄러움이 한꺼번에 몰려 왔다.
“아…… 아악, 읍…!”
“시끄러워.”
민재의 손이 선우의 입을 틀어막았다. 마인드 컨트롤을 사용하긴 했으나 감정을 바꾼 적은 없었다. 즉,
자신에게 했던 저 말이 강선우의 속마음이라는 뜻이었다. 민재의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당시의 섹스는
거의 일방적인 행위에 지나지 않았다. 나중에 선우에게 사과했으나 그조차도 불안했던 민재는 막 각성한
능력으로 선우의 기억을 지웠다. 교통사고를 당하고 어떻게 기억을 해낸 데는 모르겠으나. 기억이 난
이후에도 그날의 기억으로 자위를 할 정도라면 어지간한 변태가 틀림없었다.
“네가 그렇게 나한테 당하고 싶었다 이거지?”
“아, 교수님…….”
“펠라 할 줄 알지?”
“그럼요.”
“빨아 봐.”
민재의 말에 선우의 시선이 아래로 내려갔다. 무릎을 살짝 꿇은 선우가 속옷과 함께 바지를 아래로 내렸다.
선우는 두 손으로 민재의 페니스를 만졌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따듯한 감촉에 저도 모르게 감동의 눈물이
흘렀다. 이 좆을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민재는 생각지도 못할 것이었다. 민재가 손가락으로 선우의
이마를 꾹꾹 눌렀다.
“빨리하라고.”
“으, 네… 으읍….”
허벅지를 붙잡은 선우가 민재의 좆을 입에 물었다. 한동안 일이다 뭐다 정신이 없었던 민재는 마지막으로
자위를 한 날도 기억이 나질 않았다. 자위도 안 한 지 1 년이 넘었는데 펠라나 섹스는 말할 필요조차
없었다. 선우의 혀가 민재의 좆을 구석구석 핥았다. 입안에 퍼지는 따듯한 감촉에 민재가 조금씩
흥분했다.
“흐, 교수님 커졌어요.”
“닥치고 물어.”
“으읍… 욕… 더 해주세요.”
엉덩이를 살짝 치켜든 선우가 민재의 좆을 입안에 넣고 쪽쪽 빨았다. 생긴 건 순둥순둥해서 연애 한 번 못
해 봤을 것처럼 생긴 주제에 펠라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보통 남자가 남자를 상대로 이렇게 펠라를 잘
하기는 쉽지가 않았다. 정말로 사정을 할 것 같았던 민재가 급하게 선우의 입에서 좆을 빼냈다. 선우의
입 근처로 약간 새어 나온 정액이 묻었다.
“너 읏, 잘한다? 많이 해 봤나 봐?”
“교수님이 처음이에요.”
“그럴 리가 없잖아.”
“매일 밤, 교수님을 생각하면서 연습했어요.”
“변태 새끼네.”
“흐, 맞아요. 그러니 읏, 제 안에 넣어 주세요.”
선우가 자신의 몸을 민재에게 비볐다. 민재가 선우의 정강이를 발로 찼다. 몸이 앞으로 쓰러지자
머리채를 잡아 입안으로 좆을 쑤셔 넣었다.
“윽, 읏… 아응… 읏….”
“똑바로 안 빨아?”
“교수님, 으아, 읏… 커요…….”
목 끝까지 좆을 밀어 넣은 민재가 거칠게 허리를 움직였다. 민재는 선우의 사정을 봐 주지 않았다.
커다란 좆으로 입안을 잔뜩 쑤시던 민재가 사정했다. 쌓여 있던 정액이 선우의 입안으로 한 움큼 쏟아져
나왔다.
“흐, 으아….”
“누워서 다리 벌려.”
비틀거리며 일어난 선우가 수술대 위로 올라가 바지를 벗은 뒤 다리를 벌렸다. 민재가 보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선우는 잔뜩 흥분됐다. 허리를 들썩이던 선우가 허벅지 사이로 손을 집어넣었다.
“평소에 어떻게 해?”
“구, 구멍에. 손가락이랑 딜도를 넣어요.”
“그리고?”
“교수님 거라고 상상하고… 흐아, 읏… 마구…….”
“해봐. 손가락이라도 지켜봐 줄 테니까.”
선우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꿈인지 현실인지 도무지 가늠되질 않았다. 민재의 재촉에 선우가 다리를
활짝 벌렸다. 민재의 시선이 닿는 곳마다 피부가 간질거렸다. 선우는 집에 했던 것처럼 손가락을 자신의
구멍에 집어넣었다. 벌름거리던 구멍이 선우의 손가락을 조금씩 삼켰다.
“으, 아응… 응… 교수님… 하….”
손가락이 움직이자 안쪽이 조금씩 젖었다. 민재가 보고 있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선우는 손가락을
민재의 좆이라 생각하며 더욱 빠르게 움직였다. 그러나 손가락이라는 크기의 한계상 안쪽까지는 닿지
않았다. 손가락이 내벽을 긁을 때마다 선우의 좆이 조금씩 부풀어 올랐다.
보다 못한 민재가 선우의 좆을 손으로 꽉 쥐었다. 발정이 난 개처럼 엉덩이를 흔드는 선우를 보고 있자니
머리가 어떻게 될 것만 같았다. 병원에서는 그렇게 떽뗵거리며 싸우고 쿨한척 하더니 뒤에서는 이런
식으로 자위를 하며 저를 상상했다고 생각하니 다시금 아래가 욱신거렸다. 민재의 손이 닿은 좆이
뜨거웠다. 선우는 더욱 깊숙이 손가락을 넣으며 허리를 움직였다. 조금만 더 하면 사정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흐, 아응… 읏… 잠깐, 교수님… 으앙… 응….”
민재가 별안간 선우의 요도를 엄지로 막았다. 난데없이 사정이 막힌 선우의 허리가 멋대로 들썩거렸다.
“아, 으앙…읏….”
“가만히 있어.”
민재가 엄지를 떼자 엄지 끝으로 고여 있던 정액이 살짝 묻었다. 사정하지 못한 탓에 선우가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당장이라도 좆을 잡고 흔들고 싶었는데, 가만히 있으라는 민재의 말에 도무지 거부할 수가
없었다. 그 사이 민재는 라텍스 장갑을 꼈다. 장갑을 낀 민재를 본 선우는 또다시 흥분됐다.
“교수님 흐앙, 응… 그거 되게 섹시해요.”
“그래?”
별로 생각을 안 해 봤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 조금은 기분이 좋았다. 민재가 선우의 구멍 사이로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조금 전까지 선우의 손가락이 들어가 있었던 터라 생각보다 훨씬 수월하게 들어갔다.
손가락의 개수를 늘린 민재가 다시금 선우의 요도를 엄지로 막았다.
“거기, 아, 으앙… 읏… 좋아요… 너무….”
얼마 가지 못해 민재는 선우의 전립선을 찾아냈다. 손가락으로 전립선을 꾹꾹 누르자 선우가 반응했다.
“흐, 아응… 읏….”
앞은 손가락으로 막혀 있고, 그 상태로 전립선을 자극하니 머리가 하얗게 질렸다. 민재를 상상하며
자위를 할 때랑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아, 으아, 으아읏… 좋아요… 흐앙….”
선우의 허벅지가 벌벌 떨리더니 이내 몸이 축 늘어졌다. 민재가 손을 떼기 무섭게 고여 있던 정액이 살짝
튀어 올랐다. 처음 치고 이 정도면 뭐, 그럭저럭 나쁘지는 않았다. 민재가 선우의 뺨을 툭툭 건드렸다.
“이런 거 해 본 적 있어?”
“아응, 아뇨… 으, 으읏…… 잠깐, 저 이제 막 갔…….”
“닥쳐.”
“교수님, 으앙… 읏….”
민재가 선우의 다리를 들어 올렸다. 엉덩이 사이로 좆을 살짝 가져다 댔다. 살짝 닿았음에도 불구하고
벌써 흥분을 해 구멍이 벌름거리고 있었다.
민재는 선우의 구멍을 벌려 좆을 밀어 넣었다. 쌓이긴 한 건지 오물거리며 좆을 씹어 먹는 구멍이 꽤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재의 뜨거운 좆이 내벽에 들어오자 선우가 들뜬 숨을 내뱉었다.
“으아, 응… 좋아, 좋아요… 교수님 좆 너무 좋아요… 제 구멍, 흐앙… 마구 쑤셔 주세요!”
평소 선우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도무지 상상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허벅지를 잡아당긴 민재가 선우의
구멍 안으로 좆을 끝까지 밀어 넣었다. 허리를 살짝 틀자 선우의 몸이 경련했다.
“좋냐?”
“네네, 흐, 하응… 교수님…!”
선우의 내벽이 민재의 좆에 쫙 달라붙었다. 오랜만에 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좆을 조이는 뜨거운 느낌에
민재 또한, 흥분됐다. 수술실에서 이런 짓을 할 줄은 몰랐는데. 아무렴 무슨 상관이겠는가. 민재가
선우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몸이 앞으로 당겨지며 커다란 좆이 선우의 구멍을 정신없이 쑤셨다.
“아, 으… 으앗… 응… 커, 너무 커요… 으읏… 선생님… 흐앙….”
아래쪽이 끊어질 것만 같았다. 선우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민재에게 애원했다. 그 모습을 본 민재는
선우가 그날 여름에 봤던 그 학생과 동일 인물이 틀림없다고 확신했다. 사정할 것 같은 느낌에 재빨리
선우의 몸을 돌렸다.
“으, 으아… 응….”
선우의 팔을 잡은 민재가 거칠게 허리를 움직였다. 좆과 함께 허벅지에 닿은 엉덩이가 정신없이
출렁거렸다. 복도 쪽으로 사람이 지나가는 것 같은 느낌에 선우가 재빨리 입을 틀어막았다. 작은 창문 틈
사이로 복도를 지나가는 의사의 모습이 보였다. 의사가 지나가자 민재가 다시 움직였다.
“읏, 선우야.”
민재가 선우의 안에 사정했다. 구멍 안으로 뜨거운 정액이 물 밀듯 쏟아져 들어 왔다. 숨을 고른 민재가
선우의 구멍 안에서 좆을 빼냈다. 팰라 때도 그렇고, 오랜만에 하는 섹스라 도무지 절제되질 않았다.
선우는 여전히 엉덩이를 내놓은 채 엎드리고 있었다.
“하는, 으… 교수님의 정액… 하, 너무 좋아요.”
아래쪽으로 힘을 주자 안쪽에 있던 정액의 감촉이 그대로 느껴졌다. 조금이라도 오래 이 감각을 느끼고
싶다. 선우가 민재가 선우의 팔을 잡아당겨 아래쪽으로 끌어 내렸다. 테이블에 엉덩이를 살짝 걸친
민재가 다리를 벌렸다.
“올라와라.”
“흐, 아, 교수님…….”
혹시나 하고 다른 의사에게 톡을 보냈으나 별다른 일은 없었다. 오죽하면 한가하니 자고 와도 될 것 같은
답이 돌아왔다. 폭풍이라도 치지 않는 이상 이런 날은 흔하지 않았다.
선우가 민재의 위로 올라왔다. 구멍 근처로 정액이 고여 있었다. 민재는 재빨리 자신의 좆을 구멍에 밀어
넣었다. 흘러내릴 뻔했던 정액이 갑자기 들어오는 좆과 함께 쑥 안으로 밀려 들어갔다. 좆이 움직일
때마다 안쪽에 있던 정액도 같이 출렁거렸다. 갈데없는 손이 민재의 목에 매달렸다. 민재가 선우의
허벅지를 잡은 뒤 몸을 일으켰다.
“흐응, 응… 아응… 으, 교수님, 교수님….”
다리 사이로 민재의 좆이 정신없이 움직였다. 선우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민재에게 매달리는
것뿐이었다. 민재는 선우를 다시 수술대 위로 눕혔다. 허벅지를 잡아당기자 걸쳐있던 좆이 깊숙이 들어
왔다. 선우의 위에 올라탄 민재가 키스했다. 눈이 빨갛게 변했으나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민재가
선우의 눈가에 고인 눈물을 손끝으로 닦았다.
“하, 귀엽네, 너.”
병원은 평소와 같았다. 잠시 집에 들러 샤워를 하고, 한숨 잔 뒤 다시 출근했다. 응급실을 둘러 보던
민재가 안쪽으로 들어갔다. 커튼 너머로 손가락을 봉합하고 있는 의사와 간호사가 떠들었다.
“강 선생 말야, 요즘 좀 달라진 거 같지 않아요?”
“다들 그 얘기 하더라고요. 지난번에 최 교수님이랑 이야기한 1 이후로 사고도 안 치고.”
“크, 역시 최 교수님이 짱이네.”
두 사람이 떠드는 모습을 본 민재가 등을 돌렸다. 중앙으로 나오자 막 출근한 선우와 몸이 부딪혔다.
“안녕하세요.”
고개를 숙이는 선우를 본 민재가 어깨에 손을 올리며 귓가에 속삭였다.
“이따 저녁에 보자.”
한 걸음 앞으로 나간 민재가 자연스럽게 선우의 어깨를 두드리며 몸을 밀었다. 손을 흔드는 민재를 본
선우가 얼굴을 붉혔다.

- 연옥의 늪 외전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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