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are on page 1of 37

Journal of the Musicological Society of Korea Vol. 24 No. 1 pp.

11-47 Print ISSN 1598-9224


http://dx.doi.org/10.16939/JMSK.2021.24.1.11

아르스 노바 음악의 음향, 연속, 조성 구조 1)

정 세 은⋅송 무 경*

1. 들어가면서

중세음악의 전문 역사가 풀러(Sarah Fuller)는 13세기와 다른, 14세기 음악의 구성 방식에 대해


다음과 같이 명민하게 밝혔다.

14세기에 이르러, 이 주제에는 ‘대위법’(contrapunctus)이라는 새로운 이름이 붙여졌으며, 장식되지


않은 일련의 협화음정인 ‘대위’는 장식적 다성음악 혹은 cantus fractabilis의 기초인 ‘근본적 디스칸
트’(fundamentum discantus)로 정의되었다. 이것은 구조적 단계의 차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새로
운 용어인 [대위법]은 다성음악의 활동적인 표면과 그것을 지지하는 필수적인 협화음의 골격인
fundamentum을 구별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13세기에는 외적인 표면과 구조가 하나로 인식되었
다. 13세기 후반의 어떤 모테트와 필립 드 비트리 혹은 기욤 드 마쇼의 모테트를 비교하면, 구체적
인 현상들, 특히 기본 디스칸트 개념과 관련되며 그것의 시작점이 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개별
음향들의 시간적 확장이 드러날 것이다.1)

서구유럽 음악에서 14세기는 아르스 노바(Ars Nova)로 일컬어지는, 그 이전과는 분명히 다른


역사적 조명이 필요한 시기이다. 음악학자들은 이 시기에 나타난 리듬 기보법상의 혁명에 주목하
며 아르스 노바 음악의 가치를 한층 복잡해지고 다양해진 리듬에 두는 경향을 보인다. 한층 정교
해진 리듬 표기법은 음악을 구성하는 각 성부의 독립성을 증가시켰고, 당시 음악은 선적인 움직
임에 우세한 가치를 둔다. 하지만 혁신적인 리듬 표기법을 통해 가능해진 바쁜 짜임새에도 불구
하고, 종지에 이르러 각 성부는 완화되고 마침내 정지하며 이완의 원리를 충족시킨다. 즉, 각 성

* 정세은(제1저자), 연세대학교 박사과정 학생; 송무경(교신저자), 연세대학교 작곡과 교수.


1) Sarah Fuller, “On Sonority in Fourteenth-Century Polyphony: Some Preliminary Reflections,” Journal of Music Theory
30/1 (1986), 38 [필자 강조].
12 서양음악학 제24-1호

부의 선적인 흐름이 중시되던 이 시기 종지에 나타난 수직적 음향에 대한 고려는 음악을 만드는
중요한 원리였다. 14세기 ‘다성음악의 활동적인 표면’이 ‘필수적인 협화음의 골격’을 기반으로, 수
평적 움직임이 수직적 음향을 근간으로 만들어졌다는 풀러의 명민한 해명은 본 연구를 기획하는
계기가 되었다.
14세기에 이르러 다성음악은 3성부를 표준으로 채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 음악의
수직성에 대한 오늘날 학자들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미미한데, 그 까닭은 당시 음악이 갖는 음고
류 내용의 단순성, 그리고 그로 인해 음악이 펼쳐지는 공간의 다양성보다는 ‘시간적 확장’에 의존
했다는 사실에 기인할 것이다. 또한, 조성 및 이를 기본 환경으로 펼쳐지는 촘촘한 성부진행, 그
리고 이를 조직적으로 통제하는 통사론의 부재가 이론가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었을 것
이라는 추측도 합리적이다. 14세기 음악의 수직성에 대한 음악학계의 미진한 관심에도 불구하고,
풀러, 하르트(Jared C. Hartt), 베인(Jennifer Bain)은 이 시기 음악의 수직성을 분류하고 예측하는
기틀을 마련하였다. 이들의 기념비적 연구는 14세기 3성부 음향을 성향에 따라 명명하고 음향의
안정성에 대한 고찰을 통해 뒤따르는 화음을 예측하려는 시도, 그리고 시작에서 끝까지 움직임의
전말을 가시화하려는 기획으로 이어졌다.
14세기 음악의 수직적 재료와 이것들의 움직임, 그리고 이를 통해 만들어지는 조성 구조에 대
한 논의는 20세기 이론가 콘(Edward T. Cone)의 3차원적 견해, 즉 ‘화음’, ‘연결’, ‘진행’을 통해
체계화될 수 있다.2) 콘의 ‘화음’이 음정의 결합을 의미하는 ‘음향’, 두 화음의 미시적 결합을 의미
하는 ‘연결’이 ‘연속’, 그리고 화음들의 거시적 흐름을 의미하는 ‘진행’이 ‘조성구조’의 개념으로 대
체되면, 이 시기 수직성에 대한 선행연구는 보다 세련되게 규합될 채비를 한다. 본 논문은 14세
기의 수직적 음향에 관해 탐구한 반세기 간의 주요 연구를 들여다보고 이를 비교⋅정리함으로써,
14세기 음향을 이름 붙이고 나아가 연결과 진행에서 논리를 찾으려 했던 학자들의 연구를 고찰
한다. 그리고 그들의 연구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기보법적인 명료성을 보완, 콘의 3차원적 패러다
임을 적용해 당시 음악의 수직적 음향을 탐구한다. 물론, 아르스 노바 음악의 수직성에 대한 관
심은 당시의 수평적 흐름에 대한 집중적 관심에서 볼 때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 폄하될 수도
있겠으나, 14세기를 다음 세기의 보다 강화된, 풍부한 수직성의 음악을 향한 시발점으로 평가한
다면, 이 시기 새롭게 부상한 수직적 음향에 대한 검토는 필수불가결한 과제임이 명확해진다.

2) Edward T. Cone, “Sound and Syntax: An Introduction to Schoenberg’s Harmony,” Perspective of New Music 13 (1974),
21-22.
아르스 노바 음악의 음향, 연속, 조성 구조 13

2. 14세기 프랑스 다성음악의 구문론

풀러(1986)는 14세기 프랑스 다성음악의 통사론적 관행을 이해하기 위해서 개별 음향들을 유


형별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기욤 드 마쇼(Guillaume de Machaut, 1300∼1377)의 모테트
와 발라드, 미사에서 한 브레베 이상의 길이로 지속되는 개별 음향들을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
고, 이 개별 음향의 연속을 ‘진행’과 ‘연장’으로 나누어 논의한 바 있다. 나아가, ‘방향성 있는 진행’
을 통해 첫 조성3)을 규정할 수 있음을 제안하며 조 중심과 구조에 대한 논의의 가능성까지도
제공하였는데, 이러한 연구는 아르스 노바 음악의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요소들에 대한 통찰
력을 제공하는 매우 가치 있는 연구로 꼽히며 여러 후속 연구를 촉발시켰다. 제2장에서는 바로
이 기념비적인 논문을 출발점으로 삼아 아르스 노바 음악의 구문론에 대해 논의한 주요 연구들
을 세 갈래로 나누어 조밀하게 탐구하고자 한다. 2.1절에서는 개별 음향에 대한 선행 논의들을
조명하며, 2.2절에서는 인접한 두 음향의 연속에 대한 논의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2.1. 개별 음향

현존하는 대위법 입문서(contrapunctus manual)의 대부분은 2성부 대위에 초점이 맞춰져 있


으며, 3성부 음향의 분류를 위한 분명한 지침을 제공하지 않는다.4) 따라서 풀러가 주장한 바와
같이, 아르스 노바 음악에서 사용된 3성부 음향의 사용 패턴 및 기능의 관례를 이해하기 위해서
는 음향의 유형별 분류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논의의 줄기는 퀸(Hellmut Kühn)에서 시작하
여 퀸의 연구를 수정⋅보완한 풀러, 그리고 풀러의 분류를 상세화한 하르트(Jared Christopher
Hart)로 이어진다. 이 세 학자의 분류 방식은 각각이 기반을 둔 14세기 혹은 15세기의 문헌에
제시된 2성부 대위 혹은 3성부 음향의 분류 규칙에 따라 차이를 보이지만, 음향을 세 가지 유형
의 협화 음향과 불협화 음향, 즉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는 점은 서로 닮아있다.

3) 여기서 말하는 조성은 ‘공통관습’으로서의 조성이 아니라, 공통관습 시기 이전의 음악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의미에서의
조성을 의미한다. 주지하다시피 조성에 대한 폭넓은 정의는 페티(François J. Fétis)의 tonalité ancienne와 tonalité moderne에
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이것은 각각 평성가와 팔레스트리나의 조성, 그리고 몬테베르디와 그의 계승자들의 조성을
의미하는 용어로, 페티가 ‘조성 이전의 음악’(pre-tonal music)에도 ‘조성’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점을 상기할 수 있다.
Cristle C. Judd, Tonal Structure in Early Music (New York: Garland Publishing, 1998), 5.
4) Jared C. Hart, “Sonority, Syntax, and Line in the Three-Voice Motets of Guillaume de Machaut,” (Ph.D. Diss., Washington
University, 2007), 18; Fuller, “On Sonority in Fourteenth-Century Polyphony: Some Preliminary Reflections,” 40.
14 서양음악학 제24-1호

퀸의 음향 분류 방식은 15세기 초의 논문인 “대위법”(Ad habendum artem contrapuncti)의 음


정 분류 방식에 기초한다. 이 논문의 저자는 음정을 완전성의 정도에 따라 다섯 개의 세부 유형
으로 분류하였는데, 완전 협화음정의 두 가지 유형인 ‘완전’(perfekte)과 ‘준완전’(semiperfekte),
불완전 협화음정의 두 가지 유형인 ‘불완전’(imperfekte)과 ‘준불완전’(semiimperfekte), 그리고
‘불협화’(dissonante)가 이에 해당한다.5) 여기서 ‘완전’은 옥타브, ‘준완전’은 5도를 의미하며, ‘준
불완전’은 3도, ‘불완전’은 6도를 말한다<표 1>.6)

<표 1> 완전성에 따른 음정 분류7)

분류 명칭 해당 음정
완전(perfekte) 옥타브
완전 협화음정
준완전(semiperfekte) 5도
준불완전(semiimperfekte) 3도
불완전 협화음정
불완전(imperfekte) 6도
불협화 음정 불협화(dissonante) 2도, 4도, 7도

이러한 음정 분류를 토대로, 퀸은 14세기의 3성부 음향을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제시한다


[예1].8) 그가 제시한 유형은 1) 완전 음향(perfekte), 2) 준완전 음향(semiperfekte),9) 3) 불완전
음향(imperfekte), 4) 불협화 음향(dissonante)으로, 완전 음향은 두 완전 협화음정이 결합한 유
형, 준완전 음향은 하나의 완전 협화음정을 포함하되 불협화 음정은 포함하지 않는 유형, 불완전
음향은 두 개의 불완전 협화음정이 결합한 유형, 그리고 불협화 음향은 가장 낮은 음과 관련한
불협화 음정을 포함하는 음향을 의미한다. 하지만 c-g-a와 같이 불협화 음정을 포함하는 음향이

5) 이 논문의 저자는 세부 유형의 완전성을 위계적으로 분류하는 과정에서 ‘덜’의 의미를 갖는 접두어 “semi”을 사용하였는데,
필자는 이 번역을 ‘준’(準)으로 하였다. 용례는 결승전 이전 경기를 뜻하는 준결승에서 찾아볼 수 있다.
6) “대위법”의 저자는 6도와 10도를 ‘불완전’, 3도와 13도를 ‘준불완전’으로 분류하였다. 하지만 이는 저자의 실수로 보인다.
필자는 하르트가 제안한 바와 같이, ‘준완전’으로 해결하는 경향이 있는 3도와 10도를 ‘준불완전’으로, ‘완전’으로 해결하는
6도와 13도를 ‘불완전’으로 수정하여 기술하였다. Hart, “Sonority, Syntax, and Line in the Three-Voice Motets of Guillaume
de Machaut,” 20.
7) Hellmut Kühn, Die Harmonik der Ars Nova: Zur Theorie der isorhythmischen Motette, Berliner musikwissenschaftliche
Arbeiten 5 (Munich: Katzbichler, 1973), 75-76.
8) Kühn, 위의 글, 77-78.
9) 퀸은 준완전 음향을 다른 세 유형과 다른 방식으로 설명한다. 세 유형은 가장 낮은 음과의 음정 관계를 통해 해당 유형을
정의하는데, 준완전 음향에 대해서는 상성부의 음정까지 반영하여 기술한다. 예를 들어, 완전 음향인 c-g-c’는 5도와
8도로 구성되었다고 설명하면서도, c-e-g는 완전5도와 두 개의 3도로 구성되었다고 설명한다. Kühn, 위의 글, 78.
아르스 노바 음악의 음향, 연속, 조성 구조 15

불완전 음향으로 분류되기도 하는데, 이것은 불협화 음정이 위 두 성부 사이에서 나타나는 경우


로 국한한다. 퀸의 분류 방식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각 유형에 해당하는 음향
의 예를 제시한다.

[예 1] 퀸의 네 가지 음향 유형

1) 완전 2) 준완전 3) 불완전 4) 불협화

하르트는 퀸이 어떤 유형에서는 가장 낮은 음과의 음정 관계와 더불어 위 성부 간의 음정을


고려하면서도 다른 유형에서는 가장 낮은 음과의 음정 관계만 고려한다고 지적하며, 그의 분류
체계에 문제점이 있다고 기술한다.10) 예를 들어, 완전 음향은 위 두 성부에 불협화 음정을 포함
한 음향과 불협화 음정을 포함하지 않은 음향을 모두 허용하면서도, 완전 협화음정과 불완
전 협화음정의 결합인 음향은 상성부의 불협화 음정으로 인해 준완전 음향에 포함되지 못하
고 불완전 음향으로 분류된다. 이처럼 퀸은 분명한 지침 없이 위 두 성부에 불협화 음정을 포함
하기도, 포함하지 않기도 하며 일관성 없는 면모를 보이는데, 하르트는 바로 그 점을 지적한다.
하지만 하르트가 지적한 점 외에도, 동일하게 완전 협화음정과 불완전 협화음정, 불협화 음정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과 음향이 각기 다른 ‘완전성’을 가진 그룹, 즉 불완전 음향과 불협화


유형으로 분류되는 것 역시 문제점이다.
한편, 퀸의 개별 음향 분류 방식은 풀러의 연구로 맥이 이어진다. 풀러는 14세기의 음향을 1) 완
전(P), 2) 불완전(I), 3) 이중 불완전(II)으로 분류한다.11) 그가 제시한 이 세 가지 유형은 모두 협화
음향에 해당하며, 불협화 음향은 앞서 언급한 세 유형과 별도로 간략히 기술하는 데에 그친다.12)
이와 같은 풀러의 분류 방식은 협화 음향에 초점을 맞춘 3종 분류 방식에 해당하지만, 궁극적으로는

10) Hart, “Sonority, Syntax, and Line in the Three-Voice Motets of Guillaume de Machaut,” 22.
11) Fuller, “On Sonority in Fourteenth-Century Polyphony: Some Preliminary Reflections,” 41-42.
12) 풀러는 불협화 음향은 대위의 영역에 포함될 수 없는 비(非)구조적인 음향이지만 축약의 첫 층위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있으므로 실제적 목적을 위해 불협화 음향의 유형을 가정하는 것이 유용하다고 설명하며 이것을 (D) 유형이라고 명명하였다.
Fuller, 위의 글, 42.
16 서양음악학 제24-1호

퀸의 네 가지 유형을 따른다. 즉, 풀러의 P-유형과 I-유형, II-유형, 그리고 불협화 유형은 각각 퀸의


‘완전 음향’과 ‘준완전 음향’, ‘불완전 음향’, 그리고 ‘불협화 음향’과 거의 상응한다. 이 상응하는 음향
들은 서로 같은 음정 구성으로 이루어지거나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데, 풀러의 P-유형은 두 개의 완
전 협화음정의 결합, I-유형은 하나의 불완전 협화음정과 하나의 완전 협화음정의 결합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각각 퀸의 완전 음향, 준완전 음향과 동일한 유형에 해당한다.13) 반면, 두 개의 불완전
협화음정으로 구성되는 II-유형은 위 성부에 나타나는 불협화 음정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퀸
의 불완전 유형과 차이를 보인다.14) 또한, 풀러의 불협화 유형은 불협화 음정을 이루는 성부와 관계
없이 불협화 음정을 포함하는 모든 음향을 아우른다는 점에서 퀸의 유형과 구별된다.15)
위와 같은 음향의 분류를 위해 풀러가 분류의 대상으로 삼은 개별 음향들은 모두 마쇼의 실제
작품에서 사용된 음향들에 해당한다. 그는 각 유형에 해당하는 음향의 사례들과 함께 해당 음향
이 사용된 마쇼의 작품 목록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였는데, 이는 각 음향과 실제 작품과의 연관성
을 제시하지 않았던 퀸의 연구와 구별되는 지점이다. 14세기 수직적 음향의 다양한 실제 사례와
그것의 분류 및 표기 방법, 그리고 각 음향과 관계된 마쇼의 작품명을 보이기 위해 풀러의 사례
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예 2] 14세기 음향의 유형16)

1) P-유형

13) 풀러는 문헌마다 협화음정과 불협화음정의 분류가 다르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차이는 옥타브 너머의 음정들에 독립적인
지위를 주는지 혹은 단순 음정의 복합음정으로 취급하는지, 그리스어 이름이나 라틴어 이름이 사용되는지, 단6도를 협화음정으
로 인정하는지 등의 요인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그는 유니즌과 옥타브, 5도, 단3도, 장3도, 장6도, 그리고
이것들의 복합음정을 핵심적인 협화음정으로 제시하였고, 단6도 또한 점차 협화음정으로 편입되었다고 설명하며 협화음정의
범주에 포함했다.
14) 풀러는 4성부 음향의 경우, (II) 유형에 가장 낮은 음의 옥타브가 포함될 수 있음을 명시한다. Fuller, “On Sonority in
Fourteenth-Century Polyphony: Some Preliminary Reflections,” 42.
15) 결국 퀸과 풀러의 차이는 ‘c-g-a’와 같이 가장 낮은 음과의 음정 관계는 모두 협화음이지만 상성부 사이에 불협화음이
만들어지는 음향을 분류하는 방식에 불과하다.
16) Fuller, “On Sonority in Fourteenth-Century Polyphony: Some Preliminary Reflections,” 43, Ex.3을 재생산.
아르스 노바 음악의 음향, 연속, 조성 구조 17

2) I-유형

3) II-유형

퀸과 풀러의 분류 체계는 모두 각 음향의 음정 구성을 통해 음향-유형을 분류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하지만 음향-유형의 상대적인 완전성에 기초한 퀸의 분류 방식과 달리, 풀러의 분류
방식은 상대적인 안정성에 기초한다.17) 이처럼 음향을 완전성 혹은 안정성의 관점에서 분류한다
는 것에는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음향의 완전성에 기초한 퀸의 분류 방식에서는 음향-유형별
완전성의 정도를 통해 개별 음향의 본성을 설명한다. 반면, 음향의 안정성은 개별 음향뿐만 아니
라 음향의 움직임에 대한 관점까지 내포한다. 따라서 풀러의 분류 방식은 음향 움직임의 동인(動
因)을 설명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한다.
풀러는 각 음향의 안정성이 음향을 구성하는 음정들의 특성에서 기인한다고 주장하며 “[모든

17) 퀸은 자신이 제시한 네 가지 유형이 음향을 구성하는 음정들의 상대적인 완전성에 근거한다고 밝히지 않았다. 본문의
내용은 퀸이 제시한 각 유형을 검토한 필자의 견해이다.
18 서양음악학 제24-1호

가수들에게] 알려진 이래로”(Cum notum sit)와 두 대위법 입문서에 기술된 완전 협화음정과 불


완전 협화음정의 특징에 주목한다.18) 이 문헌들에 따르면, 완전 협화음정은 상행 혹은 하행하려
는 경향이 없고 종결적인 특성, 불완전 협화음정은 완전 협화음정을 향해 움직이려고 하는 경향
및 미결(未決)의 특성을 갖는다. 이를 토대로, 풀러는 자신의 세 유형 중 P-유형을 가장 안정적인
음향, II-유형을 가장 방향성이 강한 음향, 즉 가장 불안정한 음향, 그리고 I-유형을 P-유형과 II-유
형의 중간에 위치한 음향으로 제시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풀러는 각 유형의 음향이 서로 다른 특성과 기능을 갖는다고 인식한
다. 하지만 풀러 본인이 지적한 바와 같이, I-유형 중 3도와 5도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음향의 경
우, 같은 유형에 속하는 음향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특성이나 기능을 갖는 사례가 발견되기
도 한다.19) 마쇼의 모테트 17번, 브레베 30-31에서 사용된 C 와 브레베 34-35에서 사용된 B 가
그러한 예에 해당하는데, 여기서 C 는 매우 안정적인 특성을 보이는 반면, B 는 강한 방향성을
보인다. 풀러는 이러한 차이가 두 음향에 포함된 3도의 차이 및 B 의 반음계적 변화에서 기인한
다고 설명한다. 즉, C 는 보다 안정적인 장3도를 포함하고, B 는 보다 불안정한 단3도와 반음계
적으로 변화된 음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두 음향이 서로 다른 특성과 기능을 갖는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문제에 대하여, 해결을 향한 강한 방향성을 가진 I-유형 중 반음계적 변화를 포함하
는 음향들은 로 나타낼 것을 제안한다.20) 다시 말해, I-유형은 음향의 특성 및 기능에 따라 I
혹은 로 기보됨으로써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I-유형들과 구별된다.
14세기의 음향에 대한 논의는 풀러에 이어 하르트의 연구에서 계속된다. 하르트는 풀러의 협
화 음향에 대한 3종 분류 방식을 따르되, 각 유형을 완전(perfect), 불완전(imperfect), 혼합
(mixed)이라 명명하고, 각 유형을 세분화하여 하위 유형들을 제시한다. 하르트는 14세기 초의
논문인 “2성 대위법에 능하기 원한다면”(Quicumque voluerit duos contrapuncti)의 “대위법 구성
에 관하여”(De compositioner contrapunctus) 부분에 기술된 3성부 대위의 규칙들과 음향들을
토대로 네 가지 유형의 3성부 음향을 정리⋅제안하였는데, 이 분류 방식의 일부를 풀러의 세 유
형에 적용하여 각 음향 유형을 2개 혹은 4개의 하위 유형으로 분류하였다.

18) Fuller, “On Sonority in Fourteenth-Century Polyphony: Some Preliminary Reflections,” 44.
19) Fuller, 위의 글, 44-45. 풀러는 이러한 문제 외에도, 모든 음향이 세 가지 유형에 정확히 들어맞을 수는 없다고 말하며
이 음향 분류 방식이 절대적인 것이 아님을 설파한다.
20) Fuller, 위의 글, 45.
아르스 노바 음악의 음향, 연속, 조성 구조 19

[예 3] “대위법 구성에 관하여”에 기초한 네 가지 음향 유형

“대위법 구성에 관하여”에 기초한 네 가지 음향 유형은 하르트에 의해 1) nulla diversitas, 2)


discors, 3) dulce, 4) diversitas로 명명되었다[예3].21) 이 중 nulla diversitas는 두 완전 협화음정
혹은 두 불완전 협화음정으로 구성된 음향으로서 두 번째 성부와 세 번째 성부가 한 옥타브 간격

으로 이루어진 , , , 음향, discors는 완전 협화음정과 불완전 협화음정이 결합한 음향

중 위 두 성부가 2도 혹은 7도 음정인 음향, 즉 상성부에 불협화 음정을 포함하는 , , ,


음향을 뜻한다. 그리고 dulce는 완전 협화음정과 불완전 협화음정이 결합한 음향 중 두 상성부가
3도나 6도 간격을 이루는 , , 음향을 의미하며, diversitas는 두 완전 협화음정 혹은 두 불완

전 협화음정으로 구성된 음향 중 , , , 음향처럼 위 두 성부가 4도 혹은 5도 간격을 이루


는 음향을 의미한다.22) 여기서 discors는 풀러의 불협화 음향, dulce는 I-음향에 상응한다. 하지

21) Hart, “Sonority, Syntax, and Line in the Three-Voice Motets of Guillaume de Machaut,” 24-28. [예3]의 악보 중 nulla
diversitas와 discors, dolce는 하르트의 논문에 제시된 “대위법 구성에 관하여”(De compositioner contrapunctus)의 악보를
현대의 기보 방식으로 재생산한 것이며, diversitas는 하르트가 기술한 내용을 토대로 생산한 악보이다.
20 서양음악학 제24-1호

만 nulla diversitas와 diversitas은 풀러의 유형들과 온전히 상응하지 못하는데, 풀러의 P-유형과
II-유형에 해당하는 음향들이 위 두 성부의 음정 간격에 따라 nulla diversitas 혹은 diversitas로
재편된다. 이것은 상성부 간의 음정 간격을 고려한 분류 방식으로, 하르트는 이러한 방식을 적용
하여 풀러의 세 가지 유형을 세분화한다.23) 하르트의 세분된 분류 방식은 퀸과 풀러의 분류 방식
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복잡하다. 하지만 동일한 특성을 가진 음향-유형으로 한데 묶여 있던 음향
들이 세부 유형별로 서로 다른 기능이 있음을 보이고, 이를 토대로 연속하는 두 음향의 분류와
기능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를 제공한 점은 복잡함에 대한 잠재적 논란을 완화하기에 충분하다.
하르트는 풀러의 ‘완전’ 유형을 P2, Pp, P, (P)로 나눈다.24) 이 네 가지 세부 유형들은 두 개의
완전음정으로 구성된 음향으로, 상성부의 음정 간격 및 성부의 개수에 따라 분류된다. 여기서
P2 유형은 , 음향과 같이 위 두 성부가 옥타브 간격이 아닌 음향들을 말하며 이와 반대로,

Pp 유형은 위 두 성부가 옥타브 간격인 와 같은 음향들을 가리킨다. P는 테노르와 그 위로

추가된 음이 유니즌이거나 두 상성부가 유니즌인 경우로서 , , , 음향이 이에 해당하고,


(P) 유형은 한 성부가 생략된, 즉 두 음만으로 이루어진 2성부 음향을 의미한다.
이어, 하르트는 두 불완전 협화음정으로 구성된 ‘불완전’ 유형을 ‘완전’ 유형과 같은 방식으로
세분화하여 네 가지 하위 유형인 I2, II, I, (I)를 제시한다. 여기서 I2-유형은 위 두 성부가 옥타브
간격이 아닌 음향들을 가리키며, , , , , , 음향이 이에 해당한다. 하르트는 I2-유형

에 대해 단음정보다는 장음정으로 이루어진 , 음향이 더 빈번하게 발견되고, , 음향들


은 마쇼의 모테트 안에서 사용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25) 한편, II-유형은 두 상성부가 옥타브

간격인 , 음향, I-유형은 불완전 협화음정과 유니즌으로 구성된 , , 음향, (I)는 하나

의 불완전 협화음으로 이루어진 2성부 음향을 의미한다. 이 중 I-유형은 , , 음향 외에도

22) 네 가지 유형 중 첫 세 가지는 “대위법 구성에 관하여”의 저자에 의해 기술된 내용을 토대로 하르트가 정리⋅제시한
유형이며, 네 번째 유형은 앞선 세 가지 유형을 토대로 하르트가 추가로 제시한 것이다. 하르트는 네 번째 유형이 작품에서
빈번하게 발견되는 필수적인 음향이라고 설명하며 그 필요성을 역설한다.
23) 홑음정과 겹음정에 차이를 두지 않았던 풀러와 달리, 하르트는 홑음정과 겹음정을 구분하여 인식한다. 하르트는 여러
문헌에서 5도와 12도, 그리고 8도와 15도가 서로 다른 이름 및 다른 비율로 기술되어 있음을 그 근거로 제시한다. 또한,
그는 홑음정과 겹음정이 해결에서도 차이를 보인다고 설명한다. Hart, “Sonority, Syntax, and Line in the Three-Voice
Motets of Guillaume de Machaut,” 36-41.
24) 하르트의 음향은 단순 음정과 복합음정을 다른 것으로 취급한다. 즉, 3도와 10도에 차이를 두지 않았던 풀러와 달리,
하르트는 두 음정을 다른 것으로 인식한다. 이에 대해 하르트는 여러 문헌에서 5도와 12도, 옥타브와 15도 등 옥타브
떨어진 음정을 별도의 챕터에서 기술하고 있으며, 이 음정들을 서로 다른 비율로 설명한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한다.
25) Hart, “Sonority, Syntax, and Line in the Three-Voice Motets of Guillaume de Machaut,” 33.
아르스 노바 음악의 음향, 연속, 조성 구조 21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지만, 다른 음향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하나의 완전 음정과 하나의 불완전 음정으로 구성된 ‘혼합’ 유형은 바깥 성부가 완전 음정인지,
불완전 음정인지에 따라 두 가지 하위 유형으로 나뉜다. 바깥 성부가 완전 음정인 경우에는 PI,

불완전 음정인 경우에는 Ip로 명명되며, 각각 음향과 ,

, , 음향이 이에 해당한다. 하르트는 ‘혼합’의 두 가지 하위 유형 중, 불완전 음정이 외성


에 위치한 Ip가 PI 보다 불안정한 음향이라고 인식하며 그것을 방향성이 더 강한 음향이라고 설명

한다. 예를 들어, 은 과 같은 음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불완전 음향이 외성에 놓인 음향


이 더 강한 방향성을 갖는다는 것이다.
한편, 불협화 음향에도 ‘혼합’ 유형과 같은 세부 분류 방식이 적용된다. 하르트는 바깥 성부가
불완전 협화음정인지, 불협화 음정인지에 따라 불협화 음향을 ID와 DI로 세분화한다. 협화음향에
비해 상대적으로 간략히 언급하고 있기는 하지만, 마쇼의 작품에서 불협화 음향이 기능적으로
사용된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면서 앞선 연구들에서 다소 경시되었던 불협화 음향을 보다 구체
적으로 논의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풀러와 마찬가지로, 하르트는 각 음향-유형의 사례들과 함께 해당 음향이 사용된 마쇼의 작품
목록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였다. 14세기 개별 음향에 대한 하르트의 음향 분류 방식과 마쇼의 작
품에 나타난 각 음향의 사례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표 2>.

<표 2> 하르트에 의한 14세기 음향의 분류26)

P2
하나의 완전음정 + 추가된 음과 옥타브
간격이 아닌 다른 완전음정

완전 ; 다른 세 음으로 구성

(Perfect)
Pp
하나의 완전음정 + 추가된 음과 옥타브
간격에 있는 다른 완전음정
; 다른 세 음으로 구성

26) Hart, “Sonority, Syntax, and Line in the Three-Voice Motets of Guillaume de Machaut,” 30. <표 1>은 하르트의 Table
22 서양음악학 제24-1호

P
동일한 두 완전음정, 혹은 하나의 완전
음정과 하나의 유니즌

완전 ; 다른 두 음으로 구성

(Perfect)
(P)
하나의 완전음정 ; 다른 두 음으로 구성

PI
하나의 완전음정 + 하나의 불완전음정
; 완전음정이 바깥 성부에 놓임

혼합 ; 다른 세 음으로 구성

(Mixed) Ip
하나의 불완전음정 + 하나의 완전음정
; 불완전음정이 바깥 성부에 놓임
; 다른 세 음으로 구성

(I)
하나의 불완전음정
; 다른 두 음으로 구성

I
불완전
동일한 두 불완전음정, 혹은 하나의 불완전
(Imper
음정과 하나의 유니즌
-fect)
; 다른 두 음으로 구성

II
하나의 불완전 음정 + 추가된 음과 옥타브
간격에 있는 다른 불완전 음정
; 다른 세 음으로 구성

1-2와 예 1-6∼예 1-15를 결합하여 재생산한 것이다.


아르스 노바 음악의 음향, 연속, 조성 구조 23

I2
불완전
하나의 불완전 음정 + 추가된 음과 옥타브
(Imper
간격이 아닌 다른 불완전음정
-fect)
; 다른 세 음으로 구성

하르트는 14세기의 음향을 유형별로 분류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각 음향-유형의 기능


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술한다.27) 이는 음향들의 연속과 진행에 대한 논의의 중요한 시발점이
되는 것으로, 음향들의 분류에 그쳤던 풀러의 연구에서 진일보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르트는
마쇼의 모테트에서 시작, 끝에서 두 번째, 마지막에 사용된 음향들을 관찰하였는데, 이를 토대로
각 음향-유형들의 기능을 설명하였다<표 2>. 하르트에 따르면, P2 음향은 3성부 음향으로 시작하
는 모든 모테트(모테트 11번, 16번 제외)의 시작, 모테트 11번을 제외한 모든 모테트의 끝, 그리
고 대부분의 주요 내부 종지의 끝에서 사용된다. 물론 프레이즈 안에서도 나타나지만 그런 경우
에는 P2 음향의 강한 안정성으로 인해 대개 짧은 지속시간을 갖는다. 이를 토대로 P2 음향은 시작
과 마침의 기능을 갖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Pp 음향은 모테트 16번을 제외한 모든 모테트
의 전반에서 사용되며, I2 음향은 모테트 11, 16, 20번을 제외한 모든 모테트에서 끝에서 두 번째
음향으로 사용된다.28) 그리고 II와 I는 대부분 프레이즈 안에서만 나타나고 최종 종지에서는 사
용되지 않는데, 그것은 이 음향들을 규칙에 따라 해결했을 시 해결 음향까지도 모두 두 음으로
구성되는 것에서 기인한다.29)
각 음향-유형들의 기능에 대한 논의는 그의 분류 체계의 유용성을 방증한다. 퀸과 풀러의 분류

27) Hart, 위의 글, 46-49.


28) Hart, 위의 글, 49. 하르트는 마쇼의 모테트 11, 16, 20번은 세속 음악, 나머지 16곡은 전례용 음악을 테노르로 사용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하며 각 음향의 기능에 대한 예외가 테노르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29) Hart, 위의 글, 48. 하르트는 이에 대한 예로 와 을 제시한다. 이 음향들을 당시의 규칙에 맞춰 해결하면 각각

와 로 이어지게 된다.
24 서양음악학 제24-1호

체계에서는 동일한 유형으로 한데 묶여 논의되었을 음향들을 분별하여 각각의 기능을 설명함으


로써 다소 복잡한 그의 세분화 방식이 매우 유의미한 것임을 증명한 것이다. 하지만 그의 논의가
완전 유형과 불완전 유형의 일부에 국한되어 있는 점은 다소 미진한 점으로 꼽힌다.

<표 3> 모테트의 첫 번째, 끝에서 두 번째, 마지막 음향30)

모테트 번호 첫 음향 끝에서 두 번째 음향 마지막 음향


1 A G F
2 A G F
3 F E D
4 F G F
6 A A G
7 A E D
8 D G F
9 A A G
10 F G F

11* A F G
12 F E D
13 A A G
14 F A G
15 D G F
16* D C D
17 C D C
18 C G F
19 A A G
20* F E F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퀸에서 시작된 14세기 3성부 음향에 대한 주요 논의의 줄기는 풀러,
그리고 하르트로 이어진다. 세 연구자의 음향 분류 체계는 유사한 네 가지 유형의 큰 틀 안에서

30) Hart, 위의 글, 47, Table 1-3 재생산.


아르스 노바 음악의 음향, 연속, 조성 구조 25

점차 수정⋅보완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러한 논의들은 개별 음향의 분류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


라, 인접한 두 음향의 연속, 나아가 조 중심과 구조에 대한 논의의 원천이 된다. 즉, 각 음향-유형
에 대한 관점은 연속하는 두 음향에 대한 관점 및 거시적인 조 구조에 대한 관점의 차이로 이어
진다. 2절에서는 개별 음향에 대한 논의를 토대로 연속한 두 음향의 움직임에 관해 논의한 선행
연구를 조명하고자 한다.

2.2. 음향의 연속

인접한 두 음향에서 두 번째 음향이 첫 음향에 속하지 않는 하나 이상의 음고를 포함할 때


이러한 사건을 ‘연속’(succession)이라 칭한다.31) 음향의 ‘연속’에 대한 주요 논의는 인접한 두
음향의 움직임들을 유형별로 나누고 각 유형의 기능에 대해 기술한 풀러의 연구(1986)로부터
출발한다. 이후 ‘연속’의 여러 유형 중 하나에 초점을 맞춘 연구들이 발표되었는데, ‘방향성 있는
진행’(directed progression)에 초점을 맞춘 풀러(1992)의 연구, 그리고 종지적 진행에 대해 논의
한 베인(2003)의 연구 등이 있다. 한편, 하르트는 풀러(1986)의 음향-유형들을 세분화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음향-연속의 유형들을 세분화하며 ‘연속’에 대한 논의의 전반(全般)을 더욱 구체
화하였다.
풀러(1986)는 음향의 연속을 ‘진행’과 ‘연장’으로 분류하였다. 풀러(1986)에 따르면, 진행은 한
음향에서 다른 음향으로의 변화, 연장은 한 음향 혹은 필수적인 음군(音群)의 지속을 의미한
다.32) 풀러(1986)는 마쇼의 3성부 모테트 ‘선한 목자’(Bone Pastor)의 첫 번째 탈레아를 통해 진
행과 연장의 예를 제시한다. [예4]의 브레베 10-12는 연장의 사례에 해당하는 것으로, 모테투스와
트리플룸에서 지속시간과 박절적 위치를 통해 강조된 음이 보조음과 경과음에 의해 수식되는 동
안 테노르는 한 음을 지속한다. 반면, 브레베 18-19는 세 성부 모두 새로운 음으로 움직이고 II-유
형에서 P-유형으로 음향-유형이 바뀌는데, 이는 진행의 전형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이외에도 연
장은 브레베 1-5, 14-15, 19-24, 진행은 브레베 5-6, 9-10에서 확인할 수 있다.

31) Hart, 위의 글, 59.


32) Fuller, “On Sonority in Fourteenth-Century Polyphony: Some Preliminary Reflections,” 49.
26 서양음악학 제24-1호

[예 4] 마쇼, 모테트 ‘선한 목자’, Talea I33)

(a)

(b)

(c)
아르스 노바 음악의 음향, 연속, 조성 구조 27

이와 같은 사례들에서 볼 수 있듯이, 진행은 대개 테노르의 음이 바뀌고, 연장은 테노르의 음


이 지속된다. 하지만 풀러는 테노르의 음이 지속된다고 해서 항상 연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
고 주장하며 [예4]의 브레베 16-17을 ‘진행’으로 분류한다.34) 여기서 테노르는 A를 지속하지만
P-유형에서 II-유형으로 음향-유형이 변하고, 위 성부의 음들이 완전히 바뀌며, 두 번째 음향이
첫 A 음향에 관련한 음향이 아닌 II-음향 체인의 첫걸음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이 음향-연속은
지속된 테노르 A 위에서 나타난 ‘진행’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풀러의 이러한 입장과 달리,
하르트는 테노르 음의 변화 여부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과 연장을 분별한다. 즉, 그는 테노르의
음이 바뀌는 음향-연속을 진행, 테노르의 음이 지속⋅반복되는 음향-연속을 연장으로 규정한다.
이러한 하르트의 분류 방식은 특정한 상황에서 풀러와 견해를 달리하게 한다. 예를 들어, 앞서
풀러가 진행으로 분류한 브레베 16-17의 음향-연속은 하르트의 분류 체계에서 연장으로 분류되
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하르트는 큰 틀에서 풀러의 분류 방식을 따르지만
풀러와 전혀 다른 관점에서 음향-연속들을 분류하기도 한다.
진행은 각기 강도, 진행에 참여한 음향 간 대조의 정도, 그리고 한 음향에서 다른 음향으로
기울어지는 인장력(引張力)에 있어 상당히 차이를 보인다. 이에 대해 풀러는 안정적인 것에서
매우 불안정한 것에 이르는 개별 음향들이 있는 것처럼 중립적인 것에서부터 분명한 방향성을
가진 ‘진행’들이 존재한다고 설명하며, ‘진행’을 ‘방향성 있는 진행’(directed progression)과 ‘중립
적 진행’(neutral progression)으로 분류하였다.35) 이 두 가지 진행-유형은 각각 X→Y와 X-Y로
묘사할 수 있는데,36) 기호를 통해 유추할 수 있듯이 방향성 있는 진행은 첫 음향이 두 번째 음향
을 향한 방향성을 갖는 반면, 중립적 진행은 첫 음향이 방향성을 갖지 않는다. 방향성 있는 진행
은 ‘T→R’로 나타낼 수도 있는데, 이는 본질상 불완전하고 특성상 불안정한 첫 음향(T)이 대위법
적 성부진행의 규범을 따라 본질상 완전하고 특성상 안정적인 두 번째 음향(R)으로 해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37)

33) Fuller, “On Sonority in Fourteenth-Century Polyphony: Some Preliminary Reflections,” 48. [예4]의 (a)와 (b)는 풀러의
예 6, (c)는 풀러의 예 9-a)를 재생산한 것이다.
34) Fuller, 위의 글, 50.
35) Fuller, 위의 글, 50-51.
36) Fuller, 위의 글, 51. 두 가지 진행 유형을 묘사한 기호에서 X와 Y는 서로 다른 음향들을 의미하며, ‘-’는 인접한 두
음향의 병치, ‘→’는 첫 음향에서 두 번째 음향을 향한 방향성을 나타낸다.
37) Sarah Fuller, “Tendencies and Resolutions: The Directed Progression in Ars Nova Music,” Journal of Music Theory
36/2 (1992), 231. 여기서 ‘T’는 경향 음향(tendency), ‘R’은 해결 음향을 의미한다.
28 서양음악학 제24-1호

방향성 있는 진행과 중립적 진행(N)은 [예5]를 통해 쉽게 분별할 수 있다. [예5]의 (a)와 (b)는
테노르가 A에서 G로 움직이고, 모든 성부가 순차적으로 움직여 두 번째 음향 G 로 진행한다는
점에 있어 동일하다. 하지만 (a)의 첫 음향 A 은 G 을 향한 방향성을 가지며 모든 성부들이
대위법 규범에 따라 해결되는 반면,38) (b)는 첫 음향 A 이 불완전 음정을 포함하지 않은 매우
안정적인 음향이고, 이에 따라 해결에 대한 기대가 형성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예 5] 방향성 있는 진행과 중립적 진행39)

A G A G
(a) 방향성 있는 진행 (b) 중립적 진행

풀러는 이러한 방향성 있는 진행과 중립적 진행을 통해 ‘선한 목자’, 첫 탈레아의 통사론적 구
조를 설명한다.40) [예4-c]에서 볼 수 있듯이, ‘선한 목자’의 첫 탈레아는 두 부분으로 나뉜다. 이
두 부분은 표면적으로 상당히 다르지만, 중립적 진행으로 시작하여 각 부분의 첫 음향으로 돌아
온 후 방향성 있는 진행으로 마침으로써 통사론적으로 동일한 구조를 보인다. 보다 거시적으로,
첫 부분은 C에서 A, 두 번째 부분은 A에서 F로의 3도 움직임으로 되어 있으며, 첫 탈레아 전체는
3개의 주요 음향, 즉 C-음향, A-음향, F-음향으로 요약된다. 풀러는 첫 탈레아를 C에서 F로의 움
직임으로 설명하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A-음향과 F-음향이 모두 방향성 있는
진행을 통해 강하게 확립되었기 때문이다.
한편, 풀러는 자신의 후속 연구(1992)를 통해 방향성 있는 진행에 대한 논의를 심화한다. 앞선
연구에서 그는 ‘선한 목자’의 여덟 탈레아를 종결하는 여러 형태의 방향성 있는 진행을 제시하며
예비 음향이나 해결 음향, 혹은 두 음향 모두를 수정함으로써 종결의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고

38) 대위법적 성부진행 규범에 따르면, 단3도는 유니슨, 장3도는 완전5도, 장6도는 옥타브로 해결된다.
39) Hart, “Sonority, Syntax, and Line in the Three-Voice Motets of Guillaume de Machaut,” 60, 예 2-5 재생산.
40) Fuller, “On Sonority in Fourteenth-Century Polyphony: Some Preliminary Reflections,” 61.
아르스 노바 음악의 음향, 연속, 조성 구조 29

주장한 바 있다.41) 여기서 제시된 방향성 있는 진행은 II→P와 I→P, I→I, D→P, D→I의 형태로,
이는 마쇼가 다양한 형태의 방향성 있는 진행을 통해 각기 다른 정도의 종결감을 도모했음을
짐작케 한다. 이를 토대로, 풀러(1992)는 마쇼의 모테트와 세속 음악, 그리고 미사의 한 단락 안
에서 거시적인 전략을 통해 사용된 방향성 있는 진행의 여러 사례를 제시한다. [예6]은 이러한
사례들 중 하나로, 마쇼의 모테트 4, ‘사랑 때문에 좋은 것을 바랐지만, 더 이상은 바라지 않으
리’(De bon espoir / Puisque la douce / Speravi), 롱가 1-13에 나타난 일련의 방향성 있는 진행
이 각기 다른 종결의 강도를 통해 하나의 목표로 향하는 것을 보인다.42) 여기에서 T-음향은 모두
A 위에서 나타나지만, 각각 배치와 해결이 다르다. 이 중 첫 번째 T-음향의 a-c 은 예상된 g-d로
해결되지 않고 b -d로 움직이며, 트리플룸 역시 관습적인 구성음인 f 을 피해 g와 결합한 후 f로
하행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T→⎟X’로 묘사되는데, ‘⎟’는 일반적인 해결의 억제, X는 예상된 R
이 아닌 다른 음향을 의미한다. 한편, 두 번째 진행에서는 T-음향에 f 이 추가되고, 모든 성부가
대위법 규범에 따라 해결함으로써 관습적인 진행을 회복하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f 은 등장이
지연됨으로써 완전한 종결감이 형성되는 것을 막는다. 이후, 세 번째 진행은 지속시간, 리듬 등
다른 요소들과 결합하여 가장 강력한 종지를 형성한다. 이처럼, 세 번에 걸친 방향성 있는 진행
은 종결의 강도를 점차 강화해 가며 반복과 누적을 통해 효과적으로 (지엽적인) G-조 중심을 확
립한다.

[예 6] ‘사랑 때문에 좋은 것을 바랐지만, 더 이상은 바라지 않으리’, longs 1-13 축약43)

A - B A G A G
T →| X T → R T →R

41) Fuller, 위의 글, 52-55.


42) Fuller, “Tendencies and Resolutions: The Directed Progression in Ars Nova Music,” 235-237.
43) Fuller, 위의 글, 237, 예 5-b를 재생산.
30 서양음악학 제24-1호

하르트는 “(방향성 있는 진행에 대한) 풀러의 정의는 성격상 다소 일반적이며, 그는 오직 두


개의 광범위한 분류인 불완전성과 완전성을 구별한다”44)고 비판하며 보다 구체적인 정의와 세분
된 분류 방식을 제시한다<표 4>. 하르트는 방향성 있는 진행을 ‘첫 음향이 하나 이상의 불완전한
음정을 포함하고, 적어도 한 성부가 반음으로 해결되는 진행’으로 규정하며 첫 음향의 종류에 따
라 7가지 유형(I2, II, I, (I), IP, ID, PI)으로 분류한다.45) 그리고 각 유형을 해결되는 성부의 개수에
따라 나누어 16가지 유형의 진행을 제시하는데, 이와 같은 다양한 유형들은 그의 세분화된 음향
분류 체계에서 기인한다. 하지만 풀러에 대한 하르트의 비판은 방향성 있는 진행에 대한 풀러의
관점을 오인한 것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풀러는 II→P와 I→P, I→I,
D→P, D→I 등 다양한 유형의 방향성 있는 진행을 제시하였다. 그의 이러한 분류는 사실상 방향
성 있는 진행에 대한 하르트의 정의를 전제로 한다. 하지만 풀러가 그러한 구체적인 명시 없이
방향성 있는 진행을 ‘방향성을 가진 불완전 음향에서 완전 음향으로의 해결’의 차원에서만 설명했
고, 각 유형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오해가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

<표 4> 하르트, 방향성 있는 진행의 유형46)

44) Hart, “Sonority, Syntax, and Line in the Three-Voice Motets of Guillaume de Machaut,” 61.
45) Hart, 위의 글, 61-63.
46) Hart, 위의 글, 62, Figure 2-2 재생산.
아르스 노바 음악의 음향, 연속, 조성 구조 31

하르트가 제시한 방향성 있는 진행의 유형들은 모두 마쇼의 모테트에서 사용된 진행들에 근거


한 것으로, 방향성 있는 유형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제공해준다. 그의 각 유형은 각기 다른 강도
를 갖는데, 이 중 종결감이 가장 강한 것은 I2 음향으로 시작하고 세 성부가 모두 해결되는 I2–P2
유형에 해당한다. 똑같이 I2 음향으로 시작하더라도 해결되는 성부의 개수가 적을수록 강도가 약
화 되는데, 이는 모든 유형에서 동일하다. 즉, <표 4>의 7가지 유형들은 각각 위에서 아래로 내려
갈수록 진행의 강도가 더 약화되는 것으로 인식할 수 있다. 하지만 하르트는 첫 음향에 따른 차
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어, 하르트는 풀러(1986)의 중립적 진행과 연장을 각각 두 가지 유형으로 세분화한다. 먼저,
중립적 진행은 첫 완전 음향이 다른 완전 음향으로 진행하는 유형과 첫 완전 음향이 하나 이상의
불완전 음정을 포함한 음향으로 진행하는 유형으로 분류된다[예7]. 이것은 결국 두 번째 음향의
특성을 통해 두 유형을 분별하는 방식으로, 중립적 진행의 첫 음향을 완전 음향으로 고정한 점은
첫 음향에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는 풀러의 방식과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하나의
음향-연속이 전혀 다른 유형으로 분류되기도 하는데, [예4-c]의 첫 진행(C -A )이 그러한 사례
중 하나이다. 이 음향-연속은 풀러(1986)의 분류 체계에서 중립적 진행(N)으로 분류되지만, 하르
트의 분류 체계에서는 중립적 진행으로 분류될 수 없다. 이것은 테노르 음이 바뀌고 반음으로
해결되는 성부가 없으므로 중립적 진행으로 분류될 수 있지만, 첫 음향이 불완전 음향인 관계로
중립적 진행으로 분류될 수 없는 것이다. 사실상 하르트의 분류 체계에는 C -A 이 포함될 수
있는 영역이 없다. 따라서 중립적 진행의 첫 음향을 완전 음향으로 고정한 하르트의 방식은 수정
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예 7] 중립적 진행의 두 가지 유형47)

A G A G

N N
32 서양음악학 제24-1호

앞서 살펴보았듯이, 하르트는 테노르 음이 반복⋅지속되는 음향-연속을 연장이라 정의한다.


그가 제시한 분류 방식과 예들을 미루어 보건대, 풀러는 대위적 축약의 층위에서 같은 음향이
반복되거나 지속되는 음향-연속을 연장으로 보았던 반면, 하르트는 지속되는 음향-연속은 논의의
대상에 포함하지 않고 동일한 테노르 위에서 음향의 특성이 바뀌는 음향-연속을 연장으로 규정한
다. 하르트의 ‘연장’은 Q+ 유형과 Q- 유형으로 나뉘는데, Q+는 안정적인 음향에서 불안정한 음
향, Q-는 불안정한 음향에서 안정적인 음향으로 전환되는 유형을 의미한다. [예8]의 첫 번째 예는
안정적인 A 음향이 불안정한 A 음향으로 전환되는 Q+ 유형의 사례, 두 번째 예는 불안정한
A 에서 안정적인 A 음향으로 전환되는 Q- 유형의 사례를 보인다.

[예 8] 연장의 두 가지 유형48)

A A

Q+ Q-

앞서 살펴본 음향-연속들은 각각의 기능에 따라 다양한 위치에서 사용된다. 이 중 종지 위치에


사용된 음향-연속들은 보다 다양한 논의의 대상이 되었는데, 풀러와 하르트, 그리고 베인은 각기
다른 초점을 통해 종지에 대한 논의를 이어간다. 풀러(1986)는 음악적 휴지 지점에 사용된 ‘방향
성 있는 진행’을 들어 ‘도착’(arrival), ‘중립적 진행’을 들어 ‘머무름’(hold)이라 칭하며 두 유형의
기능이 다름을 보인다.49) 풀러에 따르면, 도착은 모테트의 최종 종지 혹은 프레이즈나 단락의
종지에서 나타나며 지엽적 종결이나 (일시적인) 조성적 초점을 창조한다. 그리고 이것은 마지막
음향의 성질, 마지막 음향에 접근하는 진행의 강도, 그리고 리듬적 요소에 의해 상대적으로 약하

47) Hart, 위의 글, 67, 예2-7 재생산.


48) Hart, 위의 글, 68, 예2-8 재생산.
49) Fuller, “On Sonority in Fourteenth-Century Polyphony: Some Preliminary Reflections,” 56.
아르스 노바 음악의 음향, 연속, 조성 구조 33

거나 강한 종결감을 제공한다. 반면, 머무름은 작품의 최종 종지에서는 사용되지 않으며, 일시적


인 중지를 통해 특정한 지엽적 움직임이 완성되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어, 풀러(1986)는 머무름을 두 가지 하위 유형으로 분류하였는데, ‘중립적 머무름’과 ‘방향성
있는 머무름’이 이에 해당한다. 중립적 머무름은 특별한 방향성이 없는 완전 혹은 불완전 유형의
음향, 방향성 있는 머무름은 방향성을 가진 이중 불완전 음향상에서 정지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
으로, 각각의 특성을 반영하여 ‘안정적 머무름’과 ‘불안정한 머무름’으로 지칭하기도 한다. 풀러의
이러한 ‘머무름’은 베인의 두 가지 종지 유형과 맥이 닿는다. 베인은 이 종지 유형들을 ‘불완전
음향 종지’(imperfect sonority cadence)와 ‘완전 음향 종지’(perfect sonority cadence)라 명명하
였는데,50) 이것들은 풀러의 머무름과 마찬가지로 마치는 음향의 음정 구조에 의해 분류된다. 여
기서 불완전 음향 종지는 약하고 불안정한 도착 지점, 완전 음향 종지는 강하고 안정적인 도착
지점을 형성한다.

<표 5> 몰, 종지의 강도에 영향을 주는 10가지 요인51)

1) 하나 이상의 성부에서 가사의 핵심적 문법 단위와 일치


2) 하나 이상의 성부에서 일관된 선율 구두점의 끝과 일치
3) 큰 쉼표, 수직적 스트로크,52) 박자의 변화, 혹은 잇따르는 멜리스마
4) 만연한 박의 흐름에 순응하는 리듬적 위치
5) 휴지(休止) 없이 계속되는 성부 없이 각 성부에 긴 종지음이 존재
6) 성부 간 방향성 있는 대위적 움직임
7) 정형화된 선율적 종지 음형들의 존재
8) 해결 지점에서 완전 협화음만 울림
9) 해결 지점에서 모든 성부가 울림
10) 종지 지점 앞 마디들에 호켓, 멜리스마 또는 리듬적 축소가 존재

한편, 종지에 대한 논의에 있어 주요한 주제 중 하나는 종지의 강도에 대한 것이다. 주지하다


시피, 종결감의 정도는 진행의 특성 외에도 음향의 지속시간, 리듬, 가사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50) Jennifer Bain, “Theorizing the Cadence in the Music of Machaut,” Journal of Music Theory 47/2 (2003), 327-328.
51) Kevin Moll, “Voice Function, Sonority, and Contrapuntal Procedure in Late Medieval Polyphony,” Current Musicology
64 (1998), 32.
52) ‘수직적 스트로크’에서 ‘스트로크’(stroke)는 번역 없이 그대로 사용했다. 독립적 움직임 중심의 대위적 음악 짜임새에서
모든 성부가 호모포닉하게 일격을 가하듯이 연주되는 부분을 의미한다.
34 서양음악학 제24-1호

결정된다. 풀러는 앞서 다룬 두 연구에서 이에 대해 언급하며 다양한 예들을 통해 이를 확증한


바 있으며, 몰(Kevin Moll)은 풀러의 논의에서 나아가 종지의 강도를 구별하기 위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였다. 몰이 제시한 기준은 10가지로, 이 중 충족된 기준의 개수에 의해 종지의 강
도를 판단하게 된다. 즉, 충족된 개수가 많을수록 더 강한 종결감을 제공하는 종지에 해당하며,
이에 따라 작품의 최종 종지는 10가지 기준 전체나 거의 대부분을 충족하게 된다. 이러한 ‘기준’
은 종지에 대한 깊은 통찰력의 원천이 되는 것으로, 몰은 이를 토대로 14세기와 15세기의 미사에
나타난 다양한 종지 유형들을 조명하였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음향-연속은 다양한 방식에 의해 분류될 수 있다. 하지만 여러 분류
방식들을 종합하여 정리하면, ‘연속’은 크게 진행과 연장으로 나뉘고, 이 중 진행은 방향성 있는
진행과 중립적 진행으로 하위 분류된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방향성 있는 진행은 7가지 유형,
중립적 진행과 연장은 각각 2가지 유형으로 세분된다. 이러한 음향-연속들은 3장에서 논의하게
될 대규모의 조 중심과 구조의 근간이 되는 것으로, <표 6>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표 6> 연속(succession)의 분류

3. 분석

제3장에서는 개별 음향 및 음향들의 ‘연속’에 대한 앞선 논의를 토대로 마쇼의 두 작품을 분석


한다. 먼저, 필자는 음악 표면의 수식적인 음들을 제거한 세 층위의 축약 그래프를 통해 수직적
음향들을 보이고, 구조적으로 중요한 음향들에 기둥과 빔을 사용하여 음향들의 위계를 차등적으
아르스 노바 음악의 음향, 연속, 조성 구조 35

로 나타낼 것이다. 구조적으로 중요한 음향은 시작과 끝, 그리고 종결 음향 앞에 있는, 소위 종지


를 이루는 두 음향 등을 뜻한다. 공통관습 조성 이전의 음악에 기둥과 빔을 사용하여 위계를 가
시화하는 이러한 분석 방식은 그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이미 몇몇 선행연구에서 사용된 바 있
다.53) 필자는 이러한 분석 방식을 토대로 구조적인 음향들의 거시적인 진행을 통해 확립되는
조 중심 및 구조에 대해 논의할 것이다.
앞서, 베인(2008)은 마쇼의 다성 세속 음악(발라드, 롱도, 비를레)에서 처음 및 중요한 종지
지점에 사용된 음향들을 광범위하게 정리⋅제시한 바 있다.54) 이는 매우 막대한 양의 작품들을
면밀히 살펴 각 작품의 구조적 음향들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가치롭다. 하지
만 그의 연구는 주요한 음향을 단순히 제시하는 선에서 그치고 있어서, 악곡의 통시적 성부진행
경로를 보이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낸다. 이에 반해, 필자의 분석 방식은 음향들의 위계와 통시적
성부진행을 동시에 보임으로써 그 분석적 유용성을 높인다.
앞서 2장에서 논의한 선행연구의 분석적 효용성 논의를 위해 필자가 선택한 악곡은 마쇼의
발라드 19, ‘사랑은 나를 갈망하게 한다’(Amours me fait desirer)와 롱도 10, ‘장미, 백합, 봄, 푸른
잎’(Rose, liz, printemps, verdure)이다.55) 이 두 악곡은 각각 ‘번잡한 구조’(messy structure)56)와
‘단일조성 구조’를 갖는다. 여기서 번잡한 구조란 시작 음향과 마지막 음향이 다른, 즉 여러 개의
조 중심이 나타나는 구조를 의미하며, 단일조성 구조란 첫 음향과 마지막 음향이 일치하는 구조,
즉 하나의 조 중심이 나타나는 것을 이른다. 3.1절에서는 ‘사랑은 나를 갈망하게 한다’, 3.2절에서
는 ‘장미, 백합, 봄, 푸른 잎’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음악과 가사와의 관계, 그리고 그에 앞서

53) 잘처(Felix Salzer)는 그의 저서 뺷구조적 들음뺸에서 중세의 오르가눔, 모테트, 롱도 및 르네상스 시대의 다양한 작품들에
기둥과 슬러, 빔을 사용하여 위계를 보인 바 있다. 노박(Saul Novak)과 샤흐터(Carl Schachter) 또한 각각 죠스캥(Josquin
Desprez, 1450년경-1521)과 란디니(Francesc Landini, 1325-1397)의 작품에 기둥과 슬러 및 빔을 사용하여 위계를 보였다.
Felix Salzer, Structural Hearing: Tonal Coherence in Music (New York: Dover Publications, 1962), 전지호⋅임우상
공역 뺷음악의 구조적 들음뺸 (대구: 계명대학교 출판부, 1988); Saul Novack, “Fusion of Design and Tonal Oder in
Mass and Motet: Josquin Desprez and Heinrich Isaac,” in The Music Forum 2, ed. William J. Mitchell and Felix
Salzer (New York: Columbia University Press, 1970), 187∼263; Carl Schachter, “Landini’s Treatment of Consonance
and Dissonance: A Study in Fourteenth-Century Counterpoint,” in The Music Forum 2, ed. William J. Mitchell and
Felix Salzer (New York: Columbia University Press, 1970), 130∼186.
54) Jennifer Bain, “Messy Structure? Multiple Tonal Centers in the Music of Machaut,” Music Theory Spectrum 30/2 (2008),
197.
55) 3장에서 분석의 대상으로 삼은 마쇼의 발라드와 롱도는 14세기 고정형식(formes fixes)의 한 장르이다. 베인(2008)은
고정형식의 반복적인 구조로 인해, 음악적인 두 부분의 첫 음향(OP1, OP2)이 각각 열린 종지(OUV), 닫힌 종지(CLOS),
중간 종지(MED), 혹은 최종 종지(FIN)와 같은 중요한 도착 지점과 이어진다고 설명하며 발라드와 롱도의 각 음악적
형식 속에서 나타나는 종지와 첫 음향의 구조를 다음과 같이 나타낸다.
36 서양음악학 제24-1호

가사에 관한 면밀한 탐구는 성악음악 분석의 일반화된 접근이지만, 본 논문의 초점이 14세기 음
향과 진행에 맞추어진 까닭에 가사와 관련한 논의는 생략하였다.

3.1. 발라드 19, ‘사랑은 나를 갈망하게 한다’

마쇼의 ‘사랑은 나를 갈망하게 한다’에는 두 개의 조 중심이 나타난다. 전반부의 첫 프레이즈에


서 확립되는 G-조 중심과 악곡을 마치는 B -조 중심이 그것으로, 이들은 첫 조성에서 6도 하행하
여 두 번째 조성에 이르는 조성 구조를 형성한다.57) 이 악곡은 G-완전 음향이 아닌 불완전 음향
에서 출발하는데, 베인(2008)은 테노르의 b 과 칸투스의 g, 트리플룸의 d로 구성된 이 첫 음향이
두 개의 조 중심을 암시한다고 설명한다.58) [예9-b]에서 볼 수 있듯이, 불완전한 첫 음향은 또
다른 불완전한 음향인 A 으로 움직이고, 이후 테노르의 A는 칸투스의 c , 트리플룸의 f 과 결합
하여 A 을 이룬다. 강한 방향성을 가진 이 음향은 대위법 성부진행 원리에 따라 G 로 해결되며
전형적인 ‘방향성 있는 진행’을 형성한다. 불완전한 첫 음향에서 출발하여 방향성 있는 진행을

a. 발라드 b. 롱도

위의 표를 통해 볼 수 있듯이, 발라드는 3개의 연으로 구성되며, 각 연의 음악 형식은 aab으로 되어있다. 여기서 첫


부분의 첫 음향(OP1)은 열린 종지와 최종 종지, 두 번째 부분의 첫 음향은 닫힌 종지에서 연결된다. 반면, 롱도는 1개의
연으로 되어있고, 두 부분으로 구성된 후렴을 가진 ABaAabAB로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첫 부분의 첫
음향은 중간 종지와 최종 종지, 두 번째 부분의 첫 음향은 중간 종지에서 이어진다. 베인이 주장한 바와 같이, 종지
음향과 첫 음향, 그리고 이들의 연결은 조 중심을 강화⋅형성하며, 나아가 조성 구조를 확립하는 근간이 된다. ‘사랑은
나를 갈망하게 한다’와 ‘장미, 백합, 봄, 푸른 잎’ 역시 반복적인 구조 안에서 각 부분의 종지와 첫 음향이 조성 구조의
뼈대를 이루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56) Bain, 위의 글. 여기서 ‘번잡한 구조’로 번역한 ‘messy structure’는 베인의 재치 있는 용어이다.
57) Bain, 위의 글, 199, 215. 베인(2008)은 마쇼의 세속 음악을 첫 음향과 마지막 음향에 따라 범주를 나누어 살피고, 이를
토대로 마쇼의 작품에 나타난 조성 구조에 대해 논의하였는데, 이 악곡은 불완전 음향으로 시작하여 6도 아래의 음향으로
종결하는 X-B 유형으로 분류되었다. 그의 연구에서 조사 대상이 된 마쇼의 세속 음악 65곡 중 첫 음향과 마지막 음향이
같은 작품은 25곡, 4도 아래에서 종결하는 작품은 20곡으로, 동일한 음향이나 4도 아래의 음향에서 마치는 경우가 가장
많으며, 장6도 아래에서 종결하는 작품이 7곡으로 그 뒤를 잇는다.
58) Bain, “Messy Structure? Multiple Tonal Centers in the Music of Machaut,” 216. 베인은 첫 음향의 g-d가 G-조 중심,
b 이 B -조 중심을 암시한다고 설명한다.
아르스 노바 음악의 음향, 연속, 조성 구조 37

통해 G-완전 음향에 이르는 이러한 움직임은 G-조 중심을 수립하며, 이어지는 G-음향의 반복적
인 출현은 G-조 중심성을 재차 확인하고 강조한다.
프레이즈 내부의 진행 및 종지들은 다른 방식으로 G-조 중심을 강화한다. 먼저, 불완전 음향(f
-a-c ) 상에서 멈추는 마디7의 첫 종지는 베인의 ‘불완전 음향 종지’에 해당하는 것으로, f -a는
g로 해결, a-c 은 g-d로 해결될 것을 기대하게 함으로써 G-조 중심을 암시한다. 이러한 첫 종지
역시 방향성 있는 진행의 한 유형이다. 이것은 하르트의 7가지 방향성 있는 진행 중 PI-유형에
속하는 것으로, 한 성부(테노르)만 해결이 되며 가장 약한 강도의 방향성 있는 진행을 보인다.
이어, 마디10-11에는 소위 ‘란디니 종지’라 불리는 진행이 나타난다. 이것은 전형적인 종지 진행이
지만 가사의 구두점과 일치하지 않는 위치에 나타남으로써 종지로 기능하지 못한다. 그러나 G를
향한 방향성을 통해 G-조 중심을 강조한다. 결국, 전반부의 열린 종지는 한 마디 후에 D 음향
상에서 이루어지는데, 이는 첫 음향으로 자연스럽게 돌아가기 위한 마쇼의 전략으로 여겨진다.
전반부의 닫힌 종지(마디13)에서는 앞선 열린 종지(마디12)와 다른 움직임이 나타난다. 열린
종지와 마찬가지로 란디니 종지를 거쳐 D-음향으로 이어지지만, 이번에는 G로 돌아가지 않고
테노르의 d-c-b 움직임을 통해 B 완전 음향을 향해 움직인다(마디14-15). 여기서 나타나는 C
→B 진행은 앞선 음향의 c-e가 다음 음향의 b -f로 해결되며 방향성을 확보한다. 이것은
긴 멜리스마의 중간에 위치함으로써 종지로 기능하지 못한다. 여기서 해결 음향은 긴 음가로 지
속되지 못하고 활동적인 리듬과 수식음을 통해 프레이즈 내부의 움직임으로 녹아든다. 이러한
움직임을 통해 B -조 중심으로의 이동이 이루어진다. 이후 테노르의 d-c-b 움직임이 다시 한
번 반복되는데, 이번에는 C →B 진행이 가사의 마지막 음절에 맞춰 나타남으로써 ‘도착’으로
기능하고, 마디15의 B -조 중심을 재차 확인하는 역할을 한다. 궁극적으로, 마디15-18은 B -완전
음향을 ‘연장’하는 움직임에 해당한다.
[예9-c]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악곡의 전반부는 G-조 중심에서 B -조 중심으로의 이동으로 요약
될 수 있으며, 첫 조 중심인 G-음향과 이를 지지하는 열린 종지의 D-완전 음향, 그리고 두 번째
조 중심인 B -음향으로 나타낼 수 있다. 이 두 조 중심은 여러 요소들에 의해 확인되고 강화되는
데, 모티브 또한 그러한 요소 중 하나이다. 마디1-2의 트리플룸에 나타난 4도 상행선 ‘d-e-f -g’는
G-조 중심을 강화하는 모티브(모티브α)로, 마디 10-11에서 하행하는 형태로 변형되어 나타난다.
반면, 마디14-15의 트리플룸에 나타난 ‘d-e-f’는 B -조 중심으로의 변화를 나타내는 모티브로 작
용한다(모티브β).
38 서양음악학 제24-1호

[예 9] 마쇼, ‘사랑은 나를 갈망하게 한다’, 전반부

이 악곡의 후반부는 C-완전 음향에서 출발한다. [예10-a]에서 볼 수 있듯이, 이 C-음향은 장2도


하행하는 거시적인 진행을 형성하며 B -조 중심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보다 낮은 층위에서
도 C에서 B 으로 향하는 ‘진행’을 찾아볼 수 있는데, 마디22-23이 이에 해당한다. 여기서 사용된
C 은 B -음향을 향한 방향성을 가진 음향으로, 앞선 음향의 c-a는 이어진 음향의 b 옥타브,
c-e는 b -f로 해결되며 전형적인 ‘경향과 해결’(T→R)을 이룬다. 한편, 이 악곡은 이례적으로 후반
부에도 열린 종지와 닫힌 종지가 사용되는데,59) 후반부의 열림/닫힘 종지(마디 27-34)는 전반부
의 열림/닫힘 종지(마디 10-18)를 그대로 재현한 것이다.

59) 김미옥, 뺷중세음악: 역사⋅이론뺸 (서울: 심설당, 2005), 307. 마쇼의 다성 발라드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특징 중 하나는
반복되는 a 부분의 끝에 열림/닫힘 종지가 붙여져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작품에서는 b 부분에도 열림/닫힘 종지가
나타나는데, 이 악곡이 그러한 사례에 해당한다.
아르스 노바 음악의 음향, 연속, 조성 구조 39

[예 10] 마쇼, ‘사랑은 나를 갈망하게 한다’, 후반부

3.2. 롱도 10, ‘장미, 백합, 봄, 푸른 잎’60)

마쇼의 ‘장미, 백합, 봄, 푸른 잎’은 베인의 조성 구조 분류 체계에서 ‘C→C 유형’의 사례에 해당


한다. 다시 말해, 이 작품은 C-음향에서 시작하여 C-음향으로 마치는 단일조성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예11-a]에서 볼 수 있듯이, ‘장미, 백합, 봄, 푸른 잎’의 가장 구조적인 진행은 첫 C-음향과
중간 종지의 D-음향, 그리고 마지막 C-음향으로 이어지는 움직임이다. 마지막 음향의 테노르가
중간 종지의 테노르 보다 2도 아래에 위치하는 이러한 구조는 중세음악에서 보편적인 사례로,
거시적인 2도 하행을 통해 궁극적으로 C-조 중심이 강화된다.
첫 부분의 테노르는 C-상의 유니즌에서 출발, 순차 하행하여 한 옥타브 아래의 C(마디 5)에
이른다. 이러한 움직임은 C-조 중심을 강조하는 요소 중 하나로, 방향성 있는 진행과 결합하여

60) 마쇼의 ‘장미, 백합, 봄, 푸른 잎’은 본래 3성부 구성으로 작곡되었다가 후에 트리플룸 성부가 추가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트리플룸 성부는 악곡의 필수적인 부분이기보다는 장식적인 역할을 한다. 이에 따라, 3성부의 음향 및
연속에 초점을 맞춘 본 연구에서는 트리플룸 성부를 제외한 칸투스, 콘트라 테노르, 테노르 세 성부만을 논의의 대상으로
삼았다.
40 서양음악학 제24-1호

효과적으로 조 중심을 강화한다. 한 옥타브 범위에 걸친 이 진행에서 눈에 띄는 음은 단연 두


마디에 걸쳐 지속되는 g(마디 2-3)이다, 이 g는 상성부의 b, e와 함께 II-유형의 음향(G )을 이루
는데, 강한 방향성을 가진 불안정한 상태로 길게 지속된 후 대위법 규범에 따라 F 음향으로 해
결된다. 하지만 F 음향은 오래 유지되지 못하고 이내 다른 불안정한 음향인 D 으로 움직임으
로써 목표로 기능하지 못한다. 이어, D 음향은 방향성 있는 진행을 통해 마디 5의 C-음향으로
향하는데, 여기서 해결 음향은 I-유형에 해당하는 C 로, 완결성 있는 강한 종지를 이루지 못한
다. 이와 같은 방향성 있는 진행은 불완전한 음향 상에서의 해결을 의미하는 Ri를 사용하여 T→Ri
로 나타낼 수 있다. 이후, 마디 9-10에서 다시 한 번 방향성 있는 진행이 나타난다. 마디 4-5의
진행과 마찬가지로 테노르의 D-C 상에서 진행이 이루어지지만, 이번에는 앞선 진행과 달리 T-음
향의 f가 f 으로 바뀌고, R-음향 또한 의 완전 음향으로 나타남으로써 보다 강한 종지가 형성된
다. 이로써 첫 C-음향에서 시작된 여정의 궁극적인 목적지는 마디 10의 C 이었음이 밝혀진다.
마디 1-10의 진행은 ‘T→Ri, T→R’로 요약될 수 있으며, 종지의 강도를 조절하여 효과적으로 C-조
중심을 강조한 마쇼의 전략을 잘 보여준다.
한편, 마디 11-12의 테노르는 첫 다섯 마디의 진행을 재현할 듯 마디 1-2와 같은 움직임을 보
인다. 하지만 이후 e 과 b 이 등장하며 첫 부분과 전혀 다른 흐름이 형성된다. 이러한 흐름의
최종 목적지는 이 악곡의 중간 종지인 마디 25의 D-음향으로, 마디 1-10에서와 마찬가지로 두
차례의 방향성 있는 진행을 통해 목적지에 도달하게 된다. 이 두 방향성 있는 진행은 마디 16-17
과 마디 24-25에 나타나며, 동일한 음향(E →D )을 통해 성취된다. 하지만 마디 16-17의 진행
은 T-음향이 짧은 시간 동안 나타나고 R-음향이 칸투스의 리듬 활성에 의해 안정성이 오래 유지
되지 못하는 반면, 마디 24-25의 진행은 가사의 구두점과 종지 지점이 일치할 뿐만 아니라, T와
R-음향 모두 충분한 길이로 지속되고 리듬 활동이 정지됨으로써 강한 안정성을 보인다. 이와 같
은 진행 외적인 요소를 통해 종지의 강도를 조절하는 방식은 마디 25의 종지에 보다 강한 구두점
을 제공한다.
중간 종지 이후의 움직임은 다시 C-조 중심을 향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D-완전 음향의 안정성
이 깨지며 시작된다. 즉, 마디 26의 D-음향은 앞선 음향의 a가 b로 대체된 불완전한 음향으로,
d-b의 6도가 C 옥타브로 해결될 것을 기대하게 함으로써 C에 대한 방향성을 암시한다. 앞서 살
펴본 두 부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강도가 다른 두 번의 방향성 있는 진행을 통해 최종 종지
에 이르게 된다. 첫 번째 진행은 마디 29-30의 D →C 진행으로, T-음향의 칸투스에서 리듬 활
아르스 노바 음악의 음향, 연속, 조성 구조 41

동이 활발하게 나타남으로써 강도가 다소 약화된다. 반면 이 악곡의 최종 종지에 해당하는 마디


36-37의 D →C 진행은 앞서 2장에서 살펴본 몰의 10가지 ‘기준’을 충족하는 매우 강한 종지를
형성하며 작품의 종결을 알린다.

[예 11] 마쇼, ‘장미, 백합, 봄, 푸른 잎’


42 서양음악학 제24-1호

4. 나가면서

14세기 다성음악을 두 층위, 즉 ‘활동적인 표면’과 ‘필수적인 협화음의 골격’으로 나누어 인식할
것을 촉구한 풀러의 연구는 이 시기 음악에 대한 깊은 통찰의 초석이 되었다. 분주한 선적 움직
임이 두드러진 아르스 노바 음악에서 수직적 음향을 수평적 움직임의 근간으로 보았던 풀러의
주장은 가히 획기적인 것으로, 이를 필두로 14세기 다성음악의 수직성에 대한 담론의 줄기가 형
성되었다. 필자는 여기서 논의된 ‘음향’ 및 인접한 음향들의 ‘연속’, 그리고 이들의 거시적인 움직
임을 통해 형성되는 ‘조성 구조’에 주목하였고, 이 세 가지 측면에 기대어 14세기 다성음악의 통
사론을 살펴보았다.
아르스 노바 음악의 ‘음향’에 대한 논의는 이 시기에 사용된 3성부 음향들의 분류 및 각 유형의
명명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음향을 완전성에 따른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 퀸, 그의 음향-유형들
을 안정성의 측면에서 재정비한 풀러, 그리고 이를 상세화한 하르트의 음향 분류 체계는 큰 틀에
서 상당히 유사한데, 네 가지 유형의 틀 안에서 점차 수정⋅보완되는 양상을 보인다. 한편, 이러
한 개별 음향들의 ‘연속’은 ‘진행’ 혹은 ‘연장’의 매우 다양한 가능성을 통해 실현된다. 학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것들을 분류하고 명명하였는데, 부분적으로 혼란스러움을 야기하기도 한다.
이는 각 용어의 정의에 대한 학자들 간의 합의가 부재함으로 인해, 같은 현상에 서로 다른 명칭
혹은 다른 현상에 동일한 명칭이 사용되는 것에서 일부 기인한다. 필자는 이와 같은 사례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하여 비교⋅정리함으로써 14세기 다성음악에 사용된 ‘연속’에 대한 분명한 이해
를 돕고, 향후 이어질 후속 연구들에서 혼란을 방지하고자 하였다.
이어, 필자는 앞선 논의의 분석적 효용성을 보이기 위해 마쇼의 발라드 19, ‘사랑은 나를 갈망
하게 한다’와 롱도 10, ‘장미, 백합, 봄, 푸른 잎’을 분석하였다. 음향과 연속에 대한 고찰, 특히
종지의 여러 가지 유형과 강도에 대한 논의를 바탕으로 악곡의 주요 지점에 사용된 음향-연속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이들의 거시적인 진행을 통해 형성되는 조 중심과 구조에 대해 기술하였다.
이를 통해, 두 악곡이 각각 ‘번잡한 구조’와 ‘단일 조성구조’로 이루어져 있음을 보였으며, 이 대조
적인 조성 구조들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확립되어가는 과정을 밝혔다. 이러한 과정에서 필자는
구조적으로 중요한 음향들에 기둥과 슬러를 사용하여 음향의 위계를 차등적으로 나타내는 분석
방식을 사용하였다. 이는 악곡의 처음 및 구조적인 종지 지점에 사용된 음향들을 제시하는 데에
그친 베인의 연구에서 진일보하여 음향들의 위계와 통시적 성부진행을 동시에 보임으로써 그 유
아르스 노바 음악의 음향, 연속, 조성 구조 43

용성을 제고하였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본 논문은 14세기 다성음악의 수직성을 두 가지 갈래로 나누어 조명하
였다. 첫 번째 갈래는 개별 음향과 음향의 ‘연속’을 통해 지엽적인 움직임을 논의하였으며, 두
번째 갈래는 14세기에 작곡된 두 다성 세속 악곡의 분석을 통해 조 중심과 구조, 즉 거시적 움직
임을 보이는 데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 소고(小考)가 14세기 다성음악의 수직성에 대한 이해의
거점이자 향후 많은 후속 연구의 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

검색어
아르스 노바(Ars Nova), 기욤 드 마쇼(Guillaume de Machaut), 음향(sonority), 연속(succession), 조성
구조(tonal structure), 사라 풀러(Sarah Fuller), 방향성 있는 진행(directed progression), 롱도(rondeau),
발라드(ballade), 번잡한 구조(messy structure)
44 서양음악학 제24-1호

참고문헌

김미옥. 뺷중세음악: 역사 이론뺸. 서울: 심설당, 2005.


Bain, Jennifer. “Messy Structure? Multiple Tonal Centers in the Music of Machaut.” Music Theory
Spectrum 30/2 (2008): 195∼237.
. “Fourteenth-Century French Secular Polyphony and the Problem of Tonal Structure.”
Ph.D. Diss.,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2001.
. “Theorizing the Cadence in the Music of Machaut.” Journal of Music Theory 47/2 (2003):
325∼362.
Burkholder, J. Peter, and Claude V. Palisca. Norton Anthology of Western Music : Ancient to Baroque,
7th Edition. New York; London: W.W. Norton & Company, 2014.
Cohen, David E. “‘The Imperfect Seeks Its Perfection’: Harmonic Progression, Directed Motion and
Aristotelian Physics.” Music Theory Spectrum 23/2 (2001): 139∼169.
Cone, Edward T. “Sound and Syntax: An Introduction to Schoenberg’s Harmony.” Perspective of New
Music 13 (1974): 21∼40.
Fuller, Sarah. “On Sonority in Fourteenth-Century Polyphony: Some Preliminary Reflections.” Journal of
Music Theory 30/1 (1986): 35∼70.
. “Tendencies and Resolutions: The Directed Progression in Ars Nova Music.” Journal of
Music Theory 36/2 (1992): 229∼258.
Hart, Jared Christopher. “Sonority, Syntax, and Line in the Three-Voice Motets of Guillaume de
Machaut.” Ph.D. Diss., Washington University, 2007.
. “Rehearing Machaut’s Motets: Taking the Next Step in Understanding Sonority.”
Journal of Music Theory 54/2 (2010): 179∼234.https://doi.org/10.1215/00222909-1214921
Judd, Cristle Collins. Tonal Structures in Early Music. New York: Garland Publishing, 1998.
Kühn, Hellmut. Die Harmonik der Ars Nova: Zur Theorie der isorhythmischen Motette. Berliner
musikwissenschaftliche Arbeiten 5. Munich: Katzbichler, 1973.
Moll, Kevin. “Voice Function, Sonority, and Contrapuntal Procedure in Late Medieval Polyphony.”
Current Musicology 64 (1998): 26∼72.
Novack, Saul. “Fusion of Design and Tonal Order in Mass and Motet: Josquin Desprez and Heinrich
Isaac.” In The Music Forum 2. Edited by William J. Mitchell and Felix Salzer, 187∼263. New
아르스 노바 음악의 음향, 연속, 조성 구조 45

York : Columbia University Press, 1970.


Salzer, Felix. Structural Hearing: Tonal Coherence in Music. New York: Dover Publications, 1962. 전지
호⋅임우상 공역. 뺷음악의 구조적 들음뺸. 대구: 계명대학교 출판부, 1988.
Schachter, Carl. “Landini’s Treatment of Consonance and Dissonance: A Study in Fourteenth-Century
Counterpoint.” In The Music Forum 2. Edited by William J. Mitchell and Felix Salzer, 187∼263.
New York : Columbia University Press, 1970.
Tinctoris, Johannes. Liber de arte contrapuncti. 배재희 역. 뺷팅토리스의 대위뺸. 서울: 한학문화, 1998.
Treitler, Leo. “Musical Syntax in the Middle Ages: Background to an Aesthetic Problem.” Perspectives of
New Music 4/1 (1965): 75∼85.
46 서양음악학 제24-1호

Abstract

Sonority, Succession, and Tonal Structure in


Ars Nova Music

Se Eun Jung⋅Moo Kyoung Song

The paper critically examines previous primary studies that illuminate discrete
three-voice sonority, succession of two adjacent sonorities, and tonal centricity and
structure and finally seeks large-scale tonal aspects for Ars Nova polyphonic music.
Focusing on breve-longer sonorities in Machaut’s secular work, Sarah Fuller has classified
them into three types and their succession into a progression and prolongation. Fuller’s
insightful study toward polyphonic aspects of Ars Nova music provoked remarkable
subsequent research. By taking her contribution as a starting point, we have explored
vertical and syntactical aspects of 14th-century music.
The research consists of two parts. First, we provided a basis for a deep understanding
of Ars Nova music’s sonority by examining a classifying system for the sonority and
succession proposed by Hellmut Kühn, Jared C. Hart, Jennifer Bain, etc. Second, we
concentrated on how three-dimensional paradigms of a sonority⎯sonority, succession,
and tonal structure⎯work in Machaut’s Ballad 19, Amours me fait desirer and Rondeau
10, Rose, liz, printemps, verdure. Besides primary concepts such as directed/neutral
progressions reviewed in the literature, our analyses divided tonal structures into “messy”
and “mono tonal,” and hierarchically showed structural sonorities located at important
points by stemming and slurring.
아르스 노바 음악의 음향, 연속, 조성 구조 47

아르스 노바 음악의 음향, 연속, 조성 구조

정 세 은⋅송 무 경

본 논문은 14세기 아르스 노바 음악에 사용된 개별 3성부 음향, 인접한 두 음향의 연속, 그리
고 조 중심과 구조를 조명한 선행연구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음악의 거시적 계획을 보이고자
기획되었다. 14세기 다성음악의 통사론적 관행을 밝히는 과정에서 풀러(Sarah Fuller)는 마쇼
(Guillaume de Machaut, 1300∼1377)의 작품에 한 브레베 이상의 길이로 지속되는 개별 음향을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나아가 이 음향의 연속을 ‘진행’과 ‘연장’으로 나누어 논의하였다. 이
는 아르스 노바 음악의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요소들에 대한 매우 통찰력 있는 연구로서
여러 후속 연구를 촉발했는데, 필자는 바로 이 기념비적인 논문을 출발점으로 삼아 14세기 음악
의 수직성과 통사론을 탐구하였다.
연구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14세기의 음향과 음향들의 연속을 조명한 첫 갈래
에서는 퀸(Hellmut Kühn), 풀러, 하르트(Jared Hart), 베인(Jennifer Bain) 등이 제안한 음향과
연속의 분류 체계를 심도 있게 검토하여 아르스 노바 음악의 수직성에 대한 논의의 기반을 마련
하였다. 다음 갈래에서는 앞서 구축한 토대 위에서 마쇼의 발라드 19, ‘사랑은 나를 갈망하게 한
다’(Amours me fait desirer)와 롱도 10, ‘장미, 백합, 봄, 푸른 잎’(Rose, liz, printemps, verdure)
를 음향, 연속, 구조의 차원에서 조망하여 분석적 효용성을 입증하였다. 필자의 분석 사례는 선행
연구에서 제시된 음향의 방향성에 대한 지시 외에도 구조적인 음향에 사용된 기둥과 음향들의
위계를 차등화 하는 슬러를 통해 음악의 거시적 흐름을 ‘번잡한 구조’와 ‘단일 조성구조’로 이분화
하는 것에서 시작, 중요한 지점들에 나타나는 구조적 음향 등을 입체적으로 보여주었다.

논문투고일자: 2021년 2월 13일


심사일자: 2021년 4월 1일
게재확정일자: 2021년 4월 1일

You might also like