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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이득관계의 당사자확정의 구조 91

<특집논문>

부당이득관계의 당사자확정의 구조
- 독일 이론의 전개와 대법원 판례 -

안 춘 수* 24)

◈목 차 ◈
Ⅰ. 들어가는 말 Ⅲ. 유형론의 실천적 의미
1. 요건의 개별화
Ⅱ. 부당이득 제도 및 이론의 발전 - 2. 부당이득관계 당사자 결정의 원리
로마법과 독일을 중심으로
1. 로마법 Ⅳ. 대법원 판례 검토
2. 독일 보통법시대 1. 급부부당이득과 기타 부당이득의 구
3. 사비니의 부당이득법 이론과 독일 별 및 급부부당이득관계의 당사자
민법전 2. 소위 전용물소권과의 관계
4. BGB 하에서의 이론의 변천 3. 대법원 2009.9.24. 선고 2009다
15602 판례

Ⅴ. 맺는 말

I. 들어가는 말

대략 2000년대에 들어서부터 부당이득에 관한 대법원 판례 중에 종래의


일원론적 입장을 벗어나 독일에서 발전된 이른바 유형론에 입각한 것이 나타나
기 시작하였고, 대법원 2009.9.24. 선고 2009다15602 판결은 그간의 유형론에
입각한 판결을 정리하고 다수당사자 부당이득관계 문제로서 다루어지는 사례유
형의 일정부분에 관한 논의를 마무리하는 의미를 갖는다. 그런데 이 마무리 정
리의 내용은 독일에서 현재 다수설인 유형론 및 판례의 지지를 받는 부당이득
관계의 당사자 확정에 관한 대략적인 원칙과1) 사실상 동일하며2), 이 원칙 정립

*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다수당사자 부당이득 관계 문제는 아주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는 데, 모든 유형에
92 안춘수

의 배경이 된 사례에 있어서도 한국과 독일의 판례 사이에 유사점이 많다. 여


기서 일련의 동일한 이해관계구조의 사실관계에 대한 법적 평가라는 점에서 볼
때 동일한 결론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독일의 대략
적 원칙의 한 내용인 급부관계의 기타부당이득에 대한 우선성은 다음에 보는
바와 같이 물권행위의 무인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바, 한편에서 물권행위에
관하여 유인성을 견지하면서 독일과 같은 부당이득의 법리를 전개하는 우리 판
례의 타당성에는 의문이 있다. 그리고 이는 유인론하에서는 독일의 대략적 원
칙이 전면적으로 부정되어야 하는가 아니면 수정된 형태로라도 인정될 수 있는
가, 후자라면 어떻게 수정되어야 하는가 등의 문제와 관련된다.
아래에서는 이러한 문제의 이해에 도움이 되는 한도에서 먼저 독일에서의 부

당이득제도 및 이론의 전개과정을 간단히 살펴보고( ), 독일의 판례에 기초하
여 부당이득의 요건과 당사자 결정을 중심으로 유형론의 실천적 의미를 정리한

다( ). 그리고 유형론에 입각한 것으로 이해되는 우리 판례들을 분석하고, 두
나라의 판례의 바탕에 흐르는 논리의 비교를 통해 우리 판례를 평가한다( ). Ⅳ
Ⅱ. 부당이득 제도 및 이론의 발전 - 로마법과 독일을
중심으로

대륙법계 국가의 부당이득 제도는 그 기원을 로마법상의 condictio 소권과


actio de in rem versio(이른바 전용물 소권)에 두고 있다. 로마법에서 이 두 제
도는 독자적으로 형성되어 발전하였지만 로마법이 계수되는 과정에서 타인의
손해를 통해 이득을 얻어서는 안 된다는 일반적 부당이득금지 명제를 기초로

서 공평성을 확보해 줄 수 있는 원리는 아직 발견되지 못하였기 때문에 많은 문


헌에서 원칙이라는 말을 써도 그것은 불가피하게 많은 예외가 인정되는 대략적
원칙(Faustregel) 내지 하나의 지침 정도로 이해야 한다고 한다. 독일의 판례도
부당이득 사건에서는 하나의 원칙에 입각하여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BGHZ 89, 376(378) 참조).
2) 독일의 이 대략적 원칙은 1) 급부부당이득은 급부관계의 당사자 사이에만 인정된
다, 2) 급부관계와 기타부당이득 사이에는 급부관계가 우선한다(기타부당이득의
종속성이라 하기도 함)는 두개 하부원칙과 3) 물권법상의 가치판단과의 조화를
위한 기타 부당이득의 종속성에 대한 예외의 인정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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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이득이라는 개념으로 통합되었다. 그러나 입법례에 따라 전용물소권에 대


한 입장에는 차이가 있었다3).

1. 로마법
(1) condictio

현재에도 condictio는 소유권에 기한 반환청구권(vindicatio)에 대응되는 개념


으로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의미하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이 용어는
초기 로마의 다섯 가지 엄격 소송(legis actio)4)의 한 형식인 legis actio per
condictionem(기일의 통고에 의한 소송)에서 원고의 주장에 대해 피고가 다투는
경우에 원고가 하는 구술의 내용, 즉 30일 째 되는 날에 재판관의 선임과 새
기일지정 등을 위해 법원에 출두할 것에 대한 통고(condico; Ansage)에서 유래
된 것으로,5) 직접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의미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또한 본래
특정된 금액의 지급만을 명할 수 있었던 이 소송형식은 원래 무방식의 금전소
비대차의 대주가 대여원금(특정된 금액)의 지급을 청구하는 경우에6) 인정된 것
으로7) 성질상 계약상 소권에 해당하는 것이었다.8) 하지만 청구의 근거를 밝히
지 않아도 되는 이 소송형식의 특성으로 인하여, 쉽게 특정된 액수의 금전 또
는 특정물을 대상으로 하는 다른 경우로 그 적용범위가 확장되었다.9) 그리하여
이 소송형식이 허용되는 청구권을 모두 condictiones로 부르게 되었는 데, 그

ö ü
3) 이에 관하여는 vgl. Zweigert, Konrad/K tz Hein, Einf hrung in die Rechtsvergleichung,
ü
3. Auflage, T bingen: J.C.B Mohr(Paul Siebeck), 1996, S. 539 - 541.
4) 고전기의 방식절차(Formulaverfahren) 이전부터 인정되었던 소송형식으로 현대적
개념에 의하면 그 중 세 가지는 소송절차이고 두 가지는 집행절차에 해당한다
ö ü
(vgl. Kaser, Max, R misches Privatrecht, 15. Auflage, M nchen: Verlag C.H.Beck,
1989, 357 - 361).
5) Kaser, a.a.O., S. 359.
6) 이자의 청구는 미리 특정된 금액을 청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condictio는 허
용되지 않았다.
7) 초기에는 무방식의 소비대차(mutuum)는 방식 결여로 인하여 법적 구속력이 없었
고, 따라서 다른 소송형식을 통하여 보호될 수 없었다.
8) Kaser, a.a.O., S. 3f..
ü
9) Eller, Reinhard, Bereicherung durch Eingriff, T bingen: J.C.B Mohr(Paul
Siebeck), 2002, S. 23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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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가장 중요하고 지금까지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 부당이득의 경우이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채무가 없음에도 착오로 변제를 한 경우, 만약 변제자
가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면 이전된 재산은 rei vindicatio를 통해 회수할 수 있
었다. 그러나 변제자가 소유권을 상실했으면 rei vindicatio는 인정될 수 없고
회수를 위해서는 별도의 반환청구(소)권이 필요한 데, 여기에 근거를 밝히지 않
고 특정 급부를 청구하는 legis actio per condictionem를 이용게 되었다. 즉
condictio indebiti(비채변제 반환청구(소)권)을 인정한 것이다. 그 결과 대여금
반환청구와 비채변제 반환청구에 대하여 동일한 소송절차가 적용되었는 바, 두
경우 모두 법적 근거 없이 재산적 가치가 이전되어 형평상 그 반환청구가 인정
되는 경우로 보았고, condictio는 준계약소권의 성질을 갖는 것으로 이해하였다.
그러나 후에 개별적 계약소권이 발전하면서 condictio의 계약소권으로서의 의미
는 적어지고 부당이득의 경우가 주가 됨에 따라 소유물 반환청구에 대응되는
개념으로서 부당이득반환구를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었고, 그 요건은 datio,
즉 소유권 이전을 통한 급부와 sine causa, 즉 목적의 불성립이나 불달성 등 급
부를 보유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 두 가지 였다10). 그러나 유스티니아누스
황제 시대에 이르러서는 condictio indebiti(착오에 의한 비채변제), condictio
causa data causa non secuta(= condictio ob rem: 급부목적의 불달성),
condictio ob turpem vel iniustam causam(불법원인 급부), condictio sine
causa(법적 근거 결여), condictio furtiva(도품반환청구) 등 개별적 부당이득 유
형으로 발전하였다.11)

(2) actio de in rem versio

ius civile에 의하면 일정한 요건 하에 타인의 행위12)를 통해서도 권리를 취


득할 수 있지만 의무부담의 효과는 행위자 대하여만 인정되었고,13) 가주는 家
子와 자기의 노예를 통하여 권리를 취득할 수 있었다.14) 그리고 는 의무부 家子
10) Eller, a.a.O., S. 25f..
11) Kaser, a.a.O., S. 219 - 221, 223; Eller, a.a.O., S. 31f..
12) 현재의 개념에 의할 때 법률행위와 사실행위가 다 포함된다.
13) 로마법에서 오늘날의 직접대리제도는 없었으며, 간접대리 또는 신탁의 법리가 이
용되었다(Kaser, a.a.O., S. 64).
14) 초기에는 자유인 또는 타인의 노예를 통한 권리취득은 허용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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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행위 능력 있고 그에 대한 제소도 가능하지만 집행은 家子의 특별재산


(peculium)에 대해서 하거나 또는 가부장권에서 벗어난 후에만 가능하고, 家女
(배우자 포함)와 노예의 경우에는 법적인 의무부담행위능력이 없고 소송상 당사
자 능력도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가자 또는 노예가 법률행위를 하면 가장은
그를 통해 권리를 취득하지만15) 의무는 부담하지 않았고, 가자와 노예가 이른
바 자연채무를 부담하게 될 뿐이었다.16) 그러나 이러한 ius civile에 따른 결과
는 상대방에게 불리할 뿐 아니라 가자나 노예를 통하여 거래를 할 사실성의 필
요성에도 부응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법관법(ius praetorium)에서는
피지배자의 행위를 근거로 하는 가장에 대한 소권을 도입하였다. 이 소권은 어
디까지나 피지배자의 자연채무 외에 주인이 부담하는 추가적 책임(actiones
adiecticiae qualitatis)을 인정하는 것으로 뒤에 기업이 자유인 또는 타인의 노
예를 피용자로 사용한 경우로까지 확장되었다. 이 추가적 소권의 공통적 요소
는 피지배자 내지 피용자가 주인(사용자)의 사무를 처리하고(negotium gestum)
이를 통해 피지배자 등이 의무(자연채무)를 부담하는 것이고, 따라서 그 성질은
통상의 계약소권 내지 유사계약관계로 이해되었다.
이 추가적 소권에는 여러 종류가 있으나 우리의 주제와 관련하여 중요한 것은
actio de peculio vel de in rem versio이다. 이 소권은 하나의 소송공식에 두 개
의 독립적 구성요건 포함되어 있는 것인데, actio de peculio는 가자 또는 노예에
게 독자적 경영을 위해 peculium(특별재산)을 준 가장이, 그 재산의 경영과 관련
된 모든 채무에 대해, 판결시의 특별재산의 가액의 범위 내에서 지는 (일종의 금
액제한) 책임이다. 그리고 actio de in rem versio는 가부장권에 예속된 자가 제3
자와의 거래를 통해 얻은 것을 가장의 재산을 증가시키는 데 사용한 경우의 가장
에 대한 소권이다. 후자는 유스티니아누스 시대에 이르러 간접대리 등 자유인의
행위로까지 확장되었다. 이로써 actio de in rem versio가 보통법시대에 자연법
사상의 영향 하에 형평성을 근거로 하여 일반적 전용물소권 (actio de in rem
versio utilis: Verwendungsanspruch)으로 확장되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17)

15) 가주(주인)의 의사에 따라 개인재산 또는 특별재산에 귀속시킬 수 있다.


16) Kaser, a.a.O., S. 65f., 225.
17) Kaser, a.a.O., S. 226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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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리

로마법상의 condictio는 초기부터 다양한 경우에 적용되었지만 동일한 공식이


적용되는 하나의 소권으로 이해되었다. 그리고 지금의 관점에서 볼 때 도품의
멸실 등 rei vindicatio가 인정될 수 없는 예외적인 경우에 허용된 condictio
furtiva를 제외하면 급부부당이득의 경우가 주가 되었고, 그리하여 공통적 전제
요건도 datio와 sine causa로 요약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ondictio의
엄격소권으로서의 성질로 인하여 고전기 로마법에서는 개개 condictio를 하나의
상위개념 하에 통합하지는 못하였으며, 오히려 유스티니아누스 시대에 소권체
계가 붕괴된 후부터는 개개의 condictio가 적용범위와 구성요건이 서로 다른 독
립된 별개의 청구권으로 이해되었다18). 그리하여 유스티니아누스 시대 이후 그
리스 철학의 영향를 받아 형성된 ‘일반적 부당이득의 금지’라는 형평상의 의무
개념이 널리 받아들여졌지만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급부의 청산’을 넘어서서
통일적인 부당이득법체계로 발전하지 못하였다.

2. 독일 보통법시대
이러한 상황은 기본적으로 보통법 시대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주석학파 및
후기주석학파에 의해 형평성을 근거로 하여 condictio가 인정되는 경우가 확대
되었고, 후기 보통법시대에 이르러 반환범위가 현존이익으로 제한되는 등의 변
화는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충실히 로마법상의 전례를 따랐다. 그리고 독일에서
로마법계수가 끝나갈 무렵인 17 - 18 세기에는 자연법 사상의 영향을 받은 ‘가
능한 한 타인의 법익의 완전성을 위해서도 기여해야 한다’는 사회철학을 근거로
형펑상의 일반적 부당이득 금지의무가 한층 강조되었지만 condictio를 하나의
통일적 원리로 설명하려는 시도는 없었다.19)
유스티니아누스 황제 시대에 자유인의 행위로까지 적용범위가 확장된 actio
de in rem versio의 성질 및 체계적 위치에 관하여 보통법시대 초기에 다툼이
없지 않았으나 바로 타인의 지출를 통하여 이익을 얻은 자에 대한 구상의 수단
으로 발전하여 일반적 전용물소권 (actio de in rem versio utilis)으로 확장되

18) Kaser, a.a.O., S. 220, 224; Eller, a.a.O., S. 38f..


19) Eller, a.a.O., S. 33 - 35.
부당이득관계의 당사자확정의 구조 97

었고, 많은 학자들은 이렇게 발전된 actio de in rem versio를 condictio와 결부


시켜 생각하였다. 특히 프로이센 일반란트법에서는, 로마법이 노예 등 중간자를
거쳐 주인의 재산이 증가될 것을 요구했던 것과 달리, 수익자가 직접 출연자의
재산으로부터 이익을 얻은 경우에도 반환청구권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많은 학
자들은 직접취득의 경우에 전용물소권을 적용하는 것에 반대하였으며, 판례도
전용물소권을 제한적으로만 인정하였다. 이로 인해 프로이센에서는 프랑스에서
와 달리20) 전용물 소권이 부당이득에 관한 일반규정으로서의 기능을 갖지는 못
하였다.21)

3. 사비니의 부당이득법 이론과 독일 민법전


사비니는 condictio의 발전과정에 따라 소비대차, 임치, 착오에 의해 재산이 이
전된 경우, 기타 수익자의 행위나 우연에 의한 재산이전의 경우를 차례로 분석
하고, 이 모든 경우에 공통되는 요소를 ‘한사람의 재산이 다른 사람의 재산의 감
소를 통하여 증가하고, 그 재산의 증가에 대한 법적 근거가 처음부터 결여되었
거나 나중에 소멸한 것’으로 정리하였다.22) 그리고 ‘법적 근거 없는 재산의 이동’
이라는 단일한 원리를 가지고 그 때까지 개별적 구성요건으로 다루어 졌던 다양
한 경우들을 설명함으로써 통일적인 부당이득체계를 구축하였다. 이에 따르면
conditcio는 결국 ‘법적 근거 없이 이전된 재산에 대한 반환청구권’이고, 그 기능
에 대해 사비니는 rei vidicatio가 목적물이 소멸되거나 미지의 제3자에게 양도
되어 찾을 수 없는 등의 사유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에 이를 대신하는 것이
라고 하였다23). 그리고 재산이전의 법적근거가 없다는 것은 재산이전(소유권 이
전)을 계속 유효하게 만드는(이전된 재산을 계속 보유하는 것을 정당화시키는)
요건이 결여된 것이고, 재산의 이전이 손실자의 의사에 기초하지 않거나 법률적
으로 의미 있는 하자가 있는 의사결정에 기초한 경우가 그러하다고 하였다.24)

20) 정태윤, “전용물소권에 과한 일고찰”, 「비교사법」 제9권 1호, 2002. 4, 192 - 195
면 참조.
21) Eller, a.a.O., S. 37f..
ö
22) Savigny, Friedrich Carl von, System des heutigen r mischen Rechts Band
Ⅳ, Berlin: Veit, 1841, S. 525.
23) Savigny, a.a.O., S. 515.
24) Savigny, a.a.O., S. 521f..
98 안춘수

사비니의 부당이득 이론에서 주목할 것으로는 먼저 부당이득반환청구권를


형평법상의 제도로 보던 종래의 입장을 단호히 배격한 것을 들 수 있다. 로마
시대에는 그리스 철학의 영향을 받아, 그리고 보통법시대에는 자연법사상의 영
향으로 인하여 종래에는 condictio를 엄격법에 의해 초래되는 지나치게 가혹한
결과를 수정하는 기능을 하는 형평법상의 청구권으로 이해하였다. 이에 따르면
condictio는 다른 제도와의 관계에서 일종의 상위규범에 속하는 제도가 되고,
이러한 입장은 condictio를 명확히 정의된 구성요건이 없는, 애매모호한 영역의
존재쯤으로 여기는 결과를 낳았다. 사비니는 바로 이점을 비판하고 부당이득을
재산의 이전(즉 일방의 손실과 타방의 이득)과 재산이전(이득)의 법적 근거의
결여로 요약되는 구성요건을 갖는 일반법상의 제도로서 자리매김한 것이다25).
그리고 condictio가 인정되는 경우 중 착오에 의한 재산의 이전과 수익자의 행
위 또는 우연에 의한 재산의 이전을 구분하고, 이에 대응하여 재산의 이전의
정당성이 부인되는 사유도 하자 있는 의사결정과 의사의 부재로 구별한 것도
의미가 있는 데, 이 의사적 요소는 급부부당이득과 기타 부당이득 사이의 차이
를 보여주는 것으로 이를 지적함으로써 후대의 유형화 이론의 기초를 제공하였
다는 평가를 받는다.26) 그러나 사비니에 있어서도 부당이득의 핵심은 급부부당
이었고, 자신의 생각이 뒤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이해
된다.27)
ä
수익자가 얻은 이득이 그 자체로서(gegenst ndlich) 전에 이미 타인에게 귀속
되었던 재산이어야만 하는 가28) 아니면 타인의 특허발명의 이용이익 등 전에
타인에게 귀속된 바가 없는 이익의 경우에도 반환청구가 가능한가29) 등 구체적
사항에 관하여 다툼이 없지는 않았으나 사비니의 부당이득 이론은 서서히 판덱
텐 법학자와 판례에 의해 수용되어 발전되었고, 독일민법전도 급부부당이득과
기타부당이득의 차이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는 당시의 판덱텐법학을 기초로
했다30). 한 가지 특기할 점은 프로이센 및 오스트리아 민법전에서 채용되었고,

25) Vgl. Eller, a.a.O., S. 44, 57.


26) Eller, a.a.O., S. 57.
27) Eller, a.a.O., S. 47.
28) 사비니는 이런 입장이었다.
29) 예컨대 빈트샤이트의 입장.
30) Martinek, Michael, Das Recht der ungerechtfertigten Bereicherung und der
부당이득관계의 당사자확정의 구조 99

부당이득에 관한 일반규정이 없는 프랑스에서는 학설상 일반적 부당이득청구권


으로서의 기능이 부여된 전용물소권이 독일 민법전의 제정과정에서 명시적으로
배척된 것이다. 그 이유로는 별도로 전용물 소권을 인정할31) 필요가 크지 않다
는 것과 이를 인정할 경우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무한히 확장되는 것을 방지하
기 위해 재산이전의 직접성을 요구하는 부당이득법과 충돌된다는 것이다.32) 이
러한 입법자의 입장은 뒤에 3 당사자 부당이득관계 문제의 처리와 관련하여 의
미가 있다.33)

4. BGB 하에서의 이론의 변천


독일 민법전 제812조 1항 1문에서 이익 획득의 유형으로 급부이득과 기타
이득을 선택적으로 들고 있지만 처음에 이 규정은 판덱텐 법학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서 직접 적용이 가능한(즉 확정된 의미의 구성요건을 가지고 있는)
부당이득에 관한 일반규정으로 이해되었다.34) 그리고 부당이득의 일반적 구성
요건을 1) 재산의 이전, 즉 한 사람의 재산적 이득(etwas Erlangte)과 다른 사
람의 재산적 손실(auf anderes Kosten), 2) 이익과 손실사이의 직접적 인과관
계, 3) 이득에 대한 법적 근거의 결여로 정리하였다35).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ä ü
Gesch ftsf hrung ohne Auftrag, in Michael Martinek(Redaktor), Staudinger
BGB Eckpfeiler des Zivirechts, Berin: Seiler - de Gruyter, 2005, S. 753;
Eller, a.a.O., S. 60 - 66. 독일 민법전의 제정과정에 관한 상세한 국내 문헌으로
는 양창수, 부당이득에 관한 일반규정의 사적 형성, 서울대법학 30권 1ㆍ2호,
1989. 5, 173면 이하 참조.
31) 실체법 체계 하에서 소권을 인정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당연하
고, 전용물소권을 인정한다는 말은 로마법 이래 전용물 소권으로 다루어져 왔던
경우에 대해 (부당이득 반환청구권 외에) 하나의 독립된 실체법상 청구권을 인정
(법정채권관계의 추가)한다는 의미이다. 동시에 전용물소권을 채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곧 해당하는 경우에 어떤 청구권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으
며, 예컨대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
의 구성요건에 좌우된다.
32) Eller, a.a.O., S. 232; 양창수, 전게논문, 178 - 179면; 제철웅, 3자관계에서의 부
당이득: 특히 전용물소권을 중심으로, 「저스티스」, 통권 67호, 2002. 6, 61 -62 면
참조.
33) Vgl. Eller, a.a.O., S. 83; Martinek, a.a.O., S. 753.
34) Martinek, a.a.O., S. 754.
100 안춘수

일원주의에 대하여는 타인의 물건이나 특허발명 등을 이용함으로써 비로소 창


출되는 재산적 가치의 경우를 이 구성요건에 포섭하는 데 어려움이 있으며, 이
익, 손실과, 그 사이의 인과관계의 직접성이라는 요건만으로는 다수당사자 부당
이득 관계에서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하기가 어렵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이러한
인식은 두 차례의 부당이득 이론의 변화의 출발점이 되었다.
첫 번째 전환점은 침해부당이득 개념의 발견이라고 말해지는 Fritz Schulz의
위법성이론이다. 그는 ‘위법한 행위가 있을 뿐, 위법한 소유권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데서 출발하여 부당이득의 본질이 ‘원인 없이 이전된 재산: 보유의
위법’이 아니라 ‘위법한 행위: 회득의 위법’에 있다고 보았다. 그에 의하면 부당
이득의 지도원리는 ‘누구도 위법한 침해행위를 통하여 이익을 취해서는 안 된
다’는 것이고, 구성요건의 관점에서 보면 그 중심이 재산의 이전에서 권리침해
로 전환된다. 이를 통해 그는 종래의 부당이득이론이 급부부당이득에 편중된
것을 해소시키는 계기를 마련하였다고 평가된다.36) 그러나 의무 없는 급부를
받는 것 자체를 위법하다고 볼 수 없으며, 이득획득 행위가 위법하다는 것만으
로는 (손해배상청구권 문제와는 별개로: 필자 주) 획득한 것의 반환의무를 설명
하기 어렵고, 획득된 이익이 어떤 형식으로든 타인에게 속하는 것이라는 것을
떠나서는 획득행위의 위법성을 논하기 어려운 것을 간과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
는다.37)
두 번째 전환은 Walter Wilbrug와 Ernst von Caemmerer에 의해 주창된 이
른바 유형화이다. 유형론의 핵심은 독일 민법전 제812조 1항 1문에는 근거, 기능
및 요건을 달리하는 두 개의 부당이득반환관계, 즉 급부부당이득과 침해부당이득
등 급부에 의하지 않은 이득의 경우가 들어있다는 것이다. 급부부당이득의 기능
은 그 이행을 목적으로 한 채무가 처음부터 또는 사후적으로 더 이상 존재하지
않거나 급부를 통해 얻으려고 한 것을 얻지 못하는 경우에, 出捐을 청산하는 기
능을 하며, 반환청구의 근거는 급부목적 달성의 실패에 있고, 따라서 재화유통의

35) 사비니의 ‘법적 근거 없는 재산의 이전에서 위와 같은 구성요건이 도출되는 과정


에 관하여는 Eller, a.a.O., S. 68 - 86 참조.
36) Martinek, a.a.O., S. 754f..
37) Eller, a.a.O., S. 172 - 175. 이는 유형론에서 기타 부당이득의 이해에 있어 중요
한 의미를 갖는다.
부당이득관계의 당사자확정의 구조 101

영역에 속한다고 한다. 비하여 기타 부당이득, 특히 침해부당이득은 재화의 귀속


ü
질서(G terzuordnung)에 반하여 획득된 재산적 이익을 되돌리는 기능을 하며, 반
ü
환청구의 근거는 귀속질서위반(G terzuordnungswidrigkeit)이며 따라서 권리보호
영역에(감축된 권리의 계속적 효력) 속한다고 한다38). 그리고 급부부당이득과 기
타 부당이득은 근거와 기능을 달리하는 만큼 그 구성요건적 전제요건도 달리하여
야 한다고 한다.(후술)
유형이론은 한편에서 일원론의 재산이전의 관념을 극복함으로써 판례와 학설
에 의해 이미 인정되어 왔지만 일원론에서 이론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웠던 경우
까지 포함하는 포괄적인 이론을 세우고 다른 한편 급부부당이득과 기타 부당이
득을 구별하여 부당이득을 체계화 하였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다수 학설과 판례
의 지지를 받게 되었다.39)40)

38) Caemmerer, Ernst von, Bereicherung und unerlaubte Handlung, Festshcrift


ü
f r Ernst Rabel. Band 1: Rechtsvergleichung und Internationales Privatrecht,
ö ü
Hrsg. Hans D lle/Max Rheinstein/Konrad Zweigert, T bingen: Mohr, 1954, S.
342, 353.
39) Vgl. Eller, a.a.O., S. 175 - 176.
40) 그러나 근래에 다시금 부당이득을 단일한 원리로 설명하려는 학설(이른바 신일원주
의)이 나타났다. 현재의 다수설 처럼 급부부당이득과 기타부당이득의 구별을 절대시
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며, 특히 부당이득법의 많은 문제를 급부개념 하나를 가지
고 해결하려는 현재의 다수설은 개념법학에 접근되어 있다는 점, 급부부당이득과 기
타부당이득 사이의 기능적 차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고 부당이득을 하나의 원리
로 설명하려는 규정의 경우 불가피하게 적용을 위해서는 구체화가 필요한 추상적
일반규정에 머물 수 밖에 없기는 하지만, 다양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목적을 하나
의 원리로 기술하는 것은 이해의 편이를 위해서도 여전히 의미가 있고 또 예컨대
‘법적 정당성이 결여된 재산취득의 보정’이라는 원리로 쉽게 표현될 수 있으며, 이는
현행 법규정과도 잘 조화된다는 것이 그 골자이다(Vgl. Canaris, Claus-Wilhelm,
ä ü
Der Bereicherungsausgleich im Dreipersonnenverh ltnis, in Festschrift f r Karl
Larenz, Hrsg. Gotthard Paulus/Uwe Diederichsen/Claus-Wilhelm Canaris,
ü
M nchen: C.H.Beck, 1973, S. 814 - 828; Larenz, Karl/Canaris, Claus-Wilhelm,
ü
Lehrbuch des Schuldrechts Band II/2, 13. Auflage, M chen: C.H.Beck, 1994, S.
144, 213 - 216; Kupisch, Berthold, Einheitliche Voraussetzungen des
Bereicherungsanspruchs - ein Missgriff des Gesetzgebers?, in Festgabe f r ü
ü
Ulrich von L btow, Hrsg. Manfred Harder/Georg Thielmann, Duncker&Humbolt:
ü
Berlin, 1980, 501 - 545; Lieb, Manfred, M nchenner Kommentar BGB Band
ü
5, 3. Auflage, M chen: C.H.Beck, 1997, Rdnr. 3 - 8a 812. §
102 안춘수

Ⅲ. 유형론의 실천적 의미

유형론은 부당이득법 전반에 걸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급부부당이득과 기타 부당이득에 대하여 각각 다른 기능과 반환청구의 근
거를 제시할 뿐 아니라, 일부에서는 반환대상, 반환범위, 원물반환이 불가능한
경우의 책임요건 및 범위 등 효과에 있어서도 구별을 하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
다41). 그러나 여기서는 우리의 주제와 관련하여 의미가 큰 변화, 즉 부당이득의
구성요건과 부당이득관계의 당사자, 다시 말하여 반환청구권자와 반환의무자를
결정하는 메카니즘에 있어서의 변화에 관하여만 살펴본다.

1. 요건의 개별화
일원론에서는 한 사람의 이익과 다른 사람의 손실(합하여 재산적 가치의 이
전), 이익과 손실 사이의 인과관계의 직접성, 법적 근거의 결여가 부당이득의
공통적인 요건이다. 그러나 유형론이 도입된 이후 최소한 급부부당이득의 경우
에는 반환청구자의 손실은 독립적으로 검토되어야 하는 구성요건 요소는 아니
라는 데 견해가 일치되어 있다42). 유형론에서 채용하고 있는 규범적 급부개념
에 따라 급부관계를 정하는 과정에서(후술) 구성요건으로서의 일인의 손실 항목
이 해결해야 하는 반환청구권자 결정이라는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는 것
이다43). 나아가 재산의 이전이라는 요건개념이 극복됨에 따라 재산이전의 내용
내지 인식기초로서의 반환청구자의 손실, 즉 부당이득의 원인 사실이 발생되기
전에 반환청구자가 이미 가지고 있던 재산적 가치의 감소라는 의미의 손실은
더 이상 요건이 아니라는 데44) 학설이 일치되어 있다45). 다만 기타 부당이득의

41) Vgl. Eller, a.a.O., S. 160 - 163.


42) 급부부당이득의 경우 일인의 손실은 처음부터 부당이득의 요건이 되지 않는 것인
지 아니면 내용적, 실질적으로는 여전히 전제요건이지만 부당이득관계의 당사자
및 반환범위 결정 등에서 독립적인 검토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일 뿐인지에 대하여
는 견해가 대립하고, 특히 신일원주의론자는 후자의 입장을 취한다.
§
43) Vgl. Lieb, a.a.O., Rdnr. 10 - 12 812.
44) 이를 통해 반환청구권자의 기존의 재산적 가치의 감소가 발생되지 않는 사실상의
사용이익 등이 쉽게 설명될 수 있게 되었다.
§
45) Vgl. Lieb, a.a.O., Rdnr. 15 812.
부당이득관계의 당사자확정의 구조 103

경우에는 반환청구자의 손실은 법적 근거의 결여 와 함께 반환청구권자 재산


의 보호범위와 반환의무자의 행위의 자유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 고려되어야 할
관점으로서 여전히 의미를 갖는다고 한다46). 그리하여 유형론에서는 급부부당
이득의 구성요건요소로 1) 급부를 통해, 2) 법적 근거 없이, 3) 이득을 얻음
(etwas Erlangen)을 들고, 기타 부당이득에 대하여는 1) 급부 이외의 방법으로,
2) 타인의 손실 하에(auf Kosten des Anderen), 3) 법적 근거 없이, 4) 이득을
얻음을 요건으로 든다.47)
이득의 원인이 없음이라는 요건도 부당이득의 유형에 따라 달리 설명되어야
한다는 것에 다툼이 없다. 일원론에서는, 이익 획득의 유형과 무관하게, 이득의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은 이전된 재산을 계속 보유하는 것을 정당화시키는 사
유가 없음을 의미하고 , 이는 결국 재산이전의 채권법적 근거(매매계약 등 원인
관계라는 의미의 causa)가 없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48) 이에 반해 유형론에
서는 급부부당이득의 경우에는 이득의 원인이 없음이란 급부의 원인(급부청구
의 근거)이 없는 것이라 하거나(객관설) 또는 급부의 목적이 달성되지 못한 것
(주관설) 이라 하는데 비해49) 급부의 원인 내지 급부의 목적이라는 것을 생각
할 수 없는 기타 부당이득에 있어서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은 이득의 보유근거
가 없는 것50) 또는 수익자 측에 발생된 재산상태의 변화가 법익귀속질서의 내
용과 객관적으로 충돌 되는 것이라고 한다.51)
이에 비해 직접성의 필요 여부에 대하여는 유형론 내에서도 견해가 다양하
다. 일원론에서 말하는 이득과 손실 사이의 인과관계의 직접성은 반환대상인
재산이 반환을 청구하는 자로부터 중간에 다른 사람에게 귀속되는 일이 없이
직접 반환을 요구 받는 자에게 이전되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법
에 규정되어 있지는 않지만 이론상 추가된 요건으로, 대가관계와 보상관계 모

46) Vgl. Eller, a.a.O., S. 179 - 180.


ü
47) 이에 관하여는 Schwarz, G nter Christian/Wandt, Manfred, Gesetzliche
ä ü
Schuldverh ltnisse, 2. Auflge, M nchen: Verlag Franz Vahlen, 2006, S. 132 -
134 참조.
48) Vgl. Eller, a.a.O., S. 67f., 178.
§
49) Vgl. Lieb, a.a.O., Rdnr. 137 812.
50) 예를 들어 매수인이 스스로 목적물을 가져온 경우는 보유의 근거가 인정될 수 있다.
§
51) Vgl. Lieb, a.a.O., Rdnr. 280 812; Eller, a.a.O., S. 154 - 155.
104 안춘수

두에 하자가 있는 이른바 이중결함의 연쇄적 급부 또는 단축급부에서 중간자를


배제하고 직접 반환청구를 하는 것과(이른바 Durchgriff. 이하 직접청구라 한다)
전용물소권을 배제하는 기능, 즉 부당이득관계의 당사자를 결정하는 하나의 기
준으로서의 기능을 하였다.52) 그런데 유형론에서 부당이득관계의 당사자를 정
하는 메카니즘에 의하면 이것은 규범적 급부개념에 의해(급부부당이득의 경우)
또는 법익귀속질서의 내용을 확정함으로써(기타 부당이득의 경우) 해결될 수 있
다.53) 그러나 급부개념과 법익귀속질서가 부당이득관계의 당사자를 확정하는
문제를 어디까지 그리고 얼마나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는 유형론자 사이에도 이해를 달리하고, 그에 따라 직접성의 요건에 대한 평가
도 달리한다. 그리하여 학설로서는 기본적으로 급부부당이득과 기타 부당이득
모두에서 직접성은 필요하지 않으며 단지 불확실한 경우에 보조적 기능을 할
뿐이라는 견해,54) 기타 부당이득, 특히 침해부당이득의 경우 법익귀속질서에 의
해 반환의무자는 결정되지 않으므로 이 범위에서 직접성의 요건이 필요하다는
견해55) 등이 있다. 그러나 판례는 보다 실용적으로 접근하여 부당이득의 유형
과 무관하계 전용물소권의 배제, 또는 다수당사자 관계에서 반환청구권자와 의
무자를 정하는 기준으로서 직접성을 적용하는 것으로 보인다.56)
이처럼 구성요건론에 있어서의 변화는 다음에 살펴볼 부당이득관계의 당사자
결정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2. 부당이득관계 당사자 결정의 원리


(1) 문제의 소재

급부부당이득과 기타 부당이득의 구성요건은 상호간에 대안적 관계에 있기


때문에 동일한 사람 사이에 동일한 대상에 대하여 서로 경합하는 경우는 없다.

§
52) Vgl. Lieb, a.a.O., Rdnr. 16 812.
53) Larenz, Karl/Canaris, Claus-Wilhelm, a.a.o.. S. 135 - 136; Lieb, a.a.O., Rdnr.
§ ü
17f. 812; Schwarz, G nter Christian/Wandt, Manfred, a.a.O., S. 186 - 188.
§
54) 예컨대 Lieb, a.a.O., Rdnr. 17f. 812.
55) 예컨대 Larenz, Karl/Canaris, Claus-Wilhelm, a.a.O., S. 135 - 136.
56) BGHZ 82, 299(306); BGHZ 94, 160(165); BGHZ 99, 385(390); BGHZ 107,
117(121) 등 참조.
부당이득관계의 당사자확정의 구조 105

즉 두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는 처음부터 급부부당이득 아니면 기타 부당이득


어느 하나가 문제될 뿐이다. 그러나 하나의 대상과 관련하여 3인 이상의 다수
가 관련된 경우에는 상황이 다르다. 예를 들어 원래 A의 소유였던 甲 물건의
소유권이 어떤 사유로 인해 B를 거쳐 C에게로 이전된 경우, 동일한 대상인 甲
소유권과 관련하여 A와 B, B와 C 사이에서 급부부당이득관계가 성립함과 동시
에 A와 C 사이에서는 침해부당이득의 요건이 충족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 C에 대하여 부당이득으로서 甲 소유권의 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하는 것이 이른바 3 당사자 부당이득관계, 보다 일반적으로는
다수당사자 부당이득관계에서의 당사자 결정 문제로 논해지는 것으로 채권법의
가장 어려운 문제 중의 하나로 꼽힌다.
그런데 다수당사자 부당이득관계가 발생되는 사례의 유형이 아주 다양하기
때문에 모든 경우를 설명해 줄 수 있는 당사자 결정의 원리를 찾는 것은 불가
능해 보이며, 개별적 유형에 대한 논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57) 그러나 문헌상
의 논의와 판례를 보면 대략적이나마 하나의 원칙이라 할 수 있는 줄기가 있고,
어떤 사안에서 이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치 못한 경우에는 원칙과 다른 판
단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래에서는 이 대략적인 원칙의 내용과 예외를58)
인정하는 기준에 관하여 독일의 판례를 살펴본다.

57) Vgl. Larenz, Karl/Canaris, Claus-Wilhelm, a.a.O., S. 197 - 253; Lieb, a.a.O.,
§ ü
Rdnr. 30 - 135d 812; Schwarz, G nter Christian/Wandt, a.a.O., S. 256 -
300 등 참조. 이에 관한 국내의 연구로는 제철웅, “3자관계에서의 부당이득: 특히
전용물소권을 중심으로”, 「저스티스」, 통권 67호, 2002. 6, 54 - 79면; 최수정,
“지명채권양도에 있어서 다수인 사이의 부당이득반환”, 「민사법학」 제30호, 2005.
12, 301 - 333면; 김형석, “제3자의 변제ㆍ구상ㆍ부당이득”, 「서울대법학」 46권
1호, 2005. 3, 340 - 370면; 정태윤, “등기명의부당이득과 부당이득의 삼각관계”,
「민사법학」제51호, 2010. 12, 85 - 125면 등 참조.
58) 여기서 원칙과 예외라는 표현이 적절한 것인지에 대하여는 이론이 제기될 수 있
는 데, Lieb의 경우에는 아직 원칙과 예외 관계로 볼 수 있을 만큼 논의가 성숙
되지 않은 것으로 평가하는 것 같다(Lieb, a.a.O., Rdnr. 21f. 812). §
106 안춘수

(2) 급부부당이득의 당사자

급부부당이득은 하자 있는 급부관계의 당사자 사이에만 인정되고, 급부관계


는 급부를 한자와 급부를 수령한 자 사이에 발생한다. [사례 1] 예를 들어 甲
물건이 순차적으로 A → B → C로 매각되어 점유이전(등기이전) 된 후 A, B
(또는 B, C) 사이의 매매계약이 취소되었다면59) 하자 있는 급부관계는 A, B(또
는 B, C) 사이에만 존재하고 따라서 A가 B(또는 B가 C)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
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사례 2] A, B 사이의 매매계약과 B, C 사이의 매매계
약이 모두 취소된 경우(이른바 이중 하자의 경우)에도 (급부)부당이득 관계는
각각 A와 B 사이, 그리고 B와 C 사이에만 발생하고 A가 C를 상대로 급부부당
이득을 근거로 해서는 반환60)을 요구할 수 없다61). 만약 직접청구를 인정하게
되면 계약관계상의 항변관계가 계약의 당사자 사이로 국한될 수 없게 되고 나
아가 자기가 선택한 상대방의 지불능력에 대한 위험을 타인에게 전가하는 결과
가 되기 때문이다.62)

[사례 3] 만약 A와 B, B와 C가 순차로 에 대해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인도
는 C의 요청에 응하여 A가 직접 C에게 한 후에 두 매매계약이 모두 취소되었
다면 A와 C 사이에 급부부당이득관계가 발생되는가? A가 직접 C에게 을 인 甲
도하였다(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다)는 것을 이유로 직접 반환청구를 인정한
다면 이는 실제적으로 당사자의 이해관계가 동일한 앞의 경우에 있어서의 가치
판단과 충돌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독일의 다수설
은 단순한 出捐과 엄격하게 구별되는63) 이른바 규범적 급부개념을 만들어 냈
다. 즉 급부는 단순히 재산을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급부의 목적을 가지고 의
식적으로 타인의 재산적 가치를 증가시키는 것’이라고 정의한다.64) 이 급부개념
에 따르면 [사례 3]에서 A가 직접 C에게 인도(소유권이전등기)를 하였지만 그
목적은 A의 B에 대한 매매계약상 의무를 이행하는 데 있고, B 역시 C에게 대

59) 일단 물권행위에는 취소 사유가 없는 것을 전제로 한다.


60) 독일의 경우 물권행위의 무인성으로 인하여 그 내용은 소유권이전이다.
61) BGHZ 48, 70. 이에 비해 RG와 그 이전의 BGH 판례에서는 이른바 Durchgriff
(직접청구)를 인정하였다.
62) BGHZ 48, 70(72); Canaris, Claus-Wilhelm, a.a.O., S. 799, 802f..
ü
63) Schwarz, G nter Christian/Wandt, Manfred, a.a.O., S. 144 참조.
64) BGHZ 58, 184(188), NJW 2004, 1169 등.
부당이득관계의 당사자확정의 구조 107

한 채무를 이행하려는 목적에서 A로 하여금 C에게 인도(이전등기)할 것을 요청


한 것이므로 급부관계는 A와 B사이 그리고 B와 C사이에 성립할 뿐이다65). 따
라서 급부부당이득관계도 이들 사이에만 발생한다.66)
[원칙 I] 앞에서 설명한 것은 ‘급부부당이득관계는 급부의 목적을 가지고 의
식적으로 타인의 재산적 가치를 증가시키는 것이라는 급부개념에 의할 때 성립
하는 급부관계의 당사자(급부자와 급부수령자) 사이에만 발생한다’는 것으로 요
약될 수 있고, 이것은 부당이득관계의 당사자 결정에 관한 하나의 원칙으로 삼
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견해에 의하면 급부관계의 확정에 있어서 급부목적의 결정이 결정적
인 의미를 갖게 된다.67) 그러므로 출연을 하는 자와 출연을 받는 자의 급부관
계에 대한 관념이 다른 경우, [사례 4] 예컨대 A가 C에게 물건을 인도함에 있
어서 A는 자기의 C에 대한 채무의 이행을 위해 인도한다는 생각인 반면 C는
A가 B의 대리인으로서 또는 B의 요청 내지 지시에 따라 B의 C에 대한 채무의
이행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에, 누구와 누구(A와C 아니면 B
와 C) 사이에 급부관계가 발생하는지가 문제될 수 있다. 그리고 이 문제는 만
약 뒤에 A가 C에 대해 채무를 부담하지 않았던 것이 드러나는 경우 A가 C에
대해 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지와 관련이 된다.
판례는 이 경우에 의사표시의 해석(규범적 해석)의 경우와 같이 상대방, 즉
여기서는 C의 시각이 기준이 된다고 한다68). 그리하여 객관적 제3자의 입장에

65) Larenz, Karl/Canaris, Claus-Wilhelm, a.a.)., S. 132 - 133 참조.


66) BGHZ 48, 70(72); NJW 2001, 2880(2881).
67) 급부목적 결정의 법적 성질에 대하여 다수의 견해는 일방적 의사표시로 이해하고
( Larenz, Karl/Canaris, Claus-Wilhelm,a.a.O., S. 133 - 134 참조), 판례도 명시
적으로 의사표시라고 하지는 않지만 이에 행위능력을 요구하고 취소에 관한 규정
의 적용을 인정하여 최소한 법률행위에 유사한 성질을 갖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
다(BGHZ 106, 163(166); BGHZ 111, 382(386).
68) 토지소유자 C는 B와 건축에 관한 도급계약을 체결하였고, B는 A와 기초토목공사
에 관한 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C의 대리인으로 행세를 하여 A는 C가 계약의 상
대방이라고 생각한 반면 대리권은 준 바 없는 C는 당연히 A를 B의 이행보조자로
생각한 경우(Idealheim-Fall; BGHZ 36, 30); C는 B와 신축건물의 전기기구의 설
비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였고, B는 A에게 필요한 기구를 주문하였다. A가 주문확
인서를 C에게 보내자 C는 전기기구를 주문한 것이 자기가 아니라 B라는 사실을
들어 반송하였으나 A는 이를 간과하고 소유권유보조항이 들어 있는 보통거래약관
108 안춘수

서 보더라도 C가 B의 급부로 생각하는 것이 정당한 경우에는 급부관계는 B(급


부자)와 C(급부수령자) 사이에 성립하며 A는 C에 대하여 급부부당이득을 이유
로 반환을 청구할 수는 없다.

(3) 급부부당이득과 기타 부당이득의 관계 - 기타부당이득의 종속성

[사례 3]과 [사례 4]에서 A와 C 사이에는 급부관계가 성립하지 않고, 이는 곧


그들 사이에 기타 부당이득 관계가 성립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두
경우 모두 C는 A의 출연을 통해 급부 이외의 방법으로 이득을 얻었으며,69) A
와 C 사이에서 이 이득은 법적 근거가 없다. 그러면 [사례 4]에서 C는 B에 대
한 채권, 즉 C와 B 사이에 존재하는 급부관계를 이유로 자기의 이득이 법적 근
거가 없는 것이 아님을 주장할 수 있을까? 이러한 주장은 우선 채권의 상대성
과 충돌되는 것으로 설득력이 없고,70) [사례 3]의 경우에는 B와 C 사이에 유효
한 매매계약이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불가능하다. 그러면 이 두 경우 A는 C에
게 기타 부당이득을 원인으로 하여 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가?

과 함께 C를 수령인으로 하여 전기기구를 보냈고 공사현장에서 이를 수령한 B가


전기기구를 대금의 완납 전에 그대로 공사에 사용한 경우(Elektroger te-Fall; ä
BGHZ 40, 272; BGHZ 122, 46(50f.); A가 생산한 의류의 판매를 여러 차례 대리
인으로서 중개한 경력이 있는 B가 자신의 이름으로 C와 A가 생산한 의류에 대
한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대금완납) 상품은 C가 직접 A에게서 받아 가기로 하
였다. B가 자신의 대리인으로 거래한 것이라고 생각한 A는 C에게 소유권 유보
하에 상품을 인도하였고 C가 그것을 제3자에게 양도한 경우(Hemden-Fall; BGH
NJW 1974, 1132) 등.
69) [사례 3]과 같은 경우, 소유권의 귀속과 관련하여서 문제가 없지는 않다. 동산의
경우 독일의 ‘지시에 의한 점유이전 이론’을 따르면 소유권은 A→B→C 순서로 순
차적으로 이전된 것이 되고(Baur, Fritz, Lehrbuch des Sachenrechts, 14.
ü
Auflge, M nchen: C.H.Beck, 1987, S. 447f.), 여기서 만약 기타 부당이득에 관하
여 재산이전의 직접성이 요구된다는 입장을 취한다면 기타 부당이득의 요건은 충
족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소유권이 순차적으로 이전된 것인지 아니면 직접 A
에게서 C에게로 이전된 것인지는 당사자의 의사(물권행위의 내용)에 따라 정해질
ü
문제이며(Quack, Friedrich, M nchenner Kommentar BGB Band 4, 2. Auflage,
ü §
M chen: C.H.Beck, 1986, Rdnr. 141 - 148 929), 부동산의 경우에는 등기문제
로 인하여 순차적 소유권 이전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직접성을 요구하는 경우에도
기타 부당이득의 요건이 충족되는 경우가 발생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는다.
70) Larenz, Karl/Canaris, Claus-Wilhelm, a.a.O., S. 202.
부당이득관계의 당사자확정의 구조 109

A의 C에 대한 기타 부당이득 반환청구권을 인정한다면 특히 [사례 3]의 경우


에는 급부부당이득의 관점에서 내린 판단을 기타부당이득이라는 이름 하에 전
면적으로 번복하는 것이 되고, [사례 4]의 경우에는 C의 신뢰 보호도 저해된 것
이 문제된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고려에서 나온 것이 이른바 기타 부당이득의
급부부당이득에 대한 종속성이라는 개념이며,71) 이에 따르면 한 사람의 급부를
통하여 획득된 대상에 대하여는 다른 사람이 기타 부당이득을 근거로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 바꾸어 말하면 기타 부당이득은 대상이 급부를 통하여 획득된
것이 아닌 경우에만 인정된다는 것이다72). 결과적으로 [사례 3] 에서는 A와 B
사이 그리고 B와 C사이에 급부부당이득 관계만이, [사례 4]에서는 A와 B 사
이에 기타 부당이득 관계만이 문제가 된다.
[원칙 II] 기타 부당이득의 종속성을 부당이득 관계의 당사자 결정에 관한
두 번째의 원칙(급부관계 우선의 원칙)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73)

(4) 급부관계 우선의 원칙의 적용과 예외

급부관계 우선의 원칙의 적용에 있어서는 특히 무권리자의 처분과 관련하여


많은 문제가 있다. [사례 5] A가 B에게 보관시킨 물건을 B가 그가 무권리자라
는 것을 알 수 없는 C에게 양도한 경우 또는 B가 A로부터 소유권유보부매매를
통하여 인도받은 물건을 그러한 정황을 알 수 없는 C에게 양도한 경우와 [사례
6] B가 A로부터 절취한 물건을 그러한 정황을 알 수 없는 C에게 양도한 경우
에, 급부관계 우선의 원칙이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가? 두 경우 모두 C는
유효한 매매계약상 의무의 이행으로 B로부터 물건을 인도를 받아 일응 급부수
령자의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74) 급부관계 우선의 원칙이 그대로 적용

ü
71) Esser, Josef, Schuldrecht 2. Auflage, Heidelberg: C.F.M ller, 1960, S. 787f,
808.
72) BGHZ 40, 272; BGH NJW 1974, 1132; BGHZ 69, 186 등.
73) 이처럼 규범적 급부개념에서 출발하여 당사자결정의 원칙을 도출하려는 접근방
식, 특히 기타 부당이득의 종속성에 대하여는 그 결과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서
이론적인 근거가 없다는 유력한 비판이 있다(Canaris, Claus-Wilhelm, a.a.O., S.
§
799 - 865; Lieb, a.a.O. Rdnr. 21f. 812 참조).
74)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면 [사례 6]의 경우에는 C가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므로
(그리하여 재산의 증가된 바가 없으므로) 급부는 완성되지(성립하지) 않았다.
110 안춘수

된다면 A는 C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사례


5]의 경우에는 C는 선의취득에 의하여 물건의 소유권을 취득하고, 선의취득은
이득의 법적 근거가 된다는데 이설이 없다.75) 그러므로 이 경우에는 어차피 A
는 C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고, 이는 결과적으로 급부관계 우선의
원칙을 적용한 것과 같다76). 그러나 [사례 6]에서는 C가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고77), A는 C에 대하여 소유물반환청구권을 갖는다. 따라서 [사례 6]에서 급
부관계 우선의 원칙은 현실적으로 의미가 없을 뿐 아니라 내용적으로는 물권법
적 가치판단과 충돌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러한 경우에는 A는 C에 대해 기타
부당이득을 이유로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는데 견해가 일치되어 있다
.78)79) 즉 급부관계 우선의 원칙이 이런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사례 7] 만약 [사례 6]과 같은 상황에서 C가 물건을 가공하여 다른 물건을
만들어서 A가 소유권을 상실(C가 소유권 취득)하는 경우는(민법 제259조, §
950 BGB) 어떠한가? 이 문제는 이 경우 A가 C에 대해 부당이득 규정에 따른
§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951 Absatz 1 BGB의 해석과 관련된
다. 학설과 판례는 이 조문에서 보상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은 비록 가공자
가 새 물건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도록 하고는 있지만 그 취지가 새 물건의
가치를 유지할 사회적 필요라는 사회정책적 고려에 따른 것일 뿐 원래 물건의
가치를 최종적으로 가공자에게 귀속시키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의80) 표
현이고, 이 규정은 독립된 청구권의 근거 규정이 아니며 따라서 부당이득규정
의 준용도 효과만을 준용하는 것이 아니라 요건과 효과를 모두 준용하는 이른
바 총괄준용이라고 한다.81) 그러므로 가공의 경우 원소유자가 보상을 받기 위

§
75) Lieb, a.a.O., Rdnr. 21f., 235 - 238 812.
76) 보다 정확하게는 급부관계 우선의 원칙이 아니더라도 A는 C에 대해 반환을 청구
할 수 없다.
77) 독일의 경우 도품 등 점유이탈물의 경우에 소유권은 원래의 소유자에게 있다. 즉
전혀 소유권변동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데 학설이 일치되어 있다.
78) Brox, Hans/Walker, Wolf-Dietrich, Besonderes Schuldrecht, 27. Auflage,
ü
M nchen: C.H.Beck, 2002, S. 412- 413.
79) 이 경우 소유물반환청구권과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관계라는 중요하고 어려운 문
제가 발생하나 이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도 인정한 결과 발생되는 것으로 우리의
주제와는 별개의 문제이다.
80) 이 점에서 첨부는 선의취득 및 시효취득과 다르다.
부당이득관계의 당사자확정의 구조 111

해서는 가공으로 인한 소유권 상실 외에 부당이득의 모든 요건도 갖추어져야


한다. 그런데 이 경우의 C를 [사례 6]의 경우보다 더 보호하여야 할 이유가 없
으므로 A의 C에 대한 기타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인정하는데 이설이 없다82).
그리고 판례까지 확인하지는 못하였지만 이러한 결론은 C와 건축에 관한 도급
계약을 체결한 B가 A로부터 건축자재를 절취하여 C의 공사에 사용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면 [사례 8] C와 건축에 관한 도급계약을 체결한 B가 소요되는 건축자재
를 A로부터 소유권유보부매매의 방식으로 구입하여 인도를 받고 매매대금이 완
납되기 전, 즉 B가 아직 소유권을 취득하기 전에 C의 공사에 사용하여 부동산
에의 부합이 발생한 경우는 어떠한가? 이 경우는 C가 그 소유권을 취득하였지
만 그 근거가 선의취득이 아니라 부합인 점에서 [사례 5]와 다르고, 대상이 도
품이 아니라는 점에서 [사례 7]과 다르다.
이러한 경우에 관하여 설명의 방법은 다르지만 다수설과 판례는 A의 C에 대
한 기타 부당이득을 근거로 한 반환청구권을 부정하고 있다83). 즉 B가 비록 사
실행위를 하였을 뿐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B와 C 사이의 도급계약의 이행
을 목적으로 한 것이고, 만약 부합을 시키기 전에 B와 C 사이에 물권행위가 있
었다면 C가 건축자재를 선의취득 하였을 것이므로 이 경우를 [사례 5]의 경우
와 다르게 다룰 실질적인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84)

(5) 정리

이상의 검토로부터 급부관계 우선의 원칙은 C가 소유권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에는 적용될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보통의 법률행위로 인한
물권변동의 경우에는 물권행위의 무인성으로 인하여 원인관계가 무효인 경우에

81) Quack, Friedrich, a.a.O., Rdnr. 1 -3 § 951; Larenz, Karl/Canaris,


§
Claus-Wilhelm, a.a.O., S. 212 - 213; Lieb, a.a.O., Rdnr. 343 812.
82) BGHZ 55, 176(Jungbullen-Fall): B가 A의 소를 절취하여 이러한 정황을 모르는
육류사업자 C에게 팔았고 C는 소를 도축하여 상품화 하였는데, A가 B를 찾지
못하자 C에게 부당이득반한청구를 한 사례.
83) BGHZ 56, 228; Larenz, Karl/Canaris, Claus-Wilhelm, a.a.O., S. 212 - 213.
§
Lieb, a.a.O., Rdnr. 235 - 238 812.
84) Vgl. nur Karl/Canaris, Claus-Wilhelm, a.a.O., S. 212 - 213.
112 안춘수

도 원칙적으로 C는 소유권을 갖게 되어 이 요건은 충족될 것이며, C가 소유권


을 선의취득한 경우에도 이 원칙은 적용된다.85) 그러나 법률의 규정에 의한 물
권변동의 경우에는 만약 B와 C가 물권행위을 하였다면 선의취득규정에 의해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었을 것을 경우이어야 급부관계 우선의 원칙이 인정되며
[사례 8],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이 원칙은 적용되지 않는다.

Ⅳ. 대법원 판례 검토

2000년대에 들어 유형론에 입각하여 급부부당이득관계의 당사자 및 급부부



당이득과 기타 부당이득의 관계를 직 간접적으로 밝힌 판례를 다수 볼 수 있
게 되었다. 그 판례들을 선고일 순서에 따라 먼저 검토하고, 이러한 흐름과 같
은 맥락에서 이른바 전용물소권을 부인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 사례들을 검
토한 후, 대법원 2009.9.24. 선고 2009다15602 판례를 토대로 독일 이론과의
차이 및 우리 판례의 타당성을 검토한다.

1. 급부부당과 기타 부당이득의 구별 및 급부부당이득관계의 당


사자

대법원 2003.12.26. 선고 2001다46730 판결: B(공동피고)가 C(피고)로부터


신축중인 상가건물을 매입하여 상가를 호수별로 분할하여 분양하였다. A는 B와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분양대금 중 일부를 B 또는 B의 지시에 따라 무통장입금
의 방법으로 C가 개설한 계좌로 송금하였다. 그러나 B는 A가 C의 계좌로 입금
한 금액을 포함한 일부의 매매대금 밖에 지불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A가 상가
를 분양받지 못하자 A가 C에게 자기가 송금한 금액 상당액의 반환을 요구하였
다. 이러한 사안에서 대법원은‘대금의 수령권자는 B이고 C는 수령권한이 없으
므로 C는 법률상 원인 없이 입금된 금액 상당의 이득을 얻고 A는 동액 상당의
손실을 입었으므로 C는 A에게 지급받은 대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한 원심을 파기하고 ‘계약의 일방 당사자(A)가 계약 상대방(B)의 지시
등으로 급부과정을 단축하여 계약 상대방(B)과 또 다른 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85) 시효취득도 마찬가지이다.


부당이득관계의 당사자확정의 구조 113

제3자(C)에게 직접 급부한 경우, 그 급부로써 급부를 한 A의 B에 대한 급부가


이루어질 뿐 아니라 B의 제3자 C에 대한 급부로도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A는
C를 상대로 법률상 원인 없이 급부를 수령하였다는 이유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고 하였다. 이 판결은 급부부당이득은 급부관계의 당사자 사이에만
인정되고, 급부관계는 이른바 단축급부의 경우[사례 3]에도 급부 연쇄의 경우

[사례 1]와 동일하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그리고 ‘ 계약의 일방 당사자
는 제3자를 상대로 법률상 원인 없이 급부를 수령하였다는 이유로 부당이득반
환청구를 할 수 없다’는 것은 이 경우 A와 C 사이에 어떠한 형태의 부당이득
관계도 발생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해석되며 따라서 급부관계의 기타부당이득에
대한 우선성을 동시에 표현한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대법원 2008.6.26. 선고 2006다63884 판결: A가 B와의 공사도급계약에 따라
B에게 지급하여야 할 공사대금 잔액을 건설산업기본법 및 구 하도급거래 공정
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하수급인 C에게 직접 지급함에 있어 착오로 B에 대한
채무액을 초과하여 지급한 사안에서 ‘(관련 법규정의 취지를 볼 때) 발주자(A)의
하수급인 등(C)에 대한 하도급대금의 지급으로써 발주자(A)의 수급인 등(B)에
대한 공사대금지급과 수급인 등(B)의 하수급인 등(C)에 대한 하도급대금지급이
함께 이루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고, 따라서 발주자(A)가 수급인 등(B)에 대하
여 공사대금지급채무를 부담하지 않고 있음에도 이를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잘
못 알고 위 규정들에 의하여 하도급대금을 직접 하수급인 등(C)에게 지급하였
다고 하더라도, 하수급인 등(C)이 발주자(A)로부터 하도급대금을 지급받은 것은
수급인 등(B)과의 하도급계약에 의한 것이어서 이를 법률상 원인 없이 하도급
대금을 수령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발주자(A)는 수급인 등(B)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을 뿐 하수급인 등(C)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
를 할 수는 없다’고 하였다. 이 판례는 사용된 용어만을 놓고 보면 손실 - 이득
- 법적 근거의 결여라는 틀을 따르는 일원론에 입각한 것으로 볼 수도 있고, A
에 대한 관계에서 C의 이득의 법적 근거로 B와 C 사이의 도급계약을 들어 채
권의 상대적 효력과 충돌되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그 취지는 이
사안도 이른바 단축급부의 경우에 속하고 따라서 부당이득도 급부관계의 당사
자 사이에서만 인정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이해된다.
대법원 2008.9.11. 선고 2006다46278 판결: B 재건축조합이 조합원의 추가부
114 안춘수

담금에 관한 결의를 하였으나 그 결의는 절차상의 하자로 무효였지만 이를 알


지 못하는 조합원 A는 B 및 B와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한 C가 공동으로 관리하
는 은행계좌에 추가부담금을 납부하였고 C가 그 구좌로부터 금전을 인출하여
사용한 사안에서, ‘조합원의 지위에 있는 A는 B 와의 사이에 정관과 조합원총
회의 결의에 따라 추가부담금 등을 납부할 의무를 부담하는 내부관계에 있고,
B는 C와 재건축사업공사계약을 체결하고 그 계약상의 의무로서 C에게 공사대
금 등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는 법률관계에 있으며, A는 B의 지시에 따라 직
접적으로 아무런 법률관계가 없는 제3자인 C에게 추가부담금 등을 직접 지급
한 것으로 인정되는 바, A가 제3자인 C에 대하여 한 급부86)는 A의 B에 대한
추가부담금 등의 납부의무의 이행으로서 이루어진 것임과 동시에 B의 C에 대
한 공사대금 등 지급채무의 이행으로서도 이루어진 것이고, 다만 B의 지시로
그 급부과정을 단축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여 A의 C에 대한 부당이득반
환청구권을 부인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판단은 ‘이득자가 손실자의 부당한 출연
과정을 알고 있었거나 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그 이득이 손실자에 대한 관
계에서 법률상 원인이 없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2003.6.13.
선고 2003다8862 판결과87) 모순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그 근거로 문제의 판례
는‘손실자(A)의 권리가 객관적으로 침해당하였을 때 그 대가의 반환을 구하는
경우(이른바 침해부당이득관계)에 관하여 적용되는 것으로서, 손실자가 스스로
이행한 급부의 청산을 구하는 경우(이른바 급부부당이득관계)에 관련된 이 사건

86) 독일의 규범적 급부개념에 의하면 이는 급부는 아니며 단순한 출연에 불과하다.
87) 이 사건의 사실관계는 B가 A로부터 횡령한 돈으로 자신의 C에 대한 채무를 변
제하였고, A가 C에게 법률상 원인 없는 이득을 얻었다 하여 그 반환을 청구한
사안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채권자가 그 변제를 수령함에 있어 악의 또는 중
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채권자의 금전 취득은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법률상 원인을 결여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나, 채권자가 그 변제를 수령함에 있어
단순히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그 변제는 유효하고 채권자의 금전 취득이 피해자
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법률상 원인을 결여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하면서 이
사건의 경우에는 중대한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여 청구를 기각하였다. 편취
한 금전으로 채무를 변제한 경우의 부당이득 문제에 관여는 양창수, “금전의 부
당이득으로 인한 반환의무 - 소위 편취금전에 의한 변제문제 서설 -”, 「서울대법
학」 43권 4호, 1 - 26면; 정태윤, “횡령한 금전의 부당이득”, 「민사판례연구」, 제
27권, 2005, 436 - 470면 등 참조.
부당이득관계의 당사자확정의 구조 115

과는 사안을 달리하는 것’이라 하였다.


이 판례의 경우 전반부는 앞의 판례와 같은 취지로 새로운 것이 없으나 후반
부는 비록 B와 C 사이에 급부관계가 있더라도 그 급부의 객체가 객관적으로 A
에 대한 침해에 의해 얻어진 것일 경우에는 결과가 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표현한 것으로 주목할 사항이다. 즉 급부관계 우선의 원칙의 예외가 인정되는
경우 및 요건을 제시한 것으로서 의미가 있다.
대법원 2010.3.11. 선고 2009다98706 판결: 학교법인 B가 A로부터 두 차례
에 걸쳐 금전을 차용하였고 A는 약정에 따라 차용금을 직접 의료법인 C에게
지급하였으나 대차계약이 사립학교법에 위반되어 모두 무효인 사안에서 ‘C는
대여금 상당액을 법률상 원인 없이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A에게 그 금액 상
당의 손해를 가하였으므로 그 금액 상당의 부당이득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는
원심을 파기하고 ‘계약상 금전채무를 지는 이(A)가 채권자(B)의 지시에 좇아 채
권자의 채권자 또는 채권자가 증여하고자 하는 이(C)에게 직접 금전을 지급한
경우 또는 남의 경사를 축하하기 위하여 꽃을 산 사람(B)이 경사의 당사자(C)
에게 직접 배달시킨 경우, 계약상 급부가 실제적으로는 제3자에게 행하여졌다
고 하여도 그것은 계약상 채무의 적법한 이행(이른바 ‘제3자방( 第三者方) 이행’)
이라고 할 것이고, 이때 계약의 효력이 불발생하였으면 그 제3자(C)가 아니라
계약의 상대방 당사자(B)에 대하여 부당이득을 이유로 자신의 급부 또는 그 가
액의 반환을 청구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이 판례는 단축급부와 지시의 경우를
예로 하여 부당이득법에서의 급부개념이 단순한 출연과 다르다는 것을 밝히려
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2. 소위 전용물소권과의 관계
이른바 전용물소권에 관하여 대법원은 일찍부터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였
고, 계속 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대법원 1970.11.24. 선고 70다1012판결: A가 B(경기도 고양군수 및 벽제면
장)와 제방복구공사에 관한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공사를 완료하였으나 공사대
금의 일부를 받지 못하자 제방의 관리청인 C(경기도)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
구를 한 사안에서, ‘부당이득의 일반적 성립요건으로서는 법률상 원인 없이 타
116 안춘수

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


였음을 요하는 것인 바, 본건의 경우에는 A는 B와의 도급계약에 의하여 그 공
사를 한 것이므로 보수금의 잔액에 관하여 도급인인 B에게 지급을 청구할 권리
를 가지고 있는 것이므로 원고에게는 손해가 없다’고하여 청구를 기각하였다.
주목할 점은 반환청구권(전용물소권)을 부인한 근거로 A와 B 사이에 존재하는
급부관계 또는 C의 이득의 간접성이 아니라 A의 B에 대한 보수청구권을 근거
로 A의 손해를 부정하였다는 점이다. 즉 전형적인 일원론의 관점에서 전용물소
권에 해당하는 경우에 부당이득의 성립을 부인한 것이다.
대법원 2002.8.23. 선고 99다66564,66571 판결: 건물에 대하여 1/4 지분을
가지고 있는 B가 단독으로 A와 건물의 창호공사에 관한 도급계약을 체결하였
고 A가 공사를 완료하였으나 B로부터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자 1/2 지분을 가
지고 있는 C에게 공사로 인한 가치 중가액 중 C의 공유지분에 해당하는 금액
을 부당이득 내지 유익비로서 반환하라고 요구한 사안에서, ‘급부가 계약의 상
대방뿐만 아니라 제3자의 이익으로 된 경우에 그 제3자에 대하여 직접 부당이
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고 보면 자기 책임 하에 체결된 계약에 따른 위험부담
을 제3자에게 전가시키는 것이 되어 계약법의 기본원리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
할 뿐만 아니라, 채권자인 계약당사자가 채무자인 계약 상대방의 일반채권자에
비하여 우대받는 결과가 되어 일반채권자의 이익을 해치게 되고, 수익자인 제3
자가 계약 상대방에 대하여 가지는 항변권 등을 침해하게 되어 부당하다’ 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를 기각하고,‘유효한 도급계약에 기하여 수급인(A)이 도급인(B)
으로부터 제3자(C) 소유 물건의 점유를 이전받아 이를 수리한 결과 그 물건의
가치가 증가한 경우, 도급인(B)이 그 물건을 간접점유하면서 궁극적으로 자신의
계산으로 비용지출과정을 관리한 것이므로, 도급인만(B)이 소유자(C)에 대한 관
계에 있어서 민법 제203조에 의한 비용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비용지출
자’라 하여 비용상환청구도 기각하였다. 앞의 판례와 달리 전용물소권을 부인한
근거로서 독일에서 급부부당이득 관계의 당사자 결정 및 급부부당이득과 기타
부당이득의 관계에 관한 논의에서 제시된 것과 동일한 관점이 제시된 점이 주
목된다.
대법원 2005.4.15. 선고 2004다49976 판결: A는 B와 상가분양계약을 체결하
면서 개발비 명목으로 일정액을 추가로 지급하기로 약정하였고, 이에 따라 B에
부당이득관계의 당사자확정의 구조 117

게 분양대금과 개발비 명목으로 합의된 금액을 지급하였다. 그 후 상가의 신축


공사가 중단되자 대책을 마련하기 위하여 A를 포함한 수분양자들이 X 분양자
조합을 설립하고 B가 당시까지 분양 완료한 분양계약을 X가 일괄 승계하기로
하는 인수약정을 체결하였고, B의 사업시행자로서의 지위를 승계할 별도의 법
인을 설립하기로 한 인수약정에 따라 C 회사가 설립되었다. 그러자 이에 불만
을 갖게 된 A는 조합에서 탈퇴를 하고 C에게 이미 납부한 분양대금 상당액의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였다. 이런 사안에서 대법원은‘계약당사자 사이에서 그
계약의 이행으로 급부된 것은 그 급부의 원인관계가 적법하게 실효되지 아니하
는 한 부당이득이 될 수 없는 것이고, 한편 계약에 따른 어떤 급부가 그 계약
의 상대방 아닌 제3자의 이익으로 된 경우에도 급부를 한 계약당사자는 계약상
대방에 대하여 계약상의 반대급부를 청구할 수 있을 뿐이고 그 제3자에 대하여
직접 부당이득을 주장하여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 하여 기각하였다. 이 판례에
서는 이른바 전용물소권을 부인하는 논거로서 명시적으로 급부부당이득은 급부
관계의 당사자 사이에서만 인정된다는 것과 급부관계 우선의 원칙을 제시한 것
이 주목된다.88)
대법원 2010.6.24. 선고 2010다9269판결: C 운수회사의 화물차량 운전자 B
가 C 소유의 화물차량을 운전하면서 C의 지정주유소가 아닌 A 주유소에서 유
류를 공급받아 C의 화물운송사업에 사용하고 그 유류대금을 결제하지 않자 A
가 C에게 유류대금 상당액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한 사안에서, ‘계약상 급부가
계약의 상대방(B)뿐만 아니라 제3자(C)의 이익으로 된 경우에 급부를 한 계약
당사자(A)가 계약 상대방(B)에 대하여 계약상의 반대급부를 청구할 수 있는 이
외에 그 제3자(C)에 대하여 직접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고 보면, 자기
책임하에 체결된 계약에 따른 위험부담을 제3자에게 전가시키는 것이 되어 계
약법의 기본원리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채권자인 계약당사자가
채무자인 계약 상대방의 일반채권자에 비하여 우대받는 결과가 되어 일반채권
자의 이익을 해치게 되고, 수익자인 제3자가 계약 상대방에 대하여 가지는 항
변권 등을 침해하게 되어 부당하므로 계약상 급부를 한 계약당사자는 이익의
귀속 주체인 제3자에 대하여 직접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88) 이러한 경우 독일에서는 이득의 간접성을 근거로 반환청구를 부인하는 예가 많다.


118 안춘수

하므로 이 사건에서 유류가 A의 화물운송사업에 사용됨으로써 A에게 이익이


되었다 하더라도 A는 계약 당자자가 아닌 C에 대하여 직접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하였다.
이상의 전용물 소권에 관한 판례를 정리하면 로마법 이래 전용물 소권에 해
당하는 사안이 우리 부당이득법상의 급부관계 개념과 급부부당이득관계의 당사
자 결정 원리 및 급부관계 우선의 원칙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대법원
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3. 대법원 2009.9.24. 선고 2009다15602 판례


이 판례는 위의 [사례 8]과 사실상 동일한 사안으로, C와 건축에 관한 도급
계약을 체결한 B가 소요되는 건축자재를 A로부터 소유권유보부매매의 방식으
로 구입하여 인도를 받고 매매대금이 완납되기 전에 건축자재를 C의 공사에 사
용하여 부동산에 부합시킨 경우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선고일 순서로 볼 때
일부 이 판례보다 뒤에 나온 것을 포함하여, 앞에 살펴본 모든 판례를 정리하
면서 급부관계우선의 원칙의 적용범위를 정리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그 내용
은 독일의 판례와 거의 동일하다.
먼저 민법 제261조의 보상청구권과 부당이득과의 관계에 관하여 보면, ‘이러
한 보상청구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민법 제261조 자체의 요건만이 아니라, 부당
이득 법리에 따른 판단에 의하여 부당이득의 요건이 모두 충족되었음이 인정되

어야 한다’고 하고 있으며 이는 독일의 학설 판례와 일치한다.
그리고 연쇄적 급부 내지 단축급부에 관하여 ‘계약 당사자 사이에 계약관계
가 연결되어 있어서 각각의 급부로 순차로 소유권이 이전된 경우 계약관계에
기한 급부가 법률상의 원인이 되므로 최초의 급부자(A)는 최후의 급부수령자(C)
에게 법률상 원인 없이 급부를 수령하였다는 이유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고 하였다. 이는 각각 A와 B, B와 C 사이에 급부관계가 성립한다는 것으
로, 명시적인 설명은 없지만 독일의 규범적 급부개념과 같은 급부개념에서 출
발한 것으로 이해되며, A의 C에 대한 직접반환청구권을 부인한 점도 마찬가지
이다.
다음으로 급부부당이득과 기타 부당이득의 관계(급부관계 우선의 원칙)과 관
부당이득관계의 당사자확정의 구조 119

련하여 보면, 먼저‘매매 목적물에 대한 소유권이 유보된 상태에서 매매가 이루


어진 경우에는 대금이 모두 지급될 때까지는 매매 목적물에 대한 소유권이 이
전되지 않고 점유의 이전만 있어 매수인이 이를 다시 매도하여 인도하더라도
제3자는 유효하게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므로 계약관계에 의한 급부만을 이유
로 제3자는 소유자의 반환 청구를 거부할 수 없다’고 하는 바, 이는 제3자(C)가
소유권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에는 급부관계 우선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독일의 다수설 및 판례의 입장과 기본적으로 같다. 나아가 C가 소유권을 가지
고 있더라도 부합 등으로 취득한 경우에는 C에 대한 직접청구가 가능한(즉 급
부관계 우선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음) 반면, 소유권을 선의취득한 경우에는 C
에 대하여 직접청구를 할 수 없다(즉 급부관계 우선의 원칙의 인정)는 것도 밝
히고 있는 바 이점도 독일과 동일하다89).
끝으로 ‘매도인에 의하여 소유권이 유보된 자재를 매수인이 제3자와 사이의
도급계약에 의하여 제3자 소유의 건물 건축에 사용하여 부합됨에 따라 매도인
이 소유권을 상실하는 경우에.......제3자가 도급계약에 의하여 제공된 자재의 소
유권이 유보된 사실에 관하여 과실 없이 알지 못한 경우라면 선의취득의 경우
와 마찬가지로 제3자가 그 자재의 귀속으로 인한 이익을 보유할 수 있는 법률
상 원인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매도인으로서는 그에 관한 보상청구를 할
수 없다’고 하는 것도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독일의 판례 및 다수설[사례 8]과
일치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의 판례도 독일의 판례와 같이 ‘급부부당이득은 급부관계의
당사자 사이에만 인정되고(직접청구 배제: 제1원칙), 기타 부당이득 반환청구를
받은 자가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원칙적으로 급부관계가 기타
부당이득에 우선 하나(제2원칙), 부합 등 일정한 경우에는90) 예외가 인정되지

89) ‘부합 등의 사유로 제3자가 소유권을 유효하게 취득하였다면 그 가액을 (원)소유


자에게 부당이득으로 반환함이 원칙’…‘매매 목적물에 대한 소유권이 유보된 경우
라 하더라도 이를 다시 매수한 제3자의 선의취득이 인정되는 때에는, 그 선의취
득이 이익을 보유할 수 있는 법률상 원인이 되므로 제3자는 그러한 반환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하여 급부관계 우선의 원칙과 관련하여 소유권취득사유를 구
별하여 다루고 있다.
90) 독일에서는 많은 문헌에서 ‘물권법상의 가치판단과의 일치가 필요한 경우’라고 요
약하여 설명한다.
120 안춘수

만, 이 예외에는 다시 예외가[사례 8] 인정된다’는 구조를 바탕에 가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서론에서 말한 바와 같이 우리 나라에서도 이러한 구
조가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지는 의문이다91).
앞에서 살펴본 사례유형을 독일법을 기준으로 분류하여 보면 연쇄적 급부와
단축급부의 경우는 비록 C에 대한 것은 아니지만 A가 급부를 하였고, 물권행위
의 무인성으로 인하여 원인관계가 무효이더라도 C가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에 비해 소유권 유보를 포함한 나머지 경우에 C는 A의 급부를 기
초로 해서는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는 것이92) 원칙이다. 그리하여 전자의 경우
A는 원칙적으로 소유권을 상실하고 따라서 소유물반환청구권을 갖지 못하는 대
신에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주어지지만, 이 권리에 대하여는 급부관계 우선의
원칙이 적용된다. 반면 후자의 경우에는 A가 소유권을 보유하는 것이 원칙이고
따라서 소유권에 기해 반환청구를 할 수 있으며, 부합 등의 사유로 예외적으로
A가 소유권을 상실하는 경우에도 A는 C에게 부당이득을 근거로 직접 반환청구
를 할 수 있지만 C가 선의취득을 할 수 있는 경우에는 C는 보호를 받는 것이다.
이처럼 경우에 따라 급부관계 우선의 원칙이 갖는 의미가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는 급부관계 우선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것은 부합 등의 경우로 국한된다.
이에 비해 우리 나라의 경우에는 A가 급부를 한 경우에도 원인관계가 효력
을 갖지 못하면 물권행위의 유인성으로 인하여 A가 소유권을 계속 보유하고,
따라서 급부관계의 우선의 원칙은 의미가 없다. 단지 예외적으로 선의취득의
경우에만 C는 보호를 받게 될 뿐이다. 그리고 이점은 후자의 경우와 마찬가지
다. 여기서 대법원 판례의‘계약 당사자 사이에 계약관계가 연결되어 있어서 각
각의 급부로 순차로 소유권이 이전된 경우 계약관계에 기한 급부가 법률상의
원인이 되므로 최초의 급부자는 최후의 급부수령자에게 법률상 원인 없이 급부
를 수령하였다는 이유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고 하는 명제의 타당이

91) 정태윤, “독일에서의 부당이득의 삼각관계에 대한 논의가 우리 민법에도 그대로


타당한가?”, 「비교사법」제14권 4호, 2007.12, 205 - 250면에서도 채권양도와 관
련하여 물권행위이론과의 관계를 검토하면서 관점을 달리하여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92) 소유권유보부매매의 경우 B는 다만 점유권을 가질 뿐이고 소유권은 A가 보유하
므로 어떤 사유로 C가 소유권을 취득하여도 그것은 A의 급부에 기초한 것이 아
니다.
부당이득관계의 당사자확정의 구조 121

의문시 된다. 왜냐하면 3 당사자 부당이득관계에서 A의 직접반환청구가 문제되


는 것은 A와 B 사이의 원인관계가 효력을 갖지 못하는 경우인데 그때는 물권
행위의 유인성으로 인하여 소유권의 순차적 이전은 있을 수 없고, 따라서 우리
나라에서 이 명제는 예외적으로 C가 선의취득을 한 경우에만 의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은 나아가 과연 우리 나라에서 급부관계우선의 원
칙이라는 것이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우리 나라에서
도 이를 원칙으로 생각한다면 이 원칙은 A가 선의취득으로 인하여 소유권을 상
실하거나 상실하는 것이 가능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실효성을 가질 것이고93),
그렇다면 오히려 다수당사자관계에 있어 급부부당이득과 기타부당이득의 관계
는 선의취득의 경우에만 A는 C에게 기타 부당이득을 이유로 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 간명할 것이기 때문이다94).

Ⅴ. 맺는 말

대법원 판례에 대한 앞의 지적이 판례가 이론적으로 또는 논리적으로 잘못되


었다는 뜻은 아니고, 결론의 당부를 논하자는 것도 아니다. 다른 분야에서도 마
찬가지겠지만 법학이론에서 논리의 단순성과 이해의 편이성도 중요한 요소라는
데서 출발하여 무엇을 원칙으로, 무엇을 예외로 보는 것이 보다 나은가라는 관
점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검토된 판례들이 필자의 이해
와 달리 하나의 원칙과 예외관계를 확립해 보려는 것이 아니라면 단지 하나의
제안에 그칠 뿐이다.
독일에서 학설의 다수와 판례가 유형론을 따르면서 규범적 급부개념을 토대
로 다수당사자 부당이득관계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지만 이러한 접근방법에 대
하여는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특히 급부부당이득 우선의 원칙에 대하여는

93) 다만 소유권에 기한 반환청구권과 부당이득 반환청구권의 관계에 관하여 점유침


탈이 아닌 경우에는 소유물반환청구권은 인정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이
은영, 「채권각론」 제5판, 박영사,: 2007, 683면)에 따르면 이 경우 부당이득반환청
구권만 인정되고 따라서 여전히 급부관계우선의 원칙을 인정할 실익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의 타당성은 의문이다.
94) 제3자가 소유권을 침해한 경우를 주된 대상으로 한 것이기는 하지만 독일에도 이
와 같은 견해가 있다(Lieb, a.a.O., Rdnr. 236 참조).
122 안춘수

유형론 내에서도 원칙 - 예외, 예외의 예외 등으로 너무 혼란스럽고, 이러한 혼


란상은 결국 이 원칙이라는 것이 진정한 원칙으로 보기에는 결함이 있다는 증
거라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비판은 물권행위의 유인성을 인정하는 경우에는
더 큰 설득력을 가질 것이다. 우리의 경우에는 독일과 같은 내용의 규범적 급
부개념을 토대로 유형화를 한다 하더라도 급부관계를 기타 부당이득관계에 우
선시키자는 주장은 실제와 거리가 먼 것이기 때문이다. 양자 사이의 관계를 구
태여 설정한다면 ‘다수당사자관계에 있어 선의취득의 경우에만 A는 C에게 기타
부당이득을 이유로 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 간명할 것이다.

투고일: 2011. 7. 26 심사완료일: 2011. 9. 26 게재확정일: 2011. 9. 29


부당이득관계의 당사자확정의 구조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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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이득관계의 당사자확정의 구조 125

<국문요약>

부당이득관계의 당사자확정의 구조
- 독일 이론의 전개와 대법원 판례 -

안 춘 수

대륙법계 국가의 부당이득 제도는 그 기원을 로마법상의 condictio 소권과


actio de in rem versio에 두고 있다. 로마법에서 이 두 제도는 독자적으로 형
성되어 발전하였지만 로마법이 계수되는 과정에서 후기 보통법시대 학자들에
의해 부당이득으로 통합되었다. 반면에 로마법에서 단일체로 이해되었던
condictio의 각 유형이 보통법시대에는 각각 독자적인 구성요건을 갖는 별개의
소권으로 이해되다가, 사비니에 의해 비로소 ‘법적 근거가 없는 재산의 이동’이
라는 하나의 원리에 의해 통합되었고, 독일민법전도 이러한 판덱텐법학의 기초
위에 서 있다(일원주의). 그러나 사회의 변화로 인해 일원주의의 한계가 드러나
고, 부당이득법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인 다수당사자 관계의 해결에서 결함이
발견되면서 독일에서는 유형화론이 등장하게 되었다. 이 새 이론의 핵심은 독
일 민법전 제812조 1항 1문에는 근거, 기능 및 요건을 달리하는 두 개의 부당
이득반환관계, 즉 급부부당이득과 침해부당이득 등 급부에 의하지 않은 이득의
경우가 들어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급부는 ‘급부의 목적을 가지고 의식적으로
타인의 재산적 가치를 증가시키는 것’이라는 규범적 급부개념을 토대로 1) 급부
부당이득은 급부관계의 당사자 사이에만 인정되고, 2) 급부관계가 기타 부당이
득관계에 우선하며, 3) 일정한 경우 급부관계 우선의 원칙에 대한 예외가 인정
된다는 대략적인 원칙에 입각하여 다수당사자 부당이득관계를 해결하고 있다.
2000년대에 들어서 우리 판례도 종래의 일원주의에서 벗어나 유형론에 입각
하여 판단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리고 10여년이 지나면서 소위 전용물소
권의 경우를 포함하여 다수당사자 관계의 해결에 관련된 하나의 구도가 형성되
었고 그 내용이 대법원 2009.9.24. 선고 2009다15602 판례에서 체계화되었다고
할 수 있는 데, 그 내용은 독일의 다수설 및 판례와 사실상 동일하다. 그러나
126 안춘수

독일의 이론체계는 물권행위에 대한 무인론을 토대로 한 것인 반면 우리 리 판


례는 유인론을 견지하고 있어 과연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독일에서와 같은
원칙과 예외 관계를 설정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그리고
두 나라 판례의 논리에 따를 때 실제로도 무인론과 유인론에서 현저한 차이가
나타난다. 유인론 하에서는 관련되는 사례유형 중에서 부합 등 일부 법률에 의
한 물권변동에서만 기타 부당이득 관계의 종속성이 깨어지기 때문에 기타 부당
이득의 요건이 됨에도 타인과의 급부관계를 이유로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을
하나의 원칙이라 하여도 실제와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이와 반대로 유인론 하
에서는 선의취득의 경우 및 만약 물권행위가 있었다면 선의취득이 인정되었을
경우에만 기타 부당을 이유로 한 반환청구권이 배제된다.
그러므로 우리 나라에서 만약 원칙을 세운다면 다수당사자관계에 있어서 ‘선
의취득이 인정될 수 있는 경우에 기타 부당이득을 이유로 한 직접청구는 배제
된다’고 하는 것이 오히려 더 간명할 것이다.

핵심어 : 일원주의와 유형화론, 급부부당이득, 침해부당이득, 전용물소권, 급부


개념, 단축급부, 직접청구, 기타 부당이득의 종속성, 선의취득
부당이득관계의 당사자확정의 구조 127

<Zusammenfassung>

Bereicherungsanspr che im ü
Mehrpersonenverh ltnis ä
- Entwicklung von deutscher Lehre und koreanischer
Rehctsprechung -

An, Choon Soo* 95)

ä
Das Recht der ungerechtfertigten Bereicherung im kontinental-europ isch
äß
en Rechtskreis l t sich auf legis actio per condictionem und actio de in r
ö ü ü
em versio im r mischen Recht zur ckf hren. Sie waren eigentlich von unte
rschiedlicher Natur und hatten jeweils eigene Funktion; wurden aber in de
r Zeit des gemeinen Rechts unter den Begriff von ungerechtfertigtr Bereic
ü ö
herung zusammengef hrt. Jede Kondictionstypen, die im r mischen Recht
ä
als Einheit betrachtet wurden, glaten in dieser Zeit als selbst ndige Anspr
ü ä
che mit eigenen Tatbest nden. Erst durch Arbeit Savignys konnten sie u
nter dem gemeinsamen Nenner der 'Rechtsverschiebung ohne Rechtsgrund'
vereinheitlicht werden(Einheitstheorie). Das BGB beruht im Grunde auf di
ä
ese Theorie. Die Einheitstheorie zeigt jedoch Leistungsschw che bei dem P
ä
roblem des Bereicherungsausgleichs im Mehrpersonenverh ltnis und dies h
ü
at zu der neuen sog. Trennungstheorie gef hrt. Diese Theorie sieht in 1 §
ä
82 Abs. 1 Satz 1 BGB zwei unterschiedliche Bereicherungstatbest de mit v
erschiedenen Funktionen. Ausgehend von eienm normativen Leistungsbergif
ö
f hat sie eine Faustregel zur L sung des Problems von Mehrpersonenverh ä
ltnis aufgestellt: a) Eine Leistungskondiction stehe alein dem Leistenden z
ü ä
u und zwar nur gegen ber dem Leistungsempf nger, b) Nichtleistungskond

* Professor, Yonsei Law School


128 안춘수

iction sei nur dann gegeben, wenn der Gegenstand von niemanndem geleis
ö
tet worden ist, allerdings mit Ausnahmem glichkeit bei bestimmten gesetzl
ü ä §
ichen Eigentums berg ngen wie bei 951 BGB.
ö
Seit etwa vor zehn Jahren haben in Korea h chstgerichtliche Entscheid
ä ü
ungen allm hlich zu ershceinen begonnen, die anders als die fr here offen
bar der Trennungstheorie follgen. Die neuere Entscheidungen scheinen sich
ü
auf eine Regel zu st tzen, die inhaltlich mit der oben genannten deutsche
n Faustregel in der Sache identisch ist. Hinsichtlich der Tatsache, da inß
Korea die Abstraktionsprinzip im Sacherecht nicht gilt, stellt sich jedoch d
Ü ü
ie Frage, ob eine bernahe deiser Regel w nschenswert ist. Und unsere U
ß ä
ntersuchung hat gezeigt, da in Korea dle F lle, in denen eine an sich geg
ebene Nichtleistungskondiction von einem vermeintlich vorrangigen Leistun
ä ä ä ä
gsverh ltnis ausgedr ngt werden sollte, verh ltm ssig viel geringer sind; al
ä
so das Regel - Ausnahme Verh ltnis ist umgekehrt, wennschon die Anwe
ü
ndung dieser Faustregel nicht zu einem unanehmbaren Ergebnis f hrt. Da
ü
her sollte eine Regel, wenn mann berhaupt solch eine haben will, laute
ß ä
n, da eine Nichtleistungskondiction nur beim gutgl ubigen Erwerb druch
ß
Dritten ausgeschlo en sei.

ü ö
Schl sselw rter : Einheitstheorie und Trennungstheorie, Leistungskondictio
n, Eingriffskondiction, Leistungsbegriff, Leistungskette, D
ä
urchgriff, Subsidiarit t der Nichtleistungskondiction, Gut
ä
gl ubiger Erwe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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