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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이론과 현장

제28호

ISSN : 1738-1789(Print) 2508-3538(Online)

‘과정(process)’으로서의 유산과 그 유산의 해석

이현경

To cite this article : 이현경 (2019) ‘과정(process)’으로서의 유산과 그 유산의 해석 , 미술이론과


현장, 28, 6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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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process)’으로서의 유산과
그 유산의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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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itage as a Process and Its Interpretation

저자 이현경(Lee, Hyun Kyung)


소속 한국외국어대학교 문화유산학센터 선임연구원(Research Institute for Cultural Heritage,
Hankuk University of Foreign Studies/Senior Researcher)
미술이론과 현장 28 (2019): 61-84.
발행처 한국미술이론학회(The Korean Society of Art Theories) 발행일 2019년 12월 31일

Ⅰ. 서론 www.earticle.net
Ⅱ. 유산 개념의 변화 및 문화유산화 과정
Ⅲ. 유산의 역할 및 해석 변화 양상
1. 국가의 내러티브 형성의 중심으로서 문화유산의 역할 및 해석
2. 외교적 무기 및 소프트 파워로서의 문화유산의 역할 및 해석
3. 치유와 웰빙의 매개체로서 문화유산의 역할 및 해석
Ⅳ. 결론

투고자소개
이현경은 케임브리지 대학교 고고인류학과 문화유산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현재 케임브리지 대학교 인
문사회과학 연구소 및 한국외국어대학교 문화유산학 센터의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현재 동아시아 불편
문화유산(식민 유산 및 냉전 유산)과 유네스코와 국제 협력 연구에 집중하고 있으며, 최근 주요 연구에는 논문
『불편문화유산(difficult heritage)의 개념 및 역할에 대한 고찰』 (도시연구, 2018), Difficult Heritage in
Nation Building: South Korea and Post-conflict Japanese Colonial Occupation Architecture (New
York: Palgrave Macmillan, 2019)와 Heritage, Memory, and Punishment: Remembering Colonial
Prisons in East Asia (London and New York: Routledge, 2019, 공저)가 있다.
DOI:https://doi.org/10.15597/jksmi.25083538.2019.28.061

* 본 논문은 이현경, 「문화유산학(Heritage Studies)의 탄생: ‘과정(process)’로서의 유산과 유산의 해석」, 한국미
술이론학회 2019년도 추계 심포지엄 발표자료를 수정, 보완한 연구임.
Abstract

Heritage as a Process and Its Interpretation


Lee, Hyun Kyung(Research Institute for Cultural Heritage,
Hankuk University of Foreign Studies/Senior Researcher)
th th
Over the late 19 century and the early 20 century, nationalism was
accompanied by assertions that heritage should be protected at national level.
When UNESCO was established in the mid 20th century, heritage was regarded
as the assets of humankind, and its protection was coordinated at internatio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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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el. In the late 20th century, Heritage Studies emerged and heritage discourse
drew heightened attention in academia. The concept of heritage has now evolved
from static cultural assets of the past to a social/anthropological process through
which the past is recast in light of the needs of the present. Such changes in
the perspective and interpretation of heritage have spawned its diverse practical
roles. Heritage is instrumental in constructing core narratives to support national
identity. It can enable each nation to use its historical past as diplomatic
leverage and soft power in international relationship. Heritage may been engaged
in individual lives by facilitating people’s mental healing and social well-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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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process)’으로서의 유산과 그 유산의 해석
이현경(한국외국어대학교 문화유산학센터 선임연구원)

19세기 말 20세기 초, 민족주의의 발현과 함께 유산은 본격적으로 국가의 보호를 받기 시작


하였고, 20세기 중반 유네스코의 탄생과 더불어 인류의 자산으로 국제적인 보호를 받았다. 그리
고 20세기 후반 문화유산학이라는 독립 학제의 탄생과 더불어 유산의 담론이 학문적으로 형성되
었다. 이에 따라 유산은 과거에서 발견된 문화적 산물에서 시대의 요구에 따라 선별되고 형성되
는 사회적, 인류학적 과정이라는 개념으로 발전하였다. 그리고 유산에 대한 관점과 해석이 다양
화되어, 유산은 국가 건설에 있어서, 국가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핵심 내러티브의 중추 역할을 하
게 되었다. 그리고 국제 관계에서 외교적 무기이자 소프트 파워로서 세계에 각 나라의 역사적 당
위성을 전달하는 역할까지로 확대되었다. 최근에는 유산이 개인의 삶과 더욱 깊이 연관되면서 그
역할이 치유와 사회적 웰빙 매개체로서 발전하는 추세이다.

주제어 Keywords

유산(Heritage), 문화적 산물(Cultural Product), 사회화 과정(Social Process), 문화유산화


(Heritagization), 문화유산학(Heritage Studies), 유산의 해석(Heritage Interpret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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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서론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민족주의의 발현과 함께 ‘유산(heritage)’은


사적 개념에서 공적 개념으로 편입되었다. 세계 2차 대전 후, 유네스코
(UNESCO)와 같은 국제기구의 탄생은 ‘유산’이 국가의 영역에서뿐만 아
니라 세계의 영역으로까지 확장되어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하는 ‘인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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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이 되는데 기여했다. 이후 21세기에 들어서 유산은 인류의 보호와


관심 속에서 문화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자원으로 자리매김하였고 소
비의 영역으로까지 확장되었다. 이렇게 끊임없이 진화하고 빠르게 변화
하는 유산의 세계는 1980년대와 1990년대부터 영국, 호주 및 캐나다를
중심으로 발전된 문화유산학(Heritage Studies)이라는 융합 학제의 탄생
과 함께 가속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국가의 자산으로 보호되기 시작하였을 때, 유산은 일반적으로 과거
특정 시기를 대표하는 건축물(e.g. 고딕 양식의 성당) 혹은 고고학적 유
적, 유물(e.g. 고인돌) 등으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유산이 유네스코 내 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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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 협약을 통해 인류의 자산으로 보호되면서, 그에 따른 글로벌 패러다임
이 새롭게 형성되었고 유산의 범주 또한 급격히 확장되었다. 1972년 세
계 문화 및 자연 유산 보호 협약(Convention concerning the Protection of
the World Cultural and Natural Heritage)으로 문화유산과 자연유산, 그리
고 혼합유산(mixed heritage)의 범주가 확고해졌다. 1992년 세계기록유산
(Memory of the World)을 통해 기록유산의 영역이 발전되었고, 2003년
무형문화유산협약(Convention for the Safeguarding of the Intangible
Cultural Heritage)으로 아시아 중심으로 발전했던 무형유산이 서구 사회
에도 유산의 한 영역으로서 편입되었다. 이후 인류의 역사 중 중요하게
다뤄진 산업의 발전과 더불어 탄생한 산업유산(industrial heritage), 도시
의 발전을 상징화한 도시유산(urban heritage), 소수 민족의 유산을 대표
하는 소수민족 전통유산(ethnic heritage), 해저에 남아 있는 해양유산
(maritime heritage), 아픔과 고통의 역사에서 비롯되어 분쟁 가운데 놓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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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유산(difficult heritage), 자연 재해 등을 통해 생긴 재난유산(disaster
heritage)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유산의 종류가 발생하고 발전하였다.1 이
러한 유산의 발달은 21세기 들어 더욱 활발히 나타났는데, 이는 유산이
관광 산업과 결합하여 경제적으로 중요한 요소가 되었고, 국가의 상징물
로서 국내 정치와 국제 관계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 요소로 자리매김하
였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유산에 대한 관심이 국내외적으로 높아지고 유산의 범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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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유산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물음으로


부터 시작되었다. 유산의 다양한 특성을 파악하고 그에 따른 명확한 해석
을 위하여, 본고는 유산을 법적 체계 속 보호의 대상으로 상정하는 것을
탈피하고 유산 담론 안에서 학술적 개념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따라서 이
연구는 서구 문화유산학 담론의 틀 안에서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여건
과 함께 발전한 유산의 기본 개념 변화를 정리하는데 초점을 두었다. 더
불어 개념의 변화로 인하여 유산을 바라보는 관점이 어떻게 변화되었는
지 살펴보고, 관점 변화에 따른 유산의 역할 및 해석의 확장을 정리하였
다. 이 논문에서는 세부 유산의 범주를 아우르는 통칭어로서 ‘유산’을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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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사용하고, 그 개념 이해를 구체화하기 위하여 ‘문화유산’ 관련 예시를
제시할 것이다.

Ⅱ. 유산 개념의 변화 및 문화유산화 과정

서구에서 유산은 본래 가문의 뿌리를 확인시켜주고, 친족의 연대감을


강화하는 상징물로서 사적 자산으로 인식하였다. 이러한 사적인 자산이
국가의 공공 자산으로 편입되는 것으로 보이는 첫 번째 단서는 프랑스
대혁명 직후 1790년 10월 4일 프랑스 입법의회에 제출된 진정서에 사용

1 Akira Matsuda and Luisa Elena Mengoni, “Introduction: Reconsidering Cultural Heritage in
East Asia,” in Reconsidering Cultural Heritage in East Asia (London: Ubiquity Press London,
201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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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 ‘페트리모완(patrimoine)’이라는 단어다. 이 진정서의 내용은 이민자들
의 유산을 개인 소유가 아닌 국가적 차원으로 변환시켜줄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서, 부계의 사적 자산이 국가화 되는 첫 번째 단계를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2 이후 서구 유럽에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유산을
보호해야 하는 개념이 출현하게 되는데 그 시점을 영국의 고대 기념물
보호법의 제정이 이루어진 1882년 혹은 내셔널 트러스트(the National
Trust)가 설립된 1895년으로 추정한다.3 19세기 말에는 유산 개념을 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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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물 및 건축물 혹은 고고학적 유적으로 인식하였다.4 당시 유산은 과


거 건축가가 만든 건축물 및 기념물이 고고학자에 의해서 ‘발견된’ ‘문화
적 산물’로서 이해되었다. 또한 중요한 과거 물질문명의 흔적을 나타내지
만 ‘부서지기 쉽기’ 때문에 전문가에 의해 보호되어야 하는 것으로 받아
들여졌다.5
국가적 차원에서 보호되고 관리되었던 유산이 국제적인 보호 관리 체
계로 변화된 계기는 바로 유네스코 출범과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세
계 2차 대전 이후 폐허가 된 유럽을 재건하고 평화를 증진하기 위한 목적
으로 유네스코가 탄생했다. 특히, 유네스코는 유산이 비단 국가의 소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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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뿐만 아니라 인류의 자산이기에 국제적인 차원에서 국제 분쟁 및 내
전 등으로 파괴되는 유산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명을 확고히 했다. 이 국
제기구의 활동으로 인하여, 유산에 대한 이해가 국가 차원에서 범국가적
인 인류 보편의 차원으로 확대되었다고 볼 수 있다.6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네스코 초기, 유산의 개념이 19세기 초 형성된 문화 자산이라는 관점에
서는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 유산의 개념이 ‘국제 문화 자산(world cultural
property)’으로 사용된 예는 1954년의 헤이그 협약(Hague Convention)과

2 Marcilena Vecco, “A Definition of Cultural Heritage: From the Tangible to the Intangible,”
Journal of Cultural Heritage 11:3 (2010): 321-22.
3 David C. Harvey, “Heritage Pasts and Heritage Presents: Temporality, Meaning and the Scope
of Heritage Studies,” International Journal of Heritage Studies 7:4 (2001): 321.
4 Matsuda and Mengoni, “Introduction: Reconsidering Cultural Heritage,” 9.
5 Laurajane Smith, “Discourses of Heritage: Implications for Archaeological Community
Practice,” Nuevo Mundo Mundos Nuevos (2012): 3-4.
https://journals.openedition.org/nuevomundo/64148 (2019년 3월 24일 검색).
6 이현경, 「‘불편문화유산(difficult heritage)’의 개념 및 역할에 대한 고찰」, 『도시연구』 20 (2018):
16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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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베니스 국제 헌장(International Charter of Venice)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1972년 11월 세계 문화 및 자연 유산 보호 협약에서 문화유
산이라는 용어가 전면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변화가 시작되었다.
유네스코에서 제시한 정의를 통해 유산의 의미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명
시되었는지 살펴볼 수 있다.

문화유산이란 과거의 세대로부터 전해져 내려왔고, 현재에도 보존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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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으며 미래의 후손에게 전달하기 위한, 한 그룹 혹은 사회의 역사적, 문


화적 의미가 있는 유형의 인공물과 무형의 표상이다(유네스코).7

이 정의에서 볼 수 있듯이, 문화유산은 유형의 인공물과 무형의 표상


을 아우르고 과거부터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개념으로 명시되었다. 이
를 통해, 유네스코 내 유산의 개념이 ‘소유와 재산’에서 ‘다음 세대에 물
려주어야 하는 과정’에 더욱 방점이 찍히게 되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
리고 이 세계유산협약과 더불어, 영국에서도 유산을 뜻하는 ‘헤리티지
(heritage)’란 단어가 1975년 공식적인 언어로 등장하게 된다.8 이어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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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 잉글리시 헤리티지(English Heritage, 영국문화재청)가 출범할 때, 그
공식 명칭에도 ‘헤리티지’를 사용하면서, 1980년대부터는 서구권에서 헤
리티지가 유산을 통칭하는 공식 용어로 정착하게 되었고 일상생활에서
도 통용되었다.9 즉, 기존에 기념물, 역사적 건물, 유적으로 세분화되어
칭해졌던 것에서 유산으로 통합된 것이다.10 이 용어의 사용은 유산의 개
념이 과거로부터 발견된 문화적 산물이라는 수동적인 개념에서 탈피하
는 중요한 계기가 된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1980년대와 1990년대 ‘기억호황현상(memory boom)’이
유럽을 장악하면서, 제 1차 및 제 2차 세계대전에 대한 개인의 사적 기억

7 Copernicus Europe’s Eyes on Earth, “Cultural Heritage,” (2018),


https://sea.security.copernicus.eu/domains/cultural-heritage/(2019년 11월 18일 검색).
8 Peter Larkham, “Preservation, Conservation, and Heritage: Developing Concepts and
Application,” in British Planning: 50 Years of Urban and Regional Policy, ed. John Barry
Cullingworth (London: A&C Black, 1999), 119-20.
9 Matsuda and Mengoni, “Introduction: Reconsidering Cultural Heritage,” 9.
10 앞의 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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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동체 내 집단 기억으로 편입되고, ‘이 기억이 다음 세대에 어떻게
전달되어야 하는가?’ 라는 물음이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11 무형의 기
억이 유형의 유산의 형태로 변형되는 것이 공동체의 기억을 유지하고 전
달하는데 용이하다는 결론에 닿으면서 유산의 중요도에 대한 관심은 유
럽사회에 더욱 고조된다. 특히, 유산의 범주가 고대 건축물과 유물을 보
존하고 유지하는 차원에서 새로운 공동체의 기억을 창출하는 수단으로까
지 확대되는 것은 ‘문화유산학’이라는 독립학제를 탄생시키는 원동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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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었다. 서구에서 유산은 대부분 건축학자 및 고고학자들이 보존을 담당


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고고학 중 물질문화 분야는 과거에 남겨진 물
질에 담긴 인간의 역사와 기억을 탐구하는 학문으로, 문화유산학이 독립
학제로 발전하는 초석이 되었다. 유럽 내 대학에서는 1980년대와 1990년
대부터 문화유산학을 고고학과 내에 설립했으며 문화유산에 대한 방법론
을 인류학적으로 접근하며 이 새로운 학문은 고고인류학 융합 학문으로
발전하였다.12 또한 문화유산학은 역사학, 사회학, 문화지리학 및 도시학
과 연계하여 발전하였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유산의 용어 통합과 문화유산학이라는 독립 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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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의 출현은 문화유산 담론 발전의 계기가 되었고, 학술적으로 유산의 개
념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에 현대 문화유산 담론에서,
문화유산은 과거에 박제된 문화적 산물이라는 수동적이고 정적인 개념에
서 현 시대 및 사회의 요구에 의해서 그 의미가 새롭게 부여되고 만들어
지는 ‘사회적/인류학적 과정’이라는 동적이고 능동적 개념으로 인식된다.
즉, 문화유산화 과정(heritagization)을 통하여 문화유산이 형성되고 이해
당사자 사이에서 문화유산을 둘러싼 기억들이 경쟁하고 그 속의 충돌이
일어나면서(memory conflicts) 그 유산의 의미가 재탄생된다는 것이다.13

11 Andreas Huyssen, Twilight Memories: Marking Time in a Culture of Amnesia (New York and
London: Routledge, 1995); 이현경, 「‘불편문화유산(difficult heritage)’의 개념」, 164.
12 케임브리지 대학의 경우, 유럽 내 문화유산학을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1990년 유럽 선사고고학
의 대가인 마리루이즈 스티그 소렌젠 교수(Prof. Marie Louise Stig Sørensen)에 의해 고고학과 내 세부
전공으로 ‘고고학적 유산 및 박물관학(Archaeological Heritage and Museum Studies)’을 창설하였다.
13 Hyun Kyung Lee, Difficult Heritiage in Nation Building: South Korea and Post-conflict
Japanese Colonial Occupation Architecture (London and New York: Palgrave Macmillan,
2019), 1-4; 이현경, 「‘불편문화유산(difficult heritage)’의 개념」, 16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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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문화유산은 유산 자체의 의미보다 유산을 향유하는 사람들이 어
떠한 행위(performance)를 하고 이해하느냐에 그 의미가 결정된다는 관련
담론도 형성되었다.14 따라서 문화유산은 더 이상 과거에서 발견되어 현
재 ‘우리’ 앞에 갑자기 놓인 과거의 부산물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 미래
라는 시간을 관통하면서 여러 사람들의 적극적인 참여 속에 매순간 재탄
생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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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유산의 역할 및 해석 변화 양상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과정으로서의 유산’은 시간과 장소 그리고


사람과의 긴밀한 연결고리 속에서 끊임없이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형성되
는 것인데, 이 개념의 변화는 문화유산의 해석에 대한 패러다임을 변화시
켰다. 과거 유산을 해석할 때, ‘발견된’ 문화유산이 ‘언제, 어떻게 형성되
었고 발견 되었는가’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과정으로서의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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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살펴볼 때는 ‘누가, 어떤 의도로, 왜 유산 형성 과정에 관여 했는가’로
옮겨졌다. 이제 유산 개념의 변화로 인하여, 유산의 역할이 정치, 사회,
문화적으로 확대되고 그에 따라 그 유산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관점이 어
떻게 변화되는지 크게 세 가지 양상으로 분류하여 설명하도록 하겠다.

1. 국가의 내러티브 형성의 중심으로서 문화유산의 역할 및 해석

문화유산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각 국가별로 국가 지정 유산 형성이 활발하게 진행되었고 그에 합당한
보호 정책도 발전하였다. 이와 같이, 하향식(top-down)으로 전문가 집단
에 의해서 보호받는 문화유산을 통칭하여 로라제인 스미스(Laurajane
Smith) 교수는 ‘공인된 유산(Authorized Heritage)’이라고 명명하였다.15

14 Laurajane Smith, Use of Heritage, 1-7.


15 앞의 글, 29-34. 공인된 유산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자연유산도 포함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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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공인된 유산이 국가의 정체성 및 공동체의 기억을 형성하는 과정
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것에 대다수의 문화유산학 학자들이 동의한다.16
각 국가별로 유산을 지정하고 보호할 때, 현 시대 및 사회의 요구에 필
요한 특정 기억이 선택되고, 그 선택된 기억이 유산과 결합하여 그 의미
가 부각되고 새로운 의미가 형성된다. 이와 같이 새롭게 형성된 유산은
각 국가가 현 시대에 강조하고 싶은 특정 과거의 기억을 재생하는데 핵
심 역할을 한다.17 따라서 공인된 유산이 국가 내러티브(narrative) 형성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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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에 놓인다고 볼 수 있다. 이 과정의 주요 일환으로, 유산이 국가 ‘전


통’을 새롭게 창출(invention of tradition)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다고 의견을 모은다.18
유산이 문화적 산물이라는 관점에서는 유산을 국가적 차원에서 있는
모습 그대로 진정성 있게 ‘보호 및 보존’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
지만 과정으로서의 유산으로 그 관점이 변화되면서 유산을 이해하는 초
점 역시 달라졌다. 국가 건설 과정에서 정치 이념 및 그 정당성 형성에
걸맞게 과거의 특정 기억이 선택될 수 있고, 그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
가 이야기가 새롭게 형성된다. 이때, 국가의 자부심을 드러낼 ‘특정’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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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찬란함이 부각될 수 있는 유산 형성 과정이 국가 정체성 형성과 맞물
리면서 유산은 유산 자체의 속성보다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맥락에서
새롭게 해석된다. 그리고 유산 형성 과정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협의 과정
과 관련된 특정 의도를 파악하는 일이 유산 해석의 중요 사안이 된다.
유산이 국가의 중심 내러티브를 형성하는 가운데 전통을 창출하고 국
가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강화시켰던 경향성은 한국의 1960년대와 1970
년대에 뚜렷하게 나타난다. 1962년 최초의 문화재 보호법이 제정된 이후,
박정희 대통령은 한양 도성의 복원, 광화문 복원, 경주 고도개발 사업 등
으로 활발하게 문화유산 보호 사업을 펼쳐 나갔다. 특히, 박정희 대통령
은 대한민국 전통의 창출 과정을 이순신 장군, 신사임당, 세종대왕과 같

16 앞의 글; Brian Graham, et al., eds. A Geography of Heritage: Power, Culture and Economy
(London: Routledge, 2016) 등 참조.
17 이현경, 「‘불편문화유산(difficult heritage)’의 개념」, 166-68 참조.
18 Eric Hobsbawm and Terence Ranger, eds. The Invention of Tradition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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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본인이 선호하는 역사적 인물을 성역화하고 기념화 하는 작업을 통해
서 이루어갔다.19 그는 동상을 건립하여 물질문화로 만드는데 노력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들의 흔적이 남아있는 장소를 문화재로 지정하고 보호하
여서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정신을 기리고 흠모하도록 하였다. 이를테면,
신사임당과 율곡이이의 오죽헌을 1963년 보물 165호로 지정하였고, 이순
신 장군의 영정이 모셔져 있는 현충사 본관이 1967년 신축되고 현충사
내부 이순신 장군의 유품이 이순신 박물관에 모셔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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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유산의 의미가 시대의 요구에 따라서 변화되고 사회에 새롭게


흡수된 경우로는 국내의 일제 강점기에 형성된 건축물을 예로 들 수 있
겠다. 일제 강점기에 형성된 건축물은 해방 후 한국 전쟁 및 급속한 도시
화 과정 속에서 대다수 파괴되었고, 서대문 형무소, 조선 총독부, 경성부
청과 같은 건물은 서울 구치소, 중앙청, 서울시청으로 활용되기도 하였
다. 하지만 1990년대 김영삼 대통령의 ‘역사 바로 세우기’ 정책 속에서
일제 잔재 청산이 국가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주요 사업이 되었다. 구
(舊) 조선 총독부 건물은 국가의 국운을 가로막는 부정적인 일제의 잔재
로 해석되었고 1995년과 1996년에 걸쳐 폭파되었다.20 그 후 2001년 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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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등록문화재 법이 시행되고, 한국의 근현대기에 형성된 문화유산이 국
가의 보호를 받게 되면서 일제 강점기 건축물도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되
었다. 본 법의 도입으로, 일제의 잔재로 칭해졌던 일제 강점기 건축물은
근대문화유산이라는 용어로 지칭되기 시작했다.21 과거 이러한 건축물은
대한민국 역사 인식 하에서 일제의 부산물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해석
되었다. 용어의 변화는 이를 한 시대에 지어진 물리적 건축물로서 해석하
는 인식의 변화도 가져왔다. 그와 맞물려, 문화유산 활용이 문화산업의
중요한 정책으로 자리 잡게 되고, 일제 강점기 건축물은 교육적 차원에서

19 박정희 대통령의 역사적 인물을 통한 성역화 작업은 다음의 참고문헌을 통해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은정태, 「박정희시대 성역화사업의 추이와 성격」, 『역사문제연구』 15 (2005): 241-77; 전재호, 「박정희
정권의 ‘호국 영웅 만들기’와 전통문화유산정책」, 『역사비평』 (2012): 113-40; 정호기, 「박정희시대의 ‘동
상건립운동’과 애국주의」, 『정신문화연구』 30:1 (2007): 335-63; 권오헌, 「유신체제의 신사임당 기념과
현모양처 만들기」, 『Journal of Korean Culture』 35 (2016): 61-91.
20 조선총독부 철거 관련한 자세한 논의는 이현경, 「‘불편문화유산(difficult heritage)’의 개념」, 178-81 참조.
21 앞의 글, 180.

070
보존될 뿐만 아니라 중요 관광 자원으로도 재탄생하게 되었다. 2010년부
터 군산을 필두로 하여 대구, 포항 등 지자체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일제
강점기 형성된 개인 주택 등이 근대 역사 관광 상품이 되었다. 특히, 군산
의 동국사는 국내 유일의 일본식 사찰로서 관광객의 관심을 끌고 있는데,
해방 직후 대다수 일본 신사 등과 같은 종교적 건축물이 한국인에 의해
서 파괴되었던 경우와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볼 수 있다.22 이와
같이 시대의 문화적, 사회적, 정치적 요구에 의해 문화유산으로 새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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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되기도 하고 그 의미가 새롭게 부여되기도 하면서, 각 나라의 문화유


산이 공동체의 내러티브 형성에 기여한다고 볼 수 있다.

2. 외교적 무기 및 소프트 파워로서의 문화유산의 역할 및 해석

앞서 강조한 바와 같이, 유산은 과거에서 발견된 것이 아닌 사회적,


인류학적 과정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일어났다.23 이후, 유산은 국가의 현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인 ‘전략 혹은 도구’로서 재탄생하였다. 앞서 유산
을 국가 정체성을 강화시키는 역할로서 해석하는 경향을 설명했다. 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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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유산은 이제 국내 정치적 상황에만 관여할 뿐만 아니라, 국제화 과정
속에서 국가의 이미지를 세계에 전달하는 매개체로서 역할을 담당한다.
긍정적인 국가 이미지를 전달하는 중요한 방법으로서, 한 국가의 아름다
움을 대표하는 전통 문화 공예품을 해외 전시를 통해서 보여주는 것이다.
예컨대, 1956년 국외전시위원회가 구성된 후 《한국의 국보전 Masterpieces
from Korean Art》란 이름으로 1957년 12월부터 1959년 6월까지 워싱턴
등 미국 8개 주요 도시에서 전시회가 열렸다.24 이는 최초 국외 전시로서
한국이 전쟁피해국이라는 이미지를 쇄신하고 유서 깊은 전통 문화의 나
라로서 국제적 인식 변화를 꾀하기 위한 기획이었다.25

22 일제 강점기 일본 신사 건설 및 해방 후 신사 파괴 관련 내용은 Hyun Kyung Lee, “Reconstructing


Architectural Memories of the Japanese Empire in South Korea,” in Overcoming Empire in
Post-imperial East Asia: Repatriation, Redress and Rebuilding, eds. Barak Kushner and
Sherzod Muninov (London: Bloomsbury, 2019), 90-95 참조.
23 이현경, 「‘불편문화유산(difficult heritage)’의 개념」, 166 참조.
24 정수진, 「근대 국민국가와 문화재의 창출」, 『한국민속학』 46 (2007): 361-5.
25 조부근, 『문화선진국의 문화정책과 문화외교 어디로 가고 있는가』 (서울: 민속원, 2007).

071
이와 같이 유산의 해외 전시를 통해 한 국가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방
식으로 문화 외교의 역할을 담당한 것은 상당히 오래되었기 때문에, 시각
에 따라서 유산의 외교적 역할이 새로울 것이 없으며, 유산의 개념 변화
와 그 해석의 확장이라는 상관관계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의구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해외 전시 속의 유산의 개념은 한 나라의
유산이 과거로부터 발견된 문화적 산물이고, 한 시대를 상징하는 아름다
움을 전달하는 매개체이기에 그 의미가 다소 고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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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유산이 사회적, 인류학적 과정이라는 개념 확장 속에서, 문화유산


의 의미가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사회, 정치, 문화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
하게 되면서 문화유산은 소프트 파워(soft power)의 주역이 되고, 유산 자
체가 외교의 중심이 되는 상황이 21세기 들어서면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팀 윈터(Tim Winter) 교수는 2015년 그의 논문
을 통해 ‘유산 외교(Heritage Diplomacy)’란 용어를 사용하면서 문화유산
학뿐만 아니라 국제 관계학 분야에도 본격적으로 소개하였다.26
윈터는 유산 외교는 유산이 국내적으로 민족주의를 강화시키는 것은
물론 국제 관계에서도 ‘외교적 무기’로서 적극적으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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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의 역할과 해석이 이전과 달라졌음을 주장하였다.27 21세기 들어
문화유산이 외교 전략 자체로 활용되는 결정적 이유는 근현대기에 발생
한 ‘불편문화유산(difficult heritage)’의 탄생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28 불편문화유산은 일반적으로 과거 고통과 수치의 역사적 사
건과 연관된 기억의 장소(Sites of Memory, les lieux de mémoire)가 이후
문화유산화된 것을 일컫는다.29 그 불편문화유산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그
역사적 사건에 관련된 해석이 현 시대 여러 이해 당사자의 다양한 시선
에 의해 다르게 해석되기에 기억의 분쟁이 나타나고 그것이 결국 공동체
정체성 형성에 혼란을 가져온다. 결국, 불편문화유산에 대한 해석이 사회

26 Tim Winter, “Heritage diplomacy,” International Journal of Heritage Studies 21:10 (2015):
997-1015.
27 앞의 글, 997-1015.
28 불편문화유산과 더불어 사용될 수 있는 다른 용어들은 이현경, 「‘불편문화유산(difficult heritage)’의 개념」,
168-73 참조.
29 Pierre Nora, “Between Memory and History: les lieux de mémoire,” Representations 26
(1989): 7-24.

072
적 합의에 이르는데 어렵고, 그로 인한 불편한 상황과 감정이 수반된다.30
유럽에서는 세계 1, 2차 세계대전, 냉전 및 내전의 장소가 문화유산화 되
는 과정에서, 그 장소를 소유하는 국가가 피해자 의식을 형성하고, 분쟁
지역에 관여했던 상대 국가를 비방하는 내러티브를 형성하기도 했다. 아
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역사적 분쟁 속에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데,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의 국가들이 독일 나치를 공공의 적으로 설정하고
문화유산을 재형성 하는 과정에서 자국 내 독일 나치에 부역했던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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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 혹은 자국민들의 이야기를 담느냐 생략하느냐에 대한 평가 논쟁도 끊


임없이 일어남을 볼 수 있다.31 이러한 유럽의 현상에 대해서 케임브리지
대학교 문화유산학 교수로 재직 중인 다시아 비에조 로즈(Dacia Viejo
Rose)는 문화유산이 정치화 및 무기화되고, 무력적인 폭력이 문화적 폭
력 형태로 전환되는 최근 현상을 강조하였다.32
이러한 경향성은 최근 아시아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유럽에서
1980년대와 1990년대 일어난 기억호황현상은 2010년대 아시아에서 뒤늦
게 시작되었는데, 일제의 기억이 아시아 내에서 문화유산화 되는 과정에
서 두드러지게 드러났다.33 특히, 최근 5년 사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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및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둘러싼 동아시아 내 ‘기억 분쟁’이 그 중심에 있
다고 볼 수 있다.34 2015년 7월 유네스코는 일본의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
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다고 발표하였다. 이에 일본은 등재 소식에
환호하였고 한국과 중국은 유네스코에 국제적 유감을 표명하였는데, 이
는 산업유산에 속한 23개의 장소 중 한 장소가 하시마 섬(端島)이었기 때
문이다. ‘군함도(軍艦島)’라고도 불리는 이 섬은 아시아 태평양 전쟁 당

30 이현경, 「‘불편문화유산(difficult heritage)’의 개념」, 174-78.


31 Sharon Macdonald, Memorylands: Heritage and Identity in Europe Today (London: Routledge,
2013), 1-27.
32 Sherman Teichman, “Cultural Heritage and Politics of the Past: An Interview with Dacia Viejo-
Rose,” EuropeNew, 4 April 2017, https://www.europenowjournal.org/2017/04/03/cultural-her
itage-and-politics-of-the-past-an-interview-with-dacia-viejo-rose/ (2019년 11월 18일 검색).
33 Mark R. Frost et al.,“Introduction: locating Asia’s war memory boom,” in Remembering Asia’s
World War Two, eds. Mark R. Frost, et al., (Abingdon, Oxon and New York: Routledge, 2019),
1-25.
34 Ryoko Nakano, “A Failure of Global Documentary Heritage? UNESCO’s ‘Memory of the World’
and Heritage Disonance in East Asia,” Contemporary Politics 24:4 (2018) 481-83.

073
시, 한국인과 중국인의 강제 노역이 일어난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강제
노역 기억은 삭제된 채, 일본 메이지 산업 혁명의 영광스러운 상징성만이
강조되었다.35 2010년대 이후, 일본은 유네스코 등재 프로그램을 통해서
세계 2차 대전에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 이미지 및 평화 수호의 이미지
를 구축해 나가며 아베정권과 일본 우익이 추진하는 역사 수정주의 형성
에 유산 등재를 적극 활용했다. 대표적으로 2015년 “마이즈루(舞鶴) 항으
로의 귀환-일본인 억류 및 송환에 관한 문서”가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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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문서는, 약 60만 명에서 80만 명으로 추산되는


일본 군인과 민간인들이 소비에트연방사회주의공화국(USSR)의 강제노
동수용소에 1945년부터 1956년까지 억류되고 귀국한 과정을 나타낸 기
록이다. 이 기록물은 엄청난 역경 속에서도 살아남고자 한 인간의 의지를
보여주었으며 이를 통해 일본은 영원한 세계평화에 대한 염원을 형성하
게 된 내용을 전함과 동시에, 동시대 유럽의 집단 기억과 유사함을 강조
하였다.36 러시아는 유네스코 등재로 인하여 국제적 이미지에 타격을 입
었고 일본이 1990년대에 합의한 내용을 이행하지 않고 국제적으로 이 내
용을 기정사실화한 것에 대해서 유감을 표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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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중국은 2014년 난징 대학살(南京大屠殺, 1938년) 관련 문서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 신청하였고 2015년 11월 등재 되었다. 이
에 일본은 중국이 등재 신청서에 쓴 30만 명의 희생자 숫자가 지나치게
부풀려진 것이라고 주장하며 유네스코에는 진위여부에 상관없이 한 쪽의
편향된 주장에 따라 등재를 승인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했다. 하지
만 중국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의 역할이 인권과 평화를 수호하는 것
이기에 이 문서가 유네스코 정신에 적합하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세계 최
고의 유네스코 분담금 지원국가인 일본은 분담금을 삭감하겠다고 유네스
코에 위협을 가하는 사태에까지 이르게 된다.37 한편, 중국의 세계기록유

35 이현경, 「‘불편문화유산(difficult heritage)’의 개념」, 181-82; 한정선, 「군함도, 산업유산과 지옥관광 사이


에서」, 『역사비평』 121 (2017): 283-86.
36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문화팀, 「마이즈루 항으로의 귀환: 일본인 억류 및 송환에 관한 문서」, 『유네스코와
유산』, 출처: http://heritage.unesco.or.kr/마이즈루-항으로의-귀환-일본인-억류- 및-송환에-관 (2019
년 11월 14일 검색).
37 Justin McCurry, “Japan Threatens to Halt UNESCO Funding over Nanjing Massacre Listing,”

074
산 등재에 충격을 받은 일본은 외무성에 유네스코 유산 팀을 새롭게 편
성했다. 본 팀의 설치는 일본 제국의 피해국이라고 주장하는 국가 주장을
유네스코 문화정책을 통하여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유네스코 유산
승인이 역사 분쟁의 일면을 기정사실화 하는 것을 본격적으로 방어하고
자 한 시도였다. 이처럼 일본 외무성 내 유네스코 유산 팀의 편성은, 일본
이 유산의 외교적, 정치적 힘을 인지하고 대응하는 모습을 잘 보여주는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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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2016년, 한국을 중심으로 8개국 14개 단체가 연합하여 일본군


위안부 관련 문서(Voices of Comfort Women)를 전시 하(戰時下) 성노예
문서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제출하였다. 이와 동시에 일본 우익의
지원 속에서 일본 및 미국의 4개의 연합 단체가 일본군 위안부는 자발적
매춘 활동이라는 것을 주장하는 기록물(Documentation on ‘Comfort
Women’ and Japanese Army discipline)을 세계기록유산에 등재신청 하게
된다.38 이에 일본군 ‘위안부’ 관련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공동등
재를 위한 국제연대 위원회는, 8개국 14개 단체의 행보를 방해하려는 것
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같은 사건에 상반된 해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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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긴 기록물이 충돌이 된 상황을 비롯하여, 기록유산 등재로 인한 일본과
다른 동아시아 국가 간과의 대립, 그리고 일본 측의 강력한 항의 등의 이
유로 2017년 유네스코는 이 두 문건에 대해 등재보류 판정을 내렸다.39
계속해서 일본은 난징 대학살 문건과 일본군 위안부 문건을 예로 들면서,
국제적으로 논쟁이 있는 기록물을 편향된 시선으로 등재하는 것이 유네
스코 정신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을 더욱 강력히 주장했다. 일본은 구체
적으로 기록문화유산의 심사 및 등재 방식을 수정하는 권고안을 제시하

The Guardian, 13 October 2015,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15/oct/13/japan-thre


atens-to-halt-unesco-funding-over-nanjing-listing (2019년 8월 9일 검색).
38 Kase Hideaki et al., “Statement Concerning the Decision of UNESCO’s Memory of the World
Register on “Documentation on ‘Comfort Women’ and Japanese Army Discipline,”Society for
the Dissemination of Historical Fact, 31 October 2017, http://www.sdh-fact.com/essay-articl
e/1071/ (2019년 8월 10일 검색).
39 Xu He, “UNESCO Listing of ‘Comfort Women’ Documents Postponed,” China Daily, 31
October 2017, https://www.chinadaily.com.cn/world/2017-10/31/content_33934112.htm
(2019년 12월 19일 검색).

075
였고 2018년 유네스코에서 이를 받아들여 태스크 포스(task force)를 꾸
려 세계기록유산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있다.40
유네스코에 등재되어 세계 인류의 유산으로 승인된 경우, 그 장소 혹
은 문서 등이 유네스코에 등재 신청한 나라의 서술 방식대로 전 세계에
알려지고, 그 정보는 역사적 진실로 받아들여지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유네스코를 세계 브랜드로 인식하는 아시아의 경우는 그 경향성이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 첨예하게 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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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난 아시아의 기억 전쟁을 통해서 문화유산 역할과 해석이 역사 외교


분쟁에서 확연하게 달라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해외전시를 통한 문화유산이 각국의 아름다운 전
통을 드러내는 것에서, 이제는 문화유산의 내러티브를 국가가 어떻게 형
성하여 국제 사회에 전달하느냐로 논점이 옮겨져 왔다는 것을 알 수 있
다. 이처럼 문화유산은 각 나라의 특정 역사를 정당화하고 역사적 진실을
규명하는 외교적 무기가 된 것이다. 따라서 문화유산은 세계 각 나라의
주장을 전달하는 주요 매체가 되었기에, 그 역할도 국제적 외교 분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확대 되었으며, 그것을 해석함에 있어 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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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까지 고려한 섬세한 주의가 필요하게 되었다.

3. 치유와 웰빙의 매개체로서 문화유산의 역할 및 해석

지금까지 ‘과정으로서 문화유산’이 거대담론을 형성하는 주체가 되어


국가의 정체성 확립과 국제 관계 외교의 핵심 역할을 하게 됨에 따라 그
해석의 방식이 어떻게 변해 왔는지 살펴보았다. 이제 유산은 개인의 삶과
깊은 연관성을 맺는 방향으로 그 역할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는 최근
2, 3년 사이에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새로운 유산의 영역으로
서, 문화유산이 개인의 치유와 사회적 웰빙 강화에 관여하게 된 것이다.
이를 통해 유산을 이해하는 방향성이 어떻게 변주될 수 있는지 살펴보고

40 Ki-weo Cho, “UNESCO to Set Up Task Force to Change Memory of World System,”
Hankyoreh, 14 September 2018, http://english.hani.co.kr/arti/english_edition/e_international/
862162.html (2019년 8월 10일 검색).

076
유산 연구에 대한 미래 방향성을 고찰해 보겠다.
앞서 언급한 대로 유산은 시간과 장소, 그리고 사람과의 관계성 안에
서 그 의미가 매순간 새롭게 형성된다. 그 중에서 유산을 관리하고 향유
하는 사람에 의한 유산의 역할과 의미 변주 폭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
다. 2019년 11월 ICCROM(International Centre for the Study of the
Preservation and Restoration of Cultural Property)에서 발행했던 뉴스레
터에서는 유산이 개인적, 사회적 웰빙과의 연관성에 대한 기사를 발표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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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41 이 기사에서 웰빙은 각 개인이 신체적, 정신적, 감정적, 사회적, 문


화적, 정신적, 경제적 필요를 총체적으로 누릴 수 있는 환경 창출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 환경을 만들어 가는 과정 속에서 유산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산은 각 개인이 삶을 의미 있게 느끼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주요 요소라는 것이다. 하지만 유산은 주로 하향식으로
그 의미가 창출되었기 때문에, 문화유산이 위치한 커뮤니티는 정작 유산
과의 거리감을 느끼고, 그 의미 창출에 소외감을 갖게 되는 구조였다. 이
제는 상향식(bottom-up)으로 유산 관련한 의사 결정에 커뮤니티 중심으
로 이루어지는 추세이고 이를 독려하는 과정에서 각 개인이 자신의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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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유산을 통해 직접 창출한다. 이 과정을 통해서 유산과 개인, 그 환경이
긴밀히 연결되고 그로 인하여 삶의 만족도가 향상될 수 있음을 시사하였
다. 그 노력을 위한 첫 번째 발걸음으로 ICCROM에서 2019년 12월 16일
부터 18일까지 ‘유산, 지속가능성과 웰빙(Heritage, Sustainability, and
Wellbeing)’이란 주제로 워크샵을 열 것이라고 공표하며, 이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표명했다. 과정으로서 유산 형성에 개인이 깊숙이 관여
함으로서 개인적, 사회적 웰빙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는 유산이 국가적,
국제적 차원에서 역사적 교훈을 주는 매개체일 뿐만 아니라 개인의 사적
영역으로 깊숙하게 침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문화유산은 개인과의 친밀한 관계성을 바탕으로 치유의 역할을
담당하기 시작하였다. 세계유산이면서 영국의 대표적인 후기 신석기 유

41 Alison Heritage, et al., eds. “Heritage and Wellbeing: What Constitutes a Good Life?”
ICCROM, https://www.iccrom.org/projects/heritage-and-wellbeing-what-constitutes-good-
life (2019년 11월 1일 검색).

077
적인 스톤헨지(Stonehenge)를 통한 유산 프로그램이 그 예이다. 본머스
대학(Bournemouth University)의 고고학과 교수 팀 다빌(Tim Darvill)은
2016년부터 2018년에 걸쳐 휴먼헨지(Human Henge)라는 프로그램을 이
고고학 유적지에서 진행하였다.42 그는 현재 스톤헨지가 고대 달력과 같
은 역할을 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원래 치유의 장소로서 병들고 다친 사
람들이 실제로 이 장소에서 회복되었다는 새로운 해석을 하면서 현재에
도 심리치료의 장소로 쓰일 수 있음을 주장하였다.43 우울증 등과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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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10주간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이 역사적 문화유적지에서 강의도 듣고, 춤추고 노래하기도 하고, 조각
작업도 하고 빵도 굽는 다양한 활동을 하였다.44 이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평생 동안 긍정적인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하던 43.5%의 참
여자가 프로그램이 끝날 때에는 30.4%의 참여자로 급감한 통계가 결과
로 나타났다.45 참여자 인터뷰에 따르면, 이 특별한 문화유산 경관이 참여
자에게 시간에 관해서 고민할 수 있도록, 참여자들이 창의적으로 생각을
펼치도록 영감을 주었다고 답하였다. 그리고 그것이 실질적인 치유에 도
움을 주었다고 언급하였다.46 다빌 교수는 약 2년간에 걸친 프로그램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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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끝에 스톤헨지가 사람과 주변 경관, 고고학,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자
신과 다른 사람들과의 연결고리를 찾는데 도움을 주었다고 전하였다.47
이와 연관하여, 영국의 런던대학교(University College London)에서 5년
여 간에 걸쳐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유적지와 정신 건강과 관계가 있다
고 밝혔다.48 실제로 유적지를 방문하는 방문객이나 유적지 자원봉사가

42 Heritage Fund, “How Stonehenge Can Improve Mental Health and Wellbeing,” 21 June 2018,
https://www.heritagefund.org.uk/news/how-stonehenge-can-improve-mental-health-and-w
ellbeinge (2019년 11월 1일 검색).
43 Huge Wilson, “The Healing Stones: Why was Stonehenge Built?” BBC History, 17 February
2011, https://www.bbc.co.uk/history/ancient/british_prehistory/healing_stones.shtml (2019년
11월 14일 검색).
44 Heritage Fund, “How Stonehenge Can Improve Mental Health and Wellbeing”.
45 앞의 글.
46 앞의 글.
47 Cambridge Heritage Research Centre, “Building Human Henge” by Prof. Tim Darvill, 24
October 2019, https://www.heritage.arch.cam.ac.uk/events/building-human-henge (2019년
11월 14일 검색).
48 Vanessa Thorpe, “Heritage Healing: Why Historic Houses Improve Wellbeing,” The Guardian,
21 September 2019, https://www.theguardian.com/culture/2019/sep/21/historic-houses-imp

078
그곳을 통하여 기분이 좋아졌고, 소외되고 불합리한 처우를 받는다고 느
꼈던 집단 또한 그 방문을 통하여서 시민의식 향상을 느껴 긍정적인 효
과를 얻었다. 이와 같이 유산이 개인의 웰빙과 치유의 매개체로 직간접적
인 역할을 하면서, 유산이 국가와 국제적인 관계에서만 힘을 발휘하는 것
이 아니라 개인의 삶이 가까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살펴볼 수 있다. 물
론 이러한 유산의 역할이 아직 미시적 단계이긴 하지만 점차 개인과 유
산의 연계성이 견고해지면서 관련한 유산 연구 및 해석 방법이 구체화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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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으로 예상된다.

Ⅳ. 결론

지금까지 정치, 사회, 문화의 변화에 따른 유산의 개념 및 인식의 변


화, 그리고 그 변화와 연결된 유산의 역할 및 해석의 확대에 대해서 살펴
보았다. 19세기 말 20세기 초부터 국가의 귀속물로 보호받았던 유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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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중반 유네스코의 탄생과 더불어 인류의 자산으로 국제적인 보호
를 받았다. 20세기 후반 문화유산학이라는 독립 학제의 탄생과 더불어 유
산의 담론이 학문적으로 형성되면서, 유산은 과거에서 발견된 문화적 산
물에서 시대의 요구에 따라 선별되고 형성되는 사회적, 인류학적 과정이
라는 개념으로 발전하였다. 개념 변화는 유산의 역할 확장을 초래했다.
먼저, 국가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심 내러티브의 중추가 되었다. 또한
국제 관계에서 외교적 무기로서 세계에 각 나라의 역사적 당위성을 전달
하고 국가의 역사 분쟁에서 주요 역할을 하는 단계로까지 확대되었다. 뿐
만 아니라 최근에는 유산이 개인의 삶에 더욱 친근히 다가와 치유와 사
회적 웰빙의 매개체 역할까지 담당하게 됨을 엿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유산이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하고, 국가와 국가 및 사람과 사람의 연
결고리가 되는 과정 속에 있음을 확인했다. 이러한 변화 체계 속에서 유

rove-wellbeing (2019년 11월 15일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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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의 해석 패러다임은 명확히 변화하였다. 과거에 유산이 어떻게 형성되
었는지 집중하였던 해석 방식에서 유산이 형성된 의도와 그 문화유산화
과정에 개입한 이해당사자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변화하였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현재 사회가 요구하는 유산의 의미 구성 방식을 살펴보는
단계로 확장되었다.
또한 영국, 캐나다 및 호주를 중심으로 발전한 유산 담론은 유산의 역
동성을 강조한다. 이와 같이 유산을 역동적으로 보는 인식의 전환은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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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류의 발전과 국가의 기반을 대표하는 중요한 상징물일 뿐만 아니라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개체로서의 성격을 전 세계에 전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동시에 그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매개
체인 유산이 그 해석 방식에 따라 정치화될 수 있고 외교적 무기로서 의
도적으로 남용될 수 있음도 보여주었다. 글로벌 시대를 맞이하여 인류 공
동의 유산이 공동체간 분열의 요소로 사용되는 것을 지양하고, 유산의 역
할과 이해가 다양성에 대한 가치 존중 및 인류 보편 가치로 확장되도록
노력해야할 것이다. 또한 하향식으로 관리되고 형성되었던 유산에서 지
역 주민과 유산을 향유하는 집단이 직접적으로 유산 형성에 관여하게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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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현상은 유산 역할 및 활용이 다양화될 수 있기에 고무적이라고 볼 수
있다. 기존에 유산을 향유하던 집단이 구경꾼처럼 과거로부터 온 유산을
바라보았다면, 이제는 주체가 되어 현재의 자기 자신을 투영하고 치유와
공감의 경험을 하게 되기까지 변화하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앞으로
유산과 개인의 연관성이 강화됨에 따라 보다 민주적이고 다양한 방식으
로 활용되고 향유되어 새로운 이야기를 창출해낼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서구의 유산 담론과 비교하였을 때, 한국에서의 유산은
여전히 과거에 한국의 영광스러운 역사를 대표하는 상징물로서, 보존해
야만 하는 숭고한 보호 대상으로서 인식되고 있다. 그 보존에 있어서 진
정성이 절대적 중심요소로 작용하고 있으며, 동시에 국가 주도적으로 하
향식 문화재 보존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일제 강점기에 도입된 문화재
관련 보존령(예, 1933년 조선보물고적명승천연기념물)의 형태가 1962년
문화재 보호법에 상당부분 반영되었고 지금까지도 이어진 결과라고 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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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있다. 그리고 한국의 유산 개념이 서구 문화유산학에서 주장하는 ‘과
정’으로 보기보다는 여전히 ‘문화적 산물’이라는 정적인 형태로 인식되고
있음도 엿볼 수 있다. 또한 한국은 유산을 문화 관광 사업의 새로운 경제
자원으로서 관심을 두고 있는데, 이는 유산이 능동적으로 새로운 의미 창
출을 하는데 제한을 가져올 수 있음을 반성할 필요가 있다. 서구 중심의
유산 담론을 한국의 상황에 무조건 적용시킬 필요는 없겠으나, 유산의 해
석과 의미가 다양화되고 있는 세계사적 흐름에 비추어 한국의 유산이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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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 국가적, 국제적인 연계성 속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확장될 수 있는


지 고민할 필요가 있겠다. 동시에 동아시아 내 한국의 유산 의미가 서구
담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상정하고 유산 해석에 대한 교류가 활
발히 일어날 수 있도록 한국 내 유산에 대한 학문적 접근도 활발히 이루
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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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일 2019. 11. 18. 심사완료일 2019. 12. 12. 게재확정일 2019.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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