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are on page 1of 60

■ 3 단원 교사용 DVD 수록 교수˙학습 자료 목록

※ 아래 자료는 금성출판사 교사용 사이트 ‘티칭허브’에서도 내려받으실 수 있습니다.

단원 구성 수업 자료 멀티미디어 자료 그 외 자료

대단원 도입 차시별 수업 지도안

‌
기본 개념 정리 PPT(문학과 예술, 문학 평가 자료
기본 개념
과 인문(人文)) 소단원 형성 평가
짚어 보기
‌기본 개념 정리 학습지
소단원 서술형 평가

‌
작가 소개(진모영)/작품 정리(님아, 그 참고 자료(지도서 내 수록)
강을 건너지 마오) •개념, 작품, 작가 관련 자료
작품 01_님아, 그
( 1 ) ‌‌‌문학, 그 인접 강을 건너지 마오 ‌‌작품 정리 PPT(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
분야를 만나다 오)
(진모영 연출)
작품
‌ 정리 학습지

‌작가 소개(김훈)/작품 정리(칼의 노래)


작품 02_칼의 노래 ‌줄거리 영상(칼의 노래)
‌‌작품 정리 PPT(칼의 노래)
(김훈)
작품
‌ 정리 학습지

기본 개념 ‌기본 개념 정리 PPT(문학과 매체) 평가 자료


짚어 보기 ‌기본 개념 정리 학습지 소단원 형성 평가
소단원 서술형 평가
작품 01_메밀꽃 필
‌
작가 소개(이효석, 안재훈·한혜진)/작품
무렵 [소설] (이효석), ‌작가 영상(이효석) 참고 자료(지도서 내 수록)
정리(메밀꽃 필 무렵)
[애니메이션] ‌
줄거리 영상(메밀꽃 필 무 •개념, 작품, 작가 관련 자료
‌작품 정리 PPT(메밀꽃 필 무렵)
(2) 문학,
‌ 매체를 (안재훈·한혜진 렵)
작품
‌ 정리 학습지
만나다 연출)

‌
작가 소개(윤태호)/작품 정리(미생-아직
작품 02_미생-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살아 있지 못한 자 ‌‌작품 정리 PPT(미생-아직 살아 있지 못
(윤태호) 한 자)

작품
‌ 정리 학습지

대단원 종합 ‌작가 소개(조지훈)/작품 정리(시의 비밀)

대단원 정리 대단원 종합 평가
차시별 지도안

3
문학의 동반자들
문학은 흔히 인간의 삶을 언어로 표현한 예술로 정의됩니다. 이 정의로부터 문
학은 인간의 삶, 언어, 예술을 매개로 다양한 동반자와 만나게 되리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문학은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여러 겹의 세계와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인간의
삶에 대한 탐구라는 점에서 인문 분야와 밀접한 관련을 지니고 있으며, 예술이라
는 점에서 다양한 예술 분야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 들어서는 눈부
시게 발전하는 의사소통 기술이 문학의 내용과 형식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가
령 영화화된 소설은 영상미와 편집 방식을 통해서 언어로 전달하기 힘든 부분을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인터넷의 발달은 작품의 생산자와 수용자의 경계를 모호
하게 만들어 많은 이의 표현 욕구를 실현하게 하고 언제 어디서나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장을 펼쳐 냈습니다. 문학 활동에 시각 이미지, 음악, 영상 등 다양한 비언어
양식이 활용되는가 하면, 독자들이 문학을 만나는 통로가 인쇄 매체 외에도 영상
매체나 디지털 매체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 단원에서는 문학이 이들 동반자들과 만나 어떻게 스스로의 내용을 풍부하게
만들어 가고 그 형식을 변화·발전시키는지를 탐구해 볼 것입니다. 또한 매체의
특성에 따른 창의적인 표현 방법과 심미적 가치에 주목하면서 다양한 매체로 구현
된 작품을 감상하려고 합니다. 이를 통해 일상에서의 문학 활동에 더욱 큰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단원을 배우고 나면

• 문학과 인접 분야의 관계를 바탕으로 작품을 이해하고 감상하며 평가할 수 있습니다.


• ‌다양한 매체로 구현된 작품의 창의적 표현과 심미적 가치를 문학적 관점에서 수용하고 소통할 수 있습니다.
• 인접 분야와 매체를 고려하며 문학을 풍부하게 수용하여 문학 활동의 재미와 가치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대단원 관련 교육과정]

[문학02-06] 다양한 매체로 구현된 작품의 창의


[문학02-03] 문학과 인접 분야의 관계를 바탕
성취 기준 적 표현 방법과 심미적 가치를 문학적 관점에서
으로 작품을 이해하고 감상하며 평가한다.
수용하고 소통한다.
학습 요소 문학과 인접 분야의 관계 문학과 매체(창의적 표현 방법, 심미적 가치)

[대단원 설정 취지]
이 단원은 문학의 외연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 위해 설정되었다. 이를 위해 문학이 역사, 철학 등 인문 분야와 관련되
는 여러 지점을 살펴보거나, 문학 외의 다양한 예술 분야와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 또한
다양한 매체로 구현된 작품의 창의적인 표현과 심미적 가치를 문학적 관점에서 수용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
다. 이 단원의 학습을 통해 문학이 인접 분야 및 매체와 상호 영향 관계를 맺고 내용과 형식을 풍부하게 발전시켜 나간
다는 점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작품을 이해하고 감상하며 평가하며, 일상에서의 문학 활동에 더욱 큰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소단원 형성 평가 소단원 서술형 평가

(1) 문학, 그 인접 분야를 만나다

생각 열기 다음은 심리학 용어인 ‘캔터베리 효과’와 관련된 문학 작품에 대한 소개입니다.


이와 같이 문학이 다른 분야와 관련을 맺고 있는 예를 더 찾아봅시다.
[생각 열기 지도 방법]
심리학 용어가 문학 작품을 인용
하여 탄생한 사례를 바탕으로 문
학이 인간의 삶과 맺고 있는 밀접
한 관계를 생각해 보게 하는 활동
이다. 학생들은 이 사례를 바탕으
로 문학이 다른 분야와 관련을 맺
고 있는 예를 찾아보면서, 인간의
캔터베리 이야기
삶의 여러 분야가 문학과 관련을 - The Canterbury Tales -
맺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될 것
이다. 이때에는 철학, 역사와 같은
인문 분야뿐만 아니라 자연 과학 <캔터베리 이야기>는 영국의 문학가 제프리 초서의 작품이다. 이 작
분야도 인용할 수 있으며, 음악, 미
술, 연행 예술과 같은 다양한 예술 품은 성 토마스 베케트의 무덤이 있는 캔터베리 성당을 참배하기 위해
분야와도 관련지어 생각해 볼 수 길을 떠난 각계각층의 순례자들이 들려주는 스물네 편의 이야기로 구
있도록 하여 폭넓은 반응을 유도
한다. 성되어 있으며 작가도 이야기하는 사람 중의 한 사람으로 등장한다.
1400년 작가의 사망으로 미완성으로 끝난 작품이지만, 중세 설화 문
[예시 답안] 학의 보고이자 당시 사회상을 통찰력 있게 조명한 걸작으로 평가받고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 <반지
의 제왕> 시리즈 등 문학을 영화
있다.
화한 작품이 있다.
•‌영화 <토르>, 웹툰 <신과 함께>
캔터베리 효과(심리학 용어)
처럼 신화가 영화의 모태가 된
작품들이 있다. ‘캔터베리 효과’는 영국의 고전인 <캔터베리 이야기>에서 유래된 심
•‌과학이 문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리학 용어로, 누군가가 이야기를 시작하면 이에 자극을 받아 덩달아 이
된 작품이 있다. <사랑의 물리학>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 야기하고 싶어지는 인간의 심리적 특성을 지칭한다. 자발적으로 이야
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
기를 이어 나가고자 하는 인간의 심리적 욕구
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는 정보, 생각, 감정 등을 타인과 공유하는 소
통 행위를 활성화한다. ‘캔터베리 효과’는 소
통을 통해 의미를 만들어 내는 ‘호모 나렌스
(이야기하는 인간)’로서의 인간의 특성을 설
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용어인 것이다. 《캔터베리 이야기》 초판본의 삽화

우리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문학 작품을 활용한 표현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


다. 문학은 인간의 상상이나 경험을 언어로 담아낸 것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3.
인간이 만들어 낸 모든 문화와 영향을 주고받는다. 인문, 예술 등 여러 인접 분
문문문 문문문문


야와 문학을 함께 살피다 보면 문학 감상의 결이 다채로워질 뿐만 아니라, 삶의
풍성함과 깊이도 더해질 수 있다. 이 단원에서는 문학 작품이 인접 분야와 관련
을 맺는 양상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문학 활동을 폭넓게 수행해 보자.
110
기본 개념 정리 PPT 기본 개념 정리 학습지

문학과 예술
기본 개념
짚어 보기 언어 예술인 문학은 춤과 노래, 이야기와 연극이 어우러진 원시 종합 예술에서 분화된 것으로,
인간의 예술 활동 전반과 밀접하게 관련을 맺고 있다. 원시 종합 예술에서 분화된 이후에도 문학
은 다른 예술과 결합하기도 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도 하는 등 상호 교섭하면서 그 내용과 형
3단원 참고 자료(1~2쪽) 식을 발전시켜 왔다.
•‌영화가 문학으로부터 받은 영향 문학과 음악 _ 문학은 언어를 통해, 음악은 리듬과 선율을 통해 희로애락을 표현한다. 음악과 문학
‌
[출처] 루이스 자네티 지음, 김
은 서로 영감을 주면서 영향을 주고받기도 하고, 옛 시가가 노래로 불렸던 것처럼 하나의 작품에
진해 역, 《영화의 이해》
서 결합된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문학과 미술 _ 미술은 시각 이미지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예술이다. 시화(詩畵)에서처럼 언어

와 시각 이미지는 종종 결합되어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문학과 연행(연극, 뮤지컬, 영화, 무용) _ 연행 예술들은 인간의 신체를 활용하여 메시지를 전달한다.

연행 예술은 언어뿐만 아니라 행동, 공간, 소리 등 지각되는 모든 것이 예술적 형상화에 활용되


는 종합 예술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문학과 인문(人文)
문학은 시대적·사회적 상황을 담아내는 한편 인간의 삶을 탐구하는 언어 활동이라는 점에서
역사와 철학 등 인문 분야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문학과 역사 _ 문학은 인간의 삶을 조건 짓는 사회의 제도나 이념, 사회 현상 등을 반영하거나 비판

한다는 점에서 역사 분야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문학 작품은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옮기기보다
주제 의식을 드러내기 위해 문학적 형상화의 과정을 거친다.
문학과 철학 _ 문학은 인간의 근원적인 존재 방식이나 윤리적 질문 등에 대한 사유의 결과라는 점

에서 철학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그러나 철학이 개념과 논리를 통해 기술하는 것과는 달리,
문학은 형상을 통해서 사유를 표현한다.

결합하기도 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도 하는 등


문학과 예술
상호 교섭함.

시대적・사회적 상황을 담아내며 인간의 삶을 탐구


문학과 인문
하는 언어 활동임.

(1)
문학 그 인접 분야를 만나다

[그림 들여다보기]
그림에서는 책 위에서 피아노를 그림을 보며 다른 분야가 문학에
연주하고 춤을 추며, 그 주변에서 서 영감을 받은 사례뿐 아니라 문
는 탐험, 카메라 촬영, 그림 그리기, 학이 다른 분야에서 영감을 받은
연구 등 다양한 활동이 진행되고 사례를 말해 보게 할 수 있다. 문학
있다. 그리고 ‘우리는 문학에서 영 을 원작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 게
감을 받는다!’라는 말에서 알 수 있 임 등의 사례를 떠올려 보게 할 수
듯이 문학이 인접 분야와 맺고 있 도 있다.
는 다양한 관계를 나타내고 있다. 111
작품
01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링크 자료 작품 소개 영상

3단원 참고 자료(2~5쪽) 작가 소개 작품 정리 작품 정리 PPT 작품 정리 학습지


진모영 연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작품론
‌
[출처] 계운경, <다큐멘터리와 멜로
이 작품은 노부부의 애틋한 사랑 ● 
이별을 준비하는 노부부의 심 ● 
<공무도하가>의첫 구절을 영
드라마의 조우(遭遇): <님아, 그 강
을 건너지 마오>를 중심으로> 과 이별을 그려 낸 다큐멘터리 정에 공감하면서 영화를 감상 화 제목으로 삼은 이유를 생각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작가론 영화입니다. 합니다. 하며 감상합니다.
‌[출처] 《씨네21》 983호 [제재 구성]

갈래 다큐멘터리 영화 시나리오 성격 애상적, 서정적, 사실적


제재 부부의 사랑과 이별 주제 노부부의 아름다운 사랑과 죽음으로 인한 어찌할 수 없는 이별

시작 (행복)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낭만적 사랑을 보여 주는 행복한 일상


화장실. 할머니, 화장실로 들어간다. 할아버지 기침 짧게, 그리고 노
밤, 불빛. 래한다.
할아버지 할머니, 손을 잡고 나온다. 화장실 앞.
아유,
할아버지  노래도 잘하시네요. 노래도 잘하시고
내 동무도 잘해 주고. 춥지 않아요?
할아버지 할머니 동무하는 게 뭐 추워? 10

할머니 난 추워서 할아버지 근심했잖우. 추워서.


할머니를 안심시키고자 하는 할아버지의 마음이 드러남.

할아버지 춥지 않아요.


할머니 고마워요.

할아버지, 다시 노래 부른다.
페이드아웃. 15

할아버지 여기서 내 동무 좀 해 줘요. 어디로


▶ 화장실에서 일을 보는 할머니를 기다리며 노래를 불러 주는 할아버지
할머니 『
산에서 나무하다.
가시지 말고.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나무를 한다. 할아버지, 많은 땔감을 준
예.
할아버지
비하며 좀 벅차 보이는 듯 숨을 몰아쉰다.

할머니 여기 가만히 서서요. 아이고


할아버지  힘들다. 힘들어. 앉아서 쉬었다 해.
할아버지 예. 아이고 힘들다. 20

할머니 할아버지 노래도 좀 부르고. 할머니 할아버지요. 할아버지 그전에는 기운이 좋았




예.
할아버지 
잖우. 기운이 좋아서 큰 것도 막 들고 그랬는
할머니 어디로 당최 가시지 마요. 데. 지금 기운이 없으니 마음이 어떻소?
할아버지 예. 할아버지 마음이 뜨악하지 뭐. 그전엔 기운이 좋던 게
내가 무서워 그래요. 기운이 없어 이젠.
할아버지가 점점 노쇠해 가는 모습과, 안타까운 마음.
할머니 25

예.
할아버지  할아버지, 나무 한 짐 해서 일어난다.

그리고 노래도 좀 불러 줘요.


3.
문문문 문문문문

할머니

문 예.
할아버지 

당최 어디로 가시지 마요.


님본
 래 ‘임’으로 표기해야 하나 원작의 표기를 따름.
할머니
페이드아웃(fade-out) 영상에서 화면을 점점 흐리게 하여 결국에는
112  .』

할아버지  소거하는 연출 기법.
『 』: 대화를 통해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서로 아끼는 마음을 잘 표현함.
할머니 내가 앞에서 갈게요, 응? 할머니와 할아버지, 크게 웃는다.

아이구, 이거 너무 커서.
두 사람은 눈싸움을 한다.
할머니

세월이
할아버지  가면 사람도 그렇게 늙어 가지만, 할 할머니 만세.

수 없다고. 다섯 해만 지나면 백 살이야. 오 할아버지 내가 이겼다.

래 살면 백 살까지 먹어. 할머니 내가 이겼어, 내가. 5

할머니 백 살까지 할아버지 산다고요?


할아버지 응.
할아버지와 할머니, 눈사람을 만든다.

할머니 그럼 밥은 누가 해 줘.
이거는
할머니  할아버지 입이야, 입. 똑 할아버지 같
할아버지 할머니가 해 줘야지.
다야. 좀 이쁘게 해 주면 좋은데. 내가 더 이
할머니 난 기운이 없어 못 해 줘요.
쁘게 만들었네.
▶ 나무하러 다녀오다 나이듦에 대해 대화하는 노부부

눈싸움. → 겨울 장면으로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낭만적 사랑을 보여 줌. 10


눈사람 두 개와 강아지 공순이가 함께 있다.
눈 내린다. 눈이 그치고 할머니와 할아버지, 눈을 치운다.

할머니 할아버지, 나 손이 시리네.


알콩달콩한 분위기를
보이는 할머니와 할아버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 입김을 불어 준다. 지.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다정함이 잘 드러남.
할머니 많이 해 줘요, 많이.

함께 아궁이에 손을 쬔다.

할머니 따뜻하우? 15

할아버지 따뜻하지.
할머니 아이고 할아버지 힘 시다야.
할아버지, 이거 첫눈을 먹으면 귀가 밝아진
‘세다’의 방언.
『
할머니 
아궁이에서 옥수수가 익는다.

다고 했잖아요. 할아버지도 귀 밝아지고 눈


향토적이며 서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함.

아무것도 모르고 열네 살에 만났으니 할아버


밝아지게 눈 좀 잡숴 봐요. 내가 드릴게요.
할머니 

지는 열아홉 살이라 그러대요. 일꾼인 줄만


할아버지가 할머니의 집에 데릴사위로 들어갔었음.

이거 베어 잡숴. 많이 잡숴요.』
『 』: 할아버지와 건강하게 해로하고 싶은 할머니의 소박한 알았죠. 일꾼인 줄로만 알고 아재, 아재 그러 20

고 살았어요. 큰 총각이 왔으니 부끄러워서


사랑이 표현된 말.
할아버지, 할머니에게도 눈을 준다.

여기 숨고 저기 숨고 그랬어요.
할아버지 맛이 좋은데.
어머니가,
『 내가 아홉 살 먹어 세상 떠나고,
시원하니 좋소.
할아버지 
할머니
아이고, 고생도 참 많이 했지. 울며, 남에게
(1)

할아버지 많이 잡수어요.


문학 그 인접 분야를 만나다

우리
할머니  눈 밝아지면 얼마나 좋겠소. 할아버지 : ‌다큐멘터리이므로 실제 이야
작품에 접속하기 [예시 답안]
눈 밝아지면.
기이다.
영화 내용이 연출이 하나도 없는, 실제 이야기일까?
할아버지 응, 나 저 산의 작은 소리도 다 들리는데.
낙천적이고 낭만적인 할아버지의 성격을 엿볼 수 있는 표현 감독은 이 영화를 어떤 계기로 찍게 되었을까?
: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나온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고 영화를 찍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113
『 』: 외로웠던 할아버지에게 할머니가 가족이 되어 주었던 것임을 추측할 수
있음.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소중하게 대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부분. ▶ 알콩달콩한 일상을 보내며 첫 만남을 회상하는 노부부
설움 받으며, 그러다가 처갓집에 가서 일을 방 안.
할머니 어디가 아파? 많이 아파? 많이 아프냐고?
참 죽도록 해 줬지. 6년을. 아이 참.』
우리
할머니  집에 들어와서 배는 안 곯았죠.
할아버지 말을 못 하고 손짓만 한다. 할머니, 울면서 할아버
그담에
할아버지  아이들을 몇 낳으니, 그리고 살림하니, 지의 여윈 몸을 쓰다듬는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올려다본다.

그다음에 외로운 줄도 모르고 그리 살았지. 


이별을 앞둔 할머니의 절박함과 슬픔이 담겨 있는 행동
▶ 점점 가까워 오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이별 5
냇가.
[중략]
1
1 비가 오는 바깥. 할머니는 우산을 쓰고 하염없이 냇가의 다리에 서
6
중간 (갈등) 할아버지의 건강이 나빠지기 시작하고, 가족 간의 싸움이 일 쪽 있다. ▶ 이별을 앞둔 할머니의 절절한 심경
어나며 키우던 개가 죽음.
[중략된 부분 줄거리] 할아버지는 점점 건강이 안 좋아진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아끼던 강아지 ‘꼬마’가 죽어 뒷산
에 묻고 내려온 날, 할아버지의 기침이 심상치 않다.『병원
에서는 연로한 할아버지에게 약이 더 이상 듣지 않을 것
이라고 말하고, 가족들은 차례로 내려와 할아버지를 보고
눈물을 쏟는다.』 『 』: 할아버지의 죽음이 가까워 옴.

끝 (죽음) 할아버지의 죽음을 준비하고 맞이함.


할아버지의 옷을 태우다.
장대비. 할머니, 이불과 할아버지 옷을 곱게 싸서 아궁이로 할머니의 절절한 심정을 정경으로 보여 주고 있는 부분. 고전 시가 <공무
도하가>의 화‌자가 ‌남편이 강을 건너 죽음을 향해 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가지고 간다. 할머니의 맨발.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옷을 곱게 안타까워하고 있는 심상과 유사한 형상화가 일어난 부분
병원.
태운다.
병원. 할아버지, 침대에 실려 가면서 기침을 하고 할머니는
조용히 눈물을 삼키며 바라본다. 10
▶ 아픈 할아버지를 바라보는 할머니의 안타까움과 슬픔

수의를 준비하다.
겨울 하늘. 할머니, 집으로 돌아온다.『할아버지의 한복들을
곱게 개서 보자기에 싸고, 할아버지의 신발을 그 위에 올려 둔
다. 그리고 수의를 빨아서 빨랫줄에 넌다.』그 사이로 할머니의
모습. 물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할머니. 15
『 』: 할아버지의 임종이 임박했음을 암시함.
▶ 슬픈 마음으로 할아버지와의 이별을 준비하는 할머니

병원.

할머니 불에 태워 줘야 입는대요, 죽은 사람이. 돌아가 다시 병원.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옆에 나란히 누워 팔로 할아

시면 깨끗한 것들 태워 드리고 이번에는 평소


버지를 안고 눈을 감는다.

에 입는 것들을 정리하느라 그래요. 한꺼번에 할머니 석


『 달만 더 살아요. 이렇게 석 달만 더 살면
태워 드리면 무거워서 어떡하오. 할아버지는
할아버지가 이승을 떠나는 길이 편안하도록
내가 얼마나 반갑겠소. 나하고 같이 갑시다, 20

몰라, (울음 섞임.) 겨울옷인지 여름옷인지. 할


배려하는 할머니의 사랑이 담긴 발화.
그러면 같이 가재, 내가. 할아버지 나하고 같
아버지는 몰라요. 할아버지는 내가 다 챙겨 줘
노부부가 평생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지내 왔음이 암시되어 있음.
이 가요, 같이 가요, 그러면 응, 같이 가자고.
야 돼요. 내가 곧 갈게요. 할아버지 먼저 가서 그렇게 같이 가면 얼마나 좋겠소. 할아버지
3.
정리하고 있어요. 내가 금방 못 가거든 할아버 와 손을 마주 잡고. 다리 너머 재를 같이 넘
문문문 문문문문

지가 데리러 와요. 데리러 오면 내가 할아버지 어가면 얼마나 좋겠소. 이웃 사람들도 다 손 25

손목 잡고, 커플 옷으로 새파란 치마를 입고,


흔들어 줄 거고. 나도 잘 있으라고 손 흔들어


노란 저고리를 입고 손목 잡고 그래 갑시다. 줄 거고. 이렇게 갔으면 얼마나 좋겠소.』
114
▶ 슬픈 마음으로 옷을 태우며 할아비지의 죽음을 준비하는 할머니 『 』: 할머니의 절박하고 안타까운 심정.
▶ 할아버지와 헤어지고 싶지 않은 할머니의 마음
과거, 나들이. 할머니는 다시 할아버지의 옷을 태운다.
1
어느 가을, 빨간 한복을 입고 나들이 나온 할머니와 할아버지.
『할아버지, 가져가서 내년 봄 되면 입으셔요.
1
6
쪽 할머니

꽃이고 나뭇잎이고 사람과 다 똑같아요. 저


내년 봄날 따뜻해지면 입으셔요. 이건 할아
『
할아버지 

나뭇잎도 봄이 되면 피어서 여름 내내 비 맞
버지 러닝셔츠야. 날 따시거든 입어. 내가 없
고 잘 살다가, 가을에 서리가 내리면 그만 떨
『 』: 인간이면 누

더래도 잘해요. 깨끗이 낯도 닦고. 깨끗하게


구나 맞는 숙명적 5

어진단 말이야. 사람도 그것과 한가지래요.


인 이별과, 그에
대한 안타까움이
하고 다녀요, 할아버지. 내가 없더래도 할아
처음에 어렸을 때는 꽃송이가 생겨서 핀단 말
표현되어 있음.
버지 보고 싶더래도 참아야 돼. 나도 할아버
이에요. 이래 피면 피어서 그대로 있으면 좋
지 보고 싶더래도 참는 거야.』
은데, 그만 나이가 많으니 오그라져 떨어져 『 』: 이승을 떠난 할아버지를 챙기는 할머니의 모습을 통해
죽음보다 더 강한 사랑을 보여 줌.
요. 떨어지면 헛일이야. 떨어지면 그만이야.』 눈물 닦는 할머니. 무덤 위의 눈사람.
눈이 오면 할아버지와 눈사람을 만들곤 했음. 할머니의 그리움을 상징하는 소재
▶ 할아버지가 건강했던 시절, ‘죽음’이라는 자연의 섭리에 대해 했던 말
할아버지요,
할머니  나는 집으로 가요. 나는 집으로 10
마당의 의자.
『마당의 빈 의자. 많이 노쇠한 할아버지, 의자에 와서 앉아 신
가니, 할아버지는 잘 계세요. 춥더라도 참고.
발을 다시 챙겨 신는다. 할아버지의 모습과 빈 의자(디졸브),
다시 빈 의자(페이드아웃).』 『할머니는 걷다가 무덤을 다시 뒤돌아보고 흐느낀다. 흐느끼
『 』: 할아버지가 신발을 신는 것은 이승을 떠나는 여행을 한다는 것을 암시.
할아버지의 임종을 직접 보이지 않고 편집(디졸브)으로 비유적으로 처리. 면서 겨우 발걸음을 옮기던 할머니, 무덤을 바라보면서 주저앉
아 흐느낀다.』 『 』: 할머니의 깊은 슬픔. 눈 덮인 할아버지의 무덤 장면은
영화의 처음 부분에 나오는 할아버지의 무덤 장면과 연결됨.

아이고,
할머니  너무 불쌍하다. 할아버지가, 아이고 15

세상 불쌍해. 할아버지 불쌍해 죽겠네. 할아


버지 생각나니까는, 할아버지 생각을 누가
하나, 나밖에는 하는 사람이 없는데……. 아
이고(페이드아웃).
▶ 할아버지의 무덤에서 차마 발길을 돌리지 못하는 할머니
-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아거스 필름)
공순이의 모습. 마을 길을 나서는 할머니. 눈길이다.

할아버지의 죽음. 작품에 접속하기 [예시 답안]


할아버지의 입관. 할머니와 자식들. 할머니, 할아버지를 쓰다
영화 촬영 기간은 얼마나 걸렸까? : 1년 3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듬으면서 운다. ▶ 할아버지의 죽음

‘강’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 이승과의 단절을 의미한다.


눈길, 선산으로 향하는 큰아들. 무덤가에서 불을 피운 할머니
의 뒷모습. 할머니는 전에 시장에서 사 두었던, 어릴 때 죽은 자
식들의 내복을 태운다. 평생 어린 자식들을 가슴에 묻고 살아온 할머니의
슬픔과, 다정한 성격을 엿볼 수 있음.
눈물 닦는 할머니. 무덤 위의 눈사람.
작품에 대하여

아이들을 할아버지가 가서 만나거든, 아이들


이 작품은 고(故) 조병만 할아버지와 강계열 할머니 부부의 사랑과 (1)

문학 그 인접 분야를 만나다

할머니
이별을 담아낸 다큐멘터리로, 강원도 횡성에서 촬영되어 2014년
이 올 거예요. 오거든 옷 한 벌씩 입혀요. 그 에 개봉되었다. 480만 이상의 관객을 모으며 독립 영화 흥행 기록

전에 나하고 약속했잖우.
을 새로이 쓴 작품이다.

감독에 대하여 | 진모영(1970~ )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 2014년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디졸브(dissolve) 한 화면이 사라짐과 동시에 다른 화면이 점차로 나 로 데뷔하였으며, 2015년 제21회 엘에이(LA) 영화제 다큐멘터리
타나는 장면 전환 기법. 경쟁 부문 대상 등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하였다. 115
[활동 의도 및 지도 방법]
이 활동들을 통해 노부부의 아름다운 사랑과 죽음으로 인한 어찌할 수 없는 이별, 이별을 대하는 안타깝고 슬픈 정
서를 정경(情景)을 통해 서정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는 장면들을 파악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또한 영화라는 매체의 특
성을 고려하되 장면의 상징적 의미나 인물의 정서는 문학 작품에서도 흔히 사용된다는 것을 생각하며 장면의 상징적
의미와 인물의 정서를 파악하도록 지도한다.
한 ‘할아버지’의 죽음이 가까워져 오는 것을 묘사한 ‘ 병원.’과 ‘ 마당의 의자.’ 사이에
는 과거의 나들이 장면이 삽입되어 있다. 이 장면을 삽입한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해 보


보 자. 본문 115쪽 왼쪽 1~10행 과거, 나들이.

[예시 답안]
과거의 나들이에서 할아버지는 삶과 죽음에 대한 깨달음을 비유적으로 표현하였다. 또한 할아버지의 노쇠한 모습과
죽음 사이에 건강하고 행복할 때의 장면을 삽입함으로써, 이별의 슬픔과 할머니의 안타깝고 절절한 심정이 더욱 강조
도움말 된다.
영화는 전반부에서 노부부가 건강
하던 시절의 소소한 일상을 아름
답게 담아내다가, 후반부에 할아 연관 검색 몽타주
버지의 병색이 짙어지는 모습을
따로 촬영한 필름 조각을 창조적으로 결합해서 현실 들어 100미터 달리기를 하는 영상 다음에 말이 질주
다루고 있습니다. 감독이 장면을
과 다른 영화적 시공간을 구성하여 시각적 리듬과 심 하는 모습을 결합하여 달리는 사람의 속력과 힘 등을
대조적으로 배치하여 어떤 효과를
리적 감동을 자아내는 영상 제작 기법을 말한다. 예를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얻으려 했는지 추론해 봅니다.

연관 검색 인서트 다음 장면에서 ‘할머니’의 심정을 대사로 담아내지 않고 정경만을 통해 표현한 이유를


추론해 보자. 본문 114쪽 오른쪽 5~7행 [지도 팁]
화면의 특정 동작이나 상황
이 장면은 인서트 컷으로서, 할머니의
을 강조하기 위해 삽입한 냇가.
심경에 관객들이 공감하게 하기 위해 삽
화면을 말한다. 인서트 장 입된 장면이다. 이 장면은 할머니의 정서
면은 보통 없더라도 장면을 를 형상화했다는 점에서 ‘정경’이라고 할
이해하는 데 별다른 지장은 수 있다. 문학 이론에서는 특별히 정서를
없다. 그러나 인서트 장면 자아내는 경치를 일컬어 ‘정경’이라고 하
였다. 정서가 이미지를 통해 표현될 경우,
이 삽입됨으로써 상황이 명
언어로 설명하는 것보다 더 진한 여운을
확해지거나 스토리가 강조
남기기도 한다.
된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필사적으로 달려가는 장면 [예시 답안]
을 구성할 때 장면 중간에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는 함축적인 장면
을 통해 말로 표현되지 않는 먹먹한 심정
주인공의 땀 흘리는 얼굴
을 느끼고, 장면을 오래 비춤으로써 할머
클로즈업을 인서트로 삽입
니의 슬픔에 공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하면 전체 장면을 더 생생 것이다.
하게 표현할 수 있다.
옷을 태우는 장면을 중심으로 작품에 담긴 정서를 이해해 보자.

할머니 불에 태워 줘야 입는대요, 죽은 사람이. 돌아가시면 깨끗한 것들 태워 드리고 이


번에는 평소에 입는 것들을 정리하느라 그래요. 한꺼번에 태워 드리면 무거워서 어떡하
할아버지의

오. 할아버지는 몰라,(울음 섞임.) 겨울옷인지 여름옷인지. 할아버지는 몰라요. 할아버


죽음 전,

지는 내가 다 챙겨 줘야 돼요.
감독에게

할아버지의 할머니 할아버지, 가져가서 내년 봄 되면 입으셔요. 내년 봄날 따뜻해지면 입으셔요. 이


죽음 후, 건 할아버지 러닝셔츠야. 날 따시거든 입어. 내가 없더래도 잘해요. 깨끗이 낯도 닦고. 깨
독백 끗하게 하고 다녀요, 할아버지. 내가 없더래도.

(1) ‌감독이 이 영화에 ‘할머니’가 옷을 태우는 장면을 자주 담아내어 표현하고자 한 것이


무엇이었을지 추측해 보자. [예시 답안]

3. 할아버지의 임종이 임박하고 있다는 사실을 관객들이 알게 한다. 슬픔을 딛고 할아버지의 임종을 준비하는 할
문문문 문문문문

머니의 모습에서, 죽음도 갈라놓지 못하는 깊은 사랑을 느끼게 한다. 옷을 태우는 할머니의 모습을 자주 비추어,
할머니의 절절한 심정에 관객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한다.

(2) 이 장면들을 통해 영화가 자아내는 정서를 파악해 보자.
[예시 답안]
76년을 해로한 노부부가 죽음으로 인한 이별을 앞두고 있는 장면을 묘사하여, 안타까움과 슬픔을 표현한다.
116
[활동 의도 및 지도 방법]
이 영화는 사랑과 죽음으로 인한 이별이라는 보편 정서를 애잔한 서정적 풍경을 통해 그려 냄으로써 많은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이
영화에서는 고전 시가 <공무도하가>의 시구를 인용하여 작품의 주제와 내용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두 작품은 모두 고금을 막론하고 인간 삶의 가
장 중요한 주제였던 사랑과 이별이라는 보편 정서를 다루고 있다. 두 작품을 상호 텍스트적으로 읽음으로서, 사랑과 이별이라는 보편적이고 묵직한 주제
를 표현한 두 작품의 정서를 더욱 깊게 느낄 수 있도록 지도한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영화 제목은 다음 <공무도하가>의 시구에서 유래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문학과
1 
초 영화의 관계를 파악해 보자. [지도 팁] 할아버지와의 이별을 ‘강을 건너다’라고 우회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 파악
점 해 보도록 안내한다.


공무도하가 배경 설화 <공후인>은 조선진(朝鮮 였는데, 노래를 마치고는 스스로 강물
津)의 진졸(津卒) 곽리자고(霍里子高) 에 몸을 던져 죽었다. 곽리자고가 집으
(公無渡河歌)
의 처 여옥(麗玉)이 지은 것이다. 곽리 로 돌아와서는 그 소리를 아내인 여옥

임이여 강을 건너지 마오 자고가 새벽에 일어나서 배를 저어서 에게 말해 주자, 여옥이 상심해 하면서
생사의 갈림길: 이별 간곡히 애원함.
公無渡河 (공무도하) 빨래를 하고 있는데, 어떤 백수광부(白 이어 공후를 가져다가 그 소리를 그대
▶ 강을 건너는 임을 만류함. 首狂夫)가 머리를 풀어 헤치고 술병을 로 불렀는데, 듣는 자들이 모두 눈물을
임은 그예 강을 건너시네 든 채 물결을 헤치면서 강을 건너갔다. 흘리면서 흐느껴 울었다. 여옥이 그 소
기어이
公竟渡河 (공경도하) 그러자 그의 아내가 뒤따라가서는 건너 리를 인근에 사는 여용(麗容)에게 전하
▶ 강을 건너는 임
지 말라고 하였으나, 막지 못하여 마침 였으며, 곡의 이름을 <공후인(箜篌引)>
강에 빠져 돌아가시니
죽음 내 백수광부가 강물에 빠져 죽고 말았 이라 하였다.  - 한치윤, 《해동역사》
墮河而死 (타하이사)
▶ 임이 강에 빠져 죽음. 다. 이에 그의 아내가 공후(箜篌)를 가
3단원 참고 자료(5쪽)
가신 임을 어이할꼬 져다가 타면서 <공무도하가(公無渡河
탄식과 체념 → 애절한 감정의 고조 •‌<공무도하가> 작품론
當奈公何 (당내공하) 歌)>를 불렀다. 그 소리가 몹시 처량하 ‌
[출처] 강명혜, 《한국고전문학의 심층적
▶ 임의 죽음에 대한 한탄
연구》

(1) ‌‘강을 건너다.’라는 어구는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죽음을 상징하는 의미로 많이 쓰인다. 그 이유를 추론해
보자.
[예시 답안]
많은 문화권에서 ‘강’이 삶과 죽음을 나누고 단절시키는 소재로 주로 활용되고 ‘강을 건너다.’라는 행위가 ‘죽음’의 상징으로 굳어진 것은 강을 건
너 단절되면 돌아올 수 없다는 점에서 강을 건너는 행위 자체가 이승을 떠나 저승으로 가는 것과 매우 닮았기 때문이다.

(2) ‌<공무도하가>의 ‘백수광부의 아내’와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할머니’의 상황과 정서가 대응되는 부분
을 찾아 정리해 보자. [예시 답안]

<공무도하가>의 ‘백수광부의 아내’ 상황과 정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할머니’

사랑하는 이의 임종이 임박함 •울면서 할아버지의 여윈 몸을 쓰다듬는다.


•석 달만 더 살아요.
•임이여 강을 건너지 마오
안타까움

•어디가 아파? 많이 아파? 많이 아프냐고


죽음으로 인한 이별, •‌할아버지의 입관, 할머니, 할아버지를 쓰다듬으
•임은 그예 강을 건너시네 면서 운다.
지극한 슬픔

•나도 할아버지 보고 싶더래도 참는 거야.


•나는 집으로 가니, 할아버지는 잘 계세
완전한 이별
•가신 임을 어이할꼬
슬픔
요. 춥더라도 참고. (1)
문학 그 인접 분야를 만나다

(3) ‌‘임이여 강을 건너지 마오’라는 고대 가요의 구절이 지금까지도 생명력을 가지 도움말

고 있는 이유에 대해 토의해 보고, 문학과 영화는 어떤 관계를 지닐 수 있는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눈물짓지

추측해 보자.
않은 이가 없었다는 관련 설화는
[예시 답안] 이 작품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
•‌생명력의 이유: 두 작품은 인간 삶의 가장 중요한 주제였던 사랑과 이별이라는 보편 정서를 질박한 언
어로 다루고 있으며, 한국인들이 잘 알고 있는 고전 시가이다. 고전 문학과 현대 영화 사이의 긴 시간 었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이
적 거리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보편성이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의 공감을 자아내고 있다.
•‌문학과 영화의 관계: 이 영화는 고전 문학의 심상을 영화적으로 형상화하였다. 두 작품을 엮어 감상함
유를 추론해 봅니다. 117
으로써, 사랑과 이별이라는 보편적이고 묵직한 주제를 깊이 느끼고 생각해 보게 된다. 한편 다른 작품
에서는 영화의 영향을 받은 문학 작품도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문학과 영화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
면서 내용과 형식을 풍성하게 발전시켜 나간다.
링크 자료 노래 <공무도하가>
2 ‌다음은 <공무도하가>라는 대중가요이다. 노래를 감상하면서 문학과 인접 분야의
관계에 대해서 이해해 보자.
감상




공무도하가
[지도 팁]

이상은 작사·작곡
문학과 인접 분야의 관계를 고
려한 작품 감상을 지도할 때에는
문학을 다른 예술로, 또는 다른 예
술을 문학으로 변환하는 활동, 문
학을 역사와 철학 등 인문 현상과
관련지어 보는 활동, 사회 현상을 님 아 님 아- 내- 님 아 물을 건 너 가- 지
나를 두 고
문학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비판하
는 활동 등으로 풍부하게 재구성
할 수 있다.
마 오- 님아 님 아- 내- 님 아 그에 물 을 건- 너

<진달래꽃>, 마야 (가사 인용) £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 시 네- 아 물 에- 휩 쓸 려 돌 아가 시 니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아 가- 신- 님- 을 어 이 할- 꼬 공 무 도
날 떠나 행복한지 이젠 그대 아닌
지 / 그댈 바라보며 살아온 내가
그녀 뒤에 가렸는지
하 공 경 도- 하 - 타 하 이- 사
사랑 그 아픔이 너무 커 숨을 쉴
수가 없어 / 그대 행복하게 빌어
줄게요 내 영혼으로 빌어 줄게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 - 당 내 공- 하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 아름 따
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도움말 (1) ‌한자음을 그대로 노래의 후렴구로 삽입함으로써 생기는 운율적 효과를 파악해
각 시구에서 자음이나 모음 등 음
보자.
운이 반복되는 부분이 있는지 찾
[예시 답안]
아봅니다. 한자음으로는 뜻을 전달하지 못하지만, 비슷한 음운을 반복하여 운율을 형성하는 기능을 한다. 4음절의 시
가시는 걸음 놓인 그 꽃을 / 사뿐 구 반복, 종성 ’ㅇ‘의 반복, 구절 끝에 위치한 ’하‘ 음절의 반복 등은 운율을 형성하는 요소가 된다.
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 (2) ‌<공무도하가>의 시구가 <공무도하가>의 노래 가사로 변환되는 과정에서 추가된
부분들을 찾아보고, 가사가 변용됨으로써 어떤 효과가 나타나는지 설명해 보자.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내가 떠나 바람되어 그대를 맴돌
아도 / 그댄 그녈 사랑하겠지 [예시 답안]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 감탄사인 ’아‘를 활용한 영탄법, ’님아, 님아, 내 님아‘ 등 구절의 반복은 의미상으로는 화자의 간절함을 강조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하고, 운율을 형성한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 아름 따

(3) ‌수 용자의 입장에서 문학과 음악을 비교하여 그 감동과 효과가 어떻게 같고 다른
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놓인 그 꽃을 / 사뿐
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지 말해 보자.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
[예시 답안]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문학과 음악은 모두 인간의 정서를 표현하고 이에 공감할 수 있도록 한다. 문학을 향유할 때는 작품 속의 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
정적 형상(심상)을 통해 함축된 정서를 음미한다. 노래는 가사를 선율과 함께 들으면서 음률의 정조와 가사의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3. 정서를 함께 느낀다.

‌문학 작품의 제목을 그대로 살리거나 변용해서 창작된 다양한 분야의 예술 작품들
문문문 문문문문

3
문 을 찾아서 소개해 보자.
[예시 답안]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의 제목을 그대로 살린 마야의 노래 <진달래꽃>을 소개합니다. 이 노래의 가사를 보면
118 김소월의 <진달래꽃> 시구를 반복하면서 가사를 추가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운율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한 반복
적으로 강렬한 음악과 함께 시구가 시작되기 때문에 강한 인상을 주기도 합니다.
작품
02 칼의 노래
링크 자료 배경 지식 영상(이순신/ 작가 소개 작품 정리 줄거리 영상
《난중일기》) 김훈
작품 정리 PPT 작품 정리 학습지 전체 듣기

발단
이 작품은 이순신 장군의 고뇌 [앞부분 줄거리] 이순신은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선조의 명을 받고 왜(倭)와 싸워 궤멸 직전
전개
를 그려 낸 소설입니다. 의 조선을 구해 내는 전공을 세운다. /그러나 외침(外侵)은 조정의 왕과 신하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혼란한 틈을 타 내란이 일어날 것을 우려한 선조는 승승장구하는 장수들을 견제
● 
작중 인물인 이순신을 고뇌하
게 하는 상황을 파악하면서 읽 하였다. 삼도 수군통제사로 복무하던 이순신도 왕명을 거역한 죄로 백의종군에 처해진다.
위기 경상・전라・충청 세 도의 수군을 통솔하는 일을 맡아보던 무관 벼슬
습니다. 그러나 왜적이 다시 쳐들어와 정세가 불안해지자, 선조는 이순신에게 다시 통제사의 직을
● 
역사적 인물로서의 이순신과 맡긴다. 이순신은 가는 곳마다 승리를 거두어 나라를 구해 내지만, 왜란이 끝나면 왕의 견제
작품 속 인물인 이순신의 차이
에 의해 역모로 몰려 처형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를 비교하면서 읽습니다.

3단원 참고 자료(6~7쪽)

•‌<칼의 노래> 작품론


‌
[출처] 사이버 한국외대 웹진 절정
《미네르바》
무거운 몸 10

[제재 개관] 『먼바다 쪽 하늘에서 붉은 노을과 검은 노을이 어지럽게 뒤엉키고 눅눅한 바


갈래 장편 소설, 역사 소설 『 』: 날씨가 흐리거나 추울 때마다 부상을 당했던 자리(어깨)와 임금의 형장에 맞은 자리가 아픔.
람이 불어오면 오른쪽 무릎 관절이 쑤셨다. 다음 날 비가 내렸다. 여름 장마 때
성격 사실적, 역사적, 전기적

•시간: 1597년~1598년, 는 임진년 사천 싸움에서 총 맞은 왼편 어깨가 결렸고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


배경 약 2년간
•공간: 조선 무릎과 허리가 함께 아팠다. 허리의 통증이 허벅지와 장딴지의 신경을 타고 내
시점 1인칭 주인공 시점
려가 발가락 끝까지 저렸다.』임진년 사천에서 적탄은 어깨뼈에 깊이 박혔다. 그 15
주제 이순신의 삶과 인간적 고뇌

•인물의 인간적인 면모가


때, 엿새 동안 거제, 고성 연안의 당포, 당항포, 율포를 기습해서 적선 오십여
독자들에게 신뢰감 있게
척을 바다로 끌어내 온전히 부수었다. 대열이 망가진 적들은 한 척씩 차례로
전달됨.
•간결한 문체를 통해 전투 붙잡혔다. 바다 여기저기서, 서너 척씩 선단을 지은 함대들이 적선 한 척씩
장면을 속도감 있고 사실
특징 적으로 생생하게 그려 냄. 을 붙잡아 온전히 부수었고 차례로 온전히 부수어 나갔다. 죽은 자는 헤아
•전투 전후에 느끼는 심정,
권력의 무의미함에 대한 리지 않았다. ▶ 부상을 당했던 자리에 통증을 느끼며 전투를 회상함. 20
생각 등 주인공 이순신의
내면을 효과적으로 드러 언제 적탄이 날아와 박힌 것인지 기억이 없었다. 진을 거두어 가까운 숙영
냄. 부상을 당한 것도 모를 만큼 전쟁의 상황이 급박했음.
지로 돌아갈 때 어깨가 빠지는 듯이 아팠고, 피에 젖은 겨드랑이 미끈거렸다.
몸에 박힌 적탄은 묵직하고 뻐근했다. 적탄은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더 깊었
거나, 각도가 심장 쪽이었다면 아마 그때 나는 율포에서 죽었을 것이다. 적탄
의 깊이는 죽음 직전에서 멎어 있었다. 내 몸속의 적탄은 오래전부터 거기 그렇 25 (1)
문학 그 인접 분야를 만나다

오래전부터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었던 이순신의 힘겨움을 적탄에 의해 입은 상처에 비유하여 묘사함.
게 들어와서 살았던 것처럼 무거웠다.
▶ 사천 해전이 끝나고 돌아올 때 적탄을 맞았다는 사실을 깨달음.
숙영지에서 척후장 조병식을 시켜서, 단도 끝을 불에 달구어 뼛속을 헤집고
적탄을 발라냈다. 엄지손가락 크기만 한 쇳덩어리였다. 적탄이 들어올 때보다
칼끝이 들어올 때가 더욱 아팠다. 조병식의 이마에서 진땀이 흘렀다. 바닷물로
숙영지 군
 대가 병영을 떠나 묵는
장소. 씻어 내고 뽕나무 잿물을 발랐다. ▶ 숙영지에 돌아와 어깨에 박힌 적탄을 빼낸 일을 회상함. 30 119
가까운 곳에서 발사되었던 모양이었다. 적
탄이 몸에 박힐 때 화약의 독이 스며서 상처가
화농되었다. 하루도 갑옷을 벗지 못하는 날이었
상처가 아물었는데도 통증을 느
끼는 것은 상처의 문제가 더 이상 다. 여름의 남쪽 바다는 무덥고 끈끈했다. 갑옷
물리적인 회복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인 치유가 필요하 밑에서는 여름내 진물이 흘렀다. 진물이 마른 뒤에도 5
다는 것을 의미한다. 심리 갈등을
중심으로 한 이 소설의 특징을 잘 습한 날들이 계속되면 어깨뼈가 쑤셨고 왼쪽 팔이 힘을
형상화하고 있는 부분이다.
읽는 중 활동 1 받지 못했다. 상처가 아물어도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살아
상처가 아물었는데도 통증을 느
있는 아픔이 살아 있는 몸속에 박혀 있었으나 병의 실체는 보이지
끼는 이유에 대해 추측하며 읽습 전투로 인한 심리적 상처
니다. 않았다. 병은 아득한 적과도 같았다. 흐린 날들의 어깨 쑤심증은 내 몸속
[예시 답안]
에 들어와 살고 있는 적의 생명으로 느껴졌다. 10
정신적 외상이나 깊은 심리적 ▶ 지난 전투에서 입은 부상이 쉽게 낫지 않았고 상처가 아문 후에도 통증을 느낌.
상흔이 남아서일 것이다. 이순신 서울 의금부 형틀에 묶여 있을 때, 임금의 형장(刑杖)은 몸을 가득 채우며 파
은 여전히 전투를 치르고 있기 때
문에 과거 전투가 현재까지도 계 고들었다. 눈앞에 캄캄한 절벽이 일어섰고 매가 거듭될 때마다 절벽은 흰빛으
속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고문으로 받는 극심한 고통을 묘사함.
로 부서져 나갔다. 그리고 또 절벽이 일어섰다. 형장이 내 하반신에 닿을 때, 적
탄에 맞은 왼쪽 어깨뼈 속까지 아픔의 번개들이 치받고 올라왔다. 임금의 형장
이 적탄의 상처에 포개질 때마다 나는 수없이 혼절했다. 정신이 돌아오는 사이 15

사이에 나를 심문하는 위관의 목소리가 들렸다.

읽는 중 활동 2 — ‌네가 부산 왜영을 불태운 사실을 조정에 허위 보고하였느냐?


임금이 ‘이순신’을 의금부에 가두
— ‌네가 적을 빤히 보고도 군사를 몰아가 토벌하지 않고, 바다를 건너오는
어 고문하면서 내세운 혐의를 파
악하며 읽습니다. 가토를 요격하지 않은 의도가 무엇이냐?
[예시 답안]
— ‌너는 누구의 군대냐? 너는 가토의 군대냐? 20
허위로 보고하거나 군공을 속이
는 등 임금을 기만하고, 가토 기요 — ‌너는 왜 싸울 때마다 원균의 뒤를 따라다녔느냐?
마사를 공격하라는 임금의 명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를 내세워 — ‌네가 군공을 속여 보고한 것은 무장으로서 임금을 능멸하는 마음을 품었
‘이순신’을 가두었다.
기 때문이 아니냐?
— ‌신하로서 임금을 속인 자는 마땅히 죽인다. 아느냐?
— ‌전하께서는 네가 이제 가토의 머리를 들고 온다 하더라도 용서해 줄 수 없 25

다고 하셨다. 네가 참으로 무장이라면, 사직 앞에 죄를 고하고 밝게 죽는


화농되다 외
 상을 입은 피부나 각
종 장기에 고름이 생기게 되다. 편이 어떠하냐?
의금부 조
 선 시대, 임금의 명을
받아 중죄인을 심문하던 관아.
위관 죄
 인을 신문할 때, 의정대신 혼절과 혼절 사이에서 나는 아무것도 대답할 수 없었다.『위관의 질문은 답변
3. 중 임시로 뽑아 임명한 재판장.
문문문 문문문문

을 미리 예비하고 있었으므로 나는 아무것도 답변할 수 없었다.』위관은 집요했


가토 가
 토 기요마사(1562~ 『 』: ‘나’(이순신)를 왕명을 거역한 죄인으로 이미 단정하고 있음.
문 1611).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으나, 아무것도 묻고 있지 않았다. 아마도 거기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임금뿐 30
조선 침략 선봉에 섰던 장군.
이었다. 임금은 나를 죽여서 사직을 보존하고 싶었을 것이고 나를 살려서 사직
요격하다 공
 격해 오는 대상을 기 1 권력에 위협을 느끼는 선조는 ‘나’‌(이순신)를 죽이고 싶어 하는 동시에 ‘나’가 왜적으로부터 나라를 구해
2
120 다리다 도중에서 맞받아치다. 5

을 보존하고 싶었을 것이다.
               주기를 바람.
▶ 임금의 명령으로 의금부에 끌려가 신문을 받음.
[전체 구성] 히데요시가 전 일본의 군사력을 휘몰아 직접 군을 지휘하며 바다를 건너올
이순신은 임진왜란이 일어나 것이라는 풍문 앞에 조정은 무겁게 침묵하고 있었다. 나를 죽이면 나를 살릴 수
발 자 선조의 명을 받고 출정하
단 고, 궤멸 직전의 조선을 구해 없기 때문에 임금은 나를 풀어 준 것 같았다. 그러므로 나를 살려 준 것은 결국
낸다.
은 적이었다. 살아서, 나는 다시 나를 살려 준 적 앞으로 나아갔다. 세상은 뒤엉
외침이 조정의 왕과 신하를
조정은 왜적이 쳐들어온다는 첩보가 들어오자, 이순신 말고는 대응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 다시 풀어 줌.
불안하게 만든 까닭인지, 선
켜 있었다. 그 뒤엉킴은 말을 걸어 볼 수 없이 무내용했다. 5
조는 승승장구하는 장군들이 ▶ 왜적이 쳐들어온다는 풍문이 돌자 ‘나’(이순신)를 살려 보냄.

군사력을 바탕으로 내란을 의금부에서 풀려난 뒤부터 추운 날에는 허리가 결렸고 왼쪽 무릎이 시리고 쑤

일으킬까 봐 우려하고 견제
한다. 이순신도 백의종군에 셨다. 무릎이 시릴 때, 두 다리가 땅을 밟지 못하는 것처럼 얼얼했다. 뼛속의 구
처해진다.
왜적이 다시 쳐들어와 정세
멍으로 찬 바닷바람이 드나드는 듯싶었다. 뼛속을 드나드는 바람은 내 몸 안에
위 가 불안해지자, 선조는 이순
기 신에게 다시 삼도 수군통제
들어와서 살고 있는 임금의 숨결이며 기침 소리처럼 느껴졌다.『내 어깨에는 적
사의 직을 맡겨 중용한다.
이 들어와 살았고, 허리와 무릎에는 임금이 들어와 살았다.』활을 당겨 표적을 겨 10
이순신은 열악한 환경을 딛 『 』: ‘나’(이순신)의 상황 - ① 왜적과 사워야 함. ② 정치적으로 곤경에 빠짐.
고 가는 곳마다 승리를 거두 눌 때 나는 내 어깨에 들러붙은 적을 느꼈고 칼의 세(勢)를 바꾸려고 몸을 돌릴
어 나라를 구해 내지만, 왜적

과 내부 권력 싸움이라는 양 때 나는 내 허리와 무릎 속에서 살고 있는 임금을 느꼈다. 시린 무릎으로 땅을
정 이순신이 왜적의 실질적인 위협과 정치적인 곤경 사이에 놓인 스스로의 삶의 무게를 힘겹게 느끼고 있음.
측면으로부터 실존적인 위협
을 느낀다. (교과서 수록 부
온전히 딛지 못할 때도 내 몸은 무거웠다. ▶ 부상과 고문의 상흔에서 느끼는 삶의 무거움
분)
적과 임금이 동거하는 내 몸은 새벽이면 자주 식은땀을 흘렸다. 구들에 불을
이순신은 왜란의 마지막 전투


인 노량 해전에서 총탄에 맞 때지 않고 자는 밤에도 땀은 흘렀다. 등판과 겨드랑과 사타구니에 땀은 흥건히 15
아 전사한다.
고였다. 식은땀은 끈끈이처럼 내 몸을 방바닥에 결박시켰다. 나는 내 몸이 밀어
낸 액즙 위에서 질퍽거렸다. 잠에서 깨어나는 새벽에, 나는 내가 어디에 와서 누
악몽으로 정신이 혼미함.
워 있는지 알지 못했다. 밤에 바다로 나아가는 새들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겨드
랑 밑에서 땀이 식는 한기에 소스라칠 때 내 의식은 식은땀과 더불어 내 바닷가
수영 숙사로 돌아왔다. ▶ 자주 악몽을 꾸며 괴로워함. 20

군법을 집행하던 날 저녁에는 흔히 코피가 터졌다. 보고서 쪽으로 머리를 숙


1
2
6 일 때, 뜨거운 코피가 왈칵 쏟아져 서류를 적셨다. 코피가 터지고 나면 머릿속에

서 빈 들판이 펼쳐지듯이 두통이 났고 열이 올랐다. 종을 불러서 옷을 갈아입고


자리에 누우면, 실신하듯이 밑 빠진 잠이 쏟아졌다. 나는 바닥없는 깊이로 떨어
져 내렸고, 잠에서 깨어나는 새벽에는 식은땀에 젖었다. 의식이 다시 돌아올 때 25

나는 어둠 속에 걸린 환도 두 자루를 응시하고 있었다. 임금의 몸과 적의 몸이


조정과 왜적 양쪽으로부터 위협받음.
포개진 내 몸은 무거웠다. ▶ 실존을 위협당하며 힘들게 버티는 ‘나’(이순신)

(1)
문학 그 인접 분야를 만나다

작품에 접속하기 [예시 답안]


히데요시 도요토미 히데요시
: ‌이순신이 칼을 스스로의 분신이라고 보고, 자신의 전투를 ‘노래’로 표현한 것
(1537~1598). 일본의 무장이 제목은 왜 ‘칼의 노래’일까? 이다.
자 정치가로, 일본 통일 후 중국을
침략하기 위해 조선을 공격하여 소설에 묘사된 이순신과 역사 인물인 이순신은 다를까?
임진왜란을 일으켰으나 실패함. : ‌소설에서는 역사를 바탕으로 형상화한다. 이 작품 속 주인공 이순신은 역사에서 드러나지 않은 부분들을 작가
가 채워 넣거나 주제에 맞게 형상화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인물이므로 역사 속 인물인 이순신과는 다르다.
환도 예전에, 군복에 갖추어 차
던 칼. 121
물들이기
고하도 수영 뒷산 남쪽 사면에 무기 제조창을 설치했다. 대흥사의 젊은 종 막
다음 전투를 준비하는 이순신의 모습.
노와 영광 관아의 이방 무억을 데려왔다. 막노와 무억은 농기구를 만들던 대장장
이의 아들로 쇠를 녹여 무기를 만드는 모든 과정을 혼자서 해낼 수 있었다. 무안,
영암의 대장장이들도 불러들였다. 목재를 구워서 숯을 만들고 숯불에 쇠를 녹였 5

다. 막노와 무억은 쇠를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 대장장이들이 무기를 만들어 본


민간에서 농기구를 만들던 대장장이들까지 불러
적은 없었으나, 총통을 한 자루 보내 주면 그 얼개를 들여다보고 똑같이 만들어
모아야 할 정도로 열악했던 전투 준비 상황.
냈다. 칼과 창과 장병겸(長柄鎌)도 만들어 냈다.
▶ 무기 제조창을 설치하고 대장장이들을 불러 모아 무기를 만듦.
바다에서, 칼을 빼 든 적들은 기어코 바싹 다가와 월선 공격을 시도했다. 나는
적에게 근접을 허용하지 않았다. 나는 늘 얼마쯤 떨어진 사정거리 안에서 적을 10

부수었다. 적병의 숫자는 늘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육전에서처럼, 적병을 하나


씩 죽여서 싸움을 정리하는 전술은 상상할 수 없었다. 적의 배를 깨뜨리고 불태
워서 한꺼번에 칠팔백 명씩 물에 처박지 않는 한 싸움을 정리할 수 없었다. 그러
육지에서 벌이는 전투와 다른 해상 전투에서의 전략
나 경선으로 옮겨 타거나 널빤지를 붙잡고 뱃전으로 달려드는 적병들을 걷어
내려면 칼과 창과 장병겸이 필요했다. 아래에서 기어오르는 적병을 배 위에서 15

죽이려면 창은 온당하지 않았다. 창은 한번 적의 몸에 박히면 쉽게 빠지지 않았


다. 옆으로 훑어 내는 낫이 필요했다. 장병겸이란 자루가 길고 날이 넓은 낫이었
다. 고하도 무기 제조창에서는 총통 철환과 화살촉을 주로 만들었고 창칼과 장
병겸은 낡아서 버린 만큼만 새로 만들었다. ▶ 해상 전투에 필요한 전술과 무기들

정유년 섣달에 승자총통 백 자루가 완성되었다. 갯가에 장졸들을 모아 놓고 20

바다 쪽을 향해 시험 발사했다. 대장장이들이 기름칠로 번들거리는 총통 백 자


루를 상 위에 펼쳐 놓았다. 사부들은 일렬로 도열해서 엎드렸다. 화약을 다져 넣
고 총구멍에다 철환 열 개씩을 넣었다.
— 방포하라.
사부들은 심지에 불을 당겼다. 총구멍마다 연기가 치솟고, 폭발음이 장졸들의 25
3.
함성에 묻혔다. 철환은 팔백 보 밖에 세워진 표적에 박혔다. 그날, 열 번을 거듭
문문문 문문문문

문 월선배로 넘어옴. 쏘았다. 총구멍이 매끄럽지 않거나 탄도가 고르지 못한 일곱 자루를 녹여서 다
도열하다많은 사람들이 열을 맞
시 만들게 했다. 군량 두 가마와 말린 미역 한 짝씩을 주어 대장장이들을 고향으
추어 늘어서다.

122 방포하다포나 총을 쏘다. 로 가게 했다. 막노와 무억은 수영에 붙잡아 놓았다. ▶ 무기를 준비하여 시험 발사를 함.
일을 끝낸 대장장이 몇 명이 고향으로 가지 않고 수영에 남아 있었다. 나에게
선물로 줄 환도 한 자루를 만들어 놓고 가겠다는 것이었다. 어깨에 힘이 빠져 칼
이 무거웠으므로 나는 말리지 않았다. 쇠의 두께를 빼서 무게를 줄이라고 일렀다.
부상의 영향으로 체력이 많이 약해졌음.
— ‌나으리, 대장장이들이 칼에 검명(劍銘)을 새기겠다 하옵니다. 글을 내려
주십시오. 5

내 숙사로 찾아온 종사관 김수철이 말했다. 읽는 중 활동 3

처음에는 검명을 쓰지 않으려 했


— ‌칼에 문자 장식이란 필요 없다.
던 부분에서 드러나는 ‘이순신’의
— ‌하오나, 백성들의 정성이오니, 검명을 새겨 성격에 대해 상상하며 읽습니다.

서 간직하심이 아름다울 듯합니다. 몇 글자 내려 주십시오.


나는 벼루를 당겨 먹을 갈았다. 칼에 문자를 새긴다는 장난이 쑥스럽고 수다스 10
드러내는 것을 즐기지 않는 ‘나’(이순신)의 성품을 알 수 있음.
럽게 느껴졌다. 먹을 천천히 갈면서, 그 쑥스러움을 밀쳐 낼 만한 문구를 생각했
다. 문구는 냉큼 떠오르지 않았다. 베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세를 바꾸는 순간의
칼을 나는 생각했다. 나는 칼의 휘두름과 땅 위로 쓰러지는 쓰레기를 떠올렸다.
적병
[예시 답안]
『한 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오로지 나라를 구하기 위한 마
음으로 움직일 뿐, 이름을 날리거
피가 강산을 물들이도다.』 나 남기는 일에는 초점을 두지 않 15
『 』: 적을 뿌리까지 소탕하여 실존하는 는다.
위협을 없애고자 하는 마음을 표현함.
라고 나는 쓰기로 했다. 김수철이 종이를 펼쳤다. 나는 붓을 들어서 썼다.

一揮掃蕩 血染山河(일휘소탕 혈염산하)


1
2
5

‘강산을 물들이도다’에서 나는 색칠할 도(塗)를 버리고 물들일 염(染) 자를 골
원재료 위에 색을 덧바름. 원재료에 스며들게 만듦.
랐다. 김수철이 한동안 글자를 들여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 물들일 염 자가 깊사옵니다. 20

— ‌그러하냐? 염은 공(工)이다. 옷감에 물을 들이듯이, 바다의 색을 바꾸는 것


이다.
— 바다는 너무 넓습니다.
— 적 또한 헤아릴 수 없이 많다.
▶ 대장장이들이 ‘나’(이순신)에게 칼을 만들어 주고자 하고 ‘나’(이순신)는 검명을 정함.
그때, 나는 진실로 이 남쪽 바다를 적의 피로 염(染)하고 싶었다. 김수철은 글 25
적을 소탕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
씨를 말아 들고 물러갔다. 새 칼은 나흘 뒤에 왔다.『칼집에 자개를 박아 용무늬
를 새겨 넣었고 박달나무 손잡이에 삼끈을 감았다. 칼을 빼자 햇빛이 튕겨져 나 (1)
문학 그 인접 분야를 만나다

갔다. 치켜든 칼끝의 각도가 찌르기에 합당해 보였고 비스듬히 기울며 아래쪽으
로 잘록해지는 칼날은 베기에 좋아 보였다. 칼날에 구름무늬가 어른거렸고 칼등
을 따라서 길고 가는 피 고랑이 칼끝까지 뻗어 나갔다. 무게도 쓰던 칼보다 가벼 30

워서 내 병든 어깻죽지가 감당해 낼 만했다. 삼끈을 감은 손잡이가 내 손아귀에


종사관조선 시대, 각 군영의 주
장수를 보좌하던 종육품 벼슬. 서 편안했다.』 『 』: 새 칼을 자세히 묘사함. ▶ ‘나’(이순신)가 새 칼을 받음. 123
바다에서 적과 맞붙어 칼을 써야 할 싸움은 그리 많지 않았다. 적선에 근접되
어, 적병 몇 명이 뱃전을 넘어 월선했을 때나, 배 밑창에서 기어오르는 적들을
내칠 때 때때로 칼은 요긴했다.『함경도에서 남해안으로 내려온 뒤, 칼은 존망이
명멸하는 세(勢)의 마당으로 내 마음에 자리 잡았고, 내 방에 걸려 있었다.』
『 』: 칼은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전쟁터’ 그 자체로 ‘나’(이순신)의 마음에 자리 잡음.
읽는 중 활동 4 칼로 적을 겨눌 때, 칼은 칼날을 비켜선 모든 공간을 동시에 겨눈다. 칼은 겨 5

‘이순신’에게 칼이란 어떤 의미로


누지 않은 곳을 겨누고, 겨누는 곳을 겨누지 않는다. 칼로 찰나를 겨눌 때 칼은
다가왔을지 상상하면서 읽습니다. 칼로써 모든 순간을 겨눔. - 역설적 표현
[예시 답안]
칼날에 닿지 않은, 닥쳐올 모든 찰나들을 겨눈다. 적 또한 그러하다. 공세 안에
자신의 전투를 함께하는 무기
수세가 살아 있지 않으면 죽는다. 그 반대도 또한 죽는다. 수(守)와 공(攻)은 찰
로, 분신과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나마다 명멸한다. 적의 한 점을 겨누고 달려드는 공세는 허를 드러내서 적의 공
근거리에서 적과의 싸움은 방어와 공격이 찰나에 교차되는 일촉즉발의 상황임을 표현하는 구절
세를 부른다. 가르며 나아가는 공세가 보이지 않는 수세의 무지개를 동시에 거 10

느리지 못하면 공세는 곧 죽음이다. 적과 함께 춤추며 흐르되 흘러 들어감이 없


고, 흐르되 흐름의 밖에서 흐름의 안쪽을 찔러 마침내 거꾸로 흐르는 것이 칼이
다. 칼은 죽음을 내어 주면서 죽음을 받아 낸다. 생사의 쓰레기는 땅 위로 널리
목숨을 내어놓고 전투에 임하는 ‘나’(이순신)의 마음을 알 수 있음.
고, 칼에는 존망의 찌꺼기가 묻지 않는다.
새 칼에, 검명 여덟 글자는 내 필적대로 새겨져 있었다. 다 지워 버리고 물들 15

일 염자 한 글자뿐이었더라도 좋았을 뻔했다. 칼에 새겨진 문자는 아무래도 쑥


‘물들이다’는 수없는 적에 맞서야 하는 이순신의 의지를 함축한 단어임.
스러워 보였다.
새 칼을 받던 날, 군역으로 불려 왔던 대장장이들은 고향으로 돌아갔다. 떠나
[지도 팁]
는 백성들에게 종사관을 보내 고마운 뜻을 전했다. 정오 무렵에 도원수부의 전
작품의 구절이 상징적인 의미를
함축한 구절이 많으므로, 구절의
령이 다녀갔다. 경상 내륙 산간의 여러 읍성이 무너졌다고 전령이 가져온 문서 20
의미 등을 질문하게 할 수 있다.
작품의 작가, 작품 창작의 과정, 는 전했다. 무너졌다기보다는 비워 놓고 떠난 읍성에 적들이 들어와서 눌러앉았
작품의 창작 배경, 작품 속 시대적
배경, 독자의 느낌 등 다양한 지점 다. 희망은 없거나, 있다면 오직 죽음 속에 있을 것만 같았다. 백성들이 만들어
에서 질문할 수 있다는 점을 안내 희망을 지니고 살아간다기보다, 절망 속에서 버티고 있는 이순신의 모습을 그려 낸 구절
한다. 준 새 칼을 칼집에서 빼서 면사첩 위에 걸었다.
▶ 새 칼을 받던 날, 내륙 산간의 여러 읍성이 점령당했다는 전갈을 받음.
- 《칼의 노래》
3.
문문문 문문문문

문 존망 존
 속과 멸망 또는 생존과 작품에 접속하기 [예시 답안]
사망을 아울러 이르는 말.
이순신은 얼마나 절망적인 처지에 놓여 있었던 것일까?
면사첩 왜구나 왜구에게 투항한
: ‌감당하기 힘든 왜적만으로도 힘겨운 상황에서, 어머니의 죽음과 백의종군 등을 겪으면서 매우 절망적인 상황에
124 백성의 귀순을 유도하는 문서.
놓여 있었을 것이다.
[활동 의도 및 지도 방법] 작품에 대하여 작가에 대하여 | 김훈(金薰, 1948~ )
이 작품은 1인칭 주인공 시점으 전란과 복잡한 국내 정세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순 《한국일보》에 기자로 입사한 후 편집과 출판 등의
로 이순신의 내면 심리를 풀어낸
신의 고뇌를 그려 낸 소설이다. 작가는 이순신의 일을 한 언론인 출신 작가이다. <현의 노래>, <남
소설이다. 이순신의 심리의 변화에
일기인 《난중일기》를 읽고 이 소설에서 간결한 문 한산성> 등 간결한 문체로 장대한 서사를 다룬 역
주목하면서 읽고, 특히 등장인물인
이순신이 어떤 성격의 인물일지, 체로 이순신의 고독한 내면을 그리고자 하였다. 사 소설을 다수 발표하였다.
어떤 처지에 놓였는지를 상상하면 2001년 제32회 동인문학상 수상작이다.
서 읽어 나가도록 안내한다.

[지도 팁]
한 다음 표현을 참고하여 ‘이순신’의 상황 혹은 처지를 파악해 보자. 임금이

상징적으로 표현된 어구 본문 120쪽 31행~121쪽 4행 ‘이순신’을

의 의미를 파악하면서 꼼꼼 [예시 답안] 죽이고자
하게 읽어 나갈 수 있도록 보
기 ‘임금은 실존의 위협을 다층적으로 받고 있다. 하는 이유:
지도한다. 상징적인 의미를
파악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   나를 죽여서 사직을 보존하고 싶었을 것이고
을 경우 짝 활동 등을 통해 질 임금이
문을 생성하게 하고, 질문에 ‘이순신’을   나를 살려서 사직을 보존하고 싶었을 것이다.’
교사가 대답을 하면서 단계적 살리는 이유:
으로 작품 이해에 도달할 수
‘적’의
있도록 안내할 수 있다.
‘나를 살려 준 것은 결국 적이었다.’ 이중적인
의미:

왜장인 히데요시가 다시 침략을 준비하고 있다는 첩보가 들어왔는데, 왜적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이순신
:
밖에 없으므로 임금 등이 사직을 보존해 달라고 살리는 것이다.
: 이순신이 군사력을 기반으로 자신의 권력을 위협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여기서의 ‘적’은 왜적을 의미한다. 왜적은 전투에서 이순신과 군사들, 백성들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침략자
인 한편, 임금이 그들의 침략을 막아 내기 위해 이순신을 살렸다는 점에서 이순신을 살려 준 존재이기도 한다.

소제목 ‘무거운 몸’은 ‘이순신’의 처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순신’의 적은 누구인
지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자. 본문 121쪽 6~13행 [예시 답안]

심리적인 것
가시적인 적 (보이지 않는 적)

왜적 이순신 임금

‘물들이기’에서 ‘이순신’은 검명을 지으며 ‘색칠할 도(塗)’ 대신에 ‘물들일 염(染)’을


쓰고 있다. ‘염(染)’에 담긴 이순신의 소망이 무엇일지 추론해 보자.
본문 123쪽 17~25행

‘이순신’의 소망:
(1)
•색칠할 도(塗): 원재료 위에 색을 덧바름.
문학 그 인접 분야를 만나다

[예시 답안]
 페인트로 벽을 도장(塗裝)하였다. 왜적을 모두 베어 실존을 위협하는
요소를 제거하고자 한다.
[지도 팁]
‘물들일 염 자의 공업적 이미지
는 이순신의 칼의 내면을 드러낸
다.’ •물들일 염(染): 원재료에 스며들게 만듦.
 - 작가의 말  흰 천을 푸른색으로 염색(染色)하였다.

125
[활동 의도 및 지도 방법]
다음은 <칼의 노래>의 배경이 되는 역사적 사실을 설명한 글이다. 이를 바탕으로 고통
1 
받는 ‘이순신’의 모습이 드러난 부분을 깊이 있게 감상해 보자.
이순신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
과 소설 <칼의 노래>를 비교해 초 본문 121쪽 21~27행
봄으로써 문학과 역사의 관계를 점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칼 활
의 노래>를 깊이 있게 감상하도 동
록 하기 위한 활동이다. 문학은 1597년(선조 30) 조정에서는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가 바다를 건너올 것’이라
인간의 삶을 탐구하는 언어 활동 는, 일본이 흘린 거짓 정보에 속아 그(이순신)에게 가토 기요마사를 생포하라 명하였
이라는 점에서 역사와 철학 등 인
문 분야와 관련을 맺고 있으며, 인
다. 이순신은 일본의 계략임을 알고 이에 응하지 않았다가 파직되고 투옥되었다.
간을 둘러싼 시대적・사회적 상황
- <이순신 백의종군의 길>,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사회, 문화
현상 등과도 깊은 관련을 맺고 있

(1) ‌역사적 인물로서의 ‘이순신’과 소설에 형상화된 ‘이순신’의 모습에 차이가 있다면
다. 문학과 인접 분야의 관계를 고
려하여 작품을 수용하고 생산하게

무엇인지 발표해 보자.


함으로써 문학 활동의 범주가 깊
어지고 넓어지도록 지도한다.
[예시 답안]
역사 속에서는 전투의 승리자이자, 나라를 구해 낸 성웅으로서의 이순신의 모습을 기록하고 있다. 소설에
서는 왜적의 위협과 국내 정치의 권모술수 양쪽에서 목숨을 위협받는 이순신의 심리적인 갈등과 인간적인 모
습을 그려 내었다.

(2) 역
‌ 사적 사실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하기 위해 작가가 활용한 표현 방법과 그 효과
를 파악해 보자. [예시 답안]

•표현 방법: 1인칭 주인공 시점의 내면 고백체를 활용하였으며, 간결하고 함축적인 문체로 기술되어 있다.

[활동 의도 및 지도 방법]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소설화 •표현 효과: 이순신의 내면 심리를 효과적으로 포착하여 표현하였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을 사용하며 간결
한 <임진록>을 역사적 기록과 비교 하고 함축적인 문체로 서술하였기 때문에 마치 등장인물인 이순신이라는 인물이 사용하는 문
해 봄으로써 문학과 역사의 관계를 체처럼 느껴진다. 간결함에서 오는 단정하고 단호한 느낌은 이순신이라는 인물의 성격을 효과
더 깊이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 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구성한 활동이다. <임진록>도
2 ‌다음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소설화한 고전 소설 <임진록>의 일부이다. 역사적
기록과 소설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며 읽어 보자.
<칼의 노래>처럼 역사적 사실
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하여 창

작한 소설이다. 역사적 사실과

달라진 점을 파악하고, ‘팩션’의 활
개념을 이해하도록 지도한다. 동 사명당이 고성대매(高聲大罵) 왈,
‘팩션’에 대해서는 교과서 127
‌“무도한 왜왕이 천의(天意)를 모르고 우리 조선을 경히 여겨 종시 침범코자 하니
쪽의 ‘연관 검색’을 참고하여 이해
하도록 지도한다. ‘퓨전 사극’이라 그 죄 용서하기 어렵고, 또 임진 이후로 조선 인민의 사망이 부지기수라. 우리 조
고 불리는 드라마가 종종 역사 왜
곡 논란에 휩싸이는 사례(드라마
선이 주야로 도축(禱祝)하기를 왜왕을 베고 일본을 씨 없이코자 하나니, 왜왕은
<사임당>, <주몽>, <선덕여왕>, <기 빨리 머리를 올리라.” ▶ 사명당이 왜왕에게 머리를 바칠 것을 명함.
황후> 등)를 제시할 수도 있다. 또 『 』: 조선에 있는 서산 대사(사명당의 스승)가
한 다른 인문 분야나 사회 과학 분 하거늘, 왜왕이 황겁하여『공중을 우러러 애걸 왈,』 도술로 비가 오게 하여 일본이 물에 잠기고,
사명당은 공중에 올라앉음.
야, 자연 과학 분야 등 다양한 분야
‌“내 혼암무지(昏闇無知)하여 생불이신 줄 모르고 여러 번 희롱하였사오니, 바라
의 상상력이 문학적으로 형상화된
작품을 찾아 읽고 인접 분야와 문 건대 죄를 사하사 목숨을 살려 주시면 항서를 써 올리리이다.”
학의 관계를 탐색해 보도록 지도
한다. 하거늘, 사명당 왈,
‌“내 비록 왕명으로 왔으나 근본 내 마음이 모질지 못한지라. 그대 죄를 사하나니,
3.
문문문 문문문문

고성대매 높
 은 소리로 크게 꾸짖음. 항서를 빨리 올리라.”

도축하다 바라는 일이 이루어지 하니, 왕이 이 말을 듣고 기쁜 중 반신반의하여 항서를 써 올리니, /사명당이 받아


▶ 왜왕이 사죄하며 항서를 써서 올림.

기를 빌다. 보니 항서 사의(辭意) 극히 만홀(漫忽)하니, 사명당 왈,
항서 항
 복을 인정하는 문서. 말이나 글로 이야기되는 뜻.
“항서는 그만두고 왜왕의 보배를 올리라.”
126 만홀하다 등
 한하고 소홀하다.
[지도 팁]
사명당과 관련된 《조선왕조실 하고, 용왕의 편지를 쥐고 향산사를 향하여 사배(四排)하니, 날이 청명하고 물이 빠
록》이나 다른 역사적 기록을 제시 평안도 영변 사명당의 스승인 서산 대사가 있는 절.
하여 소설 <임진록>의 내용과 비교 지매, 사명당이 내려 앉고 보배를 재촉하니, 왕 왈,
해 보도록 할 수 있다. 한국고전번 “무슨 보배를 드리라고 하느뇨.”
역원 홈페이지에서 검색하여 함께
찾아볼 수도 있다. 사명당 왈,
‌“구태여 재물을 취함이 아니라. 내 그대 목숨을 사하였거든 항서조차 만홀하니
그 항서를 무엇에 쓰리오. 그대 머리만 올리라.”
▶ 소홀한 항서에 왜왕에게 다시 머리를 올릴 것을 명함.
왕 왈,
‌“머리를 드린즉 수천 년 기업(基業)을 망칠지니, 바라건대 다른 보배와 항서를
다시 써 올리리이다.”
사명당이 왈,
“남의 보배를 무엇 하리오. 항서를 올리라.”
왕이 항서를 올리고,
3단원 참고 자료(7~8쪽)
“조선과 일본이 서로 강화하여 형제지국(兄弟之國)이 됨이 어떠하뇨.”
•‌<임진록> ▶ 왜왕이 항서를 다시 올림.
‌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한 - 작자 미상, <임진록>
국민족문화대백과 사전》

(1) 다 음 글을 참고하여 역사적 사실과 달라진 부분을 파악해 보고, 이를 중심으로 창작


의도를 추측해 보자.

임진왜란·정유재란
임진년과 정유년 두 차례에 걸쳐 왜(倭)가 조선을 침략하며 일어난 선조 25
기업 대대로 물려 내려오는 재산 (1592)~31(1598)년까지의 전쟁. 임금이 피난을 가야 할 정도로 위태로웠으나,
과 사업.
여러 명장과 사명당 등의 승군이 활약하여 나라를 지켜 냈다. 7년간의 왜란은 명
연관 검색 팩션(Faction) (明)을 침략하려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죽고 적군이 철수하며 끝났다. 큰 피해를
입은 국내에서는 왜에 대한 적개심과 국토와 민족에 대한 수호 의지가 더욱 높아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
붙인 새로운 장르를 말한다. 졌다.
팩트(fact)와 픽션(fiction)
을 합성한 신조어로서 역사 [예시 답안]
적 사실이나 실존 인물의 이 사명당이 일본으로 건너가 왜왕을 굴복시키고 항복 문서를 받아 오는 장면은 역사적 사실과 다르다. 이는
야기에 작가의 상상력을 덧 허구적으로라도 정신적 위안을 얻으면서 민족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패전으로 인한 수모를 정신적으로 보상
붙여 새로운 사실을 재창조 하여 민족의 정기를 회복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다.
하는 문화 예술 장르를 가리
킨다. 소설뿐만 아니라 영
화, 텔레비전 드라마 등에서 (2) ‌<임진록>, <칼의 노래> 같은 팩션이 널리 창작되고 향유되는 이유와 이들 팩션을
읽을 때의 태도에 대해 역사와 문학의 관계를 중심으로 토의해 보자.
도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가미한 팩션 작품들은 인기
[예시 답안]
를 끌고 있다. 팩션은 역사 (1)
팩션은 역사적 사실이나 실존 인물의 이야기에 작가의 상상력을 덧붙여 재창작하는 문화 예술 장르이다.
문학 그 인접 분야를 만나다

적 사건을 토대로 상상력을


역사적 사건을 토대로 상상력을 결합하여 새로운 시각으로 역사를 재해석하게 한다는 점에서, 역사성과 오락
결합하여 새로운 시각으로
성을 함께 구현한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재창작 과정에서 때로 오락성 때문에 역사를 왜곡한다는 비판을
역사를 재해석함으로써 팩 받기도 한다. 따라서 팩션 작품의 내용을 실제 역사적 사실로 혼동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트와 픽션의 장점인 역사성
과 오락성을 함께 구현한다.
그러나 화제(話題)를 만들
기 위해 오락성만 좇아 역사
를 왜곡한다는 비판도 있다.
127
소단원 형성 평가 소단원 서술형 평가

(2) 문학, 매체를 만나다

생각 열기 2016년 노벨 문학상의 수상자로 미국의 가수인 ‘밥 딜런’이 선정되었습니다. 다음


노래의 가사를 읽고, 가사가 시처럼 느껴진다면 어떤 점에서 그러한지 발표해 봅시다.
[생각 열기 지도 방법]
시(詩)란 자연이나 인생에 대하
여 일어나는 감흥과 사상 따위를
함축적이고 운율적인 언어로 표현
한 글이라는 점에서 노래 가사와
Blowin’ in the Wind
유사하다. 시의 요소에는 운율, 심 불어오는 바람 속에
상, 함축이 있다. 노래를 들어 보고
가사를 낭송해 본 후에 단어나 구 How many roads must a man walk down,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야
절의 반복으로 형성되는 운율, 시
각이나 청각, 촉각, 후각, 미각 등
의 심상, 비유나 상징을 통한 함축
Before you call him a man?
한 인간은 비로소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이 드러나는 부분이 있는지 찾아
보도록 한다.

Yes, and how many seas must a white dove sail


[지도 팁]
시를 학습한 경험을 바탕으로 시 그래, 그리고 얼마나 많은 바다 위를 날아야
에는 운율, 심상, 함축이 두드러지
게 나타난다는 것을 떠올리도록 Before she sleeps in the sand?
한다. 흰 비둘기는 모래 속에서 잠이 들까?
스웨덴 한림원의 노벨 문학상 선
정 이유서를 활용할 수 있다.: “밥 Yes, and how many times must cannonballs fly
그래, 그리고 얼마나 많이 하늘 위로 쏘아 올려야
딜런의 노래는 귀로 듣는 시”

[예시 답안] Before they’re forever banned?


포탄은 영영 사라질 수 있을까?
가사 원문의 1행・3행・5행에
서 ‘how many……, 2행・4행・
6행에서 Before……’를 반복하여
The answer, my friend, is blowin’ in the wind
운율을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흰
비둘기’를 ‘she’라고 의인화하여 그 대답은, 나의 친구여, 바람 속에 불어오고 있지.
표현하고 있다. 전쟁에 대한 비판
적 인식과 평화에 대한 생각을 함 The answer is blowin’ in the wind
축적이고 비유적인 언어로 표현하 대답은 불어오는 바람 속에 있네.  - 《밥 딜런: 시가 된 노래들 1961~2012》
였다.

링크 자료 노래 <불어오는 바람 속에> 감상

문학은 ‘인간의 가치 있는 경험을 언어로 형상화한 예술’이라고 정의된다. 이


정의에 따르면, 밥 딜런의 노래 가사는 문학일 수 있다. 이 노래는 ‘포탄’이 상징
하는 전쟁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드러냄으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또한 ‘How many’의 반복, 의인화 기법의 사용 등을 통해 내용과 형식의 조화를
꾀하기도 한다. 이처럼 문학은 다양한 매체로 표현된다. 한편 문학 작품은 다양
3.
한 매체로 소통되기 때문에, 매체의 특성에 따라 창의적으로 표현된 작품을 감
문문문 문문문문

문 상할 수도 있다. 이 단원에서는 문학이 다양한 매체와 만나는 지점들을 살펴, 매


체와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형성되는 작품의 창의적 표현 방식과 심미적 가치를

128 감상해 보자.


기본 개념 정리 PPT 기본 개념 정리 학습지

문학과 매체
기본 개념
짚어 보기 매체는 미디어(media)의 번역어로 ‘어떤 작용을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전달하는 물체, 또는
그 수단’이라는 의미이다. 좁은 의미로는 신문, 텔레비전, 인터넷 등 기술 발전과 더불어 나타난
전달 매체들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넓은 의미로 사용할 때는 의미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음성 언
3단원 참고 자료(8쪽) 어, 문자 언어도 매체에 포함하기도 한다.
•‌‌‌미디어 텍스트로서의 문학 텍스 문자 언어가 발명되지 않았던 옛날, 문학은 음성 언어를 통해 소통되었다. 문자가 발명되면서
트 수용과 생산
‌
[출처] 최미숙 외, 《국어 교육의
는 주로 인쇄 매체를 통해 문학이 소통되었다. 현대 사회에서 문학은 책의 형태뿐만 아니라, 라
이해》 디오, 영화, 텔레비전, 애니메이션, 휴대 전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도 소통된다. 특히 인터넷
의 발달은 문학의 소통 방식을 다변화시키며 생산과 수용의 폭을 넓히고, 문학의 형태도 새롭게
바꾸고 있다.
한편 언어로만 표현된 것은 아니지만, 문학과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에 문학적 관점으로 바
라볼 수 있는 작품들도 있다. 웹툰, 게임 서사, 광고 등이 그 예이다. 이 같은 대상을 문학적 관점
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이유는 이들 역시 ‘서사성’ 등의 문학적 자질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
다. 인간은 이야기의 재미를 나누며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찾아내는 방식으로 문화를 향유해 왔
다. 즉 현대인들이 웹툰 같은 문화를 향유하는 것은 서사성을 즐기는 것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
다. 따라서 문학적 관점에 따라 다양한 매체로 형상화된 작품을 감상하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음성 언어 문학이 주로 음성 언어를 통해 소통됨.


↓문자의 발명
문자 언어 문학이 주로 인쇄 매체를 통해 소통됨.

다양한 매체 문학이 라디오, 영화, 텔레비전, 애니메이션, 휴대 전화, 인터넷 등을 통해 소통됨.

•매체로 형상화된 작품

웹툰, 게임, 서사, 광고 등 ▶ 문학적 관점에서의 수용과 소통(창의적 표현 방식, 심미적 가치)

[그림 들여다보기]
<로미오와 줄리엣> 책들을 의인 문학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나
(2)
화하여 이들이 영화로 각색된 <로 드라마를 본 경험이나, 영화로 제
문학 매체를 만나다

미오와 줄리엣>을 관람하는 장면이 작된 작품의 원작이 베스트셀러가


다. 이를 통해 <로미오와 줄리엣>을 되는 현상 등을 떠올려 보게 한다.
언어 예술인 문학 작품으로 감상할 여기서는 다양한 매체로 구현된 작
때와 영상 예술인 영화로 감상할 품의 창의적인 표현 방식과 심미적
때를 비교해 볼 수 있도록 하였다. 가치에 초점을 두도록 한다. 이를
<로미오와 줄리엣> 이외에도 학생 통해 문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매체
들에게 친숙한 사례를 제시할 수도 로 구현된 작품을 바라볼 수 있음 129
있다. 을 일깨운다.
작품
01 메밀꽃 필 무렵 작품 정리 PPT 작품 정리 학습지

작가 소개 작품 정리 전체 듣기
(가)는 장돌뱅이의 애환을 서 (가) 소설 메밀꽃 필 무렵 이효석
정적인 문체로 형상화한 소설 작가 영상 줄거리 영상
이고, (나)는 (가)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입니다. 발단
[앞부분 줄거리] 왼손잡이인 장돌뱅이 허 생원은 조 선달과 함께 들어간 술집에서 동이가
● 
감각적인 배경 묘사에 주목하 충줏집과 농탕치는 장면을 본다. 허 생원이 동이를 야단친 후, 왠지 미안한 마음에 술을 마
며 읽습니다. 음탕한 소리와 난잡한 행동으로 놀아나는
시고 있는데 동이가 허 생원에게 달려와 아이들이 나귀를 괴롭히고 있다고 알려 준다. 허 생
● 
소설과 애니메이션의 표현 방
식을 비교하며 읽습니다. 원은 달려가서 아이들을 쫓아낸다. 허 생원은 조 선달, 동이와 함께 메밀꽃이 핀 달밤에 대
화 장을 향해 걸어간다.
3단원 참고 자료(9~12쪽)

•‌<메밀꽃 필 무렵> 작품론


‌[출처] 권영민, 《한국현대문학사 1》
•‌<메밀꽃 필 무렵> 작가론
‌[출처] 《교과서연구》 제86호
전개 “달밤이었으나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됐는지 지금 생각해두 도무지 알 수 없어.”
[제재 개관] - (가) 메밀꽃 필 무렵 허 생원은 오늘 밤도 또 그 이야기를 끄집어내려는 것이다. 조 선달은 친구가
젊은 시절 봉평의 물레방앗간에서 성 서방네 처녀와 우연히 만나 하룻밤 인연을 맺은 일.
갈래 단편 소설, 순수 소설
된 이래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 왔다. 그렇다고 싫증을 낼 수도 없었으나 허 10
낭만적, 탐미적, 시적(서정
성격
적), 토속적 생원은 시침을 떼고 되풀이할 대로는 되풀이하고야 말았다.
•시간: 어느 여름날의 낮부
“달밤에는 그런 이야기가 격에 맞거든.” ▶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허 생원
터 밤까지
배경
•공간: 강원도 봉평에서 대 조 선달 편을 바라는 보았으나 물론 미안해서가 아니라 달빛에 감동하여서였
화 장으로 가는 길
시점 전지적 작가 시점 다. 이지러는졌으나 보름을 가제 지난 달은 부드러운 빛을 흐붓이 흘리고 있다.
1 아름다운 달의 모습을 서정적으로 묘사한 구절. 달밤은 늘 허 생원에게 추억을 떠올리게 함.
3
장돌뱅이 삶의 애환과 혈육 8 대화까지는 칠십 리의 밤길 고개를 둘이나 넘고 개울을 하나 건너고 벌판과 산 15
주제
의정 쪽

가제 갓
 .
길을 걸어야 된다.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
허 생원과 조 선달, 동이가 산 중턱에 뻗은 길을 지나고 있음을 암시.
흐붓이 흐뭇하고 뿌듯한 느낌으로. 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 포
사방이 너무나 고요하여 마치 달이 살아 숨 쉬는 소리가 가까이서 들릴 것 같은 분위기를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있음. 시각적 심상과 청각적 심상. 링크 자료 애니메이션 <메밀꽃 필 무렵> 감상

[제재 개관] - (나) 메밀꽃 필 무렵


(나) 애니메이션 메밀꽃 필 무렵 안재훈·한혜진 각본·연출 작가 소개 작품 정리

갈래 애니메이션

성격 서정적 1 2
•다양한 영화 기법으로 장
면을 구성함.
특징 •배경(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핀 길)을 길게 보여 주어
소설의 정서를 살림.

3.
문문문 문문문문

130
[전체 구성] 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
발단 허 생원과 동이의 만남
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
허 생원의 이야기 (교과서 『 』: 달밤 메밀밭의 정경을 감각적으로 묘사하여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서정적
‌‌으로 이끌고 있는 부분. 시각적 심상과
전개
수록 부분) 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후각적 심상.
동이가 어머니 이야기를 하 ▶ 달 밝은 메밀밭 옆 산길을 걸어가는 세 사람
고, 허 생원과 동이의 관계 길이 좁은 까닭에 세 사람은 나귀를 타고 외줄로 늘어섰다. 방울 소리가 시원
절정
가 암시됨. (교과서 수록 부
분)
스럽게 딸랑딸랑 메밀밭께로 흘러간다. 앞장선 허 생원의 이야기 소리는 꽁무니 5

허 생원이 동이 모친이 있는 에 선 동이에게는 확적히는 안 들렸으나, 그는 그대로 개운한 제멋에 적적하지


결말 제천으로 가기로 함. (교과서 맨 뒤에 있는 동이에게는 허 생원의 이야기가 잘 들리지 않음. 이것은 이어지는 장면에서
수록 부분) 는 않았다. 동이가 허 생원과의 관계를 알지 못한 채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되는 당위성을 마련함.
▶ 앞장선 채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허 생원
‌“장 선 꼭 이런 날 밤이었네. 객줏집 토방이란 무더워서 잠이 들어야지. 밤중
은 돼서 혼자 일어나 개울가에 목욕하러 나갔지. 봉평은 지금이나 그제나 마
찬가지나 보이는 곳마다 메밀밭이어서 개울가가 어디 없이 하얀 꽃이야. 돌 10

밭에 벗어도 좋을 것을 달이 너무도 밝은 까닭에 옷을 벗으러 물방앗간으로


‘달밤’이면 자신의 추억을 이야기하게 되는 이유가 나타난 구절.
읽는 중 활동 1 들어가지 않았나. 이상한 일도 많지. 거기서 난데없는 성 서방네 처녀와 마주
‘성 서방네 처녀’를 우연히 마주
쳤단 말이네. 봉평서야 제일가는 일색이었지.”
쳤을 때 ‘허 생원’의 심정이 어떠
했을지 추측하며 읽습니다. “팔자에 있었나 부지.”
[예시 답안]
아무렴 하고 응답하면서 말머리를 아끼는 듯이 한참이나 담배를 빨 뿐이었다. 15
평소에는 마주치기 어려운데
‘봉평에서 제일가는 일색’으로 알
구수한 자줏빛 연기가 밤기운 속에 흘러서는 녹았다.
려진 성 서방네 처녀를 우연히 만
▶ 허 생원이 물방앗간에서 성 서방네 처녀를 만남.
나서 반갑고 설레며 떨리기까지
했을 것이다.
작품에 접속하기 [예시 답안]

대궁 ‘대’의 방언. 식물의 줄기. ‘허 생원’은 왜 과거 이야기를 ‘조 선달’에게 계속해서 했던 것일까?


: ‌몇 십 리 길을 걸으며 장을 떠도는 장돌뱅이 생활은 고단하고 힘들 것이다. 그래서 달밤에 성 서방네 처녀와
확적하다 정확하게 맞아 조금도
하룻밤 인연을 맺은 추억은 허 생원에게 위안이 되고 힘든 것을 잊게 해 주기 때문이다.
틀리지 아니하다.
일색(一色) 뛰
 어난 미인.

•(가) 특징 – ① 서정적이고 시적인 묘사체 문장. ② 대화를 통한 사건 전개, 암시와 추리 기법. ③ 배경 묘사를 통
한 분위기 조성. ④ 순우리말 사용을 통한 토속적 분위기 조성. ⑤ 인간 세계와 자연적 소재의 조화를 드러냄.

3 4 5

131
들고나다 손
 털고 빈털터리로 나 ‌“날 기다린 것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달리 기다리는 놈팽이가 있는 것두 아
서다.
니었네. 처녀는 울고 있단 말야. 짐작은 대고 있었으나 성 서방네는 한창 어려
상수(常數) 자
 연으로 정하여진
운명. 워서 들고날 판인 때였지. 한집안 일이니 딸에겐들 걱정이 없을 리 있겠나. 좋
항용(恒用) 흔
 히 늘.
은 데만 있으면 시집도 보내련만 시집은 죽어도 싫다지……. 그러나 처녀란
울 때같이 정을 끄는 때가 있을까. 처음에는 놀라기도 한 눈치였으나 걱정 있 5

을 때는 누그러지기도 쉬운 듯해서 이럭저럭 이야기가 되었네……. 생각하면


성 서방네 처녀와 인연을 맺는다는 것이 두려운 한편 또 너무도 기분
무섭고도 기막힌 밤이었어.” 이 좋았다는 뜻. 허 생원의 순박한 성품과 윤리 의식이 나타난 구절.
▶ 허 생원이 성 서방네 처녀와 하룻밤을 보냄.
‌“제천인지로 줄행랑을 놓은 건 그다음 날이었다.”
‌“다음 장도막에는 벌써 온 집안이 사라진 뒤였네. 장판은 소문에 발끈 뒤집혀
고작해야 술집에 팔려 가기가 상수라고 처녀의 뒷공론이 자자들 하단 말이 10

야. 제천 장판을 몇 번이나 뒤졌겠나. 하나 처녀의 꼴은 꿩 궈 먹은 자리야. 첫


날밤이 마지막 밤이었지. 그때부터 봉평이 마음에 든 것이 반평생을 두고 다
니게 되었네. 평생인들 잊을 수 있겠나.”
‌“수 좋았지. 그렇게 신통한 일이란 쉽지 않어. 항용 못난 것 얻어 새끼 낳고,
걱정 늘고 생각만 해두 진저리 나지……. 그러나 늘그막바지까지 장돌뱅이로 15

지내기도 힘드는 노릇 아닌가. 난 가을까지만 하구 이 생애와두 하직하려네.


대화쯤에 조그만 전방이나 하나 벌이구 식구들을 부르겠어. 사시장철 뚜벅뚜
허 생원이 장돌뱅이로 살아가겠다는 자신의 삶에 대한 생각을 밝
읽는 중 활동 2 벅 걷기란 여간이래야지.” 힌 구절. 성 서방네 처녀와의 아름다운 추억을 반추하며 떠돌아다
니는 허 생원에게서 유랑적인 삶의 원형을 엿볼 수 있음.
소설을 읽으며 애니메이션에 어 ‌“옛 처녀나 만나면 같이나 살까……. 난 거꾸러질 때까지 이 길 걷고 저 달 볼 테야.”
떤 배경 음악을 넣으면 좋을지 생 절정 ▶ 다음날 성 서방네 처녀가 사라지고 다시는 보지 못함.
각해 봅니다. 산길을 벗어나니 큰길로 틔어졌다. 꽁무니의 동이도 앞으로 나서 나귀들은 가 20
큰길에 들어서 나란히 길을 가게 됨. 이제 동이와의 대화를 통해 허 생원과 동이의 관계가 암시됨.
[예시 답안]
허 생원이 달밤에 성 서방네 처
녀와 하룻밤 인연을 맺은 과거의 산길 큰길
추억을 들려주는 것이 중심 장면 허 생원 허 생원 - 조 선달 - 동이
이므로 템포가 느리고 잔잔하면서 |
도 황홀함과 은근한 기쁨을 담고 조 선달
있는 배경 음악이 어울릴 것이다. |
동이

6 7 8

132
로 늘어섰다.
‌“총각두 젊겠다, 지금이 한창 시절이렷다. 충줏집에서는 그만 실수를 해서 그
조 선달과 함께 들어간 술집에서 동이가 충줏집과 농탕치는 장면을
꼴이 되었으나 설게 생각 말게.” 보고 허 생원이 동이를 야단친 일을 사과하고 있음.

‌“처, 천만에요. 되려 부끄러워요. 계집이란 지금 웬 제격인가요. 자나 깨나 어


머니 생각뿐인데요.” 5

허 생원의 이야기로 실심해 한 끝이라 동이의 어조는 한풀 수그러진 것이었다.


‌“아비 어미란 말에 가슴이 터지는 것도 같았으나 제겐 아버지가 없어요. 피붙
충줏집에서 허 생원이 동이에게 “네게도 애비 에미가 있겠지.”라며
이라고는 어머니 하나뿐인걸요.” 나무랐는데, 이때 동이는 크게 충격을 받아 괴로워했음을 의미함.
“돌아가셨나?”
“당초부터 없어요.” 10

“그런 법이 세상에.”
생원과 선달이 야단스럽게 껄껄들 웃으니, 동이는 정색하고 우길 수밖에는 없었다.
‌“부끄러워서 말하지 않으려 했으나 정말예요.『제천 촌에서 달도 차지 않은 아
이를 낳고 어머니는 집을 쫓겨났죠.』 우스운 이야기나, 그러기 때문에 지금까
지 아버지 얼굴도 본 적 없고, 있는 고장도 모르고 지내 와요.” 15
『 』: 동이가 허 생원의 아들일 수도 있다는 암시가 드러난 대목. ▶ 동이가 자신의 어머니 이야기를 함.
성 서방네가 제천으로 도망쳤다는 것과 동이 어머니가 처녀로
아이를 낳았다는 것 등이 이를 암시함.

작품에 접속하기 [예시 답안]

허 생원은 왜 성 서방네 처녀를 만난 날을 무섭고도 기막힌 밤이라고 했을까?


실심(失心)하다 근심 걱정으로
: ‌허 생원은 순박한 사람이라 성 서방네 처녀와 혼인하지 않고 인연을 맺게 된 것이 두렵기도 하지만 좋기도 했기
맥이 빠지고 마음이 산란하여지다.
때문에 무섭고 기막힌 밤이라고 한 것 같다.

9 10 11

133
대근하다 견디기가 어지간히 힘 고개가 앞에 놓인 까닭에 세 사람은 나귀를 내렸다. 둔덕은 험하고 입을 벌리
들고 만만하지 않다.
기도 대근하여 이야기는 한동안 끊겼다. 나귀는 건듯하면 미끄러졌다. 허 생원
낫세 나
 잇살.
훌치다 물
 체가 바람 따위를 받아 은 숨이 차 몇 번이고 다리를 쉬지 않으면 안 되었다. 고개를 넘을 때마다 나이
서 비스듬하게 쏠리다.
가 알렸다. 동이 같은 젊은 축이 그지없이 부러웠다. 땀이 등을 한바탕 쪽 씻어
내렸다. 5

개울
고개 너머는 바로 개울이었다. 장마에 흘러 버린 널다리가 아직도 걸리지 않
(앞) 조 선달 은 채로 있는 까닭에 벗고 건너야 되었다. 고의를 벗어 띠로 등에 얽어매고 반벌
|
(뒤) 허 생원 - 동이 거숭이의 우스꽝스러운 꼴로 물속에 뛰어들었다. 금방 땀을 흘린 뒤였으나 밤
▶ 허 생원과 조 선달, 동이가 고개를 넘고 개울을 건넘.
물은 뼈를 찔렀다. 『 』: 동이 의붓아버지의 성격이 나타난 구절로, 동이와 동이
“그래, 대체 기르긴 누가 기르구?” 어머니의 삶이 순탄치 않았음을 나타냄. ‘전(錢)망나니’는 돈 10
이라면 사족을 못 쓰고 못된 짓을 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
‌“어머니는 하는 수 없이 의부를 얻어 가서 술장사를 시작했죠.『술이 고주래서
의부라고 전망나니예요.』 철들어서부터 맞기 시작한 것이 하룬들 편한 날 있
었을까. 어머니는 말리다가 채이고 맞고 칼부림을 당하고 하니 집 꼴이 무어
겠소. 열여덟 살 때 집을 뛰어나와서부터 이 짓이죠.”
“총각 낫세론 동이 무던하다고 생각했더니 듣고 보니 딱한 신세로군.” 15

읽는 중 활동 3 물은 깊어 허리까지 찼다. 속 물살도 어지간히 센 데다가 발에 차이는 돌멩이


‘개울물’은 ‘허 생원’과 ‘동이’의 관
도 미끄러워 금시에 훌칠 듯하였다. 나귀와 조 선달은 재빨리 거의 건넜으나 동
계 형성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파 ▶ 개울을 건너며 동이가 자신의 어머니 이야기를 이어서 함.
악해 봅니다. 이는 허 생원을 붙드느라고 두 사람은 훨씬 떨어졌다.
[예시 답안]
조 선달은 재빨리 거의 건넜으
“모친의 친정은 원래부터 제천이었던가?”
나 물살이 세고 발에 차이는 돌멩
‌“웬걸요, 시원스리 말은 안 해 주나 봉평이라는 것만은 들었죠.” 20
이도 미끄러워 동이는 허 생원을
동이가 허 생원의 아들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암시함.
붙들어 주느라 뒤떨어지게 된다. “봉평? 그래 그 아비 성은 무엇이구?”
이런 상황에서 허 생원과 동이는
동이의 어머니에 대한 대화를 주 •제천, 봉평 등 지명의 역할
고받음으로써 둘의 관계가 더욱 성 서방네 집안이 줄행랑을 놓은 곳
친밀해진다. 동이의 등에서 허 생 제천
허 생원과
원은 온기를 느끼기도 한다. ‘개울 동이의 어머니가 동이를 낳은 곳
▶ 동이의 관계
물’은 허 생원과 동이의 관계가 더 성 서방네 처녀와 허 생원이 만난 곳 를 암시함.
욱 친밀해지게 하는 역할을 한다. 봉평
동이 어머니의 고향

12 13 14

134
“알 수 있나요. 도무지 듣지를 못했으니까.”
“그, 그렇겠지.” 하고 중얼거리며 흐려지는 눈을 까물까물하다가 허 생원은 경
허 생원이 동이의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음. 허 생원은 동이가 자신의 아들일지도 모른다는 심증을 가지고 있음.
망하게도 발을 빗디뎠다. 앞으로 고꾸라지기가 바쁘게 몸째 풍덩 빠져 버렸다.
허우적거릴수록 몸을 걷잡을 수 없어 동이가 소리를 치며 가까이 왔을 때에는
벌써 퍽이나 흘렀었다. 옷째 졸짝 젖으니 물에 젖은 개보다도 참혹한 꼴이었다. 5

동이는 물속에서 어른을 해깝게 업을 수 있었다. 젖었다고는 하여도 여윈 몸이


라 장정 등에는 오히려 가벼웠다.
‌“이렇게까지 해서 안됐네. 내 오늘은 정신이 빠진 모양이야.”
“염려하실 것 없어요.”
“그래 모친은 아비를 찾지는 않는 눈치지?” 10

“늘 한번 만나고 싶다고는 하는데요.”


“지금 어디 계신가?”
‌“의부와도 갈라져 제천에 있죠. 가을에는 봉평에 모셔 오려고 생각 중인데요.
이를 물고 벌면 이럭저럭 살아갈 수 있겠죠.”
“아무렴, 기특한 생각이야. 가을이랬다?” 15

동이의 탐탁한 등어리가 뼈에 사무쳐 따뜻하다. 물을 다 건넜을 때에는 도리


어 서글픈 생각에 좀 더 업혔으면도 하였다.
▶ 동이가 자신의 아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허 생원

작품에 접속하기 [예시 답안]

결말 부분에서 진종일 실수만 하니 웬일이냐는 조 선달의 질문에 허 생원은 나귀 생각하다 실족을 했다고
말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해깝다 ‘가볍다’의 방언. : ‌허 생원은 동이 어머니의 친정이 봉평이며 아버지의 성은 모른다는 대답을 듣고 충격을 받아 물속에서 발을
헛디뎌 넘어진다. 동이가 자기 아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충격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허 생원은 엉뚱하
게도 나귀 생각하다 넘어졌다고 말한다. 이는 나귀에 빗대어 허 생원의 처지를 말한 것이다. 즉 ‘나귀-강릉
집 피마-나귀 새끼’의 관계는 그대로 ‘허 생원-성 서방네 처녀-동이’와 대응되기 때문이다.

15 16 17

135
결말
“진종일 실수만 하니 웬일이오, 생원.”
조 선달은 바라보며 기어코 웃음이 터졌다.
표면상으로는 허 생원이 자신 ‌“나귀야. 나귀 생각하다 실족을 했어. 말 안 했던가. 저 꼴에 제법 새끼를 얻었
의 실수에 대한 변명을 하고 있지
만, 내면적으로는 나귀를 통해 허 단 말이지. 읍내 강릉집 피마에게 말일세. 귀를 쫑긋 세우고 달랑달랑 뛰는 것
생원을 빗대어 표현하려는 지은이
의 의도가 담겨 있음. ‘허생원-성 이 나귀 새끼같이 귀여운 것이 있을까. 그것 보러 나는 일부러 읍내를 도는 5
서방네 처녀-동이’=‘나귀-강릉집
피마-나귀 새끼’의 대응 관계가 때가 있다네.”
성립함.
‌“사람을 물에 빠치울 젠 딴은 대단한 나귀 새끼군.”
허 생원은 젖은 옷을 웬만큼 짜서 입었다. 이가 덜덜 갈리고 가슴이 떨리며 몹
‌
동이를 자신의 아들이라 생각했기
시도 추웠으나 마음은 알 수 없이 둥실둥실 가벼웠다. 때문에 마음이 한없이 즐거워진 허
생원의 심리를 묘사.
읽는 중 활동 4 ‌“주막까지 부지런히들 가세나. 뜰에 불을 피우고 훗훗이 쉬어. 나귀에겐 더운 10
‘허 생원’이 제천으로 가겠다고
물을 끓여 주고. 내일 대화 장 보고는 제천이다.”
한 이유에 대해 추측해 봅니다.
‌
동이의 어머니가 바로 성 서방네 처녀일 것이라고 생각했기
[예시 답안] “생원도 제천으로?” 때문에 그녀를 만나기 위해 제천으로 가겠다고 한 것.
동이는 어머니가 의부와도 갈라
져 제천에 있다고 하였다. 허 생원 ‌“오래간만에 가 보고 싶어. 동행하려나, 동이?”
은 동이의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제천으로 가겠다고 한 것이다.
나귀가 걷기 시작하였을 때 동이의 채찍은 왼손에 있었다. 오랫동안 아둑시니같
이 눈이 어둡던 허 생원도 요번만은 동이의 왼손잡이가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다. 15

훗훗이 약
 간 갑갑할 정도로 훈훈 걸음도 해깝고 방울 소리가 밤 벌판에 한층 청청하게 울렸다.
하고 덥게. 과학적으로 왼손잡이는 유전적인 것이 아니지만, 이 작품에서는
달이 어지간히 기울어졌다. 허 생원과 동이가 부자간임을 암시하는 장치로 사용됨. 허 생원에게
아둑시니 어
 둑서니. 어두운 밤에 달의 움직임을 통해 시간의 경과를 나타냄. 동이가 자신의 아들이라는 확신을 갖게 하는 역할.
아무것도 없는데, 있는 것처럼 잘 - 《조광(朝光)》(1936)
▶ 허 생원은 자신의 아들일 수도 있는 동이와 제천까지 동행하기로 함.
못 보이는 것. 여기서는 눈이 어
두워 사물을 제대로 분간하지 못 작품에 접속하기 [예시 답안]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임.
허 생원에게 동이가 왼손잡이인 것이 눈에 띈 이유는 무엇일까?
청청(淸淸)하다 소리가 맑고 깨
: ‌허 생원은 동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동이가 자신의 아들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동이가 자신과 같
끗하다.
이 왼손잡이인 것에 주목한 것이다.

- 애니메이션 <메밀꽃 필 무렵>(연필로 명상하기)


동이의 왼손을 클로즈업함. 허 생원과 동이의 관계를 암시함.
18 19 20

136
작품에 대하여 감독에 대하여
이효석의 대표작이자 한국 현대 단편 소설의 대표작으로 꼽 안재훈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1998년
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산문이지만 서정성이 빼어난 작품 영화 <히치콕의 어떤 하루>로 데뷔했다.
으로, 배경과 인물 및 사건의 긴밀한 조화를 추구하는 서정 단편 애니메이션과 상업 애니메이션 양
적인 문체를 사용한다. 자연과의 친화, 인간 본연의 성과 사 쪽에서 모두 활발한 작품 활동을 했다.
랑을 주제로 시적인 정서와 애틋한 느낌을 전달하고 있다.
한혜진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2011년
작가에 대하여 | 이효석(李孝石, 1907~1942) 올해의 여성 영화인상 연출 시나리오 부
소설가. 초기에는 계급 문학에 동조하는 성향을 보였으나 문을 수상하였다.
이후 순수 서정 소설을 많이 썼다. 주요 작품으로는 <산>,
<돈> 등이 있다.

[활동 의도 및 지도 방법] 한 다음 인물 관계도를 보고, 인물이 겪은 일 또는 인물 간의 관계를 암시하는 부분을 찾


아 정리해 보자.
주요 인물 간의 관계를 중심 눈
으로 작품의 주요 내용과 흐름 [예시 답안]

평생 봉평을 봉평에서
을 파악하고, 허 생원의 삶과 관

인물 간의 관계
마음에 품고 제천으로
련지어 장소에 담긴 의미를 파 기
또는 사건: 성 서방네
장돌뱅이로 가족과 함께
악하기 위한 활동이다. 허 생원 허 생원
살아감. 떠남.
이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에서 봉평에서 처녀
허 생원과 성 서방네 처녀의 관계 하룻밤을
를 파악하고, 허 생원과 동이의 대 같이 보냄.
화 장면에서 허 생원과 동이의 관
계를 파악하도록 한다. 공간의 이 관계를 암시하는 부분: 관계를 암시하는 부분:
동이 허 생원에게 갖는 의미를 파
악함으로써 장돌뱅이의 삶과 애환
에 대해 파악하도록 한다.
허 생원과 동이가
모두 왼손잡이라는 것.
인물 관계도 살던 곳이 봉평과 제천으로 같다는
것. 미혼의 몸으로 남자와 밤을
보내거나 아이를 낳았다는 것.
[지도 팁]
허 생원과 성 서방네 처녀의 하
인물 간의 관계
룻밤 인연, 허 생원과 동이의 관계
또는 사건:
에 초점을 두고 정리해 보도록 한 의붓아버지의
다.
폭력으로 처녀의 몸으로 동이 동이를 낳고
가출해
동이
동이를 낳음. 어머니 쫓겨나
떠돌아다님. 술장사를 함.

3단원 참고 자료(12~14쪽)
인물 관계도를 보았을 때 ‘허 생원’과 ‘동이’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일
•‌문학 교육과 기호론적 해석의 적용
‌
[출처] 우한용, 《한국근대문학 것이다. ‘성 서방네 처녀’와 ‘동이 어머니’는 같은 인물일 것
교육사연구》 이다.

연관 검색 장소애(場所愛)

인간의 안정된 삶을 보호하


는 터전인 장소에 애착하는 ‘허 생원’에게 다음 장소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추측해 보자. [예시 답안]
심성이다. 근대 이전에는
‘땅’과 ‘집’이 대표적인 장소
애의 대상이었다. 장소는 봉평 옛사랑에 관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장소이다.
인간이 정서적인 끈을 형성
대화 봉평 다음에 장이 열리는 곳으로 물건을 많이 팔아 한몫 벌 수 있는
하며 가치를 부여하는 공간 (2)
문학 매체를 만나다

장소이다
이다. 집, 고향과 같은 보편
동이의 어머니가 살고 있는 곳으로 허 생원이 과거에 인연을 맺었던
적인 장소부터 개인이 경험
성 서방네 처녀를 다시 만날 수도 있는 장소이다.
한 특수한 장소가 모두 장 치악산
소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토포필리아(topophilia)’
제천
라고도 한다.
137
[예시 답안] 달밤이라는 배경은 낮 동안 장터에서의 고달픈 삶을 잠시 벗어나 허 생원으로 하여금 과거의 추억을
떠올려 황홀함과 행복함에 젖게 하고, 허 생원이 성 서방네 처녀와 인연을 맺은 것에 개연성을 부여하며 이것이 통
속성에 떨어지지 않게 낭만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허 생원의 본연의 애욕 즉 성(性)을 자연의 일
[활동 의도 및 지도 방법] 부로 느끼게 해 준다. 조 선달, 동이와 길을 가는 장면에서는 달밤의 배경 아래 허 생원이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며
문자로 표현된 소설과 영화 자신의 이야기를 동이와 나눔으로써 이 둘의 관계가 밝혀지는 방향으로 사건이 전개되는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기법이 사용된 애니메이션의 1 소설을 표현한 애니메이션에서의 배경 묘사 방식과 그 의미에 대해 파악해 보자.
배경 묘사 방식과 그 의미를 파
(1) ‌(가), (나)의 배경이 인물의 심리나 사건 전개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설명해

악하고 비교해 보는 활동이다.

보자.
<메밀꽃 필 무렵>은 달밤의 메
밀꽃밭을 배경으로 설정한 시 활
적인 묘사가 서정적인 문체와 동
함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
다. 이를 고려하여 (가)와 (나)의
(2) (‌ 가)의 다음 배경 묘사 부분이 애니메이션에서 효과적으로 구현되어 있는지 평가
배경이 인물의 심리나 사건 전개
과정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설명
해 보도록 한다. 본문 130쪽 14행 하고, 그 이유를 설명해 보자. 본문 130쪽 14행~131쪽 3행 [예시 답안]
~131쪽 3행 달밤의 메밀꽃밭 묘사
효과적으로 구현되었다. 보름이 갓 지난 달의 크기와 흐붓한 빛, 인물들이 걷는 산길과 소금을 뿌린 듯한 메
부분을 읽고 장면을 떠올려 본 후,
밀밭 등이 소설의 표현과 가깝게 애니메이션으로 형상화되었다. 애니메이션의 장면 하나하나에서 서정성과
애니메이션의 해당 장면을 감상하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또한 고요한 밤을 드러내는 배경 음악 역시 소설의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한다.
작품의 창의적 표현 방법과 심미적 가치에 대해 파악해 보자.
며 배경 묘사 부분이 어떻게 구현
되어 있는지 평가해 보도록 한다. 2

미장센(mise- (1) ‌다음 영화 표현 기법이 쓰인 애니메이션의 장면을 찾아보고, 그 표현 효과를 설명해


보자.
연관 검색
en-sce
‵ne)
[예시 답안]
‘장면 속에 무언가를 놓는
다.’라는 뜻의 프랑스어에서 영화 기법 클로즈업(close up, CU) 디졸브(dissolve)
유래하였는데, 연극 용어로
쓰이다 영화 연출의 개념으 극도로 친밀한 거리를 의미하는 한 숏에 다른 숏을 겹치게 하는
로까지 확장되었다. 카메라 숏으로서, 구체적, 핵심적, 집중적, 것이다. 오버랩(overlap)이라고도
앞에 놓이는 모든 요소들, 개념 극적이다. 한다. 첫 번째 숏이 사라지기 전에
즉 연기・분장・무대 장치 두 번째 숏이 나타나면서 겹치는 것
・의상・조명 등이 조화된 을 말한다.
상태의 공간 연출을 의미한
18 20
다. 미장센은 감독이 의도적
으로 구성한 것으로, 카메라
앞의 사소한 것 하나도 감독 애니메이션
의 주제 의식을 드러내는 역 장면
할을 한다. 따라서 영화를
보는 관객은 화면 전체에 배
치되어 있는 시각적 요소를
꼼꼼히 살펴보고, 그 의미를
생각해 볼 때 영화를 만든 나귀가 걷기 시작하였을 때 동이
감독의 의도, 더 나아가서 의 채찍은 왼손에 있었다. 오랫동
작품을 해석하고 감상하는 소설 해당
안 아둑시니같이 눈이 어둡던 허 대응되는 소설 대목이 없다.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대목
생원도 요번만은 동이의 왼손잡이
[활동 의도 및 지도 방법]
가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다.
원작 소설과 비교하여 애니메이
션으로 제작된 <메밀꽃 필 무렵>에
사용된 영화 표현 기법을 중심으로 동이의 손을 클로즈업함으로써 동이가 소설에는 나타나지 않은 동이와 성 서방네
그 표현 효과를 파악하고 작품의 왼손잡이라는 것을 부각시키고, 관객의 시 처녀의 얼굴을 디졸브함으로써 동이와 성 서
아름다움을 토의해 보는 활동이다. 표현 효과
선을 집중시킴으로써 허 생원과 동이의 관 방네 처녀가 모자 관계이고 허 생원이 이를
이를 통해 매체의 특성을 고려하여 계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깨닫는 것을 극적으로 표현한다.
애니메이션으로 구현된 작품의 창
의적 표현 방법과 심미적 가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였다.

[지도 팁]
3.

(2) ‌(1)의 장면들은 소설 (가)에서 언어를 통해 암시한 부분을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한


문문문 문문문문

애니메이션에서 클로즈업, 디졸
브로 장면을 표현한 의도를 원작
문 소설의 해당 부분에서 유추해 보 것이다. 이러한 애니메이션 기법들이 작품의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데 어떻게 기
여하는지 토의해 보자.
도록 한다.
[예시 답안]
숏(shot) 카메라가 멈추지 않고 [지도 팁] 애니메이션 기법은 언어와는 다른 방식으로 서사를 시각적, 극적으
138 찍어 낸 하나의 계속된 광경. 소설에서 심상, 비유 등 언어로 묘사 로 표현함으로써 관객의 몰입을 돕는다. 이러한 기법으로 인물 간의
한 것을 상상해 보고 애니메이션에서 관계나 심리 등이 구체적으로 형상화되며 이는 소설의 주제를 파악하
구현한 것과 비교해 보도록 한다. 는 데도 도움을 준다.
3단원 참고 자료(14~15쪽)

•‌영상 시 텍스트의 읽기 방식
링크 자료 영상 시 <우리는 서로에게> 감상
‌[출처] 윤여탁 외, 《매체언어와 국어교육》

3 ‌다음 영상 시를 <메밀꽃 필 무렵>과 견주어 감 (1) ‌문자로만 된 문학 작품을 감상할 때와 영상으로 구현


확 상하고 이를 창의적으로 수용해 보자. 된 문학 작품을 감상할 때 느끼는 아름다움은 무엇이

활 다른지 비교해 보자.
동 우리는 서로에게 [예시 답안]
문자로만 된 문학 작품에서는 언어를 통해 비유, 상징, 묘사 등의 방법
문태준 으로 표현하므로 상상력을 발휘하여 대상을 떠올려 봄으로써 언어로 표
현된 내용, 형식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반면에 매체로 구현된 문
학 작품에서는 시각적 이미지와 음향을 활용하여 언어를 생생하고 입체
적으로 표현하는 데서 오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활동 의도 및 지도 방법]
기존의 시를 이미지, 동영상, 플래시, 소리, 음향, 목소리, 문자 등과 결
합하여 변형한 영상 시를 통해 매체에 따른 미적 특성의 차이를 비교하여
우리는 서로에게 | 문태준
이해하기 위한 활동이다. <우리는 서로에게>를 낭송해 보고 떠오르는 느
낌이나 생각을 말해 보게 한 후에 영상 시를 보게 한다. 영상 시에 문자 외
에 새로운 요소들이 결합됨으로써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에 주목하고, <우
우리는 서로에게 리는 서로에게>를 낭송할 때의 느낌이나 생각을 떠올리며 시의 장면 중에
환한 등불 서 선택하여 영상 시의 장면을 수정・보완해 보도록 한다. 각자가 수정・
남을 온기 보완한 영상 시를 학급 친구들에게 보여 주고 서로 평가해 보도록 한다.

움직이는 별 [지도 팁]
영상 시에서 선정한 장면의 내용을 음미해 보고 이미지, 동영상, 플래시,
소리, 음향, 목소리, 문자 등을 적절하게 사용하여 수정・보완하도록 한다.
(2) ‌위 영상 시의 장면 중 수정ㆍ보완하고 싶은 부분을 선
우리는 서로에게 | 문태준

멀리 가는 날개 택하여 어떻게 구현하고 싶은지 표현해 보자. [예시 답안]


여러 계절 가꾼 정원
시 해당 부분
뿌리에게는 부드러운 토양
풀에게는 풀여치
날마다 석양
가을에게는 갈잎
너무 큰 외투
우리는 서로에게
우리는 서로에게 | 문태준
절반
그러나 이만큼은 다른 입장
귀엣말처럼 눈송이가 내리는 저녁
서로의 바다에 가장 먼저 일어나는 파도
고통의 구체적인 원인

영상 구현 방향
우리는 서로에게 | 문태준

날마다 석양
너무 큰 외투
우리는 서로에게 ‘날마다 석양 / 너무 큰 외투’는 앞 장면으로 옮기고 ‘우리는 서로
에게’부터 새로운 장면으로 설정한다. 실타래를 정가운데에 배치해
절반 서 화면을 이등분하고, 음영 색을 다르게 설정한다.
그러나 이만큼은 다른 입장

우리는 서로에게 | 문태준


문태준 <우리는 서로에게>를 배달하며…….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관계일까?’를 계속 생각해 보게 하는 아프게 아름다운 시입니다. (2)
문학 매체를 만나다

며칠 전, 바깥일을 보고 잠깐 쉬러 집에 왔을 때의 일입니다.
“집이 누구 지시오? 집이 누구 지시오?”
아흔 넘으신 가춘(양봉순) 할매가 저를 찾았습니다.
“집이는 밤낭구랑 대추낭구랑 읎지?”
몇 번을 싸우다 여남은 개 밤과 대추만 받고 겨우 가춘 할매를
돌려보낼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렇듯 서로에게 ‘온기’가 되기도 하지만, 우리는 때로 ‘고통의
구체적인 원인’이 되기도 하고 ‘너무 큰 외투’가 되어 어색해지기도 합니다.
서로에게 ‘멀리 가는 날개’가 되는 가을 되시길 바라면서 이만 줄일게요. 시인 박성우

- 사이버 문학 광장 문장 139
http://웹툰/미생/제3수/ 링크 자료 작품 소개 영상 검색

02
02
작가 소개 작품 정리
작품
작품 미생(未生)–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윤태호
작품 정리 PPT 작품 정리 학습지

이 작품은 직장인으로 살아가 ● 


세로
방향으로 보면서 인물 ● 
상징적소재들의 의미와 표
3단원 참고 자료(15~16쪽) 는 인물들의 현실을 형상화한 들이 겪는 삶의 어려움이 현 기법을 파악하며 감상합
•‌<미생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웹툰입니다. 어떻게 형상화되었는지에 니다.
작품론 주목하며 감상합니다.
‌[출처] 박기수, 《윤태호》

제  3  수 땅끝 무저갱으로 ‘무저갱’은 악마가 벌


이끄는 삶의 짐. 을 받아 한번 떨어지면
삶의 무거운 짐을 체험한 적 있는가? 헤어나지 못한다는 영
원한 구렁텅이를 뜻하
직장인으로서 아침에 출근하는 모습을 통해 ‘삶 는 말. 삶의 짐에서 벗
의 무거운 짐’은 직장인의 삶과 관련된 것임을 알 어나기가 그만큼 어렵
수 있음. 다는 것을 강조하여 표
현한 것.

현실의 삶을 턱걸
이에 빗대어 삶의
턱걸이를 만만히 보고 짐이 얼마나 무거
매달려 보면 알게 돼. 운지 표현하고 있
내 몸이 얼마나 무거운지. 음. 내레이션에서
는 같은 어미나 유
그것은 매 순간 어깨를 짓누르고, 사한 단어를 사용
현실에 던져져 보면 알게 돼.하여 운율을 살려
내 삶이 얼마나 버거운지. 표현하고 있음.
아빠의 역할도 삶의 짐으로 인한 부담에 포함됨.

내 입을 틀어막으며,
밥을 먹는 순간조차도 가장, 아버지로서의 무거
운 책무감을 느낌.
피로는 도처에 머물다

3.
문문문 문문문문

인물의 빨간 눈이 피로를 나타냄을 알 수 있음.


내 눈에 찾아든다.

읽는 중 활동 1

이 그림은 어떤 의미인지 파악해 봅니다.


140
[예시 답안]
밥을 먹을 때도 가장, 아버지로서의 무거운 책무감에 시달리는 모습을 나타낸다.
http://웹툰/미생/제3수/ 검색

꿀잠이란 어떤 잠일까?
힘내요
몇 시간을 자야 하는 걸까? 영차!
아빠!
얼마나 깊게 자야 하는 걸까?
『얘들아…….
잘못했어요…….
잠자는 시간조차 압박에
잘못했어요……. 주중엔 출근하는
시달려 도무지 피로를 풀 수
『 』: 출근을 하지 않고 산에 오름. 거야…….』
없는 일상을 나타냄.

막상 정상에 오르니…….

야호!
야호!

작년…….

인력 충원
부탁드립니다.
업무의 양이
『수요일 오전 11시라는 건 충분히 잊을 수
어마어마합니다!
있다. 해외 바이어와의 미팅도.』
『 』: 수요일 오전
11시 산 정상에
오르니 현실적인
것들을 잊게 된
오 과장

지난달…….

일이 많아 집에 들어가지
못하기도 하는 상황을 짐작
가족들 보고 싶지?
하게 함. 또한 상사는 일을
걱정하지 마.
하지 않고 골프를 치러 가는
모습으로 보아 회사 내에서 곧 직원 충원해 줄게. 『오 과장!
부장님
업무의 분배가 제대로 되지
……. 왜 이래?
않음도 암시함.
무슨 일
있어?』

『 』: 오 과장이 출근을 하지 않아서 놀란 부장

오 과장!
『우리는 그저……
알았어! (2)
바람인 거죠.
문학 매체를 만나다

알았다고!
스치듯 만나
또 어딘가로
어제……. 떠나고 마는…….』

141
휴일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 『 』: 산 정상에 올라 잠시 초연함을 느낀 오 과장
내야 하는 상황을 보여 줌. 주중에는 출근을 해야 하
는데 휴일에도 아이들과 놀아 주느라 쉴 틈이 없음.
http://웹툰/미생/제3수/ 검색

세상을 발아래 두니 몰려오는 호연지기. 『오늘 서울 시내 『 』: 라디오 방송을 통


바이어와의 미팅을 뒤로 한 채 산에 해 교통 체증의 상황
오른 오 과장이 현실에 초연해짐.
교통량 엄청난데요……. 을 실감 나게 보여 줌.
부장님……. 그 일……. 꼭…….
모든 도로가 ‘꽉’ ‘꽉’
일에 지친 오 과장이 제가 아니어도 돼요…….
현실을 도피하는 모습 막혔습니다.
부장님이 하시거나
이자 일에 초현한 차 가지고 나오면
국장님이 하시거나…….
모습을 보임. 큰일 나시겠어요.』
상무님이나 전무님,
대표 이사가 해도 되죠.

직원
뽑았다고!

부장님, 도착했나?

러시아 형식주의
자들이 주창한 ‘낯
설게 하기’ 기법에
오 과장을 달래는 부장
서 온 것으로 문학
지난번 은 일상적인 것을
신입 사원 충원했으니 뭔 소리야? 낯설게 보는 것에서
자네 부서에 제일 먼저 스토리텔링 마케팅
문학성이 형성된다
꽂아 줄게, 알았지? 워크숍에서 는 것. 오 과장은 이
언제까지 올 수 있나? ‘낯설게 보기’라는 용어를 일을 못하면
바이어 기다리게 하면 발제문 느끼는 공포에 대해
나까지 죽는 거야~. 기억하십니까? 새로운 관점으로 접
근할 필요가 있다는
말을 하기 위해 사
용함.
익숙한 것,
친숙한 것으로부터
낯설기.
바이어와의 미팅에 오 과장의 안위도 달려 있음.
30분 동안 오백 미터 전진…….
그것은 곧 다르게
생각하기와
패러다임 변화의
시작이죠.
어떤 한 시대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근본적으로 규
정하고 있는 테두리로서의 인식의 체계. 또는 사물에
대한 이론적인 틀이나 체계.
『 』: 오 과장이 꼭 가야만 하는 상황임.
『부장님 이하 내 윗선은 모두
3.
매일 똑같은 생활과 우린 좀 더
문문문 문문문문

출장과 업무 보고 회의로 자리를 비운 상태.』


반복되는 업무는 우리 삶을
문 매너리즘을 동반하고 새로운 차원에서
조건 반사형 인간만을 경험해 볼 필요가
만들어 내죠. 있습니다.

142
[활동 의도 및 지도 방법]
작품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의 신상을 파악하고 인물의 삶을 통해 작품
오 과장이 현재 상황에서 자신이 느끼는 공포에 대해서 스스로 하는 말. 에서 드러내고자 하는 주제를 파악해 보는 활동이다. 인물의 대사에서
직업, 직장에서 겪고 있는 문제, 현재 해야 하는 일을 파악하도록 한다.
http://웹툰/미생/제3수/ 검색 ‘해외 바이어’라는 말과 관련지어
‘종합 상사’에 대해서는 작품에 나오는
그 뜻을 설명해 줄 수 있다. 두 번째 활동에서는 장면의 상황과 대사를
낯설게 보기를 위해 종합하여 현대인의 삶의 문제를 파악하도록 한다.
우리는 공포에서 한 발짝 작품에 대하여
떨어져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 과장……. 현대 직장인들의 애환을 ‘대마의 삶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를
공포의 대부분은 실체가 없는 뜻하는 바둑 용어 ‘미생’에 빗대어 표현한 웹툰이다. 2013년 모
비이성적 두려움에 지나지 않습니다. 바일 단편 영화로 제작되었고 2014년에는 텔레비전 드라마로
말하자면 내가 이 일을 방영되어 인기를 끌었다.
성사시키지 못하면
지구가 멸망하지 작가에 대하여 | 윤태호(1969~ )

않을까 하는……. 1988년 만화계에 입문하여, 1993년 <비상 착륙>으로 데뷔했


다. 현실의 문제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짜임새 있게 그려 내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대표작으로 <야후>, <이끼>, <미생> 등
읽는 중 활동 2 [예시 답안] 이 있다.
위의 말에서 느껴지는 인물의 심리를 파악하며 읽습니다.

한 작품 속 인물인 ‘오 과장’에 대해 정리해 보자.


너 지금 눈 •가족 관계: 부인과 아들 셋이 있다. [예시 답안]
어디냐? 에
[예시 답안] 보 •직업: 종합 상사 직원
공포는 실체가 없는 비이성적 두려 기
움이라는 오 과장의 말과 달리 오 과
장은 오히려 공포를 느끼고 있는 것 •직장에서 겪고 있는 문제: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격무에
같다. 회사에서 지시한 거래나 계약 시달리고 있다.
을 성사시키지 못하면 지구가 멸망
하지 않을까 할 정도로 극심한 긴장 •현재 해야 하는 일: 약속한 시간에 해외 바이어를 만나서 거래
과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그만큼 회 를 성사시켜야 한다.
사의 업무에 대해 부담을 갖고 스트
레스를 받고 있다.

이성적으로 『해고 예고 수당 이 작품에서 드러내고자 한 현대인의 삶의 문제를


공포를 느끼게 받아 보면 다음 컷을 보며 파악해 보자.
해 줄까? 너의 이성이
뭘 느낄까?』 꿀잠이란 어떤 잠일까?
『 』: 해고 통지를 받으면 이성이 두려움을 느낄 것이라는 의미임. 몇 시간을 자야 하는 걸까?
30일 전에 해고를 얼마나 깊게 자야 하는 걸까?
해고 예고하지 않았을 경우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30일분 이상의 잘못했어요…….

예고 통상 임금(해고 수당
잘못했어요…….

수당 또는 예고 수당)을
[예시 답안]
지급해야 한다.
형식이 자유로운 웹툰의 특성이 드러난
컷. 일반적인 책이라면 각주에 들어갈 ‘해 •잠이 부족하다.
고 예고 수당’의 의미가 인물의 형상과 나 - 인터넷 ◯◯ 웹툰
란히 배치됨. 이로써 단어가 인물에게 주 •‌잠을 자면서도 일에 대한 압박감
지난달…….
는 압박감을 드러내고 단어 뜻에 대한 독 과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책무
자의 이해를 도움. 감을 느끼고 있다.
가족들 보고 싶지?
작품에 접속하기
가족들 보고 싶지? •‌직장 내에서 일의 분배가 부당하
[예시 답안] 걱정하지 마. 곧
걱정하지 마. 게 이루어지고 있다.
직원 충원해
제목 ‘미생’의 함축적 의미는 무엇일까? 곧 직원줄게.
충원해 •‌
커피와 컵라면으로 버틸 정도로
(2)
: ‌‘미생’은 바둑에서, 집이나 대마가 아직 완전하게 살아 피로와 시간 부족에 시달리고 있
문학 매체를 만나다

줄게.
있지 않은 상태를 뜻하는 말이다. 즉 ‘미생’은 한 집뿐 다.
인 상태를 말하며 바둑판에서 한 집만 가지고는 죽은
목숨이다. 이 웹툰에서는 비정규직과 인턴사원 등 신
입 사원들의 처지를 대마의 삶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
인 바둑 용어 ‘미생’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또한 치
열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회 속의 모든 사람들을 빗
댄 표현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 ‌‘바이어’는 다른 나라의 물품을 사들여 오는 장사. 또는 그런 상인을 뜻하는 말이 143
다. 해외 바이어는 외국에서 우리나라의 물품을 사러 온 사람일 테고 오 과장은
오 과장은 해외 바이어를 만나러 가고 있는데 오 과장 이런 사람과의 거래를 통해 무역을 하는 일을 할 것이다. 전에는 종합 상사란 것
이 하는 일은 어떤 일일까? 이 많이 있었는데 다루는 상품의 수효가 많고, 외국 무역과 국내 유통을 대규모
로 영위하는 상사를 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활동 의도 및 지도 방법]
웹툰이라는 매체 특성을 고려하
여 <미생>에 나타난 창의적 표현

<미생>의 창의적 표현 방식과 심미적 가치를 파악해 보자.


방법과 심미적 가치를 파악하는
활동이다. 웹툰을 이처럼 문학 1
적 관점에서 수용할 수 있는 것
(1) ‘오 과장’의 생김새를 작가가 다음과 같이 묘사한 이유에 대해 추론해 보자.
은 웹툰이 서사성을 지니고 있

점 [예시 답안]
기 때문이다. 다만 서사 문학이
언어를 통해 인물의 특성을 드 활
러낸다면 웹툰은 주로 시각적으 동 직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아침 일찍 출근하여 밤늦게까지 일하느라 잠
빨갛게 충혈된 눈
로 인물을 형상화하여 인물의 잘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삶과 특성을 드러낸다. ‘한눈에 보
기’에서 파악한 인물 특성을 고려 아침에는 출근하느라 바쁘고 밤늦게 퇴근하여 머리를 빗고 면도할 시
뻗친 머리와 수염 자국
하여 ‘오 과장’의 생김새를 통해 인 간마저 없기 때문이다.
물의 삶을 추리해 보고, 웹툰이라
는 매체 특성으로 나타날 수 있는
표현 기법을 파악하도록 한다.
도움말 (2) ‌다음 컷이 이 작품에서 하는 역할을 글자의 크기와 인물의 형상을 중심으로 설명
책에서 단어의 뜻풀이를 어떠한
해 보자. [예시 답안]
방식으로 하고, 왜 하는지 생각해
봅니다.

30일 전에 해고를
[지도 팁]
웹툰에서는 글자 크기를 크게 해고 예고하지 않았을 경우
하거나 배열을 달리 하여 표현하 30일분 이상의
기도 하는데 여기에도 작가의 표
현 의도가 담겨 있다는 것을 생각
예고 통상 임금(해고 수당
또는 예고 수당)을
하도록 한다.
수당 지급해야 한다.

•‘해고 예고 수당’의 글자가 크게 쓰여 있어서 인물에게 주는 압박감을 강화한다.


• 입을 크게 벌리고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통해 해외 바이어와의 거래를 성사시켜야 한다는 부담과 스트레스
를 드러낸다.
도움말 •‌독자에게 ‘해고 예고 수당’의 의미를 알려 주는 주석의 역할을 한다.

(3) 웹툰이 인쇄 만화와 달리 컷을 아래로 길게 배치함으로써 얻는 효과를 분석해 보자.


웹툰은 인터넷 매체를 통해 소통
되는 작품임을 고려합니다.
[예시 답안]
독자들에게 스크롤을 내리면서 공개되는 다음 장면에 대한 호기심과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스크롤을 내리
는 행위는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기도 한다.

[활동 의도 및 지도 방법] 2 다음 댓글에 이어 이 작품에 대한 댓글을 달아 본 후, 짝과 공유하여 보자.


웹툰 <미생>을 본 소감, 감상
을 댓글로 표현하여 다른 사람들
미생 > 제3수
과 소통하기 위한 활동이다. 웹툰
<미생>의 내용, 형식, 표현, 주제
등 다양한 관점에서 각자 감상한
내용을 자유롭게 댓글로 표현하고
공유하도록 한다. 이를 통해 매체
특성의 측면에서 또는 문학적 관 [예시 답안]
점에서 웹툰 <미생>을 감상할 수 오 과장의 모습을 보니 회사에서 일하는 아버지 생각이 난다. 잠을 푹 못자는 건
등록
있음을 인식하고 서로의 감상을 직장인이나 학생이나 똑같다.
존중하고 작품에 대한 이해와 감
상의 폭을 넓히는 기회로 삼도록
한다.
국문학도
3.
문문문 문문문문

낯설게 하기, 문학의 기본 요소이죠. 작가님이 문학 공부를 많이 하셨나 봐요.



수현 맘

왠지 일하고 있을 남편이 안쓰러워지네요. 오 과장의 모습이 가슴을 울립니다.

144
3 ‌이 작품은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 본문과 드라마의 다음 장면을 비교해 보고, 각 매체로
확 작품을 감상할 때 달라지는 심미적 체험에 대해 토의해 보자.


동 (오 과장이 바이어를 만나러 가는 길에 교통이 정체
되자 동료 직원 김 대리와 통화하는 장면)
3단원 참고 자료(17쪽)
오 과장 30분 동안 500미터.
•‌웹툰과 TV 드라마의 매체성과
서사적 특징 김 대리 예? 어떡해요?
‌
[출처] 김미라, <크로스미디어
오 과장 날랴?
스토리텔링 사례 연구: 웹툰
<미생>의 드라마 <미생>으로의 김 대리 어디신데요?
재매개>
오 과장 ‌
동식아, 우리는 익숙한 것, 친숙한 것으
낯설게 보기
[활동 의도 및 지도 방법] 로부터 낯설어지는 걸 연습을 해야 한
동일한 작품이라도 이를 전달하
는 매체의 성격에 따라 작품의 미 다. 그래야 우리 쪽도 오래 살고 새로운
적인 특성이나 감상 내용이 달라 차원에서 경험해 볼 수 있는 거지.『낯설게 보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가 두려
지기도 한다. 같은 장면이라도 웹
툰의 그림으로 보는 것과 드라마 워하는 공포에서 한 발짝 떨어져 볼 필요가 있다. 하하하.』
의 배우의 연기로 보는 것은 당연 『 』: 바이어와의 미팅에 늦을까 봐 너무 두렵지만, 그 공포에서 한 발짝 떨어져 볼 필요가 있음.
히 차이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
김 대리 과장님, 부장님이 과장님 정신줄 놓으시면 해고 예고 수당 드린대요.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해고됨.
여 각자 파악한 미적 특성이나 감 오 과장 
하……. 강변 북로 평균 진행 속도 12킬로미터, 미팅 장소까지 8킬로미터,
상한 내용을 소통하도록 한다.
예상 소요 시간 50분. 미팅 시간 30분 오버 예상.
김 대리 예? 30분이나? 아, 저 잠깐만 끊어 보세요. - 드라마 <미생> 1화

[예시 답안]
웹툰에서는 글자와 클로즈업 위주의 그림 묘사를 통해 오 과장의 심리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드라마에서
는 대사는 짧게 줄이고 화면을 분할하여 오 과장과 김 대리를 한 화면에 배치함으로써 급박한 상황을 나타낸다.
또한 웹툰에서 오 과장과 부장의 대화는 드라마에서 오 과장과 김 대리의 대화로 바뀌었다. 이처럼 드라마는 웹툰
을 사실적으로 구현하면서도 상황에 맞게 조금씩 각색하기도 한다. 웹툰은 시각적 정보를 바탕으로 인물의 감정
과 작가가 전달하려는 바를 유추하며 감상할 수 있으며, 드라마는 연출된 영상과 음향 등 다양한 요소의 조합으로
좀 더 극적인 갈등과 긴장감을 느끼며 감상할 수 있다.
도움말 4 ‌자신이 즐겨 보는 웹툰 한 편을 선정하여 작품의 창의적 표현 방식과 문학적 아름다
13쪽, 129쪽의 【기본 개념 짚어
움을 파악해 보고, 친구들에게 이를 중심으로 작품을 소개해 보자.
보기】를 참고합니다. [예시 답안]
[활동 의도 및 지도 방법]
웹툰 <미생>에 대한 감상을 바 선정한 작품 하일권, <안나라수나마라>
탕으로 다른 웹툰을 보고 창의적
표현 방식과 문학적 아름다움을
파악하고 다른 사람과 그 결과를
웹툰의 창의적 그림체, 대사, 색감, 배경 묘사 등 전체적으로 흑백이고 마술사의 이야기라 화려하
                
고 섬세한 그림체가 몽환적인 느낌을 준다. 인물들이 실제처럼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
표현 방식
소통하는 활동이다. 웹툰 고유의 다. 놀이동산 같은 배경 묘사가 매우 아름답고 환상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특성도 있지만 학생들이 선택한
웹툰 작품의 내용이나 형식, 주제 문학적  주제, 작가가 전달하려는 가치, 독자가 느낄 수 있는 감동
아름다움 힘들게 살아가는 여고생이 마술사를 만나며 위로받고 성장하는 이야기로 가정, 학교
등을 나타내기 위한 창의적 표현
등에서 고민이 많은 또래 친구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줄 수 있다.
방법이나 아름다움도 있게 마련이
므로 이것에 중점을 두고 파악해
보도록 한다.

연관 검색 웹툰

웹(web)과 카툰(cartoon)의 합성어로 ‘웹(인터넷)에 게재할 목적으로 삽입되기도 한다. (2)


문학 매체를 만나다

웹의 속성에 맞게 창작된 만화’를 의미한다. 보통 웹툰은 세로로 긴 이미 웹툰은 주로 포털 사이트를 통해 배포되는데, 주로 무료 배포가 이루어지
지 형식이지만, 최근에는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다양한 형식의 웹툰이 만 면서 조회 수, 추천 수, 평점에 의해 원고료가 책정된다. 독자들은 웹툰을
들어지고 있다. 독자들은 컴퓨터 또는 모바일 기기를 활용하여 웹툰을 향 본 후 즉시 댓글과 별점을 남기는 방식으로 작품에 대한 반응을 보이는데,
유하는데, 컴퓨터에서 볼 때는 웹툰이 화면 전체에 꽉 차기보다는 양쪽 여 작가들 역시 독자들의 이러한 반응에 관심을 갖고 독자들의 피드백을 작
백이 있는 상대적으로 작은 크기로 만들어진다. 이로 인해 웹툰에서는 클 품에 반영하기도 한다.
로즈업 위주의 그림이 많이 사용된다. 작품에 따라 동영상과 배경 음악이
145
대단원 종합

다음은 조지훈의 시 <승무>의 창작 과정을 서술한 글이다. 이를 읽고 인접 분야를 수용하여 문학을 생산하는 방식에
대해 탐구해 보자.

처음
이제 나는 한 편의 시가 이루어지기까지에는 어떠 고 서울에 돌아온 나는 이듬해 늦은 봄까지 붓을 들
한 과정을 밟는가 하는 데 대하여 졸시 <승무>의 작 지 못하고 지내 왔었다. 춤을 묘사한 우리 시가(詩
시(作詩) 체험(體驗)을 말함으로써 시의 비밀을 토 歌)로 본보기가 될 만한 것이 아직 없을 때이라 나에
로하겠다. ▶ 시 <승무>의 작시 체험을 통해 시의 비밀을 말하고자 함. 게는 오직 우울밖에 가중(加重)되는 것이 없었다.
중간 1 ▶ 승무를 시화하지 못해 우울감을 느낌.
내가 승무를 시화(詩化)해 보겠다는 생각을 가지기 이와 같이 한 마디의 언어, 한 줄의 구상도 찾지 못
는 열아홉 때의 일이다. 나는 이 <승무>로써 나의 시 한 채 막연한 괴로움에 싸여 있던 내가 승무를 비로
1939년 11월 《문장》에 발표함.
세계를 개척하려고 무척 고심하였으나 마침내 이보 소 종이 위에 올리게 된 것은 내 스무 살 되던 해의
다 늦게 구상한 <고풍의상>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 첫여름의 일이다. 미술 전람회에 갔다가 김은호(金
1939년 4월 《문장》에 발표함.
을 수 없었다. 이 난산(難産)의 시를 회잉(懷孕) 하기 殷鎬)의 <승무도(僧舞圖)> 앞에 두 시간을 서 있은
시 <승무>의 창작 과정을 아이의 출산 과정에 빗대어 표현.
까지 나는 세 가지의 승무를 사랑하였다. 첫 번은 한 보람으로 나는 비로소 무려 7, 8매의 스케치를 가질
성준(韓成俊)의 춤, 두 번째는 최승희(崔承喜)의 춤, 수 있었다. 움직임을 미묘히 정지태(靜止態)로 포착
세 번째는 이름 모를 승려의 춤이 그것이다. 한 이 한 폭의 동양화에서 리듬을 찾을 수 있는 것은
나는 무용 비평가가 아니므로 그 우열을 논할 수 당연한 발견이었으나, 이 그림은 아마 기녀(妓女)의
없으나 앞의 두 분 춤은 그 해석이 나의 시심(詩心) 승무를 모델로 한 성싶어 내가 찾는 인간의 애욕 갈
‘나’에게 호기심을 일으켜 승무를 시화케 한 최초의 계기가 됨.
에 큰 파문을 던지지는 못했다. 그러나 나로 하여금 등 또는 생활고의 종교적 승화 내지 신앙적 표현이
글쓴이가 시 <승무>를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
승무에의 호기심을 일으켜 몇 번의 기녀(妓女)가 추 결여되어 그때의 초고(草稿)는 겨우 춤의 외면적 양
는 승무에까지 이끌어 갔던 것이니 승무를 시화(詩 자(樣姿)를 형상(形象)하는 정도의 산만한 언어의
化)케 한 최초의 계기가 된 것은 사실이다. 나열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 그림을 통해서 내
▶ 승무를 시화하게 한 최초의 계기가 된 한성준의 춤과 최승희의 춤
내가 참 승무를 보기는 열아홉 살 적 가을이다. 그 가 잡지 못해 애쓰던 어떤 윤곽을 잡을 수 있었던 것
가을 어느 날 수원(水原)『용주사(龍珠寺)에는 큰 재 만은 사실이다. ▶ <승무도>를 통해 시의 윤곽을 잡음.

(齎)가 들어 승무 밖에 몇 가지 불교 전래의 고전 음
『 』: 승무를 봄으로써 시심을 얻기 위한 노력을 하는 글쓴이의 자세를 엿볼 수 있음.
[제재 개관]
악이 베풀어지리라는 소식을 거리에서 듣고 난 나는
갈래 비평문
그 자리에서 수원으로 내려가지 않을 수 없었다.』그
제재 시 <승무>를 창작한 과정
밤 나의 정신은 온전한 예술 정서에 싸여 승무 속에 •시인인 글쓴이가 자신의 실제 경험을 통해 시가 어떻게 만
‘나’의 시심에 큰 파문을 일으킨 승무를 봄.
들어지는가를 밝힘.
용입(溶入)되고 말았다.
▶ 용주사에서 승무를 보고 감동을 받음. 특징 •시 <승무>가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순서에 따라 자세하
재(齋)가 파한 다음에도 밤늦게까지 절 뒷마당 감 게 서술함.
3.
•한 편의 시를 창작해 가는 과정을 사례를 들어 보여 줌.
문문문 문문문문

용주사 승무를 구경한 후 승무의 예술미에 감동을 느끼는 글쓴이의 모습


나무 아래서 넋 없이 서 있는 나를 깨닫지 못하였던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나는 시정(詩情)을 느낄 땐
뜻 모를 선율(旋律)이 먼저 심금에 부딪침을 깨닫는
146 다. 이리하여 그 밤의 승무의 불가사의한 선율을 안 김은호, <승무도>
[전체 구성]
3단원 참고 자료(18쪽)
처음 시 <승무>의 작시 계기 – 계획하기
•‌<승무> 작가론
중간 1 시 <승무>의 초고 쓰기 – 표현하기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중간 2 시 <승무>의 고쳐쓰기 – 고쳐쓰기
끝 시 <승무>를 완성한 후의 감회

중간 2
나는 이 초고를 몇 날 만지다 그대로 책상 위에 버 었다. 나는 마침내 여덟 줄이나 되는 묘사를 지워 버
려둔 채 환상이 가져오는 이른바 시수(詩瘦)에 빠지 리고 나서 단 두 줄로
게 되었으니 이 승무로 인하여 떠오르는 몇 개의 시 제자리에서 몸을 회전시키는 춤의 빠른 동작과 곡선미를 나타냄.
다른 시를 창작하기 위한 시상도 떠올랐지만 이마저
상(詩想)을 아낌없이 희생하기까지 하였으나 종시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포기해 가며 승무를 쓰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
뜻을 이루지 못하였던 것이다. 그러면, 나는 용주사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장삼의 긴 소맷자락을 하늘로 펄럭이는 춤사위를 나타냄.
(龍珠寺)의 춤과 김은호의 그림을 연결시키고도 왜
라 하고 말았다. 이리하여 나는 전편(全篇) 15행의
시를 형성하지 못했던가? 이는 아직,『춤을 세밀하게
시 하나를 이루었던 것이다. [중략]
묘사하면 혼의 흐름의 표현이 부족하고 혼의 흐름에 끝 ▶ 시 <승무>의 퇴고 계획과 완성
『 』: 내용과 형식의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시를 완성하지 못했음.
오래 앓던 작품을 완성하였을 때의 즐거움은 컸다
치중하면 춤의 묘사가 죽는, 말하자면 내용과 형식,
하지 않을 수 없었으나 처음 의도에 비해서 너무나
정신과 육체, 무용과 회화(繪畵)의 양면성을 초극하 시를 쓰는 일의 괴로움을 말함으로써 더
모자라는 자신의 기법에 서글픈 생각이 그에 못지않
지 못하기 때문이었다.』내가 이것을 초극하고 한 편 좋은 시를 창작하고 싶은 작가의 자세를 엿볼 수 있음.
게 컸던 것도 사실이다. 어떻든 구상한 지 열한 달,
의 시를 만들기는 또다시 몇 달이 지난 그해 10월 구
집필한 지 일곱 달 만에 겨우 이루어졌다는 이야기
왕궁(舊王宮) 아악부(雅樂部)에서 <영산회상(靈山會
국립국악원의 전신 국악 합주곡 로써 나의 <승무>의 비밀은 끝났다. 써 놓고 보니 이
相)>의 한 가락을 듣고 난 다음 날이었다. 아악부를
름 모를 승려의 춤과 김은호의 그림과 같으면서도
나서면서 나는 몇 개의 계획을 세우게 되었으니 이
다른 또 하나의 승무를 만들게 되었던 것이다. 말하
것이 곧 이 시를 이루는 골자(骨子)가 되는 것이다.
▶ <영산회상>의 가락을 듣고 시의 계획을 세움.
자면 이 춤은 내가 춘 승무에 지나지 않는다. 춤추는
먼저, 초고에 있는 서두(序頭)의 무대 묘사를 뒤로 시 <승무>는 승무에 대해 작가 자신이 해석하고 상상하여 형상화한 작품임.
승려는 남성이더랬는데 나는 이승(尼僧)으로, 그림
미루고 직접적으로 춤추려는 찰나의 모습을 그릴 것,
의 여성은 장삼(長衫)을 입은 속녀(俗女)였으나 나
그다음, 무대를 약간 보이고 다시 이어서 휘도는
는 생활과 예술이 둘 아닌, 상징으로서의 어떤 탈속
춤의 곡절(曲折)로 들어갈 것,
(脫俗)한 여인을 꿈꾸었던 것이었다. 무대도 나중에
그다음, 움직이는 듯 정지하는 찰나의 명상(瞑想)
는 현실 아닌 환상 속에 이루어진 것이다.
의 정서를 그릴 것, 관능의 샘솟는 노출을 정화(淨
▶ 시 <승무>는 작가 자신이 춘 승무임.
化)시킬 것, - 조지훈, <시의 비밀>

•시 <승무>의 완성 작가 소개 작품 정리
그다음, 유장(悠長)한 취타(吹打)에 따르는 의상
이름 모를 승려의 춤 춤추는 승려가 남성임.
(衣裳)의 선을 그리고 마지막 춤과 음악이 그친 뒤
김은호의 그림 장삼을 입은 속세의 여인
교교(皎皎)한 달빛과 동터 오는 빛으로써 끝막을 것. 시 <승무> 춤추는 승려가 여성임.(탈속한 여인)

이것이 그때의 계획이었으니 이 계획으로 나는 사


대단원 종합

회잉하다 임
 신하다.
흘 동안 퇴고(推敲)에 퇴고를 거듭하여 스무 줄로 된
용입되다 녹
 아들어 가다.
한 편의 시를 겨우 만들게 되었다. 퇴고하는 중에도 시수 시
 로 인해 마음이 여윔.

가장 괴로웠던 것은 장삼(長衫)의 미묘한 움직임이 교교하다 달


 이 썩 맑고 밝다. 147
휘도는 춤의 곡절을 말함.
[활동 의도 및 지도 방법]
시 <승무>의 창작 과정을 소개한
글을 통해 작가가 수행한 일을 알
확인과 점검
아보기 위한 활동이다. 창작 활동

1 ‌시 <승무>의 창작 과정에서 작가가 수행한 일이 무엇인지 정리해 보자.


은 기본적으로 계획하기, 표현하
기, 고쳐쓰기의 과정을 거친다. 계
[예시 답안]
획하기는 글을 쓰기 전에 글의 목
적과 예상 독자를 떠올려 글에 대
한 계획을 세우는 것을 말한다. 글 계획하기 표현하기 고쳐쓰기
쓴이가 글감을 찾는 노력, 주제, 글
의 구조, 문제 해결 등을 위해 어
•승무를 시화해 보겠 •김은호의 <승무도> • <영산화상>의 연주를 듣고
시의 퇴고를 구상하게 됨.
떤 노력을 했는지 파악해 보도록 다는 생각을 가지 를 보고 난 후 춤의
한다. 표현하기 과정에서는 글슨 고 세 가지의 승무 외면적 양자를 형
이가 자신의 생각이나 정서를 예
•‌고쳐쓰기의 구체적
술적으로 형상화하여 독자가 쉽게
를 사랑함. 상화한 초고를 씀. 계획
이해할 수 있게, 독자의 흥미를 끌 • 용주사에서 춘 승무에 감 • 형식과 내용, 정신과 육체,
• 거듭된 퇴고의 결과 15행
수 있게, 독자에게 감동을 줄 수 있 동하여 시정을 느꼈지만 무용과 회화의 양면성을 의 시를 완성함.
게 표현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 창작의 실마리를 찾지 못 초극하지 못해 시를 형성
글쓴이는 시 <승무>를 표현하는 함. 하지 못함.
과정에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 파
악해 보도록 한다.
고쳐 쓰기의 과정은 ① 글 수준
에서의 고쳐 쓰기, ② 문단 수준에 문학의 인접 분야가 문학의 창작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파악해 보자.
2 
서의 고쳐 쓰기, ③ 문장 수준에서
의 고쳐 쓰기, ④ 단어 수준에서의 (1) ‌시 <승무>를 창작하는 과정에서 여러 예술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정리해 보자.
고쳐 쓰기를 통해 순차적으로 이
루어진다. ① 글 수준에서 고쳐쓰
기는 글의 제목의 적절성, 글의 주 용주사에서 본 춤 예술미에 진한 감동을 받았지만 붓을 들어 시를 짓지는 못함.
제, 글의 구성 등을 고쳐 쓰게 된
다. ② 문단 수준에서의 고쳐 쓰기
김은호의 그림 <승무도> 시의 윤곽을 잡아 초고를 쓰게 됨.
는 문단의 통일성, 중심 문장이 들
어 있는지, 분명히 드러나는지, 문
단의 길이가 적절한지 등을 점검 음악 <영산회상> 형식과 내용의 조화를 이루어 시의 초고를 수정할 계획을 세움.
한다. ③ 문장 수준에서는 높임 표
현, 시제표현, 문장의 호응 관계,
문장의 길이, 피동문, 접속어, 지

(2) ‌글쓴이가 문학의 인접 분야를 수용하여 시를 창작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


시어 등을 확인한다. ④ 마지막으
로 단어를 적절하게 사용했는지,
띄어쓰기나 맞춤법은 바르게 되어 에는 어떤 것이 있었는지 추측해 보자. [예시 답안]
있는지를 살펴본다. 이를 위해 글 •‌한성준과 최승희의 춤은 승무를 시화하게 한 최초의 계기는 되었지만, 글쓴이의 시심에 큰 파문을 던지지
쓴이가 시 <승무>를 고쳐 쓰는 과 못했다고 한 것으로 볼 때, 승무를 시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정에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 파악 •‌용주사에서 구경한 승무에서 진한 감동을 받았지만 시로 옮기지 못해 우울이 가중되었다고 한 것으로 볼
해 보도록 한다. 때 시를 창작하지 못해 초조했을 것이다.
•‌김은호의 <승무도>에서 인간의 애욕 갈등 또는 생활고의 종교적 승화 내지 신앙적 표현이 결여되어 있었다
고 한 것으로 볼 때 주제를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활동 의도 및 지도 방법] •‌용주사의 춤과 김은호의 그림을 연결시키고도 시를 형성하지 못했던 것으로 볼 때 시의 형식과 내용을 조
시 <승무>를 창작하는 과정에서 화시키지 못해 고통을 겪었을 것이다.
인접 분야가 어떻게 작용했는지를 창의와 발산
알아보기 위한 활동이다. 문학 작
품이 창작되는 과정에서는 인문,
승무가 배경으로 제시되고 음악 <영산회상>이 흐르며, 시 <승무>의 시구가 자막으
3 
로 처리되는 영상을 제작해 보자. 그리고 이를 자신의 누리 소통망 서비스[SNS]에
역사, 사회, 예술 등 다양한 분야
가 작용한다. <승무>를 창작하기
위해 글쓴이는 용주사에 가서 춤
올려 다른 사람들과 공유해 보자.
을 구경한다. 하지만 붓을 들지 못
하고 고민하던 중, 김은호의 그림 [예시 답안] 생략
을 보고 시의 윤곽을 잡게 되었다.
그리고 구왕궁 아악부에서 <영산
회상>의 한 가락을 듣고 한 편의
시를 만들 수 있었다. 즉 춤, 그림,
3.
문문문 문문문문

음악이 시 <승무>를 창작하는 데


작용한 것이다. 각 예술 분야가 시
문 창작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시를
창작하는 과정에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알아볼 수 있도록 지도
한다.
148
대단원 종합 평가

대단원 마무리

3.
문학의
동반자들
문학은 인간의 삶, 언어, 예술을
매개로 다양한 동반자와 만나게
된다.
•문학은 언어 예술이라는 점에서 음악,
미술, 연극, 영화, 무용 등 다양한 예술
분야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문학은 인간의 삶을 탐구하는 언어


활동이라는 점에서 역사와 철학 등
인문 분야와 관련을 맺고 있으며,
(1)
인간을 둘러싼 시대적·사회적 상황을
문학, 반영한다는 점에서 사회, 문화 현상
등과도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그 인접 분야를
•문학과 그 인접 분야의 관계를 잘
만나다 이해함으로써 문학 작품의 수용과 생산
활동을 심화할 수 있다.

•오늘날 문학 작품의 소통은 신문, 잡지, 단행본


등 기존의 매체 외에 라디오, 영화, 텔레비전,
애니메이션, 휴대 전화,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2)
•동일한 작품이라도 이를 전달하는 매체의 성격에 문학,
따라 작품의 미적인 특성이나 감상 내용이
달라지기도 한다.
매체를
만나다
•전달 매체의 특성이 작품의 창의적 표현
방법과 심미적 가치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다양한 매체로 구현된 작품을
문학적 관점에서 수용하고 소통할 수 있다.

점검 항목 상 중 하
대단원 마무리

문학이 예술, 인문, 사회 등 인접 분야와 관계를 맺고 있음을 이해하고 작품


자기
을 감상하며 평가할 수 있는가?
점검
매체의 특성에 따른 창의적 표현 방법과 심미적 가치를 고려하여 문학 작품
을 이해할 수 있는가?
149
3단원 참고 자료 다음은 지도서 3단원에 수록되어 있는 참고 자료입니다.

(1) 문학, 그 인접 분야를 만나다

[111쪽 기본 개념 짚어 보기] 본문에 제시된 중요 개념어 및 고등 국어를 학습하며 배웠던 개념어에 대한 참고 자료입니다.

  영화가 문학으로부터 받은 영향 라 세 가지 종류의 각색으로 구분할 수 있따. 이른바 ‘대


상당히 많은 영화가 문학 작품을 각색한 것들이다. 어 략적 [loose] 각색’, ‘충실한 [faithful] 각색’, ‘축자적
떤 측면에서는 소설이나 희곡을 영화화하는 것은 순수한 [literal] 각색’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여기서의 분류는
시나리오를 쓰는 것보다 더 많은 기술과 독창성을 요한 편의를 위한 것이다. 실제로는 대부분의 영화가 이 세 지
다. 나아가서 문학 작품이 좋은 것일수록 각색하기는 더 점 사이에 어중간하게 있기 때문이다.
어렵다. 어떤 이유에서 문학 작품을 영화화한 것 중의 대 ‘대략적 각색’은 사실 거의 각색이라고도 할 수 없다. 대
다수가 별로 신통치 않은 문학 작품을 원작으로 삼고 있 체로 하나의 아이디어, 상황 혹은 한 인물을 문학 작품에
다. 왜냐하면 원작 자체가 신통치 않은 것일 경우, 영화에 서 택하여 원작과는 독립적으로 영화를 전개시켜 나간
맞게 수정을 가해도 그것을 당혹스럽게 받아들일 사람 다. 이는 셰익스피어가 <플루타크 영웅전 [Plutarch]>
은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원작보다도 더 훌륭하게 나 <반델로 (Bandello)>에서 하나의 이야기를 택하여
영화화에 성공한 경우도 많다. 가령 <국가의 탄생 [The 희곡으로 꾸며 놓거나, 고대 그리스 극작가들이 공통적
Birth of a Naion]은 토머스 딕슨 (Thomas Dixon) 인 신화에서 이야기를 취재한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이
의 형편없는 소설인 <클래스맨 The [Klansman]>을 런 범주에 속하는 영화로는 구로사와의 <란(蘭), Ran>을
기초로 한 것으로서, 이 소설은 영화에서보다 훨씬 더 뻔 들 수 있겠는데, 구로사와는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에서
뻔스럽게 인종 차별을 드러내고 있다. 어떤 평자들은 한 몇 가지 플롯적인 요소들을 따다 쓰고 있지만, 이는 셰익
예술 작품이 한 가지 형식에서 예술적인 표현의 정점에 스피어의 원작을 전혀 다른 이야기로 변형시킨 것으로서
다다랐다면, 그것을 다른 형식으로 바꾸었을 때는 원작 중세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에 못 미치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 ‘충실한 각색’은 말 그대로 가능한 한 원작의 정신에 접
장에 따른다면, <오만과 편견>을 제아무리 훌륭하게 영 근하여, 원천으로 삼은 문학 작품을 영화의 입장에서 충
화화하여도 원작 소설을 따를 수 없고, 반대로 어떠한 소 실하게 재현하려 한다. 앙드레 바쟁 (Andre Bazin)은
설도 <페르소나 (Persona)> 혹은 문학적인 영화라고 할 충실한 각색자를 원작에 상응하는 의미를 찾으려고 노
수 있는 <시민 케인 [Citizen Kane]>의 풍부한 의미를 력하는 번역자에 비유하였다. 물론 바쟁은 문학과 영화
포착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문학과 영화가 서로 다른 간에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각 매체의 진정한 내용이 그 다. 그럼에도 ‘road(로드)’를 ‘strada(스트라다)’ 혹은
형식에 의하여 유기적으로 좌우되는 양상을 보았으므로, ‘strasse(스트라세)’로 바꾸는 번역자의 문제는, 언어를
이런 견해는 상당히 타당성이 있다. 영상으로 변화시키려는 영화 감독의 문제만큼 통렬한 것
3
단 각색자가 직면하게 되는 문제는 문학 작품의 내용을 어 은 아니다. 충실한 각색의 예는 리처드슨의 <톰 존스>이

떻게 재현하는가가 아니라(이는 불가능하다.), 선택된 소 다. 존 오스본의 시나리오는 소설의 플롯 구조를 대부분


재의 원천적인 자료에 얼마나 충실하게 근접하는가 하 간직하고 있으며, 주요 사건과 대부분의 주요 인물을 그

료 는 것이다. 여기서 선택된 소재란 이 책을 통해 줄곧 사 대로 등장시킨다. 심지어 재치 있는 전지적 화자까지도
149-1 용된 바와 같은 의미로 쓰인 것이다. 이러한 충실도에 따 그대로이다. 그러나 리처드슨의 영화는 소설을 그림으로
보여 주는 것만은 아니다. 우선 필딩의 원작 소설은 영화 시간과 공간을 다루는 데에 영화가 지닌 더 큰 자유로움
화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사건으로 가득 차 있다. 그래 을 살리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서 수많은 여인숙 장면은 그 중심적인 에피소드인 업톤 영화는 특히 클로즈업과 편집을 통한 쇼트의 병치에 의
여인숙에서의 장면으로 집약되어 있다. 소설에서는 부차 해, 연극에 여러 차원을 부가할 수 있다. 이런 기법은 무
적이었던 두 가지 측면이 영화에서는 확대되었다. 그것 대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므로, 영화에서의 ‘축자적’ 각색
은 톰과 워터스 부인 사이의 유명한 식사 장면과 여우 사 이라는 것도 원작과는 어느 정도 차이가 나게 마련이다.
냥 이야기이다. 사실 오스본은 원작 소설 전체를 통해 필 즉 원작을 수정한 점에서 더욱 섬세하다는 정도인 것이
딩이 가장 즐겨 쓴 메타포의 원천 중의 두 가지가 식사와 다. 연극 대사가 영화에서 그대로 보존될 때도 종종 있지
사냥이었기 때문에 이런 장면을 포함시킨 것이다. 오스 만, 관객에게 미치는 효과에서 차이가 난다. 무대에서 대
본은 이런 분산된 메타포를 근본적인 재료로, 혹은 바쟁 사의 의미는, 작중 인물이 동일한 대사에 관객과 함께 반
의 용어로 하면 영화적 ‘등가물’로 사용한 것이다. 응하면서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무대 위에 있다는 사실
‘축자적 각색’은 희곡을 원작으로 삼는 경우에 한정된 로 결정된다. 이와는 달리 영화에서 시간과 공간은 각각
다. 우리가 이미 보았듯이, 희곡의 두 가지 기본적 양식인 의 쇼트에 의해서 잘게 나뉜다. 나아가서 문학적인 영화
행동과 대사는 영화에서도 발견되는 것이다. 희곡을 영 도 주로 시각에 의존하며 부차적으로만 언어에 의존하므
화화하는 데에 주요 문제는 언어보다 시공을 다루는 면 로, 모든 대사는 영상에 의해 그 의미가 가감 수정된다.
에 있다. 만약 감독이 롱 쇼트에 카메라를 두고, 편집 기 그렇다면 대략적 각색, 충실한 각색, 축자적 각색 사이의
법을 신을 바꿀 때에만 국한시켜 사용한다면, 그 결과는 차이는 근본적으로 정도의 문제인 것이다. 각각의 경우
원작과 유사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연극을 녹화하기를 에서 영화적 형식은 원작의 문학적 내용을 바꾸어 놓을
바라는 감독은 거의 없을 것이며, 또한 영화 감독이 그래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서도 안 된다. 그런 식으로 영화화하는 동안에 원작의 흥 - 루이스 자네티 지음, 김진해 역, 《영화의 이해》, 현암사, 2001, 398~402쪽.

미가 많이 상실될 것이고, 영화라는 매체의 이점을, 특히

[112~115쪽 작품 01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진모영 연출)] 작품에 대한 해석과 비평, 작가론 참고 자료입니다.

  작품론 sequence)를 통해 가을-겨울-봄-여름으로 압축하여 제


<님아>의 ‘행복한 일상 시퀀스’에서 제시되고 있는 강계 시한다. 가을에 낙엽을 던지며 장난치고, 봄에 봄나물을
열과 조병만의 일상은 76년을 함께 살아온 부부의 것이 만들어 먹여 주고, 여름에 물장난치고, 겨울에 눈싸움하
라기보다 이제 막 시작한 어린 연인의 만남처럼 풋풋하 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계절마다 그에 맞는, 상투적이지
다. 그들의 사랑은 이익이나 계산을 따지지 않는 ‘순수한 만 낭만적 사랑의 대표성을 갖는 행동들을 편집을 통해
사랑’으로, ‘검은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죽는 날까지’, 압축하여 ‘에피소드’로 연결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님
‘다시 태어나도’ 등과 같은 ‘사랑의 영원성’이 강조된다. 아>의 서사 전개는 내용의 흐름에 따르기보다 편집을 통
현실에서는 불가능할 것만 같은 ‘낭만적 사랑’의 영원성 해 에피소드로 나열함으로써 강계열과 조병만의 사랑이
3
을 <님아>는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 부부의 더욱 낭만적일 수 있도록 구성한다. 단

사랑이 낭만적으로 보일 수 있는 데에는 편집의 역할이 <님아>가 낭만적 정서를 얼마나 강하게 표현하고자 의

크다. 편집을 통해 장면을 재배열함으로써 그들의 관계 도하는지에 관해서는 등장인물들의 일상을 제시하는 방 고

를 낭만적으로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행복한 일상 시퀀 식뿐 아니라, ‘자연’을 강조하는 ‘인서트’와 ‘소리’를 통해 료

스’에서는 1년 동안의 생활을 몽타주 시퀀스(montage 서도 잘 나타난다. 꽃, 새, 개구리 한 쌍 등과 같이 자연을 149-2


배경으로 한 인서트와 강물, 새, 비, 바람, 풀벌레, 매미 에서 살고 있는 관객들이 보기에는 마치 과거의 시・공
등 자연의 소리는 조병만과 강계열의 삶 자체가 자연의 간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전체적인 극의
일부가 되도록 한다. 그뿐 아니라 이들의 사랑이 더욱 낭 분위기를 과거화함으로써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관객의
만적일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동시에 전체적인 극의 흐 감정을 이완시킨다. 동시에 자연의 풍경이 있는 공간과
름을 낭만적으로 이끄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한다. 물론 강 소리, 순수한 사랑, 죽음에 이르는 길 등 <님아>의 다양한
원도 횡성의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자 구성 요소들이 어우러져 현대적 삶에서 놓쳐 왔던 또 다
연의 풍경과 소리는 자연스러운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른 삶의 양식을 그리워하게 한다. <님아>는 과거의 기억
인서트와 소리를 통해 ‘자연’을 강조함으로써 <님아>를 과 추억을 되살리게 한다는 점에서 낭만적이며, 과거의
보는 관객의 정서가 더욱 낭만적일 수 있도록 이끌어 가 기억과 추억을 그리워하는 감정을 통해 ‘향수’를 불러일
고 있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낭만주의 전통에 속한 작가 으킨다는 점에서도 관객의 낭만적 정서를 자극하고 있다
들은 자연을 친화적으로 다룬다.’ ‘낭만주의자들은 자연 고 할 수 있다.
과 도시를 분리하고 자연 속에서 아름다움과 행복의 체 강계열과 조병만의 순수한 ‘사랑’, ‘자연’의 풍경과 소
험을 추구한다. 문학 작품의 경우는 낭만성이 서정적 주 리, 과거에 대한 ‘향수’를 통한 낭만적 정서는 <님아>를
체의 감정이 투사된 풍경을 통해 표현된다. 이는 환경이 관통하고 있다, <님아>는 이러한 낭만적 정서를 불러일으
얼마나 사실적으로 묘사되고 있는가 하는 미메시스의 차 키기 위해 편집, 인서트, 사운드 등을 활용하고 있으며,
원의 것이 아니라, 그 환경을 어떻게 인식하고 표현하고 사랑, 자연, 향수를 통해 낭만적 정서는 <님아>가 멜로 드
있는가 하는 주체의 관점과 시선을 두고 벌어지는 것이 라마에 더욱 가까워지도록 촉매제 역할을 한다. 낭만성
다.’ 즉 자연 풍경은 “늘 거기에 존재하는 물리적 상수가 을 강화시키기 위한 ‘극미학적 장치’들을 거치면서 다큐
아니라 특정한 시점에 특정한 변동을 통하여 지각되고 멘터리 <님아>는 비로소 멜로 드라마로 재탄생된다. 이로
감지되는 역사의 구성물”인 것이다. 물리적 요소들로 조 써 <님아>가 달성하는 것은 대중성에 다가가는 것이다.
직된 영상도 문학과 마찬가지로 극의 내용과 전후 맥락 즉, <님아>가 ‘극미학적 장치’를 통해 표현하는 낭만적 정
에 따라 연출자가 의도하는 관점과 시선이 달라질 수 있 서는 관객이 강계열과 조병만의 삶에 감정 이입하고 몰
다. <님아>의 자연 풍경이 당연히 그곳에서 카메라에 포 입・동화되게 하여 관객의 욕망을 충족시킴으로써 마침
착되는 것이 아니라 인서트와 소리를 통해 강조됨으로써 내 대중성의 확보에 기여하게 되는 것이다.
강계열과 조병만의 사랑이 낭만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 계운경, <다큐멘터리와 멜로드라마의 조우(遭遇): <님아, 그 강을 건너
지 마오>를 중심으로>, 《현대영화연구》 제25호, 현대영화연구소, 2016년
또한 전체적인 극의 분위기가 낭만적 정서로 가득하도록
11월, 152~153, 156~159쪽.
의미가 부여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시절에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했을 순수한 사랑에
대한 기억과 시골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님아>의 자연 풍
경과 소리는 관객의 ‘향수’를 자극한다. 집 앞에 흐르는
냇물, 넓은 마당이 있는 시골집, 뒷마당에 펼쳐진 장독대,
걸터앉을 수 있는 툇마루, 마당 밖에 있는 뒷간, 처마 밑
3
단 에 떨어지는 빗물, 백발의 할머니와 할아버지 등은 보편

적으로 느낄 수 있는 정겨움이자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

고 게 하는 촉매제가 된다. 이러한 기억이 없더라도 ‘상상된

료 향수[imagined nostalgia]’를 통해 누구든지 공감할

149-3 수 있다. <님아>는 동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도시


  작가론 지고 있다. 그걸 마지막에 뻥 터뜨리고 싶진 않았다. 죽
아픈 데 ‘호’ 해 주기, 음식 떠먹여 주기, 직접 만든 꽃 음이라는 결말을 먼저 아는 대신에 이분들의 사랑에 집
다발 선물하기. 이 애정 행각은 진모영 감독의 다큐멘터 중해 달라는 뜻에서 무덤 신을 앞에 배치해 놓은 거다.
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2014)에서 결혼 76 - ‌죽음을 신파의 소재로 소비하지 않은 것이 꽤 인상적이다.
년차 노부부의 주된 일상이다. 우연히 끼어든 죽음도 그 =‌눈물이 떨어질 듯 말 듯 할 때 영화를 끝내야 한다는 게
일상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 “노부부의 일상을 통해 위대 편집 의도였다. 관객을 펑펑 울릴 수 있는 촬영분은 넘
한 사랑을 보여 주고 싶었다.”는 진모영 감독은 이 영화가 쳤지만 할아버지의 죽음과 관련한 장면은 단 두 컷만
단순한 노인 영화는 아니라고 강조한다. 소수자들을 위 썼다. 할아버지가 마지막까지 가쁜 호흡을 내쉬는 장
한 방송 다큐멘터리를 찍어 온 그는 고 이성규 감독의 극 면, 할머니가 그 옆에서 통곡하는 장면, 가족들이 장례
영화 <시바, 인생을 던져>(2013)의 프로듀서로 영화계에 식 때 오열하는 장면 등은 다 걷어냈다. 그런 장면들은
입문했다. 그의 장편 연출 데뷔작 <님아, 그 강을 건너지 사랑을 표현하는 데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
마오>는 올해 디엠지(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관 었다.
객상 수상작이다. - ‌강을 찍은 장면이 특히 많던데 혹시 영화 제목과 관련
이 있나.
- 영화를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다 큰 자식들이 모두 그 강을 건너 곁을 떠났고 부부만
=‌독특한 인물을 찾던 중에 케이비에스(KBS) <인간극장> 남게 됐다. 둘이 늘 강가에 앉아서 자식들이 오고가는
‘백발의 연인’ 편이 눈에 들어왔다. 방송을 보다 보니 것을 지켜보며 기대와 아쉬움을 품었던 거다. 어느 날
두 분의 사연이 정말 굉장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 은 문득 ‘언젠가 할아버지도 그 강을 건너 할머니를 떠
다. 우리에게 부부로 산다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큰 해 나겠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때쯤에는 할머니 혼자
답을 던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 거다. 그분들의 이야기 주인공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할머니가 하는 이야
는 결코 여기서 멈출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해 영화 기라고 생각하고 제목을 지었다.
로 만들게 됐다. - 강계열 할머니의 근황은 어떤지.
- 처음의 기획과 달라진 점이 있는지.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거의 1년이 지났는데 할머니
=‌원래 계획은 1년 정도 부부의 집에 드나들면서 꾸준히 는 아직 그 집에 계신다. 얼마 후면 곧 첫 제삿날이다.
일상을 찍는 거였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찍을 - 결국 이 영화가 보여 주는 사랑이란.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이분들이 당장 가지고 있는 것 =‌시인 박노해가 “우리는 위대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만으로 이미 할 이야기가 충분하다고 본 거다. 그렇게 위대한 사랑으로 작은 일을 하는 것, 작지만 끝까지 꾸
시작했는데 할아버지가 갑자기 아프시면서 내가 생각 준히 밀어 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가 아는 가장 위대
이 많아졌다. 상황을 차갑게 응시해 볼까도 고민했는데 한 삶의 길이다.”라는 말을 했다. 이 부부에게 딱 어울
이분들의 사랑은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몸으로 표현하 리는 글귀다. 이분들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해 줄 수 있
는 거라서 그런 방식과는 맞지 않았다. 잘못하면 병 수 는 최선의 일로서 이별을 준비하고 죽음을 정리하고
발하는 것만 찍을 수 있겠더라. 우리가 죽음을 다루려 마지막을 완성해 줬다. 세상을 떠날 때까지 누군가를
3
고 이분들에게 간 건 아니지 않나. 다시 처음 의도대로 위해 그처럼 작은 일들을 하나하나 해 나가는 것. 그게 단

오로지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자고 생각했다. 진짜 위대한 사랑 같다. (김효정)

- ‌첫 장면부터 조병만 할아버지의 무덤을 등장시킨 이유 - 《씨네21》 983호(2014. 12. 9 ~ 12. 16), 한겨레신문사, 83쪽. 고

는 뭔가. 료

=‌기승전결로 보면 할아버지의 죽음이 굉장한 폭발력을 가 149-4


[117쪽 초점 활동] 초점 활동 공무도하가(백수광부의 처) 작품에 대한 해석과 비평 참고 자료입니다.

  작품론 그렇다면 <공무도하가>는 ‘죽음’이라는 주제로만 귀결


<공무도하가>의 시간적 배경은 시 텍스트에는 나타나 되는 것일까?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이는 <공무도하
고 있지 않다. 그러나 부대 설화에 이른 아침이라고 제시 가>의 죽음에는 ‘물’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시 텍스
되어 있으므로 ‘이른 아침’, 즉 새벽이며, 공간적 배경은 트 4연 중에 물이 등장하지 않은 연은 마지막 연뿐이다.
‘강’이다. 특히 이 ‘강물’은 마지막 연을 제외하고는 전 시 “공무도하 공경도하 타하이사 당내공하”에서 ‘하(河)“는
를 통해서 등장하고 있는 주요한 ‘주제소’이다. 그러나 이 지속적으로 강조되며 등장한다. 이렇듯이 강조되고 있는
물은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이미지를 지니고 있는 물이 ’물‘은 무엇을 상징할까?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물의 상징
아니다. 여기에서의 물은 죽음과 어두움을 함유한다. 성은 특히 양가성을 지니는데, 죽음과 함께 재생, 즉 생명
시적 화자는 자신의 님에게 ‘물을 건너지 말 것’을 애원 의 탄생이라는 의미도 함께 지닌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한다. 아마도 사건이 일어난 날의 강물은 폭우로 물이 불 사람은 물을 통해서 지하나 천국(그리스 신화, 성경의 요
어나고 물살이 세찼을 것이다. 아니면 그곳의 강물은 원 단강, 우리의 설화)에 이르며, 또한 물을 통해서 재생, 즉
래 깊고 물살이 세어서 간단한 부기만 지니고 건너기에는 태어난다. 동서양 모두 물은 새 생명이 생성되는 곳, 생명
험한 곳이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시적 화자의 말을 묵 수의 원천 등으로 인식되어 왔다. [중략]
살하고 ‘님’은 강물로 뛰어들게 되고 결국에는 생명을 잃 이렇듯이 <공무도하가>의 죽음이 물에서 일어난 것은
는다. 시적 화자는 너무도 애통해서 하늘을 향해 울부짖 결국 물이 죽음과 동시에 생명 탄생을 의미하기에 인간
은 후 공후를 잡아 노래를 부른다. 노래 내용은 “물을 건 의 죽음에는 새로운 탄생이 예비되어 있음을 암시한다고
너지 말라.”는 권유로 시작하여, “임을 어찌할 것인가?”라 결론내릴 수 있으며, 새벽이라는 희망의 시간이 시적 배
는 시적 화자의 탄식으로 끝을 맺는다. 즉 <공무도하가> 경으로 설정된 것 또한 이를 뒷받침한다고 할 수 있따. 이
시 텍스트는, 화자의 권유 → 청자의 묵살 → 청자의 죽음 런 모든 점에서 <공무도하가>의 의미와 기능은 “인간의
→ 화자의 탄식으로 진행된다. 특히 마지막 행에서는 시 죽음뿐만이 아니라, 삶과 죽음, 재생과 그 원리, 순환성,
적 화자의 비통하고도 안타까운 마음이 잘 드러나고 있 영원성 등 인간 영위의 본질성 등을 모두 이야기하는 것”
다. 이윽고 시적 화자는 ‘님’이 ‘부재’하는 상황을 견디지 이다.
못하고 자신도 물로 뛰어들어 생을 마감한다. - 강명혜, 《한국고전문학의 심층적 연구》, 학고방, 2013, 59~62, 64쪽.

이렇게 볼 때, 결국 <공무도하가>의 의미와 기능은 ‘인


간의 죽음’에 관한 여러 가지를 반영하는 것이다. 이를테
면, 사람은 언젠가는 죽게 마련이라는 점(부부의 죽음),
그 죽음에는 여러 가지 사연이 개입된다는 점(새벽에 흩
어진 모습으로 달려 나감.), 죽음은 남은 가족들이 죽음
에 이를 만큼 비탄과 애통함을 수반한다는 점(하늘을 향
해 절규하는 부인), 죽음에는 이를 애도하는 어떤 의식이
3 필요하다는 것(<공무도하가>를 부름), 죽음에 대한 일반


인의 반응은 그 죽음에 동조하여 동정과 비통함을 함께

고 나눈다는 것, 그리고 그 주검을 수습하는 과정이나 절차

료 등에 함께 동반해 준다는 것(곽리자고·여옥·여용의 행

149-5 위나 반응) 등이다. [중략]


[119~125쪽 작품 02 칼의 노래(김훈)] 작품에 대한 해석과 비평 참고 자료입니다.

  작품론 이 말은 1597년 1월의 얘기를 말하는 것인데, 당시 일


소설가 김훈이 본 이순신은 매우 무서운 인물이기도 했 본은 일본의 한 무장이 바다를 건너올 것이라는 거짓 정
고, 또 사소한 것까지도 챙기는 치밀함을 갖춘 모습을 보 보를 흘렸고 이를 사실로 믿은 조정은 일본군을 공격하
이기도 했다. 라는 명령을 내렸지만, 일본의 계략임을 간파한 이순신
그는 “나는 이분이 자비로운 분이 아니었다고 생각한 은 국왕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고, 이 때문에 적장을 놓아
다. 그러나 무자비한 분도 아니었다. 자비나 무자비로 말 주었다는 모함을 받아 파직되어 서울로 압송되어 투옥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갈 수밖에 없는 길을 가 었고 죽음 직전에 이르는 혹독한 심문을 받고 사형에 처
는 것이었고, 우리가 보기에 ‘너무 무자비한 것 아니냐.’ 해질 위기에까지 몰렸으나 우의정 정탁(鄭琢)의 변호로
하는 이런 잣대를 적용할 수 없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죽음을 면하고 4월 1일 백의종군의 명령을 받고 풀려난
그는 이순신은 전쟁 7년간 130번이나 군법을 집행하여 것을 말한다.
부하를 처형하거나 곤장을 때리거나 옥에 가두거나 쫓아 김훈은 이 일에 대해 “이 분도 인간이기 때문에 몸과 명
내었고, 처형하는 데 전혀 주저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예를 짓밟아 놨던 조선의 왕과 정치권력에 증오심이나
고 말했다. 반면 힘든 상황에서 하층 계급의 이름·나이· 적개심이 있었으리라고 생각한다.”라며 “그러나 이순신
출신과 배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자기 부하의 사소한 이 죄없이 모욕과 치욕을 당한 일에 대해 어떤 생각을 했
것까지 챙기는 그런 자비로운 모습을 지닌 인물이기도 는지 알 수가 없다. 왜냐하면, 그렇게 기록을 좋아하시는
했다. 또한, 이순신은 총알의 개수까지도 헤아릴 만큼 치 분이 편지 등에도 한마디를 하신 적이 없어 그 내면이 어
밀했고, 부하의 여자가 누구인지까지 알 정도로 부하들 떻게 된 것인지를 알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부
의 동태를 소상히 알던 마치 안살림하는 여자처럼 꼼꼼 분을 쓰려다 기진맥진했다고 한다. 한마디라도 기록에
한 모습을 지녔다고 그는 말했다. 남겼어야 쓸 수 있는데, 충무공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마
김훈은 “이순신은 한없이 자상하고 가차 없는 모습의 음에 담아 버렸기 때문이다.
무서운 그런 양극단의 모습을 가진 인물이었다. 백성 앞 그는 이순신의 이 ‘침묵의 내면’이 무서웠다고 말했다.
에서는 한없이 온순하고 적 앞에서는 한없이 용맹한 인 그는 이것을 묘사하려다 번번이 실패했다. 김훈은 “그가
물이었다. 또 이것이 리더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원망에 매몰되었더라면 노량에서 이길 수 없었을 것으로
그는 또 충무공에 대해 정치적으로 감각이 없었던 분이 생각한다. 말도 하지 않고 무서운 침묵을 하고 있으신 분
라고 평하기도 했다. 비리를 행한 자들의 이름을 낱낱이 이니 그렇게 이길 수 있었던 것.”이라고 해석했다.
써 임금에게 보낸 것에 대해 말하며 “이러한 행동이 정치 김훈은 그래서 자신의 소설이 ‘미완성’이라며 “그분만
적으로 위태로워지는 일이었음에도 이런 것에 대한 두려 이 아실 수 있고 우리가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정리
움이 없었던 것 같았다.”라며 “반대로 이러한 모습들이 비 했다.
극을 자초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충무공에 대해 하지만, 김훈은 주어와 동사만을 가지고 쓴 이순신의
“정치적으로 순결한 ‘군인’이었다.”며 “오직 의의 길을 간 깔끔한 문장에 대한 놀라움을 전하면서도 “무슨 얘기를
것.”이라고 평했다. 했는지 자세히 알 수 없으니 이런 것이 참 답답한 것이 3


<칼의 노래>는 주로 명량 해전 이후와 노량 해전까지 죠.”라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쓴 것이다. 김훈은 자신이 못 쓴 대목은 이순신의 ‘침묵’ 충무공이 돌아가시기 불과 며칠 전에 쓴 마지막 한 문 고

부분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소설이 ‘미완성’이라고 장인 누가 군대에 군량을 바쳤다는 일기를 읽은 김훈은 료

말하기도 했다. “구국의 영웅이 이렇게 가난하고 겸손한 글을 남기고 가 149-6


는 것을 보고 나는 울었다.”라고 말하며 ‘이 문장은 정말 이런 문체를 따라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슴을 찢는구나!’라고 느끼며, 영국의 워즈워스의 시보 또한, <칼의 노래>가 대중들에게 많은 인기와 사랑을
다 훨씬 인간의 진심이 담긴 문장이 아닌가 싶었다고 생 받는 이유에 대해 “야만적인 상황들을 묘사했는데 대중
각했다고 했다. 들이 따라와 준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라며 “독자들도 내
김훈은 <칼의 노래> 전후의 변화에 대해 “매우 간결한 면에 똑같은 고민과 갈등이 있기 때문에 저의 글을 따라
문체를 뼈대로 하는 글.”이라며 “그전엔 길고 난잡한 글을 왔던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썼다. <난중일기>의 장군의 문체가 나를 압도적으로 지배 - 사이버 한국외대 웹진 《미네르바》, 2012년 5월 9일 자.(http://www.
cufsminerva.com/news/articleView.html?idxno=3539)
했다. 한칼로 베어 쳐 버리는, 형용사나 부사가 전혀 없는

[126쪽 확장 활동] 확장 활동 <임진록>(작자 미상) 작품에 대한 해석 참고 자료입니다.

  작품론 광채를 발하는 태몽을 꾸고 관운장(關雲長)의 꿈으로 일


<임진록>은 성격상으로 볼 때 역사 소설에 해당한다. 경(日景)을 낳는 데서 비롯하여, 나중에 선조의 꿈을 최
임진왜란이 사실상 참담한 패배로 끝을 맺자 당시 전란 일경이 해몽하다가 동래로 귀양가면서 임진왜란이 발발
을 체험했던 민중들이나 그 의식을 계승한 후손들의 인 하는 것으로 연결된다. 그 뒤 이순신(李舜臣)이 왜장 마
식이 반영되어 있다. 밖으로는 외적의 침략으로부터 강 홍에게 죽고, 마홍이 강홍립(姜弘立)에게 죽고, 천동이
토와 민족을 수호하려는 분노를 고취시킴과 아울러, 안 정충남(鄭忠男)에게 죽고, 충남은 가토[加藤淸正]에게
으로는 당쟁으로 허점을 드러내 외적의 침략을 자초한 죽고, 가토는 이여송(李如松)에게 죽는 정연한 전쟁사가
뼈아픈 참회의 뉘우침이 작품 속에 담겨 있다. 말하자면 눈을 끈다. 특히, 유성룡(柳成龍)이 이여송 군을 청병해
전란을 계기로 뒤돌아본 분노와 자성의 민중사(民衆史) 올 때 압록강에서 벌인 재주 겨룸이라든가, 이여송이 조
라고 할 수 있다. 선 산천의 지맥을 끊으려다 태백산신의 질책을 받고 본
그러나 이 작품은 소설인 만큼 거의 모든 이본들이 역사 국으로 도주하는 대목이 눈을 끈다. 이는 <징비록(懲毖
적 사실을 의도에 따라 크게 허구화하고 있는 점이 특색 錄)>에서 ‘명군이 토해 낸 음식을 조선군이 거두어 먹는
이다. 현실적으로 패배한 패전의 역사를 허구적 승전사로 다.’는 기록처럼, 당시 청원군의 횡포에 대한 조선인의 의
꾸며 놓음으로써 쓰라린 패배에 대한 정신적 보상을 얻으 식과, 배일 사상 및 배명 사상까지 함께 보여 주고 있다.
려는 것이 그 한 예이다. 그러므로 <임진록>은 임진왜란을 종전 후 이여송이 조선 산천의 맥을 끊으려다 노인의
통해 체험하고 전승된 배왜적(排倭的)인 전쟁 설화가 오 인도로 태백산에 들어가 청의동자(靑衣童子)를 만나고
랜 구전의 과정을 거치면서 문자로 정착되고 다시 그것이 크게 질책당하는 구성은, 한문본 계통의 작품에 더 강화
전사 과정을 거듭하면서 여러 이본들을 낳은 것이다. 즉, 되어 있어 민중 속의 배명 의식의 뿌리가 깊음을 말해 준
마치 중국의 <홍루몽(紅樓夢)>처럼 커다란 임진록군(壬辰 다. 이본들 가운데 나타난 <임진록> 속의 가장 대표적 설
3

錄群)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임진록>은 일제 강점기에 화는 다음과 같다.

는 금서로서 대부분 소실되고 오늘날에는 희구서의 하나 ① 사명당(泗溟堂)이 일본국에 항복받는 설화, ② 김응

고 가 되었다. 서(金應瑞)·강홍립이 일본 정벌에 나서는 설화, ③ 이여

료 국립중앙도서관 소장본 <임진록>의 내용을 살펴보면 송 군의 원병에 따르는 설화, ④ 관운장이 조선군을 음조

149-7 다음과 같다. 최위공의 부인이 남방으로 큰 별이 떨어져 (陰助)하는 설화, ⑤ 최일경의 꿈풀이에서의 충고 설화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이 함께 어우러져 민족적 분노와 반 정문부(鄭文孚)·조헌(趙憲)·영규(靈圭)·김응서·논개
성의 역사적 의식을 표출해 내고 있다. (論介)·계월향(桂月香) 등의 부각과 숭앙이 이를 입증하
특히, 이 작품을 통해 민족적 영웅을 갈망하는 사상이 고 있다.
싹트고 있다. 이순신·곽재우(郭再祐)·김덕령(金德齡)· -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사전》

(2) 문학, 매체를 만나다

[129쪽 기본 개념 짚어 보기] 본문에 제시된 중요 개념어 및 고등 국어를 학습하며 배웠던 개념어에 대한 참고 자료입니다.

  미디어 텍스트로서의 문학 텍스트 수용과 생산 설 교육만으로는 오늘날의 다채로운 서사 문화의 총체적


미디어 시대를 맞이하여 독자들은 다양한 미디어 텍 인 국면을 조망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확산되었다. 그
스트를 즐기고 있다. 문학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어서 문 래서 많은 이들이 문학 교육의 장에서 다양한 서사물의
학 작품을 영화나 드라마 등 다양한 미디어 텍스트로 변 본질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용과 생산 활동을 원
환하여 독자에게 전달하거나 매체 언어로 표현된 다양한 활히 할 수 있도록 교육하기 위해서는 ‘서사 교육‘으로 패
문학 텍스트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그러한 변화를 최근 출판되는 시집 경향에서 살펴보자. 소설을 중심으로 한 영화, 만화, 웹툰 등 다양한 서사 장
기존의 시집이 하얀 종이에 문자 언어로 출판하던 방식 르와의 상호 연계성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을
이었다면, 최근의 시집은 시에 걸맞은 그림이나 사진을 것이며, 다양한 미디어 서사 텍스트의 수용과 생산 활동
같이 결합하거나 시와 관련 있는 다양한 글을 함께 결합 을 강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하여 출판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다양한 매체 텍스트를 한편 미디어 텍스트로서의 문학 작품 유통에 현대인의
접하면서 생활하는 독자들의 미적 취향에 맞게 시를 이 필수품이 된 스마트폰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독자
미지, 배경 음악, 플래시 동영상, 목소리 등을 결합하여 들은 매체 언어로 표현된 다양한 형태의 시와 서사들을
영상 시로 제작하기도 한다. 독자들 또한 문자, 음성, 소 스마트폰을 통해 쉽게 표현하고 공유하면서 어느 때보
리, 이미지, 동영상 등의 기호를 결합하여 다양한 영상 시 다 풍성한 문학 향유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이런 점을
를 만들어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에스엔에스(SNS) 고려하여 문학 교육에서도 문자로 표현된 문학 작품뿐만
를 통해 다른 사람과 함께 공유하면서 즐기고 있다. 문학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고 있는 미디어 문학 텍스
3
교육에서도 이러한 미디어 시 텍스트의 수용과 생산 활 트의 수용과 생산, 미디어를 통한 문학 소통 방식 등에 대 단

동을 좀 더 적극적으로 강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해 지속적으로 강조할 필요가 있다.

서사 문학의 경우는 미디어와 결합하면서 그 외연이 더 - 최미숙・원진숙・정혜승・김봉순・이경화・전은주・정현선・주세형, 고
《국어 교육의 이해》, 사회평론, 2016, 365~366쪽. 자
욱 넓어지고 있다. 그동안 문학 교육에서 서사 교육은 주 료

로 소설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소 149-8


[130~137쪽 작품 01 메밀 꽃 필 무렵(이효석)] 작품에 대한 해석과 비평, 작가론 참고 자료입니다.

  작품론 는 장터가 바로 삶의 현실이며, 이 현실 속에서 그는 늙고


<메밀꽃 필 무렵>(1936)은 장편 소설 <화분>보다 앞서 찌든 몸으로 살아가야 한다. 장터의 시간은 낮이다. 물건
발표된 것이지만, 이 소설에는 이효석 문학의 본질적인 을 사러 오는 손님도 없고, 파리만 날리는 장터의 풍경에
특징들이 거의 다 담겨 있다. 인간의 본능적인 성의 문제 서, 주인공 허 생원의 힘든 삶과 그 현실의 의미를 짐작할
가 이효석 문학의 중심 과제였다면, 자연과의 친화를 바 수 있다. 이 소설의 중반에서는 한낮의 장터를 벗어나는
탕으로 이를 서정적 미학으로 승화시킨 것이 바로 이 작 과정이 이어진다. 해가 꽤 기울어진 뒤에 이들은 전을 걷
품이다. 감각적이면서 세련된 문체, 자연 배경과 인물 및 고 나귀에 짐을 싣고 길을 떠난다. 다음 날 장이 서는 대
사건의 긴밀한 조화, 치밀한 시간・공간의 구성 등은 이 화로 가기 위해서이다. 일행은 허 생원과 그의 친구 조 선
소설에서 특히 주목되는 기법적인 요소들이다. 이 작품 달, 그리고 젊은 장사꾼 동이, 이렇게 셋이다. 이들은 달
은 강원도의 산골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평생을 장돌뱅 이 긴 산허리에 걸려 있는 저녁에 메밀꽃이 피어난 들판
이로 사방을 떠돌며 살아온 허 생원이 작품의 주인공이 을 지난다. 밤의 시간은 허 생원에게 있어서 낮의 장터와
다. 허 생원은 젊은 시절 성씨 댁 처녀와 우연히 맺은 인 좋은 대조를 보인다. 이 밤에는 물건을 찾는 손님이 없음
연을 잊지 못한다. 대화 장을 찾아 밤길을 걸어가던 중, 을 걱정할 필요도 없고, 왼손잡이, 얼금뱅이라고 놀려 대
일행인 젊은 장돌뱅이 동이가 20년 전의 우연한 인연으 는 장터의 각다귀들을 탓할 것도 없다. 그는 이 자연의 흐
로 갖게 된 아들일지도 모른다는 개연성을 암시하는 것 뭇한 정경에 휩싸여 아름다운 자신의 추억을 더듬을 수
이 핵심적인 줄거리다. 있다. 평생에 단 한 번 있었던 여인과의 아름다운 만남을
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는 허 생원이라는 주동적인 인 허 생원은 이 밤의 산길에서 다시 펼쳐 놓는다. 그에게 있
물이 있다. 그의 친구 조 선달과 젊은 장사꾼 동이가 함 어서 이 아름다운 추억은 고귀하다. 그리고 허 생원에게
께 등장하지만, 가장 핵심이 되고 있는 것은 허 생원이라 는 유일한 꿈이며 삶의 힘이 된다. 낮의 지친 장터에서 벗
는 인물의 삶과 그 운명에 대한 해석이다. 허 생원은 떠돌 어난 허 생원은 밤의 자연 속에서 자신의 아름다운 꿈을
이 장돌뱅이다. 장에서 장으로 떠돌며 늙고 지친 그에게 그리고 있다. 그러므로 밤의 산길은 지친 허 생원에게 오
힘든 장돌뱅이의 삶을 이겨 낼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은 성 히려 활력을 준다. 이러한 삶의 반복이 바로 허 생원의 떠
적 경험과 연결되어 있는 옛날의 아름다운 추억이다. 그 돌이 삶의 방식이다. 이 소설의 후반부는 산길을 벗어나
는 낮 동안 장터에서 시달리다가도 밤이 되면 산길을 걸 큰길로 이어진다. 여기서 허 생원은 같은 장돌뱅이 축에
으면서 옛날 단 한 번 여인과의 인연을 생각하면서 삶의 낀 젊은 동이의 과거를 알게 되고, 그가 어쩌면 자신의 아
어려움을 모두 다 잊어버린다. 현실의 세계의 고달픈 삶 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동이의 왼손잡이
이 아름다운 과거의 추억 속으로 스며들게 된다. 를 하나의 단서로 내놓고 있는 부자 상봉의 가능성은 허
이 작품에서 이야기의 전반부는 봉평 마을의 장터가 배 생원의 늙은 나귀가 새끼를 얻었다는 대목과 연결되어
경이 된다. 이 장터는 주인공인 장돌뱅이 허 생원의 삶의 신빙성을 더해 준다.
터전이며 현실이다. 허 생원은 이십 년이 넘도록 장돌뱅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은 결국 낮의 장터와 아름다운
3 이로 떠돌았다. 이제는 늙고 지친 몸이지만, 생업인 장돌 달빛이 비치는 밤의 산길을 그 배경으로 주인공 허 생원


뱅이를 그만두지 못하고 있다. 그는 얼금뱅이에다가 늙 의 삶을 이끌어 가는 허 생원의 운명이 바로 이 대조적인

고 은 주제라서 주막집에서도 젊은 축에게 밀리고, 장터 바 두 개의 배경과 조화를 이룸으로써 문학적인 정취를 지

료 닥에서는 망나니들에게 놀림감이 된다. 그런 가운데에서 니게 된 것이다. 다른 작품들에서 성의 문제를 과도하게

149-9 그의 곤궁한 삶은 또 다른 장터로 이어진다. 허 생원에게 노출시켰던 작가가 이 작품에서는 나귀라는 동물을 통해
간접적으로 이를 묘사해 냄으로써 원초적인 인간의 본능 그러나 ‘검열’이라는 일이 병아리 암수를 갈라 보는 것
과 자연의 친화라는 새로운 주제 의식에 도달하고 있는 처럼 그렇게 기계적으로 처리할 일이 아니다. 최소한 문
것이다. 학이 사상과 이념의 형상화라면 체제에 깊이 관여된, 목
- 권영민, 《한국현대문학사 1》, 민음사, 2014, 483~485쪽. 숨을 걸고 해야 하는 작업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식민지
조선의 천재에게는 곤욕스런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작가론 그런데 시대는 천재의 외도를 그대로 두지 않는다. 당
교과서에 실린 소설을 가르치다 보면 ‘불편한’ 작품들 시는 문단이 민족주의와 카프로 양분되어 있었다. 카프
과 마주치는 경우가 있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도 나 민족주의 노선의 작가들이나 일제를 극복의 대상으
그 불편한 작품 가운데 하나다. 그 불편함이란 작가의 생 로 삼은 것은 물론이었다. 일본 식민지 당국으로서는 카
애와 연관된 사항에서 시작된다. 프를 이용해서 민족주의를 칠 음험한 속셈을 지니고 있
이효석은 1907년 2월 23일 출생으로 되어 있다. 경성 었다. 그런데 카프가 결국은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세력
제일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한 후, 경성제국대학 법문학 으로 진전되어 가는 것을 알아챌 무렵이었다. 카프에서
부 영문과에 들어간 것이 1927년, 1928년 《조선지광》에 비평 활동을 맹렬하게 전개한 이갑기라는 평론가가 있었
<도시와 유령>이라는 단편을 발표하면서 유진오와 더 다. 그는 이효석의 한 살 아래였다.
불어 동반자 작가로 불리게 된다. 동반자 작가란 카프 동반자 작가로 불리던 이효석이 총독부에서 검열 업무
(KAPF)와 의식상으로 같은 노선을 취하되 직접 가담하 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세간에 화제가 되었다. 길에서
지 않은 작가를 뜻한다. 의식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인 이효석을 만난 이갑기가 일갈한다.
간이란 평을 들을 수 있는 면모다. “자네도 드디어 개가 되었군!”
이효석이 경성제대를 졸업한 것은 1930년이다. 이듬해 혀를 츳츳 차다가 침까지 퉤 뱉은 이갑기는, 너처럼 일
이경원과 결혼하고, 첫 창작집 《노령근해》를 펴낸다. 결 제에 빌붙어 먹는 변절자는 꼴도 보기 싫다는 듯이 뒤도
혼과 창작집 출간 등 겉으로는 화려한 출발을 예고하는 돌아보지 않고 가버렸다. 이효석은 그 자리에서 멍하니
듯하나 실제로는 생계를 유지할 방법이 막연했다. 가난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가 땅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식
에 시달리는 삶이었다. 소설이 밥 먹여 주기 어렵다는 현 민지 지식인 작가는 그렇게 무너졌다.
실은 이제나 그제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가난에 시달 이런 충격을 받은 이후 처가가 있던 함경도 경성에 가서
리는 가장의 자리는 당당할 게 아무것도 없는 ‘만무방’인 농업학교 영어 교사로 일하면서 문학 경향의 변화를 가져
셈이다. 당시 이효석은 노동자들이나 드나드는 ‘천냥식 오기 시작한다. 1933년 ‘구인회’에 가입하면서, 원시적 생
당’에서 밥을 사 먹기도 했다고 한다. 명력과 자연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문학 경향이 바뀐다.
이런 무원지경에서 기댈 만한 구석은 역시 나를 가르쳐 이러한 작가의 생애 변전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하는
준 은사일 것이었다. 경성고보 시절에 배운 일본인 은사 문제로 인해 이효석을 가르치는 일이 불편한 것이다.
를 찾아가 일자리를 구해 달라고 부탁하게 된다. 경성고 문학 경향이 바뀌면서 작가로서 절정기에 달한 1936
보 시절에 이미 시인으로 문명을 날리던 이효석은 조선 년, <메밀꽃 필 무렵>이 발표된다. 수많은 평자들의 칭
의 천재로 이름이 나 있었다. 배고픈 천재를 안타깝게 여 송의 대상으로 부각된 작품이다. 그리고 이 작품이 국민
3
긴 은사는 이효석을 조선 총독부 경무국 검열계에 일자 적 관심의 대상으로 부각된 데에는, 교과서에서 장수하 단

리를 천거한다. 천재는 천재가 알아보는 법이라서, 반일 는 작품이라는 점도 한 요인을 제공했다. 국어 교육과 연

관된 ‘국어’와 ‘문학’ 교과서에 실린 것은 물론, 한국어 교 고
정서 혹은 항일 의지를 묘하게 형상화한 작품을 골라내

기는 적격이었을 것이다. 명민하고 심약한 천재의 적빈 육에도 큰 영향력을 지닌 작품이 되었다. 외국에서 유학 료

은 자성적 비평 능력을 상실하게 한다. 오는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자기들이 읽은 작품으로 황순 149-10


원의 <소나기>와 함께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을 들곤 위 인용에서 드러나는 문학적 특징은 은유를 압도적으
한다. 이는 교과서의 위력이기도 하고, 교과서가 문학 교 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작품의 상징성, 구조 등
육을 어느 방향으로 치우치게 몰고 가는 역할을 한다는 에 전체적으로 적용되는 문학적 기법이다. 이 인용에서
점을 암시하기도 한다. 달은 하늘에 떠 있는 달이 아니라 “부드러운 빛을 흐붓이
아무튼 <메밀꽃 필 무렵>을 사이에 두고 ‘불편한’ 문제 흘리고 있는” 달이다. 그리고 달은 짐승의 숨소리를 낸다.
가 몇 가지 있다. 그 작품을 비롯하여 이효석 문학의 특징 메밀을 묘사하는 데서는 두 가지 이상의 감각이 함께 동
이 순수 문학으로 규정되는 점이 그 하나다. 언어 산물인 원되고 있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같은 데는
문학은 언어가 그렇듯이 순수할 수 없다. 언어만으로 본 시각과 후각이 혼합되어 있고, 애잔하다는 정서적 어휘
다면 민족주의도, 사회주의도 하나의 주의를 뜻하는 단 가 동원되고 있다. 이러한 문체 특성이 작품의 구조와 주
어일 뿐이다. 우리 역사 맥락에서 사회주의 방향으로 기 제를 형성하는 데 기여하는 점을 바탕으로 이 작품을 설
울어 편향된 문학을 벗어나야 한다는 목적으로 순수 문 명해야 의미 있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우한용, 《한국
학을 내세웠다면 그 자체가 순수하지 못한 것이다. 사회 근대문학교육사연구》, 300~308쪽 참조). 그리고 학생
주의적 이념을 바탕으로 하는 일종의 목적 문학에 대응 들에게 그러한 개념을 바탕으로 이 작품을 가르쳐야 할
하는 문학 운동 측면에서 문학의 ‘순수성’을 내세웠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순수를 지향한다면, 그리고 이효석의 문학을 가르칠 때 ‘불편한’ 다른 하나는 동반
그 순수라는 것이 사회주의적 성향에 맞서는 것이라면 자 작가에서 원시적인 성적 본능의 추구와 자연 추구의
이 자체가 목적성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순수 문학이 작가로 전이되어 가는 작가의 생애를 어떻게 설명할 수
라는 용어 대신 자연 추구라든지 원시적 생명력의 추구 있는가 하는 점이다. 널리 알려진 바처럼 1930년대 중반
등으로 이효석의 문학 특성을 규정하는 것이 오해를 줄 은 한국 소설 문학사에서 작품의 계열 분화가 활발하게
일 수 있을 것이다. 이루어지는 시기이다. 장편과 단편의 공존, 리얼리즘 소
이 작품을 두고 묘사가 탁월하다든지 서정적 문체를 형 설의 세 확장과 모더니즘 소설의 대두, 이로 인한 두 계열
성했다든지 하는 평가 또한 <메밀꽃 필 무렵>을 가르치기 의 작품이 긴장력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효석은
불편하게 하는 점이다. 허 생원이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 <산>, <들> 등 소설의 기본 문법을 도외시하는 작품을 내
하려는 장면에 이런 서술이 나온다. 는 것은 물론 <화분> 등처럼 현실에서 벗어나 자기들의
세계만을 추구하는 인물들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이런
이지러는 졌으나 보름을 가제 지난 달은 부드러운 빛 세계는 장르 개념이 무산되고, 글쓰기 행위 그것만 남는
을 흐붓이 흘리고 있다. 대화까지는 칠십 리의 밤길, 고개 게 아닌가, 식민 치하 사회 역사적 질곡을 외면하는 작가
를 둘이나 넘고 개울을 하나 건너고 벌판과 산길을 걸어 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이는 어찌 보면 소설
야 된다. 달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의 산문 정신의 상실 아닌가 싶은데, 이를 어떻게 설명해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 서 가르칠 것인가 하는 지점에서 막막해진다.
리가 손에 집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 한국 문학사에서 자연 추구 경향이 ‘낭만적 아이러니
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 개념’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김윤식 교수의 유려한 설명
3
단 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 이 있거니와 이효석 또한 그러한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


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을 것으로 판단된다. 인간이 극단적으로 고통스러운 지

걸음도 시원하다. (《한국소설문학대계 16》, 동아출판사, 경에 이르렀을 때, 그 고통을 현실로 인정하고 그 고통의

료 485쪽) 원인을 분석하고 저항하거나 대안을 마련하는 데 몰두하
149-11 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실이 고통스러울수록 현실에서
발을 떼고 자신의 관념 속에서 그려 보는 꿈에 몰두한다 서 아이러니가 성립하는데 진정한 의미의 아이러니에 도
고 한다. 현실에 대해 눈감고 꿈을 그리는 일, 그것은 도 달하지 못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피이기도 하고 어쩔 수 없는 돌파구로서 자기 파멸을 벗 재창조의 여건을 잘라 버린 형국인데, “낭만적 아이러
어나는 방법이기도 하다. 현실의 열악함과 꿈의 화려함 니에서의 자기 파괴와 재창조의 연결고리는 일회적인 것
사이에 아이러니가 성립한다. 이 아니라 무한히 이어지는 것이기에 원심력적이며 무한
문학에서 낭만적 아이러니의 개념은 독일의 낭만주의 성을 추구하는 낭만주의의 창작 원리”(같은 글, 3쪽)를
문학이론가 슐레겔(F. von Schlegel, 1772~1829)에 제대로 구현할 수 없었던 데 안타까움이 있다.
서 연유한다. “낭만적 아이러니는 작가가 예술적 환상을 식민지 근대화의 한복판에 장돌뱅이들의 행로를 그리
증가시키다가 나중에는 예술가인 그가 등장인물들과 그 는 소설의 사회적 의미는 무엇인가 물을 때, 사회 의식이
들의 행동을 자기 마음대로 창조하고 조정한 사람이라 무화된 작가라든지 현실을 제대로 파악할 능력이 모자라
는 것을 폭로함으로써, 그 환상을 다시 깨뜨리는 극적 또 는 작가라는 평가를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여기서 열리는
는 설화적 창작 기법을 지칭”하는 것으로 규정될 수 있다 것이다.
(김한원, 《러시아연구》 11권 1호, 2쪽). <메밀꽃 필 무렵>은 1936년 《조광》이란 잡지에 발표되
식민지 현실의 가열한 고통에 대해 맞서서 버티거나 돌 었다. 식민지 한복판, 처절한 고통 속에서 탈식민지를 도
파할 수 없을 때, 작가는 자신의 예술적 환상에 빠질 수 모하는 의식인들에게 아무런 전망이 보이지 않을 때, 문
있다. 그 대상이 자연이고, 예술이고, 나아가 이국 취향의 학으로 추구할 수 있는 길의 하나가 낭만적 아이러니를
추구 등으로 구체화될 수 있다. 거기서 자신의 현실을 벗 구사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한 점에서 <메밀꽃 필 무
어나, 문학 행위 내에서 자유를 - 그것이 위장된 자유라 렵> 하나만을 독립시켜 놓고, 그 작품의 구조와 의미를 따
하더라도 - 성취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이효석은 그러 지는 것보다는 문학사적 맥락을 고려한 설명이 시도되어
한 자유를 추구하기는 했지만, 그것을 폭로하는 단계까 야 하고, 그러한 시도의 의미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연구
지는 나아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하면 환상을 가 지속되어야 하고, 교과서에 문학 작품을 수용할 때에
깨뜨리지 않음으로써 제한된 자유를 누린 것이라 할 수 도 그러한 시각은 유지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우한용)
있다. 자유로운 창조와 그것을 기법적으로 폭로하는 데 - 《교과서연구》 제86호, 한국교과서연구재단, 2016년 12월, 166~171쪽.

[137쪽 한눈에 보기] 한눈에 보기에서 다룬 작품 핵심 내용에 대한 참고 자료입니다.

  문학 교육과 기호론적 해석의 적용 것으로 설정되어 있고, 허 생원에 대한 은유 역할을 한다


누구의 이야기인가 는 점은 주목을 요한다.
<메밀꽃 필 무렵>에는 몇 가지 인간적 속성을 지닌 대 이들 인물이 텍스트 안에서 각각 그 나름의 역할과 기
상이 등장한다. 우선 중요한 작중 인물로는 장돌뱅이 허 능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의 텍스트 내적인 중요
생원과 그의 동료 조 선달, 그리고 동이 등이 등장한다. 성이 동일하다고 하기는 어렵다. 중심을 이루는 인물과
그리고 이들 인물의 관계를 매개하는 또 다른 인물로 충 주변적이며 작중의 사건을 매개한다든지 분위기를 형성
3
줏집과 성 서방네 처녀를 들 수 있다. 각다귀들은 그렇게 하는 등의 역할을 하는 인물로 대별될 수 있다. 허 생원과 단

중요한 역할을 하지는 않지만 사건 진행에는 그 나름대 동이가 부자 관계라는 것을 확인하는 사건이 이 소설의

로 중개 역할을 한다. 그리고 동물이기는 하지만 허 생원 핵심을 이룬다. 따라서 이 두 인물이 소설 담론의 주도적 고

과 20년을 같이 살아온 당나귀를 인간적인 요소로 고려 인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료

할 수 있다. 당나귀의 삶과 허 생원의 삶은 동궤(同軌)의 이 둘의 관계를 매개하는 인물은 20년 전 물방앗간에 149-12
서 만난 성 서방네 처녀이다. 성 서방네 처녀가 허 생원과 와 맺었던 기막힌 사랑을 확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인물
동이 두 인물을 매개한다는 것은, 허 생원과 동이가 부자 들의 운명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요소가 곧 ‘떠돌이’이
로 만날 수 있는 개연성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기 때문이다.
그것은 ‘뒤에도 처음에도 없는 단 한 번의 괴이한 인연!’
이며 ‘무섭기도 하고 기막힌 밤’으로 각인된 것인데, 이는 무엇을 하는 이야기인가

허 생원의 운명적인 삶을 규율하는 사건이다. 허 생원과 <메밀꽃 필 무렵>은 장돌뱅이들이 이 장에서 저 장으


동이의 관계를 매개하는 또 다른 인물은 충주댁이다. 동 로 이동해 가는 이야기이다. 이는 봉평에서 대화까지 80
이가 충주댁과 농탕치는 것을 허 생원이 손찌검까지 하 리를 헤아리는 길로 상징성을 띠면서 드러난다. 성 서방
면서 꾸중하고 그것을 묵수하는 동이의 태도는 동이와 네 처녀와 기막힌 인연이 있은 이래 20년을 변함없이 오
허 생원이 부자간이고 따라서 인륜을 어길 수 없는 관계 가는 길이라서 그 길은 이들에게 매우 익숙한 길이다. 길
라는 점을 일종의 복선으로 암시한다. 이 익숙해졌을 때 그것은 운명의 빛깔을 띠게 된다. 이미
그리고 인물의 텍스트 내적인 역할을 따라, 인물 간의 운명으로 수용되는 익숙한 세계는 반성적 사고를 차단한
기능을 검토할 수 있다. 이는 인물 간에 어떠한 관계를 이 다. 반복과 변전을 거듭하는 가운데 운명은 거부할 수 없
루는가 하는 점을 드러냄으로써 가능해진다. 즉 맞물리고 는 주술적인 힘을 지닌 어떤 것으로 변한다. 그것을 거부
어울리는 인물의 관계와 맞서고 대결하는 인물의 관계를 할 경우 죽음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이는 허 생원과 조
설정할 수 있다. 또는 어떠한 일을 보조하거나 방해하는 선달의 대화를 통해 드러나는데 조 선달은 정착을 원하
관계로 구분할 수도 있다. <메밀꽃 필 무렵>에서는 인물과 는 반면 허 생원은 떠돌이를 계속하겠다고 자기 삶의 운
인물이 서로 맞물리고 어울림으로써 갈등이 부각되지 않 명적 견고성을 감지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운명을 수용
는 것이 특징이다. 약간의 갈등이 드러나다가 결국은 해 하는 것이 허 생원의 유일한 삶의 길인 셈이다.
소된다. 이는 허 생원의 담론 특성과 연관되는 것이다. 즉
<메밀꽃 필 무렵>은 허 생원이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는 내 “늘그막바지까지 장돌뱅이로 지내기도 힘드는 노릇 아
용을 다른 인물들이 듣는 가운데서 사건이 전개되는 회상 닌가. 난 가을까지만 하구 이 생애와두 하직하려네. 대화
의 담론 구조로 되어 있다. 허 생원의 과거 회상은 기회가 쯤에 조그만 전방이나 하나 벌이구 식구들을 부르겠어.
있을 때마다 반복되기 때문에 듣는 사람에게 있어서 전혀 사시장철 뚜벅뚜벅 걷기란 여간이래야지.”
부담이 없는 매우 친숙한 세계로 되어 있다. “옛 처녀나 만나면 같이나 살까……. 난 거꾸러질 때까
허 생원이 과거를 회상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 이 길 걷고 저 달 볼 테야”
지닌다. 시간적으로 과거 완료형에 속하는 사건은 수정
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그 과거를 수용하는 현재의 태도 생의 마지막까지 길 위에서 보내겠다는 허 생원의 다짐
만이 가변성을 띨 수 있다. 이 작품에서 인물 간의 갈등이 은 운명의 한 얼굴이다. 장돌뱅이가 장바닥에 앉아 장사
없는 것은 담론의 대상으로 하고 있는 세계의 과거성(過 를 하는 동안은 다른 사람과 갈등을 겪을 수도 있다. 그
去性) 즉 시간적인 절대성에 말미암은 것이라 할 수 있 것은 돈으로 매개되는, 이문을 따지지 않을 수 없는 삶이
다. 이 시간적 절대성은 ‘운명이라는 문제를 소설에 수용 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것은 논리의 세계인 셈이다. 그러
3
단 하는 방식’이라는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나 이 장에서 저 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동안은 갈등이 끼

<메밀꽃 필 무렵>은 허 생원과 동이를 중심으로 해서 어들지 않는다. 거기에는 인간적인 요인이 작용하지 않

고 고 자연과의 친화와 교감이 있을 따름이다. 자연과의 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다른 인물들은 분위기를 조성

료 하거나 사건을 진전시키는 데 보조 역할을 한다. 이야기 화는 대화, 봉평, 제천 등 구체적인 지명과 시간의 정확한

149-13 를 보조하는 인물을 고려하면 허 생원이 성 서방네 처녀 흐름을 포착한 데서 더욱 압도적인 의미를 지니게 된다.
고향이 청주라고 자랑 삼아 말하였으나 고향에 돌보러 로 인식되는 것은 길과 고향의 의미가 일치하는 형국으
간 일도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장에서 장으로 가는 길이 로 드러난다.
그대로 그에게는 그리운 고향이었다.
장에서 장으로 가는 길의 아름다운 강산이 그대로 그에
길을 가는 이야기인 만큼 시·공간소(時空間素, 게는 그리운 고향이었다. 반날 동안이나 뚜벅뚜벅 걷고
chronotope)가 <메밀꽃 필 무렵>의 구조의 골격을 이 장터에 있는 마을이 거지반 가까웠을 때, 거친 나귀가 한
루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길을 가는 이야기라고 해 바탕 우렁차게 울면 - 더구나 그것이 저녁녘이어서 등불
도 여러 가지 변형이 가능하다. 출발의 동기에 중점을 둘 이 어둠 속에서 깜박거릴 무렵이면, 늘 당하는 것이건만
수도 있고, 길을 가는 과정 자체가 이야기를 이룰 수도 있 허 생원은 변치 않고 언제든지 가슴이 뛰놀았다.
다. 또 길을 간 결과를 중점적으로 쓸 수도 있다. <메밀꽃
필 무렵>은 길을 가는 과정에 중점이 두어지는 경우이다. 길이 곧 고향이고 장터에 도달해서는 언제든지 가슴이
종착지는 예상만 되어 있을 뿐이다. 종착지는 이제까지 뛰노는 세계를 살아가는 인물 허 생원의 삶이 운명을 수
길을 가면서 확인한 익숙한 세계와는 다른 것이다. 그것 용한다는 점, 허 생원이 운명적인 세계를 산다는 점은 이
은 성 서방네 처녀를 만나 생활을 해야 하는 현실 공간으 소설이 김동리의 <무녀도>나 <역마>와 텍스트 연관성을
로 상정되어 있다. 떠돌이를 운명으로 수용하는 작중 인 지닌다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그것은 당사주로 상징되는
물에게 생활이 강요되는 공간은 낯선 것일 수밖에 없다. 운명의 세계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동질적인 것이다.
따라서 그러한 공간이 이 작품의 구조에 끼어들게 되면 - 우한용, 《한국근대문학교육사연구》, 서울대학교출판부, 2009,
286~288, 289~290, 292쪽.
일관성을 잃게 된다. 길을 가는 것 그 자체가 친숙한 세계

[139쪽 확장 활동] 확장 활동 관련 참고 자료입니다.

  영상 시 텍스트 제작한 것인데, 시인의 육성이나 성우 등의 낭송을 곁들


영상 시 텍스트의 읽기 방식 여 독자들이 보고, 들을 수 있도록 제작했다. [중략]
영상 시란 이미지, 동영상, 플래시, 소리, 음향, 목소리, 이러한 형태의 시는 시 텍스트의 매체 변환 중에서도
문자 등이 결합하여 하나의 텍스트로 표현된 시를 의미한 ‘변형’에 해당한다. 디지털 미디어가 인쇄 미디어의 문자
다. 여기에서는 처음부터 영상 시로 제작된 시 텍스트보 언어를 구조적으로 변화시키면서 새로운 텍스트로의 변
다 기존의 시 텍스트를 영상 시로 변환한 경우로 제한하 형이 이루어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변형 과
여 살펴보고자 한다. 이 텍스트에는 다양한 기호들이 결 정에서, 문자 언어로 시 텍스트를 읽을 경우 독자의 상상
합되어 있지만 특히 영상과의 결합이 주도적으로 작용하 으로 이루어지던 시의 상당 부분이 음향이나 (동영상) 이
기 때문에 영상 시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 듯 미지로 채워지며 때로는 탈락되는 부분도 발생한다. 또
하다. 이런 영상 시 또한 기존의 문자 언어로만 이루어진 화면 구성을 위해 시행이나 연을 변화시킴으로써 텍스트
시에 비해 매체 언어로 구현된 시라 할 수 있다. 의 특성이나 구조를 변화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특성은
3
최근 독자들은 이러한 형태의 영상 시를 다양한 방식으 영상 시를 감상하고 표현하는 데 관여하는 매우 중요한 단

로 즐기고 있다. 문학나눔사업추진위원회에서는 시 낭송 특성이다.

에 영상과 음악을 곁들인 영상 시를 독자들에게 전자우편 고

으로 배달하고 있다. 주로 기성 시인들의 시를 그림이나 영상 시 텍스트의 의미 료

사진, 애니메이션 등을 활용해 움직이는 이미지 플래시로 문자 언어로 표현된 시와는 달리 영상시에서는 시를 표 149-14
현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시를 전경화하는 요소가 달라 은 동영상) 등이 중요한 전경화 요소로 새롭게 자리매김
지는 것이다. 서정시는 다른 장르와는 달리 “언어의 비의 한다. 이제 시에 대한 느낌이나 감상이 낭송하는 목소리,
미론적인 성질 - 소리, 리듬, 글자의 반복 등 - 을 전경 이미지, 동영상 등에 의해 좌우되는 현상이 발생하며, 영
화함으로써 장르적 특성을 드러낸다. 서정시에서 시행과 상 시에서의 텍스트 변형은 주로 이런 점과 관련하여 이
연의 구조는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영상 시에서는 시의 루어진다.
낭송 속도와 화면 구성을 위해 시행과 연의 요소가 지니 - 윤여탁・최미숙・김정자・정현선・송여주, 《매체언어와 국어교육》, 서
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6, 187~188, 189, 191쪽.
는 비중은 약화되고, 음향, 낭송하는 목소리, 이미지(혹

[140~143쪽 작품 02 미생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윤태호)] 작품에 대한 해석과 비평 참고 자료입니다.

  작품론 다는 의지로 삶의 무게를 견뎌 가며 자신의 삶을 주도하


공감의 성장담 려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래서 <미생>은 장그래만의 이야
100만 부 이상 나간 책은 더 이상 책이 아니라 신화 기가 아니라 영업 3팀이거나 원인터내셔널 구성원 전체의
[myth]다.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가 이야기했던, 이야기가 된다.
더 이상 아무 것도 묻지 않고 의당 믿어야 하는 당연으로 <미생>의 가장 큰 매력은 장그래의 시절을 지나온 자에
서의 신화, 그래서 100만 부는 숫자가 아니라 하나의 담 게는 그 시절의 열정을 지금도 가지고 있는지 묻고, 지나
론이며 새로운 이데올로기가 되기도 한다. 하물며 200 가고 있는 자에게는 지나며 배우고 성장하고 있다는 위로
만 부 이상 판매되었고, 다시 시즌 Ⅱ를 시작한 <미생>) 를 주며, 삶에 지친 모두에게 공감을 소환한다는 점이다.
2013)이라면 말해 무엇 하겠는가? 145수가 연재되는 동 회사라는 공간의 전형성을 영업 3팀을 중심으로 구현하면
안 각 수마다 하루에 100만 건 이상의 클릭 수와 상상하 서, 스펙이랄 것도 없고 심지어 기본 학력도 모자라지만
기 어려운 댓글 수가 일종의 집단 지성을 이루고, 그와 관 최선을 다하는 장그래의 모습에 자신을 투사하며 얻는 위
련된 상품은 물론 다양한 전환을 통해 웹툰 최초의 트랜 로와 공감의 힘이 이 작품의 가장 든든한 근력(根力)이다.
스미디어 스토리텔링(transmedia storytelling)의 가능 그래서 연령이나 성별에 따라 각자 공감할 세대와 비슷한
성을 열었으니, <미생>은 신화 이전에 하나의 살아 있는 처지의 캐릭터들을 지지하고 그들에게 자신을 투사하면
생명이 되었다. 조앤 롤링(Joan Rowing)의 조그마한 꼬 서 같이 아파하고 위로하며 성장한다는 믿음을 공유하게
마들이 해리 포터 스토리월드(story world)를 구축했듯 되는 것이다. <미생>의 각 수마다 달리는 댓글이 에피소드
<미생>은 스토리월드로 살아갈 것이다. 와 상관된 공감의 네트였다는 사실만 보아도, 이 작품에
<미생>은 실제 바둑 기보를 바탕으로 종합 상사라는 거 대한 충성도가 무엇에서 시작된 것인지 파악할 수 있다.
대 조직 안에 던져진, 스펙도 없고 근본도 모를 비정규직 <미생>은 가장 전형적인 성장담[initiation story]이다.
인턴의 고군분투기라는 기본 콘셉트에서 출발한다. 여기 성장담은 성장 주체가 고난과 갈등을 겪으며 긍정적인 성
서 말하는 미생(未生)은 작게는 비정규직과 인턴 초보 사 장의 결과를 낳는다는 점에서 향유자가 안정적으로 즐길
3
단 원들의 생사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를 말하지만, 145수를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 형식이다. 성장담에서 중요한

전부 읽고 보면 회사 아니 사회라는 조직 안에서 각자 자 것은 중심 캐릭터가 성장하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얻게

고 기 몫의 삶을 묵묵히 살아 내야 하는 모두의 상태를 의미 되는 가치다. 그렇다면 장그래가 145수에 걸쳐 배운 것은

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살아가야 한다는 어김없고 변함 무엇일까?

149-15 없는 진실 앞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함과 살아남겠


<미생>의 매력과 착시 다. 삶을 보편적인 것으로 만드는 것은, 계층, 계급, 공간,
<미생>은 장그래의 다면기(多面棋)다. 프로 기사를 꿈 시간 등에 의한 형식적이고 외적인 규정이 아니라 그들
꾸지만 입단에 실패하고 전혀 다른 룰과 질서가 지배하 삶의 구체적인 양태다. 그 보편의 양태에 대한 공감은 자
는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군분투는 다면기일 수밖에 칫 공감의 대상이 되는 것 외에 다른 것은 상정하지 못하
없다. 검증할 수 없기에 객관적인 스펙만 요구하는 입사 는 맹목을 낳을 위험성도 내재하고 있는 까닭이다. 더구
의 관문과 대결하고, 낙하산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 나 이 작품에서는 회사의 업무적인 것 외에는 대부분 언
해 인정 투쟁을 벌여야 하고, 부족한 업무 능력을 단기간 급되지 않음으로써 회사 밖 개인으로서의 삶을 괄호 속에
에 끌어올려야 하고, 회사의 질서를 부지런히 체득해야 묶었다는 혐의, 성과주의나 일중독에 대해 깊이 있는 비
하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파악하고 인정하고 극복해야 판을 전개하지 못하고 다른 이름으로 미화했다는 혐의도
하는 모든 일들이 동시에 감당해야 할 다면기의 내용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다. 다행스러운 것은 바둑으로 세상을 배운 그에게는 복 <이끼>(2009)나 <내부자들>(2010)의 시선과 문제 제기
기(復棋)의 습관이 있고, 매밀매일 복기를 통해 성찰함으 를 염두에 두고, 윤태호의 작가 의식 등을 종합할 때, 더구
로써 극복과 성장의 분투를 보여 준다는 것이다. 자기의 나 <미생>의 결과와 영향력을 생각할 때 그 아쉬움은 더할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인정하고 어떻게든 극복하려고 수밖에 없다. 물론 이 아쉬움은 시즌 Ⅱ에 대한 남다른 기
노력하는 장그래의 고군분투에 향유자는 자신을 투사하 대와 관심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고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 박기수, 《윤태호》, 커뮤니케이션북스, 2018, 22~26쪽.

이와 같이 <미생>과 같은 긍정의 성장 스토리는 매력적


이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긍정적 가치를 지지하고 격
려하는 결말은 매력적인 만큼 현재 지지하는 가치를 의심
하지 않고 지지하게 하는 착시 효과를 낳기도 한다. 김봉
석(2015)은 <미생>에서 우파의 회사 성공학을 읽기도 했
다. 다만 그는 혁명을 이루는 대신 자신의 일상을 소중하
게 살아가려는 노력을 장그래에서 읽고 긍정한다. 성실하
고 진지한 태도로 신중하고 통찰력 있게 성장하면서 일
상으로 편입해 가는 장그래의 모습에 딱히 부정할 이유는
없다. 그럼에도 결국 기존 체제가 요구하는 질서 안으로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말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남는 것
은 어쩔 수 없다. 스펙이 부족하기 때문에 남다른 성과에
도 불구하고 비정규직이 되어야 하는 현실, 지나치게 관
료화되어 룰을 따르라 할 뿐 룰에 대한 의심은 허용하지
않는 시스템, 여전히 여성들에게는 불평등한 가정과 사회
구조, 불공정한 무역 관행과 원칙론 사이의 파괴 등 이 작
3
품 전체를 관류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문제 제기보다 장 단

그래가 그것을 잘 헤쳐 나온 것에 주목해 성장이라고 부


르기에는 아쉽기 때문이다.

특히 향유자가 <미생>을 삶의 보편적인 양태로 수용하 료

는 순간 그 보편성 밖을 생각할 수 없다는 한계는 분명하 149-16


[145쪽 확장 활동 3] 확장 활동 관련 참고 자료입니다.

  웹툰과 TV 드라마의 매체성과 서사적 특징 우 재매개 과정에서 에피소드와 인물의 생략을 통한 서


선행 연구들을 통해 성공한 원천 콘텐츠가 미디어를 가 사와 갈등의 단선화가 이루어진다면, 드라마의 경우 에
로질러 전환되는 크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과정에서는 피소드와 인물이 추가, 확장되고 복합적인 플롯으로 변
미디어의 매체적 특성과 수용 환경에 맞게 서사 구조가 화되며 인물 관계도 복잡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웹
일정 부분 변형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재매개의 방 툰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폭넓은 수용층을 확보해야 하
식이 매체 특성에 맞게 이루어졌느냐에 따라 후속 콘텐 는 TV 드라마의 경우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서사와 인
츠의 성패가 결정된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따라서 미디어 물을 설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코즐로프(Kozloff,
의 재매개에 따른 스토리텔링 전략을 논의하는 데 있어 1992)는 이러한 방송 드라마의 전형적 특성 때문에 서사
서는 해당 매체의 특성과 수용 환경에 관한 고찰이 우선 적 긴장감이 결여될 수 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드라마
되어야 하므로, 구체적인 분석에 앞서 웹툰과 드라마의 는 수용자의 흥미를 통합체적 축[syntagmatic axis],
매체성과 이에 따른 서사적 특징을 살펴보았다. 웹툰은 즉 사건의 흐름에서 계열체적인 축[paradigmatic
웹에 게재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창작물이지만 자유로운 axis], 인물과 인물 관계 등의 변화로 이동시키는 전략
서사 시간 및 공간 설정, 도상 이미지, 소리의 이미지화 을 구사한다고 주장했다. 또 하나 드라마의 서사가 웹툰
(말풍선, 지문, 의성어, 의태어, 문장 부호) 등 기존 출판 이나 영화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은 TV 드라마의 편성
만화와 많은 부분 서사 양식을 공유한다. 웹툰만의 고유 특성으로 인한 수용 환경과 관련된다. 분석 대상인 드라
한 특성이라고 한다면 칸과 경계가 모호해지고 세로 스 마 <미생>과 같은 미니 시리즈물은 16~20부 안팎의 긴
크롤 연출 방식을 사용, 독자가 읽는 속도를 조절할 수 있 호흡을 가지고 있으며, 매주 이틀에 걸쳐 2회가 연달아
게 되어 좀 더 스토리의 호흡을 따라가며 몰입이 가능해 편성되는 특징을 갖는다. 따라서 시청자들의 지속적인
졌다는 점이다. 또한 출판 만화가 불규칙적으로 간행되 관심과 몰입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매 회 서사를 종결시
는 것에 반해 포털의 웹툰은 주기적으로 게시되면서 수 키지 않고 확장하며 갈등을 고조시키고, 극적인 에피소
용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드의 삽입을 통해 기대감을 충족시키는 전략을 쓸 수밖
특히 웹툰 초기의 짤막한 에세이툰, 일상툰들과 달리 에 없는 것이다. 본 연구는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로
본 연구가 주목하는 <미생>과 같이 6개월 이상 연재되는 의 재매개 과정에 대한 학술적인 분석과 논의가 미진한
장편 극화들은 표현 방식은 달라졌지만 기승전결의 구조 상황에서 이러한 매체적 속성과 연관시켜 웹툰 <미생>이
를 갖는 기존 장편 출판 만화와 서사에 있어서는 큰 차이 TV 드라마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서사 구조
를 보이지 않는다. 앞서 남승연(2007)이 지적했듯이 만 가 어떠한 방식으로 개조되는지를 밝혀 보고자 한다. 또
화는 정형화된 인물과 플롯 구조, 갈등 구조의 단순화를 한 분석 결과를 토대로 드라마 <미생>이 성공할 수 있었
특징으로 한다. 이미지 중심의 웹툰 역시 다수의 인물과 던 스토리텔링 전략과 수용자와의 접점에 대해 논의함으
다양한 사건이 전개되기에는 부적절하고, 독자들의 몰입 로써 향후 웹툰이 드라마로 재매개되는 크로스미디어 스
을 위해 단일한 플롯에 대한 반복적 변주를 통한 스토리 토리텔링의 방향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3 텔링이 적합하며, 인물보다는 사건 중심으로 서사가 전 - 김미라, <크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사례 연구: 웹툰 <미생>의 드라마

원 <미생>으로의 재매개>,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제15권 제8호,
개된다고 알려져 있다.
참 2015년 8월, 133~134쪽.
고 반면 TV 드라마의 경우 매체적 특성과 수용 환경에 따

료 라 웹툰과는 다른 서사 구조를 요구한다. 선행 연구들에
서 보았듯이 2시간 남짓한 시간적 제약이 있는 영화의 경
149-17
[146~147쪽 대단원 종합] 대단원 종합 승무(조지훈) 작품에 대한 작가론 참고 자료입니다.

  작가론 집》의 시편들에서는 주로 민족의 역사적 맥락과 고전적


어렸을 때 할아버지로부터 한학을 배운 뒤 보통학교 3 인 전아한 미의 세계에 대한 찬양과 아울러 ‘선취(禪趣)’
년을 수학하고 1941년에 혜화전문학교 문과를 졸업한 의 세계를 노래하였다. <고사(古寺) 1>·<고사 2>·<낙화
후 오대산 월정사에서 불교전문강원 강사를 지냈고, 불 (落花)>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들 시편에 담긴 불교적 인
경과 당시(唐詩)를 탐독하였다. 1942년에 조선어학회 간 의식은 사상적으로 심화되지 않았으나, 유교적 도덕
《큰사전》 편찬위원이 되었으며, 1946년에 전국문필가협 주의의 격조 높은 자연 인식 및 삶의 융합을 보인다는 점
회와 청년문학가협회에 가입하여 활동했다. 만년에는 고 에서 시문학사적 의의가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또한 《풀
려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시작(詩作)보다 고려대학교 잎단장》과 《조지훈시선》은 《청록집》에서 보인 전통 지향
민족문화연구소 초대 소장으로 《한국문화사대계(韓國文 적 시 세계를 심화시켰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지고 있다.
化史大系)》를 기획, 이 사업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역사 앞에서》는 일대 시적 전환을 보이고 있
작품 활동은 1939년 4월 《문장(文章)》지에 시 <고풍의 는데, 종래의 《청록집》 등에서 나타난 시 세계와는 달리
상(古風衣裳)>이 추천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이어 1939 현실에 대응하는 시편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광복 당
년 11월 <승무(僧舞)>, 1940년에 <봉황수(鳳凰愁)>를 발 시의 격심한 사상적 분열 현상과 국토의 양분화 현실 및
표함으로써 추천이 완료되었다. 이 추천 작품들은 한국 6·25 전쟁이라는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의 분노를 표
의 역사적 연면성(連綿性)을 의식하고 고전적인 미의 세 현한 작품으로는 <역사 앞에서>·<다부원(多富院)에서>
계를 찬양한 내용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고풍의상>에 ·<패강무정(浿江無情)> 등이 있다.
서는 전아한 한국의 여인상을 표현하였고, <승무>에서는 특히, <다부원에서>는 전쟁의 참상을 사실적으로 묘사
승무의 동작과 분위기가 융합된 고전적인 경지를 노래하 한 시로서 동족상잔의 비극적 국면이 절실하게 나타나
였다. <봉황수>에서는 주권 상실의 슬픔과 민족의 역사 있다. 기타 저서로는 시집 《여운(餘韻)》(1964)과 수상록
적 연속성이 중단됨을 고지(告知)시키고 있다. 조지훈의 《창에 기대어》(1956), 시론집 《시의 원리》(1959), 수필
작품 경향은 《청록집(靑鹿集)》(1946)·《풀잎단장(斷章)》 집 《시와 인생》(1959), 번역서 《채근담(菜根譚)》(1959)
(1952)·《조지훈시선(趙芝薰詩選)》(1956)의 작품들과 등이 있다.
《역사 앞에서》(1957)의 작품들로 대별된다. -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사전》

박목월(朴木月)·박두진(朴斗鎭)과 함께 간행한 《청록

3





149-18

You might also li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