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are on page 1of 2

12183914 박윤주

초기 영화

영화는 미학적 보편성의 토대 위에 세워진 매체의 특수성이란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영화는


다른예술들과 마찬가지로 존재하는 것, 인식하는 것, 그리고 상상하는 것을 때로는 재현하고, 때로는
표현하려 하지만 그것이 영화적인 의미를 갖는 것은 영화라는 매체가 지닌 차별성에 이루어질
때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개념의 영화에 가장 근접한 최초의 성과를 이룬 것은 에디슨과 그의 조수 로리
딕슨이었다. 그들은 1891 년, 키네토그래프라는 카메라와 키네토스코프라는 이름이 붙은 영사기재를
공개했다. 키네토스코프에는 35 밀리 필름이 사용되었고, 1 초에 46 프레임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나 키네토그래프는 부피가 커서 이동이 용이하지 않았고, 키네토스코프라는 영사기는 한
번에 한 사람밖에 볼 수 없게 만들어져 있었다. 또한 에디슨은 키네토스코프의 국제특허를 신청하지
않았고, 따라서 영화의 발명이라는 영광은 뤼미에르 형제에게 돌아갔다.
뤼미에르 형제는 에디슨의 키네토스코프를 개조하여 씨네마토그라프를 만들었다. 카메라일 뿐
아니라 영사기와 인화기의 기능까지 갖고 있는 이 발명품은 키네토스코프와 큰 차이가 있다. 우선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작고 가벼워 마음대로 이동할 수 있었고 외부촬영도 가능했다. 두번째로
씨네마토그라프는 1 초에 16 프레임이 돌아가게 만들어졌다. 세번째는 한 번에 여러 사람이 한
장소에서 같은 영화를 볼 수 있는 영사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영사방법은
영화산업과 영화의 미학적 특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영화를 이루는 두 가지 본질적인 요소는 움직임과 빛이다. 이 두가지 요소는 밀접하게 연관되어
실제의 환각을 만들어 낸다. 영화는 인류가 만들어 낸 그 어떤 것보다도 가장 완벽하게 현실을 재현
할 수 있다. 빛은 형태를 만들고 공간을 만들며, 혹은 차원을 만든다.
우리 눈이 잔상을 일정시간동안 간직할 수 있는 능력을 잔상효과라고 하는데 그 지속시간이 1/10
초이다. 씨네토그라프에서 필름이 초당 16 프레임씩 돌아가도록 고안한 것은 직관적으로 이
잔상효과를 차용한 것이다. 잔상효과를 이용한 움직임의 환각에 대한 시도는 사진이나 영화가
발명되기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씨네마토그라프는 빛과 움직임을 기록하여
재현하려는 욕망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초기 영화인들의 관심이 빛과 움직임을 기록,
재현하는 것이었다면 영화가 진보할수록 빛과 움직임을 표현하려는 방향으로 바뀌게 된다.
빛이나 움직임과 함께 영화의 물질적 특수성을 이루는 세 번째 요소는 바로 시간이다. 뤼미에르
형제와 에디슨은 이미지를 기록했을 뿐이다. 영화에 연출을, 즉 시공간의 계단을 처음으로 시도한
사람은 조르쥬 멜리에스이다. 우연한 사건에 의해서이지만 이로 인해 영화는 커다란 전기를 맞게
된다. 편집과 트릭기법이 영화에 도입되게 되고 영화언어라는 것에 대한 개념이 나타나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즉, 재현에서 표현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멜리에스가 순차적인 시간을 압축, 생략하고
시간을 변형하는 가능성을 발견했다면, 에드윈 포터는 동시성을 표현을 시도한 최초의 영화감독이다.
멜리에스는 같은 순간의 다른 장소, 그 동시성을 표현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에드윈 포터는
교차편집을 통해 두개의 시간성을 번갈아 보여주는 방식으로 시간의 동시성을 표현한다. 에드윈
포터에 이르러 바야흐로 영화는 물질성에 기초한 고유한 언어를 배우기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피스의 영화에서는 우리가 소위 고전적 영화언어라 부르는 영화촬영과 편집의 기법들이 제
모습을 갖추고 안정된 형태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리피스 이전, 극영화의 태동기에 영화적 서술의
중심을 이루는 단위는 씬이었다. 그러나 그리피스의 시대에 이르러 영화의 단위는 씬에서 쇼트로
변화하게 된다. 촬영은 언제나 편집을 미리 염두에 둔 상태에서 이루어지게 되었고 쇼트의 개념도
세분화되기 시작한다. 크게는 롱 쇼트, 미디엄 쇼트, 클로즈업 쇼트로 나누어지고, 세부적으로 롱
쇼트를 제너럴 쇼트와 풀 쇼트, 미디엄 쇼트를 신체부위에 따라 니 쇼트, 웨스트 쇼트, 체스트 쇼트,
클로즈업 쇼트를 일반적인 클로즈업과 익스트림 클로즈업으로 구분할 수 있다. 클로즈업의 경우 그
자체로 가장 영화적인 쇼트로 불린다. 연극에서는 동선을 크게 해야만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행동이
영화에서는 아주 미세한 근육의 경련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클로즈업
쇼트는 등장인물이 표현하는 감정의 밀도를 가장 사실적으로 극대화 시키는 데 주로 사용된다.
그리피스는 이러한 각 쇼트들의 가치를 적절히 사용함으로써 이야기의 진행이 극히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하는 구문론적 편집을 완성한다. 구문론적인 기능을 가지는 고전적 편집은 크게 세가지로
연속커팅, 고전적 커팅, 주제적 커팅으로 나눌 수 있다. 연속커팅은 별 의미를 지니지 않는 행동을
생략해 시간을 단축하는 편집을 말한다. 고전적 편집은 같은 행동이라도 편집하는 방식에 따라 의미
(특히 감정)가 변화한다는 특성이 있다. 분석편집과 교차편집이 이에 해당한다. 관객은 이러한 편집에
의해 감독이 의도하는 감정에 동화되게 된다. 그리피스를 비롯한 고전적 영화의 감독들이 원하는
것이 바로 동일화이다. 고전적인 영화감독에게 영화란 관객으로 하여금 ‘이야기를 이해하도록 만드는’
구문론의 대상이었기에 모호성이란 영화에 있어서는 절대로 피해야 할 적과 같은 존재였다.
고전적 영화에서 추구하는 조명은 그 장면의 중심이 되는 인물이나 사물만 명확하게 보여주면 좋은
조명이라 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삼각조명이 있다.
감독이 제시한 의미의 감옥으로부터 관객을 벗어나게 만든 최초의 시도는 러시아 영화에서
나타났다. 몽타주는 (의미를) 고양시키는 행위를 의미한다. 의미의 고양은 감독이 원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적극적인 관객의 해석 행위에 의해 이루어지는 몫이기도 하다. 만일 감독이
관객으로 하여금 의미의 고양을 원한다면, 명확하지 않은 부분을 남겨두어야 한다. 그래야 관객은
적극적이 될 수 있고 감독의 의도보다 고양된 다른 감정, 혹은 해석이 나타날 수 있게 된다.
고전적 영화의 편집원리가 연속과 일치에 있다면, 20 년대 러시아 영화의 편집원리는 병치와 충돌에
있다. 에이젠쉬테인의 몽타주를 특별히 연상몽타주라는 말로 구체화시키기도 한다. 고전적 영화의
편집이 구문론의 완성에 목표를 두고 있었던 것에 비해, 에이젠쉬테인의 몽타주는 수사학적인 문장의
풍성함에 비중을 두고 있었다. 에이젠쉬테인의 몽타주에서 병치되는 두 개의 쇼트는 기본적으로 어느
한가지 요소라도 상반되거나, 적어도 연관을 갖지 않는 쇼트들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영화는 대중이라는 개념에 맞추기 위해 내러티브를 강화해 갔고, 배우에게
의지하는 비중이 높아만 갔다. 영화만의 고유성이라고 주장하던 빛과 움직임, 그리고 시간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은 타성화 되어 생명력을 상실해가고 있었다. 이러한 위기의식에서 촉발된 것이 20 년대를
풍미한 전위영화운동이다. 전위영화운동의 주된 목적은 무엇보다 영화의 정체성을 찾자는 말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 그들이 가장 첫번째로 한 일은 영화에서 내러티브를 없애는
일이다. 맨 레이가 영화의 기본단위를 포토그램으로 삼아 레이오그램이라는 방식을 사용한 것 처럼,
그들은 던져진 상황을 단순히 보고, 상상하는 영화를 지향했다.

You might also li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