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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dx.doi.org/10.16900/ONJI.2022.70.01.

009

고전문학에 나타난 밥의 소재적 의미와


문화적 양상
하 경 숙
(선문대학교 계약제 교수)

Ⅰ. 머리말
Ⅱ. 한식의 특성
Ⅲ. 문학에 나타난 밥의 원형과
의미
Ⅳ. 밥의 문화적 의미
Ⅴ. 맺음말
10 溫知論叢 第70輯

<국문 요약>

우리나라의 밥은 매우 다양한 의미를 가졌는데, 대체로 그 소재적 특


성이 다양했다. 밥은 오랜 농경사회였던 한국에서 생명을 이어나갈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며 생명력을 상징한다. 밥은 무엇보
다 우리 문화의 원천소스로 이어지며 대중들에게 가장 중요한 의미로
표현되고 있다. 이처럼 밥은 먹는 행위 속에는 단순히 먹는 것만을 포함
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의미들이 포진되어 서사를 형성하는 중요한
작용을 한다.
밥은 생존을 위한 수단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의 관심사
나 지향이 상세히 드러난다. 또한 삶의 철학이 분명히 나타나는 것이다.
고단한 생활과 현실에 대한 상세한 반영, 사람에 대한 존중과 배려, 시
절에 대한 인식, 사회의 규범과 가치 등이 선명하게 형상화되어 있다.
또한 밥을 통해 서로간의 유대감을 쌓는 사회적 도구로서의 성격을 지
니며, 우리 일상의 현실을 재현하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밥은 오랜 농경사회였던 한국에서 생명을 이어나갈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로 생명력을 상징한다. 밥은 자연의 생명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먹는 밥은 단순한 속성을 지닌 것으로 인식된다. 그러
나 면밀히 살펴보면 밥은 공존의 삶을 보여주며, 맛의 실천과 관계의 확
장을 실천하고, 치유와 기원을 바라는 개별의 의미를 담고 있다.
밥은 자연의 원시적 재료를 사용하지만 복잡하고 난해한 방법으로 만
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소박하지만 거부감이 없는 맛으로 지속적인 사
랑을 받는다. 밥을 먹는 행위는 개별의 행동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공동의
목표를 이룬다. 이들을 건강하게 하고, 구성원들을 연결하며 삶의 정체성
을 규명할 수 있게 한다.

주제어: 밥, 식사, 쌀, 생명력, 한식.


고전문학에 나타난 밥의 소재적 의미와 문화적 양상 11

Ⅰ. 머리말
음식을 먹는 행위는 단순한 영양섭취를 위한 것뿐만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서 기능한다. 함께 음식을 먹는 행위는 한 집단이나 사회의 구성
원들이 일차적으로 참여와 소속감, 친목 도모 등 여러 의미를 내포하는
일종의 사회활동이기도 하다.1)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최대 관심은 음식이다. 국가나 민족
의 특징과 장점을 소유하고 세계를 포용할 수 있는 문화적 요소가 있다
면 그것을 발굴하고 재인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
의 음식은 현재와 과거가 함께 공존하는 증거로서 훌륭한 문화요소이며
살아있는 우리의 역사적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2)
이제는 단순히 음식을 먹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문화
를 습득하고자 하는 것이다. 인간의 가장 중요한 식생활의 차이에서부
터 주거형태, 사회관습, 문명문화로 이어져 서로 각기 다른 문명을 이루
게 된다는 것을 여러 역사적 사실들을 근거로 설명하기도 한다.3)
예로부터 ‘약식동원( 藥食同源)’ , ‘든든한 밥’, ‘밥이 힘이다.’라는 말이
4)

있듯이 한국인에게 쌀은 오랫동안 사랑받아왔고, 쌀이나 곡물로 지은


밥을 먹어야 만사형통이라는 사고방식이 있을 만큼 과거부터 지금까지
절대적인 식량자원으로 볼 수 있다(문화체육관광부, 2010). 최근 음식이
라는 것이 한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가장 큰 매개체인 동시에 가장

1) 김수민, 「신라인의 음식문화」, 울산사학13권, 울산대학교 사학회, 2008, 64~


65쪽.
2) 김천중, 이주형, 「한국전통음식의 문화관광상품화 방안에 관한 연구」, 호텔
경영학연구7-1권, 한국호텔외식관광경영학회, 1998, 164~165쪽.
3) 권삼윤, 빵은 길을 만들고 밥은 마을을 만든다, 이가서, 2007.
4) 약도 먹는 것(식물)도 그 근원은 하나라는 생각을 말한다. 의식동원이라고
도 한다. 고대로부터 중국에서 건강의 유지, 증진에 우수한 효능, 효과를 가
진 것으로 생각하였다. 식품재료를 음양오행설에 기초하여 배합하고 이것을
藥膳
약선( )으로 하였다.
12 溫知論叢 第70輯
큰 수입원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각 나라마다
자국의 음식문화를 전 세계인들에게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5) 이제
는 새로운 미각( 味覺)을 추구하고, 음식이 문화로 설명되면서 각 민족음
식에 담긴 문화적 표상 역시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한식을 궁중 음
식, 반가 음식, 사찰 음식, 향토 음식의 기준으로 설명하거나, 발효 음식,
잔치 음식, 계절 음식 범주에서 다루고 있다.6)
그러나 밥은 이제 그 정체성을 규명하기가 어려워졌다. 이제는 ‘혼밥’,
‘혼술’로 대표되는 1인 중심의 식문화는 자연스러운 식문화로 자리 잡아
가고 있으며, 최근 옥션에서 간편식을 구매하는 전체 소비자 중 70%가
30∼40대로 나타나 그동안 20대 중심의 혼밥 문화에서 30∼40대까지 그
시장이 확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7) 또한 이런 혼밥에 대한 연관 감성
어는 즐기다, 멋있다. 맛있다 등이 상위에 포진하면서 점차 긍정적인 인
식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8)

밥( )이라는 명칭도 누가 먹느냐 혹은 어디에 놓느냐에 따라 다르다.
하층민은 끼니, 일반 백성은 밥, 양반은 진지, 왕은 수라(( 水剌)라고 한
것이 그러한 예이며, 죽은 영혼에게 제사 지낼 때 올리는 밥은 메라 불
렀다. 먹는 현상을 설명할 때도 ‘끼니는 때운다.’, ‘밥은 먹는다.’, ‘진지는
드신다.’, ‘수라는 젓수시다.’고 표현했다.9)
우리나라의 밥은 매우 다양한 의미를 가졌는데, 대체로 그 소재적 특
질이 다양했다. 밥은 오랜 농경사회였던 한국에서 생명을 이어나갈 수
있게 해 주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며 생명력을 상징한다. 밥은 무엇보

5) 이수진, 「신한류콘텐츠 음식관광 활성화 방안」, 정책연구, 경기연구원,


2010, 3쪽.
6) 하경숙, 「고전시문에 나타난 한식의 의미와 양상」, 동양문화연구 27권, 영
산대학교 동양문화연구원, 2017, 91~92쪽.
7) 세계일보, 2015. 12. 14, https://m.segye.com/view/20151214001733.
8) 한국일보, 2015. 12. 27,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512271865367657
9) 정경조, 「‘밥과 빵’ 주식( 主食
)문화가 낳은 한국과 서양의 문화 차이」, 한국사
상과 문화 94호, 한국사상문화학회, 2018, 327쪽.
고전문학에 나타난 밥의 소재적 의미와 문화적 양상 13

다 노래, 소설, 영화, 만화, 콘텐츠 등 전반적인 문화의 원천소스로 이어


지며 대중들에게 가장 중요한 의미로 표현되고 있다. 이처럼 밥은 먹는
행위 속에 문화적 의미망들이 포진되어 서사를 형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10) 또한 광범위한 학문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연구되었는데, 식품영
양학⋅식품공학⋅식품과학⋅관광 및 외식 경영학⋅농학⋅조리학, 인문
학 분야11)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본고에
서는 고전문학에 나타난 우리나라 밥의 형성과정과 특징을 살피고, 이
를 통해 밥의 소재적 의미와 문화적 양상을 점검하고자 한다.

Ⅱ. 한식의 특성

‘한식( ⾷, Hansik)'은 좁은 의미에서는 한국의 전통식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국의 전통음식에 대해 대략 1세기 이전부터 선조들이 일상생

10) 배옥주, 「현대시의 소재로 활용된 ‘국밥’의 서사 양상」, 한국문학이론과 비


평 84집, 한국문학이론과 비평학회, 2019, 159~160쪽.
11) 이승은, 「한식문화 구성요소의 색채분석을 통한 오브제적 표현 연구」,경희대학
교 박사학위논문, 2013; 주영하, 「민속문화의 국제화 요구와 비교민속학의 대
응」, 한국민속학 제40집, 한국민속학회, 2004; 정해옥, 「한식의 브랜드화 방
안」, 국학연구 제8집, 한국국학진흥원,2006.; 박여성, 「융합기호학(Synchretische
Semiotik)의 프로그램으로서의 음식기호학」,기호학연구 제14집, 기호학회, 2003;
김상보, 조선시대의 음식문화 , 가람기획, 2006; 정혜경, 「한국 음식문화의
의미와 표상」, 아시아 리뷰 5-1호, 서울대학교아시아연구소, 2015; 박채린,
권용석, 정혜정, 「냉면의 조리사적 변화 양상에 관한 고찰」, 한국식생활문화
학회지 26-2호, 한국식생활문화학회, 2011; 장지현, 한국 전래면류 음식사
연구 , 수학사, 2004; 박태식ㆍ이융조, 「소로리 볍씨 발굴로 살펴본 한국 벼
의 기원」, 쌀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심포지엄 , 한국농업사학회. 2004; 국
립중앙박물관, 겨례와 함께 한 쌀: 도작문화 3000년, 통천문화사, 2000; 이
춘녕, 쌀과 문화, 서울대학교출판부, 1994 : (사)한국쌀연구회 편저, 벼와
쌀 1, 에피스테메, 2010; 함한희, 「쌀의 문화사: 상징의 변화와 다의성에 대
한 일고찰」, ‘쌀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국제 심포지엄, 한국농업사학회,
2004 ; 김영옥, 「쌀소비를 중심으로 한 한국인 식생활의 변화」, ‘쌀의 역사
와 문화’에 관한 국제 심포지엄, 한국농업사학회, 2004 ; 오누키 에미코 지
음ㆍ박동성 옮김, 쌀의 인류학, 소화,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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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 궁중의식, 세시풍속, 통과의례 등의 반복적인 활동을 통해 습득되고,
그것이 역사적, 문화적 특징, 지역적 특성들이 가미 ・전승되어 한국인의
식생활에 유익을 주었고, 음식의 합리적인 보존, 육성되어 온 음식이라
고 말하고 있다.12) 먹는 즐거움은 음식의 맛이나 질감보다는 음식의 심
미적 형태와 그것이 불러내는 사상이나 감각 등의 가정상태에서 파생한
다. 음식을 먹는 행위는 기억의 장치를 선명하게 재생시킨다.13) 음식을
통해 사회구성원이 생각하는 목표나 지향이 나타나기도 한다.
한국의 음식문화는 밥과 국, 반찬을 섞어 먹는 “조화와 융합을 추구”
하는 음식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14) 삼국시대, 고려시대와 조선시
대를 거치면서 시대적 배경의 변화에 따라 그 변모를 거듭해 왔으며 삼
국시대 후기부터 주식과 부식의 분리 형태를 보이고 조선시대에 이르러

우리 고유의 식문화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한국의 수저문화는 탕( )
문화와 깊은 연관성이 있다. 한국은 따뜻하고 물기가 많은 습성(濕性)음
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뜨거운 국이나 죽을 뜨기 위한 숟가락
의 사용이 두드러졌고, 탕이나 찌개 등을 중간에 놓고 공동으로 먹기 위
해 긴 숟가락이 요구된다. 놋그릇이 무겁고 열전도율이 높기 때문에 들
고 먹기 불편하여서 수저문화가 발달했다고 볼 수 있다.15) 우리나라는
저주시종( 著主匙從)의 한나라 시대의 식사 형태가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는데, 이것은 공자가 식사를 할 때 수저를 함께 썼기 때문에 이를 지
켜야 한다는 유교의 영향으로 기인된 것이다.16)
한식은 ‘기다림과 삭힘의 미학을 보여주는 발효음식, 섞음의 미학을

12) 정근하, 「한식의 해외 확산 과정 분석」, 인문사회21 12-6호, 아시아문화학


술원, 2021, 713쪽.
13) 양혜경, 「음식과 문화 그리고 시학」, 문예운동, 문예운동사, 2008, 270쪽.
14) 정경조, 「한국문화의 특징, 융합에 대한 고찰」, 한국사상과 문화 85권, 한
국사상과 문화학회, 2016, 422~428쪽.
15) 이화형,「한국음식문화에 나타나는 융복합성 一考」, 동아시아고대학 23권,
동아시아고대학회, 2010, 495~496쪽.
16) 황혜성 외, 한국의 전통음식, 교문사, 1989, 83쪽.
고전문학에 나타난 밥의 소재적 의미와 문화적 양상 15

보여주는 음식, 아름다움의 색감을 보여주는 음식, 배려의 음식, 그리고


풍류의 음식17)이다. 한식은 우리나라의 고유문화와 함께 다양한 재료와
양념으로 이루어진 가장 자연식에 가까운 음식으로, 독특한 맛, 영양, 건
강기능성, 식재료의 다양성으로 타 민족의 어떤 음식보다 경쟁력이 크
다.18) 한국의 식생활 문화는 자연과 사회적 특성을 잘 반영하여 형성되
어 나타나고 있다. 음식에 관련된 경험은 그 음식에 얽힌 기억을 종합적
으로 통합할 수 있다. 이 종합은 변화하는 현재 속에서 과거와 미래를
해석해낼 수 있게 한다.19)
한국의 요리체계는 음양오행이라는 우주론을 토대로 구축되었다.바로
이원리를 홍동백서( 紅東白西), 좌포우해(左脯右醢), 어동육서(魚東肉西),
두동서미(頭東尾西), 남냉북온(北溫南冷),반서갱동(飯西羹東), 고서비동(高
西脾東), 적전중앙(炙煎中央), 조율시이(棗栗枾梨), 좌면우병(左麵右餠), 생
동숙서(生東熟西), 우반좌갱(右飯左羹), 건좌습우(乾左濕右)로 구현한 한
국의 음식상은 기호학적 질서의 정점이다.20) 먹는 것을 단순히 생명을
유지하는 방안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활문화의 한 형태, 음식문화
를 만드는 것으로 여겼다.
‘한식(Hansik)’은 좁은 의미에서는 전통식품과 같은 의미로 쓰이는데,
이때는 “전통식품”이란 국산 농수산물을 주원료 또는 주재료로 하여 예
로부터 전승되어오는 원리에 따라 제조・가공・조리되어 우리 고유의 맛
味 香 色
( )・향( ) 및 색( )을 내는 식품을 말한다.21)

17) 정혜경, 한국음식문화의 의미와 표상」, 아시아리뷰 5-1호, 서울대학교 아


시아연구소, 2015, 118쪽.
18) 권미영, 「전통한식당의 사회적 책임이 한식이미지와 소비자 신뢰 및 구매의
도에 미치는 영향」,지역산업연구 38-2호, 경남대학교 산업경영연구소,
2015, 85쪽.
19) 스티븐 컨, 박성관 역, 시간과 공간의 문화사, 휴머니스트, 2004, 103쪽.
20) 박여성, 「융합기호학(Synchretische Semiotik)의 프로그램으로서의 음식기호학」,
기호학 연구 14권, 기호학회, 2003, 147쪽.
21)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산업진흥법’ 상의 전통식품 정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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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전통 식생활은 쌀을 주식으로 한 밥과 국, 반찬을 기본으
로 한 부식으로 분리된 식사 형태로 발달되어 왔지만, 주식인 밥을 부식
보다 훨씬 중히 여기는 풍습은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계속되어 오고 있다.
일상의 식사를 반상( 飯床)이라고 하여 아침, 저녁은 밥이 있는 반상의 식
사가 보통이다. 반상의 구성은 음식의 가짓수가 많을수록 훌륭한 식사라
고 인식되어 왔다. 한국 음식문화의 기틀이 세워진 조선시대에는 기후,
풍토에 따른 작물재배의 지역성이 형성되었고 수산물 산출에 계절성과
지역성이 따르게 되었다. 각 지역의 특산물을 중심으로 조화로운 음식이
발달하게 되면서 점차 향토음식의 특성을 갖게 되었다.22)
제철에 나오는 재료를 음식의 근본으로 여기며 이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특히 신선한 재료를 근간으로 무병장수와 건강한 삶이 이루
어진다고 생각했다. 과하지 않은 건강한 재료, 인간에게 좋은 영향을 주
는 음식을 원했던 조상들의 생활방식이 잘 드러난다. 음식을 대하는 선
조들의 지혜는 음식을 차리는 상차림과 식사예법에까지 영향을 미쳐 한
국의 고유 식사예법을 생성한다. 다른 국가에 비해 다소 엄격한 식문화
를 갖고 있으며, 이는 자신의 행동을 절제하고 어른을 공경하는 전형적
인 한국문화를 반영한다.23)
또한 우리의 한식을 독창적인 문화나 전통을 재해석하여 현실적으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한국의 음식문화는 근
대화, 산업화, 세계화를 거쳐 끊임없는 성장과 발전을 거듭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다양한 나라의 문화가 공존하는 세계화 시대에 전통성
있는 한국 음식문화에 대한 재조명과 향토음식의 변화에 대한 연구는,
한국 음식문화의 정체성을 찾고 한식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경로가 될 것이라 판단된다.

22) 윤서석, 우리나라 식생활 문화의 역사, 신광출판사, 1999, 410쪽.


23) 김현혜, 백선기, 「일일삼식, 음식 준비와 과정의 일상성, 요리의 문화성」, 기
호학연구 48집, 한국기호학회, 2016, 15쪽.
고전문학에 나타난 밥의 소재적 의미와 문화적 양상 17

Ⅲ. 문학에 나타난 밥의 원형과 의미


밥은 하늘과 땅과 사람이 서로 함께 협동해서 만드는 것이다. 풀・벌
레・흙・공기・바람・눈・서리・천둥・햇빛과 볍씨와 사람의 정신 및 육체적인
모든 일이 다 같이 협동해서 만들어내는 것이 쌀이요 밥이다. 밥은 육체
의 밥이요, 물질의 밥이며, 동시에 정신의 밥이요, 영의 밥이다. 그래서
밥을 우리는 ‘생명’이라고 부른다.24)
米 米
쌀은 한자로 미( )라고 한다. 쌀 미( )자는 낱알이 줄기의 아래위에 매
달려 있는 모습을 본뜬 것이다. 하지만 옛사람들은 이 글자를 팔십팔( 八
十八)로 분해해서 처음 볍씨를 뿌려 사람 입에 들어갈 때까지 무려 88번
의 손이 가는 곡물이라는 뜻으로 풀었다. 쌀은 한 톨을 만드는 데 88인
의 공덕이 들어가는 귀중한 물건이라는 의미이다. 일미칠근( 一米七斤)이
라는 말도 쌀 한 톨의 무게가 일곱 근이라는 뜻이다. 그만큼 여러 사람
의 노력과 정성이 깃 들여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표현에는 쌀이
소중하니 한 톨도 허투루 여기지 말라는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 선
인들은 쌀을 단순한 곡물 이상으로 생각했다.25)
‘생쌀을 먹으면 어머니가 죽는다’든지, ‘흘린 밥알을 쥐나 새가 먹으면
어머니가 눈을 뜨고 죽는다’든지 하는 금기( 禁忌)까지 만들어 냈다. 밥을
먹다가 밥알을 흘리면 이게 다 농부의 피와 땀이라면서 야단을 쳤다. 쌀
밥은 또한 통과의례에서도 중요한 음식이었다. 아기와 산모의 수명장수
壽命長壽)를 비는 음식이었고, 제사를 지낼 때는 조상과 소통하면서 조
(
상을 즐겁게 하는 음식이었다.
또한 쌀은 죽은 이에게도 요긴한 식품이었다. 염습이 끝난 뒤 반함( 飯
含)이라 하여 물에 불린 쌀을 버드나무 숟가락으로 세 번 떠서 죽은 이
24) 김지하, 밥, 솔출판사, 1995, 77~78쪽.
25) 정경조, 「‘밥과 빵’주식 문화가 낳은 한국과 서양의 문화 차이」, 한국사상과
문화94권, 한국사상문화학회, 2018, 3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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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입에 넣었다. 이는 저승까지 가는 동안 이를 식량으로 쓰라는 의미였
다. 세상에 태어나 성장하고 나이 들어 죽을 때까지 통과의례마다 올리
는 밥과 쌀은 재운이나 복의 상징이었다.26) 우리나라는 삼국시대 이전의
부족국가시대부터 쌀을 경작하기 시작하여 밥을 비롯한 떡, 국수 등 다
양한 음식으로 발전해 왔으며 특히 떡의 재료로 많이 사용되어지고 있
다. 떡은 각종 행사나 제례의 중요한 음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문헌상 밥의 역사는 삼국사기 고구려본기( 高句麗本紀) 대무신왕 4년 조

에 정( :솥)과 취( 炊 : 밥을 지음)의 두 자가 기록되어 있고, 신라의 고분
에서도 쇠로 만든 가마솥이 많이 출토되고 있으므로, 이때부터 곡물을 쪄
서 먹는 단계에서 밥을 짓는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27) 벼생산
이 증가하면서 고려시대부터 지배층 주곡은 자연히 벼를 도정한 쌀이 되
었지만, 서민들은 여전히 명절 한때나 제사상을 올릴 때만 하얀 쌀밥을
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나라나 지주에게 바치는 세금은 그들의 소용에
닿는 벼로만 해야 했으니 이처럼 귀한 쌀은 화폐 구실까지 했다.28)
한반도에서 벼를 재배한 역사는 대략 기원전 2000년 전쯤으로 추산하
고 있는데, 대개 고려시대쯤에는 이 잡곡 삼총사 보리, 기장, 조의 위치를
제치고 벼가 주곡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좁쌀과 기장, 보
리는 실제로 지역에 따라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 채로 있었다. 쌀이 주 작
물이기는 하지만 지배층의 식량으로 사용되었고, 보리와 좁쌀, 기장, 그
리고 밀, 콩, 수수, 메밀 등의 곡식이 그 밑바탕을 떠받치고 있었다.
1450년경 집필된 산가요록( 山家要錄)은 현존하는 조선 최초의 조리서
로 알려져 있으며, 조선 중기 이후 집필된 다양한 조리서 및 식품서도 상
당수가 전해져 오고 있다. 조선시대의 음식 전문 서적은 음식을 직접 조
리하는 여성들에 의해 집필된 종가의 조리서, 문인 또는 학자가 쓴 실용
서, 풍속서 등이 대부분이며, 반가음식 중심으로 저술된 것이 많다. 이에

26) 정경조, 위의 논문, 328~329쪽.


27) 김환표, 쌀밥전쟁, 인물과 사상사, 2006, 22~24쪽.
28) 장인용, 식전, 뿌리와이파리, 2013, 93쪽.
고전문학에 나타난 밥의 소재적 의미와 문화적 양상 19

비해 지역별 음식의 특징이 세세하게 나타난 기록은 팔도 음식품평서인


許筠)의 도문대작에서 찾아볼 수 있다. 도문대작 이후 조선 팔도
허균(
의 각 지역별 식재료나 음식의 특징이 적혀 있는 문헌은 조선 말기부터
집필되어 일제강점기에 출간된 해동죽지가 거의 유일하다.29)
중국 명나라 때 사람 둥치창( 董其昌, 1555~1636)이 쓴 골동십삼설(骨
董十三說) 30)이란 책에서는 분류가 되지 않는 옛날 물건들을 통틀어 ‘골
동’이라 부른다고 했다. 이어서 이 뜻을 이용하여 여러 가지 음식을 혼
합하여 조리한 국을 ‘골동갱(骨董羹)’이라 하고, 밥에 여러 가지 음식을
섞어서 익힌 것을 ‘골동반(骨董飯)’이라 한다고 했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골동십삼설에서 설명한 골동반은 한국의 비빔밥처럼 밥을 한
이후에 여러 가지 재료를 비벼서 먹는 음식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 보
다는 먼저 여러 가지 재료와 곡물을 함께 넣어서 섞은 다음, 밥을 안치
는 음식이다. 한글로 ‘비빔’이라고 적으면서 한자로는 이미 익숙한 ‘골동’
을 가져온 것이라 보인다.31)

黃原浦裏芙蓉洞 황원포 안에 자리한 부용동


矮屋三間蓋我頭 오두막 세 칸이 내 머리 덮어 주네.
麥飯兩時瓊液酒 보리밥 두 끼에 동동주 한 잔
終身此外更何求 종신토록 이 밖에 또 무얼 구하랴.
윤선도, 「실제의 일을 기록하다( 記實)」, 고산유고 1권
이 작품은 고산이 해배( 解配)되어 부용동으로 돌아와 지은 것이다. 황
黃原浦)는 보길도의 바다이다. 여기서 화자는 초가삼간에 보리밥을
원포(
먹는 빈궁한 삶이라도 편안히 여기겠다는 안빈낙도(安貧樂道)의 태도를

海東竹枝
29) 이인영・정희선, 해동죽지( )에 나타난 한국 음식문화와 사료적 가
치, 민속학연구 44권, 민속학회, 2019, 173~174쪽.
30) 董其昌(施漢平校注)骨董十三说
http://wenku.baidu.com/view/ae356f225901020207409cf3.html
31) 주영하, 「‘비빔밥’의 진화와 담론 연구」, 사회와 역사87권, 한국사회사학회,
2010, 25쪽.
20 溫知論叢 第70輯
나타내고 있다. 이렇듯 가난한 삶을 ‘보리밥’이라는 소재로 형상화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소재를 통해 현실의 곤궁함을 상세히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강호 생활의 자긍심이 밥을 통한 소박한 삶을 보여주는 한편 이
를 긍정적 수용하여 보여주고 있다.

槿薺靑靑苜蓿香 푸른 씀바귀와 냉이 향기로운 목숙


早春新菜正堪嘗 이른 봄 새로 돋은 나물 매우 맛있네.
山家韻事隨時物 산가의 운치 있는 일은 시절사물 따라서
會酌陽坡煮艾湯 양지 바른 언덕에서 쑥국 끓여 술 마시는 것.
유만공, 「한식」, 세시풍요32)

푸른 씀바귀와 냉이, 향기로운 쑥을 봄철이면 즐겨 먹었던 우리 민족


의 음식 전통이 나타나있다. 계절에 따라서 계절에 맞는 음식을 먹은 일
은 신선한 음식을 먹음으로서 병을 예방할 수 있다33)는 ‘약식동원( 藥食
同源)’의 생활철학의 소산이다. 제때에 나는 음식을 가장 좋은 재료로 여
기며 건강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모색을 잘 나타내고 있다.

七月新秋天未霜 칠월이라 첫 가을에 서리는 아직 안 왔는데


早秔已變彤雲黃 이른 벼는 이미 누런 구름 빛으로 변하였네.
銍艾寸寸日夜望 낫으로 한 치 한 치 베고 밤낮으로 바라보아
不待萬秉登圃場 만 볏단 마당에 쌓도록 기다리지 못하누나.
落杵紛紛雲子白 공이 끝에선 하얀 운자가 수다히 쏟아지고
翻匙粒粒雕胡香 숟갈에 번득이는 알알은 조호의 향 풍기네.
老農來贈意甚厚 늙은 농부가 가져다 준 뜻이 참으로 후해서
我今喜與兒曹嘗 내가 지금 기꺼이 아이들과 먹게 되었네.
舊穀旣謝新穀登 묵은 곡식은 물러가고 새 곡식이 익어서
節序駸駸近練祥 절서는 어느새 소상 대상이 다가오누나.

32) 임기중 역, 우리 세시풍속의 노래, 집문당, 1993, 129쪽.


33) 진상범, 「한국전통음식에 내재한 문화성 세계화 전력과 관련하여」, 전북대
학교 국제문화교류연구소심포지움, 전북대학교 국제문화교류연구소, 2011,
41쪽.
고전문학에 나타난 밥의 소재적 의미와 문화적 양상 21

子路負米不復得 자로가 쌀 지던 일을 다시는 할 수가 없으니


見物日日思萱堂 34) 쌀을 보고 날마다 어머니 생각만 할 뿐이네.

이는 성현의 <햅쌀밥을 먹다[ 嘗新稻]>이다. 가을 추수를 해서 햅쌀


밥을 지어 먹으면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작품이다. 좋은 음
식을 먹으며 가족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상세히 나타난 작품이다.

사람은 오행의 빼어난 기운이요 곡식은 오행의 으뜸가는 기운이니, 젖이란


것은 사람의 몸에서 나는 곡식이요, 곡식이란 것은 천지의 젖이니라. 부모의 포
태가 곧 천지의 포태니, 사람이 어렸을 때에 그 어머니 젖을 먹고, 자라서 오곡
을 먹는 것은 천지의 녹을 먹는 것이니 식고는 도로 먹임의 이치요. 은덕을 갚
는 도리이니, 음식을 대하면 반드시 천지에 고하여 그 은덕을 잊지 않는 것이
근본이 되는 것이니라.35)

일일시시(日日時時) 먹는 음식
성경이자(誠敬二字) 지켜내어 한울님을 공경하면
자아시(自兒時) 있던 신병(身病) 물약자효(勿藥自效) 아닐런가
최제훈, 「교훈가」

위의 작품은 매일 먹는 음식을 거룩하게 그리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한


울님께 바친다면, 즉 자기 안에 모신 한울님께 스스로 정성껏 지은 밥을
바쳐서 성실한 마음, 공경스러운 마음으로 먹는다면 어렸을 때 얻은 오랜
불치병도 약 없이도 나을 수 있다는 뜻이다.36) 이처럼 밥만 잘 먹어도 건

34) 성현, 허백당시집 권 2.


人是五行之秀氣也 穀是五行之元氣也 乳也者 人身之穀也 穀也者天地之乳也
35) “
父母之胞胎 卽天地之胞胎 人之幼孩時 唆其母乳 卽天地之乳也 長而食五穀 亦
是天地之乳也 幼而哺者非母之乳而何也 長而食者非天地之穀而何也 乳與穀者
是天地之祿也 人知天地之祿則 必知食告之理也 知母之乳而長之則 必生孝養
之心也 食告反哺之理也 報恩之道也 對食必告于天地 不忘其恩爲本也” 해월
신사법설(海月神師法說),「천지부모편」.
36) 차옥숭, 「천도교의 음식문화: ‘만사지 식일완’-밥의 의미를 중심으로」, 종교
문화비평 32권,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7, 163쪽.
22 溫知論叢 第70輯
강한 삶을 살 수 있다는 믿음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참불공. 그래서나 동네 부자 사람덜보구 그 부탁얼 했어. '내가 부처님 앞


이 가서 공양을 좀 올리야겄는디, 아시는 바와 같이 내가 가난해서 는 거시기
… 그저 베 이삭 줏어서 쌀 댓 되 해 농 거 있는디, 그걸 좀 같이 가지구 가서
동참불공을 해달라구. 동참불공이라능 건 인제 거기서 인제 중이 그 축원을 헐
때에 거기 같이 거시건 사람덜 그 생년월일 승명 이렇게 거시기 허구서나 복을
비능 게여. 그렁개 그 부자 사람덜이 그걸 같이 거시거먼 자기네들에게 복이 즉
게 돌아오까 이런 생각을 해서 거절을 허구 끄려헌다 이게여. 그래서는 인제 목
가구 있어.37)

위의 인용문은 여자가 드리는 동참에 불공을 하려고 부탁하였지만,


동네 사람들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여기에서 동네 사람들은 부자로
보여지고 있다. 부자들은 더 나은 삶을 위해 쌀을 매개로 불공을 드린
다. 그러나 동네 사람들은 여자의 부탁을 들어주면 자신들에게 복이 더
적게 돌아올까봐 걱정하여 동참불공을 허락하지 않는다. 결국 복을 받
는 사람은 불공을 많이 드린 동네 사람이 아니라 쌀을 가장 적게 갖고
있어 불공의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여자이다. 역설적이게도 작품을 살
펴보면, 불공을 드릴 쌀을 가장 적게 가지고 있었던 가난한 여자는 쌀을
통해 구원의 행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때 설화에서 쌀을 통한
구원의 행위 대상자는 두 사람인데, 바로 중과 왕이다.38) 이처럼 쌀은
구원의 매개물로 여겨지고 있다.
누군가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것은 단순히 복을 가져오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뒤로 미룰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있다. 신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신화 <맹감본>에서 사만이는 힘들고 배고픈 삼차사
를 대접하여 죽음을 면한다. 신화에서는 이를 ‘인정’을 건다고 언급하고

37) 이원승(남, 78), <불공 덕에 복 받은 사람>, 홍산면 설화18, 한국구비문학대


계 4-5, 716~723쪽.
38) 김혜미, 「구비설화 <불공으로 얻은 꽃>의 ‘밥’과 ‘꽃’ 화소를 통해 본 생명
구원과 신성 확보의 의미」, 구비문학연구 60권, 구비문학학회, 2021, 173쪽.
고전문학에 나타난 밥의 소재적 의미와 문화적 양상 23

있고, 인정을 거는 행동을 통해 새로운 질서를 이루고, 인연과 정성을


통해 새로운 운명을 만들어 내게 되는 것이다.39)
평안도 영변군 서면에 있는 논에서 생산되는 쌀로 지은 밥은 마치 수
수나 팥처럼 담자색을 띄어서 ‘홍미반’이라고 불렀다. 황해도 해주에서
는 이른 봄에 비빔밥을 만들었는데 이것을 ‘해주교반’이라고 부른다. ‘해
주교반’은 해주의 별식인 비빔밥으로 다른 지방의 비빔밥과 조리법은 같
지만 비빔 재료로 나물이나 고기 이외에 반드시 수양산고사리와 황해도
에서 나는 김을 구워 부스러뜨려 섞는 것이 특징이다.40) 최영년은 버섯
과 청정반으로 만든 해주교반의 향이 오신반( 五辛盤)보다 뛰어나다고 서
술하고 있다. 또 대구부에서는 제사를 지내고 남은 음식으로 골동반을
만들었는데 이것을 시장 상인들이 가게에서 팔았고 그것을 헛제사밥,
즉 ‘허제반’이라고 불렀다.

허제반 虛祭飯
東俗祭之餕餘, 作汨董飯, 大邱府內倣此調味, 賣於市店, 名曰헛제사밥, 亦一奇品.
우리나라 풍속에 제사를 지내고 음식이 남으면 골동반을 만들었는데, 대구부
大邱府) 안에서 이를 모방해 만들어 맛을 내 시장 가게에서 팔았다. 이 이름을
(
‘헛제사밥’이라고 하는데, 역시 하나의 진기한 음식이다.

黃炙香蔬海帶臛 누름적, 취나물, 다시마에


軟泡宛子豆蹄湯 두붓국, 완자, 두제탕이 들어간 허제반
色彩一般餕餘飯 허제반의 색채는 본래 골동반과 같아
曉鍾初下滿盤香 새벽종 처음 울리자 그 향기 소반에 가득하네
虛祭飯)」
최영년, 해동죽지, 「허제반(

해동죽지를 보면 ‘허제반’이라는 제목의 이 죽지사가 집필되었던 1920


년대 이전에 대구의 시장에서 헛제삿밥이 일반 시민들에게 상품화되어

39) 신동흔, 살아있는 한국 신화, 한겨레출판, 2014, 152쪽,


40) 조선의 민속전통 편찬위원회, 조선의 민속전통 1,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
1994, 120쪽.
24 溫知論叢 第70輯
판매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허제반은 실제로는 제사가 없지만 제사
가 있을 때처럼 차린 음식이다.
죽지사 ‘허제반’의 설명을 보면, ‘제사를 지내고 음식이 남으면 골동
반을 만들었는데 대구부 안에서 이를 모방해 만들어 맛을 내 시장 가
게에서 팔았다’라고 쓰여 있다. 제사가 없지만 제사 음식을 모방해서
시장 가게 안에서 팔았다는 것은 그만큼 당시에 대중적으로 헛제사밥
이 소비되고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41) 사람들은 이처럼 제사라는 의식
에 치중하기 보다는 밥을 먹는 현실적 상황에 더욱 집중하고 있는 것
으로 보인다.
역사학자 브로델이 쌀과 밀을 '문명의 작물'이라고 한 것은 이 작물들
이 각 지역의 자연환경을 보여주며 생의 토대가 되고, 문화를 형성하는
근원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쌀과 밀은 단순한 식량 차원을 넘어 정
치, 경제, 사회, 생태 등 여러 분야와 연관된 작물이다. 음식은 자신이
지닌 문화적 가치가 어떻게 인식되기를 바라는지,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투영하기 위해 선택된다. 음식은 한 민족의 생활이며 문화 그 자체이다.
시대적 변화를 반영한 삶의 서사를 구현하는 중요한 지표가 된 것이
다.42) 밥을 먹는 것은 모든 인류의 보편적 관심사이고 일상 적인 모습이
다. 이를 기반으로 문화를 형성하고 이해하기도 한다. 밥은 단순히 생존
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의 관심사나 지향이 상세히 드러난다.
또한 삶의 철학이 분명히 나타나는 것이다. 고단한 생활과 현실에 대한
상세한 반영, 사람에 대한 존중과 배려, 시절에 대한 인식, 사회의 규범
과 가치 등이 선명하게 형상화되어 있다. 밥을 통해 서로간의 유대감을
쌓는 사회적 도구로서의 가치, 밥을 통해 일상의 현실을 재현하는 중요
한 의미를 갖고 있다.

41) 이인영・정희선,「해동죽지에 나타난 한국 음식문화와 사료적 가치」,민속학


연구44집, 국립민속박물관, 2019, 207~208쪽
42) 김미영, 「박경리 소설에 나타난 음식의 문학적 재현과 의미 –시장과 전장을
중심으로」, 우리말글 81권, 우리말글학회, 2019, 240쪽.
고전문학에 나타난 밥의 소재적 의미와 문화적 양상 25

Ⅳ. 밥의 문화적 의미
사전적 의미의 ‘밥’은 쌀이나 보리 따위의 곡식을 씻어 솥 따위에 안친
후 물을 붓고 낟알이 풀어지지 않을 만큼 끓여 익힌 음식을 뜻한다.
음식문화에 관심을 갖고 흥미를 나타내는 일련의 행위는 음식이 국적,
신분, 성과 나이를 떠나 모든 생명체에게 일상적인 삶에서 영위하는 하나
의 보편적 문화코드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43) 시대가 바뀌면서 음식
문화도 변모하였다. 최근 1인 가족의 증가 및 장기화된 경제 불황과 더불
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가정이나 직장 등에서 밥을 먹는
기회가 줄어들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혼밥족으로 불리는 혼자 밥을 먹는 사
람들 또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며, 즉석밥이나 편의점 도시락 등으로 대
표되는 HMR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영양불균형의 문제, 개인주
의의 심화, 가족 간, 조직 내 유대감 상실 등 다양한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으며, 더욱 심각한 것은 함께 밥을 먹으며 정을 나누는 우리의 전통 식
사문화 근간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게 된다.44)

1. ‘공존’의 산물

음식은 지역을 잘 나타내는 중요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사회적 특


성을 잘 보여주며 개인의 역사와 삶의 양상을 보여준다. 음식문화의
구성 분야는 편의상 나누어진 것일 뿐 이들은 실제 서로 유기적으로
긴밀하게 얽혀 있다. 음식문화나 그 구성 분야나 다른 문화 분야와 기
계적으로 경계 지워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총체론적 관점에서 음식
문화를 전체 문화의 맥락 속에서 타문화와의 유기적인 관계를 염두에

43) 임두빈, 「브라질 음식문화 코드에 대한 이해」, 글로벌문화콘텐츠, 글로벌문


화콘텐츠학회, 2014, 135쪽.
44) 김수인 외, 「밥에 대한 이미지가 유대감 형성과 식사문화 정착에 미치는 영
향」, 외식경영연구19권 3호, 한국외식경영학회, 2016, 33쪽.
26 溫知論叢 第70輯
두고 바라보아야 한다. 이 모든 것을 총체적으로 접근할 때 음식문화
는 역동적으로 이해되고 살아 있는 구체적인 문화로 파악될 수 있다.
밥이 보약’이라는 속담과 같이 밥을 잘먹어야 건강하게 해로 할 수 있
다는 소박한 믿음을 가졌으며, 사람이 세상을 뜬 후에도 소상・대상을
지낼 때까지 이 밥그릇에 아침저녁으로 생전과 똑같이 밥을 담아 상식
을 올리는 것이 관례였던 것처럼 밥은 우리 민족에게 생존의 수단으로
서의 기능보다는 일상생활과 함께 우리 조상들의 삶속에서 녹아들어
있는 삶의 철학이며 하나의 신앙으로 유구한 세월을 우리와 함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45)
한국 음식문화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어울림과 음식간의 조화이다.
이는 서로간의 유대를 좋아하고 함께 다니기가 익숙한 한국인의 특성이
음식에도 자연스럽게 포함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밥’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작은 의미로는 곡식으로 지은 밥을 뜻한다. 보리밥, 쌀밥, 조밥, 강
냉이밥, 오곡밥처럼, 지은 재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요즘의 일반적
인 의미로는 쌀로 지은 밥을 이야기한다. 큰 의미로는 식사를 통칭한다.
밥과 반찬을 아우르는 한 끼의 식사를 밥 먹었다고 표현한다. 풍성한 식
사도 한 끼의 밥, 김치와 밥만의 소박한 밥도 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되짚어 생각하면 농경시대 이후에는 주식의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이야
기이고, 반찬이 없는 밥도 한 끼의 역할을 해낸다는 것을 뜻한다.
예기( 禮記)에는 남과 함께 음식을 먹을 때는 배가 부르도록 먹지 말
며, 남과 함께 밥을 먹을 때에는 손을 적시지 말아야 한다. 밥술은 밥을
뭉치지 말며, 밥숟가락은 크게 뜨지 말며, 물 마시 듯 들어먹지 말아야
한다. 음식을 보고 혀를 차지 말며, 어느 것을 굳이 자신이 먹으려고 하
지 말아야 하고, 빨리 먹으려고 뜨거운 밥을 헤젓지 말며, 기장밥을 젓
가락으로 먹지 말아야 한다. 나물이 있는 국은 국물만 들여 마시지 말아
야 하고 국에 조미하지 말아야 한다, 이를 쑤시지 말며 젓국을 마시지

45) 이효지, 「일상식과 의례식에 담긴 식문화 교육」, 비교민속학 23, 비교민속


학회, 2003, 388-390쪽.
고전문학에 나타난 밥의 소재적 의미와 문화적 양상 27

말아야 한다46)고 밝히고 있다.


쌀은 양이고 보리는 음으로 구별하고 있다. 쌀은 초여름에 심어 가을에
수확하는데 뜨거운 여름을 거치기 때문에 양의 기운이 많아 성질 자체가
따뜻하다. 그래서 추운 겨울에 먹도록 되어있다. 보리는 가을에 파종하여
추운 겨울을 지나 초여름에 수확한다. 겨울에 성장하기에 찬 성질을 가진
다. 때문에 여름에 먹게 하기 위해 초여름에 수확하도록 되어있으며 양의
계절인 더운 여름에 먹도록 자연의 이치가 담겨있다.47)
한국의 음식문화는 자연과 가까이 있고, 자연을 받아들여 바탕에 깔
아놓은 것에 특징이 있다. 밥도 자연의 생명력이 포함된 까다롭고 난해
한 방법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 소박함은 거부감이 없는 맛으
로 나타난다. 우리에게 보약은 별다른 것이 아니다. 건강한 자연의이치
를 담은 음식을 먹으면 저절로 약이 된다. 예로부터 약식동원( 藥食同原)
이라는 표현으로 식생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우리가 먹는 밥은
예로부터 건강을 지키고 질병을 치료하는 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밥은 다양한 음식 재료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먹는 밥
은 매우 단순한 속성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양한 재료를 넣
고 비비거나 국에 말아 먹으면 기존의 속성이 변화하여 다양한 맛을 느
낄 수 있다. 그래서 원래의 쌀이 지닌 속성과 다소 다른 특성을 알게 된
다. 그뿐만 아니라 그 맛이 독특하다. 다양한 재료를 넣고 비벼서 먹으
면 밥알의 부드러움을 느끼는 동시에 그 안에 있는 재료들의 맛을 다
느낄 수 있다.

2. ‘맛’의 실천과 관계의 확장

식사란 ‘끼니로 음식을 먹음, 또는 그 음식’으로 정의되며(국립국어원,

46) 이종수, 「서울 음식문화 정체성 스토리텔링」, 인문과학98권, 연세대학교인


문과학연구소, 2013, 171쪽.
47) 김인술, 잃어버린 생명의 밥상, 밀알, 2006, 15~30쪽.
28 溫知論叢 第70輯
2008),식사는 개인이 속해 있는 사회나 문화 또는 사회적 계층에 상관없
이 누구나 경험하는 일상적인 식품섭취 행위로, 보편적으로 하루 세 끼
의 식사패턴이 공통적이다.48)
우리 민족에게 밥이 가진 의미는 밥을 먹는 표현에서부터 수라는 ‘진
어하신다’. 진지는 ‘잡수신다’, 밥은 ‘먹는다’ 등 차이가 있고, 산기가 있
으면 정화수와 함께 쌀을 한 되놓고 산신상을 차려 안전한 출산을 빌기
도 하였으며, 출산 전 산모에게 차려낼 밥을 준비하기 위해 산미( 産米)라
는 좋은 쌀을 준비해 두었다가 안전하게 출산하면 이 산미로 밥을 지어
미역국을 끓여 먹였다.49) 밥을 먹는 것은 단순히 생명유지의 수단이 아
니라 관계의 확장을 의미한다.
음식문화는 쉽게 변하지 않고 장기지속적인 연속성을 갖기 때문에 그
속에서 집단적 정서를 읽을 수 있고, 그래서 특정지역(국가)의 정체성을
파악할 수 있다.50) 단일 식품으로서 사람에게 필요한 영양가가 쌀처럼
골고루 갖춘 식품을 없다. 쌀로 지은 밥은 여전히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
고 있다. 음식문화는 개인 뿐만 아니라 국가나 민족의 정체성과도 관계
가 있다. 밥을 함께 나누는 과정에서 “동질감과 연대감을 형성”하게 되
는 것이다.51) 함께 먹는다는 것은 생물학적 인간이 종적인 삶을 유지하
기 위해 수행해야 하는 불가피한 물질적 활동이 아니라 인간적 가치를
드러내고 확인하는 활동이라는 의미가 내재되어 있다.52) 밥을 함께 먹는
다는 것의 의미는 나와 타인의 관계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그들과의 연

48) Meiselman & Herbert L. Dimensions of the meal : the science, culture,business, and
art of eating. Gaithersburg, Md.: Aspen, 2000.
49) 권대영, 양혜정,「전통밥의 연구 및 산업화 동향」, 식품기술 16-2호, 한국식
품연구원, 2003, 38~76쪽.
50) 이종수, 「인천과 개성, 한양의 탕 음식문화 유래와 변동 분석」, 동아연구,
67권, 서강대학교 동아연구소, 2014, 56쪽.
51) 변순용, 「음식윤리의 내용체계연구」, 초등교육제 47집, 한국초등교도덕교
육학회, 2015, 146쪽.
52) 진은영, 「소통, 그 불가능성 안의 가능성」, 이화여대 탈경계 인문학 연구단
2010 국내학술대회, 2010.
고전문학에 나타난 밥의 소재적 의미와 문화적 양상 29

대를 가능하게 하는 매개가 된다.


가족을 나타내는 말이 식구( 食口)인 것처럼, 한국인에게 밥상을 같이
한다는 것은 가족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인의 식단에서는 밥, 국
을 제외하고는 찌개, 반찬 등을 여럿이 나눠 먹는데, 밥상 공동체 의식
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음식을 나눌 때의 마음, 주는 사람의 정( )을 담 情
은 마음이 음식을 더욱 맛있게 하는 것이다.

3. 치유와 기원의 힘

부후허실기 칠포이 두렷고 미침완삭기 팔리이 두렷고 상단


하촉기 구도이 두렷고 심소쟝은 화오 간담은 목이오 폐대장은 금이오
신방광은 슈오 비위 토라 간목이 과 목극토에 비위이 샹고 담셤
싱셩니 화극금에 폐대쟝이 샹이라 심뎡즉 만병이 식고 간샹즉 만병이 
니 다른 은 다 관계치 안이되 뎨일 간이 슈샹니 비위이 샹야 병
이 복쟝에 드니 지가 무거웁고 눈이 어둡기 풍의작란이며 구미가 졋치기
비위 샹 연고이라 속으로 드러 복쟝이 져리기 음양으로 난 병이니 음양풍
도 두셰 가지 긔운이라 ~ 인묘 목이오 신슐츅미 토이로다 목극토니 오
에 일넛스되 갑인진슐은 대강슈오 진간손 원송목이라 슈목을 식이자
면 인간 즁산 쳔년토간이 약이로소이다53)

위는 「토끼전」의 한 장면으로 용왕이 큰 연회를 연 후 병이나 온갖


약을 구했지만 효과가 없어서 토끼의 간을 처방받는 부분이다. “복장이
절이기는 음양으로 난 병이니~”에서 용왕의 병이 음양의 부조화에서 생
겨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용왕은 주색에 빠져 병을 얻었기에 양

기가 넘치는 상태다. 왜냐하면 술은 음양의 원리상 화( )에 해당하는 것

으로 양( )이므로, 술병에 걸린 용왕은 양기가 지나쳐서 생긴 것이다.
술로 정신도 흐려지고 눈이 나빠진 용왕이 간경이 좋은 토끼 간을 먹으
면 병환이 즉시 낫고 장생불로하리라는 것이다. 토끼는 간 기능이 좋아,
눈이 밝기 때문이란 것이다.54)

53) 김진영・김현주・김동건・이성희 편저, 『토끼전 전집 1』, 박이정출판사, 1997.


30 溫知論叢 第70輯
절기의 기운을 지닌 음식을 제철에 맞게 먹으면 우리 몸에서 면역을
생성하고, 이를 통해 미리 병을 예방하고 또한 치료가 가능하다고 믿어
왔다. 토끼전에서 용왕이 술과 색으로 양이 지나치게 넘쳐서 음양의 부
조화가 생겨서 발병했기 때문에 음양의 조화가 맞추어지려면 음의 기
운을 보강해야 한다. 산속의 토끼가 여성성이 많은 음( )의 동물이기陰
때문에 토끼의 간을 먹으면 용왕의 기력를 회복할 수 있다고 하여 토끼
의 간을 먹게 하는 이야기를 그 당시 한국인들이 음식 속에는 병을 고
칠 수 있는 무서운 힘이 있다고 하는 약식동원에 대한 믿음의 표현이
寒 陽 平 溫 熱
다. 우리가 먹고 있는 모든 음식에는 한( ), 양( ), 평( ), 온( ), 열( )
등과 같은 고유한 성질이 있다고 하는 사실을 바르게 이해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생활철학으로 삼아 왔다.55)
제철에 나는 식품 재료를 최대한 이용해서 만든다. 이렇게 먹는 것을
‘시절식( 時節食)’이라 하는데, 이 음식들은 ‘식보(食補)’, 즉 몸을 보하는
약의 의미가 강했다. 예로 복중의 보신탕이나 닭과 잉어를 함께 끓인 용
봉탕을 들 수있다. 이는 계절의 변화에 따르는 생리적 변화를 조절하여
건강을 지키는 방편으로 생각된다. 또한 제철에 나는 재료를 이용한 음
식이 가장 몸에 좋은 약이라는 의미에서 ‘시절약( 時節藥)’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익모초나 수액 등도 시절식과 더불어 건강을 지키는 데에 매우
유용했다. 이 식물들은 보신탕처럼 여름 더위를 견디는 데 매우 유용하
다.56) 아울러 시절음식은 농경문화권의 산물이다. 즉 때를 맞추어 씨를
뿌리고, 재배하고 추수 때 농작물을 거두어들이는 농경문화권에서 파생
된 것이다. 세시풍속은 서민층을 위로하는 역할도 꽤 컸다. 평상시에는
식사를 곤궁하게 할 수밖에 없지만, 명절이 되면 그동안 못 먹었던 음식,

54) 정혜경, 「한국 음식문화의 의미와 표상」, 아시아리뷰 제5권 제1호, 서울대
학교 아시아연구소, 2015, 111쪽.
55) 진상범,「한국전통음식에 내재한 문화성」, 전북대학교 국제문화교류연구소
심포지움, 2011, 40쪽.
56) 정혜경, 앞의 논문, 105쪽.
고전문학에 나타난 밥의 소재적 의미와 문화적 양상 31

즉 떡이나 한과와 같은 별식( 別食)을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기원과 소망하는 행위에서 음식을 반드시 차린다. 현대사회까지도 남
아 있는 대표적인 것이 죽은 이에 대한 제사 행위다. 제사를 통해 양신
은 음성의 음식을 잡수시고, 음신( 陰神)은 양성의 음식을 잡수시게 됨으
로써 양신( 陽神)과 음신은 합체된다. 이에 자손들에게 복을 내려주는 존
재가 될 뿐만 아니라, 제사음식은 제례를 거치면서 신이 잡수시고 남긴
신성한 음식으로 바뀐다. 제사를 행하고 난 이후의 음식은 음복( 飮福)이
라는 과정을 거쳐서 신의 축복이 전달되는 매개체의 역할을 한다. 이때,
한 항아리의 술을 신과 가족 모두가 함께 나누어 마시는 것은 가족의
결속을 다지는 행위였다.57)
밥을 먹는 행위는 그 개별성에도 불구하고 공동의 피와 살을 만든다
는 원시적인 표상을 가능하게 하고, 그 표상을 통해 구성원들을 연결하
고 정체성을 구성할 수 있게 된다. 이로써 식사는 관계성을 중요한 특성
으로 삼으며, 사회적 상호작용과 초개인적인 의미 영역, 즉 음식과 식사
를 둘러 싼 금지와 규칙, 위계질서 및 미학적 양식화 등을 수반하게 된
다.58) ‘병의 예방과 치료제’로의 음식, 관계를 확장하는 방법, 치유와 치
료의 수단으로 밥을 통해 당시 사회구성원의 의식을 읽고 그들의 소망
과 희구를 살피는 간절한 상징으로 볼 수 있다.

Ⅴ. 맺음말
음식 문화는 다양한 인종과 국가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새로운 화두
로 보여진다. 우리에게 ‘밥’이란 ‘배를 불리는 주식’ 이상의 의미를 갖는
다. 힘든 시기에 따스한 밥 한 공기를 먹는 사람은 밥이 사랑과 관심일

57) 김상보. 조선시대의 음식문화. 가람기획, 2006, 58~59쪽.


58) 김수정, 야마나카 치에, 「TV 드라마 속 음식의 표상에 대한 비교문화적 연구-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과 한국판 리메이크를 중심으로」, 언론정보연구55-2
호,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 2018, 173쪽.
32 溫知論叢 第70輯
수 있고, 때로는 차리는 사람의 정성과 기다림이다. ‘밥은 먹었느냐?’는
질문속에는 단순한 식사의 행위 유무를 묻는 것이 아니라 존재에 대한
존중과 배려이다.
시대( 時代)와 지역(地域)에 따라 밥에 대한 인식이 다르며, 한 공동체
共同體) 내에서도 일반적인 특징이 모두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우리나
(
라는 삼국시대 이전의 부족국가시대부터 쌀을 경작하기 시작하여 밥을
비롯한 떡, 국수 등 다양한 음식으로 발전해 왔으며 특히 떡의 재료로
많이 사용되어지고 있다. 떡은 각종 행사나 제례의 중요한 음식으로 자
리매김하고 있다. 밥은 다양한 음식 재료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우리
가 흔히 먹는 밥은 매우 단순한 속성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
양한 재료를 넣고 비비거나 국에 말아 먹으면 기존의 속성이 변화하여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의 밥은 매우 다양한 의미를 가졌는데, 대체로 그 소재적
특질이 다양했다. 밥은 오랜 농경사회였던 한국에서 생명을 이어나갈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며 생명력을 상징한다. 밥은 무
엇보다 다양한 문화의 함의를 가지며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의미로
인식된다.
이 연구에서 밥을 단순히 주식과 부식의 조율로 풀지 않고 이를 확장
하여 우리 음식에 나타난 다양한 관점에서 원리별로 재해석해보려 하였
다. 이에 따라 공존의 삶을 보여주는 밥, 맛의 실천과 관계의 확장을 실
천하는 밥, 치유와 기원을 바라는 밥으로 개별의 의미를 보여주고 있다.
밥은 자연의 생명력이 포함된 재료를 사용하여 복잡하고 난해한 방법으
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소박하지만 거부감이 없는 맛으로 지속적
인 사랑을 받는다. 밥을 먹는 행위는 개별의 행동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공동의 피와 살을 만든다는 원시적인 표상을 가능하게 하고, 그 표상을
통해 구성원들을 연결하고 정체성을 규명 할 수 있게 된다. 이로써 식사
는 관계성을 중요한 특성으로 삼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에게 밥은 그 어떤 약보다 뛰어난 효과를 준다. 건강한 자연의 이
고전문학에 나타난 밥의 소재적 의미와 문화적 양상 33

치를 담은 음식을 먹으면 저절로 이로운 효과가 생긴다. 예로부터 약식


동원(藥食同原)이라는 표현으로 우리의 식생활, 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우리가 먹는 밥은 예로부터 단순히 먹는 행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
라 건강을 지키고 질병을 치료하는 가장 근원적인 방법으로 사용되었다
는 것을 알 수 있다.59)

* 논문투고일: 2022.01.05 / 심사개시일: 2022.01.07 / 게재확정일: 2022.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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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A study on the material meaning and cultural aspects of Rice in classical
Literature / Ha Gyeong Sook (Sunmoon University)

Rice in Korea had a wide variety of meanings, and its material characteristics
were generally diverse. Rice acts as an important factor that enables life to
continue in Korea, a long agricultural society, and symbolizes vitality. Above all,
rice leads to a source of culture and is expressed as the most important meaning
to the public. As such, rice plays an important role in forming narratives by
having cultural meanings in the act of eating.
Rice is not just a survival, but the interests and orientations of our lives are
revealed in detail. Also, the philosophy of life clearly appears. Detailed reflection
of hard life and reality, respect and consideration for people, awareness of the
times, and norms and values of society are clearly embodied. It has an
important meaning of reproducing the reality of daily life through rice and the
value as a social tool to build bonds with each other through rice.
Rice has a long farming community life in Korea, an important factor that
can go to and symbolizes life. Rice is based on the lives of nature. It seems that
with our properties that are often eating something that is very simple.In
particular, the coexistence of the rice, rice flavors of practice and implement an
extension of the relationship, showing individual showing the meaning of the
healing and rice to the origin.
Rice was a natural vitality that includes materials using complex and intricate
ways not made. Constant love will receive to a plain but denial is no flavor. An
act to eat it despite the behavior of individual jointly make the blood and flesh
of primitive representations that the members through its representation, and
identity will be able to get.

Key words: rice, food, culture, Korean f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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