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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론
사계론
루소 ꡔ사회계약론ꡕ
진 병 운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2003
편집위원 : 백종현(위원장)
심재룡
김남두
김영정
허남진
윤선구(주간)
발간사
2003년 5월 15일
백 종 현
ꡔ철학사상ꡕ 별책 제2권 제5호
루소 ꡔ사회계약론ꡕ
진 병 운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2003
머리말
i
을 목격하게 된 내가 민주주의의 사상적 시조 중 하나인 루소의 국가 구
상의 골자를 담은 ꡔ사회계약론ꡕ을 해제하는 기회를 부여받은 것은 개인의
영광이요 커다란 복이 아닐 수 없다. 이 현실을 뒷받침한 이론을 재조명
함으로써 이 현실이 그 개념에 충실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나
는 나 자신이 모든 점에서 부족함을 알면서도 감히 하늘이 내린 이 행운
을 부둥켜안고 말았다. 나에게 이 행운의 기회를 마련해 주신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소장 백종현 교수, 한국학술진흥재단, 대한민국에 감사를
드린다.
2003년 5월 15일
관악산 기슭에서 진 병 운
ii
목차
제1부 ꡔ사회계약론ꡕ 개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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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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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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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소 연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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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부 ꡔ사회계약론ꡕ 분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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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자연상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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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연상태의 정의(定意)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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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쟁으로서의 자연상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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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루소의 방법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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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루소의 홉스 비평: 전쟁상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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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자연적 사회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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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자연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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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계약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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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치사회의 기원과 권위의 정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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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치사회의 기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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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정치권위의 근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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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정치권과 부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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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사회계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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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중 계약설: 푸휀도르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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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회계약설: 홉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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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사회계약설: 루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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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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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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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
일러두기
ꡔ사회계약론ꡕ 판본
J.J Rousseau, Du contrat social, Pléiade, Paris, 1964 [PLE]
ꡔ불평등기원론ꡕ, ꡔ정치경제학ꡕ 등 루소의 정치학 저술 일체
C.E. Vaughan, The Political writings of Jean Jacques Rousseau,
Oxford, Blackwell, New York, 1962, 2 vol. [VPW]
v
제1부 ꡔ사회계약론ꡕ 개관
제1편
사회계약론은 4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제1편은 제사회의 형성과 사회
계약을 다루고 있다. 사회 질서라는 것은 그 자체가 여타 모든 권리의 기
초가 되는 신성한 권리이다. 이것은 그러나 자연으로부터 나온 것은 아니
다. 모든 종류의 사회 중에서 가장 원시적이며 가장 자연적인 사회가 가
족이라는 사회다. 그러나 부모와 자녀의 가장 자연적인 이 결합체 역시,
물론 후자가 독자적으로 삶을 꾸려나갈 수 없는 기간 중에는 필연적이지
만, 그 이후에는 약속에 의해 유지된다. 인간 중 어떤 사람들은 노예가
되기 위해서, 어떤 사람들은 지배를 위해서 태어났다고 주장하는 철학자
들이 있는데, 이들은 실은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 중
일부가 현재 노예라는 사실이 만일 자연에 의한 것이라면 그것은 과거에
자연에 반하여 인간 중 일부가 노예로 존재했었기 때문이다. 사회 질서라
는 것이 결코 힘에 근거할 수 없음이 명백한 것은, 아무리 강한 자라도
그의 힘을 권리로, 또 타인의 복종을 의무로 변경시키지 않는 한, 언제까
지나 그의 주인의 자리를 보지할 수 있을 만큼 강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 권리는 힘과 함께 자리를 옮긴다. 만일 힘 때문에 복
종하는 것이 필요하다면 의무 때문에 복종할 필요는 없는 것이고, 또 힘
에 의해 복종하도록 강제당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
2 ꡔ철학사상ꡕ 별책 제2권 제5호
다.
사람들 간에 존재하는 모든 정당한 권위는 동의에 근거한다. 이 사상의
논거를 그로티우스는 한 인민이 자신의 자유를 양도할 수 있는 권리에서
발견하고 있는 것이다. 양도 행위는 주거나 또는 파는 행위이다. 그런데
사람이 자기 자신을 주어 버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고, 기껏해야 삶을 꾸
려나가기 위해 자신을 팔 뿐이다. 그러나 한 인민이 자신을 판다면 이것
은 도대체 무엇을 보상으로 받기 위한 행위라는 말인가? 대가 없이 자기
자신을 준다고 하는 것은 미친 짓이며, 고로 법적 효력이 없다. 더욱이,
설사 한 인간이 자신을 주어 버릴 권리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인간으
로 태어나 자유 존재인 자신의 아이들을 타인에게 주어 버릴 권리는 결코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로티우스는 노예제도를 정당화하기 위해, 피정복
자를 살해하거나 또는 살려주되 그의 자유를 탈취하는 정복자의 권리를
원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쟁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국가와 국가
간의 관계이지 인간과 인간의 관계는 아니다. 그러니까 전쟁은 군인이 무
장을 하고 있는 한에서만 군인을 살해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지, 그들
이 일단 무기를 내려놓으면 그들은 더 이상 군인이 아니고 사람일뿐이며
어느 누구도 그들을 죽일 권리는 없는 것이다. 게다가 그들을 노예로 만
들 권리 역시 아무도 갖고 있지 않은 것이다. 노예와 권리라는 두 단어는
양립할 수 없는 뜻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무릇 사회 질서라는 것의 근원을 찾는다면 최초의 약속, 곧 만장일치의
원시적 합의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이다. 자연 상태에 살던 인간들이
각자가 혼자서 삶의 역경을 처리해 나갈 수 없는 단계에 도달했을 때, 그
들은 어쩔 수 없이 그 때까지의 생활 방식을 바꾸지 않을 수가 없게 된
다. 그렇다고 해서 그때까지 없던 새로운 힘과 능력을 창조해 낼 수 있는
것도 아닌 이상, 그들은 각 개인의 힘과 능력을 결합하여 삶에 대한 장애
를 극복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때 제기되는 근본적인 문제는 바로 개
별 구성원의 재산과 신체를 전체의 공동 힘으로 보호하고 유지할 수 있는
형태의 결합체를 찾아내는 것이다. 또 개인 구성원은 이러한 형태의 결합
체를 통하여 자신을 전체에 결합시키면서도 오직 자기 자신에게만 복종하
고 결합 이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자유 상태로 남아 있을 수 있는 것이
루소 ꡔ사회계약론ꡕ 3
제2편
주권과 입법을 제2편은 주제로서 다루게 된다. 주권, 곧 일반의지는 양
도할 수 없는 것이다. 무릇 의지라는 것이 넘길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
다. 주권은 또한 불가분의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본질상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의지가 일반적이다 라고 할 때 그것은 인민 전체의 의
지를 지시하며, 의지가 일반적이 아니다 라고 할 경우 그것은 전체 중 한
분파의 의지를 지시한다. 전자의 의지를 말과 힘으로 옮기는 것이 주권
행위이며, 이때 의지는 법이 된다. 후자의 경우, 의지는 하나의 특수의지
이거나 일개 행정 조치다. 또는 기껏해야 그것은 일개 행정 법령에 지나
지 않는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정치 이론가들은 주권의 원천을 분해할 수 없는 나머
4 ꡔ철학사상ꡕ 별책 제2권 제5호
제3편
정부와 그 운영이 본편의 주제다. 국가 존재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먼저
법을 제정하여야 하나, 이로 충분치 않고 제정된 법을 집행하는 것이 또
한 필수적이다. 입법권은 주권자, 곧 일반의지에 속하나, 그렇다고 해서
주권자 자신이 집행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 이를 위해선 주권자는 별도의
대행자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이 대행자는 주권자와 신민의 사이에 서는
매개자로서 일반의지의 지도 하에 법을 적용하는 역할을 한다. 이것이 바
로 정부의 기능이며, 정부는 그러니까 주권자의 관리이지, 주권자 자신은
아닌 것이다. 정부를 구성하는 한 명 또는 수 명의 행정관은 집행권의 수
탁자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은 주권자의 공무원이며, 그들의 직책은 사회
6 ꡔ철학사상ꡕ 별책 제2권 제5호
제4편
본 편에선 계속하여 정치에 관한 법과 제도를 다루면서, 국가 체제를
공고히 하는 방법이 진술되고 있다. 일반의지는 파괴할 수 없는 것이고,
선거를 통하여 표현된다. 다양한 선거 양식이나 호민관, 독재, 감찰 등과
같은 제도의 가치에 관해서는 그리스, 로마, 특히 스파르타 같은 고대의
공화국들의 역사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남기고 있다. 종교는 국가 창건
의 기초였다. 또 종교는 언제나 인민의 삶에 중대한 자리를 차지하여 왔
던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러나 복음서 상의 기독교는 거룩한 종교이기는
하지만, 기독교는 세상사에 매이지 않고 초연할 것을 가르침으로써 사회
적 결합체의 정신과 갈등을 일으키지 않을 수 없다. 기독교는 자신의 의
무를 열정 없이 완수하는 인간들을 배출하고, 또 이런 기독교인들은 전쟁
에서는 어떻게 승리할 것인가 보다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잘 아는 군인
들이기도 하다. 각 시민이 어떤 특정 종교를 믿고 그 종교의 영향으로 자
신의 의무를 사랑하는 것은 국가의 중대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기독
8 ꡔ철학사상ꡕ 별책 제2권 제5호
루소 연보
1712 스위스 제네바에서 시계공 이작 루소의 아들로 태어남. 같은 해
어머니 사망.
1723 아버지는 제네바를 떠나 리용에 정착하고 루소는 보셰의 랑베르
시 목사에게 위탁됨.
1724 제네바로 돌아와 견습서기로서 근무함.
1725 조각사 아벨 뒤코맹의 수하에서 5년간 견습공으로 일할 것을 계약.
1728 안느시로 이주. 드 바랑스 부인과 만남. 튀랭의 카톨릭 교리문
답학교에 보내졌고, 카톨릭교로 개종. 베르셀리 부인 및 구봉
자작의 종복으로 일함.
1729 안느시로 되돌아와 드 바랑스 부인 집에 유숙. 그후 뇌샤텔에서
음악교사를 지냄.
1731~1737 샹베리와 샤르메트에서 드 바랑스 부인과 행복한 나날을 보냄.
1740 리용에서 드 마브리 가(家)의 가정교사를 함.
루소 ꡔ사회계약론ꡕ 9
Ⅱ. 각 장별 개념체계도
1. 자연상태
2. 계약설
> 자연법 학파
> 정치권
> 부권
> 절대주의 테제
> 보스웨
> 람세
> 자연법 학파
> 푸휀도르프
> 쥬리외
> 루소
> 사회계약설
> 결합계약
> 종속계약
> 이중계약설
> 푸휀도르프
> 홉스 사회계약
> 루소 사회계약
> 자유
> 평등
> 법
> 주권자
> 인민
> 일반의지
> 입법권
> 행정권
루소 ꡔ사회계약론ꡕ 25
제3부 ꡔ사회계약론ꡕ 분석
Ⅰ. 자연상태
1. 자연상태의 정의(定意)
2. 전쟁으로서의 자연상태
1) 루소의 방법론
자연적 평등이라는 원칙 자체에 대해서는 철학자 모두가 찬성이라면,
반면 자연상태를 평화 상태와 전쟁 상태 양자 중 어느 쪽으로 규정할 것
인가의 문제를 놓고서는 이들은 서로 갈라진다.
홉스에게는, 자연상태에서 인간들은 제각각의 독립을 누리고 있는데,
이 독립 상태가 모두가 모두에 대한 전면전(全面戰)으로 전락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이에 반해 로크, 푸펜도르프 그리고 법학자들 대부분은 자연
상태는 ‘평화와 상호원조’의 상태임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상태
에 대한 이런 긍정적인 견해는 사실 “‘자연인’에게 ‘정당과 부당의
관념’이나 ‘사회적 애착’이 있다고 상정하는 데”에서 기인한다고 지
적하는 것이 또한 ꡔ불평등기원론ꡕ서문에 나타나는 루소의 입장이다. 만인
은 만인의 적으로 태어났다고 주장하는 홉스에 반해서, 인간은 선천적으
로나 본성상 사회적[사교적]이고 자연법에 따라 산다고 주장하는 로크는
양자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강조하고 있다.
(1) 법적 관점
“만일 전쟁이 있다면, 그것은 결코 사람들 사이에서 아니고 오직 국가
들 간에서만 발생한다.”8) 전쟁에 대한 루소의 이런 규범적인 사고는 한
편 국가와 법에 대한 루소의 사상을 함축하고 있으며, 다른 한편 전쟁에
대한 홉스 사상의 모호함을 지적하고 있다. 사실 홉스가 인간의 인간에
대한 전면적 전쟁을 논할 때, 그는 이 말을 통속적인 의미로 그냥 사용하
고 있는데, 만일 이 말을 법적인 의미로 취할 경우 개인들 간에 진짜 전
쟁은 자연 상태에서든 정치사회에서든 일어날 수 없는 것이 분명하다.
자연 상태는 ‘독립’ 상태, 곧 공동 상위자도 심판관도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누구든 다른 사람의 생명, 자유 또는 재산을 탈취하려고 폭력을
사용하는 자는 그 상대방과 전쟁 상태에 돌입하게 된다는 것은 루소 이전
의 모든 철학자가 인정했던 점이다. 그런데 자연 상태에선 개인들 간에
전쟁이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함으로써 루소는 이 전통에 대해서 하나의 역
설을 제기하고 있는 셈이다. 도대체 이 역설의 참 뜻이 무엇인가를 이제
알아보기로 하자.
두 사람이 다투고, 치고받고, 심지어 서로 죽이는 일이 있다고 해서,
9) 같은 책, p.294.
38 ꡔ철학사상ꡕ 별책 제2권 제5호
(2) 심리학적 관점
“인간 대 인간의 보편적 전쟁은 결코 없으며, 그리고 인간 종은 서로
파괴한 끝에 멸종(滅種)하려고 생겨난 피조물이 아니다.”10) 루소의 이
말이 틀리지 않은 것은 각 개인의 생명 보존이 종의 희생을 대가로 하여
이루어진다는 주장이 이치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인간의 자연 본성
이 홉스가 기술한 바대로라면 인류는 존속해 나갈 수가 없을 것이다.
“자신의 안녕이 자신이 속한 종의 파멸에 결부되어 있다고 믿을 동물이
천지간에 있을 수 있을까. 또 이렇게 해괴하고 가증스러운 종이 과연 두
세대 동안이나마 존속할 수 있다고 상상할 수 있을까.”11) 우리가 루소의
이 통렬한 비평을 수긍할 수밖에 없는 것은, 종의 창조 목적이 종의 자기
파괴를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연은 개인의 보존을
위해서와 마찬가지로 종의 보존을 위해서도 필요한 모든 것을 마련해 주
고 있다. 즉 생의 본능이 전자와 후자의 보존을 동시에 확보해주는 역할
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면 어째서 홉스는 이와 상반되는 견해를 주
장하는 것인가?
10) 같은 책, p.294.
11) 같은 책, p.305.
40 ꡔ철학사상ꡕ 별책 제2권 제5호
3. 자연적 사회성
16) 루소, Essai sur l'origine des langues, Gallimard, Paris, 1990, 2장
(67) 및 9장(94).
17) 불평등기원론 , VPW, I, 165/166.
50 ꡔ철학사상ꡕ 별책 제2권 제5호
4. 자연법
19) 같은 책, (p.137)
20) 같은 책, (pp.140/141)
21) 루소, Economie politique, VPW, I, 242.
58 ꡔ철학사상ꡕ 별책 제2권 제5호
Ⅱ. 계약설
1. 정치사회의 기원과 권위의 정초
1) 정치사회의 기원
자연법 학파의 철학자들이 국가를 인위적으로 구축하려고 했다는 비난
이 비록 정당할지라도, 그들 모두가 정치사회의 형성은 인간이 존속하기
위해선 부득이한 일이었으며 자연상태의 불편과 장애가 실제로 이것의 설
립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고 믿고 있었음을 인정하기 않으면 안 된다. 예
를 들어 홉스에 있어선 인간 종이 살아남으려면 그의 자연 조건을 단념하
고 만인의 만인에 대한 전쟁을 끝내기 위한 인위적 장치를 발견해내지 않
으면 안 되었다. 그런데 홉스의 계승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그의 반대자
들까지도 종국엔 정치사회의 기원 문제를 그와 거의 유사한 관점에서 제
기할 수밖에 없게 되었으며, 이 점에선 홉스의 영향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심지언 로크나 푸휀도르프 같이 홉스의 기초 가설
을 거부하고 자연상태를 평화 상태로 간주한 학자들조차도 분쟁, 알력을
중재할 공동 심판관이 없고 만인에게 자연법의 준수를 강제할 수 있는 권
위가 부재하는 상황에선 자연상태의 평화는 확실한 것이 아닐 뿐 아니라
인간들의 자연적 독립도 불가피하게 인간들 사이에 전쟁상태를 초래하고
만다는 것을 어쩔 수 없이 인정하게 되었다. 결국 홉스의 논적들에게도
이 전쟁상태를 끝낼 목적으로 정치사회는 창설되었던 것이다.
2) 정치권위의 근거
이제 ꡔ사회계약론ꡕ의 유일한 주제인 정치권위의 근거를 상론할 차례이
다. 루소에게서 이 권위는 그 근거를 자연이 아니고 합의(convention)에
26) 루소, Essai sur l'origine des langues, 제9장, (Gallimard, 1990), p.93.
27) 루소, 같은 책, p.94.
루소 ꡔ사회계약론ꡕ 81
두고 있다.
2. 정치권과 부권
3. 사회계약
의견은 각양각색이다.
우선 홉스의 구상을 따라 우리는 정치사회는 그것의 구성원이 되기로
동의한 자들 간의 상호 협약에 의해 성립됨을 인정할 수 있다. 이 경우
각인은 다른 모든 사람도 그와 마찬가지로 한다는 조건하에 한 사람 또는
한 집단의 권위에 자신을 예속시킬 것을 결정한다. 그리고 주권자는 ― 그
것이 하나의 인간이든 하나의 회중이든 관계없이 ― 시민들이 그들 간에
체결한 협약에 의하여 그의 권력을 수령하게 된다. 그러나 주권자는 그의
신민에 대해 어떠한 약속에 의해서도 구속받는 일이 없는 것은 그 자신이
신민들과 협약을 체결한 것도 아니고 따라서 그들에게 아무것도 약속한
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만치 주권자는 국가 구성원 전부에 대해 절대
적 권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홉스가 구상한 바의 협약은 본질적으로
(수평적)결합 협약이며 목적은 모두가 하나의 몸(body,corps)또는 단일
한 인격(une seule personne)으로 합일(合一)하는 것이다. 그리고 협약
에 포함된 예속 조항은 이 합일을 실현하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홉스와 달리 사회협약을 구상한 학자들은 임의의 국가에서 주권
을 부여받은 자는 그 주권을 그가 신민과 체결한 협약으로부터 받은 것이
고 이 협약은 양쪽 모두에게 상대방에 대한 의무를 부과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협약은 주권자[군주]의 신민에 대한 관계를 규정하는데 전자에게
공동체를 통치하는 권리를 부여하면서 동시에 그의 권력을 오로지 백성의
복지와 전체의 행복을 위해서만 행사해야 한다는 의무를 부과한다. 이 형
태의 계약설은 통치자와 피치자의 관계 규정에 적용되는 것으로서 그 목
적은 상호간의 약속을 토대로 각각의 권리와 상호 의무를 확립하는 것이
다. 여기서 문제는 더 이상 (수평적)결합 협약이 아니고 종속 협약 또는
루소의 고유한 용어법에 의하면 “통치 계약”이다.
루소가 활동하던 시대에 종속협약 이론이 전통적이며 대중적인 사상으
로 통하고 있었던 것은 적어도 2세기 동안 이 이론은 정치와 종교 투쟁에
서 온갖 당파의 무기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하나의 ‘학설’이었으며, 그러니만큼 보강처럼 이것이 철학적 사변의 영
역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릇된 주장이다. 실
제로 이 학설이 누린 명성과 위세는 자연법 학파의 법률가들이 누린 권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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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중 계약설: 푸휀도르프
홉스의 (수평적)협약에 반대해서 종속 협약의 필요성을 증명하는 데 커
다란 공헌을 한 학자가 푸휀도르프이다. 물론 푸휀도르프는 종속 협약이
제반 정치사회의 기원을 설명하는 데 충분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일
세기 이상 동안 대학 공법(droit public)교육의 권위로서 군림하던 그의
학설은 국가의 정초로서 두개의 계약과 하나의 법령을 제시한다. 푸휀도
르프에 의하면, 대저 정치사회가 성립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먼저 하나
의 협약이 선행해야 하고, 이 협약에 의해서 국가에 속하기를 원하는 자
는 모두 차후로는 단 하나의 몸[정치체]를 형성하고 그들의 생명보존과
안전에 관한 모든 문제는 합의에 의해 해결한다는 상호간의 약속을 한다
는 것이다. 이때 어느 누구도 이 합일을 위한 협약에 서명토록 강제당하
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동의하기를 거부하는 자는 누구나 이렇게 성립되
는 정치사회의 외부에 남아서 자신의 자연적 자유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
다. 그런데 이와 동일한 착상은 루소에게서도 찾아 볼 수 있다.
2) 사회계약설: 홉스
사실, 종속 협약은 국가 안에 두 권력을 제정하고 또 이 때문에 주권의
분할 내지 제한에 이르는 필연적인 경향이 있었다. 이런 결과 정부는 상
호간의 약속이나 쌍무적 의무를 토대로 수립된다는 점이 수용된다 해도,
누가 과연 이 계약의 이행에 대한 심판관이 될 것인가의 문제가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하면 왕은 자신은 약속을 지켰다고 주장하는데 그
의 신민들은 이에 대해 항변하는 경우, 과연 누가 이 분쟁을 심판할 것인
가? 이런 종류의 갈등을 판정하는 공동의 심판 또는 상위자가 없는 사회
는 매 순간 해체될 위험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배자와 피지배
자 사이에서 심판 역할을 하도록 의회를 제도로서 설립하게 되면, 이 의
회가 최종 심급으로서 심판하게 되고 따라서 최고 권력을 보유하게 된다.
실제의 주권자는 의회가 되고 통치자는 이 의회의 의지를 집행하는 책임
을 맡은 대리인이 된다. 이렇게 되면 통치[종속] 계약은 더 이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각자가 자기를 위한 심판관이게 되면,
정치사회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각자는 자연상태로 돌아가 독립적인
존재가 된다. 홉스는 바로 이 위기 상황을 그의 학설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3) 사회계약설: 루소
이상에서 살펴본 듯이 홉스와 푸휀도르프는 서로 대립되는 학설을 제시
하고 있는데, 그러면 루소의 이론은 이 두 학설에 대해 어떠한 자리매김
이 가능할 것인가?
우선, 루소는 이중 계약설을 부인하고 있다. ꡔ사회계약론ꡕ 제3편 16장
의 제목 ‘정부[통치부]의 수립은 결코 계약이 아니다’ 자체가 이미 그
의 기본자세를 시사하고 있다. 단 한번의 협약이 정치사회를 탄생시킨다.
즉 ꡔ사회계약론ꡕ의 같은 장에서 천명하고 있는 것처럼, “국가라는 범주
에선 단 하나의 계약이 있을 뿐이다. 그것은 (동등한 자들 간의) 결합 계
약인 바, 그 이외의 다른 모든 종류는 이 범주에서 배제된다.” 따라서
루소에게선 종속 협약이나 통치 계약 따위는 없고 다만 결합 협약이 있을
뿐이다. 이 점에선 루소는 홉스에 찬성이다. 그러나 이 유일한 협약의 성
질에 대해선 루소의 생각은 홉스의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홉스에게선, 우리가 앞 절에서 이미 밝힌 바대로, 다수의 인간이 일단
결합해서 국가를 형성하기로 결정하고 나면, 각인은 나머지 모든 인간들과
개별적으로 협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결합은 모든 개개인이 모든 개개인을
상대로 한 협약에 의해(by covenant of every man with every man), 그러
므로 일련의 연속적인 상호 협약에 의해 성립된다.
그러나 루소의 경우 개인들이 서로서로 자기들 사이에 협약을 체결하는
것이 아닌 것이, ꡔ사회계약론ꡕ 제1편 7장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처럼,
“결합 행위는 공적 존재[공중, le public]이 개개인들을 상대로 맺는
에필로그
참고문헌
<루소 저서>
Rousseau, J.-J., Essai sur l'origine des langues, Gallimard,
Paris, 1990 (folio / essais)
_______________, Discours sur les sciences et les arts, Gallimard,
Paris, 1990 (folio / essais)
_______________, Emile ou De l'éducation, Gallimard, Paris, 1990
(folio / essais)
_______________, Les Confessions, Gallimard, Paris, 1964
(Biblotuèque de la pléiade)
_____________, Discours sur l'origine et leo fondements de
l'inégalité, Discours sur l'économie poli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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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ève, Lettres écrites de la montagne, Conridératrins
sur le Gouveinement de Pologne. (The political
writings of Jean Jacques Rousseau, edited from the
original manuscripts and authentic editions with
introduction and notes by C. E. Vaughan Oxford,
Blackwell, New York, 1962. 2 Vol.)
<기타 저서>
Hobbes. T., De Cive: (Traduction frangaise) Les Elements de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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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___________, Leviathan or the matter, form and power of a
commonwealth ecllesiatical and civil, Oxf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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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ks, J., Second Treaties of Civil Government and a Let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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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esquieu, L' Esprit des lois, Seuil, paris, 1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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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
Strarobinski, J,. J,-J. Rousseau Rousseau La transparence et
l'obstacle Gallimard, paris, 1971.
ꡔ철학사상ꡕ 별책 제2권 제5호
발행일 2003년 5월 25일
발행인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소장 백 종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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