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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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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사 학 위 논 문

김동인 문학에 나타난 ‘


예술’
의 의미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현대문학 전공
임 현 정
석 사 학 위 논 문

김동인 문학에 나타난 ‘


예술’
의 의미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현대문학 전공
임 현 정
석 사 학 위 논 문

김동인 문학에 나타난 ‘


예술’
의 의미

지도교수 최 시 한

이 논문을 문학 석사 학위 논문으로 제출함.

2
014
년 6월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현대문학 전공
임 현 정
임현정의 문학 석사 학위 청구 논문을 인준함.

김동인 문학에 나타난 ‘


예술’
의 의미

2
014
년 6

심사위원장 교수 (
인)

위 원 교수 (
인)

위 원 교수 (
인)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
목 차

국문 요약

제1장 서론
제1절 연구 목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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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절 기존 연구 검토 및 연구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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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비평문에 나타난 ‘


예술’
제1절 예술론의 배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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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절 예술론의 특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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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독창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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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형조종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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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자율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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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절 예술론의 의의와 한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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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소설에 나타난 ‘


예술’
제1절 예술을 낳는 비극적 현실 ―「배따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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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절 예술론의 소설화 ―「광염소나타」,
「광화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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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절 예술을 모르는 현실의 풍자 ―「김연실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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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결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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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ABSTRACT

v
국 문 요 약

이 논문은 김동인의 비평문과 소설을 ‘


예술’
을 매개로 상호 연관
지어 논의함으로써,그 위상과 가치를 재고하고 작품을 새롭게 해석
하고자 하였다.김동인의 예술론은 현실과 거리가 있는 이상적 예술
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낭만성을 띠고 있으며,그로 인해 작품에서도
예술은 현실과 대립적 관계를 이룬다.근대문학이 예술로서 자리 잡
는 과정에서,예술론을 펼치고 강조하였다는 점에서 김동인은 이바
지한 바 크다.하지만 예술이 현실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고,예술
가는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고 형상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천착은 소홀히 한 면이 있다.이는 김동인의 문학은 물론 한국 근대
문학의 특성과 문제점을 살피는 데 있어 시사하는 점이 많다.
먼저,김동인이 예술론을 주창했던 1910년대 후반에서 1920년대
초반의 문학사적 배경을 고찰하였다.당시의 맥락에서 보면,새로운
문학을 주도하는 지식인들 사이에서 예술은 집단적 가치에 부응해
야 했던 봉건성에서 벗어나,개인의 자유로운 가치추구를 가능하게
한 근대의 산물로 인식되었다.
이러한 당대의 맥락에서 비평문에 나타난 김동인 예술론의 주요
특징을 독창성,인형조종술,자율성으로 분류하여 고찰하였다.먼저
예술의 ‘
독창성’
은 창조적 원천을 지닌 자립적 주체로서의 ‘
개인’

강조하는 것으로,기존의 규범과 권위에서 탈피하여 ‘
개성’
이 발휘된
결과로 보았다.다음으로 인형조종술은 앞서 살핀 독창성을 극대화
하면서 창조적 주체로서의 예술가를 ‘
신’의 경지로 끌어 올리는데,
작가는 자기가 창조한 세계를 인형을 놀리듯 지배할 수 있어야 한
다는 것이 핵심이다.예술론의 마지막 특징으로 자율성을 들었는데,
작품의 자율성과 작가의 자율성으로 구분하였다.예술 작품의 자율
성은 작품을 논의함에 있어 작가 개인의 특성과 시대적인 맥락과는
별개로 평해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작가의 자율성은 신문
소설에 연재되는 통속소설처럼 작가가 대중의 흥미에 영합하거나,
정치적 선전 혹은 사회개혁의 도구로 문학(
예술)
을 이용할 수 없다

vi
는 입장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상의 김동인 예술론의 의의는 다음과 같다.첫째,근대소설의
예술성을 자각하고,소설의 예술성을 높이기 위한 창작방법론을 선
구적으로 제시하였다는 점과 그를 통해 예술가의 전문성을 강조했
다는 점이다.둘째,이광수 문학을 비롯하여 예술의 공리성에 치우
친 당대의 문학적 풍토를 벗어나,근대적 의미의 개인과 예술의 자
율성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이처럼 김동인의 예술론은 예술을 창작하는 주체인 예술가의 독
창성과 권위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성의 자각이라는 근대성
을 지닌다.하지만 지나치게 예술을 절대화하여 현실과 대립된 방향
으로 설정함으로써,예술과 현실의 관계를 조화롭게 모색하지 못한
한계를 지닌다.즉 예술로서의 문학이 지니는 가치만을 중요하게 내
세우고 인간의 삶과 정신을 표현하고 반영함으로써 가치를 지니는
문학의 본질을 깊이 있게 탐구하지 못한 것이다.이는 식민지 지식
인으로 받아들인 근대 예술의 개념이 깊게 이해되거나 체화되지 못
한 상황에서,예술의 일면에만 집착한 미숙함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결과적으로 이러한 예술과 현실에 대한 김동인의 입장은 예술
론이 소설화 되는 과정에서도 드러나게 된다.
김동인 예술론이 지니는 특징과 한계는 그의 소설작품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그것은 「광염소나타」와 「광화사」에서 두드러진다.
예술 창작의 과정을 노출하고 있는 액자 형식의 서사구조와 서술방
식은 나름의 실험적 성과로 인정되지만,그러한 시도에 비해 액자
내부 사건의 플롯이 허술하고 필연성이 떨어지는 한계도 있다.이는
지나치게 이상적인 미를 추구하는 예술가의 삶을 그리면서,현실과
동떨어진 설정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또한 예술가의 삶을 전달하는
서술 방식이 독자에게 권위적으로 강요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데,
전달하려는 내용이 개연성이 떨어지고 현실과 대립적이어서 공감을
얻기 힘든 측면이 있다.이를테면 「광염소나타」의 백성수는 괴벽
을 지닌 인물이 범죄 행위를 통해 비로소 예술을 완성할 수 있고,
「광화사」의 솔거는 현실적 육체관계가 예술의 완성을 망쳐버린다
는 이야기 구조는 예술이 현실과 불화(
不和)
하는 양상으로만 존재하

vii
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과 예술의 이러한 관계는 이보다 앞서 창작된 「배따라기」에
서도 나타나고 있다.「배따라기」에서는 ‘
배따라기’
를 제재로 삼으
면서 인물의 지나친 정념으로 발생한 고난과 슬픔의 현실이,이룰
수 없는 열망을 담은 아름다운 노래(
예술)
로 승화되고 있기 때문이
다.여기서 발생하는 ‘
배따라기’
의 ‘
아름다움’
은 외화의 서술에 나타
난 ‘
진시황의 유토피아’
와 겹쳐지면서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행복
했던 과거를 표상하는 것으로 현재의 삶과 대비를 이루고 비극성을
심화한다.
「김연실전」에서는 당대 현실에서 중요한 것이 예술이지만,그것
을 모르는 인물을 통해 부정적으로 기능하는 ‘
예술’
을 보여주었다.
근대성의 실현에 중요한 것이 예술이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예술의
허상만을 좇는 당대의 풍토를 신여성을 등장시켜 극화함으로써 적
절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종합해보면 김동인의 예술론에서 ‘
예술’
은 현실과 충돌하거나 동떨
어진 방식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
예술’
을 드러낸 소설에서는 인물이
현실과 불화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며 예술을 추구하게 된다.그래서
김동인의 소설에서 「광염소나타」나 「광화사」와 같이 본격적으
로 ‘
예술’
을 제재로 삼은 작품일수록 리얼리티가 떨어지고 생경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김연실전」은 반어적
인 작품이다. ‘
예술’
을 제재로 삼되,그것을 모르는 현실을 풍자적으
로 다룸으로써 소설적으로 성공하고 있기 때문이다.예술이 부정적
으로 기능하는 이야기를 통해 거꾸로 ‘
예술’문제가 작품의 형상성
에 기여하는 것이다.

*주제어 :김동인 문학과 예술,김동인 예술론,예술의 근대성,예


술과 현실,예술의 독창성,예술의 자율성,인형조종술,
배따라기,광염소나타,광화사,김연실전

viii
제1장 서론

제1절 연구 목표


예술’
은 김동인 문학 전반의 핵심적 주제 가운데 하나이다.이것
의 중요성은 근대성의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가 예술이라는 사실1)
에서 확인된다.김동인이 문학을 시작한 시기는 경술국치가 있었던
1910년대의 끝이면서 3‧1운동을 기점으로 새로운 변화를 꾀하던
1920년대의 시작과 맞물려 있다.이 시기 김동인을 비롯한 일본 유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발간한 『창조』는 우리 문학의 근대성 형성
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이들이 보여주는 일련의 움직임은 “
문학
작품이 특정한 주장이나 사고를 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문학 활
동의 궁극적 목적이 될 수 있다2)”
는 근대적 사고의 표출이기 때문
이다.이런 움직임의 중심에 있었던 김동인은 이전 세대와는 다른
의미에서 근대성을 주장하고 실천하는 일군의 지식인들 사이에서

예술로서의 문학’
을 누구보다 높이 외치고 보여주고자 힘쓴 작가(

술가)
이다.
1920년대 초기의 문단은 “
미적 자율성의 시스템과 신념 그리고 미
적 근대성을 지탱하는 여러 가지 미적 원칙과 신념이 형성된 시
기3)”
라는 점에서 문학이 예술로서 자리 잡기 시작한 시기이다.이러
한 시대적 복잡성으로 인해 김동인 문학에 나타난 ‘
예술’
을 살피는

1) 서구에서 예술의 개념이 확립된 것은 18세기 중엽에서 말엽에 걸쳐서


이다.“18세기 중엽 이전에는 오늘날 우리가 ‘ 예술’ 이라고 부르는 것을
포괄적인 동시에 배타적으로 지시하는 개념 혹은 술어가 존재하지 않았
다.‘
예술’ 이라는 개념은 다름 아닌 ‘
근대’
의 소산인 것이다. ”오타베 다
네히사,김일림 역, 『예술의 역설』,돌베개,2011,17쪽.
2)김영민,『한국 근대소설의 형성과정』,소명출판,2 005,1
95쪽.
3)김춘식,『미적 근대성과 동인지 문단』,소명출판,2003,11쪽.

1
작업은 ‘
김동인이라는 예술가’
를 중심으로 당대의 맥락을 함께 살펴
야 할 것이다.뿐만 아니라 중심에 놓인 김동인 문학의 내부를 치밀
하게 들여다보아야 할 것인데,그 내부의 핵심에는 그가 남긴 비평
문과 작품이 놓여 있다.
그간의 김동인 문학 연구는 자전적 요소와 관련지어 분석하거나,
근대성의 맥락에서 논의하는 경우가 많았다.대체로 이러한 연구는
김동인 문학을 이해하는 데 폭넓은 공감을 형성하였고 나름의 성과
도 축적된 상황이다.
김동인 문학에 나타난 예술을 살피는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근대성 연구와 자전적 사실에 근거한 일련의 연구들을 수렴
하되,비평문에 치우친 예술 논의를 작품과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
다.그것은 기존의 김동인 소설에 나타난 예술 논의가 서구의 문예
사조인 유미주의에 근거하여 예술가가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광염
소나타」와「광화사」에 한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이러한 논
의들이 지니는 타당성을 일면적으로 인정하지만,김동인 문학에 나
타난 예술을 총체적이고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서는 세밀한 작품분
석은 물론 평론과의 상호 관계 속에서의 해석이 필요하다고 본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김동인의 비평문에 나타난 예술론의 배경과
특징,그리고 그 의의와 한계를 살펴본 다음,김동인의 소설에서 예
술이 중요한 요소로 기능하고 있는 네 작품(
「배따라기」,「광염소
나타」,「광화사」,「김연실전」)
을 분석해 보고자 한다.이는 김
동인의 비평문과 소설을 ‘
예술’
을 매개로 상호 연관지어 논의함으로
써 그 위상과 가치를 재고하고 작품을 새롭게 해석하기 위한 것이
다.그 결과 김동인의 문학에 나타난 예술의 의미와 문학사적 의의
를 새롭게 드러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2
제2절 기존 연구 검토 및 연구 방법

김동인은 한국 근대소설사에서 차지하는 비중만큼이나 연구사도


방대하다.김동인 문학에서 ‘
예술’
과 관련한 논의는 몇 가지 분야로
나누어 정리할 수 있는데,먼저 김동인이 내세운 창작방법론에 주목
한 연구4)로,예술가를 신에 비유하는 김동인 문학의 대표적 아이콘
인 ‘
인형조종술’
을 비롯하여 「소설작법」을 통해 발표했던 시점 도
입,일원묘사의 강조,문체 등 서술기법의 근대적 성격에 주목하는
연구가 있다.다음으로 서구 문예사조 및 일본 문학의 영향을 받은
자연주의와 유미주의(
예술지상주의)
에 관한 연구5)이고,그 외에 김
동인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의 예술가적 특징(
광기와 편집 등)
을 다
룬 연구6)가 있다.특히 예술 및 예술가적 특징을 다룬 연구에서는

4)김윤식,
『김동인 연구』,민음사,1987 .
김종구,
「김동인 액자소설의 서술수준과 담론양상」, 『소설시학과 담
론』,글누리,2007 .
박종홍,
「『창조』소재 김동인 소설의 일원묘사 고찰」, 『현대소설연
구』제25호,한국현대소설학회,2005.
정연희,
「김동인 소설의 서술자 연구」,고려대 박사학위논문,20 02.
정한모,
「김동인 문학의 문체론적 해명」, 『김동인연구』,새문사,1982 .
최성윤,
「김동인의 창작방법론과「소설작법」의 의미」, 『한국문학이론
과 비평』제3 0권,한국문학이론과 비평학회,2006.
최시한,
「김동인의 시점과 시점론」, 『김동인 문학의 재조명』,문학사
와 비평학회,2000.
5)강인숙,
「김동인과 자연주의」, 『김동인연구』,새문사,1 982.
김진규,
「김동인의 유미주의 소설 고찰」,동국대 교육대학원 석사학위
논문,2008.
김춘미,
「김동인의 탐미의식의 비교학적 조명」, 『김동인연구』,새문사,
1982.
김혜덕,
「김동인의 순수예술론 연구」,동국대 석사학위 논문,20 01.
김혜정,
「김동인의 유미주의 연구」,건국대 교육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2003.
이문구,
「김동인의 미의식 연구 : 「배따라기」, 「광염소나타」, 「광화
사」중심으로」, 『어문연구』제14호,충남대 문리과대학 어문연
구회,1985.
6)송기정,
「예술과 광기 :김동인의 예술론 ‘ 광염소나타’,‘
광화사’ 」,
『광기,

3
김동인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광기·
허무의식·
유아독존적 성향
을 설명하기 위해 정신분석학적 방법을 동원7)하거나 자전적 사실과
문학의 특성을 연관지어 분석8)하기도 하였다.마지막으로 김동인 문
학이 지니는 근대성과 그의 문학에서 핵심적 주제 가운데 하나인
‘ 의 근대성을 논의9)한 연구가 다수 있다.비슷한 맥락에서 근대
예술’

본성인가 마성인가』,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2011


우미영,
「김동인의 문학과 예술( 가)
의 광기 :예술가 소설과 문학론을
중심으로」, 『한국문학이론과 비평』제3 0권,한국문학이론과 비
평학회,2006
.
7)권희철,
「속삭이는 목소리로서의 ‘ 대동강’ 과 어머니 형상의 두 얼굴 :김
동인 소설의 정신 분석적 읽기 시론( 試論) 」,『한국근대문학연
구』제17호,한국근대문학회,20 08.
류인균,
『한국 근대소설에 나타난 오이디푸스 콤플레스의 이해 :이광
수, 김동인, 염상섭, 이상을 중심으로』, 서울대학교 출판부,
2007.
하지현,
「김동인의 두 단편소설에 대한 정신분석적 고찰 : 「광염소나
타」, 「광화사」」,서울대 석사학위논문,19 99.
8)강인숙,
『김동인 :작가의 생애와 문학』,건국대학교출판부,1994.
구인환,
「김동인의 생애와 문학」, 『김동인연구』,새문사,1982.
김윤식,
『김동인 연구』,민음사,1987.
이동하,
「김동인의 삶과 문학」, 『현대문학』제363호,1985 .
,
「자존과 시대고」,김용성‧ 우한용 편,『한국근대작가연구』,삼
지원,1985.
9)김진하,
「김동인의 예술관과 초기 작품을 통해 본 근대문학적 자아의식
에 관한 소론」,『서강어문』제8 권 제1호,서강어문학회,1992.
이동길,
「김동인 초기소설의 근대성 연구」, 『한민족어문학』제31권,한
민족어문학회,19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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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현대소설연구』제1 5호,한국현대소설학회,2 001.
황종연,
「낭만적 주체성의 소설」, 『김동인 문학의 재조명』, 새미,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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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새미,2001
유임하,
「김동인의 미적 이념과 근대적 인식논리」, 『한국근대문학연
구』제2권 제2호,2001.
유승환,
「김동인 문학의 리얼리티 재고」, 『한국현대문학연구』제22권,
한국현대문학회,20 07.
김주현,
「근대 초기 문사의식과 예술가 형상의 상관성」, 『한국문학논

4
문학에 등장하는 예술가 일반 연구10)가 있는데 「광염소나타」와
「광화사」가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이상의 기존 연구 범주들에서 주목되는 논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예술관이 반영된 창작방법론에 주목한 연구는 주로 김동인


이 밝힌 「자기가 창조한 세계」와 「소설 작법」에 근거하여 논의
하고 있다.특히 김동인은 「자기가 창조한 세계」에서 도스토예프
스키보다 톨스토이의 우위를 주장했는데,그 근거로 소설가는 자기
가 창조한 세계를 인형을 놀리듯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어야 한다
는 것에 두고 있다.이에 대해 김윤식은 “
신이 되고자 하는 창작 방
법론의 개인사적 자리에 선 인형조종술”
로 표현하였다.김동인은

「약한 자의 슬픔」과 「마음이 옅은 자여」에서 신이 되고자 하였
으나”
11) 실패하였고,소설이 아닌 현실적 삶에서 신이 되고자 하여

기생 김옥엽을 두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하였다.현실이 아닌


예술가로 신이 되고자 인형조종술을 실험한 「유서」를 거쳐 「감
자」와 「명문」에서 나름의 성공을 거두었으나,결국은 한계를 느
끼고 신의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영역으로 역사소설과 대동강 사
상12)으로 나아갔다고 보았다.이러한 김윤식의 논의는 창작방법론인

총』제54권,한국문학회,2010.
최정아,
「김동인 문학의 젠더 연구」,서울대 박사학위논문,2012
10)조남현,「예술가 소설의 의의와 특질」, 『한국지식인소설연구』,일지
사,1 984
서재길,
『1920-30년대 한국 예술가소설 연구』,서울대 석사학위논문,
1995
이동하,
「한국 예술가소설의 성격과 전개양상」, 현대소설연구, 200
1
양진오,
「근대 문학의 형성과 예술가의 발견 :김동인의 소설을 통해
서」, 『현대소설연구』제1 5호,한국현대소설학회,2 001.
이동하,
「한국 예술가소설 유형 연구」, 『개신어문연구』제20권,개신어
문학회 2003.
11)김윤식,『김동인연구』,민음사,1987 ,266쪽.

5
인형조종술이 김동인의 자전적 사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와
소설적 형상화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한편,김동인의 「소설작법」에 나타난 시점론에 주목한 연구로
최시한의 연구가 있다.근대 소설의 개척자로서 김동인은 소설이 갖
고 있는 예술적 서술원리에 접근하여 화자의 기능과 종류에 주목했
고 그 과정에서 화자와 보는 자를 구별했다는 점을 의미 있게 지적
하였다.최시한은 김동인의 시점론이 “
사물을 인식하고 이야기하는
행위가 다양하고 유동적이어서 미적으로 선택·
조절할 수 있는 것임”
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나,“
용어의 적절성이나 체계성이
결여”
되었다는 점에서 한계를 보인다고 하였다.이것은 김동인이 주
장한 인형 조종술과도 연결 될 수 있는데 그의 자기중심적이고 권
위적인 서술 태도와도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같은 맥락에서 김동
인이 액자소설방식을 선호한 것은 “
화자가 권위적으로 개입해도 화
법과 플롯의 통일성이 깨질 위험이 적기13)”때문이며,자신의 목소
리를 이야기에 주도적으로 드러내고자 했던 주권적 서술 태도의 반
영이라고 보았다.
다음으로 김동인의 예술지상주의에 주목한 연구가 있다.이러한
연구는 주로 김동인이 『창조』에서 밝힌 ‘
인형조종술’
과 문단생활
초기부터 시종 의식한 춘원을 비판한 논리에 주목한다.김동인은 춘
원이 문학을 사회 개혁의 무기로 썼다는 점을 비판하며 “
문학을 위
1
한 문학이 존재할 뿐 다른 목적은 인정하지 못한다.4
)”는 입장을 일
관되게 보여주었다.이러한 예술지상주의에 대해 강인숙은 “
동인에
게 있어서 예술가는 조물주에 버금가는 창조자15)”
로 볼 수 있으며

12)김윤식은 이를 “ 10년 100년에도 손톱자국 하나 나지 않는 저 일상적


삶을 덮고 있는 허무주의” 라고 표현하고 있다.김윤식,『김동인연구』,
266쪽.
13)최시한, 「김동인의 시점과 시점론」, 『김동인 문학의 재조명』,문학사
와 비평학회,2000,51쪽.
14)김동인, 「문단삼십년자최」, 『신천지』,194
8.

6
그의 작품이 지니는 미학적 특성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하였다.또한
예술지상주의가 나타난 김동인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반윤리적인
사고방식(
반서정성,반윤리성,반종교성)
과 그것을 노출시키는 대담
성은 유아독존적으로 길러진 성장 환경과도 관계가 깊다고 보았다.
이와 조금 다른 시각에서 우미영은 김동인의 극단적 예술지상주의
가 결국은 “
예술을 통해 사회를 문화적으로 향상시켜야 한다”
는 계
몽주의의 또 다른 양상이라고 밝혔다.그렇기 때문에 김동인의 “

술가 소설에서 예술 및 예술가에 대한 근대적 자각의 과잉이 그에
1
대한 과도한 집착의 형태로 드러나고 있음”6)
을 지적하였다.
김동인의 자전적 사실과 관련한 연구는 대개 평양 부호의 귀공자
로 부유했던 성장 배경,식민치하에 들어서면서 독서 체험의 바탕이
되는 언어가 일본어였다는 점,앞선 개화 세대의 문학적 성향과 지
향이 다른 출발점에 서 있었다는 점,무엇보다 남달랐던 개인적 기
질 등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대표적으로 이동하는 김동인의 경우
작가의 삶을 고려하지 않고는 작품을 깊이 있게 이해하기 어려운
유형에 속한다고 하였다.이동하가 주요한 특징으로 지적한 것은

억압 부재의 유년기 환경은 김동인의 작품 내용에 영향을 미치는
데에서 끝나지 않고 그의 창작 방법까지를 결정지었으니 그것이 바
로 ‘
인형조종술’
이다.
”라고 밝힌 것이다.물론 이동하 스스로 자전적
사실로 김동인 문학을 해석하는 연구가 보통의 “
환원주의적인 방법
론에 입각한 연구들이 예외 없이 수반하게 되는 한계17)”
를 지니고
있음을 언급하기도 하였다.

15)강인숙, 『김동인 :작가의 생애와 문학』,건국대학교출판부,1994


,30
쪽.
16)우미영, 「김동인의 문학과 예술(
가)의 광기 :예술가 소설과 문학론을
중심으로」, 『한국문학이론과 비평』제30권,한국문학이론과 비평학회,
2006,7
9쪽.
17)이동하, 「자존과 시대고」,김용성‧우한용 편,
『한국근대작가연구』,삼
지원,1 985,85쪽.

7
김동인 소설에 등장하고 있는 비정상적 예술가에 대한 정신분석학
적 연구가 있는데 주로 자전적 사실을 중심으로 그의 문학을 설명
하고자 한다.대표적으로 류인균18)의 논의를 들 수 있는데,김동인
의 작품에 나타난 인물들이 반복적으로 보이는 비정상적 행위나 파
행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 설명하고 있다.한편 김동인의 소설에
서 주요한 공간적 배경으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대동강의 이미지
를 소설 창작에 있어서 무의식적 영감의 원천으로 보고 있는 연구
가 있는데 김윤식의 ‘
대동강 사상’
을 필두로 최근에는 권희철19)의
논의가 있다.이러한 논의들은 일면적으로 타당한 부분이 있지만,
합리적으로 논증되기 어려운 점도 동시에 지닌다.
마지막으로 김동인 문학이 지니는 근대성 연구가 있는데,김동인
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니라 근대문학 형성기 전반을 아우르는 문학
사적 연구가 주를 이룬다.백철은 “
근대작품의 스토오리와 인물조건
위에서 이쪽 사회현실의 재료를 써서 번안을 하려고 할 때에 전혀
그런 장소와 인물을 얻지 못해서 우리 작가들은 크게 당황한 것 같
다”
고 하면서,김동인의 경우 처녀작 「약한 자의 슬픔」을 통해 근
대적 소설을 보여주었다고 호언장담 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고 평가했다.오히려 “
그들이 좀 더 근대적인 인격 조건과의 타협점
을 찾은 것은 개인에 대해서 쓰는 일,그것도 작자 자신에 대해서
쓰는 면으로 인물설정을 해 간 사실을 들 수 있다20)”
고 하였다.
김영민은 문학동인지의 탄생과 근대소설의 변모를 『창조』를 중
심으로 논의하였다.근대문학 형성기 『창조』의 노력은 미흡한 수
준과 한계에도 불구하고 “
『창조』를 거치면서 한국 근대소설사는

18)류인균,『한국 근대소설에 나타난 오이디푸스 콤플레스의 이해 :이광


수,김동인,염상섭,이상을 중심으로』,서울대학교 출판부,200
7.
19)권희철,「속삭이는 목소리로서의 ‘대동강’
과 어머니 형상의 두 얼굴 :
김동인 소설의 정신분석적 읽기 시론(試論)
」,한국근대문학연구,2008.
20)백철, ~229
『백철문학전집 :한국문학의 길』1,신구문화사,1968,228
쪽.

8
다시 한 번 비약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다”
고 평가하였다.또한
『창조』의 마지막 소설인 김동인의 「배따라기」에서 “
교훈적‧계몽
적 소설사의 탈피가 분명하게 확인”
되고 있다고 하였다.“
문학의 정
의 및 역할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작가적 개성의 표출,그리고 문체
의 변화와 서술 주체의 확립 및 창작 방법의 다양화 등이 1920년대
소설에서 발견되는 근대적 특성이라고 할 때”
21) 「배따라기」가 그

특성을 충실히 담아낸 소설이라고 하였다.


황종연은 “
김동인과 창조파에게 나타나는 미적인 삶의 추구는 물
질적 혜택을 입은 미숙한 젊은이들의 허위의식의 발로에 불과한 것
은 아니”
라고 하였다.그들이 내세우는 미적인 삶(
예술)
에의 열망은
단순히 서양과 일본의 문명화된 삶을 향유하고 싶다는 동경의 표현
이 아니라 “
자신의 개성을 진작시키고 그들 자신의 힘을 증강시키려
는 욕망의 표현”
으로 보았다.이는 김동인 문학의 근대성을 “
낭만적
개인주의”
에 주목하여 바라본 것인데 주로 작품보다는 김동인의 예
술논의에 비중을 두고 있다.또 예술가의 권위를 강조하는 김동인의
주장은 소설가(
창작의 주체)
의 “
예술가적 주체성을 둘러싼 근대적
관념의 한 전형을 나타낸다22)”
고 평가하였다.
이상의 연구들을 검토한 바 김동인은 그 예술론이 지니는 문학사
적 가치를 인정받았고,예술론에 대한 핵심도 대부분 합의에 도달한
측면이 있다.그러나 예술론에 치중한 나머지 그것을 작품과의 상호
연관 속에 논의하는 작업은 다소 소홀하거나 간과된 것도 사실이다.
또 김동인 문학에 나타난 ‘
예술’
을 다루는 상당수의 논의가 특정 작
품에 한정된 측면이 있고,평론과 자전적 사실에 의존하여 환원론적
으로 접근함으로써 충분한 해석에 이르지 못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

21)김영민, 「동인지 『창조』와 한국의 근대소설」, 『현대문학의 연구』제


18집,한국문학연구학회,2 002,1
93쪽.
22) 황종연, 「낭만적 주체성의 소설」, 『김동인 문학의 재조명』, 새미,
2001,9
5쪽.

9
다.

본고에서는 김동인 문학에서의 ‘


예술’
을 종합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관련 비평문 전체와 ‘
예술’
이 중요한 요소로 기능하고 있는 네 작품
(
「배따라기」,
「광염소나타」,
「광화사」,
「김연실전」)
을 대상으로
삼는다.
제2장에서는 김동인의 비평문에 나타난 ‘
예술’
을 대상으로 예술론
을 주장하게 된 당대적 맥락을 살핀 후,예술론의 특징을 ‘
독창성’
,

인형조종술’
,‘자율성’
으로 분류하고,그 의의와 한계를 고찰한다.이
는 예술론의 특징과 한계가 제3장에서 다룰 작품분석에서 어떤 양
상으로 나타나는지 살피기 위한 예비적 고찰의 성격을 지닌다.
제3장에서는 김동인의 초기작에서 후기작에 이르기까지 예술을
다루고 있는 대표작품 네 편을 선정하여 분석의 대상으로 삼는다.
주로 작품의 내적인 구조나 담화방식,인물 형상화 방법과 사건의
전개 등을 예술과 연관 지어 논의하고자 한다.이러한 작품 분석을
통해 김동인이 주장했던 예술론의 특징과 한계가 작품에 어떤 방식
으로 드러나고 작용하는지 구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결론에 해당하는 제4장에서는 제2장에서 다룬 김동인 예술론이
제3장의 작품분석에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는지 도출된 결과를 요약,
정리한다.

본 연구에 필요한 작품과 평론을 분석하기 위해 선택한 기본 자


료는 다음과 같다.김동인 전집의 경우 홍자출판사에서 1964년 발간
된 『동인전집』과 조선일보사에서 1988년 발간된 『김동인전집』
을 참고하였으나,작품의 경우 원본에 가장 충실한 문학과지성사의
『감자』를 대상으로 한다.
김동인 평론의 경우 김치홍 편저로 1984년 발행된 삼영사의 『김

10
동인 평론전집』을 기본 자료로 삼는다.기존의 김동인 전집에 수록
된 많은 평문들이 윤문되어 있거나 단락이 뒤바뀌고,몇 회 분씩 잘
려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은 그 부분을 보완하여 원전을 충실히
보존하면서 많은 자료를 망라하고 있기 때문이다.

11
제2장 비평문에 나타난 ‘
예술’

제1절 예술론의 배경

18세기 중후반에 형성된 서양의 ‘


예술’개념은 근대의 소산으로
근대성의 확립과 맥락을 같이한다.근대적 의미의 ‘
예술’
에 대해 논
할 때 반드시 등장하는 ‘
예술가’
,‘예술 창조’
,‘독창성’
의 개념은 근대
적 학문인 ‘
미학’
의 성립 혹은 전개 양상과 어우러져 넓은 의미에서

근대’ 2
의 본질적인 특징을 이룬다.3
) 즉 근대와 예술은 밀접한 관계

라 할 수 있으며 우리 문학의 근대성 논의에서도 중요하게 다루어


지는 부분이다.이러한 예술 개념의 근대적 성격을 간파하고 앞장서
서 드러낸 김동인의 예술론을 살피는 것은 김동인 문학에만 국한되
지 않고 우리 문학이 예술로서 자리 잡는 과정을 함께 보는 의미가
있다.따라서 근대 문학 형성기에 김동인이 세운 공은 그가 지닌 문
학적 역량과 드러난 성과에 비해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근대
문학이 제대로 정초되지 못했던 시기에 기존의 문학과 다른 새로운
문학을 선도하여 펼쳤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내용의 수준을 떠나
서 문학사적 가치를 부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에 대한 근대적 인식은 당대의 여러 채널24)을 통해 조금씩
진전되고 있었으나 일본유학생을 중심으로 『창조』25)라는 예술인
공동체26)를 형성하여 본격적으로 예술론을 펼친 것은 김동인이 대

23)오타베 다네히사 ,앞의 책,17 쪽.


24)‘예술’개념의 등장은 1910년대 『학지광』을 통해 시작되었고,이광수
는 1916년 『문학이란 하오』에서 예술로서의 문학에 대한 인식을 보여
주었다.뿐만 아니라 191 6년『신문계』에 발표된 백대진의 글에서도 문
학과 거의 동일한 개념으로 ‘ 예술’을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5)
『창조』는 일본 유학생 출신의 주요한,김동인,전영택 등을 중심으로
발간된 문예잡지이며,1919년 2월1일에서 19
21년 5월 31일까지 통권 9호
로 마감되었다.
26)이는 당시 동인( 同人)중심의 활동을 일컫는데 “ 동인( 同人)이라는 말은

12
표적이다.물론 김동인이 내세운 것이 서구 예술을 앞서 받아들인
일본27)을 통한 번역의 수준28)으로 이해되는 예술론이며 문학론이었
다는 한계도 있다.그러나 이 예술론과 문학론들이 우리 근대 문학
에 또 하나의 새로움을 형성하는 기원으로 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는 것29)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당시의 『창조』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문학 운동30)은 “
오늘날 우리가 당연시하는 문학적 관습

『창조』발간 당시 일본에 유학하고 있던 김동인‧주요한‧전영택 등에


의해서 수입된 것이다.일본은 이때 한창 동인지의 전성시대였고 동인지
발간은 당시의 유행 중 하나였다.일본에서 통용되는 동인지라는 용어는
일반적으로 문예지를 중심으로 사용되는 말이지만,실제로는 문예잡지에
만 한정되지 않고 학술연구에서 취미오락에 이르기까지 주의‧주장을 같
이 하는 사람들이 동인이 되어 비용부담,원고,편집,발행에 이르기까지
함께 일하는 잡지이다.『창조』이후 한국문학사에서도 동인지의 일반적
인 개념은 역시 동일하게 사용되고 있다. ”김춘식, 『미적 근대성과 동인
지 문단』,소명출판,2003 ,97쪽.
27)“일본에서는 ‘ 藝’와 ‘術’
이라는 단어가 예로부터 사용되고 있었지만 ‘ 藝
術’이라고 정리하여 불리게 된 것은 오래지 않다.이는 ‘ 예술’이라는 통
일관념,일반개념의 성립이 대단히 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술’이라
는 말은 유럽의 f i
ne ar
ts,schöne Küns
te,beaux-arts 의 번역어이며,
메이지( 明治)시대에는 ‘ 藝術’을 오늘날의 ‘ 技術’ 의 의미로 사용하고,‘ 美
術’이라는 말을 오늘날의 ‘ 예술’ 에 적용한 적도 있다. (중략) 위의 f i
ne
arts등을 직역하면 “ 아름다운 術” 인 것이므로,‘ 美術’ 이라는 역어가 나타
났던 것도 무리가 아니다. ”고바타 죤조우 ,강손근 역,『미와 예술의
논리 :미학입문』,집문당,19 95,14
3쪽.
28)“한국의 근대는 압도적으로 번역과 번안( 주로 일본어에 의한) 에 노출
되어 있었다.서구 문예를 소개했던 대표 잡지『태서문예신보』를 비롯
해『창조』에도 번역‧번안된 서구의 시와 소설,평문이 다수 실려 있다.
주체의 자리가 타자를 통해서 형성된다고 할 때,서구의 문예,특히 일
본을 경유해 유입된 번역물은 기존의 문학 관념을 새롭게 재편하고 변
화시키는데 직간접의 영향을 주었다. ”김정숙, 「김동인 초기소설에 나타
난 근대 ‘ 문학 독자’ 의 형성 연구」, 『어문학』제9 1권,한국어문학회,
2006,3
76쪽.
29)양진오, 「근대 문학의 형성과 예술가의 발견 :김동인의 소설을 통해
서」, 『현대소설연구』제15 호,한국현대소설학회,20 01,69쪽.
30)
『창조』는 특히 “ 서사물의 형성과 발전 과정에 구조적으로 관여하는
능동적 주체” 이자 “문학 양식의 창조와 변화 과정에 직접적 영향을 미
친 매체” 이다.김영민, 「한국근현대소설과 매체 :한국의 근대 신문과 근
대 소설」, 『현대소설연구』제29호,한국현대소설학회,200 6,2쪽.

13
과 제도를 마련하는 일31)”
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이처럼 운동의 형식으로 시작된 김동인의 예술론은 예술(
=문학)

계몽이나 도덕의 영역이 아닌 ‘
전문성을 띤 예술가의 자율적 영역’
으로 자리 잡게 한 공이 크다.이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근대적 예술 개념이 정초되기 시작한 20세기 초 조선 문학(
혹은 예
술)
계의 지형으로부터 김동인의 독특한 위치를 설명하고 평가해야
할 것이다.당시 김동인을 비롯한 동인지 문학인들이 내세운 ‘
예술
로서의 문학’
이라는 문제의식은 앞 세대인 “
1910년대 중반 이후 이
광수를 비롯한 문학도들이 제기한 ‘
문학-근대문학이란 무엇인가’

는 담론을 구체화하고 실천적으로 증명해내는 일32)”
이기도 했다.이
들은 3.
1운동이 가져온 변화의 분위기를 반영하여 앞 세대인 구한말
의 지식인들과도 차별화된 정체성33)을 드러냈는데 “
‘정치’
보다는 ‘

화’
를 내세웠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34
) 다시 말해 『창조』를 중심으

로 한 예술운동이 이전에 중요하게 생각 되었던 사회‧정치적인 문


제와 별개35)로 “
‘문학이라는 것’
,‘소설이라는 것’
의 전문성을 새로이
권위화” 하는 방향으로 본인들의 입지를 굳히는 수단36)이 되었다.

31)김행숙, 『문학이란 무엇이었는가 :1920년대 동인지 문학의 근대성』,


소명출판,200 5,11쪽.
32)김행숙,위의 책,13쪽.
33)계몽기 이후 신지식인의 계보를 살필 때 『학지광』, 『청춘』등 1
910
년대 후반에 글을 쓰는 일본 유학생 지식인들은 우리나라 최초의 자비
유학생 세대이다.따라서 이들은 신지식을 추동하는 시대적 에피스테메
(epi
ste
me )가 애국 계몽으로부터 한풀 꺾인 상태에서 지적 성장을 시작
한 이들이라고 할 수 있다.따라서 구한말 지식인들이 갖는 정치적,국
가주의적 경향과 차별화 된다.차혜영, 『한국근대 문학제도와 소설양식
의 형성』,역락,20 04,45
쪽.
34)차혜영, 「1920년대 동인지 문학 운동과 미 이데올로기」, 『한국문학이
론과 비평』제24권,한국문학이론과 비평학회,2004,202쪽.
35)“그는 정치‧사회와 혼효되어 있던 문학( 특히 소설)
에서 개인성의 자각
과 ‘미’(美) 를 창조해 낼 것을 주창한다. ”김정숙,「김동인 초기소설에 나
타난 근대 ‘ 문학 독자’ 의 형성 연구」,
『어문학』제91권,한국어문학회,
2006,365쪽.
36)“초창기 동인지 문단을 지배한 ‘ 동인’
의 이념은,‘문예 운동’
의 성격을

14
그렇기 때문에 근대성 실현에 중요한 부분임에도 이전에 충분히 강
조되지 못했던 ‘
개인의 주체성’
,‘예술의 자율성’확립이라는 문제에
보다 천착하게 된다.

제2절 예술론의 특징

김동인 예술론의 특징인 제2.


2절의 세 항은(
독창성,인형조종술,
자율성)명확하게 구분되기보다는 어느 정도의 연관성을 내포하고
있다.그러나 비평문에 나타난 예술 논의의 주요한 특징을 살펴보기
위해 편의상 세 항으로 구분하였다.

1.독창성

근대의 예술가를 특징짓는 ‘


독창성’
이라는 개념은 다름 아니라 “

대부터 주어진 범례의 권위에 의거하지 않는 근대적 주체의 자율성”
이 표명된 것이다.따라서 독창성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자율성이 전
제될 수밖에 없으며,“
독창적 예술가는 기존의 것과 다른 것을 창조
하기 위해 ‘
개성’
을 발휘”
해야 한다.
37) 이처럼 “
ori
ginal
it
y의 원천을
예술가 각각의 내부에서 구하는 근대적 독창성의 이념은 개인의 다
양한 개성을 정당화 한다.이리하여 독창성의 원천은 개개의 독창적
예술가에게서 다양화되고,개개의 독창적 예술가는 자기 개성에서

띤 것으로서,동호인이나 아마추어의 의미를 배제하고 의식의 측면에서


오히려 전문성과 엘리트주의를 지향한다.동인이라는 이념이 이렇듯 선
명하게 표방됨으로써,동인지 문단에서 ‘동인’
이 내포한 의미는 엄밀한
배타성과 자긍심,강한 심리적 결속력을 포함한 것이 된다.
”김춘식,앞
의 책,100쪽.
37)오타베 다네히사 ,앞의 책,29
7쪽.

15
일종의 규범을 찾아내게 된다.
”38
) 이러한 ‘
독창성’혹은 ‘
개성’
의 개
념은 서양에서 앞서 형성된 근대적 예술에 있어서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하는데,개화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조선의 현실에서 보면 새롭
고 낯선 것일 수 있다.그러나 1920년대 초기 동인지를 중심으로 예
술론이 활발하게 전개39)되면서 “
문학이 개인적인 작업이고,문학의
가치가 개인의 독창성에 크게 좌우되는 것이라는 생각”
40이 뿌리
)

내리기 시작하였다.이러한 움직임의 중심에 있었던 김동인은 독창


성과 개성이 발현된 것을 예술로 보았고,그것은 “
自己가 支配할 自
己의 世界’
를 創造”
한 결과라고 주장하였다.동경 유학 기간 잠깐이
지만 미학을 공부했던41) 김동인은 예술이 갖는 새로움이 이전과 다
른 새로운 문학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야 함을 앞서 인식
했던 것으로 보인다.당시의 문학적 풍토가 여전히 구습에 얽매여
있었고 소설이 계몽의 수단으로 이용되었기 때문에 김동인의 입장
에서 근대성에 접근하는 빠른 방법은 ‘
예술’
을 전파하고 알리는 것
이었다.이에 대한 강조는 아래의 평론에서도 잘 나타난다.

그들은,小說 가운데서 小說의 生命,小說의 藝術的 價値,小說의 內容


의 美,小說의 調和된 程度,作者의 思想,作者의 精神,作者의 要求,作
者의 獨創,作者의 人格의 名 個性의 發揮에 對한 描寫,心理와 動作과

38)위의 책,10
1쪽.
39)“동인지 문인들의 예술론에서 사회와의 분리를 전제하는 “ 참자기” 라는
개념은 사실상 인간주체를 내재성의 맥락에서 정초하는 근대적 개인주
의에 해당된다.이들은 근대적 개인을 영원하고 이상적인 미와 예술을
통해서 호명하는 방식 ,즉 그들 스스로 명명한 “ 참예술”의 이상과 동일
화해서 정립한 것이다. ” 차혜영,
『한국근대 문학제도와 소설양식의 형
성』,역락,2 004,9
8쪽.
40)김행숙,앞의 책,122쪽.
41)“
당대 일본의 대표적인 화가이자 미학 이론가인 후지지마 다케지( 藤島
武二)밑에서 근대적 미학 공부에 접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강조될 필
요가 있다.” 김윤식, 『한국문학의 근대성비판』,문예출판사,1 993,1
39
쪽.

16
言語에 對한 描寫,作中의 人物의 社會에 對한 奮鬪와 活動 等을 求하지
아니하고 한 興味를 求하오.(
중략)그들은 小說을 보지도 아니하고 보려
고도 아니하오.그 뿐만 아니라 他人의 小說을 보는 것을 방해하오.禁하
오!
小說家 卽 藝術家요,藝術은 人生의 精神이요,思想이요,자기를 대상
으로 한 참사랑이요,사회개량,神人合一을 수행할 자이오.쉽게 말하자
면 藝術은 個人全體이오.(
「소설에 대한 조선사람의 사상을」,
『학지
광』18,1919,31쪽42))
엇더한 要求로 말믜암아 藝術이 생겨 낫느냐,한 마듸로 대답하려면,
이거시다.하누님의 지은 世 界에 滿足치 아니하고,엇던 不完全한 世界
던 自己의 精力과 힘으로써 지어 노흔 뒤에야 처음으로 滿足하는,人生
의 偉大한 創造性에서 말믜암아 생겨낫다.藝術의 참뜻이 여긔 있고,藝
術의 貴함이 여긔 잇다.
(중략)‘
自己가 支配할 自己의 世界’
를 創造하였
다.사람이 사람다운 價値도 여긔 잇거니와 사람다운 사람의 藝術에 대
하여 막지 못할 執着을 깨닷는 點도 여긔 잇다.
(「자기가 창조한 세계」,
『창조』,192
0,20쪽)

위의 인용은 김동인의 초기 평론에 집중되어 나타난 예술에 대한


주장이다.그에게 있어서 인간은 “
예술을 통해 창조 행위를 함으로
써 다른 피조물과 구별된다.인간이 창조한 예술이 신이 지은 세계
만큼 완전하지 못하다 하더라도 창조 행위를 한다는 사실 자체만으
로 위대43)”
한 존재로 거듭나는 것이다.또한 『창조』보다 앞선
『학지광』을 통해 발표한 「소설에 대한 조선 사람의 사상을」에
서 이미 ‘
작자의 사상’
,‘작자의 정신’
,‘작자의 독창’
,‘개성의 발휘’
같은 표현을 거듭 드러내고 있는데,이는 문학이 하나의 예술로서

42)이하의 김동인의 비평문 인용은 모두『김동인 평론전집』(김치홍 편저,


삼영사,198
4)으로 통일하며,발표 제목,발표 기관,발표 연도,
『김동인
평론전집』의 쪽수 순으로만 표시한다.
43)강헌국,「반재현론(反再現論)의 행방 :김동인의 소설론」,
『민족문화연
구원』제48호,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2008,184쪽.

17
인정받을 수 있는 당위성이 ‘
자기(
自己)
’,혹은 ‘
개인(
個人)
’에 있음을
강조한 언표이다.

藝術이 생겨날 要素는 무엇이냐,아모 사람의게도 가득 차 있는 에고


이즘- 則,自我主義 이것이다. 極度의 에고이즘이 한번 變化한 것이,참
사랑 - 自己 잇고야 나는 참사랑이다.이것 - 이 사랑이,藝術의 어머니
라면 어머니랄 수도 있고,殆라면 殆랄 수도 잇다.自己를 對象으로 한
참사랑이 업스면,自己의 世界인 藝術을 創造할 수 없다.自我主義가 업
스면 하누님이 지은 世界에 滿足하여슬것이오,따라서 藝術이 생겨날 수
가 없다.(
「자기가 창조한 세계」,
『창조』,1920,20쪽)

다시 말해서,예술이란 ‘
자기自己’
의 주체가 될 수 있는 ‘
개인個人’
이 없이 발생할 수 없는 것이다.개인을 통한 “
미적인 삶에의 열망
은 그들 자신의 개성을 진작시키고,그들 자신의 힘을 증강시키려는
욕망의 표현44)”
이기 때문이다.이는 “
個的인 창조성에 예술의 본령
을 두는45)”김동인의 다음과 같은 주장에도 나타난다.“
藝術이 생겨
날 要素는 무엇이냐,아모 사람의게도 가득 차 있는 에고이즘- 則,
自我主義 ”
라고 하였는데,예술에 있어서 ‘
자기애’
를 중요하게 언급
한 것은 창조적 주체의 ‘
개성’
을 강조하는 것으로 독창성의 원천이
되기 때문이다.따라서 “
독창적인 예술가는 타자의 도움 없이 스스
로 자신을 만들어내는 즉 자기 자신 속에 창조적 원천을 지닌 자립
적 주체”
46로 존재하게 된다.
)

自然은 偉大하다.(
중략)그러나 엇던 自然의 偉大가 엇던 自然의 崇
嚴이 사람의 만드른 그 中 (
모양으로나 實質실질로나)작은 者의 偉大

44) 황종연, 「낭만적 주체성의 소설」,『김동인 문학의 재조명』,새미,


2001,8
1쪽.
45)전광용, 「김동인의 창작관 :그의 소론을 중심으로」,
『김동인연구』,
새문사,1982,Ⅰ-90쪽.
46)오타베 다네히사 ,앞의 책,96쪽.

18
에 미츨 수가 이슬가? 自然의 偉大라 하는 것은 ‘
生命이 없는 偉大’
다.
生命이 없는 偉大가 무엇이 그리 훌륭하랴?
거게 比하여 사람이 만드른 물건은 모양의 그 中 작은 바늘로서 모양
의 그 중 큰 飛行船,大道 심지어 公園까지라도 휼륭한 生命이 있다.거
긔는 ‘
참 사람의 참 意味의 사라잇는 모양’
이 煇然휘연히 나타나 있다.
더군다나 예술에 니르서는 더 말할 必要가 업다.사람의 사른 모양의
表現보담 더 偉大한 것이 어듸 이슬가?
모든 科學品도 그 實노는 藝術이다.엇던 작은 科學品이던 그것은 사
람의 煇然휘연한 사라 잇는 象徵이다.藝術의 목적이 이것-사람의 사라
잇는 모양의 표현-이면 엇던 科學品이라도 不知不覺 中에 藝術이 되어
버린 것은 定한 일이다.(
「사람의 사른 참 模樣」,
『창조』7
,1920,343
쪽)

인용을 살펴보면 김동인은 자연의 위대가 인간의 위대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는 ‘
生命이 없는 偉大’
이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생명이
없는 자연의 위대’
는 창조적 힘이 부재한 것으로 아무리 크고 웅장
하다하더라도 ‘
사람의 살아있는 모양을 표현한 것’
에 미치지 못하게
된다.반면에 과학품의 경우는 인간의 창조적 힘이 발휘된 것이므로
예술과 같은 위치에 놓일 수 있다.이는 김동인이 “
근대문물에 예술
의 표상을 부여함으로써 문명을 미학화(
美學化)하고 있는 것으로,
그가 근대문물에서 보는 것은 그것의 실용성이 아니라 인간의 창조
4
력”7)
임을 강조하는 표현으로 볼 수 있다.같은 이유로 “
예술가를
최고의 위치에 올려놓는 것은 예술가에게 ‘
창조성’
이 있기 때문48)”

것이다.따라서 김동인은 인간의 창조력이 발휘된 모든 것은 개성의
산물로 독창성을 지니고 위대한 예술로서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고

47)김행숙,앞의 책,113쪽.
48)우미영, 「김동인의 문학과 예술(
가)의 광기 :예술가 소설과 문학론을
중심으로」, 『한국문학이론과 비평』제30권,한국문학이론과 비평학회,
2006,7
7쪽.

19
보았다.

2.인형조종술

앞서 살펴본 바에 의하면,김동인은 사람의 위대함을 추구한 결과


로 “
自己가 支配할 自己의 世界’
를 創造”
한 것이 예술임을 등단 초
기부터 강조하고 있다.또한 위대함의 추구인 “
예술을 통한 인간의
창조 행위가 신의 그것에 가까울수록 그 예술은 진정성을 획득하게
된다49)”
고 하였다.이러한 예술관이 문학 창작에 적용되면서 소설
창작론으로 발전하였는데 대표적으로 ‘
인형조종술’
을 들 수 있다.인
형조종술50)에서 강조하는 것은 “
작가(
=예술가)
는 자기가 창조한 세
계를 완전히 지배해야 하며,작가는 누구나 인생을 창조하지만 그
창조된 인생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인형 놀리듯 완전히 지배”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즉 김동인은 인형조종술을 창작 방법론이
면서 동시에 “
창작 정신으로 삼았던 것”
이며 “
작가는 곧 예술가이며
예술가란 곧 신이라는 생각51)” 5
을 견지했음을 알 수 있다.2
)

49)강헌국,앞의 글,185쪽.
50)이에 대해 김윤식은 “ 김동인은 자신의 문학을 ‘ 리얼 문학’
이라 하면서
이광수로 대표되는 ‘ 통속문학’ 과 구별한 바 있는데 그가 말하는 ‘
리얼’

란 따지고 보면 이상적인 자기를 주인공으로 삼는 일( 허구화 하는 일)

실제로 작품상에 그려진 자기라는 이중성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김동인은 이러한 근대소설이 감당해야 할 이중성을 깊이 탐구하
지 않았고 ‘ 이상적인 자기를 허구화 하고자 하는 욕망을 가진 자기’ 를
지나치게 강조했는데 이는 작가가 곧 신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이라고 하
였다.이 고정관념이 인형조종술이라는 창작방법론을 낳았으며,이는 결
과적으로 작가의 가능성을 제약하기도 했다고 평했다.김동인의 창작 방
법론은 일본 근대소설의 그것에서 영향 받은 바가 크지만,당시 김동인
은 일본 근대소설이 이루어 내고 있는 내적인 문제를 파악할 능력이 부
족했기 때문에 겉모양으로서의 묘사법에만 주된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
다”고 평가했다.김윤식, 「김동인 문학의 세 가지 형식」, 『한국학보』제
11권 제2호,일지사,1985,10~11쪽.
51)김윤식,위의 글,9쪽.

20
톨스토이는 엇더냐.그도 한 人生을 創造하였다.하기는 하였지만,그
人生은 틀린 人生이요 小규모의 人生이다.그는,범을 그리노라고 개를
그린 畵工과 한가지로 참 人生과는 다른 人生을 創造하였다.그러고도,
그는,그 人生에 滿足하였다.그리고 그 人生을 자유자재로 人形놀리는
사람이 人形을 놀리덧 自己 손바닥 우에 올려 노코 놀렸다.(
중략)톨스
토이의 偉大한 點은 여긔 잇다.그의 創造한 人生은 假짜던 眞짜던 그
것은 상관없다.藝術에서는 이런 것의 區別을 許諾지를 안는다.
(「자기
가 창조한 세계」,
『창조』,192
0,23쪽)

인용에 나타나듯이 김동인은 도스토예프스키와 톨스토이의 비교53)


에서 톨스토이를 더 위대한 예술가로 보았는데 그 근거는 자기가
창조한 세계를 (
도스토예프스키에 비해 인생의 규모는 상대적으로
소박할지 모르지만)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작가는 적어도 예술 공간에서만큼은 실제 세계를 창조하여 인간을

인형 놀리듯 하는’신과 같은 위치에 서게 되기”
54) 때문에,작가라

는 신이 창조한 세계는 절대적 가치를 부여받는 공간으로 성립된다


는 것이다.따라서 “
세계 속에 작용하는 신의 섭리처럼 인형조종술
은 작품 내에서 정교하고 은밀하게 기능하면서 독자에게 사실감을
불러일으키는”역할을 하게 된다.즉 예술이 현실의 단순한 모방이
나 재현이 아니라 신과 같은 예술가의 창조적 상상력이 빚어낸 결

52)물론 이러한 “예술가의 우월적 지위를 근간으로 한 논리는,얼마간 자


화자찬으로 포장된 것이기는 하지만,지금의 시점에서 보면 초기 근대문
학론 형성과정에서 작가의 존재가치를 부각한 드문 사례” 이기도 하다.
유임하,앞의 글,117쪽.
53)“이 글(
인용)
의 핵심은 도스토예프스키나 톨스토이의 작품세계에 대한
이해에 있다기보다는 김동인 자신의 문학관을 피력하는 데 있다.그는
작품의 모든 의미와 효과가 산출되는 기원에 작가의 위치를 마련함으로
써 작품에 있어서 작가의 권위를 절대화 시킨다”,김행숙,앞의 책,116
쪽.
54)장수익,앞의 글,246쪽.

21
과이므로 “
인형조종술로 이룬 작품은 그 자체의 질서로 인해 기본적
으로 사실성을 담보55)”
할 수밖에 없다.
5) 그러나 인형조종술의 결과
6

로 탄생한 작품의 세계가 신이 창조한 것처럼 자연스럽고 사실적이


라 하더라도,실재하는 현실을 온전하게 재현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인형조종술에서 신과 같은 권능을 지닌 작가가 “
創造한 人生은 假짜
던 眞짜던 상관없이”자족적 세계로서 자율성을 지니는 공간으로 존
재하기 때문이다.

192
4년 8
월에 이전 『創造』의 殘黨들이 모혀서 『靈臺』를 發行하였
다.거기 「遺書」를 썼다.처음에는 無意識하게 써 나아가든 나는 엇던
때에 偶然히 그 「遺書」가운데서 强烈한 東仁美를 發見하였다.
지금은 보기 실흔 作品이다.그러나 오랫동안 計劃하는 일이 無意識
中에 發芽生長한 意味로 「遺書」는 결코 내게는 닛지 못할 作品이다.
나는 마츰내 東仁만의 文體 表現 方式을 發見하엿다.그러고 거기 대
한 完全한 矜持와 意識下에 「명문」,
「감자」를 發表하였다.(
「조선근
대소설고」,
『조선일보』,1929,81쪽)

한편,김동인은 「유서」를 쓰고 무의식중에 강렬한 동인미를 발


견하였다고 술회한 적이 있다.이에 대해 김윤식은 「유서」가 신이
되고자 하는 창작 방법론의 문제적 단계로 보고 “
작품에서 작가와

55)강헌국,앞의 글,188쪽.
56)“김동인 문학의 ‘
리얼리티’ 를 문제 삼는다는 말은 김동인 소설에서 나
타난 형상과 실제 역사적‧사회적 현상과의 일치,즉 반영의 정확성을 따
진다는 의미는 아니다.애초에 리얼리티라는 말 자체가 매우 광범위하고
애매한 외연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문학에서의 리얼리티는 보편적으
로 주어진 사회적 현상을 그대로 옮겨냄으로써 확보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김동인은 리얼리티를 드러낸다는 것의 어려움을 지각하고,
‘리얼하지 않은 것’
들에 맞서 ‘ 리얼한 것’의 추구로서의 문학을 사고했다.
김동인에게 있어 리얼리티는 문학 혹은 예술이라는 매개를 통해서만 드
러날 수 있는 것이었으며,이 매개의 핵심은 예술적인 ‘ 기교’에 있었다.

유승환,「김동인 문학의 리얼리티 재고」, 『한국현대문학연구』제22권,
한국현대문학회,200 쪽~108쪽.
7,107

22
같은 작중인물 <나>를 내세워 등장인물 모두를 흡사 인형 놀리듯
놀리고 있으며,이것이 개인사적 수준을 넘어 보다 보편적 수준으로
이행된 「감자」의 전 단계를 이루면서 김동인의 체취가 짙게 풍기
는 작품”
57이라고 평가했다.
) 58) 김동인이 언급한 ‘
동인미’
란 다른 작
가와 구별되는 자신만의 문체나 인물을 운용하는 방법에 있어서의
뚜렷한 ‘
개성’
을 확보했다는 말이기도 하다.즉 김동인은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인형조종술이라는 자신만의 창작방법론을 뚜렷하게 정립
함으로써 보다 공고히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종래의 많은 논의에서 소설가의 의도와 작위만을 주목하여 「광염
소나타」와 「광화사」같이 창작의 과정이 노출된 작품을 인형조종
술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본 것에 대해 강헌국59)은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강헌국은 오히려 인형조종술이 철저하게 적용된 작품일수록
그 자체의 자족적 세계로 존재하기 때문에,소설가의 의도가 겉으로
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운다.그러나 「광염소나타」와
「광화사」는 창작의 과정을 노출함으로써 소설이 ‘
허구’
적 가공이
며 그것을 자유자재로 가공하는 주체로서의 ‘
작자’
를 내세우는 행위
가 인형조종술의 정체임을 보여준다.이는 김동인 소설에서 작자에
가까운 서술자의 등장이 「광염소나타」와 「광화사」 이외의 소설
에서도 빈번하게 발견될 뿐만 아니라 작가 스스로 그것을 숨기지

57)김윤식,
『김동인연구』,민음사,1987,258~2
61쪽.
58)그러나 김동인이 시간이 흐른 후 「유서」를 보기 싫다고 말한 이유에
대해 김윤식은 현실적 삶에서 신이 되는 길에 실패하였기 때문이며,그
는 기생 김옥엽과의 관계가 순탄치 못한 김동인의 개인사적 상황이 개
입된 것으로 작품 또한 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동인만의 문체와 표현방식을 의식하지 못하고 쓴 「유서」
보다는 그것을 확실히 의식하고 쓴 「감자」와 「명문」이 개인사적 수
준을 넘어 보편적( 문학사적)수준으로 이행된 작품으로 평가했다. 「유
서」가 손으로 인형을 조종하는 유치한 흥행사의 작품이라면 「감자」
는 비로소 김동인만의 간결한 문체로 인형조종을 하는 세련된 흥행사의
모습이 뚜렷하게 드러난다고 보았다.김윤식,위의 책,252~26
4쪽.
59)강헌국,앞의 글.

23
않고 의도적으로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에서도 간접적으로
확인된다.문제는 작자적 서술자에 의한 창작 과정의 노출 여부로
인형조종술의 적합성을 논하기보다는,인형조종술이 소설적 개성과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는지 섬세하게 살피는 데 있다.소
설가가 신과 같은 위치에 놓인다는 주장은 창작 주체인 소설가의
격을 높일 수 있는 사회적 의미를 지니지만,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론으로서 인형조종술은 소설에 적용되었을 때 작위적 결과를
낳기 쉽기 때문이다.이는 ‘
인형조종술’
이 창작에 적합한지를 염두에
둔 이론이라기보다는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적 예술(
혹은 소설)
을 상
정하고 그것을 표현하고 주장하기 위한 수사적 차원의 주장임을 보
여준다.

3.자율성

김동인의 문학에 나타난 ‘


예술’
을 언급할 때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미적 자율성의 측면이다.흔히 이를 표현할 때 ‘
예술을 위한
예술’
을 추구한다는 의미로 서구 사조인 유미주의로 표현하거나,‘

술’
을 최대의 가치로 둔다는 점에서 ‘
예술 지상주의’
로 불리기도 한
다.이들은 “
미를 절대화하고 그 이외의 것들(
욕구,추함,사랑,미
움,선과 악 등)
을 하위에 배치하는 태도”
를 표현한 것으로,“
미적
가치의 절대화를 통한 예술 이념의 재구성을 통해 문학의 자율적
가치를 중시했던 것”
60으로 볼 수 있다.
)

본고에서는 이러한 김동인 예술론에 나타난 자율성을 크게 두 가


지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우선 ‘
작품의 자율성’
을 들 수 있는데,
절대적 가치를 지니는 예술 작품은 시대적인 맥락과 작가 개인의

60)유임하,앞의 글,114~115
쪽.

24
특성과는 별개로 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다음으로 예술가라면
영리추구나 대중의 흥미에 영합하여 창작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는 입장으로 도구적 가치를 지양하는 ‘
작가의 자율성’
을 들 수 있다.

먼저,작품의 자율성을 강조한 「霽月氏에 대한 評者的 價値」을


살펴보면 예술행위의 결과물인 작품을 비평함에 있어서 작자와의
연관을 배제하고 작품 자체만으로 평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당시 김동인은 김환의 「자연의 자각」에 대한
염상섭의 비평에 대해 ‘
작품의 비평에만 진실하여야지,그 작품을
쓴 작자에 대한 인격 비평가가 될 권리는 없다’
고 일갈함으로써 예
술 작품이 지니는 자율성을 옹호하였다.

作品을 批評하려는 눈은,絶對로 作者의 人格을 批評하려는 눈으로 삼


지 말 것이다.(
중략)한 個 作品을 批評하는 作品 批評家의 자격으로
는,그 作品의 作者인 人物 批評家는 될 權利가 없다.
(중략)作品 批評
家는 다만 그 作品 批評에만 진실하여라.
,그 作品이 自我 廣告이던 무
어시던 그거슨 볼 必要도 없거니와 볼 權利도 없다 하는 말이다.(
「제
월씨에 대한 평자적 가치」,
『창조』6,1920,10쪽)
길고 긴 生命을 가진 藝術이라 하는 것이 人間 社會의 한 때의 感情
때문에 變動이 생겨서는 안 될 것이다.사람이란 동물도 社會에 居住하
는 것인 以上 한 時代의 作品에 그 時代의 思想 傾向이 안 끼울 수는
업는 것이로되 끼워야만 된다는 理論은 結果와 原因을 꺼꾸러쳐 노흔
理論으로서 맛당히 배격排擊할 배다.(
「소설계의 동향」,
『매일신보』,
1933,187쪽)
藝術의 生命이라 하는 것은 時代思潮의 生命보다 훨씬 긴 以上 엄정
한 意味로 말하자면 時代思潮에 영향을 바든 作品은 도로혀 不純한 作
品이라고 할 수까지 잇는 것이다.
(「문예비평과 이데오로기」,
『조선일
보』,1934,25쪽)

25
비슷한 맥락으로 김동인은 「소설계의 동향」에서 “
길고 긴 生命
을 가진 藝術이라는 것이 人間 社會의 한 때의 感情 때문에 變動이
생겨서는 안 될 것이다”
라고 밝힌 바 있다.이는 특정 시대와 문학
을 연결 짓거나 그로 인해 예술의 가치가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예술가가 창조한 예술 작품은 특정 시대의 도덕,윤리,규
범을 초월하여 존재해야하고,그러한 것들로부터 독립되어 절대적인
가치를 부여 받는다는 것이다.이는 실제 「광염소나타」와「광화
사」의 창작에서 시대적인 맥락을 의도적으로 축소하고 있는 태도
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비평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작품에서도
예술은 절대적이고,긴 생명을 가진 것이기 때문에 시대 혹은 사회
의 특수한 상황에 한정되지 않는 보편적 성격을 지녀야함을 강조하
고 있다.작품과 관련한 자세한 논의는 3장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다음으로 작가(
예술가)
의 자율성 측면에서 살펴보면 김동인은 대
중의 흥미에 영합하지 않는 작품을 써야 한다고 주장하였는데,즉
통속성을 거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김동인은 일본 유학 시절 코롤
렝코의 『비밀의 지하실』을 탐정 소설로 알고 읽었는데 읽고 보니
탐정소설이 아니었다고 아래와 같이 밝힌 적이 있다.

어떤 때 「소년문학문고」로 「비밀의 지하실」이라는 책이 눈에 띄


어,그 제목이 탐정소설 같아서 사다가 읽어 보았다.탐정소설이 아니었
다.(
중략)탐정소설이 아니고도 마음 끌리는 소설이 있구나,비로소 소
설에 흥미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아직 연애라든가 남녀 관계에는 흥
미를 모르는 소년이었지만,탐정 이야기 아니고 연애 이야기 아니고도,
사람의 마음을 끄는 이야기가 있다는 것은 어린 나에게는 큰 새 지식이
었다.그것이 ‘
문학’
이라는 것도 어언간 알았다.(
「문단 30
년의 자최」,
『신천지』,1948,431~432
쪽)

26
인용을 요약하면 작품 전체에 나타나 있는 침울한 맛과 무게와 힘
이 어린 동인의 마음을 움직였고,문학에 눈 뜨게 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 때 처음으로 탐정이나 연애가 아니고도 사람의 마음을 끄
는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문학’
이라는 것을 어언간(
於焉
間)알았다고 술회하고 있다.앞에서 김동인이 ‘
탐정이나 연애가 아
닌 이야기’
에 마음이 끌렸다는 것은 대중이 좋아하는 흥미요소를 내
려놓고도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최초로 경험했음을 말해준다.
2.
2.
1에서 다룬 ‘
독창성’
에서도 살펴본 바와 같이 ‘
뻔하고 교훈적인
이야기,흥미만을 좇는 이야기’
에서는 마음껏 변형하고 조종하는 창
조자의 개성이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참자기(
自己)
의 실현이 불가
능하다.그가 생각하는 예술은 참자기의 발견으로 ‘
자기 혹은 개인’
의 무한한 가능성을 인정하는 창작의 세계이어야 하는데,대중의 흥
미에 영합하는 창작은 그에 반(
反)하는 것으로 예술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現今 朝鮮 사람 中에 大槪는 아직 家庭小說을 됴화하오,興味 中心


小說을 됴화하오,참 藝術的 作品 참 文學的 小說은 닐그려 하지도 아
니하오,그 뿐만 아니라 이거슬 輕蔑하고 操弄하고 不用品이라 생각하
고,甚한 사람은 그런 거슬 닐그면 구역증이 난다고까지 말하오.
通俗小說에서는 우리는 卑코,劣코,汚코,추한 것밧게는 아모것도
發見치를 못하오.거긔는 獨創의 閃이 업소 사상의 烽이 업소.사랑의
엄이 업소.아모것도 업소.讀者를 끄르랴는 卑劣한 아텸의 思想이 이
슬 뿐이오.(
「소설에 대한 조선사람의 사상을」,
『학지광』18
,19
19,
30~33쪽)

김동인 1910년대 말『학지광』에 발표한 위의 인용을 살펴보면



이미 “
예술적 작품”
,“문학적 소설”
만이 가치 있는 것이라는 태도가
분명히 나타나 있다. 소설과 문학과 예술61)이 일직선상
”여기에는 “

27
으로 연결됨으로써 “
卑低한 통속 소설가류”
등은 진정한 소설가의 자
리에서 추방되고,소설은 통속이나 흥미와 구별되는 진정성을 바탕
으로 새롭게 정립될 수 있게 된다.
”62
) 이때 ‘
통속’
이라는 의미는 ‘

중의 흥미에 영합하여 만들어진’
으로 바꿀 수 있는데 과거의 가정소
설이나 흥미 중심의 소설을 이러한 부류로 설정하여 배척하고 있음
을 알 수 있다.비슷한 맥락으로 이후 『동아일보』를 비롯한 신문
연재소설에 대해서도 부정적 태도를 보였는데 주된 논리는 “
모든 신
문소설은 의당 통속소설63)일 수밖에 없고,신문연재소설을 쓰는 작
가는 다 훼절한 작가라는 획일적 구분64)”
으로 비난하기도 했다.하
지만 이러한 논리는 신문소설이었음에도 문학사적 가치를 인정받는

61)“그러나 이런 표현은 1910 년대 와서야 비로소 가능하게 된 것이다.바


로 전대인 1900년대에는 ‘ 문학’이라는 말이 다른 함의로 채색되어 있었
고,‘ 예술’이라는 말은 거의 쓰이지도 않았다.이들 용어는 1 910년대에
새롭게 해석되고 새롭게 쓰이게 된 용어였다.특히 ‘ 예술’
이라는 말은 더
욱 그렇다.‘ 정’이나 ‘ 문학’등과 마찬가지로 ‘예술’역시 오래 전부터 있
었던 용어이기는 했으나,비교적 드물게 쓰였기 때문이다. ”권보드래,앞
의 책,53쪽~54 쪽.
62)권보드래,위의 책,53쪽.
63)논리적 비약에 가까운 김동인의 주장은,신문 연재소설을 지속적으로
썼음에도 불구하고 문학사적 가치를 지니는 작품을 남긴 염상섭의 경우
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염상섭 소설의 통속성은 당대 비평가들이 공격
하던 ‘ 통속성’ 과는 차이가 있는데,과거를 지향하는 일반인들의 의식을
소설적 흥미를 동원하여 실생활과 직결된 현실적 이야기로부터 미감과
교훈을 얻게 만드는데 기여하는 과도기적인 소설의 한 유형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또한 염상섭은 본격소설의 반대지점에 통속소설을 놓지
않고,대중소설과 본격소설의 중간지점에 위치시킴으로써 통속소설을 새
롭게 정의하고 있는데,통속소설을 독자들에게 흥미와 재미를 줄 뿐 아
니라 현실을 환기하고 작가의식을 전달할 수 있는 소설 장르로 보았기
때문이다.염상섭의 통속성은 통속성 자체에 함몰되지 않고 현실의 모순
과 그에 대한 비판의식을 담고 있고,이와 동시에 일제의 엄격한 검열제
도를 견뎌냈다고 할 수 있다.김경수, 『염상섭 장편소설 연구』,일조각,
1999,145
쪽;염상섭, 「通俗,大衆,探偵」, 『매일신보』,1934년 8월 21
일;김학균, 『염상섭 소설 다시 읽기』:추리소설적 성격을 중심으로,한
국학술정보,2 3~24쪽 참고.
009,2
64)전광용, 「김동인의 창작관 :그의 소론을 중심으로」, 『김동인연구』,
새문사,1982, Ⅰ-80쪽.

28
염상섭의 『삼대』와 같은 작품을 설명하기 힘들다.뿐만 아니라 그
가 식민치하에서 장편소설을 발표할 수 있는 매체가 한정되어 있었
6
던 상황을 충분히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5
) 신문소설을 통속물로

만 몰아가는 김동인의 태도는 다분히 춘원을 의식한 측면이 강하다


할 수 있다.이는 다음의 인용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조선의 문인으로 『東亞日報』에게 쓰라린 박대를 받아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
春園이 『東亞日報』의 편집국장으로 있으면서 춘원
자신부터가 문인으로서는 학대를 받았으니 더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며,『東亞日報』가 바야흐로 싹트려는 조선문학에 대하여 범한 과오
가 또한 심한 바 있다.
(중략)다른 신문(
『時代日報』,
『朝鮮日報』등)
이 그래도 좀 양심적인 신문소설을 지상에 연재할 때에 『東亞日報』
는 솔선하여 통속소설과 講談으로 대중에게 아첨하여 “
신문소설이란
것은 흥미 중심의 통속소설이 아니면 안 된다.
”를 세워 놓아서,지금
자라려는 조선문학에 된서리를 준 죄로 변명할 여지가 없는 『東亞日
報』의 과오다.(
「문단 30년의 회고」,
『신천지』,1948
,449쪽)
우리는 우리의 前人인 春園의 밟은 문학 발자국을 옳다 보지 않았
다.춘원은 문학을 일종의 사회개혁의 무기로 썼다.理想 건설의 선전
기관으로 썼다.
(중략)勸善懲惡을 목적으로 한 소설을 용납할 관대성을
못 가진 것과 같은 의미로 사회개혁을 목표로 한 소설도 용납할 수가

65)“이런 때에 春園이 재활약을 시작하여 리알에 소화불량 된 이 대중에


게 다시 통속,흥미 중심의 소설을 제공하는 것은 우리 문학 발달에 큰
지장이 아닐 수 없다.( 중략)『東亞日報』가 조선 언론계에 군림하고 출
판계에 군림하는 자리를 반석처럼 확보하는 반면에,문학 발표기관은 없
는 세월이 한동안 계속되어 문학은 참담한 형태로 떨어지고,문단에서
고립된 李光洙는 『東亞日報』를 배경으로 온 대중에게 지지를 받으며
커다랗게 일어섰다.그러나 春園이 재 활동하는 처음 무렵에는 자기는
창작자는 못 된다는 스스로 삼가는 마음으로 「許生傳」등의 講談으로
캄플라지하는 풍이 보이었지만,대중의 지지가 자기에게 있다고 믿은 뒤
부터는 소설이라는 칭호는 붙일 수 없는 說話를 역사소설이란 명칭으로
연해 『東亞日報』에 썼다. ” 김동인,
「문단 3
0년의 회고」,
『신천지』,
1 3~194
948. 8. ~468쪽,밑줄;인용자.
8,467

29
없었다.문학은 오직 문학을 위한 문학이 존재할 뿐이지,다른 목적을
가진 것은 문학으로 인정하지 못한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었다.
(「문
단 30
년의 회고」,
『신천지』,1948,447쪽)

김동인은 통속소설과 같은 독자의 흥미에 부합하여 쓰는 소설을


부정적으로 본 것과 마찬가지로 문학 작품을 자신의 이념이나 정치
적 선전을 위해 창작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즉 앞서 언
급했던 문학의 자율성 측면에서 보면 문학은 그 자체만을 목적으로
할 때 진정한 예술적 구현 될 수 있다는 의미로,문단 생활 초기부
터 일관되게 춘원 이광수를 의식하여 계몽문학을 비판하는 논리로
이용하였다.춘원 이광수의 문학이 “
사회개혁의 무기”혹은 “
이상의
선전기관”
이라 비난하면서 “
권선징악을 목적으로 한 소설을 용납할
수 없는 것”
과 마찬가지로 “
사회 개혁을 목표로 한 소설도 용납할
수 없다”
고 주장했다.이러한 입장은 김동인이 문단 초기부터 지속
해온 것으로,계몽성을 지양하고 “
예술의 자율성을 어느 정도까지
실천했는가를 자신과 이광수 사이의 우열을 가리는 근거로 제시66)”
했던 셈이다.

生活을 위하여 드는 文筆!거기는 個性도 없고 獨創도 없어진다.자


기를 굽히고 자기의 존재를 망각하게 된다.따라서 욕과 훼방을 받게
되는 것이다.文藝는 밥을 먹기 위한 노력이 아니요.자기의 理想과 자
기의 개성을 表現하는 일종의 자기 生活로 생각하는 것이 지당하다.
(
「나의 문단 생활 20년 회고기」,
『신인문학』4
,1934
,411쪽)
家産을 탕진하고 보헤미안 生活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현재의 文人
이 된 것을 그리 자랑으로 생각지 않는다.생활만 할 수 있으면 결코
지금 같은 小說을 아니 쓰고 悠悠自適하며 세월을 보내고 싶다.그리
고 언제든지 쓰고 싶을 때에 가장 레벨이 높은 小說을 써서 무료로 어
느 新聞에든지 싣고 싶다.現在의 나는 빵 외에 아무것도 없는 것이

66)장수익,앞의 글,235쪽.

30
다.
(「나의 문단 생활 20
년 회고기」,
『신인문학』4,193
4,410
쪽)
원고에 대해서 돈을 받는다면 아무리 해도 心理上의 구속이 생길 것
이요,심리상의 구속이라도 있으면 맑은 맛이 없게 될 것이다.한껏
자유로운 기분 아래서 붓을 잡기 전에는 아무리 해도 불순성을 띠게
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
「문단 30년의 회고」『신천지』,
1948,465쪽)

그러나 위의 인용에도 나타나듯이 경제적으로 파산한 이후 김동


인이 보여줬던 문학적 행보들은 이전에 주장했던 예술관과 모순되
는 점이 분명히 존재한다.생계를 위해 역사소설이나 야담을 쓰는
작가로 빠졌다는 것은 또 다른 의미에서 통속물 작가67)로 전락한
것이기 때문이다.통속물 작가는 대중의 흥미를 위해 작품을 쓰고
그것으로 인한 경제적 수입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김동인이
내세웠던 문학관과는 상치(
相馳)
되는 부류이다.그런 모순된 상황에
서 김동인 스스로 “
家産을 탕진하고 보헤미안 生活을 하고 있는 나
로서는 현재의 文人이 된 것을 그리 자랑으로 생각지 않는다.
”고 밝
힌 것과 “
언제든지 쓰고 싶을 때에 가장 레벨이 높은 小說을 써서
무료로 어느 新聞에든지 싣고 싶다.
”고 한 것은 예술에 대한 본질적
생각은 일관되고 있음을 드러낸다.다만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
해 그토록 경멸해 마지않았던 통속의 세계로 빠져든 것이고,김동인
스스로도 그것에 대해 엄청난 자괴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활에 윤기가 없는 사람”
은 “
윤기 있는 감정의 움직임”
이 없고 “
감정
이 말라붙은 곳에 흥분 있는 문학이 산출 될 수 없다68)”
고 한 것은

67)이에 대해 이동하는 원고료에 의존하는 작가생활을 해야만 했던 김동


인의 후기문학은 과거의 영웅을 다루는 야담이나 역사소설로 빠지게 되
었다고 하였다.역사에서 소재를 취하는 야담은 상업적 측면에 유리할
뿐만 아니라 플롯의 손쉬움으로 다작이 용이하다는 장점 때문이다.이것
은 초기부터 고수했던 그의 문학적 태도와 모순되게 스스로 돈벌이의
수단으로 문학을 창작하는 상황으로 전락했음을 보여준다.( 이동하,
「김
동인의 삶과 문학」,
『현대문학』제363호,198
5참고)

31
경제적으로 궁핍한 상황에서 진정한 문학이 탄생하기 힘들다는 생
각이 반영된 것이다.그것은 1948년 「문단 30년의 회고」에서 밝힌
바와 같이 원고료를 받는 순간 문학에 불순성이 생기게 된다고 한
것과도 비슷한 맥락이다.이처럼 김동인은 일관되게 현실을 위한 수
단이 아닌 문학의 자율적 가치를 주장하였지만,작가로서의 그의 삶
은 그와 일치하지 않는 점이 존재하기도 했다.

제3절 예술론의 의의와 한계

이상으로 살펴 본 김동인의 예술론은 당대적 맥락에서 바라볼 때


아래와 같은 의의를 지닌다.

첫째,근대문학 형성기에 소설의 근대성과 예술성을 자각하고 그


가치를 높이기 위한 창작방법론을 펼쳤다는 점과 이를 통해 예술가
로서의 소설가가 지녀야 하는 전문성과 위상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둘째,이광수 문학을 비롯하여 예술의 공리성에 치우친 당대의 문
학적 풍토를 벗어나,근대적 의미의 개인과 예술의 자율성을 강조했
다는 점이다.

먼저,소설의 예술성을 자각하고 예술가로서의 소설가가 지녀야할


전문성과 위상을 강조한 것은 김동인의 선구적 업적으로 평가된다.
김동인은 소설이 지니는 근대성을 강조하는 표현으로 ‘
소설이 평민
의 반려자’
라 하였고 예술로서의 소설을 표현하기 위해 ‘
근대소설이
문예상 왕자의 지위69)’
에 올랐다고 하였다.이전 시대의 문학 장르

68)김동인,「조선의 문학을 위하여」,『매일신보』,1935.


1,
『김동인평론전
집』,295쪽.
69)“
평민 階級 전체의 환호 아래 지금 文藝의 총아가 된 小說이다.평민의

32
에 비해 소설이 근대인의 기호에 잘 맞고 20세기 문예의 총아가 될
수 있는 이유도 밝혔다.평민의 문학인 이야기로서의 소설이 이전에
도 존재해왔지만 평민이 권세를 잡지 못했기 때문에 문예의 왕좌
위에 오르지 못했지만,평민이 권세를 잡은 20세기의 대표적 문예는
소설70)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김동인은 근대적 예술로서 소설을 중요하게 생각함
은 물론,그것을 예술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창작방법론을 최초로
내세운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근대는 ‘
개인’
의 자각을 일깨운
다는 점에서 이전의 공동체를 강조했던 봉건사회와 구별된다.사람
들의 생활이 민중 혹은 공동체 속에 묻혀 있던 시대에 성립한 예술
형식이 ‘
이야기’
였다면,이러한 민중에서 ‘
개인(
=고독한 사람)
’이 분
리되어 개개인이 타자와는 ‘
통약 불가능함’
(i
ncomme
nsur
abi
li
ty)

자각한 시대의 고유한 예술 형식은 ‘ 로 규정71)할 수 있다.즉
소설’
앞서 살핀 김동인의 예술론에서도 중요하게 다루어졌듯이 근대 예
술은 개인의 개별성,자율성,주체성이 강조되는 양상으로 발전했고,
그것을 대표하는 예술 형식이 다름 아닌 소설인 것이다.뿐만 아니

時代인 現代야말로 가장 小說의 得意時代이다.평민의 伴侶者가 되기 때


문에 近代小說이 文藝上 왕자의 지위에 올랐다는 것은 여러 번 거듭 말
한 바다. ”김동인, 「근대 소설의 승리」,『조선중앙일보』,1934
.
70)“劇詩가 차차 낡아가고 또 다른 文藝를 인류가 기다리고 바랄 때에 이
요구에 응코자 人類 生活史 면에 나타난 것이 20세기 文藝의 총아 小說
이다.19세기로부터 2 0세기에 걸쳐 우리 人類가 가진 代表的 文藝는 小
說이다.
近代小說이 발생된 지 근근 3百年간에 아직껏의 文藝의 총아이던 劇
詩를 누르고 詩를 누르고 단연 文藝의 司令塔에 올라서서 光輝를 자랑
하는 양은 어떻게 보면 경이에 가까운 기적으로서 근근 3百年간에 著作
된 小說의 수효와 發行된 부수는 아직껏 數十세기 간에 發行된 文藝의
다른 부분의 작품 전체를 합친 것보다도 훨씬 많다는 이 數字는 소설이
라는 것이 얼마나 인류감정이나 기호에 맞는다는 점을 증명하는 동시에
지금이 세기는 文藝小說의 세기라는 것을 證明하는 바다. ”김동인,「근
대 소설의 승리」, 『조선중앙일보』,1934.
71)Benj
amin(1936),오타베 다네히사,김일림 역, 『예술의 역설』,돌베
개,2011,296쪽에서 재인용.

33
라 모든 예술은 특유의 형식을 요구하는데 “
회화에는 회화의,음악
에는 음악의,문예에는 문예의,각각의 장르에 고유한,다른 장르에
는 통용되지 않는 소재 형성의 법칙이 있기 때문이다.이 기교에 뛰
어나지 않고서는 예술가의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
72”이러한 장르
)

의 고유한 형성 법칙은 “
작품의 부분적 의미를 이해하는 것에 머물
지 않고,‘
작품 전체’
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 그 작품이 속하는
예술 장르의 본질을 파악할 필요”
가 있기 때문에 중요하게 인식된
다.이러한 예술로서의 소설이 갖추어야할 창작방법론을 확립하기
위해 「소설작법73)」을 기고한 것은 김동인의 선구적 업적으로 인
정된다.즉 김동인은 개인의 주체성과 자율성을 실현하는 근대적 예
술로서의 소설을 알리고 주장74)하는 차원을 넘어 그것을 전문화 할
수 있는 방법적 측면까지 강조한 작가이며 비평가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김동인의 입장은 우리 비평사에서 최초의 논쟁으로 꼽히는
염상섭과의 논쟁에서도 잘 나타난다.김동인은 김환의 「자연의 자
각」(
1920)
에 대한 염상섭의 혹평을 다음과 같이 비판한 바 있다.

나는 여긔서 霽月氏의 小說作法에 대한 知識이 제로임을 발견한다.小


說의 作法을 모르는 사람은 小說平者 될 資格은 없다.小說의 作法을 모
르면,그 作品의 缺點을 똑똑히 發見할 수 없음으로.
75)

72)고바타 죤조우 ,앞의 책,198쪽.


73) 김동인,「소설작법」, 『조선문단』7~10, 1925.
4~7. 김동인의「소설작
법」은 ‘(1)序文 비슷한 것,(2)소설의 기원 및 그 역사,( 3)구상,(
4)
문체’로 구성되어 있다.
74)“당시『창조』의 편집체계를 보면 ‘ 논문(평)-소설 – 시 – 수필 –
잡문 - 남은 말’의 순서로 되어 있고 특히 번역시가 많이 실렸다는 점
과 문예지 지향적 성격을 강조하는 논문 및 창간호에서 김동인의 소설
을 가장 먼저 배치한 것으로 볼 때 시보다는 소설에 비중을 더 둔 것으
로 보인다.( 중략)김동인이 피력했던 목적들을 이루는데 ‘ 소설’이 중요
한 매체였다는 점을 시사 받을 수 있다. ”김정숙,앞의 글,370쪽.
75)김동인,「제월씨의 평자적 가치」, 『창조』6 ,1920.

34
당시 주관적 인상비평에 머무른 염상섭의 평을 지적하며 소설 작
법을 모르는 자는 평자가 될 자격이 없다는 말로 일침을 가한다.이
를 통해 예술 창조는 물론 예술을 평함에 있어서도 전문성을 구축
한 독자적 영역이 되어야 함을 명확히 드러낸 것이다.
다음으로 김동인의 예술론은 1910년대 후반까지의 문학적 풍토가
민족의 문제를 강조하는 계몽서사에 치우쳐 있었기 때문에,그것을
대표하는 이광수의 소설이 최초의 근대소설임에도 ‘
개인’
의 문제를
내밀하게 다루지 못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개별적 존재로서
의 인간을 인식하는 것에서 예술(
문학)
이 탄생할 수 있음을 이광수
보다 앞서 실천하여 보였다는 점에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기 때
문이다.김동인은 처녀작인 「약한 자의 슬픔」76)을 통해 당시 민족
주의의 기본적인 문제의식이라 할 수 있는 ‘
강한 자’
,‘약한 자’
의 문
제를 독창적으로 제시하였다.물론 구한말 개화주의의 ‘
실력 양성론’
에서 힘 그리고 강함과 약함은 그 담론이 중심적 가치기준이었지만,
개인의 수준에서 강함과 약함을 논하는 단계에 있지는 않았다.개인
에 대한 이러한 구분은 일제 통치가 시작된 후에는 이광수 등의 민
족주의 논설에서 늘 저변에 깔려 있는 문제의식이라고 볼 수 있지
만 공식적으로 제시되지는 못했다.이광수의 근대인식은 근대의 핵
심에 이른 것이면서도 합리화77)라는 근대성의 일면에만 집착한 경
향이 있기 때문이다.이광수는 1920년대 후반에서야 그의 논설에서
강함과 약함의 주제를 개인 차원78)에서 논하기 시작하였던 반면에
김동인은 1919년 초에 이미 단편소설 「약한 자의 슬픔」에서 우리

76)김동인,
「약한 자의 슬픔」,『창조』3~6,191
9.
77)김동인은 사회적 공론이 중요했던 당시의 분위기에서 근대적 합리성에
입각한 공리주의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계몽주의를 정면으로 비판하였다.
이는 근대적 합리성을 중시하고 역사의 진보를 믿는다는 측면에서 보면
근대적일 수 있으나 반면에 개인의 주체적 자율성을 집단적 가치에 귀
속시키려는 측면에서 보면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78)이광수가 각 ‘
개인이 힘’에 대해서 언급한 것은 1928년 9
월『동아일
보』에 기고한「젊은 조선인의 소원」이 처음이었다.

35
근대 문학에서 가장 중심적인 주제인 ‘
개인’
의 문제를 작품에 담고
있다.즉 예술(
=문학)
은 주체적 개인의 발견에서 시작된다는 문제의
식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뿐만 아니라 김동인이 제기한 개인의
강함,약함의 문제의식은 당시에 유행하던 ‘
개조’
의 문제의식에서 도
출된 것이 아니라 독창적인 근대의 문제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더
욱 주목할 만하다.또한 이 주제는 자신이 완성시킨 내면을 드러내
는 고백체79)로 다루기에 최적의 문제80)이기도 했다.이는 김동인이
근대적 예술에서 ‘
개인’
이 중요한 주체임을 인식하는 차원에서 나아
가 실천방법의 측면에서 소설적 실험을 시도했음을 보여주는 것이
기도 하다.
한편 김동인은 기존의 문학과 다른 문학을 추구하기 위해 1910년
대까지 강조되었던 문학과 정치‧사회의 친연성(
親緣性)
을 부정하고
순수한 영역으로서의 ‘
문학’
을 주장하였다.김동인을 위시하여 당시

참예술론 혹은 예술 지상주의로 통칭되는 동인지 문인들의 예술론
은 지식정치학 패러다임 재편을 통한 자기정체성 구축이라는 운
동81)”
의 성격을 지닌다.특히 이들 예술론이 강조하는 심미주의82)는

79)“김동인은 이전 신소설까지의 ‘ -더라’또는 ‘ -라’를 종결어미로 사용하


던 방식에서 벗어나 ‘ -다’로 끝나는 방식을 철저하게 확립했다.그 의미
는 모든 언어가 남의 말-하늘에서건 소문에서건 친구에게서건 들은 말
-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화자( 話者) 가 스스로 본 모습에 따라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지어서 하는 말임을 뜻한다.이는 문법적 차원 외에 의미상
에서도 주어가 주체임을 확립하는 것이었다. ” 또한,“‘
하였다’대신 ‘

다’,‘
있었다’대신 ‘있다’ 를 사용하면 독자는 계속 사건이 진행되는 현장
에 붙박여 있게 된다.사건 너머에서 사건을 목격하는 이중적 위치에 처
하는 대신,사건에 즉( 卽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는 말이다.김동인은
~었(
이 점을 들어 ‘ 았) 다’체가 주체와 객체의 분리 속에서 살아가는 근
대인의 심리를 보다 보여주기에 더 적절하다고 주장하였다. ” 최정운,
『한국인의 탄생』,미지북스,20 13,26
8쪽:권보드래,앞의 책,253쪽.
80)최정운,위의 책,313쪽 참고.
81)차혜영,앞의 글,207쪽.
82)여기서 심미주의는 지나치게 예술을 ‘ 美’
의 추구라는 관점에서만 바라
보는 입장으로 한정하고자 한다.

36
예술작품은 도덕적인 성격을 지니지 않고,도덕적인 평가는 원칙적
으로 그 작품의 예술적 평가와 구별된다는 입장이다.이는 당시
『무정』을 통해 문학적 기반을 굳힌 이광수에 대항하는 측면이 강
하다.이광수의 경우 시마무라 호게츠를 비롯하여 일본의 근대문학
을 섭렵하고 소화하면서 예술로서의 문학에 대한 나름의 입장이 확
고해진 상황이었다.이광수는 예술이 지닌 자율성을 긍정하였지만
김동인을 비롯한 당대 문학인들 사이에 만연했던 데카당스 문학에
는 반기를 들었다83).이는 문학이 사회적 존재 이유를 확고히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데카당스 문학이 가져오는 해악이 개인과 민
족에게 끼칠 잠재적 독소를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84) 한 것에도 드
러난다.결과적으로 이광수의 이러한 성향85)은 더욱 발전하여 사회

83)이에 대해 백철이 언급한 부분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李光洙 같은


사람은 먼저 든 그 퇴폐주의의 유행에 대하여 문단적인 병폐를 지적하
여 공격을 한 사실도 나와 있다.그는『창조』제8호에서「文士와 修養」
이란 제목으로「文士라면 푸른 술 불근 술에 탐닉하고 의복을 야릇하게
입고 신경쇠약증‧빈혈증 용모를 가져야 하고,불규칙 불합리한 생활을
할 것 등의 屬性을 가져야 한다는 풍」에 젖어 있다 하고 ( 중략)「우리
문단에는 데카당스의 企圖情調가 풍미하여 마치 아편 모양으로 毒酒 모
양으로 靑年文士 자신과 순결한 독자인 청년 남녀의 정신을 迷惑합니
다.」고 분개하고 있다. ” 백철,
『백철문학전집 : 한국문학의 길』1,
244~245쪽.
84)이재선, 『이광수 문학의 지적편력』,서강대학교출판부,2010,115쪽.
85)이에 대해 김동인은 다음과 같이 언급한 바 있다.“춘원에게는 相反된
두 가지의 欲求가 서로 다투고 있는 것은 감출 수 없는 事實이다.‘ 美’

憧憬하는 마음과 ‘ 美’
를 좇으려는 바람이다.이 두 가지의 相反된 欲求의
葛藤( 갈등)!惡鬼와 神의 競爭!춘원에게 在하여 잇는 惡魔的 美에의 欲
求와 意識的으로( 오히려 억지로)喚起( 환기)
시키는 善에 대한 憧憬,이
두 가지의 葛藤을 우리는 그의 온갖 作品에서 볼 수 잇다.그는 惡魔의
部下다.그는 美의 憧憬者이다.그러면서도 그는 自己의 本質인 美에 대
한 憧憬을 감추고 거기다가 善의 鍍金( 도금)을 하려 한다.
”김동인, 「조
선근대소설고( 六)
」,『조선일보』,192
9.김동인의 이러한 언급을 요약하
면 “ 이광수에게 미에 대한 내재적 동경과 선에 대한 의식적 동경이 공
존하고 있었는데,이광수는 미 관념을 버리고 선에 대한 의식을 보존했
다고 한다.그것이 이광수 문학의 파탄을 추동했다는 것이다. ”박현수,
「완성과 파멸의 이율배반,동인미 :김동인의 유미주의에 대한 고찰」,

37
적 공리성을 중시하는 계몽주의로 나아갔으며 김동인과는 철저히
다른 입장에 서게 된다.이광수의 “
계몽주의는 낡은 유교 사상적 권
선징악의 도덕적 속박으로부터 벗어나 자유의 영역을 확보해야한
다”
86는 측면에서 보면 상당히 근대적이다.하지만 그것을 지나치게
)

추구함으로써 그의 작품은 진부해지고,예술로서의 가치는 감쇄되는


결과를 낳는다.여기서 김동인은 자신의 예술론이 지닌 당위성을 더
욱 강하게 내세울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된다.김동인이 나서기 전까
지의 주류 문학은 근대 민족국가의 형성에 실패한 이유를 돌아보고
사회를 개혁할 힘을 키우자는 계몽주의에 치우쳐 있었다.이러한 상
황에서 탈계몽주의의 논리를 내세운 김동인의 예술론은 우리 근대
문학을 예술의 범주에서 형성하게 한 측면87)을 지닌다.따라서 계몽
성과 차별되는 예술성의 논리88)는 우리 근대 문학의 외연을 넓힐
수 있었던 중요한 계기로 문학사적 가치를 지닌다.

이상으로 살펴본 바와 같이 여러 방면에서의 문학사적 공이 인정


됨에도 불구하고 김동인의 예술론은 무엇보다 “
미적 영역과 다른 영
역을 수평적인 관점에서 볼 여유가 없었”
던 것으로 보인다.김동인
의 “
미의식은 미 또는 예술에 과도한 위상과 역할을 부여함으로써

『대동문화연구』제8 4권,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2013,424쪽.


86)이재선,앞의 책,62쪽.
87)양준오,앞의 글,69쪽.
88)계몽성과 차별되는 예술성의 논리는 당시 김동인 혼자 내세운 것이라
기보다는 동인지를 중심으로 한 운동 형태로 발현되었다.당시『창조』
의 동인이었던 전영택은 “ “同人雜誌란 文藝作品을 처음 쓰는 이들,연습
하는 이들이 發表하는 機關이어니 속으로 생각하고 얼마큼 위로를 밧고
發表하기로 하고 글끗에다가 「習作」이라는 말을 添加( 첨가) 하엿다”

고 회고하고 있다. ( 전영택,「신통스러운일이업소」, 『조선문단』6호,
1925.
3,72쪽)이렇듯 아마추어에 가까운 젊은 동인들의 패기와 열정이,
“동인지 창간 초기에는 일본과 동일한 개념에서 ‘ 동인지’개념을 생각하
고 있었으나,이런 생각이 발간을 거듭하면서,조선사회 전체를 향한 대
타의식의 성장과 함께 특정한 ‘ 이념형’으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 ”김춘
식,앞의 책,100쪽.

38
8
절대화”9)
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는데,세속적 현실로부터 분리된 예
술의 자율성을 강조한 나머지,역사적 맥락이나 현실의 문제를 도외
시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물론 현실을 도외시했다는 의미가 문학
이 현실90)을 있는 그대로 반영해야한다는 소박한 차원을 뜻하는 것
은 아니다.“
문학은 우리의 일상적인 의식을 통해서는 단지 피상적
으로밖에 파악할 수 없는 현실의 본질적인 측면을 좀 더 깊이 그리
고 포괄적으로 반영91)”
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김동인 문학이 지니는
한계를 지적하는 것이다.김동인의 예술론은 예술의 자율성을 두드
러지게 강조하고 있을 뿐,삶의 문제를 문학을 통해 어떻게 고민하
고 풀어낼 수 있는지에 대한 천착은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예술을
위한 예술’즉 예술 작품이 지니는 자족성과 자율성을 중요하게 생
각하는 입장에 대해 아르놀트 하우저는 “
가장 위대한 작품이란 그
자체로서 완결된 미학적 세계의 기만적인 환각주의(
Ill
usi
oni
smus
)를
거부하고 자기 자신을 넘어서서 멀리 손짓한다.그것은 자기 시대의
커다란 인생문제와 직접적인 관계를 가지면서 언제나 ‘
인간존재에서
어떻게 하나의 의미를 얻어낼 수 있는가?우리는 어떻게 이 의미에
참여할 수 있는가?’ 9
라는 물음의 해답을 추구하는 것이다”2)
라고 비
판한 바 있다.이는 예술의 자율성을 강조했던 김동인 예술론에 대
한 비판으로도 유효할 수 있는 지적이다.

89)우미영,앞의 글,69~70쪽.
90)물론 현실에 대한 개념은 매우 상대적인 것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경계 짓기 힘든 측면이 있다.심지어 “ 같은 시대에 속한 사람들도 결코
무엇이 현실이냐 하는 문제에 관해 생각이 일치될 수 없다.항상 서로
다른 인식론적 명제들이 철학적인 차원에서든 개인적인 차원에서든 병
존하게 마련이다.따라서 문학의 리얼리즘을 어떤 특정한 개념에 의해
정의하려고 하는 모든 노력은 그것이 한 특정한 시대에만 국한된다고
하더라도 불만족스럽게 끝나는 것이다. ”스테판 코울,여균동 역,『리얼
리즘의 역사와 이론』,미래사,1 982,189쪽.
91)최유찬‧오성호,『문학과 사회』,실천문학사,199 4,20쪽.
92)아르놀트 하우저,백낙청‧염무웅 역,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4 ,창작과
비평사,1999,34~35쪽.

39
이러한 김동인의 예술론이 지니는 한계는 식민지 지식인으로 받
아들인 근대 예술의 개념이 깊게 이해되거나 체화되지 못한 상황에
서 이전 세대와의 차별화 전략이 강조되어 예술의 다양한 측면93)을
소홀히 하고 미적 측면에만 치우친 탓도 있을 터이다.당시로 보면
이러한 미적 자율성의 추구가 뚜렷한 근대적 징표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에,소수 지식인들이 이전 세대와 다른 그들만의 정체성을 드러
내는 구호로 이용한 측면도 있다.또한 이러한 예술지상주의가 지니
는 낭만주의적 성향94)은 주로 예술가의 신격화나 천재성을 지닌 예
술가를 표현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지는데,이것은 “
사회적으로 공인
된 폭넓은 공감대를 얻어냈다기보다는 일정한 소수 진보층의 정신
적 슬로건에 가까웠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내세운 예술지상주의
도 “
주관주의적‧자아도취적 투사이자 자기 합리화의 수단으로 전
락95)”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김동인도 이를 피해 가기는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김동인의 낭만적 유미주의96)는 예술을 추구하는 데 있어서
현실과 유리된 고상한 것을 추구97)해야 한다는 입장98)을 강조하면

93)“문학( 예술)은 반드시 도덕 혹은 미학 한쪽만을 중시해서는 안 되고


주제적인 측면의 도덕성과 형식적 측면의 미학성이 상호 의존적으로 결
합 할 수” ( 이선영,
「도덕과 미학」, 『현대문학』제171
호,1969 )있으며,
예술의 자율성과 공리적 가치도 모순관계가 아닌 시각의 차이일 수 있
기 때문이다.
94)김동인의 예술에 대한 낭만성에 대해 김윤식은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인간이 바로 신의 자리에 놓일 수 있다는 주장은 낭만주의자들의 사상
이었다.무한이라든가,영원이라든가,완전한 것에 대한 동경이 바로 그
러한 것으로 될 수 있다는 신념을 낳아 자기 황홀증에 빠진 것이 낭만
주의의 허상이었다. ”, 김윤식,『한국문학의 근대성비판』, 문예출판사,
1993,1
41쪽.
95)장미영, 「독일 낭만주의 문학의 ‘ 예술적 자율성’개념의 기원에 관한 소
고」, 『외국문학연구』제37 권,한국외대 외국문학연구소,2 010,3
74쪽.
96)여기서 ‘ 낭만적 유미주의’ 라 명명한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의미에서의
‘낭만성’ 과 미(美)적인 것을 모든 것의 중심에 두려는 태도를 일컫는 것
으로,김동인 예술론의 특징( 독창성,인형조종술,자율성) 을 복합적으로
고려한 표현이다.

40
서,현실에 대한 합리적 인식을 바탕으로 발전시키지 못한 측면이
있다.이는 예술론이 소설화 되었을 때 보다 두드러지는데 예술을
행하는 천재적 인물이 보여주는 “
극단화된 개인의 자아는 현실세계
의 일상적 가치보다는 이상화된 세계를 추구”
99함으로써100) 현실과
)

대립하거나 삶이 파탄(
破綻)
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예술 추구의
결과로 나타난 삶의 파탄을 통해 우리에게 삶의 진실을 보여주기
보다는 ‘
예술’
을 극단으로 추구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주지 못하
는 결과를 야기한다.문학이란 “
가치 있는 인간적 체험의 기록101)”
이어야 하는데,‘
예술’
로서의 문학이 지니는 가치만을 내세우고 그
본질을 깊이 있게 추구하지는 못한 것이다.근대문학이 성립되는 시
기에 예술로서의 문학이 형식을 구비하고 사회적 입지를 굳히는 과
정에서 『창조』를 중심으로 한 김동인의 역할과 노력은 중요한 문

97)“‘ 예술’ 이 이처럼 신성한 것,고상한 것을 나타내는 메타포로 사용된


데에는 당대의 사회적‧문화적 배경이 상당수 작용하고 있다.유학 2세
대로 여겨지는 당대 지식 청년들은 문학 이외의 사회적 통로가 모두 차
단된 사회적 환경 속에서 문학으로 모여들 수밖에 없었고,이들이 수입,
수용한 예술을 자신들의 새로운 정체성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예술의 본질적인 의미와는 별개의 사회적 의미화가 생겨나게 되
었다고 말할 수 있다. ”김경애,
「한국 근대소설에 나타난 ‘ 예술’의 의미
연구」,숙명여대 석사학위논문,1998,17쪽.
98)“ 文學者 된 者는 모름지기 高尙한 理想을 論 할 것이지,어찌 卑俗한
現實을 논하랴” ,김동인,「계란을 세우는 방법」, 『백민』1 4,1
948,
『김
동인평론전집』,299 쪽.
99)이영아, 「김동인의 참사랑론과 소설적 형상화 양상 고찰」,『김동인
문학의 재조명』,문학사와 비평학회,2 000,2
09쪽.
100)서양에서도 낭만주의 예술에서 나타나는 천재의 개념은 완성된 예술
작품을 가능하게 한 예술가의 능력과 자의식,즉 예술가 자신에 대한 관
심을 중요하게 생각한다.이러한 예술가의 자의식이 강조되는 “ 낭만적
예술가소설에서 예술가가 현재의 환경을 바탕으로는 더 이상 충족을 맛
볼 가능성을 엿볼 수 없다.따라서 그는 생활과 거리가 먼 이상적인 꿈
의 나라로 도피하여 거기에서 자기의 만족스러운 시화된 세계
(
Poet
isi
ert
e Wel
t)를 건설한다.
”장미영,앞의 글,37 4쪽 참고 ;허버트
마르쿠제,김문환 역, 『마르쿠제 미학사상』,문예출판사,1989,17쪽.
101)최재서, 『문학원론』,춘조사,1960,1쪽.

41
학사적 가치를 지니지만 시작되는 단계에서의 미숙함과 한계 또한
떠안을 수밖에 없다.
김동인은 소설의 형식을 통해 미적인 완성을 꾀하려 하였고,그것
을 추구하는 방법으로 인형조종술과 소설 작법을 고안하기도 하였
다.“
작가 자신이 완전히 지배할 수 있고 자유자재로 인형을 놀리듯
조종할 수 있는 인생을 만들어내는 것이 그의 소설의 목표”
였기 때
문이다.“
그는 순수한 예술적 가치만을 긍정하고 모든 여타의 가치
관을 거부하면서,소설의 세계 안에서 문학이 독자적으로 영위할 수
있는 공간을 발견”
하려 했지만,“
이 공간은 삶의 현실적 기반에서
벗어난 고립과 단절의 공간이다.그것은 작가에 의해 창조된 가공의
세계일뿐102)”현실의 문제에 천착하지 못했기 때문에 독자의 공감을
얻기가 힘들고 생경한 느낌을 주는 결과를 낳는다.
마찬가지로 김동인이 평론을 통해 내세운 일련의 주장들을 살펴
보면 자기의 세계를 극도로 추구한 나머지 “
자기애로부터 출발하여
타인에 대한 사랑을 어떻게 해 나갈 것인가”
에 대한 자각은 부족하
고,오로지 “
자기애를 깨달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끝나버리는103)”

한계를 보인다.이러한 수사적 표현의 차원에 머무는 예술 논의는
현실에 대한 합리적 인식과 자각을 일깨우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
하고 ‘
예술로서의 소설’
,그리고 ‘
예술가인 소설가’
의 권위를 강조한
다는 이상의 의미를 주기 어렵게 된다.물론 본격적인 근대문학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이러한 주장은 예술을 통한 ‘
근대적 개인의 자
각’
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지만,동시에 그 주장에만 지
나치게 함몰되어 본질을 편협하게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을 낳기도
한 것이다.
김동인은 현실을 떠난 고상한 것으로서의 예술을 창조해야한다고
거듭 주장했지만,작가 역시 창조자이기 이전에 생활인으로서 존재

102)권영민,
『한국현대문학사』,민음사,2002,210쪽.
103)장수익,앞의 글,240쪽.

42
하는 인간이기 때문에 현실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기 힘들다.그렇기
때문에 작가에 의한 “
문학적 형상은 생활과 무관하게 창조되는 것이
아니라,현실 속에서 무수히 반복되는 현상들을 개괄하고 집약함으
로써 창조되는 것104)”
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동인의 예술론에서
는 문학과 현실의 관계를 구체적으로,상호 관련지어 모색하지 못한
채 대립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결국 작가가 작품을 통해 드러내는 “
문학적 진실은 작가의 주관의
식을 포함하는 이데올로기의 일종105)”
으로 볼 수 있으며,작품의 형
상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이는 김동인의 예술론이 소설화
되는 과정에서도 나타나고 있는데,제3장에서 이를 본격적으로 논의
하고자 한다.

104)최유찬‧오성호,앞의 책,49쪽.
105)위의 책,5
0쪽.

43
제3장 소설에 나타난 ‘
예술’

제1절 예술을 낳는 비극적 현실 ―「배따라기」

「배따라기」는 1921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김동인의 초기작에 속


하며 액자소설 형식을 비롯하여 “
단편소설로서 미학적 형상화에 비
교적 성공한 경우로 평가받아 왔다.
”10
6) 또한 인물이 보여주는 결정

론적 가치관이나 정념에 의한 충동적이고 본능적인 행동을 근거로


서구의 자연주의에 근접107)하는 작품으로도 논의되어 왔다.여기서
는 「배따라기」의 액자구조를 통한 미학적 형상화나 인물이 정념
에 의해 충동적으로 움직이는 자연주의적 특성이 결과적으로 중심
제재인 ‘
배따라기’
의 예술적 아름다움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점에 주
목하고자 한다.즉 인물의 과도한 정념이 평온했던 현실을 파괴하고
비극적 전락을 맞게 하지만,그것이 ‘
배따라기’
의 예술성을 높이는
결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 장에서는 「배따라기」의 제재인 ‘
배따라기’
를 중심으로 형성
되는 플롯에 주목하고,그것을 부르는 인물의 예술적 특성 혹은 징
후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한편 외화의 1인칭 서술자가 개인의 위대함을 강조하는 서술에
주목하고자 하는데,이는 “
미적인 가치만을 최고의 이념으로 설정하

106)김종구,『소설시학과 담론』,글누리,2007
,177쪽.
107)강인숙은 김동인 소설의 경우 자연주의적 징후들이 발견되기는 하나
서구 자연주의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특성으로 논하기 힘들다고 하였다.

그는 극과 극을 달리는 이질적인 요소를 함께 가지고 있는 문인이다”
라고 하였는데,김동인 문학에서 자연주의를 훼손하는 이유가 그 자신의
기질에서 유래된다고 보았다.그것은 “ 극단에 대한 애호벽”
으로 기질적
으로 중용을 택할 수 없는 김동인은 인물과 사건의 처리를 극단화하는
강력한 성향을 지녔고,이는「배따라기」에서 뱃사람인 ‘ 그’
의 성격에서
도 잘 나타난다고 하였다. 강인숙,「김동인과 자연주의」, 『김동인연
구』,새문사,1982,
Ⅰ-97쪽.

44
여 그 아름다움에 도취하고자 했던 작가의 예술관108)”
이 반영된 것
으로 많은 논의에서 언급되기도 하였다.그러나 주로 김동인이 밝힌
예술론과 일치하는 사실로만 다루어지고 그것이 내화와 어떠한 관
계를 이루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은 측면이 있다.본
고에서는 김동인의 예술론이 반영된 측면을 살펴보는 것은 물론 그
것이 내화와 어떤 의미관계를 맺고 있는지까지 다루고자 한다.

우선 「배따라기」는 ‘
나’와 ‘
그’라는 “
두 인물이 서로 상호 관계를
맺으면서 심미적 추적을 반복하게 된다는 미학적인 구조”
를 지니며,
인물의 과도한 정념으로 발생한 비극적 상황이 심미적 추적의 동인
(
動因)
인 ‘
배따라기(
노래)
’를 통해 더욱 처연하게 나타나고 있다.다
시 말해 「배따라기」의 제재는 예술의 일종인 ‘
노래(
배따라기)
’이며
그것이 작품의 플롯을 형성하는 중요한 매개로 작용하고 있다.

① 나는 봄 정취에 취해 사람의 위대함을 끝까지 즐기고 유토피아를 꿈


꾸던 진시황을 생각한다.
② 영유에서 애절한 배따라기를 들은 적이 있는 나는 모란봉 근처에서
배따라기를 다시 듣게 되고 노래를 부르는 자가 누구인지 찾아다닌
다.
③ 노래의 주인공인 그를 만난 후 2
0년 전 그가 겪은 비극적 사연을 듣
게 된다.
④ 그는 아내를 사랑하는 만큼 샘이 많은 사람이다.
⑤ 샘이 지나쳐서 아우까지 질투하게 된다.
⑥ 우연히 쥐잡기 사건이 발생하고 아내와 아우의 관계를 의심하여 둘
을 심하게 때리고 내쫓는다.
⑦ 이 일로 아내는 자살하고 아우는 종적을 감춘다.

108) 류기룡,
「동인소설의 미학적 문제 : 「배따라기」의 심미적 작품구
조」,『김동인연구』,새문사,19
82.
Ⅱ-4쪽.

45
⑧ 그는 회한(
悔恨)
으로 방랑하게 되고 단 한 번 아우를 만나지만 이내
헤어진다.
⑨ 우연히 강화도를 지나면서 아우의 노래(
배따라기)
만 들었을 뿐 다시
만나지는 못한다.
⑩ 나는 그의 사연을 듣고 헤어지는데 이후 모란봉과 기자묘에 쟁쟁히
울리는 배따라기를 좇아 그를 찾아보지만 만나지는 못한다.

위에 나타난 것처럼 「배따라기」는 ‘


배따라기’
라는 노래를 부르는
인물을 찾아다니는 이야기기가 내화와 외화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구조를 지님을 알 수 있다.구체적으로 외화의 ‘
나’는 내화의 주인공
인 ‘
그’가 부른 배따라기를 듣고 알 수 없는 처연함에 감동을 느끼며
찾아다니고,내화에서 ‘
그’는 아우의 배따라기를 듣고 회한(
悔恨)

그리움을 느끼며 찾아다닌다.그렇다면 이러한 심미적 추적 구조를
통해 강조하고 있는 심미적 대상인 ‘
노래(
배따라기)
와 그것을 부르
는 인물’
의 예술적 특성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배따라기의 본고장인 영유를 몇 달 있어본 사람은 그 배따라기에 대


하여 언제든 한 속절없는 애처로움을 깨달을 것이다.(
중략)
그 ‘
배따라기’
는 내 마음에 깊이 새겨져 잊으려야 잊을 수가 없었고,
언제 한번 다시 영유를 가서 그 노래를 한 번 더 들어보고 그 경치를
다시 한 번 보고 싶은 생각이 늘 떠나지를 않았다.(
「배따라기」109),
91쪽)
그는 다시 한 번 나를 위하여 배따라기를 불렀다.아아,그 속에 잠겨
있는 삭이지 못할 뉘우침,바다에 대한 애처로운 그리움.
(「배따라기」,
107쪽)

본문 인용에 나타난 것처럼 외화의 나는 배따라기를 들으며 “


109)김동인,『감자』,문학과 지성사,2
004,이후 본문에 텍스트 인용은 모
두 작품명과 쪽수만 표시한다.

46
속에 잠겨 있는 삭이지 못할 뉘우침,바다에 대한 애처로운 그리움”
을 느끼게 된다.이처럼 “
속절없는 애처로움”
을 느끼게 하는 ‘
배따라
기’
는 자신의 잘못으로 소중한 이를 “
잃은 자의 한(
恨)이 서린 노
래”
11 다.한(
0) 恨)이란 명확한 정의는 어렵지만 “
자신의 불행에 대한
자책의 정념과 부당함의 심리가 결합된 복합 감정상태111)”
정도로 설
명할 수 있다.“
한은 사회적 통로를 통해 발산되거나 예술이나 문학
1
과 같은 승화된 형태로 전환,표현”12)
되기도 하는데 그 양상을 확
인할 수 있는 작품이 「배따라기」이다.여기서의 ‘
恨’은 개인의 성
격이나 특수한 상황이 빚어낸 불행으로 발생한 슬픔과 탄식의 일종
으로 볼 수 있다.플롯에서도 확인되듯이 내화의 주인공인 형은 아
내를 너무 사랑했지만 샘이 많아 아우마저 의심하고 폭행한 결과로
참담한 결과를 맞는다.사랑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시샘으로 그토록
사랑했던 아내를 잃고 동생마저 만나지 못하게 된 셈이다.그는 사
랑의 감정만큼 아내와 동생을 믿고 배려하지 못한 것인데 이것은
형이 지닌 편집증적 성격으로부터 기인한다.다시 말해 김동인의
「배따라기」에 나오는 두 형제의 한(
恨)은 사회구조적 문제에서 발
생한 민족적·
보편적인 것이라기보다는 개인사적 경험이나 성격의 문
제가 강하게 내포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이는 “
세계와 자아간
1
의 화합적인 결정관계보다는 분리되어 있는 개인의 상황”13) 을 부

각하는 근대 소설적 특성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
배따라기’
는 ‘ 의 지역어화한 언어114)로 제
배 떠나기’
목에서부터 “
낭만적인 방랑시인의 이미지”
11 가 나타나고 있다.떠
5)

110)김종구,앞의 책,178쪽.
111)최상진,「‘
한’의 사회심리학적 개념화 시도」, 『연차학술발표대회 논문
집』,한국심리학회,1991,339~35
0쪽.
112)한규석,『사회 심리학의 이해』,학지사,1 995,5
71쪽.
113)이재선,『한국현대소설사』,홍성사,1981,13쪽.
114)김종구,앞의 책,177쪽.
115)김춘미,『김동인 연구』,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소,1 985,6
0쪽.

47
돌이로서의 삶을 살아야하는 「배따라기」의 인물들은 예술이라는
명확한 인식을 전제하고 노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 각자가 지닌
고유한 한(
恨)을 노래로 풀어내며 비극적 방랑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예술가적 인물로 볼 수 있다.과도한 정념으로 삶의 파탄을 겪은 인
물의 노래에 슬픔과 감동이 일어나는 것은 그것이 가지고 있는 예
술적 아름다움에 대한 감화이며 결과적으로 작품의 비극성을 더하
게 한다.

나는 무심코 귀를 기울였다.
「영유 배따라기」다.그것도 웬만한 광대나 기생은 발꿈치에도 미치
지 못하리만큼,그만큼 그 배따라기의 주인은 잘 부르는 사람이었다.
(
「배따라기」,90
쪽)

그리하여 삼 년을 지내서 지금부터 육 년 전에 그가 탄 배가 강화도


를 지날 때에,바다를 향한 가파른 뫼켠에서 바다를 향하여 날아오는

배따라기’
를 들었다.그것도 어떤 구절과 곡조는 그의 아우 특식으로
변경된,그의 아우가 아니면 부를 사람이 없는,그 ‘
배따라기’
이다.
(
「배따라기」,107쪽)

위의 인용을 살펴보면 배따라기를 애절하게 부르는 두 형제는 엄


밀히 말해서 예술가는 아니지만 예술을 행하는 자들로 볼 수 있다.
앞서 다룬 평론에서도 나타나 있듯이 김동인이 인식한 예술의 관점
에서 그들이 예술을 행하는 자일 수 있는 것은,사무치는 회한이 담
긴 그 노래에 누구도 복제할 수 없는 자기만의 목소리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배따라기」의 ‘
그’는 아우가 “
아우의 특식으로 변경된”
,
그의 “
아우가 아니면 부를 사람이 없는”그런 노래를 부른다고 하였
는데,그것은 외화의 ‘
나’가 듣기에 ‘
그’의 노래도 마찬가지다.그를

웬만한 광대나 기생은 발꿈치에도 미치지 못하리만큼,그만큼 그
배따라기의 주인은 잘 부르는 사람이었다.
”로 표현한 것은,그의 노

48
래가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탁월함을 지녔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형과 아우가 부르는 각각의 노래는 결코 같은 것이 아니며 그들만
의 고유한 한(
恨)이 승화된 것으로,타인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가
져올 만큼의 예술적 경지에 이른 것이다.물론 「배따라기」에 등장
하는 두 형제는 완성된 예술가라 부를 수는 없지만 자신들의 한을
고유한 음악으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예술가적 특성(
징후)
을 내포
한 인물로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초반 서사에 큰 비중으로 서술 되고 있는 아래의 인용


은 ‘
개인의 위대함’
에 주목하고 있는데,이를 근대적 예술의 특성으
로 강조했던 김동인의 예술론과 유사하다.

나는 이러한 아름다운 봄 경치에 이렇게 마음껏 봄의 속삭임을 들을


때는 언제든 유토피아를 아니 생각할 수 없다.우리가 시시각각으로
애를 쓰며 수고하는 것은,그 목적은 무엇인가.역시 유토피아 건설에
잇지 않을까.유토피아를 생각할 때는 언제든 그 ‘
위대한 인격의 소유
자’
며 ‘
사람의 위대함을 끝까지 즐긴’진나라 시황(
秦始皇)
을 생각지 않
을 수 없다.
우리가 어찌하면 죽지를 아니할까 하여,소년 삼백을 배에 태워 불
사약을 구하려 떠나보내며,예술의 사치를 다하여 아방궁을 지으며
(
……)몇 만의 역사가가 어떻다고 욕을 하든,그는 참말로 인생의 향
락자이며 역사 이후의 제일 큰 위인이라고 할 수가 있다.그만한 순전
한 용기 있는 사람이 있고야 우리 인류의 역사는 끝이 날지라도 한‘

람’
을 가졌었다고 할 수 있다.(
「배따라기」,89
쪽)

외화의 화자가 봄 경치를 만끽하며 진시황을 예찬하는 근거로 ‘



인의 위대함을 극한으로 즐긴 자’
라 말하고 있는데,외화의 ‘
나’가 피
력하는 “
긴 서술은 ‘
나’의 심미적 이미지의 추적과정과 함께 그러한
미에 대한 자신의 가치관이나 인생관116)”
을 드러낸 것이다.이것을

49
김동인이 시기적으로 조금 앞서 발표 한 다음의 평론과 비교할 때
상당한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모든 科學品도 그 實노는 藝術이다.엇던 작은 科學品이던 그것은


사람의 煇然(
휘연)
한 사라 잇는 모양의 象徵(
상징)
이다.藝術의 目的이
이것-사람의 사라잇는 모양의 表現-이면 엇던 科學品이라도 不知不覺
中에 藝術이 되어 버린 것은 定한 일이다.…… 사람,그 물건이 藝術
의 덩어리라 한다.
…… 藝術의 偉大가 自然의 偉大보담 生命이 잇고
더 큰 것은 定한 일이 아니냐,사람의 힘은 偉大한 것이다.
(중략)아아
偉大할진져- 사람의 힘이어.사람은 果然 아직까지 헛길을 들지 안코
고추 나왓다.그리하여 유-토피어 建設은 우리 눈 아페 니르럿다.
(
「사람의 사른 참 模樣」,
『창조』7호,1 43쪽~34
920,3 4쪽)

위의 평론을 살펴보면 사람의 살아 있는 모양을 표현하는 것이 예


술의 목적이며 사람 그 자체가 예술의 덩어리라 말하고 있다.한편
사람의 위대함을 끝까지 추구하는 결과가 곧 유토피아라고 역설하
였는데 이것은 「배따라기」에서 외화의 ‘
나’가 진시황을 예찬하는
근거와도 연결된다.진시황을 떠올리기에 앞서 언급한 ‘
유토피아’

개인의 “
욕망을 온전히 충족할 수 있는 가상적인 공간117)”
이며,김
동인이 밝혔던 ‘
自己가 支配할 自己의 世界’
와 유사하다.김동인이
생각하는 예술은 자기의 위대함을 끝까지 추구할 때 탄생할 수 있
고,그러한 상태에 이른 것이 「배따라기」에도 언급된 유토피아인
것이다.그렇기 때문에 외화의 ‘
나’는 “
진시황이야 말로 가장 치열하
1
고 모범적이게 예술에 탐닉하고 인생을 향락한 인물”18
)로 예찬할
수 있는 것이다.이것은 예술의 탄생에 있어서 ‘
창조적 자아’
로서의
개인이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역설하는 것으로 자아(
개인)

116)류기룡,앞의 책,Ⅱ-7쪽.
117)장수익,앞의 글,245쪽.
118)김종구,앞의 책,178쪽.

50
위대함을 추구하는 것이 예술의 한 특성임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
다.
그러나 외화에 나타난 ‘
개인의 위대함의 추구’
와 관련한 서술이 내
화의 ‘
배따라기’
를 부르는 형제 이야기와 어떻게 연관되는지는 다른
차원의 문제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외화에 언급된 서술은 신적 지
위를 지닌 창조자의 절대적 위상을 옹호하는 것으로 김동인의 예술
론119)을 반영한 것이지만,내화의 경우 과도한 정념에 사로잡혀 실
수를 저지르는 인물로 개인의 위대함을 추구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
기 때문이다.마찬가지로 형의 실수로 본인의 삶도 파탄에 이른 것
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방랑하는 아우에게서 ‘
개인의 위대함’
을 추
구한 흔적을 찾기는 쉽지 않다.이에 대해 김종구는 「배따라기」에
나타난 외화의 ‘
나’를 비롯하여 내화의 그는 모두 유토피아를 잃은
존재로써 잃어버린 것을 찾고자 하는 열망을 지닌 인물들로 보았다.
뿐만 아니라 내화에 들어가기에 앞서 장황하게 서술된 외화의 ‘
나’
가 지닌 세계관의 표출은 그것을 추구한다는 측면에서 강조된 것이
지 그것이 실현된 양상으로 내화와 연결되는 것은 아님을 시사한다.

그들 형제가 그 마을에서 제일 부자이고 또 제일 고기잡이를 잘 하였


고 그중 글이 있었고 배따라기도 그 마을에서 빼어나게 그 형제가 잘
불렀다.말하자면 그 형제가 그 동네의 대표적 사람이었다.(
중략)
그는 아내를(
이렇게 말하기는 우습지만)고와했다.그의 아내는 촌에
는 드물도록 연연하고도 예쁘게 생겼다.(
「배따라기」,9
5쪽)

위의 인용은 내화의 시작으로 비현실적이리만큼 형제의 삶이 행복


했고 완벽했음을 나타내는 부분이다.이러한 완벽한 행복이 형이 지
닌 과도한 정념으로 파탄이 나면서 유토피아적 삶은 지속되지 못하

119)“예술의 발생 동기를 인간이 神이 이룩해 놓은 기존의 세계에 만족치


않고 인간 자신의 정력과 힘으로 ‘
자기가 지배한 자기의 세계’ 를 지으려
는 창조성에 연유한다고 하였다.”전광용,앞의 책,Ⅰ-87쪽.

51
게 되고,모든 것을 상실한 채 방랑하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형제
의 과거 삶이 지나치게 유토피아적이었기 때문에 그것을 잃은 슬픔
의 낙차는 크고 깊을 수밖에 없다.그러한 슬픔의 낙차가 예술로 승
화되어 나타난 것이 ‘
배따라기’
이고 그것의 심미적 추적 과정을 통
해 작품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따라서 외화의 ‘
나’에 의한 ‘
진시황
의 유토피아’
를 언급하는 긴 서술은 작품 전체의 구조와 동떨어진
예술론의 반영120)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내화의 중심 사건이 발생
하기 이전의 행복했던 삶을 표상하는 것으로 현재의 삶과 대비를
이루는 기능을 하는 서술로 볼 수 있다.
결국 「배따라기」는 인물의 과도한 정념이 현실을 파괴하고 그
로 인해 방랑하게 되면서 비극적 현실을 노래(
배따라기)
로 승화하여
예술성을 얻게 된다.즉 「배따라기」에서의 예술은 더 이상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잃어버린 유토피아를 향한 열망의 표현인 것이다.

120)이동하는「배따라기」에서 진시황을 찬양하는 것을 김동인 개인의 안


하무인(眼下無人)하고 방약무인( 傍若無人)한 성격과 출신성분의 영향으
로 보는 동시에,“ 강대한 권력자는 그 권력이 정당하게 획득된 것이든
아니든 그 권력을 소유할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이미 찬양받아
서 마땅하다는 논리” 로 일제의 찬양으로 보았다.이동하,「자존과 시대
고」,김용성‧우한용 편,『한국근대작가연구』,삼지원,1985 ,74~78쪽:
김윤식은 이것을 “ 대동강 사상 즉,<순문학>의 사상 자체” 로 보았는데,
여기서의 순문학은 “ 일상적 삶의 세계가 없는” 것을 말한다.김윤식,
『김동인연구』,8 0쪽;앞의 두 논의에 대해 정연희는 “ 진시황을 떠올리
는 화자가 작품 밖에 있는 작가의 그림자를 지니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
만,그것 자체가 「배따라기」의 주제를 지배하는 화소가 될 수는 없다.
더욱이「배따라기」의 화자를 작가의 ‘ 맨얼굴’과 동일시하는 것은 무리
스럽다.화자는 일종의 소설적 가면이기 때문이다.그 소설적 가면이 부
분적으로 실제 작가의 모습과 교차되더라도 전적으로 작가와 화자를 동
일시 할 수는 없다.”고 하였다.정연희,「김동인 전반기 소설의 서술기법
연구」,『국어국문학』제12 6호,국어국문학회,2000,388쪽 :본고는 두
논의의 절충적 입장에서 작가의 무의식이 작중 화자에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는 여지를 인정하되,진시황을 찬양하는 것이 단순히 김동인의 세
계관의 반영으로 규정하는 것에서 나아가 내화와의 연관성을 주목하고
자 한다.

52
제2절 예술론의 소설화 ―「광염소나타」,「광화사」

「광염소나타」(
1930)
와 「광화사」(
1935)
의 경우는 예술가를 인
물로 하여 예술이라는 제재를 다룬 소설이다.특히 김동인의 작품
중 “
예술 소재의 작품들은 주로 그의 예술지상주의적 성격을 대변하
는 작품들로 평가121)”
되는데 미를 극단적으로 추구하는 과정에서 비
극적 파탄에 이른다는 점에서 유미주의나 탐미주의 등과 같은 문예
사조의 관점에서 주로 논의되어왔다.이러한 논의들은 작품에 나타
난 서술상의 특징과 인물 형상화 방법을 정치하게 논하기보다는 평
론에서 밝힌 “
작가의 의도와 작품 속 인물의 의식을 동일시”
122
)하는
평면적 해석에만 머무르는 경향이 있다.
본고에서는 「광염소나타」와 「광화사」가 김동인의 예술론이
반영된 작품이라는 점은 기존 논의와 궤를 같이 하되,예술론의 소
설화를 위해 채택된 서사구조 및 서술방식을 구체적으로 살피고 예
술론이 지닌 문제가 작품에 나타난 양상으로서 현실과 불화하는 인
물 형상화까지 논의하고자 한다.

「광염소나타」와 「광화사」의 서사 구조는 모두 액자형식을 취


하고 있는데,외화에 “
예술가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일인칭 화자가
직접적으로 노출”
되면서 이야기를 창작하는 과정이 드러난다.이는

허구적 창작과정에 대한 강조일 뿐 아니라 예술가의 삶에 대한 화
자의 고조된 관심의 표명”
123
)으로,예술가로서의 김동인을 표상하는
자기 재현적 서술이다.따라서 외화의 서술자는 소설을 창작한다는
측면에서,내화의 주인공은 음악가와 화공이라는 점에서 모두 예술

121)우미영,앞의 글,57쪽.
122)김진하,「김동인의 예술관과 초기 작품을 통해 본 근대문학적 자아의
식에 관한 소론」,
『서강어문』제8권 제1호,서강어문학회,1992,165쪽.
123)우미영,앞의 글,59쪽.

53
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저 샘물을 두고 한 개 이야기를 꾸며볼 수가 없을까.흐르는 모양도


아름답거니와 흐르는 소리도 아름답고 그 맛도 아름다운 샘물을 두고
한 개 재미있는 이야기가 여의 머리에 생겨나지 않을까.
(중략)그 스틱
으로써 여의 발 아래 바위를 가볍게 두드리면서 한 개 이야기를 꾸며보
았다.
(「광화사」,303쪽)

위에 나타난 것처럼 “
허구적작가인 일인칭 서술자의 상상과 창작
의 과정이 서술거리가 되어 있다는 사실로 일종의 ‘
메타픽션’
이며,
상위한 두 예술가의 창작행위가 보완적 관계를 이루며 담론되는 이
른바 예술소설”
인 것이다.「광염소나타」의 경우는 이러한 허구적
창작과정이 초반 외화에 간략하게만 언급 되고 내화의 비중이 크게
서술 된 반면,이보다 뒤에 발표된 「광화사」의 경우는 외화의 허
구적 창작과정을 보다 상세하게 서술할 뿐만 아니라 외화와 내화의
공간까지 동일하게 설정되어 있다.이처럼 동일하게 설정된 배경(

왕산)
은 “
두 예술가(
허구적 작자와 주인공 솔거)
가 현실에서 일탈한
미적 은둔의 상징적 공간이며,상위한 두 서사수준으로 켜를 이루
고”
12 있음을 보다 강조하는 효과가 있다.이러한 허구적 창작의 과
4)

정을 작품에 의도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서술자의 과도한 등장과 개


입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는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
예술에 ‘
관한’이
야기임을 명시하는 어떤 의지가 개재”
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
다.또한 김동인의 예술론에도 나타났듯이 예술 행위는 “
自己가 支
配할 自己의 世界’
를 創造”하는 것임을 “
이야기의 인공적 축조125)”
를 통해 드러내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124)김종구,앞의 책,189쪽.
125)유임하,앞의 글,120쪽.

54
다음으로 서술상의 특징을 살펴보면 「광염소나타」126)의 경우

서술 수준이 다층적이며 층위가 다른 서사의 일인칭 서술자들이 의
미론적으로 내합되거나 보완적인 관계”
127
)를 취하면서 백성수의 예
술 행위를 옹호하는 방향으로 수렴된다.

① 외화 :일인칭 허구적 작가
② 내화 A :작자적 서술자
③ 내화 B :일인칭 음악비평가 K
④ 내화 C :편지 형태로 나타나는 일인칭 백성수

위의 ①~④를 살펴보면 「광염소나타」에는 “


각기 다른 수준의
일인칭 서술목소리가 셋이 있다.
”우선 외화의 허구적 작가로 존재
하는 ‘
나’,내화 B에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음악비평가 K씨,내
화 C의 편지에 드러난 백성수의 목소리가 있다.이 셋이 중층적으로
어우러지면서 예술에 대한 담론을 전달하고 있는데 특히 “
사회 교화
자와 대화하는 음악비평가 K씨는 사건의 재현 및 통제력이 탁월한
서술자”
12) 로 볼 수 있다.구체적으로 예술에 대한 음악비평가 K씨
8

의 생각은 내화 A의 경우 작자적 서술자에 의해 대화의 형태로 나


타나고,내화 B의 경우 음악비평가 K가 일인칭 서술자로 직접 표출
된다.내화 A과 내화 B의 경우는 서술자는 다르지만 예술에 대한

126)“액자 서술자의 의도성과 서사 전략이 잘 나타난「광염소나타」에서


는 이야기 자체의 서사적 논리를 지배하는 액자 서술자의 K씨로 대표
되는 액자 서술 주체를 통해 담화적 특징을 읽을 수 있다.「광염소나
타」에서 액자 내부 이야기에 대한 전지적인 편집을 행하고 직접적으로
청자를 설정해놓은 상태에서 주제의식을 강변하는 액자서술자는 이야기
를 해석하는데 중요한 역할과 기능을 한다.장재진,「액자 소설의 담화
구조 연구 :김동인,김동리,이청준 소설의 서사적 틀짜기」,서강대 석
사학위 논문,2001,105쪽.
127)김종구,앞의 책,186~18 7쪽.
128)김종구,위의 책,185쪽.

55
담론이 K에게 집중되어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한 측면이 있
다.왜냐하면 내화 A의 경우 작자적 서술자의 서술 분량이 매우 적
고 한정적이며 대부분 음악비평가 K씨가 주도하여 사회교화자 모씨
에게 설교적으로 이어가는 대화가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또한 「광염소나타」의 서술구조는 외화로 시작하여 내화 A~C가
얽혀있는 방식이지만,내화 A의 빈도가 다른 것에 비해 현저히 많
이 나타난다.내화 A의 경우는 작자적 서술자에 의해 음악비평가 K
씨와 사회교화자 모씨의 대화를 제시하고 있지만 음악비평가 K씨의
예술관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

보여주기’
보다는 ‘
들려주기’
에 가깝다.다시 말하면 내화 A의 대화를
통해 음악비평가 K가 예술에 대한 생각을 모씨에게 말하는 것을 독
자는 그대로 듣게 되는 것이다.내화 A에 해당하는 부분 중 음악비
평가 K씨의 생각이 집약된 부분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자네게는 그러한 교육이 필요가 없어.마음대로 나오는 대로 하게.
자네 같은 사람에게 계통적 훈련이 들어가면 자네의 음악은 기계화해
버리고 말아.마음대로 온갖 규칙과 규범을 무시하고 가슴에서 터져
나오는 대로……”(
「광염소나타」,21
5쪽)

엄정한 작곡법이 있어서 그것은 마치 수학의 방정식과 같이 작곡에
대한 온갖 자유스런 경지를 제한해놓았으니깐 이후에 생겨나는 음악은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 전에는 한 기술이 될 것이지 예술이 될 수는 없
었습니다.예술가에게는 이것이 쓸쓸해요.힘 있는 예술,선이 굵은 예
술,야성으로 충일된 예술 - 우리는 이것을 기다린 지 오랬습니다.그
럴 때에,백성수가 나타났습니다.사실 말이지 백성수의 그새의 예술은
그 하나하나가 모두 우리의 문화를 영구히 빛낼 보물입니다.우리의
문화의 기념탑입니다.방화?살인?변변치 않은 집개,변변치 않은 사
람에게는 그의 예술의 하나가 산출되는 데 희생하라면 결코 아깝지
않습니다.
”(「광염소나타」,224쪽)

56
인용한 부분은 시점 상으로 보면 작자적 서술자에 의한 서술이 나
타나는 부분이지만 서술자의 목소리는 최소화 되어 있고 주로 음악
비평가 K씨의 예술관이 드러나는 부분이다.백성수를 통해 “
예술의
가치는 교육이 가진 일체의 심리적 억압,윤리와 비윤리,합법과 비
합법과 같은 현실의 판단기준과는 무관하게 작동하는 자율적 가
치129)”
임을 옹호하는 내용을 설교하고 있다.이때 사회교화자 모씨
가 청자로 설정되어 있지만 동등하게 대화를 주고받는 상황이 아닌
비평가 K의 생각130)이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측면이 강하다.이는 대
화의 흐름이 비평가 K에 기울어짐으로써 백성수라는 천재를 옹호하
는131) 결과를 낳는데,독자로 하여금 설교(
說敎)
를 듣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자발적 기대나 흥미를 유발하기보다 강권(
强勸)
하는 느낌을 받
도록 한다.김동인은 체호프의 소설에 대해 “
아모 自家의 意見을 부
치지 안헛스나 간단한 事實의 露骨的 提示는 讀者로 하여금 그 ‘

實’
의 뒤에 숨은 ‘
問題’
에 머리를 기우리게 한다.소설은 어듸까지나
이러여야 할 것이다.讀者를 强制하려 하는 것은 說敎지 小說이 아
니다.
13
2)”
라고 밝힌 바가 있는데,이에 따르면 「광염소나타」의 서
술방식은 독자 스스로 예술에 대해 비판적으로 성찰하게 하는 것과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小說이라는 것이 얼마나 인류감정이나 기호에 맞는다는 점을 증명하


는 동시에 지금의 세기는 文藝小說의 세기라는 것을 證明하는 바다.小
說은 近代人의 감정,기호에 잘 맞기 때문에 近代人에게 迎合되어 2
0세

129)유임하,앞의 글,113쪽.
130)「광염소나타」에서 사회 교화자의 설정은 ‘ 예술’혹은 ‘ 미’라고 하는
것이 근대적 공론의 성격으로 파고들 성질이 아님을 드러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이는 음악비평가 K씨의 목소리를 통해 “ 개인의 독특한 체
험을 무시하는 근대적 공론의 보편적 재현에 대한 회의” 와 비판을 드러
낸 것으로 볼 수 있다.유승환,앞의 글,135쪽.
131)이재선,『한국소설사』,민음사,2000,293쪽.
132)김동인,「소설학도의 서재에서」, 『매일신보』,1 934,5
8쪽.

57
기 文藝의 支配者가 되었다.
(「근대소설의 승리」,
『조선중앙일보』,
1934,48쪽)

김동인은 위의 평론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


小說은 近代人의 감
정,기호에 잘 맞기 때문에 近代人에게 迎合(
영합)
되어 20세기 文藝
의 支配者가 되었다.
”고 하였는데,근대성을 구현할 수 있는 문예의
지배자로 ‘
소설’
을 으뜸의 자리에 둔 것이다.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예술론을 작품에 구현하기 위해 선택한 담화방식이 “
매우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
말해준다’
는”측면에서 보면 전통적인 것133)
에 보다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아래의 인용에서도 나타난다.

독자는 이제 내가 쓰려는 이야기를,유럽의 어떤 곳에 생긴 일이라고


생각하여도 좋다.혹은 사오십 년 뒤에 조선을 무대로 생겨날 이야기라
고 생각하여도 좋다.다만 이 지구상의 어떠한 곳에 이러한 일이 있었
는지도 모르겠다.있는지도 모르겠다.혹은 있을지도 모르겠다.가능성
뿐은 있다-이만치 알아두면 그만이다.(
「광염소나타」,194쪽)
일사천리로 여기까지 밀려오던 여의 공상은 문득 중단되었다.이야기
를 어떻게 진전시키나?(
중략)
그러나 결말 없는 이야기가 어디 있으랴.
되었던 결말은 지어야 할 것이 아닌가.(
중략)그러나 이런 싱거운 결말
이 어디 있으랴? 결말이 되기는 되었지만 이따위 결말을 짓기 위하여
그런 서두는 무의미한 것이다.(
「광화사」,316쪽)

특히 위에 인용한 「광염소나타」와 「광화사」에서의 서술방식은


절대적 권위를 지닌 주권적 서술자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는 방
식인데 이는 근대소설이 추구하는 형식이라기보다 전통적인 담화방
식에 가까운 것이다.김동인은 앞서 「小說學徒의 書齋」에서 근대
적 예술의 하나인 소설은 “
사실 뒤에 숨은 주제를 독자로 하여금 머
리를 기우리게 해야 한다”
는 것으로 표현하면서 지나치게 모든 것을

133)최시한,
「허공의 비극」,
『감자』,문학과 지성사,2004
,430쪽.

58
제시하려는 서술방식을 지양했던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실제의 소
설 창작에 있어서는 서술자의 개입을 적절하게 조절하여 사건을 극
화(
dramat
ize
)하기보다는 주권적인 서술자에 의해 말해주는 것을 선
호했던 것으로 보이며,그것은 예술론이 반영된 대표 작품인 「광염
소나타」와 「광화사」에도 나타나고 있다.뿐만 아니라 「광염소나
타」와 「광화사」는 모두 액자 구조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인용한
부분은 공통적으로 “
액자 서술자의 권위성으로 액자 내부 이야기가
액자 서술자에 의해 직접적으로 서술‧선택‧재단되는 과정”
을 확인할
수 있다.이러한 서사구조로 인해 “
전체 서사의 수용자 혹은 독자는
액자 서술자가 권위적으로 제시하는 액자 내부 이야기를 일방적으
로 수용해야 하며 액자 서술자의 서술태도와 목소리를 일방적으로
강요134)”
당한다.하지만 강요당하는 액자 내부의 이야기가 “
사건 위
주이지만 플롯이 허술한 경우”
가 많고,“
예술 혹은 미(
美)의 초월적
가치라는,당대로서는 지나치게 탈현실적이고 생소한 주제135)”
로 적
절한 형상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다음으로 예술론의 문제가 작품에 나타난 양상으로 현실과 불화


(
不和)
하는 인물 형상화를 살펴보고자 한다.「광염소나타」,
「광화
사」에는 음악가와 화공이라는 예술을 행하는 인물이 등장한다.이
들 예술가는 광기나 괴벽으로 편집증적 성향을 지닌 인물로 현실에
서 비참해지는 공통점이 있다.「광염소나타」의 백성수는 예술적
완성은 이루었으나 범죄를 통해 이룬 것이므로 현실에서의 삶은 비
참해졌고,「광화사」의 솔거는 소경처녀와 예술 완성의 결정적 순
간에 육체관계를 맺은 후 미인상(
예술)
을 완성하지 못한 채 비참한
여생을 보낸다.즉 예술의 완성여부를 떠나 예술을 추구하는 자들은

134)장재진,앞의 글,105~10
6쪽.
135)최시한,「김동인의 시점과 시점론」, 『김동인문학의 재조명』,문학사
와 비평학회 편,새미,2001,49쪽.

59
현실의 삶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결말에 가서는 불행을 맞는다.
또한 예술가로 등장하는 백성수와 솔거는 모두 광기나 괴벽을 지닌
인물로 “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인간이라기보다는 현실적으로는 범죄
자요 광인이지만,오히려 그러한 병리 속에서 창조와 새로운 가치를
배태”
136
)하는 인물들로 그려진다.이를테면 「광염소나타」에서 백
성수는 잔인하고 기괴한 범죄를 저지르고 나서야 뛰어난 음악을 완
성한다는 점에서,「광화사」에서 솔거는 세상에 존재하기 힘든 아
름다운 얼굴137)을 그리려다 소경처녀를 죽이게 된다는 점에서 그러
하다.
두 인물의 미에 대한 집착은 유사한 사건의 반복으로 강조되어
나타나는데 백성수가 음악을 완성하기 위해 ‘
방화 -시체모독 – 시
간(
屍姦)- 살인’
에 이르고 있다는 점과 솔거가 미인상을 그리기 위
해 ‘
장안의 배회 - 친잠 상원(
親蠶 桑園)
에서 잠복 -소경처녀를 유
인하여 살인’
하게 되는 점에서 그러하다.즉 두 작품은 인물이 지나
친 미를 추구함으로써 현실의 삶이 파탄에 이르는 과정을 반복 제
시함으로써 심화되고 있는데 종국에는 살인에까지 이르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미의 집착으로 인한 인물의 괴벽이 살인으로 이
어지는 것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다.아래에 나
타난 김동인의 ‘
美’에 대한 주장을 고려하면 “
미를 포기하는 것은 예
술의 멸망”
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백성수와 솔거의 지나친 탐미
욕구도 예술을 완성하는 과정에서라면 충분히 옹호될 수 있는 것으
로 보인다.

136)이재선,『한국소설사 :근·현대편 Ⅰ』,민음사,2000,293쪽.


137)“세상이 주지 않는 아내를 자기는 자기의 붓끝으로 만들어서 세상을
비웃어 주리라.이 세상에 존재한 가장 아름다운 계집보다도 더 아름다
운 계집을 자기 붓끝으로 그려서 못나고도 아름다운 체하는 세상 계집
들을 웃어 주리라.
”(「광화사」,308쪽)

60
美를 버리랴? 이는 藝術의 滅亡을 뜻함이다.
(중략)나는 온갖 것을
美 의 아래 잡아 넣으려고 하였다.나의 欲求는 모두 다 美 다.美는
美다.美의 反對의 것도 美다.사랑도 美이다 미움도 또한 美이다.善
도 美인 同時에 惡도 또한 美다.가령 이런 廣範한 意味의 法則에까지
相反되는 자가 있다면 그것은 無價値한 存在다.이러한 惡魔的 思想이
어음(
움)돗기 始作하였다.(
「조선근대소설고」,
『조선일보』,1929,80
쪽)

김동인의 위와 같은 예술관에 의하면 “


예술가의 탐미적 귀기(

氣)
와 괴벽한 범죄성이 시사”
되는데 「광염소나타」와 「광화사」에
반사회적이고 반도덕적인 범죄본능의 발산138)”
서 “ 으로 예술이 존재
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이처럼 두 작품에서는 예
술을 위한 미의 추구가 현실의 삶과 충돌하는 양상으로만 그려지고
있는데 그렇게 삶의 파탄을 감수하고 인물이 추구한 예술이 얼마나
의미 있고 대단한 것인지 의문을 품게 한다.물론 이러한 예술관이
당대에 계몽적 도구로 활용되던 예술(
혹은 문학)
에서 벗어나 예술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강조하고 ‘
예술을 위한 예술’
을 주창했다는 점에
서 의의가 있겠지만,누군가를 죽음으로 몰고 본인의 삶이 파괴된
대가로 만들어진 예술의 가치마저 긍정하는 것은 재고할 여지가 있
다.이는 예술이 “
비범한 것이기 이전에 현실의 일부이며 현실을 인
식하고 표현하는 것인 만큼 심층 차원에서는 현실과 대립될 수 없
으며,현실 속에서 의미를 지니지 못하면 그 존재의의가 없어지는
까닭139)”
과 무관하지 않다.“
문학이란 곧 인간에 대한 관심의 산물
이고,진실로 인간을 구제하려는 기록”
140
)인데 인간의 삶과 공존할
수 없고 그것을 파괴하고 짓밟는 것이 예술로서의 완성을 이루는

138)이재선,앞의 책,292쪽.
139)최시한,「허공의 비극」, 『감자』,문학과 지성사,2004
,429쪽.
140)신상웅,「문학과 인생 :문학은 인생의 숨겨진 본질에 대한 탐구」,
『문학과 현실의 삶』,국학자료원,1999,13쪽.

61
것이라면 그 존재 가치는 다분히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인물의 악행을 통해 옳지 않고 선하지 않고 진실이 아닌 것
들을 보여주거나 그런 것들에 반응케 함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의미
가 납득되고 통찰력이 풍부한 작품이 되는 경우도 있다.우리는 어
떤 의미에서는 선을 이해하기 위해서 악을 경험해야하기도 하고,실
제로 악을 행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내면의 악을 발견하게 하는 것
이 예술의 힘이기도 하다.그렇기 때문에 훌륭한 예술은 도덕적으로
결함이 있는 그 방식에 의해서 그 작품으로부터 무언가 배울 수 있
기도 한 것141)이기 때문이다.즉 그 작품이 아니었다면 알 수 없었
을 우리 자신에 대한 무언가를 그 작품을 통해 깨닫게 하는 것인데,
「광염소나타」와 「광화사」의 인물이 보여주는 부도덕과 광기는
충격적이거나 기괴하기만 할 뿐 그것을 통해 삶의 진실을 일깨우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측면이 강하다.

한편,아래의 인용을 살펴보면 「광염 소나타」와 「광화사」의 경


우 인물의 형상화에 있어서 역사적인 맥락과 사회적 환경에 대한
구체성을 의도적으로 축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독자는 이제 내가 쓰려는 이야기를,유럽의 어떤 곳에 생긴 일이라고


생각하여도 좋다.혹은 사오십 년 뒤에 조선을 무대로 생겨날 이야기라
고 생각하여도 좋다.
(중략)그런지라,내가 여기 쓰려는 이야기의 주인
공 되는 백성수를 혹은 알벨트라 생각하여도 좋을 것이요 찜이라 생각
하여도 좋을 것이요 또는 호모(
胡某)
나 기무라모(
木村某)
로 생각하여도
괜찮다.(
「광염소나타」,194쪽)

한 화공(
畵工)
이 있다.

141) 매튜 키이란,이해완 역,
『예술과 그 가치』,북코리아,2
010,235
쪽~237쪽 참고.

62
화공의 이름은? 지어내기가 귀찮으니 신라 때의 화성(
畵聖)
의 이름을
차용하여 솔거라 해두자.
시대는?
시대는 이 안하에 보이는 도시가 가장 활기 있고 아름답던 시절인 세종
성주의 대쯤으로 해둘까.(
「광화사」,303쪽)

이는 아래의 평론에 나타난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문학(
=예술)
은 인간 사회의 한 때의 감정 때문에 변동이 생겨서는
안 되며,시대의 사상 동향에 맞추는 것을 당연시 할 필요는 없다는
것으로 요약된다.그런 점에서 보면 「광염 소나타」와 「광화사」
는 김동인이 지향하는 예술관에 근접하는 방식으로 쓰여진 소설이
라 할 수 있다.

길고 긴 生命을 가진 藝術이라 하는 것이 人間 社會의 한 때의 感情


때문에 變動이 생겨서는 안 될 것이다.사람이란 동물도 社會에 居住하
는 것인 以上 한 時代의 作品에 그 時代의 思想 傾向이 안 끼울 수는
업는 것이로되 끼워야만 된다는 理論은 結果와 原因을 꺼꾸러쳐 노흔
理論으로서 맛당히 排擊할 배다.(
「소설계의 동향」,
『매일신보』,
1933,187쪽)

그러나 김동인의 예술론이 반영된 소설일수록 비현실적인 이유는


예술을 탄생시키는 “
창조적 자아가 반드시 사회적 자아에 예속될 필
요가 없기 때문에142)”실제의 삶보다 예술에 대한 열정을 추구하는
것에만 집착하기 때문이다.자아의 극대화를 통한 예술의 창조는 현
실에서 가치를 부여받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기보다 현실을 넘은
이상적 세계를 추구하기 때문에 독자의 공감과 거리가 멀고 생경(

硬)
한 느낌을 주게 된다.이것은 결국 허구인 소설이 인간적 삶의

142)김진하,앞의 글,160쪽.

63
진실을 보여주지 못하고 공허함을 안겨주는 이야기로 끝나는 결과
를 낳게 되는데 이에 대해 김동인 스스로도 “
우리가 그 때 산출한
소설이라는 것은 대중적 흥미는 아주 무시한 生梗하고 까다롭고 싱
거운 것뿐이었다.우리는 이 생경한 ‘
이야기’
를 소위 ‘
문학’
이라 하여
대중에게 ‘
맛있게 먹기’ 1
를 강요한 것이었다.4
3)”
라고 밝힌 바 있다.

예술은 「진리」보다는 「진실하다」에 가깝게 부를 수 있으며,
본질적으로 아름답고 형용사적으로 진실하다.
”14
4) 즉 예술의 하나인

소설이 보여주는 진실도 “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는지에 따라
만들어지는 구조물145)”
로서 삶의 진실과 결코 무관하지 않은 것이
다.마찬가지로 문학은 그 속에 인간의 모든 삶의 실체를 집적하고
있고,지상에 존재할 수 있고 또 존재하고 있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표현한 것이다.즉 “
문학 작품에는 무수한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작
품이라는 공간 속에서 제 시대의 환경에 맞게 살아 움직이는”인물
들의 삶이 녹아 있는 것이다.따라서 “
문학은 언어예술인 동시에 인
간학이다.아무리 인간을 제외하려고 해도 문학은 인간과 인간의 삶
을 떠나서는 존재하지 못하기”
146
)때문이다.

「광염소나타」와 「광화사」에서는 예술 창작의 과정을 노출하는


작가의 자기 재현적 서술과 액자 형식의 서사구조를 통해 ‘
예술에
관한’소설임을 드러내고 있다.또한 예술가의 삶을 전달하는 서술
태도가 독자로 하여금 강권하는 느낌을 받도록 하며,주권적 서술자
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는 방식으로 일관된다.그러나 정작 예술

143)김동인, 「문단 30
년의 자최」,
『신천지』,1948.
144)르네 웰렉‧오스틴 워렌,이경수 역,『문학의 이론』,문예출판사,19
87,
4
3쪽.
145)H.포터 애벗,우찬제 외 역,『서사학 강의』,문학과 지성사,2010,
2
94쪽.
146)전영태, 「현실의 삶,문학의 삶」,
『문학과 현실의 삶』,국학자료원,
1 7~28쪽.
999,2

64
가의 삶을 다룬 액자 내부 이야기는 플롯이 허술하고 개연성이 떨
어지는 내용으로 적절한 형상화를 이루지 못하였다.이는 액자 내부
의 이야기가 지나치게 이상적인 미를 추구하는 예술가의 삶을 그리
면서,현실과 동떨어진 설정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특히 인물의 비
정상적 범죄 행위가 예술의 완성을 위해 용인되거나,남녀의 자연스
런 육체관계가 예술의 완성을 방해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에
서 그러하다.뿐만 아니라 인물의 형상화에 있어서 역사적 맥락과
사회적 환경에 대한 구체성을 의도적으로 축소하고 있는데,이는 결
과적으로 작품의 진실성을 저해한다.요컨대 「광염소나타」와 「광
화사」에 나타난 현실과 불화하는 인물 형상화.개연성이 떨어지는
사건구조 등은 김동인의 예술론이 지니는 특징 및 한계와 긴밀한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그것은 한마디로 현실과 대립적인 것으
로서의 ‘
예술’
이다.

제3절 예술을 모르는 현실의 풍자 ―「김연실전」

김동인이 쓴 소설 중 비교적 현실의 문제를 깊게 파고든 소설로


「김연실전」147)이 있다.‘
김연실’
14
8)이라는 여성인물을 통해 당대

147)「김연실전」( 『문장』2호,1939)
은 이후「선구녀」( 『문장』4호,1939
)
와「집주름」( 『문장』23호,1941)
까지 총 세편의 연작으로 쓰여진 소설
이다.그러나 “「선구녀」는 특별한 사건을 중심선으로 서사가 진행된다
기보다는 에피소드가 나열되는 방식으로 전개됨” 으로써 김연실이 새로
운 사건의 국면을 맞거나 변화되지 않고 「김연실전」과 동일한 주제로
이어진다.「집주름」의 경우도 몰락한 김연실이 생활난을 겪게 되다가
1
0여 년 전 첫 육체관계를 나누었던 측량쟁이와 마주하게 되는데 “ 어떠
한 계기적 필연성”없이 작품이 종결되고 있는데, 「김연실전」에서도 나
타났던 수많은 남성들과 문란하게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이 이후의 연작
에서도 유사하게 반복되고 있다.이에 대해 최성윤은 「김연실전」이 기
존에 주장했던 ‘인형조종술’의 운용이 어려운 소설로 보고 김동인이 생
각한 좋은 소설의 음화( 陰畵)로 보았다.( 최성윤,
「김동인의 창작방법론

65
신여성의 성적 방탕과 몰지각을 냉소적 시선으로 그린 소설인데 표
면적으로 보면 인물의 타락이 본인의 잘못에서 기인한 것 같지만
출신성분과 상황적 불운이 기여하는 바도 크다.“
이 소설의 배경은
구시대에서 신시대로의 전환기에 야기된 풍속적 변화가 중심 14
9)”

이루기 때문이다.이것을 개연성 있게 전개하기 위해 전기적(
傳記
的)구성을 택하고 있는데,소설의 전반부에 김연실의 조부는 물론
아버지의 내력 및 가정의 상황 대한 서술을 상세하게 할애하고 이
후 김연실이 집을 나오고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게 되는 것으로 이
어진다.김연실의 출생 배경을 보면 아버지 김영찰은 이속(
吏屬)

과「소설작법」의 의미」,한국문학이론과비평,2006,50~5 1쪽) 본고에


서는 최성윤의 논의에 일면 동의하면서도 방향이 조금 다르다.우선「김
연실전」은 김동인이 문단초기부터 추구해왔던 창작방법으로부터 조금
느슨해진 지점에 놓여 있다는 것은 동의한다.하지만 최성윤이「김연실
전」을 이전의 수준에서 퇴행한 작품으로 보고 있는 것과 다르게,기존
의 창작방법이 느슨해진 지점이 오히려 예술에 대한 독자의 공감을 얻
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자 한다.또한 이후 연작이「김
연실전」에 나타났던 사건과 성격적인 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고 주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연작의 중심이 되는「김연실전」만을 대상으로
논의하고자 한다.
148)이 작품은 당시 신여성 문학인이었던 김명순( 金明淳)을 모델로 하여
물의를 빚기도 했다.이에 대해 안숙원은「김연실전」에서 주인공인 연
실이 실제로 개화 1세대 신여성 작가들 중 한 명인 김명순이며,김연실
의 친구 최명애는 김일엽을 희화화한 것으로 김동인의 신여성에 대한
콤플렉스를 반증하는 것으로 보았다.하지만 풍자의 대상인 김연실이 예
술과 연애를 동일시하고 연애의 성립을 육체관계로만 생각한다는 설정
은 오히려 성적으로 남성을 길들이고 있는 에로스의 역전으로 분석했다.
이는 김연실의 “ 오만,방자,단순한 성격이 실제 작가인 김동인의 아니
무스 여성”임을 반증하는 것으로 보았다.이러한 논의는 작가의 개인적
성향을 토대로 작품 속 인물을 해석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본고에서는
소설의 주인공과 모델이 된 실제 인물과의 연관성을 논하거나 김동인의
개인적 기질에 근거한 분석보다는,그가 주장했던 예술론과 당대의 맥락
에서 작품에 나타난 ‘예술’이 지니는 의미를 중심으로 논의하고자 한다.
안숙원,「신여성과 에로스의 역전극 :나혜석의 「현숙」과 김동인의
「김연실전」을 대상으로」, 『여성문학연구』제3 호, 한국여성문학회,
2
000,7
8쪽.
149) 권영민,「「김연실전」의 몇 가지 문제」, 『김동인연구』, 새문사,
1
982,Ⅰ-54쪽.

66
신이나 알고 보면 군정(
軍丁)
의 아들에서 기회를 엿보아 신분상승을
꾀한 경우이며,어머니는 평양 퇴기출신으로 김영찰의 소실이다.이
러한 배경에서 태어난 김연실은 김영찰의 호적에 맏딸로 오르게 되
지만 적모(
嫡母)밑에서 따뜻한 사랑이나 보편적 예절교육을 제대로
받아보지 못한 채 성장하게 된다.즉 출생배경부터가 올바른 가치관
이나 진실한 사랑을 배우기 힘든 상황이며,성장기에는 부모로부터
방치되는 불운한 인물로 그려진 것이다.

「김연실전」은 김연실이 동경 유학을 떠나기 전과 떠난 후로 크


게 나눌 수 있는데 전반부는 출생배경과 동경유학을 실행에 옮기는
과정을 서술하고 있다.전반부에 일어나는 사건들은 후반부에 일어
날 중심사건이 개연성을 확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으며,김연실 개
인의 문제로만 몰아가지 않고 주어진 환경에 영향을 받는 인물로
형상화 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이는 김연실이 처한 개인사적 환경
이 사회적 변화와 맞물림으로써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닌 당대의
문제로 확대될 수 있음을 저변에 깔아두는 효과가 있다.

김연실!김연실!
일천 구백 이십년대의 조선의 新女性을 대표하는 여성계의 先驅者요 先
覺者인 女流 문학자 김연실(
중략)
김연실의 희생은 결코 무의미한 것이 아니다.한 개 민족의 발전에
있어서 반드시 거쳐야 할 ‘
過渡期的 현상’
이며,민족 발전의 과도기적
현상으로는 비교적 安價의 것이다.이만 희생으로 한민족 半數를 차지
하는 여자 부문에 충분한 前轍을 삼을 수가 있다 하면 무엇이 추호인들
억울하랴.
150
)

150)해방 직후『김연실전』으로 간행된 작품집의 후기에서 김동인이 밝힌


글이다.김동인,
『김연실전』,금룡도서,1947.

67
위의 인용은 김동인이 직접 밝힌 「김연실전」의 후기인데 구시
대에서 신시대로의 “
시대상황의 변화와 그 모순을 지적하고자 했다”
1
51)
는 점에서 현실 혹은 시대와 밀착된 작품으로 창작했음을 알 수
있다.김연실의 타락을 ‘
희생’
이라는 단어로 표현한 점과 그것이 ‘

개 민족의 발전에 있어서 반드시 거쳐야 할 과도기적 현상’
이라고
표현한 점을 근거로 동시대의 문제에 대한 작가 나름의 고민과 통
찰을 담으려 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김연실전」에서 ‘
김연
실이 조선 여성의 선각자가 되기 위해 예술을 하겠다고 하는 것’

중요한 사건인데 이는 근대화 과정에서 붉어진 사회문제와도 맞물
리게 되므로 앞에 김동인이 언급한 ‘
민족 발전의 과도기적 현상’

한 양상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김연실전」의 주제를 형성하는 중요한 사건이 동경


유학 이후에 집중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
펴볼 필요가 있다.김연실은 아버지와 첩의 추한 애정행각을 목격한
후 목적의식 없이 가족과의 결연을 위해 동경유학을 결심한다.동경
유학을 떠난 후 우연한 계기로 여류 문학가(
예술가)
가 되겠다는 생
각을 하게 되는데 이후의 사건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김연실이
주체가 되는 주요 사건들은 예술과 연애를 동일시하고 그것을 실천
하는 양상으로 흘러간다.또한 예술과 연애를 실천하는 기저에는

조선 여성을 해방하는 선각자’
라는 목적의식과 맞물리고 있다.

① 예술이 중요하다는 것을 자각한 후 여류문학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② 예술은 곧 연애라는 생각에 농과대 학생과 육체관계를 맺는다.
③ 연애의 성립에 육체관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④ 음악은 예술이고 예술은 연애이므로 (
연애를 위해)남녀공학의 음악
학교를 들어간다.

151)권영민,앞의 글,
Ⅰ-58쪽.

68
⑤ 자신을 비난하던 유학생과 육체관계를 맺고 애인이 된 후,자신이 진
정한 연애를 하는 조선 여성의 선각자라고 자부한다.

압축된 ①~⑤까지 사건을 살펴보면 ‘


예술,여류문학가,연애,육체
관계,조선 여성의 선각자’
가 동일하거나 유사한 개념으로 반복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우선 동경으로 온 김연실의 최초의 자각은 조선
여성의 선각자가 되어야겠다는 것에서 시작된다.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당시로 보면 매우 중요한 근대의 상징이기도 했던 ‘
예술’
이라
는 것을 접하게 된다.그녀가 문학(
=예술)
에 매료되는 계기는 소설
을 탐독하면서부터인데,소설에 나타난 연애를 예술과 동일시하는
결과를 낳는다.이후 인생의 예술을 연애라고 생각하고,연애는 곧
육체관계이니 그러한 육체관계를 통해 진정한 연애를 한 자신은 (

초의 목표이기도 했던)‘
조선 여성의 선각자’
가 되었다고 자부하는
것이다.이 과정을 살펴보면 논리적인 모순이 발견된다.예술은 연
애와 동일한 개념이 아니며,연애의 성립이 반드시 육체관계를 통해
서만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뿐만 아니라 예술을 하는 것이 반
드시 ‘
조선 여성의 선각자’
가 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없는데, 김연
실은 그것을 목적과 수단의 관계로 생각한다.결국 예술을 행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예술의 본질을 모르고 견강부회(
牽强附會)
하는 것
인데 이것이 부정적인 사건의 연쇄를 낳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즉
「김연실전」에서는 인물이 ‘
예술’
을 정확히 모르고 행하는 행동이
낳는 부정적 상황의 반복을 통해 당대에 매우 근대적으로 인식되던

예술’
이 실제로 근대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꼬집고
풍자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문학소녀라는 칭호를 듣는 도가와는 여러 가지의 말로 예술–문학의


자랑을 연실이에게 들려주었다.그러나 연실이로서는 그의 말을 알아듣
지 못하였다.다만 몹시도 귀하고 중한 학문이 예술이라는 뜻만 막연히

69
깨달았다.(
「김연실전」,358쪽)
연실이는 여류 문학가가 무엇인지 문학이 무엇인지는 전혀 모르는 숫
백이었다.단 두 권의 소설을 읽어보았을 뿐이었다.그러나 이즈음 자기
는 조선 여자계의 선각자라는 자부심을 품기 시작한 연실이는,장차 여
류 문학가 노릇을 해서 우매한 조선 여성계를 깨쳐주어볼까 하는 희망
을 마음 한편 구석에 일으켰다.
(「김연실전」,359
쪽)
여류 문학가가 되어 우매한 조선 여성을 깨쳐주리라 하였다.문학의
정의도 인젠 짐작이 갔노라 하였다.문학이란 연애와 불가분의 것이었
다.
(중략)
문학상에 표현된 바,전기가 통하는 것같이 쩌르르하였다는 ‘

애’
와,재미나는 소설을 읽은 뒤에 한동안 느끼는 감동도 동일한 감정이
라 보 았다.즉 연애는 문학이요 문학은 연애요,그것은 다시 말하자
면 인생 전체였다.‘
인생의 연애는 예술이요,남녀 간의 예술은 연애
니라.

(「김연실전」,36
1쪽)
이 연애에 승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연실이는 지금껏 다니던
학교에 퇴학 원서를 제출하였다.그리고 다른 사립 음악학교에 입학을
하였다.음악이 예술인 까닭이었다.그리고 그 학교가 동경에서 유명한
연애 학교(
남녀 공학)
인 까닭이었다.(
「김연실전」,3
68쪽)
경이(
驚異)
라는 것을 모르는 연실이는 놀랄 줄을 모른다.감동이라는
것을 모르는 연실이는 감동 할 줄도 모른다.
(「김연실전」,380
쪽)

위의 인용에서도 나타나지만 김연실은 예술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자각하지 못하지만,조선 여성을 일깨우는 선각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막연히 여류 문학가가 되고자 한다.즉 예술이 사회를 계몽
하고 개혁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문학을 선택한 것이다.이것은 “

기 자신에 대한 참다운 인식과 각성을 전제하지 않은 채로 시대적
조류에 막연하게 편승하고자 하는”
것으로 무비판적이고 맹목적인 태
도라 할 수 있다.다시 말해 “
그녀의 행동은 자신의 내면의식에서
우러나온 어떤 절실한 욕구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으며,어떤 양심적
판단에 좌우된 경우도 없다.
”15
2)

70
「김연실전」은 1939년에 발표된 작품인데 이는 김동인이 『창
조』를 통해 예술론을 펼쳤던 1919년으로부터 20년이나 지난 시점
이다.처음과 다르게 더 이상 예술이 새롭거나 낯설지는 않았겠지만
그렇다고 김동인이 주장했던 ‘
참예술’
이 제대로 구현되는 현실도 아
니었던 것으로 보인다.실제로 “
서구적인 것,근대적인 것,이질적인
것이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와 근대 초입의 역동적 분위기를 자아냈
던 전시기와 달리 30년대 중반 이후에는 ‘
새로움’
이라든가 ‘
근대적’

것에 대한 평가와 재구성153)”
이 이루어졌던 시기이기도 하다.

人類의 社會의 藝術은 資本主義에 잇서서던,社會主義에 잇서서던 모


도가 不具的 藝術이 되어 버렷슴니다.
이러한 世態에 잇서서 朝鮮에서만 엇지 참말 藝術을 求할 수가 잇겟
슴니까.아니 모든 것이 남보다 더 混沌되고 어즈러운 朝鮮인지라 더
不具的 藝術이라는 명칭을 부치기조차 쑥스러운 물건이 産出될 것은 정
한 일이외다.
(중략)지금과 가튼 不具的 藝術은 우리 自身으로 보드라도
북그럽기 짝이 업슴니다.(
「부진한 문단의 그 타개책은? :문인 측의
견지에서」,
『매일신보』,1932,291쪽)

위의 인용은 1930년대 초반 김동인이 했던 발언으로 ‘


불구적 예
술(
不具的 藝術)
’이라는 표현은 「김연실전」의 김연실이 보여주는

예술’
에도 적용 가능하다.그러한 불구적 예술의 원인이 “
남보다 더
혼돈되고 어즈러운 조선”
이라고 표현한 것을 감안할 때 당대의 문제
로까지 인식이 이어진다.식민지를 통해 시작해야 했던 “
근대문학
초기에 예술 혹은 예술가를 소재로 한 많은 작품들이 서양식 근대
예술과 예술인들이 대단한 존재인 것으로 표현되고 있다.그렇기 때

152)권영민,앞의 글,Ⅰ-58쪽.
153)김양선,
「식민주의 담론과 여성 주체의 구성」,
『여성문학연구』제3호,
한국여성문학회,2000.
,264쪽.

71
문에 대부분 대단한 존재인 문학·
예술인이 되고 싶어 하면서도 정작
그것이 왜 대단단 것인지에 대해서는 막연하고 종잡을 수 없는 답
1
변밖에 내놓을게 없었던”54
) 것이 조선의 현실이기도 했던 것이다.

이처럼 김동인이 밝힌 시평(


時評)
과 「김연실전」 에 나타난 현실
의 핍진성(
逼眞性)
을 고려하면 예술을 모르고 행하는 것에 대한 작
가의 부정적 인식이 반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주인공 김연실은
예술 자체만을 위해 예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을 한다는 만족
을 위해 예술가를 흉내 낸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따라서 「김연
실전」은 ‘
예술’
이 무엇인지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소설이라기보다

예술’
을 모르는 현실을 풍자함으로써 거꾸로 ‘
예술’
을 드러내는 방식
을 택하고 있는 소설이라 할 수 있다.즉 예술가의 예술행위에 초점
을 맞추어 사건을 진행시키는 소설이 아니라155) 당대의 맥락 속에서
예술의 허상을 좇는 인물이 보여주는 부정적 사건의 연쇄(
반복)

통해 예술을 모르는 현실을 꼬집고 있는 것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김연실전」은 초반부 서술이 인물의 출생
배경156) 및 당대의 정황을 드러내고,중반 이후부터 인물이 타락해
가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는데 이는 당대 현실의 맥락에
서 매우 의미심장하게 사건화되어 나타나고 있다.김동인은 오랜 세

154)이동하,「한국 예술가소설의 성격과 전개양상」, 『현대소설연구』제15


호,한국현대소설학회, 2001,20
쪽.
155)만약 “연애를 죄악시하는 전통 의식을 타파한다든지,연애의 실체물인
문학을 건설한다든지,조선 여자의 수준을 세계적으로 올린다든지 하는
등의 진보적인 일들이 정상적인 인물에 의해 주장되었다면,작품에서 구
현된 이념은 분명한 계몽성을 띠었을 것이다.”채진홍, 「「김연실전」연
구」,『한국언어문학』제49 권,한국언어문학회,2002
,484쪽.
156)이와 관련하여 이재선은「김연실전」에 대해 환경결정론이 반영된 후
기작으로 보았다.“신여성의 가면을 폭로하고 있는 이 작품에서 주인공
연실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난교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결정적인
요인도 도덕적으로 문란한 가족 환경과 긴밀히 연관” 된다고 하였다.이
재선,『한국소설사 :근·
현대편 Ⅰ』,민음사,2000,290쪽.

72
월 동안 예술이 지니는 근대성을 설파하고 그것을 작품으로 형상화
하려고 노력한 흔적을 보이는 작가이며 비평가이다.그 중에서도
「김연실전」은 근대적 예술의 허상을 좇는 당대 풍토를 신여성이
라는 인물 유형을 채용하여 극화함으로써 당대 현실을 적절하게 풍
자하는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다.이는 예술론 자체를 구현하고자
하지 않은 결과 작품이 그 예술론의 문제점을 벗어나게 되는,다시
말해 작품이 예술성을 얻게 되는 반어적 결과로 볼 수 있다.

73
제4장 결론

이상으로 김동인 문학에서 ‘


예술’
이 중요한 요소로 기능하는 비평
문과 소설 네 편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기존의 연구에서 김동인
문학에 나타난 예술을 주로 비평문에 치중하여 논의하거나,자전적
사실을 바탕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았다.본고에서는 김동인의 비
평문과 소설을 ‘
예술’
을 매개로 상호 연관 지어 논의함으로써 그 위
상과 가치를 재고하고 작품을 새롭게 해석하고자 하였다.

제2장에서는 김동인의 비평문에 나타난 예술론을 중심으로 살펴


보았다.
먼저,제2.
1절에서는 김동인이 예술론을 주창했던 1910년대 후반
에서 1920년대 초반의 문학사적 배경을 고찰하였다.당시의 맥락에
서 보면,새로운 문학을 주도하는 지식인들 사이에서 예술은 집단적
가치에 부응해야 했던 봉건성에서 벗어나,개인의 자유로운 가치추
구를 가능하게 한 근대의 산물로 인식되었다.
이러한 당대의 맥락에서 제2.
2절에서는 비평문에 나타난 김동인
예술론의 주요한 특징을 독창성,인형조종술,자율성으로 분류하여
고찰하였다.먼저 예술의 ‘
독창성’
은 창조적 원천을 지닌 자립적 주
체로서의 ‘
개인’
을 강조하는 것으로,기존의 규범과 권위에서 탈피하
여 ‘
개성’
이 발휘된 결과로 보았다.이는 예술가의 창조성을 강조하
는 것으로 인형조종술과도 밀접한 관계를 지닌다.인형조종술은 앞
서 살핀 독창성을 극대화하면서 창조적 주체로서의 예술가를 ‘
신’의
경지로 끌어 올리는데,작가는 자기가 창조한 세계를 인형을 놀리듯
지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예술론의 마지막 특징으로
자율성을 들었는데,작품의 자율성과 작가의 자율성으로 구분하였
다.예술 작품의 자율성은 작품을 논의함에 있어 작가 개인의 특성

74
과 시대적인 맥락과는 별개로 평해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작가의 자율성은 신문소설에 연재되는 통속소설처럼 작가가 대중의
흥미에 영합하거나,정치적 선전 혹은 사회개혁의 도구로 문학(

술)
을 이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는 것이다.
제2.
1절과 제2.
2절을 바탕으로 제2.
3절에서는 김동인 예술론의 의
의와 한계를 고찰하였다.먼저 김동인 예술론의 의의를 크게 두 가
지로 살펴보았다.첫 번째,근대소설의 예술성을 자각하고,소설의
예술성을 높이기 위한 창작방법론을 선구적으로 제시하였다는 점과
그를 통해 예술가의 전문성을 강조했다는 점이다.두 번째,이광수
문학을 비롯하여 예술의 공리성에 치우친 당대의 문학적 풍토를 벗
어나,근대적 의미의 개인과 예술의 자율성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이처럼 김동인의 예술론은 예술을 창작하는 주체인 예술가의 독
창성과 권위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성의 자각이라는 근대성
을 지닌다.하지만 지나치게 예술을 절대화하여 현실과 대립된 방향
으로 설정함으로써,예술과 현실의 관계를 조화롭게 모색하지 못한
한계를 지닌다.즉 예술로서의 문학이 지니는 가치만을 중요하게 내
세우고 인간의 삶과 정신을 표현하고 반영함으로써 가치를 지니는
문학의 본질을 깊이 있게 탐구하지 못한 것이다.이는 식민지 지식
인으로 받아들인 근대 예술의 개념이 깊게 이해되거나 체화되지 못
한 상황에서,예술의 일면에만 집착한 미숙함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결과적으로 이러한 예술과 현실에 대한 김동인의 입장은 예술
론이 소설화 되는 과정에서도 드러나게 된다.

김동인 예술론이 지니는 특징과 한계는 그의 소설작품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그것은 「광염소나타」와 「광화사」에서 두드러진다.
예술 창작의 과정을 노출하고 있는 액자 형식의 서사구조와 서술방
식은 나름의 실험적 성과로 인정되지만,그러한 시도에 비해 액자

75
내부 사건의 플롯이 허술하고 필연성이 떨어지는 한계도 있다.이는
지나치게 이상적인 미를 추구하는 예술가의 삶을 그리면서,현실과
동떨어진 설정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또한 예술가의 삶을 전달하는
서술 방식이 독자에게 권위적으로 강요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데,
전달하려는 내용이 개연성이 떨어지고 현실과 대립적이어서 공감을
얻기 힘든 측면이 있다.이를테면 「광염소나타」의 백성수는 괴벽
을 지닌 인물이 범죄 행위를 통해 비로소 예술을 완성할 수 있고,
「광화사」의 솔거는 현실적 육체관계가 예술의 완성을 망쳐버린다
는 이야기 구조는 예술이 현실과 불화(
不和)
하는 양상으로만 존재하
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과 예술의 이러한 관계는 이보다 앞서 창작된 「배따라기」에
서도 나타나고 있다.「배따라기」에서는 ‘
배따라기’
를 제재로 삼으
면서 인물의 지나친 정념으로 발생한 고난과 슬픔의 현실이,이룰
수 없는 열망을 담은 아름다운 노래(
예술)
로 승화되고 있기 때문이
다.여기서 발생하는 ‘
배따라기’
의 ‘
아름다움’
은 외화의 서술에 나타
난 ‘
진시황의 유토피아’
와 겹쳐지면서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행복
했던 과거를 표상하는 것으로 현재의 삶과 대비를 이루고 비극성을
심화한다.
「김연실전」에서는 당대 현실에서 중요한 것이 예술이지만,그것
을 모르는 인물을 통해 부정적으로 기능하는 ‘
예술’
을 보여주었다.
근대성의 실현에 중요한 것이 예술이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예술의
허상만을 좇는 당대의 풍토를 신여성을 등장시켜 극화함으로써 적
절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종합해보면 김동인의 예술론에서 ‘
예술’
은 현실과 충돌하거나 동떨
어진 방식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
예술’
을 드러낸 소설에서는 인물이
현실과 불화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며 예술을 추구하게 된다.그래서
김동인의 소설에서 「광염소나타」나 「광화사」와 같이 본격적으

76
로 ‘
예술’
을 제재로 삼은 작품일수록 리얼리티가 떨어지고 생경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김연실전」은 반어적
인 작품이다.‘
예술’
을 제재로 삼되,그것을 모르는 현실을 풍자적으
로 다룸으로써 소설적으로 성공하고 있기 때문이다.예술이 부정적
으로 기능하는 이야기를 통해 거꾸로 ‘
예술’문제가 작품의 형상성
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 논문은 김동인 문학에 나타난 ‘


예술’
의 의미를 살폈는데,김동
인의 예술론은 현실과 거리가 있는 이상적 예술을 추구한다는 점에
서 낭만성을 띠고 있으며,그로 인해 작품에서도 예술은 현실과 대
립적 관계를 이룬다.근대문학이 예술로서 자리 잡는 과정에서,예
술론을 펼치고 강조하였다는 점에서 김동인은 이바지한 바 크다.하
지만 예술이 현실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고,예술가는 현실을 어떻
게 바라보고 형상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천착은 소홀히
한 면이 있다.이는 김동인의 문학은 물론 한국 근대 문학의 특성과
문제점을 살피는 데 있어 시사하는 점이 많다.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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