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are on page 1of 11

부모의 심리학

이보연 지음
21세기북스 / 2006년 1월 / 299쪽 / 9,800원

▣ 저자 이보연
이보연 아동가족상담센터 소장. 숙명여대 대학원 아동심리 전공, University of Missouri, Columbia
대학원. 인간발달 및 가족학 전공. Play Therapy Training Institute(NJ), Play Therapy Course 수료.
Southwest Missouri University, Play Therapy Course 수료. 숙명여대, 중앙대, 대전대, 그리스도 신학대
등 출강. PET(부모교육) 강사. EBS, KBS 자녀교육 상담. 저서 『우리아이 이럴 땐 어떡하죠?』

▣ Short Summary
이 책은 부모와 자녀 유형을 심리학적으로 분류한 자녀 지침서로 부모의 유형을 12가지로 분류하고,
아이의 특질을 17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여 짚어준다. 또한,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육아 원칙
10가지를 제안하며 ‘좋은 부모’보다는 ‘부모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부모들이 자신도 모르게 ‘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실수하는 사례를 정확하게 짚어준다. 이러한 사례와 유형 분석은 부모들에게
‘부모’라는 역할에도 학습이 필요함을 알려준다. 부모 스스로 자신의 유형을 찾아볼 수 있으며, 자녀의
특질에 맞추어 육아 방향을 설계할 수 있다. 성격 검사인 MBTI에 버금가는 부모 유형 분석은
분석적이고 체계적이다.

취학 전 자녀를 둔 부모가 반드시 유념해야 할 세 가지 역할이 있다. 첫 번째는 자녀의 욕구를 제대로
포착할 수 있는 민감성을 갖추어야 하고, 두 번째는 각 연령별 성장 발달 과정에 맞춘 학습법을 찾아줄
수 있어야 하며, 세 번째는 자녀가 감정을 충분히 나눌 수 있는 부모가 되는 것이다. 쉽게 생각되지만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이 세 가지 역할을 위한 기본자세는 부모가 원하는 자녀로 키우기 보다는
자녀가 진정 원하는 방향에 맞추어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좋은 부모일까? 만만치 않은 좋은 부모 되기

허용적인 부모 - 남의 귀한 아들에게 인상은 왜 쓰세요?

아이들이 적절한 훈육을 받지 못하면 무엇이 옳고 그른지 알지 못해 남들이 싫어하는 행동을 일삼고
이에 따른 불이익을 받게 된다. 소득수준은 높아진 반면 자녀수는 줄어들다 보니, 자녀를 사랑하고
애지중지하는 것이 도에 지나쳐 이런 실수에 빠지기 쉽다. 아이가 해달라는 것은 다 해주고 아이의
행동을 무조건 허용하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버릇없는 아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또 맞벌이가정이
증가하면서 대리 양육자가 아이를 보살피는 경우가 많다 보니, 야단을 쳐서라도 올바로
가르치기보다는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가 허용적인 태도를 갖는 이유는 자녀의 행동을 규제했을 때 자녀가 부모에게 거부감을 느끼게
될까 봐 염려해서이다. 하지만 부모라고 해서 항상 좋은 역할만 할 수는 없다. 좋은 부모는 자녀의
안전과 성장을 위해 가끔은 악역도 담당해야 한다. 허용적인 부모는 자녀에게 제 연령에 맞는 요구나
기대를 하지 않음으로써 은연중에 자녀에게 무능력감을 심어주게 된다. 자녀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대신 나서서 해주거나 무조건 편을 들어줌으로써 자녀가 부모에게 의존적인 상태에 머물도록
한다. 실제로 허용적인 부모 밑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의존적이고 쉽게 포기하며 자신감이 없다.

하지만 자신의 이런 모습을 감추기 위해 겉으로는 과시적이거나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어려서는 자신이 대단한 사람인 줄 알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고 영원히 자신의 빽이
되어줄 줄 알았던 부모도 그리 대단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부모도
어느 날 문득 아이가 더 이상 ‘아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데, 이런 각성은 아이에 대한 여러
가지 요구와 기대로 이어진다. 아이는 갑작스런 부모의 요구와 기대를 버거워할 수밖에 없으며,
부모에게 실망감을 안겨준다. 이 같은 현상이 반복되면서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급속히 악화되는
것이다.

과잉보호하는 부모 - 세상이 험해서 그러는 것뿐이라고요

자녀의 수가 적어지면서 두드러지는 부모의 성향 중 하나가 과잉보호다. 실제로 자동차나 위험한


놀이기구, 사회적 위협 등 위해요소가 많아진 것도 사실이지만, 아이를 과잉보호하는 부모의 태도는
이런 외부적 요인들과는 별개로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막상 과잉보호를 하는 부모들은
자신이 아이를 과잉보호하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남들도 다
이만큼은 한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태도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단정해버린다.

그러나 어느 순간, 자신의 과잉보호를 깨달았다고 해서 갑자기 “이제부터는 네가 알아서 해” 하면서


일절 도와주지 않는 것도 현명한 처사는 아니다. 자율성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인 성장과정을 통해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율적인 행동을 시도해볼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어느 날 갑자기 그냥 해보라고 하는 것은 아이를 좌절시키는 일이다.

아이를 과잉보호하는 부모들은 대부분 걱정이 많은 사람들이다 보니 아이가 발달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경험하고 도전해봐야 할 과제들도 못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자전거를 타다 넘어지는 사소한 사고부터
유괴, 화재 등 안전사고에 이르기까지 아이에게 사고나 사건의 위험성을 계속적으로 각인시키면,
아이는 세상은 온갖 위험한 사건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부모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부모에게 더 의존적인 아이로 변해가는 것이다. 또 아이를 보호하려는 부모의
의도와는 달리 쉽게 긴장하고 더 불안해하는 아이로 자랄 수 있으며 독립성 발달이 저해되고

2 부모의 심리학
사회성에도 문제가 생긴다.

희생적인 부모 - 내 인생은 너를 위한 희생의 역사였어

자식을 키우는 것은 어찌 보면 희생의 과정이다. 온갖 뒤치다꺼리부터 사춘기의 변덕을 참아내고


결혼한 뒤에도 시시때때로 치러야 하는 물질적ㆍ정신적 봉사까지 대부분의 부모들은 최선을 다해
자녀를 원조한다. 자식 키우는 과정을 굳이 희생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을 뿐더러, 당연히 해야 할
자신의 일을 잘 마쳤다고 생각하며 행복감을 느낀다. 하지만 희생적인 부모는 말로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은근히 자식으로부터의 인정과 대가를 기대한다.

그러나 ‘효’는 마음에서 우러나올 때 자연스럽게 표현되는 것이기에 ‘기브 앤 테이크’ 식 메시지가
전달되면 자식은 의무감과 죄책감 때문에 부모 곁을 떠나지 못한다. ‘사랑과 희생’이라는 이름으로
자식을 키우면 자식은 부모에게 항상 빚진 듯한 죄책감을 갖게 된다. 희생이란 본디 매우 숭고한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대가를 바라지 않고 베푸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희생적인 부모’는 의도가
순수하지 않다. 겉으로는 자식을 위해서라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자녀를 자기 것으로 만들고 부모의
욕구를 챙기게 만들기 때문에 결국 자식이 부모를 위해 희생하게 되는 것이다.

‘희생적인 부모’는 아버지보다는 어머니들에게서 더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어머니들을 살펴보면


본인의 욕구가 좌절된 경우가 많고 좌절된 욕구를 자녀를 통해 충족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자신이 이루지 못한 것이 많다고 느낄 때 파출부나 청소부 일을 하며 자식을 공부시키거나,
남편이 자식을 때리려 할 때 대신 맞아가며 자식으로부터 사랑과 인정을 바라고, 자식이 커가면서
자신은 자식에게 보호받지만 남편은 홀대받는 것을 보며 그동안 좌절된 힘의 욕구를 충족하기도 한다.

희생적인 부모의 자식들은 대개 효자, 효녀들로 보이지만 이들에게는 즐거웠던 유년기나 아이다웠던
기억보다는 부모의 희생을 마음 아파하고 커서 빨리 보답하겠다는 기억이 더 많다. 특히 자식들 중
공부 잘하는 한두 명에게만 지극 정성을 쏟아서 다른 형제자매들은 어렸을 때는 이들을 부러워하고
미워하지만 성장한 뒤에는 오히려 고마워하는 경우가 더 많다. 부모가 다른 형제에게 집착한 덕분에
자신은 유년기를 아이답고 즐겁게 보낼 수 있었으며 독립을 위한 기회가 더 많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반면 부모의 관심을 독차지한 아이는 물질적인 지원은 더 많이 받았더라도 이에 상응하는 의무감이나
책임감도 많아져 자신보다는 부모의 욕구를 더 헤아려야 하고 독립도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3 부모의 심리학
완벽주의적인 부모 - 적어도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아?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부모들은 학업이나 일에서 항상 최고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녀를 양육할
때도 노력이나 과정보다는 결과로 아이를 판단한다. 아이는 나름대로 노력을 했지만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아 상심하고 있는데, 부모가 결과만 가지고 아이를 비난하게 되면 아이에게 더 큰 심리적
상처만을 주는 것밖에 안 된다. 이런 부모들은 기대수준이 높기 때문에 아이를 제 연령에 비해
성숙하게 취급하고 그러다 아이가 부모의 기대를 채워주지 못하면 실망감을 느끼며 아이를 비난한다.

물론 완벽주의에는 좋은 면도 있다. 어떤 일에서 최선을 다하고 노력해 뛰어난 성취를 이루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면을 보면 완벽주의자들은 대개 불안과 긴장 수준이 높고 융통성이
부족하며 결정을 내리거나 위험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자신뿐 아니라 타인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통제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특히 자녀를 키우는 일에서
많은 좌절을 경험하기 쉽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 어린아이들이 언제나 요구된 일을 성취해내기란
불가능한데, 완벽주의형 부모들은 그것을 참아내지 못하고 참견과 잔소리로 일관하는 것이다.

완벽주의 부모를 둔 아이들은 실수를 두려워하며 위험이나 도전 상황을 회피하려 한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학습 기회를 놓치고 또래관계에서도 통제하는 태도를 보여 친구들로부터 배척당하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자신이 완벽주의적 부모라는 생각이 든다면 명령형을 자주 쓰지 않는지 평소 말투부터
되돌아보고 보다 근본적으로 자신이 자녀에게 비현실적인 기대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아동의 정상 발달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또한 자녀의 수준에 맞는
유머를 알고 있다면 재미있게 얘기를 건네보자. 자녀는 물론 여유가 없던 자신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위협하는 부모 - 고아원에 가서 네 맘대로 살래?

부모의 지위를 이용해 아이를 겁주는 방법 중에 제일 치사한 것이 ‘버리겠다’고 협박하는 것이다. ‘


말을 안 들으면 고아원에 보내버린다’든가 ‘경찰 아저씨한테 잡아가라고 한다’, ‘엄마 죽어버리겠다’는
등의 위협을 습관적으로 하는 부모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이같이 부모와의 분리를 매개로 아이를
위협하는 일은 아이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므로 아이를 버리겠다는 말은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입에 담으면 안 될 말이다.

모든 아이들의 가슴에는 애정상실에 대한 두려움이 잠재되어 있다. 생후 3년까지 자신과 엄마를


동일시하는 공생관계로 인식하다가 이후 분리, 개별화의 단계를 지나면서 아이들은 자신의 독립 시도
때문에 엄마로부터 버림받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갖는다. 이런 두려움이 큰 아이는 독립을
포기하기도 하고, 자율성 시도에 부모의 면박과 핀잔을 받은 아이 또한 다시 의존적인 상태에 머물려
한다.
맞벌이 등의 이유로 어머니가 아기의 초기 발달기간 동안 분리되어 있었다면 아이에게 더 현실적인
분리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또 엄마가 출근할 때 아이가 심하게 운다고 몰래 도망가듯 출근하는 것도
좋지 않은 방법이다. 헤어지고 싶지 않은 아이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려주고 돌아온 후에는 잘
기다려준 아이를 칭찬해주어야 한다. 부모가 충분한 사랑을 주어도 아이들은 야단맞을 때마다 엄마가
진짜로 자신을 사랑하는지 걱정한다. 하물며 부모가 버리겠다는 말을 하면 아이는 스스로를 무가치한
존재로 생각해서 우울해하고 신경과민과 불안증세를 보인다.
일관성 없는 부모 - 화가 나면 참을 수가 없어서 그렇죠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속담처럼, 아무리 소중한 사람이라도 오랫동안 나를 힘들게 하면 짜증이 나게

4 부모의 심리학
마련이다. 자녀 양육에서도, 아이야 당연히 소중하고 예쁘지만, 아이가 지속적으로 나를 힘들게 하면
화가 나고 짜증이 난다. 아이를 더할 수 없이 사랑하지만, 한 번도 야단을 안 쳐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다수 어머니들이 힘들고 기분이 안 좋을 때는 아이를 야단치는 수위가 높아지고
감정이 실리는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어머니도 사람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너무 자주 혹은 극단적으로 변하면 아이들은 안정적인 어머니상을 형성하지 못한다.

아이들은 좋은 엄마의 역할을 할 때가 그렇지 않을 때보다 더 많기 때문에 엄마의 이미지를 ‘자신을


사랑하는 좋은 사람’으로 통합할 수 있다. 엄마가 피곤하거나 기분이 안 좋을 때만 잠시 나쁜 엄마가
된다는 것을 알고 또 엄마가 나쁘게 행동할 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엄마가
매우 일관성 없이 아이를 대하면, 아이는 언제 엄마가 변신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좋은 엄마의
이미지와 나쁜 엄마의 이미지가 똑같은 비중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엄마의 이미지를 통합할 수 없다.

엄마와의 관계에서 혼란을 경험한 아이는 자신에 대해서도 혼란감을 갖게 된다.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느껴질 때는 기분이 좋아 다른 사람에게도 잘 대해주지만 자신이 나쁜 사람이라고 느껴질
때는 다른 사람을 공격하거나 우울감에 빠진다. 엄마에 대한 양극화된 이미지는 성장한 뒤에도 계속
영향을 미친다. 감정기복과 변덕이 심하고 좋아하던 친구와 다툴 때면 심한 공격적 감정을 드러낸다.
이런 행동은 다시 자신이 나쁜 아이라는 생각으로 돌아와 엄마에게 거부당하거나 버림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과 분리불안을 나타낸다. 이제는 아이가 잘못했을 때 좀더 애정표현을 하도록 노력해보자.
그러면 아이는 엄마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질 뿐 아니라 자기 가치감도 성장시키게 될 것이다.

우리 아이 속마음, 내가 모르면 누가?

마음의 허기로 인한 폐해들 - 왜 이렇게 허겁지겁 먹어대는 건지…

아이들은 부모의 관심을 먹고 살기 때문에 부모가 자신을 사랑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느끼고 싶어 한다. 하지만 모든 부모가 모든 자녀를 하루 종일 지켜볼 수는 없다. 특히 큰
문제가 없는 아이의 경우, 웬만한 일은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부모의 관심에 허기가 진 아이들은
음식이나 물질로 이를 대신하려 하고 가끔은 일탈을 통해 부모의 관심을 끌어보려 한다. 때문에
아이가 문제행동을 보였을 때만 관심을 보이는 것은 부정적인 행동만을 부추기므로 좋지 못하다.
식탐이나 물질적인 욕심이 많은 아이를 두었다면 아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수동적인 반항 - 왜 이렇게 엄마를 실망시키는 거야?

공부에 지나친 중압감을 가진 아이가 시험에서 백지를 내거나 답을 밀려 쓰는 것과 같은 형태로


반항하는 것은 자기파괴와 자기희생에 근거를 둔 수동적 반항이다. 얼핏 보기에 별 문제가 아닌 듯
보이지만, 자칫 개인의 삶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적시에 해소해야 한다. 부모가
자녀를 위한다며 사사건건 간섭하고 결정하는 일이 잦아지면 소심한 아이는 부모에게 대놓고 반항은
못하고 자유와 결정의 권리를 뺏겼다는 적대감에 수동적 반항을 시도한다. 무조건 ‘너를 위해’라고
말하기 전에 진정 자녀를 위한 것인지, 혹시 부모의 욕심이나 기대가 섞여 있지는 않은지 가려낼
필요가 있다. 부모의 희생이 아이가 원치 않는 수준일 때, 그것은 분명 아이에게 심리적인 짐으로
작용한다.

5 부모의 심리학
눈치 보는 아이 - 눈치 보지 말고 네 생각 좀 말해봐!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눈치가 필요한데, 눈치에는 좋은 눈치와 나쁜 눈치가 있다. 좋은 눈치는 현실을
잘 파악하는 것이고, 나쁜 눈치란 다른 사람의 관심과 사랑, 인정을 받기 위한 것이다. 이런 눈치는
자기 욕구를 잘 돌보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약점 때문에 결국 자기 파괴로 이어진다. 아이가 눈치 보는
행동을 줄이기 위해서는 우선 아이를 잘 관찰해야 한다. 어른들의 관계에서도 ‘저 사람이 뭘 하고
싶어서 저런 행동을 할까?’ 하고 주변 정황을 살피면 어느 정도 의중을 파악할 수가 있듯이 아이도
마찬가지다. 부모가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안다면, 또 부모가 내 마음을 잘 헤아려준다면 굳이
감추고 눈치 볼 필요가 없어진다.

상상 속으로 도망가는 아이들 - 허무맹랑한 꿈 좀 깼으면 좋겠네

상상은 현실생활에서 충족되지 못한 욕구나 소망을 충족하고, 해결하지 못한 갈등을 풀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다. 따라서 아이의 욕구나 소망이 현실적으로 충족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함께
해결할 방법을 모색한다면 아이는 굳이 상상 속으로 도망칠 필요가 없다. 아이의 상상이 허무맹랑하고
엉뚱한 것이라고 치부할 것이 아니라 아이가 얻고자 했던 것들을 채워주려 노력해야 한다. 칭찬이나
인정과 같은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며, 스스로 유능한 존재라고 느끼게 대해야 한다. 아이의 욕구나
갈등을 주변 사람들이 보다 잘 인식해서 이에 대해 관심을 보여줄 때 아이는 허무맹랑한 상상보다는
자신의 문제를 보다 현실적인 차원에서 사람들과 나누고 해결하려고 애쓰게 된다.

대화의 기술 - 5분 넘게 대화해본 적이 없어

의사소통은 크게 언어로 이루어지는 언어적 의사소통이 있고 행동이나 얼굴표정 등으로 나타내는


비언어적 의사소통이 있다. 이때 사람들이 더 신뢰하는 것은 비언어적 의사소통이다. 특히, 언어가
제한적인 유아기의 자녀와 제2의 유아기인 사춘기 자녀에게는 언어적 의사소통과 비언어적
의사소통이 일치되어야 한다. 말로는 “잘했어” 하면서 표정이 좋지 않으면, 아이들은 계속 눈치를
본다. 이렇게 부모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으면 커서도 다른 사람의 말을 신뢰하지 못하며 의심이
많거나 눈치 보는 사람으로 성장한다.

가장 좋은 대화법은 진실한 마음으로 대화하는 것이다. 상담을 하다 보면 많은 아이들이 정말 별 것


아닌 나의 반응에도 재밌어 죽겠다고 웃는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니 내 기분도 좋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반응에도 저렇게 좋아하는 걸 보니 평소에 얼마나 심심하게 살아왔나 싶어 안쓰럽기도 하다.
아이를 야단친 날은 인터넷이라도 뒤져 재미있는 유머 한 토막을 아이에게 들려주려고 노력해보면
어떨까? 자신을 즐겁게 해주는 사람을 미워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원칙을 세워야 흔들리지 않는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 - 넌 도대체 누굴 닮아서 그러니?

부모들 대부분이 아이가 부모의 말투나 몸짓을 흉내 내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직 세상을


경험해보지 못한 아이들의 가치판단이나 신념은 대부분 부모에게 물려받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꿔 말하면, 아이가 올바른 가치관이나 신념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부모 자신이 올바른 가치관과
신념을 가진 모델이 되어야 한다. 사소한 버릇이나 공중도덕도 혼내거나 말로 가르치기보다는 부모가

6 부모의 심리학
본을 보여야 함은 물론이다.

또래나 형제를 자주 때리는 아이들도 부모들이 때리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델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친구를 때려서 그쪽 부모에게 안 좋은 소리를 듣거나 형에게 맞은 동생이 울어대면
부모는 속이 상한다. 그래서 또 아이를 때리며 “그러니까 때리면 안 된다고 했지!”라고 한다. 이것은
아직 인지적 능력이 부족한 아동들에게는 매우 혼란스러운 경험이 된다. 때리면 안 된다고 해놓고
엄마는 화나면 때리니까, 어떤 때 때릴 수 있고 어떤 때 안 되는지 아이의 입장은 갑갑하다. 때리는
행동이 나쁜 것임을 아이에게 가르치고 싶다면 부모 자신이 때리지 않는 모델을 보여야 한다.

예절이나 자기주장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 외에도 박애와 평등, 효와 우정 같은 추상적 가치 또한


아이에게 전할 수 있다. 부모가 이에 대한 확고한 가치와 신념이 있다면 굳이 의도하지 않아도 평소의
언행으로 전달될 것이다. 부모는 단지 아이를 입히고 먹이고 씻기고 학교를 보내는 일만 하는 것이
아니다. 멋진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는 아이가 멋지고 바른 생각을 접하며 신념을 세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형제간 비교는 절대금물 - 형만한 아우 없다잖아요

부모의 잘못 중 아이들이 가장 짜증스러워하는 것이 바로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는 일이다.


형제는 물론 학교 친구, 엄마 친구의 아이들까지 비교하자고 들면 그 대상은 끝도 없다. 그러나
아이들이 자신을 다른 부모와 비교했을 때 듣기 좋을 리 없듯이 아이들도 다른 사람과 비교 당해서
기분 좋을 수는 없다. 이런 식의 비교는 오히려 반발을 사 부모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만 만든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옆집 아이와 비교를 당하면, ‘나도 더 열심히 해서 걔처럼 돼야지’ 하기보단 ‘걔가
그렇게 좋으면 데려다 살지, 왜 나 갖고 그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비교는 긍정적인 것도 좋지 않다. 평소에 칠칠치 못한 옆집 아이와 비교하며 “쟤는 못하는데 너는 잘


하는구나” 하는 식의 말을 많이 하면 아이는 교만해지기 쉽다. 또 칭찬을 듣지 못할 때는 불안해하거나
남을 깎아 내리면서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는 경향이 생기기도 한다. ‘남보다’ 잘한다는 소리를 많이
들으면 자신감보다는 실수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갖는다. 더욱이 자녀를 비하하는 비교는 좋지 않은
결과를 낳는다. 특히 형제간의 비교는 금물이다. ‘동생보다 못한 형’ 혹은 ‘형만한 아우 없다’는 식의
비교는 아이에게 열등감뿐 아니라 가족에 대한 전반적인 감정을 상하게 한다.

부정적인 경우는 물론 긍정적인 경우도 아이를 대상으로 한 비교는 결과적으로 악영향을 낳는다. 원래
비교는 동일한 조건을 가진 것들끼리 하는 것이다. 사람은 제각각 독특하기 때문에 사람을 대상으로
비교를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아이 역시 자신만의 개성과 특성을 갖고
있다. 다른 대상과의 비교는 어떤 식으로든 아이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인지하고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시행착오에서 배우는 책임감 - 기다려봐 엄마가 골라줄게

아이를 위하는 마음이 지나치면 아이에게 위해가 되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아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미리 차단해버리는 부모들이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위인전을 읽히는 이유는
위인들의 천재성이나 업적에 감탄하라는 것이 아니라 많은 고난과 좌절을 얼마나 희망적으로
이겨냈는지, 얼마나 많은 노력과 인내로 인생을 개척해나가고 책임감을 갖게 되었는지를 알았으면
해서다. 그러니 진정으로 아이를 사랑한다면 아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7 부모의 심리학
때로 부모들은 아이의 희로애락마저 다 책임지려 한다. 아이가 울거나 화를 낼 때마다 성급하게
달래주고, 위로해주고, 혹은 화를 낸다면 부모는 아이가 자신의 기분에 책임지고 성숙해질 기회를
뺏는 것이다. 그렇게 자란 아이는 자신이 화를 내면서도 자신을 달래주지 않는 부모를 원망하고 “엄마
때문에 화났어!”라고 말한다. 그러다 ‘누구 때문에’라고 모든 일을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는 사람으로
성장한다.

스스로 알아서 하지 못하는 아이를 보면 답답한 마음에 하나하나 간섭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때론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는 척 하면서 은근히 자기가 원하는 것을 고르도록 유도한다. 그러나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기로 했으면 눈 딱 감고 아이의 결정을 기다려주는 것이 좋다. 우리 딸아이는 유치원에 갈
때 어떤 신발을 신고 갈지 자신이 정하는데, 여름에 두꺼운 부츠를 신기도 하고 맑게 갠 날 장화를
신고 가기도 한다. 나 역시 아이가 정말 안 어울리는 선택을 했을 때 그것이 평범하지 않은 것임을
말해준다. 그럼에도 아이가 그 선택을 고수하면 인정해주고, 그에 따른 결과도 아이가 책임지도록
한다. 자신의 선택이기에 아이는 불이익이 있어도 남을 원망하지 않으며 자신의 행동에 대한 교훈으로
삼고 스스로의 책임감을 키워갈 수 있다.

좌절의 필요성 - 애가 너무 우울해하는 것 같아

사람은 누구나 스트레스 없고 좌절 없는 세상을 원하지만 실제로 그런 세상은 없다. 때문에 우리에겐
스트레스와 좌절에 맞서 싸울 힘이 필요하다. 예방주사를 맞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이를 키울 때도
발달 상황에 맞게 아이가 좌절을 경험하고 극복하는 훈련을 시킬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부모로부터 옳고 그름에 대한 친절한 가르침을 받고, 감정을 누르거나 욕구를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아이에게 가장 좋다. 이런 배움의 과정에 수반되는 좌절은 아이를
성장시키는 원천이 된다.

아이가 좌절을 경험하는 시기는 생각보다 빨리 온다. 늘 기분을 맞춰주던 엄마가 아이가 깨어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 점차 “안 돼”라는 말을 많이 한다. 제재를 받은 아이는 기분이 가라앉은 듯한 울적한
상태를 보이는데, 아직 어린 아기가 그런 기분을 느끼는 것을 본 엄마는 은근히 죄책감이 든다. 하지만
이렇게 ‘기분이 가라앉은’ 상태는 정상적인 것이며 또한 아주 중요하다. 바로 이런 기분이 에너지를
보존하고 정서적인 억제를 관장하는 두뇌 영역의 성장을 돕기 때문이다. 울적한 각성상태를
경험하면서 아이는 너무 강렬하거나 불쾌감을 주는 감정을 외부의 도움 없이 가라앉히는 법을 배우고
이후 성장하면서 점차 심리적 유능감과 자율성을 가지며 세상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채비를 한다.

연령별 발달과업 - 네가 지금 TV나 보면서 놀 나이니?

적절한 발달이란 무조건 다 잘하는 것이 아니라 제 나이에 맞는 일을 하고 제 나이에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을 보면 제 나이에 할 일을 못하거나, 반대로 제 나이에 할 필요가
없는 일들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것 같다. 스펀지처럼 새로운 것을 흡수한다는
유아기를 놓치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엄마들은 어린 아이들을 공부 시킨다. 아이가 한참 신나게
놀고 있을 때, “지금 놀고 있을 때니?” 하면서 아이를 선생님 앞으로 불러들인다.

하지만 유아기 때 진짜 해야 할 일은 신나게 노는 일이다. 주변을 탐색하고 놀이에 이용한 물건들을


찾고 만들고, 상상력을 동원해 이야기를 꾸며 나가야 한다. 이런 것들이야말로 진정한 창의력
학습이다. 아이들은 놀이를 할 때는 맞고 틀린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지만 교재를 갖고 무언가를 할

8 부모의 심리학
때는 은연중에 부담감을 느낀다. 틀려선 안 되고 왠지 뭔가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엄마들의 기대와 달리, 이런 압박 아래서는 창조성이 개발되기 어렵다. 물론 초등학교에서조차 준비된
학생들을 중심으로 가르치는 현실에서 조기교육이나 학습을 무조건 피하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학령기 이전의 아이들에게는 학습보다 우선하는 과업이 있다. 발달상으로 보면 0세에서 3
세까지는 엄마와 충분히 밀착되고 안전한 관계에 대한 경험이, 3세에서 6세까지는 신나게 놀며 주변을
탐색하고 규칙을 인식하는 것이 우선 과업이다. 그렇게 노는 과정에서 사회 규칙을 알게 된 아이는
학교에 들어갈 7세가 되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는 데 깊은 관심을 갖고 성취감을 느껴보려 하며
적극적으로 어울리며 규칙을 지킨다. 제 연령에 해야 할 것을 충분히 한 아이는 미련이 없고, 현재에
충실하며 미래지향적이다. 과거를 그리워하고 성장을 두려워하는 아이들은 과거의 욕구가 제때
충족되지 않아서 미련이 남았기 때문이다.

지능에 대한 환상 - 아무래도 우리 애는 천재 같아

‘혹시 우리 아이가 천재가 아닐까?’ ‘가르쳐준 적도 없는데 어떻게 저걸 알았을까?’ 하는 생각을 안


해본 부모는 없을 것이다. 은근히 기대에 차서 지능검사도 받고 영재상담을 고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자라면서 누구나 뜻밖의 행동을 하고 가르쳐준 적이 없는 말을 하기도 한다. 언어나
수리능력이 부쩍 성장하는 시기도 있다. 중요한 것은 지능 그 자체가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의 능력을
계발할 수 있도록 옆에서 격려하고 인정해주는 것이다.

부모들에게 “우리 아이는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 해서……”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아이의 성적이
안 좋으면 지능검사부터 서두르고, 지능에 비해 학력이 좋지 않으면 노력부족으로만 인식한다. 하지만
인간은 모두 각자의 독특한 기질을 타고나듯 지능에 있어서도 각기 다른 특성을 갖고 태어난다.
논리적인 사고가 발달한 아이가 있는가 하면 계산능력 혹은 암기력이 뛰어난 아이도 있다. 단순히
학교수업과 관련된 항목만을 검사해서 수치로 표시하는 IQ점수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그
외의 다양성에 주목해야 한다.

지능은 갖고 태어나지만, 주어진 잠재능력을 다 발휘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사람은


후천적인 경험과 노력이 중요한 역할을 하여 자기만의 능력을 발전시킨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의
능력뿐 아니라 개개의 한계나 특성을 쉽게 소화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하여 필요한 만큼 시간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모두가 일류대를 갈 수 없는 건 정해진 사실이다. 일류대를 나오지 않아도 사회적으로
유능하고 자신감 넘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공부능력이 아니라 아이의
재능이 원하는 능력을 찾고, 인정해야 하며 부모가 선망하는 길이 아이가 가야하는 길이 아니라는
것을 가급적 빨리 깨우치길 바란다.

유아기 아동의 사회성 발달 4단계

5세 미만의 경우, 부모가 아이의 사회성에 대해 하는 걱정 중 대부분은 사회성 발달과정을 잘 모르기


때문에 생겨난다. 부모의 무지 때문에 아이의 자연스러운 낯가림이 대인공포증으로 발전하기도 하고
정상적인 떼 부리기가 공격적이고 파괴적인 성격으로 비약되기도 한다. 우리가 자녀를 어떻게
인식하고 반응하느냐에 따라 자녀의 생각, 행동 등이 변화될 수 있는 만큼 부모라면 우선 아이들의
사회성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어야 할 것이다.

1단계: 낯가림

9 부모의 심리학
아기들은 생후 2, 3개월까지는 내적 활동이 많은 시기라 외부에 대한 반응이 별로 없다가 백일 전후로
주변 사람들에 대해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6개월까지는 특정 대상에 대한 애착을 표현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며, 6개월이 지나면서 서서히 낯가림이 나타나고 분리불안을 보인다. 낯가림이 너무
일찍 시작되었거나 낯가림이나 애착반응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경우 사회성에 어려움을 보인다.

낯가림이 너무 일찍 시작된 아이는 대인관계에서 지나치게 불안해하고 위축되고 회피적인 행동을


보인다. 백일도 되기 전에 심한 낯가림을 보이는 아이는 스스로 가진 신체, 정서, 인지 발달 수준보다
외부 자극을 더 민감하게 감지하게 때문에 쉽게 불안해할 수 있으므로 부모가 아이를 안심시키고
세상이 안전하고 좋은 곳이라는 이미지를 제공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런 아이들은 소심하고
까다로운 경우가 많지만 엄마가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는 안전감을 느끼면 더 이상 세상을 두려워하지
않고 기꺼이 밖으로 나가 탐색하려 한다.

반대로 낯가림이 없었거나 돌 전후로 엄마에 대한 분리불안도 없었던 아이들은 외부 세상에 대한


인식이 더디다. 이런 아이들은 크게 보채지 않고 혼자 잘 놀며, 심한 경우 많이 아파도 내색하지
않아서 순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하지만 점점 커나가면서 오히려 엄마에게 집착하는 행동이
늘어나는데, 덩치에 안 어울리게 아기짓을 하며 퇴행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 아이는 어려서 해야
할 것을 이제야 하는 것이다. 만일 아이가 뒤늦게 엄마를 찾고 아기 행동을 보인다면 지금이라도
엄마와 충분히 애착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조심할 것은, 마냥 아기 취급할 것이 아니라
현재 기능을 유지시키면서 아이의 정서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라는 것이다.

2단계: 평행놀이 단계
걸음마기의 아기는 다른 아기들에 제법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이 시기 아기를 가진 엄마들의
걱정은 “다른 아이와 안 놀고 엄마 옆에만 있으려 한다”거나 “좋다는 표현으로 다른 아이가 귀찮도록
세게 껴안는다” 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이것은 걸음마기 아기들이 보이는 정상적인 사회적 행동이다.
이 시기 아이들은 엄마, 아빠 등 어른들과 먼저 사회성이 형성되었기 때문에 또래보다 어른들을 더
친숙하게 여긴다. 또 어른들은 안아주고 얘기해주고 같이 놀아주지만 같은 또래끼리는 그런 재미있는
놀이가 불가능하기에 또래와 어울리는 것에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아기들이 또래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주로 서로 얼굴을 빤히 쳐다보거나


만지고 껴안거나 상대방의 장난감에 관심을 보이는 등의 행동으로 서로의 존재를 의식하며 이를 통해
기쁨도 느낀다. 가까이서 놀기는 하지만 상호작용을 주고받으면서 놀이하는 능력은 부족하기 때문에
이 시기의 놀이를 ‘평행놀이’라고 부른다. 때문에 이 시기의 아이에게 또래와 어울려 놀라고
요구하거나 혼자만 논다고 비난하는 것은 좋지 않다. 이때는 상대방을 충분히 관찰하고 옆에 있는
기쁨 정도만 느껴도 된다.

부모는 사회적 기술이 미흡한 아기들의 상호작용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을 친절하게 다루어주기만


하면 된다. 친구의 장난감을 빼앗으면, 화내지 말고 상대방에게 “만져봐도 되니?” 하고 대신
물어봐주고 싫다고 하면 “친구가 안 된대요” 하고 다른 곳으로 주의를 환기시켜주도록 한다. 또래가
좋아 마구 달려가서 껴안는 버릇이 있다면 아이가 달려가기 전에 아기를 감싸며 “저기 새 친구가
있네, 인사하자” 하며 아이 손을 내밀어 악수하도록 유도한다. 이런 경험을 반복하면 아이는 새로운
친구가 있을 때 달려가 꽉 껴안는 대신 악수를 청하게 될 것이다.

3단계: 연합놀이 단계
유아기에 이르면 아이의 또래에 대한 관심은 본격화되어 보다 적극적으로 무리지어 논다. 이때는 한
명이 뭘 하면 전염이나 된 것처럼 모두가 따라하고 기분도 전염된다. 이 모습을 보고 ‘왜 우리 아이는
자꾸 다른 아이를 따라하지?’ 하며 속상해할 필요는 없다. ‘모방’은 유아기 때의 자연스러운

10 부모의 심리학
놀이행동이자 이후 사회성에 꼭 필요한 요소인 ‘감정이입능력’을 발달시키는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은 협동적인 작업을 할 능력은 부족하기 때문에 같은 활동을 하려 든다 해도 상호작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때에는 가끔씩 부모가 아이들 놀이 사이에 연결고리를 만들어주는
식으로 끼어들어도 좋다. 낯가림이 심해서 엄마와의 분리를 힘들어하는 아이라면 엄마가 함께
또래들이 노는 곳 근처에서 아이와 놀아주자. 엄마와 재미있게 놀다 보면 아이는 집이 아니라도
그곳을 편하게 느끼고 다른 아이들이 다가와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실은 자신이 원했던 일이기에
은근히 흥분하기도 한다. 이렇게 또래와 안전하게 놀아본 경험을 갖고 나면 차츰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아이는 엄마에게 떨어져 또래와의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4단계: 협동놀이를 향해서


유아기 후기가 되면 아이들은 같이 모여 한 작품을 만들고 역할놀이의 배역을 결정하는 등 공동의
목적을 향해 협동하는 ‘협동놀이’ 단계에 이른다. 협동놀이에서 중요한 것은 규칙을 잘 지키는 것이다.
이전 시기를 무난하게 통과한 아이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경계가 있고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에 큰 문제없이 협동놀이가 가능하다. 하지만 모든 집단이 다 그렇듯, 집단을
리드하는 존재와 따라가는 존재가 나타난다.

한 아이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두드러지면, 대개의 부모들은 자기 아이가 추종자 역할을 하는


것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서 아이에게 핀잔을 준다. 아이는 그동안 그런 생각은 해보지도 않고
즐겁게 놀았는데 엄마가 자꾸 그런 얘기를 반복하면 ‘자신은 졸병 같고 상대방은 대장같이 느껴져’
놀아도 마음이 편하지 않고 괜한 열등감이 생긴다.

또 이 시기에 자기 뜻대로만 하려 우기고 제 맘대로 되지 않으면 공격성을 나타내는 아이들은


또래집단에게 배척당하기 쉽다. 유아기에 남자아이들이 보이는 공격성은 흔히 ‘남자답다’거나 ‘
활발하다’는 표현으로 미화되곤 하는데, 이 시기의 공격성이 성인기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 깊게 살피고 아이가 적절한 사회적 규칙을 준수할 수 있게 지도해야 한다. 유아기까지 부모의
지도와 격려 아래 또래와의 관계에서 사회성을 경험하고 연습한 아이들은 학령기의 경쟁적인
놀이문화에도 잘 적응하면서 진정한 우정을 경험하고 소속감도 느끼게 된다.

11 부모의 심리학

You might also li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