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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of the Musicological Society of Korea Vol. 23 No. 2 pp.

33-66 Print ISSN 1598-9224


http://dx.doi.org/10.16939/JMSK.2020.23.2.33

바이마르 시절 리스트와 이탈리아 오페라


: 그의 열망과 비판* 69)

김 현 주**

1. 들어가면서

리스트(Franz Liszt, 1811-1886)의 바이마르 시절(1848-1861년)에 대한 연구는 ‘작곡가 리스트’


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의 화려한 비르투오소 시절을 공식적으로 마감하고 바이마르에서 궁정
감독, 지휘자, 작곡가로서 거듭나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한편 그의 비르투오소 커리어는 바이마
르 시절에도 비평가들의 빈번한 과녁이 되었고 작곡가의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걸림돌이 되었
다.1) 그 혹평에 늘 시달릴 수밖에 없었던 리스트였기에 ‘작곡가 리스트’의 이미지는 자신이 평생
에 걸쳐 열렬히 분투하고 염원하던 바이기도 하였다.2) 그 염원대로 지금껏 그는 교향시 장르의
혁신을 이룩한 작곡가로 중요하게 다루어졌다.3) 아울러 그는 바그너(Richard Wagner,
1813-1883)의 오페라로 대표되는 진보적 작품들에 새롭게 관심을 가지고 그것들을 무대에 올렸
는데, 이러한 그의 활동은 미래 지향적 음악을 구현하는 작곡가로서의 이미지를 공고히 다지는데

* 이 논문은 2020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인문사회분야 신진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
(NRF-2020S1A5A8043994).
** 김현주: 강사 (연세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출강).
1) 1840년대 리스트에 대한 대부분의 평은 그의 ‘초월적인 연주’에 대한 것이었다. 그는 살아있는 위대한 작곡가였음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었지만 살아있는 위대한 피아니스트였음을 더 부인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당시 비평의 해석은
Michael Saffle, Liszt in Germany, 1840-1845: A Study in Sources, Documents, and the History of Reception (Stuyvesant,
NY: Pendragon Press, 1994), 203-218 참조; 1850-1860년대 리스트의 교향시에 대한 혼합된 비평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는 Keith T. Johns, The Symphonic Poems of Franz Liszt (Stuyvesant, NY: Pendragon Press, 1997), 83-138 참조.
2) Dolores Pesce, Liszt’s Final Decade (Rochester, NY: University of Rochester Press, 2014), passim.
3) Keith T. Johns, The Symphonic Poems of Franz Liszt ; Joanne Cormac, Liszt and the Symphonic Poem (Cambridge;
New York, NY: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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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할을 다했다.4)
이 글은 바이마르 시절 리스트의 또 다른 모습인 ‘작가 리스트’와 ‘편곡자 리스트’를 조명한다.
사실 작곡가, 작가, 편곡자 리스트가 결코 분리될 수 없다. 우리는 리스트가 작곡가이기 때문에
그의 글을 읽지 않는가? 그의 편곡 또한 그의 작곡의 중요한 한 부분이지 않는가? 사실 그의 글과
편곡 모두 이미 초기부터 왕성히 해 오던 예술 작업인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
구하고 바이마르 시절 출판된 그의 저서는 제대로 주목을 받지 못 했고, 작곡가 이미지 구축으로
그의 ‘오리지널’ 작품에 치중하다 보니 그의 오페라 판타지, 페러프레이즈(paraphrase), 편곡은
연구의 핵심에서 벗어난 상태이다.5) 물론 당대 바그너에 대한 새로운 집중으로 그의 오페라에
대한 편곡의 논의는 적지 않게 발견되지만 말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필자는 작곡가-저자-편곡자 리스트라는 맥락 속에서 그의 예술세계를
고찰하고자 한다. 필자가 주목하는 부분은 바이마르 시절 출판된 이탈리아 오페라에 대한 리스트
의 저서와 편곡 작품이다. 이는 당시 그의 커리어와 엇박자를 내는 예술 작업인 점에서 흥미롭
다. 바이마르 궁정과 리스트 모두 이탈리아 오페라보다 독일 오페라를 선호한 것은 당연했기 때
문이다. 독일 오페라는 바그너의 작품으로 대변되는 아방가르드적인 미학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리스트의 선호는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6) 결과적으로 벨리니(Vincenzo Bellini,
1801-1835), 도니제티(Gaetano Donizetti, 1797-1848), 베르디(Giuseppe Verdi, 1813-1901)의 이
탈리아 오페라의 연주는 열외일 수밖에 없었다. 바이마르 기간 동안 전체 오페라의 연주 횟수에
비해 이탈리아 오페라가 10분의 1정도를 보인 것도 그 때문이다.7) 이처럼 이탈리아 오페라가

4) 1840-1884년 동안 리스트가 지휘한 작품의 전체 목록은, Alan Walker, Franz Liszt (Ithaca, NY: Cornell University Press,
1987–1997), 3 vols., II: 285-295 참조; 바이마르 극장에서 연주된 작품의 특징에 대한 논의는, Allan Keiler, “Liszt and
the Weimar Hoftheatre,” Studia Musicologica 28 (1986), 431-450 참조.
5) 리스트의 편곡에 대한 용어는 다양하다. 이 논문에서 ‘편곡’은 넒은 범위의 의미로 기존 음악을 재작업(reworking) 하는
것을 모두 아우른다. 이 중에 오페라에 토대를 둔 재작업은, 리스트가 직접 제목으로 명명한 것을 따르며, 판타지 또는
페러프레이즈(paraphrase)로 부른다. 따라서 이 세 용어가 어느 정도 겹치고 혼용되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19세기
편곡을 가리키는 다양한 방식과 용어는 의미 있는 주제로 필자가 이어서 주력하는 분야이다.
6) 당대 리스트와 바그너의 길고도 세부적인 서신에서 리스트는 바그너의 음악에 무지한 연주자와 청중에게 그의 음악을
알려 주려는 노력을 상당히 보인 점을 확인할 수 있다. 1850년 바그너의 ≪로엔그린≫(Lohengrin)의 리스트의 초연과
준비에서 그 단적인 예를 보여주는데, 이에 대해서 같은 해 4월 21일과 7월 2일에 바그너가 리스트에게 보낸 편지를
참조할 수 있다: Richard Wagner, Correspondence of Wagner and Liszt, trans. Francis Hueffer and rev. W. Ashton
Ellis, 2 vols. (New York: C. Scribner’s Sons, 1897), I: 62-68.
7) 이 연주 횟수는 워커가 제공한 1840-1884년 연주 전체 목록(Walker, Franz Liszt, II: 285-295)에서 필자가 1848-1861년으로
제한해서 간추린 것이다. 전체 오페라가 111회 정도이고 이탈리아 오페라는 10회 남짓으로 추정된다. 같은 오페라의
반복적인 연주를 고려하면 10번 남짓에서도 더 작은 수에 해당하는 이탈리아 오페라의 연주를 생각할 수 있다.
바이마르 시절 리스트와 이탈리아 오페라 35

주변부에 있는 상황 속에서 이 장르에 대한 리스트의 글과 편곡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가?


이 문제에 대해 고찰하는 것이 필자의 목표이다.
본 연구는 1850년대 초반에서 중반 사이 출판된 드라마에 대한 리스트의 에세이를 모은 뺷드라
마적 조각들뺸(Dramaturgische Blätter)을 분석한다.8) 이 글들은 동시대의 오페라 문화—독일, 이
탈리아, 프랑스 오페라를 포함하여—에 대한 리스트의 방대하고도 깊은 통찰력을 보여준다. 필자
의 초점은 이탈리아 오페라의 음악과 드라마의 관습에 대한 그의 비평이다. 한편 리스트의 바이
마르 글은 그의 초기에 작성된 드라마에 대한 글과 관련이 있다는 점에 감안해볼 때, 그의 초기
에세이의 분석은 그의 비평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긴요한 작업이라 판단된다.
그러므로 1830년대 뺷음악학사의 편지뺸(Lettres d’un bachelier ès-musique)에 수집된 글들 중에
서, “라 스칼라”(La Scala) 에세이(1838년)와 “음악과 이탈리아의 상태”(De l’état de la musique
et Italie, 1839년) 에세이의 분석도 병행한다 (이하 각각 <라 스칼라 에세이>와 <음악과 이탈리아
에세이>로 약칭).9)
이어서 이탈리아 오페라에 대한 리스트의 음악적 창작활동을 편곡을 통해서 살펴본다. 물론
그의 글에서 피력한 사상이 그의 편곡에 그대로 반영되지는 않는다. 그러한 연계를 주장하는 것
은 오히려 무리일 수 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리스트가 그의 글에서 문제라고 지적했던 이슈의
일부는 역으로 그의 편곡에서 독창적인 재작업과 재음미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기도 하였다. 그는
자신의 글에서 이탈리아 오페라에 나타나는 구조적 문제와 멜로디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문제
를 중요하게 다룬다. 그러므로 편곡 과정에서 리스트가 원곡의 주제를 일정 틀에서 벗어나 다각
적으로 이용하는 방식을 사용한 것은 이러한 이탈리아 오페라의 문제에 대한 그의 음악적 비판이

8) Franz Liszt, “Franz Liszts Sämtliche Schriften,” Vol. 5: Dramaturgische Blätter, ed. Detlef Altenburg, Dorothea Redepenning
and Britta Schilling (Wiesbaden: Breitkopf & Härtel, 1989). 필자의 연구는 최근 새롭게 출판된, 권위 있는 영문 번역본을
참조한다: Janita Hall-Swadley, The Collected Writings of Franz Liszt, vol. 3. Part I: Dramaturgical Leaves: Essays
about Musical Works for the Stage and Queries about the Stage, Its Composers and Performers (Lanham, MD: Rowman
& Littlefield, 2014). 드라마에 대한 리스트의 저서는 그의 미완성 오페라 ≪Sardanapale≫(1845-1851)에 대한 논의의
한 부분으로 다뤄진 것이 전부이다: James William Bryan, “Liszt’s Sardanapale: Its Creation, Sketches, and the Reception
of Mid-nineteenth Century Italian Opera Conventions,” (Ph.D. Diss., University of Wisconsin-Madison, 2009), 34-37.
브라이언의 논의는 간결하지만 이 주제에 대한 연구의 시작점으로 유용한 자료이다.
9) 뺷음악학사의 편지뺸의 권위 있는 영문 번역본은, Franz Liszt, An Artist’s Journey: Lettres d’un bachelier ès-musique,
ed. and trans. Charles Suttoni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89) 참조; <라 스칼라 에세이>는 Gazette musicale,
1838년 5월 27일, 217-222에 발행; <음악과 이탈리아 에세이>는 Revue musicale, 1839년 3월 28일, 101-105에 발행.
각각의 영문 버전은 Liszt, Artist’s Journey, 72-85, 167-180 참조.
이 밖에 리스트의 라 스칼라 극장의 경험에 대한 자료와 <라 스칼라 에세이>에 대한 간단한 논의는, Charles Suttoni,
“Liszt à Milan,” Revue Musicale 405 (1987): 177-187; Bryan, “Liszt’s Sardanapale,” 30-34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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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을 바이마르 시절 이후 편곡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베르디 오페라


의 편곡의 사례로 살펴본다. 결국 바이마르 시절 이탈리아 오페라에 대한 그의 글과 편곡은 그
장르에 대한 그의 열망과 비판이 동시에 표출되는 대표적인 두 분야이다. 각각의 목표가 뚜렷한
가운데 종래의 틀을 벗어나는 그의 개혁의지를 공통적으로 살펴 볼 수 있다.

2. 이탈리아 오페라에 대한 리스트의 논평

2.1. 개요

리스트의 생애와 커리어를 크게 세 단계로 분류하는 점에서 볼 때 이탈리아 오페라에 대한


그의 글은 초기와 중기에서 두각을 나타난다. 초기의 글들 중에 당시 파리의 뺷르뷔 에 가제트
뮈지칼뺸(Revue et gazette musicale)의 편집장인 쉴레징거(Maurice Schlesinger, 1797-1871)에게
보낸 두 편의 공개장이 대표적으로, 앞서 도입에서 소개했듯이 <라 스칼라 에세이>(1838)와 <음
악과 이탈리아 에세이>(1839)가 있다.10) 한편 초기의 글 이후 20여년이 훌쩍 지나서 중기의 글
뺷드라마적 조각들뺸이 바이마르에서 작성된다. 1850년대 초반에서 중반 사이 뺷음악신보뺸(Neue
Zeitschrift für Musik)를 비롯해 다양한 저널에서 출판된 리스트의 에세이를 모은 자료이다. 이는
바이마르에서 리스트가 경험한 연주와 연주자들에게서 직접적인 영감을 얻어 작성된 글이다. 무
엇보다 오페라에 대한 리스트의 사고와 함께 음악과 드라마의 합일에 대한 그의 시각을 제공하는
의미 있는 자료이다. 아래에서 각각의 글에서 리스트가 비판한 이탈리아 오페라의 문제를 분석하
고 그 의의를 조명한다.
전기의 글과 비교해서 뺷드라마적 조각들뺸은 언어와 독자 면에서 달라진 점을 보인다. 즉 전기
의 글이 프랑스 언론을 위해 외국 장르인 이탈리아 오페라를 설명하고 비판하는데 목적이 있었다
면, 후기의 글은 독일 언론과 독자를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그의 글에서 논의의 중심이 되는
오페라가 (여기에서 국적을 막론하고 모든 오페라가) 독일에서 얼마나 연주되고 있는지 그 상황
을 알려주거나, 직접적으로 독일 청중을 염두에 두고 하는 진술들이 글의 곳곳에서 눈길을 끈다.

10) 위의 각주 9번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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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점은 독일 청중의 취향을 향상하기 위해 역으로 이탈리아 오페라를 비판하는 그의 반증


인데, 다음과 같은 물음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독일인들처럼 이렇게 고양된 청중들이 장식이 달린
오토메이션[자동화 기구]를 가진 이탈리아 오페라에서 보이는 캐릭터 없는 표현을 믿고 싶어 하
는 것은 어떻게 된 일입니까?”11)
리스트의 비평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전에 그의 글에 늘 따라다니는 원작자 이슈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러 정황을 감안할 때 그와 두터운 친분을 가졌던 두 여인이 공동 저자로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12) 그 두 여인은 그의 초기와 중기에 각각 관계를 맺었던 마리 다구(Marie
d’Agoult, 1805-1876)와 캐롤린 자인-비트겐슈타인(Princess Carolyne Sayn-Wittgenstein, 1819-1887)
이다. 하지만 원작자 이슈에서 늘 그렇듯이 글을 시작한 것은 리스트였고, 모든 글들은 그의 감
독 하에 진행되었고, 특별히 음악과 예술에 대한 견해와 음악의 기술적 서술은 그의 집필로 밝혀
져 왔다.13) 원작자 이슈를 넘어 보다 중요한 점은, 리스트가 다구와 자인-비트겐슈타인으로 대변
되는 동시대 지식인들과 이탈리아 오페라 장르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였다는 것이다.14) 이런 점
에서 볼 때 그의 글은 이탈리아 오페라에 대한 당대 비판적 사고를 반영할 뿐만 아니라 동시대
미학적 풍토에 적극 참여하는 예술인, 지식인, 저자로서의 리스트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2.2. 리스트의 <라 스칼라 에세이>, 1838-1839: 이탈리아 오페라의 문제

리스트는 <라 스칼라 에세이>에서 당대 이탈리아 오페라의 문제를 로씨니(Gioachino Rossini,


1792-1868)의 장르에 대한 장악에서 비롯되었다고 보았다. 정확히 로씨니의 관습 중 두 가지 문

11) Liszt, “Bellini’s Montague and Capulet,” in Collected Writings of Franz Liszt, III, 163.
12) Ralph Locke, “Liszt on the Artist in Society,” in Franz Liszt and His World, ed. Christopher H. Gibbs, Dana Gooley
(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06), 293.<라 스칼라 에세이>에 대한 원작자 이슈는 Hamilton, “Reminiscences
of a Scandal—Reminiscences of La Scala: Liszt’s Fantasy on mercadante’s Il giuramneto,” Cambridge Opera Journal
5 (1993): 187-198, 참조.
13) 리스트와 원작자 이슈를 다룬 논의는 다음 연구 참조: Liszt, Collected Writings of Franz Liszt, I, 4-16; Suttoni, “Introduction”
and “Liszt as Author,” in Artist’s Journey, X.238-245; Allan Walker, “Liszt the Writer on Music and Musicians,” in
Reflections on Liszt (Ithaca: Cornell University Press, 2005), 217-238; Hyun Joo Kim, “Interpretive Fidelity to Gypsy
Creativity: Liszt’s Representations of Hungarian-Gypsy Cimbalom Playing,” The Journal of the American Liszt Society
67 (2016), 25, 각주 7 참조.
14) 구조의 획일화에 대한 이슈는 일찍이 도르티그(Joseph d’Ortigue), 페티(Francois-Joseph Fétis) 등의 비평가들과도 뜻을
같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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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를 지적하였는데, (1) 구조의 확립과 (2) 멜로디의 집중이다. 혹자는 구조의 확립이 왜 문제가
되는지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리스트에게 그것은 구조의 가변성, 다양성의 부족을 초래하는
문제였다. 한 마디로 구조의 일률성, 획일성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당시 관습적 구조는 무엇을
가리키는가? 리스트는 그 구조를 구체적으로 기술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19세기 처음 반 세기동
안 아리아와 듀엣을 지배했던 ‘교과서적인’ 로씨니의 구조는 잘 알려져 있다. 로씨니 초기의 듀엣
의 경우 두 단계의 드라마적⋅음악적 진행, 즉 하나는 템포 아타코(tempo d’attacco)에서 느린
섹션으로의 진행,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안정된 상태로의 이동과, 다른 하나는 템포 디
메쪼(tempo di mezzo)에서 카발레타(cabaletta)로의 진행을 떠올릴 수 있다.15)
리스트가 지적한 구조의 획일성은 당대 이탈리아 오페라의 문화와 관습을 꿰뚫어 보는 그의
통찰력을 보여준다. 당시 새로운 오페라를 계속 요구하는 풍조에 부합하여 오페라는 신속하게
작곡되어야 하는 ‘상품’이었다.16) 어떤 드라마적 상황이라도 간단한 수정으로 조정될 수 있는 구
조적 확립이 필요했던 것이다. 따라서 구조의 확립은 오페라 작곡의 시간적 제한과 맞물리는 결
과물이었다. 리스트는 이러한 상황 속에 놓인 이탈리아 오페라를 “제조업 작업 과정”이라고 우려
하면서, “모든 것이 이미 알려져 있고 종이에 음을 기보하는 실제 시간 외에 그 어떤 것도 필요하
지 않다”고 비판했다.17) 즉 기계를 이용해서 대규모 생산하는 제품 같은 성격을 띠는 오페라는
메뉴얼이 이미 다 정해져 있기 때문에 기보할 종이와 시간만이 필요할 뿐이라는 말이다. 그의
강도 높은 비판이다.
리스트는 구조의 획일성을 드라마적 내용을 표현하는데 장애가 되는 요소로 보았다. 이는 드
라마보다 관습에 의지하는 작곡가들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그는 <음악과 이탈리아 에세이>
에서 드라마의 “다양한 감정과 상황들이” 작곡가들의 “관행적인 방식,” 즉 “규격 방식”으로 수렴
되는 점을 비판하였다.18) 리스트에게 당대 오페라 작곡가들은 로씨니의 관습에 의존적인 그룹이
었다. 결과적으로 그들의 음악적 활동은 “단순히 결실이 없는 소동”이고 “아마도 역행하는 것을
고려해야 할 모든 이유가 있는 정적인 움직임”이라고까지 질책할 정도였다.19)

15) Scott L. Balthazar, “The Primo Ottocento Duet and the Transformation of the Rossinian Code,” Journal of Musicology
7/4 (Fall 1989), 473.
16) Roger Parker, “The Opera Industry,” in The Cambridge History of Nineteenth-Century Music, ed. Jim Samson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2), 87-89; Philip Gossett, “Gioacchino Rossini and the Conventions of Composition,”
Acta Musicologica 42 (1970), 50.
17) Liszt, “La Scala,” 77.
18) Liszt, “Musical Conditions in Italy,” 173.
바이마르 시절 리스트와 이탈리아 오페라 39

이탈리아 오페라에서 구조적 문제뿐만 아니라 멜로디의 집중 또한 리스트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였다. 구조에서처럼 멜로디에서도 그는 이렇다 할 기술적 문제를 표현하지 않았다. 하지만 로
씨니의 멜로디의 특성은 크게 두 가지 점에서 생각할 수 있다. 한편에서는 규칙적인 피리아디시
티(periodicity)가 강한 ‘닫힌’(closed) 멜로디를, 다른 한편에서는 간결한 프레이즈가 쉼표로 나눠
지고 콜로라투라로 장식되기도 하면서 자유롭게 연속되는 ‘열린’(open) 멜로디이다.20) 그러나 이
점은 리스트의 큰 관심이 아닌 듯하다. 오히려 그의 관심은 오페라에서 멜로디만 취하는 이탈리
아 대중들의 취향이었고 이는 그의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라 스칼라 에세이>에서 그는 말하길,
“작품이 귀를 즐겁게 하고 멜로디가 평온하고 멜랑콜릭한, 청중은 작곡가가 그 멜로디를 오페라
에 소개하는 방식이나 그것을 캐릭터의 역할에 부합하게 하는 방식에 대해서 묻지 않는다.”21)
다시 말해서 청중은 선율이 듣기 좋은 한, 음악과 드라마의 관계 또는 드라마에 적절한 음악의
표현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탈리아 청중에 대한 리스트의 우려는 <라 스칼라 에세이>의 곳곳에서 살펴 볼 수 있다. “이
탈리아 감정에 낯선 것, 즉 사고의 깊이”의 결여와 “그들이 추구하지 않는 차분한 진실”에 탄식하
며, 그들은 “최소한의 정신적 노력을 요구하는 모든 것을 피한다”고 말한다.22) 이어서 “위대한
대가인 로씨니”는 청중들에게 “일련의 멜로디 외에는 그 어떤 것으로도 들리지 않는다”고 비판하
면서, “그가 청중을 응석받이로 자란 아이들처럼 대했다”고 질책하기도 했다.23) 즉 이탈리아 청
중을 망쳐 놓은 주범을 로씨니에게 돌린 격이었다.
이상의 논의를 통해 이탈리아 오페라에 대한 리스트의 글은 크게 세 가지 문제로 수렴된다.
(1) 구조의 확립과 함께 빚어진 획일화의 문제, (2) 멜로디의 과도한 집중과 드라마의 약화, (3)
관행에 의존하는 작곡가와 청중, 그리고 그들의 문제의식의 결여이다. 구조와 멜로디의 문제는
결국 오페라의 드라마와 음악적 관행의 갈등 내지 괴리를 지적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작곡가
와 청중 양방향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작곡가들은 로씨니 관습을 벗어나지 못하는 방식으로 텍스
트의 드라마적 요구를 부합하는데 실패했고, 청중은 오페라 관습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일 뿐만

19) Liszt, 위의 글, 168.


20) Balthazar, “Rossini and the Development of the Mid-Century Lyric Form,” Journal of the American Musicological
Society 41 (1988), 102-103. 두 가지 접근에 대한 멜로디의 논의는 립만(Friedrich Lippmann)의 1960년대 연구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21) Liszt, “La Scala,” 79.
22) Liszt, 위의 글, 77.
23) Liszt, 위의 글,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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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라 멜로디에만 초점을 두는 그들의 타성에 젖은 태도를 보였다.


사실 청중을 우려하는 리스트의 마음은 그의 사회적 예술가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 일찍이
20대의 그는 1830년대에 출판된 방대한 에세이 시리즈인 “사회에서 예술가들의 상황과 그들의
현황에 관하여”(De la Situation des artistes et de leur condition dans la societé)에서, 대중의
음악적, 예술적, 문화적 취향을 고양시키고 싶은 한 예술가의 의지를 반영한 적이 있기 때문이
다.24) 후술하겠지만 대중의 교육에 대한 주제는 그의 후기의 글에서 이어지고 더 뚜렷하게 드러
나는데, 아래의 “이탈리아 오페라에 대한 비판의 의의” 섹션에서 심화한다.

2.3. 벨리니와 도니제티의 오페라에 대한 비평

혹자는 이탈리아 오페라 역사에서 로씨니 관습에만 초점을 둔 리스트의 시야가 제한적이라고
비판할 수 있다. 로씨니 후의 벨리니, 도니제티, 베르디 같은 작곡가들의 구조의 확대를 생각할
수 있고 이에 대한 리스트의 대응을 궁금해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포스트-로씨니 작곡가들에
대한 그의 이해는 부족했던 것인가? 물론 아니다. 리스트는 그들의 스타일의 변화를 확실하게
알아차리고 있었다. <음악과 이탈리아 에세이>에서 그는 말하길, “스케일들, 어려운 부분들, 고도
의 기교가 필요한 화려함이 더 이상 유행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벨리니의 음악이 변화를
가져왔다고 인정한다.”25) 아마도 이는 1830-1840년대에 로씨니의 장식적이고 화려한 멜로디를
대체하려는 현상을 염두에 둔 언급이라 생각된다. 리스트는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았지만, 그의
언급에서 벨리니의 ‘서정적 형식’(lyric form, AA’BA’ 구조)과 관련된 멜로디, 즉 장식이 덜 하고
더 단도직입적인 멜로디나, 벨리니와 도니제티의 더 단순하고 직접적인 표현의 ‘칸토 데클라마
토’(canto declamato)를 미루어 헤아려 볼 수 있다.26)

24) 이 에세이는 Revue et Gazette musicale에 출판된 리스트의 “음악 학사의 편지”(Lettres d’un bachelier ès musique)
에세이 시리즈의 1838년도 부분에 나타난 것이다: Liszt, Sämltiche Schriften, ed. Detlef Altenburg et al., I, 1–75; Liszt,
Artist’s Journey, 157, 169쪽 등 1838년대의 글에서 빈번히 나타난다. 일부 영문번역의 해석과 주석은, Locke, “Liszt
on the Artist in Society,” 291–302 참조.
25) Liszt, “Musical Conditions in Italy,” 173.
26) 로씨니와 벨리니의 차별화 못지않게 그들을 연속성 상에서도 이해할 수 있다. 전자의 경우, Gary Tomlinson, “Verdi
After Budden,” 19th-Century Music 5 (1981-82): 174-175 참조; 후자의 경우, Balthazar, “Rossini and the Development
of the Mid-Century Lyric Form,” Journal of the American Musicological Society 41 (1988): 102-125, 특별히 106-107
참조. 칸토 데클라마토의 논의는, Balthazar, “Rossini and the Development,” 102; Gary Tomlinson, “Italian Romanticism
and Italian Opera: An Essay in Their Affinities,” Nineteenth-Century Music 10/1 (Summer, 1986), 52, 59 참조.
바이마르 시절 리스트와 이탈리아 오페라 41

하지만 흥미롭게도, 위의 인용구 다음에 이어지는 말에서 리스트는 그의 진정한 의도를 드러


낸다. 그들의 변화를 “진보, 즉 예술계의 환영받는 혁명”으로 다수가 여길지 모르지만,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이다. 결국 “로씨니에서 도니제티까지의 ‘진보’는 나에게 분
명하게 입증되지 않았다”라고 결론을 지으면서 말이다. 아마도 그의 생각에는 그들의 변화가 여
전히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 하고 있었고, 그로 인해 드라마적 내용을 잘 담아내지 못 하는
한계를 보였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된다.
여기에서 “진보”라는 단어는 리스트 나름의 생각이 담겨 있다. 그의 예술에 대한 확고한 지향
에는 음악의 진보와 같은 믿음이 자리하고 있었다.27) 더욱이 음악의 진보는 그가 평생 굳게 마음
에 간직한 사회적, 예술적 ‘개혁’과도 맞닿아 있다. 여기에서 이탈리아 오페라를 비평할 때에도
리스트는 “진보”라는 단어를 강조한다. 앞서 이탈리아 오페라 작곡가들의 음악적 활동이 “역행”
이라고 지적한 점을 감안할 때 이들의 관습은 음악적 진보를 가로막는 것이었다. 이어서 진보의
이슈는 로씨니의 관습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벨리니와 도니제티의 음악까지 확장된 논의에서
도 등장했다. 결국 앞서 살펴본 이탈리아 오페라의 병폐를 지적하는 리스트의 사고의 일면에는
음악의 진보에 대한 그의 믿음이 있었다. 즉 진보를 성취하기 위한 그의 비판의식과 개혁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3. 리스트의 뺷드라마적 조각들뺸(Dramaturgische Blätter),


1850년대 중반

3.1. 초기의 글의 연속과 확장

초기의 글에 비해서 뺷드라마적 조각들뺸에서 이탈리아 오페라의 논의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다.

27) Cornelia Szazbó-Knotik, “Tradition as a Source of Progress: Franz Liszt and Historicism,” in Liszt and the Birth of
Modern Europe: Music as a Mirror of Religious, Political, Cultural, and Aesthetic Transformations: Proceedings of
the International Conference Held at the Villa Serbelloni, Bellagio (Como) 14-18 December 1998, ed. Michael Saffle,
Rossana Dalmonte (Hilsdale, NY: Pendragon Press, 2003), 143-156; 특별히 예술가와 인류의 진보를 위해 그들이 고양되고
교육받아야 하는 중요성은 151-152 참조.
42 서양음악학 제23-2호

이유인즉 드라마에 대한 리스트의 새로운 관심에 따라 자연스럽게 그의 글도 독일과 프랑스 오페


라 작곡가들의 업적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28) 또한 이 당시 드라마에 대한 그의 글에서 바그
너와 베를리오즈(Hector Berlioz, 1803-1869)의 개혁에 대한 부분이 상당량 차지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그러므로 뺷드라마적 조각들뺸은 이탈리아 오페라를 상대적으로 “죽어가는 형식”
으로 다루고 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29) 하지만 분량이 적다고 이탈리아 오페라에 대한 그의
열망이 식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의 초기의 글에서 피력한 내용을 이어가며 확충한다. 까닭에
로씨니의 관습에 대한 비판, 벨리니와 도니제티의 한계, 드라마와 음악의 괴리에 대한 논의를
단순히 반복하지 않고 발전시킨다.
벨리니와 도니제티에 대한 글은 초기의 글의 연속과 확장이라는 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도니
제티의 ≪라 파보리타≫(La Favorita, 1840)와 벨리니의 ≪카풀레티가와 몬테기가≫(Capuleti e
I Montecchi, 1830)는 각각 바이마르에서 1850년, 1854년에 연주되었고, 이어서 리스트의 강도
높은 비판을 받았다.30) 초기의 글과 같은 맥락에서 벨리니와 도니제티의 멜로디는 여전히 한계
를 드러낸다. <카풀레티가와 몬테기가 에세이>에서 보여 주듯이 그들의 “멜로디 형식은, 특히
감정의 관점에서, 이탈리아 오페라의 오래된 형식에 속한 것”이었다.31) 그 멜로디들은 “달콤한
진부함, 감성적으로 부드러운 사랑스러움”의 특징을 보이는데, 이는 “일시적으로 만족”을 줄지는
모르지만 본질적으로 “에너지, 창조, 독창성, 진정한 영감이 결여”된 것이었다.32)
한편 전기의 글과 비교해서 리스트의 확장된 시야도 살펴볼 수 있다. 새로운 이탈리아 오페라
학파에 대한 재조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카풀레티가와 몬테기가 에세이>에서, 리스트는 포스
트-로씨니 세대의 작곡가들이 주축이 된 새로운 학파에서 나온 작품을 “허마프로디틱
(hermaphroditic, 상반되는 두 성질을 아울러 가진) 작품”이라고 표현하면서 이것은 “로씨니에서

28) 독일계는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슈베르트(Franz Schubert, 1797-1828), 베버(Carl Maria von Weber,
1786-1826)의 오페라가 대상이 되었고, 프랑스계는 글룩(Christoph Willibald Gluck, 1714-1787), 마이어베어(Giacomo
Meyerbeer, 1791-1864), 오버(Daniel Auber, 1782-1871)의 오페라가 화제가 되었다. 구체적으로 다룬 작품들은 다음과
같다: Beethoven’s Fidelio (1854), Schubert’s Alfonso and Estrella (1854); Weber’s Euryanthe (1854); Gluck’s Orpheus
(1854); Scribe and Meyerbeer’s Robert the Devil (1854), The Mute from Portici by Auber (1854). 이 밖의 드라마적
서곡에 대한 글은 “About Beethoven’s Music to Egmont(1854)”; “About Mendelssohn’s Music to Midsummer Night’s
Dream”(1854)이 있다.
29) Cormac, Liszt and the Symphonic Poem, 24.
30) Liszt, “Bellini’s Montague and Capulet,” 157-170; “Donizetti’s The Favorite (1854),” in Collected Writings of Franz
Liszt, III, 187-200.
31) Liszt, “Bellini’s Montague and Capulet,” 161.
32) Liszt, 위의 글, 161.
바이마르 시절 리스트와 이탈리아 오페라 43

시작된 유산과 지금 유행하기 시작하는 낭만 학파의 새로운 원칙을 혼합”하는 것이라고 정의했
다.33) 다시 말해서 로씨니 관습에 의존하고 있는 특징을 지적함에도 불구하고, 그 관습과 새로운
학파의 고유한 특징의 결합에서 보이는 구조적 변화를 발견한 것이었다. 한마디로 포스트-로씨니
레퍼토리의 표현양식과 구조의 차이를 인정한 것이다.34)

3.2. 오페라 역사 속에서 관망한 이탈리아 오페라

뺷드라마적 조각들뺸에서 리스트는 이탈리아 오페라를 오페라의 역사의 광범위한 서술 속에서


관망하기도 하였다. 그의 오페라 네러티브는 오스트리아-독일과 최근 프랑스 작곡가들이 점진적
으로 이룬 업적에 집중하였고, 그 중 음악과 텍스트의 합일이 더 밀접하게 성취되었음을 지적하
였다. 이 합일은 다음과 같은 특징에서 이루어졌다고 리스트는 믿었다. 레시타티브와 데클러메이
션(declamation: 극적 효과를 노린 낭송 조의 말투)을 더욱 강조하고, 관행적 형식에서 벗어난
구조의 혁신을 꾀하고, 오케스트라의 드라마적 역할을 확대하고, 드라마의 향상을 위해 대본을
신중하게 선택한 점 등이다. 여기에서 눈여겨 볼 점은 리스트의 오페라 네러티브에서 이탈리아
오페라는 상충되는 발전을 보이는 장르였다는 것이다. 가령 이탈리아의 “멜로디 스타일”과 글룩
(Christoph Willibald Gluck, 1714-1787)을 비롯한 그랜드 오페라의 극적인 “낭송조 스타일”의 대
조가 이 점을 잘 보여준다.35)
흥미롭게도 리스트는 독일과 프랑스 오페라 작곡가의 개혁을 칭송하면서 이탈리아 오페라가
뒤쳐지는 상황을 반증한다. 이 점은 프랑스 그랜드 오페라의 거장인 마이어베어 (Giacomo
Meyerbeer, 1791-1864)와 그의 대본가 스크라이버(Eugène Scriber, 1791-1861)에 대한 그의 글
에서 역력히 드러난다. 우선 리스트는 마이어베어와 그의 추종자들이 창조한 오페라를 “시와 음
악의 하이브리드”(hybrids)라고 정의한다.36) 이는 이탈리아 오페라에서 벗어나는데 성공한 장르

33) Liszt, 위의 글, 160.


34) 같은 맥락에서 도니제티의 오페라는 리스트에 의해 재음미된다. 가령 도니제티 ≪라 파보리타≫에 대한 글에서 이 오페라는
독일에서 거의 연주가 되지 않았지만 도니제티의 최고의 작품일 수 있다고 주장한 바에서 그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특별히 오페라 3막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안단테는 리스트의 눈길을 끌었는데, “확실히 도니제티 음악 중에 가장 성공적”인
것으로 도니제티의 이전의 오페라 “루치아[Lucia di Lammermoor, 1835년 초연]와 루크레치아[Lucrezia Borgio, 1833년
초연]의 최고의 부분보다 우위에 있다”고 표현했다. Liszt, “Donizetti’s The Favorite,” 189-190.
35) Liszt, “Scribe and Meyerbeer’s Robert the Devil,” in Collected Writings of Franz Liszt, III, 111.
36) Liszt, 위의 글, 111.
44 서양음악학 제23-2호

또는 형식을 의미하고, 더 나아가 그들의 오페라는 장르의 새로운 학파를 형성한다고 그 의의를
밝혔다. 게다가 스크라이브와 마이어베어가 보인 주제에 대한 새로운 면모들을 지적하며 “심지어
절대적 멜로디의 대표자들인 이탈리아 거장들도” 그 요소들을 탐색하였다고 말하면서, 그 거장들
로 벨리니, 도니제티, 베르디를 꼽았다.37) 즉 혁신적 그랜드 오페라의 발전을 추종하는 이탈리아
거장들의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이 밖에 그랜드 오페라의 논의를 이끌기 위해 이전의 역사적 선례를 따라가는 과정에서 리스
트는 모차르트의 업적을 말하며 이탈리아 오페라의 어려운 상황을 다시 한 번 반증한다. 이에
대해선 모차르트가 그의 오페라에서 성취한 비극과 코믹의 대조는 “오페라 세리아에서 감정의
균일화에 대한 뻔뻔한 왜곡을 피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한 점에서 확인할 수 있
다.38) 사실상 이탈리아 오페라의 명성은 “파리에서 그랜드 오페라에 의해 손상되었다”고 리스트
는 생각했다.39) 결국 이탈리아 오페라의 현실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직격탄을 남긴다. “이탈리아
오페라는 [대본을] 쓸 수 있는 작곡가,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가수들, 그들 자신이 듣는 것을 이해
할 수 있는 청중이 결여되어 있다.”40)

3.3. 이탈리아 오페라에 대한 비평의 의의: 개혁과 대중의 향상

위에서 논의한 리스트의 강도 높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뺷드라마적 조각들뺸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그는 결코 이탈리아 오페라를 반대하거나 제거하려고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선 그의 <도니제티의 라 파보리타 에세이>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그는 작품의 약점이 그 작품의
가치를 결정짓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오히려 완벽성의 잣대로 평가하는 풍토를 비판했다.41)
또한 오페라 대가들도 종종 실수를 범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위치를 유지하지 않았는가 하면서
반문도 제기한다. 그러면서 결국 사소한 불완전성에도 불구하고 도니제티가 오페라에 대한 새로

37) Liszt, 위의 글, 116. 마이어베어와 같이 글룩의 업적 또한 이탈리아 오페라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이었다. 그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에 대한 글에서 리스트는 글룩의 주요한 개혁 중 하나를 드라마적인 장면을 위해 오페라의 종래의 관습들,
즉 스테레오타입의 조직과 만연된 형식에서 음악을 벗어나게 한 점이라고 지적했다 (Liszt, “Orpheus by Gluck,” in
Collected Writings of Franz Liszt, III, 42).
38) Liszt, “Scribe and Meyerbeer’s Robert the Devil,” 111.
39) Liszt, 위의 글, 120.
40) Liszt, 위의 글, 120.
41) Liszt, “Donizetti’s The Favorite,” 190.
바이마르 시절 리스트와 이탈리아 오페라 45

운 접근을 보이는 것을 그의 글에서 정당화하기까지 하였다. 이탈리아 오페라에 대한 균형적 비


평을 유지하려는 리스트의 견지를 미루어 헤아릴 수 있으리라 본다.
리스트가 비전으로 삼는 극장은 이탈리아 오페라의 배제가 아닌 독일, 프랑스 오페라와 함께
어우러지는 것이었다. 그는 <베버의 유리안테(Euryanthe) 에세이>에서 극장에 대한 비전을 크게
세 가지로 보고 각각을 구체적으로 작성했는데, 그 중 하나가 국가, 장르, 학파를 막론하고 좋은
작품을 번갈아 올리는 것이었다.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거장들의 최고의 작품을 교대로 하는,”
“한 장르가 다른 장르보다 우위에 있지 않은,” “한 학파가 다른 학파보다 우위에 있지 않은” 레퍼
토리의 구성을 요구사항으로 삼았던 것이다.42)
이탈리아 오페라는 존재하는 것이고 앞으로도 살아남을 미래 지향적인 장르였다. 단 그러기
위해서 개혁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단서가 붙는다. 같은 맥락에서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작품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이탈리아 오페라를 대체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오히려 새롭게 하려는 그의
개혁의지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앞서 논의한 포스트-로씨니의 이탈리아 오페라에 대한 리스
트의 사고에서 그의 개혁 의지는 더 확연히 드러났음을 볼 수 있었다. 결국 이탈리아 오페라의
부패와 남용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발본색원하자는 의도가 아닌 그것의 개혁을 통해 미래로 가져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그의 비전을 보여주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리스트의 미래의 비전에는 장르의 개혁과 함께 대중의 교육도 함께 자리하고 있다. 앞서 전기
의 글에서 그는 관습에 의존하는 작곡가뿐만 아니라 그 관습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는 청중을
우려하고 안타까워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오페라를 단지 여흥으로만 취하는 것을 탄식했다. 대중
의 향상과 극장 개혁의 밀접한 관계는 그의 바이마르 글인 <베버의 유리안테 에세이>에서도 확
인할 수 있다. 사실 이 글은 바이마르 극장이 다른 유럽 도시의 극장보다 더 진지하고, 수준 높고,
자유로운 극장 문화를 갖추기를 바라면서 극장 개혁이라는 이슈에 초점을 두었다. 그 개혁 과정
에 교육을 받은 대중과 그렇지 않은 대중의 차이는 리스트에게 확실한 것 같다. 전자의 경우,
“음악의 좋고 아름다운 것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계속될 것인 반면, 후자는 “예술에 대한 진지하
고 지속된 관심을 유지할 수 없다”라고 말했기 때문이다.43)
결론적으로 리스트의 오페라 개혁에 대한 글에서 중요한 모토 중 하나가 대중의 교육 내지
향상이었다. 그의 글은 단순히 오페라라는 음악적 장르를 비평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이러

42) Liszt, “Weber’s Euryanthe,” 71.


43) Liszt, 위의 글, 68.
46 서양음악학 제23-2호

한 비평을 통해 대중들이, 교육 받은 사람들이, 전문 연주자/작곡가들이 고양되길 그는 기대했던


것이다. 더욱이 대중의 향상은 그의 사회적, 철학적, 이념적 사상과도 긴밀할 관계에 있다. 그는
사회적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끼고 진보, 혁신, 개혁에 대한 철학적인 사상을 진지하게 모색했던
예술인이었기 때문이다.44) 이탈리아 오페라에 대한 비판도 리스트의 사회개혁자-예술가의 활동
의 중요한 일부로 이해할 수 있다.

4. 이탈리아 오페라의 편곡: 리스트와 베르디

앞서 논의한 리스트의 비평에서 혹자는 포스트-로씨니 세대의 베르디에 대한 그의 평은 없었


는지 궁금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뺷드라마적 조각들뺸에는 그러한 자료가 없다. 물론 이 논문은
그의 바이마르 시절의 저술작업과 편곡활동을 이탈리아 오페라라는 공통된 주제에 수렴하는 두
개의 독립된 영역으로 조명하기 때문에 그 둘의 연관성을 강조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앞서 살펴
보았듯이 리스트가 그의 저서에서 베르디 이전의 오페라 작곡가들에 대한 비판을 하면서, 그의
편곡에서는 베르디 작품으로 돌아와 피아노 재작업을 이어간 것은 흥미롭기만 하다. 후술하겠지
만 그는 그의 저서에서 이탈리아 오페라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였고, 그의 편곡에서도 판에 박
힌 구조적 틀을 비판하며 그의 음악적 대응을 보여준다.
사실 리스트와 베르디의 관계에 대한 자료는 희박하다. 그가 베르디를 직접 만난 정황도 기록
되지 않았고, 베르디와 그의 작품에 대해 표현한 일화, 편지 등도 거의 없다시피 하다. 리스트가
말년에 서신을 자주 교환하던 올가 폰 마이엔도르프(Olga von Meyendorff, 1838-1926)에게 보낸
편지들이 그들의 관계를 조명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뿐이다.45) 하지만 그것도 지나가는
언급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베르디에 대한 리스트의 관심과 존경은 두 가지 점
에서 확인할 수 있다. 첫째, 본인의 지휘로 베르디의 작품을 바이마르 극장에 선보인 점이다.

44) 대표적으로 리스트와 프랑스 종교 철학자이자 급진적 가톨릭 개혁가인 라므네(Félicité Lammenais, 1782-1854)의 관계를
생각할 수 있다. Andrew Haringer, “Liszt as Prophet: Religion, Politics, and Artists in 1830s Paris,” (Ph.D. Diss., Columbia
University, 2012), 50-151.
45) 리스트는 폰 마이엔도르프에게 베르디의 ≪레퀴엠≫과 현악 4중주 연주를 들을 것을 권했다. Liszt, The Letters of Franz
Liszt to Olga von Meyendorff 1871-1886, trans. William R. Tyler (Washington, D.C.: Dumbarton Oaks Trustees for
Harvard University, 1979), 254.
바이마르 시절 리스트와 이탈리아 오페라 47

1852년 ≪에르나니≫(Ernani)에 이어서 1856년 ≪두 사람의 포스카리≫(I due Foscari)가 차례로


연주되었다.46) 둘째, 그의 중기와 후기에 걸쳐 베르디의 오페라에 대한 그의 편곡이 지속된다.
물론 바이마르 시절 이후 바그너에 대한 그의 관심이 압도적인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거니와,
1848-1882년에 걸쳐 바그너의 작품에 대한 리스트의 페러프레이즈 등 재작업을 살펴보면 총 열
다섯 작품이나 되는데 비해 베르디의 것들은 총 아홉 작품이다.47) 그러나 아홉이라는 수도 한
작곡가에 대한 편곡의 양으로는 상당한 것이고 그것이 지속적인 프로젝트의 결과였다는데 의미
가 있다.

4.1. “3개의 콘서트 페러프레이즈: 트로바토레, 에르나니, 리골레토”

아래의 <표 1>은 바이마르 시절 완성된 베르디 오페라의 편곡의 출처를 보여준다.48) ≪예루살
렘의 아베 마리아≫(1848)는 ≪롬바르디아인≫의 기도 부분인 “아베 마리아”를, 두 버전의 ≪에
르나니 콘서트 페러프레이즈≫(각각 1847, 1859)는 ≪에르나니≫의 3막 마지막 카를로의 아리아
“오 위대한 샤를이시여”와 앙상블을, ≪리골레토 콘서트 페러프레이즈≫(1859)는 ≪리골레토≫의
3막 유명한 4중창을, ≪트로바토레의 미제레레≫(1859)는 ≪일 트로바토레≫의 4막 레오노라의
그랜드 아리아와 합창의 미제레레(Miserere)가 있는 앙상블을 토대로 한 작품들이다.

46) 리스트가 지휘한 연주 목록 중 Walker, Franz Liszt, II, 287, 290 참조.
47) 편곡의 목록은 Michael Short and Leslie Howard, Ferenc Liszt (1811–1886): List of works : Comprehensively Expanded
from the Catalogue of Humphrey Searle as Revised by Sharon Winklhofer (Milano: Rugginenti Editore, 2004) 참조;
온라인상에서 “IMSLP: Versions of Works by Others (Liszt, Franz)”에서 간편하게 참고할 수 있다. 1882년의 설정은
바그너, 베르디의 작품의 마지막 편곡의 해이기 때문이다. 이는 바그너의 ≪파르시팔≫에 토대를 둔 ≪Feierlicher Marsch
zum heiligen Gral≫과 베르디의 ≪Réminiscences de Boccanegra≫로써, 후자는 베르디의 개정판을 라 스칼라에서 공연된
일 년 후 바로 착수한 작품이다. 베르디의 편곡의 경우 <표 1>의 중기의 5작품과 후기의 4작품이 있으며, 후자는 각각
베르디의 ≪시몬 보카네라≫, ≪돈 카를로≫, ≪아이다≫, ≪레퀴엠≫에 토대를 둔 작품들이다 (Réminiscences de
Boccanegra(1882), Coro di festa a marcia funebre(1867-1868), Danza sacra e duetto finale(1871-1872), Agnus Dei
de la Messe de Requiem(1877)). 문헌에 따라서 총 7개의 작품으로 보고하기도 하지만, 필자는 중기의 작품 중 ≪에르나니
페러프레이즈≫를 독립된 2개의 작품으로 보고 후기의 작품 중 베르디의 ≪레퀴엠≫의 편곡도 포함하여 총 9개의 작품으로
본다.
48) 이 표는 리스트 전집 신판(Neue Liszt Ausgabe, 이하 NLA로 축약)의 주석을 토대로 한다. Liszt, Neue Ausgabe sämtlicher
Werke, Ser. II. Freie Bearbeitungen und Transkriptionen für Klavier zu zwei Händen, Band 11, ed. Imre Mező (Budapest:
Editio Musica Budapest, 1970–), XV. ≪리골레토 페러프레이즈≫, ≪트로바토레의 미제레레≫의 경우 1852-1856년 사이
작업을 하고 1859년 ≪에르나니 페러프레이즈≫의 두 번째 버전이 나오면서 함께 출판되었다.
48 서양음악학 제23-2호

<표 1> 바이마르 시절 베르디 오페라의 편곡과 그 출처

원작 오페라 리스트의 편곡 연도 출처 및 차용한 음악적 재료


롬바르디아인
Salve Maria de Jérusalem 1848 1막, “살베 마리아”(Salve Maria) 기도
(I Lombardi, 1843)
에르나니 Concert Paraphrase on Ernani 1847 3막 11장, “오 위대한 샤를이시여”
(Ernani, 1844) Ernani, Paraphrase de concert 1859 (“O Sommo Carlo”)
리골레토 3막 4중창, 안단테 섹션, “사랑스럽고
Rigoletto, Paraphrase de concert 1859
(Rigoletto, 1851) 아름다운 딸이여”(“Bella figlia dell’amore”)
일 트로바토레
Miserere de Trovatore 1859 4막, 레오노라, 만리코, 합창의 “미제레레”
(Il trovatore, 1853)

<표 1>에서 세 개의 페러프레이즈, ≪일 트로바토레≫, ≪리골레토≫, ≪에르나니≫는 두 가지


점에서 함께 묶어 생각할 수 있는 작품들이다. 첫째, 리스트의 뺷주제별 목록뺸(1877)에 따르면
1859년에 “3개의 콘서트 페러프레이즈: 트로바토레, 에르나니, 리골레토”(Trois Paraphrases de
Concert: Trovatore, Ernani, Rigoletto)가 함께 출판되었기 때문이다.49) 이들은 1840년대 말의
≪롬바르디아인≫의 편곡, ≪에르나니≫의 페러프레이즈의 첫 버전 이후 십여 년이 훌쩍 넘어
리스트가 베르디를 다시 찾은 결과였다. 둘째, 이 작품들은 한스 폰 뷜로우(Hans von Bülow,
1830-1894)의 연주를 위해 작곡되었기 때문이다.50) 리스트의 첫 제자이자 후에 그의 사위가 된
뷜로우는 최상급의 테크닉을 가진 피아니스트였으며, 특히 그의 지적인 연주로 알려져 있다. 특
별히 ≪트로바토레의 미제레레≫는 1860년 뷜로우가 처음 연주했던 작품이고, 이듬해 나폴레옹
3세가 리스트를 파리의 연회에 초대했을 때 작곡가 본인이 연주했던 주목할 만한 사건을 담고
있다.51)

49) Liszt, Thematisches Verzeichniss der Werke, Bearbeitungen und Transcriptionen von F. Liszt (London: H. Baron,
1965, reprint), 48.
50) 리스트가 뷜로우에게 1859년 12월 6일에 보낸 편지 참조: “슈베르트[Julius Schuberth]는 또한 트로바토레의 판타지아
주제에 대해 나에게 편지를 썼다. 나는 네가 이 작품의 유일한 소유자이자 주인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나는 ≪에르나니≫,
≪리골레토≫, ≪트로바토레≫의 세 편곡이 동일한 출판사에 의해 동시에 출판되길 원한다. 네가 이 이탈리아 샐러드에
대해 100개의 프레데리크 도르[Fréderics d’Or, Friedrich d’or, 19세기 프리드리히 금화]를 세 부분으로 요청할 수 있을
것 같다” (Liszt, Briefwechsel zwischen Franz Liszt und Hans von Bülow, ed. La Mara (Leipzig: Breitkopf & Härtel,
1898), 281-282; NLA, Book 11, XI; Kenneth Hamilton, “The Operatic Fantasies and Transcriptions of Franz Liszt:
A Critical Study,” (Ph.D. Diss., University of Oxford, 1989), 246. 뷜로우를 위한 작품들이지만 사실 리스트는 그 어떤
출판에서도 그의 헌정을 포함하지 않았다. 초판에는 ≪트로바토레≫, ≪에르나니≫, ≪리골레토≫ 순으로 출판되었다(NLA,
Book 11, xi).
51) Liszt, NLA, Book 11, xi.
바이마르 시절 리스트와 이탈리아 오페라 49

위의 세 작품이 한 그룹으로 엮어지면서도 각각의 사례에서 리스트가 주제를 다루는 방식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본래의 주제를 변형하고, 주제의 특징적 조각을 따로 떼어 캐릭터를 대표하
고, 주제를 병치하면서 캐릭터의 대조를 강화하고, 주제의 드라마적 표현을 풍부하게 하고, 주제
의 레이어링(layering)을 통해 동시 다발적인 감정의 표현을 극대화하기도 했다. 이 같은 주제
사용의 다각적인 접근을 아래에서 심화한다.

4.2. 차용한 주제의 재구성, 단일 악장 또는 섹션의 집중, 드라마의 집중

바이마르 시절 리스트의 오페라 페러프레이즈/판타지들은 단일 장면이나 악장을 토대로 하는


경향을 보인다.52) 앞서 <표 1>에서 보았듯이 베르디의 오페라 페러프레이즈도 같은 사례이다.
다시 말해서 초기의 작품들이 오페라 전체의 여러 장면에서 취한 선율들을 재구성하였다면, 바이
마르 작품에서는 유명한 장면이나 섹션 한 곳에 주목하는 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
의 의미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논의가 없다. 초기와 다른 점 정도로 언급될 정도이다. 필자는
리스트가 그의 글에서 피력한 내용의 관점에서 그의 편곡의 방식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탈리아 오페라에서 구조의 획일화에 대해서 비판했듯이, 편곡에서 차용된 주제가 틀에 박히게
사용되는 구조적 관습도 그에게는 문제로 이해되었을 터이다. 이에 리스트는 주제의 다각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초기와 중기의 양상은 다르다. 아래에서 초기에서 중기까지
리스트의 구조적 접근을 살펴보면서, 그의 중기의 접근이 드라마에 더 집중된 점을 조명한다.
그의 초기 1830년대 오페라 판타지에서 리스트가 주제를 다루는 특정한 방식은 곧잘 주목을
받았다.53) 그것은 오페라의 다양한 곳에서 선율을 발췌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당대 다수의
판타지가 멜로디의 단순한 메들리 같은 포푸리 형식을 보인 반면, 리스트가 선택한 멜로디들은
동시 다발적으로 서로 관계를 맺으며 등장했다. 더욱이 선택한 주제를 대위법적으로 재조합하기
도 했다. 가령 ≪노르마의 회상≫(Réminiscences de Norma, 1841)에서 노르마의 열정적인 외침

52) Charles Suttoni, “Opera Paraphrases,” in The Liszt Companion, ed. Ben Arnold (Westport, CT: Greenwood Press,
2002), 187.
53) Charles Suttoni, “Piano and Opera: A Study of the Piano Fantasies Written on Opera Themes in the Romantic Era,”
(Ph.D. Diss., New York University, 1973), 244–323; and Kenneth Hamilton, “The Operatic Fantasies and Transcriptions
of Franz Liszt: A Critical Study,” (Ph.D. Diss., University of Oxford, 1989); Charles Rosen, The Romantic Generation
(Cambridge, MA: Harvard University Press, 1995), 528-541.
50 서양음악학 제23-2호

과 드루이드족 합창의 호전적인 음악을 대위법적으로 포개놓으면서, 노르마의 공적인 영역과 사


적인 영역의 드라마적 갈등의 절정을 표현하는 리스트 자신만의 재해석을 보여주기도 하였다.54)
이러한 면모는 오페라 판타지 장르에 대한 그의 차별화된 접근을 여실히 보여준다.
하지만 엄연히 말해서 오페라 곳곳에서 주제를 발췌하는 방식은 본래의 오페라 구조를 보존시
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두절시키는 것이다. 이 점에서 리스트는 오리지널 오페라의 구조적,
형식적 보존을 크게 문제 삼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발췌된 선율은 ‘리스트의 형식’인 도입과
코다가 있는 주제와 변주곡 형식에 곧잘 프레임 되기 일쑤였다. 예를 들어, 그 유명한 ≪돈 주앙
의 회상≫(Réminiscences de Don Juan, 1841)에서도 도입은 오페라 서곡의 반음계 형상과 기사
장의 주제가 동시 다발적으로 어우러지면서 발전되고, 이어서 주제와 변주곡의 틀에서 돈 지오반
니와 젤리나의 러브 듀엣이 들리며, 마지막 코다는 돈 지오반니의 ‘샴페인 아리아’의 화려한 피아
노 버전으로 장식된다.55)
여기에서 리스트가 바라 본 오페라 판타지의 형식은 원작 오페라의 구조를 재현하는데 목표를
두지 않는다. 이는 앞서 보았듯이 그의 글에서 피력한 이탈리아 오페라의 구조적 획일화에 대한
비판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기존 편곡의 구조의 페러다임에 대한 그의 재평가라는
점 때문이다. 물론 아래에서 다루는 베르디 오페라의 페러프레이즈는 단일 장면의 집중이기 때문
에 구조적 틀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러한 틀 안에서도 주제 선율이라는 구조적 요소를
그의 해석에 따라 다양하게 접근하는 방식은 흥미로운데, ≪리골레토 페러프레이즈≫의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4.3. ≪리골레토 페러프레이즈≫: 주제 사용의 다각적 접근

≪리골레토 페러프레이즈≫는 베르디 페러프레이즈 중에서 가장 애호 받는 작품이라 해도 과


언이 아니다. 기존의 문헌은 리스트의 생애에 걸친 페러프레이즈, 판타지 장르에 대한 작품 세계
라는 맥락에서 이 작품을 조명하기도 했고, 이 작품에 쓰인 주제들을 오페라의 캐릭터 별로 잘
소개하기도 하였다.56) 무엇보다 공작의 유명한 노래인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딸이여” Beautiful

54) Hyun Joo Kim, “Liszt’s Composer-Mindset Response to the Critique of Opera Fantasy,” 뺷음악논단뺸 39/1 (2018), 183-184.
55) Rosen, Romantic Generation, 528-541.
56) Suttoni, “Piano and Opera,” 318; Hamilton, “The Operatic Fantasies,” 242-270. 이 밖의 연구는 대부분 피아노 전공의
바이마르 시절 리스트와 이탈리아 오페라 51

daughter of love에서 리스트가 단 한 음을 변형함으로써 베르디의 선율을 넘어 그만의 선율을


창조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필자는 기존의 시선을 전환하여 질다라는 캐릭터에 집중하며, 그녀
의 선율을 둘러 싼 리스트의 구조적 접근을 살펴본다.
우선 ≪리골레토 페러프레이즈≫의 토대가 된 3막의 4중창 중 안단테 섹션을 간단히 소개한
다. 무대는 전문 암살자인 스파라푸칠레의 집에 만토바 공작을 살해하기 위해 계약을 맺은 리골
레토가 있다. 공작은 술집 주인의 누이동생 막달레나를 유혹하며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딸이여”
를 부른다. 하지만 막달레나는 그의 거짓 매력에 유혹되지 않고 오히려 그를 거절한다. 집 밖에
서 리골레토가 그의 딸 질다를 데려다 그녀의 연인인 공작의 충실하지 않은 행위를 목격하게
하고 이로 인해 그녀는 절망에 빠진다. 리골레토는 그녀를 위로하며 공작에 대한 음모에서 위안
을 찾으려 한다.
베르디는 네 명의 캐릭터를 각각 고유하고도 생생한 주제로 표현했다.57) 공작의 유혹하는 주
제는 레가토의 서정적 멜로디로 갈망하는 제스처를 보여 준다. 막달레나의 거절은 그녀의 명랑한
캐릭터와 함께 간결한 스타카토 모티브로 연출된다. 질다의 주제는 두 음의 모티브와 쉼표의 연
속으로 흐느끼는, 훌쩍이는 제스처로 절망적이고 슬픔에 젖어 있는 캐릭터를 표현한다. 리골레토
는 한 음의 반복과 페달 음으로 부동의 엄격하고 확고한 캐릭터로 설정된다. 4중창에서 두 남녀
가 쌍이 되어 노래를 할 때, 공작과 막달레나가 중간 영역에서 그들의 유혹을 나누는 동안, 질다
와 리골레토는 외성부로 그들의 반응을 표출한다. 네 명의 캐릭터의 융합으로 베르디의 드라마적
절정을 이루는 부분이다.
베르디가 그러했듯 리스트도 그의 피아노적 발상으로 생생한 캐릭터 연출에 집중한다. 질다는
작품의 처음에 막달레나와 함께 소개되는데, 이는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고 표면적으로도 명백하
다. 하지만 선율을 캐릭터별로 확인하고 분간하는 것 보다 중요한 점은 캐릭터의 주제를 어떠한
방식으로 배치했는가 하는 구조적 문제일 수 있다. 여기에서 리스트는 캐릭터의 특징적인 ‘조각’
을 취해 ‘병치’의 방식으로 두 여인을 선보였다. 그것도 공작의 선율로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프렐류디오”(Preludio)라는 판타지 같은 독립적인 도입부에 소개를 했다. [예1]에서 보듯이, 막델
레나의 발랄한 캐릭터를 표현하듯 왼손에서 16분음표의 옥타브 스타카토 패시지가 ‘아 카프리치

MA, DMA 논문들(대표적으로 Peter Paul Dorgan, “Franz Liszt and His Verdi Opera Transcriptions,” (DMA, Ohio State
University, 1982))인데, 이들은 유용한 예제의 분석을 보여주지만 상당 부분의 내용이 서로 중복된다.
57) Julien Budden, The Operas of Verdi, Vol. I: From Oberto to Rigoletto, rev. and rep. (Oxford: Clarendon Press;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1992), 505.
52 서양음악학 제23-2호

오’(a capriccio,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로 연주하는 반면, 이어서 나오는 질다의 두 음
의 훌쩍이는 선율은 그녀의 심리적 충격을 반영하듯 ‘아지타토’(agitato, 급하게)와 ‘린포르잔
도’(rinforzando, 특정 음을 갑작스럽게 세게 연주)로 표현된다.58) 작품의 초입부터 두 캐릭터의
조각의 병치로 그들의 대조를 극명하게 선보인다.

[예 1] 리스트, ≪리골레토 페러프레이즈≫, 도입, 막달레나와 질다, 주제의 조각과 병치

흥미롭게도 이 같은 조각의 병치가 다시 등장할 때 기보를 달리하여 대조를 더 강화된다. [예2]


에서 보듯이, 막델레나의 스타카토 선율이 한 옥타브 위에서 작은 음표로 기보되면서 질다의 선
율과 자연스럽게 대조를 이룬다.59) 사실 리스트의 페러프레이즈에서 기보의 크기 차이는 빈번하
게 보이는 현상이다. 보통 멜로디와 반주, 또는 주제와 장식의 차이를 나타낸다. 하지만 이 경우
기보의 차이는 캐릭터의 차이를 극명하게 하는 장치로 사용되었다. 또한 리스트는 막달레나 주제
를 가리켜 다음과 같은 특정한 지시를 한다. “작품 전체에서 16분음표 음들은 매우 짧고 쾌활하
게, 가볍고 요염하게 [연주되어야] 한다.”60) 따라서 그녀의 캐릭터의 대조를 연주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내는 것이 요구된다.
주제의 레이어링(layering)은 오페라 캐릭터들의 복잡한 감정과 입체적 상황을 조명하는데 효
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질다와 막달레나의 대조는 리골레토가 참가하면서 다른 국면을 맞이하

58) 막달레나의 주제에서 다음과 같은 리스트의 코멘트가 발견된다: “옥타브들을 매우 간결하게 [연주]하기 위해 처음에 두
손으로 연주해야 한다”(NLA, Book 11, 23). 그녀의 쾌활한 캐릭터 연출을 위해 연주방식까지 동원하는 그의 의도를
볼 수 있다. 막달레나와 질다의 대조는 리스트가 세심하게 접근한 오케스트라 부분에서도 드러난다. 막달레나의 스타카토
멜로디가 옥타브 버전으로 되는 것은 원래 오케스트라 버전에서 그 선율을 플루트가 이중으로 연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막달레나가 공작에게 행하는 발랄한 캐릭터 표현 못지않게 플루트의 소리까지 감안한 피아노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59) Dorgan, “Franz Liszt and His Verdi Opera Transcriptions,” 61-62.
60) Liszt, NLA, Book 11, 25.
바이마르 시절 리스트와 이탈리아 오페라 53

는데, 여기에서 주제의 레이어링을 통해 드라마는 심화된다. [예3]에서 보듯이, 친근한 막달레나
의 스타카토 주제가 오른손에서 표현되자마자 리골레토의 주제가 왼손에서 받아친다. 흥미롭게
도 여기에서 막달레나의 주제는 베르디의 악보에는 없는 리스트의 첨가이다. 리골레토와 중첩되
어 있는 주제는 질다의 것이다. 리골레토가 “조용하거라, 우는 것은 부질없다”(Taci, il piangere
non vale)라며 딸을 위로하는 동시에, 질다는 “배신당한 비참한 마음”(Infelice cor tradito)의 고
통을 토로한다.61) 그의 위로가 근엄한 어조로 ‘아파시오나토’(appossionato)의 마킹과 함께 표현
되며, 질다의 절규는 반음계의 옥타브 멜로디로 나타난다. 리스트의 주제의 레이어링은 본래 베
르디의 작품에 내재해 있는 것을 충실하게 따르면서도, 막달레나의 선율을 첨가함으로써 기존의
레이어링을 더 강화하고, 바로 이어지는 리골레토와 질다의 동시적인 중첩으로 그 진행이 더 조
밀하고도 급박하게 일어나면서 드라마적 효과를 극대화했다.

[예 2] 리스트, ≪리골레토 페러프레이즈≫, 마디 35-36, 막달레나와 질다, 기보의 차이와 대조

[예 3] 리스트, ≪리골레토 페러프레이즈≫, 마디 37-38, 막달레나, 질다, 리골레토: 주제의 레이어링

61) Verdi, Rigoletto (Milan: G. Ricordi, 1914).


54 서양음악학 제23-2호

마지막 섹션에서 보이는 질다의 주제를 다루는 점도 흥미롭다. [예4]에서 보듯이, 질다의 선율
이 등장하면서 감정이 고조된 그녀를 반영하듯 두 음의 흐느끼는 모티브는 양손 모두에서 교대로
표현된다. 베르디의 악보와 비교하면 두 음의 모티브의 교환은 질다와 오케스트라의 텍스쳐의
특징이다. 리스트는 이를 피아노의 오른손과 왼손의 교환을 통해 반영하면서도, 베르디 반주의
두 음의 모티브를 동음에서 도약으로 변형하면서 질다의 모티브로 새롭게 하는 인상적인 결과를
만들어 냈다. 결국 오케스트라의 모티브도 그녀의 것으로 합치되면서 그녀의 감정이 농후한 패시
지로 변모된 것이다. 질다와 병치, 대조되던 막델레나의 선율은 거의 들리지 않고 이제 그녀의
흐느낌으로 가득하다. 질다에게 집중하는 순간이다.

[예 4] 리스트, ≪리골레토 페러프레이즈≫, 마디 67-68, 질다의 절정

주제의 ‘혼용’ 또한 주목할 특징이다. 이 점은 질다의 주제가 비르투오소적으로 재등장하는 [예


5]의 패시지에서 살펴볼 수 있다. 그녀의 특징적인 모티브는 피아노에서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비르투오소적인 형태로 변형된다. (이 패시지는 82마디까지 두터운 화음으로 고조되면서 지속된
다.) 활발한 16분음표의 리듬은 질다의 격앙된 감정을 표현하는 듯하다.62) 사실 이 부분은 앞서
살펴 본 질다에게 집중된 부분의 연장으로 해석되곤 한다.63) 하지만 흥미롭게도 그녀의 주제만
들리는 것 같지 않다. 이 모든 패시지는 온통 질다의 노래 같으면서도 동시에 다른 캐릭터들을
상기시키는 것 같다. 16분음표의 가벼운 터치는 막달레나의 주제를 연상케 하고, 동음 반복은 부

62) 더욱이 이 패시지는 브로큰 옥타브(broken-octave) 패턴을 피아니씨모로 섬세하게 터치해야 하는 기술적으로 난해한
부분이다. 아마도 리스트 시대에 가벼운 터치가 더욱 가능했던 피아노에서 이 패시지의 연주가 더 용이했을지도 모른다.
63) 여기에서 피아니스트는 질다의 모티브를 피아노 돌체(piano dolce)를 유지하면서도, 악센트와 릴리스를 잘 살리면서,
“더 큰 열정을 담아”(con somma passione) 그녀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집중하도록 요구된다.
바이마르 시절 리스트와 이탈리아 오페라 55

동의 반복적인 모티브를 보인 리골레토를 생각나게도 한다. 질다의 주제를 통해 막달레나와 리골


레토의 주제에 대한 ‘기억’이 혼재하는 상황을 연출하며 그들의 뒤얽힌 감정을 심화하는 듯하다.

[예 5] 리스트, ≪리골레토 페러프레이즈≫, 마디75-76, 주제의 혼용

이상의 논의를 통해 질다의 선율을 중심으로 리스트의 주제에 대한 다양한 구조적 방식을 이
해할 수 있을 것이다. 캐릭터의 특징이 되는 조각을 취하고, 대치되는 또 다른 캐릭터의 조각과
함께 소개하고, 독립된 도입부에 그 둘을 병치하고, 그 대조는 반복될 때 기보의 차이로 더 두드
러지게 되었다. 또한 질다의 주제는 다른 캐릭터들과의 레이어링에서 더 조밀하고 극적인 진행을
보이며, 그녀에게 집중되는 순간에는 오케스트라의 반주 또한 그녀의 텍스쳐에 동화되며, 그녀의
비르투오소적 절정에서 다른 캐릭터들과 혼재하며 복잡한 감정을 표출하기도 하였다. 만약 리스
트의 페러프레이즈를 이탈리아 오페라의 선율을 중심으로—여기에서 공작의 선율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기존의 방향대로라면, 그 외의 다양한 드라마적 재작업을 놓칠 수 있다. 모델의 빌려온
선율을 넘어 그 자신만의 구조적, 드라마적 재해석과 재음미가 돋보이는 사례일 수 있다. 아래에
서 선율을 넘어 오케스트라와 합창까지 확장하는 그의 재작업을 이어서 살펴본다.

4.4. 리스트의 오케스트라적 사고: ≪에르나니 페러프레이즈≫의 사례

평생에 걸쳐 이루어진 리스트의 편곡 프로젝트는 피아노에서 모든 소리를 구현할 수 있다는


그의 믿음을 반영한다.64) 흑백의 피아노 건반에서 악기의 다채로운 컬러를 표현하는 그의 재작

64) 1837년 픽테(Adolphe Pictet)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리스트는 피아노 건반에서 오케스트라를 아우르고 무수한 악기들을
56 서양음악학 제23-2호

업은 일생에 걸친 프로젝트였다.65) 여기에서 그의 ‘오케스트라적 사고’를 찾아 볼 수 있다. 이는


피아노 건반의 영역을 넘어 거대한 오케스트라의 효과를 내는 사고를 의미한다. 게다가 오케스트
라 효과는 단지 피아노에 비해서 큰 규모의 볼륨을 뜻하는 것이 아니고 특정 악기의 효과나 제스
처를 가리키기도 한다. 무엇보다 다양한 악기군의 레이어링 같은 텍스쳐를 말하기도 한다. 오페
라를 편곡하는 경우 앙상블, 합창 같은 텍스쳐도 포함된다. ≪에르나니 페러프레이즈≫의 경우
주인공인 카를로의 선율을 넘어 그와 상호작용하고 있는 오케스트라와 합창에 대한 리스트의 시
야가 확장됨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그의 오케스트라적 사고의 발동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에르나니 페러프레이즈≫를 본격적으로 보기 전에 리스트의 오케스트라적 사고가 다른 페러
프레이즈보다 더 설득력이 있는 사례가 될 수 있는 정황적 사건을 살펴본다. 그가 궁정 지휘자로
서 ≪에르나니≫를 직접 연주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베르디 오페라 중 처음
바이마르에 소개한 오페라가 ≪에르나니≫였다. 이런 점에서 페러프레이즈 작업 이전에 모델이
되는 오페라에 대한 그의 이해가 더 풍부하고 깊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1852년에 연주가
있었는데 이 시기 또한 의미가 남다르다. ≪에르나니 페러프레이즈≫가 1847년과 1859년 두 가
지 버전이 있음을 감안하면, 이 두 버전 사이에 그의 연주 경험이 있었음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1859년 버전이 단순히 이전 작품을 수정, 개정하는 리스트의
작곡 행위에서 나온 개정본이 아니라는 점이다. 해밀턴(Kenneth Hamilton)의 말대로 이 두 버전
은 “사실상 두 개의 작품”으로, 1859년 버전은 또 다른 새로운 작품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66)
이러한 정황을 생각하면 1852년의 실제 경험이 그의 페러프레이즈의 1859년 버전에 큰 변화를
가져다 준 역할을 했다고 미루어 헤아릴 수 있다.
≪에르나니 페러프레이즈≫에서 리스트가 집중한 캐릭터는 돈 카를로(후에 황제 샤를르 5세)
이다. 앞서 [표 1]에서 보았듯이 3막 피날레의 그의 유명한 아리아인 “오 위대한 샤를이시여”에
토대를 둔다. 카를로는 대인 같은 관용의 모습을 보이는 캐릭터이다. 그를 둘러 싼 음모에 가담
한 에르나니, 돈 실바, 그들의 동료들을 사면하고, 에르나니의 귀족 신분을 복직시키고, 엘비라를

연출할 수 있다는 믿음을 표현한다. Revue et gazette musicale, 1838년 2월 11일; Adrian Williams, Portrait of Liszt:
By himself and his Contemporaries (Oxford: Clarendon Press;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1990), 92-93.
65) 이 주제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Hyun Joo Kim, Liszt’s Representation of Instrumental Sounds on the Piano: Colors
in Black and White, Eastman Studies in Music (Rochester: University of Rochester Press, 2019) 참조. 여기에서 모델이
되는 작품은 기악음악으로 한정했다.
66) Hamilton, “The Operatic Fantasies,” 250. 1847년 작품은 출판되지 않았고, 반면 1859년 작품이 출판되었으며 널리 사용되고
있다.
바이마르 시절 리스트와 이탈리아 오페라 57

에르나니에게 인도하는 자비로운 행동으로 왕권을 시작하는 인물이다. 카를로는 그의 모델인 샤


를마뉴를 “오 위대한 샤를”이라고 불러내는 동안, 다른 캐릭터들은 그의 위대함을 노래하고 그를
축복한다. 리스트의 페러프레이즈는 이 시점에서 시작한다.
베르디가 연출한 카를로의 바리톤 선율을 잊을 수 없는 것처럼, 리스트의 작품에서도 그의 선
율이 청중의 귀에 깊게 각인된다. 이탈리아 오페라의 선율은 늘 리스트의 영감이 되었으며, 베르
디의 잊지 못 할 선율도 그의 편곡에 중요한 음악적 원천이 된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점에서
선행 연구는 리스트가 카를로의 선율을 장식하고 발전시키는 방법을 분석하는 방향으로 집중된
측면이 없지 않다.67) 그러나 리스트의 접근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카를로의 선율을 넘어 그를
둘러 싼 오케스트라와 합창에 대한 조명으로 리스트는 그의 시야를 확장하는데, 이 같은 접근은
앞서 다룬 드라마에 대한 그의 중기의 글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가령 ⪡베버의 유리안테 에세이⪢
에서 리스트는 드라마 음악에서 베토벤과 베버의 주요한 업적은 전체 오케스트라를 사용하는 그
들의 방식이라고 강조했던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68) 그들이 오케스트라를 활용하여 캐릭터와
장면, 전체 드라마의 표현을 강화한 점을 이해한 리스트였다.
이러한 점에서 리스트가 드라마틱한 합창과 오케스트라의 효과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피아노
의 언어로 재구성한 피날레의 한 부분은 눈길을 끈다. [예6]에서 보듯이 이 패시지는 카를로의
선율이 반복되기 전에 리스트가 첨가한 카덴짜로 해석하기도 한다.69) 이는 리스트가 오페라 판
타지에서 경과구에 종종 삽입했던 화려한 비르투오소적 패시지의 하나로 보는 견해이다. 하지만
베르디의 악보와 비교하면 이 부분은 카를로의 아리아를 이어서 그를 뒷받침하는 웅장한 합창과
오케스트라를 표현한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다. 그 이유는 베르디의 버전에서 저음역의
오케스트라 악기들, 즉 첼로, 바순, 베이스가 6잇단음표를 격렬하게 연주하는데, 이들이 합창과
교대하는 텍스쳐를 피아노로 재작업한 것 같기 때문이다.

67) 대표적 예로, 카를로의 선율은 피아노의 중간 영역에서 레가토로 표현되면서, 위아래의 바깥의 성부들이 하프의 반주를
모방하듯 아르페지오로 그 선율을 장식하고, 그 장식은 선율의 반복에서 더 화려하게 발전된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리스트의
대적이었던 탈버그의 유명한 ‘세 개의 손’ 텍스쳐/테크닉이 더해지면서 지극히 비르투오소적인 오페라 판타지의 특성을
가미한다.
68) Liszt, “Weber’s Euryanthe,” 65-66.
69) Bryan, “Liszt’s Sardanapale,” 25.
58 서양음악학 제23-2호

[예 6] 리스트, ≪에르나니 페러프레이즈≫, 마디 25-26, 카를로의 아리아에서 합창과 오케스트라의 교대

편곡자의 입장에서 이 거대한 합창과 오케스트라를 동시에 피아노에서 표현하는 것은 도전임


에 틀림없다. 리스트의 대응은 틀에 박힌 편곡의 방법을 거부한다. 보통 성악과 반주는 각각 피
아노의 오른손과 왼손에 나누어서 구별을 하는 일반적인 방법이 있다. 하지만 리스트의 관점에서
이 같은 구별은 드라마의 전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다고 판단한 듯하다. 그의 대응은 합창과
오케스트라의 특징적 패시지를 교대로 연출하는 것이었다. 오케스트라의 6잇단음표를 옥타브 패
시지로 표현하고 전체 합창의 외침을 풍부한 코드로 연출하며 그 둘을 교대했다. 더욱이 두 패시
지의 음역을 달리하며 대조를 극대화 하였다. 이 같은 피아노 음역의 실험으로 악기군의 대조를
효과적으로 이루는 것은 리스트가 그의 피아노 편곡에서 자주 사용하는 방식인데 다음 [예7b]에
서도 이어서 살펴볼 수 있다.
리스트의 해석에서 카를로의 선율은 무한한 확장을 보인다. 우선 베르디의 악보 [예7a]를 참고
하면, 카를로가 “샤를에게 영광과 영예 모두를”하고 외칠 때 반음이 세 번 반복되는 인상적인
선율을 노래한다. 한편 [예7b]에서 보듯이, 베르디의 같은 두 음의 반복은 리스트의 버전에서 변
모를 보인다(마디 45). 구조적인 음에는 변함이 없지만, 두 음의 모티브의 반복이 매번 옥타브로
상행하며 확장된다. 베르디의 단선율의 노래가 세 옥타브에 걸쳐 있는 피아노의 선율로 증폭된
것이다. 이는 피아노의 음역을 충분히 활용하는 방식으로 단지 청각의 효과뿐만 아니라 시각의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이 패시지를 연주하는 피아니스트의 안무를 떠올리면 비주얼한 효과는 말
할 것도 없다.
더욱이 카를로의 선율의 확장은 이어서 나오는 거대한 합창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더욱 효과적
인 버전이었다. 만약 그의 단선율을 있는 그대로 하고 바로 이어서 두터운 화음의 포르티씨모의
합창을 연출했다면, 카를로와 합창의 분리가 더 두드러졌을 것이다. 리스트가 보는 카를로는 합
바이마르 시절 리스트와 이탈리아 오페라 59

창과 분리되어 있지 않다. 그의 버전에서 카를로의 선율은 음역의 확대와 크레센도에 힘입어 규


모를 키우면서, 바로 이어지는 거대한 합창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져 계속적인 확대를 이룰 수 있
었다(예제 7의 마디 45-48의 패시지가 마디 53-56에서도 반복). 카를로와 합창을 드라마에 통합
하고 합치하는 방식을 피아노 악보에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위의 ≪에르나니 페러프레이즈≫의 사례들에서 보인 리스트의 오케스트라적 접근은 오페라 페
러프레이즈/판타지의 정형화된 표현과 틀을 거부한다. 앞서 ≪리골레토 페러프레이즈≫의 사례
에서 주제의 다각적 접근이 관습화된 틀을 깨고 새로운 드라마적 접근을 보여주었다면, ≪에르나
니 페러프레이즈≫에서도 주인공인 카를로의 선율을 둘러 싼 피아노적 장식에서 벗어나 합창과
오케스트라가 함께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드라마의 표현에 충실하였다. 앞서 이탈리아 오페
라의 비판에서 기존의 관습을 벗어나 미래를 바라보는 그의 태도와 시선을 보였듯이, 그의 창작
품인 편곡에서도 차별화된 오페라 재작업을 선보이는 것이라 생각된다.

[예 7a] 베르디, ≪에르나니≫, 카를로의 아리아 “오 위대한 샤를이시여”의 일부

[예 7b] 리스트, ≪에르나니 페러프레이즈≫, 마디 45-48, 카를로와 합창


60 서양음악학 제23-2호

5. 나가면서

본고는 리스트의 바이마르 시절에 완성된 이탈리아 오페라에 대한 그의 비평과 편곡을 살펴보
았다. 기존의 연구는 바이마르 시절 그의 작곡가 이미지와 함께 그의 오리지널 작품에 집중하면
서 ‘작가 리스트’와 ‘편곡자 리스트’의 이슈를 등한시 한 경향이 없지 않다. 이와 달리 필자는 바이
마르에서 이탈리아 오페라가 열외로 밀려난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 오페라에 대한 그의 열
망과 비평이 지속, 확대되는 흥미로운 상황을 포착하여 그 장르에 대한 그의 저서와 편곡 작품을
탐구하였다. 그의 초기 ⪡라 스칼라 에세이⪢와 ⪡음악과 이탈리아 에세이⪢에 이어서 중기 에
세이 모음인 뺷드라마적 조각들뺸을 바탕으로 이탈리아 오페라의 문제를 거침없이 지적하고 개혁
을 시도하는 그의 비평을 분석하였고, 다른 한 편에서 그의 음악적 비판과 대응을 보인 베르디
오페라의 페러프레이즈의 몇몇 사례를 살펴보았다. 그가 이탈리아 오페라의 문제라고 지적한 이
슈들, 즉 구조의 획일화, 멜로디의 과도한 집중, 타성에 젖은 작곡가와 청중은 오페라의 관습과
드라마의 괴리를 예리하게 지적한 그의 통찰력 있는 비판의식을 보여 준다. 더욱이 그 비판이
장르의 개혁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음악적 진보에 대한 그의 믿음을 표출한 것이기도 하다. 같
은 개혁의지라는 맥락에서, 물론 다른 음악적 매체이지만, 베르디 오페라 페러프레이즈도 차용된
주제 선율의 다각적인 구조적 접근을 통해, 선율을 넘어 합창과 오케스트라로 재작업의 범위를
확장하면서, 결국은 드라마를 강화하는 그의 고유한 접근 방식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필자의 연
구 결과를 바탕으로 하여 리스트를 비롯한 19세기 낭만 작곡가들의 비평과 편곡을 계속 확충할
바이마르 시절 리스트와 이탈리아 오페라 61

수 있으리라 판단된다. 또한 그 연구의 결과를 사회적 예술가와 개혁의지라는 맥락에서 면밀히


해석하는 작업이 이 글이 끝난 지점에서 필자가 수행해야 할 연구 과제이다.

검색어
리스트(Franz Liszt), 바이마르(Weimar), 19세기 초 이탈리아 오페라(early 19th-century Italian opera),
뺷드라마적 조각들뺸(Dramaturgische Blätter), 베르디(Giuseppe Verdi), 편곡(transcription), 재작업
(reworking), 페러프레이즈(paraphrase), ≪에르나니 페러프레이즈≫(Ernani, Paraphrase de concert),
≪리골레토 페러프레이즈≫(Rigoletto, Paraphrase de concert)
62 서양음악학 제2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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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마르 시절 리스트와 이탈리아 오페라 65

Abstract

Liszt and Italian Opera during his Weimar Years


: Aspirations and Critique

Hyun Joo Kim

Liszt’s aspirations for Italian opera during his tenure as Kapellmeister at the court
of Weimar, especially prior to 1855, have received little attention by scholars. Yet his
critical writings as well as his paraphrases attest to his endeavors in this direction, although
the court and Liszt himself preferred German operas such as Wagner’s to Italian ones.
This study investigates the critical and aesthetic views about Italian opera as genre in
his Dramaturgische Blätter written in the mid-1850s, which expanded his earlier essays about
drama, “La Scala” and “Music and Italy,” and also explores his paraphrases of Verdi’s
current operas. Such an examination demonstrates several issues about his perception
of both Italian opera and operatic paraphrase as genres, including their structural
uniformity, their excessive focus on melody, and composer and audience being uncritical
of the conventions. A consideration of these factors provides valuable insights into Liszt’s
belief in progress and reform as the way to raise the level of musical culture.
66 서양음악학 제23-2호

바이마르 시절 리스트와 이탈리아 오페라


: 그의 열망과 비판

김 현 주

이 글은 리스트의 바이마르 시절에 완성된 이탈리아 오페라에 대한 그의 비평과 편곡을 탐구


한다. 바이마르에서 이탈리아 오페라는 열외로 밀려난 상황에서 그 장르에 대한 그의 열망과 비
판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작곡가, 지휘자, 해석가로서 그의 위치를 굳히는 과정에서 이탈리아
오페라에 대한 집필과 편곡을 통해 작가, 편곡자로서 그의 대응은 어떤 의의를 갖는가? 그의 초
기 에세이 <라 스칼라 에세이>와 <음악과 이탈리아 에세이>와 중기 에세이 모음인 뺷드라마적
조각들뺸과 함께 베르디 오페라 페러프레이즈 사례를 통해 이 문제들에 대해 고찰하는 것이 필자
의 목표이다.
필자는 다음 세 가지에 초점을 맞춘다. 첫째, 그의 초기 <라 스칼라 에세이>와 <음악과 이탈리
아 에세이>에서 비판한 이탈리아 오페라의 문제를 분석한다. 그가 지적한 구조의 획일화, 멜로디
의 과도한 집중, 비판의식이 결여된 작곡가와 청중에 대한 문제에 주목한다. 둘째, 중기의 글 뺷드
라마적 조각들뺸을 탐구하며 초기의 문제의식이 지속, 확장된 특성에 집중한다. 결국 그의 비판
이면에는 오페라의 관습과 드라마의 괴리를 예리하게 지적한 그의 통찰력뿐만 아니라 장르의 개
혁을 바라는 그의 미래 지향적 사고가 있음을 조명한다. 마지막으로 베르디 오페라 페러프레이즈
에서 차용된 주제 선율의 다각적인 구조적 접근을 통해, 또한 선율을 넘어 합창과 오케스트라로
재작업의 범위를 확장하는 편곡의 과정을 통해, 결국은 드라마를 강화하는 그의 차별화된 접근
방식에 주목한다. 이상의 세 가지에 유의하면서 필자는 리스트의 당대 구조적 틀을 거부하는 비
판의식과 개혁의지를 조명한다.

논문투고일자: 2020년 8월 15일


심사일자: 2020년 10월 8일
게재확정일자: 2020년 10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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