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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무도를 듣고

2014091034 정재원

생상스
프랑스의 작곡가, 피아니스트, 오르가니스트, 지휘자, 음악학자까지- 많은 수식어가 붙은 천재이며 열거
한 분야에서 최정점에 도달한 거장이다. 1835년 프랑스에서 태어난 생상은 어린 시절 떡잎부터 남다른
신동이었다. 10살에 피아니스트로 데뷔 하였으며, 연주회 앵콜 당시 관객들에게 32개의 베토벤 소나타
중 어떠한 곡이든 하나 골라달라는 앙큼한 권유를 했다는 일화는 아주 유명하다. 13살에 파리 음악원에
입학한 생상은 오르간과 수석, 18살에 첫 교향곡을 작곡하였으며 이후 20대 후반 성 마들렌 성당에 오르
가니스트로 임명 되었다고 한다-유명한 교향곡 3번 ’오르간’도 당시에 작곡하였다. 프랑스 후기 낭만주의
를 대표하는 생상은 많은 관현악 그리고 실내악 작품을 남겼다. 3개의 교향곡과 5개의 교향시, 5개의 피
아노 협주곡과 3개의 바이올린 협주곡 등 다양하다. 섬세한 화성, 신이 써준 듯 귀에 쏙 박히는 멜로디, 평
화로움, 낭만성 그리고 이국적인 면까지 포함하는 그의 음악은 생상의 다재다능함을 나타내는 듯 하다. 36
살에 생상은 국민음악협회를 창설하여 프랑스 음악의 발전을 도모하였으며 그 정신은 후대에 계승되었
다. ‘전위적인 작곡가’라는 당대의 평가를 받은 생상은 1921년 86세의 나이로 알제에서 생을 마감했다.
오르간과 피아노에 능통한 생상스이었지만 작곡가로서는 바이올린을 위한 작품도 많이 만들었는데 이렇
게 된데에는 당대 스페인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사라사테의 덕이 컸다. 사라사테에게 자신의 바이올린
곡을 헌정했는데 생상스의 작품에 감탄한 사라사테는 이후 바이올린 협주곡을 그에게 청탁하게 된다. 그
의 작품 대부분은 관현악을 위한 곡이며 오늘 감상할 ‘죽음의 무도’ 또한 솔로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교향시이다.
교향시
리스트가 창시한 교향시는 주로 시적 또는 회화적인 내용에서 영감을 얻은 관현악 작품으로 표제음악의
일종이다. 표제는 암시적으로 표현하거나, 보통 곡의 제목에 명시하는 경우가 많다. 흔히 헷갈리는 교향
곡과의 차이점이라면, 교향곡과는 달리 단악장 형식이라는 점이 있다. 교향시는 형식에 구애되는 빈 고전
주의를 뜯어 고쳐 새로운 교향적 기법을 통한 대(大)형식을 창출하고, 음악 자체를 하나의 시로써 보자는
문학적 요소 도입을 추구한 결과물이라 볼 수 있다. 이는 훗날 국민주의적 작곡가들이 자신들의 음악에
역사상의 인물이나 사건을 반영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후 19세기 동안 단테 알리기에리와 조지 고든
바이런을 비롯한 낭만주의 문학 작품과 시는 교향시의 소재가 된다. 교향시의 직접적인 출발은 베토벤의
<에그몬트 서곡>, 멘델스존의 <핑갈의 동굴> 등의 연주회용 서곡에서 비롯된다. 교향시의 다른 이름인 '
음시(Tone poem)'의 경우, 이미 1830년 시인 조지 고든 바이런의 시에서 표제를 구해 지어진 관현악 작
품 '마제파'에 그 호칭이 부여된 적이 있고,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역시 '음시'라는 이름을 애용하였다. '교
향시'라는 이름은 그에 비해 음악과 시의 밀접한 결합으로 음악을 혁신하려 했던 리스트의 의도가 담겨
있다.
죽음의 무도
죽음의 무도, 또는 죽음의 춤의 역사는 중세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흑사병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
던 시절, 사람들은 교회 묘지에서 신들린 듯 춤을 추면 죽은 사람들과 교감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후 ‘죽
음과 함께 춤을 춘다’는 서구권의 관용구로 쓰이곤 했다. 묘지 주변 해골들이 일어나 춤을 춘다는 소재는
중세 말기에 다양한 예술작품으로 나타나 교회 벽화, 그림, 서적을 가리지 않고 등장하며, 전 유럽에 걸쳐
유행한 예술적 소재가 되었다. 죽음의 춤은 흑사병과 전쟁, 교회의 혼란, 이단의 성행으로 죽어가던 중세
를 상징하기 적합했다. 후에 낭만시대 작곡가들은 죽음을 상징하는 모티브를 사용하여 많은 곡을 작곡하
였다. 대표적인 곡으로 프란츠 리스트의 ‘Totentanz’, ‘Piano Sonata in b minor’(인트로의 순차하강하는
음들, 죽음을 뜻하며 곡 전체를 지배한다) 생상의 Danse macabre(해당 모티브는 서양음악에서 죽음을
나타낸다. 또한 이것은 동물의 사육제에서 장조로 바뀌어 패러디된다). 장 시벨리우스의 Valse triste에도
죽음의 모티브가(g-bb-g-a-bb) 더블베이스의 거친 포효로 연주된다.
생상의 죽음의 무도는 중세 예술작품으로부터 탄생했다. 엄밀히 말하면 19세기 시인 앙리 카잘리스의 시’
평등, 박애..’를 묘사한 곡이지만, ‘죽음의 신과 무덤가 해골의 춤’에 대한 텍스트임을 상정한다면 중세 말
기의 그것에서 탄생한 것이 분명하다. 열두번의 종소리 이후, 죽음의 신의 바이올린 연주가 시작된다. 예
로부터 증4도 화음은 악마의 음정으로 여겨졌고, 죽음을 소재로 하는 작품에서, 증4도 사용되는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리스트의 토텐탄츠도 마찬가지다. 섬뜩한 불협화음 후 솔로 바이올린에 의한 1주제
가 출현한다. 경쾌하고 리드미컬하다. 죽은자들을 무겁지 않게 표현하였다. 리드하는 멜로디 중간중간 해
골(실로폰)이 뚝딱거린다. 곡 전체적으로 1주제와 2주제가 교대하며 변형되고 다양한 테크닉으로 확장되
며 동이 트기 전 거대한 클라이막스 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는다. 두번째 주제는 장조로 바뀌어 연주되기
도 한다. 노래하는 죽음의 신, 사신이 죽음의 노래를 연주하거나 낭만적인 선율을 연주하면 해골들은 우
스꽝스러운 춤으로 화답한다. 단 2가지의 모티브만으로 생상은 곡의 전반을 착실하게 빌드업한다. 4성부
의 긴 대위적 경과구를 포함하면서 까지 말이다. ’묘사적으로 연주하려는 모든 시도는 실패할 것이다’ 라
는 베토벤의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이 곡은 회화적이다-그리고 성공했다. 또한 이는 생상의 교향시가 리스
트나 슈트라우스의 교향시와 대비되는 특징일것이다. 바이올린의 활로 휘갈긴 그림을 보는 느낌이 들정
도로 이 작품은 공감각적이며 듣는이에게 입체적인 인상을 남긴다. 유머러스한 카잘리스의 시처럼 이 곡
의 엔딩또한 흥미진진하다. 시 중간 [지그, 지그, 지그. 사라반드 춤!]과 같은 말장난과 더불어 시의 마지막
단 [하지만 쉿! 갑자기 춤은 멈춘다,/서로 떠밀치다 날래게 도망친다; 수탉이 울었다./아, 이 불행한 세계
를 위한 아름다운 밤이여!/죽음과 평등이여 영원하라!]을 읽어보면 죽음을 익살스럽게 희화화한것을 알
수 있다. 생상의 거기에 한 술 더 떠 더 시각적이고 구체적으로 엔딩을 묘사한다. 곡의 클라이막스 까지,
해골들은 신나게 몸을 흔들고 노래에 취한다. 찰나의 순간 동이 트자, 뜬금없는 수탉 소리에, 픽-하고 쓰
러져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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