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are on page 1of 33

서양음악학

23-1호(통권49호)

후기낭만음악 분석을 위한 쉔커식 이론의 재검토

정 세 은·송 무 경

한국서양음악학회
Journal of the Musicological Society of Korea Vol. 23 No. 1 pp. 11-41 Print ISSN 1598-9224
http://dx.doi.org/10.16939/JMSK.2020.23.1.11

후기낭만음악 분석을 위한 쉔커식 이론의 재검토* 1)

정 세 은⋅송 무 경**

1. 들어가면서

19세기 중반 서구 유럽, 진보적 성향의 작곡가들에 의해 야기된 화성의 일탈은 200년 넘게


서양음악의 핵심적 구성 원리였던 ‘조성’(tonality)의 붕괴를 초래하였다. 이 시기의 급진적 화성
어법들은 18세기 공통관습에 근거하여 이례적인 화성 현상을 설명하려는 이론가들 특히, 쉔케리
안들에게 큰 도전을 주었다. 쉔커(Heinrich Schenker, 1868∼1935)의 조성음악 분석방법론을 확
대⋅적용하려는 시도는 카츠(Adele Katz, 1887∼1979)와 잘처(Felix Salzer, 1904∼1986)를 비롯
한 이론가들에 의해 일찌감치 이루어진 바 있으며, 모르간(Robert P. Morgan), 베이커(James M.
Baker), 사텐드라(Ramon Satyendra), 슈타인(Deborah Stein), 테이처(Ryan Taycher) 등으로 계
승되었다.
조성 환경이 모호한 작품들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베이커는 악곡 안에 실존하지 않는 으뜸화음
이나 딸림화음을 ‘암시’(implication) 되었다고 주장하면서 I-V-I의 전통적인 조성구조가 건재함을
역설하였으며, 모르간은 협화음의 사용이 극도로 제한된 환경에서 그 환경이 조성이냐 무조성이
냐의 논쟁을 의식적으로 회피하면서 악곡 처음에 제시된 증3화음이나 감7화음 등의 불협화음을
선택해 이것이 연장될 수 있음을 보였다.1) 연장의 대상을 오직 ‘협화적 3화음’으로 규정하는 쉔
커의 이론을 불협화음인 증3화음이나 감7화음의 연장으로까지 확대한 모르간의 전략은 과연 유

* 본 논문은 제1저자 정세은의 석사학위 논문 “후기낭만음악의 쉔커식 중경층 설계를 위한 이론적 전제”(연세대학교 석사학위논문,
1)

2020)의 일부를 발췌하여 재구성한 것이다.


** 정세은(제1저자): 연세대학교 석사과정 학생, 송무경(교신저자): 연세대학교 작곡과 부교수.
1) James M. Baker, “The Limits of Tonality in the Late Music of Franz Liszt,” Journal of Music Theory 34/2 (1990),
145-173; Robert Morgan, “Dissonant Prolongation: Theoretical and Compositional Precedents,” Journal of Music Theory
20/1 (1976), 49-91.
12 서양음악학 제23-1호

효한 것일까? 또한, 조성적 맥락이 희미한 환경에서 암시 개념을 통해 조성의 축을 상정한 베이


커의 독해는 합당한 것으로 인용할 수 있을까? 더욱 근본적으로, 악곡 내에 존재하는, 조성을
담보하는 결정적인 단서는 어떤 기준으로 추출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들을 잠시 뒤로 하고, 본 논문은 ‘같은’ 작품에 대한 두 분석가, 베이커와 모르간의
‘다른’ 분석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문제의 작품은 바로 리스트(Franz Liszt, 1811∼1886)가 1882년
완성한 것으로 알려진⪡슬픔의 곤돌라I⪢(Die Trauer-Gondel I)이다.2) f단조, D장조, 그리고 C
장조의 조표를 차례로 취하지만 거기에 상응하는 조성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예1].3) 음악은 증3
화음으로 시작해 같은 음고류로 구성된 증3화음으로 끝이 난다. 악곡을 시작하는 왼손의 증3화
음 아르페지오에서 유난히 강조되는 것은 D -C의 상충인데, 이 불완전한 보조음 음형은 마디19
에서 수직화되어 으뜸화음의 도착을 방해한다. 이로써 무려 18 마디 동안 오스티나토 형태로 연
장된 증3화음은 온전한 으뜸화음으로 ‘해결’하지 못함으로써 딸림화음 대체자로서 일말의 지위조
차 획득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디19의 제1전위 장7화음은 베이커에게 구조적 으뜸화
음으로 취급된다. 오프닝의 증3화음을 딸림화음 대체자로 평가하면서 마디19에서 F의 도래를 으
뜸화음과 동일시하는 이가 바로 베이커이다. 그에게 구조적 화음은 마디19의 으뜸화음이며 이를
으뜸화음으로 듣기 위해 베이커는 내성에서 뚜렷이 들리는 D 을 애써 간과한다. 그가 두는 무리
수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악곡은 분명 마디117에서 증3화음의 트레몰로로 사라지듯 끝나지만,

[예1] 리스트 ≪슬픔의 곤돌라I≫ : 베이커(1990)의 그래프

2) 1882년, 사위인 바그너의 초청으로 베니스에 갔던 리스트는 바그너의 죽음을 예감하고 ⪡슬픔의 곤돌라I⪢을 작곡했다.
같은 해 12월에 피아노 독주곡으로 작곡된 이 작품은 한 달 뒤인 1883년 1월에 첼로와 피아노 혹은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작품으로 두 번째 버전이 작곡되었다. 이것은 1885년 약간의 수정을 거쳐 피아노 독주 버전으로 출판되었으며
⪡슬픔의 곤돌라II⪢라고 불린다.
3) 악보에서 리스트는 조표를 이처럼 사용하고 있으나, 악곡에서 이러한 조성의 흔적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악곡을 분석한 베이커는 시작 조성인 f단조가 지배적인 것으로 보지만, 모르간은 이 작품을 조성에 한층 덜 구애받는
것으로 본다. 모르간의 스케치는 아예 조표 없이 이루어져 있다.
후기낭만음악 분석을 위한 쉔커식 이론의 재검토 13

그는 여기에 으뜸음 베이스 F를 끼워 넣음으로써 i-V-i의 베이스 분산화음화(Bassbrechung)를 완


성하려 든다. (아래 스케치에서 괄호 안에 넣어진 음은 소위 암시음이다.) 베이커의 전략은 비전
통적 조성 환경에서 전통적인 쉔커식 이데아를 찾으려는 데 있다.4)

[예2] 리스트 ≪슬픔의 곤돌라I≫ : 모르간(1976)의 그래프

4) James M. Baker, “The Limits of Tonality in the Late Music of Franz Liszt,” 160, Ex.5를 재생산하여 인용하였다. 이
과정에서 베이커의 논의와 무관한 집합류 표기는 삭제하였다.
14 서양음악학 제23-1호

모르간(1976)은 베이커와 정반대의 의견을 제시한다[예2].5) 그에게 중요한 것은 마디19에 놓


인 소위 ‘가짜 으뜸화음’이 아니라, 18 마디 동안 연장되는 증3화음이다. 마디19의 장7화음은 낮
은 위계로 강등되고 마디26에 나타나는 전위된 독일6화음이 오히려 격상된다. 물론 이 화음 역시
마디37에서 또 다른 증3화음 D-F -A 으로 가기 위한 교두보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모르간의 독
해에서 이 D-F -A 의 증3화음은 마디69까지 연장되다가 경과적 화음을 거쳐 마디75에서 C-E-G
증3화음으로 복귀하는데, 이로써 증3화음의 보조음 진행을 통한 그의 ‘연장의 시나리오’는 완성된
다. 마디75에 경과적으로 나타나는 음향도 증3화음이며 마디95 이후 나타나는 음향 역시 A -C-E
의 증3화음이라는 점에서 모르간의 증3화음 이야기는 꽤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물론, 불협화음
인 증3화음이 쉔커의 이론 체계에서 연장되어도 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만 해결된다면 말
이다.
두 명의 쉔케리안이 제시한 분석에서의 ‘다름’은 이 시기의 후기낭만음악을 쉔커식 관점에서
들으려는 청자에게 몇 가지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분석가는 악곡에 나타나는 다양한 방식의
조성 회피 기법들로 인해 쉔커의 분석 전제들을 ‘온전히’ 적용할 수 없다는 사실, 둘째, 이로 인해
쉔커식 이론의 개념 중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분석가마다 다르며, 바로 이러한 차이로 인해 ‘다른’
분석이 도출된다는 사실이다. 베이커와 모르간의 사례를 돌이켜본다면, 베이커는 암시 개념을
가져와 전통적인 i-V-i의 틀을 유지하려 했고, 모르간은 쉔커의 전제에서 멀리 벗어나 불협화음이
긴 하지만 ‘위계’적으로 중요한 증3화음이 ‘연장’된다는 태도를 보였다. 요컨대 베이커가 조성 안
에 머무르려 했다면, 모르간은 조성과 비조성의 경계에서 ‘쉔커’에게 손을 내민 셈이다.
후기낭만음악에 대한 쉔커식 분석을 적용한 여러 연구가 이처럼 각기 다르게 진행되었음을
안 필자는, 모르간(1976) 이후 선행연구들을 보다 체계적으로 검토하였다. 후기낭만음악에 쉔커
식 분석이론을 적용하는 시도에 새롭게 불을 지핀 모르간이 40년이 지나 같은 주제로 돌아왔다
는 사실, 그리고 그의 연구가 한층 보수적인 면모를 띠게 되었다는 사실은 필자에게 더욱 흥미롭
게 다가왔다. 본 논문은 이 40년의 ‘사이 기간’ 동안 북미 음악이론가들 이를테면, 베이커, 사텐드
라, 슈타인, 테이처, 모르간(2016)이 각기 다른 농도의 조성 환경에 나타나는 조성적 암시를 쉔커

5) Robert Morgan, “Dissonant Prolongation: Theoretical and Compositional Precedents,” 75. Ex.11 인용. 베이커의 독해보다
모르간의 것이 14년 먼저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1976년이라는 연대적 정보를 생각할 때, 쉔커 이론을 조성의 테두리를
넘어 확대⋅적용하려는 당시의 진보적인 분위기를 상기할 수 있다. Music Forum에 실린 트레비스(Roy Travis)나 노박(Saul
Novack)의 글들이 바로 그 범례이다. 1990년 베이커는 쉔커의 ‘암시’를 적용해 한층 전통적 개념의 쉔커식 이론을 후기낭만음악
분석에 적용한 것이다.
후기낭만음악 분석을 위한 쉔커식 이론의 재검토 15

식 전제들 중 무엇을, 또 어떠한 방식으로 수정⋅절충하여 쉔커식 중경층에 도달하였는지 탐구


하였다. 나아가 이들이 부분적으로 취하는 쉔커식 이론의 전제들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이들을
정리하였다. 선행연구자들의 글과 그래프에 나타나는 분석 전제를 도출해 자세히 살피는 것에서
시작하여 이들이 분석한 악곡들이 갖는 각기 다른 조성 환경을 비교하였다. 선행연구의 고찰을
통해 필자는 이들의 분석이 음악이 놓인 환경과 분석가가 취하는 전제에 따라 위계적으로 효율
성 있게 정리될 수 있으며 이러한 정리 작업은 이 시기의 음악분석에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음
을 확인하였다. 선행연구에서 분석된 작품 중 사텐드라가 분석한 리스트, ⪡두 번째 애가⪢
(Zweite Elegie), 모르간(2016)이 분석한 볼프(Hugo Wolf, 1860-1903), ‘봄에’(Im Frühling), 그리
고 슈타인의 볼프, ‘우리는 오랫동안 침묵했었지’(Wir haben beide lange Zeit geschwiegen)는 필
자에 의해 다시 스케치 되었는데, 이들의 재분석은 필자가 정리한 모델 분류 방식에 재편되었다.

2. 쉔커 이론의 확장⋅적용
: 모르간(1976)에서 모르간(2016)까지

필자는 모르간(1976)에서 시작된 일련의 연구가 쉔커식 이론의 핵심개념 중 각기 다른 것을


다른 깊이와 농도로 차용하였음에 주목하며, 여기서 세 가지 유형의 쉔커식 상위 중경층 모델을
도출⋅정리하였다. 이러한 세 가지 모델은 단일 화음 X의 연장, I-V나 X-I의 ‘미완성 근본구조’,
그리고 근본구조를 유지하되 그 안의 변형을 인정한 I-X-I나 X-V-I의 ‘변형된 근본구조’이다. 단일
화음 연장 모델인 X 모델은 작품 전체에 걸쳐 단 하나의 화음 X가 연장되는 유형으로, 전통적인
장⋅단3화음뿐만 아니라 증3화음이나 감7화음과 같은 불협화음까지도 연장의 대상으로 포함한
다. 즉, X 모델에서 X의 음향은 장3화음, 단3화음, 증3화음, 그리고 감7화음이 된다.
이러한 X 모델에 대한 논의는 모르간(1976)에 의해 시작되었다. 모르간(1976)은 본질적으로
불안정한 불협화음이 본질적으로 안정적인 협화음에 의해 연장될 수 있음을 주장하며 하나의 불
협화음이 작품 전체를 지배하는 혁신적인 모델을 제안하였다. 여기서 그가 연장의 대상으로 지목
한 불협화음은 전통적인 쉔커의 이론에서는 연장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실체로, 이는 3화음만을
연장의 대상으로 여겼던 쉔커의 견해와 명백히 대치(對峙)된다. 하지만 모르간(1976)은 쉔커가
16 서양음악학 제23-1호

뺷자유작법뺸에서 쉔커 자신의 주장과 모순된 예를 제시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이것을 불협화음의


연장에 대한 증거로 활용한다. 모르간에 따르면, 뺷자유작법뺸의 ‘7음’ 부분에 제시된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의 ≪피아노 소나타 Op. 81a≫, 제1악장, 마디66-87의 그
래프는 마디69의 A -장3화음이 본질적으로 안정적인 장3화음임에도 불구하고 불협화음보다 낮
은 위계를 갖고 B -장단7화음을 연장하는 데 사용되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6)
이를 근거로, 모르간(1976)은 리스트의 ≪슬픔의 곤돌라I≫과 ≪무조의 바가텔≫(Bagatelle
ohne Tonart), 그리고 스크랴빈의 ‘수수께끼’(Enigme) Op. 52/2에서 각각 증3화음, 감7화음, 유
사-딸림화음이 작품 전체에 걸쳐 연장된다고 주장하며 이러한 불협화음의 연장을 통해 만들어진
X 모델에 대해 논구한다.7) 여기서 유사-딸림화음이란 딸림7화음의 구성음이 변형되어 음향은
장단7화음이 아니지만, 그 역할이 딸림화음과 유사하다고 판단되는 일종의 ‘딸림 변화화음’을 뜻
한다. 모르간(1976)은 이 악곡들이 불협화음 A의 제시와 복귀에 의해 해결되고 안정화되는 ‘불협
화음 A-불협화음 B-불협화음 A’의 회귀 구조를 갖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는 I-V-I의
근본구조에서 I와 V가 같은 위계에서 조성을 형성하는 것과 달리 불협화음 B가 A를 수식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하나의 화음이 연장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모르
간(1976)이 제시한 악곡들의 궁극적인 구조는 불협화음 A의 연장, 즉 X 모델에 해당한다.

6) Heinrich Schenker. Free Composition, translated and edited by Ernst Oster (New York: Longman, 1979), Fig.62/4.
다음의 악보는 뺷자유작법뺸에서 인용한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Op.81a≫, 제1악장, 마디66-87의 그래프이다.

이외에도 모르간(1976)은 뺷자유작법뺸의 ‘7음’ 항목에서 여러 예들을 지목하였는데,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
의 ≪평균율≫ 1권 ‘다장조 프렐류드’의 경과적인 부분과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Op. 81a≫, 제1악장의 발전부 첫
부분,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의 ≪교향곡 K.550≫, 제1악장, 마디147-165, 베토벤의 ≪현악사중주
Op. 132≫, 1악장의 경과부에 등에 나타난 딸림7화음의 연장이 이에 해당한다. 뺷자유작법뺸의 이러한 예들은 경과부나
발전부와 같이 화성적으로 불안정한 부분에 나타난 딸림7화음의 연장이지만 모르간(1976)의 예들은 전통적인 화성구조
안에서 안정적인 부분에 나타나는 불협화음의 연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차이가 있다.
7) 모르간(1976)은 슈베르트(Franz Schubert, 1797∼1828)의 ⪡백조의 노래⪢(Schwanengesang) 중 ‘도시’(Die Stadt)와 리스트
의 ⪡파우스트 교향곡⪢(Faust Symphony) 도입부, 바그너(Richard Wagner, 1813∼1883)의 오페라 ⪡파르지팔⪢(Parsifal)
3막의 ‘전주곡’의 도입부에서 하나의 증3화음 혹은 감7화음이 ‘자체로 완결한 형식 단위’를 지배하며 연장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여기서 연장된 불협화음은 그 형식 단위 너머에서 궁극적으로 해결될뿐더러 전체 악곡의 극히 일부만을
보이므로 본문의 논의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후기낭만음악 분석을 위한 쉔커식 이론의 재검토 17

사실, 불협화음의 지위를 격상시키고자 한 시도는 모르간(1976)에 앞서 카츠의 연구에서 이미


나타난 바 있다. 카츠는 드뷔시(Claude Achille Debussy, 1862∼1918)의 ≪전주곡≫(Préludes),
‘돛’(Voiles)에 대한 분석에서, 결합된 두 증3화음(C-E-G , A -C-E)이 악곡의 근간을 이루는 것을
보여주었다.8) 하지만 카츠는 ‘돛’을 불협화음 연장의 사례로 제시한 것이 아니라, 전음음계에 바
탕을 둔 작품에 조성음악의 분석 방법을 적용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맥락에서 제시한
것이었다. 따라서 카츠의 분석에는 모르간(1976)처럼 구체적이고 상세한 논리를 찾아보기 어렵
지만, ‘돛’에 대한 카츠의 분석이 그녀의 본래 의도와는 달리 ‘불협화음의 연장’ 가능성을 지지하
게 된 것은 분명하다.
베이커는 모르간(1976)의 급진적인 분석모델을 받아들였지만, 보수적인 맥락에서만 활용함으
로써 그 급진적 면모를 누그러뜨렸다. 베이커의 모델에서 단일 화음은 모르간(1976)에서와 같이
연장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그 실체는 모르간에서와 달리, 반드시 ‘협화음’인 장3화음이나 단3
화음 중 하나여야 한다. 그의 모델에서 장⋅단3화음은 I 또는 V의 기능을 맡아 연장된다. 조성적
배경이 매우 희미한 맥락에서 불협화음의 연장을 논의했던 모르간(1976)과는 달리, 베이커의 모
델은 더 전통적인 조성 환경을 상정하려 든다. 베이커가 논의를 예시한 악곡들은 리스트의 후기
작품들로, 구조적인 I나 V의 부재로 인해 사실상 명확한 조성의 확립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런
데도, 베이커는 이 악곡들을 ‘암시’의 개념을 통해 전통적인 조성의 맥락 안에서 이해할 것을 촉
구한다. 다시 말해, 그는 이 작품들에서 부재한 구조적인 I나 V가 암시되어 있다고 주장하며 이
허구의 V-I를 통해 조성 환경을 억지로 끼어 맞추어 설명하고 있다.

[예3] 리스트 ≪슬픔의 곤돌라II≫ : 베이커의 그래프9)

8) Adele Katz, Challenge to Musical Tradition : A New Concept of Tonality (New York and London: Andesite Press,
1945), 서우석, 김은혜 번역 뺷음악분석연구뺸 (서울: 수문당, 1982), 254.
9) James M. Baker, “The Limits of Tonality in the Late Music of Franz Liszt,” 160, Ex.5 인용.
18 서양음악학 제23-1호

[예3]은 ≪슬픔의 곤돌라I≫과 한 쌍으로 작곡된 ≪슬픔의 곤돌라II≫에 대한 그래프이다. 베이


커에 따르면, 이 악곡은 구조적인 V와 머리음으로부터의 하행 - 이 암시되어 있는 I의 연장
모델에 해당한다. 이 작품의 베이스에는 f -e -f 의 반음계적 움직임이 두 번 나타나는데, 베이커
는 이것이 으뜸음 F를 연장하는 보조음 진행이라고 말한다. 이어, 그는 으뜸음 전에 나오는 E
상의 감7화음이 딸림화음의 역할을 하고 있고, 두 번째 나오는 E -감7화음이 가장 낮은 음역에서
옥타브 중복을 통해 강력한 효과를 보이기 때문에 악곡에 부재한 구조적인 V를 추론해낼 수 있
다고 설명한다. 또, 이렇게 암시된 V가 대위하는 는 마디89-109와 끝부분에 나타나는 g -g
움직임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반음계적 하행은 근본선율의 하행을
암시한다기보다는 F 장조와 E장조로 된 대조 부분에 사용된 모티브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한 까닭
에, 그의 주장은 다소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10)
불협화음의 연장을 기반으로 한 모르간의 모델과 보다 더 전통적인 구조에 입각한 베이커의
모델은 사텐드라에 이르러 절충⋅보완되었다. 즉, 사텐드라는 모르간(1976)과 베이커의 맥을 이
어가되 두 이론가와 다른 방식으로 X 모델을 제안하였다. 사텐드라의 모델은 V를 비롯하여 딸림
화음의 기능을 갖는 감7화음이 작품 전체에 걸쳐 연장되는 ‘딸림화음에 기초한 구조’를 말하며,
≪이별≫(Verlassen)과 ≪어느 날≫(Einst)이 감7화음에 의한 X 모델, ≪잊힌 왈츠 4번≫(Valse
oubliée No.4)이 V에 의한 X 모델로 제시되었다.11) 사텐드라는 이러한 작품들이 비조성적 특징
과 조성적 특징을 겸비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그 특징들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12)

① 작품 안에 으뜸화음 상의 결정적인 종지를 포함하지 않는다.


② 작품 전체가 딸림화음의 기능을 하는 화음에 기초한다.
③ 하나의 장⋅단조 모드 안에서 해석될 수 있는 대위 구조를 보여준다.
④ 조성을 정의할 수 있는 전경층 사건을 포함한다.

사텐드라의 설명에 따르면, 위의 네 가지 특징 중 처음 두 가지는 전통적인 조성에서 벗어나는

10) 베이커는 이 ≪슬픔의 곤돌라I≫ 외에도 ≪메마른 뼈≫와 ≪잿빛 구름≫을 I의 연장 모델, ≪꿈≫과 ≪불행≫을 V의
연장 모델로 제시하면서, 두 모델이 각각 구조적인 V나 I의 부재에 의해 성립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그의 그래프에서
구조적인 화음의 암시를 지지할 근거가 다소 빈약하다는 점은 설득력을 저하한다.
11) Ramon Satyendra, “Liszt’s Open Structures and the Romantic Fragment,” Music Theory Spectrum 19/2 (1997), 199-200.
사텐드라는 이 악곡을 감7화음의 불협화 연장과 딸림화음의 연장이 결합된 구조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감7화음은
vii°7/V에 해당하므로 궁극적으로는 V의 연장 모델로 분류할 수 있다.
12) Satyendra, 위의 글, 185.
후기낭만음악 분석을 위한 쉔커식 이론의 재검토 19

것으로, 모르간(1976)의 불협화 연장과 맞닿아 있다. 반면 세 번째와 네 번째는 모르간(1976)의


예에 부재(不在)한 관습적인 조성의 특징에 해당한다. 사텐드라는 이 중 네 번째 특징에 주목하
여, 구조적인 불협화음을 연장하는 전경층의 협화음이 으뜸화음의 해결에 대한 기대를 강화시킨
다고 설명하며 이것을 “암시-실현”이라고 불렀다.13)
리스트의 ≪이별≫은 작품 전체가 감7화음의 연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미해결된 상태로 종결
한다[예4]. 이러한 특징은 사텐드라가 제시한 네 가지 특징 중 첫 두 가지에 해당한 것으로, 이
작품이 전통적인 조성의 양상에서 벗어나 있음을 보여준다. 이 그래프에서 중요한 것은 ‘암시-실
현’의 현상이다. 마디1과 마디14의 감7화음은 작품 실제에 존재하는 구조적 사건으로서 불안정한
경계를 이루고, 이 두 개의 경계화음 사이에는 제1전위 으뜸화음이 위치한다. 여기서 제1전위
으뜸화음은 전경층 화음으로, 양 끝에 괄호로 표시된 후경층 으뜸화음을 암시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구조는 으뜸화음 해결에 대한 강한 암시에 의해 악곡이 종결되어도 여전히 열려 있는, ‘종
결되었지만 완전히 종결되지 않은’ 구조적인 ‘역설’(paradox)을 창조한다. 사텐드라는 이러한 역
설을 찰스 로젠(Charles Rosen, 1927∼2012)의 ‘낭만주의 단편’(Romantic fragment)을 사서 제시하
고 있다. 로젠은 낭만주의 단편에 대해 “전체이지만 미완성인 것”이라고 하며 그것의 불안정성에 의해
외부에 있는 존재가 암시된다고 주장한다.14) 다시 말해, 로젠은 음악적 단편, 즉 작품의 실체가
경계 화음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암시된 더 큰 맥락으로부터 찢긴 것처럼 존재한다고 말한다.

[예4] 리스트 ≪이별≫ : 사텐드라의 ‘딸림화음에 기초한 구조’15)

13) Satyendra, 위의 글, 193.


14) Satyendra, 위의 글, 193. Charles Rosen, The Romantic Generation, 51 (재인용).
15) Satyendra, 위의 글, 193. Ex.9 인용.
20 서양음악학 제23-1호

낭만주의 단편이라는 개념을 통해 구조적 미완(未完)을 합리화하고자 했던 사텐드라의 모델은


불협화음의 연장에 대한 모르간(2016)의 두 번째 연구에서 V의 연장 모델로 이어진다. 모르간
(2016)은 40년 전의 혁신적인 면모를 뒤로 하고, ‘으뜸음화될 수 있는 비(非)으뜸화음’, 즉 으뜸화
음을 제외한 장⋅단3화음의 연장에 초점을 맞춘다. 여기서 그는 19세기 음악에 나타난 많은 연
장의 사례들이 대개 으뜸음화 될 수 없는 화음에 근거하지 않는다고 설명하며 조성을 배경으로
한 비으뜸화음의 연장에 주목한다. 그는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된 비으뜸화음으로 딸림화음을 지
목하며 볼프의 가곡 ‘봄에’, ‘새벽이 오기 전에’(Ein Stündlein wohl vor Tag), ‘잠 못 이루는 자의
태양’(Sonne der Schlummerlosen)을 딸림화음에 의한 X 모델의 예로 분석하였다. 이 중 ‘잠 못
이루는 자의 태양’은 반감7화음 연장과 끝부분의 딸림화음 해결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는 감7화음
연장과 딸림화음 연장의 결합구조를 가진 사텐드라의 ≪잊힌 왈츠 4번≫과 유사하다. 하지만 두
영역이 유사한 비중을 차지했던 사텐드라의 예와는 달리, 모르간(2016)의 예는 반감7화음이 작품
전반에 걸쳐 연장되다가 악곡의 끝에서 간신히 V로 해결된다. 한편, ‘잠 못 이루는 자의 태양’의
반감7화음 연장은 모르간(1976)이 제시한 감7화음에 의한 불협화음의 연장을 떠올리게 한다. 하
지만 모르간은 이것이 V로 해결되면서 조성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이전의 불협화 연장과는 다르
다고 주장하며 이 작품이 두 개의 화음에 의한 딸림화음 연장을 제시한다고 설명한다.
모르간(2016), 베이커, 사텐드라, 슈타인은 위계와 연장뿐 아니라, 더욱 구체적으로 조성을 담
보하는 틀인 쉔커의 근본구조를 가져왔다. 그러나 이들은 과감하게도 근본선율과 이들을 지지하
는 I-V-I로 구성되는 정통 근본구조에 수정을 가하여, 소위 ‘미완성 근본구조’를 제안하였다. 미완
성 근본구조는 I-V-I 근본구조의 구조적인 세 화음 중 하나가 부재한 모델로서 I-V 진행, 혹은
V-I를 의미하지만, 폭넓게는 X-I의 화성구조로 일반화될 수 있는 IV-I, III-I 진행도 포함된다. 이
중 I-V의 구조로 이루어진 작품에는 리스트의 ≪슬픔의 곤돌라I≫과 ≪체념≫(Resignazione)이
있으며, 이 악곡들에 대한 분석은 각각 베이커와 사텐드라의 논문에 포함되어 있다. 앞서 서론에
서 살펴본 바와 같이, 베이커는 모르간(1976)이 X 모델로 분석했던 ≪슬픔의 곤돌라I≫를 전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며 I-V의 진행으로 분석한 바 있다. 여기서 I로의 복귀 및 종결은 결코 이루
어지지 않는데, 그는 마지막 I가 암시되어 있다고 가정함으로써 전통적인 근본구조의 틀 안에서
작품을 이해하고자 하였다. 한편, ≪체념≫은 마디1의 I와 마디10의 V가 만드는 I-V 진행과 이것
을 대위하는 상성부의 - 로 골격이 이루어져 있다. 이 악곡은 I로의 해결이 이루어지지 못한
채 IV 상의 윗보조음에서 종결을 맞게 되는데, IV에서의 불안정한 종결은 흡사 다 카포(da capo)
후기낭만음악 분석을 위한 쉔커식 이론의 재검토 21

와 같은 내재된 순환성을 강화시켜 도입 부분의 I로 복귀할 것을 상상하게 한다. 궁극적으로 이


작품 역시 베이커의 모델과 마찬가지로 실존하지 않는 구조적인 I를 암시에 의해 설명하고 있다.
쇤베르크는 Op. 6/7, ‘유혹’(Lockung)에서 첫 으뜸화음을 아낀 채 멀리 V⁷/vi에서 시작하여
악곡의 전반을 V의 긴 여정으로 채우고 끄트머리에서 겨우 I로 해결하는, 화성 우회의 진수를
보여준 바 있다[예5]. 계속된 V의 영향 아래, B 부분에서는 잠시 B장조의 영역으로 움직이는데
(마디32-42), 이것은 A”의 시작 부분에서 이명동음 표기를 통해 마디5-7이 이조된 형태로 제시된
후 다시 E 장조로 돌아와 V-I의 종지로 악곡을 마친다. 즉, 이 작품은 V에 의한 긴 불협화 연장이
지속되다가 I로 종지하는 V-I 미완성 근본구조의 사례에 해당한다.16)

[예5] 쇤베르크 Op. 6/7, ‘유혹’ : 모르간의 그래프17)

한편, 볼프의 화성 어법을 변격영역, 3도 관계, 그리고 동적인 조성으로 정리하며 전통적인 근
본구조에 도전을 가했던 슈타인은 이러한 혁신적인 조성 기법을 토대로 IV-I, III-I의 미완성 구조
를 제시하였다.18) 여기서 변격영역은 IV의 확장된 사용을 의미하는 것으로, 변격 화성진행이 전
통적인 I-V의 조성 축을 대체하는, 급진적인 사용까지도 포함한다. 3도 관계는 보다 더 보수적인
측면에서 사용이 되지만, 이 역시 전통적인 I-V의 축 밖에서 V 관계를 대체하는 혁신적인 모습으
로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슈타인이 제시한 확장된 조성 기법 중 가장 혁신적인 것은 ‘동적인

16) 모르간(2016)은 이 ‘유혹’을 비롯하여 브람스의 ≪인터메쪼≫ Op. 76/4와 슈만의 ≪판타지≫ Op.17/i을 V-I 모델의 사례로
제시하였는데, 이 악곡들은 모두 광범위한 V의 연장과 작품 끝에서 이루어지는 I의 해결을 특징으로 한다.
17) Robert Morgan, “Dissonant Prolongations Again: Nontonic Extensions in Nineteenth- Century Music,” Journal of Music
Theory 60/1 (2016), 20, Ex.9 인용.
18) Deborah Stein, Hugo Wolf’s Lieder and Extensions of Tonality (London: UMI Research Press, 1985).
22 서양음악학 제23-1호

조성’(directional tonality)이라고 할 수 있다. 볼프의 일부 가곡들은 우위를 정할 수 없는 두 개의


조가 한 작품 안에 공존하는 ‘이중조성’(double tonality)을 갖는데, 슈타인은 이러한 작품들 중
시작한 조에서 끝나지 않고 다른 조로 바뀌어 끝나는 사례를 들어 동적인 조성이라고 부른다.
그녀는 동적인 조성을 사용한 작품과 단순히 비으뜸화음으로 시작하는 단일조성 작품을 구별하
며 동적인 조성으로 파악되기 위한 세 가지 조건을 제시하였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다.

(1) 시작 조성은 으뜸화음으로 충분한 시간 하에 [조를 성립시키기에] 분명한 화성진행이나 정격종


지를 통해 으뜸화음으로 성립되어야 한다.
(2) 악곡의 시작에 조성적 모호함이 있을 경우, 시작 조성과 끝 조성이 다르며 시작 조성이 끝 조성
내에서 으뜸화음의 기능을 상실했다는 적절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3) 기능적 변형 자체는 으뜸화음에서 비으뜸화음으로의 변화이어야 하며 따라서, 그러한 과정은
한 화성의 기능이 단순히 재고되는 해석과는 구분되어야 한다.19)

[예6] 볼프 ‘안녕’ : 슈타인의 그래프20)

볼프의 ≪뫼리케 가곡집≫ 중 ‘안녕’(Lebewohl)은 G 장조에서 시작해 D 장조로 끝나는 동적


인 조성의 사례에 해당한다[예6]. 시작 조성은 마디4와 8의 반종지에 의해 분명하게 성립되며,
마디10의 V/III에서 시작해 마디11의 III와 마디13의 VI를 거치며 만들어지는 순환5도를 통해 조
의 이동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조성의 이동 속에서 G 장조의 I는 다음 조성인 D 장조의 IV로
그 기능이 바뀌고, G 장조의 iii-vi 진행 또한 D 장조의 vi-ii로 재해석된다. 이때, 마디13의 베이
스 이끎음 c 은 마디14의 으뜸음 d 을 강화하고, 마디14의 피아노 반주부에 있는 삼전음 c -g 은

19) 송무경, 안소영, 뺷후기낭만화성: 기법과 적용뺸 (서울: 심설당, 2019), 121 (재인용).
20) Stein, Hugo Wolf’s Lieder and Extensions of Tonality, 169, Ex. 4-17을 인용.
후기낭만음악 분석을 위한 쉔커식 이론의 재검토 23

d -f로 해결되어 D 장조로의 이동을 더욱 합리화한다. 이후 악곡은 D 장조 안에서 V-I의 정격종


지로 종결한다. 이러한 동적인 조성은 더 높은 층위에서 대규모의 변격 구조를 만들어낸다. 즉,
이 작품은 첫 조성인 G 장조가 두 번째 조성 D 장조에서 IV로 재해석된 IV-I의 미완성 근본구조
로 이해할 수 있다.
이어, 슈타인은 III-I 모델의 예로 ‘잠에’(An den Schlaf), ‘우리는 오랫동안 침묵했었지’를 제시
하였다. ‘잠에’는 앞서 논의한 ‘변격영역’, ‘3도관계’, ‘동적인 조성’ 등 확장된 조성 기법이 종합적
으로 사용된 작품으로, 궁극적으로는 두 조성의 결합을 통한 III-I의 미완성 근본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예7]에서 볼 수 있듯이 A (=G )장조로 시작한 이 악곡은 마디9에서 III 로 진행하고, 이
후 마디16-17에서 I의 기능이 V/IV로 변형된다. 이러한 마디1-17의 A 영역은 마디13의 IV를 축
으로 하는 변격구조로 분석할 수 있으며, 앞선 I가 V/IV로 기능이 변화되어 변격영역을 지지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즉, 이 작품의 구조적인 III 영역은 더 낮은 위계의 변격영역을 포함하고
있다. 한편, 마디18-34에는 앞선 전반부의 중요한 요소들이 반복된다. 전반부의 III /E와 VI /E
사이의 5도 관계는 후반부의 V-I로 재현되며, 전반부의 중요한 IV는 마디 24에서 반복되어 새로
운 I를 분명하게 한다. 이러한 후반부의 E장조 영역은 V-I의 정격종지를 통해 종결한다.

[예7] 볼프, ‘잠에’ : 슈타인의 그래프21)

슈타인은 앞서 살펴본 X-I 미완성 근본구조에 더해 I-X-I의 변형된 근본구조를 제안하였다.22)


변형된 근본구조는 I-X-I나 X-V-I처럼 구조적인 세 화음 중 하나가 대체되는 구조를 말하는 것으

21) Stein, Hugo Wolf’s Lieder and Extensions of Tonality, 207, 예5-15a를 인용.
22) 슈타인에 앞서 잘처는, 슈타인과는 다른 유형의 I-X-I 구조를 제안한 바 있다. 그것은 I-CS-I의 구조로서, 그는 V-I가
더 이상 조성의 유일한 축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I-CS-I의 변형된 근본구조 모델을 제시하였다. 잘처는 힌데미트의 ≪피아노
소나타 3번≫에서 CS에 해당하는 A -단3화음이 구조적인 V를 대체하는 예를 통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였다.
24 서양음악학 제23-1호

로, 구조적인 V가 변격화음으로 대체된 ‘내가 죽으면 꽃으로 내 몸을 감싸고’(Sterb’ ich, so hüllt in


Blumen meine Glieder)와 ‘이른 아침에’(In der Frühe)가 바로 I-X-I의 모델에 해당한다. 슈타인에
따르면, ‘내가 죽으면 꽃으로 내 몸을 감싸고’는 I의 영역에서 시작한 후, 마디9에서 I의 기능이
V/IV로 변형되어 중경층의 IV로 진행하고, 다시 마디14에서 I로 돌아오는 I-IV-I의 변격구조로
되어 있다. 한편, ‘이른 아침에’는 앞선 예와 마찬가지로 변격화음이 구조적인 V를 대체하는데, IV
가 아닌 II가 대체화음으로 사용되어 I-II-I의 근본구조를 갖는다. 이 작품의 변격구조에서 매우 흥
미로운 점은 V를 대신한 II의 영역(마디11-22)이 ‘3도 체인’(third chains)을 이룬다는 것이다. 마디
11에서 조표의 변화와 함께 시작한 II의 영역은 이후 2-3 마디 단위로 계속 조표가 바뀌며 연속해
서 새로운 변격의 화음들을 추가하여 II -IV- VI의 3도 체인을 이루는데, 슈타인은 이 3도 체인 안
에 있는 일련의 변격화음들이, 근음이 암시되고 3음이 생략된 불완전한 V⁹를 대체한다고 말한다.23)
테이처는 한층 더 보수적 입장을 취하였다. 특히 동적인 조성으로 스케치 될 수 있는 볼프의
가곡에 주목하며, 이를 다시 스케치하였는데 그는 악곡을 마치는 조성에서 형성되는 I-V-I의 진행
을 승격시키고 전반부에 나타나는 사건들을 ‘보조적인 종지’(auxiliary cadence)로 격하시킴으로
써 보다 전통적인 근본구조의 형성을 꾀하였다.24) 테이처는 슈타인이 동적인 조성의 개념에 기
대어 III-I의 미완성 근본구조로 분석했던 ‘잠에’를 I-V-I의 전통적인 구조로 수정하였다. 그는 이
작품의 조성을 각기 다른 두 계층에서 만들어지는 화성진행의 결합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가장
높은 계층에서 만들어지는 I-V-I 진행과 이보다 낮은 계층에서 만들어지는 III-V-I의 보조적 종지
가 그것이다. 이어, 그는 마디7의 상성부에 있는 e 과 마디21의 베이스에 있는 e 사이, 그리고
첫 마디의 베이스 a 과 E장조의 머리음 사이에 성부교환이 일어난다고 설명하며, 이러한 대규
모의 성부교환과 보조적 종지가 두 조성 간의 관련성을 지지한다고 주장한다.
이어, 테이처는 볼프의 ‘안녕’을 첫 I가 IV⁷로 대체된 IV⁷-V-I의 모델로 재분석 하였다[예8]. 이
작품은 조성의 이동이 분명한 ‘잠에’와 달리 G 장조가 작품의 대부분에 지속되면서도 D 장조의
으뜸화음을 예시하는 몇몇 특징들이 앞부분에 제시된다는 점에 있어 앞선 사례와 대비된다. 이
작품의 전반에 걸쳐 나타난 G 과 D 의 ‘전투’는 상당히 치열하다. 테이처는 연인과의 이별을 받

23) Stein, Hugo Wolf’s Lieder and Extensions of Tonality, 200-201.


24) Heinrich Schenker, Free Composition. Translated and Edited by Ernst Oster (New York: Longman, 1979), 88-90.
쉔커는 보조적 종지에 대해 ‘근본구조 형태의 불완전한 전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근본구조의 각 전이가 /I이나 /I로
시작해야 한다면 통합에 너무 큰 부담이 될 것이며, 베이스 분산화음화의 첫 음인 I가 생략됨으로써 화음에서 화음으로의
이동이 보다 더 매끄러워진다고 기술하였다.
후기낭만음악 분석을 위한 쉔커식 이론의 재검토 25

[예8] 볼프, ‘안녕’ : 테이처의 그래프26)

아들이지 못하는 주인공이 G 장조의 축복을 유지하고 D 장조를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분투한다


고 주장하며 볼프가 D 장조를 피하고 왜곡하기 위해 노력했던 흔적들을 제시한다.25) 하지만 결
국 D 장조의 승리로 끝나는데, 이에 대해 테이처는 주인공이 아무리 노력해도 잃어버린 사랑을
붙잡을 수 없었던 것처럼 G 화음도 결코 진정한 으뜸화음으로서 기능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전투 끝에 만들어진 이 작품의 중경층 구조는 [예8]과 같다. 그는 G 장조의 으뜸화음인
첫 화음이 다음 마디에서 f를 더함으로써 D 장조의 IV⁷로 재맥락화 되어 보조적 종지를 시작한
다고 기술하며 IV⁷-V⁷-I를 구조적인 화성진행으로 제시한다. 이러한 해석은 마디16의 V 화음을
첫 IV 보다 낮은 위계로 강등시키며 작품 전체를 대규모의 변격구조로 설명했던 슈타인의 주장
과는 확연히 다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선행연구를 통해 도출⋅정리한 쉔커식 상위 중경층 모델은 분석 대상
으로서의 음악이 갖는 조성적 환경에 따라 달라지며 이러한 모델은 단일 화음 X의 연장, I-V나
X-I의 미완성 근본구조, 그리고 근본구조를 유지하되 그 안의 변형을 인정한 I-X-I나 X-V-I에 이르
는 세 가지 유형으로 정리될 수 있는데, 선행연구에서 분석된 악곡들을 여기에 편입시켜보면 다
음과 같다<표 1>.

25) Taycher, 위의 글, 103. 슈바르트의 조 연합은 G 장조를 “어려움에 대한 승리, 장애물을 극복했을 때 내뱉는 자유로운
한숨, 격렬하게 투쟁하여 마침내 정복한 영혼의 메아리”로 특징짓는다.
26) Ryan Taycher, “Deceiving the Ear: Recontextualization, Key Association, and Auxiliary Cadence in Two Songs by
Hugo Wolf,” Journal of Schenkerian Studies 6 (2012), 111. (Ex.21)을 인용함.
26 서양음악학 제23-1호

<표 1> 후기낭만주의 음악의 세 가지 상위 중경층 모델

유형 화성구조 예시 악곡
증3화음 리스트 ≪슬픔의 곤돌라I≫(*모르간 1976)
단일 감7화음 리스트 ≪무조의 바가텔≫, ≪어느 날≫, ≪이별≫
화음의 변형된 딸림화음 스크리아빈 ‘수수께끼’
연장 I 리스트 ≪메마른 뼈≫, ≪슬픔의 곤돌라II≫, ≪잿빛 구름≫
(X) 리스트 ≪꿈≫, ≪불행≫, ≪잊힌 왈츠≫ 4번,
V
볼프 ‘봄에’, ‘새벽이 오기 전에’, ‘잠 못 이루는 자의 태양’
I-V 리스트 ≪슬픔의 곤돌라I≫(*베이커), ≪체념≫
미완성 브람스 ≪인터메쪼≫ op.76/4, 쇤베르크 op.6/7 ‘유혹’
V-I
근본구조 슈만 ≪판타지≫ op.17/i
(X-Y) IV-I 볼프 ‘안녕’(*슈타인)
III-I 볼프 ‘잠에’, ‘우리는 오랫동안 침묵했었지’
I-IV-I 볼프 ‘내가 죽으면 꽃으로 내 몸을 감싸고’
변형된
I-II-I 볼프 ‘이른 아침에’
근본구조
I-CS-I 힌데미트, ≪피아노 소나타≫제3번
(I-X-I, X-V-I)
IV⁷-V-I 볼프 ‘안녕’(*테이처)

3. 쉔커식 이론의 재평가 및 재분석

3.1. 쉔커 이론의 중심개념들에 대한 재평가

단일 화음 X의 연장, 미완성 근본구조(X-I나 I-V), 그리고 변형된 근본구조(I-X-I, X-V-I)의 각


모델은 쉔커 이론의 전제를 제한적이고 선택적으로 수용하였는데, 그 까닭은 음악이 갖는 일탈의
농도와 양상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었다<표 2>. 첫 번째 모델인 단일 화음의 연장은 쉔커의
위계와 연장 개념만을 수용하면서 V-I가 결여된 상황에서 보조음이나 선적인 화음 등을 통해 연
장을 실현하였으며 연장의 대상 역시 장⋅단3화음을 넘어 증3화음, 감7화음, 변형된 딸림7화음
으로 확장되었다. 두 번째, 미완성 근본구조 모델인 X-Y는 X, Y를 이루는 구성요소가 장⋅단3화
음일 것을 전제로 하였으며, 종지적 화성진행을 필수적으로 포함으로써 한결 조성 환경에 가까웠
다. 세 번째 모델인 변형된 근본구조 I-X-I와 X-V-I에서는 3화음과 종지적 화성진행을 물론, 쉔커
후기낭만음악 분석을 위한 쉔커식 이론의 재검토 27

<표 2> 쉔커의 핵심개념의 위계적 배치

식 근본구조를 기본 틀로 인정함으로써 보다 구조적 조성 환경에 기초하였다.


단일 화음의 연장은 40년간의 간극을 두고 출간된 모르간의 쉔커 연구의 핵심이었다. 1976년
증3화음이나 감7화음이 연장의 대상으로 포함될 수 있음을 주장한 그의 연구는 잘처의 쉔커 이
론을 확대⋅적용하려는 선구적 연구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파악될 수 있을지 몰라도 그 근본
적 원인을 쉔커의 뺷자유작법뺸에서 가져와 설득력을 높인 것은 주목할 만하다. 더욱이 2016년
같은 주제로 돌아온 그가, 더욱 전통적인 맥락 즉, 으뜸음화 될 수 비으뜸화음으로 X의 대상을
구체화한 것은 흥미롭다. 베이커의 모델은 협화 3화음의 연장을 위시한 X 모델의 선구가 되었다.
그는 조성음악의 끝자락에 놓인 작품들을 암시의 개념에 기대어 전통적인 구조에 입각해 분석하
고자 하며 X의 대상을 장⋅단3화음의 으뜸화음과 딸림화음으로 한정지었다. 한편, 모르간(1976)
과 베이커의 상반되는 특징을 변증법적으로 절충한 사텐드라는 조성과 비조성의 양면성을 지닌
‘딸림화음에 기초한 구조’를 제시하였으며, 이것은 감7화음에 의한 X 모델과 딸림화음에 의한 X
모델로 나타났다.
전통적인 협화음을 연장의 대상으로 삼았던 베이커, 사텐드라, 모르간(2016)의 X 모델과 협화
음을 넘어 불협화음으로 연장의 대상을 확장했던 모르간(1976), 사텐드라의 X모델은 쉔커의 ‘위
계’와 ‘연장’ 개념만을 수용하면서 X의 대상을 3화음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류이다. 만약
여기서 3도 구성의 전통적 3화음 또는 7화음에서 벗어나 ‘연장’의 대상을 더욱 확장하게 되면
그것은 조성이라 할 수 없는 비조성의 음악이 될 것이다. 윌슨(Paul Wilson)이 제안한 “계획된
음집합”(projected set)에서 볼 수 있듯이, 위계와 연장은 작동하지만 3화음을 대체하는 음고류
집합이 연장의 대상이 될 때 이것은 조성의 경계를 넘어서는 ‘새 음악’(neue musik)인 것이다.27)
28 서양음악학 제23-1호

다시 말해, 연장의 대상으로서 전통적인 3화음과 7화음은 조성과 무조성의 경계를 나누는 마지노
선에 해당한다.
앞서 언급한 단일 화음의 연장에서 조성의 정도를 더욱 확보하는 것은 ‘진행’으로, 이는 근본구
조 모델로 향한다. 근본구조는 근본선율과 베이스 분산화음화의 결합으로 이루어지는 으뜸화음-
딸림화음-으뜸화음, 그리고 - - 또는 - - - - 의 외성 구조를 뜻한다. 그러나 조성 환경
이 모호해지고 작곡가들은 성부진행을 왜곡함에 따라 급진적 성향의 악곡들에는 온전한 쉔커식
중경층을 확인하기가 어려워졌다. 이러한 상황은 근본구조에 대한 두 가지 방식의 왜곡을 이끌었
는데, 그 중 하나가 ‘미완성 근본구조’(incomplete Ursatz), 또 다른 하나가 ‘변형된 근본구조’
(transformed Ursatz)이다. 미완성 근본구조는 조성의 정도가 더 낮으며, 변형된 근본구조는 이보
다 높다. 미완성 근본구조에는 슈타인, 베이커, 사텐드라, 모르간(2016)의 스케치들이 해당하는
데, 슈타인은 변격영역, 3도 관계, 동적인 조성의 개념을 통해 IV-I와 III-I 모델, 베이커와 사텐드
라는 마지막 I가 암시된 I-V 모델, 그리고 모르간은 첫 I가 생략되고 V가 광범위하게 연장되는
V-I 모델을 제안했다. 이와 같은 미완성 근본구조는 위계와 연장, ‘X와 Y의 연장대상으로서의
장⋅단3화음’에 더해 종지적 화성진행 X-Y를 전제로 포함함으로써 단일화음 X의 연장 모델에
비해 보다 분명한 조성적 환경을 확보하게 되었다. 한편, 잘처, 슈타인과 테이처의 스케치들에
제시된 변형된 근본구조 모델은 I-V-I의 근본구조에서 하나의 화음만을 대체함으로써, 한층 더
관습적 조성의 규범에 근접하였다. 테이처는 첫 I를 IV⁷로 대체하여 X-V-I의 모델을 제시한 반면,
잘처와 슈타인은 각각 CS와 변격화음을 V에 대한 대체화음으로 선택하여 I-X-I의 모델을 제안하
였다. 나아가, 테이처는 19세기 후반의 확장된 조성에서 I-V-I의 온전한 근본구조를 찾음으로써
전통적 쉔커식 이론의 적용 가능성을 높였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세 모델, 즉 단일 화음의 연장 모델, 미완성 근본구조 모델, 변형된
근본구조는 쉔커식 이론의 전제들을 각각 선택적으로 수용하였다. 이를 통해 도출한 사실은 세
모델에 수용된 쉔커식 이론의 전제들이 위계와 연장 < 모든 3화음 < 장⋅단3화음의 종지적 진행
< ‘근본구조의 틀 적용’의 순으로 그 나름의 위계를 가지며, 이것이 조성의 정도와 밀접한 연관
관계를 갖는다는 점, 그리고 위계와 연장이 쉔커식 분석방법론의 적용 한계를 규정짓는 가장 근

27) Paul Wilson, The Music of Béla Bartók (New Haven: Yale University Press, 1992), 24. 계획된 음집합이란 악곡의
중요한 부분에 나타나는 구조적인 음들이 모여 형성된 음고류 집합을 말한다. 윌슨은 버르토크(Béla Bartók, 1881∼1945),
≪현악4중주≫ 2번, 3악장 마디19, 25-26에서 계획된 음고류집합 4-16이 연장되어 중경층 그래프를 이루고 있음을 보여준다.
후기낭만음악 분석을 위한 쉔커식 이론의 재검토 29

본적이고 핵심적인 개념이라는 점이다. 즉, 위계와 연장의 개념은 쉔커식 분석방법론의 적용 가


능성에 대한 저지선으로서, 이것의 부재는 쉔커식 분석방법론의 적용 불가를 의미한다.

3.2. 기 스케치 된 세 악곡의 재분석

본 절에서는 앞서 논의한 작품 중 리스트의 ⪡두 번째 애가⪢, 볼프의 ‘봄에’, 그리고 볼프의


‘우리는 오랫동안 침묵했었지’에 대한 재분석을 제시하며 이 악곡들이 필자가 정리한 모델 분류
방식에 재편될 수 있음을 보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두 번째 애가⪢는 악곡 전체에 나타나는
극심한 반음계적 일탈에도 불구하고 사텐드라가 오프닝의 부분적 스케치만을 제시하고 있어 악
곡 전체에 대한 큰 그림을 담은 스케치를 제시할 것이며, ‘봄에’는 모르간(2016)이 악곡의 처음에
제시된 으뜸화음을 간과하고 딸림화음, 즉 단일 화음의 연장을 고집하고 있어 첫 으뜸화음을 격
상시킨 대안의 스케치를 제공할 것이다. 또한, 슈타인이 동적인 조성에 기대어 분석한 ‘우리는
오랫동안 침묵했었지’는 테이처의 보조적 종지의 개념을 사서 변형된 근본구조로 재설계할 것이다.

3.2.1. 리스트, ⪡두 번째 애가⪢


리스트의 ⪡두 번째 애가⪢는 악곡에 나타난 조성 변화의 양상에 따라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예9]. 첫 부분은 제3전위의 장단7화음으로 시작하는데, 내성에서의 반음계적 상행 a -a
은 vii°⁷-i 연결의 맥락을 만들며 이내 b 단조를 어렴풋하게 암시한다. 첫 화음의 외성에 놓인 g
과 e 은 마디20에서 d 과 f로 움직임으로써 공통관습의 성부진행 전통으로부터의 일탈을 꾀한다.
이후, 이 제1전위의 b -단3화음은 베이스의 d -e -f-g 4도선을 통해 상행하는데, d 과 g 이 각각
c 과 f 으로 이명동음적으로 표기되면서 f 단조로 재맥락화된다. 이번에는 기본위치 f -단3화음으
로 시작하고 i의 연장이 지속되면서 조성적 안정을 이룬 것으로 생각되지만 끝끝내 V가 등장하지
않으면서 그것이 단지 착각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음악은 즉각 동형진행된다. 이어, 마디39부터
는 첫 부분이 반음 위에서 그대로 반복되어 g-단3화음에 도달하는데, 이번에도 역시 V의 지지
없이 i의 연장에 그치며 결코 조성 확립을 이루지 못한다. 결국 앞서 살펴본 두 부분은 베이스의
f -g와 이에 대위되는 상성부의 c -d의 5도 병진행으로 귀결된다. 그리고 이러한 5도 병진행은
다음 부분의 A 상의 5도로 이어지게 되는데, 이 때 G 위로 나타난 5-6 진행(마디66-73)이 계속
된 5도 병진행을 제지하는 역할을 한다.
30 서양음악학 제23-1호

한편, 마디89에서 조표의 변화와 함께 시작한 A 장조는 A 에 대해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부분


들을 가지며 작품의 절반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지속된다. 이러한 긴 범위에도 불구하고 오롯이
으뜸음 페달 위에서 A 장조를 보임으로써 A 역시 V-I를 통한 조성적 확립을 이루지 못한다. 하
지만 이 악곡이 A 장조의 기본위치 I로 종결하고, 전경층에 존재하는 V를 통해 미약하게나마 조
성적 안정성을 보장받기 때문에 이 작품의 중심 조성은 궁극적으로 A 장조로 정리된다. 이러한
A 장조 영역 안에서 베이스의 으뜸음 A 은 상성부의 머리음 E 을 지지하는데, 이 머리음 로부
터의 하행이 결여된 채 종결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이 작품은 베이스의 A 과 이 A 이 지지하는
상성부의 E 을 구조적 틀로 가진 단일화음 연장 모델에 해당한다. 이러한 유형의 작품들은 확실
한 조성감이 결여되어 있는데, 이 작품 역시 끊임없이 V를 배제시킴으로써 조성적 모호성을 극대
화하며 안정감을 피한다.

[예9] 리스트, ⪡두 번째 애가⪢ : 필자의 분석 그래프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작품의 세 부분은 각각 f -단3화음, g-단3화음, 그리고 A 장3화음의


연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것들의 외성들은 5도의 병진행을 형성한다. 이러한 외성간의 병진행
5도는 6-5 진행을 통해 하층위에서 회피되는데, 이는 리스트의 의도적인 장치로 볼 수 있다. 베이
후기낭만음악 분석을 위한 쉔커식 이론의 재검토 31

스 f 위로 나타난 d -c , g 위로 나타난 e -d, 그리고 A 상의 f-e 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6-5


모티브는 가장 높은 층위에서 f-e , 이보다 낮은 층위에서 d -c , e -d로 나타나며 ‘동기적 병행주
의’(motivic parallelism)에 기여한다. 한편 앞서 언급한 마디66-73의 5-6진행은 이러한 6-5 모티
브의 변형으로서, 6-5 모티브와 더불어 병진행을 막는 장치로 작용한다. 이 곡은 단일 화음 연장
이 6-5 모티브에 의해 이루어지는 사례이다.

3.2.2. 볼프, ‘봄에’


볼프의 ‘봄에’는 가사의 절에 따라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각 부분들은 비록 짧게 나타나지만
그 역할이 ‘분명한’ i로 시작한다[예10-a]. 이후, 이 화음은 구조적인 V로 진행하여 i에서 V로의
방향성이 뚜렷한 전통적인 화성진행을 이룬다. 이러한 필자의 독해와는 달리, 모르간(2016)은 처
음 제시되는 으뜸화음을 낮은 위계로 강등시킨다[예10-b]. 이러한 독해 속에 깔린 그의 논리는

[예10] 볼프, ‘봄에’

(a) 필자의 그래프

(b) 모르간의 그래프


32 서양음악학 제23-1호

으뜸화음이 등장하자마자 이내 V⁷/IV로 기능하기 때문에 으뜸화음으로서의 안정성을 갖지 못한


다는 것이다. 모르간의 이러한 해석은 이 악곡을 f 단조의 V와 이를 대위하는 머리음 의 연장
으로 파악한다. 과연 그럴까? 악곡의 처음은 물론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으뜸화음들을 ‘표면적인
사건’으로 간과해도 좋을까? 쉔커와 쉔케리안들의 스케치는 특정 음과 화음의 노출 시간이 짧더
라도 구조적인 사건으로 선택될 수 있는 가능성에 주목한 바 있다. 화음이 등장하는 짧은 노출
시간을 화음의 위계를 결정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판단하는 것은 문제이다.
슈몰펠트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Op. 31/2, 제1악장의 스케치는 짧게 스쳐 지나가는 화음
이 구조적인 화음으로 선택된 사례를 담고 있다[예11].28) 그녀는 V⁶에서 시작해 V를 향해 질주하는
첫 프레이즈(마디1-6) 안에서 매우 빠르게 스쳐가는 i를 구조적인 화음으로 선택하였다(예11).29)
시작과 끝에서 V가 길게 지속되는 프레이즈 안에서 이 i는 V를 연장하는 화음인 듯 보이지만 지속
된 시간과 관계없이 구조적 중요성을 부여받은 것이다. 캐미엔 역시 이와 유사한 분석 그래프를
제시하며 짧은 시간 동안 연주되는 음이 구조적인 음으로 지목될 수 있음을 지지한 바 있다.30)

[예11]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Op. 31/2, 제1악장, 마디1-13: 슈몰펠트의 그래프

28) Janet Schmalfeldt, “Form as the Process of Becoming: The Beethoven-Hegelian Tradition and the ‘Tempest’ Sonata,”
Beethoven Forum 4 (1995), 37-72.
29) Schmalfeldt, 위의 글, 58-59. Ex.1 인용.
30) Roger Kamien, “Non-Tonic Settings of the Primary Tone in Beethoven Piano Sonatas,” The Journal of Musicology
16/3 (1998), 385-386. 캐미엔이 제시한 그래프는 다음과 같다.
후기낭만음악 분석을 위한 쉔커식 이론의 재검토 33

카츠는 베토벤 ≪교향곡≫ 제1번, 1악장, 마디1-8에 대한 그래프에서 I-IV-V-I의 구조적인 진행


을 제시한다[예12].31)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V⁷/IV의 역할을 하는 마디1의 장단7화음이 구
조적인 I로 선택되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분석 사례는 짧은 길이를 갖거나 부딸림화음에 해당하
는 화음일지라도 구조적인 화음으로 선택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예12] 베토벤 ≪교향곡≫ 제1번, 1악장, 마디1-8: 카츠의 그래프

앞서 살펴본 사례들은 볼프의 ‘봄에’에 포함된 i를 구조적인 화음으로 선택하는 해석을 지지한
다[예10-a]. ‘봄에’의 각 부분을 시작하는 i가 구조적인 중요성을 인정받게 되면 이 악곡은 마디1의
i와 마디92의 V가 이루는 i-V의 진행이 구조적인 뼈대를 이루게 되며, 보다 낮은 층위에서는 마디
1의 i와 마디 21의 V, 마디23의 i와 마디92의 V가 이루는 두 개의 i-V 진행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구조를 토대로, 이 악곡은 i에서 출발하여 V/iv와 iv를 거쳐 마디4의 지엽적인 V에 도달함으로써 전통
적인 i-iv-V의 진행으로 시작한다. 이후 네 마디에 걸쳐 연장된 베이스의 딸림음 c 은 다시 f 으로 돌아
가는데, 이 f 은 으뜸화음이 아닌 iv의 제2전위로서 V를 연장하는 역할을 한다. 이 화음은 f -
e-d-c 의 하행하는 선을 통해 마디21의 V에 도달할 때까지 9 마디에 걸쳐 연장되고, 그 위에서는
같은 선율이 계속 반복되면서 머리음에 대한 윗보조음 역할을 하는 d 을 강조한다. 이 작품의
곳곳에 나타나는 이러한 화음과 반복적인 선율은 갈 곳을 잃고 제자리를 맴도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반음계적 선과 더불어 조성적 모호함을 강화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한편, 이렇게 연장된 V 상에서 첫 번째 i-V 진행이 종지를 이룬 후, 마디23에서는 i 연장의
긴 여정이 시작된다. 가사의 2절 전체에 걸친 i의 연장은 내부의 조성적 불안정을 기반으로 이루
어진다. 첫 마디와 유사하게 시작하는 듯하지만, 이번에는 VI로 진행하고 이어 g와 f 위에서

31) Adele Katz, Challenge to Musical Tradition: A New Concept of Tonality (New York and London: Andesite Press,
1945), 서우석, 김은혜 번역 뺷음악분석연구뺸 (서울: 수문당, 1982), Ex. 56 인용.
34 서양음악학 제23-1호

만들어진 화음의 연장을 거쳐 e단조의 V⁷로 움직인다. 여기서 베이스는 b²의 울림 위에서 단조
로운 선율을 계속 반복하고, b-a -g-f 의 베이스 하행을 통해 f 으로 돌아가기까지 16마디 동안
b를 연장한다. 다시 돌아온 마디64의 f 은 iv 으로 나타나 끝까지 조성적 불안정성을 내려놓지
않고 8 마디에 걸쳐 지속되다 세 번째 부분을 여는 i로 연결된다. 이후 마지막 부분은 첫 부분과
같은 구성을 가지며 V 상에서 종결하여 두 번째 i-V 진행을 완성한다.

3.2.3. 볼프, ‘우리는 오랫동안 침묵했었지’


볼프의 ‘우리는 오랫동안 침묵했었지’ 오프닝은 B-D-F 감3화음의 윤곽을 가진 피아노 반주 위
로 f를 중심으로 한 낭송조의 성악 선율을 펼치며 조성적 배경을 숨긴다(마디1,2). 이것은 반음
위로 올라가 반복되며 조성적 모호성을 심화하지만 이내 마디4의 둘째 박에 놓인 증6화음(It.⁺⁶)
을 거쳐 D 장조의 V로 이어지면서 감춰온 조성의 베일을 벗으려 한다. 그러나 네 마디 동안 딸
림음 페달이 유지되며 조성적 안정은 미뤄지고, 기다려 왔던 으뜸음 D 은 등장하자마자 G 장조
의 V⁷로 그 기능이 변형되어 조성적 불안정은 계속된다. 이후, 이 G 장조의 V⁷은 마디10에서
기본위치 으뜸화음으로 진행하며 드디어 안정을 찾고, G 장조의 배경 안에서 마디6-9의 피아노
반주가 반복된다. 이렇게 반복된 피아노 파트는 수직적인 짜임새로 변화하여 마디14에서 시작된
E 장조의 영역에서 다시 한 번 반복을 이어간다. 한편, G 장조에서의 안정은 오래가지 못하고,
마디13에서 E 장조의 V⁷을 통해 해당 조성으로 진입한다. 이후, 베이스의 E 페달이 지속되다가
E 장조의 분명한 I로 종결하는데, 이로써 숨겨왔던 이 악곡의 근본적인 조성의 실체가 드러난다.
앞서 기술한 분석을 토대로, 이 작품에는 G 과 E 의 두 구조적인 조성영역이 존재한다. 이
두 조성 영역은 근본적인 조성인 E 장조를 기준으로 III-I의 관계를 이루는데, 이는 I를 확립하는
구조적인 V(마디13)와 함께 III-V-I의 화성구조를 이룬다.32) 여기서 III은 I-V-I 근본구조의 첫
I를 대체하는 화음으로, 이 악곡의 첫 부분에서 9마디 동안 이어졌던 조성적 모호성을 깨뜨린
첫 구조적인 조성영역에 해당한다. 이러한 진행이 지지하는 상성부는 - - 으로 하행한다.

32) 슈타인은 이 악곡의 구조적인 두 조성역역이 이루는 III-I의 진행이 전통적인 V-I를 대체하는 혁신적인 구조를 창조한다고
주장한다. 그녀는 마디13의 V 가 III와 I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면서, V-I 관계에 비해 약한 3도 관계의 보상요소로
작용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러한 해석은 마디13에 분명하게 제시된 기본위치의 V⁷/E 을 간과하면서도 왜 그것이
낮은 위계의 화음으로 전락해야 하는지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어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물론 그녀는 이러한
혁신적인 조성구조가 가사와 맞닿아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V-I의 전통적인 진행이 분명하게 나타나는 상황에서
이를 저버리기에 충분한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 Deborah J. Stein, Hugo Wolf’s Lieder and Extensions of Tonality
(London: UMI Research Press, 1985), 190 (Ex. 5-3).
후기낭만음악 분석을 위한 쉔커식 이론의 재검토 35

[예13] 볼프, ‘우리는 오랫동안 침묵했었지’: 필자의 재분석 그래프

4. 나가면서

쉔커식 근본구조는 전통적인 조성음악에 대한 일종의 규범으로서 철저하게 공통관습의 울타리


안에 머문다. 19세기 중⋅후반 급진적 성향의 작곡가들이 행한 전통 화성으로부터의 대담한 일
탈은 쉔커의 방법론을 활용하여 이들을 설명하고자 했던 쉔케리안들에게 큰 도전을 던졌다. 18
세기 공통관습에 맞게 설계된 쉔커의 이론을 달라진 환경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이론의 개념적
체제 수정과 그것의 부분적 적용은 필수적인 조치였다. 각 조의 I나 V가 아닌 대위적 구조가
구조적인 화음을 대체할 수 있음을 주장했던 잘처와 전통적인 장⋅단3화음이 아닌 증3화음과
같은 불협화음이 구조적인 화음으로 선택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카츠의 논의는 이러한 도
전의 첫걸음이 되었고, 불협화음의 연장에 대한 모르간(1976)의 논리적 접근은 쉔커식 근본구조
모델의 견고한 아성(牙城)을 완전히 깨뜨리는 새로운 시작점이 되었다. 본 논문은 모르간의 1976
년 논문에서 시작하여, 조성음악의 미말에 놓인 작품들에 쉔커식 분석방법론을 확대⋅적용한 베
이커, 사텐드라, 슈타인, 테이처, 그리고 다시 모르간(2016)에 이르는 연구들을 검토하며 19세기
중⋅후반의 후기낭만음악을 분석하는 중경층 모델을 정리⋅제시하였다. 이를 통해 도출한 쉔커
식 중경층은 각 음악이 취한 고유한 조성 환경에 따라 달라졌으며, 이 중경층들은 필자에 의해
세 가지 유형, 즉 1) 단일 화음 X의 연장, 2) I-V 또는 X-I의 미완성 근본구조, 그리고 3) I-X-I나
X-V-I의 변형된 근본구조 모델로 정리되었다.
36 서양음악학 제23-1호

필자는 이 세 유형의 모델이 음악이 갖는 일탈의 농도와 양상에 따라 쉔커 이론의 전제를 제한


적이고 선택적으로 수용한 점에 주목했다. 첫 번째 모델인 단일 화음 X의 연장 모델은 쉔커의
위계와 연장 개념만을 수용하면서 V-I의 부재로 조성적 배경이 미약한 가운데 장⋅단3화음과 더
불어 증3화음, 감7화음, 변형된 딸림화음을 연장의 대상으로 선택하였다. 두 번째 모델인 X-Y의
미완성 근본구조 모델은 X, Y를 이루는 구성요소가 장⋅단3화음일 것을 전제로 하였으며, 온전
한 근본구조까지는 아니어도 조성을 담보하는 종지적 화성진행을 포함으로써 한결 분명한 조성
적 환경을 갖추었다. 세 번째 모델인 변형된 근본구조 모델에서는 위계와 연장, 그리고 3화음과
종지적 화성진행을 물론, 쉔커식 이론에서 담보하는 근본구조를 기본 틀로 인정함으로써 보다
더 전통적인 조성의 규범으로서의 쉔커식 분석모델에 근접하였다. 이를 통해 도출한 사실은 위의
세 모델에서 수용된 쉔커식 이론의 전제들이 위계와 연장 < 모든 3화음 < 장⋅단3화음의 종지적
진행 < ‘근본구조의 틀 적용’의 순으로 그 나름의 위계를 갖는다는 점이다. 여기서 위계와 연장의
개념은 쉔커식 근본구조의 저지선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것의 부재는 쉔커식 분석방법론의 적용
가능성의 불가를 의미하며, 전통적인 음소재로서의 3화음과 7화음은 조성과 무조성의 경계를 나
누는 지표로서 작용하였으며, 이들의 부재는 조성음악의 영역을 벗어났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한편, 쉔커의 이론적 전제가 어떠한 수준에서 적용되었는지를 가늠자 삼은, 기 스케치 된 작품
들에 대한 비판적 검토는 세 작품에 대한 재분석 및 모델의 유용성 검증을 이끌었다. 가령 사텐
드라가 분석한 리스트의 ⪡두 번째 애가⪢는 전반부의 스케치만을 제시하여 작품 전체가 어떤
모델을 취하는지 열려 있으며, 모르간(2016)이 분석한 볼프의 ‘봄에’는 악곡 처음에 제시된 으뜸
화음을 비구조적인 사건으로 간과함으로써 V를 연장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그리고 슈타인이
분석한 ‘우리는 오랫동안 침묵했었지’는 구조적인 V가 낮은 위계로 강등됨으로써 III-I의 구조를
이루고 있음을 주목하였다. 이에 필자는 ⪡두 번째 애가⪢를 독특한 방식으로 전통적인 조성을
거부하며 동시에 단일 화음을 연장하는 X 모델, ‘봄에’를 으뜸화음에서 딸림화음으로 향하는 I-V
즉, X-Y 모델, ‘우리는 오랫동안 침묵했었지’를 III-V-I의 X-V-I로 재분석하였다.
선행연구를 비판적으로 살피고 그 연구들이 삼은 쉔커식 이론들을 재검토하는 것에서 시작한
이 소고(小考)는 후기낭만음악이 갖는 재료와 그 재료의 독특한 취급 방식에 관한 통찰로 이어졌
고 마침내, 쉔커식 중경층 모델을 정리하여 제시하는 방식으로 귀결되었다. 이 연구가 쉔커식
분석이론을 확대⋅적용하여 조성적으로 모호한 후기낭만음악을 분석하고 또 체계적인 분석을 위
한 앞선 연구들에 대한 종합이자 향후 연구를 위한 새로운 시발점이 되었기를 바란다.
후기낭만음악 분석을 위한 쉔커식 이론의 재검토 37

검색어
후기낭만음악(late-Romantic music), 쉔커식 분석이론(Schenkerian theory), 중경층 모델(middleground
model), 위계(hierarchy), 연장(prolongation), 근본구조(Ursatz), 리스트(Ferenc Liszt), 볼프(Hugo Wolf),
로버트 모르간(Robert Morgan)
38 서양음악학 제23-1호

참고문헌

송무경. “음악적 통일성과 응집력의 보고로서의 모티브.” 뺷서양음악학뺸 18/3 (2015): 11-40.
. “조성음악의 분석이론.” 뺷음악이론과 분석뺸. 김 연 책임편집, 59-92. 서울: 심설당, 2005.
송무경, 안소영. 뺷후기낭만화성: 기법과 적용뺸. 서울: 심설당, 2019.
이고은. “베베른의 초기 가곡에 나타나는 조성음악어법 연구.” 연세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19.
정세은. “후기낭만음악의 쉔커식 중경층 설계를 위한 이론적 전제.” 연세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20.
Baker, James M. “The Limits of Tonality in the Late Music of Franz Liszt.” Journal of Music Theory
34/2 (1990): 145-173.
Beach, David. Advanced Schenkerian Analysis: Perspectives on Phrase Rhythm, Motive, and Form. New
York: Routledge, 2012.
Cadwallader, Allen and David Gagne. Analysis of Tonal Music: A Schenkerian Approach. 2nd Edition.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2007.
Cook, Nicholas. A Guide to Musical Analysis.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1994.
Drabkin, William. “Heinrich Schenker.” In The Cambridge History of Western Music Theory. Edited by
Thomas Christensen, 812-843.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2.
Dunsby, Jonathan and Arnold Whittall. Music Analysis in Theory and Practice. New Haven: Yale
University Press, 1988.
Howell, Tim. “Reviews: Hugo Wolf’s Lieder and Extensions of Tonality by Deborah J. Stein.” Music
Analysis 7/1 (1988): 93-99.
Kamien, Roger. “Non-Tonic Settings of the Primary Tone in Beethoven Piano Sonatas.” The Journal of
Musicology 16/3 (1998): 379-393.
Katz, Adele. Challenge to Musical Tradition: A New Concept of Tonality. New York and London:
Andesite Press, 1945. 서우석, 김은혜 번역. 뺷음악분석연구뺸. 서울: 수문당, 1982.
Larson, Steve. “The Problem of Prolongation in ‘Tonal’ Music: Terminology, Perception, and Expressive
Meaning.” Journal of Music Theory 41/1 (1997): 101-136.
Morgan, Robert P. “Dissonant Prolongation: Theoretical and Compositional Precedents.” Journal of Music
Theory 20/1 (1976): 49-91.
. “Dissonant Prolongations Again: Nontonic Extensions in Nineteenth-Century Music.”
Journal of Music Theory 60/1 (2016): 1-21.
후기낭만음악 분석을 위한 쉔커식 이론의 재검토 39

. Becoming Heinrich Schenker: Music Theory and Ideology. New York: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4.
Salzer, Felix. Structural Hearing: Tonal Coherence in Music. New York: Dover Publications, 1962. 전지
호⋅임우상 공역. 뺷음악의 구조적 들음뺸. 대구: 계명대학교 출판부, 1988.
Satyendra, Ramon. “Liszt’s Open Structures and the Romantic Fragment.” Music Theory Spectrum 19/2
(1997): 184-205.
Schenker, Heinrich. Free Composition. Translated and Edited by Ernst Oster. New York: Longman, 1979.
Schmalfeldt, Janet. “Form as the Process of Becoming: The Beethoven-Hegelian Tradition and the
‘Tempest’ Sonata.” Beethoven Forum 4 (1995): 37-72.
Stein, Deborah J. Hugo Wolf’s Lieder and Extensions of Tonality. London: UMI Research Press, 1985.
Taycher, Ryan. “Deceiving the Ear: Recontextualization, Key Association, and Auxiliary Cadence in Two
Songs by Hugo Wolf.” Journal of Schenkerian Studies 6 (2012): 93-113.
Wilson, Paul. The Music of Béla Bartók. New Haven: Yale University Press, 1992.
40 서양음악학 제23-1호

Abstract

A Reexamination of the Schenkerian Theory for


the Analysis of the Late-Romantic Music

Se Eun Jung⋅Moo Kyoung Song

This study examines two different sketches on a single musical piece, one by James
Baker and the other by Robert Morgan (1976), and then critically explores significant
contributions to the issue of analyzing late-romantic music through the extended
Schenkerian theory by Morgan, Baker, Ramon Satyendra, Deborah Stein, and Ryan Taycher.
In the process, we tried to derive theoretical assumptions that the aforementioned
theorists either deliberately or tacitly depended on and compare them by considering
whether the assumptions could be synthesized and applied for music analysis.
We closely examined middleground graphs in the articles and classified them into
three: X-model which prolongs a structural harmony, X-to-Y in which a structural
harmony decisively progresses to the other, thus forming a tonality, and what I call
“transformed Ursatz” one of whose member is substituted such as I-X-I or X-V-I. We
consider which Schenker’s concept is activated limitedly in which model under the
hypothesis that Schenker’s concepts work only at specific models and resketched three
pieces: first, Liszt’s Zweite Elegie prolongs a tonic by means of a 5-6 motion in musical
surface whose tonal focus is vague; second, Wolf’s Im Frühling marks a structural
progression of the I-V because we revalued the opening tonic structural; last, Wolf’s
Wir haben has been modified into a transformed Ursatz of the III-V-I.
후기낭만음악 분석을 위한 쉔커식 이론의 재검토 41

후기낭만음악 분석을 위한 쉔커식 이론의 재검토

정 세 은⋅송 무 경

본 연구는 쉔커(Heinrich Schenker, 1868∼1935)의 분석방법론을 적용해 후기낭만음악을 탐구


한 모르간(Robert Morgan)의 1976년 연구를 시작, 40년이 지나 같은 주제로 돌아온 그의 2016년
연구를 끝으로 두 시점 사이 이 분야에 대해 논구되었던 베이커(James M. Baker), 사텐드라
(Ramon Satyendra), 슈타인(Deborah Stein), 테이처(Ryan Taycher)의 괄목할만한 연구들을 비판
적으로 검토하여 19세기 중⋅후반의 후기낭만음악을 분석하는 중경층 모델을 정리⋅제시하는
데 그 목적을 두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선행연구자들이 의식적 또는 암묵적으로 기대었던 이론적
전제들을 도출하여 비교하고 이들이 보다 종합적인 환경에서 융합되어 분석에 유연하게 적용될
수 있는 개연성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선행연구를 통해 도출⋅정리한 쉔커식 중경층 모델은 분석 대상으로서의 음악이 갖는 조성적
환경에 따라 달라짐을 확인하였으며, 이 모델들은 단일 화음 X의 연장, 미완성 근본구조 I-V 또는
X-I, 그리고 근본구조를 유지하되 그 안의 변형을 인정한 I-X-I나 X-V-I의 세 가지로 정리되었다.
쉔커의 이론적 전제가 어떠한 수준에서 적용되었는지를 가늠자 삼은 기 스케치 된 작품들에 대
한 비판적 검토는 세 작품에 대한 재분석을 이끌었다. 리스트의 ⪡두 번째 애가⪢는 조성적 구심
점이 결여된 음악표면에서 ‘선적인5-6진행’을 통한 단일 화음인 으뜸화음의 연장, 볼프의 ‘봄에’는
짧게 제시된 으뜸화음을 구조적인 것으로 승격함으로써 I-V의 진행, 그리고 볼프의 ‘우리는 오랫
동안 침묵했었지’는 III-V-I의 변형된 근본구조 중경층 모델로 수정되었다.

논문투고일자: 2020년 2월 15일


심사일자: 2020년 4월 7일
게재확정일자: 2020년 4월 7일

You might also li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