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fessional Documents
Culture Documents
Untitled
Untitled
영역 구분 역량 하위 교육목표 의미
[동의대학교 6대 핵심 역량]
2020. 2. 2.
저자들을 대표하여 동의지천교양대학 학장 강경구
차 례
제3장 문학과 나눔 역량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83
1. 성석제의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87
2. 프리드리히 막스 뮐러의 <독일인의 사랑>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96
3. 장영희의 <눈먼 소년이 어떻게 돕는가?>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106
4. 맹자의 <양혜왕장>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114
제4장 문학과 소통 역량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125
1. 김애란의 <나는 편의점에 간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129
2. 이태준의 <복덕방>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140
3.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149
4. 굴원의 <어부 이야기> 외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159
제5장 문학과 융합 역량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169
1.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제3인류>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173
2. 아이작 아시모프의 <아이, 로봇>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181
3. 진융의 <소오강호>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191
4. 최재천의 통섭 이야기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214
제 장 1
문학과 자기경영 역량
1 안도현의 <연어>
【읽기의 숲】
…… (중략) ……
【이야기의 숲과 쓰기의 숲】
【질문의 숲】
질문과 대답
수업 일자 학과(부)
학번 이름
질문 만들기(개인 활동)
느낀 점
제1장 문학과 자기경영 역량 11
【체험의 숲】
자기경영 역량이란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스스로 판단하고 자신이 속한 사회나 직장에서 요
구하는 역할과 활동을 원만히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말한다. 이러한 자
기경영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개인적 차원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내가 처해 있는 사회적·환
경적 요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 ‘자기경영의 길’이라는 주제로 기본적으로
준비해야 할 사항, 예상되는 장애 요소, 극복 방안, 만나고 싶은 조력자(멘토) 등에 대해 작성
해 보자.
항목 자기경영의 길
만나고 싶은
조력자(멘토)
예상되는
장애 요소
장애 요소
극복 방안
기본적인
준비 사항
실현 가능성(%)
조력자(멘토)와의
인터뷰
느낀 점
12 문학과 삶(슬로리딩)
【읽기의 숲】
*보몽드 : 상류층
**100코페이카는 1루블
18 문학과 삶(슬로리딩)
【이야기의 숲과 쓰기의 숲】
4 가족과의 불협화음을 경험한 사례를 기억해 보고 그 상황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서술해 보자.
(경험한 사례가 없다면 그와 같은 상황을 예측해 보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하여
서술해 보자.)
【질문의 숲】
안톤 체호프의 <나의 인생>을 읽고, 자유롭게 질문을 만들어 보자. 각자가 만든 질문을 바
탕으로 팀원들과 토의·토론을 진행한 후 그 내용을 정리해 보자.
질문과 대답
수업 일자 학과(부)
학번 이름
질문 만들기(개인 활동)
느낀 점
20 문학과 삶(슬로리딩)
【체험의 숲】
직업
장점
단점
준비 사항
실현 가능성(%)
20년 후
나의 모습
느낀 점
제1장 문학과 자기경영 역량 21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1886년 발간한 소설로 인간의 자아
문제를 다루고 있는 매우 흥미 있는 이야기이다. 이 소설은 이후 연극, 뮤지컬, 영화 등의 다
양한 장르로 각색되어 대중들의 인기를 얻게 되었다. 특히 이 소설은 분열된 자아, 다양한 자
아를 어떤 식으로 봐야 하는지와 같은 정체성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의미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모방 욕망에 휘둘리고 있는 현대인이라면 꼭 한 번 읽어봐야 할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전체 줄거리는 매우 간단한 편이다. 지킬 박사는 사회에서 존경받는 인물이었으나 속마음은
올바르지 못한 쾌락에 빠져 있었다. 어느 날 지킬 박사는 어떤 약을 손에 넣었고 그 약으로
인해 하이드로 변하여 루커 경을 죽이고, 어린 여자 아이를 잔인하게 짓밟았으며 온갖 나쁜
짓을 일삼았다. 그러다가도 다시 약을 먹으면 지킬 박사로 변하였다. 지킬 박사는 하이드로
사는 것에 재미를 느끼게 되며 그럴수록 하이드는 점점 키가 커졌다. 반면에 애초에는 하이드
보다 훨씬 컸던 지킬 박사는 점점 작아졌다. 이에 두려움을 느낀 지킬 박사는 자신의 착한 면
을 선택해서 살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약이 다 떨어져서 처음에 약을 샀던 곳에서 약을 주문
해 마셔보지만 지킬로 변하지를 않았다. 지킬 박사는 처음 주문한 그 약에 이물질이 들어있어
서 자신의 실험이 성공한 거라 믿고 계속 주문해 보지만 여전히 하이드의 모습이었다. 결국
마지막 남은 약 한 방울을 마시고 지킬 박사는 유서를 쓰고 죽게 된다. 이러한 사건의 전모는
친구이자 변호사인 어트슨을 통해 밝혀지게 되었다.
이 소설은 두 개의 자아 혹은 인간의 정체성 문제와 관련해 집중 조명되어 왔다. 지킬 박사
가 두 개의 자아를 분리한 실험은 인간은 애초에 다양한 면모를 지니고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하나의 몸 안에 있는 여러 면들은 상호 작용을 한다. 때로는 다투고 때로는 조화를 이
루며 하나의 인격을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도덕적인 관점에서 지킬 박사는 지향되어야 하고
하이드는 지양되어야 했다. 우리도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내면에서 도덕적이거나 선한 면, 강
한 면만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이때 도덕적인 면과 쾌락적인 면이 상호 작용을 하며 우리
의 정체성은 적절하게 유지되곤 한다. 이 소설에서도 지킬 박사가 하이드에 비해 더 크고 강
하고 지적인 존재였기에 지킬의 정체성이 조화롭게 유지될 수 있었다. 이에 비해 욕망과 쾌락
을 상징하는 하이드는 지킬 박사보다 왜소하고 약하며 원초적인 상태로 그려져 있다. 하이드
의 그러한 욕망이 지킬의 면모와 분리되면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지킬 박사는 스스로의 판
단으로 두 자아를 떼어 놓았다. 쾌락에 맛을 본 사람이 중독이 되듯 지킬은 점점 쇠약해지고
그 빈틈을 놓치지 않고 쾌락적 욕망의 힘은 절제되지 못하고 하이드를 통해 더욱 강해지게
된다.
지킬 박사처럼 인위적인 방법으로 자아를 분리하는 행위는 자신의 모습을 온전히 사랑하지
않거나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현대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타인
의 욕망과 기호를 따라가며 획일화된 몇 가지 모습만을 목표로 삼고 그것에 자신의 정체성을
맞추어가다 보면 오히려 역효과가 생기기 마련이다. 따라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
22 문학과 삶(슬로리딩)
【읽기의 숲】
마지막 밤
브래드쇼가 자리를 뜨자 변호사는 시계를 보았다.
“자, 풀, 우리도 가세.”
그리고는 부지깽이를 겨드랑이에 끼고 앞장서서 마당으로 나섰다. 구름이 휙휙 지나가
며 달을 가리는 바람에 사방이 캄캄했다. 안마당까지 바람이 들어와 걸을 때마다 촛불이
들까불댔다. 어터슨과 집사는 계단식 강의실로 들어가서는 조용히 앉아 기다렸다. 런던
시내의 소음이 사방에서 웅웅거리며 들려왔다. 하지만 바로 지척은 고요하기만 했다. 정
적을 깨는 게 있다면 서재 바닥을 서성대는 발소리뿐이었다.
“저렇게 하루 종일 서성댄답니다. 변호사님.” 풀이 낮게 속삭였다. “밤에도 마찬가집니
다. 새 약품 견본이 도착할 때만 잠시 멈출 뿐이지요. 저렇게 안절부절못하는 게 바로 양
심이 병들었다는 반증 아니겠습니까! 아, 저 한 걸음 한 걸음마다 피가 뚝뚝 흐르는 듯합
니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주의를 기울여 다시 잘 들어보십시오. 변호사님. 그리고 박
사님 발소리가 맞는지 제게 말씀해 주십시오.”
통통 뛰는 듯하면서 가볍고 기이한 발걸음이었다. 하지만 매우 느렸다. 어쨌든 헨리 지
킬의 무겁게 내딛는 발걸음과는 완전히 달랐다. 어터슨은 한숨을 내쉬었다.
“뭐 또 다른 건 없나?”
풀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딱 한 번 우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울었다고? 어떻게 말인가?” 변호사는 갑자기 오싹한 공포를 느끼면서 물었다.
“아녀자처럼, 아니 지옥에 떨어진 영혼처럼 울더군요. 그 소리에 저까지 마음이 무거워
져서 울 것 같아 그만 돌아와 버렸습니다.”
이제 10분이 거의 다 지났다. 풀이 짐을 포장하는 데 쓰는 밀짚 더미 아래서 도끼를
꺼냈다. 촛불은 공격할 때 앞이 잘 보이도록 가장 가까운 탁자에 올려놓았다. 두 사람은
숨을 죽인 채 밤의 정적 속에서 여전히 쉴 새 없이 왔다 갔다 하는 발소리가 나는 곳으
로 다가갔다.
“지킬” 어터슨이 큰 소리로 불렀다. “자넬 꼭 봐야겠네.”
잠시 기다렸지만 아무 대답이 없었다.
“자네에게 미리 말해두는데, 아무래도 의심스러워서 자넬 꼭, 기필코 봐야겠네.”
제1장 문학과 자기경영 역량 23
그는 잠깐 뜸을 들였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정당한 방법으로 안 된다면 부당한 방법으로라도, 자네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폭력을
써서라도 들어가야겠네!”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터슨, 제발 그러지 말게!”
“아니, 저건 지킬의 목소리가 아니잖아, 하이드야!” 어터슨이 소리쳤다.
“문을 부수게, 풀!”
풀이 어깨 위로 도끼를 쳐들어 세게 내리쳤다. 건물 전체가 흔들리면서 붉은 나사천을
씌운 문이 번쩍 들린다 싶더니 잠금쇠와 경칩에 철컥 걸렸다. 서재 안에서 겁에 질린 짐
승의 울부짖음과도 같은 무시무시한 비명이 울려나왔다. 다시 도끼로 내리치자 널빤지가
부서지면서 문짝이 다시 튀어 올랐다. 이렇게 네 번이나 내리쳤지만 문짝에 사용된 나무
는 너무 단단했다. 잠금쇠도 대단한 장인이 만들었는지 여전히 꿈쩍하지 않았다. 다섯 번
째로 도끼질을 하고서야 잠금쇠가 부서지면서 문짝이 방 안 양탄자 위로 쓰러졌다.
어터슨과 풀은 자기들이 벌인 소동과 뒤이어 찾아온 정적에 움찔 놀라서 뒤로 조금 물
러나 안을 들여다보았다. 차분한 등잔 불빛 속에서 서재가 두 사람의 눈앞에 모습을 드
러냈다. 벽난로에서 타닥거리며 불이 환하게 타오르는 가운데 주전자가 가느다란 휘파람
소리를 내고 있었다. 서랍이 한두 개 열려 있었고, 책상 위에는 종이들이 가지런히 정리
되어 있었다. 난로 가까이에는 차 마시는 도구들이 놓여 있었다. 조용하기 그지없는 방이
었다. 약품이 빼곡히 들어찬 유리장만 없었다면 그날 밤 런던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방
이었다.
그 방 한 가운데 한 남자가 엎어져 있었다. 온몸이 뒤틀린 채 아직도 꿈틀거리고 있었
다. 두 사람이 까치발로 다가가 남자를 반듯이 누이자 에드워드 하이드의 얼굴이 드러났
다. 그는 체구에 비해 너무 큰 옷을 입고 있었다. 지킬 박사의 몸에나 맞을 법한 옷이었
다. 얼굴의 힘줄은 살아 있는 사람처럼 여전히 실룩이고 있었지만 숨은 이미 끊어진 상
태였다. 손에 들린 깨진 약병과 공기를 짓누르는 강한 아몬드 냄새로 어터슨은 그가 자
살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가 너무 늦게 왔어.” 어터슨이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구하기에도, 벌을 주기에도
너무 늦었어. 하이드는 죽었네, 이제 자네 주인의 시체를 찾는 일만 남았군.”
그 건물의 대부분은 강의실이었다. 1층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는 강의실은 천장에서 빛
이 들어오게 되어 있었다. 강의실 한쪽 귀퉁이 위로 안마당이 내려다 보이는 서재를 올
렸고, 복도가 강의실과 골목길로 난 문을 연결했다. 이 문을 통해서도 2층 서재로 드나들
수 있었다. 이밖에 음침한 골방 몇 개와 널찍한 지하실이 있었다. 두 사람은 이 모든 곳
을 샅샅이 조사했다. 골방은 한 번만 쓱 훑어보면 되었다. 하나같이 텅텅 비어 있었기 때
문이다. 문을 열자 먼지가 부슬부슬 떨어져 내리는 점으로 보아 오랫동안 닫혀 있었던
게 분명했다. 지하실은 온갖 잡동사니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대부분 전 주인인 외과 의
사가 이 집에 살던 시절부터 있던 물건이었다. 그래도 문을 열어보았더니 오랜 세월 입
24 문학과 삶(슬로리딩)
헨리 지킬의 최후 진술
나는 18xx년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났네. 게다가 뛰어난 신체를 타고났고 천성이 부지
런한 데다 현명하고 선량한 성격의 사람들과 어울렸지. 짐작하겠지만 그런 만큼 전도유망
한 미래가 보장되어 있었네.
그런데 나의 가장 큰 단점은 쾌락을 밝히는 기질이었네. 그러한 기질은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고개를 꼿꼿이 쳐들고 근엄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잘난
척하고 싶어 하는 오만한 욕망을 지닌 나 같은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네. 그
리하여 나는 그런 성향을 숨기게 되었고, 지나온 세월을 반성하는 연배에 이르러 내 주
변을 돌아다보며 세상에서의 나의 성취와 지위를 가늠하기 시작했을 무렵에는 이미 이중
생활에 깊이 빠져 있었네.
개중에는 내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이런 난잡한 행실을 자랑인 양 떠벌리는 사람도
많을 걸세. 하지만 나는 스스로 정해놓은 고결한 가치관의 기준으로 판단했고, 그때마다
거의 병적인 수치감에 사로잡혀 나의 치부를 숨겼네. 나를 지금과 같이 만든 요인, 다시
말해 인간이 지니는 이중성을 갈라놓기도 하고 화해시키기도 하는 선과 악이라는 영역
사이의 골이 내 경우에 다른 사람들보다 유달리 깊이 파인 채 각기 따로 놀게 된 요인은
내게 특별히 나쁜 결점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오히려 내가 지향하는 목표가 가차 없이 엄
격했기 때문일세. 사정이 이렇다보니 종교의 근간이기도 하면서 무수한 고통의 원천 중
하나이기도 한 이 엄혹한 삶의 법칙을 뿌리 깊이 파고들지 않을 수 없었네.
나는 철저히 이중생활을 하고 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위선자는 결코 아니었네. 나의 두
가지 모습 모두 진실했다는 얘길세. 자제심을 밀쳐놓고 부끄러운 짓에 빠져들 때의 나
또한, 환한 대낮에 지식의 증진이나 슬픔과 고통의 경감에 힘쓸 때의 나처럼 나의 본모
습이었네.
그런 가운데 전적으로 불가사의하고 초월적인 방향으로 흐르던 나의 과학 연구가 마침
성과를 거두어 나의 동료 인간들이 겪는 이 끝없는 전쟁에 대한 통찰력에 크나큰 빛을
던져주었지 뭔가. 덕분에 나는 내 지성의 두 측면을 이루는 도덕과 이지를 통해 하루가
다르게 진리에 가까기 다가갈 수 있었네. 그리고 전체에 비하면 일부에 불과한 그 발견,
인간은 진정 하나가 아니라 둘이라는 그 발견 때문에 나는 무시무시한 파멸을 맞이하는
운명에 처하고 말았던 걸세. 내가 둘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현재 나의 지식 수준으로는
그 이상을 넘어서지 못하기 때문일세. 이 점과 관련해 나를 따르는 사람들도 있을테고,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나를 앞서는 사람들도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네. 그리하여 인간은 결
국 다양하고 모순된 인자가 각기 따로 모여 형성된 총합에 불과하다는 점이 알려지지 않
제1장 문학과 자기경영 역량 25
을까 하고 감히 추론해본다네.
나의 경우 내 삶은 성격상 한 방향으로만, 오로지 한 방향으로만 나아갔네. 도덕의 측
면에서. 그리고 나라는 인간을 통해 나는 철저하게도 타고난 인간의 이중성을 인식하게
되었네. 나의 의식 속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두 가지 본성 중 어느 쪽도 모두 나라는 생
각이 들더군. 비록 그중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게 옳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생각했던 이
유는 나는 본디 그 둘 다이기 때문이었지.
일찍부터, 그러니까 나의 과학 연구가 비로소 성과를 거두기 시작하여 어쩌면 그런 기
적 같은 일이 정말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에 주목하기 훨씬 이전부터 나는 공상 삼
아 이 두 가지 요소를 분리하는 생각에 빠져들곤 했네. 만약 이 두 요소를 각기 다른 실
체에 담아 분리해낼 수 있다면 인간은 참기 힘든 그 모든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을 듯했
지. 부조리한 반쪽은 좀 더 고결한 반쪽의 드높은 포부와 양심의 가책에서 벗어나 제 갈
길을 가면 될 터였고, 올바른 반쪽은 서로 완전히 다른 이 악한 본성이 저지르는 수치스
러운 짓에 더 이상 괴로워할 필요 없이 기쁘게 선행을 베풀며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흔들림 없이 착실하게 걸어가면 되지 않을까 싶었네.
…… (중략) ……
즐겼던 자유와 젊음, 경쾌한 걸음걸이, 고동치는 맥박과 은밀한 쾌락에 단호히 작별을 고
했네.
그런데 이런 선택을 했으면서도 의식하지 못했을 뿐 은연중에는 미련이 남아 있었던
것 같으이. 소호의 집도 그냥 놔두었고, 에드워드 하이드의 옷도 없애지 않고 여전히 서
재에 보관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두 달 동안 나는 스스로에게 한 다짐을 충실하게 지
켰네. 그 어느 때보다 절제된 생활을 하면서 양심이 내리는 상을 기꺼이 받아들였지. 하
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의 경계심은 희미해지고 양심의 칭찬도 당연하게 여기기 시작
했네. 결국 나는 고통과 갈망에 시달리기 시작했네. 마치 내 안에 하이드가 자유를 달라
고 몸부림치고 있는 듯했네. 그리고 마침내 정신력이 약해진 어느 순간 나는 다시 한 번
변신의 약을 조제해 삼키고 말았지 뭔가.
술주정뱅이가 자신의 나쁜 버릇을 두고 이런저런 핑계를 댈 때, 술에 취해 난폭하고
무신경해진 육체가 저지를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을 고려하는 법은 거의 없지. 나 역시 그
랬네. 나의 상황을 모르는 바도 아니면서 에드워드 하이드의 주된 성격인 도덕 불감증과
비정한 마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던 게지. 내가 벌을 받게 된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
네. 오랫동안 내 안에 갇혀 있던 악마가 으르렁대며 뛰쳐나왔네. 약을 마시는 순간에도
나는 더한층 흉포하고 맹렬해진 마성을 의식할 수 있었지. 그런 사악한 충동이 내 영혼
을 휘젓고 있었기에 나의 불행한 희생자가 정중하게 말을 걸었을 때 참지 못하고 분노를
폭발시켰다고 밖에는 볼 수 없네.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밖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네.
하느님께 맹세코 정신이 온전한 사람이라면 그렇게 아무것도 아닌 자극에 그런 잔인무도
한 범죄를 저지를 리가 없지 않은가. 아픈 아이가 짜증을 견디지 못하고 장난감을 부숴
버리듯 나 역시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지팡이를 휘둘렀던 걸세. 인간에게는 균형을 잡
으려는 본능이 있기에 제아무리 악인 중의 악인이라고 해도 유혹 앞에서 웬만큼은 꿋꿋
하게 견디기 마련일세. 하지만 나는 스스로 그런 본능을 남김없이 벗어버렸네. 그랬기에
아무리 사소한 경우라 할지라도 유혹을 받으면 받는 대로 그냥 빠질 수밖에 없었네.
순식간에 지옥의 악령이 내 안에서 깨어나 날뛰었네. 나는 기뻐 어쩔 줄 몰라 하며 아
무 저항도 못하는 사람을 후려쳤고, 한 대 한 대 때릴 때마다 쾌재를 불렀지. 그런 광란
상태가 한동안 이어졌네. 그러다 어느 순간 갑자기 지치기 시작하면서 그제야 차가운 공
포의 전율이 가슴을 스치고 지나갔네. 안개가 걷히면서 내 인생은 이제 끝났다는 생각이
들더군. 나는 그 즉시 범죄 현장에서 도망쳤네. 한편으로는 사악한 욕망을 채워 기고만장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살고 싶다는 생각이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해지면서 두렵기도 했네.
【이야기의 숲과 쓰기의 숲】
【질문의 숲】
질문과 대답
수업 일자 학과(부)
학번 이름
질문 만들기(개인 활동)
느낀 점
제1장 문학과 자기경영 역량 29
【체험의 숲】
4 사마천의 <백이열전>
【읽기의 숲】
【이야기의 숲과 쓰기의 숲】
〇 하고 싶은 일:
〇 해야 하는 일:
〇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의 통일:
3 중국의 옛 현인인 가의(賈誼)는 ‘욕심이 있는 사람은 재물에 목숨을 걸고, 뜨거운 영웅은
명예에 목숨을 걸며, 잘난 척하는 사람은 권세에 목숨을 걸고, 일반 사람들은 목숨을 부지
하는 일에만 관심을 갖는다’고 했다. 각자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3가지를 추려 이야
기해 보자.
4 ‘욕심이 있는 사람은 재물에 목숨을 걸고, 뜨거운 영웅은 명예에 목숨을 걸며, 잘난 척하는
사람은 권세에 목숨을 걸고, 일반 사람들은 목숨을 부지하는 일에만 관심을 갖는다’고 했다.
각자 자신이 목숨을 걸 정도로 관심을 두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써 보자.
【질문의 숲】
질문과 대답
수업 일자 학과(부)
학번 이름
질문 만들기(개인 활동)
느낀 점
36 문학과 삶(슬로리딩)
【체험의 숲】
구분 내용
사람됨과 능력
사회적 처지
현재 상황
그 삶에 대한 자신의
소감과 평가
제1장 문학과 자기경영 역량 37
【감상의 숲】
너의 하늘을 보아
박노해
네가 자꾸 쓰러지는 것은
네가 꼭 이룰 것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지금 길을 잃어버린 것은
네가 가야만 할 길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다시 울며 가는 것은
네가 꽃피워 낼 것이 있기 때문이야
힘들고 앞이 안 보일 때는
너의 하늘을 보아
네가 하늘처럼 생각하는
너를 하늘처럼 바라보는
너무 힘들어 눈물이 흐를 때는
가만히
네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 가 닿는
너의 하늘을 보아
【문제 은행】
제 장2
문학과 글로컬 역량
우리 사회는 지금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는 다민족, 다문화 사회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여 서로 협력하고 연대하는 세계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해
서는 국제 사회의 일원이라는 시각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조망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이
에 우리 대학에서는 지역과 세계의 발전을 위한 기여에 필수적인 능력인 ‘글로컬 역량’을 6대
핵심 역량 중의 하나로 설정하고,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는 지성인을 양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글로컬(glocal)’이란 세계화와 지역화의 융합적 현상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는 글로벌(global)
과 로컬(local)의 합성어로, 서구와 선진국 중심으로 진행된 세계화의 한계를 극복하고 문화의
지역적 정체성을 존중하는 새로운 세계화의 흐름을 의미한다. 세계는 지금 기존에 강조되어
왔던 중심과 주변, 전통과 현대, 서양과 동양, 보편성과 개별성 등의 이원화된 구도를 벗어나,
세계적인 동시에 지역적인 의미로 거듭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 분위
기 속에서는 자국의 지역적 정체성과 로컬 문화에 대한 온전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비로소 타
문화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글로컬을 지향하는 21세기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상호문화능력’이 필수적으로 요
구된다. 현대사회는 적극적인 문화 소통 방식을 추구하는 국제 교류의 시대이자 협력의 시대
이기 때문이다. 낯설고 이질적인 타 문화를 편견 없이 바라보고 상호 대화를 통해 이해를 증
진시키는 능력을 의미하는 이 상호문화능력은 서로 다른 문화를 지닌 사람들 간의 교류에 있
어서 가장 절실하면서도 우선적으로 전제되어야 하는 문화 간 대화 능력을 말한다.
상호문화능력은 ‘문화 리터러시’를 기반으로 길러질 수 있다. 문화 리터러시란 문화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고 이해하며 적용하는 능력이다. 여기에는 문화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 문화의
상호 비교를 통한 가치의 보편성에 대한 인식,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는 태도 등이 두루 포함
된다. 이러한 능력을 함양하는 것은 여러 혼종 문화 현상들을 비교·분석하고 해석하는 역량
을 길러줄 뿐만 아니라 이질적인 문화 간에 발생하는 불평등을 해소하고 당면 문제를 해결하
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전 세계가 다양한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는 시대가 됨에 따
라 상호 간의 의존도는 점점 심화되고 있으나, 갈등 또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
이다. 국가 간 부의 불평등 문제를 비롯하여 민족이나 종교로 인한 분쟁, 환경오염과 기후 변
화, 전염병 등 세계가 함께 대처하지 않을 수 없는 여러 사안들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것
42 문학과 삶(슬로리딩)
【읽기의 숲】
처럼 보여서였다.
언젠가 아줌마에게 어린 시절 사진을 보여 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저
었다. “다 잃어버렸지. 한 장이라도 남아 있으면 좋았을 텐데.” 내가 이유를 묻자 그녀는
내 머리를 쓰다듬기만 했다. “사진만 잃어버린 게 아니었단다.” 그녀는 내게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정확히 알지는 못했지만 그 말을 하는 아줌마의
떨리는 마음이 내게도 그대로 전해져 두려워졌다.
투이네 집에서 유일하게 접근이 어려웠던 곳은 서재였다. 누가 그러지 말라고 한 것도
아니었지만 문이 항상 닫혀 있어 들어가볼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서재 문이 활짝
열려 있던 날, 나는 끌리듯이 그 방으로 들어갔다. 문 바로 옆으로 작은 제단이 보였다.
제단은 나무 장식장 위에 꾸며져 있었다. 기둥과 지붕으로 이루어진 집 모양의 조형물
아래로 다섯 개의 액자와 모래와 재가 든 향로가 보였다. 액자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흑백사진이 들어 있었고 향로에는 끝까지 타버리거나 중간에 꺼진 보라색 향들이 몇 개
꽂혀 있었다. 향로 옆으로 종이에 싸인 향과 작은 성냥갑이 보였다. 그런 향로는 이전에
도 봤었지만, 향로 뒤에 죽은 사람 사진을 둔 것을 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나는 겁이
나 사진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뒤돌아섰다.
사진 속 다섯 사람은 가족처럼 보였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노인은 한 명밖에 없었고
내 또래의 여자아이, 다연이 또래의 아기 사진도 있었다. 힐끗 훑어봤을 뿐이지만 그 사
람들의 얼굴이 내 등뒤에 달라붙기라도 한 것처럼 신경이 쓰였다.
나는 그들이 누구인지, 무슨 까닭으로 투이네 집 제단에 안치돼 있는지 알고 싶었다.
왜 응웬 아줌마나 투이가 나에게 제단을 보여주지 않았는지도 궁금했지만,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누구에게도 그 일에 대해 말하지 못했다.
데…….”
“한국 군인들이 죽였다고 했어.” 투이가 말했다. 작은 목소리였지만 식탁의 분위기를
얼려버리기에는 충분했다. “그들이 엄마 가족 모두를 다 죽였다고 했어. 할머니도, 아기
였던 이모까지도 그냥 다 죽였다고 했어. 엄마 고향에는 한국군 증오비가 있대.” 어떻게
네가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고 힐난하는 말투였지만 나는 그 애가 무슨 말을 하는지 도
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투이 넌 함부로 말하지 마라.” 그 말을 하고 아줌마는 나를 봤다. “넌 신경 쓸 것 없
어. 너와는 관계없는 일이야.” 응웬 아줌마의 말은 투이의 말이 사실이라는 걸 확인시켜
줄 뿐이었다. “정말로 신경쓸 일 아니야.” 어린 마음에 혹여 상처를 입었을까 걱정하는
아줌마의 두 눈, 내가 결코 잊지 못할 얼굴. 투이의 말이 진실이라는 걸 나는 응웬 아줌
마의 그 얼굴을 보고 이해했다. 그때 내가 상처를 받았다면 그건 응웬 아줌마의 상처에
대한 가책 때문이었을 것이다. “네가 태어나기도 전에 일어난 일이야.” 아줌마가 속삭였다.
“저는 정말 몰랐어요.” 엄마가 말했다. “응웬 씨가 겪었던 일, 저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그래도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죄송합니다.” 엄마는 호 아저씨와 응웬 아줌마에
게 고개 숙였다.
“저는 모든 걸 제 눈으로 다 봤답니다. 투이 나이 때였죠.” 그렇게 말하고 호 아저씨는
붉어진 눈시울로 애써 웃었다. “하지만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호 아저씨는
거기까지 말하고 힘껏 웃어 보였다. 응웬 아줌마는 호 아저씨에게 베트남어로 속삭이듯이
이야기했다.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분명 마음을 다독이는 말이었을 것이다. 그 말의 진동
이 내 마음까지 위로하는 것 같았으니까.
아빠는 엄마와 호 아저씨의 대화를 못 들은 것처럼 맥주만 마시고 있었다.
“당신도 무슨 말 좀 해봐.” 엄마가 한국어로 아빠에게 말했다.
“내가 무슨 얘길 해? 그럼, 우리가 잘못했다고 말해야 돼? 왜 당신이 나서서 미안하다
고 말해? 당신이 뭔데?” 아빠가 한국어로 받아쳤다.
“당신은 항상 이런 식이야. 죽어도 미안하다는 말을 못해, 안 해.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야? 내가 응웬 씨였으면 처음부터 우리 가족 만나지도 않았을 거야.”
아빠는 식탁 의자에 걸친 카디건에 팔을 넣었다. “저녁 잘 먹었습니다.” 아빠는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저희 형도 그 전쟁에서 죽었습니다. 그때 형 나이 스물이었죠.
용병일 뿐이었어요.” 아빠는 누구의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는 듯 바닥을 보면서 말했다.
“그들은 아기와 노인들을 죽였어요.” 응웬 아줌마가 말했다.
“누가 베트콩인지 누가 민간인인지 알아볼 수 없는 상황이었겠죠.” 아빠는 여전히 응웬
아줌마의 눈을 피하며 말했다.
“태어난 지 고작 일주일 된 아기도 베트콩으로 보였을까요. 거동도 못하는 노인도 베트
콩으로 보였을까요.”
“전쟁이었습니다.”
48 문학과 삶(슬로리딩)
【이야기의 숲과 쓰기의 숲】
3 이 소설은 독일을 배경으로 한국과 베트남 가족의 만남과 이별을 다루고 있다. 작가가 이 세
나라를 소설의 주요 소재로 삼은 이유에 대해 ‘글로컬’ 차원에서 말해 보자.
5 글로컬은 강자의 논리가 아니라 동반 성장의 논리이다. 글로컬 마인드를 갖추기 위해 필요한
덕목과 가치관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서술해 보자.
제2장 문학과 글로컬 역량 51
【질문의 숲】
글로컬 역량의 핵심은 지역적 뿌리를 가지면서도 전 인류에 어필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를
아우르는 것이다. 자신의 전공과 관련해서 글로컬 역량을 키우기 위한 방안에는 어떤 것이 있
을지 질문지를 만들어 함께 토론해 보자.
질문과 대답
수업 일자 학과(부)
학번 이름
질문 만들기(개인 활동)
느낀 점
52 문학과 삶(슬로리딩)
【체험의 숲】
교내 외국인
유학생(교환학생)과의
상호 멘토링해 보기
국내 이주민(다문화 가정,
이주 노동자, 난민 등)과
인터뷰하기
내 지역의 특색 있는
문화 콘텐츠를
브랜드화하여 세계적으로
지역성을 알릴 수 있는
방안 제시하기
나의 ‘글로컬 역량’에
대한 SWOT 분석해 보기
제2장 문학과 글로컬 역량 53
2 박범신의 <나마스테>
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한다. 이질적 요소를 이해하고 그것과 공존하는 일은 단일민족이라
는 신화를 믿어온 한국인이 쉽게 해결할 수는 없는 요소이다. 하지만 세계의 문턱이 낮아지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민족적·국가적 범위를 확장해야 할 필요성은 분명히 있다. <나마스테>는
주인공 신우의 타자들을 향한 행동과 애린(愛隣)이라는 주인공의 2세의 이름을 통해 우리가
나아가야할 분명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읽기의 숲】
누나한테 올 때만 해도 그래요.
나, 사고 쳤어요. 사고 치고 도망온 건데요. 나, 카밀 때문에 난 사고, 아니었어요. 청바
지 만드는 그 공장에 외국인 노동자들 열여섯 명이나 있었어요. 네팔 사람, 방글라데시
사람, 스리랑카 사람, 필리핀 사람, 카자흐스탄 사람, 그리고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서 온
흑인 두 명, 이렇게요. 영업 부장님 차 몰고 들어오는데 나이지리아에서 온 마리오가 청
바지 박스 메고 오다가 차 갑자기 들이닥치니까 당황해서 넘어졌던가 봐요. 영업 부장님,
특히 마리오 미워해요. 아니 얼굴 검은 사람 미워해요. 흑인 제일 미워하고 아시아 사람
도 얼굴 검은 순서대로 미워하는 사람이에요. 이유는 없어요. 깜둥이만 보면 무조건 패고
싶다고 영업 부장님, 직접 말하는 거 들은 일도 있어요. 다른 사람한테 들은 이야기인데
요, 영업 부장님 군대에서 미군 장교 돕는, 그래요, 카투사, 그거였었대요. 흑인 장교 밑에
있어서 그 흑인 장교한테 복수할 거 있을 거라고, 한국 직원이 말해주었어요.
너, 이 새끼, 일부러 넘어졌지?
영업 부장님 소리치는 소리 들렸어요. 내가 고개 내밀고 봤을 땐 마리오, 벌써 무릎 꿇
고 있었는데요, 다짜고짜 발길이 마리오 배로 날아가는 것이었어요.
이 깜둥이 새끼, 내 찬 줄 알고 그랬지?
영업 부장님, 엎어진 마리오 머리통 구둣발로 짓이겼어요. 자기를 욕보이려고 일부러 넘
어졌다 그건데, 마리오는 그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바보같이 착한 애였다구요. 마리오가
흑인이고 착해서 만날 영업 부장한테 걸리는 것, 우리 모두 알고 있었어요. 밖에서 기분
나쁜 일 있었는지 영업 부장님 화는 그러고도 멈추질 않았어요.
아주 죽여버려야지, 이 깜둥이 새끼.
영업 부장님, 근처에 있는 끊어진 철봉대 들고 왔어요. 무릎 꿇고 있던 마리오는 철봉
대 주워드는 영업 부장님 보고 납작 엎드렸어요. 우리들은 일손을 놓고 있었지요.
일이 벌어진 건 쿠샤 때문이었어요.
쿠샤는 스리랑카 청년이었는데,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돼서 한국 실정 아직 잘 몰랐지
요. 키가 크고 체격이 좋아 힘은 셌으나 순한 친구였어요. 영업 부장이 철봉대로 무릎 꿇
고 앉은 마리오를 후려치려는 순간 근처에 있던 쿠샤가 달려들어 영업 부장을 뒤에서 껴
안았어요. 그저 마리오를 때리지 못하게 하려던 것뿐이었지요. 그렇지만 거구의 쿠샤가 뒤
제2장 문학과 글로컬 역량 55
…… (중략) ……
…… (중략) ……
【이야기의 숲과 쓰기의 숲】
【질문의 숲】
질문과 대답
수업 일자 학과(부)
학번 이름
질문 만들기(개인 활동)
느낀 점
제2장 문학과 글로컬 역량 61
【체험의 숲】
체험 항목 활동 내용
우리 지역 다문화 센터 및
다문화 관련 공공기관 조사
외국인을 대하는
우리의 시선
외국인과 공존하는
삶의 방식
62 문학과 삶(슬로리딩)
3 황석영의 <바리데기>
<객지>, <삼포가는 길> 등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소설가 황석영은 한국전쟁과 분단, 냉전 체
제와 독재, 산업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깊이 있게 천착한 한국을 대표하는 리얼리즘 작가
이다. 1989년 방북으로 인해 미국과 독일 등지에서 오랜 망명 생활을 이어간 그는 귀국하자
마자 한동안 옥고를 치른다. 그 후 방북과 해외 체류 과정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오래된 정
원>, <손님>, <심청>, <연꽃의 길>, <바리데기> 등을 발표한다. 이 중 장편소설 <바리데기>는
작가가 이 시기에 발표한 여러 소설 가운데서도 문학적으로 큰 성과를 얻은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바리데기>는 동북아시아 샤먼의 전통을 잇는, 죽은 이를 저승으로 천도하는 황천무가(黃泉
巫歌) ‘바리공주 설화’를 차용하고 있는 소설이다. 오귀대왕의 일곱째 딸로 태어난 바리공주는
딸이라는 이유로 버려져 궁 밖에서 자라지만 병든 부모와 해후한 뒤 부모를 구하고자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며 고생한 끝에 생명수를 구한다. 황석영 작가는 이러한 바리공주 설화를 21세
기를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들이 직면한 현실 문제로 실감나게 재현해 낸다. 소설은 인간 세계
와 동물 세계, 영혼 세계 등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전개되는 독특한 서사 구조를
취한다.
큰무당이었던 조상의 능력을 물려받아 영혼, 귀신, 동물 등과도 소통하는 영험함을 지닌 주
인공 바리는 가난과 억압에서 벗어나기 위해 북한을 탈출한다. 가족들과도 헤어지고 혼자 남
게 된 그녀는 중국 연길을 거쳐 다롄으로 이주하지만 결국 그곳에서도 정착하지 못한다. 밀항
선을 타고 영국으로 건너간 바리는 파키스탄 사람 알리를 만나 결혼하게 되나 그 이후에도
그녀의 험난한 삶은 계속 이어진다. 설화의 바리공주가 생명수를 구하러 서역에 간 것처럼 소
설 속의 바리는 21세기 자본의 그늘 아래 있는 불행한 사람들을 위해 생명수를 찾아 나선다.
작가는 바리의 이와 같은 행보를 통해 초국가적이고 탈경계적인 인물들의 해외 이주 과정과
그 후의 적응 문제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것은 탈북, 전쟁, 기아, 테러 등으로 고통받
는 사람들의 힘겨운 삶의 여정으로 구체화된다. 작가는 기근과 재해로 죽어가는 사람들, 가난
과 억압의 장소에서 탈출하는 난민들, 밀항선에 올라 폭력과 학대를 당하는 사람들의 수난사
는 물론, 9·11 테러, 아프가니스탄 전쟁, 런던 지하철 테러들을 통해 폭력적인 세계 현실의
참상을 실감나게 드러낸다.
소설에서 바리가 새로운 생명수를 찾아 서천으로 가는 긴 여정을 통해 작가는 오늘을 살아
가는 독자들이 문화와 종교, 빈부 차이의 이데올로기를 넘어 세계 시민으로서 다원적 조화를
추구할 것을 강조한다. 그렇다면 소설 속에서 바리가 찾는 생명수는 무엇을 의미할까? 이는
세계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작가가 던지는,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물음과도 맞닿아
있는 것이라 하겠다.
제2장 문학과 글로컬 역량 63
【읽기의 숲】
…… (중략) ……
제2장 문학과 글로컬 역량 65
…… (중략) ……
【이야기의 숲과 쓰기의 숲】
【질문의 숲】
질문과 대답
수업 일자 학과(부)
학번 이름
질문 만들기(개인 활동)
느낀 점
제2장 문학과 글로컬 역량 73
【체험의 숲】
세계 시민으로서 갖출 자질 생활 속 실천 방안 기타
74 문학과 삶(슬로리딩)
【읽기의 숲】
의 땅을 밟지 못하도록 하고 계십니다.
이것이야말로 무기를 빌려 적에게 내어주는 일이며, 도적에게 양식을 지원하는 일이 아
닐 수 없습니다. 진나라에서 생산된 물품이 아니라 해도 진귀한 가치를 갖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또 진나라 출신 인재가 아니라 해도 진나라에 헌신하기를 원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지금 타국 출신 인재들을 쫓아내어 적국을 돕게 하신다면 백성들을 덜어내어
적국의 힘으로 보태주는 일이 될 것입니다. 자기의 내부를 비우고, 밖으로 제후들과 원수
를 맺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서 국가에 위기가 없기를 바라신다면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라 하겠습니다.
【이야기의 숲과 쓰기의 숲】
【질문의 숲】
이사는 인재의 임용 조건으로 재능, 품행, 덕성을 꼽았다. 현대사회는 글로컬 역량을 중요한
능력으로 요구하는 시대이다. 글로컬 역량의 배양과 관련하여 질문을 만들어 보고 이에 대해
토론해 보자.
질문과 대답
수업 일자 학과(부)
학번 이름
질문 만들기(개인 활동)
느낀 점
80 문학과 삶(슬로리딩)
【체험의 숲】
항목 글로컬
내적 수용의 측면
외적 확산의 측면
느낀 점
제2장 문학과 글로컬 역량 81
【감상의 숲】
하종오
중국에서 철수하여 인도에 세운
어패럴공장에 근무하는
그는 토요일 오후에는
갠지스 강가로 나가서
도무지 알 수 없는 인생을 생각한다
【문제 은행】
9 국내에 들어오는 ‘난민’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하여 토론해 보자.
3
제 장
문학과 나눔 역량
장영희의 <눈먼 소년이 어떻게 돕는가?>, 맹자의 <양혜왕장>을 텍스트로 하여 관용, 배려, 포
용, 사랑, 행복, 봉사, 공유, 공존 등의 나눔 요소 들을 짚어보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나눔과
배려의 미덕, 포용과 상생의 가치를 이해하고 체득함으로써 우리 학교의 핵심 인재상인 ‘공
유·공명·공감’의 가치관을 구현해 내는 단초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성석제의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는 모자라는 인물로 취급받는 황만근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이다. 이를 통해 물질만능주의와 이기주의가 팽배한 오늘날, ‘인간다움’은 무엇인가에 대
한 성찰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프리드리히 막스 뮐러의 <독일인의 사랑>을 통해서는 가장 강
력한 나눔의 방법인 사랑의 본래적 의미를 사유하고 토론하게 될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아름
다운 사랑의 나눔과 실천이야말로 우리가 우선적으로 가꾸어야 할 역량임에 틀림없다. <독일
인의 사랑>을 통해 사랑하는 법과 사랑의 의미를 생각하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장영희의
<눈먼 소년이 어떻게 돕는가?>는 스스로 장애인으로 살아오면서 이를 형벌이 아니라 하늘이
준 혜택으로 여기며 살아온 작가의 너그럽고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그 견디기 힘
든 아픔들을 건강하고 당당하게 전환시킬 줄 아는 삶의 자세에서 부족함이 또 다른 희망을
낳는 디딤돌이 될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맹자의 <양혜왕장>은 맹자의 사상과 인간적
풍모를 잘 보여주는 명편이다. 맹자는 부국강병을 통해 천하통일을 지향하던 양혜왕을 만나
어진 덕〔仁〕과 그것의 바른 실천〔義〕이야말로 진정한 부국강병의 길이자 천하통일의 첩경임을
말하고 있다. 우리는 이에 대한 읽기를 통해 맹자가 말하는 어진 덕과 바른 실천의 핵심이 타
인에 대한 공감, 공유, 나눔의 정신과 실천에 있다는 점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제3장 문학과 나눔 역량 87
【읽기의 숲】
…… (중략) ……
…… (중략) ……
“농사꾼은 빚을 지마 안 된다 카이.”
(한 번 빚을 지면 그 빚을 갚으려고 무리하게 일을 벌인다. 동네 곳곳에 텅 빈 우사(牛
舍), 마른똥만 뒹구는 축사, 잡초만 무성한 비닐하우스를 보라. 농어민 복지, 소득 향상,
생활 개선? 다 좋다. 그걸 제 돈으로 해야 한다. 제 돈으로 하지 않으면 그건 노름이나
다를 바 없다. 빚은 만근산의 눈덩이, 처마의 고드름처럼 자꾸 커진다.)
“기계화 영농 카더이마 집집마다 바퀴 달린 기계가 및이나 되나. 깅운기, 트랙터, 콤바
인, 이앙기, 거다 탈곡기, 건조기에…… 다 빚으로 산 기라. 농사 지봐야 그 빚 갚느라고
정신없다.”
제3장 문학과 나눔 역량 91
으로 감복시켰다.
선생은 천성이 술을 좋아하였는데 사람들은 선생이 가난한 것은 술 때문이라고 했다.
선생은 어느 농사꾼보다 부지런했고 농사일에도 익어 있었다. 문중 땅과 나이가 들어 농
사가 힘에 부친 사람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지었다. 농사를 짓되 땅에서 억지로 빼앗지 않
고 남으면 술을 빚어 가벼운 기운은 하늘에 바치고 무거운 기운은 땅에 돌려주었다. 그
러므로 선생은 술로써 망한 것이 아니라 술의 물감으로 인생을 그려나간 것이다. 선생이
마시는 막걸리는 밥이면서 사직(社稷)의 신에게 바치는 헌주였다. 힘의 근원이고 낙천(樂
天)의 뼈였다.
전일에, 선생은 경운기를 끌고 면 소재지로 갔지만 경운기를 타고 온 사람이 없어 같
이 갈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선생은 다시 경운기를 끌고 백릿길을 달려 약속 장소인 군
청까지 갔다. 가는 동안 선생은 여러 번 차에 부딪힐 뻔했다. 마른 봄바람에 섞인 먼지가
눈을 괴롭혔다. 날은 흐렸고 추웠다. 이윽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경운기에는 비를 피
할 만한 덮개가 없어서 선생은 뼛속까지 젖어드는 추위에 몸을 떨었다. 선생이 군청 앞
까지 갔을 때 이미 대회는 끝나고 아무도 없었다. 어머니에게 가져다줄 생선을 사고 몸
을 녹인 선생은 날이 어두워 오는 줄도 모르고 경운기에 올라 집으로 향했다. 경운기에
는 빠르게 달리는 차량의 주의를 끌 만한 표지가 없어서 선생은 몇 번이나 사고를 당할
뻔했다. 그때마다 멈추었다가 다시 출발하는 바람에 시간은 점점 늦어졌다. 어두워지면서
경운기는 길옆의 논으로 떨어졌고 수레는 부서졌다. 결국 선생은 그 밤 안으로 집에 돌
아갈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선생은 경운기에 실려 있는 땅의 젖에 취하여 경운기 옆에
앉아 경운기를 지켰다. 그러나 경운기는 선생을 지켜주지 않았다. 추위와 졸음으로부터
선생을 지켜주지 못했다. 아아, 선생이 좀 더 살았더라면 난세의 혹염에 그늘의 덕을 널
리 베푸는 큰 나무가 되었을 것이다.
어느 누구도 알아주지 아니하고 감탄하지 않는 삶이었지만 선생은 깊고 그윽한 경지를
이루었다. 보라. 남의 비웃음을 받으며 살면서도 비루하지 아니하고 홀로 할 바를 이루어
초지를 일관하니 이 어찌 하늘이 낸 사람이라 아니할 수 있겠는가. 이 어찌 하늘이 내고
땅이 일으켜 세운 사람이 아니랴.
단기 사천삼백삼십년 오월 스무날
【이야기의 숲과 쓰기의 숲】
등장인물 성격 유사한 인물
황만근
민씨
이장
마을 사람들
【질문의 숲】
질문과 대답
수업 일자 학과(부)
학번 이름
질문 만들기(개인 활동)
느낀 점
제3장 문학과 나눔 역량 95
【체험의 숲】
‘소셜 픽션’이란 미래를 상상하는 활동을 통하여 어려운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
를 찾는 사회 혁신 기획을 의미한다. 아래 표를 이용하여 ‘나눔’과 관련된 이상적인 미래 사회
를 그려보는 소셜 픽션을 구성해 보자.
소셜 픽션
소셜 픽션 주제
주제 선정 이유
실천 가능한
활동 예시
실천 계획
96 문학과 삶(슬로리딩)
치라고 생각한다. 나누고 희생하고 기다리는 <독일인의 사랑>은 한국의 청년들에게 사랑에 대
한 방법과 사랑의 소중함, 사랑의 의미를 생각하게 함으로써 ‘한국인의 사랑’이 어떠해야 하는
지 그 방향과 해답을 제시해 주고 있다. 나눔이라고 하면 봉사, 기부, 공유의 실천을 우선적으
로 고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쉬운 나눔의 실천 방법이 바로 사랑이다. 그러한 사
랑의 실천이 하나하나 모이다보면 나눔 역량은 자연스럽게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
【읽기의 숲】
일곱 번째 회상
생각들을 교환한 후에 인간들의 마음이 흡족함을 느끼고 침묵을 하면, 사람들은 천사가
방 안을 날고 있다고 곧잘 말들을 한다. 나는 마치 평화와 사랑의 천사가 우리들 위에서
나지막이 날갯짓 하는 소리를 듣는 것 같았다. 나의 시선이 그녀에게 머무르는 동안, 그
녀의 사랑스런 자태도 여름밤의 어스름 빛 속에 성스럽게 변용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
고 다만 내 손에 잡혀 있는 그녀의 손만이 나에게 그녀의 실제적인 현실의 느낌을 주
었다.
그때 그녀의 얼굴 위로 한 줄기 밝은 빛이 비쳤다. 그녀도 그것을 느꼈다. 그리고 눈을
뜨더니 의아하다는 듯 나를 보았다. 반쯤 감긴 속눈썹이 베일처럼 덮고 있는 그녀의 신비
스런 안광이 번개처럼 번쩍 했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침내 나는 만월이 두 언덕
사이로 성채를 마주 보며 천연히 떠올라 호수의 온 마을을 다정한 미소로 비추는 것을
보았다. 그토록 아름다운 자연, 그토록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을 나는 일찍이 본 적이 없
었다. 나에게 그렇게 성스러운 평안이 영혼을 통해 흐른 적이 없었다.
“마리아” 하고 나는 말했다. “이처럼 내 마음이 깨끗해진 이 순간에 나의 모든 사랑을
그대에게 고백하게 해 주십시오. 우리가 지상을 초월한 가까움을 그렇게 강하게 느끼고
있는 곳에서, 우리를 다시는 떼어 놓지 않을 영혼의 맺음을 하게 해 주십시오. 사랑이 어
떤 것이든 간에, 마리아,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느끼고 있습니다. 마리아, 당신은 나의 것
입니다. 왜냐하면 나는 당신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회상
그녀는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말을 했다.
“이렇게까지 된 것이, 그리고 내가 직접 당신에게 모든 것을 말하는 편이 차라리 잘된
일인지 몰라요. 친구여, 우리가 보는 것은 오늘로 마지막이에요. 불평이나 노여움 없이 편
안한 마음으로 우리 헤어지도록 해요. 나는 많은 죄를 지었어요. 그리고 나는 그것을 느
껴요. 하나의 나지막한 숨소리라도 자주 꽃잎을 떨어뜨린다는 생각도 없이 내가 너무 당
신의 삶에 깊이 들어간 거예요. 나는 세상을 그렇게 조금밖에 몰라요. 나와 같은 한 가련
하고 병든 인간이 당신에게 동정 이상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았어요.
98 문학과 삶(슬로리딩)
…… (중략) ……
【이야기의 숲과 쓰기의 숲】
1 “도시 전체가 우리에 관해서 말들을 하고 있어요. 영주인 내 동생은 후작님께 편지를 올렸고,
후작님은 내가 당신을 다시는 만나지 말라고 요구하셨어요. 나는 당신에게 이러한 아픔을
준비하라고 하는 것에 대해 깊이 후회하고 있어요. 당신은 나에게 미안하다고 말해 주세요.
그러한 다음 우리는 친구로서 헤어지는 거예요.”에서 마리아는 여러 가지 제약으로 인해
이별 선언을 하는데 우리 시대에도 이처럼 사랑을 방해하는 요소로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
보고 그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 보자.
3 이 이야기의 마지막 장면은 사랑을 고백하고 감정을 나누었지만 마리아의 죽음으로 비극적
으로 끝나게 된다. 왜 그러한 결말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야기 나누어 보자.
4 “그토록 아름다운 자연, 그토록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을 나는 일찍이 본 적이 없었다. 나에게
그렇게 성스러운 평안이 영혼을 통해 흐른 적이 없었다.” 이와 같은 사랑의 장면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면 한 편의 수필 같은 아름다운 글로 작성해 보자.
【질문의 숲】
질문과 대답
수업 일자 학과(부)
학번 이름
질문 만들기(개인 활동)
느낀 점
제3장 문학과 나눔 역량 105
【체험의 숲】
체험 항목 활동 내용
내가 아는
사랑 이야기
남이 들려주는
사랑 이야기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란?
106 문학과 삶(슬로리딩)
【읽기의 숲】
사람마다 하나씩 조건이 있어 학생들이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고 논란의 여지가 많게끔
만들어진 문제였다. 그래도 토론을 시작하자마자 학생들이 별 의견 교환 없이 간단히 제
108 문학과 삶(슬로리딩)
【이야기의 숲과 쓰기의 숲】
2 자신이 새로운 조직(국가, 사회, 정당, 시민단체)을 만든다고 가정할 때 함께하고 싶은 존재를
5명 이상 제시하고 그 이유에 대해 말해 보자.(예: 인공지능, 군인, 개그맨, 임신한 여성,
역사가, 특정 장애인, 애완동물 등)
수녀:
의사:
눈먼 소년:
교사:
갱생한 창녀:
여가수:
정치가:
여류 핵물리학자:
농부:
나 자신:
【질문의 숲】
질문과 대답
수업 일자 학과(부)
학번 이름
질문 만들기(개인 활동)
느낀 점
제3장 문학과 나눔 역량 113
【체험의 숲】
현재 지금 당장 나눌 수 있는 것 지금 당장 배려 받고 싶은 것
※물질적·
정신적·
재능 차원
등
4 맹자의 <양혜왕장>
맹자는 전국시대의 사상가, 정치가, 교육가로서 공자의 학설을 계승한 유학의 중요한 인물이
다. 어린 시절 부친을 잃고 편모슬하에서 성장하였으나 공자의 문인인 자사(子思)에게 공부하
여 사상을 성숙시킨다. 그래서인지 그의 학문은 공자의 학설을 계승한 제자들 중 자사와 친연
성을 갖는다. 이 점에 착안하여 순자는 자사와 맹자를 한 계열로 분류하였고, 이로 인해 두
사람은 이후 유학에서 ‘자사와 맹자학파〔思孟學派〕’로 불리게 된다.
그의 성장에는 모친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특히 교육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맹자
의 어머니가 3번 이사한 이야기〔孟母三遷〕’가 널리 이야기된다. 그는 학문을 완성한 뒤 관직
없는 일반 지식인〔士〕의 신분으로 양(梁), 제(齊), 송(宋), 등(滕), 노(魯)나라 등의 제후국을
순방하면서 그 주된 정치사상인 어짊에 바탕한 정치〔仁政〕의 구현을 위해 노력하였다. 당시
강대국들이 부국강병에 치중하여 무력으로 천하를 통일하고자 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던 상황
에서 맹자의 정치적 주장은 이상론으로 치부되곤 하였다. 다만 일시적으로 제나라 군주인 제
선왕(齊宣王)에게 채용되어 ‘초빙 재상〔客卿〕’의 역할을 수행한 일이 있다. 이후 그는 고향으
로 돌아가 후학의 양성에 힘쓰게 되는데 그 주된 사상은 『맹자』에 수록되어 있으며, 이는 이
후 유학의 정통을 잇는 주된 사상으로 인정되어 유학을 대표하는 사대 명저〔四書〕에 꼽히게
된다.
『맹자』에 수록된 <양혜왕장(梁惠王章)>은 맹자의 사상과 인간적 풍모를 드러내어 보여주는
명편이다. 전국시대의 정치풍토를 걱정한 맹자는 부국강병을 통한 천하통일을 지향하던 양혜
왕을 만나 어진 덕〔仁〕과 그것의 바른 실천〔義〕이야말로 진정한 통일국가를 성취하는 첩경임
을 강조한다.
특히 양혜왕과의 대화에서 맹자는 이익보다는 인의(仁義), 백성들과 행복을 함께 나누는 국
가〔與民同樂〕, 어짊에 바탕한 국가의 통치〔仁政〕, 하늘의 도리를 정치에 실천하는 왕도(王道)
정치 등 후세 정치에 금과옥조가 되는 주장들을 피력한다. 이러한 정치적 사상을 주장하고 전
파하는 데 있어서 맹자가 보여주는 도도한 정치적 웅변, 인간에 대한 깊은 신뢰와 사랑은 이
<양혜왕장>이 천고의 명작으로 꼽혀온 이유가 된다.
양혜왕은 위(魏)나라의 전성 시기에 즉위한 군주로서 엄밀하게 말하자면 위혜왕(魏惠王)이지
만 당시의 수도가 양(梁) 땅에 위치하고 있으므로 별칭으로 불리게 된 이름이다. 그는 자신의
재위 시기에 국력의 쇠퇴를 맛본 군주로서 이러한 상황을 되돌리기 위해 노력하던 시기에 맹
자를 만나 정치적 방책을 문의하게 되는데 그것이 ‘읽기의 숲’에 제시된 문장에 잘 나타나 있다.
제3장 문학과 나눔 역량 115
【읽기의 숲】
누대 세우는 일 서둔 적 없건만
서민들이 스스로 왔네
왕께서 동물원에 가시니
암사슴이 풀밭에 앉아있네.
1) 『詩經·大雅·靈臺』
2) 『尙書·湯誓』 탕(湯) 임금이 하(夏)의 폭군 걸(桀)을 토벌할 때 나온 말이다.
3) 약 100m×30m 가량의 넓이
제3장 문학과 나눔 역량 119
【이야기의 숲과 쓰기의 숲】
1 맹자는 이익의 다툼이 국가와 사회를 경쟁과 투쟁의 소용돌이에 빠뜨리는 계기가 될 수 있
다고 하면서 그 대안으로 어짊〔仁〕과 의로움〔義〕이라는 지향점을 제시하였다. 맹자가 지적
한 것처럼 이기적 이익의 다툼은 전체적 불평등과 결핍감, 나아가 세계적 혼란을 불러오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이기적 이익 다툼을 대신하여 사회적 공감을 얻을 수 있으며 행복감을
선물하는 미덕으로 어떠한 것들이 있을지 말해 보자.
3 맹자는 부국강병의 정치를 살인에 비유하면서 사람들이 행복과 안정을 느끼도록 해주는 민본
주의 정치를 주장하였다. 현대의 정치적 상황에서도 국민소득과 행복지수의 비연관성이 나
타나는 경우가 있다. 국민의 행복을 지향하는 정치와 국가의 부강을 지향하는 정치의 차이
에 대해 토론해 보자.
【질문의 숲】
맹자는 일국의 군주를 앞에 두고 날카로운 질문을 통해 정치의 본질을 깨닫게 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정치인들에게 던지고 싶은 질문을 만들어 보고, 그에 대해 토론해 보자.
질문과 대답
수업 일자 학과(부)
학번 이름
질문 만들기(개인 활동)
느낀 점
제3장 문학과 나눔 역량 121
【체험의 숲】
공동체 내용
공동체, 또는
이상국가의 명칭
공동체, 또는
이상국가의 상징
공동체, 또는
이상국가의 지향점
1.
2.
3.
공동체, 또는
이상국가의 조건
4.
5.
122 문학과 삶(슬로리딩)
【감상의 숲】
즐거운 편지
황동규
【문제 은행】
6 사적 나눔과 공적 분배,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 기업의 사회공헌 등에 대해 토론해 보자.
제4장
문학과 소통 역량
제4장 문학과 소통 역량 127
4
제 장
문학과 소통 역량
【읽기의 숲】
…… (중략) ……
…… (중략) ……
누군가 큐마트 안으로 들어왔다. 파란색 야구모자를 눌러쓴 이십대 후반의 남자였다.
남자는 철제 선반 사이를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물건을 고르고 있었다.
그때였다. 도로에서 갑자기 끼익 ―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와 큐마트 청년과 야구모자
를 쓴 사내는 동시에 창밖을 쳐다보았다. 편의점 유리창 밖에서 한 여고생이 눈앞에서
붕 ― 하고 떠올랐다 도로 위로 떨어져나갔다. 횡단보도 앞, 은색 쏘나타 한 대가 놀란 듯
멈추어 서 있는 게 보였다. 쏘나타는 당황했는지 갑자기 전속력을 내며 그곳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큐마트 청년은 밖으로 곧장 뛰어나갔다. 나는 얼어붙은 듯 그 자리에 서 있었
다. 유리창 너머로 사람들이 모여드는 게 보였다. 그중에는 패밀리마트의 주인여자도 있
었다. 사람들은 각기 휴대폰을 들고 경찰서, 애인, 가족에게 전화하는 듯했다. 여고생은
머리가 박살난 채, 뒤집어진 교복 치마 사이로 희멀건 하체를 드러 내놓고 있었다. 사람
들은 현장에 둥그렇게 모여 있었으나, 끔찍했던 탓인지 아무도 여고생 곁에 다가가지 않
고 있었다.
나는 계산대 앞으로 갔다. 그런데 그때, 파란색 야구모자를 눌러쓴 남자가 계산대 앞의
복권을 한 뭉치 집어 자신의 앞가슴에 넣고 있었다. 나는 간이 가판대 쪽으로 황급히 몸
을 돌렸다. 동시에 아르바이트 청년의 휴대폰에서 문자메씨지의 도착을 알리는 신호음이
들렸다. 순간, 파란 야구모자와 나는 눈이 마주쳤다. 나는 숨이 멎는 것 같았다. 내가 한
번 더 시선을 피하려는데 전자레인지가 땡 ― 하는 소리를 내며 작동을 멈췄다. 그와 나
의 팽팽한 시선 사이에서 그 소리는 아교를 잘 먹인 현악기의 줄처럼 정말 가볍게 튀어
올랐다. 내 눈과 마주친 작고 깊은 눈, 모든 것이 싱싱한 이곳에서 그의 눈은 왠지 몹시
상해 보였다. 그리고 …… 낯이 익었다. 나는 태연한 척하며, 그의 얼굴을 어디에서 봤는
지 기억해내려고 애썼다. 어디에서였더라? 패밀리마트에서 봤던가? 엘지25시에서 봤던
가? 어디에서였지? 그러나 나는 그를 기억해낼 수 없다. 다만 어쩌면 그도 나처럼 편의
점이 없으면 존재하지 않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만이 스치고 지나갔을 뿐이다. 곧이
어 청년이 헉헉대며 큐마트 안으로 들어왔다. 나와 파란 야구모자 사내는 얌전하게 계산
대 앞에 서 있었다.
“봤어요? 팬티가 훤히 다 드러났어요.”
136 문학과 삶(슬로리딩)
【이야기의 숲과 쓰기의 숲】
【질문의 숲】
질문과 대답
수업 일자 학과(부)
학번 이름
질문 만들기(개인 활동)
느낀 점
제4장 문학과 소통 역량 139
【체험의 숲】
내가
사는
장소
140 문학과 삶(슬로리딩)
2 이태준의 <복덕방>
【읽기의 숲】
오른 데가 많다.
“다 산 나이에 오래 끌건 뭐 있나. 당년으로 넘겨두 최소한도 오 환씩야 무려할 테
지……”
혼자 생각한 초시는
“대관절 어디란 말야 거기가?”
하고 나앉으며 물었다.
“그걸 낸들 아나?”
“그럼”
“그 모씨라는 이만 알지. 그리게 날더러 단 만 원이라도 자본을 운동하면 자기는 거기
서도 어디어디가 요지라는 걸 설계도를 복사해낸 사람이니까 그 요지만 산단 말이지. 그
리구 많이두 바라지 않어. 비용 죄다 제치구 순이익의 이할만 달라는 거야.”
“그럴 테지…… 누가 그런 자국을 일러주구 구경만 하쟈겠나…… 이할이라…… 이
할……”
초시는 생각할수록 이것이 훌륭한, 그 무슨 그루터기가 될 것 같았다. 나진의 선례도
있거니와 박희완 영감 말이 만주국이 되는 바람에 중국과의 관계가 미묘해짐으로 황해 연
안에도 으레 나진과 같은 사명을 갖는 큰 항구가 필요할 것은 우리 상식으로도 추측할
바이라 하였다. 초시의 상식에도 그것을 믿을 수 있었다.
일 년이 지났다.
모두 꿈이었다. 꿈이라도 너무 악한 꿈이었다. 삼천 원어치 땅을 사 놓고 날마다 신문
을 훑어보며 수소문을 하여도 거기는 축항이 된단 말이 신문에도, 소문에도 나지 않았다.
용당포(龍塘浦)와 다사도(多獅島)에는 땅값이 삼십 배가 올랐느니 오십 배가 올랐느니 하
고 졸부들이 생겼다는 소문이 있어도 여기는 감감소식일 뿐 아니라 나중에 역시, 이것도
박희완 영감을 통해 알고 보니 그 관변 모씨에게 박희완 영감부터 속아 떨어진 것이었다.
축항 후보지로 측량까지 하기는 하였으나 무슨 결점으로인지 중지되고 마는 바람에 너무
기민하게 거기다 땅을 샀던, 그 모씨가 그 땅 처치에 곤란하여 꾸민 연극이었다.
돈을 쓸 때는 일 원짜리 한 장 만져도 못 봤지만 벼락은 초시에게 떨어졌다. 서너 끼씩
굶어도 밥 먹을 정신이 나지도 않았거니와 밥을 먹으러 들어갈 수도 없었다.
“재물이란 친자 간의 의리도 배추 밑 도리듯 하는 건가?”
탄식할 뿐이었다. 밥보다는 술과 담배가 그리웠다. 물론 안경다리는 그저 못 고쳤다. 그
러나 이제는 오십 전짜리는커녕 단 십 전짜리도 얻어 볼 길이 없다.
추석 가까운 날씨는 해마다의 그때와 같이 맑았다. 하늘은 천리같이 티였는데 조각구름
들이 여기저기 널리었다. 어떤 구름은 깨끗이 바래 말린 옥양목처럼 흰 빛이 눈이 부시
다. 안 초시는 이번에도 자기의 때 묻은 적삼 생각이 났다. 그러나 이번에는 소매 끝을
불거나 떨지는 않았다. 고요히 흘러내리는 눈물을 그 더러운 소매로 닦았을 뿐이다.
【이야기의 숲과 쓰기의 숲】
소통 단절의 예시 극복 방안
제4장 문학과 소통 역량 147
【질문의 숲】
질문과 대답
수업 일자 학과(부)
학번 이름
질문 만들기(개인 활동)
느낀 점
148 문학과 삶(슬로리딩)
【체험의 숲】
항목 소통 방식 장점 단점 단점 극복 방안
과거
현재
미래
제4장 문학과 소통 역량 149
【읽기의 숲】
…… (중략) ……
다녔다.
긴 저녁시간 동안 한 번은 한쪽 옆문이, 또 한 번은 다른 쪽 옆문이 빠끔히 열렸다가
재빨리 닫혔다. 누군가가 들어오려고 하다가 선뜻 들어오지 못하고 망설이는 모양이었다.
그레고르는 그 주저하는 방문자를 어떻게든 방안으로 들어오게 하거나 적어도 그가 누구
인지를 알아내기로 작정하고 거실로 나가는 문 바로 옆에 가만히 엎드렸다. 그러나 문은
더 이상 열리지 않았다. 아무리 기다려도 허사였다. 문들이 잠겨있던 아침에는 모두가 들
어오려고 하더니, 문이 모두 열려 있는 지금은 ― 아침의 소란 때 그가 하나를 열었고, 그
후 그가 자는 사이 다른 문들도 누군가 분명 열어 두었으나 ― 아무도 그의 방에 들어오
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젠 열쇠들도 모두 문 바깥쪽에 꽂혀 있었다.
밤늦게야 거실의 불이 꺼졌다. 부모님과 여동생은 그렇게 밤늦도록 자지 않고 있었던
것임에 분명했다. 세 사람 모두 발끝으로 살금살금 멀어져가는 소리가 똑똑히 들렸기 때
문이다. 이제 다음날 아침까지는 아무도 그레고르에게 들어오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따
라서 그는 이제 자신의 삶을 어떻게 새로이 정리해 나갈 것인지를 혼자서 방해받지 않고
숙고해 볼 충분한 시간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속절없이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어야 하
는 이 높고 텅 빈 방이 그를 불안하게 했다. 영문을 통 알 수가 없었다. 이 방은 그가 오
년 동안 지내온 자신의 방이 아니던가. 여하튼 그는 알 수 없는 가벼운 수치심을 느끼며
반쯤은 무의식적으로 몸을 홱 돌려 소파 밑으로 기어들어갔다. 등이 약간 눌렸고 고개도
쳐들 수 없었지만 금방 마음이 편안해졌다. 단지 몸뚱이가 너무 넓적하여 소파 밑으로
완전히 들어갈 수 없는 것이 유감스러울 뿐이었다.
그는 밤새도록 소파 밑에 머물렀다. 가끔 졸다가 배가 고파 여러 번 깨기도 하고, 걱정
과 막연한 희망 속에 하염없이 생각에 잠기기도 했지만, 그로부터 얻게 된 결론은 우선
은 침착하게 처신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현재 자신의 상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어나게 될 불쾌한 일들을, 가족들이 인내심과 최대한의 배려심을 가지고 참아낼 수 있
도록 해야 한다고 속으로 굳게 다짐했다.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새벽에 그레고르는 자기가 했던 결심을 시험해 볼
기회를 얻게 되었다. 거실로부터 여동생이 옷을 거의 다 차려입은 채로 다가와 문을 열
고는 숨을 죽이고 가만히 방안을 들여다보았던 것이다. 그녀는 금방 그를 찾아내지는 못
했지만 그가 소파 밑에 있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는 ― 나 참, 분명 어딘가에 있을 텐데,
그냥 날아가버렸을 리는 없을 테고 ― 너무 놀란 나머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밖에서 다
시 문을 쾅 닫아버렸다. 그러나 그녀는 곧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는지 금방 문을 다시 열
고는 중환자나 낯선 사람에게 다가오기라도 하듯 발끝으로 살금살금 걸어 방안으로 들어
왔다. 그레고르는 소파의 가장자리까지 머리를 내밀고 그녀를 관찰했다. 그가 우유를 마
시지 않고 내버려둔 것이 배가 고프지 않아서가 아니란 걸 그녀는 알아차릴까? 그리하여
그녀는 그의 구미에 더 맞는 다른 음식을 가져다주지 않을까? 그는 여동생이 스스로 알
아서 그렇게 해주지 않는다면 그렇게 하도록 그녀를 깨우쳐주기보다는 차라리 굶어 죽는
제4장 문학과 소통 역량 155
【이야기의 숲과 쓰기의 숲】
【질문의 숲】
질문과 대답
수업 일자 학과(부)
학번 이름
질문 만들기(개인 활동)
느낀 점
158 문학과 삶(슬로리딩)
【체험의 숲】
사람은 누구나 다양한 유형의 소통을 하며 살아간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경험한 나만의
‘소통 메뉴판’을 만들어 보자.
소통 일지 쓰기
항목 - 유형별 ‘소통 경험 메뉴판’
만족스러운 경험(사례) 불만족스러운 경험(사례)
개인 간 의사소통:
통화, 채팅, 면담,
상담, 조언 등
개인과 다수 간의
의사소통:
연설, 발표, 프레젠
테이션 등
다수와 다수 간의
의사소통:
토론, 토의, 단톡 등
제4장 문학과 소통 역량 159
【읽기의 숲】
1) 삼려대부는 종묘의 제사를 주관하고 굴(屈), 경(景), 소(昭)의 3대 족벌가 자제들의 교육을 관리하는 관직으
로서 그것이 세 가문(三閭)을 관리하는 일이었으므로 갖게 된 벼슬명칭이다.
2) ‘녀다’는 가다의 고어로서 ‘녀던 길’은 성현들이 실천한 길과 남겨놓은 가르침을 뜻한다.
제4장 문학과 소통 역량 163
【이야기의 숲과 쓰기의 숲】
1 <어부 이야기>에 그려진 어부와 굴원은 상반된 인생관과 처세관을 가지고 있다. 각자 어느
편을 선호하는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야기해 보자.
【질문의 숲】
질문과 대답
수업 일자 학과(부)
학번 이름
질문 만들기(개인 활동)
느낀 점
제4장 문학과 소통 역량 165
【체험의 숲】
항목 입장(굴원-어부) 이유
정치
경제적 분배
교육
세대 갈등
남북관계
퇴직 후 삶
166 문학과 삶(슬로리딩)
【감상의 숲】
숲
강은교
나무 하나가 흔들린다
나무 하나가 흔들리면
나무 둘도 흔들린다.
나무 둘이 흔들리면
나무 셋도 흔들린다.
이렇게 이렇게
나무 하나의 꿈은
나무 둘의 꿈
나무 둘의 꿈은
나무 셋의 꿈
나무 하나가 고개를 젓는다.
옆에서
나무 둘도 고개를 젓는다.
옆에서
나무 셋도 고개를 젓는다.
아무도 없다
아무도 없이
나무들이 흔들리고
고개를 젓는다.
이렇게 이렇게
함께.
【문제 은행】
7 각각의 구체적 현장에는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원리가 있다. 운동, 사람관계, 공부, 일 등
어떤 영역에서 다양한 현상들을 하나로 꿰는 원리를 발견하고 자유를 획득한 경험이 있다
면 이에 대해 글로 표현해 보자.
8 각자 자신의 능력과 진실성을 알아주지 못하는 세상에 대한 원망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말해 보자.
제5장
문학과 융합 역량
제5장 문학과 융합 역량 171
5
제 장
문학과 융합 역량
【읽기의 숲】
…… (중략) ……
【이야기의 숲과 쓰기의 숲】
3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이른바 ‘파괴적 창조’ 혹은 ‘창조적 파괴’의 시대라 일컬어진다. 여러분
이라면 무엇을 파괴하고 무엇을 창조하고 싶은지 말해 보자.
【질문의 숲】
질문과 대답
수업 일자 학과(부)
학번 이름
질문 만들기(개인 활동)
느낀 점
180 문학과 삶(슬로리딩)
【체험의 숲】
내가 경험한, 내가 기대하는 현실 속의 융합
항목 참고
사례 효과
정치·경제 빅데이터
유비쿼터스 헬스
자연·과학
케어, 보행 보조
·기술(의생명)
로봇, 분자 요리
스마트 복지
사회
(독거노인 간병)
문화·예술 테크노아트
진화심리학,
교육
진화경제학
스포츠 E-스포츠
제5장 문학과 융합 역량 181
한 시민이 바이어리에게 자신을 때려 보라고 한다. 로봇공학의 3원칙에 따르면 로봇은 인간을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 바이어리는 머뭇거리다가 그 시민을 때린다. 시민을 때린 이 행위로
인해 바이어리는 로봇이라는 의심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시장에 당선되었다.
이 이야기는 시장에 당선된 로봇이라는 매우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가 사는 사회
는 이미 로봇이나 컴퓨터, 기계가 인간과 밀접한 관계 속에 있다. 또한 인간과 로봇이 전혀
구분되지 않는 미래가 곧 도래할 가능성도 있다. 이 소설은 로봇이 인간의 영역에서 많은 부
분을 차지할 것이며 그러한 로봇과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게 한다. 특히
인간의 직업을 대신하거나 완벽하게 수행하는 로봇의 출현에 인간들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
지를 미리 보여 주고 있다. 이 소설을 읽어보면 수잔 캘리 박사가 로봇에 대응하는 방식에 의
견이 엇갈릴 것이다. 그녀는 로봇이라는 이질적인 존재에 프로그래밍된 사고가 윤리를 지향하
는 인간의 사고에서 기인했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인간보다 더 윤리적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로봇이 오히려 인간보다 나은 정치를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융합이라고 하는 것은 다른 종류의 것을 합쳐 창조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인간과
로봇이라는 서로 다른 존재가 합쳐지는 것, 인간과 로봇이 함께 살아가는 것도 미래 사회 융
합의 핵심 문제이니 만큼 꼭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인간과 로봇의 창조적인 융합이 가
깝게는 나의 직업 선택의 폭을 넓힐 것이며 어쩌면 나아가서는 인류의 지속적인 미래를 보장
하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제5장 문학과 융합 역량 183
【읽기의 숲】
…… (중략) ……
물이지!”
그러자 바이어리는 입술을 꼭 깨물고는 군중 수만 명이 쳐다보고 있고, 영상을 통해 전
세계가 지켜보는 앞에서 주먹을 뒤로 빼더니 남자의 턱을 제대로 때렸다. 남자는 뒤로 물
러나며 푹 쓰러졌다. 어이없어하는 얼굴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바이어리가 말했다.
“미안합니다. 이분을 잘 보살펴 드리세요. 연설이 끝나고 나면 이분하고 이야기를 나누
고 싶습니다.”
수잔 캘빈 박사는 예약석에서 일어나 자동차를 타고 떠났다. 충격에서 겨우 벗어난 기
자 한 명이 그녀를 뒤쫓아가며 들리지 않는 질문을 외쳐댔다. 수잔 캘빈은 어깨너머로 소
리쳤다.
“그는 인간이에요.”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리고 바이어리의 나머지 연설은 ‘말은 해도 들리지 않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수잔 캘빈 박사와 스테판 바이어리가 다시 만났다. 바이어리가 시장에 취임하기 일주일
전, 자정이 지난 늦은 시각이었다.
수잔 캘빈 박사가 말했다.
“피곤해 보이지 않는군요.”
시장 당선자가 빙그레 웃었다.
“오랫동안 안 자도 괜찮아요. 퀸에겐 말하지 마세요.”
“그럴게요. 하지만 얘기를 꺼냈으니 말인데, 퀸이 재미있는 말을 했다더군요. 제 입으로
흘리기가 좀 뭐한데, 무슨 내용인지 알고 계시죠?”
“조금은 알아요.”
“‘정말 극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원래 스테판 바이어리는 젊은 법조인에 강력한 연설가
이자 위대한 이상주의자였다……. 그리고 생물물리학에도 조예가 깊었다…….’ 로봇공학에
관심 있으세요, 바이어리 씨?”
“합법적인 측면에 한해서는 관심이 있지요.”
“‘스테판 바이어리는 그런 사람이었다. 하지만 자동차 사고가 일어났다. 바이어리 부인은
사망하고, 바이어리 자신은 중상을 입었다. 두 다리를 잃고, 얼굴도 잃고, 목소리도 잃었다.
마음의 일부도 뒤틀려 버렸다. 외과 수술은 안 받는 편이 나을 정도였다. 결국 그는 자리
에서 물러났고, 법적인 경력도 사라졌다. 머리에 든 지식과 두 손만 남았다. 그는 어떤 방
법을 통해 지금까지 개발된 것 가운데 기능이 가장 뛰어난 두뇌, 특히 윤리적인 문제를
제대로 판단할 만큼 아주 뛰어난 능력을 지닌 복잡한 양전자 두뇌를 구할 수 있었다. 그
는 이 두뇌를 집어넣을 몸체를 개발했다. 그런 다음 자신이 예전에 하던, 하지만 이제는
하지 못하게 된 모든 것을 훈련시켰다. 그리고 스테판 바이어리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내
보낸 다음 자신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늙은 장애인 선생이 되어 뒤를 받쳐 주었다.’”
186 문학과 삶(슬로리딩)
시장 당선자가 끼어들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사람을 때려서 모든 걸 망쳤어요. 신문에서도 제가 인간일 경우에
공식적으로 저지른 최초의 범죄라고 할 정도였지요.”
“그런데 어떻게 그럴 수 있었어요? 말해주지 않을래요? 분명 우연은 아닐 텐데요.”
“완전한 우연은 아니에요. 작업은 대부분 퀸이 한 셈이에요. 저는 제가 사람을 때린 적
이 한 번도 없고 아무리 화를 돋워도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을 조용히 퍼뜨렸어요. 그게 바
로 제가 로봇이라는 구체적인 증거임을 덧붙여서요. 그래서 일부러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서 군중 앞에 서서 연설을 하려고 준비한 겁니다. 온갖 고함이 터져 나와 결국에는 어떤
바보가 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말예요. 이런 것을 책략이라고 하지요. 인위적
으로 조성한 분위기에 의해 모든 일이 스스로 진행되도록 하는 것, 그래서 의도한 대로
급격한 여론의 변화에 힘입어 선거에서 이기는 것.”
로봇심리학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정치인들처럼 당신도 내 전문 영역을 침범하는군요. 하지만 그렇게 돼서 참 안타
까워요. 물론 난 로봇이 좋아요. 인간보다 훨씬 좋아하지요. 만일 로봇이 공직 생활을 해
도 된다면 정말 훌륭한 공직자가 될 거예요. 로봇의 기본 원칙 때문에 인간에게 해를 끼
칠 수 없고, 독재나 부정부패는 물론이고 멍청한 편견도 갖지 않을 테니까요. 임기를 훌
륭하게 채운 다음에는 공직에서 물러나면 되는 거예요. 사람들이 불멸의 존재나 로봇이
자신들을 통치했다는 사실을 알고 상처를 받으면 안 되니까요.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라
고 할 수 있죠.”
“선천적으로 두뇌가 우수하지 못해서 실패할 수 있다는 사실만 빼면 말입니다. 양전자
두뇌는 인간의 복잡한 두뇌를 결코 쫓아갈 수 없으니까요.”
“그 부분은 조언자가 있으면 되겠지요. 아무리 뛰어난 인간도 누군가의 도움은 받아야
하니까요.”
바이어리는 수잔 캘빈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런데 왜 웃으시는 거예요. 수잔 캘빈 박사님?”
“퀸 씨가 미처 생각 못한 게 있어서요.”
“그 사람이 주장한 것 말고 다른 내용이 있다는 뜻이군요.”
“아마도. 퀸 씨가 말한 그 스테판 바이어리는, 장애가 심한 이 사람은 투표가 시작되기
3개월 전에 아주 비밀스러운 이유 때문에 지방으로 내려갔어요. 그러고는 당신이 그 유명한
연설을 할 즈음 때맞춰 돌아왔지요. 이 장애인은 예전에 이런 작업을 해 본 적이 있으니
까 두 번째도 쉽게 할 수 있었죠. 두 번째 작업은 첫 번째에 비해 더 간단했을 거예요.”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군요.”
수잔 캘빈 박사가 일어나 옷자락을 똑바로 폈다. 떠날 준비를 하는 게 분명했다.
“로봇이 제1원칙을 깨뜨리지 않고 인간을 때릴 수 있는 방법이 한 가지 있다는 뜻이에
요. 딱 하나.”
제5장 문학과 융합 역량 187
“그게 뭔데요?”
수잔 캘빈 박사가 문께로 걸어가다가 불쑥 말했다.
“매를 맞는 상대도 로봇일 경우겠죠.”
활짝 웃는 수잔의 얼굴이 밝게 빛났다.
“그럼 잘 있어요. 바이어리 씨. 5년 후에 또 당신에게 투표할 수 있기를 바라요. 지역
조정자 선거에서 말예요.”
“너무 무리한 요구인데요.”
수잔 캘빈은 밖으로 나가 문을 닫았다.
【이야기의 숲과 쓰기의 숲】
4 “그는 이 두뇌를 집어넣을 몸체를 개발했다. 그런 다음 자신이 예전에 하던, 하지만 이제는
하지 못하게 된 모든 것을 훈련시켰다.”처럼 인간이었던 바이어리 씨가 교통사고 후 자신을
대체할 만한 로봇을 만들어 낸 행동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는지 글로 작성해 보자.
【질문의 숲】
질문과 대답
수업 일자 학과(부)
학번 이름
질문 만들기(개인 활동)
느낀 점
190 문학과 삶(슬로리딩)
【체험의 숲】
활동 내용
나의 전공과 영역
나의 영역 진단 부족한 점
융합 항목
나의 전공이나 취미,
진로와 이질적인 것을
보완 방법 및 계획
선택해 이를 현재의
나에게 융합하기 위한
보완 방법
제5장 문학과 융합 역량 191
3 진융의 <소오강호>
【읽기의 숲】
기쁠 뿐입니다.”
풍청양 노인이 말했다. “일어나거라.” 영호충은 공손히 세 번 머리를 조아린 뒤 일어났
다. 노인은 얼굴에 온통 병색이 완연하고 초췌한 기색이었다. “태사숙님! 시장하시지요?
제가 지내고 있는 동굴에 마른 식량이 좀 있습니다.” 영호충이 말하면서 가지러 가려 하
자 풍청양이 고개를 흔들었다. “괜찮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태양을 바라보더니 가볍
게 말하였다. “햇볕이 따뜻하구나. 정말 오래간만에 햇볕을 쬐어보는구나.” 영호충은 이상
한 생각이 들었지만 직접 묻지는 못하였다. 풍청양은 땅바닥에 쪼그려 누워있는 전백광을
한 번 보더니 말하였다. “너에게 전중혈을 찍혔으니 그의 공력으로 한 시진(2시간)쯤 뒤
에 깨어나겠다. 그러면 또 너를 잡고 괴롭히겠지. 네가 다시 그를 패퇴시키면 순순히 내
려갈 수밖에 없을 거야. 그를 제압하고 나면 꼭 맹서를 시켜라. 나에 관한 일은 절대 누
설하지 말라고 말이야.” 영호충이 말하였다. “제가 방금 이긴 것은 얼떨결에 요행으로 성
공했던 것입니다. 검법으로 보자면 저는 그 적수가 못됩니다. 그를 제압하라시니…… 어
떻게 제압하라는……” 풍청양이 고개를 저으며 말하였다. “원래는 네가 악불군의 제자라
서 너에게 무공을 전수할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옛날 그때…… 그때…… 한 맹세가 있
구나. 살아있는 동안 결코 남들과 진짜 대결을 하지 않겠다고 말이지. 그날 저녁 네 검법
을 시험해본 것은 그저 화산파의 ‘옥녀19검’을 제대로만 쓰면 남들과의 대결에서 손에 쥔
칼을 절대로 놓치지 않을 거라는 점을 너에게 알려주기 위해서였지. 네 손을 빌리지 않
으면 이 전백광에게 비밀을 지키도록 맹세를 시키기 어려울 것 같으니 나를 따라 들어오
너라.” 그렇게 말하면서 동굴로 들어가더니 그 구멍을 통해 뒤쪽의 동굴로 들어갔다. 영
호충이 따라 들어가니 풍청양이 석벽을 가리키며 말했다. “석벽 위의 이 화산파 검법의
도형은 이미 대충 익혔겠지만 이것을 직접 쓰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일 것이다. 아아!” 그
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영호충은 생각했다. “여기에서 내가 도형들을 본 일을 태
사숙님이 보고 계셨구나. 내가 넋을 놓고 이 도형들을 볼 때마다 동굴에 다른 사람이 있
다는 것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는데, 만약…… 만약에 태사숙님이 적이었다면…… 아니
지, 만약 적이었다면 내가 알아차렸다 해도 목숨을 구할 수 없었겠지.” 그러고는 풍청양
의 이어지는 말을 들었다. “악불군, 그 어린 녀석은 정말로 개똥도 몰라. 너처럼 정말로
좋은 재목이 그 녀석의 가르침 때문에 멍청한 소나 굼뜬 말처럼 되어 버렸으니 말이다.”
영호충은 그가 스승을 욕하는 것을 듣자 분한 마음이 일어나 즉시 고개를 들고 말하였
다. “태사숙님! 저는 배우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나가서 전백광에게 태사숙님의 일을 누
설하지 말라고 맹서하고 끝내지요.” 풍청양이 멈칫하다가 그 이유를 알고는 가만히 말했
다. “저자가 듣지 않으면? 저자를 바로 죽이기라도 할 거냐?” 영호충은 머뭇거리며 대답
을 못하였다. 전백광이 수차례 이겼으면서도 끝내 자신을 죽이지 않았는데 한 번 이겼다
고 바로 그를 죽일 수 있겠는가? 풍청양이 말하였다. “내가 네 사부를 욕하는 것이 싫다
는 거지? 좋다! 앞으로 그 말을 안 하면 될 거 아니냐. 그 애가 나를 사숙이라 부르니까
내가 그 애를 ‘어린 애’라고 부르는 것은 괜찮겠지?” 영호충이 말하였다. “태사숙님께서
제5장 문학과 융합 역량 195
…… (중략) ……
【말하기와 쓰기의 숲】
4 풍청양은 정해진 초식이 없는 검법은 이길 수가 없다고 말한다. 정해진 초식, 정해진 규범은
우리의 기술과 삶을 일정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는 있지만 새로운 세계를 열지 못한다. 그
럼에도 먼저 정해진 규범을 배우고 나서야 그것의 깨뜨림이 가능하다. 규범은 인큐베이터와
같아 우리를 어느 수준까지 키워주지만 그것에 머물러 있는 한 진정한 성장과 발전은 불가
능하다. 우리를 키워주는 동시에 우리를 구속하는 다양한 규범들에 대해 찾아보고 그것의
타파를 통해 어떤 새로운 발전이 가능한지 글로 표현해 보자.
【질문의 숲】
질문과 대답
수업 일자 학과(부)
학번 이름
질문 만들기(개인 활동)
느낀 점
제5장 문학과 융합 역량 213
【체험의 숲】
초빙 고수 초빙 이유 초빙 결과
214 문학과 삶(슬로리딩)
4 최재천의 통섭 이야기
【읽기의 숲】
만든다.’
담이 없으면 이웃이 아니라 한집안 식구입니다. 그런데 이웃과 식구처럼 지내는 것이
좋은 일만은 아닙니다. 때로 적절한 경계가 있어야 개인 공간도 확보하면서 돈독한 사이
를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왜 물리학과 생물학, 공학이 따로 있겠어요? 다 그럴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이겠지요. 학문 역시 돌담을 사이에 둔 이웃처럼 따로 존재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웃과 담이 너무 높으면 왕래가 불가능합니다. 서로 소통할 수 있을 만큼 담을
조금 낮춰야 합니다. 저는 통섭이라는 책의 우리말 서문에 이런 말을 썼습니다. ‘학문의
국경을 넘나들 때 비자 검사 좀 하지 말자.’
학문과 학문 사이에 비자는 필요 없습니다. 요즘 세계 여러 나라에서 대한민국 사람들
에게는 따로 비자를 만들 필요 없이 여권만 있으면 자유롭게 여행을 할 수 있도록 허가
해 준다고 합니다. 학문에서도 이런 태도가 필요합니다. 담은 존재하지만 쉽게 넘나들며
교류할 수 있도록 경계의 비자를 없애자는 거지요.
물론 그렇다고 한 가지도 제대로 못 하면서 아무 데나 기웃거리라는 말은 아닙니다. 자
기 우물 하나는 확실하게 팔 줄 알아야지요. 그러면서 옆에서 다른 우물을 파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서로 우물 파는 방법이나 협력할 방법 등에 대해 두런두런 이야기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자기 우물을 제대로 파본 사람만이 다른 사람과도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
습니다.
이 방대한 지식의 세계에서 홀로 넓은 우물을 판다고 생각해봅시다. 평생을 파도 지구
표면 하나 다 못 긁어보고 죽게 될 것입니다. 지금 우리 학문 세계가 그렇습니다. 천재가
아닌 이상에야 예전처럼 한 사람이 여러 학문을 두루 깊이 배우는 것이 어려운 일이 되
었습니다. 천재라 해도 쉬운 일이 아닐 테고요. 그래서 나온 개념이 바로 통섭입니다. 개
인이 여러 분야에 통달할 수 없기 때문에 여러 전문가가 한데 모여서 문제를 풀어나가자
는 거지요. 서로의 식견을 바탕으로 토론을 하고, 생각을 하다 보면 예전과는 비할 수 없
는 굉장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질 것입니다.
당장 돈을 못 벌면 써먹을 수 없는 공부일까?
저는 그동안 여러 글을 써 왔습니다. 그리고 그 글들의 주제는 하나같이 ‘자연에서 배
워라’입니다. 동물들은 생각보다 대단한 존재라서 인간이 배울 점이 많습니다. 그렇기에
우리 인간들은 자연을 적극적으로 들여다보며 동·식물에게서 배울 점을 얻어야 합니다.
10여 년쯤 전에 저는 의생학(擬生學)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구상했었습니다. 인문
학과 자연과학을 공학의 실로 꿰어보자는 취지였지요. 의생학의 ‘의’라는 글자는 헤아릴
‘의(擬)’자를 쓰는데, 다르게 말하면 흉내 낸다는 뜻이 있습니다. 의태어 또는 의성어라는
단어에도 같은 한자가 쓰입니다.
의생학을 활용한 쉬운 예로는 우리 가방이나 옷, 신발 등에 많이 사용하는 벨크로
(Velcro)의 발명이 있습니다. 편한 말로 찍찍이라고도 하지요. 이것은 스위스 사람인 조르
주드 메르스탈(Geroge de Mestral)이 산우엉의 씨를 보고 이를 모방하여 만든 것입니다.
메르스탈이 어느 날 숲에서 사냥을 하고 돌아왔더니 옷에 산우엉 씨가 가득 붙어있었다
고 합니다. 그래서 이것을 뗴어내려 하는데, 생각보다 잘 떨어지지 않는 것이었지요. 이에
의문을 가지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씨에 작은 갈고리가 달려 있었다고 합니다. 갈고리를
이용해 동물의 털에 달라붙어서 먼 곳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진화한 것입니다. 메르스탈
은 이를 응용하여 찍찍이라고 하는 벨크로를 만들었고, 현재 이것은 우리 생활 곳곳에서
유용하게 잘 사용되고 있습니다. 의류나 잡화 등에는 물론이요, 인공 심장의 심실을 접합
하는 데까지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 밖에도 우리 생활에는 자연을 모방하여 만든 것들이 많습니다. 거미줄을 모방하여
만든 강철 섬유, 광합성을 하는 식물의 잎을 모방한 태양 전지 등 참으로 다양한 종류가
있지요. 이렇게 공학과 생물학의 아름다운 통섭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거기에 인문학의 향
기를 더하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겠지요. 이러한 취지를 살리고자 저는 몇 년 전부터 의생
학연구센터(The Center for Biomimicry and Ecololgic)를 만들어 자연의 아이디어를 배
우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자연을 모방하는 것을 넘어 궁극적으로 자연계의 섭리를 배워야 합니다. 동물
들은 어떻게 사는지 그들의 사회가 어떤지를 연구하는 것은 인간 사회 발전에도 큰 도움
이 됩니다. 즉 알고 보면 써먹을 데가 많은 학문이란 이야기입니다.
제5장 문학과 융합 역량 219
【이야기의 숲과 쓰기의 숲】
【질문의 숲】
질문과 대답
수업 일자 학과(부)
학번 이름
질문 만들기(개인 활동)
느낀 점
222 문학과 삶(슬로리딩)
【체험의 숲】
융합 성과물
융합 제품 또는
융합 콘텐츠
융합 요소
장점
단점
융합 상품 개발 아이디어
융합 요소
아이디어의 원천
기대 효과
제5장 문학과 융합 역량 223
【감상의 숲】
E=mc2
신형식
소싯적 그믐날 초저녁
작은누나랑 보건소 가는 길에
신작로를 지나가는 불 작대기 보았다
이튿날 그 불이 아랫동네 죽은 노인의
혼불임을 알았다
그렇다
빛(c) 항상 무언가(m)의 소멸로 비롯되므로
빛 뒤엔 무(無)
빛이 비치는 공간에
에너지(E)는 보존돼야 하므로
나는 그저 혼비백산하고 말았다
【문제 은행】
5 아이작 아시모프는 나중에 로봇공학의 0원칙 “로봇은 인류가 위험에 처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를 추가한다.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자.
8 로봇이나 기계가 나의 신체의 일부를 대체하게 된다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생각해 보자.(예: 애니메이션, 영화 <공각기동대>와 비교)
9 아무리 변신하고 융합한다고 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무엇보다도 사랑, 우정, 호의, 이해,
공존과 같은 인문적 가치가 그렇다. 각자 자신의 사회적 신분과 환경이 몰라볼 수준으로
변했다고 가정하고 자신에게 변하지 않고 남아있을 수 있는 것, 혹은 남기고 싶은 것으로
무엇이 있을지 글로 표현해 보자.
제6장
문학과 도전성취 역량
제6장 문학과 도전성취 역량 227
6
제 장
문학과 도전성취 역량
【읽기의 숲】
를 던지고 있었다.
모든 것이 평화롭고 고요했다.
‘내려가라!’ 또다시 공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갈매기는 결코 어둠 속을 날지 않는다!
만약 네가 어둠 속을 날도록 타고났다면, 올빼미 같은 눈을 가졌을 것이다! 눈을 감고도
정확히 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매의 짧은 날개를 갖고 있었을 것이다!’
그곳, 한밤중 30미터 상공에서 조나단은 갑자기 눈을 깜빡거렸다. 조금 전까지의 고통
과 결심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짧은 날개, ‘매의 짧은 날개!’ 그것이 해답이다! 아,
난 얼마나 어리석었던가! 내게 필요한 것은 짧은 날개뿐이다. 날개의 대부분을 접고, 오
직 날개 끝으로만 나는 것이다! ‘짧은 날개!’
그는 어두운 바다 위를 단숨에 600미터 상공까지 날아올랐다.
그리고 실패나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앞날개를 몸에 착 붙이고는 오로지
칼날처럼 좁고 굽은 날개 끝만을 바람 속에 펼친 채 수직으로 급강하를 하기 시작했다.
바람이 괴물처럼 으르렁거리며 그의 머리에 부딪쳐 왔다.
시속 110킬로미터, 140킬로미터, 190킬로미터…… 속도는 점점 더 빨라졌다. 이윽고
시속이 220킬로미터까지 달했지만 날개의 긴장은 시속 110킬로미터로 날 때만큼 그렇게
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날개 끝을 아주 조금만 틀어서도 쉽게 하강 속도를 늦춰서 달빛
아래 회색 대포알처럼 파도 속에 내리 꽂히지 않을 수 있었다. 조나단은 눈을 가늘게 뜨
고 바람에 맞서면서 기쁨에 겨워 온 몸을 떨었다. 시속 224킬로미터! 그것도 훌륭하게
균형을 유지하면서! 만약 600미터가 아니라 1,500미터 상공에서 하강한다면 과연 얼마나
빠른 속도가 될 것인가!
조금 전에 했던 맹세는 잊혀졌다. 그것은 세찬 바람결에 휩쓸려 사라져 버렸다. 그렇다
고 자신이 스스로 한 약속을 깨트리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는 않았다. 그러한 약
속은 오직 평범한 삶을 받아들이는 갈매기들을 위한 것이다. 배움에 있어서 최고의 경지
에 오른 자에겐 그런 약속 따위는 필요하지 않았다.
태양이 떠오를 무렵, 갈매기 조나단은 다시금 나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1,500미터 높이
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니 고기잡이배들은 파란 수면 위에 박힌 작은 점에 불과했고, 아침
먹이를 찾아 날아드는 갈매기 떼도 자욱하게 맴도는 희미한 먼지 구름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살아 있었고, 환희에 약간 몸을 떨면서 자신이 두려움을 이겨낸 것에 자부심을
느꼈다. 그런 다음 격식을 차리지 않고 자신의 앞날개를 꼭 껴안은 채 짧고 굽은 날개
끝만을 펼친 채 바다를 향해 수직으로 곧장 내리꽂혔다. 1,200미터 상공을 날 때쯤 그는
이미 한계 속도에 이르렀음을 알았다. 바람이 단단한 소리의 벽이 되어 그의 얼굴을 때
려 더 이상 빨리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는 이제 시속 340킬로미터로 수직 낙하 비행을
하고 있었다. 만일 이 같은 속도에서 날개가 펼쳐진다면 자신의 몸뚱이가 수천 개의 파
편으로 산산조각 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낙하를 감행했다.
그에게 있어서 속도는 힘이었고, 속도는 환희였으며, 속도는 순수한 아름다움이었다.
234 문학과 삶(슬로리딩)
【이야기의 숲과 쓰기의 숲】
3 주인공 조나단은 훌륭한 멘토이자 성실한 멘티의 역할도 수행한다. 진정한 멘토와 바람직한
멘티란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에 대해 말해 보자.
【질문의 숲】
질문과 대답
수업 일자 학과(부)
학번 이름
질문 만들기(개인 활동)
느낀 점
238 문학과 삶(슬로리딩)
【체험의 숲】
공모전
자격증
학업
대외 활동
취미, 취향
제6장 문학과 도전성취 역량 239
헨리크 입센은 1828년 노르웨이에서 태어난 극작가이자 시인이다. 입센은 어렸을 적 유복한
생활을 했으나 아버지의 사업이 실패한 이후 어린 나이에 약제사의 조수가 되어 생계를 유지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입센은 글쓰기에 관심과 소질이 있었고 스무 살 무렵에 희곡 <카탈
리나>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특히 그는 <인형의 집>, <유령>, <민
중의 적>과 같은 개인의 해방을 목표로 하며 동시에 사회 현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사실
주의적인 작품을 발표해서 명성을 얻게 되었다. 이처럼 현대 사실주의 극을 세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입센은 현대극의 아버지로 불리우기도 한다.
<인형의 집>은 그가 51세인 1879년 발표되었다. 이 희곡은 전체 3막으로, 은행 총재가 된
헬메르와 그의 부인 노라를 주인공으로 하여 새로운 시대의 여성상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희곡은 기존 사회 인식에서 벗어나 여성의 삶과 행복의 조건을 살펴본다는 점에서 페미니즘
운동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으로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여성이 집을 뛰쳐나온다는
마지막 장면은 당시 사회적 분위기로는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어서 연극으로 공연되지 못할
정도로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인형의 집>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새해가 되면 한 저축은행의 총재가 될 헬메르와 그의
부인 노라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있는 장면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노라는 천진난만하게 마
카롱을 좋아하고 아이들을 사랑하며 어려운 사람들을 모른 척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고향 친구인 린데 부인이 찾아온다. 린데 부인은 남편이 죽자 일찍부터 독립적으로
생계를 유지해 왔다. 노라는 남편에게 린데 부인의 일자리를 부탁하고 헬메르는 그것을 수락
하였다. 하지만 린데 부인의 일자리는 도덕적인 문제가 있는 크로그스타드의 자리였다. 크로
그스타드 역시 노라를 찾아 자신의 일자리가 보존될 수 있도록 힘써 달라고 부탁한다. 노라는
이를 거절하지만 크로그스타드는 노라의 약점을 쥐고 있었다. 과거 노라의 남편 헬메르가 중
병에 걸려 돈이 필요했을 때 노라는 크로그스타드에게 돈을 빌렸었다. 헬메르는 그 돈이 장인
이 빌려준 것으로 알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돈을 빌리기 위해 노라는 자신의 아버지의 보증을
받기로 했지만 아버지마저 갑자기 죽게 되자 노라는 아버지의 서명을 위조해 돈을 빌렸었다.
노라는 오랫동안 늦은 시간까지 바느질을 하고 자신이 쓸 수 있는 돈을 아껴 빌린 돈을 갚아
나가고 있었다. 크로그스타드는 위조사실을 빌미로 노라를 협박했다. 노라는 이 사실이 알려
지게 되면 남편의 앞날에 해가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지만 결국 헬메르가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고 노라에게 화를 내고 몰아세우게 되었다. 린데 부인에 의해 마음을 고쳐먹은 크로
그스타드가 노라의 차용증을 돌려주자 헬메르는 다시 이전처럼 노라를 다정하게 대한다. 이러
한 헬메르의 행동을 보고 노라는 집을 떠날 것을 결심하게 되었다.
이 희곡은 여성의 자아 정체성 찾기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욕망을 실현시킬 수 있다. 하지만 그 ‘누구나’에 여성이 항상 포함되어 있었
던 것은 아니다. 여성이 남성과 대등하게 한 명의 인간으로 대접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리 오
240 문학과 삶(슬로리딩)
【읽기의 숲】
【이야기의 숲과 쓰기의 숲】
1 “나보고 당신에게 끊임없이 걱정거리를 이야기하란 말인가? 당신은 나에게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을 텐데?”에서처럼 진지한 자세로 아내와 대화를 하지 않는 헬메르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자.
2 “노라 내게는 다른, 그만큼이나 거룩한 의무도 있어요. 헬메르 아니, 없어, 대체 무슨 의무지?
노라 나 자신에 대한 책임이에요.”의 대화에서 노라가 이야기하는 ‘나 자신에 대한 의무와
책임’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그러한 의무와 책임을 지키려는 노라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 보자.
【질문의 숲】
질문과 대답
수업 일자 학과(부)
학번 이름
질문 만들기(개인 활동)
느낀 점
제6장 문학과 도전성취 역량 249
【체험의 숲】
1단계 :
2단계 :
단계별
도전 탐색
3단계 :
4단계 :
구체적
도전성취
전략
250 문학과 삶(슬로리딩)
【읽기의 숲】
지적 호기심에서 미래가 핀다
묻는 말에 잘 대답한 덕분에, 그러니까 시험을 잘 치른 덕분에 여러분은 대학 입시에
합격했습니다. 그런데 잘 들으세요. 이제부터는 여러분이 물을 차례입니다. 그래야 참된
대학생이 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누구도 물어보지 않았던 본질적인 문제를 찾아내어 물
음을 던지는 것. 이것이 대학생활과 그 연구의 성패를 가를 요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에 의문을 품는 것. 그래서 기성관념에 본질적인 의문을 던
지는 것. 이것이 대학생의 시작이며 젊은이의 모든 지적 활동의 출발점입니다.
그렇습니다. Quaestiō라고 말해 보세요. 내가 지금까지 배운 지식, 알고 있는 모든 사
물들에게 물음표를 달아보세요. 그러면 세상을 덮고 있던 먼지와 때가 벗겨지면서 낯설게
보일 것입니다. 물음표는 요술 지팡이처럼 보일 것입니다. 그것이 닿는 곳마다 천지가 창
조되던 태초의 아침처럼 눈부시게 빛날 것입니다. 구구단을 외우느라 잃어버렸던 것들,
역사책의 연표를 외우다가 상실한 시간들이 푸성귀 같은 초록빛 냄새를 풍기며 되돌아올
것입니다.
더러는 물음표에 걸려 넘어질 수도 있겠지요. 탈레스가 하늘을 보고 생각에 잠겨 걷다
가 수챗구멍에 빠졌던 것처럼, 때때로 우리를 비웃는 이오니아의 시민들이 있을지도 모릅
니다. 하지만 누가 시키지 않아도 무릎을 다치며 몇 번이고 다시 일어나 걸음마를 배웠
던 것처럼, 멍이 든 나의 젊음을 새롭게 불러일으키는 것은 바로 이 지적 호기심의 물음
표입니다.
이런 때에는 물음표가 요술지팡이가 아니라 발목을 걸어 쓰러뜨리는 갈고리처럼 보일
것입니다. 젊음을 멈춰 서게 하는 그 갈고리 때문에 아무것도 아닌 사과가 떨어지는 광
경을 보고서도 뉴턴은 만유인력을 발견합니다. 아닙니다. 뉴턴처럼 되지 않아도 좋습니
다. 그냥 넘어져 무릎을 깨는 일이 있어도 절대로 겁내지 말아요. 과학은 물음에 대한 확
실한 대답을 요구하지만 질문만 있고 영원히 해답이 없는 것에서도 값진 창조가 이루어
질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시요 예술입니다. 물음의 상처에서 흐르는 그 내출혈이 값진 보석으로 결
정(結晶)되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많이 보아왔지요.
시는 해답 없는 물음이다
해답을 구하지 않고 그냥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을 우리는 시인이라고 부릅니다. 예술가
라고 부릅니다. 누가 그랬지요. 과학은 설명할 수 있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요, 예술은 설
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고, 종교는 설명해서는 안 되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라
고 말입니다.
그래서 그 깐깐한 유학자들이었던 우리 조상들도 시를 쓸 때만은 “나도 몰라 하노라”
252 문학과 삶(슬로리딩)
고갱의 세 가지 물음
고갱의 그림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의
대작을 놓고 다시 생각해 보세요. 고갱이 서구문명에 깊은 회의를 느끼고 절망 끝에 찾
은 곳이 남태평양의 타히티 섬이었지요. 문명에 때묻지 않은 자연에서 삶에 대한 해답을
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이 불행한 화가는 그곳에서도 해답을 찾지 못합니다. 얻
은 것은 질병과 가난뿐 낙원은 아무데도 없었지요.
그는 다시 파리로 돌아오지만 이미 문명세계에서도 그를 받아주지 않습니다. 가족은 그
를 외면하고 화단은 그의 그림을 혹평하고, 숙부의 유산으로 화실을 차렸지만 그림은 팔
리지 않습니다. 타히티 섬으로 돌아온 그는 죽음을 결심하고 그림으로 자신의 유서를 남
제6장 문학과 도전성취 역량 253
기려고 합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의
그림이지요. ‘어디에서 왔는가’는 인간의 탄생에 대해서 묻는 것이고, ‘우리는 누구인가’는
지금 여기에 있는 현존하는 삶에 대한 물음입니다. 그리고 최종적인 물음은 인간은 ‘어디
로 가는가’의 죽음에 대한 물음이었던 것이지요.
과학의 힘은 참으로 위대합니다. 그러나 인간이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우주의 끝, 우주
의 수수께끼에 대해서 해답을 준 아인슈타인이나 호킹도 고갱의 그 질문에 대해서는 답
하지 못합니다. 아인슈타인은 죽음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다만 “아름다운 모차르트의 음악
을 더 이상 들을 수 없다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왜 사느냐면 웃지요. 시인 김상용처럼
웃음으로 혹은 눈물로 답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고갱은 말로는, 과학으로는 결코 답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진 것입니다. 그리고 고갱은
그림으로 자살로 죽음으로 그것에 답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기억하지요? 갈루아가 5차방
정식에는 근을 구하는 공식이 없다는 것을 증명한 것처럼, 단지 고갱은 그림을 통해서
누구도 대답할 수 없는 삶의 물음표를 확인하려 한 것입니다. 황진이의 이별처럼 그의
자살은 유서만 남긴 채 실패하고 말지만 우리는 그의 그림을 통해서 물음에 대한 양식과
그에 답하고자 하는 행동에 따라서 다채로운 삶의 문양이 전개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
다. 그래서 그의 그림이 물음표와 느낌표가 포옹하여 한몸이 된 이 지상에서 가장 거대
하고 아름다운 인테러뱅의 부호라는 것도 느끼게 됩니다.
오늘의 젊은이들은 누구도 고갱처럼 무익한 질문, 손해나는 삶을 살려고 하지 않을 것
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젊은이들은 알게 모르게 끝없이 질문을
하고 그에 답하려고 행동합니다. 그 물음의 성격과 답을 구하는 행동 양식에 따라서 대
학생활의 진로가 결정되고 그 전공이 다르게 선택된다는 사실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겠
지요.
최초의 펭귄
젊은이들은 혈기가 왕성하기 때문에 미지근한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화끈한 것, 불
타는 것에 쏠리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진짜 용기와 열정은 회의하면서도 불확실한 회색
지대로 뛰어 드는 ‘최초의 펭귄’이 보여주는 행동입니다.
그렇습니다. 영어권에는 ‘최초의 펭귄(First Penguin)’이라는 관용어가 있습니다. 펭귄들
은 뒤뚱뒤뚱 떼를 지어 우르르 바다로 모여들지만 정작 바다에 뛰어들기 직전에는 일제
히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머뭇거립니다. 왜냐하면 바다 속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먹잇감도
있지만 동시에 물개나 바다표범 같은 위험한 천적들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머뭇거리고 있는 펭귄의 무리 가운데 그 불확실한 바다를 향해 맨 먼저 뛰어드
는 용감한 펭귄이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 그때까지 머뭇거리고 있던 펭귄들도 일제히 그
254 문학과 삶(슬로리딩)
뒤를 따라 바다로 뛰어듭니다.
Just do it! 불확실하지만 일단 무언가 저지르는 것. 끝없이 회의하다가도 순간적인 직
관이나 느낌으로 판단하고 삶 속으로 뛰어드는 것. 이것이 의문과 감동이 한몸이 된 ‘물
음느낌표’의 상징적 의미입니다. 말콤 그래드웰이라는 비평가는 최초의 펭귄과 같은 행동을
‘블링크 이론’으로 설명합니다. 사람들은 합리적으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2초 동안의
순간적인 감(그것을 제1감이라고도 합니다)에 의해서 무엇인가를 결정한다는 겁니다.
만화가들이 머리에 전등불을 그려놓는 것 같은 그 번득임의 순간이지요. 인간은 수만
년 동안 살아오면서 축적해온 생명 정보를 통해 자신의 행동을 결정짓는 감을 얻었던 것
입니다.
【이야기의 숲과 쓰기의 숲】
【질문의 숲】
본문을 읽고 자유롭게 질문을 만들어 보자. 그 질문을 바탕으로 팀원들과 토의·토론한 내용을
정리해 보자.
질문과 대답
수업 일자 학과(부)
학번 이름
질문 만들기(개인 활동)
느낀 점
제6장 문학과 도전성취 역량 257
【체험의 숲】
도전 경험
실패 성공
사례 사례
원인 원인
영향 영향
도전 계획
도전 목표
추진 계획
기대 효과
258 문학과 삶(슬로리딩)
【읽기의 숲】
하는 것입니다.”
조나라 왕이 말하였다. “어떤 사람을 사신으로 보내면 좋겠는가?”
인상여가 말하였다. “임금님께서 만약 파견할 사람이 없다면 제가 옥을 받들고 사신으
로 갔으면 합니다. 성읍을 우리나라에 떼어주면 옥을 진나라에 바칠 것이고, 성읍을 주지
않으면 제가 화씨의 옥을 완벽하게 지켜 조나라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조나라 왕은 인상여에게 화씨의 옥을 주어 서쪽 진나라로 들어가게 하였다.
진나라 왕이 장대(章臺)에서 앉아 인상여를 접견하였는데 인상여가 옥을 받들어 진나라
왕에게 바쳤다. 진나라 왕이 크게 기뻐하며 옥을 처첩들과 곁의 시종들에게 돌리며 구경
시키니 모시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만세!’를 외쳤다.
인상여는 진나라 왕이 성읍을 그 대가로 내어줄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고 앞으로 나아
가 말하였다. “옥에 작은 하자가 하나 있는데 제가 대왕님께 보여드리겠습니다.” 진나라
왕이 옥을 그에게 넘겨주었다. 인상여가 옥을 들고 몇 걸음 뒤로 물러나 몸을 기둥에 기
대고 서는데 분노에 머리칼이 일어나 관이 밀려 올라갔다.
인상여가 진나라 왕에게 말하였다. “대왕께서 옥을 갖고 싶다고 생각하셔서 사람을 시
켜 조나라 임금님께 서찰을 보내셨습니다. 조나라 임금님께서는 전체 대신들을 소집하여
상의하셨는데 대신들이 모두 말하였습니다. ‘진나라는 만족할 줄 모르는 욕심을 갖고 있
습니다. 그 강대함을 믿고 옥을 공짜로 얻을 생각이라 우리에게 주겠다는 성읍은 아마
얻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상의한 결과 옥을 진나라에게 주지 않기로 하였습니
다. 저는 평민백성들의 교류에 있어서도 속이는 일이 없어야 하는데 큰 나라는 더구나
그럴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하나의 옥 때문에 강대한 진나라를 불쾌하게 하는 일
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조나라 임금님께서는 5일간 목욕재계를
하시고 저에게 옥을 전달하도록 하면서 궁전의 전당에서 공경스럽게 국서를 배송하셨습
니다. 어째서 그러셨던 것일까요? 강대국의 위엄을 존중하여 존경의 마음을 표하고자 했
기 때문입니다. 지금 제가 귀국에 와보니 대왕께서는 평범한 누대에서 너무나 오만한 의
전으로 저를 접견하셨습니다. 옥을 받으신 뒤에는 희첩들에게 돌려 구경시키시며 저를 모
욕하셨습니다. 제가 보기에 대왕께서는 조나라에 15개의 성읍을 내어줄 의도가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옥을 회수한 것입니다. 대왕께서 만약 저를 핍박하신다면 오늘 저의 머리와
옥은 함께 기둥에 부딪쳐 박살이 날 것입니다.”
인상여가 손에 옥을 들고 궁정의 기둥을 곁눈으로 보는 것이 금방이라도 기둥에 부딪
치려는 기세였다. 진나라 왕은 그가 정말로 옥을 깨뜨릴까 걱정하여 그에게 사과를 하면
서 절대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만류하였다. 그러고는 주관하는 관원을 불러 지도를 살펴보
면서 어느 곳, 어느 곳의 15개 성읍을 조나라에 쪼개 주겠다고 가리켜보였다. 인상여는
진나라 왕이 여전히 속임수로 성읍을 내어주는 척할 뿐이며, 실제로는 조나라가 그것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짐작하였다.
그리하여 진나라 왕에게 말하였다. “화씨의 옥은 천하에서 공인하는 보물이지만 조나라
제6장 문학과 도전성취 역량 261
【말하기와 쓰기의 숲】
【질문의 숲】
질문과 대답
수업 일자 학과(부)
학번 이름
질문 만들기(개인 활동)
느낀 점
제6장 문학과 도전성취 역량 265
【체험의 숲】
구분 내용
도전의 주제
좋은 짝
극복해야 했던 일
성장하고 성취한 점
266 문학과 삶(슬로리딩)
【감상의 숲】
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 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 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문제 은행】
6 도전과 성취의 바퀴가 잘 맞물려진 사회가 있다면 찾아보고 그러한 시스템을 적용한 대한
민국의 미래를 구상해 보자.
9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High risk high return(고위험 고소득)’은 ‘벤처 정신’의 핵심 모토라
할 수 있다. 만일 여러분이 벤처기업을 설립한다고 한다면 어떤 분야의 사업에 도전하고
싶은지 말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